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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록삼
    2025-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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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약분업 대수술하라] 2.건강보험 재정통합 해법은

    건강보험의 재정 통합안은 의약분업 문제와 함께 우리사회의 무한(無限) 갈등을 야기할 또다른 화약고다.그 견해도처한 입장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건강보험 재정안은 한나라당이 통합을 백지화하는 내용의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내년 1월 국회에 상정할 예정이어서분리 운영의 가능성이 있다.이 법안이 통과되면 지난해 7월건강보험 조직통합에 이어 지난 5월 재정통합을 전제로 정부가 내놓은 재정대책은 물거품이 된다. 그러나 참여연대·경실련 등 시민단체와 민주노총·민주노동당 등은 재정 통합의 일관된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상황을 지켜보며 재정통합을 추진하고 있으나 연기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적자원인 상충] 인식의 출발부터 다르다.건강보험 적자의주원인에 대해 분리론자들은 의보통합을 내세우고 있으나통합론자들은 단기간에 이뤄진 막대한 수가인상을 들고 있다. 한국노총 이동호(李東浩) 정책국장은 “정부의 재정안정종합대책에도 불구하고 재정악화는 커질 수밖에 없고 지속적으로 보험료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에 닥치게 된다”면서“분리 없이 재정의 안정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건강연대 조경애(趙慶愛) 사무국장은 “건강보험 재정적자는 무리한 수가인상과 보험급여비 인상이 주된 원인”이라면서 “시행상의 작은 잘못을 꼬투리잡아 통합된 건강보험이 수행할 수 있는 사회보험의 기능을 퇴색시켜선 안된다”고 반박했다. [통합 찬반] 건강보험 통합론자들은 직장과 지역간의 경계가 무의미하다고 강조한다.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김연명 교수는 “건강보험은 개인의 부담과 급여가 특정기간만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일생에 걸친 세대간 소득재분배에기여해야 한다”면서 “통합은 사회보험 원칙에 충실한 것”이라고 말했다.오는 29일 출범을 앞둔 ‘의료보장 확대를위한 공대위(가칭)’ 관계자도 “구조조정 등이 일상화되면서 지난해 지역에서 직장으로 옮긴 사람과 직장에서 지역으로 옮긴 사람이 각각 444만명,418만명으로 모두 862만명이 두 의보 사이를 오갔다”면서 통합운영되지 않을 경우무보험자를 양산,의보 사각지대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건강보험 분리론자들은 “통합시 지역가입자의 소득파악률을 제고시켜 직장과 지역간의 단일부과체계 개발을전제로 했다“면서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현실에서재정을 분리하는 것이 맞다”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국노총 이동호 정책국장은 “재정분리시 각 관리주체가주인의식을 가지고 보험재정을 충실하게 관리하게 할 수 있으며,보험료 인상 등에 따른 직역간의 형평성 논란과 헌법상의 위헌소지를 제거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남은 과제] 현재 자영업자 소득파악률은 30%가 채 되지 않는다.직장인들이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 재정통합을 추진하는 쪽도 획기적인 조세제도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민주노총 오건호(吳建昊)정책부장은 “건강보험이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한 궁극적방법은 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이라면서 “건강보험 통합운영 속에서 이런 문제의식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 ■올 재정적자 4조 추정.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올해 당기적자는 4조1,978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적립금을 제외한 순 자금부족액은 3조2,798억원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통계를 보면 건강보험은 직장,지역 모두 재정의 절반 정도를 보험료로 납부하고 각각 전체 지출의 절반 정도를 사용했다. 지난해 지역쪽의 수입은 4조6,534억원이었고 지출은 4조9,523억원으로 2,98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직장쪽은 수입 4조4,482억원에 지출 5조1,583억원으로 7,101억원의 적자를냈다. 건강보험료 전체로는 9조1,016억원의 수입에 10조1,106억원의 지출이 된다.전체에서 지역쪽은 수입의 51.1%,지출의49%를 차지했으며 직장은 수입의 48.9%,지출의 51%를 차지했다.엄밀히 평가하면 직장가입자가 조금 더 혜택을 입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정부안에 따르면 통합운영 5년 뒤인 2006년에는 지역의 흑자가 2조173억원이 돼 직장의 적자 1조9,239억원을 상쇄할수 있게 된다.현재 국민건강보험의 가입자는 직장 727만명과 지역 830만명을 합쳐 1,560만명으로 그 대상자는 4,606만명에 이른다.정부는 건강보험의 재정안정화를 위한 단기처방으로 ▲진료비 심사강화 ▲급여제도의 합리적 개선·보완 ▲보험료수입증대 및 관리운영의 효율화 등을 제시했다.중장기 대책으로는 ▲국민건강보험 재정건전화 특별법 제정 ▲건강보험증의 전자카드화 ▲진료비 심사평가의 효율성 제고 ▲의약품 유통개혁 추진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건강연대 조경애(趙慶愛) 사무국장은 “전체적인 방향은옳지만 본인부담을 늘리는 방향으로 재정안정화를 꾀하려는것은 잘못”이라며 “건강보험이 사회보험 본연의 성격을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록삼기자. ■잘못 알려진 상식. 건강보험 통합운영 등과 관련해 일반에 잘못 알려진 허실을 살펴본다. [의약분업이 건강보험 적자의 주원인] 의약분업 자체가 적자의 한 원인이 될 수는 있지만 주요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보건복지부가 짧은 기간 동안 5차례에 걸쳐 43.9%의수가인상을 하고 의약계의 부당·허위청구 등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보험급여비가 51.7% 인상된 점이 주원인이다. [직장가입자가 지역가입자보다 보험료를 더 내] 가입자 한사람이 납부하는 평균보험료는 지역가입자가 오히려 1만원가까이 더 내고 있다.다만 통합된 뒤 직장과 지역이 똑같이보험료가 9% 인상된다 하더라도 직장쪽의 인상폭이 클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건강보험이 통합되면 직장인만 손해] 보건복지부 전망에따르면 오는 2006년까지 직장쪽의 적자는 1조9,000억원이넘는다.반면 지역쪽은 2조원이 넘는 흑자를 기록한다. 지난 98년부터 지역의보조합의 재정 50%가 국고보조금으로지원되면서 이제는 직장이 오히려 어려워졌다. 직장쪽은 똑같은 보험료를 내면서 재정적자에 허덕이지 않고 보험급여를 똑같이,더 받을 수 있다. 박록삼기자
  • [공무원 Life & Culture] 중앙부처 첫 당구 동호인대회 ‘성황’

    누군가는 당구를 녹색테이블 위에서 벌이는 ‘환상의 예술’이라 극찬한다.또 어떤 이는 담배,술 등과 동격에 놓고 ‘불량한 유혹’으로 치부해 버리기도 한다.이처럼 양극화된 평가에 따라 예전에는 정부부처 공무원으로서 내놓고 당구를 즐긴다면 찜찜한 점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두 얼굴의 당구’가 같은 부처 동료들간의 친목 도모와 각 부처간 화합과 스트레스 해소의 기회로자리매김된다. 지난 17일 토요일 서울 서초동 한국당구아카데미.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남짓까지 ‘제 1회 중앙부처 공무원 당구동호인 대회’가 열렸다. 항상 근엄한 넥타이와 양복을 차려 입어 딱딱하고 재미없을 것만 같은 11개 중앙부처 공무원 120여명이 한 자리에모여 50여개의 당구대를 차지한 채 당구 실력을 겨뤘다.이들에게는 직급이나 부처의 다름도 따로 없었다.얼굴은 처음 봤지만 모두 그저 ‘동료’로 통했다. 4구 단·복식전과 3쿠션 등 3개 부문으로 나뉘어 치러진대회장에서는 아슬아슬하게 빗겨가는 공에 대한 아쉬움의탄성과 유쾌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또 국가대표 김철민(金哲珉)씨의 예술구 시범 때는 공을 칠 때마다 숨죽여 구경하며 환상의 묘기 앞에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정보통신부 직원들은 이참에 아예 동호회를 하나 만들었다.이름이 길기도 하다.‘MCI빌리아드클럽 사이버코리아21’.16명이 옷을 똑같이 맞춰입고 나온 것도 눈길을 끌었다.회원들은 별명도 하나씩 갖고 있다.총무를 맡은 국제협력관실 6급 ‘봄날 선수’ 김춘일(金春日)씨와 ‘벵갈 호랑이’ 김재호(金在虎)씨 등은 “부처간 두터운 벽이 있었는데 타부처 사람들과도 막연한 가까움이 느껴진다”며 매년개최할 것을 주문하기도. 당구 400점인 기획예산처 김용진(金容辰·삶의질향상기획단 파견)과장은 4구 개인전 부문에서 2회전 탈락했지만 함께 참가한 동료 선수들을 응원하고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행사 내내 자리를 뜨지 않았다. 그는 “당구를 좋아하면서도 떳떳하게 내놓고 즐기기에는 눈치가 보였는데 내친 김에 동호회를 하나 만들어야겠다”면서 “당구는 직원들간 친목 도모는 물론 큰돈 안들이고 즐길 수 있는 운동”이라고 열심히 ‘당구 예찬론’을폈다. 한국당구아카데미 손형복(孫亨馥)원장은 “당구는 전국 1,200만 동호인에 아시아게임 금메달 10개가 걸린 국내 최대 레포츠”라면서 “공무원 당구 동호회가 많이 생겼으면좋겠다”고 말했다.심판을 맡은 여성프로선수 장민화(張民和·48)씨는 “별도로 찾아오면 기초부터 개인지도 해주겠다”고 제의해 참가자들을 웃겼다. 이날 행사를 맡은 행정자치부 복지과 박재혁(朴在赫)과장은 “처음이라 준비가 미흡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해덩달아 기분이 좋다”면서 “내년에는 여성의 참여와 종목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승자에 대한 축하,패자에 대한 격려가 어우러진 이날 종합우승은 행정자치부가 차지했고 기획예산처와 정보통신부가 각각 2,3위를 차지했다.시상식이 끝나고 뉘엿뉘엿 저무는 짧은 겨울해를 받으며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끼리끼리 어울려 근처 호프집으로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 박록삼기자 youngtan@. ■‘행자부 撞神’이성렬국장 스리쿠션 시범경기 출전. 도박의 귀신을 ‘도신(賭神)’이라 부른다면 당구에 능한 사람은 ‘당신(撞神)’이 걸맞을까. ‘당구동호인 대회’ 개막에 앞서 3쿠션 부문 시범을 보여준 ‘행자부의 당신’ 이성렬(李星烈·50)인사국장은 애써 겸연쩍어한다.이 국장의 당구 실력은 500점.선·후배동료들은 이 국장이 당구 외에도 탁구,테니스,골프 등 공으로 하는 모든 운동에 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날 당구대회 역시 이 국장의 아이디어다.지난해 전라북도 행정부지사로 있을 때에도 요일별로 월요일은 당구,화요일은 탁구,수요일은 테니스 등으로 정해놓고 퇴근 뒤 하위직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얘기하다 보니 일은 안하고 놀기만 한 것으로 오해하기 쉬운데 직원들과 함께 당구치고 삼겹살 구워먹으며 소줏잔 부딪히는 모습에서 직원들이 편안해했다”고 은근히 자랑한다. 이날 2,000점이 넘는 여고 프로선수인 정보라양(18)과 벌인 시범경기에서 3대 2로 진 이 국장은 “몸이 채 풀리지않아 졌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앞으로도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당구 등을 통해 다양한 교류와 스트레스를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 집중취재/ 공직인사 ‘청·비·총·공’ 악폐 깨라

    ‘청·비·총·공'을 아십니까. 이는 ‘청와대 파견,장관비서실,총무과,공보관실’ 출신 공무원들의 고속승진·요직배치 등의 인사상 우대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16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최근 ‘탕평(湯平)인사’를 천명,군·경찰 등 고위직 인사를 이같은 원칙아래 단행한 가운데 차제에 공무원 인사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구태의연한 ‘청비총공’ 인사의 폐해를 시정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청비총’은 과거 외무부 시절 만들어진 조어로 최근 여기에 공보관실도 포함됐다. 모부처에서는 연초 인사 때 요직중 하나로 꼽히는 1급자리에 능력 등을 감안해 A국장이 갈 것으로 예상됐다.그러나 청와대 비서관 출신의 B국장이 돌아오면서 밀려났다. 청와대 출신은 으레 빠른 승진이 보장되는 관행 속에서 A국장의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다른 부처의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세종로청사의 한 관계자는 “이같은 편중인사가 대다수공무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낳고 업무효율을 떨어뜨리며기강해이를 가져오는 부작용을 낳는다”고 지적했다.지연·학연을 동원한 ‘줄대기’가 끊이지 않는 요인이다. 현재 5급 이상 공무원의 최소 승진연한은 사무관에서 서기관,서기관에서 부이사관까지 각각 5년이고,부이사관에서 이사관,이사관에서 관리관까지가 각각 3년이다.행정고시출신이 최소연한을 채워 승진해 1급이 되는데 16년이 걸린다. 그러나 다른 부처 관계자는 “이는 과거 행시 합격자수가 적을 때 얘기일 뿐”이라며 “요즘에는 합격인원도 늘고인사적체가 심각한데다 총무과·비서실에 근무하지 않으면 빠른 승진은 꿈도 꾸지 못한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행시 합격 후 사무관·서기관 생활을 10년 이상 하는 경우가 많다.20년 넘게 해야 겨우 과장이 될 수있고 61세 정년내 반드시 국장이 된다는 보장도 적다. 박록삼기자 youngtan@
  • 집중취재/ 청·비·총·공 폐해 실태

    ‘청비총공’의 가장 큰 폐해는 부처내 다른 부서 공무원들의 근무사기를 떨어뜨린다는 점이다.청와대의 입김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요즘에는 오히려 청와대 출신보다 장관비서실이나 총무과 출신이 우대받고 있다.이른바 ‘청비총공’이 ‘총비청공’으로 바뀐 셈이다. ◆실태는=‘청비총’은 원조인 외교통상부에서 잘 나타난다.전통적으로 대미관계를 중시하는 우리 외교관행상 다른 부처에 비해 공무원들이 선호하는 부서와 근무지가 확연히 일치하기 때문이다.과거 권위주의 정권시절 청와대에 1년 정도 다녀오면 모든 후보들을 제치고 북미국장이나 주미대사관 근무 등 요직 진출이 가능했다.요즘은 많이 달라졌다.실제 최근 요직인 한 국장자리는 청와대에 2급 비서관으로 파견된 뒤 돌아온 A국장이 0순위로 꼽혔으나 장관비서관 출신인 B국장이 차지했다.비서실 근무경력이 청와대 파견경력을 눌렀다며 화제가 됐었다. 다른 부처도 비슷하다. C부처의 경우 청와대 비서관으로 나갔던 행시 2×회의 한서기관이 돌아오자마자 총무과장으로 근무한 지 1년만에부이사관으로 승진해 동료들로부터 ‘부러움과 질시’를한몸에 받았다. 청와대 파견근무와 총무과장 출신이 빠른 승진에 한몫을거든 사례다. 총무과장이 권한을 남용해 인사질서를 왜곡시킨 사례도있다.지난 98년 D부처 총무과장이던 E씨는 해외교육을 나가기 위해 경쟁관계인 동료들의 인사·직무평가 관리를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조작하는 등 말썽을 빚었다.그럼에도 그는 해외교육을 나갔다. 2년 전 F부처에서는 행시 2×기 국장급 간부가 탄생했다. 동기는 물론 행시 선배들이 과장으로 근무할 때다.G씨가청와대 파견근무를 마치고 국장급으로 돌아와 선망의 대상이 됐다.청와대 근무를 마치면 보직과장 경력이 거의 없는데도 해당국의 주무과장 자리를 꿰차는 사례도 적지 않다. 청와대에서 쌓은 인맥을 동원,로비를 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총무과 근무는 ‘3D’ 직종이다.퇴근이 매일 밤 11∼12시를 훌쩍 넘기기 일쑤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총무과에 대한인기는 뜨겁다.근무평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다음 인사때 원하는 곳으로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최근 공보관실도 요직으로 자리매김됐다.얼마전 모든 중앙부처 공보관이 특정지역 출신들로 다 채워져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긍정론도 많아=청비총 경력자가 잘 나가는 것을 비난만할 일은 아니라는 주장도 많다.이들이 우대받는 것은 중앙부처의 공통적인 현상으로,이들 대부분이 청비총에 갈 때부터 능력을 인정받아 발탁돼 가기 때문에 잘 나가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다.고속승진한 G씨의 동료는 “업무협의를 위해 어느날 청와대에 들어가보니 F씨 혼자서 일하고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그가 정열적으로 일했기 때문에 고속승진한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H부처 관계자는 “보통 능력있는 사람들이 청비총에 근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들의 승진이나 요직배치가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면서 “이들은 사생활도 없이 고생하기 때문에 보상 차원에서라도 본인들이 원하는 곳으로 보내주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I부처 관계자는 “이같은 관행으로 인사 적체와 불균형이 심해져 다른 공무원들의 상실감을 더욱 크게 한다”면서 “고시 출신마저 박탈감이큰데 하위직 공무원은 말할 필요도 없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박록삼기자 youngtan@. ■최근 軍·警 인사 특징-사라진 '막판 챙겨주기'. 공무원 인사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중앙인사위원회(위원장 金光雄)는 지난 4월 공무원 인사운영 혁신지침을 발표했다.지연과 학연에 얽매였던 기존의 그릇된 인사관행을없애고 능력과 실적위주로 인사를 하겠다는 의지다. 30개 부처의 120개 요직을 선정해 편중도를 조사하고 부처별 인사운영 실태를 평가했다.이를 통해 전문성과 행정성을 고려한 실적주의 인사원칙을 구현하고 국민대화합의인사를 다지겠다는 것이다.구체적인 지침도 만들었다. 최근 이뤄진 일련의 인사에서 새 인사 틀이 구체적으로나타나고 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지난달 군 인사에서 육군참모총장에 전북 출신의 이남신(李南信) 대장 대신 경남 출신의김판규(金判圭) 대장을 임명했다.경찰 인사에서도 경찰청장에 충남 출신의 이팔호(李八浩) 청장을 앉히고 서울청장에는 전남 출신의 이대길(李大吉) 청장을 임명했다.치안감으로 승진한 8명의 출신지역도 영남 3명,호남 3명,충북 1명,제주 1명 등 지역 안배에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청와대 정책기획수석비서관에 한덕수(韓悳洙) OECD 대사를 임명하고,지난달 국세청 인사에서 경남 출신의 곽진업(郭鎭業) 차장을 유임시키며,서울청장에는 전남 출신의 봉태열(奉泰烈) 청장을 앉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기사람 심기’와 집권말기가 될수록 ‘막판 챙겨주기’가 성행하던 현상을 고려하면 최근 인사는 파격적이기까지 하다. 행자부 이성렬(李星烈) 인사국장은 “능력과 실적이 꼼꼼히 검토된 이번 인사는 중립적이고 공정한 인사를 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전문가 제언- 승진할당제 도입을. 직무가 아닌 직급 중심으로 이뤄지는 현행 인사시스템과공무원사회의 인식전환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부처내 불필요한 부서는 하나도 없다.그런데 모든 공무원이 ‘어느 자리를 가야 승진이 된다’는 인식을 갖고 비서실·총무과 등 특정부서를선호하는 현상이 지속되면 공무원사회의 경쟁력 제고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일에 대한 전문성 축적도 어렵게 된다. 근본적으로 ‘직위분류제’를 통해 승진에 연연해 하지않고 인사면 인사,예산이면 예산 등 부서 내의 전문성을길러 인정받도록 해야 한다. 직위분류제의 정착을 위해 먼저 승진제도에서 외곽부서직원들에 대한 ‘승진할당제’를 도입해 공무원들이 마음놓고 자신의 업무에 충실히 임할 수 있도록 사기를 진작할 필요가 있다. 박재율 자치연대 사무처장. ■전문가 제언- 美 인력풀 본받을만. 청비총공 인사가 요직을 맡는 일은 막기 어렵다.메리트가 없으면 힘든 부처에 인재가 모이지 않는다.문제는 무능한 사람이 대통령에 대한 충성과 정치적 배경으로 청비총공을 거쳐 고위공무원으로 등용되는 케이스다. 공무원의 목표 중 하나가 승진인 점을 감안할 때 이같은관행은 공무원의 사기를 저해하고 정치권에 줄을 대도록부추길 우려가 크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고위공무원단제를 본받을 만하다.2급이 되면 부처 소속이 없어지면서 대통령의 정치적 임명을받는다.부처가 아닌 중앙인사위 소속이 된다.확실한 고급인력풀인 셈이다.민간인도 들어갈 수 있으나 공무원만큼이나 스크린 과정이 투명하고 까다롭다.대통령이 바뀌더라도 신분보장이 되며 그만큼 권위도 선다. 황성돈 외국어대 교수
  • 행자부 판공비 축소공개 ‘물의’

    공공기관 정보공개 청구제도를 지도·감독해야 할 행정자치부가 시민단체의 정보공개 청구사례에 대해 축소 공개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참여연대(공동대표 朴相增 朴恩正)는 지난 99년 행정자치부가 공개한 장·차관 등의 업무추진비(판공비) 사용내역과 국회 예결산 서류를 비교한 결과 연회비와 만찬·화환비 등 모두 3,780만원을 누락시킨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참여연대 납세자운동본부는 14일 “행자부의 판공비 정보공개 내용에 일부 의심이 있어 예결산서와 비교한 뒤 추가공개를 요구한 결과 의정관실의 연회비,만찬·화환비 등의 예산 3,780만원이 누락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또 추가공개에서 정부행사 소요경비로 전용되어 사용된 3,000여만원과 예비비에서 전용된 260여만원도누락됐다고 밝혔다. 행자부는 이에 대해 “고의로 누락한 것이 아니고 업무인수인계 과정에서 담당자가 미처 파악하지 못해 누락된것”이라고 해명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99년부터 벌이고 있는 예산감시운동의일환으로 기획예산처,재정경제부,행자부에 대해 판공비 사용내역을 정보공개 청구했다. 이에 따라 예산처와 재경부는 지난해 3월 공개했지만 행자부는 공개를 거부,참여연대측이 행정소송까지 제기한 뒤 지난 3월과 6월 두차례에 걸쳐 공개약속을 받아냈었다.한편 참여연대가 공개한 99년 기획예산처와 재경부의 장·차관 판공비는 국·실별 업무추진비 전용분을 합쳐 각각 4억7,500여만원과 2억1,300여만원이었다.행자부는 국·실 업무추진비 전용분을 제외한 장·차관 판공비가 2억5,000여만원이었다. 참여연대 김정희(金貞姬) 간사는 “정보공개 청구제도의모범이 돼야 할 행자부가 1년5개월만에 내놓은 것이 고작축소된 내용이었다”면서 “정보공개제도에 대한 정부의인식 부족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승수(河昇秀) 변호사는 “이는 부당한 정보공개 거부나 허위정보 공개에 대한 처벌조항조차 없는 현행 정보공개법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하 변호사는정보공개제도를 총괄하는 독립적인 기구 설치와 함께 정보공개법 위반행위에 대한 처벌조항신설 등을 촉구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
  • ‘국정 바로잡자’각계의 목소리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로 향후 국정운용에 관심이쏠리고 있다.각계 인사들은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치권과 정부,재계가 힘을 합칠 때라고 입을 모은다.아울러국민들의 성숙된 시민의식도 요구되고 있다. ●국정 전념의 계기로= 제2건국위 김상근(金祥根)상임위원장은 “대통령의 총재직 이양은 정상적인 것도 아니고 정치사에 반복되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니지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참여연대 박원순(朴元淳)사무처장은“여당측은 당의 쇄신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면서 “야당도 정략적 공세를 자제하고 국가와 국민의이익을 위해 국정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산업대 남궁근(南宮根)교수는 “여야를 막론하고 총재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이번 결정을 계기로 대통령은 행정에 전념하는 계기가 되길바란다”고 밝혔다.몽골유목민돕기운동본부 박명광(朴明光)본부장은 “모두 단결해도 쉽지 않은 상황인데 정치권은대권만 바라보며 사분오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경제회복과 남북문제를 큰 틀에서 풀어나가야 한다”고지적했다. 서울대 김병섭(金秉燮)교수는 “이번에야말로 공직사회가정치권의 풍향에 따라 흔들리거나 눈치보기,줄서기하는그릇된 관행이 뿌리뽑혀야 한다”고 강조했다.만약 행정공백이나 정치권 줄서기 행태로 나타나면 공무원 사회는 국민들에게 더이상 어떤 희망도 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제위기 극복에 주력해야= 경제위기 극복과 관련,전경련 손병두(孫炳斗)부회장은 “중국의 WTO 가입과 뉴라운드출범을 앞두고 우리 경제도 이에 부응할 수 있도록 체질을개선해야 한다”면서 “기업들이 활기차게 뛸 수 있도록환경을 과감히 개선하고 기업도 심기일전,경제살리기에 앞장선다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영탁(李永鐸)KTB네트워크 회장은 “그동안 정부가 업계로부터 신뢰를 잃었으나 앞으론 정책이나 고위당국자들의말이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기업들이 정치가 아니라 경제논리에 의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규제를완화하는 등 정부의 역할이 재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택시기사 이진식씨(38)는 “경제가 살아날 기미는보이지 않는 시점에서 정치인들은 싸움만 벌이고 있다”면서 “서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경제를 살리는 데신경썼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교육 등 민생챙기기도 중요= 서울 리라컴퓨터고 전희만교사(44)는 “대통령이 남은 임기동안 정파싸움에 휘둘리지 않고 민생과 국가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외교노력에 전념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특히 일관성 있고 신중한 교육정책을 주문했다.이번 수능에서 드러났듯 시시각각변하는 교육정책 때문에 교사와 학생들이 혼란스럽다는지적이다. 서울 잠실의 가정주부 정영순씨(44)는 “고3년생을 둔 엄마로서 이번 수능시험을 지켜보며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과외나 학원에 다닐 필요없이 쉽게 문제를 출제한다고 해놓고 웬만한 학원 전문강사들도 풀지 못하는문제를 출제한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경식(金敬植)회장은 “‘못살겠다’는 민심의 확산을 사회구성원 모두가 심각하게 읽어야할 때”라며“일부기업 총수들의 개인착복 등 비행과 파행은 윤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여론에 휩쓸려 자기 역할과 몫을 등한시하는 안이한 자세를 버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진상 김미경 박록삼기자 jsr@
  • 정치外風 막고 국정 바로잡자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를 계기로흐트러진 국정 전반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각계의 목소리가높다. 무엇보다 시급한 경제 살리기에 정치권을 비롯해 정부와재계가 힘을 합쳐야 하며,남북협력 관계도 지속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교육현안과 건강보험,외교통상,부정부패 척결 문제 등에 대해 교통정리를 해야 하고청장년 실업난 해소 등 민생문제에도 정부의 효율적 대처가 긴요하다. 국정공백을 메우기 위해 어느 때보다 공무원들의 사명감은 물론 공평하고 중립적인 인사가 절실한 시점이다.공직사회의 탈(脫)정치를 이룰 수 있다면 한 차원 높은 선진행정으로 나아가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박명광(朴明光) 경희대교수는 9일 “가장 시급한 문제인경제회복에 온 국력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김명호(金明浩) 전 한국은행총재는 “상황에 무조건 대응하는 경제정책이 아니라 원칙에 충실한 장기적 정책을 펼쳐야 할것”이라고 말했다.유치송(柳致松) 헌정회장은 “정기국회가 폐회되는 대로 대통령이탈정치를 선언하고 ‘실제내각’을 구성해 민생과 경제회복에 국민적 에너지를 투입해야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테러전쟁과 일본 등 세계적인 불황으로 우리도경기침체의 터널을 지나고 있어 국민의 경제적 고통을 해소하는 것이야말로 민심회복의 지름길임을 깨닫게 해준다. 전경련이 이날 진념 경제부총리와의 간담회에서 투자확대와고용창출에 앞장서겠다고 새삼 다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회적 가치관 확립과 관련,강만길(姜萬吉) 상지대총장은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비전이 필요하다”면서 “그것이 민족통일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이세중(李世中) 변호사도 “원칙과 기본이 중시되는 사회풍토를 조성해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근(金祥根) 제2건국위 상임위원장은 “대통령이 한나라·자민련 총재와 정례회담을 갖고 정책결정에서 국민적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가동 중인 고위당정 정책협의회와 여야정 정책협의회는 물론 국민경제자문회의 등 자문기구를 활성화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박원순(朴元淳)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국회에서 정치적의혹사건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인사청문회,특별검사법,선거법 등의 제도적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지운 주현진 박록삼기자jj@
  • [월세대란] (4.끝) 전문가 대담

    ***””월세전환때 일정기간 임대료 통제를””. 내년 봄에는 전세물량의 60% 이상이 월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사상 최악의 ‘월세대란’이 예고됨에 따라3일 오전 대한매일 편집국 회의실에서 관련 전문가와 세입자,정부 당국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좌담을 갖고 문제점과 대책을 짚어봤다.참석자들은 과도한 월세 부담을 제어할수 있는 가격통제정책과 정부 지원 강화 등을 촉구했다.좌담회에는 시민단체 대표로 김남근 참여연대 집행위원회 부위원장(변호사),학계 대표로 이정우 건국대 부동산대학원교수,세입자 대표로 이승우 ㈜해픈 대표,정부 당국자로 최재덕 건설교통부 주택정책국장이 참석했다. [이정우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현재 우리나라의 주택시장은 전세제도에서 월세로 전환되는 시점에 있다.IMF 이후 저금리기조가 지속되고 은행 대출이 수월해지면서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해 이득을 창출하는 시장상황이 경제상황과 맞아떨어진 것이다. 급격한 월세시장으로의 재편은 소득이 주거비 부담을 따라가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률이 갑작스럽게 높아진 결과 저소득층에게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월세대란의 첫번째 원인은 초저금리,다음으로는 소형 주택의 공급 책임을 진 정부의 오판으로 요약할 수 있다.소형 주택의 공급물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가격의 상승을 초래한 것이다.주택공급정책이 소득 계층별로 마련돼야 했으나 시장경제논리에만 얽매이다 보니 이렇게 된 셈이다. [김남근 변호사] 시민단체의 시각에서 본다면 정부의 오판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헌법에 보장된 주거복지권에 대한정부의 철학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노태우 정부는 주거문제로 인한 사회 불안이 우려되자 주택 200만호를 지었다.당시에는 수도권지역에 영구 임대아파트를 건설했으나 다음 정부 들어서는 완전히 손을 놓았다.주거복지권이라는 기본 철학이 후퇴하고 민간 공급에의존하면서 시장원리로만 해석됐다.이 때문에 수익성 높은아파트만 공급되고 영세민을 위한 소형 임대아파트는 충분히 공급되지 못했다. 소형 임대아파트는 정부가 시장을 통제하고 개입하면서조절해야 하는 부분이다.지금의 정부도 나름대로 도시영세민을 위한 장기 임대정책을 펴고 있으나 공약대로 이뤄지지 않았다.이 때문에 전·월세 대란이 일어난 것이다. 정부 스스로가 공공 임대주택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야 저소득층의 주거문제가 해결되는데 5∼6년이 지나면 민간 기업에 위탁해 버린다.주거예산 확충없이는 해결이 어렵다. 올해 6,000억원의 주거분야 예산은 전체 국가예산의 0.6%에 불과하다. 물론 장기적으로 보면 월세전환은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전월세 임대차 과정에서 보증금 인상에 대한 적절한 규제책이 없다는 점이다.법에서는 인상률을 5% 이하로묶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전혀 지켜지지 않는다.전세에서월세로 전환할 경우 단기적으로 가격통제 장치가 반드시필요하다. [이승우씨] 현재 왕십리에서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30만원을 주고 살고 있다.세입자로서는 정부가 어떤 정책을갖고 있는지,주택시장이 얼마나 왜곡됐는지 등은 잘 모른다.지난 98년 창동에 있는 15평 아파트를 전세 3,000만원에 살았다.당시 월세로는 20만원을 달라고 했다.그후 물가는 5∼6% 가량 오른 것 같은데 집값은 30% 이상 올랐다. 소득의 증가 속도보다 집값 상승률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매우 고통스럽다.200만호 건설이니,공급 물량 대폭 확대니 하는 정책 발표는 한마디로 ‘남의 얘기’다.아파트를 새로 짓는다고 집없는 서민들에게 돌아온다는 보장이 있는가.임대사업자들의 배만 불릴 것이다.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서 집값을 통제해 줬으면 좋겠다. [최재덕 건교부] 주택정책국장 전·월세 파동이 왜 일어났는지 원인부터 짚어봐야 할 것 같다.첫번째는 주택공급이부족하다는 데 있다.98년 34만호,99년 40만호의 건설을 사업승인했다.사업승인 후 2∼3년이 지나야 입주가 가능한데지난해 사업승인 물량이 부족해 주택난이 생겼다. 두번째로는 저금리 문제다.은행에 맡겨도 연간 이자율이4∼5%밖에 안되니 전세를 놓는 입장에서는 월세로 전환할수밖에 없다. IMF 이후 실직자가 많아지면서 주택구매력이 떨어지고 난개발에 대한 우려로 주택건설이 상당히 위축된 측면이 있다.서울시는 용적률을 낮추는쪽으로 돌아섰고 경기도는택지개발을 못하게 했다. 시민단체에서는 주택정책에 일관성이 없다고 하지만 분명히 일관성은 있다.첫째가 양적 확대다.주택보급률이 10년만에 12∼13%포인트 늘어난 것은 외국에서는 유례가 없다. 상황에 맞춰서 조정할 뿐이지 오락가락하지는 않는다. 전·월세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임대주택의 확대다.임대주택 재고량은 75만호쯤 된다.이중 35만호는 5년 후 파는 만큼 정부가 보유한 임대주택은 40만호라고 볼 수 있다.또주택건설 관련 예산도 6,000억원에서 내년에는 9,000억원정도로 늘어난다.김 변호사의 지적처럼 주택예산이 전체예산의 3∼4%로 늘어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 기회에 어려움도 말하고 싶다.정부는 임대주택을 계속 확대할 방침이지만 땅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주택가격상승을 얘기하는데 IMF 거치면서 주택가격이 20∼30% 폭락했다.전년도와 단순 비교하면 상승률이 매우 높지만 97년이전과 비교하면 거의 제자리걸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가격 통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두가지 측면에서현실성이 떨어진다.첫째,임대시장에서 가격규제를 하면 시장이 왜곡되는 동시에 공급 물량이 줄어든다.둘째,전·월세 가격 결정은 계약자들간의 사사로운 행위이기 때문에규제는 법논리에 맞지 않는다. 어쨌든 가장 중요한 것은 공급 확대다.특히 심각한 곳은수도권,특히 주택보급률이 70%인 서울이다. [이 교수] 서울 시내에는 집을 지을 공간이 없다.좁은 국토에서 서울로만 인구가 몰려드니 방법이 없는 것이다.결국 용적률을 높이는 방법밖에 없지 않나 생각된다. 주택정책은 지자체에만 맡길 게 아니라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용적률 통제는 건교부가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아파트를 지으려면 용도변경을 해야 하는 등 각종 규제가 지나치게 많다.서울 도심도 마찬가지다.종로지역에 아파트를못짓게 하고 빌딩만 건축하게 한 결과 도시공동화 현상을가속화시킨 것이다. 택지문제도 관건이다.도시개발법이 있지만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은 아직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법만 만들어놓고 실천하지 않는 것이다.난개발이라는 이유로 통제만하니 택지가 부족한 것은 당연하다. 이는 토지정책과 주택정책이 이원화돼 있기 때문이다. 부처별로 제각기 정책을 집행하다보니 정책 혼선이 계속되는것으로 볼 수 있다. 대부분의 공공임대주택은 아파트다.그러나 아파트에 살려면 기본적인 소득이 있어야 한다.아파트뿐 아니라 단독주택,다가구주택에 대한 재정지원도 필요하다.임대차 등록제도는 우리나라 형편에서는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차라리신고제도가 적절하다. [최 국장] 공급을 확대하려면 용적률도 높이고 재원 확보도 필요하다는 주장 등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하지만지자체,환경단체와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김 변호사] 주택 물량 공급에 대한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다.5만호를 짓겠다고 했다가 금방 공급물량을 15만호로늘리겠다고 하는 등 시류에 따라 왔다갔다하고 있다. 주택공급을 민간 공급에 초점을 맞추면 안된다.대표적으로 실패한 정책이 민간 임대아파트 정책이다.재정이 열악한 중소건설회사들이 무이자에 가까운 국민주택기금과 세입자들의 보증금으로 집을 짓겠다고 뛰어들었다가 부도를내고 서민들에게도 피해를 줬다.이에 대한 실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국민주택기금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 부실해져도 책임을 회피한 채 세입자에게만 미루고 있다. 임대료 통제정책은 영국과 미국 등 선진국들도 70년대까지 운용했으며 지금도 일부 대도시는 운용하고 있다.선진국들이 임대료 통제정책을 30년 이상 유지한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 건교부는 지난 5월 권장 임대료를 조사해 발표하겠다고했다가 보류했다.권장 임대료를 정하고 이 기준에 따라 임대차 분쟁을 조정했다면 세입자의 고통을 한결 덜 수 있었을 것이다.임대차 등록제도는 당장은 힘들겠지만 앞으로중·장기적으로 반드시 도입돼야 할 제도다. 용적률을 높여야 한다는 데는 반대다.환경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이 교수] 임대아파트 건축정책을 광역단위로 추진하면 서울과 수도권,민간 아파트와 임대아파트 거주자 사이에 계층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민간이 짓는 아파트에 대해서도소형 건축비율을 높여야 한다. [이승우씨] 집값이 폭락했을 때 임금도 같이 떨어졌다.그뒤집값은 올랐지만 임금은 오르지 않았다.주택정책은 보다 구체적인 타깃이 필요하다.단순히 양적으로 늘리겠다,이런 제도와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식이 아니라 서민들에게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최 국장] 정부는 주택문제에 대해 두 가지 해결 방안을갖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공급물량의 확대다.지난 5월 주택경기활성화대책을 발표하면서 양도소득세 등 세제 혜택을 줬다.이에 따라 주택경기가 활성화되고 있다. 두번째로 시장논리를 지켜가면서 금융 지원을 통해 주택문제를 해결해 나가려고 한다.최초 입주자를 대상으로 장기 저리자금을 1년 거치 19년 분할상환으로 지원하고 있다.최고 7,000만원까지 지원한다.전세가격이 2,500만원 이하인 영세민들에게는 연리 3%의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다가구,다세대주택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부족하다고 볼수 있다.하지만 주차문제 등 파생되는 사회문제도 적지 않다.주택 공급에 있어 일부 일관성이 없었음은 인정한다.시민단체와 학계에서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해주면 정부로서도 많은 보탬이 될 것이다.가격통제정책에 대해서는 계속 검토해보겠다.국민임대주택 20만호 건설 다음 단계로 영구임대주택 건설을 추진할계획이다. [김 변호사] 시민단체에서는 현재의 전·월세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으나 학계의 경우 거시적으로 보다 보니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소득대비 주거비용이30∼40%나 돼 서민에게는 큰 고통이다. 주택건설촉진법이 주택법으로 개정되면서 최저주거기준도포함된 만큼 이 법은 반드시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내년 봄에는 월세대란이 더욱 심각할텐데 빨리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정리 박록삼 안동환기자
  • 집중취재/ 재외공관 업무태만 백태

    ■재외국민을 '卒'로 안다. 대사관·총영사관 등 재외(在外)공관의 일상적인 교민행정은 물론,문서관리 체계와 직원의 기강이 크게 흐트러져있다.특히 국가를 대표한 공관장과 공관원들은 교민의 안전을 돌봐야 함에도 불구,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황제적 지위’만 영위하고 있다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 있다.감사원이 지난해와 올해 감사에서 지적한 재외공관의잘못된 행정행태를 짚어본다. 미 샌프란시스코와 캐나다밴쿠버공관의 경우 영사민원으로 재외공관을 방문한 교민의 재외국민 등록이 14.3%에 불과했다.또 지난 5월 두 공관을 표본점검한 결과,여권발급신청 등 5종 민원의 미등록률이 71.5%인 것으로 밝혀져 무사안일한 업무처리를 보여주고 있다. 주 이탈리아대사관은 대사관이 있는 로마 이외 지역의 영사 업무를 소홀히 해 교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대사관은 99년∼지난 5월 말까지 처리한 영사업무 중 29.2%만 순회영사가 처리했다. 외교부 총무과의 한 서기관은 주 호치민총영사가 97∼99년 12차례에 걸쳐 열지도 않은 초청만찬경비로 미화 4,108달러(한화 500여만원)를 청구했으나이를 확인하지 않고 지급했다. 외교통상본부의 한 이사관은 97∼99년 주 독일대사관 공사로 재임할 당시 일상경비와 도급경비는 외교활동비 등으로 써야 하는데도 관계직원 2명과 짜고 11건의 허위지급증명서류를 만들어 총 1만6,977마르크(1,624만원)를 인출한뒤 일부를 개인접대비나 선물대금으로 사용해 적발됐다. 이 이사관은 특히 재외공관에 근무하는 공사의 주택은 공관예산으로 비품을 구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도 97년 12월 6차례에 걸쳐 서가,침대,냉동고,소형카펫 등 1만3,113마르크(1,285만원) 상당의 비품을 관저용으로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 일본대사관은지급근거가 없는 보수성격의 ‘정착지원금’을 외교통상본부의 승인을 받지 않고 ‘주일대사관 고용원 보수에 관한내규’를 2차례나 고친 뒤 95년∼지난해 7월 고용원 37명에게 미화 2만5,700달러(한화 2,866만여원) 상당의 정착지원금을 지급해 적발됐다. 올해 초 당시 주 리비아 대사는 대사관저 임차료를 임의로 지불한 뒤 서류를 허위로 꾸며 차액을 유용하고,골프 및 휴양명목으로 제3국을 무단여행한사실이 탄로나 옷을 벗었다. 또 지난해에는 당시 독일대사관 공사가 회계장부를 조작해 공금을 변칙처리한 사실이 적발됐고,이스라엘 대사는 도박사건으로,과테말라대사는 교민들로부터 금품을 받아 문제가 됐다. 주 필리핀대사관등 8개 재외공관은 공증처리 대상문서가 아닌 서류는 수수료를 징수할 수 없는데도 98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호적관련 출생증명서,국외거주사실증명서 등 8,928건의 문서를발급한 뒤,공증수수료 2만5,992달러와 국제교류기여금 4,860달러 등 모두 3만여달러(한화 3,439만원)를 부당 징수했다. 정기홍기자 hong@. ■'영사 업무개선' 전문가 제언. 재외공관 영사들의 잦은 인사이동과 이에 따른 전문가 양성 실패가 이번 중국 선양(瀋陽) 영사사무소 사건을 불렀다.외교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재외공관 제일의업무가 돼야 할 자국민 권익보호가 하순위로 밀린 것은 외교부의 관료주의적 무책임성과 무감각,불성실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필리핀 대사를 역임한 경희대 아태국제대학원 이장춘(李長春) 객원교수는 “담당 영사도 자격있는 사람이 한 재외공관에서 최소 2∼3년 정도씩은 근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언어와 업무의 전문성 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사람이 담당할 경우 이번 사건처럼 자국민의 권익을 보호하지 못함은 물론,허둥지둥하다가 국제적 망신만을 자초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영사업무를 소홀히 취급하는 재외공관의 구조적 운영실태도 반드시 짚어야 할 대목이다. 고려대 서진영(徐鎭英)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국제적 망신에는 우리 정부의 관료주의적 무책임성과 무감각,불성실이 배경에 있다”고 전제,“재외공관의 업무 자세를 보면 우리 국민의 권익 보호보다는 국내 정치적 업무와정치인 방문,냉전시기의 남북문제 등의 동향에만 너무 신경을 쓰고 있다”고 꼬집었다. 서 교수는 “외교통상부는 다른 부처에 비해 엘리트의식과 폐쇄성이 너무 크다”며 “탈냉전시대의 외교는 국가나 특정집단의 이익에 앞서서 국민들의 이익을 최우선에 놓고 운영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태지(金太智) 전 일본대사도 “영사직 발령에 앞서 예비교육을 충분히 거쳐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일만 박록삼기자 oilman@. ■'中 사형사건' 문책 고민. 국제적 망신을 산 신모씨(42) 사건과 관련,정부는 최병효(崔秉孝)외교부 감사관의 현지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확한사건 경위를 정밀하게 따지는 한편 관련자 문책의 폭 및수위에 대한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정부는 4일 감사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외교부 신정승(辛正承)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내주 중 재외국민보호 강화 대책과 함께 문책범위를 밝히겠다”고만 밝혔다.정부 소식통은 “정부가 대외신뢰도를 땅에 떨어뜨린 사건의 심각성을 감안,감사결과공개 및 인책의 범위를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정부는 이번 감사에서 주중 한국대사관과 선양(瀋陽) 영사사무소 직원들의 문서관리 소홀 및 누락,그리고 상부에 대한 보고태만 등과 관련,신씨 사건을 담당하거나 담당했어야 할 보고선상에 있는 실무직원,영사,총영사들의직·간접 과실 여부를 집중 점검했으며 상당부분 책임 정도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정부는 이를 토대로 빠르면2∼3일내 문책 폭 및 수위 등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에 직접 관련이 있는 문서관리책임자 및 담당영사 등 실무인사들이 주 대상이다.그러나 97년 11월 ‘극형’이 예상되는 한국인이 체포됐는데도 늑장대응하고 사건추적을 게을리한 점,게다가 사건이 표면화한 지난 10월22일 이후에도 거짓 주장으로 국제적인 망신을초래한 만큼 사건발생 이후 현재까지의 전·현 주중대사및 장·차관급 등 고위직에 대한 문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중국이 1심재판 일정을 주중 대사관으로 보낸 99년 1월11일 당시 주중 대사는 권병현(權丙鉉) 현 재외동포재단이사장이었고,사건 관련 영사업무는 경찰에서 파견된 K모 외사협력관,영사담당 수석참사관은 S모씨(현 S총영사관 부총영사)였다. 중국측이 사형판결문을 선양 영사사무소에 보냈다는 올 9월25일 J모 소장이 책임자였으며,외사 협력관은 경찰에서파견된 L모 영사였다.당시 주중대사관은 홍순영(洪淳瑛)전 대사가 통일부장관에 기용돼 귀국했고,김하중(金夏中)현 대사는 부임하지 않은 상태였다. 김수정기자 crystal@. ■'3류외교' 문제점. ‘자국인의 생명이 달린 중요 문서가 입전된 사실조차 몰랐다.’ 한국인 신모씨(42)의 중국내 사형집행 사건은 ‘재외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를 책임진 영사업무가 얼마나 엉터리로 처리되고 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재외국민들로부터 각종 사건·사고 신고를 받으면 즉시주재국 치안 및 사법 당국과 협력해 자국민의 신변보호에만전을 기해야 할 영사업무가 이처럼 ‘3류’ 수준으로 전락한 원인은 크게 3가지로 분석된다.1차적으로는 외교부내의 낮은 위상 및 경시 풍조,이에 따른 외무관들의 사명감 부족,열악한 업무환경 등을 꼽을 수 있다. “영사업무를 맡게 되면 물먹었다고 생각한다.한마디로운이없어 ‘3D업종’으로 밀려났다고 여긴다.” 신참시절 해외공관에서 영사업무를 했었다는 한 외교관은 “영사업무가 외교부내 기피 1순위”라며 “그러나 (나는) 민원이적은 선진국에서 영사업무를 맡아 그나마 다행이었다”고털어놓았다. 영사업무 경시풍조는 인력 현황에서도 잘 알 수 있다.본부의 영사국 외무관은 불과 3명이다.담당과장 1명과 외교직 직원 2명이 190개국이 넘는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재외국민 관련 각종 사건·사고를 현지공관으로부터 보고받고처리방침을 지시한다. 문제가 된 선양(瀋陽) 영사사무소는 최대 기피지역으로꼽힌다.헤이룽장(黑龍江)·랴오닝(遼寧)·지린(吉林)성 등 3성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2만명은 물론 조선족 등의 입국비자업무까지 한해 10만여건의 민원을 처리해야 하지만소장을 포함,전체 인력은 8명에 불과하다.철저한 재외국민 보호활동을 기대하기란 애초부터 무리란 지적이다. 김수정기자.
  • [월세대란] (3)정부가 나서야한다

    ***””임대주택부터 늘려라””. ‘무주택 서민들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 올 들어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 몰아친 월세대란은 정부의잘못된 예측과 주택정책 혼선이 빚은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초저금리 추세에 대한 예측 실패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하더라도 공공임대 주택과 전용면적 18평 이하소형 아파트의 수급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공급물량 부족사태를 초래한 정책 혼선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목소리가높다. ‘살인적인’ 주거비 부담을 견디다 못해 내집 마련의 꿈을 접고 서울 외곽과 수도권 지역의 셋집을 전전하다 도시빈민층으로 전락할 위기로 몰린 영세 서민들의 주거안정을위해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는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소형 아파트 건설의무제의 폐지, 부활 등과같은 일관성 없는 정책 탈피 ▲전체 건설물량의 6%에 불과한 공공임대 아파트 건설비율 상향 조정 ▲택지 개발 및 공급 확대 ▲합리적인 임대료 산정기준 마련 등을 선결과제로꼽고 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주택시장에 규제가가해지면 가격왜곡과 투기가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소형 아파트 건설 의무제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중·대형 아파트의 가격 상승이 지속된 것을 보면 이 제도가 적절한 처방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자율 환경에 적응하는 단계에서 또다시 규제로묶기보다는 자율화의 기조를 지키는 선상에서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주문했다.국토연구원 김혜승 연구원은 “저소득층이 빈민화하는 것을 차단하려면 공공임대 주택에 한해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공공임대 주택의 혜택이 저소득층의 10%에게만 돌아가는 만큼 민간이 짓는 다세대·다가구주택을 정부가 매입해 공공임대 주택화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주택공사 주택연구소 박신영 연구원은 “일본과 네덜란드의 경우 정부가 임대료 상승률을 통제하고,미국은 주거비가 소득의 30%를 넘으면 주거비의 일부를 보조해 주는 주거급여제 성격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선진국의사례를 참고로 제시했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연구실장은 “71∼90년 연평균 15%씩 치솟던 집값 상승의 신화가 깨지면서 집주인들이 월세를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세입자들도 앞으로 임대시장의 대세가 월세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합리적인 임대료 산정 기준 마련과 함께 지자체별로 주택임대 분쟁조정기구를 통해 임대료를 조정토록 하되 수용하면 세제혜택을,불응하면 불이익을 주는 당근과 채찍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주석기자 joo@. ■해결의지 있나 없나. 집주인과 세입자간의 임대료 분쟁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각 지방자치단체에 설치토록 한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가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많은 지자체가 분쟁조정위원회 설치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데다,위원회가 설치됐더라도 조정실적이 단 한 건도 없는경우가 태반이다.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대부분의 세입자들은 위원회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지난 9월 ‘서민주거생활 안정대책’을 발표하면서 서울·부산·대전·광주·울산·춘천·성남 등 임대차 분쟁이 잦은 대도시에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지난3월부터 설치,운영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2일 본지가 지자체별로 확인한 결과 이같은 발표는당시 들끓던 전·월세 대란에 따른 비난 화살을 피하기 위한 ‘수식어’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예산과 인력 부족,법적 근거 미흡 등을 이유로 건교부가 내려보낸 위원회 운영 규정을 외면하고있었다. 위원회가 설치된 강원도 춘천시와 울산시 남구,서울 강동·서대문구의 경우 단 1건의 분쟁 조정실적도 없었다.춘천시는 부시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변호사,공인중개사 등 관련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했지만 한 번도 회의를소집하지 않았다. 춘천시 관계자는 “임대차 분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서울 강동구와 서대문구는 별도의 상담실 없이 주택과 담당공무원이 직접 해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울산시 관계자는 “건교부의 지침에 따라 위원회를 만들긴했지만 법적 근거도 없는 껍데기 조직이어서 그런지 전문가들이 나서려고 하지않는다”면서 “위원회의 업무는 사실상 공백상태”라고 털어놓았다. 광주시와 서울 강남·송파·성북·동작구 등은 실질적으로분쟁을 심의·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위원회 구성을 미루고 있었다. 송파구 관계자는 “지난 6월부터 임대차 관련 상담을 ‘송파구 1230 신문고’에 포함시켰다”면서 “매월 상담건수는30여건에 이르지만 조정건수는 없고 적정선에서 타협하도록설득하는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다만 서울시의 경우 민원봉사실 한켠에 별도로 주택임대차분쟁상담실을 마련,비교적 모범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다.담당공무원 1명에 부동산중개사협회와 한국소비자연맹 파견직원 각 1명,가정법률상담소 파견직원 2명 등 모두 5명이 상담을 맡고 있었다.지난 3월20일 상담실이 개설된 이후 2만건 이상의 상담실적을 기록했다.조정실적도 210건이나 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가 서민 등 세입자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만큼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위원회 설치를 명문화하는 등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3월 전국 지자체에 시달한 건교부의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운영규정에 따르면 위원회는 지자체 부단체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단체장이 위촉하는 6인으로 구성토록돼 있다. 위원회는 전세보증금의 월세전환시 또는 기존 월세의 적용금리에 관한 각종 분쟁을 조정하고 주택유형별 권장 임대료 기준을 설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주석 안동환기자 joo@. ■시민단체 제시 ‘대안’. “사회안전망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월세 전환이 급작스럽게 이뤄지면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더욱 심화될우려가 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서민들의 주거문제는 궁극적으로 사회복지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전·월세 대란의 근본 해법도 공공임대주택 공급확대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 등 관련 소비자단체들은 올 들어 전·월세 대란과 함께 분쟁이 급증하자 임차인들의 억울한 호소를 들어주고 법률적 검토 및 조정 역할을 맡아 왔다. 하소연할 곳 하나 없는 세입자로서는 딱한 사연을 들어주는곳이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큰 힘이 됐다.참여연대,YMCA,전국철거민연합회(전철연),민주노동당 등이 서민들의 편에서서 하소연을 들어주는 대표적인 시민·사회단체다. 특히 참여연대 산하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는 제도적인 측면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전세 계약관계를 토대로 만들어진주택임대차보호법의 한계가 드러난 것으로 진단, 지난 5월부터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참여연대 시민권리국 박원석(朴元錫)국장은 “단기적인 대책으로는 월세의 상한선 도입과 임차인의 동의없는 월세 전환을 제한하는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또 중·장기적으로는 ▲선진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공정임대료제도(Fare rental system) 도입 ▲실질적 분쟁조정 권한을 가진임대료 분쟁조정위원회의 도입 등을 제시했다. 민주노동당과 전철연은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투입되는 예산이 일정 비율 이상을 유지토록 하는 등 무주택자들에게는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공공임대주택의 공급 확대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시각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
  • [월세대란] (2)내년이 더 심각하다

    ***전셋집 아예 '실종'. ‘월세대란,내년에는 더 심각하다.’ 올봄부터 서울 등 수도권지역의 소형 공동주택에 세들어사는 서민들을 엄습했던 월세대란이 내년 봄에는 사상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소형 주택의 공급 물량이 9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수급불균형이 한층 심화되는데다,올 한해 월세전환의 유·불리를 저울질한 집주인들이 대거 월세전환 행렬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주부 차양혜씨(29·서울 강서구 가양동 도시개발9단지)는“지난 8월 집주인에게서 임대차계약이 끝나면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50만원으로 돌리겠다는 통보를 받았을 때의악몽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그후 가양동,내발산동,등촌동,방화동 일대의 부동산을 발이 닳도록 샅샅이 뒤진 끝에 겨우 전셋집을 구한 차씨는 “올초 실직한 남편이 금방재취업한다는 보장도 없고 내년에는 월세대란이 더욱 심해진다고 주변에서는 아우성이니 앞일이 걱정”이라고 탄식했다. 출판업종에 종사하는 이종화(李鍾和·31·인천 남동구 구월동)씨는 최근 3년사이에 세번이나 집을 옮겼다. 이씨는 “월세에 떠밀려 수도권 외곽까지 밀려난 것 같아씁쓸하다”면서 “출퇴근에 시달리다 보니 서울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만 지금의 박봉으로는 기약할 수 없는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정보제공업체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내년 중 서울등 수도권지역에서 공급되는 아파트 물량은 모두 12만3,802가구로 올해(13만5,336가구)보다 8.5%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특히 서울의 경우 신규 공급물량이 3만6,665가구에불과,올해(5만907가구)보다 28%나 줄어들어 9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현대경제연구원,주택산업연구원, 건설산업연구원 등 민간연구소들도 97년 외환위기 이후 1998∼2000년 주택건설 실적이 연평균 38만1,000여 가구로 이전에 비해 평균 40%나감소한 점을 들어 내년의 신규 아파트 공급물량이 수요에크게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내년 중 잠실과청담,도곡 등 서울 5개 저밀도지구의 재건축사업이 본격화되면 최대 1만여 가구의 이주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서울의 월세대란을더욱 부채질할 전망이다. 강남구 논현동 김정권부동산 대표 김정권씨는 “저밀도지구의 경우 세입자의 80% 이상이 자녀의 학교문제 등 때문에 강남지역에 주저앉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주가본격화되면 엄청난 혼란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노주석기자 joo@. ■새내기 비애와 새 풍속. ‘전세는 OK,월세는 NO,내집 마련은 글쎄.’ 월세대란을 헤쳐나가는 신세대 부부들에게 맞벌이는 필수가 된 지 오래다.월세 부담으로 전셋집을 선호하지만 부모세대와는 달리 내집 마련에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러나 월세대란이 가져온 현실은 신세대 부부들에게도 가혹하기만 하다. 지난달 13일 결혼식을 올린 새내기 신부 윤성혜씨(가명·30)는 아직 남편(32)과 주말부부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결혼 두달 전부터 신혼집을 구하러 돌아다녔지만 마땅한전셋집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지금도 틈틈이 인터넷부동산 사이트를 뒤지거나 중개업소에 연락을 취하고 있지만 50여명이나 되는 대기자 순위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있다. 윤씨는 친정에서 직장이 있는 역삼동까지 출퇴근하고 남편은 시댁에서 여의도까지 출퇴근하면서 신혼의 단꿈은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윤씨는 “신혼생활이 이처럼 악몽이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며 한숨을 지었다. 월세대란은 결혼풍속도마저 바꿔놓았다.최근 결혼정보회사인듀오가 미혼 남녀 446명을 대상으로 신혼 주거지에 대한의식을 조사한 결과 미혼 남성의 53%가 ‘신혼 주거지 마련 후 결혼 날짜를 잡겠다’고 응답해 ‘결혼 날짜를 잡은후 신혼 주거지를 마련하겠다’(32.1%)는 응답을 압도했다. 듀오의 이상호 팀장(33)은 “신세대 부부들은 집을 후세에게 남겨줄 유산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내집을 마련하기 위해 고통을 감내하기보다는 문화적 여가활동과 소비를 우선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다음달에 결혼하는 정현우씨(29·프로그래머)도 전셋집을마련한 뒤 결혼식 날짜를 잡았다. 신혼 둥지를 틀 전셋집을 구하는 데 무려 4개월이나 걸렸다. 지난 4월부터 서울강남·서초·관악구 등 70여 군데의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았지만 전세로 나온 집이 없었던 탓이다.가계약을 해 놓고도 중간에 다른 대기자가 웃돈을 주며 끼어들어 계약이 깨진 경험도 있다. 지난해 11월 결혼식을 치른 이재훈씨(가명·32·무역업)는 최근 결혼 전에 마련한 경기도 산본의 30평형 아파트를팔아버리고 경기도 수원시 영통지구의 17평짜리 전세아파트로 이사했다.피아노학원을 운영하는 아내(27)도 집을 파는 데 흔쾌히 동의했다.아직 자녀계획이 없는 이씨 부부에게는 평수가 큰 집은 불필요한 지출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모터사이클을 즐기는 이씨는 아파트를 판 돈에서 3,000만원을 떼내 1,340㏄짜리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를 구입했다.지난 추석 연휴에는 아내와 함께 싱가포르로 여행을 다녀왔다.주말이면 스킨스쿠버와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이씨부부는 장비구입에만 1인당 200만원씩 투자했다.이씨 부부는 매월 맞벌이 수입 350만원 중 절반을 여행과 레저비용으로 쓴다.허리띠를 졸라매고 세월을 보내기에는 인생이너무 짧다는 게 이씨 부부의 생각이다.다만 여유가 생기면한적한 시골에 전원주택을 지어 살고 싶다는것이 주택에대한 유일한 꿈이다. 맞벌이인 3년차 신부 김소미씨(가명·28·서울 송파구)는전세금 1억2,000만원짜리 30평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신혼 초기에는 내집 장만을 서둘렀지만 몇 차례 이사를 하면서 인생 계획을 바꿨다.내집 마련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하는 대신 즐기면서 살기로 생각을 바꾼 것이다.자연적으로 지출내용도 달라졌다.남편은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고 김씨는 여행과 헬스,문화생활에 돈을 쓰고 있다. 안동환기자 sunstory@. ■임대사업자 “입주지연금 대신 내라” 횡포. 서울 H중학교 최모 교장(54)은 지난 5월 신규 분양된 32평형 아파트를 전세로 얻는 과정에서 주택임대사업자로부터 어처구니없는 횡포를 당했다. 마침 비가 내리는 가운데 이사를 한 최 교장은 임대업자인 집주인에게 전세 잔금을 건네주었다.그러나 집주인은‘입주기간이 20여일이나 지났으니 잔금에 대한 이자를 물어내라’고 생떼를 부리면서 아파트 열쇠를 내주지 않았다.실랑이 끝에 최 교장은 200만원을 추가로 주고서야 열쇠를 받았다.임대업자는 영수증도 써주지 않았다. 최 교장은 “말로만 듣던 악덕 임대업자로부터 횡포를 당하고 보니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면서 “주변에서는 소송을 걸라고 했지만 번거로울 것 같아 그냥 넘어갔다”고 말했다. 매매가 3억원을 호가하는 은평구 신사동의 다세대주택에7,000만원을 주고 세들어 살던 황모씨(43·자영업) 등 12가구는 지난 봄 임대계약기간 2년이 만료돼 임대업자에게전세금 반환을 요구했지만 “다른 세입자를 구하든지,그대로 살든지 알 바 아니다”는 답변을 들었다.대책위를 결성해 ‘투쟁’에 나섰지만 결국 공동명의로 집을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다세대주택 임대업자가 전세금을 챙긴 뒤 ‘배째라’며 버틴 전형적인 사례다. 재력이 있는 일부 부동산중개업자가 임대사업에 뛰어들거나 소규모 다세대주택을 위탁관리하면서 횡포를 부리는사례도 많다. 서울 포이동의 다세대주택 반지하방에 전세금 3,000만원을 주고 세들어 사는 김모씨(32)는 2년전 계약서를 써줬던부동산업자로부터 ‘월세로 전환하지 않고 전세로 계속 살려면 법정 중개수수료의 절반을 내라’는 요구에 12만원을뜯겨야 했다. 김씨는 “포이동에 다세대빌라 500여 가구를 가진 한 중개업자는 ‘재계약때 수수료를 지급한다’는 항목을 넣어계약서를 쓰도록 강요한 뒤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주택경기 활성화를 위해 미분양 아파트를 사서 임대할 경우 양도소득세와 재산세 등에서 세제혜택을 부여하면서 임대주택사업자는 크게 늘었다.지난 7월 말 현재 등록된 임대주택사업자는 1만4,129명.이들이 보유한 임대주택은 51만1,192가구에 이른다.대부분 퇴직자이거나 자영업자들이며,부동산중개소를 직접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서울YMCA 시민중계실 윤호창(尹鎬昌)간사는 “임대차 계약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는 민사소송으로 해결할 수밖에없으므로 임차인 스스로가 계약 조항을 꼼꼼히 따져봐야한다”고 조언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
  • 집중취재/ 확성기 소음 ‘고문’…전국이 몸살

    ■소음 기준과 실태. 과도한 생활소음에 대한 규제가 시급하다.전국 지방자치단체에는 생활소음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개선과 처벌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민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특히 고성능스피커를 이용한 확성기 사용집회는 강력한 규제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8일 환경부와 서울시청 등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 청사주변에는 거의 매일 고성능 확성기 시위가 벌어지고 있어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서울에서만 하루평균 100여건에 달한다.한 지자체 관계자는 “청사 주변에서 으레 고성능 확성기를 이용한 시위가 벌어져 업무에 큰 지장을 받고있다”고 말했다. 주변 직장인들은 단속기관에 항의를 해보지만 단속할 방법이 없다는 소리만 되풀이해서 들을 뿐이다.시위대들은 합법적으로 벌이는 시위인 만큼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갈수록 스피커 볼륨을 높이고 있다. 현행 ‘소음진동규제법’의 생활소음 단속대상에는 사람의 육성이나 가축의 소리 등은 포함돼 있지 않다.공장이나 사업장 등의 기계·기구시설에서 나는 소음만해당된다고 돼 있다.따라서 아파트나 공동생활 주택의 피아노 소리나 부부싸움,고성방가,설거지 소리 등은 단속대상조차 아니다.특히 집회소음(주간 80㏈·데시벨)은 단속조차 없는 형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 25개 도시의 전용주거지역 생활소음도는 강릉과 마산만 기준치(50㏈) 이내에 들었을 뿐 나머지 23곳은 기준치를 초과했다. 자치단체청사 앞은 시위전용장소가 돼버렸다. 서울시청 주변에는 대형확성기 4대를 동원한 시위가 계속되면서 50여m 떨어진 사무실에서는 전화통화조차 제대로할 수 없는 실정이다.김모씨(52·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는 “여의도에 산다는 죄로 주말마다 한강둔치에서 벌어지는 집회와 야외행사 스피커 소리를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는게 고통스럽다”고 토로했다. 서울 마포구 신수동 D아파트 주민들은 인근 고물상에서들려오는 소음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온종일 깡통이나 쇳덩이를 분리하는 망치질 소리에 시달린다.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H아파트의 주부 이모씨(43)는 최근 위층에 사는이웃과 다퉜다.고3 수험생 아들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있는데 때도 없이 울려대는 피아노 소리 때문이다. 직장인 최모씨(40)도 사흘 걸러 부부싸움을 하는 이웃 때문에 이사갈 계획이다.한밤중 오토바이 폭주족들과 술주정꾼들의 고성방가도 주민들의 고질적인 민원으로 제기되고있다. 지하철내 핸드폰 벨소리와 큰소리로 통화하는 사람들의목소리도 신경을 거스른다.‘번개상인’들과 ‘주 예수를믿으라∼’하는 ‘전동차 순회선교사’의 외침도 문제다. 경기도 시흥시 시화공단내 냉정초교와 함현고는 교실과 도로가 인접해 있다.냉정초교 유정식(兪楨植) 교감은 “자동차 소음으로 인한 학부모들의 항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방음벽 설치를 여러번 건의했지만 ‘조만간 조치하겠다’는 대답뿐”이라고 말했다.교사들도 큰소리로수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목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유진상 조현석 박록삼기자 jsr@. ■선진국에선 30㏈만 넘어도 처벌 강력. 선진국에서는 어떤 집회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않는 범위에서 진행해야 한다.소음으로 피해를 줄 때는 경찰의 단속대상이 되고 처벌을 받는다.집회소음은 지난 99년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기준인 30㏈을 위반할 경우고액의 벌금을 부과받거나 경찰의 제지를 받는다. 미국 뉴욕에서는 소음문제 및 기준이 법으로 정해져 있고,소음발생 신고시 경찰이 즉각 출동해 단속하며 최고 800달러(1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독일에서도 이웃을 괴롭히는 불필요한 소음을 위법으로규정,최고 1만마르크(630만원)의 벌금을 매긴다. 일본의 오카야마현(岡山縣) 공안위원회는 지난 84년 확성기 등에 의한 폭소음(暴騷音) 규제조례를 제정했다.현재전국 47개 도·부·현 가운데 45곳이 이 조례를 운용하고있다. 조례에는 생활소음이 나는 곳으로부터 10m 이상 떨어진지점에서 85㏈을 초과하는 음량을 폭소음으로 정의,규제하고 있다.규제대상에는 확성기 외에 가라오케 기기,축음기,악기도 포함돼 있다. 경찰서장에게는 반복 확성기 위반자에 대해 확성기를 회수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돼 있다. 선진국에서는 생활소음에 대한 주민신고제가 잘돼 있고경찰의 대응체계도 빠르다. 자치단체별로 생활소음과 관련된 공동생활규약을 마련,시행하고 있다.독일은 ‘질서위반법’을 적용해 각주마다 일정한 시간대에 가사와 음악에 관련된 소음이 발생하면 과태료를 물린다. 조현석 주현진기자 hyun68@. ■시위소음 단속규정 없어…관계기관 속수무책. 시민들이 각종 생활소음에 시달리고 있지만 경찰과 관계기관은 속수무책이다.소음 관련규제와 처벌도 실효성이 떨어진다. 특히 집회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단속실적이 전무한 실정이다.‘소음진동규제법’상 생활소음의 단속대상에 사람의육성이나 가축의 소리 등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규제기준을 넘어설 경우 방음시설 설치,조업시간 변경,장비조정 등의 행정처분을 내리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형사고발돼 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받게된다. 집회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생활소음으로서 기준을 넘기더라도 현실적으로 규제가 안되고 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는 확성기 대수를 포함한 시위방법에 대해 관할경찰서장의 허가를 받도록 돼 있을뿐 소음에 대한 단속규정은 없다.소음진동규제법상에는 집회시 확성기 소음규제 규정을 주간에 80㏈(지하철 운행시소음)이하로 정하고 있다.하지만 소음진동규제법은 일상적인 생활소음을 규제하는 것으로 집회에 이를 적용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환경부도 집회에서 발생하는 확성기 소음을 생활소음으로규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한경찰관은 “단속근거가 없어 현재로서는 피해주민들이 시위대가 확성기 사용을 하지 못하도록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는 것이 전부”라고 단속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서울대 이비인후과 전문의 오승하(吳承夏)교수는 “일반인들이 60㏈ 이상에서는 수면장애,90㏈ 이상의 소음에서는청력손상 등 건강에 영향을 받게된다”면서 “과도한 소음공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생활주변에서 발생하는 소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성된‘아파트주거환경 문화개선 시민운동본부’ 대표 홍성표(洪聖杓·55)씨는 “주민들은 각종 소음에서 벗어나 ‘조용히 살 권리’가 있다”면서 “각종 소음을 규제할 수 있는‘주거환경보호법’(가칭)을 추진중에 있다”고 밝혔다. 최병규 조현석기자 hyun68@. ■전문가 제언/ 휴대폰·고성방가도 규제 추세. 최근 법적 생활소음 규제대상이 아닌 휴대폰,고성방가,폭죽,피아노 등의 소음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들 소음도 생활소음에 포함시켜 규제하는 사례가 증가하는추세다. 이동행상과 도우미업체의 이동확성기 사용이나 행락객의음향기계 사용에 대해 최근 행정심의위원회가 과태료 부과명령을 내린다든지,법원이 집회·시위에서 생긴 확성기 소음을 생활소음으로 결정한 것 등이 예다. 생활소음을 측정할 때는 소음계라는 장비를 쓴다.장시간의 확성기 사용이나 악기연주에 의한 소음에 대해서는 소음을 측정해 피해를 수치적으로 가늠할 수 있다.그러나 휴대폰,폭죽,고성방가 등의 소음은 단발성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일반인이 직접 측정하고 그 피해를 입증하기 어려워규제가힘들 수밖에 없다. 생활소음을 줄이기 위해서는 관련업계의 노력이 절실하다.휴대폰의 벨소리 크기에 대한 기준안 마련,공연장·도서관에서 휴대폰의 진동모드 자동전환장치 설치 등이 좋은예다.저소음 악기의 생산,아파트 등 공공시설물의 소음 방지대책 강화 등의 조치도 시급하다.무엇보다 양심과 예의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절실하다. ▲정성수 표준과학연구원. ■전문가 제언/ 생활소음 자제 시민의식 절실. 소음방지법은 생활소음을 사업장,공장,공사장 등 시설사용에서 발생하는 소음들로 규정하고 있다.이웃집의 악기소리,취객의 고성방가,공공장소에서의 핸드폰 사용 등 실질적인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법적으로 규제대상이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외국의 경우에도 이같은 생활소음은 거의 시민의식에 의존해 해소하는 분위기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말자는 개인주의가 강한 점도 이유지만 신고정신 또한 투철하다. 피해라고 생각되면 타협없이 경찰 등 행정기관에 신고한다. 행정기관도 민원이 생기면 요구대로 바로 조치를해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남을 배려하는 의식이 약한데다 신고를 하더라도 행정기관이 무마하는 수준에서 일을 끝내려는게 큰 문제다. 예컨대 주거밀집지역 아파트재개발의 경우 공사기간 단축을 위해 진동소음을 일으키기 일쑤다.법적 규제치를 넘기는 수준이지만 인근주민의 신고에 대한 구청의 대응태도는지극히 임시방편적이다. 법적용을 하는 행정기관은 공사장이 법규를 지켜 공사를 하도록 하고 주민들의 신고를 사실로 받아들여 공사장 관리를 엄격히 해야 한다. 이인현 시민환경연부소장.
  • ‘초원의 나라’ 몽골에 부는 韓流

    초원의 나라 몽골에 한국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 차기 대통령감으로 꼽히는 울란바토르 시장을 비롯한 21명의 도지사 전원이 지난 23일부터 한국에서 행정연수를 하는 것을 계기로 양국간 교류현황을 살펴본다. ■한·몽골 교류현황. ‘솔롱거스(무지개 나라)’ 몽골인은 한국을 이처럼 ‘솔롱거스’라 부른다.한국에 대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현재 몽골에는 민·관을 가리지 않고 ‘한국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한마디로 한국을 배우자는 것이다. 지난 91년부터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받아들인 몽골은 변화와 개혁의 구체적인 모범국으로 우리의 사례를 받아들이려 한다.한국은 몽골에 지금까지 3,550만달러를 투자해 중국,일본에 이어 세번째 투자국가다. 우리 입장에서도 시베리아철도(TSR)가 몽골을 지나고 있어 경의선이 연결되는 통일 한반도시대에는 몽골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장기적 관점에서 몽골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간 교류] 지난 23일 몽골 울란바토르 시장과 아이막지사 21명 전원이 국가전문행정연수원에서 연수를 시작했다.‘아이막’은 몽골 행정구역으로 우리의 도(道)에 해당된다.한 나라의 도지사 전원이 공무원 연수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국이 지난 90년 3월 국교를 맺은 뒤 지난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몽골을 찾아 경제,문화·학술 등 분야에서 한·몽 교류협력을 다짐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지난 2월에는 몽골 바가반디 대통령의 답방에 이어 이한동(李漢東) 총리의 몽골 방문 등 교류의 폭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앞으로 하위직 공무원까지 방한 러시가 이어질 전망이다. [민간교류는 더욱 활발] 지난해 지구촌나눔운동 등 20여개 시민단체들이 만든 몽골유목민돕기운동본부(본부장 朴明光)의 활동이 눈부시다.몽골인은 지난 겨울 극심한 혹한과 폭설로 ‘재산목록 1호’인 소·양 등 가축 300여만마리를 잃었다.몽골의 유목생활이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입는 근본원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운동본부는 몽골 적십자,여성농민연합 등 NGO와 연대해 ‘정착마을’ 시범사업에 들어갔다.교육,의료,농축산업 분야 등에서우리나라의 전문가와 기술자 등이 참여한다.박본부장은 “이 프로젝트의 모범이 몽골 전역으로 확산되면 몽골민들의 생활수준이 한층 높아질것”이라고 말했다. 또 몽골국립대와 울란바타르대 등 여러 대학에 한국어과가 개설돼 매년 200여명의 졸업생이 배출되고 있다. 국내에는 현재 50여명의 몽골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으며 바가반디 대통령의 딸도 서강대 경제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따기도 했었다. 몽골 대학생들은 “한국어의 인기가 이미 영어,일본어를 뛰어넘었고 오랫동안 제2외국어였던 러시아어의 위상을 위협할 정도”라면서 “정서·인종적으로 한국이 친밀한 데다 경제, 문화 등 여러 측면에서 배울 부분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박록삼기자 youngtan@. ■양국 과제와 전망- 몽골은 통일한국시대 '거점'. 몽골이 향후 한국의 주요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양국간 교역규모는 5,700만달러로 한국은 몽골의 다섯번째 교역국,3위 투자국이다.양국간의 인적교류도 수교 당시보다 약 100배이상 급증한 2만여명에 이르렀다. 그리고 한국은 화력발전소 건설사업과 정보통신망 현대화 사업 등에 지금까지 3,365만달러의 유·무상 원조를 약속했다. 하지만 단순한 ‘퍼주기’는 아니다.같은 동북아 국가로서 향후 통일 한반도시대를 감안하면 몽골의 잠재력은 무한하다.외교통상부 관계자는 “몽골과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경제적 이해관계만이 아니라 대북정책을 비롯,국제적 외교정책에 있어서 중요하다”면서 “몽골과 우호협력 관계는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몽골은 남북 등거리 외교정책을 펴면서 정부의 대북정책에 적극 협조할 뜻을 비치고 있다. 특히 경의선이 이어지고 시베리아 철도에 연계되면 물류비용이 크게 줄면서 우리의 주요 수출입 루트가 된다.몽골은 또 금·구리·석탄 등 세계10대 자원보유국이어서 개발매력을 지니고 있다. 울란바토르 앵흐볼드 시장도 “몽골의 천연자원과 한국의 기술력,자본이 만나면 큰 효과를 내 서로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양국간 걸림돌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일부탈북자들이 단속이 심한 중국을 피해 안전이 보장되는 몽골을 찾는 현실”이라며 “북한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경우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몽골의 국내 불법체류자들이 본국에 송금하는 연 6,000만달러가 몽골 외화수입의 10%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이들의 신분안정성을 요구하는 대목도 우리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박록삼기자. ■앵흐볼드 울란바토르 시장 “한국 경제발전에 감동”. “한국이 짧은 기간에 이룬 경제발전에 대해 감동받았습니다.경제는 물론 문화,과학기술 등을 고스란히 눈에 담아 가겠습니다.” 행정자치부 산하 국가전문행정연수원(원장 金重養)의 초청으로 몽골 도지사 21명과 함께 한국을 찾은 앵흐볼드 울란바토르 시장(37)은 24일 포부를 밝혔다.이들은 2주동안 한국의 문화와 경제,기술 등을 배우게 된다.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시는 전체인구 230여만명중 78만명이 사는 몽골 최대 도시다.정치,경제,문화 등의 중심지임은 물론이다. 이번이 한국 방문 네번째라는 앵흐볼드 시장은 “한국의 경제·사회 발전에 공무원들의 노력과 효율적인 행정시스템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안다”면서 “도지사들이 먼저 배우러 왔지만 앞으로는 하위직 공무원들의 연수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앵흐볼드 시장은 “시장경제를 받아들인 뒤 빈부격차가 매우 커져 저소득층의 생활수준을 높이는 것이 몽골의 최우선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투자유치와 중소기업 발전정책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부의 분배를 효율적으로 할수 있도록 할 것”이라면서 “한국에서 많은 투자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앵흐볼드 시장이 한국의 투자유치 못지않게 관심을 갖는 부분은 1만6,000여명에 이르는 한국내 불법체류 몽골인들의 문제다. 앵흐볼드 시장은 “한국에서 이들을 범법자로만 보고 있지만 대부분이 높은 지적수준을 갖고 성실히 일하는 사람들”이라면서 “관련제도를 꼭 개선해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박록삼기자
  • ‘공직 3고’…관가 복지부동 실태

    공무원들의 복지부동(伏地不動),심지어 복지안동(伏地眼動) 행태가 극심하다.인사로비와 정치권에 줄대기,정보누설,뇌물수수,지시사항 불이행 등 집권후반기 권력누수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지방자치단체장들도 내년 선거를 의식한 시책을 펴 주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과천청사의 한 부처에서는 ‘백 없으면 보직받기도 힘들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인사의 왜곡현상이 심각하다.과장급 인사에서 외부의 압력을 동원하는 일이 다반사가 돼버려 후배들이 고참과장들을 제치고 주요과장 보직을 맡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 과장은 “백이 없으면 인사에서 불이익을 당하기 십상”이라며 “최근 외부의 백을 동원하지 않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특히 청와대에 파견나갔던 공무원들이 청와대 근무경력과지인들을 통해 선배를 제치고 주요보직을 차지해 공무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제주경찰서의 ‘김홍일(金弘一)의원 동향보고문건’과 최근 불거진 ‘이용호 게이트’ 수사기록 유출,문일섭 전 국방차관의 ‘FX기종사업 기밀유출’ 사건 등이대표적이다. 정보관련 국가기관들의 정보유출도 심각해 중앙부처,전국시·도, 경찰청 등을 대상으로 벌인 보안조사 내용도 밖으로 새나갔다. 또 공직기강 차원에서 청와대가 장·차관들의 업무태도뿐만 아니라 주민여론,여자관계,술버릇 등 개인 사생활에 대해 사정자료를 수집한다는 내용도 유출됐다. 여권 관계자는 “정부나 당에서 주요정책 회의를 하면서아무리 입조심을 당부해도 내용이 다 새나가 대책회의를하고 싶어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개탄했다. 한 지자체의 경우 방사성 핵폐기물처리장 유치를 둘러싸고 상가번영회와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찬·반투쟁을 벌이고 있지만 해당자치단체장들은 중재역할을 포기한 채 수수방관하고 있다.다른 지자체는 환경시설 빅딜계획을 세워놓고도 업무지연으로 아직까지 추진을 못하고 있다. 한 중견공무원 김모씨는 “종전 같으면 단체장이나 부단체장 등이 각종 민원해결과 현안사업 추진 등을 위해 닦달했지만 요즘에는 내년 선거를 의식,아예 간섭을 안 한다”고 말했다. 경북 B시장은 최근 공무원들에게 업무지시를 내리기가 겁난다고 했다.지시를 해도 통먹혀들지 않기 때문이다. “뭐라고 질책이라도 할라치면 다른 부서로 발령을 내달라는 말까지 서슴없이 내뱉는다”며 느슨해진 공직사회 분위기를 한탄했다.K시 종합건설본부 정모씨(40·6급)는 1년6개월 동안 공사와 관련, 무려 10억여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최근 검찰에 구속됐다. 그는 공사업체로부터 뇌물을 상납받기 위해 차명계좌까지개설해놓고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국세청의 모 과장이 최근 사표를 낸 것도 뇌물수수 때문이었다. 유진상 박록삼기자 jsr@. ■공무원이 보는 해법“공무원, 정치중립 제도적장치 필요”. 최근 일부 공무원의 줄대기 및 정보유출에 대해 대다수공무원들은 “공직자로서 처신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치권도 공직사회를 흔드는 일을 삼가야 한다며 정치권 책임론도 제기했다. 모 부처 차관급 인사는 정치권 줄대기와 관련,“무언가부족하고 자신없는 사람들이 보험에 가입하는 심정으로 줄대기를 하는 것”이라면서 “공직자들이 줄대기에 앞장선다는 것은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고 말했다.이어 “공직자들은 언제든지 ‘공무’라는 본연의 역할을 잊어서는 안된다”며 “국정지표의 큰 틀 속에서 행정의 대상이자 고객인 국민이 원하는 방향에 맞춰 흔들리지 않고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모 국장은 “일련의 정치분위기에 편승한 일부공직자들이 경솔한 언행을 해 국론을 분열시킬 우려가있다”며 공무원들의 기강해이를 걱정했다.그는 “정책자료 유출,직무태만 등 보신주의적 행태는 국정업무 추진에차질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정권말기에 공직자들이 중요한 정책결정을 미루는 등 복지부동하는 것은 국민들의편의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행정자치부 사무관은 “정치권에서는 정보가 필요하고 일부공무원은 미래를 보장받기 위해 서로 이용하는 것”이라며 “정치권에서 자제를 해야 한다”고말했다. 국무조정실 과장은 “정치권 줄대기 등의 행태는 이번에만 문제된 것이 아니라 정권교체기 때마다 나타나는 현상”이라면서 “직업관료제도가 제대로 정착되는 게 해결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최광숙기자 bori@. ■진념부총리의 질타 “노는 사람 나가라”. 공무원들의 ‘좌장(座長)’인 진념 경제부총리는 가끔 공무원들을 질타하면서 공직사회의 큰 방향을 제시한다.때로는 정치권을 비난하는 얘기도 서슴지 않으면서 정치권에대한 공직사회의 시각도 반영한다. 진 부총리는 지난 17일 강연에서 “일하지 않는 공무원은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일부 공무원의 일감을 위해 업무가 있고, 일감 확보를 위해 조직이 있다면 도대체 왜 그런 조직이 있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공평한 관리자로서 중립적 입장에 있어야 하며,나머지는 시장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게 진 부총리의 ‘경제공무원론’이다.일부 부처에서 밥그릇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장관 경력만 10년째인 그가 공직사회를 질타하자 공무원들은 “혹시 우리 부처를 겨냥한 게 아니냐”며긴장했다. 진 부총리는 지난 8월에도 중견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한강연에서 TV사극을 빗대 정치권에 쓴소리를 퍼부었다.그는“100여년 전 대원군과 명성황후의 대립처럼 당리당략적인대립이 되풀이돼서는 안된다”며 “현재 같은 정치행태가되풀이되는 한 리더십을 갖고 경제를 이끌어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지역갈등과 정치갈등이 앞으로 5년 동안 계속되면 우리 경제의 기반은 무너지고 말 것이라는 경고도 빠뜨리지 않았다. 박정현기자 jhpark@. ■각계의견/ 중앙인사위 권한 강화를. 민주당 추미애(秋美愛)의원은 “대통령단임제에서 정권말기 레임덕 현상은 불가피한 것인데 이를 당파적 입장에서악용하면 사회 전체가 혼란스러워진다”면서 “특정정당이차기정권을 미끼로 위협적 분위기를 조성해 공무원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려면 국민여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정치인이나 공무원이 있다면 언론이 가차없이 비판해 공직자의 중립성을 중시하는사회적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사평론가 유시민(柳時敏)씨는 고시제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윤리성,사명감,리더십등 공무원으로서의 충분한 자질을 검증하지 않고 성적만으로 5급 공무원으로 뽑아 이 나라의 관리자로 키우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일신의 영달이 아닌 국민에 봉사하려는 도덕성이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서울산업대 행정학과 남궁근(南宮根)교수는 “줄대기를목적으로 특정정당 등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것은 공무원들이 자기업무를 통해 정당한 보상을 받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관직인사에 권력기관이 입김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영향력을 차단하고 공무원은 실적에 의해 보상받도록 할 때 정권누수 현상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행정개혁시민연합 서영복(徐永福) 사무처장은 “정치적중립을 지키려면 행정부의 인사권이 독립적으로 이뤄져야한다”면서 “중앙인사위원회의 위상과 권한을 강화하는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주현진기자 jhj@. ■전문가제언. ***공정한 평가시스템 급선무. 정치적인 변화의 시기에도 공무원들이 흔들림 없이 직무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명실상부한 직업공무원 제도를 확립시키는 것이 급선무다.그렇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눈치보기와 줄서기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공무원들이 최선을 다해 일을 하는 과정에서 사소한 실수를 할 경우 크게 책임을 묻는 풍토도 사라져야 한다.공과에 대한 평가는 엄격해야겠지만 책임만을 강조한다면 공무원들은 더욱 몸을 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성과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그에 따른 보상이나 승진,문제가 생겼을 경우 합리적인 책임을 묻는 평가시스템도 마련돼야 한다. 나아가 개방형 임용제의 확대가 필요하다.‘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의 의견이 많지만 앞으로 계속 발전시켜야 할바람직한 부분도 많다. 정치적으로 임명되는 직위는 불가피하겠지만 이사관급 정도까지는 외부에서 공채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또한 정부와 민간의 인력 상호교류가 필요하고 나아가 낮은 직급에도 개방형 임용제를적극도입할 필요가 있다. 김병섭 서울대 교수. ***간부배출 고시제도 개선을. 공무원들이 정권 초·중반기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던 모습과는 달리 내년 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정권의 향방에 신경을 쓰며 눈치보는 일처리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문건유출이나 복지안동 등의 문제는 일부공무원들에게만 해당된다고 하지만 공직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과 국민들이 갖는 부정적 인식은 적지 않다. 이런 문제들은 현정부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어느 정권이든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권력누수 현상은 빈도와 강도가잦고 세졌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공무원 사회가 정치와의 연관성을 없애야 한다.정치적 중립을 통한 공직사회의 독립성과 안정성을 확보해 일관되고 소신있는 정책을입안하고 추진해야 한다. 직급중심의 승진체계가 갖는 문제를 해결하고 직위분류를통해 해당직급에서 안정적이고 일관된 행정업무를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이런 부분이 해결됐을 때 개방형 임용제나 성과평가제도 빛을 발할 수 있다.또한 현장성과 전문성중심이 아닌 정해진 과목의 시험을 통해 간부공무원을 배출하는 현행 고시제도의 개선도 필요하다. 박재율 자치연대 사무처장.
  • 공무원 사회 중심 잡아라

    ●정권후반기 정보유출등 도덕적 해이 심각. ‘공무원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국내외 경제상황이 날로 악화되는 가운데 내년 대선 및 현정부 후반기에 따른 권력누수 현상과 정치권의 난장판 싸움 등으로 국론분열·사회혼란상이 더해지면서 이같은 ‘총체적 난국’을 극복하는데 공무원 사회가 기둥역할을 해야 한다는 각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이와 함께 ‘부처이기주의,직무유기,인사로비 및 줄대기,뇌물수수,지시사항 불이행…’ 등의복지부동 구태를 뿌리뽑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23일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공무원직장협의회,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여권의 집권후반기 권력누수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어 공직사회 바로세우기 작업이 시급한실정이다. 진념 경제부총리는 최근 “일하지 않는 공무원은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정치권의 구태의연한 행태를 강도높게 비판했다.중앙부처 이모 이사관은 “공직생활 20여년 동안 요즘처럼 공무원들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한 적은 없었다”며 “시급히 처리해야 할 사안들도 있지만눈치만 보며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한 지방직 공무원은 “최근 업무는 제쳐둔 채 고위공무원들이 야당에 줄을 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현정권에서 혜택을 입은 사람들도 말을 갈아타기 위해 혈안이돼있는 실정”이라고 귀띔했다. 특히 일부공직자들은 정권교체에 대비,은밀히 야당에 중요한 자료를 건네주거나 정책조언까지 아끼지 않고 있다. 군·검·경·정보·수사기관에서조차 고의성 짙은 정보유출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제주경찰서의 ‘김홍일 문건’유출사건과 문일섭 전 국방차관의 ‘FX사업’ 기밀유출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런 어수선한 상황에서 부처간에는 눈치보기와 이기주의가 팽배해 있다.여러 부처에 중복된 사안은 아예 진도가나가지 않는다.또 각종 법률개정이나 국회관련 업무협의는정치권의 이해에 막혀 대부분 손을 놓고 있는 분위기다. 김병섭(金秉燮) 서울대교수는 “명실상부하게 직업공무원제도를 정착시키는 게 급선무”라며 “민간과의 인력교류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과천청사 공무원직장협의회(대표 陸丁均) 관계자는“같은 정책과 자료를 재탕하는 타성에 대해 먼저 자성해야 한다”면서 “고위직 인사가 정치권으로부터 독립돼야하며 고시제 폐지도 검토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유진상 주현진 박록삼기자 jsr@
  • 국가인권위 사무총장 최영애씨 내정

    오는 11월25일 출범하는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金昌國)가초대 사무총장에 최영애(崔英愛)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을 내정했다. 이로써 인권위는 ‘김창국 위원장-최영애 사무총장 투톱체제’를 갖췄다. 국가인권위 준비기획단은 18일 “선임된 11명의 인권위원들이 최근 첫번째 모임을 갖고 최소장을 사무총장으로 내정하고 시행령과 운용규칙 초안 등을 결정했다”면서 “관련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조만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준비기획단장직도 김위원장에서 최사무총장으로 넘겨졌다. 최총장 내정자는 조만간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게 된다.이로써 국가인권위는 기본적인 조직구성을 마쳤다. 박록삼기자 youngtan@
  • 국가인권위 과제와 전망

    국가인권위원회가 출범을 둘러싼 인권·시민단체들과의앙금을 털고 순조로운 항해를 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사무총장이 내정되고 조직체계의 틀이 완성됨으로써인권위와 시민단체간의 갈등은 일단락됐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초안이긴 하지만 첫 인권위원회의에서 인권위법시행령과 운영규칙 등을 통과시켜 인권위 법안이 갖고있는추상적인 조항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법안중 수용시설의 인권침해 실태조사를 위해 수용자를 접견할 때 시설담당 공무원이 입회하도록 했던 부분을 시행령에서 공무원의 숫자와 일정거리 이상 떨어져 자유로운 조사를 할 수 있도록 보완했다. 그동안 갈등을 빚었던 인권단체들의 의사를 수렴하고 협력관계를 갖기 위해 시민단체 활동경력이 있는 인권운동가를 직원으로 특채하기로 했다.이처럼 공무원과 민간인 전문가를 합쳐 500여명에 대한 충원을 조속히 마무리짓는다는 방침이다. 인권운동사랑방과 다산인권센터 등 36개 단체로 이뤄진인권단체연대회의(상임대표 김광수 등)도 최근 국가인권위첫 모임 결과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19일 집행회의를 열고 인권위 첫 회의에서 결정된 시행령 초안과 운영규칙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뒤 향후 활동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오는 26일에는 시행령 초안을 놓고 공청회를개최한다.견제와 균형의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현행 인권위법 조항 가운데 추상적인 부분이많아 시행령에 대한 검토와 함께 자체적으로 시행령안 등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사나 재판이 진행중인 사안에 대해선 인권위가조사할 수 없도록 제한한 문제는 여전히 문제로 남아있다. 인권단체들은 “문제가 될만한 사건은 수사기관이 먼저 수사에 들어가 조사를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료불응과 소환불응 등에 대해 형사처벌권이 없어 사실상 서면조사에 국한된다는 우려도 쟁점으로 남아있다. 박록삼기자 youngtan@. ●문턱 낮춘 인권위. 국가인권위원회의 출범은 지난 수십년간 군과 경찰·검찰등 국가기관에 의해 유린되거나 사회적 차별을 감수해야했던 우리의 인권수준이 몇단계 높아지는 전기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신체장애나 출신지역,성별,정치적 입장 등을 이유로 차별을 받았던 이들의 억울한 사례들이 점차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아동,노약자,부랑자, 복지시설 등의 수용자들이 겪었던 인권침해 사례도 전화 진정만으로도 국가인권위가 직접 찾아가 조사를 벌이게 된다. 이밖에도 동성애자 등 성적 소수자나 장애인,열악한 사업장 노동자 등 사회적·계급적 약자들의 인권이 빛을 볼 수있는 기회가 열리게 된다. 사무총장 아래 둔 인권상담센터는 일상적인 인권침해에대한 안내·상담은 물론 인권침해 및 차별행위에 관한 24시간 긴급접수전화를 운영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직접 진정을 하기 힘든 경우에는 인권침해조사국이나 차별행위조사국이 직권으로 조사를 벌일 수도 있다. 인권연구교육원을 외곽기구로 둬 인권강사은행 및 인권학교,사이버 인권학교 등을 운영하며 국내외 인권제도와 시민적·정치적 권리,경제적·사회적 권리,평등권 침해행위에 관한 전문적 연구를 통해 인권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분위기도 확산시킬 계획이다. 준비기획단 관계자는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침해뿐 아니라 사회에서 다양하게 발생할 수 있는 차별까지 인권위를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며 “문턱을 최대한낮춰 국민들에게 가장 친숙한 국가기관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록삼기자
  • 어린이 생화학테러 무방비

    탄저균 테러 공포가 미국 등 세계를 휩쓸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6살이하 어린이용 방독면이 없어 화생방 테러 등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16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007년까지 전국에방독면 2,253만개를 보급한다는 계획이지만 정작 6살이하어린이는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현재 삼공물산에서 자체 제작한 어린이용 방독면이 있기는 하지만 값이 26만원대로 너무 비싼데다 판로도 거의 없어미리 제작해 놓지않고 주문을 받은 만큼만 생산하고 있는상태다. 이러한 이유로 아직까지 보급이 거의 되지않은 채 훈련용으로만 쓰이거나 주한미군 군속들 일부만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이에 따라 만의 하나 사고가 날 경우 어린이들은 생명의 위협에 직면할 수 밖에 없게 된다. 행자부 관계자는 “일반방독면 구입에도 예산을 확보하지못하고 지방교부비 등을 이용하고 있다”면서 “방독면 보급율 16%의 현실에서 어린이용 방독면 구입은 언감생심”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반면 독일과 이스라엘,미국,일본,스위스 등은 50만원대의 적지 않은 가격에도불구하고 어린이용 방독면의 보급이 활발해 대조를 보인다. 박록삼기자
  • 때아닌 ‘모기夜’

    완연한 가을인 16일 새벽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두살배기아들을 둔 주부 박모씨(32)는 열군데가 넘게 모기에 물린아들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매일밤 극성을 부리는 모기를 잡으려 전자매트 모기향을 켜뒀으나 전날엔 깜빡 잊고 잠이 든 것이다. 도림천변에 살고 있는 김모씨(52)는 며칠전부터 아예 안방에 모기장을 쳐놓고 잠자리에 든다.김씨는 “지난해 이맘때도 모기가 있었지만 이렇게 지독하긴 처음”이라고 말했다. 최근 때아닌 모기와의 ‘퇴치전쟁’이 한창이다.도심의 아파트와 사무실,지하철 등 공공장소 도처에 모기가 기승을부리고 있다.늦가을로 향하는 길목인데도 모기는 자취를 감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왜 극성인가=경북대 권용정(權容正·농생물학)교수는 “과거보다 난방시설이 좋아지고 도시 온도가 많이 올라간데다 시골 풀밭 등이던 모기의 서식처가 건물지하·지하철·하수구·공사현장 웅덩이 등으로 바뀌면서 사시사철 사람주변에 모기가 모이고 있다”고 설명했다.특히 어린이와 여성들이 모기에 시달리기 쉽다고 말했다. ◆살충제,효과 없나=국립독성연구소가 가정용 살충제를 분석한 결과 전에는 비교적 독성이 강하고 오래 남는 농약성분 유기인(有機燐)계 살충제를 썼으나 최근에는 국화꽃에서 추출한 피레스로이드 계통의 물질로 바뀌는 추세다.이 연구소 강석연(姜錫延) 보건연구관은 “피레스로이드는 포유류엔 안전하고 곤충류엔 독성이 있어 살충제로 손색이 없다”면서 “모기약이 부실해졌다기보다 모기가 살충제에 적응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뿌리는 에어로졸제의 경우 모기의 몸에 직접 맞아야 완전한 살충효과가 있다”면서 “피워놓는 액체전자·전자매트 모기향의 경우 살충효과보다는 모기가 다가올 수 없도록 하는 기피(忌避)효과가 목적이라 공기순환이 잘 되는곳에서는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수구 맨홀 등 정비해야=연세대 의대 열대의학연구소 이한일(李漢一·기생충학교실)교수는 “모기는 맨홀 하수구등 더러운 물이 고이는 웅덩이에 주로 생기는 만큼 하수구등을 주기적으로 청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장마철 전후인 6월과 10월에만 시청이 각구청에 하수구 준설지침을 내린다.서울시청 하수도과 관계자는 “구별로 하수관 사정이 달라 6월과 10월을 제외한 다른 때에는 구청이 자체적으로 알아서 정비할 일”이라고 말했다. ◆대처 방법=국립보건원 신이현(申二鉉) 보건연구사는 “요즘 모기는 빨간집모기와 지하집모기로 인체에 위해를 주는말라리아나 일본뇌염 모기와는 달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그러나 “초저녁에도 영상온도를 유지하는요즘같은 날씨는 모기들이 겨울나기를 준비하며 활동하는월동기”라면서 “날씨가 선선해졌다고 방충망을 열어두는등 모기가 없어졌다고 착각하지 말고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주현진 박록삼기자 jhj@. ■계절 잊은 곤충들. 주거환경 변화로 인간과 공생하는 곤충들이 계절을 잊고있다.생태계 흐름에 보이지 않는 변화가 일고 있다. 16일 농촌진흥청 등에 따르면 벼멸구는 매년 9∼10월쯤 중국에서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이동한다.이렇게 건너온 벼멸구떼는 농촌의 논밭으로 가는 것이 일반적인 이동경로다. 그러나 요즘에는 도시에서도 불빛에 끌려온 벼멸구를 쉽게발견할 수 있다. 가을의 전령사로 알려진 귀뚜라미는 눈 내리는 한겨울에도 집안에 있는 광이나 보일러실,벽장 속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비린 생선이나 음식물에 어김없이 달려드는 것이 파리도 여름철 전유물에서 개체수는 크게 줄더라도 계절에 관계없이 흔히 볼 수 있다. 낮에만 우는 것이 당연한 매미는 여름철 ‘밤낮을 못가리고’ 울어대는 바람에 도시 주민들의 원성과 민원대상이 돼버렸다.도심에서 밤에도 대낮처럼 불을 밝히는 까닭에 매미들이 낮과 밤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곤충전문가들은 “기후 환경변화에 따라 유사한 해충들이많이 생겼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알고있는 곤충들이 나타났다고 해서 계절을 점치는 시대는 옛날 얘기”라고 말한다. 박록삼기자 youngtan@
  • “조폭영화 신드롬 정도 넘었다”

    폭력성 영화가 우리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이 자못 심각하다. 최근 부산의 고교생이 영화 ‘친구’를 보고 급우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조직폭력배’ 영화에 대한비판의 목소리가 높다.가치관이 미정립된 청소년들 사이에모방범죄와 유사행위가 번지는가 하면 장래희망을 ‘조폭,건달’로 거리낌없이 얘기하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당초 의도와 달리 조폭성 영화가 우리사회의 병리적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는 실태와 원인 및 대책을 진단해 본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의 극단적인 행동은 조폭들이 활개칠수 있도록 내버려 둔 어른들의 사회적 책임이 크다고 지적한다. 한국사회병리연구소 백상창(白尙昌)소장은 15일 “영화뿐아니라 TV드라마에서도 불륜 등 가정파괴를 부추기는 듯한내용과 폭력장면 등이 청소년 인식 형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따라서 영상매체 종사자들이 표현의 자유만을 외칠 것이 아니라 작품이 청소년들에게 어떤 영향을미칠지부터 면밀히 따져봐야 할 때라고 밝혔다. 한국청소년상담원 이혜성(李惠星)원장은 “폭력을 소재로한 영화를 만들 때는 청소년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까지 신중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폭력영화에서 나타나는 여러 문제점들은 모방심리가 강한 청소년들에게 대안이나 문제 의식없이 받아들여져 조폭들의 생활상이 미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연세대 소아청소년정신과 신의진(申宜眞)교수는 “요즘 청소년들은 옛날에 비해 공격적이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데 있어 주저함이 없다”고 말한다.따라서 공격성을 줄이려면 전반적인 사회적 폭력수위를 조절하는 것이 필요한데 너무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영상출판물은 순화시켜야 한다고말했다. 민주당 이미경(李美卿·문화관광위원회)의원도 “청소년에 대한 유해성을 고려해 음란성에 대한 규제를 철저히 하는만큼 폭력성에 대한 척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그러나 등급외 전용관 설립 등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고규제를 풀어주는 추세인 만큼 영화인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또 전교조 이경희(李京喜) 대변인은 “영화 ‘친구’는 작품의 완성도는 차치하고 지나친 폭력성과 힘의 논리를 정당화하고 있는 측면이 강해 아이들이 무방비로 수용할 수 있다”며 “이번 사건처럼 학교 폭력이나 왕따문제의 배경에는 힘의 논리가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만큼 정부와학교,교사,학부모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교육학부모회 윤지희(尹智熙) 회장은“핵심은 영화나 인터넷게임,만화 등에서 음란성,폭력성이도에 지나친 경우가 많은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영화평론가 김시무(金是戊)씨는 “영화를 보면 모방심리가 있게 마련이나 단순한 1대1 관계로 연결짓기는 억지”라고 주장했다.이런 논리라면 친구를 본 800만명이 모두 살인을 저질러야 한다는 이상한 결론이 나온다는 것. 폭력성을 유발시킨 것은 영화가 아니라 가정·학원 등 억압된 풍토가 낳은 사회적 분위기에 있다는 지적이다.영화는 오히려 이에 대한 불만의 탈출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암적 존재일 수밖에 없는 조폭의 본질은 제쳐놓은 채 마치 영웅처럼,인간미 풍기는 의리의 화신인 듯 묘사해 대중들이 선망할 수 있도록 부추기게 되는 풍조가 사라지지 않는 한 모방범죄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유진상 주현진 박록삼기자 jsr@. ■조폭영화 붐 어디까지. 충무로에서 조폭을 소재로 한 영화는 전례없는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올들어 크게 흥행했거나 조만간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주요작품 목록에도 조폭영화가 줄줄이다. 우선,‘매머드급 대박’을 터뜨린 조폭영화가 올들어 지금까지 3편이나 된다.올 봄 ‘친구’가 전국관객 813만명을동원하며 조폭영화 붐을 예고한 이후 ‘신라의 달밤’이 전국 440만명을 불러들여 여름 극장가를 후끈 달궜다. 현재 상영되고 있는 ‘조폭 마누라’는 연일 흥행성적을갈아치우고 있다.지난 9월28일 개봉이래 한국영화 사상 최단기간내(개봉 5일) 전국관객 100만명 동원기록을 세우더니 개봉 16일만인 지난 13일까지 전국 300만명을 불러모으는데 성공했다. 조폭영화는 이뿐만이 아니다.오는 11월9일과 12월22일에는 박철관 감독의 ‘달마야 놀자’와 윤제균 감독의 ‘두사부일체’가 잇따라 선보인다.‘달마야 놀자’는 암자에서 만난 건달들과 스님들의 대결을,‘두사부일체’는 뒤늦게 학구열에 불타 고등학교에 편입한 조폭단 보스의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액션코미디가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하고 있는 최근의 분위기로 미뤄 흥행을 점치기는 어렵지 않다”는게 영화가의 전망이다.조폭·깡패 영화의 신드롬에 대한 관계자들의 풀이는 “일시적이긴 하되 파급력이 엄청난 사회·문화적 트렌드”라는 쪽이 우세하다. 황수정기자 sjh@. ■청소년보호위 대책마련 착수 “음란성 보다 엄격히 규제해야”. 청소년보호위원회(위원장 金聖二)는 15일 영화 ‘친구’를 본 고교생이 수업중인 친구를 살해한 것과 관련,간부회의를 열고 폭력성 영화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김위원장은 “사실 음란성 영화보다 사회문제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것은 폭력성 영화”라면서 “앞으로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는 음란성보다 폭력성에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이에 따라 이날 문화관광부 산하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에 영화 ‘친구’와 함께 ‘조폭 마누라’의 심의기준이 무엇인지를 묻는 공문 등을 보내는 등경위를 파악한 뒤 구체적인 대안마련에 나서기로 했다.청소년보호위는 ‘조폭 마누라’같은 폭력성 영화가 15세이상관람가인 점을 지적하며 폭력성이 심각한 영화의 청소년 나이를 상향조정해 줄 것을 건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음란물의 경우 사후평가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형법으로라도 책임을 물을 수 있으나 폭력성 영화의 경우는 처벌기준이 없어서 더욱 폭력적인 영화가 난무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영화 뿐만 아니라 인터넷,방송 등에서도 폭력적인 내용의 프로그램 방영이 잦은 만큼 이들 내용을 심의하는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정보통신윤리위원회’‘방송위원회’ 등이 ‘사전(事前)’에 보다 엄격한 심의에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광숙기자 bori@. ■조폭영화 이래서 규제 반대-조진규 영화감독. ‘친구’ 이후 최근 줄을 잇는 조폭영화들의폭력성 시비에 대해 영화계 관계자들 사이에는 “영화속 폭력을 사회문제와 결부시켜 해석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건달이나 조폭이 영화소재로 인기를 끄는 것은 그들의 세계가 영화적 환상을 극대화시켜주는 소재이기 때문”이라면서 “흥행영화 한 편이 청소년 사회전반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은 문화후진국에서나 통할우스꽝스런 논리”라고 잘라말했다. 모방범죄를 유발했다는 ‘친구’도 따지고 보면 미국 할리우드 영화들보다는 훨씬 덜 폭력적이라는 ‘원색적’ 옹호론까지 쏟아진다. 11월 개봉될 조폭코미디 ‘달마야 놀자’의 제작사 씨네월드의 이준익 대표는 “영화의 폭력성이 사회적 물의로 이어진다면,그간 수없이 수입된 할리우드 폭력영화에게로 책임이 먼저 돌아가야 할 것”이라면서 “폭력무감각증은 최근사회전반에 만연한 폭력성과 비인간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조폭은 ‘친구’의 흥행으로 촉발된 인기 캐릭터의 하나일 뿐이며,시간이 흐르면 이 소재도 자연스럽게 다양한 주제와 장르로 발전해갈 것”이라고 말했다.조폭이 등장한다고 무조건 피로 얼룩진 ‘조폭영화’로 싸잡아 분류하는 것은 한국영화의 발전을 가로 막는 행위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권력·폭력집단을 풍자하는 데 조폭만큼 효력있는 장치가 어디 있느냐”는 반문도 덧붙였다. ‘조폭 마누라’의 조진규 감독도 “제작자가 폭력의 유해성을 인식하고는 있어야 하지만,영화속 폭력의 수위는 창작자가 결정할 권한이자 표현의 자유에 관한 문제”라면서 “극중 표현장치의 하나인 폭력의 문제와 한계성을 따지는 건관객의 몫”이라고 말했다. 황수정기자. ■조폭영화 이래서 규제 찬성-강신성일 국회의원·한나라당. “영화속 폭력은 학습효과를 통해 청소년의 억눌린 공격성을 분출시키는 방아쇠 기능으로 작용하는 만큼 제작자들의신중함이 요구됩니다.” 영화배우 출신인 한나라당 강신성일(姜申星一·문화관광위원회)의원은 “영화 ‘친구’에 출연한 배우들은 국민적 영웅이 됐을 만큼 열렬한 환호를 받고 있다”면서 “영화가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것에 대해서는 기뻐할 일이나 그 내용이 너무 끔찍하고 섬뜩해 청소년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심히 우려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회칼로 사람을 수십번 찌르고,집단 살인교습을 실시하는등의 폭력장면은 엽기에 가깝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그는 “영화 제목이 ‘친구’라 마치 우정이나 의리를 그린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설정을 보면 결국 입장차이 때문에 우정을 버리고 친구마저 죽여야 하는 갈등을 담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이는 청소년에게 살인에 대한 저항감이나 도덕감을 무디게 하고 도덕심을 마비시키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아울러 “영화에서 폭력성의 한계는 작품 완성을 위해 부분적으로 용납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많다”면서 “이 때문에 계획된 살인·범죄 등의 폭력은 영화의 사회·교육적 파급효과를 감안할 때 극히 지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국내에 수입된 미국 할리우드 영화의 대부분이 범죄가 연루된 저질폭력 영화”라면서 “‘친구’도 미국 문화가 우리 영화에 이식된 정도로 해석된다”고 말했다.이어“‘조폭’ 영화가 판을 치는 것은 우리 영화산업이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과도기 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면서도 “영화인들은 좋은 작품이란 혼을 깨울 수 있어야한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현진기자 j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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