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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렌즈에 담은 어린시절 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렌즈에 담은 어린시절 꿈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아동 판타지 소설로 알려졌지만, 많은 그림 작가와 사진 작가들에게 영감을 불러 일으키는 뮤즈 같은 소설이다. 시계를 보며 말하는 하얀 토끼를 쫓아가다가 토끼 굴로 보이는 땅굴로 떨어진 후 겪게 되는 모험은 다양한 환상과 이미지들을 창조해 내는 상상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화가나 사진작가들은 자신만의 앨리스를 창조하려는 욕구가 적지 않다. 서울 소격동 선컨템포러리의 해외 사진작가 3인이 참여한 ‘앨리스의 미러(Alice´s Mirror)’ 사진전은 전시 제목대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상시킨다. 이번 전시는, 독일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줄리아 풀러톤 바턴과 스웨덴 출신의 루비자 링보르그, 변호사에서 10년 전 사진작가로 전직한 호주출신의 폴리세니 파파페트루 등 3명의 여류 사진작가들로 구성됐다. 어린 아이에서 소녀로 성숙해 가는 이미지들이 다수 등장한다. 손영실 박사(현대예술 매체이론)는 “작가들 각자가 앨리스로 대변되는 어린 시절로 돌아가 자전적인 기억에 기초해 꿈과 현실세계를 섬세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디지털 사진기가 전 세계적으로 보급되고 있어 사진을 찍는 일이 10여년 전에 비해 아주 수월하고, 누구나가 아마추어 사진작가를 표방하는 상황에서, 전문적인 사진작가와 작품의 세계가 어떠한지를 보여 주고 있다. ●패션사진 광고에서 뛰쳐 나온 소녀들 ‘십대(Teenage)’ 시리즈 작업을 해온 바턴은 평범한 10대가 성숙한 여인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변이를 섬세하게 다뤘다. 소녀들은 꿈 속에 있는 비현실적인 얼굴로 공중에 떠 있다. 작가는 전문모델이 아닌 평범한 10대 소녀들에게 자연광과 인공광을 혼합시킨 라이팅 효과로 기묘한 색감들을 배합해 비현실성을 강화했다. 바턴은 버크셔 아트 디자인 대학을 졸업한 뒤 현장에서 쌓은 어시스턴트 경험을 통해 자신의 독특한 사진 스타일을 형성했다고 한다. 베트남에서 찍은 사진들로 여러 차례 수상한 작가는 이후 광고사진과 보그 등 패션잡지 화보, 기업들의 캠페인 사진들을 주로 찍었다. 이번 전시는 그녀의 세번째 프로젝트인 ‘In Between’. 사진은 하얗고 깨끗한 방과 거실, 부엌 등을 배경으로 총을 맞은 듯한 모습으로 뛰어올랐거나, 허공에 웅크린 비현실적인 소녀들의 움직임들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사진들 속에서 바닥에 흘린 하얀 우유, 깨진 어항과 밖으로 튀어 나온 금붕어, 깨진 거울 등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진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쫓는다 2008년 서울 포토페스티벌에 초대돼 알려지게 된 링보르그의 작품은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기초한 ‘앨리스’ 시리즈와 ‘원더랜드’ 시리즈를 주로 선보이는 작가다. 링보르그의 작품 속에 앨리스와 원더랜드는 어린 아이들의 눈에 비친 현실세계, 즉 어른들의 세상이다. 엄마의 몸 밖에서 만나는 세계는 아이들에게 이미 이상한 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고, 이웃집 아주머니나 학교 선생님, 할아버지, 할머니 등등은 낯설고 이상한 ‘카드여왕’과 다르지 않다.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세계는 동경이자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아이들은 가면을 쓴 채 어른들 흉내를 낸다. 또는 초록 초원과 파란 하늘 아래서 하늘색 스웨터와 연두색 치마를 입고 눈을 가린 채 야구방망이를 들고 어리둥절해하기도 한다. 하늘과 물의 경계가 명백하지 않은 물 속에 얼굴을 절반 정도 담그고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소녀는 이상하기 짝이 없다. 하늘 높이 다이빙대 앞에 서 있는 남자 아이의 모습도 이상하다. ●어른이 돼 가는 아이들의 미묘한 모습 2001년 사진작가가 되기 전 호주 멜버른에서 태어난 뒤 법학을 전공해 변호사로 활동했던 파파페트루는 그리스 혈통이라는 것이 사진에서 묻어난다. 잡목들 사이에서 소년과 소녀들은 어떤 의식을 치르듯이 엄숙하다. 흰색 드레스를 입은 여자아이가 숲 속에서 눈을 가리고 울고 있거나, 해질 무렵에 바위 위에서 어린 여자아이가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작가는 오늘날 컴퓨터 온라인 게임과 전세계적으로 획일화된 환경 속에 묻혀 사는 어린이들의 성장에 안타까워하며 대자연 속에서 자유로운 아이들의 모습을 찾고자 했다. 모델들인 작가 자신의 아이나, 친구의 아이들이 작가의 손에 이끌려 대자연에 놓여지는데, 생소한 경험을 통해 평화롭기도 하고, 비밀스럽기도 하고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만들어 나간다. 8월25일까지. (02)720-5789.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이왈종 춘화 21년만에 빛보다

    이왈종 춘화 21년만에 빛보다

    “이 그림들은 빼도록 해요.” 1987년 서울 강남에 화랑을 연 ‘청작화랑’을 도와 주기 위해 이듬해인 1988년 2월 운보 김기창은 자신이 직접 선정한 한국화가 15명의 기획전시인 ‘15인 두방전’의 개막일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다름 아닌 이왈종의 그림들이었다. 당시 한국화단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운보의 결정인지라 화랑은 거스를 수도 없었고, 당시 추계대 예술대 교수였던 이왈종도 “내 그림 내가 냈는데….”라며 다소 투덜거렸지만, 그림 3점을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 청작화랑은 원래 전시하려던 그림 3점을 모두 구입해 갈등을 일부 봉합했다. 당시 문제의 이왈종 그림은 춘화(春花)로 제목은 ‘생활의 중도’ 였다. 전시회가 끝난 직후 운보는 이왈종과 식사를 하면서 “‘전시회 이미지에 맞지도 않고 저런 그림을 걸면 신생 화랑에 누가 될 수 있어서 그림을 내리라고 했다.”고 설명한 뒤 “국립박물관에 조선후기 화원이던 김홍도 신윤복 등 대가들의 춘화들이 있으니, 참고해 보라.”는 조언을 하며 서로 마음의 앙금을 풀었다고 한다. 그 문제의 춘화 3점이 21년 만에 청작화랑의 전시장에 걸린다. 18일부터 9월11일까지 열리는 ‘춘정(春情)과 순정(純情)사이’ 전이다. 1990년 이후 제주도에 내려가 그림을 그리는 이왈종은 요즘 골프공에 남녀상열지사를 그리기도 하고, 직접 그린 춘화도를 모아서 전시회를 하기도 했지만, 춘화도의 시작은 1988년 청작화랑 전시부터였다. 이번 전시 도록에 실린 춘화도는 크게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1980년대 후반의 엄숙주의와 권위주의가 팽배한 상황에서는 걸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손성례 청작화랑 대표는 “최근 지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20년 간 이왈종의 춘화도를 소장한 배경 등의 이야기를 우연히 꺼냈다가 전시회를 열어 보라는 권유를 받고 큰맘 먹고 전시를 시작했다.”면서 “이왈종의 그림 외에도 누드화를 그리는 작가들에게 춘화도 2점과 누드화 1점씩을 요청했는데, 막상 도착한 작품들은 누드화 2점에 춘화 1점이었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누드전이나 춘화 등은 공개적으로 구입하기는 쉽지 않지만, 일부 컬렉터들의 경우 소품 누드 등은 부부침실에 걸어 두는 경우를 적잖이 봤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노골적으로 여체를 보여 주는 이숙자, 산수화를 주로 그리는 오용길, 구자승, 류영도, 이두식, 김재학 등 회화작가 13명과 조각가 이일호와 김일용, 신일수 등이 참여했다. 전시의 특성상 19세 미만인 미성년자의 관람은 제한하고, 입장료로 3000원을 받는다. 입장료 수입은 장애인 잡지 ‘열린 지평’에 기부할 예정이다. (02)549-3112.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다른기사 보러가기] 현회장 “김위원장 원하는거 다 말하라며… “ 웨이터 출신 ‘제주 야생마’ 양용은 황제 등극 해외포르노 저작권 처벌은 ‘복불복’ ”최진실 묘위치 찾던 50대 전화 단서” ’파리대왕’ 골딩 15세소녀 겁탈하려 했다 신종플루 치료병원 의사도 환자도 몰라 ”KT 테스트서비스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 이슬람 수영복 ‘부르키니’ 논쟁
  • “한·일 모두 야스쿠니 극복해야 근대성 확보”

    “한·일 모두 야스쿠니 극복해야 근대성 확보”

    광복절을 즈음해 민중미술 1세대 작가인 홍성담(54)씨가 야스쿠니 신사와 일본의 군국주의를 비판하는 연작을 서울 견지동의 평화박물관 건립추진위 평화공간에서 선보인다. 2004년 학고재 전시 이후 5년 만에 서울에서 여는 개인전이다. 작은 공간이 3개로 나뉘어진 전시장에 들어서면 각각의 그림보다도 가장 먼저 화려한 보라색과 분홍색의 향연이 눈에 들어온다. ●“야스쿠니 한꺼풀 벗기면 일왕 나와” 홍씨는 14일 기자들과 만나 “보라색과 분홍색 점들은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을 그린 것”이라며 “벚꽃이 일본에서 다산성과 생명력을 뜻하던 명치유신 이전의 이미지를 복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등 일본 문학에서 벚꽃은 주로 ‘죽음의 미학’으로 표현되지만, 이것은 1800년대 후반 일왕제의 강화와 군군주의의 탄생에 낭만주의 문학이 결합돼 나타난 집단 히스테리적 현상이라고 홍씨는 지적한다. 그는 왜 야스쿠니를 비판하는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었을까. 홍씨는 “일본 친구들을 만나면 뭔가 억압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따져보니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는 것이 한국에서 국가보안법이라면, 일본에서는 일왕이었다. 그런데 야스쿠니를 한꺼풀 벗기면 나오는 것이 일왕이기 때문에, 일왕제도를 비판할 수 없는 일본인들은 야스쿠니를 비판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왕제도에 대한 비판이 막혀 있다면, 과거사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도 없다는 게 홍씨의 생각이다. 그렇게 야스쿠니 신사 연작은 2006년부터 시작됐다. 야스쿠니 신사에 군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전사자들의 얼굴 위로 위안부로 끌려가야 했던 꽃다운 한국인 소녀들의 모습들을 겹친 그림, 야스쿠니 신사가 지닌 역사적 문제의 핵심에는 일왕제가 있음을 지적하기 위해 ‘천황과 히로시마 원폭’이라는 그림도 그렸다. 핵 버섯구름이 피어오르는 배경 속에 히로히토가 이른바 일본의 ‘3종의 신기’인 청동거울과 칠지도, 굽은 옥을 들고 있는 그림이다. 물론 3종의 신기는 장난감 거울과 문방구 칼, 도자기 파편으로 바꿔놓았다. 홍씨는 “8월15일 패망하자 일왕은 일본 국민들에게 ‘3종의 신기를 지켜야 국체가 보장된다.’고 했다는데 판타지 소설 ‘반지의 제왕’도 아니고, 국민의 희생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풍자하기 위해 그렸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그림이 2007년 일본 도쿄에서 전시됐을 때 그의 친구들(좌익 또는 시민운동가) 대부분은 좋아했다고 한다. 자신을 ‘우익’이라고 칭했던 노부부도 홍씨의 그림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태평양 전쟁때 울어야 할 것을 지금 와서 울게 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고 한다. ●“한국인 내면에도 야스쿠니 신사 존재” 홍씨는 “우리는 일본 총리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비판하지만, 알게 모르게 한국인 내면에도 야스쿠니 신사가 존재한다.”면서 “일본 국민은 물론 우리 국민도 이것을 극복해야만 진정한 근대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야스쿠니의 미망(迷妄)’이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순회전은 도쿄를 거쳐 지난해 제주에서 열렸으며, 오는 31일까지 서울 전시 후 오키나와와 타이베이, 독일에서도 열릴 예정이다. 글ㆍ사진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윤리’못 배운 MBA 출신들의 폐해

    워런 버핏,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잭 웰치, 오프라 윈프리, 허브 갤러허 등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전 세계적으로 가장 존경받는 비즈니스 리더이자, ‘비(非) MBA 출신들’이다. 세계 비즈니스계에서 MBA는 성공으로 가는 급행열차 같다. 한국에서는 외환위기 이후에 특히 외국대학의 MBA 출신이라면 능력을 따지지 않고 채용됐다. 때문에 그무렵 명퇴당한 직장인들이나 종신고용의 신화가 깨진 30~40대 직장인들은 MBA를 위해 ‘열공’에 들어가기도 했다. 사실 MBA는 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의 약자로, 경영학 석사에 불과한데 말이다. ‘MBA가 회사를 망친다’(헨리 민츠버그 지음, 성현정 옮김, 북스넛 펴냄)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신간이 MBA만능시대를 구가하고 있는 한국 금융·산업계에 뜨거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저자 핸리 민츠버그는 경영학 박사이자 캐나다 맥길 대학 교수로 2004년에 쓴 ‘MBA가~’를 책으로 펴내 주목을 받았으며, 지난해 월스트리트 저널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사상가 20인’ 중 9위로 뽑혔다. 이 책은 저자가 미국발 경제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MBA 출신들의 경영방식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저자는 부적절한 MBA 과정의 폐해가 매니저가 되고자 하는 사람뿐 아니라, 회사와 그 회사들로 구성되는 사회에도 미친다고 비판했다. 고위 매니저(예를 들어 전문경영인)의 과도한 퇴직금이나, 전략적 기업합병의 실패, 기업의 부정행위 등은 모두 리더십의 파탄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MBA의 폐해는 왜 발생하는가. 저자는 우선 1920년대 하버드대 법학대학원에서 판례 중심으로 교육을 하듯이 하버드 경영대학원도 각 기업의 사례를 중심으로 연구하는 방식을 도입한 이후로 거의 변하지 않은 교육과정을 비판한다. MBA과정 학생들은 좋은 성적을 위해 토론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이 발언할 때 끼어들어 격한 발언을 하는 것을 서슴지 않기도 하는데, 이같은 교육풍토가 실제 경영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또한 저자는 부적합한 인재를 뽑는 것을 문제 삼았다. 선발기준도 비판의 대상이다. 최근 하버드 경영대학원도 직무경험을 약 2년으로 단축하고, 학부 졸업생도 일부 받아들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다 보니 이미 10년 이상 기업에 머물며 훌륭한 매니저 자격을 갖춘 사람이 MBA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승진에서 배제되고, 기업 경험이 없는 젊은 MBA 출신 상사를 모시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매니지먼트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매니지먼트를 가르치는 일은 인간을 만난 적도 없는 사람에게 심리학을 가르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또한 경영대학원들이 입학시험(GMAT· 수학시험)과 대학성적 중심으로 입학기준을 내세우고 있어 우수한 매니저가 아니라 우수한 학생을 선발한다고 지적했다. 저자는 “훌륭한 관리는 숫자나 통계 같은 수학과 과학에 의존하기보다 직관, 경험, 통찰에 의존해 상황을 이해하고 통합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관리자로서 군림하기보다는 직원들의 역량을 최대로 이끌어낼 수 있는 협조자로서의 역할을 강조한다. MBA 교육의 목적은 취직이나 급여를 위한 것이 아니다. 경영대학원의 임무는 경영의 실무를 향상시킬 수 있는 사려 깊은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다. 저자는 2002년 국제적 비영리 교육기관 아스펜 연구소가 13곳의 유명 MBA 학생 2000명을 대상으로 기업과 사회에 관한 의식을 조사한 결과에 주목했다. MBA 학생들은 고객의 니즈와 상품의 품질보다 주주 가치의 극대화가 주요 책임(70%) 이라고 말했고, 이 결과를 제시하며 저자는 “MBA 학생들이 배우지 못하는 것은 ‘윤리’다. ”라고 지적했다. 책은 1부에서 MBA교육과정과 대상 선발의 문제점을 시시콜콜하게 지적하고, 2부에서는 MBA교육을 개선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MBA가 되고 싶은 학생이나 경영대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대학교, 유망한 인재를 확보하고 싶은 열망으로 MBA 출신들을 채용하는 기업들이 읽어보면 좋은 책이다. 중간중간에 주요한 사례들을 회색박스에 넣어두었는데, 이 회색박스가 엑기스다. 2만 8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박종원 신임 한예종 총장 “학내분열 오해만 풀면 해결될 것”

    박종원 신임 한예종 총장 “학내분열 오해만 풀면 해결될 것”

    “문화부의 감사 정국에서 벌어진 오해는 제대로 소통만 되면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박종원(49)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신임 총장은 13일 유인촌 문화부 장관에게서 임명장을 받고 나서 기자들과 만나 “어깨가 무겁다.”면서도 한예종의 미래를 이렇게 낙관했다. 그는 “학생 비대위 등 모임도 학교가 잘되자고 한 활동인 만큼 별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총장은 황지우 전 총장의 교수 재임용과 관련해서는 “황 전 총장이 행정소송을 냈는데 일단 이게 정리될 때까지는 학교에서 별도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문화부가 감사 처분으로 요구한 U-AT(유비쿼터스 앤 아트 테크놀로지) 통섭교육 중지 문제에 대해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한예종에 맞는 통섭교육을 연구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박 총장은 임기 4년간의 비전과 관련해서는 “총장이 신념을 제시하고 ‘나를 따르라.’는 식으로 이끄는 독단적인 체제는 맞지 않는다고 본다.”며 “학내 의견을 수렴해 학교를 운영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캠퍼스, 학위, 교직원 처우 등 문제를 한예종의 숙원 사업으로 제시하면서 “하나씩 차분하게 풀어갈 것”이라는 의지도 내비쳤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두려움이 소재… 한국 젊은 작가에 영감 줄 것”

    “두려움이 소재… 한국 젊은 작가에 영감 줄 것”

    금발의 미인에 수줍은 미소를 지닌 스웨덴의 신세대 작가 나탈리 뒤르버그(31)가 전시하는 영상작품은 다소 폭력적이다. 올 6월 열린 53회 베니스비엔날레에 출품된 작품도 그랬다. 그 작품으로 뒤르버그는 비엔날레 위원회가 촉망받는 젊은 작가에게 주는 은사자상을 수상했다. 그는 사회적· 심리적 공격에 희생된 인간이나 동물의 육체에 가해지는 폭력을 고스란히 애니메이션과 조각품 등으로 보여준다. 얼핏보면 유치한 어린이용 클레이 애니메이션같지만, 신체 손상과 살해, 학대 등 폭력은 노골적이고 수위가 높다. 서울 경희궁 내에 설치된 ‘프라다 트랜스포머’에서 15일부터 9월13일까지 관람객들과 만나는 뒤르버그의 ‘Turn into me(나를 향해 돌아서다)’ 전시는 그의 작품의 속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영상에 어울리는 음악은 한스 버그의 작품인데, 그 작품의 이미지와 딱 맞아떨어지는 전자음악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를 위해 방한한 뒤르버그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나의 주된 작품 소재는 ‘두려움’이고 그 두려움에 어떻게 맞서서 대응하느냐가 주요한 관심사”라면서 “이번 작품을 통해 다른 세계, 즉 각자 무의식의 세계에 많은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악평이 무관심이나 무반응보다 훨씬 소중하다.”면서 “한국에서의 첫 전시가 한국의 젊은 아티스트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가 점토인형 애니메이션 작업에 능숙한 것은 그의 어머니가 손인형으로 인형극단을 만들어 지방순회 공연을 다녔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어린 시절 텔레비전이 없었다는 사실이 그의 창조력을 폭발시키기도 했다고 한 인터뷰에서 털어놓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2008년 밀라노의 폰다치오네 프라다에서 전시했던 설치미술이다. 다만 이번 서울용 전시를 위해 뒤르버그는 산악용 안전띠를 매고 천장에 서너 개의 커다란 파란 눈과 피흘리는 고래, 인체 등 드로잉을 새로 그려넣었다. 전시장 입구에서 보이는 커다란 브라운 동굴같은 것은 그의 작품 ‘감자(The Potato)’이다. 감자 안에 들어가면 2개의 영상이 앞·뒷면에서 각기 선보인다. 전시 공간인 ‘프라다 트랜스포머’는 건축가 렘 쿨하스와 건축사무소OMA가 설계했으며, 회전이 가능한 건출물로 지난 4월 25일 개관한 뒤 다양한 문화 융합 프로젝트를 제공하고 있다. 전시 관람은 무료지만, 프라다 트랜스포머의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예약해야 한다. 전시는 18세 이상만 관람 가능하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최첨단 디지털아트 즐기세요

    최첨단 디지털아트 즐기세요

    백설공주와 왕자님 인형을 만나게 했다. 그랬더니 그림자 영상이 만들어진다. 아니 왕자님이 말에서 떨어져 공주를 만나기도 전에 죽어버리고 만다. 다시 백설공주와 왕자님을 만나게 했다. 그러자 왕자님은 잠자는 ‘숲속의 공주’와 바람이 나 도망가버렸다. 다시 백설공주와 왕자님을 만나게 해도 동화책 속처럼 해피엔딩이 될지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 서효정의 ‘테이블 위의 백설공주’는 이렇게 자유롭게 서사구조를 바꿔놓는 독창적인 결말을 관람객이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관객이 가장 많이 줄서서 경험하려는 작품이다. ●관객과 작가가 서로 작용하는 작품들 인천세계도시축전 내 디지털 아트관에서 열리는 인천국제디지털아트 페스티벌에서는 이처럼 관객과 작가가 서로 작용하는 다양한 재미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한국 미국 유럽 등 12개국에서 44개의 작품이 출품됐다. 국제행사답게 미국의 크리스티안폴, 오스트리아의 게르프리트 슈토커, 한국의 신혜경 등이 큐레이팅을 맡았다. 카라처럼 길게 조각된 작품 앞에서는 어떤 소음도 새소리와 바람소리 등 상쾌한 자연의 소리로 되돌아오고(김병호 작 ‘조용한 꽃가루’), 두 개의 초상화는 하늘의 해와 달을 따라 관찰하고 움직이며 밤과 낮에 각각 눈을 감는다(존 제라드의 ‘잠들지 않는 초상화’). 자본주의 금융경제의 심벌인 주식시장의 상장종목들을 가지고 나무를 만들어, 관련 회사의 주가가 떨어지면 파란 색으로 시들어가고, 주가가 오르면 붉은 색으로 피어나는 뮌의 ‘우연한 균형’도 상당히 흥미진진하다. 살아 있는 듯 주식가격이 나무를 휘돌아 움직이는 모습은 자본주의의 탐욕과 거품을 보여주는 듯한데, 여기서는 삼성전자나, LG전자, 현대차 등이 어떤 나무로 성장하고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묘미다. 이번 전시에서는 ‘찻잔 속의 태풍’을 직접 눈으로 목격할 수도 있다. 최종훈의 작품인 ‘A storm in a teacup’이다. 전시장 코너에 위치한 테이블 위에 있는 찻잔을 놓치고 지나갈 수도 있으므로 꼼꼼히 잘 봐야 한다. 사람이 붐벼서 찻잔이 위태롭게 보이기도 한다. 십이간지의 동물과 관람객을 연결해 반인반수의 형태를 보여주는 빅토리아 베스나의 ‘혹스 조디악’, 계절의 변화에 따라 전시장 바닥에 나무 잎사귀를 떨어뜨리고 그것을 빗자루로 쓸어내도록 한 김경미·이강성의 ‘나무의 시간’도 흥미롭다. 자연의 순환을 통한 인생을 은유하는 작품이다. 마이클 비엘리키와 카밀라 리히터의 ‘떨어지는 신문기사’는 꼭 봐야 하는 작품 중 하나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에 대해 정보 소비자인 작가는 대표값(이미지)을 만든 뒤 뉴스정보를 새롭게 가공해 내놓았다. 이미지들은 울고, 웃고, 목을 메고, 총을 쏘고, 전쟁을 일으킨다.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짐 캠벨의 LED 조명으로 영상을 만든 ‘그랜드 센트럴 스테이션 2009’와 ‘빗속의 노래’에 맞춰 접이식 우산이 펴졌다접혔다 하는 피터 윌리엄 홀덴의 ‘오토진’ 도 장관이다. ●너무 협소한 공간과 비싼 관람료가 흠 작품들은 훌륭한데 전시 환경은 썩 훌륭하지 않다. 이를테면 공간이 너무 협소해서 관람객을 일시에 소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과, 인천국제도시축전 연계행사로 관람료(1만 8000원)가 무척 비싸다는 것, 전시 날짜는 긴데 개막 두 번째 날부터 일부 인터렉티브 작품이 작동되지 않고 다운된 것 등이다. 10월25일까지. (032)858-7332.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외국인도 한국인처럼 말하고 싶다면…

    외국인도 한국인처럼 말하고 싶다면…

    “I count on you.” 케이블 티브이에서 미드(미국 드라마)를 보다보면 턱없이 많이 나오는 이 표현을 의외로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나(I)도 알고, 셈하다(count)도 알고, 너(you)도 아는데, 해석은 안 된다. ‘너를 믿는다.’는 뜻이다. 외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 중에 하나는 이처럼 단어단어의 뜻은 다 아는데, 그 문장이 하는 말 뜻을 이해못하는 경우가 많다. 관용적 표현이기 때문이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의 수가 최근 1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영어로 띄엄띄엄 의사소통을 한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한국어로 의사소통하는 것이 최고가 아니겠는가. 다만 이들 외국인들에게는 ‘어리석은 백성을 어여삐여겨’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이 ‘한국인들 영어배우기’보다 더 어렵게 느껴진다는 것이 문제다. 이를 테면 적과 싸울 때 우리는 “내 칼을 받아라.”고 하지만, 외국인 입장에서는 “칼을 주면 어떻게 싸운단 말이냐.”고 반문할 수있다. 이 밖에도 ‘피봤다(손해봤다)’ 또는 ‘돗대야(마지막 남은 담배)’와 같은 관용적 표현이나 인터넷에서 사용되는 ‘된장녀(명품을 밝히는 허영심 많은 여자)’, ‘안습(불쌍하다)’, ‘착한 가격(싼 가격)’ 등 이해가 쉽지 않은 신조어들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외국인들에게 한국어 관용적 표현은 물론, 비속어, 인터넷 신조어 등을 쉽게 한국어와 영어로 설명한 ‘쥐꼬리만큼(As much as a Rat´s tail)’(사진 왼쪽·Exile press 펴냄)이 나왔다. 저자는 서울대 국제대학원(한국학)에서 공부한 미국인으로 여행가이자 시인인 피터 N 립택(오른쪽)과 경희대에서 국제학을 공부하는 한국인 이시우씨다. 책에서 표제어들은 가나다 순으로 정리해놓았다. 또한 표제어가 ‘뒷북치다’라면, 짧게 한글과 영문으로 이 의미를 전달해준다. 그 뒤로 한글로 대화와 영문 대화가 병기돼, 문장 안에서 문제의 표현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이 책은 역으로 영어를 공부하는 한국 학생들이 심심풀이로 읽어볼 수도 있겠다. 한국어 관용표현을 영어에서는 어떻게 표현하는지 잘 소개해놓았기 때문이다. 1만 5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전시 리뷰] ‘우리 함께 즐겨요, 오웰씨’

    [전시 리뷰] ‘우리 함께 즐겨요, 오웰씨’

    파리-알제리-서울, 광주-광주-서울, 멜버른-홍콩-맨해튼, 서울-뉴저지-서울 등 도시 이름들이 원색으로 어우러져 검은 화면을 화려하게 적셨다. 관객들이 이렇게 부모와 자신의 출생지를 적은 휴대전화 단문 메시지를 어디론가 전송하자 화면에 떠오른 세계 지도에는 도시와 도시들이 선과 선으로 이어져 나간 것이다. 인천국제도시축제 개막을 축하하는 불꽃놀이가 지난 7일 저녁 인천 송도의 밤하늘에 화려하게 펼쳐질 때, 같은 시간 송도 투모로우씨티 큰울림광장의 대형 스크린에서 이렇게 세계 도시들은 서로 연결되고 있었다. 다름아닌 아트센터 나비가 주최한 미디어 아트 축제 ‘우리 함께 즐겨요, 오웰씨’(Come Join Us, Mr. Orwell!)라는 이벤트. 이날 행사는 25년 전 1984년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이 인공위성을 이용해 각국을 연결했던 TV쇼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기념하기 위한 것으로, 호주 멜버른의 페더레이션 스퀘어와 송도를 라이브로 연결했다. 아트센터 나비의 노소영 관장은 “당시 백남준 선생이 비싼 인공위성을 써서 세계와 연결했다면 지금은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세계와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사운드 아티스트와 2D·3D 비주얼 디자이너 등 5명으로 구성된 유럽의 미디어 퍼포먼스 그룹 ‘Anti VJ’의 영상 작업이었다. 투모로우씨티 건물 외벽을 흰색 영상으로 투사하며 때로는 대형 선박을 연상시키는 영상과 뱃고동 소리를, 때로는 아름다운 흰색 빌라와 화사하게 떨어지는 꽃잎을, 또는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배관선의 빠른 움직임 등을 보여주며, 미디어 아트를 즐기기 위해 모인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 이 디지털 아트 퍼포먼스는 올해 말까지 캐나다와 일본, 네덜란드, 독일, 영국 등의 10개 도시에서 순회전시할 예정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조각이야? 그림이야? 정통 틀을 깬 신기한 사진들

    조각이야? 그림이야? 정통 틀을 깬 신기한 사진들

    1839년 사진술이 발명되자 수천년간 기록자로서의 역할을 하던 화가들은 살아남기 위해 방향을 전환해야 했다. 1874년 공식적으로 등장한 ‘인상파’나 피카소의 ‘입체파’, 놀테 등의 ‘표현주의’, 칸딘스키의 ‘추상화’ 등의 탄생은 사진 발명이 원인이었다. 사물을 똑같이 표현하고 기록하는 일은 더 이상 그림이 아닌 사진의 몫이었다. 그로부터 170년 흐른 뒤 현대 사진가들은 사물의 재현을 거부하고, 예술의 영역으로 파고들고 있다. 사진은 컴퓨터 아트워크와 디지털 프린트,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으로 더 이상 사실이 아닌, 작가의 감성과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현대미술로 영역을 넓혔다. 서울 방이동 한미약품 건물 19~20층에 자리잡은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리는 ‘요술·이미지’전은 그런 의미로 현대미술의 한 영역으로서의 사진전시인 것이다. 사물을 그대로 담아놓은 스트레이트 사진은 없었다. 자세히 봐도 사진인지, 그림인지, 조각인지 구별하는 것이 쉽지 않다. 2003년 국내 1호 사진전문미술관으로 개관한 한미사진미술관이 6년여 만에 처음으로 외부 큐레이터에게 기획을 맡기고 이른바 ‘정통 사진’에서 벗어난 사진전을 열고 있는 것. ●정연두 등 작가 14명 작품 50여점 전시 송영숙 한미사진미술관 관장은 “한국 사진들은 그동안 ‘사진은 사진다워야 한다.’는 정통 사진에 무게를 두어왔지만, 세계적인 추세는 사진 자체뿐 아니라 영상과 조각 등과도 결합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그 흐름과 같이 가야 한다는 생각에 외부에 문호를 개방하면서 젊은 작가들의 사진을 소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는 정연두를 비롯해 배준성, 유현미, 이명호, 조병왕, 강영민, 권정준, 장승효, 김준, 이준택, 임권, 정소정 등 14명의 작품 50여점이 선보인다. 이들에게 사진은 사진 그 자체가 아니라 미디어, 즉 세상과 소통하는 수단일 뿐이다. 영상, 조각, 회화 등과 결합하고 있다. 강영민과 권정준, 홍성철은 입체와 결합했다. 우선 40~50개의 PVC 파이프에 사람의 얼굴을 찍은 사진들을 하나하나 붙이고 전체 파이프를 모으면 한 사람의 얼굴이 나오도록 하는 강영민의 작업은 평면적 입체를 구현했다. 사진을 프린트해 철망에 하나씩 연결해 입체감을 주는 작업도 인상적이다. 사람의 얼굴이나 눈, 손 등을 찍어서 프린트를 하고 그것을 긴 줄에 감아 앞뒤로 여러 겹을 설치한 작업은 깊이감과 입체감을 부여하고, 관객이 이동할 때는 속도감까지 전달한다. 사과를 여섯 각도에서 찍은 뒤 인화하고 각도대로 육면체에 붙여 사과모양을 만들어내는 권정준의 작업도 눈길을 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이중근의 작업은 웃음이 절로 난다. 고대 신상이 가득한 건물, 그 신상의 얼굴에다 재미난 표정의 작가 얼굴을 따 붙였다. 또 피라미드를 이루며 반복되는 오스카상의 얼굴들은 이름만 대면 다 아는 국내외 유명 정치인들이다. 동심원으로 표현된 ‘나 잡아봐라’라는 작품에 나타난 남자의 얼굴도 작가다. 배준성은 렌티큘러 작업으로 보는 각도에 따라서 옷을 입기도 하고, 완전 누드가 되기도 하는 작품과 누드 모델의 사진 위에 그린색 비닐 의상을 올려놓고 관람객이 들춰볼 수 있도록 한 작품을 선보였다. 관음증을 유발하는 등 선정적인 느낌이지만 아이디어 자체는 참신하다. 나무 뒤에 커다란 사각 천을 설치한 뒤 사진을 찍어 ‘나무 초상화’를 전시한 이명호의 ‘트리’ 연작도 신선하다. 동양화가 출신인 임택은 설치 작업을 한 뒤 그것을 사진으로 찍고 컴퓨터 작업으로 디테일한 부분을 합성한 작업을 보여주는데 소나무와 달이 걸려 있는 풍경사진은 여전히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초록 공룡과 파란 전화기가 있는 노란 실내나 귀가 달린 벽과 핑크 의자의 실내, 복숭아 두 알이 허공에 떠 있는 사진 등을 보여주는 유현미의 작업은 동화 같다. ●사진 활용한 매직쇼·체험프로그램 마련 사진을 활용한 마술을 선보이는 매직쇼와 어린이 체험 교육 프로그램, 어린이를 위한 우리말·영어 전시 설명 등도 마련돼 있어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함께 봐도 좋다. 9월5일과 19일에는 김준과 배준성, 강영민, 조병왕 작가가 직접 작품 제작과정 등을 설명하는 ‘작가와의 대화’가 열린다. 10월1일까지. 관람료 성인 5000원.(02)418-1315.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다른기사 보러가기] 축구 보여주다 여자 ‘볼일’ 장면 수시1차 논술 이렇게 DJ “전두환 신앙적 용서” 박지성,호날두 단골임무 맡나 수리점 시계가 늘 10시10분을 가리키는 이유 국내 인터넷 뱅킹 뚫은 조선족 해커 22조원 투입 38조원 효과…강따라 돈이 흐른다
  • 파스텔톤 아프리카 그림 보러가자

    파스텔톤 아프리카 그림 보러가자

    케냐 출신인 피터 은구기(Peter Ngugi)는 올해 31세. 정규 미술대학을 나오지 않았지만 은구기는 그림을 그린다. 외판원 생활을 접고 20세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그는 이제 아프리카의 블루칩 작가로 통한다. 그가 그린 그림들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케냐 어린이방송으로 방영되고, 케냐국립미술관을 시작으로 베를린·런던·파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그는 행복하다. 갤러리 통큰에서 은구기의 ‘피터 인 마다가스카’전이 열린다. 아프리카 작가의 그림들이 원색으로 치달을 때 은구기는 파스텔색으로 그림을 그렸다. 40종족이 함께 나라를 이루고 있는 케냐는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처럼 종족갈등으로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 그는 각기 개성을 강조하는 원색이 아니라 혼합색인 파스텔색을 통해 국민들의 소통과 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알타미라 암벽화 같은 느낌의 작품 속 동물들의 눈은 인간의 눈, 특히 은구기의 순한 눈을 꼭 닮았다. 코뿔소와 코끼리, 기린, 얼룩말, 표범 등 그림 속 동물들은 양감이 강조돼 아주 통통하고 섹시한데 순진하기 짝이 없는 사람의 눈은 무엇인가. 그것은 자신의 언어들이 있었으나 영국, 프랑스 등의 제국주의의 침략으로 언어와 문화를 잃어버린 아프리카 종족들의 혼란스러운 정체성을 의미한다. 연한 파스텔톤의 배경에 보일듯 말듯 소용돌이 무늬(지문)들이 흘러다니는 것도 ‘은구기의 나는 누구인가’의 질문과 관련 있다. 친숙하고 익숙한 동화책 일러스트같기도 한 그의 그림에서 3만년 전 구석기의 삶을 기억하고 떠올려볼 만하겠다. 31일까지. (0 2)732-3848.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누구나 훈련하면 ‘개코’ 될 수 있어

    파트리크 쥔스킨트의 소설을 영화화한 ‘향수’ 속의 엽기적인 주인공 그르누이는 냄새와 향기, ‘절대후각’에 대해 많은 생각을 던져줬다. ‘후각의 천재’인 그는 아름다운 여인들의 체취를 위해 살인을 마다하지 않고, 마침내 여자 열 명의 체취를 모으고 그 향들을 섞어서 ‘절대 향수’를 만든다. 절대 향수가 퍼지자 사람들은 살인자를 추앙하고, 낯모르는 남녀가 사랑을 나눈다. 놀랍게도 인육마저도 맛있게 먹는다. 절대음감의 모차르트가 훌륭한 세계적인 작곡가가 됐던 것처럼 절대후각의 그르누이는 최고의 조향사가 된 것이다. 사실일까. ‘왜 그녀는 그의 스킨 냄새에 끌릴까’(이수연 옮김, 21세기북스 펴냄)의 저자이자 향기 전문가인 에이버리 길버트는 냄새를 분간해낼 수 있다고 해서 훌륭한 조향사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오히려 사람들이 향수 제조법에 마음을 빼앗겨 소설과 영화 ‘향수’가 후각적 시각 애호증과 영혼을 마비시키는 잔인함을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후각의 천재들이 나오는 살만 루시디의 ‘자정의 아이들’이나 차트라 바네르지 디바카루니의 ‘향료의 여신’ 등의 소설들은 그저 기발한 문학적 착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절대후각을 다룬 소설이나 영화에 매료되는 것일까. 아마도 인간이 직립한 이래로 후각은 퇴보했다는 다윈의 진화론이나, 후각이 퇴보한 결과로 문명적인 인간이 됐다고 주장한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의 영향에 오랫동안 짓눌린 탓이 아닐까 싶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인간의 후각이 안좋다는 것은 오랫동안 정설의 자리에 있었지만, 추정에 불과하다. 이를 테면 소수만 ‘개코’를 가진 것이 아니라, 냄새로 목표물을 추적하는 훈련을 한다면 사람들은 모두 ‘개코’를 장착할 수 있다고 한다. 훈련을 한다면 사람들도 말린 자두 같은 달콤한 냄새를 풍기는 코카인을 공항에서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후각은 코 안의 감각세포의 문제가 아니라 두뇌 활동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여성의 후각이 남성보다 좋다는 것도 연구로 확인됐다. 생후 2주인 여자아이는 남자아이보다 훨씬 새로운 냄새에 흥미를 보이고, 냄새맡기에 열중한다. 가임기 여성의 후각은 남자와 비교할 수도 없이 예민하다. 맹인이 눈에 대한 보상으로 후각이 발달했다는 생각도 편견에 불과하다고 한다. 후각은 그러나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부여된 재능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후각이 없기도 하고, 자라면서 후각상실증을 겪기도 한다. 문제는 후각상실증이 쉽게 일어나기에 조심해야 한다. 저자는 후각상실의 한가지 원인으로 두뇌손상을 말하는데, 귀 사이와 눈 뒤로 흐르는 후각신경 섬유는 작은 충격에도 쉽게 끊어진다. 그러니까 조향사나 요리사, 소믈리에가 장래 꿈인 청소년들은 축구연습에서 헤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심한 감기와 독감, 축농증 등도 냄새감각 세포를 죽여 후각상실증이나 감퇴증을 일으킨다. 20대부터 축농증과 독감에 시달리던 프로이드는 후각상실증 환자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후각상실이나 감퇴가 일어나면 음식에 대한 흥미를 잃어 살이 빠지거나, 살이 찌는 일이 생기기 때문에 갑자기 급격한 체중 변화가 있다면 값비싼 종합건강 검진 이전에 자신의 후각에 변화를 먼저 체크해볼 일이다. 우울증이나 정서적 불안 등도 후각상실이나 감퇴로 나타나기도 한다. 사회심리학자 로버트 배런은 쇼핑몰의 쇼핑객들이 좋은 냄새가 나는 장소에서 훨씬 호의적이라는 점을 ‘과학적’으로 확인했는데, 이는 대형 백화점 등에서 좋은 냄새와 방향제로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이유다. 이 책의 1장 ‘머릿속에 살아있는 냄새들’은 맨 나중에 읽거나, 건너뛰어도 좋다. 엄청 지루한 1장을 읽다가 책의 나머지 재미난 부분을 포기할까 두렵기 때문이다. 1만 3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언론중재법 포털뉴스에도 적용

    인터넷 포털에 대한 언론중재법 적용이 7일부터 시행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인터넷 포털 등 ‘언론의 기사를 인터넷을 통하여 계속적으로 제공하거나 매개하는 전자간행물’인 인터넷 뉴스서비스와 인터넷 멀티미디어방송 등이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라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의 대상으로 포함”됐다고 6일 밝혔다. 하지만 인터넷 뉴스서비스 범위에서 개인 블로그와 인터넷 카페 등은 제외됐다. 언론보도에 대한 인터넷 댓글도 언론중재법상 중재 대상은 아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2009년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 부르키나파소·인도 교육단체 공동수상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2009년 ‘유네스코 세종대왕문해상’(UNESCO King Sejong Literacy Prize)의 공동 수상자로 부르키나파소의 문해(문자해독)교육단체 틴투아와 인도의 여성교육단체 니란타르를 결정했다고 5일 발표했다.‘우리의 발전은 우리의 손으로’라는 의미의 틴투아는 ‘문해 및 비형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프랑스어가 아닌 지역어로 읽기 교재를 제작하는 등 문해율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 점이 인정됐다. 또 니란타르(‘뉴스의 물결’이라는 뜻)는 새롭게 글을 깨친 농촌의 하층 계급 여성들이 직접 신문을 만들어 배포하는 사업을 진행해 여성의 역량강화에 이바지한 점이 높게 평가됐다. 세종대왕문해상은 한국 정부(문화체육관광부) 지원으로 지난 1990년부터 문해, 특히 개발도상국 모어(母語) 발전·보급에 크게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해 오고 있는 유네스코 문해상 가운데 하나다. 시상식은 세계문해의 날인 9월8일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시행된다. 한편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유네스코 공자문해상(UNESCO Confucius Prize for Literacy·중국 정부 지원)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는 영국의 비정부기구 ‘서브 아프가니스탄’과 필리핀 아구 지방의 문해조정협의회가 공동 수상하게 됐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산과 바다서 ‘문화추억’ 만드세요

    산과 바다서 ‘문화추억’ 만드세요

    ‘휴가지에서도 문화생활 포기하지 마세요!’ 전국이 본격적인 휴가와 피서 시즌에 돌입하는 8월은 전시 및 공연 비수기지만 일부 전시와 공연은 오히려 휴가지를 찾아가며, 또는 그 지역이 주요 여름 휴가지임을 활용해 관람객에게 잊지 못할 인상깊은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과자를 소재로 한 독특한 작품들 선보여 제과전문그룹 크라운-해태제과는 16일까지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가나아트 갤러리에서 사진, 조각, 설치, 영상 등 전방위적 현대미술작가 8인의 작품을 선보이는 ‘크라운해태, DREAM FACTORY(이하 드림팩토리)’ 전시회를 개최한다. ‘드림팩토리’라는 전시회 제목에 맞춰 과자라는 소재가 미술적 요소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드림팩토리’ 전시에 참여한 강덕봉 구성연 나인주 손몽주 유영운 정혜련 최성철 홍범 등 8인의 작가들은 크라운-해태제과의 과자와 사탕, 과자포장, 과자 상자, CM송 등의 과자와 관련된 친근하고 익숙한 소재를 각자의 독특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결합시켰다. ‘드림팩토리’의 전시공간은 동화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로 만든 집’처럼 꿈과 상상력을 일으키며 어린이들에게는 꿈을, 어른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크라운-해태제과는 전시회 기간중인 11일 오후 1시 노보텔 야외가든에서 전시 부대이벤트로 ‘한젬마의 그림요리 퍼포먼스’도 진행한다. (051)744-2020. 태백산도립공원에서는 해수욕장 백사장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모래조각 퍼포먼스가 9일까지 펼쳐진다. 태백시는 제13회 태백산 쿨 시네마 페스티벌 기간동안 태백산도립공원 당골광장에서 모래조각가 김인덕씨를 초청, 산상 모래조각 퍼포먼스 및 전시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산상 모래조각 퍼포먼스 및 전시회는 해수욕장이 아닌 산속에서는 처음 펼쳐지는 특이한 이벤트다. 태백시가 자체 보유하고 있는 모래를 이용해 너비 5m, 높이 1~1.5m 규모인 작품들로 모래조각가 김인덕씨의 주요 모래조각 작품인 인어상과 물고기, 독도지킴이 등 바다와 연관된 작품이 전시된다.(033)550-2085. 전국 래프팅족의 아지트인 강원도 영월에서는 24일까지 동강 사진박물관에서 ‘2009 동강국제사진제’가 ‘가면을 쓴 사람들’ 등 9개 주제로 나뉘어 열린다. 메인 전시인 ‘가면을 쓴 사람들’은 만 레이, 소피 칼, 신디 셔먼, 앤디 워홀 등 해외 유명 작가와 육명심, 구본창, 오형근의 작품을 전시한다. (033)370-2227. ●곤지암리조트 ‘아이 방에 어울리는 그림전’ 경기도 광주의 곤지암리조트는 9월23일까지 ‘사랑하는 아이 방에 어울리는 그림전’을 진행한다. 한국의 대표적인 극사실주의 작가 한영욱 최경문 이은 등 6명이 참여하는 이번 전시회는 자연을 주제로 삼은 밝은 작품을 주로 소개한다. 더불어 가정에서 장식품으로 활용할 수 있는 ‘토피어리 만들기’ 체험 행사에도 참여할 수 있다. (031)8026-5454. 거제도의 대표적 미항(美港)인 장승포의 예술회관 야외무대와 대·소극장, 노변무대에서는 ‘2009블루거제페스티벌’이 25일까지 열린다. 다양한 공연과 함께 거제문화예술회관 미술관에서는 팔색조와 동백꽃의 섬인 지심도를 배경으로 윤후명 소설가와 16명의 화가들이 문학그림들을 전시하는 ‘사랑이 이뤄지는 섬, 지심도’ 전시회가 17일까지 열린다. (055)680-1000.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한국대표작가는 소설가 공지영

    한국대표작가는 소설가 공지영

    인터넷서점 예스24가 ‘제6회 네티즌 추천 한국의 대표작가’ 온라인 투표를 실시한 결과 공지영이 1만 3172표(17.8%)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고 4일 밝혔다. 지난 7월10일부터 31일까지 4만 5984명의 네티즌이 참여한 온라인 투표는 ‘1인 3번 투표’ 형식으로 진행됐다. 2위는 김훈(1만 162표, 13.7%), 3위는 이문열(9545표,12.9%)이었다. 이와 함께 ‘한국의 젊은 작가’ 부문에서는 영화로 상영되어 화제가 되었던 ‘아내가 결혼했다’의 박현욱이 1만 2329표(18%)로 1위, ‘미실’의 김별아가 7344표(10.7%)로 2위, 김영하가 5780표(8.4%)로 3위를 차지했다. ‘2009 한국인 필독서’ 시 부문에서는 신경림의 ‘낙타’가 1만 1350표(15.9%)로 1위에 뽑혔고, 고은의 ‘허공’(6105표, 8.6%)이 2위, 김지하의 ‘못난 시들’(5978표, 8.4%) 이 3위에 선정됐다. 소설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황석영의 ‘개밥바라기별’, 공지영의 ‘도가니’, 구병모의 ‘위저드 베이커리’ 순이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그림보는 안목 높여 보세요”

    “그림보는 안목 높여 보세요”

    그림 감상 및 소장이 점차 대중화되면서 미술 관련 서적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매주 신간으로 최소 2~3권의 미술서적들이 출간되고 있으며, 7월 말에는 무더기로 7권이나 나오기도 했다. 그림에 대한 안목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는 첫눈에 느낌이 편안한 그림만을 좋아할 것이 아니라, 불편한 마음을 일으키더라도 그 작품 안에 들어 있는 작가의 생각이 무엇인지 ‘코드’를 읽어 내는 것이다. 최상의 방법은 작가들과 직접 만나 대화를 하거나, 평론가의 안내·설명을 받거나 하는 것인데, 이것이 어려울 때는 관련 책을 읽고 미술의 흐름을 점검해 보는 것이 좋다. 동서를 막론하고 현 시점에서 현대인들이 가장 사랑한다는 인상주의 그림도 18~19세기에는 불쾌감을 주는 색깔의 유희에 불과했다. 그러나 신고전주의, 아카데미즘의 끝자락에서 태동할 수밖에 없었던 인상주의를 이해한다면, 그 뒤에 나타난 큐비즘이나 표현추상주의 등도 어렵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난해하기 짝이 없다는 요즘의 미술작품도 넉넉히 즐길 수 있다. 우선 ‘무의식의 마음을 그린 서양미술’(이가서 펴냄). 저자 박정욱씨는 작가이자 미술 저널리스트로 신화와 역사가 가득한 서양미술을 ‘읽을’ 수 있도록 가이드하고 있다. 그는 종교적인 소재를 그린 카라바조의 ‘마테오를 부르심’,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암굴의 성모’,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 등을 통해 서양의 그림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 읽는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표범의 몸을 한 여인을 그린 페르낭 크노프의 ‘예술’, 쪼르르 우유 따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얀 페르메이르의 ‘우유 따르는 여인’, 일본 우타가와 히로시게의 목판화를 모방한 고흐의 ‘비 내리는 다리 풍경’ 등이 도판과 함께 소개된다. 런던을 방문하는 세계의 여행자들은 테이트모던 미술관을 방문하고, 도발적이기까지 한 영국의 현대미술을 감상한다. 영국 출신의 ‘미술계 악동’ 데미안 허스트는 한번의 경매로 2000억원어치의 작품을 팔아 치우며 단숨에 피카소를 넘어서 버렸다. 데미안 허스트와 함께 ‘yBa’(Young British Artists)로 불리는 영국 현대미술의 과거와 오늘을 소개하는 책은 ‘창조의 제국’(지안 펴냄)이다. 저자 임근혜씨는 yBa의 산실이었던 영국 골드스미스 칼리지에서 공부하고 현재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2000년 개관 이후 대번에 관광 명소로 떠오른 테이트모던 미술관과 1998년 다 죽어가던 영국 북동부의 탄광촌 게이츠헤드를 국제적 문화관광도시로 변신시켰던 ‘북방의 천사’ 조각상 등을 통해 영국 현대미술을 보여 주며, 문화가 국력인 시대에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방향을 제시한다. ‘우연한 걸작’(세미콜론 펴냄)은 뉴욕타임스 수석 미술 비평가 마이클 키멜만이 쓴 책이다. 중독에 가까운 열정과 헌신 속에서 나온 우연한(?) 걸작들을 작가들의 보잘 것 없는 삶과 대비시켜 써내려 갔다. 한 여자에게 중독돼 불행해 보이는 관계 속에서 아름다운 걸작을 그려낸 피에르 보나르, 10년 이상 작품에 매달려 1t이 넘는 작품을 탄생시킨 제드 드페오, 1972년 이래 네바다 사막에서 작품을 만들고 있는 마이클 하이저 등 치열하고 극단적인 예술가의 삶을 보여 준다. 한국의 현대미술가들 11명을 소개한 ‘향’(시공아트 펴냄)도 출간됐다. ‘책 속의 미술관 시리즈’ 1권으로 김범 정서영 남화연 박기원 문경원 송상희 정수진 유현미 박화영 김혜련 최정화씨 등의 작품을 책 속에서 전시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작가에 대한 소개 글은 프로필만 책 마지막에 수록돼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블로그 ‘레스카페’를 운영하는 블로거 선동기씨가 쓴 ‘처음 만나는 그림’(아트북스 펴냄)은 파란 체크무늬 원피스를 입고 긴 머리를 양갈래로 땋아 내린 소박한 소녀를 책표지로 내세운 느낌 그대로가 책 안에 담겨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의 편안하고 소박한 그림들과 그 그림에 대한 짧은 해설을 곁들였다. 작가별로 5점씩 소개했다. 이탈리아에서 미술사를 공부한 고종희씨는 ‘이탈리아 오래된 도시로 미술여행을 떠나다’(한길사 펴냄)를 통해 이탈리아 각 도시의 미술작품과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준다. 로마ㆍ밀라노ㆍ피렌체ㆍ베네치아는 물론 만토바나 우르비노·라벤나·베로나·파도바·시에나·아시시 등의 중요 건축물과 미술관, 미술관의 소장 작품들을 소개했다. ‘돈을 사랑한 예술가들’(열대림 펴냄)은 땀과 조각칼로 벌어 들인 돈을 무능한 가족에게 모두 뜯겨야 했던 미켈란젤로, 치밀한 홍보와 마케팅 전략으로 살아 생전 최고의 부와 명예를 누린 루벤스, 방을 데울 숯을 사기 위해 구차하게 돈을 빌려야 했던 모네 등 대가들의 살림살이를 보여 준다. 저자 오브리 메넨은 미술저널리스트로 세계적으로 미술품 경매가 활발한 현대에 예술을 경제와 연결해서 살펴볼 안목을 제공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미술시장 ‘썰렁’

    주식시장이 활활 타오르는 등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 하지만, 미술계는 여전히 냉골이다. 3일 서진수 미술시장연구소 소장이 내놓은 ‘2009 상반기 미술시장 결산’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의 낙찰총액은 359억 4309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65억 1585만원보다 46% 감소했다. 서울옥션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353억 9860만원이던 낙찰총액이 올해 상반기에는 208억 5195만원으로 41% 감소했으며, K옥션의 낙찰총액도 217억 8520만원에서 93억 1536만원으로 57% 줄어들었다. 경매를 실시한 회사 수도 지난해 상반기에는 9개 회사였지만 올해는 6개로 줄어들었다. 상반기에 열린 아트페어들의 판매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감소했다. 화랑미술제와 서울오픈아트페어(SOAF), 블루닷아시아, 아트대구 등 4개 아트페어를 중심으로 2년간 판매액을 비교한 결과 올해가 136억원으로 2008년 188억원에 비해 28% 감소했다. 다만 관람객 수는 2008년 7만 6000명에서 올해는 9만 5500여명으로 27%가량 증가했다. 서진수 소장은 “미술시장이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며 “그러나 2·4분기 들어 세계경제 회복과 국내 대기업들의 실적 호조로 미술시장도 완만하게 회복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한여름 달구는 이색 미술 전시·아트페어

    한여름 달구는 이색 미술 전시·아트페어

    미술이 만나는 세상, 또는 미술이 만들어 나가는 세상은 어떠한가. 미술이 가구와, 미술이 패션과, 미술이 종교와 만나 이색적인 시간과 공간을 창출하고 있다. 그 공간과 시간은 완벽하거나 현실적이지 않더라도 꿈과 이상으로 가득 차 보는 사람들을 흥분시키기 마련이다. 기대하지 않았던 새로운 세상을 꿈꿀 수 있기도 하다. ●8월의 크리스마스전 ‘8월의 크리스마스’라면 심은하가 주연한 동명의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약간 쓸쓸하기도 하고 슬펐던 그 영화와는 달리 가나아트센터가 6일부터 30일까지 전시하는 ‘8월의 크리스마스전’은 무더위를 확 날릴 만큼 즐겁고 신나는 작품들을 모아 놓았다. 가나아트센터 측은 “기업들은 연말만 되면 크리스마트 트리 제작에 대한 스트레스로 시달린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의 고민을 덜어 줄 수 있는 방법들을 작가들과 모색하고, 계절에 앞서 관성적인 트리가 아닌 작품을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LED패널을 수직으로 쌓아 트리를 만든 전가영, 하이네켄 글라스 1000개를 쌓은 최수환, 도색한 배관 파이프로 트리를 만든 이장섭, 컬렉션한 인형과 장난감들을 아크릴 나무에 일일이 꿰맨 윤정원, 영화 전단지로 루돌프와 산타를 만든 유영운 작가 등 참여 작가들의 개성이 살아 있는 작품들이다. (02)720-1020 ●경기도 2곳서 ‘패션+미술’ 기획전 경기도의 주목받는 미술관 두 곳에서는 미술과 패션이 만나는 기획전을 마련했다. 우선, 경기도 미술관은 ‘패션의 윤리학 - 착하게 입자’전을 연다. 환경파괴와 과소비를 피하는 패션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 전시에는 이탈리아 사진작가 바네사 비크로프트, 영국의 개리 하비, 홍콩의 모바나 첸 등 5개국의 미술작가, 사진가, 디자이너, 건축가들로 이뤄진 6개국 19개팀의 작품 90여점이 전시된다. 전시작은 옥수수 쐐기풀 등 대안섬유 소재의 드레스(이경재), 헌 옷으로 만든 의상(윤진선- 홍선영- 채수경), 파쇄된 종이와 자투리천을 이용한 의상(오르솔 라 드 캐스트로 - 필리포 리치) 등이다. 10월4일까지. 입장료 무료. (031)481-7000. 경기도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의 ‘패션과 미술의 이유 있는 수다’에서는 미술작가와 패션디자이너의 교감에 주목했다. 전시에서 영국의 현대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 ‘스핀’이 그려진 리바이스 청바지를 만날 수 있다. 전시는 장르는 달라도 미술품과 의상을 통해 비슷한 이미지를 추구해온 작가를 한 팀으로 묶어, 상대의 작업이 반영된 신작을 같은 공간에서 보여 준다. 숯과 나일론 실을 이용해 회화 같은 조각을 만드는 박선기씨의 작품 속에는 디자이너 정구호씨의 옷들이 설치작품처럼 전시되고, 한복디자이너 이영희씨의 한복 옆에는 한복을 입은 여인의 뒷모습을 세밀하게 그린 정명조씨의 작품이 함께 놓였다. 9월27일까지. 관람료 3000원. (031)960-0180. ●현대미술가들의 가구전 ‘매드 포 퍼니쳐’ 현대미술 작가들이 만든 예술가구들을 소개하는 ‘매드 포 퍼니처’(Mad for Furniture)전은 서울 삼성동에 새로 문을 연 넵스페이스에서 22일까지 연장돼 열리고 있다. 스푼 모양의 의자(채은미), 못으로 만든 탁자(이재효), 고무로 만든 가구, 조명이 된 의자 등등. 가구디자이너가 아닌 미술작가들이 실용성보다는 실험성에 비중을 두고 만든 가구들이다. 따라서 내구성보다는 얼마나 기존 인식을 뒤집었느냐를 평가해야 한다. 넵스페이스는 주방가구기업 넵스가 만든 복합문화공간으로 지하 1층과 지상 1층은 갤러리, 지상 2~3층은 넵스의 주방가구 전시공간이다. (02)445-0853. ●전시 비수기 8월의 아트페어 전시 비수기인 8월에 그림을 사고 파는 아트페어가 진행된다. 우선 신세계백화점에서 운영하는 신세계갤러리는 16일까지 서울 본점과 부산의 센텀시티점, 광주점에서 중진작가와 신진작가들이 고루 참여하는 ‘2009 그린 케이크-제4회 신세계 아트페어’를 연다. 이우환, 이대원, 김종학, 김창열, 강익중씨 같은 유명작가부터 신진작가까지 170여 작가의 작품 800여점이 전시, 판매된다. 일부 작품은 매월 작품 가격의 3~5%를 임대료로 받는 조건으로 임대하기도 한다. 관람료 무료. (02)310-1924. 서울 대치동 학여울역에 있는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는 5~9일까지 ㈜경향전람이 주관하는 ‘2008 코리아 아트서머페스티벌’(KASF)이 열린다. 작가들이 직접 작품을 설명하고 판매한다. 작가 300여명의 작품 3000여점이 전시, 판매된다. (02)796-0567.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서양 문화·역사 읽다보면 교양이 저절로

    교양이란 무엇인가. 계몽주의자 빌헬름 폰 훔볼트는 ‘인간의 교양’에서 ‘별다른 의도없이 인간 스스로 존재적 가치를 고양시키고 지속시키기 위해 내면을 개선하고 고귀하게 가다듬는데 필요한 외적 활동’이라고 밝혔다. 조너선 바이런은 이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교양 내비게이터’(배진아 옮김, 추수밭 펴냄)를 썼다고 한다. 세계사 시간에 지루해 하며 뒷등으로 흘려 듣거나, 시험을 위해 달달 외운 서양의 문화사가 아니다. 저자는 일반적으로 보통 사람들은 1/8쪽짜리의 어설픈 교양을 갖게 되는데 이보다는 깊이, 더 많이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지식의 그물을 만들었다. 서로 연결돼 있는 정보를 다양한 삽화와 함께 체계적으로 소개하면서 지적인 모험이 가능하게 했다. 이를테면 5장 도심에서는 기독교의 교회와 15세기 무자비한 종교개혁과 극단적인 신교도인 칼뱅주의자들이 세운 제네바,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와 성경인쇄, 신· 구파의 종교적 대립으로 벌어진 17세기 독일의 30년 전쟁, 빛의 화가 렘브란트가 그려낸 17세기의 도시 모습, 18세기 괴테의 ‘베르테르 효과’ 등등이 한데 엮여 있다. 저자는 이 책이 ‘교양의 경전’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유희하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교양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을 수 있다고 했다. 맨 앞장에서 맨 뒷장까지 꼼꼼히 읽지 않고, 듬성듬성 관심있는 분야부터 읽어 나가는 것이 좋다. 1만 85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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