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정보 공개/ 제대로 돼가나
행정정보 공개제도가 겉돌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실효성있는 행정정보 접근이 어렵다는게 공직사회안팎의 지적이다.우리나라에서 행정정보 공개는 지난 94년부터 시작됐다.처음에는 국무총리 훈령으로 ‘행정정보공개 운영지침’에 의해 시범적으로 운영됐다.그러던 것이 98년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전 공공기관으로 확대 실시됐다.
훈령으로 운영되던 때는 정보공개 대상이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불과했다.나중에는 헌법재판소나 선거관리위원회 등 헌법기관과 입법기관,정부투자기관,특수법인에까지 늘어났다.정부기록보존소의 영구보존 국가기록물이 포함된 것도 이 때부터다.공공기관은 청구를 받은 날부터 15일이내(부득이한 경우 15일 연장 가능)에 공개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정보공개청구 건수도 꾸준히 늘었다.지난 한해 전국 각급 행정기관에 접수된 각종 정보공개청구 건수는 4만2,930건으로 98년 2만6,338건에 비해 63%가증가했다.94년 첫해에는 1만2,113건이었다.
제도적인 보완도 뒤따랐다.불복 구제절차가 법제화된 것은 큰 변화다.처분기관에 재심의를 요구하는 이의신청,상급기관에 심의를 요청하는 행정심판,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행정소송 등이 법적으로 보장돼있다.인터넷 등으로 공개청구와 처리를 실시하는 기관이 늘어나는 등 제도 운영 역시 개선되는 추세에 있다.
그러나 이같은 외형적 견실화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문제점이 상존하고있다.
우선 공개여부 판정기준이 모호하다.지난해 전국적으로 정보공개심의회가 335차례 열렸지만 절반에 가까운 158건이 ‘결정 곤란’으로 판정났다.정보공개에 따른 분쟁의 소지를 방지하고 행정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또한 신속하고 적절한 불복구제를 위한 전문기관의 설치가 요구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일부 기관에서는 정보공개 이용을 위해 비치하게 돼있는 주요문서목록 등도아직 마련하지 않고 있는 등 준비가 미흡하다.
정보 청구방법의 다양화 방안도 모색 돼야한다. 지난해 전체 청구의 86%가행정기관에 직접 출석한 경우였다.전자적 정보공개에 대한 구체적인 운영지침이 필요하다.현재 각급 기관이 홈페이지를 통해 구축하고 있는 인터넷 정보공개시스템이 정착되면 정보공개청구사례는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보는 시간에 따라 자산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필요로 하는 정보를 신속히 공개,정보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공개여부 결정에서 공개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지운기자 jj@.
*시민단체 지적 문제점.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정보공개청구제도의 문제점으로 우선 정보공개청구를전담하고 있는 주무부서가 없는 점을 들고 있다.
현재 정보공개청구는 각 부처 총무과 문서계에서 접수받아 해당 부서로 넘기는 체계로,약간이라도 까다로운 자료의 경우 정보공개청구자는 같은 문의를 여기 저기에서 여러 번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또한 비공개 대상이 너무 광범위한 점을 지적했다.
녹색연합은 지난 98년 영동군에 화학무기 폐기 실태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국가보안’의 이유로 비공개했다는 것이다.
정보공개제도의 비공개 사유는 국가안보 등 국가의 이익을 해친다고 판단되는 정보,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는 정보등 크게 8가지로 분류돼 있으나 문제는 이 판단을 일선 실무자가 자의적으로한다는 데 있다.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비정기적으로 열기는 하지만 유명무실한 형편이다.
더욱이 시민단체 등 정보공개청구자가 행정 소송 등 구제 절차를 밟으려 하면 ‘공식적으로는 비공개 대상인 정보가 비공식적으로 공개’되는 경우도발생한다.
그밖에 공무원들의 정보공개제도에 대한 무사안일과 인식 부족,이용자인 국민들의 권리 의식 미비도 제도정착을 지연시키는 문제로 꼽을 수 있다.
공무원들은 실제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자기 업무에 부담을 주는 귀찮은일’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는 현실이다.정보공개제도에 대한 일선 공무원들에 대한 체계적 교육은 지금까지 한 번도 이뤄지지 않고 정보공개를 청구할때 그때 그때 설명해주는 데 그치고 있다.
실제로 참여연대 정보공개사업단 이경미 간사는 “정보공개청구제도에 대해시민단체 간사들이 공무원들에게 설명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국민들이 자신들의 알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못하는 점,그리고 비싼 수수료의 문제도 앞으로 극복돼야할 부분이라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지적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
*金正鎭 행자부 행정능률과장.
“대체로 잘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행정자치부 행정능률과 김정진(金正鎭)과장은 19일 행정정보 공개제도의 운영에 대해 ‘양호’ 점수를 매겼다.제도 운영실무책임자로서 당연한 답변이겠지만,시민·사회단체 등 수요자들의 평가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이다.
김과장은 이에 대해 “제도가 본격 시행된 지 2년 밖에 안됐다는 점을 감안해달라”고 주문했다.
“시행 2년째에 정보공개 청구실적이 전년도보다 63%나 늘어난 것은 제도에대한 인지도와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으로,제도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정보 공개율이 90%에 육박하는것도 나름대로 내실있게 운용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아직 문제가 있다는 점을 시인한다.사회단체등이 요구하고 있는핵심자료는 아직 개인정보 공개 등과 맞물려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점을 대표적으로 꼽았다.하지만 “사법시험 내용이 공개되는 것 처럼 사회의 요구에따라 점차 공개의 폭이 넓어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지난 2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법적 정비도 준비중이라고 소개했다.“이의신청 절차를 줄이고 처리기간도 단축시킬 계획이고,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은 열람수수료 인하도 포함돼있다”고 귀뜸해주었다.논란이 되고 있는 정보 비공개에 대한 사유를 구체화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것들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정안을 만들어 올 하반기 정기 국회 회기내에 제출할 계획이다.개인적으로는 행정기관의 판공비도 공개돼야 한다는견해지만 현재 재야단체의 소송 결과를 지켜보고 일을 추진할 방침이다.
그러면서도 김과장은 “법이 개정되더라도 당장 만족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개인정보 보호’만 하더라도 최근 각종 판례를 통해 사회적 개념이 정립되고 있어 이런 추세가 제도에 반영되려면 좀 더시간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김과장은 “전반적으로는 앞으로 2년쯤 더 지나고 나면 인터넷 등을 통해행정정보 공개제도가 우리사회에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지운기자. *외국의 사례.
현재 정보공개제도는 우리나라를 포함,미국,스웨덴,프랑스,캐나다,오스트리아,호주,뉴질랜드,덴마크,노르웨이,핀란드,네덜란드,벨기에 등 14개국에서법으로 보장돼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67년 법제화한 정보자유법(FOIA·Freedom Of Information Act)을 통해 ‘누구라도 연방 정부 기록에 접근권을 지닌다’고 규정했다.미국에서는 CIA(중앙정보부)가 지난 60년대 반정부 성향을 가진 것으로 판단되는미국인들과 사회 단체들을 불법적으로 감시해왔음을 이 정보공개청구제도를통해 밝혀냈다.
또 비밀리에 수감중인 죄수들을 대상으로 세뇌용 약품의 실험 대상으로 사용했다는 사실과 양로원 노인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의약품의 성능 시험을 한것 등을 공개했다.
한편 일본은 지난 99년에야 정보공개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2001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그러나 지난 82년부터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례형식으로 정보공개제도를 시행해 풍부하고 구체적인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그중 정보공개운동의 중요성을 새삼 각인시킨 일로 ‘약해(藥害) 에이즈 사건’은 지난 84년 일본 후생성이 혈우병 환자에게 사용되는 비가열 혈액제재가 에이즈를 감염시킬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국내 제약업계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이를 숨긴 채 환자에게 시판·투약되도록 방치해 에이즈 감염 사망자를 발생시킨 사건이다.
위험성을 미리 알지 못했다며 발뺌하던 생물제재과장의 파일에서 관련 서류가 발견됐고 이를 후생성 장관이 과감히 공개했고 이후 정보공개의 중요성을더욱 크게 인식할 수 있었다. 또 ‘관관접대(官官接待)’ 역시 일본 시민단체가 치중하고 있는 중요한 활동이다.관관접대란,거짓 출장이나 가공 접대로서류를 통해 예산을 소모하는 것을 말한다.지난 95년 ‘전국시민옴부즈맨 연락회의’가 도도부현(都道府縣)과 일부 시에 대해 자치단체의 지출항목인 식량비에 관한 정보공개청구를 행해 조사결과 관관접대 비용은 무려 300억엔에이르렀다.
박록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