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뜨나
경기회복 기대감을 키우는 ‘청신호’가 여기저기서 커지고 있다. 경기에 앞서 움직이는 주가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깨뜨리면서 31일 코스피지수는 1700선을 돌파했다. 주요 경제연구소들도 지난해 말 발표했던 예상치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잇따라 수정,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고 환율도 여전히 불안해 수익성 개선까지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의 체감 경기도 아직 온기가 없다.
●전문가 “조정없는 주가 상승 고민”
‘조정은 기다리면 오지 않는다.’는 격언을 확인시키듯, 코스피지수가 지난 5월11일 1603.56을 기록한 이후 불과 13거래일 만에 1700고지를 넘어섰다. 코스피지수는 올해 들어 2개월가량 등락을 보이며 상승 기대감에 대한 회의를 심어줬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조정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도 했었다. 그러나 3월 초부터 강력한 반등을 시작,3월6일 1402.93으로 1400선을 넘어선 이후 26거래일만인 4월11일 1513.42로 1500선을 뚫었다. 이후에도 조정을 예상하는 애널리스트들이 많았으나 예상이 빗나갔다.
주가는 경기의 선행지수로 앞으로 경기가 좋아질 것임을 말해준다. 그러나 조정없는 주가 상승에 증시전문가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대우증권 조재훈 투자전략부장은 “현재 국내 증시는 수급과 심리의 선순환구도가 꺾이지 않고 있지만 원자재 상승에 따른 긴축 우려감과 함께 2·4분기 실적이 나오게 되는 2분기 말 또는 3분기 초 한차례 변동성이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조업 BSI 3분기 105… 2P 증가
대한상공회의소가 31일 발표한 ‘3분기(7∼9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BSI 전망치는 105를 기록했다. 전분기(103)보다 2포인트 올랐다.100을 넘으면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고 보는 기업이 나빠질 것이라고 보는 기업보다 더 많다는 의미다. 올 1분기(1∼3월)에 87을 찍은 이후 2분기 연속 급상승 추세다. 전국 1564개 제조업체를 조사했다. 손세원 산업조사팀장은 “주식시장 활황과 꾸준한 수출 증가세, 민간소비 회복 기미 등이 BSI 전망치를 크게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의 실제 체감경기를 말해주는 업황 BSI도 석달 연속 상승, 경기회복 기대감을 키운다. 한국은행이 전국 2483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 같은 날 발표한 ‘5월 기업경기 조사결과’에 따르면 제조업 업황 BSI는 87로 지난달보다 2포인트 올랐다.2월 이후 석달째 상승세다.
●원자재값 상승·환율 불안 최대 복병
하지만 여전히 100을 크게 밑돌아 기업 현장에서 느끼는 경기지수는 아직 차가운 편이다. 경기 회복을 예단하기는 복병들이 적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상의와 한은의 조사에 응답한 제조업체 모두 경영 애로 요인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을 첫번째로 꼽은 것은 이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 개선 기미가 없는 경상이익, 불확실한 경제상황 등도 걸림돌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들의 경기 전망은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중소 제조업체 1500개사를 대상으로 ‘6월 업황 전망 건강도 지수’(SBHI)를 조사한 결과,92.4로 나타났다. 전달(96.0)보다 더 떨어졌다. 중기중앙회측은 “원자재 가격 급등과 환율 하락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 지수는 BSI보다 조사항목을 좀 더 세분화해 산출한 것이다.BSI와 마찬가지로 100을 밑돌면 경기가 더 나빠질 것으로 보는 업체가 그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업체보다 많다는 뜻이다. 실제 경기상황을 말해주는 5월 실적 지수도 86.9를 기록,3개월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문소영·강주리기자 symu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