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혼선 돌파 카드? 단순 ‘아이디어’ 차원?
노무현 대통령의 ‘민주 또는 민노당과의 연합정부 구성’ 발언의 배경에 대해 여권의 고위 관계자들도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여소야대’상황 돌파를 위해 노 대통령이 특유의 정치적 감각을 가지고 진행할 ‘대형 프로젝트’인지,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인지 명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노 대통령이 지난 1월 민주당의 김효석 의원에게 교육부총리직을, 추미애 전 의원에게도 입각 의사를 타진하기도 했던 터라 ‘연정 구성’이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 치부하기는 어렵다.
문희상 의장은 3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민노당과의 공조에 대해 “민주정당에서 정책 공조는 당연한 것”이라면서 “‘정책 연합’은 ‘낮은 단계의 통합’”이라고 말했다. 문 의장은 그러나 민노당과의 연정에 대해서는 “정책 연합의 정도에서 하면 되는 것”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지난달 24일 ‘8인 회의’에는 ▲청와대 문재인 민정수석, 이강철 시민사회수석 ▲이해찬 국민총리, 정동영 통일부 장관, 정동채 문화부 장관, 김근태 복지부 장관,▲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 정세균 원내대표가 ‘당연직’으로 참석했다. 당·정·청 협력을 위해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 김병준 정책실장, 열린우리당 원혜영 정책위의장이 가세,‘11인 회의’로 확대된 셈이다.
●‘부담스러운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
노 대통령이 ‘민노·민주당과의 연정 구성’을 입에 올린 배경으로 여권 일각에서는 10월 재보선과 내년의 5·30 지방선거를 손꼽고 있다.
지난 4·30 재보선이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구 6곳에서 모두 패한 열린우리당은 결국 의석 과반수에서 밀려난 146석이 됐고, 한나라당은 125석이 됐다.146대 153의 여소야대 정국이다. 유전게이트, 행담도 사건, 부동산가격 폭등 등으로 정부 여당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호남 민심이 이반되는 상황에서의 선거였다. 문제는 ‘서울 성북을’을 포함해 6곳 정도로 예상되는 10월 재보선에서도 여론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당이 ‘숫자’로 국정 운영을 하지는 않는다지만, 실제로 정책을 입안할 때 ‘여소야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고민이다. 또한 장관들이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아니라, 해임건의안을 내는 야당의 눈치를 보게 될 수도 있는 게 현실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로 헌법재판관·대법원장·국무위원 등에 대한 대통령 임명권이 제약받는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사사건건 야당과 공조하기는 어렵다.”면서 “그렇다면 여권으로선 ‘DJP연대’와 같은 연정도 좋은 카드가 아니겠느냐.”고 애드벌룬을 띄웠다. 합당이 아니므로 국민적 저항도 적을 것이라는 기대다.
●민노당과 ‘개혁연대’냐, 민주당과 ‘지역연대’냐
민주노동당과 연대할 경우에는 ‘개혁연대’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비정규직 문제 등 노동관련 법안의 국회 처리 등에서 민노당의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문제는 ‘표’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민주당과 연대한다면 ‘지역연대’가 된다. 수도권 등에서 호남 민심이 이반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여당의 ‘합당론’에 대해 강력한 거부감을 표현하고, 또 “애초에 왜 분당을 했느냐.”는 비판이 제기될 게 뻔해 어려움이 적지 않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