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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두산정계비 여정 그린 지도 첫 발견

    백두산정계비 여정 그린 지도 첫 발견

    ‘한국서지’(Bibliographie Coreenne)의 저자인 프랑스의 동양학자 모리스 쿠랑(1865~1935)이 수집한 한국 고서가 대량으로 발견됐다고 국립중앙도서관이 17일 밝혔다. 특히 자료 중 숙종 때 조선과 청나라가 국경을 확정하며 백두산에 정계비를 세운 여정을 그린 ‘임진목호정계시소모’(壬辰穆胡定界時所模)는 최초로 발견된 지도로 사료적 가치가 높다. 또 20세기에 필사된 ‘해동제국기’(海東諸國記)도 희귀본이다. 국립도서관은 해외 한국 고서 디지털화 사업의 일환으로 콜레주 드 프랑스가 소장한 한국 고서를 조사하던 중 쿠랑이 소장했던 254책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자료는 이 기관이 쿠랑 사후인 1936년 두 번에 걸쳐 구입한 것이다. 쿠랑은 파리 태생으로 파리대학 법대와 동양어학교에서 고등교육학위를 받고 중국 베이징의 프랑스공사관 통역관 실습생으로 파견됐다가 1890년 통역서기관으로 서울에 왔다. 주한 프랑스공사 콜랭 드 플랑시가 수집한 장서를 검토하고 이후 프랑스국립도서관, 기메박물관, 영국국립도서관 등지에 소장된 한국 고서를 조사하고 ‘한국서지’를 저술했다. 리옹대학 중국어과 교수를 지냈다. 그가 쓴 ‘한국서지’는 한국학이라는 용어조차 없던 19세기 말~20세기 초에 작성된 한국 고서에 대한 방대한 규모의 자료로, 1894년 이래 1901까지 본책 3권과 보유판 1권으로 발간됐다. 1901년에 발간된 이 책 보유판에는 현존하는 최고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의 목록이 수록됐다. 이번 조사를 담당한 국립중앙도서관 관계자는 “조선 후기 필사본 고지도인 천하제국도(天下諸國圖)에 수록된 지도 중 1712년(숙종 38) 조선과 청나라가 백두산 주변을 조사한 후 정계비를 세운 여정을 그린 ‘임진목호정계시소모’는 최초로 발견된 자료이고 필사본 ‘해동제국기’도 희귀본이다.”라고 했다. ‘임진목~’의 강원도 지도에는 울릉도 남쪽에 우산도(于山島·독도)가 그려져 있어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도서관은 덧붙였다. 콜레주 드 프랑스는 1530년에 국왕 프랑수아 1세가 설립한 연구기관으로, 한국 고서는 쿠랑 수집본을 포함해 모두 53종 421책을 보유하고 있다. 도서관은 ‘국외 한국 고문헌 조사보고서I: 콜레주 드 프랑스 소장 한국 고문헌’을 출간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문화재청, 숭례문 복구 완료땐 직접 관리

    숭례문 복구 공사가 완료되면 문화재청이 ‘이례적으로’ 직접 관리에 들어간다고 17일 밝혔다. 문화재청은 이번 결정이 “국보 1호인 숭례문의 상징성과 그에 따른 국민 정서, 국가기관인 문화재청이 직접 관리해 달라는 서울시와 중구의 요청, 그리고 안타깝게 화재로 탄 숭례문에 대한 국민의 크나큰 관심과 애정이 반영된 결과”라고 밝혔다. 관리권이 이양되는 시점은 숭례문 복구가 완료되는 때이며, 복구 이후의 관리방안도 마련 중이라고 문화재청은 덧붙였다. 이번 결정은 인력과 예산 문제 등으로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국가를 대신해 관리하는 다른 국가 지정 문화재 관리에도 커다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숭례문은 1968년부터 1995년까지 서울시가 관리하다가 1995년 이후 중구로 관리권이 넘어갔었다. 문화재청은 “앞으로 지자체가 국유문화재에 대한 국가 직접관리를 요구하면 문화재의 성격과 중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조직·인력·예산 등의 필요한 여건을 마련한 후 선별적으로 직접 관리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숭례문 복구현장 공개관람은 오는 11월 4일까지 실시하고 종료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10월 유신 40년] “박정희, 3選개헌만 했더라면… 유신 때문에 독재자 된거요”

    [10월 유신 40년] “박정희, 3選개헌만 했더라면… 유신 때문에 독재자 된거요”

    17일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장기집권을 위한 ‘10·17 비상조치’, 이른바 ‘10월 유신’을 선포한 지 40년이 되는 날이다. 박정희 정권은 1972년 10월 17일 저녁 7시를 기해 전국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국회를 해산했으며 일부 헌법조항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그해 12월 27일에는 유신헌법(제4공화국 헌법)이 공포돼 유신 체제는 박 전 대통령이 1979년 10·26 사태로 사망할 때까지 7년 동안 유지됐다. 서울신문은 유신 40년에 즈음해 원로 헌법학자인 김철수 명지대 석좌교수 겸 서울대 명예교수로부터 유신 헌법에 대한 평가를 들어보고 유신 체제가 정치·경제·사회에 미친 영향, 유신 헌법의 내용 등을 짚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3선 개헌만 했더라도, 5·16 군사쿠데타만 일으켰더라도 위대한 대통령으로 평가받았을 텐데, 10월유신 때문에 독재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철수(79) 명지대 석좌교수 겸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는 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제3공화국 때는 언론계나 교수들이 상당히 바른 말을 많이 했고, 독재를 할 수 없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10월유신 전후로 중앙일보 논설위원을 겸직하고 있던 김 교수는 자신도 이런저런 비판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통일주체국민회의는 ‘박수기관’ 1972년 11월 21일 국민투표로 채택한 유신헌법에 대해 김 교수는 “소위 권력의 인격화라는 명목으로 대통령의 독재가 행해졌고, 긴급조치에 의해 국민의 기본권이 많이 제약됐다.”고 평가했다. 유신헌법은 대통령의 지위를 대폭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대통령은 국회의원의 3분의1을 추천할 수 있고 국회해산권을 갖고 있다. 긴급조치권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으며, 제2·3공화국 헌법에서 천부인권설에 기초해 강화했던 기본권 규정에 법률 유보조항을 뒀다. 대통령은 간접선거로 선출하고 임기를 연장했다. 대신 국회의 권한은 축소·조정하고 국회 회기도 단축했다. 제2공화국의 헌법재판소를 없애고 명목상의 헌법위원회제도를 도입했다. 김 교수는 10월유신 헌법을 제정한 뒤 국민투표에 회부하기 전 헌법학 교수와 정치학 교수들이 총동원돼 선전전에 활용될 때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중립’을 지켰다. 1973년 1월에 대학 교재로 유신헌법이 포함된 ‘헌법학 개론’을 냈다가 초판을 몽땅 몰수당하고,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1주일 동안 수정할 것을 협박당했다. 이후 낸 수정 재판과 3판도 몰수당하는 등 고초를 겪었다. 문제의 ‘헌법학 개론’은 중앙정보부의 꼼꼼한 검열을 거쳐 수정 4판에서야 세상에 내보낼 수 있었다. 김 교수는 “박 대통령이 ‘헌법에 대해 개정 청원을 해서는 안 된다’는 등의 긴급조치를 발동하기 전이라 크게 비판하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핍박을 받았다.”면서 “그때 삭제했던 내용을 이번에 출간한 ‘헌법과 정치’(진원사 펴냄)에 모두 복원했다.”고 밝혔다. 당시 김 교수는 정부가 최고의 주권 기관이라고 자랑하던 통일주체국민회의에 대해 행정부의 ‘협찬기관’ ‘박수기관’이라고 썼고, 이런 정부 조직은 독재국가들인 타이완의 ‘국민대회’와 스페인의 ‘국민회의’, 아프가니스탄의 ‘국민대의회’와 같다고 평가했다(496쪽). 또 제4공화국의 대통령제에 대해서는 독재 체제인 타이완, 그리스 등과 비슷한 ‘현대판 군주제’라고 비판하고, 유신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에 독재적 요소가 많다고 서술했다(316쪽). ●체제 비판엔 “北과 내통” 협박 김 교수는 “당시 중앙정보부는 ‘김 교수가 ‘현대판 군주제’라고 현 체제를 비판한 내용을 북한에서 논평하고 있다. 북한과 내통한 것 아니냐’고 ‘지랄’을 해대더라.”라고 원색적으로 표현했다. 그 뒤로도 김 교수는 이런 원색적인 표현을 여러 차례 썼는데, 가장 왕성하게 학문적으로 집필 활동을 해야 할 시기인 40대에 침묵을 강요당한 것에 대한 울분이 40년이 지난 지금도 올라온 것처럼 보였다. 김 교수의 이런 심사는 신간 ‘헌법과 정치’ 머리말에도 적나라하게 나타나 있다. ●긴급조치, 국민 기본권 제약 김 교수는 “뒤늦게 유신시대의 위헌적 행위에 대해 비판하려고 하니, 편안하게 죽지도 못한 대통령을 너무 욕되게 하는 건 아닌가 싶어서 못 했다.”면서 “또한 유신 때는 왜 아무 말도 못 하고 가만히 있다가 지금에 와서 몰수됐던 책의 내용을 공개하면서 초를 치고 있느냐고 비판받을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유신헌법 제53조의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 질서가 중대한 위협을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어 신속한 조치가 필요 있다고 판단될 때는 내정·외교·국방·경제·재정·사법 등 국정 전반에 걸쳐 필요한 긴급조치를 할 수 있다.’라는 긴급조치법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비판했다(673~679쪽). 김 교수는 “독일에서 공부하다 5·16 직전에 귀국했는데, 거의 매일 쿠데타가 날 것이라는 소문이 서울에 널리 퍼졌고, 정부청사 관료들은 쿠데타를 기다리며 자리를 비우기 일쑤였던 만큼 5·16은 불가피했다는 평가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박통이 3선 개헌만 하고, 5·16만 했더라면 위대한 대통령으로 평가받았을 것인데 유신 때문에 독재자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5·16 군사혁명정부 시절은 1년 동안 헌법이 부재한 상황이었는데, 당시 혁명위원회가 만든 ‘국가재건비상조치법’에서 ‘제2공화국의 헌법을 계승한다.’고 공표했지만 내각제도 없애고, 국민의 기본권을 완전히 억압했으니 군사독재를 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박 대통령이 10월 유신을 하려고 국회를 해산하고, 입법부 대신 비상국무회의에서 유신헌법을 만들어 공고한 뒤 국민투표에 부쳐 93% 찬성으로 통과시킨 것은 초헌법적인 불법행위”라고 비판했다. 문제의 ‘헌법학 개론’에 정부가 홍보한 대로 93%의 국민 지지로 통과됐다고 서술한 것에 대해서도 중앙정보부는 “야유하는 것이냐?”고 트집을 잡았다고 회상했다. 김 교수는 “박정희 대통령은 유신헌법을 통해 우리나라를 부흥시키고 통일시킨다는 명분은 있었겠지만, 핵 연구소를 대전에 만드는 등 미국 정부와 갈등하고, 부마학생운동 등에 대해 폭력적으로 대응하자 김재규가 헌법 개정 준비를 했던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김신조·실미도’에 정권 위기감 김 교수는 “당시 김재규의 중앙정보부 특별보좌관이 대학 동기(서울대 법대)인데, 자꾸 만나자고 한 뒤 헌법 이야기를 많이 했었기 때문에 헌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면서 “12·12 이후 가담했던 사람들이 모두 처형돼서 그 기록과 흔적이 모두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김재규는 박 대통령을 저격한 일에 대해 재판 과정에서 ‘유신의 심장을 쏘면서 유신시대를 없애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10·26 이후 우리가 잘했더라면 민주화가 더 빨리 오지 않았겠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정상적인 정신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말도 했다. 김 교수는 “1968년 1월 김신조 사건으로 암살 위기를 겪고, 이에 보복하겠다고 만든 북파 공작원들이 문제가 된 1971년 실미도 사건도 터지고 해서 정권 차원에서 위기감이 극대화됐을 것이다. 북한 김일성과의 대립 관계에서 승리하고 권력을 유지하려는 생각들이 10월유신에 많이 반영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학문적으로 ‘입헌정치’란 헌법이라는 국가계약의 문서로 정치를 규율하겠다는 것인데 대한민국의 헌법은 정치를 규제하지 못하고, 정치가 헌법을 유린하고 새로 제정하는 악순환을 거듭하며 한국적 비극을 낳고 있다고 김 교수는 평가했다. 제헌헌법과 제6공화국 헌법을 제외하고 유신헌법을 포함해 많은 헌법 개정안이 국민의 기본권 보장 규범으로 기능하지 않고 집권자의 지배 도구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헌법에 위배되는 국가변란죄나 국헌문란죄를 엄격하게 처벌하지 않은 관행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유신헌법은 유신헌법 안에서는 합헌이지만, 입헌주의 정신을 감안하면 유신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국회가 아닌 대통령이 만든 긴급조치에 의해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강조했다. ●20살 박근혜가 유신 알았겠나 10월유신에 대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진정한 사과가 필요하냐는 질문에 김 교수는 “그 무렵 20살밖에 안 된 박근혜 후보가 유신헌법에 대해 무엇을 알았겠느냐.”면서 그의 몫이 아니라는 식으로 답변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유신에 대한 평가나 나의 인터뷰가 누군가를 겨냥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김철수 석좌교수] 1933년 7월 10일생으로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모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2~1998년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재직한 뒤 탐라대 총장을 거쳐 현재 명지대 석좌교수로 있다. 한국헌법연구소 소장, 한국헌법학회 고문 등을 역임했다. 주요저서는 ‘헌법이 지배하는 사회를 위하여’ ‘헌법개설’ 등 23권.
  • “을사조약이 아니라 ‘을사늑약’… 한일합방이 아니라 ‘일제의 한국강점 조약’ 제대로 된 이름 불러줘야 제대로 된 꽃이 돼”

    “을사조약이 아니라 ‘을사늑약’… 한일합방이 아니라 ‘일제의 한국강점 조약’ 제대로 된 이름 불러줘야 제대로 된 꽃이 돼”

    “을사조약이 아니라 ‘을사늑약’이 맞고, 한일합방이 아니라 ‘일제의 한국강점 조약’이 올바른 용어다. 을미사변이 아니라 ‘명성황후 암살 사건’인 것과 마찬가지다.” 임경석(54)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는 막 출간돼 따끈따끈한 ‘한국근대외교사전’(사람의무늬 펴냄)을 펴들고 지난 15일 교수회관 4층 연구실에서 “제대로 된 이름을 불러 줘야 제대로 된 꽃(역사)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렇게 말했다. 임 교수는 “다소 뒤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외교사전이 발간돼서 다행”이라며 “한국사는 한국의 관점에서, 한국인의 시선으로 외교사건을 정리해야지, 한·일역사를 일본학계의 시선으로 정리해서는 본질적으로 맞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1876~1910년 한국 근대외교史 정보 ‘한눈에’ 임 교수는 “‘한국근대외교사전’은 1876년 개항부터 1910년 대한제국 멸망까지 한국 외교의 역사에 등장한 사건, 조약, 인물, 조직에 대한 정보를 담은 감히 ‘국내 최초의 외교사전’이라 자부할 수 있다.”면서 “한국사뿐 아니라 중국사, 일본사, 서양사를 각각 전공한 역사학자들과 정치학자, 외교사학자, 법학자 등 28명의 학자가 모여 239개 항목을 집필했다.”고 밝혔다. 임 교수와 그의 후배이자 역사학자인 김영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이항준 서울여대 사학과 강사가 대표 편·저자이고, 주요 저자로 연갑수 서울대 교수, 조재곤·하원호 동국대 연구교수, 주진오 상명대 교수, 한철호 동국대 교수, 홍준화 고려대 연구교수 등이 참여했다. 사전에 참고문헌과 책임 저자를 명시해 기술 내용의 정확성과 객관성을 높였다. 한국근대외교사전은 원래 2007년 교육인적자원부의 예산과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의 지원을 받아 3년 만인 2010년 결과물을 내놓았다. 당시에는 한중연의 ‘한국민속문화대백과’에 수록돼 있었다. 임 교수는 “여기에 2년 동안 수정·보완하고 20여개를 추가해 239개 항목으로 확대해 별도의 책으로 펴냈다.”고 말했다. ●가나다순 항목… 연구·실무자에게 최고의 길잡이 한국근대외교사전의 강점은 무엇인가. 역사를 공부하는 연구자나 역사와 외교관련 실무자들이 관련 항목을 가나다순으로 쉽게 찾아가며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특히 한국 관련 근대사에 영향을 미친 외국인을 많이 발굴해서 실었다. 예를 들자면 대한제국 시절의 러시아 외교관이었던 포타포프가 있다. 그는 국권이 피탈된 상황에서도 러시아 정부와 임시정부 사이에서 외교를 통해 한국의 독립에 많은 도움을 줬다. 우리 독립운동에서 러시아가 많이 배제됐는데, 러·일전쟁에서 진 러시아는 일본에 복수하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일본에 대항하는 조선의 독립운동에 호의적이었고, 그것은 1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유지됐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러시아 연해주에 망명해서 독립운동을 했던 ‘권업회’나 권업회 산하의 항일무장단체였던 ‘대한광복군정부’ 등도 러시아 정부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국 근대외교史, 한국인의 시선으로 서술해야” 최근 국사편찬위원회가 을사늑약이라 쓴 역사교과서를 을사조약으로 고치라고 요구했던 것과 관련해 그는 “국사편찬위의 사고방식은 현재 한국 역사학계의 일반적인 분위기와 상당히 다르다.”며 “각국의 외교사는 국익의 충돌 속에서 존재하고 특히 한국의 근대 외교사는 외세 피침의 역사이기 때문에 한국인의 독자적인 시선으로 서술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더 나아가 임 교수는 “국사편찬위가 현 정부의 요구에 부응하다가 우경화됐다.”고 비판했다. 임 교수는 “일본이 대한제국을 식민지로 지배하는 과정이 조약과 같은 합법적인 외양을 띠고 있지만 이것은 형식논리”라며 “최근 ‘유럽식 근대’에 대한 반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여전히 전 세계 외교사가 강대국 위주로 서술돼 있기 때문에 침략을 당했던 사람들의 시각으로, 강대국의 편견이 가득한 시선을 배제한 채 다시 써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단순히 외교사를 정리한 책이 아닌 만큼 오늘날 한국의 외교적 생존전략을 파악하고 정책수립에 도움을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공산체제 체념한 사람들의 기막힌 얘기들

    공산체제 체념한 사람들의 기막힌 얘기들

    ‘중국의 모옌(57)이냐, 일본의 하루키냐’며 지켜보던 2012년 노벨문학상은 지난 11일 중국의 소설가 모옌에게 돌아갔다. ‘대체 모옌이 누구냐?’ 싶지만 장이머우 감독의 토속성이 강한 영화 ‘붉은 수수밭’의 원작자라고 하면 무릎을 딱 치며 감탄사를 연발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안다’는 우쭐한 기분의 표현이겠지만 사실 그의 작품을 국내에서 제대로 읽은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은 각 출판사의 판매 부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영나 문학동네 해외1팀 부장은 “한국 독자들이 영미 작가를 선호하기 때문에 ‘대박’작품은 없지만, 공산주의 체제에서 체념하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기가 막힌 이야기들이 환상과 꿈과 농담으로 버무려져 있다.”고 했다. 모옌의 작품이 대중성이 높지 않다고 해도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창비,문학동네, RHK, 민음사 등 각 출판사는 작품마다 최소 1쇄 2000부 정도를 더 찍는다. 1955년 생으로 수수가 붉게 타는 듯이 익어가는 아름다운 산둥성 가오미현 출신의 모옌은 1981년 문단에 데뷔한 이래 30년간 누에가 실을 뽑아내듯 쉬지 않고 수많은 작품을 내놓지만, 국내에 번역·출판된 작품은 10개 안팎이다. 인터넷 서점이나 교보문고 등에서 한 달 동안 ‘2012년 노벨문학상 수상’ 특별할인 판매전에 돌입하니, 모옌 연구에 들어가보자. ‘사부님은 갈수록 유머러스해진다’(문학동네 펴냄)는 표제작을 포함해 3편의 중편소설을 모았다. 표제작의 주인공 딩 사부는 정년을 한 달 앞두고 공장에서 해고당하자, 엉뚱한 생계대책을 세운다. 숲 속에 버려진 폐차를 개조한뒤 연인들에게 장소를 빌려주는 ‘아담한 휴게소’를 차린 것이다. 딩 사부가 생계와 숲 속의 차 안에서 들려오는 온갖 교성 사이에서 위태로운 생존의 줄타기를 한다는 웃기지만 울고 싶은 이야기다. 문학동네에서는 ‘달빛을 베다’도 추천작이다. ‘인생은 고달파 1·2’(창비 펴냄)에서 고밀 동북향의 지주였던 서문뇨는 중국의 토지개혁이 진행되자 악덕 지주로 낙인 찍혀 1950년 총살당한다. 염라대왕 앞에서 억울함을 호소한 끝에 환생을 약속받았지만, 나귀, 소, 새끼돼지, 개, 원숭이 등으로 태어났다. 2001년 1월 1일 새벽 밀레니엄 베이비로 태어난 남천세는 5살이 되던 해 자신의 윤회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한다. 지난 50년 동안 중국에서 일어났던 각종 격변을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에 입혀서 기괴하고 황당무계하며 터무니없는 이야기로 능청스럽게 펼친다. RHK에서는 ‘풀 먹는 가족 1·2’와 ‘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 1·2’를 2007년에 발간했는데 이번 노벨상 수상으로 ‘열띤’ 판매를 기대하고 있다. 역시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이야기를 풀어놓는데 특히 ‘풀 먹는 가족’은 콜롬비아의 노벨상 수상자인 가브리엘 마르케스를 연상시킨다는 평가다. 송명주 RHK 문예1팀장은 “모옌이 민중의 밑바닥 삶을 유쾌하고 생생하게 그려낸다는 측면에서 김기덕 영화감독의 작품 코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호소하는 바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름다운 중국 여배우 공리가 생각나는 ‘붉은 수수밭’의 원작소설인 ‘홍까오량 가족’(문학과지성사 펴냄)은 고량주 양조장집 아들에게 팔리 듯 시집가던 따이펑리옌의 삶을 1920년대 중반부터 1940년대 초반을 중심으로 그려놓았다. ‘개구리’(민음사 펴냄)는 최근 작품으로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의 조카가 일흔이 넘은 고모의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이다. 고모는 젊은 시절 실력 있는 산부인과 의사로서 ‘살아 있는 보살이자 삼신 할멈’이었으나 공군 조종사인 약혼자가 타이완으로 망명하면서 ‘반역자의 약혼녀’라는 꼬리표를 단다. 정부의 산아제한 정책 탓에 고모는 임신중절수술을 하도록 강요받는데, 국가가 개인의 삶을 억압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구조를 들여다본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SNS 통한 세대파워, 대선 중요 변수”

    “SNS 통한 세대파워, 대선 중요 변수”

    “지난 4월 총선에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영향력이 서울·부산에서만 있었지만, 이번은 대선이기 때문에 SNS가 지역보다 세대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동할 것이다. 각 선거캠프가 얼마나 많은 영향력 있는 파워트위터리안과 연결돼 있느냐가 중요 변수이다. SNS가 오프라인과 연결될 때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가장 우위를 점하는 당은 민주통합당이다.”  윤영철(55·연세대 교수) 한국언론학회 회장은 1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정치적 소통과 SNS’(나남 펴냄) 출판 간담회에서 “안철수 후보가 20·30대 유권자의 지지를 끌어내려면 무소속 문제를 잘 해결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SNS를 활발하게 쓰는 20·30대가 안 후보의 지지층과 겹치기 때문에 하는 이야기다. ‘소속 정당 없이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주장과 ‘SNS로 정당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는 상황에 대한 분석이다.  한국언론학회가 낸 ‘정치적 소통과 SNS’은 한국적 상황에서 SNS의 역할과 기능, 부작용까지 모두 짚어본 학술 서적이다. 윤 회장은 난해하고 피상적인 이론만 제시한 게 아니라 한국의 정치, 사회와 엮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사회·언론현상을 진단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 사회, 행정, 언론계 모두를 들여다볼 수 있다고 했다. 빠른 시간내 영문으로 번역해 외국에 이론서로 내보내고 싶은 욕심도 밝혔다.  윤 회장은 “우리가 인터넷 강국이고, 소셜미디어가 전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진화했는데, 외국 이론에 의존하던 버릇 탓에 이론이 만들어지길 기다리던 타성을 반성하고, 한국 언론학계가 먼저 소셜미디어부문의 학문화·이론화에 앞장서고자 이 책을 냈다.”면서 “앞으로 5년 동안 이 책은 논문에 가장 많이 인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민 서울대 교수를 기획위원장으로 임명한 뒤 30~40대의 법학·정치학·행정학·언론학·사회학 등 젊은 학자 18명이 참여했다. ‘소셜네트워크 시대, 정당정치의 위기인가’, ‘4·11총선 후보자들과 SNS 선거캠페인’, ‘투표인증샷의 특징’, ‘서기호 판사와 SNS 규제’, ‘언론 SNS, 그리고 ‘사실검증’의 필요성’ 등 현상분석이 따끈따끈하다.  윤 회장과 윤 기획위원장은 “평소에 가깝게 지냈던 교수들의 원고도 수준이 미달하는 것은 스스로 철회하도록 요구하거나, 우리가 과감하게 뺐다.”면서 “올해가 한국언론학회 50주년인데, 한국이 주도해가는 SNS부문에서 세계를 선도할 분석을 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글·사진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영화 ‘붉은 수수밭’ 원작자 中 모옌 노벨문학상 수상

    영화 ‘붉은 수수밭’ 원작자 中 모옌 노벨문학상 수상

    영화 ‘붉은 수수밭’의 원작 소설가인 모옌(莫言·57)이 201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11일 스웨덴 한림원이 발표했다. 중국 국적의 노벨상 수상자는 2010년 평화상을 받은 류샤오보(劉曉波)에 이어 두 번째이며, 노벨문학상은 중국 국적인으로는 처음이다. 한림원은 이날 “모옌은 환상적인 리얼리즘을 민간 구전문학과 역사, 그리고 동시대와 융합시켰다.”면서 “윌리엄 포크너나 가브리엘 G 마르케스처럼 복잡하고 회상적인 세상을 보여 주고 있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모옌은 수상 소식을 전한 한림원 관계자에게 “매우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다.”는 소감을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1955년 중국 산둥성 가오미현에서 태어난 모옌의 본명은 관머우예(管謨業)로, ‘모옌’은 글로만 뜻을 표할 뿐 “입으로 말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문화대혁명이 일어나 학업을 포기했다. 1987년 발표한 장편 ‘훙가오량 가족’이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 소설을 장이머우 감독이 영화 ‘붉은 수수밭’으로 제작해 세계적인 작가로 떠올랐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미개발지 북한은 기회의 땅”

    “미개발지 북한은 기회의 땅”

    “요즘은 대한제국 시절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100년 전보다 더 심각하다. 중국이 더 강해지고 북한이 더 약해진다면 고구려가 중국의 땅이 되었듯, 북한이 와해하면 어찌 될지 모른다. 세계적 경제불황이 5~10년간 지속될 것인데, 갈 길을 잃은 세계 자본을 끌어올 수 있는 투자를 구상해야 하고, 그런 점에서 80%가 미개발지로 남은 북한은 우리에게 기회가 될 것이다.” 김석철 명지대 석좌교수는 10일 서울 명동 YWCA 대강당에서 주최한 ‘상생의 새 구상, 한반도 그랜드 디자인’ 학술심포지엄에 앞서 신간 ‘한반도 그랜드 플랜: 2013 대통령 프로젝트’의 구상 배경에 대해 말했다. 김 교수는 수도권과 지방, 북한의 인구가 각각 2500만명이라는 점에 착안해서 이들 3개 지역이 상생발전할 수 있는 국토개발 계획을 제시한 것이다. 김 교수는 “2013년 한반도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조직화하려면 3가지의 판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우선 수도권과 겨룰 수 있는 지방권을 단독 경제권역으로 만들어야 하고, 세종시를 수도권의 수도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둘째 판은 세계시장화하지 못한 서울·수도권이 창조적 도시산업으로 진화하고자 ‘개성공단-서울-기업도시 수원’을 하나로 연결하는 장치산업과 수도권의 인간산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판은 북한 도시 건설이다. 남한은 80%가 도시화했고, 북한은 80%를 개발해야 한다. 특히 원산항과 인천항을 동서로 연결하는 ‘한반도 대운하’ 계획과 시베리아철도와 연결할 수 있는 ‘두만강하구의 다국적 도시’ 개발을 제안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한국 古목판화 채색 없어… 中·日은 17·18세기에 발달

    한국 古목판화 채색 없어… 中·日은 17·18세기에 발달

    “중국은 17세기부터 채색판화가 발달했고, 중국의 채색판화를 받아들여 일본이 18세기 중엽부터 다색판화와 우키요에 등으로 가장 화려하게 발전시켰다. 반면 조선에서는 남송의 문인화 위주의 수묵화를 선호하다 보니 판화도 채색 판화가 없는 것 같다.” ‘한·중·일 목판화 특별전과 국제학술대회’를 기획한 한선학 명주사 주지이자 고판화박물관관장은 지난 8일 서울 인사동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한·중·일 3국의 판화를 이렇게 비교했다. 이런 비교 분석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강원도 원주 신림면 황둔리에 있는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은 오는 12일부터 올 연말까지 ‘아시아 목판화 삽화 특별전’을 연다. 특히 12~14일 3일 동안에는 ‘제3회 원주 고판화 축제’라는 이름으로 ‘한·중·일 국제학술세미나’와 ‘한·중 전통 판화시연회’ 등의 프로그램이 추가된다. 아시아 목판화 삽화 특별전은 아주 특별한 전시인데, 이 박물관이 소장한 아시아 고판화 유물 4000여점 중 목판화 원판과 삽화 200여점을 골라 선보인다. 몽골과 티베트의 목판 작품도 선보이는데, 국내에서 처음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특별전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은 일본 에도시대 소설 삼국지와 초한지 등의 목판화 원판 각각 14점과 2점 등 모두 16점과 현대 만화의 효시가 된 목판화 화가 호쿠사이(1760∼1849)의 다색 화보 삽화 등이다. 특히 호쿠사이는 유럽에 ‘우키요에’를 널리 알리며 19세기 모네·고흐 등 인상파 작가들의 작품에도 큰 영향을 미친 일본 작가 중 하나다. 일본의 목판화 삽화를 보면 일본이 왜 디자인과 미술 쪽에서 강세를 보이는지를 잘 알 수 있단다. 일본 에도시대의 삼국지는 일본 대중들이 쉽고 재밌게 읽도록 간간이 삽화를 넣었는데, 그 섬세함이 극치를 이루고 있다. 목판은 금속활자판과 달리 많이 사용하면 마모되기 때문에 돌배나무나 자작나무 등과 같이 단단한 나무를 깎아서 만든 목판화 원판으로 보통 책을 3000~5000부 정도 찍었다고 한다. 국내에 유일한 오륜행실도 목판도 선보인다. 이 목판은 지난 2006년 한 관장이 입수해 공개한 유물인데, 일제강점기 때 제 모습을 잃고 가운데 부분이 두 쪽으로 나뉜 채 4각의 일본 화로용 목함으로 변형된 상태다. 유물훼손의 사례로도 활용되는데 가장 아름다운 한글체가 오륜체였기 때문에 훼손됐더라고 그 가치는 유효하다. 한 관장은 “다색판화가 아닌 흑백판화는 국내에서도 19세기 중엽부터 언문반각본으로 많이 나왔다고 알려지고 있다. 200여개의 소설을 찍었다면 소설당 50개의 목판이 필요했고, 약 1만 장의 목판 원판이 존재해야 하는데 전쟁 중에 다 소실됐는지 여성의 분곽으로 변형된 유충렬전 목판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흔히 ‘조 대비’로 널리 알려진 신정왕후(1808∼1890)의 칠순잔치를 기록한 진찬의궤 목판도 나온다. 한 관장은 “해인사가 고려시대 목판을 소장했다면, 명주사는 조선시대 목판과 아시아의 목판을 가지고 있다.”면서 “템플스테이까지 겸해서 역사 속으로 푹 들어가보라.”고 권유했다. 명나라 때 단색 판화로 만들어진 관세음보살과 관련한 그림도 아름답다. (033) 761-7885. 글 사진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정치·도덕 분리… 유권자, 자신 버리는 후보 찾아야”

    대통령 선거가 70일 정도 남았다. 여당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로 결정됐지만, 야권의 주요 후보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단일화의 과정을 남겨 두고 있어서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주요 야권 후보는 최종적으로 한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단일화에 실패해 두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내놓은 2012년 유권자를 위한 대선 가이드 ‘선택’(자음과모음 펴냄)은 ‘누구에게 투표하라.’고 답을 주지는 않는다. 다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민주화 이후 한국인들은 어떻게 투표해 왔는지를 분석해 앞으로 어떻게 투표해야 할지 방향을 제시한다. 유권자 모두가 가장 궁금해하는 것부터 해결해 나가자. 안철수가 완주를 선언한 가운데 과연 야권의 단일화는 가능한가. 신 교수는 안철수와 문재인의 단일화에 대해 부정적이다. 게임의 룰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단일화가 성공하려면 박근혜 후보가 엄청 앞서 나가고, 안철수와 문재인 두 후보의 지지율이 하향 곡석을 그려야 한다. 또한 문 후보와 안 후보 사이의 지지율 차이가 15% 포인트 이상 벌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최악의 경우에 과연 ‘불임정당’이란 오명을 받아들일 것이냐 하는 점도 변수다. 정치에 대한 국민 의식의 변화도 요구했다. 한국인들은 ‘정치’ 하면 국가와 민족을 먼저 떠올리는데 정치를 도덕과 분리해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특정 집단이나 계층의 이익을 제도권 내로 끌어들여 실현시키는 이른바 ‘용병’들이기 때문이다. A당은 자본가나 부자를 대변하고 B당은 노동자나 서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싸움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다만 정치권의 싸움은 ‘제도라는 링’ 안에서 일어나므로 무한투쟁에 가까운 사회적 갈등과 달리 제한적이고 더 합리적이며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것이기 때문에 격려할 만하다는 것이다. 싸우지 않고 A당과 B당이 특정 계층에 이익을 몰아준다면 그것이 더 문제다. 여당과 야당의 ‘정당한 싸움’을 진흙탕 싸움으로 보도하는 언론 탓에 정치 무관심층이나 혐오층이 양산되기도 한다. 15대 총선부터 매번 국회의원의 50% 이상을 갈아치우지만 한국의 정치가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지연과 혈연, 학연에 의지하는 투표행위 탓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치라는 맹수가 국민에게 충성하도록 끊임없이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정치는 도덕이 아니라 현실적 존재이니 크리스털처럼 깨끗하라고 요구할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더러움은 인정하되 그 이상의 더러움을 규제하는 현실적 해법을 국민이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한국 정치나 정치인만 더러운 것이 아니라 선진국인 독일이나 미국도 마찬가지이니 너무 실망하지 말라고 격려한다. 신 교수는 또한 2002년과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한국인들의 선택을 분석했다. 비주류의 정치인(노무현·이명박 후보)들이 주류 정치인(이회창·정동영 후보)에 승리한 선거이고, 상대적으로 더 심각한 가난을 극복하고 민주화 경력(노무현·이명박 후보)을 강조한 후보가 더 많은 표를 받았다. 신 교수는 국민이 자신들과 비슷한 모습의 후보, 즉 ‘우리 중의 하나’를 선택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2012년 대선에서는 두 번의 대선과는 다른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고 예상하고 있다. 그는 최종적으로 “지역과 인물을 떠나 시스템으로 정치를 운영하는 자신을 버릴 수 있는 후보를 찾아보라.”고 조언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주시경 ‘말모이 원고’-‘조선말큰사전 원고’ 문화재 된다

    주시경 ‘말모이 원고’-‘조선말큰사전 원고’ 문화재 된다

    한글학자 주시경이 1911년 무렵에 붓글씨로 쓴 ‘말모이 원고’와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의 증거물인 ‘조선말큰사전 원고’가 문화재로 등록된다. 문화재청은 이와 함께 ‘국한회어’(國漢會語), ‘국어문법(國語文法) 원고’, ‘국문연구안’(國文硏究案), ‘국문정리’(國文正理), ‘전보장정’(電報章程) 등 한글 유물 7점을 566돌 한글날을 맞아 문화재로 각각 등록 예고했다고 8일 밝혔다. ‘말모이 원고’는 주시경이 중심이 돼 한글사전을 편찬할 목적으로 특별히 제작한 240자 원고지에 붓글씨로 쓴 글이다. 출판되지는 못했지만, 국어사전 역사에서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고 문화재청은 덧붙였다. ‘조선말큰사전 원고’는 조선어학회(1921년 12월 창립)가 사전 편찬을 위해 1929~1942년 작성한 역시 원고 뭉치다. 조선어 사용이 금지된 상태에서 민족의식을 고양했다는 죄목으로 조선총독부가 한글학자들을 탄압·투옥한 ‘조선어학회 사건’(1942~1943)의 증거물로 일본 경찰에 압수됐다가 1945년 해방 후 9월 8일 경성역 조선통운 창고에서 발견됐다. 1947년 한글학회가 간행한 ‘조선말큰사전’ 두 권의 바탕이 됐다. 1895년 편찬된 대역사전인 ‘국한회어’도 문화재로 등록된다. 19세기 말 음운론은 물론 어휘사와 국어학사를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로 꼽힌다. ‘국어문법 원고’는 1910년 박문서관에서 발행한 ‘국어문법’(國語文法·1910년 출간)의 주시경 친필 원고다. 국문법 연구의 효시로 순한글 표기를 시도했다. ‘한글맞춤법통일안’의 기본 이론을 세운 책이다. ‘국문연구안’은 1907년 건립된 한글 연구 국가기관인 국문연구소 연구원(주시경·이능화·지석영·어윤적·송기용 등)의 국문 연구 관련 문제에 대한 논설과 의견서를 집대성한 국문연구 결과 보고서 등사본이다. 우리 문자에 대한 최초의 체계적인 연구서로, 오늘날의 문자체계와 맞춤법의 원리를 그대로 담아 국어사적 의미가 특히 크다. 이봉운이 쓴 ‘국문정리’(國文正理)는 1897년 목판본으로 간행한 순한글 책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문법서다. 국문 존중을 강조하고, 문자 학습에 힘써 개화함으로써 국가를 부강하게 하고 민생을 튼튼하게 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전보장정’(電報章程)은 1888년 우리나라에서 제정한 최초의 전신규정(電信規程)을 담은 문헌이다. 32개 항의 조문과 전신부호, 요금 등을 규정했다. 훈민정음 창제 이후 최초로 한글의 기계화가 이루어진 결과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한글날 내년부터 쉴까

    문화체육관광부(문화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의 여야 의원들이 한글날을 공휴일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은 8일 의사진행 발언에서 “한글날이 공휴일 지정에서 빠진 것에 대한 우려와 (재지정) 요구가 있다.”며 “마침 한글날을 앞두고 공휴일 지정을 위한 결의안을 초당적으로 처리하고 시작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한글날은 1949년 국경일로 지정돼 공휴일로 지내 왔지만 쉬는 날이 많아 노동생산성이 떨어지고 기업 비용 증가로 경제적 손실이 크다는 이유로 1991년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됐다. 전 의원은 또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연구로는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할 때 문화 여가 부문과 관광여행 관련 지출로 생산 유발 효과는 1조 8000억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8000여억원, 취업 유발 효과는 1만 7000여명, 세수유발 효과는 590억원 등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야당 간사인 최재천 의원도 “여당 간사인 조해진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은 한글날을 공휴일로 복원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법안 발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연간 2~3억 적자 나지만 한식 세계에 계속 알릴 것”

    “연간 2~3억 적자 나지만 한식 세계에 계속 알릴 것”

    “아버지는 1950년대에 저렴하고 속을 든든하게 채울 설렁탕을 내놓았고 저는 21세기 한국의 여유를 담은 수준 높은 퓨전 한식을 내놓고자 합니다.” 오청(47) ‘시·화·담’ 대표는 5일 한정식 레스토랑 시·화·담 개관 1주년을 맞아 그동안 선보인 한국 요리를 소개한 푸드 스토리 화보집 ‘아름다운 한국 음식 세계를 향해 날다’를 선보이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시·화·담은 전국에 직영점 42개를 보유한 중견기업 ‘신선설농탕’으로 유명한 한식 전문 외식기업 쿠드가 지난해 8월 문을 연 레스토랑으로, 서울 이태원 본점과 인사동 분점이 있다. 시·화·담이 개발한 요리에 이야기를 입혀 내놓은 이번 화보집은 눈으로 보기에도 즐겁고 먹으면 입도 즐거운 음식 100가지가 들어 있다. 도다리로 만든 어만두 요리를 소재로 섬진강 매화꽃 풍경을 그려낸다거나 깊은 산속 풍경에 산양산삼과 토종 벌꿀을 담아내는 식이다. 한국 도자기에 서양 입맛을 고려한 퓨전 한식이 주 메뉴이다 보니 서양 바이어를 접대하기 위해 시·화·담이 주로 활용된다. 오 대표는 이번 화보집을 모두 3000부 발행해 1000부는 주한 외국 대사관, 해외 한국 대사관과 문화원 등지에 일부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다. 국내에 판매하는 초판 500부에는 ‘시·화·담’ 서울 인사동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3만 5000원 식사권을 넣었다. 한양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뒤 가업을 잇기 위해 조리사자격증을 취득했다는 오 대표는 신선설농탕 체인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시·화·담의 매달 2000만~3000만원의 적자를 메우고 있지만 “한식을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누군가 이런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현대사회 질병’ 암·이혼·성폭행 등 콕콕 찌르듯 다뤄

    “그놈의 육포, 누가 맛있어서 씹는 줄 아니? 미워서, 지긋지긋하게 미워서 씹는다. 외로워서라고, 사람이 그리워서 씹는 거라고. 육포를 씹으면 사람냄새가 난다고 이년아.”(136쪽) 육포 사업을 하다가 망한 아버지는 광우병 파동 끝에 육포 공장에 목을 매달아 죽었고, 반지하 월세방으로 내려앉아 생활고에 떠밀린 엄마는 노래방 도우미를 나간다. 늘 술냄새를 풀풀 풍기며 한밤에 들어오는 엄마는 지긋지긋한 육포를 싸서 온다. 대형마트 식품 직원과 계산대 직원으로 만나 결혼한 아빠와 엄마의 데이트는 늦은 밤 근처 공원 벤치에서 캔맥주, 육포와 함께였다. 젊은 여자는 젊은 남자 앞에서 육포를 우적우적 씹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지만, 젊은 남자는 “씹어 봐요. 그저 입에 넣고 무심히 씹기만 하면 점점 단맛이 나거든요. 그러다 보면 나중엔 육포 중독자가 될 걸요.”라고 했단다. 박향의 소설집 ‘즐거운 게임’(산지니 펴냄)에 나오는 단편 ‘육포 냄새’다. 인생이 육포처럼 그저 꼭꼭 씹기만 하면 점점 단맛이 나면 좋으련만, 인생은 발 딛는 곳마다 지뢰밭이고 날마다 교통사고가 나는 곳이다. 고등학생인 나는 자살을 꿈꾸고, 엄마는 33평 아파트의 중산층에서 곤두박질쳤다. 엄마의 노래방 손님이 떨어뜨리고 간 휴대전화에서는 “내가 죽어서 당신 가슴에 평생 죄책감을 심어주겠다.”는 여자가 등장하기도 한다. 흔히 자살자를 독하다고 하지만,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가는 독한 마음이 ‘우리’에게 있어 살 수 있는 것 같다. 압착 프레스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내리꽂는 세상에서 맨정신으로 어떻게 살아가란 말이냐. 표제작 ‘즐거운 게임’은 더 가관이다. 파출부인 나는 민숙씨네 집에 일을 나간다. 민숙씨와 그녀의 남편은 각각 바람을 피운다. 그리고 스티커 사진이나 연애편지 등 바람의 흔적들을 여기저기 흘리고 다닌다. ‘나’의 남편과 비슷했다. 남편의 바람을 감지하고 추락하던 느낌을 받았던 ‘나’는 남편이 취중 운전을 하다가 먼저 죽어버려 더 잃을 것도 없었다. 그런 ‘나’를 두고 딸은 “죽은 남편 때문에 인생 전부를 지옥으로 만들지는 않는다구. 난 지금 즐거워.”라며 발악을 한다. 생계를 위해 때밀이로 나선 ‘나’의 앞에 남편의 애인 박윤서가 나타나기 전에는 말이다. 박윤서에게 ‘나’는 나름대로 복수를 한 뒤 가사 도우미로 나섰다. 그리고 ‘나’는 민숙씨의 빈집에서 거품 목욕을 즐기고 옷장을 뒤져 ‘야사시’한 슬립으로 갈아입고 나서 침대에 누워 있다. 읽는 내내 민숙씨나 그의 남편이 벌컥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어쩌나 조마조마한데, ‘나’는 한 술 더 뜬다. 내 몸이 내뿜는 열기에 과열된 전열기처럼 타오르기 전에 남자가 나를 발견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부산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1994년 등단한 19년차 소설가 박향의 단편소설들은 현대사회의 질병인 암, 불륜, 자폐증 소녀에 대한 성폭행, 이혼 등을 손가락으로 콕콕 찌른다. 박향의 소설 속의 가족은 더는 따뜻한 보금자리가 아니다. 해체돼 너덜거리는 가족 관계에서 홀로 상실과 외로움을 견디며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극심한 상실을 겪더라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는가? 하고 작가는 묻고 있다. 암 선고를 받고 절망하는 남편 앞에 정자은행을 통해 임신한 아내의 모습이 그렇고, 애인과 헤어졌으나 아이를 낳기로 한 여자나, 새엄마를 건사하느라 노처녀로 늙어가는 학교 체육선생이 떠나간 애인의 아내에게 희망의 빵을 건네는 모습이 그러하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문학 새 책]

    ●만(卍)·시게모토 소장의 어머니(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김춘미·이호철 옮김, 문학동네 펴냄) 여체의 아름다움에 대해 악마적인 탐닉으로 독자적인 문학세계를 구축한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작품이 처음으로 번역됐다. ‘만’(卍)은 만 자처럼 남녀 넷이 얽히고설키며 펼치는 애욕의 세계를 그린 작품으로, 요부 미쓰코와 그녀의 마력에 빠진 사람 3명을 통해 성이 인간을 어떻게 파멸시키는지 탐구한다. 고려대 김춘미 명예교수가 번역했다. ‘시게모토 소장의 어머니’는 여든 살 노인이 젊은 아내에게 느끼는 집착과 애정이 잘 묘사된 작품이다.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이호철이 유려하게 번역했다. ●어느 뜨거웠던 날들(리타 윌리엄스-가르시아 지음, 곽명단 옮김, 돌베개 펴냄) ‘흑표범당’은 흑인 민권운동의 파란만장한 역사 중에서 가장 뜨겁고 논쟁적인 발자취를 남겼으나 극좌 폭력 단체라는 이미지에 갇혀 있다. 1968년을 배경으로, 자유를 찾겠다며 가족을 등진 엄마를 찾아간 어린 세 딸의 눈을 통해 흑표범당이 추구했던 흑인 민권운동의 실체를 보여준다. 저자는 니키 조반니의 시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혁명적인 것은 함께 살면서 사랑하기, 타고난 본디 자신을 해치지 않기”를 인용해 이 소설의 주제의식을 보여줬다. ●본 슈프리머시 1·2권(로버트 러들럼 지음, 남명성 옮김, 문학동네 펴냄) 제이슨 본의 이름을 알린 영화 ‘본 시리즈’의 원작소설이다. 40개국 32개 언어로 출간돼 전세계 3억 부가 팔린 ‘지구적’ 베스트셀러다. 지난 2001년 심장마비로 사망한 저자는 1980년대 스파이 스릴러 붐을 이끌었고, ‘본 아이덴티티’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으로 이어지는 시리즈는 저자의 작품 중 최고로 손꼽힌다. 홍콩반환협정 체결을 앞두고 민감한 국제정세를 배경으로 사투를 벌이는 외로운 제이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위안부, 어떻게 풀 것인가

    위안부, 어떻게 풀 것인가

    아산정책연구원은 10일 연구원 강당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를 주제로 국제회의를 연다. 아산정책연구원은 “헌법재판소 판결 1주년을 맞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단체와 국제사회가 한국정부와 어떻게 협력해 나가야 할지 살피고 조속한 문제 해결을 위한 공공외교 정책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윤예림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원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일지’를 보고하고,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의 박기태 단장, 미국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 통과에 힘을 보탰던 사회운동가 애너벨 박, 미국 뉴저지주 팰리사이드파크 시의 제이슨 박 부시장,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 등이 주제 발표를 한다. ●中거주 위안부 할머니 사진전 한편 국립대구박물관에서는 11월 4일까지 안세홍 사진작가가 2001년부터 중국에 남겨진 위안부 할머니의 일상과 내면을 찍은 사진들을 전시하는 ‘겹겹重重프로젝트’를 연다. 할머니들의 잊혀진 이름과 척박한 땅에서의 홀로서기의 아픔, 그리움과 분노가 사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6일 전국민족단체協 발대식

    오는 6일 충남 천안국학원에서 전국 100여개 민족단체가 연대한 전국민족단체협의회(이하 전단협) 발대식이 열린다. 전단협은 지난달 21일 서울국학원에서 창립총회를 연 뒤 초대 대표회장에 장영주 원장을 선출했다. 전단협은 이번 발대식에서 “개천절이 우리나라의 시작인 건국절이라는 본래 의미를 되찾고 대통령이 반드시 개천절 행사에 참석함은 물론 단기연호 병기 사용을 위한 연호에 관한 법률개정을 하루빨리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할 예정이다. 3일 개천절은 단기 4345년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정약용은 과연 주자학을 뒤엎고자 했을까

    ‘매천야록’의 저자 황현(1855~1910)은 구한말 개혁이 신통치 않아지자 정약용(1762~1836)을 떠올리며, 그가 있었더라면 고종 황제의 개혁에 큰 힘을 보탤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광무개혁을 진행하던 고종 황제의 주변에 소수의 군왕주의자들이 있었으나 이들은 정치적 기반도 사상적인 힘도 크지 않았던 탓이다. 함규진 서울교대 윤리교육과 교수가 쓴 ‘정약용-조선의 르네상스를 꿈꾸다’(한길사 펴냄)는 자주 인용되는 정약용을 좀 깊게 읽어보자고 주문하고 있다. 성균관대 정치학과를 나온 함 교수는 ‘정약용 정치사상의 재조명’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대중들이 읽기 쉽도록 역사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학자다. 이를테면 ‘고종, 죽기로 결심하다’(자음과모음 펴냄) 등과 같은 책이다. ‘한길사 인문고전 깊이읽기’ 시리즈 열한 번째인 ‘정약용’ 편에서 함 교수는 “당대의 천재이자 실학자로 신화화된 정약용을 객관적으로 다시 살펴봐야 한다.”면서 “다산이 실학의 대표선수라지만 그는 마르크스가 헤겔을 뒤집듯 주자학과 정면으로 충돌하여 깨끗이 뒤엎어버린 사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함 교수는 ‘목민심서’, ‘경세유표’, ‘중용자잠’, ‘맹자요의’ 등 다산 정약용의 방대한 저작을 꼼꼼하게 분석한 뒤 “정약용은 실학자라기보다 스스로를 유학자로 생각하고 행동한 인물”이었다며 “오늘날의 기준으로도 손색 없는 민주주의자나 자유주의자도 아니고, 시대를 앞서가는 천재 과학자도 아니었다.”고 한다. 상식을 기초로 경전을 해석하고 세상을 바꾸려한 유학자였는데, 실사구시·이용후생 등의 단어와 어우러지면서 대표적인 실학자로 알려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이지만 고종이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1901년에 간행토록 지시하면서 정약용의 이름값이 더 올라간 측면도 배제할 수 없겠다. 유학이 구닥다리 사상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되는 21세기에 다산 정약용을 읽을 필요가 뭐가 있을까 싶을 수도 있겠다. 함 교수는 “지금까지 쌓아온 성과를 내팽개치고 새로운 사상에만 열중한다면 문화적 주변부, 사상적 식민지성을 지속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사상적 주체로서 한국적 사상의 모델을 만들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고교친구로 쫓고 쫓기는 검사 vs 뽕쟁이

    고교친구로 쫓고 쫓기는 검사 vs 뽕쟁이

    ‘“[천국의 문] 한 잔의 술이 절절히도 그리운 밤에는 올드팝을 들어요.” 윤진호는 그렇게 방제와 카피를 붙여 개인음악방송국을 개설하고, 여느 때처럼 수만 곡의 음악이 랜덤으로 선곡되어 연속적으로 송출되도록 마우스를 눌렀다.’(247쪽) 15년 동안 외환은행에서 근무하다 소설가로 전직한 전동하(57)가 쓴 장편소설 ‘천국놀이’(나남 펴냄)는 마약전담 검사로 뼈가 굵은 대검찰청 마약수사마스터인 백강훈과 잘나가던 증권맨에서 30대에 ‘뽕쟁이’로 전락한 H증권의 윤진호가 벌인 19년간의 쫓고 쫓기는 과정을 담았다. 실화가 바탕이 된 소설로, 대구 출신의 주인공 백강훈 검사와 윤진호는 ‘불알친구’이자 경북고 동기동창이다. 작가는 28일 “경북고 동기동창인 정대표 전 검사가 공직을 마감하면서 ‘국내 마약류의 유통 및 남용의 실태, 마약수사관의 삶을 들려주어 마약류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켜 주고 싶었다’고 해서 쓰게 됐다.”고 했다. 백강훈·윤진호가 고교 동기동창으로 극과 극의 삶을 살아온 이야기를 역시 경북고 동기동창인 전동하가 엮은 것이다. 셋 다 묘한 인연이다. 최근 ‘우유주사’(프로포폴)가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천국놀이’는 마약이 인간을 어떻게 파멸시키는지를 잘 묘사했다. 마약은 알게 모르게 우유주사와 같은 예쁜 이름으로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 피로와 스트레스에 찌든 현대인에게 피로회복제와 정력증강제, 다이어트약, 예뻐지는 약, 또는 최음제로 소개되면서 말이다. 이를테면 ‘술 한 잔 할래?’라는 표현을 일상적으로 쓰는 우리 사회에서, 술 한 잔은 0.3g의 필로폰(히로뽕)을 증류수에 탄 마약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이것을 ‘작대기 1개’라고 부른다. 또 선수는 선수를 알아본다고, ‘한 잔의 술이 절절히도 그리운 밤’과 같은 표현을 ‘뽕쟁이’들은 눈치 빠르게 알아듣고 ‘고사바리’라고 하는 소규모 소매업자의 돈주머니를 채워 준다. 뽕쟁이들은 재활에 몸부림치다가도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며 포기한다. ‘한 번 마약은 영원한 마약’이라는 마약수사대의 ‘폭탄주 건배사’는 이들의 끈끈한 의리와 열정을 표현하는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마약의 수렁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경계의 뜻이기도 하다. 2001년에야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된 염산날부핀이 남용되는 사례, LSD 등 마약을 사기 위해 20대의 젊은 남자가 자신의 신장을 3000만원에 팔아넘기는 상황은 보기에도 두렵다. 한국에서 연간 마약사범은 1만명 이상 검거된다. 그래서 박봉에 시달리며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마약수사관들은 회의에 빠진다. 함박눈이 펑펑 오는데 왜 계속 빗자루를 들고 눈을 쓸어야 하느냐 말이다. 대학 동기동창들이 백 검사에게 술자리에서 “출세하려면 청와대, 법무부, 대검, 투수부 같은 데 가서 줄서고, 빽도 찾고, 약게, 약게 좀 살아보라.”고 권하지만 “다들 그렇게 양지만 찾아다니면 음지는 누가 지키냐? 소는 누가 키우고, 돼지우리는 누가 손볼 거냐고.”라고 일갈하는 그는 함박눈 오는 날 눈을 쓰는 사람의 소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마냥 손을 놓고 있으면 어찌되겠냐. 마당에 눈이 계속 쌓여서 마당도, 지붕도, 사람도 모두 파묻히지 않겠냐. 나는 함박눈을 깨끗이 계속 쓸어내겠다.”고. 실제 수사기록을 참고했다는데 할리우드식 범죄영화에 익숙한 시선으로 보면 범죄자들이 너무 단순하고 무지하게 마약을 거래한다. 소설이라기보다는 르포르타주를 읽는 기분이 들 수도 있겠다. 글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석가탑 전면 수리… 1000년만에 속살 공개

    석가탑 전면 수리… 1000년만에 속살 공개

    경주 불국사 대웅전 안뜰 서쪽에 서 있는 삼층석탑(석가탑·국보 21호)이 고려 현종 15년인 1024년 해체 수리된 이래 약 1000년 만에 전면적으로 해체해 수리된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7일 경주시·불국사와 함께 ‘경주 불국사 삼층석탑 해체수리 보고회’를 갖고, 탑의 상륜부 중 가장 꼭대기를 장식한 구슬 모양의 보주를 해체했다. 해체된 보주가 내려오자 이날 불국사 대웅전 안뜰에 삼삼오오 모여 석가탑의 해체의식을 바라보던 불자들과 스님, 300여명의 관람객들은 “와~” 하는 감탄사와 함께 일제히 박수를 쳤다. 보주는 임진왜란이 한창이던 1596년 벼락을 맞아 파손된 채 방치됐다가 1970년 전북 남원 실상사 동서3층석탑의 상륜부를 모방해 복원해 놓은 것이었다. 배병선 국립문화재연구소 경주석조문화재보수정비사업단장은 “금세기 최대의 석탑수리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만큼 규모가 클 뿐 아니라 석가탑 전체를 드러냈다가 다시 쌓아 올린다는 점에서 여타 석탑 해체 복원과는 성격이 확연하게 다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배 단장은 석가탑을 해체 복원하게 된 배경에 대해 “2010년 12월 정기 안전 점검 결과 1층 탑신을 받치는 상층 기단의 뚜껑돌에서 길이 1.32m, 최대 폭 5㎜의 틈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통일신라시대 석탑의 원형인 석가탑은 상륜부의 보주 균열을 비롯해 노반 모서리 파손, 3층 우주 파손, 1층 탑신 파손, 상층기단 뚜껑돌 균열과 벌어짐 3곳 등 훼손된 곳이 수십여곳에 이른다. 석가탑은 상륜부·탑신부·기단부가 위로부터 순서대로 해체되고, 탑신 1층 중앙 사리공(舍利孔)에 있는 사리장엄구는 수습하며, 기단 내부를 채우는 돌무더기(기단 적심)도 해체될 예정이다. 기단부 밑의 땅속도 조사해 유물이 확인되면 발굴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번 해체·수리작업은 2014년 12월 완료된다. 석가탑의 조성 시기는 1966년 부분 해체해 수리할 당시 2층 탑에서 발굴된 ‘불국사 서석탑 중수기’에 기록된 신라 경덕왕 원년(742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국유사에는 신라 경덕왕 10년(751) 김대성이 건립했다고 기록돼 있다. 그러나 삼국유사는 고려 말에 쓰여진 것이고, ‘불국사 서석탑 중수기’는 고려 초인 1038년 정종 4년에 쓰여진 것이므로 건립 시기에 관련해서는 중수기가 더 믿을 만하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석가탑은 고려 현종 15년(1024)에 해체 수리된 이래 지진피해로 정종 2년(1036)과 정종 4년(1038)에 각각 다시 수리됐다. 1966년 부분 해체·수리는 도굴범들이 두 차례나 6t이 넘는 2층 옥개석을 밀어내고 탑신(塔身)에 들어 있는 사리함을 훔치려고 탑을 훼손하면서 이뤄졌다. 당시 부분 해체되면서 중수기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인쇄물 ‘무구정광대다라니경’(국보 제126호)이 발견됐다. 이번 해체 복원에는 총 30억원 규모의 예산이 책정됐다. 경주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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