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박록삼
    2025-08-11
    검색기록 지우기
  • OCI
    2025-08-1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625
  • 인터넷신문 40% ‘유령 업체’

     인터넷신문 5곳 중 2곳은 최근 1년 동안 기사를 한 건도 쓰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6일 “각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5877개 인터넷신문 홈페이지를 점검한 결과, 43.8%인 2572개가 최근 1년 동안 기사를 한 건도 생산하지 않았다”면서 “홈페이지가 아예 없는 인터넷신문도 1501개(25.5%)에 달했으며, 있더라도 실제 운영되지 않는 경우가 676곳(11.5%), ‘사이트 준비중’이라는 업체는 395곳(6.7%)이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문체부가 언론진흥재단을 통해 지난 6~8월 세 달 동안 주 1회씩 진행한 ‘인터넷신문, 인터넷뉴스서비스 운영 및 법규 준수 실태 점검’ 결과로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명시된 기준으로 점검했다. 법 시행령의 ‘주간 단위 신규기사 게재’, ‘자체 생산 기사 비중 30%’을 준수하는 인터넷신문도 39.7%에 그쳤다. 또한 명칭, 등록번호, 발행인, 편집인 등 필요적 게재사항 8개 항목을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있는 경우는 인터넷신문 10개 중 1개 꼴인 639개(10.9%) 뿐이었다.  신문법상 필요 게재사항을 지키지 않는 경우 700만원 이하 과태료 처분 대상이 되고, 정당한 사유 없이 1년 이상 발행(기사 게재)이 중단된 경우 등록 취소 대상이 된다.  문체부 관계자는 “등록청인 광역시·도에 점검 결과를 보내 법적 조건 미충족 사업자에 대해 과태료, 등록 취소 등 처분을 요청할 계획”이라면서 “이렇게 실질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것은 인터넷신문의 등록 요건이 지나치게 느슨한 점에도 원인이 있는 만큼 등록 요건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네가 없으면 나도 없다… 우정·사랑 위해 연대해야”

    “네가 없으면 나도 없다… 우정·사랑 위해 연대해야”

    “에로스의 종말은 타자(他者)를 상실한 탓입니다. 타자가 사라지면 자아를 느낄 수 없게 됩니다. 공허감을 극복하고 자아를 더 강렬히 느끼기 위한 개인의 선택이 셀카처럼 자기 속으로 침몰하는 나르시시즘적 행위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만난 한병철 독일 베를린예술대학 교수는 최근 펴낸 ‘에로스의 종말’(문학과지성사)에 대해 설명하며 셀카 열풍과 함께 독일에서 나타나고 있는 심각한 사회병리 현상을 소개했다. 한 교수는 “독일 청년들의 20% 이상이 자기 손목을 긋는 자해 경험을 갖고 있고 4~5%는 거의 매일이다시피 자해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셀카를 찍는 것과 자해하는 행위는 결국 모두 공허해진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가 말하는 ‘타자의 상실’은 관계를 맺는 상대방의 부재를 일컫는다. 그에 따르면 ‘타자’는 자기를 비춰 주는 거울인데, 거울이 없어지면 우울증 환자처럼 자기를 포함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한 교수는 “만족하는 나는 타자를 통한 선물인데, 타자가 없어지면 자아도 없어지고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죠. 타자를 성적 대상화하는 사회적 포르노 현상과 함께 ‘자기애’로 착각하는 ‘나르시시즘’이 주요한 이유죠.” ‘자기애’는 상대방의 존재를 전제한 상태에서 갖는 자존감이지만 ‘나르시시즘’은 자기와 상대방을 구분하지 않은 채 자기 속으로 가라앉고 마는 공허한 감정이라는 설명이다. 한 교수는 두 가지 이유를 들어 그 배경을 짚었다. 하나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사랑에 빠지지 않으려 하는” 태도다. 그는 “상처를 받아야 자아가 성장하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유는 사회 구조적인 부분이다. 그는 책에서 ‘자본주의는 모든 것을 상품으로 전시하고 구경거리로 만듦으로써 사회의 포르노화 경향을 강화한다. 자본주의는 성애의 다른 용법을 알지 못한다’(70쪽)고 기술하고 ‘돈은 본질적 차이를 지우며 평준화한다.… 돈은 타자에 대한 환상을 없앤다’고 썼다. 신자유주의 체제를 정면으로 겨냥한 셈이다. 자아 및 타자를 회복할 수 있는 대안 역시 그 연속선상에 있다. 한 교수는 “개인의 고립된 처지를 극복하고 우정 및 사랑을 향한 연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피로사회’부터 시작해 ‘투명사회’, ‘심리정치’, ‘권력이란 무엇인가’ 등에 이어 내놓은 ‘에로스의 종말’은 노동, 정치, 사랑 등을 창으로 삼아 현대사회를 심층적으로 분석해 내는 지적 여정으로 독일에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천혜의 자연 풍광과 문화, 매혹의 나라 베트남

    천혜의 자연 풍광과 문화, 매혹의 나라 베트남

    베트남은 1945년 호찌민의 독립선언 이후 당대 최강국으로 꼽히는 프랑스와 미국에 잇따라 침략을 당했다. 하지만 30년 가까운 전쟁 끝에 두 나라를 모두 패퇴시켰다. 이 와중에 한국 역시 적대국으로 참전했고, 최근 들어서야 반성과 화해로 수교를 재개했다. 그들의 상처와 아픔이 모두 치유되지는 않았겠지만, 이제 한국인은 베트남을 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다채로운 문화가 있는 관광지로 기억한다. 남중국해와 접하는 수많은 해안 마을과 굽이굽이 펼쳐진 천혜의 산악지대, 그리고 베트남 사람들의 삶 깊숙이 굽이쳐 흐르는 메콩강 등 베트남은 여행자들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수만 가지의 모습을 품고 있다. 3000여개의 섬과 에메랄드빛 바다가 아름다운 하롱베이의 절경, 소수민족 흐몽족의 축제까지 다채로운 문화를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 본다. EBS1TV ‘세계테마기행’은 6일 밤 8시 50분 ‘생명의 섬, 껀저’를 주제로 베트남을 소개한다. 맹그로브숲과 경이로운 열대우림의 섬, 껀저에 가면 원시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메콩강이 만들어 낸 비옥한 삼각주이자 생태 보전 지역인 껀저 섬에서는 8만㏊의 맹그로브숲과 늪지, 강, 운하 등을 배경으로 악어, 산돼지, 사슴, 보아뱀, 도마뱀 등 수백 종의 야생 희귀 동식물이 거주하고 있다. 또한 원숭이들의 천국 ‘다오키’에서는 ‘섬의 주인은 원숭이’라는 말이 진짜임을 실감하게 된다. 7일 밤에는 남부의 젖줄인 메콩강과 함께 북부의 젖줄을 맡는 ‘홍강’을 찾고, 8일 밤에는 라오스와 국경을 맞대는 북부 산간 지방 목쩌우에 사는 소수민족인 흐몽족을 찾아간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中 연구자의 시선으로 본 주자의 삶·사상

    中 연구자의 시선으로 본 주자의 삶·사상

    주자(주희·1130~1200)는 공자와 맹자의 유학을 집대성해 새로운 사상, 주자학으로 탄생시킨 송대의 학자다. 조선으로 건너 와서는 성리학의 이름이 붙여졌고, 공맹의 실천적 사상으로 받아들여졌다. 조선에 다다른 주자학은 중국에서보다 더 화려하게 꽃피고, 주자는 중국에서보다 훨씬 더 숭상받는 사상가로 자리매김됐다. 지금까지도 그가 한국사회에 드리운 그늘은 짙다.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라는 비판을 받거나 고리타분함의 상징처럼 됐음에도 여전히 우리네 일상 구석구석에 그 흔적이 흩뿌려져 있다. 주자의 삶, 사상과 관련된 서적 2종이 최근 잇따라 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둘 다 한국이 아닌 주자의 본향, 중국 연구자의 시선으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주자평전’(김태완 옮김, 역사비평사 펴냄)은 총 2400쪽의 방대한 분량을 상·하권으로 담은 책이다. 숱한 주자학 연구 저서들이 철학과 사상으로 박제화시켜 학문적으로 접근했던 것이나 개인 삶의 이력을 따라간 인물 평전류와는 달리 주희의 문화심리 상태에 주목했다. 인성의 도야라는 점에서 현재적 의미를 부여한 셈이다. 10년에 걸쳐 노작을 완성시킨 수징난(束景南) 저장대 교수는 “주자학의 전파와 교류는 사람들의 주목을 가장 많이 끌고 영향이 매우 심원한, 성공적인 사례”라면서 “주희의 사상은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이라고 주자를 공부해야 하는 의의를 설명했다. 특히 “주희가 직접 행한 인성 구속(救贖·인류의 죄를 대신 갚음으로 구원함)과 인성 완성의 사상 체계는 현대 사회의 인성 소외, 정신적 위기, 도덕 상실을 반성할 수 있는 촉매가 되리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주희의 역사세계’(이원석 옮김, 글항아리 펴냄)는 저자의 이력으로 더욱 눈길을 끈다. 위잉스(余英時) 프린스턴대 명예교수는 주로 미국에서 활동하며 중국공산당에도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는 현대 신유학자다. 송대 정치문화 구조 형태를 사대부의 정치 활동 중심으로 파악하고, 당대에 이학파 사대부들과 관료 집단 사이의 복잡한 정치공학 관계를 서술해냈다. 송대 사대부의 전형이자 실천적 지식인의 상징과도 같은 주희의 학술과 사상을 중심축으로 삼되 정치, 문화, 사회 각 분야에 유학이 미친 영향과 관계성에 더욱 집중했다. 위잉스는 “주희는 내성외왕(內聖外王·개인적으로는 성인이 되고, 바깥으로는 어진 지도자가 되는 것)을 강조했지만 자나 깨나 생각한 것은 ‘외왕’의 실현이었다”고 강조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현대인 불안감 잠재우는 ‘보여주기식’ 소비의 진실

    현대인 불안감 잠재우는 ‘보여주기식’ 소비의 진실

    고어텍스와 소나무/류웅재·최은경·이영주 지음/한울/254쪽/1만 8000원 책 제목이 난해하다. 하지만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 소나무가 많은 야트막한 산이 대부분임에도 고어텍스와 같은 고기능성 등산 장비를 갖춘 주말 등산객이 넘쳐나는 물질문화, 과잉 소비의 세태에 대한 비판이다. 또한 경쟁에 내몰리고 불안과 공포에 노출된 현대인들로서 이를 해소하고 치유할 공간과 활동이 절실함을 나타내는 단면이다. 예컨대 지난 주말 청계산에서 마주친 등산객들의 명품 고어텍스 등산복은 그냥 등산복이 아니다. 지나가는 이들에게 자신의 사회경제적 위치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수단이고, 스스로 갈망하는 문화정치적 욕망에 대한 충족이다. 책은 실용과 기능의 필요에 의한 소비가 아니라 자신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방법으로 소비하고 상품과 물건을 자신만의 미디어로 삼으며 물질적 욕망을 채워 나가는 것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한 저자들의 연구 창으로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본 것이다. 그렇다고 책이 소비와 물질문화를 마냥 부정적인 것으로 보기만 하는 건 아니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처럼 공유와 연결, 소통을 물질문화에 접목시키는 예들은 물론 소비의 미디어적 특성을 통해 창조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개인이 등장하는 현상에 주목한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당신을 위한 ‘눕기’ 사용설명서

    당신을 위한 ‘눕기’ 사용설명서

    눕기의 기술/베른트 브루너 지음/유영미 옮김/현암사/224쪽/1만 4000원 근면을 미덕으로 삼는 현대사회에서 게으름은 불온하다. 누워 있음은 게으름의 상징적 행위다. 하물며 ‘눕기의 기술’ 따위로 게으름을 옹호하고 선동하다니…. 그런데 책은 사뭇 진지하다. 눕기는 산책과 비슷한 작용을 한다고 얘기한다. 이 때문에 산책의 막바지에 사고가 더욱 명료해지듯 누워 있는 동안에는 공간과 시간에 제약을 받지 않고 무한한 상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직으로 직립보행하는 산책의 수평적 짝꿍으로 그 몸값이 격상된다. 여기에 엉덩이와 무릎의 각도를 몇 도로 해서 누워야 하고 눕기용 의자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등을 풀어낸다. 진지해서 더욱 유쾌하다.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눕기에 대한 찬양을 이어 간다. 침대와 소파 등 누울 수 있는 상식적인 공간은 물론 공원, 집 앞마당, 지붕, 나무 위 등 다양한 장소의 역사와 과학, 문학, 철학 등이 모두 동원된다. ‘잠자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자기 위해 온종일 깨어 있어야 하니 말이다’(니체) 등의 멋진 경구들을 곳곳에 포진시켰으며 존 레넌과 오노 요코가 베트남전 반대를 위해 일주일 동안 침대에 머무른 것,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도 모두 눕기의 순기능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눕고 싶어도 누울 수 없는 이들이 너무도 많다. N포 세대로 일컬어지는 청년들,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노동 개혁하겠다는 정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 대출 등의 앞에서 감히 늘어지게 누워 있을 수 있는 방법까지 제시하지는 않았다. 많이 아쉽다. 어쨌든 이 엉뚱한 책만큼은 누워서 뒹굴거리며 낄낄대고 읽어야 한다. 극심한 경쟁과 불안, 두려움에 내몰린 이들에게 절실한 것은 ‘눕기’라는 명제에 이르는 자신을 이내 발견할 수 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저자와 차 한잔] 1300년 한국철학 흐름 엮은 ‘한국철학사’ 발간 전호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저자와 차 한잔] 1300년 한국철학 흐름 엮은 ‘한국철학사’ 발간 전호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그런데, 교수님이 말씀하신 철학과 우리 현실은 다르지 않나요?” 전호근(53)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일반인 혹은 대학생들에게 고전철학을 강의할 때면 빈번히 나오는 질문 중 하나다. “그럼 손자병법만 읽으면 될 것 같나?”라고 되묻고 싶지만 꿀꺽 삼킨 뒤 “현답(賢答)이 필요한 질문이네요” 하면서 애써 피해 간다고 한다. 우문(愚問)이라는 뜻의 에두름이다. 물론 전 교수 역시 잘 알고 있다. 좌우 갈등과 대립이 극심한 현실에서 철학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또한 쉴 새 없이 경쟁에 내몰리고 경제적인 공포와 삶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철학은 선뜻 다가서기 어려운 대상이다. 하지만 그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철학을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연구실에서 만난 전 교수는 “많은 이들이 철학을 골치 아프고 까다로운 개념의 용어투성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서양철학처럼 그 사유 구조와 생성 배경이 우리네 삶과 유리된 것을 철학의 대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최근 ‘한국철학사’(메멘토 펴냄)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이유기도 하다. ‘한국철학사’는 삼국시대 불교철학자 원효(617~686), 의상(625~702)부터 현대철학자 박종홍(1903~1976), 함석헌(1901~1989) 등에 이르기까지 1300년에 걸쳐 대표적인 철학자 35인의 삶과 사상을 통해 한국철학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짚어낸 책이다. 특히 쉬운 입말과 입글로 풀어내 철학에 덧씌워져 있는 ‘딱딱하고 지루하다’는 혐의를 벗어내고자 했다. 그는 “한국이 근대화를 거쳐 갔지만 서양철학 아닌 한국철학만으로도 근대의 각종 현상을 설명하지 못할 부분이 없다”면서 “예컨대 원효의 명저인 ‘대승기신론소’나 퇴계 이황의 이기론은 한국 사회의 각종 모순 및 개인의 욕망과 도덕 문제 등에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철학 자체가 ‘지금, 여기’에 놓인 과제를 풀 수 있는 수단임을 말하는 동시에 한국철학이 서양철학에 의해 타자화되고 위계화되는 현상에 대한 지적이다. 특히 성리학 전공자답게 조선시대 지배계급의 사상이며 봉건시대의 이데올로기쯤으로 폄하되던 성리학에 대해 그가 펼치는 변론도 흥미롭다. 성리학은 유가의 계승이지만 공자, 맹자, 순자류뿐 아니라 도가의 우주론, 불교의 인식론이 종합된 이론으로 자리매김된다. 고리타분한 당대의 지배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관을 포용하고 수용한 철학이라는 설명이다. 퇴계 이황, 율곡 이이는 물론 화담 서경덕(1489~1546) 등을 통해 이를 입증한다. 전 교수가 한 줄로 정리하는 1300년 한국철학의 정수는 ‘극단의 대립에 대한 화해와 통합, 타자에 대한 포용’에 있다. 현대불교 및 한국 사회에서도 끊임없이 강조되는 원효의 ‘화쟁(和諍)사상’을 비롯해 생명철학자 장일순(1928~1994)에 이르기까지 대립과 갈등 속에서 평화로운 공존 및 포용을 지향해 왔다. 그렇기에 한국 현대철학의 거인이면서 마지막 삶을 군사정권의 이데올로그로 살았던 박종홍과 끊임없이 권력과 맞서 싸워 왔던 함석헌, 유영모, 그리고 일제강점기 마르크스주의 철학자 신남철(1903~?), 박치우(1909~1949)를 현대철학의 대표 지성으로 내세운 부분이 설명된다. 책과 강의를 통해 한국철학이 강조하는 화쟁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는 “철학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라면서 “당신의 삶에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있다면 이미 철학을 할 준비를 끝낸 것”이라고 말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10월 ‘책 공화국’의 시민이 되다

    10월 ‘책 공화국’의 시민이 되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표어는 거짓 명제에 가깝다. 사람들이 청량한 가을날 바깥으로 쏘다니느라 워낙 책을 읽지 않으니 제발 책 좀 읽으라는 바람을 투영시켰다는 우스갯소리다. 통계청 조사 결과 지난해 2인 이상 가구의 한 달 도서 구입비는 1만 8154원이었다. 단행본 1권의 평균가는 1만 8648원, 한 달 평균 독서량 0.8권과 정확히 맞물려 있다. ●북콘서트·시낭송회·야외공연까지 가을이건 겨울이건 간에 책을 읽지 않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독서가 공동체의 지혜와 사회의 미래 역량을 축적하는 데 여전히 유효한 수단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는 더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닌, 심각한 상황이다. 다행히도 10월 들어 책 관련 축제들이 잇따라 열리니 반갑기 그지없다. 2015년 10월 ‘책 공화국’의 충실한 시민이 되는 것도 가을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은 1일부터 4일까지 서울 홍대 앞 주차장 거리 및 상상마당, 여러 갤러리 등에서 펼쳐지는 책문화예술 축제다. 벌써 11회째를 맞는 와우북페스티벌은 80여개 출판사의 거리도서전, 작가 북토크, 북콘서트, 야외 공연, 전시, 어린이책놀이터, 시낭송회 등 다채롭게 준비됐다. 특히 올해에는 ‘책, 삶을 살피다-사유의 복원’을 주제로 ‘혐오와 공감’ 시리즈 강연 프로그램을 전면에 내건 점이 눈에 띈다.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와 정희진 여성학자가 각각 거시, 미시적으로 한국사회에 만연한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과 폭력 등 혐오의 본질과 그 배경을 짚으면서 인간을 존엄하게 하는 삶과 그 방법을 성찰한다. 마지막 날에는 ‘혐오와 공감’ 포럼이 열린다. 지역, 인종, 성별, 성 정체성 등 선택할 수 없는 것에 대한 혐오주의와 공감능력 결여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극복할 방법을 모색한다. 책 하면 파주출판도시다. 5년째로 접어드는 파주출판도시의 대표 축제 ‘파주북소리 2015’는 ‘책 읽는 어른이를 위한 놀이터’를 주제로 삼았다. 5일부터 7일 동안 책을 풍성하게 만남은 물론, 말 그대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앞에 놀이터와 난장을 펼친다. ‘테마전시-시대정독(時代情讀)’은 광복 70년을 맞아 1945년부터 한국 역사를 책 역사로 개괄하는 이번 행사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꼭 책을 읽고 접하는 것만 책 축제의 맛은 아니다. 책 읽는 사람과 쓰는 사람이 만나 얘기 나누고, 책 만드는 사람이 책 행간에 껴 있는 재미난 뒷얘기를 들려주고, 또 책 읽는 사람들끼리 어울려 놀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즐비하다. 한글 활자 디자이너 최정호, 시인 이병률, 음악평론가 임진모, 소설가 은희경, 배우 손숙 등이 시와 소설, 음악, 인문학으로 노니는 방법을 알려준다. 국제적인 책행사도 잇따라 열린다. 지난 6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연기됐던 서울국제도서전이 7일부터 11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다. 올해 주빈국은 이탈리아다. 이탈리아 시인 실비아 브레가 고은을 만나 두 나라 시인을 대표해 공개 대담을 나눈다. 마르코 데라모, 플라비오 산티 등 해외 작가 10인의 강연을 들을 수 있다. 입장료는 5000원이지만 홈페이지(http://sibf.or.kr)에서 사전등록하면 무료 입장할 수 있다. ●에디터스 위크 등 책 마니아들 주목! 대중성은 약간 떨어지지만 출판 관계자가 아니라도 책 마니아라면 주목할 만한 행사도 있다. 출판도시문화재단과 한국출판인회의가 공동 주최하는 ‘2015 에디터스 위크’에는 15개 국가 70여명의 출판인이 함께한다. 5~6일 열리는 파주북시티 국제출판포럼에서는 ‘시대의 편집, 편집의 시대-동아시아의 출판편집’을 주제로 책과 편집을 삶의 중심축으로 움켜쥐고 살아온 중국, 일본, 대만의 편집자들이 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심도 깊은 얘기를 나눈다. 7~9일 ‘파주 에디터스쿨’, 8일 ‘아시아 편집자 펠로우십’ 등 행사가 열린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잊혀진 한국 고대사 700년 부여의 모든 것

    잊혀진 한국 고대사 700년 부여의 모든 것

    처음 읽는 부여사/송호정 지음/사계절출판사/256쪽/1만 8000원 기원전 2세기 무렵부터 494년 왕과 일족이 고구려로 망명, 항복할 때까지 700년의 시간을 관통하며 버텨낸 나라다. ‘사출도’(四出道)라는 제도로 중앙과 지방의 분권을 유지했다. 높은 수준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보유해 선조 이래 다른 나라에 패한 적이 없는 연맹체 나라였다. 우리 고대사의 잊혀진 조각, 부여다. 부여의 역사가 일반인의 인식에서 희미해진 것은 여러 요인이 있다. 멀리는 김부식의 ‘삼국사기’부터 정약용의 ‘아방강역고’, 그리고 최근 역사교과서에 이르기까지 부여의 존재와 강역, 국가의 구성, 의미 등은 중히 다뤄지지 않았다. 물론, 중간중간 의미 있는 연구 작업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특히 신채호는 ‘조선상고문화사’ 등에서 ‘부여족 주족론’(主族論)을 내세우며 부여사가 북방 중심 고대사 인식 체계에서 주요한 왕조의 역사로 자리잡게 만든 공이 크다. 지금이야 부정적인 의미로 더욱 많이 통용되지만 일제강점기 상황에서 신채호는 ‘국수(國粹) 보전론’을 주창했고, 주체적 역사의식의 필요성은 부여·가야·발해의 재조명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부여사에 대한 연구의 발걸음은 거기에서 성큼성큼 나아가지 못했다. 그사이 중국은 동북공정, 그리고 최근에는 ‘랴오허(遼河) 문명론’을 통해 끊임없이 역사전쟁의 정지작업을 이어왔고, 선양 랴오닝성박물관 부여전시장에 ‘부여는 중국 역사상 중요한 소수민족이다’로 시작하는 설명 자료를 붙여 놓았다. 그나마 최근 들어 옛 부여 강역 곳곳에서 발굴이 진행되면서 학계 일부에서 고구려, 백제, 신라와 더불어 부여, 가야를 포함시키는 ‘5국 시대’ 제안이 나오는 등 다시 부여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점은 다행스럽다. ‘국내 고조선 박사 1호’라는 별칭으로도 통하는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인 저자는 한국 고대사를 제대로 복원하려면 고조선사와 고구려사만큼 부여사도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부여가 한국 고대사의 전개에 끼친 영향과 유산이 지대한 만큼 부여를 중국의 역사가 아닌, 예맥족이 세운 한국 고대의 역사로 제자리를 찾아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형해화한 주장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정확한 사료와 발굴 자료를 통해 실증해야 한다’는 신념을 내세운다. 그리고 부여의 기원과 성쇠, 제도, 생활문화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이 저서를 부여사에 관해 가장 객관적이고 충실한 연구라고 자부한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한가위 TV-영화] 아직도 못봤다면…‘명량’부터 ‘해적’까지 多있다

    [한가위 TV-영화] 아직도 못봤다면…‘명량’부터 ‘해적’까지 多있다

    요즘 명절 TV 속 영화는 더이상 구닥다리가 아니다. 극장에서 놓쳤다는 아쉬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추석이건, 설이건 금세 TV에서 상영된다. 올해 추석에도 지난해 극장가를 휩쓸었던 ‘명량’, ‘해적-바다로 간 산적’이 안방으로 찾아온다. 흥행에서는 별 재미를 보지 못했더라도 영화 자체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 ‘허삼관’, ‘워터 디바이너’,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등은 관객 숫자와는 별개로 높은 만듦새를 보여준 작품들이다. 26일 KBS는 1TV와 2TV에서 각각 ‘워터 디바이너’(밤 12시 50분)와 ‘피 끓는 청춘’(밤 11시50분)을 방송한다. ‘워터 디바이너’는 배우 러셀 크로의 감독 데뷔작이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전투 중 세 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아들의 시신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렸다. 속내를 좀체 드러내지 않는 아버지의 깊은 정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피 끓는 청춘’은 어린 바람둥이 김중길(이종석)과 일진 소녀 박영숙(박보영)이 찰진 충청도 사투리로 연기하는 코미디 영화다. EBS 1TV가 준비한 ‘스타워즈’ 시리즈도 눈여겨볼 만하다. 25일 ‘스타워즈-보이지 않는 위험’을 시작으로 26일 ‘스타워즈-클론의 습격’(밤 11시 5분), 27일 ‘스타워즈-시스의 복수’(밤 11시)까지 3부작 완결편을 선보인다. 27일 KBS 1TV는 ‘아메리칸 셰프’(밤 11시50분)를 방영한다. 요즘 한창 유행하는 먹방 영화를 선도한 작품으로 ‘아이언맨’을 연출한 존 패브로가 각본과 감독, 주연을 맡았고 스칼렛 요한슨, 더스틴 호프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 톱스타가 출연한다. SBS는 김우빈이 잘생긴 금고털이범으로 나오는 ‘기술자들’(밤 10시 5분)을 준비했다. 28일은 KBS 1TV가 ‘패딩턴’(밤 11시 50분), KBS 2TV가 ‘허삼관’(밤 9시 40분)을 방송한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 많은 중국 소설가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를 한국적 상황으로 재해석해 만든 ‘허삼관’은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하정우, 하지원의 쫀득쫀득한 연기가 돋보인다. EBS 1TV는 애니메이션 ‘라푼젤’(오후 5시 20분)을 방영한다. ‘해적’은 밤 8시 35분 SBS에서 방영한다. 29일 좀 특별한 느낌의 영화도 있다. MBC가 ‘무한도전’ 멤버들이 직접 더빙한 음악영화 ‘비긴 어게인’(밤 11시 10분)을 방영한다. 멤버들 모두 외화 더빙은 처음이다. KBS 2TV는 흥행 대작의 상징 ‘명량’(밤 8시 30분)을 방영한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경복궁 담 넘어가네 청년 예술가의 우리 소리

    경복궁 담 넘어가네 청년 예술가의 우리 소리

    꿈과 재능은 넘치지만 기회가 쉬 주어지지 않았던 청년 전통예술가들이 한국의 전통예술을 궁금해하는 외국인 관광객들 앞에서 공연을 선보인다. 가을밤 고궁 뜨락에서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는 24일 “26일을 시작으로 하반기 매달 한 차례씩 ‘반짝 궁 콘서트’를 갖는다”면서 “상대적으로 무대에 설 기회가 적은 청년 전통예술가들에게 공연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주요 관광 자원인 고궁과 전통문화 예술의 매력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26일 오후 2시, 4시 경복궁 자경전 앞에서 아쟁, 태평소, 피아노, 기타, 드럼이 어우러진 창작밴드 ‘919-23’, ‘음악발전소 온다’와 경기민요 이수자 김보라 등이 국악의 깊이와 풍성함을 전달하는 무대를 만든다. 10월 31일에는 2013년, 2014년 ‘21세기 한국악프로젝트’ 대상을 받은 벼리국악단, 정가 앙상블 ‘SOUL지기’, 그리고 소리그룹 ‘미음’ 등이 공연을 펼친다. 11월 1일에는 전통 장단을 해체하고 재구성해 새로운 리듬을 만들어 낸 타악 그룹 ‘리듬콜라주’, 국악 전공 대학생 1~2학년으로 이뤄진 ‘질음’이 공연한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이 모두가, 그안에 있었다

    이 모두가, 그안에 있었다

    ‘박하사탕’ 속 영호·‘오아시스’ 속 홍종두 간직한 최초의 천만 배우 설경구는 한국 최초의 ‘1000만 영화’ 배우다. 12년 전 그가 ‘실미도’에서 교관 안성기에게 총을 겨누며 부르짖었던 “비겁한 변명입니다”라는 대사는 ‘1000만 영화는 감히 넘볼 수 없는 꿈’이라고만 여기던 한국 영화계를 향한 외침이기도 했다. 덤으로 이미 ‘박하사탕’, ‘오아시스’를 통해 보는 이를 전율케 하는 연기력을 선보였던 설경구가 일반 대중에게도 충분히 호소할 수 있는 흥행 배우임을 증명했다. 그는 2009년에도 ‘해운대’로 다시 1000만 배우가 됐다. 두 편의 ‘1000만 영화’ 사이에 ‘공공의 적’, ‘감시자들’, ‘타워’, ‘스파이’ 같은 적당한 오락영화에서 그는 적당히 재미있고, 적당히 관객이 드는 배우로 존재했다. 깊고 깊은 슬픔의 심연을 모두의 것으로 만들었던 영호(박하사탕), 홍종두(오아시스)는 그 안에서 사라져 버린 걸까. 힘 빼고 몰입해서 더 비극적이었던 ‘서부전선’ 속 어리숙한 남복이 지난 22일 서울 삼청동 한 찻집에서 그를 만났다. 수척한 얼굴이었다. 새 영화 촬영에 들어가기 전 몸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살인자의 기억법’ 크랭크인을 앞두고 연쇄살인범 안으로 서서히 들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한 10㎏쯤 뺀 것 같아요. 며칠 전에 쟀을 때 68㎏이었거든요. 모처럼 들어온 새로운 색깔의 캐릭터라 진심으로 기쁘게 준비하고 있어요.” 설경구는 24일 개봉한 영화 ‘서부전선’에서 농사짓다 끌려나온, 어리바리한 남한군 병사 남복 역할로 여진구와 함께 호흡을 맞췄다. 그는 “머리 아프게 분석해야 하기보다는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캐릭터였고, 개인이 중요한 게 아니라 두 사람의 합이 중요한 영화였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여진구와 워낙 나이 차가 많이 나니 촬영장에서부터 영화 속 남복이 영광을 대하듯 충청도 말투로 적당히 욕을 섞는 말을 툭툭 던져 가면서 편하게 지냈다”고 말했다. 어깨에 힘주지 않아도 역할에 몰입할 수 있었던 그만의 비결 아닌 비결이다. 비극적일 수밖에 없는 전쟁 속에서 순박한 이들이 벌이는 희극적인 상황은 단순히 웃어넘길 수 없는 짙은 페이소스를 준다. 흥행 참패에도 부끄럽지 않은 ‘나의 독재자’ 속 망상증 무명배우 그의 직전 작품은 ‘나의 독재자’였다. 캐릭터에 대한 욕심 하나로 출발했고, 영화의 만듦새 역시 훌륭했다. 설경구는 여기에서 망상증에 빠진 무명 배우의 모습을 가슴 먹먹히 풀어 냈다. ‘메소드 연기’(캐릭터에 몰입해 대상과 일체가 되는 연기)라는 연기학 전문용어를 일반인조차 편하게 쓰도록 했다. 아버지 세대와 자식 세대 앞에 놓인 화해라는 과제를 한국 사회의 특수성 속에 버무려 냈고, 세상 모든 배우의 삶에 바치는 헌정이기도 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보기 드문 참신한 소재와 주제의 수작이었다. 그러나 흥행은 참패였다. 38만명의 관객이 보는 데 그쳤다. 설경구는 “그 영화가 정말 잘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안될 줄 몰랐다. 재미가 없었던 게지”라면서 애써 덤덤히 말했다. 그는 “(흥행이 전혀 되지 않아) 지방 극장에 무대 인사를 가지 못한 영화는 그때가 처음이었다”면서 “영화라는 게 관객과 합이 맞아야 하는데, 영화 관객의 다수가 김일성이라는 존재도 잘 모르고, 영화를 통해 새로운 것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고 흥행 패인을 분석했다. ”한번 썼던 캐릭터는 다시 쓰기 부끄럽다”는 진짜 배우 설경구 이번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어떠냐는 질문에 “영화 흥행은 확신할 수 없다. 욕망이 있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관객을 읽어 내며 안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1000만 흥행이 안부럽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배우의 몫은 그냥 현장에서 열심히 연기하는 것까지인 것 같다”고 답했다. 흥행의 최정점과 나락을 함께 경험한 이가 몸으로 체현한 영화판의 섭리였다. 그는 “한 번 썼던 캐릭터는 다시 쓰기가 부끄럽다. 배우는 소모하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공공의 적’ 시리즈 등에서 비슷한 캐릭터를 반복하며 소모했던 과정에 대한 부끄러운 고백처럼 들렸다. 이와 함께 ‘나의 독재자’에서 설경구만의 연기를 다시 선보인 데 대한 당당함으로도 들렸다. 인터뷰 내내 흥행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연기하는 배우로서 자부심이 더욱 크게 엿보였다. 설경구 안에는 그렇게 여전히 영호도, 홍종두도, 망상증의 무명 배우도, 어리숙한 남복도 모두 설경구라는 커다란 집 안에 각자의 방을 만들어 꿈틀대고 있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새 옷 입은 우수 문화상품 표지… 김치·홍삼 등 인증 확대

    새 옷 입은 우수 문화상품 표지… 김치·홍삼 등 인증 확대

    문화체육관광부가 새로운 우수문화상품 표지 디자인을 내놓았다. 이와 함께 ‘우수문화 및 공예상품 지정제도’의 실질적인 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은 우수문화상품 지정제도를 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지정에 따른 실질적인 혜택이 부족해 제도 활용이 미미했다”면서 “우리 전통문화의 품격과 세련미를 보여 줄 수 있는 디자인으로 개편해 일관성 있는 대한민국 고유의 브랜드 마케팅이 되도록 하고 이를 통해 ‘코리아 프리미엄’을 창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기존의 우수문화상품 디자인과 우수공예상품디자인을 모두 대체할 새 디자인은 지난 5~6월 실시한 국가브랜드 국민 참여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최진아씨의 작품 ‘한민족’을 재해석해 만든 것으로, 한복 옷고름과 태극을 응용해 대한민국의 협동성과 조화로움을 상징한다고 문체부는 밝혔다. 문체부는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등 관련기관과 협의체를 구성해 문화산업 전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우수문화상품 지정 기준과 절차를 마련할 계획이다. 우수문화상품으로 지정받은 기업은 제작 자금 지원, 정부 지원 사업 신청 시 가점 부여, 재외 문화원 등과 협업을 통한 해외시장개척 등 실질적 지원 방안도 제공받게 된다. 문체부는 이달부터 우수문화상품 인증마크를 시범적으로 지정해 도입하고 11월 관련 지침 개정을 거쳐 12월부터는 실질적 지원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김치와 홍삼 등 음식을 비롯해 우리 고유의 공예품과 공연 등 유·무형의 문화상품 전반에 대해 인증을 확대할 방침이다. 한편 문체부가 진행 중인 국가브랜드 키워드 대국민 공모 중간 집계 결과 이날까지 현재의 한국다움을 가장 잘 드러내는 단어로는 ‘열정’이, 미래의 한국다움을 반영하는 단어로는 ‘통일’이 각각 1위로 꼽혔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흔한 천만영화 귀한 천억매출

    흔한 천만영화 귀한 천억매출

    ‘1000만 영화’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일종의 판타지와 같았다. 한국의 영화시장이 너무도 협소한 탓이었다. 국민 네다섯 명 중 한 명이 보는 영화가 존재한다는 게 가당치 않았다. 그래서 2003년 ‘실미도’가 한국영화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넘어섰을 때 영화인들은 제 일처럼 기뻐하며 놀라워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공식집계도 없던 그해 전체 관객 수는 6000만명 남짓인 것으로 추산됐다. 이듬해 ‘태극기 휘날리며’가 다시 1000만 영화 대열에 합류할 때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그런데 그 다음해 ‘왕의 남자’가 1000만 영화에 올라서자 생각이 조금씩 바뀌어 갔다. 연간 총영화관객이 1억 2335만명으로 폭발적 성장을 이룬 해였다. 이제 1000만 영화는 더이상 판타지의 영역이 아니게 됐다. 너도나도 앞다퉈 ‘대박의 상징’으로서 1000만 영화의 꿈을 키워 갔고, 실제 연례행사처럼 1000만 영화가 쏟아져 나왔다. 올해 역시 ‘암살’, ‘베테랑’ 두 편이 새로 1000만 영화 대열에 합류하며 모두 17편이 됐다. 하지만 영화는 산업이다. 관객 숫자보다 돈을 얼마나 벌었는지에 대한 관심이 차라리 솔직하다. 바야흐로 연간 관객 2억명 시대가 됐지만 ‘매출액 1000억원 클럽’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2009년 ‘아바타’가 3D관람 열풍을 몰고 오며 1248억 9707만원의 매출을 올려 1000억원 클럽의 첫 주인이 됐다. 관객 수는 1330만명이었다. 이후 몇 년 동안 잠잠하더니 지난해 ‘명량’, ‘국제시장’이 잇따라 1000억원 클럽에 가입했다. 각각 1761만명과 1426만명이라는 압도적인 관객 숫자로 이뤄낸 흥행 성적이었다. 지난 21일 ‘베테랑’도 1000억원 매출을 넘어섰다. 1281만명으로 역대 6위에 해당하지만, 매출액 규모로 흥행성적을 다시 매기면 4위로 껑충 올라선다. ‘암살’ 역시 1268만명으로 역대 7위 성적이지만, 매출액(982억원)으로 집계하면 5위가 된다. 반면 ‘도둑들’은 1298만 관객으로 역대 4위의 흥행성적이지만 매출액은 936억원에 그쳐 6위로 처지게 된다. 관객 숫자를 기준으로 흥행의 순위를 점검하는 것은 다분히 한국적 상황이다. 해외 영화시장은 모두 매출액으로 박스오피스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북미 영화시장을 보여주는 박스오피스 ‘모조’에는 관객 숫자는 아예 표기되지 않는다. 대신 올해 전체 박스오피스 1위 ‘쥬라기월드’(6억 4984만 달러), 2위 ‘어벤져스’(4억 5865만 달러) 등 매출액만 나온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20일 중국 퍄오팡(票房) 집계를 보면 당일 박스오피스 순위는 1위 ‘미니언즈’(4305만 위안·평균 티켓값 34위안), 4위 ‘암살’(797만 위안·평균 티켓값 31위안) 등과 같은 형식으로 표기하고 있다. 한국 영화시장에서는 오래전부터 세금 문제, 초대권 남발, 부율(제작자와 극장의 수익배분 비율) 등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히며 아무도 매출액을 얘기하지 않아 왔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는 ‘겨울여자’, ‘장군의 아들’의 매출 규모를 알 방법은 없다. 이러한 관행이 영화진흥위원회가 전산화 작업을 시작한 2004년 이후에도 남아 지금까지 유지돼 왔다는 것이 여러 영화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관객 숫자로 집계하는 박스오피스는 초대권, 1+1 티켓, 무료단체관람 등 각종 이벤트로 부풀린 숫자놀음에 불과할 수도 있다”면서 “산업적 측면에선 매출액 기준으로 따져야 더 정확한 집계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인호 CJ엔터테인먼트 팀장은 “우리나라만 빼고 전 세계 모든 영화시장이 매출액 기준으로 영화의 흥행을 따지고 있다”면서도 “매출액 기준 박스오피스는 물가 상승에 따른 티켓값 인상 등이 반영돼 영화 개별 작품이 갖고 있는 파급력 등을 객관적으로 비교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반면 관객숫자 기준 박스오피스는 서로 다른 시기라도 객관적 비교가 가능하지 않은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체코의 양심을 기억하다

    체코의 양심을 기억하다

    바츨라프 하벨(1936~2011)이라는 이름은 낯설다. ‘벨벳 혁명’, 들어 본 듯하지만 역시 여전히 낯설다. 1989년 11월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소련에 맞서 이뤄낸 반공산주의 민주화혁명이 바로 벨벳 혁명이고 하벨은 그 평화롭고 조용한 혁명의 지도자였다. 그는 반체제연합인 ‘시민포럼’을 조직해 연일 수십만명의 시위대와 함께 프라하 시내를 평화적으로 행진했다. 결국 헌법에서 공산주의 관련 조항이 삭제됐고 동유럽 공산주의 도미노 붕괴의 정점을 찍었다. 미국과 소련은 벨벳 혁명 직후 냉전 종료를 선언했다. 그해 12월 29일 의회를 통한 간접선거에서 하벨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시인이자 극작가 출신인 하벨은 대통령에 연임된 뒤 2003년 퇴임할 때까지 실업률을 유럽 최저로 끌어내리는 등 비교적 성공리에 국정 수행을 마쳤다. 하벨은 지난 21일 경희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인이 된 인물에게 명예박사 학위가 주어지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이날 저녁 늦게까지 경희대에서 ‘진실한 정치 그 영원한 책무와 시민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원탁회의는 2015년 한국 사회에서 30년 전 동유럽 한 정치인의 정치철학을 고찰한다는 의미 이상을 품고 있다. 하벨의 정치철학은 ‘반정치의 정치’였다. 국내 ‘하벨학’의 권위자인 박영신 연세대 명예교수는 “그는 아버지로부터 ‘정치는 양심의 문제, 정치를 거부하는 것은 양심을 버리는 것과 똑같다’는 가르침을 받고 자란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정치 행동은 일반 양식과 달랐다. 마르틴 부트나 카렐대 교수(전 하벨대통령도서관장)는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서 책임감을 깊이 공유하면서도 그는 정당에 대한 불신이 있었다. 정당은 하나의 기계 또는 틀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역설적인 상황이 ‘반정치의 정치’로 정립됐다. 하벨은 대통령이 되기 전인 1984년 프랑스 툴루즈대 명예박사 학위 수락 연설문에서 “나는 반정치의 정치를 지지한다. 정치를 권력과 조종의 공학이거나 인간을 인공두뇌식으로 통치하거나 또는 공리주의의 예술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고 실천하며 그 삶을 보호하고 그 삶을 위해 진력하는 방법의 하나로 생각한다”고 썼다. 원탁회의 참석자들은 “하벨은 이념과 체제를 넘어 ‘인간적 인류’의 길을 열어 간 위대한 세계인이며 벨벳 혁명에서 보여 줬듯 폭력 정치에 저항하는 윤리를 토대로 한 대화의 정치를 말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상준 경희대 공공대학원 교수는 하벨이 얘기한 ‘정치와 도덕의 결합’의 한 예시로 “승무원도 없고 경찰도 없고 승객도 없는 늦은 시간 버스의 요금통에 요금을 넣는 체코 한 노동자의 행위”라고 설명했다. 그는 “높은 도덕률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 안에 들어 있는 공감할 수 있는 마음들의 연결이 바로 도덕과 정치의 결합”이라고 덧붙였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명절 망치는 3대 주범 ‘비만·화병·관절염’ 해법은

    명절 망치는 3대 주범 ‘비만·화병·관절염’ 해법은

    민족의 명절 한가위가 코앞이다. 멀리 떠나 지내던 이들은 고향의 노부모를 만나 불효의 회한을 조금이나마 덜어내고, 이웃 사촌만 못하게 지냈을 진짜 사촌 등 일가 친척들과는 소원했던 정을 나누는 때다. 짧은 연휴지만 옛 동무들과 풀어야 할 회포도 있으니 이래저래 몸과 마음이 바쁠 때다. 명절 남짓이면 늘 하는 얘기지만 그렇기에 더욱 조심해야 할 것들이 있다. EBS1TV는 22일 오전 9시 40분, ‘부모-이슈N맘’에서 비만, 화병, 관절염 등 추석 명절을 망치는 3대 주범으로 꼽히는 문제들을 재확인하면서 그 해결 방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고기, 부침개, 송편 등 상 위에 즐비한 기름진 음식을 무심결에 계속 집어먹다가는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한다. 고기 산적 1인분은 무려 653㎉에 달한다. 송편 3~4개는 밥 한 공기 열량이다. 가정의학과 조애경 전문의는 다양한 음식이 있을 때 발생하는 ‘뷔페효과’를 명절 비만의 원인으로 꼽으며 살찌는 것을 예방할 수 있는 상차림과 식사법을 공개한다. 두 번째 주범은 명절에 더 급증하는 화병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조선미 교수는 “실제로 ‘화병’은 정신과 진단 편람에 기재돼 있는 질환”이라고 소개했다. 전통적으로 명절 화병은 여자들 몫이었다. 온갖 상차림과 시집 스트레스, 배려 없는 남편에게 시달려 온 결과다. 하지만 요즘은 달라진 사회 분위기로 인해 ‘남성 화병’도 늘고 있다. 남자들을 속앓이하게 하는 ‘명절 때 듣기 싫은 말’은 물론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한방요법’도 함께 소개한다. 마지막은 관절염이다. 평상시보다 많은 가사 노동은 관절에 무리를 주기 마련이다. 싱크대를 이용한 간단한 운동법과 함께 근육통을 없애는 방법으로 반신욕 또는 족욕을 권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1000만 영화는 17편... 1000억원 매출 영화는 단 4편

    1000만 영화는 17편... 1000억원 매출 영화는 단 4편

     ‘1000만 영화’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일종의 판타지와 같았다. 한국의 영화시장이 너무도 협소한 탓이었다. 국민 네다섯 명 중 한 명이 보는 영화가 존재한다는 게 가당치 않았다. 그래서 2003년 ‘실미도’가 한국영화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넘어섰을 때 영화인들은 제 일처럼 기뻐하며 놀라워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공식집계도 없던 그해 전체 관객 수는 6000만명 남짓인 것으로 추산됐다.  이듬해 ‘태극기 휘날리며’가 다시 1000만 영화 대열에 합류할 때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그런데 그 다음해 ‘왕의 남자’가 1000만 영화에 올라서자 생각이 조금씩 바뀌어 갔다. 연간 총영화관객이 1억 2335만명으로 폭발적 성장을 이룬 해였다. 이제 1000만 영화는 더이상 판타지의 영역이 아니게 됐다. 너도나도 앞다퉈 ‘대박의 상징’으로서 1000만 영화의 꿈을 키워 갔고, 실제 연례행사처럼 1000만 영화가 쏟아져 나왔다. 올해 역시 ‘암살’, ‘베테랑’ 두 편이 새로 1000만 영화 대열에 합류하며 모두 17편이 됐다.  하지만 영화는 산업이다. 관객 숫자보다 돈을 얼마나 벌었는지에 대한 관심이 차라리 솔직하다. 바야흐로 연간 관객 2억명 시대가 됐지만 ‘매출액 1000억원 클럽’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2009년 ‘아바타’가 3D관람 열풍을 몰고 오며 1248억 9707만원의 매출을 올려 1000억원 클럽의 첫 주인이 됐다. 관객 수는 1330만명이었다. 이후 몇 년 동안 잠잠하더니 지난해 ‘명량’, ‘국제시장’이 잇따라 1000억원 클럽에 가입했다. 각각 1761만명과 1426만명이라는 압도적인 관객 숫자로 이뤄낸 흥행 성적이었다.  지난 21일 ‘베테랑’도 1000억원 매출을 넘어섰다. 1278만명으로 역대 6위에 해당하지만, 매출액 규모로 흥행성적을 다시 매기면 4위로 껑충 올라선다. ‘암살’ 역시 1267만명으로 역대 7위 성적이지만, 매출액(982억원)으로 집계하면 5위가 된다. 반면 ‘도둑들’은 1298만 관객으로 역대 4위의 흥행성적이지만 매출액은 936억원에 그쳐 6위로 처지게 된다.  관객 숫자를 기준으로 흥행의 순위를 점검하는 것은 다분히 한국적 상황이다. 해외 영화시장은 모두 매출액으로 박스오피스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북미 영화시장을 보여주는 박스오피스 ‘모조’에는 관객 숫자는 아예 표기되지 않는다. 대신 올해 전체 박스오피스 1위 ‘쥬라기월드’(6억 4984만 달러), 2위 ‘어벤져스’(4억 5865만 달러) 등 매출액만 나온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20일 중국 퍄오팡(票房) 집계를 보면 당일 박스오피스 순위는 1위 ‘미니언즈’(4305만 위안·평균 티켓값 34위안), 4위 ‘암살’(797만 위안·평균 티켓값 31위안) 등과 같은 형식으로 표기하고 있다.  한국 영화시장에서는 오래전부터 세금 문제, 초대권 남발, 부율(제작자와 극장의 수익배분 비율) 등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히며 아무도 매출액을 얘기하지 않아 왔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는 ‘겨울여자’, ‘장군의 아들’의 매출 규모를 알 방법은 없다. 이러한 관행이 영화진흥위원회가 전산화 작업을 시작한 2004년 이후에도 남아 지금까지 유지돼 왔다는 것이 여러 영화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관객 숫자로 집계하는 박스오피스는 현재 초대권, 1+1 티켓, 무료단체관람 등 각종 이벤트로 부풀린 숫자놀음에 불과할 수도 있다”면서 “산업적 측면에선 매출액 기준으로 따져야 더 정확한 집계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인호 CJ엔터테인먼트 팀장은 “우리나라만 빼고 전 세계 모든 영화시장이 매출액 기준으로 영화의 흥행을 따지고 있다”면서도 “매출액 기준 박스오피스는 물가 상승에 따른 티켓값 인상 등이 반영돼 영화 개별 작품이 갖고 있는 파급력 등을 객관적으로 비교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반면 관객숫자 기준 박스오피스는 서로 다른 시기라도 객관적 비교가 가능하지 않은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혁신을 원한다면 게릴라처럼

    혁신을 원한다면 게릴라처럼

    꿀벌과 게릴라/게리 해멀 지음/이동현 옮김/세종서적/540쪽/1만 9500원 원시 공산제 이후 인류의 경제활동에서 근면과 성실은 빼놓을 수 없는 미덕이었다. 고대 노예제, 중세 봉건제, 근대 자본주의에 이르기까지 시간들은 생산력이 발전하고 높아지는 과정이었다. 그 유장한 시간 동안 생산력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은 노동과 노동력 그 자체였다. 사냥을 하고 논밭을 일구고 기계를 돌리는 과정에서 더 효율적인 생산 수단이 나오고, 그 탓에 노동이 배제되기도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일하는 사람들의 성실한 노동 없이는 유지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대망의 21세기다. ‘원정 마케팅’ ‘스트레치 전략’ 등 각종 비즈니스 개념을 고안하며 현대 경영 기법에 많은 변화를 일으킨 저자는 성실과 효율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하듯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묻는다. ‘당신은 시키는 일만 하는 꿀벌이 될 것인가, 창조하고 혁신하는 게릴라가 될 것인가’라고 말이다. 사례들은 다양하면서도 흥미진진하다. IBM의 하급 기술자 데이비드 그로스먼은 인터넷을 매개로 직원들을 규합해 IBM이 인터넷과 e비즈니스로 나아가자는 운동을 일으켰다. 일종의 하극상, 반란이었다. 하지만 IBM의 젊은 최고경영자(CEO) 루이스 거스트너는 징계 대신 그들의 운동에 동참했고 그 결과 누적 적자 150억 달러의 위기에 놓인 회사는 세계 최고의 e비즈니스 솔루션 업체로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었다. 또한 디지털 소니가 닌텐도를 능가하는 게임회사로 거듭난 데도 ‘게릴라의 혁명’이 있었다. 플레이스테이션의 창조자 구타라기 겐은 경쟁사 닌텐도에 핵심 부품을 만들어 주며 소니의 역량을 입증했다. 소니의 CEO는 겐을 비난하던 낡은 의식의 간부를 해고하고 그에게 디지털 소니의 미래를 맡겼다. 저자는 자신이 꿀벌이 될지, 게릴라가 될지 가늠할 수 있는 척도도 제시했다. ‘조직에 충성하기보다 상상력에 충성하는 사람’, ‘변화의 조짐은 아무리 작은 것도 놓치지 않는 사람’, ‘새로운 것이면 미친 듯이 파고들어 연구하는 사람’, ‘혁신의 플랜이 있다면 CEO라도 찾아가는 사람’, ‘원칙을 위해서라면 월권과 하극상도 감행하는 사람’, ‘자신의 어리석음을 숨기지 않는 사람’, ‘작지만 끊임없이 시도하고 평가하는 사람’ 등등….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게릴라다. 물론 이러한 것들의 실천 과정이 조직 안에서 순조로울 리는 없다. 각종 예상 가능한 불이익은 저자가 아닌 본인이 감내해야 할 몫이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한국, 유엔세계관광기구 집행이사국 4연속 연임

    한국, 유엔세계관광기구 집행이사국 4연속 연임

    한국이 유엔세계관광기구 집행이사국 4연속 연임에 성공했다. 세계관광 분야에서 한국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한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이후 한류 관광 회복의 청신호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7일 “16일(현지시간) 콜롬비아에서 열린 제21차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 총회 4차 본회의에서 우리나라가 집행이사국 연임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현재 유엔세계관광기구 집행이사국은 총 31개국으로 한국은 2004년부터 4년 임기의 집행이사국을 맡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와 함께 전세계 158개국 관광 분야 대표들이 참여한 유엔세계관광기구 총회에서 지속관광가능-빈곤퇴치를 다룰 ‘국제스텝 기구’ 설립 논의를 주도했고, 중국, 태국, 콜롬비아 등 관광부처 대표 및 세계여행관광협회 대표들을 만나 관광 협력 확대를 합의하는 등 풍성한 성과를 거뒀다”면서 “관광 한류 확산의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亞 최대 문화 콘텐츠 시장 ‘2015 광주 에이스 페어’

    아시아 최대 문화 콘텐츠 시장이 열린다. 40개 나라 문화 콘텐츠 관계자들이 몰려 서로 다른 문화 사이의 협력과 생산, 투자 촉진의 방법을 찾아 간다. 문화 콘텐츠 마켓 종합 전시회인 ‘2015 광주 에이스 페어’가 17일부터 나흘 동안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방송, 영상, 애니메이션, 캐릭터, 게임, 에듀테인먼트 등 40개국의 문화 콘텐츠 관련 기업 400개사와 해외 바이어 200여명이 참가하는 가운데 문화 콘텐츠 신기술을 공개하고 해외 수출, 투자 협력을 모색한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첨단 문화산업과 생활 속 융합 콘텐츠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기업을 비롯해 미국, 영국, 폴란드, 중국 등의 해외 업체들이 대거 참가해 문화 콘텐츠 시장 개척에 나선다. 또한 인도 애니메이션협회, 튀니지 문화기술협회, 폴란드 게임협회 등 각국 협회들의 공동관이 별도로 구성된다. 이 밖에 전국 청소년 방송콘텐츠 경연대회, 웹툰 만화 특별전, 유명 캐릭터 인형 퍼레이드, 캐릭터 종이 모형 제작 체험전, 보드게임 체험전, 전국 스피드스택스대회, 완구 로봇 체험전, 코스튬플레이(코스프레) 페스티벌 등이 동시에 열린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