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현장 읽기] 국내銀 FTA후 성장전략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이 우리나라 금융산업, 특히 은행들에 큰 충격을 몰고 올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문가들은 타결 후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1997년 이후 외국 은행들이 현지법인 형태나 지부 형태로 국내 진출을 활발히 해왔기 때문이다.
하준경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금융시장은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과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국제통화기금(IMF)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면서 “한·미 FTA타결로 금융시장 특히 은행부문에서 영향은 크지 않지만, 우리 은행들이 선진금융 기법을 습득하고, 금융시스템을 선진화하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물안 개구리인 은행들
10여년 전부터 해외 은행에 시장을 개방해 놓았지만, 국내 은행은 시선을 밖으로 하기보다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의 이자마진만을 추구하는 경영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20여년 전과도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권혁세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은 1일 “이윤을 적극적으로 찾아나가는 기업정신을 가진 은행이 필요하다.”면서 “20년전 재정경제부 사무관으로 금융을 맡았을 때나 지금이나 거의 변한 것이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당시에도 ‘금융이 기업의 짐이 되지는 말자.’고 해왔는데, 여전하다는 것이다. 권 국장은 “내부에 눌러앉아 있어도 경영이 가능했기 때문 아니겠느냐.”면서 “은행의 체력이 아직 약하지만, 해외로 나가서 시장을 개척하고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용로 금감위 부위원장도 “외환위기 전 기업대출로 혼쭐이 난 은행들이 1997년 이후에는 고객의 돈을 받아서 소호대출을 했고, 최근 5년간은 부동산 담보대출로 옮겨가는 ‘쏠림현상’이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같은 쏠림현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금융리스크 확대 등으로 은행의 안정적 수익구조에 큰 주름이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은행의 개방 수준
우리나라 금융 개방 상태는 선진국 수준이라고 한다. 외국인 주식·채권투자를 전면 자유화했다. 때문에 국내 주요 은행들의 외국인 주식보유 비율은 평균 62.89%에 이른다.▲국민은행 84.49% ▲하나은행 79.56% ▲외환은행 73.33% ▲대구은행 66.60% ▲신한지주 63.46% ▲부산은행 62.46% ▲우리금융지주 10.35% 등이다.
국내 은행들이 안방에서 안주하고 있을 때 외국계 은행과 외국은행 지점들의 국내시장 개척 실적은 놀라웠다. 시장점유율은 1998년 7.4%에서 7년만인 2005년 현재 총자산 기준으로 11.6%로 확대됐다. 외국자본에 팔려 외국계 은행이 된 SC제일, 외환은행, 한국씨티은행 등까지 포함하면 2005년 현재 총자산기준으로 29.6%까지 늘어난다. 전체 시장의 3분의1수준에 육박한다.
은행 부문에서 거의 유일한 제약은 ‘국경간 공급(안방에서 송금 및 인출이 자유로운 상태)’의 제한이다. 그러나 한국뿐 아니라 미국도 지급결제기능의 중추인 자국내 은행을 보호해야 하는 만큼 이 부문의 개방을 주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미 FTA 타결후 해결할 은행 과제들
외환위기 때 세계 100대 은행이 필요하다는 일정한 합의가 있었고, 국내은행들은 덩치를 키우는 데는 나름대로 성공을 거뒀다.2006년 현재 자산규모로 국민은행이 51위, 우리은행이 87위, 신한은행이 88위, 농협이 96위에 올랐다. 그러나 수익성, 성장성, 건전성 등 재무적 측면에서의 경쟁력은 선진국 은행에 비해 여전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OECD의 ‘은행 수익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은행이 총이익에서 비이자이익(예금·대출로 벌어들이는 것을 제외한 것)이 차지하는 비중은 13.1%에 불과해, 최하위권이다. 세계 주요국 은행의 평균인 37.9%에 한참 못 미친다. 이는 국내 은행들이 예금으로 대출이나 해주는 ‘저비용-저수익’사업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행 소매금융에서 기업금융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인력구성 역시 후진국형이다. 국내은행의 전문인력은 8.9%에 불과해 싱가포르의 51.3%, 홍콩의 43.8%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임을 보여주고 있다.
국제금융, 파생상품, 리스크 관리 등의 전문인력이 부족한 만큼 관련 인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