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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중한 고미술품 자식에게 상속 말고 박물관에 기증 하세요”

    “귀중한 고미술품 자식에게 상속 말고 박물관에 기증 하세요”

    1950년 9월 김재원 초대 국립중앙박물관장(재임 1945~1970년)은 덕수궁 석조전에서 북한군이 총부리를 겨누는 상황에서 문화재 이송에 필요한 짐을 꾸리고 있었다. 9·28 서울 수복을 앞두고 북한군은 서울의 문화재를 싸들고 북으로 가겠다고 했다. 북한 체제가 완료되기 직전 1947년 개성박물관에서 고려청자 등 귀중한 유물을 다 싸들고 내려왔던 김 관장에겐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었다. 들키면 죽을 각오를 하고 낮이면 문화재 포장을 하는 척했다가 밤이면 그 포장을 풀었다. 결국 북한군은 문화재 북송을 포기하고 철수했다. 문화재를 지키는 사람들에게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다.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아버지가 초대, 자신은 11대 박물관장이라는 사실에 기분 좋아하는 소녀의 감수성을 지녔다. 그 감수성으로 김 관장은 지난해 가을 유품으로 간직하던 운보 김기창의 독락도(獨圖) 등 29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기증품엔 1950년대 한·타이완 학술대회 때 갑골문자 해독의 권위자인 둥쭤빈(董作賓·1895~1963)이 써준 갑골문서예(甲骨文書藝),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 푸이(溥儀) 사촌이 써 준 서예 등도 있다. 기증품을 엄격히 골라서 받아들이는 국립중앙박물관 유물부의 안목을 고려할 때 문화재적 가치가 상당하다. 다만 기증품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미술시장에서 한국화가 평가절하되고 있어서다. 김 관장은 26일 “수집한 골동품들이 아니고 대부분 아버지가 선물 받았던 것인데, 가격 환산은 어렵다.”면서 “국제 교류가 적었던 시절에 국립중앙박물관이 세계 박물관들과 어떤 교류를 했는지 보여 주는 사료적 가치가 있는 것들이 많다.”고 했다. 하지만 대략 미술계의 감정가 등으로 미뤄볼 때 29점의 가치는 수억원대로 평가된다. 1954년에 그려 아버지 이름으로 증정된 운보의 ‘독락도’에는 일화가 있다. 그는 “덕수궁 석조전으로 가기 전에 국립박물관이 남산에 있었는데, 그때 우리는 그 근처에 집을 사서 살았고, 6·25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다시 김기창과 우향 박래연 화백이 살았던 게 인연이 됐다.”고 했다. 그 집터는 현재 서울시가 운영하는 ‘문학인의 집’이 됐는데, 1950년대에는 연합참모본부가 사용했다고 한다. 김 관장은 “국립중앙박물관의 유물 구매 예산은 연간 29억원에 불과해 1960~1970년에 골동품을 수집했던 애호가들의 기증이 꼭 필요하다.”면서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유물 중 20%는 기증에 의한 것으로, 국보급·보물급 등 모두 기증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관장은 “1960~1970년대에 골동품을 수집하셨던 분들은 자식들에게 물려주기보다는 기증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비단이나 한지에 그린 그림들은 전문가가 아니면 보관이 어렵다. “완벽하게 보관하고 전시하게 되면 ‘○○○ 기증’이란 꼬리표를 꼭 달겠다.”고 말했다. 외국 주요 박물관 큐레이터의 주요 업무가 좋은 작품을 많이 가진 수집가들에게 기증을 간곡하게 요청하는 일이듯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오래 몸담은 큐레이터들도 이 업무를 ‘한국적 방식’으로 전개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2월 9일 취임해 벌써 취임 1주년을 넘긴 김 관장은 올해 ▲터키문명전(5월) ▲미국 소재 한국 미술전(6월) ▲고대마야문명전(9월) ▲천하제일 비색 청자전(10월) 등을 계획하고 있다. 외국 문명 전시 시리즈를 지속하는 이유에 대해 김 관장은 “세계화 시대에 외국을 잘 알수록 우리를 더 잘 알게 되기 때문”이라며 “온종일, 일주일 내내 놀고 뒹굴 수 있는 박물관을 임기 내에 만들어 보려고 하니 기대해 달라.”고 했다. 글 사진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김영나 관장은 근대미술사를 주로 연구한 미술사학자로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를 하던 중 지난해 2월 국립중앙박물관장이 됐다. 언니는 불교 조각 연구의 권위자인 김리나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서양미술사학회장, 문화재위원, 서울대 박물관장을 지냈다. 경기여고를 나와 미국 물렌버그대학 미술학과를 거쳐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51년 서울생.
  • 김기창 화백 ‘독락도’ 등 29점 중앙박물관 기증

    김기창 화백 ‘독락도’ 등 29점 중앙박물관 기증

    김영나(61)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운보 김기창(1913~2001) 화백의 ‘독락도’(獨圖·1954년) 등 근현대 미술품과 고서적 등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29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기증은 지난해 10월 30일 이뤄진 것으로, 김 관장은 기증 사실과 기증품 내역을 26일 서울신문에 처음 공개했다. 기증품은 초대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아버지 김재원(1909~1990) 박사의 유품으로, 일반에 공개된 적이 한 차례도 없는 문화재다. 김 관장은 “기증한 유품은 아버지가 친하게 지내던 학자나 예술인들에게서 받은 선물들로 골동품 수집을 하지 않았던 유지를 받든 것”이라면서 “큰언니 김리나 문화재청 문화재위원도 비슷한 시기에 14점의 유물을 기증했다.”고 덧붙였다. 김 박사의 맏딸 김리나(70) 위원과 김 관장은 2005년에도 유품 도서 4000권을 기증한 바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의원님, 政敵을 사랑하다…국회판 로미오와 줄리엣

    의원님, 政敵을 사랑하다…국회판 로미오와 줄리엣

    자타가 공인하는 ‘헌법기관’ 국회의원으로 미혼 남녀가 선출되면 대체로 결혼은 물 건너간다. 가까운 예로 새누리당의 4선인 김영선 의원, 민주통합당의 이석현 4선 의원 등이 그렇다. 미혼 남녀에게 국회는 결혼의 무덤인 셈이다. 이응준의 달콤쌉싸름한 장편소설 ‘내 연애의 모든 것’(민음사 펴냄)은 현실과 달리 국회의원들도 인간적으로 사랑에 빠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소설의 주인공은 나이 마흔 줄의 노처녀이자 진보노동당 대표 오소영 의원과 역시 마흔의 노총각으로 판사 출신이자 보수여당인 새한국당의 김수영 의원이다. 이들은 정치부 기자가 선정하는 우수 국회의원에서 각각 2위와 1위를 차지할 만큼 평판을 얻고 있지만, 정치적 신념이 극단을 달리고 있다. 극의 전개를 보면 둘 다 초선의원인데, 언론으로부터 그렇게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하니 역시 허구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두 남녀 주인공은 정치적 입지가 다른 만큼 서로 경멸하고, 혐오한다. 그 혐오가 폭력적인 사태로 폭발하는 것은 ‘언론법 날치기 통과’ 탓이다. 여당인 새한국당은 언론법을 날치기로 통과시키고, 이에 분노한 오소영 의원은 우연하게 김수영 의원의 이마를 소화기로 때린다. 검도 5단의 김수영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그만 기절하고 만다. 피해자와 가해자, 정치적 입장이 극단적으로 다른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이들이 어떻게 사랑에 빠진단 말인가. 이응준의 이번 소설의 미덕은 정치인에 대한 일반인들의 무관심, 증오, 분노를 싹싹 비벼서 맛난 비빔밥으로 제시했다는 것이다. 2011년 7월부터 6개월간 인터넷 카페에 연재했던 이 소설엔 ‘정치계의 허무 개그 왕자’로 등극한 무소속의 강용석 의원을 연상시키는 인물도 나온다. ‘너 아나운서 하려면 다 줘야 한다.’며 아나운서를 꿈꾸는 인턴을 성추행하는 여당의 문봉식 의원이다. 친일파를 조상으로 두고 끈질기게 국회에서 다선으로 살아남은 여당 대표 노대관 의원은 한국 보수정당의 뿌리를 보여 준다. 영감의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성추행 장면을 막아 주는 좋은 집안 출신의 고학력 보좌관은 불의에 타협하는 나약한 지식인의 모습이다. 대화와 타협보다는 몸싸움과 날치기 통과를 일삼는 여야의 모습은 신문 정치면에서 늘 보던 기사나 스틸사진 같은 장면들로 현실감을 높였다. 음악이 안 풀릴 때면 술이나 마약이라도 하며 탈출구를 찾아야 하는 록 가수에겐 공인이란 덫을 씌우고, 정작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할 국회의원에게는 너그러운 비굴한 세상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한다. 대한민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흡수통일한 후 5년을 그린 소설 ‘국가의 사생활’(2009년 출간)에서 온갖 사회악이 판을 치는 어두운 신세계를 보여줬다면, 이번 소설은 확실한 로맨틱 코미디다. 작가는 스무 살 무렵부터 젊어서는 비극을 쓰고 늙어서는 희극을 쓰자고 다짐했었는데, 이번 소설에서 파계했다고 찝찝해한다. 1970년생이니 올해 마흔두 살의 작가는 다짐대로라면 여전히 비극을 쓰고 있어야 맞다. 하지만 작가는 거대한 벽 앞에 홀로 서 있다고 느끼며 좌절하거나, 외로움을 느끼는 대한민국의 젊은 영혼을 위해 ‘설총이란 국가적 필요’를 위해 요석 공주를 찾아간 원효처럼 서둘러 파계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사실 거대한 벽이라는 것이 허상과 허깨비의 합성이기 때문에, 독자들이 이 소설을 통해 그 사실을 깨닫고 허상의 벽 앞에서 맘껏 웃을 수 있기를 바라며 소설을 써내려간 것 같다. 소설에서 계속 사과 이야기가 나오는데, 사과는 뉴턴의 사과처럼 발견의 사과일 수도 있고, 스피노자의 사과처럼 종말을 관조하는 대범한 사과일 수도 있고, 아담과 이브의 유혹의 사과나 스티브 잡스의 디지털 사과, 세잔의 기하학적 사과일 수도 있다. 경쾌하고 감각적인 문장이 유쾌하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영웅 칭기즈칸 아닌 인간 테무친의 삶

    인류 역사상 최고의 정복왕은 누구일까. 로마제국의 율리우스 카이사르?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 부르주아 혁명을 파급시킨 프랑스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2차 세계대전의 주역인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 이런 인물들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면 당신은 유럽중심의 사관에 크게 경도된 것일지도 모른다. 땅따먹기에서 최고의 권위자는 몽골의 칭기즈칸이라는 것이 최근 수십 년 사이에 떠오른 정설이다. 의심이 든다면 땅따먹기한 땅의 크기를 지도로 그려 가며 비교해 보면 된다. 1980년대 민족문학을 이끌어 온 대표적인 시인이자 논객인 김형수가 펴낸 장편소설 ‘조드’(자음과모음 펴냄)는 12세기 초원에 버려진 ‘자연인’인 테무친이란 한 소년의 파란만장한 생존투쟁을 그려 낸 서사다. 김형수는 수많은 전쟁 영웅을 숭배하는 서사를 거부하고, 어린 시절 테무친이라 불린 칭기즈칸을, 정복전쟁이 아니라 혹독한 자연환경을 극복해 나가는 인물로 형상화해 나갔다. ‘조드’는 몽골 언어로 극심한 겨울 가뭄과 혹독한 겨울 추위를 말한다. 저자는 수백 마리의 양과 말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어 나가는 자연 재앙을 뚫고 살아갔던 12세기 몽골인들의 삶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작가는 21세기 인류가 환멸을 느껴 근대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가톨릭과 비(非)가톨릭 정신이, 정착문명과 이동문명이, 유목민과 농경민의 충돌을 일으킨 12~13세기 몽골을 중심으로 한 인간형을 찾아갈 때 부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야만 유럽 중심의 낡은 역사관을 대체한 그림으로서, 광활한 세계 창조에 맞는 인간 칭기즈칸이 나온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 조드를 통해 칭기즈칸이 단련되고, 새로운 문명사를 썼다고 말하고 싶은 것 같다. 작가는 십수 년 동안 진행된 탈근대, 탈냉전, 탈이데올로기를 찾아가려는 문학 내 움직임을 소설로 표현했고, ‘더 바른 세계사상’을 제시하려는 노력에 자신도 동참한 것이라고 했다. 소설 초기에 등장하는 푸른 늑대 족의 신화를 읽을 때는 꿈속을 헤매는 것처럼 몽롱하고 때론 답답한데, 1장을 넘어서면서는 시원시원하고 남성다운 필치들로 12세기 초원을 그려 놓아 읽기가 수월하다. 다만 허영만의 장편만화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말무사)의 스토리 전개와 그림이 자주 머릿속에 떠올라서 집중력이 다소 떨어지곤 한다. 작가가 몽골을 찾아다니기 시작한 지 10년 만에 쓴 소설로 이 소설을 인터넷에 연재하는 10개월 동안 몽골에서 지냈다고 한다. 이번 소설은 테무친이 초원을 평정할 때까지의 시간을 그렸는데, 작가는 이후에 테무친이 대칸에 올라 죽음을 맞을 때까지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앞으로 전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보물’ 익산 미륵사지 금동향로

    ‘보물’ 익산 미륵사지 금동향로

    문화재청은 익산 미륵사지 금동향로와 포항 중성리 신라비 등 문화재 15건을 국가지정 문화재인 보물로 지정했다고 22일 밝혔다.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 중 익산 미륵사지 금동향로, 양산 통도사 은제도금아미타여래삼존상과 복장(腹藏) 유물, 문경 봉암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과 복장 유물, 속초 신흥사 목조지장보살삼존상, 경산 경흥사 목조석가여래삼존좌상, 서천 봉서사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 고창 선운사 소조비로자나삼불좌상, 불설대보부모은중경판(佛說大報父母恩重經版), 양산 신흥사 대광전 벽화, 불조삼경(佛祖三經) 등 불교 문화재가 10건이다. 포항 중성리 신라비, 조선시대 산학(算學) 기본서인 양휘산법(楊輝算法), 조선 중기 문인 김응남의 전기(傳記) 자료인 김응남 호성공신교서(扈聖功臣敎書) 및 관련 고문서, 이순신 장군 관련 고문서인 사패교지(賜牌敎旨), 증직교지(贈職敎旨)도 보물로 지정됐다. 한국적 수각형(獸脚形) 향로인 익산 미륵사지 금동향로는 출토 경위가 확실하고 보존 상태가 완벽한 데다 통일신라 시대 대형 향로 가운데 제작 연대가 가장 빨라 문화재적·학술적 가치가 높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발행부수 많은 신문이 홍보성 기사도 많아”

    “발행부수 많은 신문이 홍보성 기사도 많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이후 최근 3년간 중앙 일간지에 홍보성 기사가 급증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또한, 홍보성 기사는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발행 부수가 많은 매체에 더 많은 정비례 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황진선 법률신문 편집국장은 서강대 석사학위 논문 ‘일간신문의 홍보성 기사의 추세·유형과 신문매출·발행부수의 관계에 관한 연구’에서 2008년 4월부터 2011년 3월까지 3년간 중앙일간지 및 경제지 등 48개 일간지의 신문윤리강령 위반기사 1846건을 분석해 이 같은 연구결론을 냈다고 21일 밝혔다. 홍보성 기사란 신문윤리실천요강의 ‘언론인은 어떠한 단체, 종교 종파 등 사회세력과 기업 등 어떠한 경제세력의 부당한 압력, 금전적 유혹, 청탁을 거부해야 한다.’는 1조 2항을 위반한 기사로, 한국신문윤리위로부터 경고 및 주의를 받은 기사를 말한다. 신문윤리위는 2008년부터 신문의 독립에 위협이 되는 홍보성 기사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기 시작했다. 2008년 신문윤리위에서 경고 및 주의를 받은 홍보성 기사는 신문윤리강령 위반기사 628건 중 16.1%인 101건에 불과했지만, 2009년에는 502건 중 37.8%인 190건으로 급증했다. 2010년에는 716건 중 318건으로 44.4%로 증가하며 위반기사의 절반 가까운 점유율을 보였다. 지난 3년간 주요 신문의 홍보성 기사 증가 건수를 보면, 한겨레를 1건으로 볼 때 조선일보는 6.1건, 중앙일보는 4.5건, 동아일보는 5.0건, 매일경제는 6.5건, 한국경제는 5.4건으로 파악됐다. 즉 발행부수가 많은 신문의 홍보성 기사가 적은 신문보다 많게는 6배나 된다는 결과다. 황 편집국장은 “최근 홍보성 기사는 증가의 속도보다는, 광고주의 압박이 아니라 신문기업의 필요에 의해 자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면서 “광고수입이 줄어든 신문사가 생존을 위해 상업주의로 치닫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데스크 시각] 김수현과 ‘해품달’/문소영 문화부 차장

    [데스크 시각] 김수현과 ‘해품달’/문소영 문화부 차장

    얼마 전 포털 사이트에 ‘김수현, 이럴 수가’라는 제목의 기사가 떠 클릭해 들어가 봤더니, 낯선 TV드라마 ‘해를 품은 달’(해품달) 이야기만 잔뜩 있었다. 방송작가 김수현 기사를 예상했기에 그저 낚시질을 당했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요즘 유행에 뒤떨어졌던 결과였다. 나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최근 40~50대의 모임에서 ‘김수현’ 이름이 거론되면 대체로 대화가 산으로 간다. 김수현 이름을 꺼낸 당사자는 ‘해품달’의 잘생기고 멋있는 23살의 왕을 연기한 주인공 김수현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듣는 쪽에서는 방송작가 김수현을 떠올리며 “대사를 참 맛깔나게 쓰는 작가지.”라는 식으로 대꾸하기 때문이다. 십몇 년 전쯤 ‘레오나르도’라고 말할 때 디캐프리오를 연상하면 신세대, 다빈치를 연상하면 구세대라고 했던 시절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유행을 따라가고자 하나 이미 10회를 넘어선 드라마를 좇아서 볼 엄두가 나지 않아 주말에 소설 ‘해품달’을 읽었다. 주인공은 조선의 왕 이훤(김수현)과 세자빈이자 중전인 허연우(한가인)이지만, 사림파의 대부 대제학 허민규, 허염의 아내이자 이훤의 여동생 민화공주, 소격서의 도무녀 장씨, 대윤과 소윤을 연상시키는 파평 윤씨 부원군 윤대형 등이 얽히고설켜서 이야기를 끌어간다. 역사 속의 특정한 사건에서 이야기를 끌어온 ‘전통 사극’이 아니라는 의미로 ‘픽션 사극’이라고 단서를 붙여 놓았는데도, 소설을 읽어 가면서 머릿속은 계속 이 소설의 시대를 구분해 내려고 바삐 움직였다. 소설에서는 세종이 교태전을 지어 소헌왕후에게 선물했다고 하고, 소격서라고 기술한 점을 볼 때 세종·세조 이후를 배경으로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왜냐면 세조 때 소격전을 소격서로 개칭했다. 파평 윤씨가 거론되는 것으로 볼 때는 중종 때가 배경이다. 연산군을 폐한 중종은 파평 윤씨 출신의 왕후 둘을 얻는다. 산후병으로 죽은 정경왕후와 그 뒤를 이은 문정왕후다. 정경왕후의 오빠 윤임이 대윤이고, 문정왕후의 오빠 윤원형이 소윤인데, 권력을 두고 일가상잔을 벌인다. 그러나 훈구세력과 사림세력의 갈등도 거론돼 ‘그럼 성종 때인가’ 하고 또 헷갈리게 된다. 조선 최고의 무녀라는 도무녀에 대한 기록은 조선왕조실록의 세종, 연산군, 인조 대에 나온다. 다른 한편으로 장희빈과 폐출됐다가 복귀한 인현왕후를 모티브로 삼은 대목이 있어 숙종 시절을 배경으로 한 것 같기도 하다. 이훤이란 존재는 어떤가? 이훤은 실존 인물인데 숙종의 여섯째 아들로 5세 때 연령군에 봉해졌으나 21세의 나이에 요절했다. 이러니 세종, 세조, 중종, 선조, 숙종, 인조, 영조 등 주요 왕들의 캐릭터를 다 뒤섞어서 새로운 창조물로 ‘이훤’을 만들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마음 한편에 지고지순한 사랑을 품고, 정치적으로는 왕권을 강화하고 외척을 배격해 정의를 구현하려는 이훤 말이다. 그래서 일부 역사학자들은 ‘해품달은 사극의 발전이 아니라 퇴화다, 역사의 왜곡이다.’라며 잔뜩 인상을 쓰고 있다. 그렇다면 시청률 40%라는 해품달의 인기를 뭐라 평가할 것인가. 김기봉 경기대 역사학과 교수는 “조선왕조실록이라는 역사적 인물의 도서관에서 21세기 현재 한국인들이 소통하고 싶은 캐릭터를 창조했다.”고 평가했다. 다시 말해 해품달의 조선왕 이훤은 ‘21세기 한국인이 희망하는 정치적·사회적 아바타’라는 것이다.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이 ‘정치판의 아바타’로 ‘정치 아이돌’ 안철수 열풍을 만들어 냈듯이 말이다. 그러니 20~30대 젊은 여성들이 정략 결혼한 중전을 물리치고, 액막이 무녀를 향해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내는 이훤에게 몰입하는 것은 너무 당연할지도 모른다. 이미 그런 지고지순한 사랑이 현실에 없으므로. 소망이 무너져 내린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완벽한 영웅’에 대한 애달픈 몸부림이 해품달 열풍, 김수현 열풍을 만들어 내고 있다면 우리가 너무 애처로운 게 아닌가 싶다. 변화와 소통을 위해 더 힘을 냅시다. symun@seoul.co.kr
  • 사회적 병폐·불안·공포… ‘날선 언어’로 고발하다

    사회적 병폐·불안·공포… ‘날선 언어’로 고발하다

    문학이 세상을 인식하고, 해석하고, 치유하는 방식은 부조리한 현실에 정밀 카메라를 직접 들이대는 방식이 있는가 하면, 어떤 신성한 힘을 끌어들여 에둘러 가는 방식도 있겠다. 김사과의 ‘테러의 시’(민음사 펴냄)와 오수연의 ‘돌의 말’(문학동네 펴냄)은 제목만큼이나 서로 다른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현실을 보여 준다. 사실 그것이 우리가 겪는 현실인가 하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이방인의 눈에 비친 비정한 사회 20대 후반의 소설가 김사과의 ‘테러의 시’는 검은색 바탕에 반짝이는 것들이 여인의 얼굴 형상을 한 대지로 떨어지는 표지만큼이나 어둡고 읽어 나갈수록 착잡하다. 소설의 시작은 서울 강남의 최고급 룸살롱을 급습한 방송 카메라를 연상시키는 듯한 디테일로 시작한다. 1990년대 북창동 환락가 어딘가에서 경험해 봤거나 그와 관련한 풍문들을 들어 본 사람들이 연상할 수 있을 만한 진한 섹스 장면들이 묘사돼 있다. 그러나 그 묘사가 에로영화처럼 마음을 흥분시키거나 즐겁게 하지 않는다. 구토와 심각한 두통을 일으키기 십상이다. 조선족 ‘제니’는 서울 외곽의 불법 섹스클럽에서 필리핀, 러시아 등 여러 나라에서 온 여자들과 함께 몸을 판다. 제니는 핑크방으로 오는 와이셔츠와 넥타이, 검은 양복의 남자들에게 그저 아무것도 아니다. 그들은 가끔 질문을 하지만, 제니가 할 수 있는 답은 “모른다.”이다. 시에서 가장 부유한 구역에는 신기하게도 교회와 고시원, 김밥천국이 많다. 무엇보다 신기한 것은 시에서 가장 부유한 구역에 가난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산다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그곳을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 재개발하려고도 한다. 온몸에 문신을 한 ‘거짓’ 목사는 섹스클럽을 운영한다. 영어 개인교습을 하는 영국인 리는 수년째 한국에 불법체류 중이고, 가난하고 고단한 삶을 마약과 섹스, 도박으로 해결하고 있다. 사회적 병폐가 현실의 사람들을 가격하고 있다면, 작가 김사과는 그보다 더 폭력적인 언어로 그 비정함을 드러냈다. 세상이 아름답고 잘 운영되고 있다고 믿는 독자라면 이 소설을 피하라고 권하고 싶다. ●애처로운 사람들의 ‘외마디 비명’ 오수연의 ‘돌의 말’을 읽으려면 신화를 이해할 능력이 필요하다. 무속의 힘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21세기 정숙이의 입을 통해 부활한 ‘복순이’는 신라의 용이다. 2년 5개월 전쯤 골동품상에서 만난 용 같은 수석이 그들을 묶어 주었다. 복순이는 이렇게 말한다. 초기 신라는 용의 나라였다. 우물가에서 계룡의 옆구리에서 태어난 신라 시조모 알영, 2대 남해차차웅의 누이이자 최초의 여자 제사장이었던 아로부인, 남해차차웅의 딸로서 용성국에서 온 왕자 석탈해와 결혼한 아니부인 등은 모두 용의 화현(化現)이었다. 복순이는 용 신앙을 믿는 호족들의 계보 끄트머리에 있다. 이차돈의 순교로 법흥왕이 불교를 공인하면서 용토템은 사라져 가기 시작했다. 이차돈은 불교를 위해 용들의 호수에 나무를 심어 ‘천경림’을 조성하고, 땅속의 물줄기와 지상을 잇는 거점을 봉쇄한다. 화현하는 용은 사라졌다. 소설의 마지막장을 넘길 때까지도 용이 씐 돌로부터 말을 듣고 전하는 빙의(憑依)의 상황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다만 작가의 말을 참조할 수는 있겠다. “버젓한 회사원이나 안정된 자영업자 같은, 이 사회가 상정하는 보통사람 되기가 많은 이들에게는 너무 어렵다. 실은 기적을 일으켜야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복순이는 21세기 대한민국의 보통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불안과 공포를 누르고 평범을 쥐어짜며 사는 이들의 모습일까. 시대가 바뀌어 낙오하고, 저류로 흘러들어 존재도 잊혀진 어느 중산층의 모습일 수도 있겠다. 돌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많은 말 속에 숨어 있는 애처로운 사람들의 외마디 비명도 이해할 것 같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지성인들의 독서와 인생

    “더운 밥과 찬 술을 구하듯 매일 책을 찾아 읽으며 조금씩 진화해서 온유한 인격을 갖게 되리라고 믿는다. 한편으로 책읽기는 밥을 구하는 노동과 관련이 있으며, 고루함과 독단에서 벗어나는 영혼의 수행을 위한 장엄미사, 번뇌를 끊고 열반 정적으로 나아가기 위한 참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먼저 책읽기는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지적인 흥분과 열락감을 준다. 책읽기가 즐겁지 않고, 기분이 화창하지 않다면 나는 기꺼이 책읽기를 그만둘 생각이다.” 1년에 1000여권, 1주일에 2박스 분량의 책을 사고 속속히 읽어내는 독서가이자 시인인 장석주의 이야기다. 그는 제대로 된 니체 전집을 읽고 싶다는 희망을 실현하고자 전세금을 빼 출판사를 차리고, 니체 전집을 내놓은 출판인이기도 하다. 장석주에게 책은 밥이다. 또한 대학 진학을 거부한 장석주에게 책은 대학이자 대학원이었다. ‘살아있는 도서관’(장동석 지음, 현암사 펴냄)은 성인 한 명이 한 해 책 한 권 읽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시인 장석주를 비롯해 고은, 박원순 서울시장 등 23인의 ‘책읽는 즐거움’을 설파한 책이다. 덕분에 수많은 책 제목이 이 책 안에서 명멸하고 있다. ‘시인은 우주의 고아’라고 명명한 고은은 젊어서는 책과 먼 삶을 살았다고 했다. 하지만 고은은 이제 “나는 읽을 때만 행복을 누린다. 그리고 곧바로 잊어버린다.”고 알송달송하게 말한다. 해마다 노벨문학상 주인공으로 거론되는 고은은, ‘시즌’이 시작되면 집을 떠난다. 고은은 “(노벨문학상) 그 일이 나를 긴장시키고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죠. 몇 년 동안 그 일을 반복하면서, 여기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지금 문 밖에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내 방에도 가득한 것은 아니지 않으냐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한국의 지성 23명이 선택한 7권의 책도 부록처럼 붙어 있다. 잡지 ‘사상계’와 ‘기독교사상’, ‘뜻으로 본 한국역사’, ‘아Q정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전환시대의 논리’, ‘역사란 무엇인가’ 등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김수환 추기경 선종 ‘儀軌’ 발간

    2009년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 장례식을 직접 참여 관찰한 ‘의궤’(儀軌)형 보고서가 나왔다. 국립민속박물관(민박)은 현대 천주교 장례문화를 기록하기 위해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과 관련한 연구자료 ‘선종(善終)-김수환 추기경’을 내놓았다고 15일 말했다. 이번 보고서는 2009년 2월 16일부터 4월 16일 추모의 밤 행사까지 50일간 민속박물관이 장례식에 직접 참여해 관찰한 성과물이다.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는 창 형식의 연도, 습과 염, 명정, 매장 방법, 우제, 문상 때 절하는 모습 등이 나타나 천주교 장례문화와 한국의 전통 상례문화가 융화된 대표적인 사례라고 박물관은 밝혔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윤선도가 달 구경하던 ‘거북바위’ 찾았다

    윤선도가 달 구경하던 ‘거북바위’ 찾았다

    고산 윤선도(1587~1671)가 유배지인 전남 완도군 보길도에서 달을 감상하던 장소로 추정되는 거북바위가 264년 만에 발견됐다고 국립문화재연구소가 15일 밝혔다. 연구소는 윤선도가 머물렀던 원림(園林·명승 제34호)에 대한 학술조사를 지난해 9~10월 하던 중 낙서재(書齋) 구역 남쪽 14.6m 지점의 땅속에 묻혀 있던 거북바위를 발견했다. 3차례나 발굴에 실패한 뒤의 성과였다. 연구소는 “이 바위가 문헌에 보이는 귀암(龜巖) 위치와 일치하며 무엇보다 거북 형태를 띤다는 점에서 귀암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거북바위에 대한 첫 기록은 고산의 5대손인 윤위의 보길도지(甫吉島識·1748년)에 ‘고산의 손자인 윤이관(爾寬)이 건물을 개축한 때도 앞 기둥을 이곳에 세웠다’는 내용으로 나타나고, 이후 1791년 정조의 명으로 집대성된 고산의 유고집인 고산유고(孤山遺稿) 등에도 보인다. 특히 고산유고에 실린 한시 ‘귀암’에서 “저녁이면 내 달구경을 끝내리”라고 해, 고산이 거북바위에서 달구경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체를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발굴한 거북바위는 길이 360㎝에 너비 270㎝, 높이 95㎝짜리 화강암이다. 삼각형 모서리 부분은 거북 머리 부분에 해당하고, 머리 뒤쪽에는 양쪽에 홈이 있어 넓은 거북의 등판 형태를 띠며 뒤쪽으로 돌출부가 거북 꼬리 모양과 흡사하다. 일반 공개는 내년에 할 예정.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청나라 증오한 조선 정서 탓이지

    청나라 증오한 조선 정서 탓이지

    신화나 전설, 설화 등은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이야기들이 비석에 새긴 듯이 변함없이 전달된다고 해서 구비(口碑)문학이라고 부른다. 입에서 입으로 전한다는 의미의 구전문학이라고 해도 될 텐데 굳이 구비문학이라고 하는 이유는, 신화, 전설, 설화 등이 시대 변천에 상관없이 한 집단의 대중성과 민족성, 보편성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특히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집단에서 활발하게 전승되면서 민족문학적 성격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서대석 서울대 국문학과 명예교수가 최근 펴낸 ‘이야기의 의미와 해석’(세창출판사 펴냄)은 한국 구비문학의 여러 특징을 보여준다. 이 중 3장 ‘전설적 유형에 나타난 인간관과 민족의식’의 천자전설은 재미난 이야깃거리다. 한반도의 통치자를 ‘천자’(天子)로 칭하지 않기 때문에 천자가 없고 천자명당이 존재하지 않는데 경남 웅천, 황해도에 명나라 태조, 함북 회령에 청나라 태조 등 천자와 관련한 전설들이 내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명태조 주원장 경남 웅천 탄생 설화 전해져 우선 경남 웅천 ‘천자봉 전설’에는 이런 이야기가 전한다. 웅천고을 웅산 기슭에 주가라는 늙은 부부가 사는데 지나가던 도승이 불일간 귀공자가 세상에 나올 것이라 하고 가버렸다. 그 후 늙은 부인이 임신해 아들을 낳았는데 그 이름을 주원장이라고 했다. 이 아이가 다섯 살 때 도승이 다시 찾아와 아이를 데리고 갔다. 그 아이가 열다섯 살 때 절에서 나와 군대의 장수가 되고 명나라의 태조가 되었다는 내용이다. 또 웅천 ‘천자바위 전설’은 활동 시기에 차이가 있는 주원장(1328~1398)과 이성계(1335~1408)가 한 이야기 속에서 그럴 듯하게 버무려져 있다. 경상도 웅천 바닷가의 바닷속에 명당이 있는 것을 알게 된 한 풍수장이가 수영을 잘하는 그 지역 소년에게 아버지의 해골을 바닷속 바위 오른쪽에 놓아달라고 부탁한다. 바닷속 바위 오른쪽에선 천자가, 왼쪽에선 왕후가 날 수 있다는 설명도 해준다. 소년은 자기 아버지의 해골도 가지고 바다로 자맥질해 들어가 풍수장이의 아버지 해골은 왼쪽에, 자기 아버지 해골은 오른쪽에 놓고 나온다. 나중에 풍수장이가 아들을 낳았는데 그 아들은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되고, 헤엄치던 소년은 명나라의 왕이 되었다는 내용이다. 이외에 웅천 ‘천자혈’도 이성계, 주원장의 천자바위 전설과 비슷한 이야기다. ●조선·명 개국시기 맞물려 이성계도 등장 주원장은 중국 안휘성 봉양현 동쪽의 호주 출신이다. 17살에 고아가 돼 출가했다가 원나라 말기에 반란에 가담했고, 나중에 명나라를 개국했다. 그런데 중국의 주원장이 한반도, 그것도 경남에서 태어난 설화가 발생한 이유를 서 교수는 “비슷한 시기에 중국과 한반도에서 왕조 교체가 일어났고, 새로운 왕조 개창의 주인공들이 권좌에 오르기 전에 교류했을 것이라는 상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한반도의 산천이 수려해 훌륭한 인물이 많이 배출된다는 인식에서 만들어진 전설”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주원장의 선조가 명당에 묘를 쓰고 주원장이 태어났다는 중국 전설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청태조 출생 야래자 설화서 수용 혈통 비하 주원장의 천자전설 등은 상당히 우호적인 내용인 데 반해 청태조인 누르하치와 관련한 한반도의 전설이나 설화는 적대적인 내용을 반영하고 있다. 천자 명당과 비슷한 함북 회령 경원 등에서 채록한 ‘노라치 전설’이 그렇다. 회령에서 서쪽으로 15리 떨어진 동네에 이 좌수라는 토호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처녀인 딸이 임신해 상황을 알아보니 밤마다 찾아오는 야래자(夜來者) 때문이었다. 어느 날 새벽 그가 돌아갈 때 발목에 실을 매어두게 한 뒤 날이 밝아 실을 따라가 봤더니 야래자의 정체는 수달이었다. 그 수달을 때려죽였지만 딸은 이미 해산을 한 터. 이에 명당에 수달의 뼈를 모셨고, 대단히 잘생긴 딸의 아들은 미인과 혼인해 세 아들을 뒀다. 그중 셋째 아들 한(漢)이 자라서 청나라의 태조가 됐다는 내용이다. 청태조와 관련해 함경도 쪽에 그의 아버지인 야래자를 결국 죽여버렸다는 비슷한 전설이 여러 개 있다. 서 교수는 “누르하치의 출생담을 야래자 설화에서 수용한 것은 그 혈통을 비하하는 것으로, 병자호란 등 두 차례의 전란을 겪은 조선 민족의 청에 대한 증오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를테면 후삼국 전쟁에서 패한 견훤의 탄생 설화가 야래자 지렁이라고 해 신성성을 제거한 것과 비슷하다는 얘기다. 18세기 조선에서 ‘임경업전’이나 ‘박씨전’과 같은 반청 의식이 강한 설화소설이 수용된 것도 당시의 민족의식을 반영한 결과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한국작가회의 새 이사장 이시영

    한국작가회의의 신임 이사장으로 이시영(63) 시인이 11일 선출됐다. 이 시인은 오후 마포구 용강동의 중부여성발전센터에서 열린 한국작가회의 정기총회에서 170여 명의 회원들이 모인 가운데 구중서 이사장을 이을 2년 임기의 새 이사장으로 뽑혔다. 전남 구례 출신의 이시영 시인은 196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후 ‘만월’ ‘무늬’ ‘은빛 호각’ ‘우리의 죽은 자들을 위해’ 등 다수의 시집을 냈고 정지용문학상, 동서문학상, 지훈상, 백석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부이사장으로는 김용택·이은봉·배창환 시인과 소설가 공지영이 선임됐으며 공광규 시인이 사무총장을 맡게 됐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글쓰기 새 네트워크 서울신문이 기여했다”

    “글쓰기 새 네트워크 서울신문이 기여했다”

    인문과 역사 강의를 하고 그 수강생들로 하여금 글도 쓰게 하여 대중지식의 확산을 꾀하는 남산강학원의 ‘수괴’ 고미숙 고전평론가. 2010년부터 시작된 서울신문과의 ‘고전톡톡’ 2년 연재로 “유명 저자를 중심으로 하는 지식의 일방적인 유통을 거스르면서 독자나 수강생이 스스로 지식 생산자가 되는 과정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고 원장은 “과거에는 이름 있는 작가가 그 명성을 이용해 신문에 기고하는 단일한 라인의 글쓰기였다면, 우리는 문예지 등에 무명의 노동자나 학생들이 등단하고자 애썼던 힘을 실제로 실험해 봤다.”면서 “서울신문이 글쓰기의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신진 저자를 발굴하는 데 엄청난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서울신문과 강학원이 함께 기획한 ‘고전톡톡’ 집필자들은 모두 무명의 저자였다. 이들 중에는 생애 처음으로 글을 쓰는 사람도 있었고, 신문사의 마감 시간 앞에서 수십 번씩 글을 고쳐 쓰라는 멘토의 압박을 받으면서 천당과 지옥을 수차례 오가기도 했다. 무명의 집필자로서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전문적인 내용의 글을 쓰고자 스스로 읽고 이해한 내용을 수십 차례 되새김질한 것이다. 고 원장은 “그들은 책도 별로 많이 안 읽고 학벌도 없고 글재주도 없다. 시쳇말로 무지렁이들이 글을 썼다.”면서 “그러나 글을 쓰면서 인생의 나침판도 얻게 되고, 나중에는 자신이 관심 뒀던 인물들에 대해 한 권의 평전을 쓸 수 있게 돼 아주 만족했을 것”이라고 했다. ‘고전톡톡’을 통해 키운 집필자들은 이후 출판사들로부터 섭외를 받아 명실상부한 저자가 됐다. 그냥 저자가 아니라 자신의 책을 가지고 강의에 투입돼 다시 유통하는 힘을 가진 저자가 된 것이다. “강학원에는 청소년, 장년, 노년 등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강좌가 마련돼 있는데 우리는 저자의 처지에서 ‘고전을 읽으세요’라고 위압적으로 굴지 않고, 이 책을 어떻게 쓰게 됐나를 알려주면서 강의를 듣는 당신도 글쓰기의 주체가 돼라고, 될 수 있다고 설득한다. 저자가 재생산이 안 되면 대중지성이 아니라 대중 소외 지성이 된다. 우리는 ‘고전톡톡’ 연재가 끝나고서도 여전히 대중지성, 저자의 확대 재생산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어른들 세상의 중심에서 ‘부조리’를 외치다

    어른들 세상의 중심에서 ‘부조리’를 외치다

    14살에서 18살 소년들이 주인공이다. 이 소년들은 부조리한 어른들과 돈과 권력이란 욕망을 좇는 사회가 만들어낸 복잡한 덫에 걸려 피를 흘리고 있다. 어른들은 자신들이 놓은 덫에 자신의 아이들이 피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그렇다면 그 덫을 걷어낼 자는 누구인가? 이런 문제의식이 폭발한 소설 두 편이 나왔다. 차진 문장으로 읽는 재미를 주는 소설가 김연수의 ‘원더보이’(문학동네 펴냄)와 ‘위저드 베이커리’로 25만명의 독자를 확보한 구병모의 ‘방주로 오세요’(문학과지성사 펴냄)다. 주인공이 소년인 데다 원더보이는 2008년 봄부터 문학동네의 청소년 문예지에 연재했던 것이므로 청소년 문학이 아니냐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런 소설을 청소년 소설로 한정한다면 요즘 출간되는 수준 미달의 문학작품은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두 소설은 서로 다르면서도 무척 닮았다. 사회를 향한 문제의식이 번뜩이지만 따뜻하다. 우선 원더보이부터 살펴보자. #. 김연수 ‘원더보이’ 14살 정훈이, 권위에 짓눌린 이들에게 위안을… 원더보이는 1984년에서 1987년까지의 한국 이야기다. 21세기 대한민국 국민이 30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간의 한 지점을 완전히 망각하고 살아가고 있음을 14살에서 17살로 성장해 가는 소년 정훈을 통해 보여준다. 1984년 1t 트럭으로 과일 행상을 하는 아버지를 둔 정훈은 집으로 돌아가는 가는 길에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는다. 일주일 만에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정훈을 기다리는 건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파 간첩을 때려잡았다는 것이고, 자신은 ‘원더보이’라는 별명의 천애 고아가 됐다는 사실이다. 그 남파 간첩은 고작 동네 식당 주인과 종업원을 죽였을 뿐인데 말이다. 비극적인 사고 이후 정훈에게는 새로운 능력이 생겼다. 남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능력 탓에 정훈은 간첩 혐의를 받고 고문당하는 선량한 사람들의 비밀을 캐내는 데 동원된다. 정훈은 그 상황을 견딜 수 없어 양아버지를 자처하는 검은 선글라스의 권 대령에게서 도망친다. 아버지를 잃고도 정훈은 살아간다. 슬픔과 슬픔이 만나 위로하면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허영만 만화의 주인공에서 이름을 따 자신을 강토라고 부르는 남장 여자 정희선도 그렇다. 작가는 자꾸 우주 이야기를 한다. 우주에는 얼마나 많은 별이 있을까? 우주에는 1000억개의 은하가 있고 1개의 은하에는 또 1000억개의 별이 있다. 그러니까 우주의 별을 세려면 1 뒤에 0이 22개 따라붙어야 한다. 10000000000000000000000개보다 많은 별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우리를 내려다보는 모습을 상상하면 괴로워도 울지 않고 술 먹지 않고 살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민주화에 청춘을 바쳤던 정치인이 지병으로 죽고, 한파를 견디지 못해 노인들이 홀로 죽어가고, 사라졌다고 믿었던 물대포가 시민을 향해 발포되는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작가는 따뜻하게 말을 건다. 그렇게 별이 많은데 지구의 밤이 어두운 것은 지구가 외롭고 고독하기 때문이라고, 우리의 밤이 어두운 까닭은 우리의 우주가 아직은 젊고 여전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러니 고통을 견디며 성장해 나가 보자고. 가끔 인쇄가 제대로 안 된 걸로 보이는 부분이 나오는데 이는 원더보이가 사람의 마음을 읽어낸 대목이다. #. 구병모 ‘방주로 오세요’ 18살 시온이, 못된 기득권에 거침없이 하이킥… ‘방주로 오세요’는 2004년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이 서울시를 봉헌한다는 기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서울특별시 강남특별구 대방특별동’을 상상의 공간 방주시로 등치시키며 시작한다. 운석이 지구에 떨어진 뒤 20년이 지난 시점의 방주시는 ‘1%’를 위한 도시다. 17살의 고등학교 1학년생인 주인공 이마노는 방주시의 방주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쌍둥이 누이 루비와 함께 입학한다. 마노는 일반적인 청소년 주인공과 달리 주위의 영향력에 쉽게 굴복하는 나약한 소년이다. 작가는 자신의 청소년기 모습이라고 했다. 돌아보면 그 시절이 후회되지만 시간을 되돌려도 현실 참여적 인간이 아닌 나약한 인간이 될 것이라고 한다. 방주고등학교는 방주시의 거주자들로 80%, 방주시 밖의 외부인으로 나머지 20%를 채운다. 방주시 밖의 사람들은 선택받고자 노력하고 방주시 안에서 이미 선택받은 자들은 그것을 유지하고 누리고자 최선을 다한다. 그렇게 사회는 진보해 나간다? 그 사회는 낙원이다? 이런 결론에 작가는 아닐지도 모른다고 지적한다. 차이는 차별인 세상에서 사람을 걸러내는 돈, 명성, 가문, 학업 성취 같은 기준에 과연 우리가 동의해야 하는지 묻고 있다. 또 다른 주인공 18살 윤시온이 방주고를 폭파시키겠다는 계획을 진행시키는 이유다. 작가는 “평소 우리나라의 불공정한 시스템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번 정부를 지내면서 그 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가 필요하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주 독자층은 청소년이지만 이렇게 불공정한 시스템을 만들고 운용하는 주체가 어른이기 때문에 어른들도 꼭 읽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를테면 학교 폭력은 약육강식을 강요하는 어른들이 만들어낸 교육제도라는 것이다. 책에는 주인공들이 몇년도에 살고 있는지 나오지 않는다. 그저 운석이 떨어진 지 20년 된 후다. 이것은 미래소설이 아니라 가정법에 의한 소설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운석이라는 재앙을 만난 이후에도 여전히 지금과 같은 불공정하고 부조리한 방식으로 살아간다면 과연 그 사회는, 지구는 유지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 독자를 향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남의 땅에 몰래 꽃·채소를 심자

    게릴라는 ‘작은 전쟁’을 뜻하는 스페인 말이다. 1808년 나폴레옹 보나파트르가 스페인을 침공할 때 벌어진 6년간의 군사적 저항을 표현하면서 처음 등장했다. 소규모 비정규전으로 장기화한 전쟁을 일으키는 게릴라에 왜 평화로운 식물을 가꾸는 가드닝이 붙어 있는 것일까? 게릴라 가드닝(여상훈 옮김, 들녘 펴냄)의 저자 리처드 레이놀즈는 2004년 10월 어느 화요일 새벽 2시에 자신이 사는 10층 아파트의 쓰레기가 가득한 버려진 화단에 잠입(?)해 유기질 비료를 넣고서 빨간 시클라멘과 라벤더, 입이 뾰족뾰족한 캐비지트리 세 그루를 심었다. 이웃의 눈을 피해 몰래몰래 했기 때문에 주민들은 구청이 착한 일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는 식물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모습에 엄청난 성취감을 느끼고 친구들과 그 기쁨을 나누기 위해 사진을 찍은 뒤 블로그에 올렸다. 그 후에 인터넷 도메인(www.guerillagardening.org)을 확보했다. 그리고 검색엔진을 돌려봤다. 게릴라 가드닝에 걸리는 웹사이트가 많았다. 그는 자신이 거대한 녹색 흐름의 일부라는 사실에 깜짝 놀았다. 게릴라 가드닝은 대체 어떻게 하는 것인가. 불법이나 무법적으로, 혹은 합법적이지 않게 남의 땅이나 공유지 등에 꽃과 나무, 채소나 식량 등을 심고 가꾸는 활동을 말한다. 활동의 결과는 도시를 아름답게 하고, 지구 인구의 2분의1을 차지하는 도시 거주자들을 즐겁게 한다. 또한, 게릴라 가드닝 활동에 동참할 경우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공동체의 일원이란 소속감을 가질 수 있다. 도시에 살면서 경쟁만 할 뿐 지난날 공동체가 가졌던 친밀함 등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활동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게릴라 가드닝은 안전할까? 꼭 그렇지 않다. 공권력이나 사유지 소유자,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물리적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 1970년대 멕시코에서는 땅 없는 농부들이 게릴라 가드닝을 하고, 땅을 더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중에 농부 100여명이 죽기도 했다. 사람들은 왜 게릴라 가드닝을 할 수밖에 없을까? 저자는 ‘땅이 모자라거나, 내버려진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땅이 모자라면 버려둘 리가 없고, 땅이 내버려진다면 땅이 모자라지 않다는 뜻인데, 이런 모순된 관계가 존재한다. 유한한 땅을 독점한 땅 부자는 불필요한 자본의 투여 없이 부동산 가격이 오르길 바라기 때문에 내버려둔다. 그 땅은 머잖아 쓰레기가 가득한 불모의 땅이 된다. 저자는 ‘쇠스랑과 꽃으로 쓰레기와 싸우자’고 슬로건을 내걸 수밖에 없게 된다. 또 이 토지를 돈이 없어 땅이 모자란 사람들이 점령해 가꾸는 것이다. 브라질의 ‘토지 없는 농촌 노동자 운동’ 단체는 땅을 평화적으로 점유해 곡식을 재배하고 공동체를 유지해낸 끝에 1985년이래 35만 이상의 가구가 점유지에 대한 합법적인 소유자가 될 수 있도록 도왔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토지 없는 사람들 운동’도 불법적인 점유자 2800만명의 빈곤층에 농업자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이쯤 되면 게릴라 가드닝은 해볼 만한 일이다. 저자는 도시계획의 일부로서 진행되는 기계화된 공원이나 녹지의 조성을 거부한다. 그것은 공동체의 삶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주변의 공터를 바라볼 때면 당신은 어떤 꽃이나 채소를 그 터에 심고 싶은지 마음의 욕망을 체크해보길 바란다. 1만 3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숭례문 복원 나선 번와장·제와장·단청장 이야기[동영상]

    숭례문 복원 나선 번와장·제와장·단청장 이야기[동영상]

    숭례문 복원 작업에서 목공사를 하는 신응수 대목장이 주로 주목받았다면 앞으로는 이들 무형문화재를 눈여겨봐야 한다. 10일 숭례문 복원 현장에서 이근복 번와장과 한형준 제와장, 홍창원 단청장을 만나봤다. ●이근복 번와장 번와란 ‘기와를 덮는 일’로 이근복(62) 번와장은 2008년 10월에 무형문화재로 선정됐다. 경복궁 경회루와 근정전, 홍례문, 창덕궁,덕수궁 등 국보급 1000여동의 건물에 기와를 입혔다. 한옥의 미려한 곡선은 흔히 목공에서 나오는 줄 알지만 사실은 기와를 덮는 일에서 진행된다. 목조 건물의 수명을 결정하는 것도 기와를 덮는 일에서 비롯된다. 잘 마른 목재라도 기와를 잘못 덮어 비가 새면 몇십년 못 가기 때문이다. 아울러 기와를 덮을 때는 적심을 넣어 기와의 곡선을 잡고 흙을 채워 기와를 서로 잇는데 이 과정이 건물의 하중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적심과 흙을 잘못 채우면 건물의 머리인 지붕이 너무 무거워져 건물이 처지기 때문이다. 고건축의 미를 결정하는 주요한 것이 지붕이고, 지붕이 건물의 하중과 수명을 결정한다는 것을 잘 알아야 한다. 숭례문 기와 덮기는 빠르면 5월 중순 작업에 들어간다. ●한형준 제와장 1929년생으로 83세인 한형준 제와장은 ‘조선 기와의 맥’으로 통한다. 다소 불편한 몸에도 ‘생애 마지막 작품’이라는 일념으로 일한다. 지난여름부터 지하 100m에서 길어 올린 고운 진흙을 경기 안양시에서 가져와 밟고 다진 후 흙 판으로 기와를 만들어 가마에 굽는 방식으로 전통 기와를 만들어내고 있다. 전통 기와는 가볍다. 또 가마에서 구워내기 때문에 기와의 색깔도 다양한 색조의 잿빛을 선보인다. 기포도 많아 이른바 숨 쉬는 기와, 숨 쉬는 한옥의 원천이 된다. 두달씩 우기가 발생하는 여름이 문제인데 공장에서 찍어내는 기와의 흡습률이 1%에 불과하다면 전통 기와는 흡습률이 12~15%로 높다. 한 제와장과 그의 전수조교 김창대(41)씨는 가마에서 기와를 구울 때 불완전 연소시켜 기와에 탄소 코팅을 씌우는 방식으로 흡습률을 줄였다. 이렇게 만든 기와는 혹한의 날씨에도 깨지지 않고 잘 버티기 때문에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한국형 한옥에 안성맞춤이다. ●홍창원 단청장 숭례문은 1392년 창건돼 1447년에 개축됐고 1479년에 대대적으로 수리됐다. 홍창원(57) 단청장은 숭례문이 조선 초기의 건물인 만큼 단청 또한 조선 초기의 양식으로 가려고 한다. 강진 무위사 극락전의 내부(1440년 전후), 창경궁 명정전(1616년), 수덕사 대웅전(1500년대) 등 단청의 문양과 색깔을 연구해 숭례문 복원 단청에 활용할 예정이다. 조선 초기 단청의 특징은 고려처럼 화려하지 않고, 유학의 영향을 받아 녹색과 청색 위주로 청아하다. 문양은 주로 연꽃잎과 물결무늬 등이다. 값비싼 단청을 입히는 이유는 목조 건물이 병충해나 비바람에 잘 견딜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일종의 페인트인 셈이다. 둘째는 건물에 권위를 입혀 웅장하고 장엄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미학적 욕구는 최하위다. 화학안료가 아닌 천연안료만으로 단청을 하는 첫 사례가 된다. 5월부터 단청 작업에 들어간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손기정 월계관’ 문화재 된다

    ‘손기정 월계관’ 문화재 된다

    손기정 탄생 100주년을 맞아 마라토너 손기정(1912~2002)이 일제강점기인 1936년 제11회 독일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해 받은 금메달과 우승 상장, 시상대에서 쓴 독일산 참나무로 만든 월계관 등 3점이 ‘문화재’로 등록된다. 문화재청은 손기정기념재단이 소장한 이들 유품이 세계신기록(2시간 29분 19초)으로 우승하며 한국인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손기정 선수의 것으로, 체육사·민족사적 가치가 크다며 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고 9일 말했다. 아울러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올림픽 역사상 한국이 처음 출전해 ‘코리아’(KOREA)와 태극기를 알린 제14회 런던올림픽 관련 유물과 1956년 홍콩에서 개최된 제1회 아시안컵 축구대회 우승컵도 문화재로 등록된다. 런던올림픽 관련 유물로 등록될 예정인 ‘제14회 런던올림픽 후원권’(가乙 NO.000001호)은 한국 대표단의 경비를 충당하고자 올림픽후원회가 1947년 12월 1일에 복권 형식으로 발행한 우리나라 최초의 복권이다. 또 다른 등록 대상인 ‘제14회 런던올림픽 참가 페넌트(가늘고 긴 삼각기)’는 한국 대표 선수단이 가져간 것으로, 길이가 약 150㎝다. 1947년 6월 2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제40차 총회에 한국 대표로 참석하고 런던올림픽 한국 대표팀 고문 자격으로 참가한 이원순(1890~1993)의 ‘여행증명서’와 ‘대표단 단복’ 등 2점도 문화재로 등록된다. 문화재청은 “현재까지 조사된 올림픽 관련 단복으로는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말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공지영 “당분간 트위트 접어요”

    공지영 “당분간 트위트 접어요”

    대표적인 파워 트위터리안인 소설가 공지영씨가 8일 밤 트위터에 “저도 당분간 트위트 접습니다. 잘 쉬고 새 소설 좀 쓰다가 돌아올게요. 더 씽씽한 글로.”라는 글을 올리며 트위터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팀의 비키니 시위와 관련한 ‘코피’ 발언 등에 사과를 요구하는 등 논쟁의 한가운데에 있었던 공씨는 최근 홍성교도소에 수감된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을 면회한 뒤 정 전 의원이 ‘삼국카페’에 사과 편지를 보냈다는 소식을 트위터로 전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공격적인 답글이 잇따르자 “오늘 저녁 더 정신이 없었던 것은 멘션들을 보면서 이런 식으로 연예인이 자살할 수도 있었겠다 절감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공씨는 “정 전 의원의 말을 그의 요구대로 전하고도 수꼴(수구 꼴통)들이 아닌 그의 추종자들에게 이렇듯 욕을 먹을 줄은 꿈도 못 꾸었다. 지금도 어안이 벙벙하다.”고 전했다. ‘나는 꼼수다’팀의 미국 순회 강연에 동행하기도 했던 공씨는 팔로어 수가 36만 4000여명에 달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이란에 한국인의 저력 생생히 전달”

    “이란에 한국인의 저력 생생히 전달”

    중동에서도 한류 열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이란 여기자가 한국을 소개하는 여행 책자 ‘한국 여행기:불사조의 나라’(Korea Travel Diary:The Land of Pheonix)를 발간해 화제다.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은 2010년 9월 해외 언론인 초청 프로그램의 하나로 한국을 방문한 푸네 네다이(37)가 초청 기간에 방문한 관광명소와 그곳에서 만난 주요 인사, 한국의 역사·지리·음식·문학·예술·전통 등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취재 내용을 담아 최근 한국 여행기를 발간했다고 9일 밝혔다. 네다이는 9차례나 한국을 방문하는 등 한국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 온 이란 내 대표적인 지한 언론인이다. 그는 “이란인들의 한국에 대한 높은 관심에 비해 소개한 자료가 부족하다고 느껴 방한 초청을 계기로 취재한 내용과 그동안 틈틈이 기록하고 모은 한국 관련 자료를 토대로 책을 발간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2010년 방한 기간 중 100여년 전에 한국을 방문해 한국인의 생활을 담은 여행기를 발간한 영국인 이저벨라 버드 비숍에 대한 이야기에서 많은 자극을 받았다고 했다. 아울러 가난한 나라에서 지구촌의 발전 국가 모델로 탈바꿈하게 만든 한국인의 저력을 이란인들에게 생생히 전달하겠다는 생각도 책을 쓴 계기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네다이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암루드 출판사를 통해 1995년 한국의 전래동화를 이란어로 번역한 ‘충(忠), 효(孝), 예(禮)’를 발간하고 1999년에는 영문 창작시집 ‘Sky Nest’(스카이 네스트·최종렬 지음)를 번역, 출판했다. 현재는 고은 시인의 시집을 번역하고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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