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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나리오 작가에 수익지분 지급 의무화”… 제동 걸린 영화계 ‘불공정 관행’

    영화계의 ‘또 다른 음지’였던 시나리오 작가들의 권리 증진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계 관계자들이 ‘영화 시나리오 표준계약서’를 마련했다. 문체부는 20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영화가 흥행해 순이익이 발생할 경우 작가에게 수익 지분을 지급하도록 의무화하고 ▲시나리오의 영화화 권리를 제외한 출판과 드라마, 공연 등 2차 저작물 권리는 작가에게 귀속된다는 점을 명시하며 ▲제작사의 영화화 권리 보유 기간은 5년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영화 시나리오 표준계약서’를 발표했다. 또 기획 단계에서 시나리오 집필을 중단할 경우 집필 단계와 중단 주체에 따른 권리와 책임을 명확하게 규정해 작가에 대한 적정한 대가 지급 관행이 정착되도록 유도하는 내용도 담았다. 시나리오 표준계약서는 ‘영화화 이용 허락’, ‘영화화 양도’, ‘각본’, ‘각색’ 등 네 분야에 걸쳐 작가의 창작자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2년 영화진흥위에서 시나리오 표준계약서를 만들었지만, 시나리오 작가의 저작권에 관한 내용은 불명확하고 모호한 부분들이 많았던 데다 그마저도 실제 영화제작 현장에서 도입률이 12.5%에 머무는 등 현실적 영향력은 미미했다. 윤태용 문체부 콘텐츠산업실장은 “정부의 제작 지원을 받는 영화 및 정부가 출자해 조성한 영화 기획개발 투자조합과 콘텐츠 제작 초기 투자조합(펀드)에서 투자하는 경우 시나리오 표준계약서 사용을 의무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예술의전당 ‘문화가 있는 날’ 가장 잘 활용

    예술의전당 ‘문화가 있는 날’ 가장 잘 활용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을 가장 잘 활용하는 기관은 예술의전당으로 나타났다. 반면 도서관은 가장 소외돼 있는 분야로 조사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융성위원회는 19일 “문화가 있는 날과 관련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예술의전당, CGV, 경복궁, 국립현대미술관, 롯데시네마 순으로 언급이 많이 됐다”면서 “분야별 참여기관 및 프로그램으로 보면 공연장이 19%로 가장 많았고, 도서관이 6%로 가장 낮았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2012년 8월부터 2015년 7월까지 3년 동안 생성된 블로그, 트위터, 인터넷 커뮤니티 등 게시글 2673만여건의 빅데이터를 통해 ‘문화가 있는 날’ 관련해 온라인상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기업 및 문화시설과 누리꾼들의 관심 분야 등을 분석했다. 연관어 중 가장 빈번하게 언급된 단어는 ‘수요일’이었다. ‘무료’, ‘할인’ 등은 5, 6위를 차지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모델 이파니, 15년 연락 끊었던 엄마와 ‘힐링 여행’

    모델 이파니, 15년 연락 끊었던 엄마와 ‘힐링 여행’

    자식을 버린 어미의 속을 딸은 알 수 없다. 어미 역시 오랜 세월 딸 안에 응어리졌을 원망을 그저 짐작만 할 따름이다. 아무리 긴 시간이 흘러도 딱지 맺지 못한 그 상처를 아물게 하기란 쉽지 않을 일이다. 화려한 연예인의 삶을 사는 이파니(30)의 사연은 기구하기만 하다. 그가 어머니와 함께 필리핀으로 상처를 치유하는 여행을 떠난다. EBS 1TV는 20일 밤 10시 45분 ‘리얼극장’에서 모녀의 여행에 동행했다. 이파니는 19살에 제1회 한국플레이보이모델 선발대회에 참가해 1위를 차지하고 연예계에 데뷔했다. 그의 삶이 화려한 것은 아니었다. 6살 때 엄마는 떠났고, 아빠 역시 연이은 사업 실패로 자신을 돌보지 않았다. 집세가 밀려 집에서 쫓겨나야 했고, 등록금이 없어 고등학교를 중퇴해야 했다. 그때 신데렐라에게 마법이 드리워지듯 연예인이 됐고, TV에서 그 소식을 들은 엄마가 15년 만에 연락을 해왔다. 떨렸고, 기대됐다. 그런데 첫마디 말은 “연예인이 왜 이렇게 가난하게 살아?”였다. 충격이었다. 절연의 시간은 다시 이어졌다. 이파니의 엄마 주미애(51)씨의 삶 역시 순탄하지 않았다. 19살에 이파니를 가졌을 때 이미 어린 동생 4명을 돌봐야 하는 소녀 가장 신세였다. 그나마 경제력이 나았던 남편에게 딸을 보냈다. 얼마 뒤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는 소식까지 듣고 일말의 걱정도 접었다. 연예인까지 됐다니 잘 큰 딸을 보고 싶은 열망은 더욱 컸다. 그런데 기대만큼 풍요롭지 못하니 그만 첫마디가 잘못 튀어나오고 말았다. 둘은 3년 만에 다시 만나 여행을 떠났다. 여전히 어색하고 불편하다. 일주일의 짧은 여행은 과연 둘을 서로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는 관계로 만들 수 있을까.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데스크 시각] 역사의 삶을 사는 개인/박록삼 문화부 차장

    [데스크 시각] 역사의 삶을 사는 개인/박록삼 문화부 차장

    박종홍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오랜 시간 한국 철학계의 거두였다. 헤겔을 비롯한 서양철학, 주희 등 동양철학에 이르기까지 철학을 공부하고자 한다면 그를 넘어서기 위해 발버둥쳐야 했다. 그는 1968년 박정희 대통령의 명을 받아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로 시작하는 ‘국민교육헌장’의 초안을 만들며 대철학자가 아닌, 군사독재 정권의 이데올로그로 전락했다. 근대화는 개인의 가치를 부정하고, 국가와 민족의 절대성을 강조하며 이뤄졌다. ‘국민교육헌장’만으로 목적이 충족되지 않자 박정희 대통령은 1973년 교과서 국정화를 전격적으로 시행했다. 국가의 이름으로 역사를 지배하는 시공간에서 개인의 존엄 따위는 숨 쉴 틈이 없었다. 숱한 희생과 절박한 외침이 켜켜이 쌓여 갔고, 전체주의와 공동체문화 등 상대적 대척점의 가치를 뚫고 개인은 어렵게 복원됐다. 여전히 긍정과 부정의 두 얼굴을 띤 채다. 42년의 시간이 흐른 2015년 가을 개인은 다시 한번 도전에 직면한다. 이제 개인은 건강한 공동체, 그리고 역사와 어떻게 조응할 수 있는지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2017년 3월 국정 역사 교과서를 배포하겠다고 선언했다. 혜안의 결과물일 수 있다. 그의 아버지가 그랬듯 말이다. 실제 국정 역사 교과서가 공포를 심어 주건, 냉소를 심어 주건 골치 아프게 만드는 것들을 당장 눈앞에서 치워 버리는 것만으로 국민들 불쾌지수를 낮추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국정 역사 교과서에 대한 설문에서 근소하게나마 찬성 응답이 더 높게 나오기도 했다. 반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을 보면 ‘역사 교과서 대못 박기’라거나 ‘빗나간 효심의 결정판’, 혹은 ‘보수층 총집결을 위한 선거용 포석’이니 하는 여러 해석이 분분하다. 정부는 주체사상 교육, 좌편향 등 여러 근거를 갖다 대려 하지만 번번이 견강부회의 자충수가 되고 있다. 명백한 퇴행이다. 퇴행의 시작은 멀리 있지 않았다. 2008년 즈음 여느 술자리에서도 상대방이 누구건, 어느 쪽에서도 욕먹지 않는 방법은 노무현 전 대통령, 혹은 통합진보당을 비판하고 조롱하는 것이었다. ‘노무현 반대, 통진당 반대’의 이름으로 술자리는 화기애애해졌고 맞장구 소리는 커져만 갔다. 좀 더 멀리 보면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방사물폐기장 등을 둘러싸고 SNS 공간 속 개인은 재치있는 표현으로 정치적 올바름을 과시했다. 대신 실제 삶 속에서는 ‘좋은 게 좋은 것’ 식으로 온화하게 인간관계를 맺는 쪽으로 흘러갔다. 결과는 엄혹했다. 그사이 전직 대통령은 죽었고, 한 정당은 법적으로 사망했고, 구럼비 바위는 산산조각 났고, 핵에너지 의존은 여전한 상태다. 개인이 SNS 공간에서 그랬던 것처럼 국가는 실제 삶 속에서 법과 제도로 개인들을 조롱했다. 냉소와 회의를 안겨 줬고, 역사의 퇴행을 겪도록 했다. 진정성을 드러내는 일은 꼭 개인의 희생으로만 가능한 건 아니다. 개인의 이해관계가 사회의 이해관계와 늘 상반되는 것도 아니다. 지난 주말 만난 중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친구가 “내 아이는 대입전형 3년 예고제 때문에 2019년 고 3때까지 미우나 고우나 국정 교과서로 역사를 배워야 해. 그래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그냥 놔둘 수는 없지”라며 술잔을 털었다. 다행인 점은 자유로운 개인의 주체적 의지를 드러낼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멀지 않다는 점이다.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은 개인이 공동체와 역사와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youngtan@seoul.co.kr
  • ‘문화가있는날’ 가장 잘 활용하는 기관은 예술의전당

     매달 마지막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을 가장 잘 활용하는 기관은 예술의 전당으로 나타났다. 반면 도서관은 가장 소외돼 있는 분야로 조사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융성위원회는 19일 “문화가 있는 날과 관련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예술의 전당, CGV, 경복궁, 국립현대미술관, 롯데시네마 순으로 언급이 많이 됐다”면서 “분야별 참여기관 및 프로그램으로 보면 공연장이 19%로 가장 많았고, 도서관이 6%로 가장 낮았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2012년 8월부터 2015년 7월까지 3년 동안 생성된 블로그, 트위터, 인터넷 커뮤니티 등 게시글 2673만여건의 빅데이터를 통해 ‘문화가 있는 날’ 관련해 온라인상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기업 및 문화시설과 누리꾼들의 관심 분야 등을 분석했다. 연관어 중 가장 빈번하게 언급된 단어는 ‘수요일’이었다. ‘무료’, ‘할인’ 등은 5, 6위를 차지했다.  한편 지난해 1월 ‘문화가 있는 날’ 시행 이후 1년간 문화시설에 대한 총언급량은 420만건으로 2013년(352만건)에 비해 19% 증가하였다. 시설별로는 영화관 49%, 박물관 29%, 문화재 14%, 공연장 13%, 도서관 8%, 미술관 7% 등 모든 문화시설에서 언급량이 증가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추세를 감안하면 연말에도 문화시설에 대한 총언급량이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할 전망”이라면서 “참여프로그램을 더욱 체계적으로 홍보할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glamour = 쭉쭉 빵빵? 아니죠!

    glamour = 쭉쭉 빵빵? 아니죠!

    글래머의 힘/버지니아 포스트렐 지음/이순희 옮김/열린책들/480쪽/2만 5000원글래머: 육체가 풍만하여 성적인 매력이 있는 여성.(표준국어대사전)glamour:①~을 매혹하다 ②황홀한 매력 ③사람을 반하게 하는 아름다움.(다음 영어사전) 글래머. 인터넷 검색창에 치면 뜻풀이나 단어의 쓰임보다는 각종 사진들이 가장 먼저 우르르 뜬다. 익히 예상할 수 있는, 여성의 몸이 가진 매력을 과감히 드러내는 사진들이다. 잘 알고 있는 연예인부터 일반인까지 가리지 않는다.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다 괜스레 겸연쩍어하며 뒤편을 두리번거리곤 한다.그렇기에 책은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하지만 표지 사진을 보면 딱히 우리의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한다. 오히려 배신에 가깝다. 가냘픈 몸매의 흑백사진 속 인물은 기존 ‘글래머’의 성적 개념과는 거리가 멀다. 소박한 운동화, 치마를 입은 채 단발머리를 묶고 야트막한 담벼락에 걸터앉아 먼 곳을 응시하고 있다. 얼굴도 보이지 않는다. 그가 바라보는 곳 역시 꽃과 숲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자연 풍광이 아니다. 그저 평범한 야산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 사진이야말로 ‘글래머’를 내뿜는다고 말한다. ‘명성과 자극을 좇는 인생이 아니라 이 사진이 상징하는 고즈넉하고 아늑한 인생을 살고 싶다는 갈망에 사로잡힌다’고 표현한다. 그나마 적이 안심이 된다. 외래어로서 한국어화한 ‘글래머’처럼 젊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개념까지는 아니지만 서구사회에서도 역시 흔히들 ‘글래머’는 성적 매력은 물론 패션, 자동차, 성공 등 화려한 삶, 물질적 풍요로움이 넘치는 삶 등 세속적 가치에 끌리는 모습을 상징하고 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글래머가 갖고 있는 포괄적이면서도 강력한 힘에 주목한다. 그 힘의 원천은 상상력의 자극이고 관계를 맺어 가는 방법에 대한 설득력의 힘이다. 글래머의 개념과 인식을 재정립하며 수사학이자 문화심리학의 한 영역으로 글래머의 위치를 끌어올린다.예컨대 부모로서 딸아이를 키워 본 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애써 가르치거나 자극을 주지 않았지만 어린 여자아이들은 거의 ‘본능적으로’ 공주에 열광한다. 2011년 디즈니는 ‘꿈꾸던 옷을 입으세요’라는 문구를 앞세워 인형, 옷, 가방, 구두 등 공주 관련 상품으로 3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1920년대 대중 소비재 판매 업체들 역시 비누, 화장품 등의 제품에 유럽의 귀족적 공주 이미지를 덧씌워 글래머를 주입했다. 그 정점은 평범한 삶에서 공주로 신분 상승하며 공주 글래머를 충족시킨 다이애나 황태자비의 결혼식이었다.또한 이런 사례도 든다. 책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글래머는 있지만 카리스마는 없는’ 지도자다. 자신의 열망을 투사하게 만드는 글래머는 판매를 촉진하기에 선거 때 필요하지만 주체의 결단을 공유하고 그의 애정을 사기 위해 노력하게 만드는 카리스마는 지도력을 강화한다. 변화에 대한 열망으로 당선됐지만 총기 규제, 오바마케어(건강보험 확대) 등 핵심적인 개혁 정책마다 좌초를 겪어야 했던 오바마 대통령의 처지를 단적으로 웅변해 준다. 이렇듯 사랑, 부, 미모, 성적 매력, 찬사, 우정, 명성, 자유, 지성, 개혁 등 어떤 것을 욕망하느냐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나 글래머는 모든 곳에 존재한다. 저자는 ‘글래머의 신기루는 현실에 존재하는 욕망을 인정하고 그것을 부각시켜 더 나은 삶을 향해 전진하게 하는 소중한 자극이 될 수 있다’면서 ‘글래머는 비언어적 수사학이며 거짓인 줄 뻔히 알면서도 진실이라고 느끼는 환각’이라고 말하고 있다. 욕망의 결핍을 끊임없이 확인하는 것은 불행과 고통스러움 그 자체다. 하지만 글래머를 통해 자기 욕망의 실체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만 있다면 그것은 자신을 발견하는 또 다른 기회가 된다는 얘기다.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10대를 위한 눈높이 고전

    10대를 위한 눈높이 고전

    고전이라고 하면 머리가 지끈거리며 일단 고개부터 젓고 본다. 지금 상황과는 전혀 관계없어 뵈는 옛사람들의 이야기이니 고리타분할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테고, 한자로 돼 있는 것을 번역했다손 치더라도 딱딱하기 그지없으니 여전히 ‘하얀 것은 종이요, 까만 것은 글자’인 식이다. 그나마 고전을 접하는 건 오로지 시험을 위한 준비일 뿐이다. 사정이 이러니 애꿎게 중고생들 탓만 할 수도 없다. 한국고전번역원은 이를 ‘어여삐 여겨’ 중고생의 눈높이에 맞는 고전 4권을 내놨다. ‘이충무공전서 이야기’는 이충무공전서를 둘러싼 책과 당대 삶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다. 익히 알고 있는 이순신 장군의 영웅적 면모뿐 아니라 영화 ‘사도’ 속 비극의 주인공 사도세자의 아들인 정조의 명으로 이충무공전서가 만들어지던 시기, 18세기 말 조선 사회의 모습이 빼곡히 담겨 있다. ‘척독, 마음을 담은 종이 한 장’은 요즘으로 치면 엽서 또는 장문 문자메시지 정도에 해당되는 척독(尺牘) 속 옛사람들이 주고받은 우정이 풍기는 멋을 짐작하게 한다. 익히 이름을 들어 본 허균, 박지원, 정약용, 이덕무 등 멋쟁이 실학파들의 짧고 정갈한 글이 들어 있다.‘최고의 소리를 찾아서’는 교과서 속 한 줄 암기 대상이었던 성현의 ‘악학궤범’, 혹은 안정복의 ‘동사강목’을 각각 소설 형식으로 풀어내거나 선생님의 친절한 강의체로 담아냈다. 성현이 ‘악학궤범’을 만들기 위해 악보, 악기, 악공, 악기장, 무동 등을 만나 보고 들은 얘기를 재미있게 풀어낸 소설은 유쾌하기까지 하다.또한 ‘조선역사학의 저력’은 우리 삶과 역사 속 고전의 관계성을 차분히 설명하며 지루한 것으로 여겨지는 고전에 ‘지금, 여기’에서 느낄 수 있는 생명력을 불어넣는다.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판화로 담아낸 원불교 가르침

    판화로 담아낸 원불교 가르침

    독일에 케테 콜비츠(1867~1945)가 있다면 한국에는 이철수(61)가 있다. 그는 오윤 등과 함께 1980~90년대 민중의 삶과 시대의 아픔을 판화 형식으로 담아낸 민중미술가였다. 그가 원불교 ‘대종경’의 가르침을 203점의 판화에 담아 풀어냈다. 연작 판화집 ‘네가 그 봄꽃 소식 해라’(문학동네 펴냄)는 여러 물음과 제언으로 이뤄져 있다. 대종경은 소태산 대종사가 행한 법문과 일상 속 가르침을 모아 놓은 책으로, ‘정전’과 함께 원불교의 중요한 경전으로 읽히고 있다. 이철수는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대종경을 꼭꼭 곱씹어 가며 읽은 뒤 그만의 해석을 더했다. 예컨대 ‘승려는 불상의 제자가 되어 가지고…부처님의 무상대도는 세상에 알려지지 못하고’(93쪽)라는 소태산 대종사의 말에 ‘백년하청입니다! 일원(원불교의 상징) 상의 제자는 어쩌시겠습니까’라고 덧붙여 놓았다. 원불교의 경전 속에 들어가서도 원불교에 얽매이지 않는 모습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이철수는 1990년대 후반부터 상대방에 대한 거친 분노를 앞세우기보다는 집단 속 개인의 성찰과 공동체의 보편적 가치, 과제 중심으로 작품 세계를 변모시켜 왔다. 불교 혹은 원불교도가 아니면서도 선(禪)과 명상이라는 불교적 세계관과 맞닿는 대목이다. 그의 작품 하나하나마다 오래 눈길이 머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판화 속에 새겨진 화두와 거기에 보태진 그의 해석은 모두 영어로 번역됐다. 전국 순회 전시회도 갖는다. 오는 21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을 시작으로 내년 1월까지 대구, 광주, 익산, 부산, 대전 등 6개 도시에서 열린다. 작가와의 대화, 판화 체험 등의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판화로 담아낸 원불교 가르침

    판화로 담아낸 원불교 가르침

    독일에 케테 콜비츠(1867~1945)가 있다면 한국에는 이철수(61)가 있다. 그는 오윤 등과 함께 1980~1990년대 민중의 삶과 시대의 아픔을 판화 형식으로 담아낸 민중미술가였다. 그가 원불교 ‘대종경’의 가르침을 203점의 판화에 담아 풀어냈다. 연작 판화집 ‘네가 그 봄꽃 소식 해라’(문학동네 펴냄)는 여러 물음과 제언으로 이뤄져 있다. 대종경은 소태산 대종사가 행한 법문과 일상 속 가르침을 모아 놓은 책으로, ‘정전’과 함께 원불교의 중요한 경전으로 읽히고 있다. 이철수는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대종경을 꼭꼭 곱씹어 가며 읽은 뒤 그만의 해석을 더했다. 예컨대 ‘승려는 불상의 제자가 되어 가지고…부처님의 무상대도는 세상에 알려지지 못하고’(93쪽)라는 소태산 대종사의 말에 ‘백년하청입니다! 일원(원불교의 상징) 상의 제자는 어쩌시겠습니까’라고 덧붙여 놓았다. 원불교의 경전 속에 들어가서도 원불교에 얽매이지 않는 모습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이철수는 1990년대 후반부터 상대방에 대한 거친 분노를 앞세우기보다는 집단 속 개인의 성찰과 공동체의 보편적 가치, 과제 중심으로 작품 세계를 변모시켜 왔다. 불교 혹은 원불교도가 아니면서도 선(禪)과 명상이라는 불교적 세계관과 맞닿는 대목이다. 그의 작품 하나하나마다 오래 눈길이 머물 수밖에 없는 이유기도 하다. 판화 속에 새겨진 화두와 거기에 보태진 그의 해석은 모두 영어로 번역됐다. 그의 단아하면서도 고졸한 느낌이 나는 판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지만 언어도 장애물이 될 수 없도록 한 세심함의 결과물이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동네 서점서 15% 할인… ‘문화융성카드’ 12월 출시

    동네 서점에서 책을 살 때 15%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문화융성카드’가 나온다. 도서정가제에 이어 지역 중소 서점을 활성화하는 방안으로 마련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김종덕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서점조합연합회, BC카드, 교보문고와 함께 ‘문화융성카드’ 출시 업무협약식을 가졌다. 문화융성카드는 지역 서점 활성화 및 국민 독서 증진을 통한 문화 융성을 위해 오는 12월 초 출시되는 카드로, 가입비와 연회비 부담이 없는 체크카드다. 대형 온라인 서점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카드 할인을 동네 서점에서도 시행하는 것이다. 매달 최소 30만원 사용 실적이 있는 경우 전국 1600여개 서점 어디에서든 1회 3000원 한도 내에서 월 2회까지 15% 할인된 가격으로 책을 살 수 있다. 현재 도서정가제에서 허용하는 10% 직접 가격 할인, 5% 마일리지 적립 등과 수혜 폭을 맞춘 셈이다. 중소 서점에서는 카드사가 15% 할인을 모두 부담하며 교보문고,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 등 3곳의 대형 서점에서는 카드사와 서점이 7.5%씩 할인액을 나눠 부담하게 된다. 온라인 서점은 지역 중소 서점 활성화 취지에 맞게 제휴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 밖에 야구·축구·배구·농구 등 4대 프로 종목 관람권 할인, 국공립 극단의 공연 할인, 영화 할인 등도 받을 수 있다. 윤태용 문체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은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 맞춰 서점 가기 운동 등을 펼치는 한편 BC카드 측과 함께 매년 카드 결제 금액의 1%를 ‘문화융성기금’으로 적립해 문화창작기금 등에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美 독립전쟁 후 폐허가 된 고향으로 돌아온 한 남자

    美 독립전쟁 후 폐허가 된 고향으로 돌아온 한 남자

    ‘미드, 일드는 잊어라. 이제는 영드다!’ 꽤 오랜 시간 동안 미국드라마, 일본드라마가 외화 드라마 시장의 주류였다. ‘닥터후’ 시리즈 정도가 영국드라마의 명맥을 겨우 이어가던 정도였을 뿐 영국은 제대로 명함을 내밀기 어려울 정도로 미드, 일드는 탄탄한 마니아층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며 ‘셜록’, ‘허슬’, ‘다운튼 애비’ 등 인기 영드도 안방 마니아를 차곡차곡 쌓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14일 새벽 또 다른 영드 폭풍이 몰려온다. EBS1 ‘세계명작극장’은 14일 오전 1시 영국드라마 ‘폴닥(Poldark)’ 첫 방송을 시작한다. 윈스턴 그레이엄의 소설이 원작인 ‘폴닥’은 BBC에서 이미 1975년 드라마로 제작했고, 올해 새로운 버전으로 리메이크됐다. 8부작 드라마는 회당 800만명 이상이 시청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현재 시즌2 제작이 확정된 상태다. 드라마는 18세기 후반 미국 독립전쟁 참전 후 폐허가 된 고향으로 돌아온 주인공 로스 폴닥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의 가족과 친구들은 전쟁 중 그가 죽었다고 생각했고, 약혼녀는 그의 사촌과 약혼을 했다. 심지어 그의 아버지는 죽었고 상속받기로 했던 유산마저 남아 있지 않은 상태다. 18세기 후반 영국 콘월을 배경으로 한 가족드라마면서 빈부 계층 간 갈등 및 계급 간 투쟁을 담은 사회드라마이기도 하다. 당시는 화폐 가치가 붕괴되면서 어부는 더이상 고기를 낚지 않고, 광산은 폐업하던 때이다. 로스 폴닥은 폐허가 된 땅을 다시 살려내야 하고, 그에게 의지하는 소작인들을 돌봐야만 한다. 본방 후 홈페이지(www.ebs.co.kr )에서 1주일간 무료 다시보기 서비스가 제공된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한글날 공휴일 재지정 애쓴 故 김혜선씨 뜻 같이하자”

    “한글날 공휴일 재지정 애쓴 故 김혜선씨 뜻 같이하자”

    황교안 국무총리는 9일 한글날을 맞아 “한글이 없으면 우리 겨레도 없다”고 말했다. 황 총리는 이날 세종문화화관에서 열린 한글날 경축식에서 “한글은 우리 겨레를 하나로 묶어주고 문화민족으로 우뚝 서게 해준 우리 모두의 자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지난해 개관한 한글박물관에 이어 세계문자박물관 건립을 추진하는 등 한글의 가치를 알리는 데 많은 힘을 쏟고 있다”며 “현재 54개국 138개소에서 한글과 한국문화를 알리고 있는 세종학당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황 총리는 경축식을 마친 뒤 한글 발전 공로로 훈·포장과 표창을 받은 유공자 10명과 간담회를 갖고 이들을 격려했다. 이 자리에서 황 총리는 “문화체육관광부 김혜선 과장이 한글날을 공휴일로 재지정하는 데 애를 썼는데 얼마 전 작고해 안타깝다”면서 “여성 과장이 열정적으로 일한 소중한 뜻을 같이하자”고 당부했다. 이에 동석한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직원들이 다음주에 고인의 부모님을 모시고 추모식을 가지려 한다”고 전했다. 지난 9월 4일 암투병 끝에 4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고인은 2012년 국어정책과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한글날 재지정, 국립한글박물관 개관 등에 헌신적으로 열정을 쏟아 문체부 내부에서는 물론 한글학계, 시민사회단체 등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유방암 치료를 위해 지난해 10월 휴직하면서도 그 소식을 전혀 알리지 않은 채 외로이 투병생활을 이어갔다. 문체부 직원들은 오는 1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고인의 추모식을 갖는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김종덕 문체부 장관을 비롯해 여러 부처 직원들의 성금을 모아 제작한 추모동판을 청사 한편에 세우고, 유가족에게 감사패를 전달할 예정이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고전 텍스트 그대로… 감동과 울림 그대로

    고전 텍스트 그대로… 감동과 울림 그대로

    세기말과 새 세기를 건너오던 10년 남짓 전부터 한국사회에 인문학 열풍은 뜨거웠다. 대학과 연구자들의 인문학은 설 자리를 찾지 못한 채 고사 직전에 이르렀건만 대중의 인문학만큼은 최전성기를 맞았다. 곳곳에서 인문학 강좌가 열리고, 각종 인문학 관련 책들이 쏟아졌다.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한계도 함께 드러냈다. 삶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은 인문학이 주는 통찰과 사유에서 비롯되는 지혜를 필요로 했다. 그러나 무한경쟁에 내몰린 현대인들은 그 속으로 깊이 들어가지 못했고 풍성해지지 못했다. 책들은 그 요구에 영합해 지적 욕망을 채우는 입문서에 그치거나 인문학조차 자기계발서의 자장 안으로 끌어들이기 일쑤였다. 민음사가 내놓은 새로운 인문학 시리즈 ‘민음생각’은 인문학 고전을 직접 읽을 것을 주문한다. 입문서나, 발췌한 편역자의 해석이 아닌 백년, 천년의 역사를 뚫고 살아남은 텍스트의 원형을 대면함으로써 그 감동과 울림을 직접 경험할 것을 요구하며 4종을 먼저 내놓았다. 정치가이자 사상가로서 로마 마지막 공화정을 이끌었던 키케로의 연설을 모은 ‘설득의 정치’와 함께 페리클레스, 리시아스, 데모스테네스 등 그리스 민주주의를 위해 시민들에게 자신의 사상을 역설한 내용을 모은 ‘그리스의 위대한 연설’이 시리즈의 첫 문을 열었다. 각자의 입장과 논리를 정연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밝히는 연설과 토론, 거기에 기초한 타협이 정치의 필수 요소임을 2000년 전 민주주의와 수사학의 출발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볼테르의 ‘불온한 철학사전’은 제목처럼 마치 실제 사전인 듯 간통으로부터 시작해 식인종, 돈, 무신론, 입맞춤, 도서관, 신, 광기, 지옥, 흡혈귀, 진리, 미덕까지 90개의 단어를 골라 개념 및 쓰임을 자세히 설명한다. 종교박해의 상징으로 분류되며 프랑스, 스위스 등에서 금서로 지목돼 불태워지기까지 했다. 계몽주의자 볼테르가 보여주는 지적 사유의 유쾌함이자 인권 문제와 종교자유에 대한 통렬하고도 신랄한 비판이기도 하다. 1939년 하버드대 음대생 필독서이자 스트라빈스키의 시학 강의 교재였던 ‘음악의 시학’은 인문학이 더이상 ‘문사철’(文史哲)만이 아니라 예술까지 포함한 ‘문예철’(文藝哲)이 되어야 함을 보여주기 위해 민음사가 내놓는 일종의 선언이다. 20세기 음악의 거장 스트라빈스키가 클래식 음악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게 된 힘이었던 독창적이면서도 ‘창조적인 상상’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 모차르트, 브람스, 차이콥스키 등 대가들의 음악세계를 유려하게 짚어 본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스타뷰] “1000만 대박보다 300만 중박이 좋다”

    [스타뷰] “1000만 대박보다 300만 중박이 좋다”

    멀끔하게 잘생긴 스무 살 젊은이는 1994년 대학에 갓 입학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 앞에 나서서 말하는 것도, 노래 부르는 것도 부끄러워했다. 그저 왠지 선배들이 술을 잘 사줄 것만 같아서 연극 동아리에 들어갔다. 연기부도 아닌 그냥 스태프의 하나였다. 그러다 갑자기 사정이 생긴 선배의 빈자리를 채우느라 급히 무대에 올랐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속 목에 줄을 묶인 채 개처럼 끌려다니는 노예 ‘럭키’ 역할. 변변한 대사도 없는 단역이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무대 위 눈부신 조명 앞에 선 그는 한 번도 가져보지 못했던 짜릿한 희열을 느꼈다. 이듬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입학했고, 드디어 배우의 운명이 두텁게 덧입혀졌다. 2015년 현재 뮤지컬, 영화, 드라마의 경계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이선균(40)의 배우로서 삶은 그렇게 시작했다. 지난 5일 서울 삼청동 한 찻집에서 그를 만났다. 영화 ‘성난 변호사’의 주연배우로서 개봉(8일)을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혼자서 좌충우돌하며 영화의 서사와 등장인물의 관계를 끌고 가야 하는, 명실상부한 ‘원톱 주연 영화’다. 큰 걱정과 기대를 함께 품을 만한 상황이다. 그런데 그가 내뱉은 첫 반응은 의외로 덤덤하다. “허종호 감독이 ‘이 영화는 너랑 나랑 절반씩 책임져야 한다’고 말하더라고요. 1000만 영화는 결코 바라지 않습니다. 그냥 200만~300만 드는 중박 영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허 감독은 한예종 동문 친구다. 허 감독은 그를 재승박덕의 까칠한 변호사 ‘변호성’역으로 일찌감치 정해놓았다. 그리고 영화 기획 단계에서부터 함께했다. 주연일 뿐 아니라 스릴러와 코미디 사이를 오가는 영화 시나리오의 수정 작업, 다른 배우 캐스팅 과정에도 함께했으니 책임져야 할 몫은 단순한 주연배우 이상이었다. 하지만 그는 “주연배우로서 갖는 부담감은 ‘끝까지 간다’에서 충분히 느꼈다. 그때 영화를 대하는 태도와 마인드가 모두 바뀌었다”고 잘라 말했다. 책임감에 대한 강조였다. 놀라운 점은 그 책임감의 영역이 단순히 개인적인 부분이나 자신이 참여한 영화의 성패를 뛰어넘어 한국영화산업 전반으로 확장된 것이다. 그가 이번 영화가 중박 영화가 되기를 바란다고 한 말은 짐짓 겸손을 부리는 것과는 달랐다. “지난해 ‘끝까지 간다’가 이런저런 상도 많이 받았지만 그것과는 다른 이유로 참 괜찮은 영화였다고 평가해요. 1000만 영화의 틈바구니에서 극장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소리 없이 사라지는 영화들이 많은데, 350만 관객이 드는 상업영화가 존재한다는 것은 영화판에서 새로운 영화를 기획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기 때문이죠.” 그는 “요즘 제작비 수십억원은 기본이고, 어지간하면 100억원 넘는 영화도 많은데 그렇게 1000만 영화가 되는 것보다 설령 많지 않은 제작비를 들였더라도 다양한 소재로 재미있게 만든 영화가 200만, 300만 영화가 돼서 든든한 허리 역할을 해주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말했다. 국내영화산업의 지속가능성 및 건강한 영화 생태계 확보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그는 “사실 최근 영화판을 보면 다양한 아이디어를 담은 영화가 거의 없고, 남성영화, 오락영화, 장르영화 중심으로 영화 기획의 편중 현상이 심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다닐 때만 해도 한예종은 재학 중 상업적 외부 활동이 금지돼 있었다. 단편영화와 연극무대에 오른 뒤 졸업하고 27살 때 처음 뮤지컬을 통해 데뷔했다. 뮤지컬, 영화, 드라마 등에서 주연 혹은 준주연급으로 활동을 이어 오던 이선균은 2010년 TV 드라마 ‘파스타’에서 ‘버럭 셰프 최현욱’으로 나타나 뭇 여심을 뒤흔들었다. 요즘 유행하는 말을 빌면 ‘츤데레’(겉으로는 퉁명스럽지만 속으로는 자상한 남자)의 원조격이다. 최고 시청률 21.2%를 기록한 초절정 인기 드라마였고, 그의 낮지만 부드러운 목소리에 많은 이들이 설레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그러고 나서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 ‘끝까지 간다’, 그리고 이번 ‘성난 변호사’까지 일관된 이미지를 구축했다. 바로 뻔질대거나, 까칠한 30대 남자 이미지다. 그의 실제 모습과 헷갈려하는 경우조차 있다. 그는 “‘끝까지 간다’ 이후 한동안 형사물만 계속 들어왔는데, 사실 한 번 이미지가 굳어지면 비슷한 시나리오의 비슷한 역할이 계속 들어온다”면서 “배우로서 선택할 수 있는 폭 안에서 고를 뿐”이라고 말했다. 맞다. ‘버럭 배우’ 이미지는 그가 갖고 싶다고 계속 유지하고, 버리고 싶다고 쉬 버려지는 것은 아니었다. 연기의 폭과 깊이를 고려하기에는 그 역시 생활인으로서 한계를 갖고 있음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는 이들은 안다. 그가 가진 연기의 깊이가 어떤 것인지 말이다. 이선균은 2009년 영화 ‘파주’에서 감정을 따라 느릿한 속도로 펼쳐내야 하는, 처제와 금기의 감정에 빠져드는 남자의 삶을 연기했다. 지금 까불대며 몸을 쓰는 배우 이선균의 이미지로는 쉬 떠올리기조차 어렵다. 고작 13만 명의 관객만 영화를 봤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파주’요? 좋은 영화죠. 근데 워낙 사람들이 안 본 작품이라서…. 사실 배우라는 위치를 떠나 첫손가락에 꼽는 영화는 ‘살인의 추억’이에요. 이야기도 다 알고, 결론도 다 알고 있지만 몇 번을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재미있어요. 무려 10년도 더 된 영화인데….” 그는 “‘영웅본색’, ‘시네마천국’처럼 어렸을 때 봤던 영화의 여운이 오래 남는 것 같다”면서 “비디오가게에서 빌린 뒤 돈이 아까워서 몇 번씩 봤던 영화들의 음악, 키스 장면 등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내 “아내가 이런 촌스러운 얘기는 하지 말랬는데, 하하하”라고 덧붙였다. 이선균의 아내도 배우다. 영화 ‘사도’에서 사도세자의 생모인 영빈 역할을 맡은 전혜진(39)이다. 방송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서도 서로 간간이 상대방의 이름을 언급해왔다. 그는 “최근에 영화 보면서 그렇게 울었던 적이 없었다”고 ‘팔불출 모드’로 들어간다. 그렇다면 같은 작품에서 함께 영화에 출연하고 싶은 마음은 없을까. “사람들이 실제 부부가 같이 나와서 연기하는 걸 얼마나 좋아하시겠어요? 예전에 연극은 같이해봤는데, 영화까지 같이할 생각은 없습니다.” 정색하며 손사래를 치던 그는 “전혜진이 연기를 아주 잘한다. 내가 자격지심을 느낄 정도”라면서 다시 ‘팔불출 모드’로 들어섰다. ‘버럭’, ‘츤데레’, ‘팔불출’ 등 다양한 수식어를 이름 앞에 붙여 놓고 있는 그는 누아르 장르 영화(‘소중한 여인’)와 코미디 퓨전 사극(‘임금님의 사건수첩’)에 잇따라 캐스팅돼 촬영을 앞두고 있다. “한때 연출을 꿈꾸고 시나리오도 써 봤지만 지금은 배우로서 다양한 역할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그의 말처럼 광폭 연기 행보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정신 차려, 국어사전

    정신 차려, 국어사전

    미친 국어사전/박일환 지음/뿌리와이파리/264쪽/1만 2000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최종규 지음/철수와영희/284쪽/1만 4000원 ‘십자화과의 두해살이풀. 길이가 30~50㎝이며, 잎이 여러 겹으로 포개져 자라는데 가장자리가 물결 모양으로 속은 누런 흰색이고 겉은 녹색이다. 봄에 십자가 모양의 노란 꽃이 총상(總狀) 화서로 핀다. 잎·줄기·뿌리를 모두 식용하며, 비타민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한국, 중국,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백채「1」·숭채.’ 국립국어원이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이 단어’의 뜻을 풀어놓은 것이다. 한 번 맞혀 보시라 569돌 한글날 즈음해서 설문조사를 해보니 응답자의 64.2%가 국보 1호를 숭례문에서 한글로 바꿔야 한다고 답했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이미 국보 70호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국민 열 명 중 여섯 명이 넘는 사람이 국보의 상징과도 같은 제1호의 자리에 한글을 갖다 놓고 싶어 할 정도로 한글의 가치를 소중히 여김을 알 수 있는 결과다. 말글 생활은 이렇게 중요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일본식 말투, 넘쳐나는 외래어, 국적을 알 수 없는 한글파괴의 유행 등이다. 이맘때면 연례적으로 언론 등에서 이러한 세태를 비판하는 글이 넘쳐나곤 한다. 시인이면서 중학교 국어 교사인 박일환은 한 걸음 나아가 국가기관이 만드는 국어사전의 문제를 적나라하고 꼼꼼하게 제기했다. 모국어의 심장이자 보물창고로 여겨지는 인식이 무색해질 정도로 국어사전의 문제점은 넘쳐났다. 또한 이오덕(1925~2003)의 뒤를 이어 20년이 넘게 우리말 지킴이 역할을 하는 최종규의 책 역시 많은 사람이 몰라서 틀리고, 알면서도 틀리는 우리말과 글의 여러 표현과 쓰임을 친절하면서도 엄격하게 짚어 주고 고쳐 준다. 사실 말글 생활의 원칙을 강조할 때면 흔히 권위적이거나 독선적으로 흐르기 십상이다. 독자들이 주눅 들지 않도록 애써 친절하게 설명하는 이유다. ●“다수의 말글에 밀려 표준어·말 본래 뜻 포기” 공교롭게 두 책 모두 비판의 화살은 국립국어원에 겨눠진다.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은 지난 6월 국립국어원이 그동안 부정적 상황의 표현에만 쓸 수 있었던 ‘너무’를 ‘너무 예쁘다’, ‘너무 기분 좋다’로도 쓸 수 있게 한 부분을 상기시켰다. 다수 사람들의 말글 생활의 현실에 밀려 표준어 및 말 본래 뜻을 포기했다는 비판이다. 또한 ‘~로부터’, ‘~에로’와 같은 번역 말투의 조사를 버젓이 표준국어대사전에 실었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국립국어원은 번역 말투라 하더라도 ‘사람들이 널리 써서 퍼지’면, 이 또한 새로운 한국말이라고 여긴다”면서 “학교와 언론과 책이 이러한 번역 말투를 자꾸 쓰고 퍼뜨려서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길든 말투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립국어원 누리집(홈페이지)에 뭔가를 자주 묻는다. 그러면 늘 돌아오는 대답 끄트머리에 ‘지적해 주신 데 대해 감사합니다’란다. 번역투와 한자어 쓰는 습관에 젖은 국립국어원에 한숨을 연신 내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단어 뜻 하나 찾으려면 여러 차례 들춰봐야 ‘미친 국어사전’은 사전을 애써 찾는 이를 숨가쁘게 ‘뺑뺑이’ 돌리는 표준국어대사전의 문제점을 짚었다. 예컨대 ‘호박무늬’를 찾고자 하면 사전은 ‘호박단의 무늬’라고 소개한다. 다시 ‘호박단’을 찾아가면 간단히 ‘태피터’라고만 나온다. 가쁜 숨을 진정시키며 ‘태피터’를 뒤적거리면 ‘광택이 있는 얇은 평직 견직물. 여성복이나 양복 안감, 넥타이, 리본 따위를 만드는 데에 쓴다.≒호박단’이라고 풀어져 있다. 돌림 풀이로 제자리를 맴돌다가 결국 호박무늬가 어떤 무늬인지 짐작조차도 못한 채 사전을 덮을 수밖에 없게 된다. ●한자어·외래어·전문어 사랑 등 조목조목 비판 또 방언에 대한 홀대는 물론, 부정확함과 불친절함도 지적했다. ‘잎새:잎사귀의 방언(충청). 국민 애송시가 된 ‘서시’ 속 구절인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를 쓴 윤동주는 만주에서 태어나 평양, 서울에서 공부했는데 어떻게 충청 방언을 썼는지 묻는다.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의 번역자는 충청도 사람이었던 것인지 궁금해한다. 설령 오래전 과거 충청권의 언어였더라도 온 나라 사람이 널리 쓰고 있으니 표준어로 인정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 밖에 국어사전의 한자어 사랑, 외래어 사랑, 차별과 편견 부추기기, 전문어 사랑 등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맨 위 문제의 정답은 ‘배추’다. 뜻을 제대로 풀지 못하는 표준국어대사전의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본보기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체르노빌 사고 이후 100명의 고통 다룬 ‘… 목소리’ 참전 女군인의 증언 ‘전쟁은’ 자국서 200만부 팔려

    체르노빌 사고 이후 100명의 고통 다룬 ‘… 목소리’ 참전 女군인의 증언 ‘전쟁은’ 자국서 200만부 팔려

    국내에서 출간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작품은 두 개다. 이 중 먼저 소개된 것은 2011년에 나온 ‘체르노빌의 목소리’(잎새)다. 벨라루스와 러시아에서는 1997년 출간됐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참사 이후 10년에 걸쳐 100여 명의 평범한 사람들, 농부, 사냥꾼, 교사, 간호사 등을 만나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계속되는 피해와 고통의 목소리를 담았다. 단순한 사고의 재구성 혹은 참사와 관련된 기억의 소환이 아니었다. 부제 ‘미래의 연대기’가 말해주듯 참사 이후의 세계에 대한 것이다. 알렉시예비치는 당시 “체르노빌은 그 자체가 시간의 재앙이었다. 땅에 흩어진 방사성 핵종은 5만년, 10만년, 20만년 아니 그보다 더 오래 남아 있을 것이다. 인간 삶의 관점으로 보면 영원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인간은 무엇을 이해할 수 있는가? 여전히 낯설기만 한 그 악몽의 의미를 이해하고 연구할 능력이 우리에게 있는가?”라고 통렬하게 물었다. 이 작품이 국내에 소개된 것은 후쿠시마 원전 참사 직후여서 반향이 더욱 컸다. 최근 출간된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문학동네 펴냄)는 1983년 쓰여진 그의 첫 작품이자 대표작이다. 소련의 제2차 세계대전 승리 이면에 참전 여성군인들의 고통과 참혹함이 있음을 200여 여성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증언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영웅적 소비에트 여성들을 찬양하는 대신 아픔에 주목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퍼부었고, 책은 2년간 출간되지 못했다. 1985년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집권하고 개혁·개방 흐름이 시작되면서 겨우 빛을 볼 수 있었다. 전쟁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벨라루스와 러시아에서 200만부 이상이 판매됐다. 연극으로 제작돼 무대에 올려졌으며, 영화 시리즈로도 나와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아직 국내에 번역 출간되지 않은 그의 다른 작품들 ‘아연 소녀들’, ‘죽음에 매료되다’ 등도 출간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현재 한창 집필 중인 것으로 전해진 ‘영원한 사냥의 훌륭한 사슴’이라는 작품 역시 국내 독자들에게 곧 소개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세대에 걸친 남자와 여자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전교 1등과 꼴찌의 동거… 한 달 후 달라진 모습은?

    전교 1등과 꼴찌의 동거… 한 달 후 달라진 모습은?

    전교 꼴찌와 1등. 같은 학년, 같은 나이로 같은 학교 지붕 아래에 있지만, 서로 상종하기 어려운, 완벽히 다른 세계를 사는 이들이다. 선생님과 친구 등 주변의 시선이 다르고, 그들 스스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삶을 대하는 태도 또한 다르다. 그 배경에는 오롯이 극과 극의 공부 성적이 있다. EBS1TV는 8일 밤 9시 50분 스페셜프로젝트 ‘나도 할 수 있어! 체인지 스터디’를 방송한다. 이날 방송되는 1부는 ‘꼴찌가 1등처럼 살아보기’다. 전교 꼴찌와 1등이 한 달 동안 함께 생활하며 공부하도록 했다. 부광고 1학년의 전교 꼴찌는 엄규민, 1등은 김도윤이다. 프로젝트의 주인공들이다. 1학년 1반 반장 규민이는 공부 빼고 다 잘한다. 수업 시간 내내 자다 일어나 ‘차렷 경례’를 하고, 틈만 나면 친구들과 농구하기 바쁘다. 모의고사 치는 날은 일찍 하교하는 날이라 마냥 즐겁기만 하다. 공부를 할 의욕도 없고 공부를 해야 할 목적의식도 없다. 프로젝트에 직접 신청한 규민이는 한 달간 전교 1등 도윤이 옆에서, 도윤이와 똑같은 스케줄로 살아가기에 도전한다. 반면 1학년 3반 반장 도윤이는 공부가 제일 쉽다고 말하는 천생 모범생이다. 학원을 다니는 대신 수업시간에 집중하고, 쉬는 시간을 아껴 공부한다. 도윤이가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한 이유는 누군가에게 본보기가 되고, 누군가를 이끌어준다는 것이 결국 자신에게도 ‘공부’가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한다. 도윤이와 규민이의 한 달 생활은 어떻게 펼쳐지고 무슨 결과를 낳았을까. 전교 꼴찌와 전교 1등의 공동 공부, 공동 생활 프로젝트가 과연 두 사람 모두에게 좋은 시너지를 가져올 수 있을지 흥미진진한 호기심을 품게 만든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훈민정음 해례본, 원본 숨결 되살려 복간

    훈민정음 해례본, 원본 숨결 되살려 복간

    ‘596년 전 출간→행방불명→재발견→간송 전형필 입수→영인본 제작→국보 지정→복간본 대량 출간….’ 극적 운명을 겪으며 전해온 훈민정음 해례본이 원본 느낌을 그대로 간직한 복간본으로 나왔다. 해례본을 소장하고 있는 간송미술문화재단이 기획하고 교보문고에서 제작을 맡아 1년 넘게 공동작업했다. 훈민정음학 연구자인 김슬옹 미국 워싱턴글로벌대 한국어교육과 교수가 해례본에 대한 해설서를 집필했고, 영어 해설서도 붙였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1446년 조선의 4대 임금 세종이 집현전 학자들과 함께 훈민정음의 원리와 사용방법을 적은 책으로, 한글의 독창성과 과학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다. 국보 제70호이며 세계기록문화유산이다. 출간 이후 500년 가까이 단 한 권도 발견되지 않다가 1940년 극적으로 경북 안동에서 발견된 뒤 간송 전형필(1906~1962)이 기와집 수십 채에 이르는 사례금을 주고 입수했다. 이후 일제강점기 한글 말살과 문화재 약탈의 고난과 한국전쟁까지 거치며 어렵게 살아남았다. 원본을 사진 찍어 제작한 영인본만 1946년, 1957년 두 차례 만들어졌을 뿐이었다. 그것도 연구자용이어서 해례본 원본이 갖고 있는 질박한 느낌과 정교함 등은 직접 느낄 방법이 없었다. 전인건 간송재단 사무국장은 “직접 해례본을 한 장씩 넘겨가며 한글에 대한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원본의 사침안정법과 자루매기라는 전통 제본을 따랐음은 물론, 단순한 원형 복제가 아닌 손때와 얼룩, 빛바램 등까지 담아낸 현상 복제라는 점에서 596년 전 숨결까지 함께 복원된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소장 해례본에 없는 표지의 경우에도 ‘동국정운’ 원본을 참고해 제목 글자의 글꼴과 크기 등 고증을 거쳐 재현했다. 3000부 한정 제작에 가격은 25만원으로 만만치 않다. 허교 교보문고 편집장은 “복간본을 공공도서관, 단체 등에 일부 기증할 계획이며 추후 좀 더 대중적 가격의 보급판 제작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직격 인터뷰] “대장금 덕에 소주방이 특별하듯…제조업에도 문화의 힘 입혀야”

    [직격 인터뷰] “대장금 덕에 소주방이 특별하듯…제조업에도 문화의 힘 입혀야”

    국정 2기 산적한 과제 앞에서 여느 장관이라고 여유로울 리는 없다. 취임 1년 2개월에 접어든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문화융성’이라는 핵심 국정기조에 대한 실무 부처 책임자로서 특히나 바빴다. 문화뿐 아니라 체육, 관광, 국정홍보 등 결이 다른 굵직한 분야를 두루 챙기느라 좀체 쉴 틈이 없어 보였다. 추석 연휴 직후인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장에서 김 장관을 만났다. 디자인 전문가인 김 장관은 전통문화를 활용한 코리아 프리미엄 창출과 국가브랜드 구축을 설명하는 데 특히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예술계 편파 지원 논란과 인사 전횡 의혹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답했다. →추석 연휴에 경복궁을 찾아 관광 현장을 직접 점검했다고 들었다. -경복궁에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것은 처음 봤다. 젊은 여성들이 한복을 곱게 입고 머리를 땋고 와서 외국 관광객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며 사진도 찍고 하는데 참 보기 좋았다. 10월 중순 한복의 날 행사도 경복궁에서 한다. 지난해엔 한복 입고 인사말을 했는데 올해는 아예 무대에 서 보라는 얘기도 있어서 고민이다. 오늘 저녁엔 경복궁 달빛기행 프로그램에 참여하는데 타 부처 장관들도 부인과 함께 올 예정이다. 아주 기가 막히다는데 기대가 크다. 궁궐을 활용할 수 있는 계획을 다양하게 세울 생각이다. →문화재청에서 추진하는 궁스테이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은데. -오해가 많이 있다. 이미 어려운 계층, 장애인 등을 위해 1만원을 받고 빌려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것을 일반인에게까지 확장하자는 것이다. 하룻밤에 300만원 운운은 과장이다. 문화재는 단순히 구경만 하다 보면 죽은 공간이 된다.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소주방 자체는 아무리 들여다봐야 죽은 공간이지만 드라마 ‘대장금’의 이야기를 덧입히니 생생해지지 않았나. →문체부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전통문화의 가치 창출, 우수상품 인증마크제 등도 같은 맥락인가. -좀 낯선 용어지만 ‘리패셔닝(refashioning) 코리안 컬처’라고 이름 붙여 봤다. ‘한국 문화의 재발견 혹은 재창조’ 정도로 뜻이 전달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예컨대 한국 자동차나 휴대전화는 유럽과 서구의 것을 흉내 낸 비싼 제품일 뿐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팽배하다. 동양적 이미지 안에서도 중국이나 일본이 아닌 우리만의 색깔을 보여 줘야 할 때다. 기술력은 이미 충분한 만큼 문화적인 힘을 보충해서 제품에 묻어 나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수상품 인증마크는 이 같은 맥락에서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다. →코리아 프리미엄을 강조하고 있는데 무슨 뜻인가. 국가브랜드 개발과 국가상징체계 개편에도 힘을 쏟고 있는데. -내부적으로는 다양성의 공존을 통한 갈등의 치유를 이루는 한편 밖으로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이 갖고 있는 자랑스러운 문화 자산들을 한국의 프리미엄으로 알리는 것이 또 다른 기능이다. 해외문화홍보원을 단순한 행정조직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 자산을 알리는 전진기지가 되도록 만들려고 한다. 누가 원장으로 가느냐에 따라 문화원의 역할과 역량이 들쑥날쑥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시스템과 업무 성취 기준을 갖추려고 한다. 현재 뉴욕, 파리문화원을 통해 시범적으로 구축할 예정이다. →대통령이 해외문화홍보원의 역할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맞다. 문화원을 쭉 지켜보면서 이래서는 안 되겠구나 싶은 고민이 누적돼 있으셨던 것 같다. →이번 대통령 방미 때 뉴욕문화원 방문도 대통령이 직접 결정한 것인가. -그렇다. 2주 전에 갑자기 결정됐다. 직원들이야 피곤하겠지만 대통령이 직접 방문한다는 것은 예산협조 등을 비롯해 그 파생 효과가 어마어마하다. →실세 부처라는 얘기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닌 것 같다. -문화융성은 이 정부의 국정기조다. 내 역량이 높고 낮은 것과는 관계없다. 사실 김구 선생 이래 우리 역사에서 어느 정부가 문화를 핵심적인 국정기조로 삼은 적이 있었나. 대한민국 최초다. 국정기조로 탄생하기까지는 그만 한 관심이 쌓였던 것이다. 매뉴팩처링(제조업)으로 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문화가 얹혀야 한다.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 등을 본격화하고 있음에도 지방에서는 잘 체감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많다. -현재 공연문화 관련 지원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지역은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지방자치단체가 협업해서 관광콘텐츠, 공연콘텐츠 등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중앙의 공연이 내려가는 것은 일회성에 그칠 우려가 있다. 예컨대 중국 서호에서 펼쳐지는 공연 ‘인상서호’처럼 그 지역에서, 그 지역 이야기를 갖고, 그 지역 사람들이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 정부가 할 일이 많다. 정부가 지원하는 문화콘텐츠 스타트업은 성공 가능성이 불확실한 곳에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공연을 올릴 만큼 역량 있는 단체에 지원한다. →정부의 투자와 지원이 산업적인 측면에 치중돼 있다는 비판도 있는데. -문체부 전체 예산에서 문화콘텐츠실이 가져가는 몫은 13% 남짓밖에 안 된다. 문화예술실 예산이 27%다. 순수예술 하는 사람들의 투덜거림에 여론이 흔들리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부산국제영화제만 해도 나는 영화진흥위원회의 결정(지원액 절반 삭감)에 박수를 쳤다. 지금 전체 예산 120억원 중 70%가 공공기금이다. 과거와 비교하면 유료관객은 오히려 줄었고 상영편수도 그대로다. 늘어난 것은 조직위원회 직원뿐이다. 칸영화제 조직위 직원이 35명인데 부산영화제는 45명이다. (바깥에서 논란을 삼았던) ‘다이빙벨’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제대로 운영되도록 확실히 매듭지어야겠다는 생각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올해 예산 119억원 중 국비는 8억원, 시비는 60억원으로 58%가 공공기금이며 영화제 상근직원은 27명이라고 밝혔다.) →국감에서 문화예술위원회의 예술계 편파 지원 의혹이 제기됐다. 공연계에서는 정치 검열이라며 반발하고 있는데. -답답한 일이다. 가령 홍성담씨는 정치행위를 해 놓고 예술행위라고 우긴다. 정치행위인 만큼 책임져야 한다.(※최근 서울시립미술관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당한 테러 사건을 다룬 홍성담 작가의 그림을 설치했다가 비판이 일자 작품을 철거했다.) →정치색을 띠는 작품은 정부의 지원 대상에 포함될 수 없다는 얘기인가. -그건 아니다. 사회 정서에 반하는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인 일인 데다 시민들로부터 안 좋은 얘기를 들었으니까…. →장관은 그렇지 않다고 해도 실무진이 알아서 그런 작품을 배제할 수도 있는데.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항상 실무 국장, 담당자들에게 (정치적 논란에) 개입하면 할수록 시끄러워지고 논란이 되는 만큼 휘말리지 않도록 스스로 조심하라고 얘기한다. →홍익대 인맥 발탁 등 인사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 아이까지 엮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내가 일반인 신분이면 아마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을지도 모른다. 인사와 관련한 생각과 원칙은 분명하다. 잘할 수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 문화예술 쪽에는 서울대보다 홍익대, 중앙대, 국민대 출신들이 더 많다.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홍익대라는 이유로) 안 쓸 수는 없다. 거기에 대해서는 내가 책임을 진다. 지금까지 논란의 대상으로 기사화됐던 사람들 중에서 문제 되는 사람은 없다. 지금까지의 인사에 만족한다. →오랫동안 수장이 공석인 산하기관이 많았다. 적임자를 끝까지 찾는 스타일인가. -아무나 그 자리에 앉히지 않는다. 일을 제대로 할 사람이 필요하다. 나와 커뮤니케이션도 잘돼야 한다. 산하기관이 한두 군데가 아닌데 매번 거기만 쳐다보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나와 가치와 목표를 맞춰서) 알아서 잘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지난 1년 최고의 성과로 ‘문화가 있는 날’을 꼽았다. 앞으로의 계획은. -한 달에 하루는 적은 듯해서 일주일로 늘릴 계획이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이 아니라 매달 마지막 주를 ‘문화가 있는 주’로 하는 식이다. 국립극장,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등 일단 국립기관부터 시행하고 점차 확대해 나가겠다. 조만간 국가브랜드 상징체계도 성과를 낼 예정이다. 내년에는 관광 시장도 훨씬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담 이순녀 문화부장 정리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사진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김종덕 장관은 ▲충북 청주(58) ▲경동고, 홍익대, 서울대 대학원 ▲홍익대 미대 디자인학부 교수, 주식회사 보라존 대표이사, 아시아디지털아트앤 디자인학회 회장, 홍익대 영상대학원 원장, 홍익대 광고홍보대학원 원장, 사단법인 한국디자인학회장 ▲제1회 한국디자인학회 학술상 수상(2003), 영국 SHOT선정 아시아TV-CF 최우수상(1996), SBS광고대상 의류부문 대상(1993), 한국광고대상 제과부문 대상(1992)
  • 인터넷신문 43% 1년간 쓴 기사 ‘0’

    인터넷신문 5곳 중 2곳은 최근 1년 동안 기사를 한 건도 쓰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6일 “각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5877개 인터넷신문 홈페이지를 점검한 결과 43.8%인 2572개가 최근 1년 동안 기사를 한 건도 생산하지 않았다”면서 “홈페이지가 아예 없는 인터넷신문도 1501개(25.5%)에 달했으며, 있더라도 실제 운영되지 않는 경우가 676곳(11.5%), ‘사이트 준비중’이라는 업체는 395곳(6.7%)이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문체부가 언론진흥재단을 통해 지난 6~8월 세 달 동안 주 1회씩 진행한 ‘인터넷신문, 인터넷뉴스서비스 운영 및 법규 준수 실태 점검’ 결과로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명시된 기준으로 점검했다. 법 시행령의 ‘주간 단위 신규기사 게재’, ‘자체 생산 기사 비중 30%’를 준수하는 인터넷신문은 39.7%에 그쳤다. 또한 명칭, 등록번호, 발행인, 편집인 등 필요적 게재사항 8개 항목을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있는 경우는 인터넷신문 10개 중 1개꼴인 639개(10.9%)뿐이었다. 신문법상 필요 게재 사항을 지키지 않을 경우 7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 대상이 되고, 정당한 사유 없이 1년 이상 발행(기사 게재)이 중단된 경우 등록 취소 대상이 된다. 문체부 관계자는 “등록청인 광역시·도에 점검 결과를 보내 법적 조건 미충족 사업자에 대해 과태료, 등록 취소 등 처분을 요청할 계획”이라면서 “이렇게 실질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것은 인터넷신문의 등록 요건이 지나치게 느슨한 점에도 원인이 있는 만큼 등록 요건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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