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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 ‘스티브 잡스’ 배출하겠다”

    “한국의 ‘스티브 잡스’ 배출하겠다”

    노소영(51)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4일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배출하겠다”고 밝혔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부인으로 미디어아트 전문 미술관을 이끌어온 노 관장은 이날 서울 장충동 통섭인재양성소 ‘타작마당’을 개소하면서 “학제 간 벽을 허물고 창조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관장은 “타작마당은 들판 여기저기서 자라던 곡식이 모여 채에 걸러지고 깎여 알곡이 돼 우리의 양식이 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예술도 그런 것”이라며 ‘타작마당’을 흩어져 있는 인재들이 모여 다듬어지는 곳으로 설명했다. 철학, 문학, 공학 등 분야나 학력과 상관없이 매년 우수한 인재를 선발해 1인당 연간 5000만 원씩 지원하고 ‘타작마당’을 통해 연구와 토론할 수 있는 공간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노 관장은 “예술적·창의적 소양을 가진 한국인은 많은데 예술교육기관들이 그들을 못 따라간다고 생각했다.”며 “인간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을 품고 집요하게 쫓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티브 잡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2012년 12월 21일 종말? 마야달력 직접 확인해볼까

    2012년 12월 21일 종말? 마야달력 직접 확인해볼까

    ‘2012년 12월 21일’을 마지막으로 하는 마야력은 2012년에 지구 종말이 오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에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를 모티브로 영화 제작과 서적 출판도 활발했다. 올 초 미국의 한 여론조사기관은 전 세계 인구 10%가 마야력에 근거한 지구 종말을 믿고 있다고 발표했다. 올해가 가기 전에 불안한 관심을 해결할 수 있는 마야문명전이 4일부터 10월 28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개최된다. 한·멕시코, 한·과테말라 수교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이기도 하다. 마야문명은 기원전 1500년에서 기원후 1500년 무렵까지의 약 3000년 동안 메소 아메리카의 열대 밀림에서 꽃피웠던 문명이다. 마야인은 금속기와 바퀴 등을 사용하지 않고도 기념비적인 거대 건축물을 만들었고,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정교하고 복잡한 문자 체계를 지녔다. 또한, 육안만으로 정밀한 천체관측 기록을 남겼으며, 이를 바탕으로 근대 이전 가장 정확한 달력을 제작했다. 마야 달력도 그 중 하나다. 고도의 문명을 자랑하던 마야인은 그러나 갑자기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전시는 2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마야 인 멕시코’(MAYA IN MEXICO)에서는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서 출토된 마야 유물을 중심으로 마야인의 세계관과 신화, 마야력 등을 소개한다. 대표적인 유물로는 ‘태양신 킨(Kin)’을 표현한 향로가 있다. 마야어에서 킨이란 단어는 일(日), 시간, 태양을 의미하며, 삶의 창조자로서 마야시대부터 현재까지 마야인의 주요 의식을 주관한다. 인간의 모습으로 표현될 때는 신성한 방향(동-서-남-북-중앙)을 표현한 목걸이를 걸고 있다. ‘마야 인 과테말라’(MAYA IN GUATEMALA)에서는 과테말라의 마야 유물을 중심으로 마야문명의 태동부터 쇠퇴기까지 마야인의 삶과 예술을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유물로 ‘죽음의 신’으로, 자개를 오려 붙여 수척한 모습의 죽음의 신을 표현하고 있다. 마야인의 뛰어난 세공기술을 보여주며, 자개·옥 등의 교역도 유추할 수 있다. 한편, 한국 서울에서 남미특별전이 열리듯이, 브라질 상파울루미술관에서는 오는 11월 25일까지 특별전 ‘한국도자 600년전’이 열린다. 1962년 12월 103명이 한국을 출발해 이듬해 2월 12일 브라질 산토스항에 도착하면서 시작된 브라질 이민 50년사를 기념한다. 현재 교민은 5만명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한라산 백록담, 문화재 된다

    한라산 백록담, 문화재 된다

    한라산 백록담이 문화재가 된다. 문화재청은 제주도의 자연경관 중 역사·문화적 보존 가치가 크다고 판단한 한라산 백록담과 같은 산에 있는 선작지왓, 방선문(訪仙門) 등 세 곳을 각각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예고했다고 3일 밝혔다. 백록담은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정화구호(山頂火口湖)다. 남북 585m, 동서 375m, 둘레 1720m, 깊이 108m다. 산 정상 분화구에 있는 호수로 풍화나 침식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아 ‘방패를 엎어 놓은 듯한 완경사를 이룬’ 순상화산(楯狀火山)의 원지형을 잘 보존한 것으로 평가됐다. 한라산 선작지왓은 한라산 고원의 초원지대 중 영실기암 상부에서 윗세오름에 이르는 곳에 있는 평원지대를 지칭한다. 선작지왓은 제주도 방언으로 ‘돌이 서 있는 밭’이란 뜻이다. 이곳의 산철쭉꽃이 빚어내는 풍경은 장관으로 꼽힌다. 방선문은 한천 중류 한가운데 커다란 기암이 마치 문처럼 선 곳으로, 봄이면 진달래꽃과 철쭉꽃이 만발한다. 제주에서는 ‘들렁궤’라고 하는 이곳은 용암류의 판상절리면이 강물의 작용으로 차별침식을 일으켜 생성된 것으로 보인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공직열전 2012] (34) 문화체육관광부 (상) 고위공직자

    [공직열전 2012] (34) 문화체육관광부 (상) 고위공직자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최동훈 감독의 영화 ‘도둑들’이 1000만 관객을 동원하던 전후로 한국 영화의 극장 점유율은 지난달 27일 77.7%로 경이적이었다. 8월 중반에 끝난 런던올림픽에서는 금메달 순위로 세계 5위다. 사흘에 한번꼴로 세계적인 발레·클래식 콩쿠르에서 한국인들이 1~3등을 수상하고 있다. 문화·예술·체육 분야에서 한국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을 하고 있는 이 순간에 꽝꽝 뛰는 가슴을 한 손으로 꾹 누르고 있는 사람이 있으니 문화체육관광부 곽영진(55) 제1차관이다. 행시 25기로 문화부에서 검은 머리가 파뿌리처럼 된 정통 관료다. 군부독재가 끝난 1988년 그는 ‘월북작가 해금’ ‘금지가요 해제’ ‘영화 소재 다원화’ 같은 정책을 완성했다. 21세기 한류의 토대를 24년 전에 깐 셈이다. 강직한 선비 스타일로 ‘독일 병정이란 별명으로 불렸지만 2006년 사행성 논란으로 사회를 발칵 뒤집은 게임 ‘바다이야기’의 후폭풍을 헤쳐 나오면서 변했다는 후문이다. 게임 활성화 정책이 시장에서 왜곡된 것인데 강도 높은 검찰 조사에도 곽 차관을 포함해 문화부 공무원 중 단 한 명도 사법 처리되지 않았다. 정치 바람을 타지 않는 부처였는데 2008년 정권 교체기에는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전 정권에서 잘나갔다는 평가를 받은 인사들이 무더기로 물을 먹었다. 그러나 적게는 3개월, 많게는 2년 정도 지난 뒤 능력 있는 관료답게 이들은 권토중래했다. 조현재(52·행시26) 기획조정실장과 강봉석(58·7급 공채) 종무실장, 신용언(55·행시 29) 관광산업국장, 나종민(49·행시 31) 대변인, 방선규(53·행시 28) 문화예술국장 등이다. 조 기획조정실장은 내부에 적이 없을 정도로 유연하고 조정 능력이 뛰어나지만 돌파력과 추진력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1년 서울신문의 공직인맥열전에 ‘공인된 차세대’로 소개된 신 관광산업국장은 2008년에 이어 ‘재수’(再修)하고 있다. 업무 장악력이 좋고 후배들이 좋아한다. 국정홍보처 출신답게 방 문화예술국장은 정무적이고 인적 네트워크의 깊이를 파악할 수 없는 문어발식 인맥을 자랑한다. ‘가난한 천재’로 불리는 비고시 출신인 강 종무실장은 입지전적 인물이다. 포항제철고를 나와 공무원이 된 뒤 뒤늦게 한양대에 진학했다. 인사계장-과장을 지낸 조직통으로 ‘강봉석 사단’이 있다는 음해가 나돌아 피해를 봤다. 1급 승진 1순위인 문화정책국장 재직 중 정권이 바뀌자 국립중앙도서관으로 튕겨 나갔다. 나 대변인은 1997년부터 출국하는 내외국인에게 1만원을 내도록 출국세를 신설해 ‘관광기금’을 조성했다. 월간 100만명의 외국 관광객 시대를 연 토대는 결국 출국세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문화부의 ‘차차기’ 차관 물망 1위는 나 대변인과 행시 34회의 선두주자인 오영우(47) 정책기획관이다. 오 정책기획관은 업무 욕심이 많아 후배들한테 눈총을 받는데 기획통으로 엄청난 추진력을 발휘한다. 국립외교원에 교육 파견 중인 김기홍(53·행시 32) 이사관은 2년 6개월의 최장기 체육국장으로 2018년 평창올림픽을 유치한 정부 실무 책임자다. 문화부 여성 1호 국장에는 박명순(49·행시 34)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운영단장이 있다. 문소영·오상도기자 symun@seoul.co.kr
  • 해외 입양아 불행은 누구의 책임인가?

    17살에 미혼모가 된 엄마, 엄마는 생후 6개월인 ‘나’를 해외 입양아로 보내 버린다. ‘나’의 이름은 카밀라 포트만. 미국 중산층 백인 가정의 앤과 에릭 밑에서 자랐다. 생물학적 엄마에게 버림받았다는 사실과 다른 꽃도 많은데 하필 동백꽃인 카밀라로 이름을 지었냐는 반발 등으로 약물에 중독돼 폭풍의 청소년기를 지낸 카밀라는 이제 25살이다. 우연히 알게 된 시인인 일본계 미국인 하세가와 유이치의 조언으로 그녀는 작가가 됐다. 카밀라는 어느 날 뉴욕의 한 출판사에서 자신의 뿌리를 찾는 논픽션을 써 보라는 제안을 받고 생모의 고향인 한국의 항구 도시 진남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진짜 집을 찾아, 진짜 엄마를 찾아, 출생의 진실을 찾아. 잘나가는 소설가 김연수(42)의 일곱 번째 장편소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자음과모음 펴냄)은 해외 입양아 카밀라 또는 정희재가 자신의 근원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과연 진실은 치유의 힘이 있는지, 사람과 사람은 각자의 심연과 고독을 뛰어넘어 소통할 수 있는지, 우리는 타인의 불행에 얼마만큼 책임이 있는지를 작가는 섬세하고 묻고 있다. 독자들의 원초적 관심은 카밀라 또는 정희재의 엄마 정지은이 왜 17살에 미혼모가 됐을까, 왜 카밀라를 입양 보냈을까, 생부는 대체 누구일까에 집중될 수도 있다. 곧 답을 얻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정지은이 카밀라를 낳은 1988년 6월의 이듬해 바다에서 자살하면서 불가능하게 된다. 이제 진실 찾기는 오래돼 누렇고 먼지가 쌓인 서류와 사람들의 불투명한 기억, 무의식적인 감각에 의존해야 한다. 카밀라가 17살 엄마가 쓴 문집을 통해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희재라고 이름을 짓겠다.’고 한 사실을 그나마 알게 된 것이 다행이다. 이제 카밀라는 마구잡이로 카밀라가 된 것도 아니고 엄마가 희재를 포대기에 안고 동백꽃이 흐드러진 교정에서 찍은 사진에서 시작됐다는 것도 알게 된다. 진실 탐구는 또한 적의를 동반한다. 엄마의 모교인 진남여고에서 만난 신혜숙 교장은 노골적으로 은폐를 시도하며 “내가 카밀라양이라면 이 따위 진실일랑 알려고 하지도 않을 거예요.”라고 훈수한다. ‘파도가’를 통해 만나는 인물을 조각조각 모으면 ‘우리’가 될지도 모른다.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친구의 사생활을 음해하는 여고생이나 음해를 사실로 착각하고 대자보를 붙여 친구를 사지로 몰아넣는 학생회장, 남편을 의심해 제자가 낳은 딸을 불법 서류를 꾸며 강제로 해외에 입양 보내는 여선생, 스승이 질투에 눈이 멀어 제자의 임신을 근친상간으로 몰아간 줄도 모르는 무지한 마을 사람들, ‘늘’을 ‘널’로 발음하는 경상도 사투리 때문에 오해가 생겨 애인과 헤어지게 된 입대를 눈앞에 둔 남자, 1970, 80년대 열악한 노동 환경에 저항하는 노동자들. 1988년생 정희재의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에는 이처럼 괴물 같은 심연이 곳곳에 입을 쩍 벌리고 있는가 하면 잊어버렸거나 잊어버리고 싶은 30, 40년 전을 비통하게 돌아보도록 촉구한다. 누군가의 불행에 ‘우리’는 책임이 없는 거냐고. 소통은 멀고 심연은 깊다. 소설의 지리적 배경인 진남이란 항구 도시는 지리부도에 나오지 않는 도시다. 다만 충무김밥이 거론되는 탓에 경남 통영이겠구나 하고 짐작할 뿐이다. 마흔을 넘긴 남자 소설가가 17살의 정지은으로, 25살의 카밀라로, 42살의 잡지사 편집장 윤경과 영화감독 유정 등 다양한 연령대의 여자들로 변해 조잘거리는 것은 조금 낯설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커버스토리-소유의 종말] 리프킨 책서 시작된 ‘소유의 종말’

    [커버스토리-소유의 종말] 리프킨 책서 시작된 ‘소유의 종말’

    ‘소유의 종말’은 제러미 리프킨이 2000년에 쓴 책에서 시작된다. 원제는 ‘디 에이지 오브 억세스’(The Age of Access)로 접속의 시대로 번역할 수 있다. 리프킨은 월드와이드웹(www)으로 인터넷 사용이 전면화되고, 물리적 지구가 가상 공간에서 축소되자 산업혁명으로 찾아온 자본주의 즉, 18세기부터 20세기까지 3세기 동안 진행됐던 소유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조만간 끝날 것이라고 예단했다. 시장은 네트워크에 자리를 내주고, 소유는 접속으로 바뀌며, 교환가치는 공유가치로 변화하는 새로운 세기의 도래를 주창한 것이다. 물질적 소유가 필요 없게 된 세상에서 지식과 경험, 감정 등 창의력과 상상력이 더 많은 부를 창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12년이 지난 지금 리프킨의 이런 생각을 21세기적으로 재해석해 집대성한 것이 최근 펴낸 ‘제3의 혁명’(민음사 펴냄)이다. 소유의 종말은 유튜브로 쉽고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열광하는 세계의 젊은이들이 생겨난 것은 음원을 공유하는 유튜브 때문이다. 돈 주고 CD나 DVD를 사지 않아도 음악과 영상을 즐길 수 있고, 예술가들은 돈과 부를 얻는 시스템이다. 가치를 공유함으로써 가치가 줄지 않고,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를 수용한 한국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부가 재벌에 집중되고 있다. 소유의 종말 현상인 클라우드 사업으로 돈을 버는 것도 KT나 SKT와 같은 대기업이고, 렌털 사업의 주체도 웅진그룹이나 현대차, 대형 은행 등이다. 소유의 종말이 상업화되고 있다. 유럽과 달리 시민단체의 사회운동이 활발하지 않고, 소외계층을 위한 임대사업 등 대시민 봉사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개발되지 않는 이유 탓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한국대표명시선100’ 1차분 5권 발행

    올 9월은 만해 한용운의 옥중시 ‘무궁화를 심으라’가 잡지 개벽 27호에 실린 지 90돌이 되는 해다. 내년은 또한 안서 김억이 최초의 현대 시집인 ‘해파리의 노래’를 발간한 지 90돌이 된다. 시인생각에서 ‘한국대표명시선100’ 1차분 5권을 펴낸 이유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비로소 활짝 꽃피우기 시작한 모국어의 시는 그 엄혹한 시대에 민족혼을 일깨우고 민족 정서를 발양시켰다고 이근배 시인은 말했다. 그러니 온 겨레가 두고두고 읽어야 할 경전이 바로 오래된 시집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김소월, 한용운, 조운, 정지용, 이병기, 김기림, 노천명, 백석, 이상, 서정주, 김성옥, 이육사, 윤동주 등의 시집인데 정작 서점의 시집 코너에서 눈에 띄지 않는다. ‘시집은 넘쳐나도 서점가에 시집은 없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기획·편집해 제작과 지원을 하는 사업으로 1차분 5권은 한용운, 윤동주, 김남조, 신달자, 도종환 편이다. 9월 중에 김소월, 서정주, 정지용, 노천명, 박재삼, 천상병, 정진규, 오세영, 김영랑 편 등이 출간된다. 이번 사업은 한국 시문학의 전편을 집대성하고 시문학사를 바로 세우는 데 그 뜻을 두고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위안부’증거 이렇게 많은데…간교한 日

    ‘위안부’증거 이렇게 많은데…간교한 日

    일본은 전·현직 총리까지 나서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나타낸 한·일 간 공식문서가 없다.”며 식민지 시대의 반인권적 범죄행위에 대해 조금도 반성하지 않고 있다. ‘공식문서’ 운운하는 일본 정부는 역사적 진실에 두 눈을 가리고 있다. ‘공식문서’만이 증거라면, 일본 역사학자는 물론 한국, 타이완, 네덜란드,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서 위안부 및 위안소 설치와 관련해 쏟아진 증거들은 다 무엇인가. 이들은 일본에 강력한 법적 책임을 촉구하는 움직일 수 없는 지표들이다. 1938년 3월 4일 일본 육군성 부관이 북지방면군 및 중지주둔군 참모장에 보낸 통첩에는 ‘위안부 모집 관계자 단속에서 군의 위신을 지키고 사회문제를 야기시키지 않게끔 인선을 적절히 행하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1940년 9월 19일 일본 육군성 부관이 작성한 ‘군기진작대책’ 에서는 ‘위안 시설은 사기 진작, 군기강 유지, 범죄 및 성병 예방 등에 대한 영향이 크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교육지도 참고자료를 송부했다고 밝혔다. 일본 후생성이 해방 전후 위안부 신상기록을 담아 작성한 ‘유수명부’가 2005년 발견되기도 했다. 1994년 미군이 작성한 증인보고서에는 포로들이 증언한 일본군 위안부 모집·관리 실태가 담겨 있다. 일본 역사학자 요시미 요시아키는 ‘일본군 군대위안부’를 책으로 써 ‘위안부는 없다’던 일본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또한, 일본의 여성을 위한 평화기금에서는 ‘정부조사 종군위안부관계자료집성 전 5권’을 펴냈다. 한국 외교부는 1992년 7월 일본 정부의 조사를 근거로 ‘일제하 군대위안부 실태조사 중간보고서’ 자료집을 냈고, 네덜란드 정부도 1994년 ‘일본 점령하 네덜란드령 동인도에서의 네덜란드인 여성에 대한 강제매춘’ 보고서를 발표했다. 쏟아지는 증거들 앞에서 물러설 곳이 없어진 일본은 1993년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 명의의 일본군 위안부 관련 사과 담화를 발표했다. ’살아 있는 증거’들은 수없이 많다. 꽃 같은 청춘을 위안부로 살며 인권을 유린당한 네덜란드 여성 세마랑, 베트남의 랑송, 중국 구리인, 한국의 수많은 위안부 할머니 등이다. 유엔 보고서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보편적 인권의 문제이자 국제적인 문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유엔인권이사회의 여성폭력특별보고관 보고서가 1996년과 2003년 위안부 문제를 정식 거론한 이후 관련 유엔보고서만 10개나 된다. 유엔총회도 1992년을 시작으로 모두 여섯 차례에 걸쳐 일본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해 왔다. 서현주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강제성을 나타내는 공식 문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일본정부와 군대가 조직적으로 동원한 반인권적·반도덕적 행위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면서 “일본정부의 공식 사과와 전후 배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소영·배경헌기자 symun@seoul.co.kr
  • ‘위안부 증거’ 이렇게 많은데…

    ‘위안부 증거’ 이렇게 많은데…

    일본은 전·현직 총리까지 나서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나타낸 한·일 간 공식문서가 없다.”며 식민지 시대의 반인권적 범죄행위에 대해 조금도 반성하지 않고 있다. ‘공식문서’ 운운하는 일본 정부는 역사적 진실에 두 눈을 가리고 있다. ‘공식문서’만이 증거라면, 일본 역사학자는 물론 한국, 타이완, 네덜란드,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서 위안부 및 위안소 설치와 관련해 쏟아진 증거들은 다 무엇인가. 이들은 일본에 강력한 법적 책임을 촉구하는 움직일 수 없는 지표들이다. 1938년 3월 4일 일본 육군성 부관이 북지방면군 및 중지주둔군 참모장에 보낸 통첩에는 ‘위안부 모집 관계자 단속에서 군의 위신을 지키고 사회문제를 야기시키지 않게끔 인선을 적절히 행하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1940년 9월 19일 일본 육군성 부관이 작성한 ‘군기진작대책’ 에서는 ‘위안 시설은 사기 진작, 군기강 유지, 범죄 및 성병 예방 등에 대한 영향이 크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교육지도 참고자료를 송부했다고 밝혔다. 일본 후생성이 해방 전후 위안부 신상기록을 담아 작성한 ‘유수명부’가 2005년 발견되기도 했다. 1994년 미군이 작성한 증인보고서에는 포로들이 증언한 일본군 위안부 모집·관리 실태가 담겨 있다. 일본 역사학자 요시미 요시아키는 ‘일본군 군대위안부’를 책으로 써 ‘위안부는 없다’던 일본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또한, 일본의 여성을 위한 평화기금에서는 ‘정부조사 종군위안부관계자료집성 전 5권’을 펴냈다. 한국 외교부는 1992년 7월 일본 정부의 조사를 근거로 ‘일제하 군대위안부 실태조사 중간보고서’ 자료집을 냈고, 네덜란드 정부도 1994년 ‘일본 점령하 네덜란드령 동인도에서의 네덜란드인 여성에 대한 강제매춘’ 보고서를 발표했다. 쏟아지는 증거들 앞에서 물러설 곳이 없어진 일본은 1993년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 명의의 일본군 위안부 관련 사과 담화를 발표했다. ‘살아 있는 증거’들은 수없이 많다. 꽃 같은 청춘을 위안부로 살며 인권을 유린당한 네덜란드 여성 세마랑, 베트남의 랑송, 중국 구리인, 한국의 수많은 위안부 할머니 등이다. 유엔 보고서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보편적 인권의 문제이자 국제적인 문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유엔인권이사회의 여성폭력특별보고관 보고서가 1996년과 2003년 위안부 문제를 정식 거론한 이후 관련 유엔보고서만 10개나 된다. 유엔총회도 1992년을 시작으로 모두 여섯 차례에 걸쳐 일본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해 왔다. 서현주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강제성을 나타내는 공식 문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일본정부와 군대가 조직적으로 동원한 반인권적·반도덕적 행위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면서 “일본정부의 공식 사과와 전후 배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소영·배경헌기자 symun@seoul.co.kr
  • “맥아더는 한민족 은인도, 전쟁광도 아닌 승리추구 전형적 군인이었을 뿐”

    “맥아더는 한민족 은인도, 전쟁광도 아닌 승리추구 전형적 군인이었을 뿐”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져 갈 뿐이다.’-웨스트포인트(미국 육군사관학교) 퇴역 연설에서. 더글러스 맥아더(1880~1964) 유엔군사령관은 한국전쟁을 수행하던 1951년 4월 11일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에게 전격 해임당했다. 트루먼 대통령과의 갈등 때문이었다. 태평양전쟁의 영웅이자 공화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대중적 인기를 끌었던 맥아더가 전격 해임되자 온갖 소문이 떠돈 탓에 그해 5~6월 의회에서 ‘맥아더 청문회’도 열렸지만, 맥아더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中부상 등 태평양 중심 세계 재편 예견 그 맥아더는 정치의 계절이 오면 한국에 망령처럼 떠돈다. 지난 21일 인천시 자유공원에 있는 맥아더 동상 앞에서 동상 철거를 주장하는 진보단체와 이를 저지하는 보수단체가 대치하며 또 한 차례 논란이 일었다. 진보단체에게 맥아더는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사용하려 했던 전쟁광’이라면, 보수단체에게 맥아더는 ‘민족의 은인이자 반공의 보루이자 기독교의 전파자’인 것이다. 이런 극단적인 인식의 차이는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이상호 박사가 최근 펴낸 ‘맥아더와 한국전쟁’(푸른역사 펴냄)은 ‘한국인 시각에서 처음으로 분석해 본 맥아더’라고 한다. 박사 논문을 일반인이 읽기 쉽도록 풀어 써 낸 것으로, 각주가 448쪽짜리 책에서 무려 104쪽으로 4분의1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온갖 국내외 문헌을 총동원해 맥아더를 객관적으로 조명한 책이라는 의미다. 방대한 문서를 돌린 결과가 “맥아더는 단지 자신의 입장에서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자 한 전형적인 군인의 한 사람에 지나지 않았다.”(343쪽)는 결론에 이르게 되니 상당히 맥이 빠진다. 이 책은 박사 논문답게 337~343쪽에 요약본을 결론으로 실었는데, 감히 조언한다면 결론은 각종 문서로 어수선해진 머리를 가다듬는 작업을 위해 읽어야지 결론부터 읽거나 결론만 읽으면 가장 중요한 디테일을 놓치게 된다. 특히 저자가 주장하는 ‘맥아더=전형적 군인’이란 결론에는 동조할 수가 없다. 맥아더는 50여년의 군인생활 중 20여년을 아시아와 인연을 맺은 사람이다. 20대에 아버지 아더 2세의 부관으로 일본 도쿄에서 지낸 것을 시작으로 필리핀과 일본 등을 거치며 태평양전쟁을 치렀다. 그는 당대 미국에서 아시아의 정치·문화·군사를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아시아에 매료됐다고 스스로 말할 정도였고, 미국 정계에서 ‘아시아주의자’ ‘태평양주의자’로 불리었다. 미국이 유럽을 중심에 놓고 세계 전략을 짜던 시기에 그는 “태평양을 지배하는 힘은 곧 세계를 지배하는 힘”이라고 발언한 알버트 베버리지 연방 상원의원(인디애나주·1899~1911)에게 동의했다. 맥아더는 “미국의 존재 자체는 물론 장래까지도 아시아, 그 주변 섬들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60쪽). 이때 미국의 사활적 이익이 걸린 지역은 타이완과 일본이고, 한국은 일본의 이익이 걸린 지역으로 분류됐다. 미국의 방어선에서 한국을 제외한 일명 ‘애치슨 선언’이 나온 배경이다. 중국이 주요 국가 2위(G2)에 올라서는 등 21세기가 태평양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을 보면 맥아더는 너무 빨리 세상을 내다본 셈이다. ●‘한국에 우호적 태도’ 진정성 회의 아시아를 잘 알고 있다는 맥아더는 그러나 오판도 자주 했다. 일본의 진주만 공격으로 시작된 태평양전쟁에 앞서 맥아더는 1939년 일본이 필리핀을 공격할 것이라는 정보 보고에 대해 “일본인의 정서를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오판해 경을 쳤다. 그런가 하면 한국전쟁에서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으로 38선 이북으로 진격을 결정할 때 중국이 참전을 공개적으로 천명했지만, 맥아더는 ‘중국의 허세’라고 오판했다. 중국 참전에 대한 오판은 뼈아픈 것으로, 결국 미국 대통령과의 갈등으로 확대돼 불명예 제대까지 하게 되니 말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일본에 점령군으로 간 맥아더는 기독교와 반공주의를 전파하고, 신도의 국교화를 허용하지 않는 등 일본에 미국식 민주주의를 이식하는 데 열을 올린다. 그러나 그런 노력은 1947년 종료된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시작된 것이다. 반공 전진기지로서 일본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반도 전략은 때때로 모순되기 짝이 없다. 일례로 한국이 해방된 뒤 친일·부일 세력을 기용하지 말라는 내용과 친일·부일 세력을 써도 된다는 내용, 한국을 점령지로 하라거나 해방지로 해야 한다는 내용이 한 문서(미 3부조정위원회(SWNCC)176/1~176/30) 안에 공존하는 식이다. 맥아더의 여러 가지 군사전략과 정책은 미국 국방부(군인)와 국무부(민간)의 갈등 사이에서 채택되기도 하고 배제되기도 한다. 맥아더가 38선을 뚫고 올라가려고 할 때 미국은 3차대전에 대한 우려로 소련의 참전에 엄청난 신경을 쓴다. 결국 미 국무부와 국방부는 ‘만약 북한이 붕괴되고 중국과 소련이 한국전쟁에 개입하지 않는다면 맥아더로 하여금 유엔의 후원을 받아 북한을 점령하게 한다.’라고 합의하게 된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10월 12일 유엔은 맥아더에게 38선 이남에 머물 것을 명령한다. 미국 정부는 유엔의 명령에 따랐고, 맥아더도 따라가야만 했다. 민간의 통제에 따르는 군인의 모습이다. 이 박사는 결론에서 “맥아더가 한국전쟁 수행 전략에서 보여준 한국에 대한 우호적 태도는 과연 진정성이 있었던 것인지 회의하게 한다.”면서 “오히려 한국인들의 맥아더에 대한 선의의 일방적 해석은 맥아더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의 진보·보수는 쓸데없이 더 싸울 일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일본인이 ‘독도 한국땅’ 지도 공개[동영상]

    일본인이 ‘독도 한국땅’ 지도 공개[동영상]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일본이 외교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고(古)지도 소장가인 한 일본인이 독도가 한국 땅으로 표기돼 있거나 일본 영토로 표기돼 있지 않은 고지도 여러 장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오사카의 공립학교 교사 출신으로 오래전부터 고지도를 수집해 온 구보이 노리오(69)는 28일 “더 이상 진실을 감춰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일본인이지만 지도를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구보이가 공개한 지도 중에는 ‘수정 소학일본지도’(修正 小學日本地圖)가 가장 의미가 크다. 국민에게 자국의 영토를 정확하게 알리려는 목적으로 작성한 지리교과서에 게재돼 있는 지도로 문부성이 1901년에 발간했다. 문부성의 검정을 거친 당시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을 담은 교과서다.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연구소 정영미 박사는 “이 지도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지도에는 일본 영토를 상세하게 작은 섬까지 색칠로 표시해 놓았지만 당시 일본에서 부르던 마쓰시마(松嶋)로 표기한 울릉도는 색칠하지 않아 ‘조선’ 땅임을 분명히 했다. 게다가 독도는 그려 놓지도 않아 당시만 해도 자국 영토로 주장하지 않았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일본은 1905년 러·일전쟁 이후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함께 공개한 ‘대일본국 전도’도 의미가 있다. 일본 내무성이 1880년 11월에 발간한 지도로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일본 영토를 표시한 지도다. 이 지도에는 오키나와와 오키섬 등을 상세히 그려넣었지만 독도와 울릉도는 싣지 않았다. 당시의 도쿄와 교토를 상세하게 표기할 정도로 정밀도가 뛰어난 지도인데도 독도는 한국땅이라는 점을 인정해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노기와 가오루가 1895년에 제작한 ‘일본 전도’에는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당시 일본이 복속시킨 타이완을 새 영토라고 표기했지만 독도는 표시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와 일본인들이 제작한 지도 이외에 구보이는 독도가 한국 땅임을 알리는 서양인들의 지도도 공개했다. 이탈리아인 시볼트가 1840년에 작성한 한국과 일본 지도에는 한국을 노란색으로 ‘2개’의 울릉도와 같은 색으로 칠했고, 일본은 갈색으로 표시해 구분했다. 울릉도를 두개 표시한 것은 프랑스 탐험선과 영국 탐험선이 각각 발견한 뒤 다른 이름을 붙여 별개의 섬인 것으로 오해했기 때문이다. 한편 독립기념관도 이날 ‘독도는 한국 땅’임을 입증하는 근대 일본의 역사·지리교과서 7점을 공개했다. 일본 정부가 직접 제작한 초·중·고등학교 지리 교과서에서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확인하는 최초의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오사카 이종락특파원 서울 문소영기자 jrlee@seoul.co.kr
  • “단군 제자리 모시고 산업의 연성화 필요 통일 한반도 대비도”

    1880년 5월(음력) 제2차 수신사로 일본에 간 김홍집은 일본에서 주일청국 참사관 황준헌(黃遵憲) 등과 필담으로 외교정책에 관해 의견을 교환한다. 귀국길에 황준헌이 쓴 ‘조선책략’을 가져와 고종에게 바쳤다. 조선책략은 ‘동진하는 러시아를 방어하기 친중국(親中國), 결일본(結日本), 연미국(聯美國)하라.’고 조언했다. ●현재는 19세기 말과 판박이 옛 재무부 공무원 출신인 박상은 환경그린코리아 고문이 최근 펴낸 ‘21세기 대한반도 책략’(이미지북 펴냄)은 내용에서 19세기 말 조선책략과 다르지만, 한국이 21세기를 개척하는 데 필요한 외교·경제정책 31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책략’과 같은 것이라고 머리말에서 서술했다. 일본, 중국, 러시아, 미국에 둘러싸여 있는 현재는 19세기 말과 판박이라는 인식이다. 책략의 첫머리에서 박 고문은 우선 일제 식민사관에 묻혀 5000년 전 단군조선을 신화와 설화의 영역에 머물게 한 것은 실책이라고 지적한다.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이상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단군을 제자리에 모셔 와야 한다는 것이다. 양적으로 잘사는 것뿐만 아니라 불행한 계층을 포용해 질적으로도 잘살아야 하고, 자본주의 4.0의 키워드인 ‘행복, 박애, 스마트파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섬세한 4강 외교 필요 둘째, 10여년째 ‘중진국 함정’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권력층 주변의 부패와 정치적 무능, 국민의무 불이행 등 비선진국적 행태가 사회비용 증가를 가져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산업의 연성화와 스마트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화석연료 고갈의 위기를 서해안의 청정에너지인 조력에너지에서 찾아볼 것을 제안했다. 셋째, 2020~2030년쯤 중국이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지만, 저자는 경제규모만으로는 패권을 장악할 수 없으므로, 한국의 4강 외교는 섬세한 교섭력과 정보력으로 통일 한반도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1887년 日 교과서도 “독도는 한국땅”

    1887년 日 교과서도 “독도는 한국땅”

    독립기념관이 28일 공개한 일본 근대 역사·지리 교과서는 ‘독도는 한국땅’이란 ‘확실한’ 증거들처럼 보인다. 그간 일본이 주장해 온 ‘독도는 역사적으로 일본의 고유영토’라는 논거를 스스로 부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크다. 구체적으로 이번에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면 일본의 근대지도 제작자인 오카무라 마쓰타로가 문부성의 출판허가를 받아 1887년에 편찬한 지리 교과서 ‘신찬지지’(新撰地誌)가 흥미롭다. 신찬지지에 실린 ‘일본총도’에는 울릉도와 독도가 한국에 속한 섬이라는 의미로 가로줄이 표기돼 있다. 독도에서 157㎞ 떨어진 오키 섬을 포함한 나머지 일본 영토에는 별도의 가로줄이 그어져 있어, 독도의 영유권이 한국에 속해 있음을 명확히 보여 준다. 1900년 문부성이 검정한 ‘소학지리(小學地理) 1·2권’에 수록된 일본 전도에는 일본 영토가 붉은색으로 표시돼 있는데, 오키 섬 외에 1894년 청·일전쟁으로 식민지화한 타이완을 붉은색으로 칠해 자신들의 영토임을 강조했지만, 독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도 없고 색깔로도 표시하지 않고 있다. 이보다 앞서 발행된 1886년 ‘일본사요(日本史要) 상권’에도 대마도와 오키나와 등 주변 군도를 일본의 영토로 표기하고 설명했으나, 독도는 표기하지도 언급하지도 않고 있다. 마찬가지로 1888년 아오키 쓰네사부로가 지은 ‘분방상밀 일본지도’(分邦詳密日本地圖)에서도 오키 섬까지만 영토로 표시해 놓았을 뿐이다. 정영미 동북아역사재단 산하 독도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날 “1905년 러·일전쟁이 진행되는 와중에 일본은 러시아 함정의 남하 여부를 감시하고자 울릉도와 독도를 점령한 것이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17세기부터 실효지배를 해 왔다는 일본의 역사적 고유영토론은 허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8000년 前 신석기 선박 울진서 발견

    8000년 前 신석기 선박 울진서 발견

    조기(早期) 신석기 시대인 8000여년 전 물고기 잡이에 활용한 목제 선박과 노가 한꺼번에 경북 울진군 죽변에서 발견됐다. 신석기시대 배와 노는 창녕 비봉리 유적에 이어 국내 두 번째 출토다. 제작 연대는 비봉리 유적과 비슷한 국내 최고(最古)로, 전 세계를 통틀어서도 현존하는 가장 이른 시기 배에 속한다. 매장문화재 전문조사 기관인 삼한문화재연구원은 울진군 의뢰로 2010년 5월 울진군 죽변면 죽변리 일원 도시계획도로 부지에 포함된 조기 신석기 유적 출토 유물을 최근 정리하고 보존처리하는 과정에서 목제 선박 조각과 노를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목제 선박 조각은 현존 길이 64㎝에 너비 50㎝, 두께 2.3㎝로 편평한 판재 형태를 띠며 가장자리 쪽이 바깥으로 들려 올라갔다. 판재의 수종은 단단한 녹나무다. 목제 노는 잔존 길이 170㎝×최대폭 18㎝×두께 2.1㎝로, 물에 잠기는 갈퀴 부분은 넓은 사다리꼴이며, 손잡이 부분은 단면 직사각형이다. 수종은 상수리나무다. 김구근 원장은 “이들 선박과 노는 현재 지표 약 180㎝ 아래의 제4문화층에서 출토됐다.”면서 “심한 부식으로 형태를 알아보기 어려워 흙덩이 상태로 떠서 옮겨와 보존처리하던 중 정확한 용도를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적 내에서 비록 파손됐지만 결합식 낚시의 부품을 비롯한 각종 어로 관련 도구가 출토돼 이들 목선은 어로 행위에 사용한 것으로 짐작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독서의 해-도서관에서 길을 묻다] (1회) 방방곡곡 책읽는 소리가 안들린다

    [독서의 해-도서관에서 길을 묻다] (1회) 방방곡곡 책읽는 소리가 안들린다

    올해는 ‘독서의 해’다. 정부는 지식의 창출과 활용이 시대적 패러다임이라는 인식 아래 ‘책 읽는 소리, 대한민국을 흔들다’라는 모토로 다양한 독서진흥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를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신문은 독서의 해 중반을 넘어선 이 시점에서 정부의 독서진흥정책을 진단하고, 도서관의 역할과 미래를 진단하는 기획을 네 차례에 나눠 준비했다. “내가 읽은 책이 나를 만든다.”고 국내 ‘책벌레’들의 우상이자 희귀본 서적상인 릭 게코스키는 말했다. 당신이 먹는 음식이 당신의 몸을 구성하듯 당신이 읽은 책이 당신의 정신과 인격을 구성하고 지배한다.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 명제다. ●출판 생태계 붕괴 상황 ‘외환위기 수준’ 올해가 ‘독서의 해’다. 올 초부터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의 보도자료 끝에는 늘 ‘책 읽는 소리, 대한민국을 흔든다! 하루 20분씩, 일 년에 12권 읽기’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문화부는 독서인구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침체에 빠진 출판계를 구하고자 올해를 ‘독서의 해’로 선언하고 3월에 선포식까지 했다. ‘하루 20분, 일년에 12권’은 올해가 2012년인 점에 착안한 것이다. 그러나 그간의 행보는 거의 잠행에 가깝다. ‘구조적 불황’에 빠졌다는 출판계는 정부가 독서의 해를 선언하자 나름대로 기대를 품었다.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이라는 정치 일정과 7·8월 런던올림픽이 있어 매출 감소를 예상했지만 정책을 통해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출판 생태계가 붕괴하는 상황이 1998년 외환 위기 때와 비슷하다고 인식된다. 책 판매도 7월 ‘안철수의 생각’이 나오기 전까지 급감했다. 올 8월까지 문을 닫은 중대형 서적 도매상이 수송사(1월)를 비롯해 체인형 서점 지에스북(4월), 국내 4위 규모의 학원서적(8월) 등 5곳을 넘어서며 출판계는 빙하기에 들어섰다. 특히 수송사는 지난해 매출이 600억원 이상으로 대형 도서상이지만 계속되는 불황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 출판컨설턴트인 홍순철(42) BC에이전시 대표는 “지난해만 해도 베스트셀러 상위 20위권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했다면 최근에는 베스트셀러 1~3위가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책을 안 읽기도 하고 편식이 심하다. 현재 한국의 독서인구와 독서 수준은 심각하다. 성인 독서량은 2008년 12.1권에서 꾸준히 떨어져 2011년 9.9권으로 집계됐다. 1년에 책 한 권이라도 읽는 지표인 독서율은 대학생을 포함한 성인의 경우 2008년 72%에서 꾸준히 하향 추세를 그리며 2011년 66.8%로 떨어졌다. ‘연간 10권이면 아직도 많이 읽는구나!’ 하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착각이다. 독서에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2011년에 270권의 책을 읽은 전수정 서울 도봉구청 직원이 있는가 하면 단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 10명 중 4명꼴이다. 21세기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인은 ‘지식 자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지식경쟁력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것을 자인할 수밖에 없다. ●사회분위기 책 읽는 환경 조성 못해 이런 독서인구 감소는 도서관이라는 하드웨어가 성장하고 있는 와중에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 심각성이 있다. 국내 공공도서관은 783개로 인구 6만 5000명당 1개 수준으로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 미국의 3만 2000명 중 1개나 일본의 4만명 중의 1개와는 차이가 있지만 그 틈을 마을문고나 작은도서관 등 생활 밀접형 도서관들이 메우고 있다. 도서관과 도서관 보유 장서 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책 읽는 사람은 줄고 있다. 올해 ‘독서의 해’는 그래서 중요했다. 그런데 왜 독서 활성화에 기여하지 못했을까. 출판계 일각에서는 “‘독서의 해’에 책정된 예산이 겨우 5억원이다. 국민 1인당 10원에 해당하는 돈”이라면서 “생색내기용 행사에 제대로 된 아이디어가 나오겠느냐.”고 분석한다. 군포시와 같은 기초자치단체에서조차 ‘책 읽는 군포’를 내세워 예산을 3억 5000억원 배정한 것과 비교하면 중앙정부의 예산이라고 내놓기 ‘부끄러울’ 정도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학교나 직장 등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고 사회 분위기가 책을 가까이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문화부가 2008년에 내놓은 국민 독서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일 때문에 독서할 시간이 부족하다’라는 답변이 전체 응답자의 35.6%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컴퓨터와 영상매체(TV) 등으로 인한 시간 부족(18.2%)을 들고 있다. 백 책임연구원은 “독서가 구호가 아니라 환경이 되려면 직장인 도서관이 활성화된다든지 중·고등학생의 경우 학급문고가 활성화돼야 하고 무엇보다 취업과 진학을 위한 공부에 매진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고생들에게도 ‘책을 읽고 독후감을 내라.’는 식의 방관적인 지도가 아니라 교실에서 책을 교재로 활용하고 토론하는 식으로 개선돼야 한다. ‘독서가 싫고 습관화가 안 됐다.’는 15.8%를 흡수해 나갈 ‘즐거운 독서’법을 찾아내야 한다. ●동네 서점 부흥위해 정가제 강화 필요 그러기 위해 가장 좋은 것은 2009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독서문화진흥법’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특히 이 법의 3조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독서 진흥 책무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독서 문화 진흥에 필요한 시책을 수립하여 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화부가 독서진흥기본계획을 5년마다 내놓으면 행정안전부 산하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를 집행해야 한다. ‘독서진흥조례’와 같은 조례를 제정하고 예산을 배정해야 하는데 기초자치단체 중 극소수만 실제로 운영하고 있다. 서울 기초자치단체들은 ‘걸어서 5분 거리에 도서관’이란 목표를 내건 관악구를 비롯해 성북구, 노원구 등에서 활용하고 있다. 백 책임연구원은 “기초자치단체에서까지 독서가 활성화되려면 관광청처럼 독서청을 만들거나 최소한 과 수준의 전담 행정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서점으로 전멸하다시피 한 지역의 작은 서점을 부흥시킬 방안을 마련하고 도서 정가제를 강화할 필요도 있다. 도서관의 역할도 중요하다. 도서관이 책만 보관하는 곳이 아니라 책을 중심으로 연구나 강연 등을 하면서 독서를 부흥하는 진앙이 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어린이 책] “다치고 상처 나도 사람은 소중해요”

    핫핑크색 가방은 자만심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어요. 이름도 ‘예쁘니’입니다. 예쁘니는 집에 오자마자 가방들 앞에서 잘난 체를 합니다. “여기 백화점 진열대에서 온 애 있어?”, “너희같이 못생긴 애들이 그런 데를 어떻게 알겠니?” 등등. 다른 가방을 자주 무시했어요. 보다 못해 “우리도 다 저마다 쓸모가 있어.”라고 ‘쭈구리’가 타일렀지만 콧방귀만 뀌었지요. ‘찢어진 가방’(김형준 글, 김경진 그림, 어린이아현 펴냄)은 다치고 긁혀서 상처가 나더라도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지, 사랑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예쁘니를 통해 쉽게 이야기해 줍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멀쩡한 듯한 도시인의 삶 속, 실직·이혼…도처에 상실감

    멀쩡한 듯한 도시인의 삶 속, 실직·이혼…도처에 상실감

    추락하는 비행기를 몰며 마이크에 대고 절망적으로 구조요청을 하는 환청, 흰 벽지에서 푸르스름한 얼룩을 발견하고 하루 종일 걸레로 닦아내야 하는 환각, 외계에서 이악스러운 지구인을 멸망시키기 위해 ‘분노의 폭풍’ 작전을 펼친다는 망상까지. 소설가 박성원(43)의 다섯 번째 소설집 ‘하루’(문학과지성사 펴냄)는 잿빛 하늘 아래 오갈 곳이라고는 집과 사무실밖에 없는 답답한 도시인들의 삶 7편을 널어놓았다. 빨래집게도 없이. 그래서 겉으로는 멀쩡하고 화려해 보이는 도시인의 삶에 가족 상실이라는 스트레스나 이혼, 해고, 실직이라는 예상치 못한 태풍이 불어닥치면 ‘그의 하루’가 어떤 수렁에 빠지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도시적 삶의 동력이라는 것이 그저 관성에 불과했던 것임을 깨닫는 순간이고, 한순간도 고려하지 않은 불시착이다. 불시착은 실패하는 게 다반사다. ‘묻지마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한국의 현실 같다. 염세적이고 비극적인 소재에 쭉 빨려 들어간 소설가의 그럴 듯한 ‘구라’라고 하기에는 그의 소설은 현실적이다. 그러니 분노와 복종 속에서 갈등하지만 결국 분노를 억누르고 복종해 밥벌이하는 구차한 도시인의 삶에 환청이나 환각, 망상을 기본 옵션으로 장착하게 된다. 도시에서의 삶은 “벗어나면 죽음이고 진보하지 않으면 멸종이다.”(43쪽) 그래서 도시인들은 타인과의 인과를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의 궤도를 지키고자 안간힘을 쓴다. 과연 무(無)인과는 가능할까. ●잠시 세워둔 차는 아이와 함께 견인되고… 표제작 ‘하루’는 인과의 무서움을 연말의 어떤 하루로 고정해 도미노처럼 전개한다. 인터넷 뱅킹을 할 줄 모르는 여자는 한겨울에 열이 나고 아픈 아이를 차에 태워 은행으로 간다. 연말 도로 정체를 간신히 뚫고 은행 영업시간 안에 간신히 도착했지만, 여자는 도로에 차를 불법주차해야 했다. 그 차 안에 아이가 있다. 여자의 차는 검게 코팅돼 내부가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걸려 은행업무를 다 보고 나온 여자는 자신의 차가 실종됐음 알게 된다. 아이도 사라졌다. 그러나 여자의 차는 실종된 것이 아니었다. 견인됐지만, 견인 장면을 목격하고 견인고지서를 무심히 가져간 어떤 소년 탓에 알 수 없었을 뿐이다. 그 소년은 여자의 남편이 이날 점심 때 해고를 통보한 친한 후배의 아들이다. 여자의 남편은 후배에게 해고를 통보하면서 “나를 원망하지 말게. 나는 맡은 일을 했을 뿐이니.”라고 말했고, 아픈 아이가 있는 줄 모르고 차를 견인했던 기사는 “저는 그저 제가 맡은 일을 했을 뿐입니다.”라고 한다. 그렇다. “그저 우리의 일을 할 뿐”이라고 변명하기에는 서로 너무 많은 인과적 관계 안에 놓여 있다고 박성원은 말한다. “누군가의 하루를 이해한다면 그것은 세상을 모두 아는 것이다.”(10쪽)라고 서술하는 이유다. 남의 실직이나 이혼, 상실은 나의 실직이거나 이혼, 상실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아이 잃은 날을 남편 생일로 착각하기도” 어느 도시에서 시위대를 진압한 뒤 화가 나면 송전탑에 올라가는 군인출신 아버지를 둔 내가 도청 앞에서 있었던 시위에서 죽은 아버지를 둔 유빈을 만나 불륜에 빠지는 단편 ‘분노와 복종 사이에서 그녀를 찾아줘’나, 아이를 잃은 날을 남편 생일로 착각하고 남편의 직장동료를 불러다 생일파티를 연, 마흔이 되도록 밥벌이를 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여자가 어느 낯선 도시로 흘러들어가 일자리를 찾는 단편 ‘얼룩’ 등은 우리가 삶에서 실족해 ‘더 이상 과거처럼 잘살아지지 않는’ 어느 하루를 그렸다. ●“도시의 극단적 풍경은 신기루 같아” 박성원은 “대구에서 나고 자라 영남대 행정학과를 마치고 25살(1994년)에 등단했다. 동국대 대학원에서 문학을 전공하면서 서울에서 20여년째 살고 있는데, 도시의 극단적인 풍경은 화려하지만, 고립과 쓸쓸함이 가득한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신기루 같은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불야성을 이루며 흥청거리는 홍대 앞에서 상대적 박탈감과 고독을 느끼기에 이런 소설을 쓰고 있다.”고 했다. 자연을 품은 농촌은 고즈넉하지만, 도시와 달리 고립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세련된 도시의 언어와 감성으로 소설을 쓰는 그이지만 대구 사투리가 여전하다. 올 가을학기부터 대구 계명대 문창과 교수로 자리를 옮기는 그의 소설은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해인사 목조비로자나불 ‘보물’ 예고

    해인사 목조비로자나불 ‘보물’ 예고

    문화재청은 경남 합천 해인사 법보전 목조비로자나불좌상과 복장유물을 보물로 지정 예고한다고 23일 밝혔다. 특히 복장유물은 한국 조각보의 역사가 500년 이상 됐음을 보여주는 증거로도 가치가 높다. ‘법보전 목조비로자나불좌상 및 복장유물’은 통일신라 말에서 고려 초에 제작된 목조불상과 그 안에 들어간 불경 등의 유물이다. 목조상의 동글동글한 나발(髮), 당당한 신체 표현, 옷차림 모양, 손가락을 말아쥔 형태 등이 당시 불상의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장유물로는 다라니, 발원문, 후령통(喉鈴筒·사리를 비롯한 각종 상징적 의식물을 넣는 통) 등이 있으며 대부분은 1167년 즈음과 1490년에 넣은 것이다. 문화재청은 “특히 1490년에 납입된 후령통은 안립(安立) 절차에 따라 정확한 형식을 갖추고 있다.”며 “조선 후기 불교의례집인 조상경이 편찬되기 이전에 이미 복장의식이 정립돼 있었음을 보여주는 자료”라고 말했다. 또 “복장유물 중 조선 초기에 제작된 3점의 조각보가 포함돼 있어 우리나라 조각보의 역사가 500년 이상 되었음을 증명한다.”고 덧붙였다. 문화재청은 해인사의 반야바라밀다심경과 대방광불화엄경, ‘법보전 목조비로자나불좌상 복장전적’, ‘대적광전 목조비로자나불좌상 및 복장유물’, ‘대적광전 목조비로자나불좌상 복장전적’을 각각 보물로 지정 예고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7개 사찰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충북 보은 법주사 등 7개 사찰이 세계유산 잠정목록 대상 사찰로 선정됐다. 국가브랜드위원회는 전통사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자 문화재청 등과 연구·검토한 끝에 법주사, 공주 마곡사, 해남 대흥사, 순천 선암사,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양산 통도사 등 7개 사찰을 잠정목록 등재 대상 사찰로 선정했다고 22일 밝혔다. 브랜드위원회는 “건축 환경적 진정성, 보존성, 독창적 가치 등이 우수한 사찰을 우선적으로 추천하되 불교사적 중요성을 고려했다.”고 선정 기준을 밝혔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한국경제, 북한이 돌파구… 정치 잊고 經協 서둘러야”

    “한국경제, 북한이 돌파구… 정치 잊고 經協 서둘러야”

    “현재 세계 교역규모 12~15위를 왔다 갔다 하는 한국이 중국과 러시아, 자원 부국들이 급부상하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경제·외교적 지위를 유지하려면 남북관계에서 돌파구를 열어야 합니다.”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 근처 한 역사연구소에서 만난 이광재(47) 전 강원도지사는 최근 펴낸 ‘중국에게 묻다’(학고재 펴냄)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과 관련해 “남북은 통일이란 정치적 상황을 잊어버려야 한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여름부터 중국 칭화대 방문연구원으로 중국에 머물던 그는 출판에 맞춰 한 달 기한으로 귀국했다. “지난 10여년 한국 정부의 관심사는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의 늪을 언제쯤 벗어날 수 있는가.’ 였다. 그러나 중국 석학들은 한국이 경제·외교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느냐에 더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먼저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국가들의 리더가 되는 것과 남북 경제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중국· 러시아와 협력하고 경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아세안 국가의 리더가 되기는 쉽지 않지만, 중·러와의 협력은 예상보다 쉬울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한반도 등 극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5월 취임 직후 극동부 장관직을 신설했고, 극동경영에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중국은 창춘, 지린, 투먼 등 ‘장지투 프로젝트’를 통해 동해로 나오려고 한다. 중국·러시아와 협력할 것인지, 갈등할 것인지에 따라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출렁거릴 수 있고, 그 관계의 중심에는 북한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 전 지사는 9월 러시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푸틴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 전 지사는 “북한의 지하자원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6000조원이다. 포스코 관계자에 따르면 철광석이 500조원 묻혀있다고 한다. 희토류도 있다.”면서 “한국에서 정치를 잊어버리고 북한과 경제교류에 힘쓴다면 북방경제의 특수가 일어날 수있고, 이 특수를 발판으로 현재의 한국의 경제·외교적 지위를 유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열강에 둘러싸여 움쭉달싹하지 못했던 지정학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21세기에는 지‘경’학적으로 훨씬 유리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덧붙였다. 내년 세계 경제는 무척 어려울 것이고, 그 돌파구를 북한을 중심으로 한 변화된 세계정세에서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변모한 거대한 중국시장이 있고, 석유와 천연가스 등 자원으로 발전하는 러시아를 끼고 있는 것은 경제적으로 큰 이익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저렴한 러시아의 천연가스가 북한을 통과하는 가스관으로 한국에 들어온다면, 한국은 전 가구가 9%의 가스비를 절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는 일본과 사이가 나쁘지만, 한국과는 전반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북한의 중국화는 한국 책임이라고 경고한다.“고 전했다. 이 전 지사는 이 때문에 ”한국이 ‘제2의 조선’이 되지 않으려면 정치를 잊고 북한과 경제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글 사진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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