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박건형
    2025-10-13
    검색기록 지우기
  • 전경하
    2025-10-13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710
  • 출연연 개편 눈먼 교과부 ‘알짜’ 극지연구소 뺏길 판

    기초연구기관인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가 국토해양부 산하로 이전, 통폐합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때문에 현재 극지연을 관할하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정부출연연구소 개편이라는 결과물을 내기 위해 지나치게 서두른 나머지 세부 절차를 꼼꼼하게 살피지 않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토부 산하 해양과기원에 통폐합될 듯 25일 교과부와 국토부 등에 따르면 극지연은 지난달 말 한나라당 박희태 의원이 국토해양위원회에 수정발의한 ‘한국해양과학기술원법 제정안’이 통과되면 해양연과 함께 국토부로 옮겨져 해양과기원으로 통폐합된다. 그러나 교과부는 극지연을 해양연에서 분리, 교과부 산하에 존치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정하고도 국토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공론화하지 않았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강력하게 추진해온 출연연 개편 작업이 지식경제부·기획재정부 등 유관 부처와의 이견으로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극지연 문제가 불거질 경우 해양과기원 설립마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과부 고위 관계자는 “극지연은 극지와 주변 지역의 순수 기초연구를 목적으로 한 연구소로 과학 주무부처 아래 있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해외 사례를 봐도 개발에 치중하는 중국을 제외한 다른 모든 국가들이 과학 담당 부처 산하에 극지연구소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지 국토부와의 논의 과정을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 먼저 합의를 이끌어 내고 세부 사항을 조정하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안이 국회에 상정, 통과가 확실시되면서 교과부는 극지연의 기득권을 내세우기 힘든 상태다. ●극지연 “연구단체가 개발 위주 부처 가다니” 과학계 관계자는 “교과부 측이 법안이 통과되기 전에 이사회를 소집, 극지연을 해양연에서 분리할 계획이니 개편 과정에 대해 함구하라고 극지연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과부의 계획대로 될지는 불투명하다. 교과부의 한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쇄빙선 아라온호, 남극 세종기지와 장보고기지, 북극 다산기지 등을 보유하고 연간 650억원 이상의 예산을 갖고 있는 극지연을 국토부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쉽게 결과물이 나오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해야 하는 극지연의 기초 연구들은 응용 연구가 주목적인 해양과기원 내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극지연 관계자는 “극지연은 해양연과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기관인데, 2004년 설립 과정에서 규모가 작아 우선 부설로 만든 뒤 연구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면서 “설립 목적에도 맞지 않는 국토부로의 통폐합을 모두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핵안전 총괄 ‘원자력 안전위’ 26일 출범

    대통령 직속 상설기구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6일 출범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인해 원전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우리나라에도 국제 권고에 부합하는 원자력 안전 관련 독립기구가 신설된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26일 발효됨에 따라 신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원자력 안전규제 관련 업무를 통합해 관장한다고 25일 밝혔다. 위원회는 원자로 및 관계시설·방사성물질·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등에 대한 인허가 및 검사는 물론 국내외 원자력 사고에 대비한 방사능 재난관리 체제와 위험으로부터 원자력시설 등을 보호하는 핵안보 업무를 담당한다. 또 국제원자력기구(IAEA) 대응 업무, 국제 핵 비확산정책의 이행과 핵물질·장비 등의 수출입 통제도 맡는다. 정부는 초대 원자력안전위원장에 강창순 서울대 명예교수, 부위원장에 윤철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을 임명했다. 법학·인문사회·과학기술·환경·보건의료 등 분야별 전문가 7명을 비상임위원으로 위촉했다. 사무처는 교과부 원자력안전국 소속 직원 46명을 중심으로 2국 8과 82명으로 꾸려졌다. 이로써 우리나라에 원전이 도입된지 반세기 만에 원자력 안전업무가 원자력 진흥 및 이용 업무와 완전히 분리됐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WHO&WHAT] 인구 10억명 시대 경제학자 맬서스 ‘2011년판 70억 인구론’

    [WHO&WHAT] 인구 10억명 시대 경제학자 맬서스 ‘2011년판 70억 인구론’

    누구는 이달 말이면 된다고 하고, 누구는 올해 말 또는 내년 3월이라고 한다. 또 다른 어떤 이는 이미 넘었다고도 한다. 누가 맞았는지 정확히 알거나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세계 인구 70억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꼼수’가 등장했다. 유엔은 아예 31일을 ‘70억 인구의 날’로 정했다. 한발 더 나아가 아동인권운동기구인 ‘플랜 인터내셔널’은 인도 북동부 우타르프라데시아주에서 태어나는 여자아이를 ‘70억번째 아이’로 공인한다고 발표했다. 1초마다 2.5명, 1분에 150명씩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죽는 사람까지 고려하면 누가 70억번째인지 어차피 알 수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이벤트인 셈이다. 생명의 탄생은 축복이지만, 70억이 사는 지구는 마냥 축복할 수 없는 일이다. 자원은 고갈되고 환경은 파괴되고 있다.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죽는 사람이 늘어나고 탈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세계화 ‘덕택’에 한 나라의 불행은 다른 나라의 더 큰 불행으로 이어지며 지구는 이미 완벽히 ‘연동’된 상태다. 과연 인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가상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에서는 이 같은 질문에 답해줄 만한 사람의 강연을 들어보기로 했다. 바로 역사상 가장 ‘비관적’인 책을 쓴 사람으로 꼽히는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1766~1834)다. 지난 200여년간 그의 저서 ‘인구론’에 비할 만한 논쟁을 낳은 책은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유일하다고 평가된다. 인구 10억명 시대에 살았던 최초의 ‘전업 경제학자’ 맬서스는 오늘날의 지구를 어떻게 평가할까. 2011년에 부활한 맬서스의 인구론 1, 2강을 들어보자. 제1강 ‘음울한 과학’ 인구론 전형적인 영국 신사의 강연을 기대했는데, 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시는 분들의 표정이 보이는군요. 네. 전 선천성 구개파열, 소위 말하는 언청이죠. 그래도 지금 보시다시피 말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사실은 케임브리지대 지저스 칼리지에 입학한 이후에 여러 웅변대회를 휩쓸 정도였으니 강연에 대한 실망은 접으셔도 됩니다. 강단에 올라오기 전에 좀 들어보니 다들 저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르시더군요. 이해합니다. 200년이 지났으니, 제가 한 일만 남고 제 자신은 희미해지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겁니다. 우선 간단히 제 배경을 얘기하면서 시작하죠. 전 대학을 졸업한 후에 목사로 일했고, 나름대로 명성을 쌓았습니다. 1793년에는 지저스 칼리지의 평의원이 되기도 했어요. 하지만 제 주요한 관심은 당시의 정치와 경제에 있었습니다. 특히 복지정책이나 식량가격정책에 대해 깊은 고심을 거듭했습니다. 39살에는 이스트인디아컴퍼니 칼리지의 교수가 되면서 역사, 정치, 상업, 금융을 가르쳤습니다. 담당은 ‘정치경제학’이라는 처음 만들어진 분야였죠. 흔히 애덤 스미스를 경제학의 시조라고 여기지만, 스미스는 도덕철학 담당 교수였어요. 결국 제가 최초의 전업 경제학자가 된 셈이죠. 자,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죠. 제가 오늘 여기 선 이유가 된 책. 바로 ‘인구의 원리에 관한 소론:고드윈, 콩도르세 및 기타 저술자의 연구를 논평하면서 장래의 사회개혁에 미치는 영향을 고찰함’이죠. 너무 기니까 그냥 여러분들이 부르는 대로 ‘인구론’이라고 부르기로 하겠습니다. 이 책은 원래 제 아버지와의 논쟁에서 시작됐습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목사였던 제 아버지 대니얼 맬서스는 굉장히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당시 철학가나 정치인들과 비슷했습니다. 당시 영국은 산업혁명이 막 시작되던 단계였고 양모 수요가 늘어나면서 귀족과 중간계급이 대규모 목양지를 만들기 위해 토지를 닥치는 대로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삶의 터전을 잃은 농민들이 도시빈민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부양 자녀수에 따라 빈민에게 생활보조금을 지급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 역시 이에 동조하는 입장이었죠. 하지만 전 이 정책이 눈앞의 문제만 해결하려는 장기적인 악수가 될 것으로 봤습니다. 왜냐고요. 간단합니다. 초판의 서문에 전 이렇게 적었습니다. 사실 책은 사라지고 이 문구만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인구는 억제되지 않을 경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이렇게 설명해 보죠. 인간은 가급적 많은 아이를 낳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인구는 1, 2, 4, 8, 16, 32…로 증가하죠. 반면 식량은 마음대로 증산할 수 없기 때문에 1, 2, 3, 4, 5, 6, 7, 8…로 늘어납니다. 그럼 지금 인구와 식량이 1:1이라면 200년 후에는 인구와 식량의 비율은 259:9, 300년 후에는 4096:13으로 벌어지게 됩니다. 물론 식량생산 기술을 개발하면서 격차는 좁아지겠지만 균등하게 늘어날 수는 없다는 것이 제 생각이었습니다. 인류가 파국으로 가고 있다는 거죠. 물론 인구론은 그 해결책 역시 담고 있었습니다. 인구 증가속도를 늦추는 방법은 전쟁, 기아, 질병 같은 ‘적극적 억제’와 출산율을 낮춰 인구 증가를 억제하는 ‘예방적 억제’가 있습니다. 전 예방적 억제를 권장했습니다. 목사인 제가 어떻게 적극적 억제를 하라고 말할 수 있었겠습니까. 결혼을 늦게 하거나 빈민에게 청결을 권고하지 말고, 도시의 거리와 집은 더 좁고 많은 사람이 북적거리게 하면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 인구증가를 억제하고 평균수명을 줄일 수 있습니다. 잔혹하다고요. 인구증가로 모두가 파멸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어떤 것이 더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인구론은 ‘성경’이 아닙니다. 단지 제 스스로 생각했던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제 주장을 담았을 뿐입니다. 그런데 전 평생 악평과 비난에 시달렸습니다. 사회학적으로 해결책을 고찰했던 제 이론들은 빈민구제나 복지정책에 대한 반대 근거로 사용되며 기득권만의 환영을 받았습니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18세기에 저보다 앞서 이런 내용을 발표한 사람은 많았죠. 단지 제 이론이 산업혁명 급변기의 영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또 비교적 간단명료하게 쓰여졌기 때문에 당시를 대표하는 이론이 되지 않았을까요. 제2강 ‘수정 인구론’ 자, 그럼 현실의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2011년의 오늘을 보니 제가 예측했던 것과 확실히 다르군요. 200여년이 지났으니 인구와 식량의 비율이 259:9여야 한다는 말인데 전혀 그렇지 않군요. 원인을 분석해 보니 전 산업혁명의 초창기의 암울한 분위기에 치중했던 나머지 인류가 얼마나 놀라운 발전을 할지 미리 내다보지 못했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렇다면 인구와 식량에 대한 제 전제를 다시 써야 하겠죠. 다만 변명을 하자면 저는 생전에 제 의견을 고치려고 노력했다는 겁니다. 인구론은 개정판이 나왔고 그때 내용이 획기적으로 달라졌는데, 지금 사람들은 초판만 기억합니다. 예를 들어 2판에서 인구 문제 해결 가능성을 낙관하기도 했죠. 또 빈민구제도 전면적인 폐지보다는 점진적으로 상황을 보며 조절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강조했던 예방적 억제는 오늘날에도 유효합니다. 수많은 국가들이 인구억제 정책을 썼고,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아이를 적게 낳고 있습니다. 인구증가율이 높은 저개발 국가에서는 결혼연령을 늦추고 피임을 유도하는 등 제 200년 전 주장을 쓰고 있습니다. 인구는 늘어나지만 인구증가율은 둔화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언제 실질적으로 줄어드느냐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인구증가가 식량과만 연관을 맺는 것뿐 아니라 환경파괴나 자원고갈, 기후변화 등 제가 예측하지 못했던 요소들이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까요. 인구증가는 아직도 막아야 하는 숙제입니다. 식량이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제 전제는 분명 틀렸습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산업국가와 개발도상국에서는 식량 생산 증가율이 인구 증가율보다 높아진 경우도 있더군요. 그러나 저개발 국가에서는 아직 굶어죽는 이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비교적 충분해진 식량을 어떻게 나눌지를 고민하는 분배의 문제가 생겼다는 얘기입니다. 오늘의 강연을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 된 것 같습니다. 경제학은 어디까지나 당시의 사회상황에 치중해 현상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느 것을 택할지는 전문가와 정책 결정권자들의 몫입니다. 제 시절에 장 바티스트 세이는 “공급이 수요을 창출하기 때문에 공급 과잉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죠. 하지만 전 공급 과잉 현상이 충분히 생길 수 있고, 이런 경우에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지만요. 하지만 지금의 현실에 훨씬 적합한 얘기 아닌가요. 이래도 제가 단순히 한물 간 경제학자, 거짓 예언자이기만 할까요. 지나친 낙관도, 지나친 비관도 답이 될 수 없습니다. 한 사람이 절대적으로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없습니다. 70억이 살아가는 지구라면 더 그렇습니다. 2025년에는 80억의 지구가 됩니다. 그 이후는 여러분의 손에 달렸습니다. 함께 고민할 수 있다는 것이 인간의 가장 큰 무기라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참고문헌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박중서/네이버 인물세계사) 교양세계사(동서역사문화연구회/우물이있는집) 경제학콘서트(팀 하포드·이진원/웅진지식하우스) 부의 탄생(윌리엄 번스타인·김현구/시아출판사) 더 이코노미스트 2011년 10월 22일/‘세 섬 이야기’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WHO&WHAT] 소설 속 영국인 주인공 폴 웨스트 “파리서 1년 살아보니” [WHO&WHAT] 인류 첫 셀레브러티 ‘클레오파트라’… 베일 속의 그녀의 얘기 들어보니 [WHO&WHAT] 유전학의 창시자 수도사 멘델의 고백… “저, 유전학의 아버지 아니에요” [WHO&WHAT] 인간은 이기적 동물? 이타적 동물?…러시아 식물학자 니콜라이 바빌로프가 밝힌 유전자의 비밀 [WHO&WHAT] 아쉽게 놓친 노벨상’가상 수기’ 공모해보니 [WHO&WHAT] 시간여행·생각읽기…인간들, ‘신의 영역’을 넘보다 [WHO&WHAT] 다음번엔 내가 주인공!…무궁무진한 미래 사극 주역들 [WHO&WHAT] 현대 고고학 레이저 레이더·로봇에 ‘깜놀’…인디애나 존스, 완전 체면 구기다[WHO&WHAT] “먹을거리가 부족한게 아니라”…인구 10억명 시대 경제학자 멜서스의 ‘2011년판 70억 인구론’
  • 휴~독일 위성 인도양 상공서 추락…한국·중국 등 파편 영향 없어

    수명을 다해 작동 불능 상태에 빠진 독일 천체관측 뢴트겐 위성이 예정대로 23일 오후 인도양 상공에서 추락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한반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한국천문연구원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뢴트겐 위성이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전 10시 43분~10시 57분 동경 90도 북위 7도 지점에서 지구 대기권에 진입했다고 미국우주전략사령부의 자료를 인용, 발표했다. 위성이 추락하기 시작한 지점은 당초 알려졌던 중국 보하이 만이 아니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서쪽 인도양 해상이다. 추락 시각은 오후 1시 30분인으로 관측됐지만 잔해물과 정확한 위치는 보고되지 않았다. 천문연은 뢴트겐 위성 잔해의 추락 지역은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의 분석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하루 가량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논문 표절’ 의사·교수 뻔뻔한 항변

    국내 유명 의사와 대학 교수가 다른 교수의 연구 결과를 멋대로 사용해 논문을 작성,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가 ‘도용’이라는 판정 아래 삭제되는 망신을 당했다. 더욱이 논문 표절과 철회를 감시하는 미국의 전문사이트인 ‘리트렉션 와치’가 이같은 사실을 ‘한국 표절 사태’로 크게 다뤄 파장도 적잖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문화적 차이”라든가 “통계만 작성해 몰랐다.”라며 대수롭게 않게 해명, 문제를 키웠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정신분석학 분야 권위지인 ‘국제임상실험최면학회지’는 “한국인 저자들이 2009년 7월호에 게재한 ‘최면 감수성과 전생’에 대한 논문이 다른 사람의 자료를 훔쳐 작성된 것으로 밝혀져 최근 에디터 직권으로 철회했다.”고 23일 밝혔다. 논문의 공동 저자는 최면을 이용한 정신상담 분야의 국내 권위자로 평가받는 B신경정신과 B원장과 H사이버대 대학원 K부원장이다. B원장은 서울대 의대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해당 논문은 전생을 믿는 사람들과 믿지 않는 사람들의 최면 상태에 대한 반응 차이를 연구한 내용을 담고 있다. 결론적으로 최면 감수성이 높을수록 전생을 잘 기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논문에 사용된 자료는 현재 남서울대 교수인 미국인 그라치아 델 로사리오가 2001년 미국 세이브룩대학 박사학위 논문에 썼던 내용으로 드러났다. 다른 논문의 자료를 인용할 때 ‘출처’를 명시하지 않으면 표절 또는 도용으로 간주된다. B원장은 “출처를 표시하지 않은 것은 잘못한 것 같다.”면서도 “대단한 것도 아닌데 이게 무슨 큰 문제가 되느냐. 문화적 차이로 볼 수 있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K부원장은 “자료를 B원장에게 받아서 통계처리를 해줬을 뿐 정확한 논문 내용은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학회지의 논문 철회는 로이터통신 애덤 마커스와 이코노미스트 기자 출신인 이반 오랜스키가 운영하는 논문표절 전문 감시사이트인 ‘리트렉션 와치’에서 보도했다. 리트렉션 와치는 국가별, 분야별로 연구윤리 동향을 공유하고 있는 사이트다. 리트렉션 와치 측은 “‘표절이 아니다’라고 아무리 자신에게 최면을 걸어도 결국엔 저널이 밝혀내 철회하게 될 것”이라고 비꼬았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중국 해상에 떨어진다던 독일 위성, 인도양에 추락

     수명을 다해 작동 불능 상태에 빠진 독일 천체관측 뢴트겐(ROSAT) 위성이 예정대로 23일 오후 인도양 상공에서 추락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한반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한국천문연구원과 한국한공우주연구원은 뢴트겐 위성이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전 10시 43분~10시 57분 동경 90도 북위 7도 지점에서 지구 대기권에 진입했다고 미국우주전략사령부의 자료를 인용, 발표했다.  위성이 추락하기 시작한 지점은 당초 알려졌던 중국 보하이 만이 아니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서쪽 인도양 해상이다. 추락 시각은 오후 1시 30분으로 관측됐지만 잔해물과 정확한 위치는 보고되지 않았다.  천문연 측은 뢴트겐 위성이 오전 11시 4분을 전후해 한반도에서 가까운 중국의 보하이만 상공에서 지구 대기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위성이 예상보다 일찍 대기권에 들어섬에 따라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진 인도양과 방글라데시, 중국 남부 지역이 파편이 떨어질 수 있는 영향권에 포함됐다.  천문연은 뢴트겐 위성 잔해의 추락 지역은 위성 추적 능력을 보유한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의 분석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하루 가량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뢴트겐 위성은 지난 1990년 발사돼 지상 580㎞ 상공에서 X선 검출 등 우주 관측 임무를 수행해왔다. 수명이 다해 자체 동력원이 없는 뢴트겐 위성은 지구 중력으로 고도를 점차 낮추고 있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김용민 총장과 포스텍의 입학사정관제를 査定하다

    김용민 총장과 포스텍의 입학사정관제를 査定하다

    “손 실장, 이번 면접에 나도 참여해도 될까요.” 손성익 포스텍 입학사정관실장은 지난달 총장실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을 때의 당혹함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손 실장은 “총장이 학생 선발에 참여하겠다는 말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면서 “학생들을 직접 만나고 싶다는 의지가 워낙 확고했다.”고 말했다. 포스텍의 입학사정관제는 국내에서 가장 앞선 제도다. 대학 안팎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포스텍은 1997년 고교장 추천전형을 시행한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면접전형 비율을 높였다. 입학사정관제가 제도화된 2009년부터는 신입생 300명 전원을 수시모집으로 뽑고 있다. 올해의 경우 2060명이 지원해 서류전형으로 3배수를 뽑은 뒤 잠재력 평가와 수학·과학 면접을 통해 합격 여부를 가린다. 22명의 전문사정관이 모든 과정을 관리·정리한다. 20일 오전 면접을 마친 김용민 총장은 흐뭇해했다. 지원한 학생들의 잠재력과 역량을 봤기 때문이다. →포스텍 입학사정관제가 서류전형에서 학업성적을 너무 많이 본다는 비판이 있다. -포스텍에서 학업을 할 수 있는 학생을 뽑는 것이 우선이다. 물론 특정 분야의 천재도 뽑아야 한다. 하지만 한 분야만 잘하는 학생, 좋아하는 과목 이외의 성적이 지나치게 떨어지는 학생은 학업을 대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미국의 명문대나 연구중심대학들을 봐도 전반적인 학업능력이 떨어지는 학생을 한 분야의 우수성이나 잠재력만으로 뽑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다면 결국 학업성적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 건가. -학업성적으로 줄을 세우지는 않는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는 수능이나 SAT 만점자들이라고 합격이 보장되지 않는다. 어느 정도의 커트라인을 넘어서면 그 위의 성적구분은 의미가 없어진다는 거다. 그 결과 줄을 세우면 절대 들어오지 못할 학생들이 입학한다. 포스텍의 경우에는 지난해 수시모집 전형에서 성적 역전이 30% 정도 생겼다. 올해는 아마 더 늘 것 같다. →면접관들이 20분간 대화하는 것만으로 잠재력을 충분히 알아낼 수 있는지. -실제 만나는 시간은 20분이지만 서류를 보내는 순간부터 입학사정관들과 면접 참여 교수들이 읽고 분석한다. 저 역시 학생들의 서류를 잔뜩 읽었다. 학생에게 질문할 내용들도 미리 서류에 줄을 긋고 다 표시해 둔다. 교내활동을 독점한 학생의 경우에는 내신관리에 미쳤던 영향과 당시의 부담감을 물어본다. 다른 친구들에게 돌아갈 기회를 빼앗은 것이 아니냐는 압박성 질문도 할 수 있다. →실제 면접에 참여하면서 가진 느낌은. -적극적이고 활발한 학생들이 많았다. 교수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3년 전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한 이후 학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한다. 자기표현이 확실한 학생들이 면접의 혜택을 더 많이 본다고도 할 수 있다. 다만 여전히 경험은 부족하다. 실패하고 좌절한 경험을 물어보면 거의 대부분이 ‘성적이 떨어졌을 때’, ‘경시대회에서 입상하지 못했을 때’를 얘기한다. 별다른 실패 경험이 없다는 건 선생님이나 학부모들이 학생 스스로 뭔가를 하지 못하도록 실패를 막아주고 있다는 뜻이다. 자기 학생, 자기 자녀를 못 믿는 거다. 제 경험상 실패해본 학생이 훨씬 발전 가능성이 높다. 실패를 모르는 한국 학생들이 좀 아쉽다. →포스텍의 입학사정관제에 대해 다른 대학들이 ‘300명을 뽑는 포스텍이니까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입학사정관제는 비효율적이다. 시간과 노력, 돈도 효율성만 놓고 보면 낭비다. 하지만 학생을 제대로 뽑는 건 어찌 보면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사람을 뽑을 수 있다’는 건 대학의 특권이고, 어렵게 뽑는 것으로 그 특권을 충분히 누려야 한다. 학생을 어렵게 뽑아야 대학들도 더 애정을 갖고 돌보지 않겠는가. 종합대학에서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도 잘못된 편견이다. 미국에서는 몇만명씩 지원하는 큰 대학들도 전부 입학사정관으로 뽑는다. →포스텍 합격생들은 대부분 서울대나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함께 합격한다. 좋은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복안은. -뺏고 빼앗기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서울대 동시합격생 중에서도 절반가량은 포스텍을 택한다. 학교에 대한 인상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어 이번 면접을 보면, 면접은 쌍방향이다. 면접관이 면접을 보지만, 학생도 면접관을 평가한다. 질문을 던지지만, 학생의 대답에 대해 상담이나 조언을 하기도 한다. 총장인 제가 직접 참여한 이유 중의 하나도 학생들에게 신뢰성을 주기 위해서였다. 포항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김용민 총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2년 시애틀 워싱턴대에서 생명공학 및 전자공학과 교수로 부임, 1999년부터 8년간 학과장을 맡았다. 멀티미디어 비디오 영상처리, 의료진단기기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1996년 IEEE(미국전기전자학회) ‘펠로(석학 회원)’, EMBS(미국 의학 및 생물학 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포스텍 개교 25년 만에 첫 외부 영입 총장이다. 지난 9월 취임했다.
  • “천재 뽑는 게 사정관제 아니다”

    “천재 뽑는 게 사정관제 아니다”

    포스텍 김용민 총장이 올해 수시모집 학생평가에서 면접관으로 나섰다. 대학을 제대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학생들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총장이 학생 선발에 참여한 것은 이례적일 수밖에 없다. 김 총장은 2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짧은 시간 안에 대학들의 한 전형 유형으로 굳혀지는 입학사정관제와 관련, “특정 분야의 천재를 뽑는 데 유리하다는 인식은 잘못된 방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분야만 잘하는 독특한 천재 한 명을 뽑는 것보다 학교생활의 기본을 갖춘 학생, 다양하게 배우려는 자세가 돼 있는 학생들을 선발해 키워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대학입시의 변화가 중·고등학교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학이 점수 위주의 정량적인 평가를 지양하고, 학생들의 능력과 잠재력을 발굴하려고 힘쓰면 중·고교에서도 다양한 인재상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고 자신했다. 포항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떠도는 우주쓰레기 7만~8만개 매주 한개꼴로 지구 대기권으로

    독일 뢴트겐 위성의 추락에 따른 인명피해 가능성이 제기되자 전 세계적으로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물론 현재까지 위성 잔해로 큰 피해를 입은 사람은 없다. 인공위성은 추진력에 의한 원심력과 지구의 중력이 평형을 이룰 경우 떨어지지 않고 일정 궤도를 돌 수 있다. 그러나 남은 연료가 부족하거나 통제가 불가능하게 되면 대기와의 마찰과 저항이 커져 조금씩 추락한다. 고도가 낮아지는 것이다. 일부 위성 보유국들은 이 과정에서 우주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위성을 지구로 추락시켜 바다에 가라앉히거나 대기권 마찰을 통해 불태우고 있다. 현재 7만~8만개의 우주 쓰레기들이 지구 위를 떠돈다. 인공위성은 추락하면서 대기권에 진입할 때 매우 높은 온도까지 달궈진다. 총알보다 20배나 빠른 속도로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엄청난 마찰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고도 74~83㎞에서 인공위성이나 우주 쓰레기는 부서지기 시작한다. 연료나 고압가스가 폭발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파편도 다시 불타 대기 중에서 사라진다. 하지만 타지 않은 파편은 낙하 속도가 서서히 줄면서 지구로 돌진한다. 커다란 위성 파편은 레이더 등으로 탐지가 가능하다. 문제는 작은 파편들은 어디에 떨어질지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파편의 운동속도는 무려 초속 7㎞에 이른다. 예측했던 낙하 시점이 실제와 10초 차이만 나도 예상 지점에서 70㎞나 빗나간 곳에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위성이 추락하기 한두 시간 전 고도가 110~120㎞로 낮아지면 적어도 어느 지역이 안전한지 정도는 예측이 가능하다. 작은 파편이라도 큰 위협물이다. 속도 탓에 엄청난 파괴력을 갖는 것이다. 잔해의 지름이 1㎝만 돼도 시속 100㎞의 속도로 200㎏의 물체가 부딪히는 충격을 가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아직까지 수명이 끝난 인공위성의 추락을 막고 지구로 안전하게 귀환시키는 기술은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3~4년 내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항공우주 전문가들은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미국과 소련이 경쟁적으로 우주 개척에 나서면서 대형 인공위성을 많이 쏘아 올렸기 때문에, 이들의 수명이 다하는 2010년대에 추락하는 인공위성의 수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우주잔해는 한 주에 한 번꼴로 지구 대기권에 들어오고 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아인슈타인은 옳았다? “중성미자, 빛보다 빠르지 않아”

    아인슈타인은 옳았다? “중성미자, 빛보다 빠르지 않아”

    지난달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중성미자(뉴트리노)가 빛보다 빠르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이후 물리학계에서 논란이 뜨겁다. CERN의 발표가 사실로 입증될 경우 “빛보다 빠른 물질은 없다.”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논문 초고 온라인 등록사이트인 ‘아카이브’(ArXiv.org)에는 CERN의 발표 이후 19일까지 80편 이상의 관련 논문이 게재됐다. 아카이브는 수학·물리학 분야의 출판 전 논문을 수집하는 웹사이트로, 전 세계 학자들에게 자신의 이론을 공개하고 검증받는 곳이다. ‘푸엥카레의 추측’ 등 수학·물리학 난제 대부분의 해법이 이 사이트를 통해 공개됐다. 아카이브 논문 중 일부는 중성미자가 빛보다 빠른 이유에 대한 가설을 담고 있다. 시공간을 넘어서는 새로운 지름길이 있다거나, 지구에서만 중성미자가 빠를 수 있다는 식이다. 영국의 과학 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는 이에 대해 “최초로 이론적 설명을 내놨다는 명성을 노린 무리한 이론들이 대거 등장했다.”고 평가했다. 대부분의 논문은 CERN의 실험 오류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1979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셸던 글래쇼 보스턴대 교수는 논문에서 “뉴트리노가 일시적으로 빛보다 빠르게 움직인다 해도 곧바로 에너지를 잃게 되며, CERN에서 발표한 속도를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아카이브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CERN이 사용한 위성위치시스템(GPS)의 오차를 지적한 네덜란드 흐로닝언대 연구진의 논문. CERN 연구진은 뉴트리노 속도 측정을 위해 스위스에서 724㎞ 떨어진 이탈리아로 뉴트리노를 계속 발사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빠르게 움직이는 뉴트리노의 속도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서는 출발 시점과 도착 시점을 매우 정밀하게 알아야 한다. 하지만 시간을 측정하는 GPS 위성은 출발과 도착을 검증하는 지상의 탐지기에 비해 시속 1만 5000㎞ 빠르게 움직인다. 로널드 반 엘버그 교수는 “시간을 재는 위성의 관점에서 보면 탐지기가 있는 지구는 위성에 비해 늦게 움직이며, 이는 뉴트리노가 실제 측정하려는 거리보다 좀 더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효과를 낳게 된다.”면서 “결국 GPS 시간측정에는 오차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엘버그 교수는 오차가 측정기 양쪽에서 각각 32나노초씩 발생해, 실험 전체에서 64나노초를 보정해야 한다는 계산 결과도 공개했다. 이는 뉴트리노가 빛보다 60나노초 빠르다는 CERN의 발표가 오차범위 내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GPS와 탐지기의 오류를 지적한 엘버그의 논문은 어느 관점에서 바라보느냐가 중요하다는 상대성이론에 근거하고 있다.”면서 “이 논문의 주장이 옳다면, CERN은 오히려 상대성이론이 옳다는 것을 입증하는 실험을 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21~24일 獨위성 추락… 인명피해 확률 2000분의1 ‘가장 위험한 위성 떨어진다’

    21~24일 獨위성 추락… 인명피해 확률 2000분의1 ‘가장 위험한 위성 떨어진다’

    21일에서 24일 사이에 1.7t에 달하는 독일 뢴트겐 위성(그림)의 30여개 파편이 지구로 떨어진다. 추락 예상 지점에는 한반도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파편에 맞을 확률은 100만분의1 정도로 적다. 하지만 전 세계로 범위를 넓히면 인명피해가 날 가능성은 2000분의1로 추정되고 있다. 대기권으로 진입할 때 생기는 마찰열에도 연소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 지금까지 지구로 추락한 위성 가운데 최고 수준의 위험도를 갖고 있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천문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19일 “현재 지상 210㎞ 상공에 위치한 뢴트겐 위성이 매일 4~5㎞씩 지구로 접근하고 있다.”면서 “21~24일 사이 잔해가 지상에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1990년 발사된 뢴트겐 위성은 방사선 관측을 위한 우주망원경의 일종으로 X선 목록화, 분자운, 초신성 잔해 연구 등 무려 15만 가지의 임무를 수행한 뒤 1999년 임무가 끝나 궤도상에 방치된 상태다. 독일 항공우주센터도 뢴트겐 위성의 잔해 가운데 1.7t 분량은 30여개 파편으로 나뉘어 한반도가 포함된 북위 53도와 남위 53도 사이에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뢴트겐 위성은 대기권에 진입할 때 대부분 불타 없어지지만 마찰열에 강한 일부 부품이 경차만 한 크기로 부서진 채 KTX 속도인 최대 시속 300㎞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천문연 측은 “피해 확률이 지난 9월 태평양에 떨어진 미국 UARS 위성의 3200분의1보다 훨씬 높다.”면서 “그러나 우리 국민은 비교적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40년 동안 5400t이 넘는 우주잔해가 지상에 추락했지만 미국에서 단 한 차례 사람을 스쳤을 뿐 큰 피해는 없었다. 문홍규 천문연 박사는 “위성이 지구로 진입하기 한두 시간 전에는 정확한 추락 시간과 지역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이에 대비해 천문연 우주감시센터에 상황실을 설치, 20일부터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웹페이지(event.kasi.re.kr)와 트위터(@kasi_news)를 통해 상황을 공개하기로 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최고 위험도 독일 위성 곧 추락…한국도 영향권

    최고 위험도 독일 위성 곧 추락…한국도 영향권

     21일에서 24일 사이에 독일 뢴트겐 위성이 지구로 추락한다. 추락 예상 지점에는 우리나라도 포함돼 있다. 대기권으로 진입할 때 생기는 마찰열 등으로 연소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 지금까지 지구로 떨어진 위성 중 최고 수준의 위험도를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로 인한 인명피해 발생 확률은 2000분의1로 추정된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천문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19일 “현재 지상 210㎞ 상공에 위치한 뢴트겐 위성이 매일 4~5㎞씩 지구로 접근하고 있으며, 21~24일 중 잔해가 지상에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1990년 발사된 뢴트겐 위성은 방사선 관측을 위한 우주망원경의 일종으로 X선 목록화, 분자운, 초신성 잔해 연구 등 무려 15만 가지의 임무를 수행한 후 1999년 임무가 종료돼 궤도상에 방치돼 있었다.  특히 뢴트겐 위성에 장착된 우주망원경은 마찰열에 강한 강화유리와 탄소섬유 재질이 다량 포함돼 있어 파편들이 지표면에 떨어질 확률이 높다. 독일 항공우주센터는 뢴트겐 위성의 잔해 중 1.7t 분량이 30여개 파편으로 나뉘어 한반도가 포함된 북위 53도와 남위 53도 사이에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장현 천문연 우주과학연구부 책임연구원은 “위성 파편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할 확률은 2000분의1 정도로, 9월 미국 UARS 위성 추락 때의 3200분의1보다 훨씬 높다.”면서 “그러나 우리 국민이 피해를 입을 확률은 100만분의1로 사실상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40년 동안 5400t이 넘는 우주잔해가 지상에 떨어졌지만 인체에 접촉한 사례는 한 건뿐이었다. 문홍규 천문연 박사는 “위성이 지구로 진입하기 1~2시간 전에는 정확한 추락 시간과 지역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위성 추락에 대비, 17일 천문연 우주감시센터에 상황실을 설치, 20일부터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웹페이지(event.kasi.re.kr)와 트위터(@kasi_news)를 통해 상황을 공개하기로 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서울교육청 주관 경시대회 없앤다

    서울시교육청이 주관하는 각종 수학·과학 경시대회와 논술·토론대회가 전면 폐지된다. 교사들이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학교 풍토를 조성하고 학교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한 취지에서다. 이에 따라 전시 행정과 중복 유사사업 통폐합을 통한 예산절감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당초 사업 축소의 절반” 비난도 시교육청은 학교 현장과 밀접한 434개 교육정책사업 가운데 중복되거나 유지할 필요가 없는 사업 179개를 선별해 오는 2014년까지 연차적으로 폐지하는 ‘교육정책사업 정비대상’을 17일 발표했다. 전체 사업의 41.2%에 달하는 규모다. 교육정책 사업정비는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교원업무정상화방안의 하나다. 그러나 2014년까지 정책사업의 80%를 정비하겠다는 당초 구상에는 크게 못 미쳐 비난을 사고 있다. 시교육청은 “불필요한 사업을 정리해 일선 교사들이 교수·학습 활동, 상담·생활지도 등 학교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일괄적으로 모든 정책을 통폐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시교육청은 ▲교육 환경에 변화가 있거나 ▲학교별로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나은 과제 ▲유사사업을 통합할 필요가 있거나 ▲여러 기관이 중복 시행하는 사업을 우선적 없애기로 했다. 폐지대상 가운데 79개는 즉시 없애고, 89개는 내년까지, 11개 사업은 2014년까지다. ●교내 경시대회는 자율에 맡겨 구체적으로는 수학 경시대회, 중·고교생 토론대회, 서울학생 학력신장방안뿐만 아니라 ‘과학의 달’ 등 각종 월간 행사가 사라진다. 수학·과학 경시대회 등은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고 사교육 부담과 직결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다만 학교 내 경시대회 등 단위 학교 차원에서 시행하는 것은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어머니 폴리스운영, 초등 독서교육 실천사례 연구대회 등 이미 목적이 달성된 사업과 교육감배 단축마라톤·볼링·유도대회, 원어민 화상수업 등 학교의 참여와 관심이 낮은 사업도 대거 정리한다. 주말 과학체험마당,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신장 학부모연수,사이버 독서토론 및 논술교실 등 여러 부서와 기관에서 비슷한 내용으로 중복 시행하는 사업도 통폐합 대상이다. 시교육청은 “교육정책사업 정리를 통해 연간 255억원의 예산 절감 효과를 거둘 것”이라면서 “17일부터 25일까지 폐지 예정 교육정책사업에 대한 ‘정책 예고’를 통해 의견수렴을 한 뒤 시안을 확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WHO&WHAT] 현대 고고학의 레이저 레이더·로봇에 존스 박사 ‘깜놀’

    [WHO&WHAT] 현대 고고학의 레이저 레이더·로봇에 존스 박사 ‘깜놀’

    “존스 박사. 우리 대학은 당신에게 테뉴어(종신 교수)를 부여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니. 나만큼 명성을 떨친 고고학자가 어디 있습니까? 최소한 1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내 활약을 지켜봤어요. 고고학이라는 학문이 알려진 것도 순전히 내 공인 것 같은데요.” “물론 지금의 고고학이 당신에게 빚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테뉴어 심사가 강화되는 추세라 어쩔 수가 없어요. 논문도 없고, 강의 일수도 다 못 채워서 교수평가는 바닥이에요. 특히 젊은 교수들을 중심으로 당신에 대한 비판이 많아요. 더 이상 ‘채찍’의 시대가 아니라고들 하던데요.” “보물지도를 찾고 악당과 싸우는 게 뭐가 나쁩니까.” “그래서 당신은 학자가 아닌 탐험가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고고학자들은 더 이상 오지를 무작정 탐험하지도, 피라미드를 부수고 들어가지도 않아요. 훨씬 과학적인 수단들이 많이 있다고요.” “결국 내 시절은 갔다는 얘기인가요?” “아니죠. 당신 같은 유명인을 놓치는 것은 우리에게도 엄청난 손실인걸요. 당신의 모험심과 열정에 현대의 기술을 살짝 얹어보는건 어떨까요. 한 가지 더.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는 자만심은 버리셔야 할 겁니다. 당신 아들이 등장한 마당에 아버지가 죽고 그 아들이 복수를 하는 시나리오도 언제든지 나올 수 있는 거 아닐까요. 일단 고고학 연구실을 한번 둘러보면 생각이 달라지실 수도 있습니다.” “흠. 썩 내키지는 않지만, 저를 밀어낸 첨단 기술이라는 게 뭔지 궁금하기는 하군요. 이왕 이렇게 된 거, 한번 보기나 합시다.” 이번 주 가상 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은 인디애나 존스 박사의 현대 고고학 연구실 탐방을 따라가봤다. 열심히 뛰는 것만이 진실과 역사에 가까이 가는 것이라 믿고 있던 늙은 고고학자의 앞에 놓인 문화적 충격은 어떤 것일까. 큐레이터 어서오세요, 박사님. 학교 측에서 연락 받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전 이 박물관에서 학생들을 안내하는 큐레이터입니다. 박사님께서 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시니,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리죠. 먼저, 이쪽 방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여긴 미라를 연구하는 곳이죠. 존스 오. 이건 고대 이집트의 미라군요. 그런데 겉을 감싼 천이나 관 장식을 봤을 때 왕이나 왕비의 것은 아닌데, 뭘 이런 걸 쌓아놓고 연구를 하는 거죠. 큐레이터 이 이집트 미라의 주인공은 기원전 1580년에서 1550년 사이에 살았습니다. 10대에 죽은 걸로 추정되죠. 그리고 사인은 심장병인 것으로 보입니다. 존스 어떻게 그런 걸 알 수 있나요. 혹시 기록이라도 찾은 건가요? 큐레이터 이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를 이용하면 알 수 있습니다. 치아 구조나 뼈 크기 등을 통해 나이를 알 수 있고, 각종 질환의 유무도 알 수 있습니다. 굳이 미라를 훼손하지 않아도 되고요. 이 옆에 있는 시료는 중세 피렌체 귀부인의 묘에서 채취한 DNA입니다. DNA를 분석하면 이 여인이 누구의 조상인지, 어떤 가문인지도 알 수 있죠. 이탈리아에서는 같은 방법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주인공으로 추정되는 리자 게라르디니를 찾고 있습니다. 존스 그럼 혹시 미라가 아니라 뼈만 있어도 분석이 가능합니까. 큐레이터 박사님은 해골을 들고 뛰거나 무기로 쓰시겠지만, 요즘 고고학자들은 해골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뼈에서 질소나 탄소 함량을 분석하는 것만으로 그 사람이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당시의 영양상태는 어땠는지를 쉽게 알 수 있어요. 심지어 어떤 물을 마셨는지도요. 특히 이런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사람들의 식습관이나 국가 간의 교류 여부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스페인에 묻혀 있는 유해의 출생지가 이탈리아였다는 점을 밝혀낼 정도까지 데이터베이스가 쌓였습니다. 존스 그럼 혹시 사람이 아니라 동물이나 식물이 언제 죽었는지도 알 수 있나요? 큐레이터 물론이죠.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을 이용하면 됩니다. 식물이 광합성을 할 때 대기 중의 탄소를 흡수하고 동물은 그 식물을 섭취하기 때문에 모두 탄소가 쌓이게 됩니다. 그중 탄소14는 방사성물질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그 양이 반씩 줄어드는 반감기가 생깁니다. 과거의 동물이나 식물은 모두 현재의 것들과 조성이 비슷하기 때문에 탄소14가 얼마나 남아있는지를 측정하면 시간의 경과 정도를 알 수 있는 원리죠. 너무 많은 걸 들어서 얼떨떨하신 것 같은데, 다음 방으로 가시죠. 존스 앗, 여기 이렇게 뱀처럼 꿈틀거리는 것들은 뭐죠? 큐레이터 박사님. 만약 처음 보는 커다란 무덤이 있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존스 일단 들어가봐야죠. 큐레이터 채찍 하나 들고요? 영화에서처럼 박혀 있는 창칼이 날아올 수도 있고, 뱀이 가득할 수도 있잖아요. 거기에 발을 디뎠다가 물리면 누가 책임지죠? 그래서 만들어진 것들이 이 로봇들입니다. 존스 그럼 얘들이 대신 들어가나요? 고작 이런 조그만 것들이 뭘 할 수 있죠? 큐레이터 조그만 틈만 있으면 기어들어가서 내부가 어떤지를 생생하게 찍어 올 수 있죠. 위험은 없는지 미리 살필 수도 있어요. 그뿐이 아닙니다. 무덤이나 건물을 무너뜨리지 않고도 구멍을 넓혀서 사람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하고, 오랜 기간 갇혀 있던 내부 공기가 사람에게 유해하지는 않은지도 판단할 수 있습니다. 내부에 거대한 강이 흘러도 얘들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거든요. 아직까지는 사람이 조종을 해야 하는 단계지만, 앞으로는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로봇도 등장할 겁니다. 존스 위험을 다 제거하고 사람은 그 후에 움직인다는 거네요. 정말 재미없는 일이군요. 앞에 어떤 원시부족이 튀어나올지, 어떤 기관이 작동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목숨 걸고 들어갈 때의 짜릿함을 한번 맛보면 확실히 생각이 달라질 텐데 말이죠. 큐레이터 사실 저도 박사님의 활약상은 잘 알고 있지만, 그런 생각으로 고고학을 대하시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박사님이 성배도 찾고, 누르하치 유골도 찾았지만 그게 결국 남아 있나요? 좌충우돌하시다가 다 없어지거나 묻어 버렸잖아요. 그리고 자기 조상의 것을 지키려는 원시부족이 타도해야 할 대상인가요? 그럼 잉카문명을 멸망시킨 스페인의 피사로와 박사님이 다를 게 없는 것 아닐까요? 존스 (외면하며)그나저나 여기에 보물지도도 있나요? 큐레이터 안 그래도 그 방으로 모시려고 했어요. 이쪽 방은 보물지도를 그리는 곳입니다. 존스 누가 그려 놓은 보물지도를 찾는 게 아니라 지도를 그린다고요? 큐레이터 ‘지구의 끝’ ‘세 개의 바다가 만나는 곳’ 뭐 이런 식의 지도는 더 이상 필요 없습니다. 지구 어디든, 사람이 쉽게 범접할 수 없는 태초의 원시림이나 폭포 속까지도 이젠 들여다볼 수 있고 그려낼 수 있거든요. 대표적인 것이 최신 기술인 LIDAR입니다. 레이저 레이더라고도 하죠. 레이저를 대기중에서 발사해 반사돼서 돌아오거나 퍼지는 모습을 보고 지형을 3차원 입체영상으로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지도를 그리기 위해 연필을 들고 측량을 하는 것은 옛날 얘기입니다. 하늘을 날면서 이 장치를 쓴다면 거대한 나라도 몇 년 내에 완벽하게 그려낼 수 있죠. 지난 5년간 잉카와 마야문명이 자리잡았던 중앙 아메리카 지역의 3차원 지도도 완벽하게 구현해 낸 상태입니다. 존스 그런데, 그런 지도가 실제로 길을 찾거나 유적을 찾는 데 효과가 있나요? 땅 위에서 벌어지는 구체적인 일은 알기 힘들 것 같은데 말이죠. 큐레이터 그래서 저희는 위성 이미지를 함께 사용합니다. 현재의 위성기술을 이용하면 지상 40㎝ 위에서 보는 것과 같은 선명도로 전세계 곳곳을 살필 수 있습니다. 극지를 탐험하거나 밀림을 헤치고 지나갈 때, 오늘 무슨 일이 앞서 일어났는지도 다 알 수 있죠. 말 그대로 지구를 ‘스캔’하는 겁니다. 전설속의 아틀란티스 대륙이 최소한 지상에 존재하지는 않고, 얕은 바다에는 없다는 것도 위성으로 확인할 수 있었죠. 이런 기술들을 적절하게 사용하면 지구 속의 모습까지 알 수 있습니다. 표정을 보니 문화적 충격이 크신 것 같군요. 오랜 시간 고고학계에 몸 담으셨는데, 시대의 흐름에도 좀 민감하셔야죠. 존스 원래 인디애나 존스는 그렇게 생겨먹은 캐릭터라고 해 둡시다. 채찍이 아니라 금속탐지기를 들고 모래밭이나 헤매는 나한테 누가 열광하겠어요. 이미 과거처럼 모험을 떠나기에는 앉은 자리에서 알 수 있게 된 것들이 너무 많긴 하군요. 결국 난 과거 속에서 살아야 하는 존재인가 봅니다. 이곳을 둘러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드네요. 큐레이터 그럼 이 새로운 기술들을 배우지 않을 생각이신가요? 존스 그건 스필버그 감독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스필버그가 처음 날 탄생시킬 때 지나치게 강인한 고고학자의 이미지나 원시부족과의 싸움 같은 부분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는 얘기가 있긴 하죠. 혹시 또 압니까. 나이 들어서 은퇴 후에 첨단 과학기기로 무장한 인디애나 존스 박사의 모험이 만들어질 수도 있겠죠. 어차피 전 영화 속에서 사는걸요.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참고문헌 이노베이션뉴스데일리 2011년 6월 10일 ‘고고학의 10가지 현대식 기술’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WHO&WHAT] 소설 속 영국인 주인공 폴 웨스트 “파리서 1년 살아보니” [WHO&WHAT] 인류 첫 셀레브러티 ‘클레오파트라’… 베일 속의 그녀의 얘기 들어보니 [WHO&WHAT] 유전학의 창시자 수도사 멘델의 고백… “저, 유전학의 아버지 아니에요” [WHO&WHAT] 인간은 이기적 동물? 이타적 동물?…러시아 식물학자 니콜라이 바빌로프가 밝힌 유전자의 비밀 [WHO&WHAT] 아쉽게 놓친 노벨상’가상 수기’ 공모해보니 [WHO&WHAT] 시간여행·생각읽기…인간들, ‘신의 영역’을 넘보다 [WHO&WHAT] 다음번엔 내가 주인공!…무궁무진한 미래 사극 주역들[WHO&WHAT] 현대 고고학 레이저 레이더·로봇에 ‘깜놀’…인디애나 존스, 완전 체면 구기다
  • 성적 오른 고교 공개한다

    성적이 좋은 학생을 선발하는 학교가 유리한 ‘선발효과’가 아니라 교육에 따른 ‘학교효과’를 중시하는 ‘향상도’ 지표가 다음 달 도입된다. 재학생들의 성적을 중학교 때보다 많이 올린 고교, 초등학교 때보다 많이 올린 중학교를 보여주겠다는 취지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7월 시행한 ‘2011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공시에 고교별 향상도를 처음으로 표시한다고 16일 밝혔다.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는 전국 초등6, 중3, 고2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학업 수준을 확인하고 기초학력 미달학생을 지원하기 위해 2008년부터 해마다 시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당해 연도의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국어·수학·영어 과목별로 보통학력이상·기초학력·기초학력미달 등 세 가지 학력수준별 학생 비율, 응시 인원만 발표해 왔다. 그러나 지역별로 학업여건 등에 따른 차이를 획일화된 지표로 표시해 위화감을 조성하고, 이미 학업수준이 높은 학교의 경우 이전 연도에 비해 개선될 여지가 없는 등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교과부는 올해 ‘고교 향상도’에 이어 내년에는 ‘중학교 향상도’를 도입, 학생들의 성적 향상으로 학교 성취도를 평가할 방침이다. 올해 성취도 평가를 본 고2 학생들의 성적을 같은 학생들이 지난 2009년 중3 때 봤던 성취도평가 성적과 비교해 측정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국어에서 A고교 2학년생 전원의 성적을 평균해 ‘실제성취도 점수’(척도점수 100~300점 사이)가 215점일 경우, 이들이 여러 중학교에 다니던 2009년에 본 성취도평가 점수에서 산출한 ‘기대되는 성취도 점수’가 200점이라면 A고교는 7.5%의 향상도를 보인 것으로 기록된다. 교과부 측은 “향상도를 중시하는 지표인 만큼 절대적인 성적순으로 고교를 서열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고교별로 기대되는 성취도 점수는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서울교육청 장애인교사 89명 선발

    서울시교육청은 장애인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내년 신규 교원 가운데 중등 35명, 초등 54명 등 모두 89명을 장애인으로 선발한다고 16일 밝혔다. 올해 장애인 교원 채용 41명에 비해 물 115% 증가한 수치다. 내년 전체 신규 교원 1249명의 7.2%에 해당하는 규모이기도 하다. 현재 서울시교육청 교원 4만 7271명 중 장애인 교원 수는 2.1%인 996명이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서 규정한 장애인 의무고용률 3%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한국 엄마들, 자율성 강조하는 서구식 교육 배워야”

    “한국 엄마들, 자율성 강조하는 서구식 교육 배워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선도적인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단순히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과거의 아시아식 방식으로는 안 된다.” 13일 서울 쉐라톤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에 특별 연사로 나선 에이미 추아 미 예일대 법대 교수는 “이제 한국 엄마들은 서양식 교육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반항하는 둘째 딸 보며 교육법 바꿔” 중국계 2세인 추아 교수는 베스트셀러 ‘제국의 미래’를 통해 이름을 날린 국제관계학자이자 미래학자다. 올 초 자신의 육아경험을 바탕으로 ‘엄격’한 아시아식 교육법과 ‘자율적’인 서구식 교육법을 비교한 ‘호랑이 엄마(타이거 맘)의 군가’를 출간해 논란의 중심에 섰던 주인공이기도 하다. 추아 교수는 “타이거맘은 결코 아시아식 교육법이 서구에 비해 우월하다는 주장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두 딸을 키우면서 아시아식 교육법의 장단점을 알아가게 되는 내 경험에 대한 에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큰딸 소피아는 모든 것을 내가 시키는대로 해 좋은 대학에 들어갔지만, 둘째 딸 룰루는 어려서부터 강압적인 교육에 대해 끊임없이 반항했다.”면서 “결국 2년 전 난 딸이 나를 미워한다는 것을 깨닫고, 딸을 잃지 않기 위해 내 교육법을 바꿔야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둘째 딸이) 하기 싫어하는 바이올린 대신 원하는 테니스를 하도록 했고, 집에 친구들을 초대하거나 놀러가는 것도 허용했더니 관계가 나아지더라.”면서 “이는 같은 교육법이 모든 사람에게 균일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게 했다.”고 덧붙였다. 추아 교수는 자신의 교육법이 한국 엄마들의 표본이 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국 엄마들은 이미 충분히 엄격한 교육을 하고 있는 만큼 창의성이나 자율성, 선택권을 강조하는 서구식 교육을 배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나를 찾아온 한국 제자들 상당수는 디자이너, 화가, 예술가를 하고 싶었는데 부모들이 법대에 보냈다며 답답함을 호소하곤 했다.”면서 “이런 일 때문에 부모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녀들의 창의성·행복을 중요시해야” 특히 그는 자녀들의 ‘창의성’과 ‘행복’을 중요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국 학생들은 머리는 좋지만 스스로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줄 모른다.”는 그는 “‘왜’라는 질문을 많이 던질 수 있는 가정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이들을 위해서 모든 걸 희생하는 부모에게 아이들은 행복해지는 법을 결코 배울 수 없다.”고 조언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오늘의 눈] 소통 외면한 ‘개혁의 아이콘’/박건형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소통 외면한 ‘개혁의 아이콘’/박건형 사회부 기자

    2004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에 로버트 로플린이 취임했다. 학문의 정점에 있는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였다. KAIST를 바꾸겠다는 의욕이 넘쳤다. 일각에서는 ‘대학가의 히딩크’라고 불렀다. 하지만 실패자로 기록됐다. 종합대학화와 사립화까지 외친 로플린은 KAIST의 이방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독재자라는 비판도 받았다. 결국 전체 교수의 89%가 퇴진을 요구했고, 로플린은 임기 절반을 남긴 채 물러났다. 서남표 총장이 그의 뒤를 이었다. 전임자의 사례에서 많은 것을 배운 듯했다. 개혁이라는 지향점 아래 소통을 시도했다. “KAIST를 매사추세츠공대(MIT)로 만들자.”는 명분에 젊은 교수들은 앞다퉈 손을 내밀었다. 서 총장은 힘을 얻었다. 수업료 차등, 전면 영어수업, 테뉴어 심사 강화 등을 관철시켜 나갔다. 로플린이 시도하다가 수포로 돌아간 정책들이었다. 서 총장은 개혁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자 소통에 소극적이 됐다. 일방적으로 정책들이 발표됐고, 반발은 묻혀졌다. 급기야 올 초 학생들이 잇따라 자살했다. 서 총장은 눈물까지 보이며 구성원들을 달랬다. 하지만 고비가 지나자 약속에 핑계를 대며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결국 지난달 KAIST 교수들은 5년 만에 다시 ‘총장 퇴진’을 묻는 투표에 들어갔다. 학생들도 동참했다. 서 총장은 그제야 대학평의회를 만들겠다며 수습에 나섰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절대 불가’ ‘권한 밖’이라고 주장하던 터다. 로플린과 서 총장의 성적표가 다른 이유는 ‘소통’에 있었다. 서 총장이 신뢰를 잃었다는 것은 가장 강력한 무기를 잃었다는 말과 같다. 요구사항을 마지못해 하나씩 들어주는 방식으로 신뢰는 회복되지 않는다. 서 총장의 진정성을 담은 태도와 자세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총장의 특허보유 논란이나 대학재정의 펀드 손실 문제도 쉬쉬할 일이 아니다. 개혁의 아이콘이 소통 부재의 아이콘으로 전락하는 것은 누구도 바라지 않는 일이다. KAIST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kitsch@seoul.co.kr
  • ‘위성기술 甲’ 러 막가파식 횡포…올 아리랑 5호 발사 사실상 무산

    ‘위성기술 甲’ 러 막가파식 횡포…올 아리랑 5호 발사 사실상 무산

    또 러시아에 뒤통수를 얻어맞았다. 국내 최초로 전천후 영상레이더를 장착한 지구관측 다목적 실용위성인 ‘아리랑 5호’ 발사가 올해 안에 이뤄지기 힘들 전망이다. 아리랑 5호를 탑재한 로켓을 쏘아올릴 러시아 측이 이런저런 이유로 6개월 넘게 발사를 미루고 있는 탓이다. 위성 발사가 1~2개월가량 늦어질 수는 있지만 6개월 이상 연기되면 위성의 성능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12일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러시아 측은 최근 아리랑 5호 발사를 12월 중순 이후로 미루겠다는 일정을 통보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아리랑 5호는 당초 6월 러시아 야스니 발사장에서 쏘아올릴 예정이었지만 이후 계속 8월, 9월, 11월로 미루더니 이번에 다시 12월 중순 이후로 연기됐다.”면서 “대전에 보관 중인 위성의 현지 이동과 점검, 발사 허가일정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올해 발사는 물건너 간 상황”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측의 일방적인 통보로 발사가 4차례나 연기됐지만 매번 이유는 달랐다. 처음 두 차례 연기할 때 러시아는 아리랑 5호보다 먼저 발사되는 선행 위성의 준비가 늦어지는 바람에 발사를 순차적으로 미뤄야 한다고 알려왔다. 그러나 각국 위성이 모두 발사장에 도착한 뒤에도 러시아 측은 국방부 허가 지연 등을 내세워 계속 발사를 늦췄다. 9월 선행 위성 발사 후에는 다시 러시아 내부 사정을 거론했다. 아리랑 5호는 2005년 개발에 나서 올해 완성됐다. 하루 15바퀴씩 지구 550㎞ 상공을 돌며 세계 모든 지역의 1m급 고해상도 레이더 영상을 얻어야 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개발비에 2400여억원이 투입됐다. 정부는 아리랑 5호를 기반으로 해외에서 구입하기에 급급했던 핵심 영상정보의 자주적 획득과 활용은 물론 상업용 위성영상 판매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었으나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게다가 이미 완성된 위성을 지상에서 계속 보관할 경우 배터리 등 각종 부품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발사가 연기된 위성은 상당 기간 수명이 단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지나치게 러시아에 의존하는 우리의 우주개발 구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다 보니 우주선 발사나 발사체 판매 등에 적극적인 러시아에 끌려다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수백억~수천억원이 들고, 실패에 대한 책임도 물을 수 없는 우주 분야에서 행정절차가 느리고 계약관계가 불분명한 러시아는 문제 발생시 최악의 파트너”라고 말했다. 또 “어렵더라도 자체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인도·유럽연합 등으로 협력관계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돈받고 보고서 뻥튀기” 이름 파는 앵벌이 교수

    “돈받고 보고서 뻥튀기” 이름 파는 앵벌이 교수

    동물면역학 분야의 권위자인 서울대 A교수는 몇 년 전 단과대 학장의 소개로 한 업체의 연구용역을 받았다. 해당업체에서 발견한 광물의 면역증진 효과를 입증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A교수는 2년여에 걸쳐 시험을 거듭했지만 뚜렷한 효능을 찾지 못했다. 보고서에 “소의 체중증가와 일부 면역세포 증가가 관찰됐다.”라고 썼다. A교수는 11일 “사용해서 나쁠 것은 없다는 정도의 의도였지만 업체의 요구가 강력해 학술적으로 별 의미가 없는 부분을 강조하기는 했다.”면서 “기간이 길어지고 동물에 대한 직접적인 실험이었기 때문에 받은 연구비가 수천만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해당업체는 발견한 물질에 대해 ‘A교수 실험실이 탁월한 효능을 입증했다.’며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있다. 광우병 파동으로 널리 알려진 A교수의 이름이 거론되자 축산업체들이 관심을 보였다. 실제 구매로도 이어지고 있다. A교수는 “실제 용역을 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른바 ‘유명대학’ 교수 연구실과 정부출연연구소, 국가공인시험연구소 등에서 진행된 연구용역이 과장·조작돼 악용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실험결과나 보고서에 대한 추후검증이나 과장·조작에 대한 제재는 전혀 없다. 나아가 상대적으로 연구비 확보율이 낮은 기초과학 실험실이나 수의대 등의 교수들이 명성으로 기업 연구비를 따는 ‘앵벌이 교수’로 전락했다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양대 B교수의 사례 역시 A교수와 비슷하다. 한 섬유기업이 신소재로 직물을 짤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용역을 의뢰했고, B교수 연구팀은 결과물을 전달했다. 하지만 해당기업은 B교수 연구실이 국책과제를 맡고 있다는 사실을 이용, 자사 제품이 국책과제로 진행된 데다 신소재의 효능까지 B교수가 검증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B교수는 “돈을 받은 입장에서 기업이 과장을 하거나 일부 조작을 해도 문제를 제기하기 쉽지 않다.”고 솔직히 말했다. 이어 “연구실 살림을 꾸려야 하는 교수들 입장에서는 독이 든 성배를 마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이 같은 관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돈을 받았다고 검증되지 않은 보고서를 전달하고 나 몰라라 하는 것은 학자의 양심을 파는 일”이라면서 “대학이나 연구소들이 뚜렷한 기준을 세워 사후 책임까지 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품성분분석이나 효능 등을 의뢰받아 검사하는 출연연이나 시험연구소의 보고서를 악용하는 사례도 적잖다. 단순히 건강보조식품이나 화학제품의 성분분석을 의뢰한 뒤 보고서가 나오면 ‘인증 특허’라거나 ‘효능 입증’이라는 식으로 광고하고 있다. 공인연구소의 보고서는 사실을 그대로 적시하는 경우에도 각종 홍보나 광고, 법정 소송 등에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지만 어겨도 제재할 규정은 없다. 화학융합시험연구소 관계자는 “해당 업체들이 분석을 신청하면 시험해 결과를 전달할 뿐”이라면서 “이를 악용하거나 홍보에 이용한다고 해도 연구소가 알 수도 없고, 사후 조사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