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들은 변칙 富대물림·시민단체 가게는 모범납세
현대,삼성,LG,SK 등 4대 그룹이 2조4,638억원의 부당내부거래를 한것으로 드러나 총 441억9,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특히 현대와 삼성은 각각 정몽헌(鄭夢憲)현대아산이사회 회장과 이건희(李健熙)회장의 아들 재용(在鎔)씨에게 비상장 실권주를 시세보다 싸게 팔아 63억8,700만원과 3억원을 변칙증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LG도 구본무(具本茂)회장의 형제,친·인척들에게 주식을 헐값에 팔아 146억1,000만원의 시세차익을 안긴 것으로 밝혀졌다.
상습적으로 부당 지원 행위를 한 현대중공업,삼성카드,LG상사,SK글로벌 등 4개 업체가 부당내부거래와 관련해 처음으로 검찰에 고발됐다.또 중소 벤처기업 3곳이 삼성그룹의 위장 계열사로 드러나는 등 4대 그룹의 위장 계열사 8개가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4일 이같은 내용의 4대 그룹에 대한 4차 부당내부거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공정위는 조사결과를 조만간 국세청과금융감독원에 통보할 계획이다.
그룹별 부당내부거래 규모는 SK가 1조631억원으로 가장 많고,현대 5,654억원,LG 5,042억원,삼성 3,311억원이며 이를 통해 20개 계열사에 모두 1,262억원을 지원했다.
과징금은 현대가 141억2,100만원으로 가장 많았으며,그 다음은 LG(122억6,100만원),삼성(99억7,700만원),SK(78억3,600만원)의 순이다.
이번에 적발된 위장 계열사는 현대가 KM뮤직(음반 녹음테이프 제조업) 등 2개,삼성이 렉솔아이엔씨(초고속 모뎀 제조업) 등 3개,LG가 LG IBM,SK가 정지원(부동산개발업) 등 2개이다.
이남기(李南基)공정거래위원장은“해외 금융기관,현지법인 등을 통한 부당내부거래를 단속하기 위해‘해외내부거래 조사팀’을 구성,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4대 그룹은 공정위의 이같은 조사결과에 강력히 반발,주식거래 등이 적법한 절차에 의해 이뤄졌다고 주장하며 이의신청 또는 소송제기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박정현기자 jhpark@.
*시민단체 가게는 모범납세.
‘시민단체가 두렵다’ 참여연대와 환경운동연합이 출자한 서울 종로구 안국동 ‘철학카페느티나무’ 주변 업주들의 푸념섞인 하소연이다.지난 98년 9월 문을연 느티나무 카페가 개업때부터 ‘투명한 세무 신고’를 고집,주변업소에 비해 5∼6배나 많은 부가세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세무당국조차 부담스러워 한다는 게 참여연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업소를 운영하는 홍남숙(洪南淑·37·여·참여연대 회원)씨는 “자영업자들이 왜 탈세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는 말로 곤혹스러운 입장을 대신했다.
이 업소의 한달 매출액은 1,700만∼2,200만원.매출액 중 카드 결제액은 400만∼500만원,나머지 1,300만∼1,700만원은 현금이다.지난 3·4분기 이 업소가 낸 부가세는 350만원 정도.매년 1,400만원 내외의 부가세를 내고 있다.60평 규모에 좌석 70석인 이 업소와 비슷한 규모인 주변 업소들은 현금 매출액을 한껏 줄인 덕분에 분기별로 내는부가세는 40만∼8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느티나무 카페는 성실하게 신고한 탓에 지난 2년 동안 적자에 허덕이다 최근에야 흑자로 돌아섰다.
홍씨는 “얼마 전 호프집을 운영하는 주변 업주로부터 부가세로 30만원을 낸다는 말을 들었을 때 몹시 속이 상했다”고 털어놓았다.
이 때문에 느티나무 카페의 ‘투명과세’는 주변 업소들에 눈엣가시다.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씨(45)는 “비슷한 영업을 하는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면서 “매출액을 그대로 신고하고 세금을 낸다면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관할 세무서인 종로세무서 관계자는 “부가세를 자진 신고하면 비슷한 업종·규모의 다른 업소와 비교해 신고사항을 분석한다”면서 “서로 비슷한 수준에서 현금매출률과 신용카드 사용률을 맞춘다면 구체적인 매출내역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이 업소 세무회계를 담당하고 있는 홍성국(洪城國·46)세무사는 “허위신고 및 탈세,높은 세율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소비자는 가급적 카드를 사용하고 당국은 형평과세가 이뤄질 수 있게 세무제도를 일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현석 박록삼기자 hyun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