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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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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구제금융 합의 이후 국내 시장은

    미국 정부와 의회가 28일(현지시간) 70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안에 대해 잠정 합의를 함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단기적으로 외환시장의 달러부족 사태가 해소되고, 외국인들의 주식매도도 진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장기적으로는 안심하기 이르다는 지적이다. 지난주 원·달러 환율은 5거래일 연속으로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달러당 1160원을 돌파했다. 채권시장도 일주일간 약세를 보이면서 3년물 국채금리가 두 달만에 6%선을 넘었다. 반면 주식시장은 구제금융법안의 의회통과를 기대하며 미국 증시와 동조하지 않고 상승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합의를 통해 미 의회가 금융위기 해소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시장에 남아 있던 불안 심리는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이 다소 안정을 되찾고 여전히 1500선을 넘지 못하고 있는 주가가 반등하는 데에도 힘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그동안 구제금융안이 ‘의회에서 보류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금융시장에 비관론이 제기됐는데 이번 합의로 불안 요인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 기근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외환보유액에서 100억달러를 꺼내 스와프시장에 개입하기로 했던 기획재정부도 한숨 돌리게 됐다. 정부 관계자는 “달러 유동성이나 국내외 금융시장 안정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며 “좀 더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도 “장기적 효과는 한계”라고 말한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구제금융이 합의될 것은 예상됐던 내용이고 구제 금융에 따른 미국의 재정적자 부담이 얼마나 늘어날 것인지 등 불안 요인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임지원 JP모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부실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고, 미국 재정악화에 따른 부작용도 남아 있는 상황”이라면서 “특히 10월 금융기관들의 실적 발표가 시작되면, 그 여파로 시장이 다시 출렁거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원화 유동성도 ‘꽁꽁’

    달러 유동성에 이어 원화 유동성 경색도 심각하다. 26일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전날보다 0.19%포인트 폭등한 7.85%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2001년 5월2일 7.87% 이후 7년4개월 만에 최고치다.5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0.08%포인트 오른 6.04%였다.‘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이후 국내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유동성 확보를 위해 국고채를 팔았던 것이 이제 회사채로 옮겨 갔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전세계적인 신용위기로 국내 회사 및 금융기관 등에서 발행한 회사채·은행채 등에 대해 불안해하는 심리가 가중되고 있다.”면서 “때문에 일부 금융기관의 회사채를 중심으로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금융시장에서 우량 중소기업을 흑자도산으로 몰아 넣고 있는 환위험회피 파생상품인 ‘키코(KIKO)’로 피해를 보는 금융기관들이 나타날 것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익명의 한 금융회사 직원은 “통계로 아직 보고되지는 않았지만 최근 지방을 중심으로 부도맞는 회사들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특히 지방 중소 조선업체들이 원자재 가격 급등과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도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스와프시장 개입도 원화 유동성을 말리고 있다. 스와프시장에서 달러를 파는 만큼 원화를 사기 때문이다. 즉 정부가 스와프 시장에서 100억달러을 매도할 경우, 원화 11조 5000억원 정도의 통화가 정부로 흡수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미국發 금융위기] 외화유동성 경색 이유·전망

    [미국發 금융위기] 외화유동성 경색 이유·전망

    미국발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가 고갈되고 있다. 26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167원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급기야 외환당국에서 외평채 100억달러를 스와프시장에 공급하기로 했지만 결국 이날도 환율은 상승했다. 달러를 사려는 사람은 많고, 공급하는 주체는 주춤거리기 때문에 유동성의 수혈도 상승을 막을 수 없었다. 다만 달러 유동성의 경색 정도를 보여주는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선물 환율과 현물 환율의 차이)가 26일 마이너스 1원 50전으로 전날 마이너스 5원 50전에서 큰 폭으로 상승해 경색이 완화되는 조짐을 나타낸 것은 다행이다. 숨통이 다소 트인 것이다. 통상 스와프포인트는 이자 등 미래 기대수익률을 반영해 선물환율이 현물환율보다 높아 그 차이가 2∼3원이 돼야 한다. ●‘악재’만 반영하는 원·달러 환율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은 달러의 약세를 초래했다. 달러 약세=원화 강세여야 맞다. 그러나 원화는 계속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를 보여왔다. 달러 약세의 원화가치 상승 압력보다 유가 상승의 원화가치 하락 압력이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7월 말 경상수지 누적적자가 78억달러이고, 자본수지 누적적자는 110억 1000만달러에 이른다.7월 말 은행의 1년 미만 단기외채(차입)도 144억 2000만달러다. 달러가 말라가고 있다는 의미다. 임지원 JP모건 수석애널리스트는 “원화는 신흥시장 통화로 분류돼 글로벌 신용경색이 나타나면 가치가 하락하는 속성이 있고 한국경제의 기초체력도 약화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 통화에 비해 절하폭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 구제금융 통과돼야 전문가들은 환율 상승이 멈추기 위해서는 먼저 미국의 신용위기가 진정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7000억달러의 구제금융안부터 의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한다. 근본적으로는 미국 주택가격의 하락이 멈춰야 하는데 내년 상반기까지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둘째, 경상수지가 흑자로 반전돼야 한다.4·4분기에 경상수지가 개선된다는 전망이지만 충분한 수준의 흑자로 전환되지 않으면 환율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도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내년에도 경상수지는 적자를 보일 것”이라고 했다. 셋째,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순매도가 멈춰야 한다. 올 초부터 26일 현재까지 외국인의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순매도 규모는 28조 5908억달러.5월 9219억원 순매수를 제외하고 8개월 내내 팔고 있다. 비중도 29.52%로 연간 최저로 떨어졌다. 외국인들이 주식 매도를 줄이는 것은 세계적인 신용경색이 그쳤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스와프 시장 외환 스와프(Swap)란 서로 다른 통화를 교환하고 일정 기간 후 원금을 재교환하는 거래다. 현물환과 선물환을 서로 반대방향으로 동시에 매매한다. 선물환율과 현물환율 차이가 스와프포인트인데, 선물환율이 현물환율보다 높아 그 차이가 2∼3원이 된다. 스와프포인트가 마이너스란 것은 손해를 감수하면서 달러를 긴급히 조달하겠다는 의미다.
  • 저소득층, 경기둔화 ‘직격탄’

    저소득층, 경기둔화 ‘직격탄’

    저소득층이 경기둔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반면 5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은 자산증대 가능성이 높아져 양극화가 심화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08년 9월 소비자동향조사(CSI) 결과’에 따르면 9월 중 월소득 100만원 미만 저소득층의 현재 생활형편CSI는 전월보다 9포인트나 하락한 57을 기록했다. 지수의 절대치도 낮지만,100만∼500만원 이상 소득계층에서 지수가 0∼3포인트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급락한 것이다. 생활형편전망CSI도 전월보다 6포인트 하락한 82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에 비해 3포인트 상승한 97을 기록한 월소득 500만원 이상 고소득층과 대비된다. CSI가 기준치인 100보다 높으면 ‘나아졌다.’는 응답이 많고,100 미만이면 ‘나빠졌다.’는 답변이 많다는 뜻이다. 9월 중 월소득 100만원 미만 계층의 가계수입전망CSI도 전월에 비해 8포인트나 하락한 89를 기록했다. 반면 월소득 5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의 경우 전월에 비해 5포인트 상승한 105를 기록했다. 이는 저소득층의 경우 경기둔화 등으로 향후 가계수입이 감소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반면, 고소득층의 경우 앞으로 수입이 늘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저소득계층은 현재의 경기에 대해서도 비관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9월 중 전체 현재경기판단CSI는 전월에 비해 2포인트 올랐지만 월소득 100만원 미만 계층의 경우 전월에 비해 5포인트 하락했다. 이규인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저소득층은 경기악화로 고용이 불안해지는 등 직접적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한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4%로 전월의 4.0%에 비해 올라갔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올해 1월 3.2%에서 3월 3.5%,5월 3.8%,7월 4.5% 등으로 상승 추세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금융위원장 “금산분리 완화 내주 발표”

    미국발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금융규제 완화가 예정대로 추진된다.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이 되는 고가 주택의 기준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정돼도 현행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유지된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25일 모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규제완화 계획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미국과 달리 우리는 과도하고 불합리한 규제가 남아 있기 때문에 글로벌 금융위기를 빌미로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규제 완화 등 금융정책 방향을 수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금산분리 완화와 관련해서는 “은행의 경직된 소유구조를 개선하고 은행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폭을 넓혀 주는 것”이라며 “국회에 제출할 정부 안을 다음주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日 단카이 세대 기술자 영입해야”

    “日 단카이 세대 기술자 영입해야”

    대일 무역 적자가 해가 거듭될수록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어 국가적 차원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일 무역 적자를 축소하기 위해 핵심부품 소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구체적으로 2009년까지 한시 적용하는 기업의 연구개발비에 대한 조세특례를 확대하고, 일본 단카이 세대(일본 고도성장기의 주역) 퇴직 기술자를 국내에 영입하는 등 방안도 제시됐다. 한국은행이 24일 펴낸 ‘대일 무역역조 고착화의 원인과 향후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8월 대일 무역 적자 규모는 232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대일 적자 규모인 299억달러의 77%에 이르는 액수다. 1965년 한·일 국교 수립 이후 한국은 일본과의 무역에서 줄곧 적자를 내 왔으며 그 규모도 1990년 59억달러에서 2000년 114억달러,2007년 299억달러로 빠르게 늘어왔다. 따라서 대일 무역 역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면 중소기업의 양적인 발전 외에 기업의 원천 기술개발 등 질적 발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대일 무역 적자액 가운데 부품소재 비중이 60%를 웃돌아 부품 소재를 중심으로 적자가 고착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IT산업의 핵심 부품 소재와 장비의 대일 수입 의존도를 보면 LCD용 유리가 82.5%,LCD·PDP 제조장비는 77.4%, 실리콘웨이퍼(반도체 부품)는 69.6%에 이르는 등 대부분 일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한은 조사국의 김진용 차장은 대일 역조를 개선하기 위해 중소기업 활성화 등 10∼20년 이상 안목을 가지고 중장기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2009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연구개발(R&D) 조세지원 제도를 영구화하고, 선진국 기업과의 인수·합병(M&A)을 통해 핵심부품 소재의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일본 단카이 세대의 퇴직 기술자를 국내 기업에 영입하는 문제도 고려할 것을 당부했다. 김 차장은 “중소기업 등 국내업계를 중심으로 일본 단카이 세대를 영입해 핵심부품의 기술수준을 한 단계 도약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활발하다.”면서 “이들을 국내에 영입할 때 어떻게 대우할까가 영입의 변수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단카이 세대는 제2차 대전 이후 일본의 경제부흥을 이끌었던 최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세대로서,2007년부터 퇴직을 시작하는 약 700만명을 말한다. 일본 정부는 이들이 기업을 본격적으로 떠날 경우 젊은 세대로 기술이전이 이뤄지지 않을 것을 우려해 임금피크제 도입,65세로 정년연장 등을 통해 재취업 등을 알선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이공계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과 보수, 고용 불안정성 등으로 실업계·이공계 학생들이 급감하는 것에 대한 대책도 주문했다. 실업계 고등학생 수는 2000년 29만 1000명에서 2006년 16만 2600명으로, 공대학생들도 2001년 21만 1000명에서 2006년 14만 5000명으로 줄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미국發 금융위기] 美 신자유주의 경제이론 ‘종언’

    최근 20년간 정설로 받아들여지던 미국식 경제이론들이 붕괴되고 있다. 좀더 정확하게는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미국 경제·금융을 좌지우지해온 ‘시카고학파’의 경제이론의 붕괴이자 신자유주의의 철학의 붕괴다. 1930년대 대공황 때 정부의 개입을 강조했던 케인스 학파와 구별되는 시카고 학파는 밀턴 프리드먼이 대표적인 경제학자로 ‘가격만능주의’ ‘정부개입 최소화’ 등을 신봉해 왔다. 즉 시장의 자율성과 작은 정부, 규제완화, 감세 등을 강조한다. 현재 MB(이명박 대통령의 영어 이니셜)경제의 이론적 배경이다.●자본에 국적이 없다? 외환위기 때 집권한 김대중 정부는 국내 일부 경제학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를 국내에 들여왔다.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을 완전 개방했고, 외화유동성 경색을 돌파하기 위해 주요 은행들과 기업들을 해외 자본에 매각하며 ‘자본에 국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발생한 미국내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선진국 펀드들은 2007년과 2008년 국내 주식·채권시장에서 가차없이 자금을 빼내갔다. 특히 지난해 25조원, 올 초부터 지난 19일 현재까지 28조원 등 53조원이나 유출해 갔다. 그 결과 원·달러 환율은 급상승하고, 채권시장도 망가지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같은 값이면 모국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만큼 자본에도 국적이 있다.”고 말한다.●대마불사는 없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이사회 의장은 1990년대 일본에 부동산 버블로 금융시스템 위기가 왔을 때 부실한 금융기관들을 파산시키라는 조언을 했다. 시장에서 실패하면 도태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일본은 그럴 수 없다고 했다.그린스펀은 그같은 상황을 후진적이라며 ‘정실·체면 자본주의’라고 폄하했다.20여년 뒤 미국에 비슷한 부동산발 위기가 오자 미국 정부는 금융시스템 붕괴를 구한다며, 사기업인 AIG에 구제금융 850억달러를 비롯해 추가로 7000억달러(700조원)를 쏟아붓기로 했다. 미국은 이들이 파산할 경우 충격이 너무 커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잘난 척하던 미국도 대마불사로 돌아섰다.●시가평가로 시장의 위기를 예방한다? 2004년 신용카드 위기가 왔을 때 정부는 외국인 채권단 등에 ‘시가평가를 일시 정지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했으나 거부당했다. 미국 등 이른바 선진 금융들은 시가평가만이 시장에서의 실패를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해 시가평가를 강화해 왔다. 그러나 시가평가는 미국의 기초자산인 주택 가격이 하락하자 모기지와 관련한 파생상품들이 폭락하면서 금융기관의 부실이 쌓이고 다시 파생상품 가격이 폭락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며 위기를 증폭시키는 뇌관의 구실을 했다. 하 교수는 “금융기관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시가평가가 불가피하지만, 개선안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민영화가 최선?미국 정부가 대형 모기지 회사인 패니매, 프레디맥에 200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한 결정은 민영화했던 이 두 회사를 다시 국유화하는 의미다.1980년대 이래 작은 정부가 최선이라고 강조해 왔던 부시 정부로서는 이같은 국유화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세계 금융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과거의 정설을 다 뒤로하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미국發 금융위기] 美도 ‘잃어버린 10년’ 늪 빠지나

    [미국發 금융위기] 美도 ‘잃어버린 10년’ 늪 빠지나

    미국 정부가 ‘세계적 금융공황’을 막기 위해 월스트리트에 70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 구제금융이 미국 경제를 일본식의 장기불황의 ‘늪’으로 밀어넣을 것이라는 우려를 확산시키고 있다. 미국에도 ‘잃어버린 10년’이 도래할 것인가.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론(비우량주택담보대출)위기와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의 닮은 점과 다른 진단해 본다. ●장기 저금리정책이 낳은 부동산 버블 올해 미국의 위기와 1980년대 말 닥친 일본의 위기는 모두 장기 저금리 속에서 이윤에 눈이 먼 금융기관들이 무리하게 대출경쟁을 벌이면서 씨를 뿌렸다. 일본은 1985년 ‘엔화강세 유지’를 용인한 플라자 합의가 경기를 악화시키자 1989년 5월까지 금리를 5.0%에서 2.5%까지 내렸다. 금융자율화와 규제완화 정책도 덧붙여져 중소기업과 개인에 대한 부동산대출이 무분별하게 확대됐다.1989년의 주가는 1985년과 비교해 3배로 올랐고, 땅값은 그보다 3년 뒤 역시 3배로 올랐다. 미국은 2000년 정보통신(IT)버블이 붕괴되고 경기가 침체되자 정책금리를 6.5%에서 1년만에 1%대로 내렸다. 이같이 초저금리는 2004년 6월 긴축으로 들어갈 때까지 유지됐다. 이에 금융기관들은 총대출한도 100%를 웃도는 ‘점보대출’을 해줘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을 잉태시켰다. 주택가격은 1997년에서 2006년까지 190% 상승했다. 일본은 1987년부터 긴축금융으로 전환해 금리를 2.5%에서 다시 6.0%로, 미국은 2004년부터 2007년 9월까지 1.0%에서 5.25%로 회귀했다. 이같은 양국의 긴축금융은 부동산 가격을 하락시키고 연이어 금융기관 부실채권을 늘리면서 유동성 위기를 초래했다. 그 결과 일본의 주식가격은 반토막이 났고 땅값도 4분의1로 하락했다. 버블이 터진 뒤 20년 가까이 된 현재도 예전 가격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주택가격은 현재 정점과 비교해 약 20%밖에 하락하지 않았다. 주가도 18% 안팎의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 등이 변수 한국은행은 당시 일본의 손실규모가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20%인 99조엔이지만, 미국의 현재 손실규모는 명목GDP의 6.9%에 불과해 1∼2년 뒤에 미국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즉 일본식의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장기불황이 나타나지는 않는다고 봤다. 미국은 일본이 가지고 있던 과잉설비, 과잉부채, 과잉고용과 같은 3대 과잉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 덧붙인다. 그러나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 전문가들도 있다. 첫번째 이유는 모기지 부실을 가져온 미국의 집값 하락이 아직도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다.190% 오른 집값이 20% 하락했다면 아직 버블이 제거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둘째, 집값 하락이 멈추지 않으면 투자은행들이 이들 모기지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설계해 판매한 부채담보부채권(CDO)과 보험사들은 이 채권을 보증한 보증보험(CDS)의 부실은 계속 커지고, 금융기관들의 부실은 눈덩이처럼 계속 불어날 수 있다. 위기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발빠른 대응을 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미국 대통령 선거가 암초다. 부시 정부의 레임덕이 진행되는 가운데 민주당이 공화당에 이로운 결정을 쉽게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미국發 금융위기] “이 책을 읽어라”

    [미국發 금융위기] “이 책을 읽어라”

    지난 16일 인터넷 포털 인기검색어에 이수만과 보아가 떴다.‘이수만씨가 메릴린치를 인수했다.’는 소문 탓이다. 전날 미국에서 ‘BoA(Bank of America) 메릴린치 인수·합병’이라는 기사가 나오자 가수 보아의 소속회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사장이 세계적인 투자은행(IB) 메릴린치를 인수한 것으로 오해한 것이다. 세계 금융시장이 하나로 통합돼 외국의 금융위기가 실시간으로 한국시장에 전달되면서 나타난 웃지 못할 해프닝이다. 최근 언론들이 국제 금융시장 위기에 대한 기사를 쏟아내면서, 대체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국내 금융 전문가들도 미국 신간을 읽어보며 미국발 금융공황의 원인과 해법을 탐구하기에 여념이 없다. 무엇을 읽고 대응할 것인가. 윤용로 기업은행장은 23일 찰스 P 킨들버거의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를 읽어볼 것을 권했다. 윤 행장은 이 책을 지난해 서브프라임모기지론(비우량주택담보대출)부실이 본격화되던 시점에 읽었다.17세기 화폐변조 시대와 네덜란드에서 벌어진 튤립 광기부터 1987년 블랙먼데이,1997년 아시아의 외환위기,2001년 아르헨티나 페소화 위기까지 지난 400년간 전세계적으로 발생한 수십 차례의 금융위기를 분석한 책이다.1980년대에 들어서 ‘금융위기 10년 주기설’ 등이 소개된다. 이응백 한국은행 투자운용실장은 ‘라이어스 포커’ ‘천재들의 실패’를 추천한다. 라이어스 포커는 1980년대 최고의 IB였다가 씨티그룹에 인수·합병된 살로먼 브러더스에서 채권매니저를 했던 마이클 루이스의 체험기다. 미국 모기지 채권을 만들어낸 당사자들이 살로먼 브러더스 모기지 채권팀으로, 미국 금융법 개정의 이면, 정크본드의 실상, 월가 금융회사들의 인수·합병의 이면에 감춰진 탐욕과 야망이 나온다.‘천재들의 실패’는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두 명의 천재적 경제학자와 살로먼 브러더스에서 인정받은 존 메리워더가 세운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사의 성장과 몰락에 관한 책이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이용해 수시로 설계한 상품을 팔며 월가의 총아로 각광받던 헤지펀드인 이들은 러시아가 디폴트를 선언하는 순간 파산에 들어간다. 오문석 LG연구원 상무는 그린스펀의 ‘격동의 시대’의 일독을 권한다.‘세계의 경제대통령’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을 20년 가까이 한 앨런 그린스펀의 자서전. 자신의 정치적 관계까지 아주 솔직하게 써내려가 읽기 수월하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금융위기의 시작이 그린스펀이 뿌려놓은 씨앗이라는 점이 명확해지는 순간, 미국 언론들의 그린스펀 비난이 이해될 것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미국發 금융위기 수습되나] 국내 금융불안 요인 5가지 체크 포인트

    [미국發 금융위기 수습되나] 국내 금융불안 요인 5가지 체크 포인트

    ‘미국발 금융 쓰나미’가 전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하는 상황에서 국내 금융의 불안요인을 체크하는 지표들 5가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들 지표가 악화되면 금융시장이 요동을 친다. 첫번째 ‘펀드런’의 가능성이다. 투자자들의 펀드환매가 대규모로 나타날 경우다. 인천의 D증권사의 한 지점장은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로 코스피지수가 심리적 지지선인 1400을 뚫고 하향하자 투자자들의 펀드 환매 문의가 빗발쳤다.”면서 “1400선 이상에서는 환매문의를 하면 ‘지금 팔면 손해다.’고 설득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몹시 화를 내면서 환매해달라고 요청해 약세장이 지속되면 어려울 수 있겠다.”고 토로했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펀드런’이 일어나면 국내외 펀드들이 모두 타격을 입게 된다.”면서 “정부에서 펀드수수료 인하나 세제혜택 등을 통해 이를 방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둘째 은행권의 외화대출 가능성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 유동성이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만기가 돌아오는 외화대출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한은 등은 지난 3월 원·달러 환율이 930원대에서 980대로 치솟자 외화 대출을 최장 1년간 연장할 수 있도록 유동성을 공급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현재 외화대출 잔액은 486억 9000만달러로, 달러화가 332억 3000만달러, 엔화가 138억 5000만달러 등이다. 엔화 대출이 2007년 중에 감소하기는 했지만, 달러·엔화 대출 모두 증가한 수치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환율이 1130∼1150원 선에서 움직이고 있는데, 돌아보면 지난 3월 갚아서야 했던 것”이라고 말한다. 국민은행은 최근 “만기일 이전에도 환율이 유리하면 조기상환될 수 있도록 하라.”는 ‘외화대출 관련 유의사항´을 지점에 내려보내기도 했다. 셋째 외국인 투자자들의 증권 순매도 현황을 살펴야 한다. 미국 정부가 구제금융을 7000억달러 투여하기로 함에 따라 19일 22일 양일간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섰다. 하지만 연초부터 9월19일 현재까지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28조 1704억원으로 지난해 1년간의 순매도 규모 24조 7117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코스피에서 외국인의 비중도 30% 아래로 추락한 29.87%다. 외국인들이 주식시장에서 순매도를 계속할 경우 외환시장에서 달러 부족 현상이 가속화되고, 원·달러 환율이 치솟을 수 있다. 넷째 외국인 투자자들의 채권매수 동향이다. 정부에 따르면 현재 외국인들은 7월 한달을 제외하고 매월 국고채를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난다. 문제는 금융선진국이라는 유럽쪽에서 채권을 팔고, 태국 등 외환위기 가능성이 제기되는 나라에서 채권을 매수하고 있다는 것. 또한 외국인 채권매수가 또한 단기외채를 증가시키기 때문에 대외적 불안요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외국인 채권보유액은 500억달러가량 된다. 다섯째 가계의 부동산 담보대출의 연체율이다.6월 말 현재 ‘0.7%’로 1%미만의 연체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연체율이 빠르게 치솟으면 ‘한국판 서브프라임모기지부실’을 우려해야 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요동치는 세계금융-한국시장의 앞날] 따로 노는 경제부처 금융불안 더 키웠다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리먼 브러더스와 관련해 개별 금융기관들의 피해가 얼마가 되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것은 금융위 소관이다.”라고 답변해 눈총을 받았다. 강 장관은 또한 산은의 리먼 인수와 관련한 질문에도 “보고받지 못했다.”고 답변해 의원들을 실소케 했다. 대통령도 힘을 실어줬다는 ‘경제 컨트롤 타워’의 답변은 아니었다. 이에 대한 답변은 국회 정무위에서 나왔다. 같은 날 민유성 산은 총재는 정무위에서 리먼 인수와 관련해 “금융위원회와 협의했다.”고 답변했다. ●위기상황 효과적 대응 역부족 지난 18일 5년물 국고채 금리가 0.29%포인트가 폭등했다.5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이었다. 자금 사정이 악화된 증권사들이 보유하던 국고채를 내다 팔았기 때문이다. 이를 파악한 한국은행은 이날 오후 3조 5000억원의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각해 시장에 공급했다. 왜 한은은 증권사로 바로 자금지원을 안했을까. 한은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기관은 국내 시중은행”이라면서 “증권사의 자금경색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소관”이라고 말했다. 결국 금융위와 금감원이 위기상황에서 제 때 움직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국제금융·국내금융 ‘이두 체제’ 미국발 ‘금융공황’에 정부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금융정책의 분리를 꼽는다. 이명박 정부는 재정부의 국내 금융파트를 떼어내 금융위원회로 넘겼다. 금융위가 국내 금융기관 및 금융정책 전반을 책임지도록 하고 재정부는 환율과 외환 등 국제금융만 관리하도록 한 것이다. 문제는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금융시장이 완전히 개방되면서 국내금융과 국제금융을 정책적으로 따로 관리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예를 들자면, 올 초에 원·달러 환율 폭등으로 외환시장이 불안해지면서 국내 금융기관들의 외화 차입 여건이 나빠졌다. 또한 외환 관련 파생상품인 키코(KIKO)를 판 은행과 키코를 산 중소기업 사이에 분쟁이 발생했다. 이처럼 국제금융과 국내금융이 동전의 앞뒤처럼 얽혀 있다.‘9월 위기설’로 국내 주식·채권·외환시장이 큰 폭으로 출렁댔지만 알고보면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도화선이다.HSBC의 외환은행 인수 문제나 산업은행의 리먼 인수 추진 문제도 국내적이면서도 국제적인 금융 현안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두(二頭)마차처럼 정책이 분리되다 보니 위기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었다. 정보력과 대처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청와대 내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닫고 국내외 금융 분리 6개월만에 “다시 합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금융위, 금감원 관계도 ‘삐거덕’ 금융위의 금감원에 대한 지휘·감독권 약화도 도마에 오른다. 과거 금감위원장이 금감원장을 겸임할 때와 달리 금감원이 과거 10년처럼 ‘빠릿빠릿하게’ 호흡을 맞추지 못한다고 금융위측은 비판한다. 위상이 추락한 금감원은 ‘재주는 곰(금감원)이 넘고, 이익은 상인(금융위)이 본다.’고 불만을 표시한다. 여기에다 금융위는 강남에, 금감원은 여의도에 서로 떨어져 있어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국제금융을 금융위로 이관하고, 금융위는 여의도로 돌아가 금감원을 지휘·감독하도록 하는 등 금융감독 체계를 다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요동치는 세계금융-한국시장의 앞날] (상) 꺾이는 투자은행 대세론

    올 2월까지 미국에는 세계적 투자은행(IB) 5개가 있었다. 부동의 1위 골드만삭스를 필두로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리먼브러더스, 베어스턴스 등이었다.IB는 세계 금융을 선도했고 한국을 비롯한 각국이 추종했다. 투자를 해서 손쉽게 이익을 얻는 IB는 여수신을 통해 이윤을 남기는 전통적 금융기관인 상업은행(CB)을 앞서간 미래적 금융기관의 모델로 여겨졌다. 그러나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론(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은 이런 IB들에 굴욕을 안겨 주었다. 지난 3월 5위인 베어스턴스는 상업은행인 JP모건에 인수됐고,6개월 뒤 4위 리먼브러더스는 파산했다.3위 메릴린치는 같은 날 상업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인수·합병됐다.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남은 ‘빅2’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역시 와코비아나 HSBC 등 상업은행과의 짝짓기를 시도하고 있다. ‘한국형 IB’의 모델로 삼고자 했던 IB들이 모두 몰락한 것이다. 미국의 금융산업이 상업은행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금융산업의 글로벌 스탠더드가 바뀌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따라서 한국형 IB 육성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내년에 시행을 앞두고 있는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에 따른 각종 규제완화 및 헤지펀드·사모펀드·정크펀드 육성화는 준비되지 않은 국내 금융산업을 위기에 몰아 넣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형 IB의 탄생이라는 산업은행 민영화 및 한국개발펀드(KDF)에 대한 우려도 높다. 국회 및 정치권에서도 “산업은행 민영화를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석태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19일 “이번 대형 IB의 몰락이 한국 금융시장에 주는 교훈은 IB가 허상이라는 것”이라면서 “마침 자통법이 시행되기 전에 미국 IB가 상업은행들에 인수·합병되면서 금융시장이 ‘유럽식 은행 모델’로 돌아가는 모습을 잘 지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국내 금융기관들이 ‘도달 가능한 IB 모델’로 점찍어온 호주의 매쿼리 그룹의 주가가 연초와 비교해 60% 이상 하락하며 금융 위기에 노출되고 있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자통법 시행으로 IB가 중심이 돼 금융시장이 재편되고,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가 풀릴 경우 현재 수준의 감독 능력으로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환위험회피 파생상품인 ‘키코(KIKO)’ 거래로 중소기업들이 흑자도산의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 대표적인 부실화된 감독으로 지적된다. JP모건의 임지원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기 수축기에는 IB들이 몰락하고, 경기 확장기에는 IB들이 금융시장을 지배하는 역사가 80년대 이래 지속돼 왔다.”면서 “금융산업을 안정적으로 꾸려 가기 위해서는 IB의 공격성을 제어하고, 높은 레버리지(신용창출)를 완충할 수 있는 상업은행과의 결합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경제가 10년 호황을 뒤로하고 수축기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IB의 퇴출과 상업은행의 부상은 너무 당연하다는 것이다. 권혁세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은 이에 대해 “자통법에서는 미국식 순수 IB를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미국 금융시장에서 일어나는 상업은행+IB의 결합한 금융기관을 육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용창출 규모도 리먼이나 메릴린치처럼 자기자본의 30∼40배가 아닌 3∼4배로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어 위험이 적다.”고 설명했다. 자통법 내에 건전성 강화는 물론 투자자 보호, 신용파생상품에 대한 사후감독 강화 등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자통법 자체의 문제보다는 규제를 풀게 되면 금융기관들이 ‘뛰어가기’ 시작할 텐데 금융감독 당국이 과연 사후적으로 그들의 움직임을 관리감독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신용창출 규모가 3∼4배로 적다고 해도 빚이 결국 자기자본의 3∼4배인데 미국 IB보다 10분의 1이니까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신용파생상품의 성격이 규제와 조세를 회피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감독이 뒤쫓아가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미국發 금융위기] 美유동성공급 ‘응급처방’… 2조弗 더 필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주요 5개국 중앙은행과 협력해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는데, 유럽 증시는 왜 나흘째 하락했을까?AIG 구제금융을 850억달러 지원할 때도 왜 하락했을까. FRB가 달러 유동성을 670억 달러에서 약 3배 수준인 1800억 달러를 추가로 공급하기로 한 뉴스가 알려지면서 폭락하던 아시아 증시가 낙폭을 줄인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경제전문가들은 FRB의 결정이 내려진 시간이 현지 시각으로 새벽 3시인 점과 규모면에서 AIG 구제금융 850억달러에 비해 두 배를 넘는 등으로 파격적이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그런 조치로는 “아주 부족하다.”고 덧붙인다. 안병찬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미국 정부가 서브프라임모기지론(비우량주택담보대출)발 부실이 도화선이 된 미국 금융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느껴진다.”면서 “그러나 이같은 유동성 공급은 임시방편일 뿐이고 근본적으로 한국의 외환위기 때와 같이 막대한 규모의 공적자금이 투여되어야 한다.”고 말했다.안 국장은 “미국 뉴욕 증시가 18일 유럽증시와 달리 400포인트 이상 상승하면서 4% 이상 폭등한 것은 정리금융공사(RTC) 설립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라면서 “그러나 진짜 RTC가 설립되는지, 부실채권을 어떤 규모로 떠안을 것인지에 따라 앞으로 국제 금융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변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오석태 씨티은행 부장도 “유동성 공급보다는 미국 정부가 구제금융으로 국내총생산(GDP)의 약 10∼15%를 넣어야만 금융위기를 잠재울 수 있다.”면서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했다.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한국정부는 공적자금을 약 70조원 넣었다. 이는 당시 명목 GDP 491조원의 14%에 해당하는 액수다. 현재까지 공적자금 투여규모는 112조원으로 2007년 명목 GDP 901조원의 비중으로 볼 때 12.3%다. 같은 맥락으로 미국의 GDP규모가 13조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1조 3000억∼2조달러 수준의 공적자금이 재정에서 투여돼야 위기를 가라앉힐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이번 금융위기에서 사용한 구제금융 규모는 겨우 3000억달러에 불과하다. 양대 모기지회사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2000억달러와 AIG그룹에 850억달러 등 모두 2850억달러다. 앞으로도 천문학적 액수가 더 들어가야 한다는 의미다. 역설적으로 미국정부가 RTC를 통해 약 2조달러 규모의 부실채권을 처리하겠다는 식의 뉴스가 나온다면 세계적인 금융불안은 가라앉을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AIG에 대한 구제금융이 발표됐던 17일 아시아 증시가 폭등했지만, 미국이나 유럽증시가 반등하지 않았던 이유도 FRB가 너무 강하게 구제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미국·유럽 시장관계자들은 AIG를 정부가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청산에 가까운 구조조정을 한다고 봤다는 것. 일각에서는 ‘AIG 안락사’라는 표현도 나온다.FRB의 AIG 구제금융 조건은 3개월물 리보(Libor)금리 3.2%+가산금리 8.5%로 대략 연 12%의 대출금리를 내야 하는 것이다. 구제 내용이 얼마나 충실한지 잘 봐서 투자에 참고해야 한다.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미국發 금융위기] 롤러코스터 증시… 코스피지수 4.55% 폭등

    [미국發 금융위기] 롤러코스터 증시… 코스피지수 4.55% 폭등

    미국·중국발 희소식에 금융시장이 또 급회전했다. 19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55%(63.36포인트)나 폭등한 1455.78에 마감했다. 이런 상승률은 올 들어 두번째로 높았다. 오전 10시51분에는 선물가격 급등으로 5분간 프로그램 매수 호가 효력을 정지하는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코스닥지수도 전날보다 2.93%(12.70포인트) 오른 446.46에 장을 마쳤다. 외환시장 역시 1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3.6원 내린 1139.7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를 중심으로 5개국과 함께 전세계에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한 것이 환율에 호재로 작용했다. 채권금리는 전날 폭등과 달리 이날 급락했다.5년 만기 국고채 금리의 경우 전날보다 0.10% 포인트 하락하며 5.85%로 장을 마감하는 등 다소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문소영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미국發 금융위기] 환율 날벼락에… 키코發 연쇄부도 우려

    미국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반등하자 통화옵션 상품인 ‘키코(KIKO)’발 연쇄부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코스닥 상장사 태산엘시디는 키코 가입 이후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결국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영업이익이 파생상품 거래 손실을 감당하지 못해 도산한 것으로 지난해 매출 6343억원을 올린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3441억원, 영업이익 114억원을 거둔 중견 기업이다.그러나 환율급등으로 올 상반기에만 자기자본의 129.1%에 달하는 806억원의 키코 거래 평가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파생상품 손실이 자기자본 대비 30%를 넘는 코스닥 상장사는 총 11개사다. 성진지오텍의 경우 올 상반기 파생상품 손실이 1448억원으로 자기자본(1605억원) 대비 90%에 달한다. 선우ST는 상반기에만 자기자본의 37.34%인 271억원의 파생상품 손실을 봤으며 STX엔진도 상반기 파생상품 손실이 933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31.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 가운데 IDH는 상반기 파생상품 손실로 이미 자기자본 잠식 상태에 빠졌고 에스에이엠티는 상반기 파생상품 손실이 803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97.76%에 이르렀다.또 디에스엘시디는 상반기 파생상품 손실이 516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44.96%, 심텍은 파생상품 손실이 493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40.4%에 달했다. 이 밖에 코맥스, 재영솔루텍, 제이브이엠 등도 상반기 파생상품 손실이 자기자본 대비 30%를 넘었다.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미국發 금융위기] 美 금융불안 ‘수출한국’에 먹구름

    [미국發 금융위기] 美 금융불안 ‘수출한국’에 먹구름

    현재까지 미국발 금융불안이 우리나라 수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미국발 금융위기가 미국 경기침체는 물론 전 세계 실물경제에 타격을 입히고, 이로 인해 전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경기가 둔화하게 되면 수출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을 이루는 우리나라의 경우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론(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에 이어 ‘중국판 서브프라임모기지론 부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한국의 앞날은 험난하기 짝이 없다. 국제원유 가격이 1배럴당 80달러대로 하락하고 있어서 중동에 대한 수출이 감소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원유값 하락… 중동 수출 감소 우려도 우리나라의 올해 1∼8월 수출증가율은 21.1%로 지난해 14.6%보다 훨씬 높은 상황이다. 고유가와 해외 금융불안으로 2·4분기 유럽·일본 등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고,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는 가운데서 선방한 것이다. 양재룡 한국은행 국제수지팀장은 “중국과 중동·중남미 등 원유 수출국 등 자원부국에 대한 수출증가율이 아주 높아 선진국의 경기둔화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올 1월에서 7월까지 주요국에 대한 수출증가율을 살펴보면 지난해보다 높은 수출증가율이 나타나는 이유가 드러난다. 중국은 27.9%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7.3%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중남미 수출증가율도 34.1%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2.2%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일본도 석유·경유 등을 수출해 16.0% 수출증가율을 보여 지난해 0.9% 감소한 것과 대조를 보였다. 다만 미국에 대한 수출증가율은 2.7%로 지난해 8.8%에 비해 큰 폭으로 줄었다. ●연말까지는 밀어내기… 내년이 문제 월별 수출증가율을 보면 1월 14.9%에서 꾸준히 상승해 6월 화물연대 파업으로 수출증가율이 16.5%대까지 떨어졌지만,7월에 35.7% 증가율을 보이며 만회했다.8월에도 수출증가율은 18.7%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연말까지는 밀어내기 수출이 있어 4분기에 수출증가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문제는 내년이다. 미국의 금융불안이 실물경제로 확산되면서 소비가 큰 폭으로 위축될 경우 한국에서 중국으로,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어지는 수출의 선순환 구조가 끊길 가능성이 있다. 경제성장률 증가분의 80%를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는 중소기업·대기업의 경영악화로 이어지고, 구조조정 및 근로자 해고로 이어질 경우 실업률이 증가하게 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미국發 금융위기] 美 집값 가파른 하락세…위기 끝 안보인다

    [미국發 금융위기] 美 집값 가파른 하락세…위기 끝 안보인다

    “미국 정부의 현재 정책들은 금융시스템 붕괴를 막아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한 것이지, 회복을 위한 노력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임지원 JP모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18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세계최대 보험사인 AIG에 구제금융 850억달러를 투입한다는 발표를 한 날 이렇게 잘라 말했다. ●“회복 아닌 악화 막기 위한 조치” 리먼브러더스가 파산을 선언한 15일 이후 미국 대형 투자은행(IB)의 연쇄 파산 가능성 등으로 불안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루비니 뉴욕대 경제학 교수는 한 칼럼에서 미국 투자은행의 1·2위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도 대형 상업은행과 합병하지 않으면 위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실제 모건스탠리는 HSBC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외신은 전하고 있다. 신원섭 한국은행 해외조사실 종합분석팀장은 “미국 정부나 AIG, 리먼, 메릴린치 모두 어떻게 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지, 실제로 어떻게 수습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신 팀장은 “가장 근본적으로는 여러 성격의 모기지론(주택담보대출)을 섞어서 만든 부채담보부채권(CDO)의 기초 자산인 미국의 주택가격이 하락을 멈춰야 한다.”면서 “주택가격 하락이 지속되면 CDO의 부실수준이 더 커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모기지론(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이 본격화된 지난해 8월부터 주택가격은 매월 2∼3%씩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미국 20대 도시의 주택가격을 지수로 나타내는 ‘S&P 캐이스 실러’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주택가격은 전년동기보다 0.1% 하락을 시작으로 올해 5월까지 9개월 동안 15% 하락하는 등 가파르게 떨어졌다. ●금융부실 예상보다 크고 진행 빨라 일부 미국의 경제전문가들 중에는 미국 주택가격이 현재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는 등 비관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최대 62조달러 규모로 파악되는 보증보험(CDS)을 청산하는 아주 복잡한 문제도 걸려 있다.CDS의 경우 채권·채무관계 파악이 어렵다는 것이 정설이다. 전 세계 금융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전제조건인 미국의 주택경기 회복은 요원한 일이라는 것이 문제다. 미국의 금융부실이 예상보다 훨씬 크고, 부실이 드러나는 속도도 무척 빠르게 진행되면서 미국 경기가 회복되는 시점이 ‘늦어도 올 하반기’에서 ‘내년 하반기’로 이미 밀려났기 때문이다. ●“금융계 실적발표 10월까지 혼란 계속” 대형 IB들의 파산 등으로 일자리가 축소되면서 실업률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것도 경기 회복을 더디게 하는 악재다. 지난해 8월 미국의 실업률은 4.7%였지만,13개월이 지난 현재 실업률은 6.1%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실업률이 이처럼 높은 상황에서 개인소비에 경제성장률의 60%를 의존하고 있는 미국의 경기 회복은 늦어지는 악순환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최소한 짧게 잡아도 대형IB들과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실적을 발표하는 10월까지 혼란스러운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미국發 금융위기] 한숨 돌린 국내 금융시장

    ‘리먼브러더스 파산’의 여파로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졌던 한국 금융시장이 미국발 호재로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세계적인 보험회사 AIG에 85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한다는 소식이 투자심리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이를 반영하듯 국내 증시에서 매도공세를 벌였던 외국인들이 순매수로 돌아서면서 시장은 ‘안정모드’ 분위기로 선회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채권시장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는 등 금리인하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채권금리가 올랐다. 전문가들은 대외 악재에 유독 민감한 국내 금융시장은 당분간 살얼음판을 걸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AIG라는 급한 불은 껐지만 또 다른 복병이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 신용경색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실물경제마저 둔화하고 있어 금융시장이 완전한 진정세로 접어들기에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다. 따라서 증시는 반등 추세가 이어지기보다는 당분간 횡보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환율은 증시의 상황에 따라 1100원대를 넘나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의 한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급등락이 있을 수 있고, 최종적으로는 워싱턴뮤추얼 등의 유동성 문제 해결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의 외환전문가는 “환율 하락은 미국발 금융불안이 빠르게 진정되면서 외국인들의 주식매수가 살아나 달러 매수요인들이 적었던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 투자은행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어 주가·채권·원화 하락 등의 트리플 약세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신동준 현대증권 채권분석팀장은 채권금리의 폭등에 대해 “단기급락에 대한 경계심리가 발동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 ‘9월 위기설’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5년만기 국고채 금리가 한때 6.05%까지 상승했다가 외국인들의 채권 매수로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 이날 조정됐다는 것이다. 이어 “FOMC의 금리동결로 한국은행이 빠른 시간 내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없다고 시장에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성태 한은 총재가 “미국 중앙은행이 유동성과 금리는 분리해서 보겠다는 것이 우리 금리정책에 충분히 참고가 된다.”고 말해 조기 금리인하 가능성을 차단한 점도 향후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금융시장 패닉 일단 진정세로

    금융시장 패닉 일단 진정세로

    |워싱턴 김균미특파원·서울 문소영기자|세계 최대 보험회사인 AIG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자금지원으로 우리 금융시장도 하루 만에 안정을 되찾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AIG에 850억달러를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17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7.51포인트(2.70%) 오른 1425.26, 코스닥지수는 15.64포인트(3.64%) 급등한 444.93을 각각 기록했다.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1003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장세를 이끌었다. 폭락세를 보였던 미국 증시의 반등과 AIG 자금 지원 소식, 국제유가의 급락세가 투자심리를 개선시켰다. 그러나 미국 금융불안이 해소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고 또 다른 악재가 나타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여전히 남아 있어 상승 추세로 완전히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한나라당 최고·중진 연석회의에 참석해 “투자심리 안정과 유가증권 수요확충을 위해 장기보유 주식·채권형 펀드에 대한 세제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환율도 1110원대로 폭락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44원 떨어진 1116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하락 폭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3월23일 82원 폭락한 이후 10년 6개월여 만에 최대치다. 아시아 각국의 주가도 상승했다. 도쿄 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보다 140.07포인트(1.21%) 상승한 1만1749.79로 마감했고 대만증시의 가권지수는 44.28포인트(0.77%) 오른 5800.87로 장을 마쳤다. 미국 FRB는 이날 “뉴욕 연방은행이 AIG에 850억달러를 지원하도록 승인한다.”고 발표해 AIG의 파산을 일단 막았다.FRB는 “현재 상황에서 AIG가 실패(파산)할 경우 이미 위기에 빠진 금융시장에 심각한 혼란을 더해 시중 금리가 상승하고 가계 자산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FRB는 850억달러를 지원하는 대신 AIG 지분 79.9%를 인수하며 지원 조건을 24개월로 정했다. 또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이날 미국의 정책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현재의 2%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한편 영국내 자산 규모 3위 은행인 바클레이즈는 파산보호 신청을 한 미국 리먼브러더스의 투자은행(IB)부문 핵심자산을 17억 5000만달러에 인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symun@seoul.co.kr
  • [미국發 금융위기] 환율 급등은 경제 기초체력 약화 탓

    [미국發 금융위기] 환율 급등은 경제 기초체력 약화 탓

    ■원화가치 급속하락 왜 ‘9월 위기설’을 넘긴 한국 금융시장은 이제 위기의 그림자만 어른거려도 출렁댄다. 주가는 폭락하고 환율은 급등한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서브프라임모기지론(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의 여파로 나타난 주가 폭락현상은 한국 중국 등 신흥시장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도 마찬가지 문제”라고 지적하며 “패닉(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질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문제는 환율이다.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 약화를 직접적으로 보여 주는 대표적인 금융지표다. 지난 9개월 동안 원화 가치 하락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여기에 금융불안으로 인해 전 세계적인 신용경색이 지속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동성이 좋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빼 나가려고 하기 때문에 환율이 계속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환율이 올라가면 국제유가 하락분을 상쇄하기 때문에 물가안정도 어렵게 된다. ●선진국 수준으로 버티는 주식시장 외국인들이 한국시장에서 주식을 많이 팔고 있지만, 신흥시장만 비교하면 한국의 코스피지수 하락률은 지난해 말 대비 16일 현재 26.9%로, 타이완의 32.3%에 비해 덜 떨어졌다.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가 16일 기준으로 연초보다 62.2% 폭락한 것을 감안하면 안정적이다. 러시아는 -50.6%, 홍콩은 -34.2%다. 선진국과 비교해도 한국 유가증권시장의 하락률은 견조하다. 금융시장 불안의 진앙지인 미국은 연말 대비 -17.7% 하락했다. 일본도 -24.2%, 영국은 -22.2%다. ●원화가치 작년말 대비 -19% 그러나 환율은 주식에 비해 불안하다. 주요국 중에서 달러 대비 가치가 가장 많이 떨어졌다. 원화는 지난해 말 대비 16일 현재 -19.3%다. 한때 외화위기설이 나돌았던 태국도 우리보다 덜 떨어져 -13.39%에 그쳤다. 호주 달러화 -8.22%, 영국 파운드화 -9.96%, 러시아 루블화 -3.96%, 유럽연합의 유로화 -2.97% 등이다. 일본의 엔화와 중국의 위안화는 달러 대비 각각 4.95%,6.64% 올랐다. 타이완 달러화도 1.3%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원화의 가치하락은 심각한 수준이다. 원화의 절하 요인들은 사실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이 허약해진 탓이다. 고유가 등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자본수지가 건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인직접투자는 올 상반기에 이미 감소하기 시작했고, 외국인 주식·채권투자 등 포트폴리오투자(간접투자)도 마이너스이기 때문이다. 경상수지가 적자일 때는 자본수지가 흑자가 돼야 국제수지가 균형을 이루게 된다. 임지원 JP모건 수석애널리스트는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이 4분기(10∼12월)에 나타나면서 경상수지가 개선되면 환율하락(원화 가치 상승)이 나타날 것”이라면서 “그러나 현재 유가하락이 세계적인 경기둔화로 촉발되기 때문에 수출주도형 경제인 한국경제의 경우 원화가치 상승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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