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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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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돋보기 안경 낀 다산

    돋보기 안경 낀 다산

    다산 정약용(1762~1836)의 초상화를 전남 강진군이 새로 조성해 17일 공개했다. 이 초상화는 한국 화단에서 수묵인물화가로 평가받고 있는 김호석 한국전통문화학교 교수가 이태호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의 고증을 받아 그렸다. 가로 96㎝, 세로 178㎝ 크기이다. 김 화백은 다산이 환갑 때 쓴 ‘자찬묘지명’과 정규영의 ‘사암선생연보’에서 어릴 적 천연두를 앓은 흔적으로 눈썹이 세 갈래였다는 것과 독서와 저술로 시력이 많이 약해졌다는 기록 등을 참고했다. 또 다산의 직계후손 300명의 인상을 자세히 관찰해 얼굴을 묘사했다. 사방관과 쪽빛 도포, 붉은 도포 끈 등은 ‘당상관’ 벼슬을 지낸 품격을 재현하기 위해 도입됐다. 돋보기 안경도 끼고 있는데, 시력 약화와 서방문물에 열린 태도를 보여준 다산의 학문적 자세를 상징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경기도 남양주에서 태어난 다산은 38세에 강진으로 유배돼 18년을 지내는 동안 ‘목민심서’ 등 주요한 저술을 하고, 후학 양성에 힘썼다. 앞서 1970년대에 월전 장우성 화백이 그린 다산의 초상화는 경기 남양주시 다산기념관에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12개 예술단체 문화소외지역 찾는다

    12개 예술단체 문화소외지역 찾는다

    벽촌에서 무용을 배우던 한 소녀는 우연찮게 그 지역을 찾아온 영국 국립발레단의 공연을 보고 쇼크상태에 빠진다. 자신이 연습하던 춤으로는 뛰어넘을 수 없는 현격한 차이를 느낀 소녀는 세계적인 발레리나가 되겠다는 꿈을 갖는다. 하루에 한 켤레씩 토슈즈가 헤지도록 연습에 몰두하던 소녀는 마침내 오디션을 통과해 영국 발레 유학길에 오른다. 돈키호테, 지젤, 라 실피드 등 다양한 발레 레퍼토리를 실사에 가까운 그림과 함께 보여준 일본 만화 ‘백조’의 줄거리가 그렇게 시작한다. 이런 스토리가 한국에서도 일어날지 모르겠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일부터 ‘국립예술단체와 함께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 사업을 편다. ‘출발! 문화로 여는 희망세상-문화에 길이 있다’는 제목의 이 행사는 국립발레단이 20일과 21일 양일간 전라남도 해남문화예술회관에서 ‘신데렐라’를 공연하는 것을 시작으로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등 12개 국가운영 예술단체들이 50개 지역의 문화예술회관을 찾아간다. 마지막 공연은 11월28일로, 국립오페라단이 제주문예회관에서 ‘피가로의 결혼’을 갈라콘서트로 마련한다. 강봉석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정책국장은 “국가 대표 예술단체의 주요 레퍼토리를 선보임으로써 지역민의 문화예술 향유권을 증진시키고자 했다.”며 “장르 선호도와 재정 여력 등을 감안하여 문화소외 지역을 우선으로 배정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의 관람비는 5000~1만원으로 부담이 적다는 점도 장점이다. 공연 후에는 작품 및 단체 소개와 무대의상 및 무대 체험, 사인회, 기념품 증정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준비돼 있다. 5월 24, 25일에는 충청도 태안문화예술회관에서 국립발레단이 ‘김주원이 들려주는 발레이야기’를, 26일에는 예산문예회관에서 국립남도국악원이 ‘남도판타지’를, 30일에는 경기 안산문화예술의 전당에서 국립창극단이 ‘시집가는날’을 공연한다. 특이한 공연장으로 울릉도의 한마음회관이 눈에 띈다. 이곳에서 민속국악원이 ‘깨비깨비 도깨비’(9월16~17일)를 공연한다. 이번 ‘방방곡곡 문화공감’의 특징은 부담 없는 관람료로 제대로 된 예술단이 제대로 된 장소에서 공연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각 지역의 공연일정은 전국문예회관연합회 홈페이지(www.nacac.or.kr)를 참조하면 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GG파파가 되라” 게임중독 아이 길들이기

    ‘포롱포롱’ 하고 소리가 나면 아이들 눈이 반짝한다. 닌텐도 게임기가 내는 아주 작은 소리를 쉽게 알아채기 때문이다. 플레이스테이션, 카트라이더, 리니지, WOW, 메이플스토리 등등에 몰두하는 아이들, 날마다 컴퓨터 게임에만 매달리는 아이들을 말리고 싶다면 ‘게임을 알아야 아이와 통한다!’(뮤진트리 펴냄)를 읽어보자. 인기 온라인 게임 ‘라그나로크’를 만든 그라비티에서 게임을 개발하는 차영훈씨는 ‘게임에 빼앗긴 내 아이 되찾는 법’을 일러준다. 저자는 우선 부모들에게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야 하는 만큼 ‘GG 파파’가 되라고 이야기한다. GG는 ‘Good Game’의 줄임말로 스타크래프트에서 게임을 한 뒤 마지막에 상대방에게 게임 잘했다고 남기는 인사말이다. 스타크래프트에서는 전세가 불리해져 더는 상대방을 이길 가망이 없어 보일 때 채팅 창에 ‘GG’를 치고 상대방의 승리를 인정한다. 저자는 아빠들이 ‘위닝 일레븐’이나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을 한 번 배워보라고 말한다. 그 게임을 가지고 자본주의적 특성과 재화의 생산·사용에 대한 효용성, 문화의 속성 등을 테마로 아이들에게 교육시킬 수 있다. 전세계 게임시장 규모는 한해 40조원, 실제로 게임은 ‘21세기의 문학’일 수도 있기 때문에 발상의 전환을 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모가 게임에 대한 이해가 높을수록 아이들이 게임을 긍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부수적으로 부모가 아이들과 게임을 하다 보면 아이들과 친밀해지고, 아이들을 길들일 수 있게 된다. 아이들은 함께 게임을 하는 부모를 친구이자 멘토로 여기기 때문에 한 귀로 흘려 듣거나 무시했던 부모의 권유나 제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아빠와 함께 즐길 것이 많아진 아이는 게임 외에도 세상에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고 더는 게임에만 올인하지 않게 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1만 2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대한민국관 건립위 출범 위원장 김진현씨

    국립대한민국관 건립위원회가 16일 현판식을 갖고 공식 출범했다. 김진현 건립위원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은 뒤 문화체육관광부 청사와 이웃한 이마빌딩 6층에서 유인촌 문화부 장관, 정진곤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과 민간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현판식을 가졌다. 이날 임명된 민간위원은 다음과 같다. ▲김진현 세계평화포럼이사장 ▲신달자 문화예술위원회 위원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 ▲김영식 서울대 규장각 원장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 ▲한영우 이화여대 이화학술원 석좌교수 ▲김종규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 ▲김원 건축환경연구소 광장대표 ▲장대환 한국신문협회 회장 ▲이만재 ETRI디지털콘텐츠연구단장 ▲홍순영 한국외교협회 회장 ▲박유철 단국대 이사장 ▲권영효 전 전쟁기념관 관장 ▲윤종용 삼성전자 상임고문 ▲이희범 전 한국무역협회 회장 ▲이참 전 환경연합지도위원 ▲장춘석 한국노총 위원장 ▲임권택 영화감독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금본위제 부활 경제위기 해결사 될까

    엘도라도, 황금의 시대가 펼쳐질 것인가. 1944년 이후로 전세계의 기축통화로 역할을 해온 달러가 미국발 경제위기로 신뢰를 잃어가는 상황에서 금본위제로 회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정책금리를 0%까지 낮추면서 무제한적으로 달러를 찍어내는 바람에 단기간에 물가가 급등하는 하이포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에선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골드’ (네이션 루이스 지음, 이은주 옮김, 에버리치 홀딩스 펴냄)도 ‘달러를 버리고 금()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경제의 기본은 ‘낮은 세금과 안정된 통화’인데 달러가 지위를 잃은 만큼 금을 기준으로 각국이 찍어낼 통화의 양을 결정하는 금본위제로의 복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경제예측기관과 투자회사에서 전략가로 일한 지은이는 과거 금본위제에서 진정한 세계화가 이루어졌고, 수세기 동안 경제적 호황이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장기적으로 볼 때도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부담이 가장 적다고 설명한다. 이를 테면 1492년 이후 세계의 금 공급량은 연간 5% 이상 증가하지 않았고, 심지어 1850년 골드러시 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게다가 1910년부터 연평균 생산증가량이 2%를 유지하기 있기 때문에, 금을 기준으로 통화를 찍어낸다면 물가상승분을 초과하는 통화증발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인다. 미국정부가 달러의 금태환을 포기한 것은 닉슨 정부 때인 1971년이다. 미국은 루즈벨트 대통령 때부터 거의 30년 동안 온스당 금의 가치를 35달러로 고정시켜놓았다. 그런데 금의 수요가 증가해 금 값은 날로 올라가고 미국의 베트남 전쟁과 무역적자 등으로 달러의 가치가 떨어지자, 빠르게 계산기를 두드려댄 프랑스 정부는 자신들이 소유한 달러를 금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감당한 능력이 안된 미국 정부가 ‘BJR(배째라)’로 나간 것이 1944년 성립된 브레턴우즈 체제의 파기 원인이다. BC 7세기에 나타났고, 로마제국과 20세기 초반의 유럽국가들이 유지하고자 했던 금본위제가 망가지는 이유는 늘 똑같다. 경제활동이 활발한 시기에는 필요한 돈의 양도 급팽창하지만 금 보유량은 따라가지 못한다. 신용 거품이 꺼지는 상황에서도 위기를 봉합하기 위해 충분한 통화 공급이 불가피한데, 하지만 금을 기준으로 한다면 돈을 찍어낼 수 없다. 1929년 시작된 대공황도 각국이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풀어쓴 통화를 회수해 자국의 금보유량과 맞추려다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과거와 똑같은 금본위제로 돌아가자고 주장하지만, G7회의에서는 미국 정부가 맘대로 달러를 찍지 못하게 금과 연동시키자고 한다. 또다른 목소리도 있다. 프랑스 석학인 자크 아탈리 등이 달러 대신 전세계 통화를 만들자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것은 기축통화를 보유해 정치·경제·군사적으로 이득을 보고 있는 미국이 받아들여야 가능한다. 독자들은 금본위제로 회귀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을 통해, 통화의 ABC를 알고 통화 때문에 벌어지는 경제적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으면 될 것 같다. 2만 8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경기도세계도자비엔날레 대상 한정용씨 ‘백자 수반’

    경기도세계도자비엔날레 대상 한정용씨 ‘백자 수반’

    ‘2009 경기도세계도자비엔날레’ 국제공모전에서 한정용의 ‘백자 수반’이 15일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금상은 조형부문에서 서병호의 ‘기억 080902’, 생활부문에서 독일 작가 헤링 에스링어의 ‘우아한 만찬’에 각각 돌아갔다. 백자 수반은 물레로 돌린 원통형을 각이 지게 만든 뒤 면을 깎아낸 것으로, 조선시대 청화백자죽문각병 등을 연상시켜 한국적 조형정신을 21세기에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단법인 도자진흥재단이 주최하는 세계도자비엔날레 국제공모전에는 전세계 70개국에서 1726명의 작가가 3196점을 출품했다. 대상 및 금상을 포함한 수상작 179점은 이천세계도자센터에서 4월25일부터 6월21일까지 전시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독일 하노버서 한국문화예술전

    독일 하노버에서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대규모 문화예술 행사가 16일 개막한다. 한국을 세계 최대의 기계·산업설비 전시회인 독일 하노버 산업박람회의 2009년 동반국으로 결정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행사는 현대 미술과 사진, 디자인 등 시각예술을 보여주는 전시와 영화제, 전통 및 현대 인쇄술과 출판물로 지식산업을 보여주는 도서전, 애니메이션·책·게임으로 한국의 지식수준을 보여주는 한국 교육키트로 나뉜다. 문화행사 총감독을 맡은 김정화(53)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최초의 금속활자로 찍은 불경과 수 세기 동안 선비들이 애독한 도서, 현대미술과 영화제들을 결합해 세계 기업인들에게 한국 문화의 저력을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술전은 17일부터 5월31일까지 하노버 도심 한복판에서 폐점한 백화점 진레퍼스 건물 4개층을 활용해 대규모로 펼친다. 전시 공간만 8114㎡(2460평)에 이른다. 전시 주제는 ‘Made In Korea’. 한국전쟁과 전쟁의 폐허, 냉전체제가 잔존하는 유일한 국가인 한국이 정보통신(IT), 조선, 자동차, 건설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는 놀라운 국가로 떠오른 것을 담아내고자 했다. 기계·산업설비 박람회와 연관성을 고민한 결과다. 사전전은 ‘한국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과 ‘한국사람들’, ‘한국의 도시풍경과 내면풍경’으로 21세기 한국의 현실을 보여주게 된다. 현대미술쪽의 박찬경, 배영환, 사사, 송상희, 임민욱, 조습, 조해준, 함경아, 플라잉시티와 사진작가 배병우, 구본창, 정연두, 노순택, 이상현, 윤정미 등이 31개팀으로 나누어 영상, 사진, 설치 등 작품 160여점을 선보인다. 박진우, 이상진 등 9개팀의 디자인 작품 100여점도 함께 선보인다. 출판분야의 전시에선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과 월인천강지곡의 영인본 등 고서 64점과 어린이용 도서 150점 등이 출품된다. 이밖에 ‘밀양’과 ‘워낭소리’, ‘똥파리’ 등 9편의 영화도 상영된다. 하노버 산업박람회는 20~24일 열리고, 개막 행사 때는 사물놀이 등의 공연도 열린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러브호텔 문화공간 변신 확산

    러브호텔 문화공간 변신 확산

    ‘러브호텔’ 밀집지역으로 알려진 경기 양주시의 장흥과 송추는 1980년대만 해도 국내 최초의 민간 미술관인 ‘토탈 미술관’으로 유명한 문화지대였다. 문화예술을 즐길 만한 공간이 많지 않았던 시절이라 교외선 기차를 타고, 대학생과 문화에 굶주린 수도권의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그런데 이런 흐름에 편승해 온갖 향락시설이 서너 집 건너에 하나씩 들어선 것이 문제였다. 가족문화공간이라는 본래의 의미는 퇴색하고 성인들의 유흥공간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모텔 사들여 아틀리에로 리모델링 ‘예술의 메카’로서 장흥과 송추의 이름을 되찾겠다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크라운해태제과의 윤영달 회장은 14일 이 지역에 새로운 아트밸리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선친이 30년 전 사 놓은 송추 땅 100만평이 근거지이다. 지난해 이곳의 러브호텔 3개를 사들였다. 하나는 작가들이 작업할 수 있는 아틀리에로 리모델링해 최근 조각가 최성철, 화가 유둘 등 6명이 입주했다. 하나는 어린이 미술체험관, 또 다른 하나는 어른을 위한 미술체험관으로 만들 생각이다. 앞으로 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이 가능한 러브호텔을 더 구입한다는 계획이다. 모텔 하나는 보통 방이 30개 안팎이다. 방 2개를 터서 작업공간을 만들면 15명 남짓한 작가의 아틀리에가 생기는 셈이다. 크라운해태제과의 계획은 2006년 5월 오픈한 ‘장흥아트파크’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가나아트갤러리에서 운영하는 이곳은 러브호텔 건물 2개와 사우나 및 라이브카페가 들어있던 지하 1층, 지상 6층의 빌딩을 매입해 제1, 제2아틀리에로 꾸몄다. 현재 호텔 건물에는 24명, 제2아틀리에에는 35명의 작가가 입주해 작업하고 있다. ●경기도·양주시도 적극 지원 ‘미술도시’를 추진하고 있는 양주시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양주시가 매입해 리모델링한 야외수영장은 조각가 전용 제3아틀리에가 들어섰고 7명의 조각가가 입주했다. 2000평의 공간에 작업실과 전시장이 함께 있는 독특한 구조로 장흥아트파크가 운영을 맡고 있다. 양주시는 올해 이 지역의 러브호텔 한 채를 매입하여 문화공간화할 수 있도록 이미 예산을 배정해 놓은 상태이다. 경기도에서도 민간과 양주시의 움직임에 호응해 러브호텔을 매입하여 문화공간으로 시범 운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흥아트파크의 배수철 대표는 “장흥과 송추를 문화의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한 민관의 노력을 지지하고 박수를 보내고 싶다.”면서 “외환위기 이후 거의 10년째 퇴락하고 있는 도시를 살리는 일은 문화적으로도, 이 지역 거주민들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양주시 이진구 문화체육과장은 “민간이 러브호텔을 매입하는 비용을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할 수는 없겠지만, 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한 이후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는 얼마든지 지원할 수 있다.”면서 “주변 도로를 정비하고 환경을 개선하는 등 최대한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크라운해태제과의 윤 회장은 주변 러브호텔 주인들에게 “이제는 러브사업 대신 문화사업을 같이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송추 땅에 골프장을 지으라는 권고를 여러 차례 받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공간으로 개발할 생각”이라면서 “예전에는 과자가 꿈을 주었지만, 21세기에 과자에 감성과 꿈을 담지 못하면 더 이상 사업을 할 수 없다.”고 문화사업을 추진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크라운해태제과는 이곳에 야외 음악당, 예술놀이터 등을 만들고, 수능이 끝난 직후에는 고3 수험생을 위한 음악 페스티벌도 열 계획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재불 서양화가 남홍 日 작가와 2인전

    재불 서양화가 남홍 日 작가와 2인전

    군대에서 밤새 행군을 하면 졸면서 걷는다고들 한다. 재불 서양화가 남홍(본명 이남홍·53)은 밤새 그림을 그리다가 뒤로 넘어지는 바람에 뇌진탕으로 죽을 뻔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림에 미쳤다.’는 소리를 듣는 그의 그림에 대한 정열을 이해할 수 있는 일화다. 남홍은 지난 3월10일 경매회사인 소더비에서 ‘리사이클 인생, 장밋빛 인생’이 5만달러(7000만원)에, 열흘 뒤에는 일본 옥션회사 아트마스터스에서 ‘비상’이 판매됐다. 프랑스로 건너가 그림공부를 시작한 지 27년만에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린 쾌거다. 그 남홍이 서울 통의동 진화랑에서 일본 작가인 구사마 야요이(80)와 2인전을 30일까지 연다. 화랑측은 “일본인으로 뉴욕에서 활동하며 그림에 대한 열정을 이기지 못해 정신병원을 들락달락하면서 그림을 그려온 구사마 야요이와 한국을 떠나 프랑스에서 외로움을 잊기 위해 그림에 몰두하는 남홍은 서로 닮은 꼴”이라고 2인전의 배경을 설명했다. 효성여대에서 불문학을 전공한 남홍은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검도도장에서 사범을 하던 화가 남편과 결혼해 1982년 한국을 떠났다. 남홍은 처음엔 패션디자인을 전공하려고 했디. 하지만 남홍의 의상 스케치에서 ‘끼’를 느낀 남편은 그림을 그리라고 권유하며 그녀를 파리8대학 학생으로 손수 등록시켰다. 중진 미술가 이강소, 고인이 된 언니 이강자 등 형제 5명이 작가인 집안에서 자란 남홍은 ‘미술학교에 가지 않아도 화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제대로 ‘스텝’을 밟아보자는 남편의 설득에 넘어갔다. 그녀는 그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982년부터 ‘살롱 도톤드’ 에서 8년 연속 수상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2001년에는 프랑스문화협회로부터 ‘황금 캔버스상’을 받고 이듬해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회 유럽 아트페어’에 한국 작가로는 유일하게 초대돼 화제를 모았다. 이번 전시에서 그녀는 빨강·진홍·노랑 등 화려한 색깔을 배경으로 오브제로 태운 종이꽃과 탄산음료 스프레이트의 밑바닥으로 형상화한 플라스틱 꽃, 코카콜라 알루미늄 캔을 활용한 작품들을 내놓았다. 구사마 야요이의 190㎝ 높이의 대형 호박 조각과 1979년작 드로잉도 볼 만하다. (02)738-7570.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현대미술의 새 지평 인도에 눈 떠라

    현대미술의 새 지평 인도에 눈 떠라

    인도 빈민가의 젊은이가 퀴즈쇼에서 우승해 백만장자가 된다는 꿈 같은 영화 ‘슬럼독 밀레어네어’를 제대로 봤다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오는 17일부터 6월7일까지 열리는 인도현대미술전은 이미 절반 이상 이해하고 시작하는 것이다. 가깝게는 20여년 전 인도와 현재의 인도 모습이고, 멀리는 고대 인도의 흔적과도 조우하는 전시이다. 예술이란 그것이 배태되고 태어난 사회를 떠나서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슬럼독 밀레어네어에서 인도는 빛의 속도로 도시화되고 있는 뭄바이의 엄청난 소음과 무질서하게 뒤엉켜 있는 차량과 사람들, 태산만큼 쌓여 있는 쓰레기 더미, 다닥다닥 붙어 있는 닭장보다 못한 빈민가와 그 빈민가를 쓸어버리고 쌓아올리는 눈물어린 고층 건물들, 이슬람교와 힌두교도의 목숨을 건 갈등과 폭력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놓고 있다. ‘세번째 눈을 떠라’ 는 제목의 인도현대미술전도 이런 인도의 모습을 조각과 사진, 설치, 미디어아트로 고스란히 보여준다. 인도인들이 미간에 붙이는 물방울 모양의 장식 빈디(bindi)를 뜻하는 ‘세번째 눈’은 지혜와 상서로움을 뜻하는 만큼 지혜의 눈으로 전시회를 봐야 할 것도 같다. 최근 1~2년 사이에 개별 화랑을 중심으로 한 두 명씩 선보였던 인도 현대미술 작가의 작품이 엄선돼 공개되는 것이다. 수보드 굽타 등 작가 27명의 작품 110점이 전시된다. ‘프롤로그:여정들’, ‘창조와 파괴:도시풍경’, ‘반영들:극단의 사이에서’, ‘비옥한 혼란’, ‘에필로그:개인과 집단/기억과 미래’ 등 5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그것으로 개인과 사회, 정체성, 도시, 문명, 기억 등의 문제를 드러낸다. ●수보드 굽타 등 작가 27명 작품 110여점 전시 이를테면 지티시 칼라트의 ‘죽음의 격차’는 엄마에게 1루피를 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한 뒤 자살한 초등학교 여학생의 억울하거나 가슴 아픈 죽음을 설명하는가 하면, 비반 순다람의 ‘메달박스’는 인도의 가난과 쓰레기 등 무질서를 연상시킨다. 쓰레기 더미에서 순차적으로 명상을 하는 영상물도 나온다. 한국인들의 인도에 대한 인상은 뭘까. 4대 문명의 발상지, 영국 식민지, 강력한 카스트제도, 요가, 불교의 발상지 등등. 그러나 여기서 묶이면 제대로 전시를 감상하기는 어렵다. 21세기의 인도는 한국만큼이나 역동적이다. ‘0’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인류에 도입한 이 놀라운 나라를 배경으로 현재는 정보통신(IT)과 수학 분야에서 강력한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IT분야의 발전을 배경으로 미국 서비스 기업들의 콜센터가 옮겨가 있다는 사실은 ‘세계가 평평하다.’는 신자유주의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기도 한다. IT분야에서 비교우위에 있는 인도답게 이번 전시에 나온 영상 등 미디어 아트는 내용과 형식에서 그것을 구현해낸 기술이 첨단적이라는 점을 파악할 수 있기를 바란다. ●조각·설치·미디어아트 등 인도 현대미술 한눈에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전시를 두고 리뷰에 가까운 형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근거는 이 전시가 지난 3월 일본 모리현대미술관에 이어 열리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찰로(가자) 인디아’라는 제목을 붙였다. 작품의 배치와 구성은 변하겠지만, 전시되는 작품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일본 전시의 시작은 입구에 바르키 케르의 ‘피부는 자신의 것이 아닌 언어를 말한다’는 제목의 쓰러져 있는 대형 은빛 코끼리, 끝은 드레그퀸으로 변신한 남성 작가가 영국 엘리자베스1세 여왕에게나 어울릴 것 같은 드레스를 입고 쓰러진 코끼리 등 작품들 사이를 유유히 걸어다니다가 쓰러지는 영상물이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제 1·2 전시실과 중앙홀. 5000원.( 02)2188-6232.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복수 표준어 도입 가능… 방언 죽어선 안돼”

    “복수 표준어 도입 가능… 방언 죽어선 안돼”

    국립국어원의 제8대 원장에 권재일(56)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가 임명됐다. 13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직후 기자들과 만난 권 신임 원장은 “경직된 표준어는 손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직된 표준어 손질 필요” 권 원장은 “현행 표준어 규정은 A를 버리고 B를 선택하는 식이어서 ‘우렁쉥이’가 표준어가 아니라고 퇴출당하고 그 자리를 한동안 ‘멍게’가 대신한 적도 있다.”면서 “언어생활의 현실을 반영해 A도, B도 표준어로 반영하는 ‘복수 표준어’ 규정을 도입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문화부의 공모 과정을 거쳐 임기 3년의 국립국어원장에 선임된 그는 비슷한 사례로 ‘나래’와 ‘날개’의 관계를 들기도 했다. 현행 표준어 규정에서는 ‘날개’만 표준어다. ●“한자 교육은 자율에 맡겨야” 하지만 ‘표준어 규정을 아예 폐지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언젠가는 없어질지 모르지만 지금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다만 표준어 때문에 방언이 죽어서는 안 되며, 방언은 방언대로 지켜 나가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어문 규정은 개정할 곳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가의 언어정책이 추구해야 할 방향으로 알기 쉽고, 정확해야 하며, 소외계층을 위한 실질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세 가지를 꼽으면서 “예컨대 탈북자에게는 서울말에 적응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자 교육 문제에 권 원장은 ”학교장 자율로 한자 교육을 하는 곳이 있고, 아닌 곳도 있다.”면서 “제도가 허용하는 범위에서 한자교육을 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 문자는 한자를 아는 사람은 물론이고, 모르는 사람도 읽을 수 있어야 하며, 일상생활에서도 한글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면서 “한자 교육은 학부모건 학생이건 그 사람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경북 영주에서 태어난 권 원장은 서울대 언어학과에서 공부하고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대구대와 건국대 교수를 거쳐 1994년부터 모교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어 통사론’(1992), ‘한국어 문법사’(1998), ‘언어학과 인문학’(1999), ‘20세기 초기 국어의 문법’(2005), ‘남북 언어의 문법 표준화’(2006) 등 다수의 연구서를 펴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다시 ‘청명’의 혼을 느낀다

    다시 ‘청명’의 혼을 느낀다

    40~50대 역사학자와 한학자 가운데 ‘지곡서당(태동고전연구소)’의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지곡서당은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 시절 5·16군사 정부에 대항하다가 쫓겨난 청명(靑溟) 임창순(任昌淳·1914-1999) 선생이 세운 한국학연구소였다. 청명은 조선 후기 추사 김정희로부터 개화기 위창 오세창의 뒤를 잇는 금석학자이자 거의 마지막 한학자이자, 서예가다. 선생이 돌아가신지 10년만에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이 ‘방랑연운(放浪烟雲)) 청명 임창순’을 조명하는 기획전을 16일부터 5월10일까지 연다. 청명이 남긴 양대 유산인 한림대 태동고전연구소와 청명문화재단 공동 주최로 그의 생애와 시·문(詩文)의 세계를 펼쳐보인다. 아들인 안동대 임세권 교수를 비롯한 유가족과 제자 등 주변 인사들이 소장해 온 청명의 서예와 금석문 등도 모았다. 4세 때부터 서당에서 공부한 청명은 제도권 학교는 가 본 적이 없지만 해방 직후 중등교원 자격시험에 합격해 경북중학과 대구사범에서 교편을 잡았다. 40세가 된 1954년 성균관대 교수에 임용됐다. 1960년 4·19 학생운동이 일어나자 “학생의 피에 보답하라.”는 플래카드 글씨를 직접 써 가두시위에 나섰으며, 1961년 5·16 군사쿠데타 직후 군사정권에 의해 대학에서 나가야 했다. 그는 1963년 서울 종로 수표동에 태동고전연구소를 설립해 연인원 5000명에 이르는 한학 연수생을 배출하다가 1974년 경기 남양주시 수동면 지둔리에 ‘지곡정사’(芝谷精舍)를 세웠다. 이번 전시에는 친필인 ‘지곡서당’(芝谷書堂) 현판과 인물화로 유명한 한국화가 김호석 화백이 그린 성철 스님 진영도 전시된다. 청명은 이 진영에 써 넣은 4언시 22구의 발(跋)에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는 성철의 법어에 “산 밖에 산이 없고, 물 밖에 물이 없네.”(山外無山, 水外無水)라고 대구하고 있다. 탁본 수집가로서의 면모도 드러난다. 1988년 울진봉평비 발견 당시 현장에서 직접 탁본을 하고 글자를 조사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나, 그의 연구 혼을 그대로 담은 육필원고 등으로 만날 수 있다. 아무래도 하이라이트는 광개토왕비 탁본 가운데 가장 오래된 판본으로 꼽히는 1889년 ‘광서기축본(光緖己丑本)’이다. 일본이 광개토대왕비를 날조하기 전의 탁본으로, 광개토왕비 연구의 기본이 된다. 평생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放浪) 연기와 구름(烟雲)과 같이 살아간 청명은 바둑이나 마작, 화투 등 잡기에도 심취했다고 한다. 아들인 임세권 교수가 이겨도, 져도 끝이 없는 아버지와의 바둑두기에 질려 바둑을 끊었을 정도로 말이다. 글씨가 곧 그 사람이라는 ‘서여기인(書如其人)’과 학문과 예술이 일치한다는 ‘학예일치’의 면모를 만날 수 있는 전시다. (02)580-1660.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좌충우돌 조선에서 살아남기

    좌충우돌 조선에서 살아남기

    조선왕조실록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방대한 역사서다. 태조부터 철종 때까지의 472년(1392∼1863년)의 역사를 시간 순서대로 엮었다.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낱낱이 적어 놓은 정치책일 뿐만 아니라 사회·문화·경제에 대해 다방면에 걸쳐 적어 놓았다. 왕과 신하를 중심으로 기술한 만큼 어지간한 공직에 있거나 반역을 저지르지 않으면 조선왕조실록에 이름을 올릴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조선왕조실록에 이름을 올린 동물들이 있다니 놀랍지 아니한가? ‘조선을 놀라게 한 요상한 동물들’(박희정 글, 이우창 그림, 신병주 감수, 푸른숲 펴냄)은 기록에 나타난 동물들의 이야기에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역사 동화책이자 역사 참고서이다. 딱딱하지 않은 내용에 읽는 재미가 쏠쏠한 역사책이다. 태종 11년에 일본에서 들어온 ‘코에 길다란 살덩이를 매단 괴상한 동물’ 코끼리를 시작으로 중종 4년 농부들에게 분양된 중국에서 수입된 검은 물소, 성종 8년 낮술을 한 잔 걸친 것 같이 얼굴이 발그레한 일본 원숭이, 세종 30년 조선의 기후에 적응하지 못하고 시름시름 죽어가는 양, 숙종 21년 궁궐에 들어와 신하들을 고민스럽게 만든 낙타 등 다섯 가지 동물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이런 식이다. ‘일본 국왕 원의지가 사신을 보내 코끼리를 바쳤으니, 코끼리는 우리나라에 일찍이 없던 것이다. 명령을 내려 이것을 사복시에서 기르게 하니 날마다 콩 4, 5두씩을 소비하였다.(태종 11년 2월 22일)’ 그런데 일본은 조선왕에게 왜 진귀한 코끼리를 선물했을까. 공짜가 아니었다. 일본은 고려대장경을 대가로 받고 싶어했다고 한다. 주변국에서 선물받은 낯선 생명체들을 이 땅에서 적응시키기 위해 애쓰는 선조들의 모습들은 웃기기도 하고 한편으로 안타깝기도 하다. 코끼리의 조선시대 이름은 ‘코길이’였다는 대목에서 웃음. 최소한 아열대 지방에서 자라야 할 코끼리나 물소 등이 삼한사온이 뚜렷한 조선의 겨울에 얼마나 고생했을지 짐작해 보면 이런 동물을 추운 나라에 선물하는 일은 동물학대 같기도 하다. 왕실에서 제사지낼 제물로 매번 중국에서 양을 수입했다는 것도 새삼스럽다. 물소는 세종 때부터 중국으로부터 수입을 꿈꿔왔던 동물이었다. 주몽의 자손들로 활쏘기의 명수인 조선사람들에게 각궁을 만들기 위해 물소뿔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그러나 실제로 물소의 대량 수입은 중국 정부의 통제로 불가능했다. 추위에 떠는 원숭이에게 옷을 입히고 싶었던 성종이 신하들의 반대에 부딪쳐 끝내 포기하는 것을 보면 왕이라고 모든 일을 맘대로 하지 못했던 조선의 모습도 발견한다. 애완동물 기르는 것을 저어했던 조선의 선비들도 18세기에는 앵무새, 비둘기 기르기 유행에 휩싸인다. 부록으로 ‘책 속의 책’으로 조선시대로 되돌아가는 타임머신, 조선실록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붙어 있다. 이야기 좋아하는 어른들이 읽어도 좋겠다. 98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北 로켓발사는 2012년을 겨냥했다?

    北 로켓발사는 2012년을 겨냥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난 5일 세번째 로켓을 발사해,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흉흉해지고 있다. 북한은 우주공간에서의 평화적 이용이 목적이라고 주장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과 일본은 대륙간탄도탄을 운반하는 미사일 실험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강경한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즉 북한은 이번 로켓발사가 실험 통신 위성인 ‘광명성 2호’라고 주장하고, 미국·일본 등은 ‘광명성 2호의 탈을 쓴 대포동 2호’라고 반발하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사거리 안에 들어 있는 일본이나 괌을 지나 하와이까지 위험에 처할 수 있는 미국이 유난스레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 ‘오바마와 미국과 한반도 그리고 2012년 체제’(정욱식 지음, 레디앙 펴냄)는 이같이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 봐야 할지, 한국과 더 나아가 북한이 함께 공존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책이다. ●김일성 주석 출생 100년… 한·미 정권교체기 책은 일단 오바마 정부의 외교정책에 우선 넓은 이해의 틀을 제공하고, 이 틀내에서 한반도 문제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국제 정세가 이미 넓은 그물로 짜여져 있어 어느 한 쪽을 잡아 당기면, 관련된 그물이 모두 끌려 가거나 이지러지는 상황에서 남북문제에만 집중한다고 해결책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그물을 잘 이용해야지, 그렇지 못할 경우 발목이 잘리거나 목숨을 잃을 수 있는 ‘덫’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일테면 네오콘이 장악한 미국 부시정부와 북한과의 긴장관계가 완화된 것은 북한이 도발적인 행동을 멈췄기 때문이 아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라크 전쟁의 명분이 사라지고 전쟁이 미궁으로 빠졌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현재 북한의 로켓발사 등 도발을 2012년과 연계시켜서 봐야 한다고 말한다. 2012년은 김일성 주석이 태어난지 100주년이 되는 해로, 북한이 “2012년에 강성대국을 활짝 열어 놓겠다.”고 공언하며 인공위성 보유를 핵심 프로젝트로 내세우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한다. 2012년은 세계적으로도 정치의 계절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재선 여부가 결정되고, 러시아의 대선과 중국 후진타오의 퇴진, 타이완의 총통선거, 한국 총선과 대선이 실시된다. 문제는 각국이 정치적 이해와 일정에 따라 북한 핵 또는 미사일 문제에 접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뜨거운 감자인 ‘MD확산 문제’와 연계돼 북한 핵 또는 미사일 문제가 실체와 아주 다르게 움직일 수도 있다는 점을 저자는 지적한다. 이명박 정부가 MD체제 참여를 저울질하는 상황에서, 한미 전시작전권이 62년 만에 전환되는 2012년은 안보공백에 대한 우려가 ‘의도적’으로 높아질 수도 있다. ●MD체제 참가는 동북아 군사 긴장감 높여 저자는 남한이 MD에 참여할 경우 북한은 물론, 러시아, 중국과 불화는 불보듯하고, 완화되어 가던 한반도의 긴장이 다시 고조될 것으로 우려한다. 한반도가 다시 강대국 정치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의 몰락을 신자유주의의 확대와 탐욕적인 금융시스템뿐만 아니라 이라크와의 명분없는 전쟁 등 정치·군사적인 원인에서 찾는 시각도 신선하다. 평화연대네트워크 대표인 지은이는 북한대학원대학원, 미국 조지워싱턴대 객원연구원 등으로 국제정세와 외교· 북한문제에 관한 연구·저술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1만 5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삭막한 거리 → 걷고 싶은 거리로 부활

    삭막한 거리 → 걷고 싶은 거리로 부활

    강원 영월군은 지난해 8200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200m 남짓한 ‘걷고 싶은 거리’를 조성했다. 문화부가 4000만원을 지원했고, 영월군에서 자체 조달한 비용이 4200만원. 어수선한 원색의 상가 간판을 중간색의 다시 한번 돌아보고 싶게 만드는 간판으로 교체했다. 낡은 벽에는 영월의 과거를 상징하는 까만 석탄이 묻은 광부의 초상을 그렸는가 하면, 달빛 아래 굵은 소금을 뿌려놓은 듯한 메밀을 그린 위로 시인 안도현의 시 ‘연탄’이 소개되기도 했다. 그 결과 정선 스키장이나 동해안을 찾는 관광객들이 그저 ‘지나쳐 가는 도시’에서 ‘머물다 가는 도시’로 바뀌어가고 있다. 당연히 외지인들이 뿌리고 가는 돈도 늘어났다고 주민들은 반가워한다. ‘공공디자인시범사업’의 결과이다. 이렇듯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하자 문화체육관광부의 올해 공공디자인시범사업에는 모두 29개 지방자치단체가 신청하여 열띤 경합을 벌이고 있다. 문화부는 늦어도 이달 말에는 최종 대상지 4~5곳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시범사업 최종 대상지는 4대강 유역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은 지방자치단체가 투입하는 예산만큼 국고를 지원되는 펀드매칭 방식으로 진행된다. 올해 국고에서 컨설팅 비용으로 최고 2억원과 2010~2011년 시공예산으로 각각 최고 10억원까지, 향후 2년동안 최대 22억원을 지원하는 만큼 지자체 사이의 경쟁은 치열하다. 이를테면 이미 사업이 완료된 부산 광복로의 간판문화 개선사업(2006년 11월~2007년 10월)의 경우 모두 18억원이 들었는데 이중 절반이 국고에서 지원됐다. 2007년 사업을 시작한 경기도 안양은 2011년까지 마무리하는데 총 사업비 10억원에 국고지원이 5억원, 서울 영등포구 당산사거리도 사업비 25억원에 국고가 10억원 정도 지원된다. 오는 12월 사업을 마치는 대구 동성로 시범거리 조성은 국고 지원 10억원, 지자체 10억원, 민자 10억원 등으로 총 사업비를 구성했다. 이 사업을 담당하는 한민호 디자인공간문화과장은 “재개발과는 달리 시범지역 내 건물과 정체성을 그대로 살리면서 문화적 요소를 가미하는 사업”이라면서 “기초적으로 간판을 정비하고 바닥재를 바꾸는 등 도로를 정비하고, 녹색공간을 마련하는 조경, 사업 등이 들어간다.”고 밝혔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돈선필씨 ‘Wound & Aggression’ 공간국제판화비엔날레 대상

    돈선필씨 ‘Wound & Aggression’ 공간국제판화비엔날레 대상

    공간국제판화비엔날레 서울 조직위원회는 제15회 공간국제판화비엔날레 대상 수상작으로 한국작가 돈선필(25·홍익대 미대 판화과 3년 재학)의 ‘Wound & Aggression’이 선정됐다고 7일 밝혔다. 우수상은 중국작가 장민제(50)의 ‘무제 NO 5’와 일본작가 야마모토 게이수케(48)의 ‘Staircase G’가 뽑혔다. 김봉태 심사위원장은 수상작에 대해 “돈선필의 작품은 이미지 자체가 새롭고 풍자적이며, 전통에서는 볼 수 없는 표현들이 강렬하게 이미지화됐고, 장민제는 음악의 멜로디를 표현해 지휘자의 모습을 초현실적으로 표현했으며, 야마모토 게이수케는 반복적인 형태로 공간과 빛을 대비시켜 신비스러운 공간의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평가했다. 공간국제판화비엔날레는 판화의 미학적 가능성과 유능한 판화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1980년 출범한 국제적인 미술 행사로 2002년부터 세계적인 수준으로 규모를 확대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수출 한국도서 61% 만화·아동분야

    저작권이 수출된 한국 도서 3권 중 2권가량은 만화와 아동 분야 등 시각물 위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2002년부터 시각성이 약한 텍스트 위주의 책과 실용서의 수출이 증가하고 있어 향후 저작권 수출에 희망이 보인다. 6일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발행하는 ‘출판문화’ 3월호에 따르면 1978년부터 지난해까지 해외 각국에 저작권이 수출된 한국 도서는 3월5일 현재 총 5525종이었다. 만화 분야가 2042종(37.1%)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아동 분야가 1506종(27.3%)을 차지했다. 전체 저작권 수출 도서 중 만화와 아동 분야가 64.4%에 이르렀다. 이어 문학 분야가 828종(15%)이었고, 언어 334종(6%)과 기술과학 278종(5%)이 뒤를 이었다. 한편 지난해 출판저작권의 수출입 추정치는 수입이 1만 3391종, 수출이 1300종으로 수입이 수출의 10배가 넘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동화책 원화보러 미술관 가자

    동화책 원화보러 미술관 가자

    동화책은 이제 어린이만 소유물이 아니다. 동화 읽는 어른의 모임이 각 지역 도서관마다 형성되고 있다. 더불어 잊어버린 동심과 감수성을 자극하는 동화책 그림에 대한 어린이 어른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동화의 원화 전시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올 초에만 이미 ‘볼로냐원화전’과 ‘제 1회 CJ그림책 페스티벌’이 열렸다. 또 기획되고 있다. ●세계 동화책 원화 450여점 전시 그동안 예술가의 세계에서 회화에 비해 판화가 홀대받아왔다면 동화책 원화(삽화)는 아예 열외 취급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인기가 급증하면서 원화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어린이 책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세계에 통용되는 인기 작가가 나타났다는 것이 이유로 손꼽힌다.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6월23일까지 열리는 ‘2009 동화책 속 세계여행’은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앤서니 브라운, 헬린 옥슨벌리, 존 버닝햄, 브라이언 와일드 스미스 등의 원화와 최숙희, 이수지, 윤정주와 같은 국내 인기작가의 작품을 만나는 자리다. 개막식이 열린 4일 하루에만 600명 이상의 관람객이 몰리는 등 원화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2007년 같은 이름으로 열린 전시회를 연상시키지만, 참가 작가의 수준과 규모, 전시방식 등이 크게 업그레이드됐다. 영국 프랑스 일본 등 12국의 베스트셀러 그림책 작가 55명의 350점과 국내 작가 10명의 100점 등 65명의 작품 450여점이 전시된다. ‘미술관에 간 윌리’로 잘 알려진 앤서니 브라운의 경우 이번 전시에 동화책 4종의 원화 24점을, ‘골짜기로 내려간 여우 하퀸’의 작가 존 버닝햄은 동화책 4종의 20점을 출품했다. 해외 작가의 참가가 더 왕성한 것에 전시를 기획한 ‘기홍 앤 컴퍼니’의 홍경기 대표는 “세계적인 작가들에게 전시에 나와달라고 연락을 하면, 정말 흔쾌히 응해왔다. 반면 국내 작가의 섭외는 상당히 어려웠다.” 고 토로했다. 외국 동화작가는 대체적으로 기업과 상업광고 등에서 활동하다가 그림작가로 이름을 얻은 뒤 직접 글도 쓰는 동화작가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 자본의 움직임이라든지, 전시의 생리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 반면 국내 작가는 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동화작가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 순수하지만 비즈니스 세계에는 다소 어두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의 관리를 해외에 순회전시하는 명화의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번에 출품된 작품에도 일본의 한 미술관은 원화 뒷면에 전시코드 넘버까지 적어넣는 등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어린이 체험공간·상상도서관 마련 그는 “일반적으로 회화 작품은 해외 전시를 할 때 액자와 함께 움직이지만, 원화는 어떤 보호장치도 없이 움직이고 보험도 가입하지 않아 몹시 안타까웠다.”면서 “이번에는 액자맞춤과 보험, 원화를 손상시키지 않는 중성지와 중성접착제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330㎡(100평)의 공간에서 어린이들이 수천권의 그림책을 마음껏 골라 읽을 수 있는 ‘상상도서관’도 준비됐다. 이 공간에선 원화가 제공한 상상력을 조형적으로 변용시킨 구조물을 만날 수 있다. 또 프랑스의 유아미술 교육가인 에르베 튈레가 참여한 체험공간인 ‘감성 아틀리에’가 8일까지 설치된다. 튈레는 이날까지 현장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사인회도 갖는다. 무엇보다 앤서니 브라운이 어린이날인 5월5일에 사인회를 연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만 13세 이상 1만원. (02)585-9991. 한편 파주 헤이리의 ‘네버랜드 픽처북 뮤지움’에서는 ‘We love Pictuer+Book’ 전시를 6월28일까지 연다. 이고르 올레니코프, 마르쿠스 피스터 등 외국작가 10명과 사석원, 오진욱, 진강백 등 국내 작가 3인의 그림책 원화 71점을 선보인다. 4000원. (031)948-6685.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심은하 수묵화·김혜수 사진 콜라주 시선 ‘확’

    심은하 수묵화·김혜수 사진 콜라주 시선 ‘확’

    심은하·김혜수 등 스타 연예인들이 숨겨놓은 예술성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서울오픈아트페어(SOAF) 사무국은 오는 15~19일 코엑스 인도양홀에서 여는 제4회 SOAF 행사장에 ‘스타예술 프로젝트’ 특별전 부스를 마련해 심은하·김혜수·조영남·이상벽· 강석우·김애경 등 인기연예인 6명의 작품을 전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각자 3~5점의 작품을 출품한다. 한국화를 배워 2003년 작품을 전시하기도 했던 배우 심은하는 수묵화를, 전시가 처음인 배우 김혜수는 사진 이미지를 화폭에 오려붙이는 콜라주 기법을 가미한 표현주의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화투장을 오브제로 여러 차례 전시를 해온 가수 조영남은 이번에도 화투나 바둑 등을 소재로 한 팝아트적인 그림을 내놓는다. 방송 MC를 접은 뒤 이미 아트페어에서 사진 작품을 판매한 이상벽은 풍경사진, 탤런트 김애경과 강석우는 서양화를 출품한다. 이들이 내놓은 작품의 판매수익은 일부가 영동세브란스병원 근육병센터를 통해 선천성 근육병으로 고생하는 어린이들에게 지원될 예정이다. 이숙영 SOAF 운영위원장(예화랑 대표)은 “경기침체로 어려운 상황에서 스타들이 참여해 커다란 활기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OAF사무국은 공식 개막에 앞서 오는 14일 열리는 오프닝 행사에 이들 6명을 모두 초청한다. 2005년 결혼과 함께 연예계에서 은퇴한 심은하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낼지도 주목된다. 사무국측은 “별 일이 없으면 대부분 참석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오픈아트페어는 2006년 서울 강남권 화랑을 중심으로 출발했으나 이제 전국 화랑이 참여하는 그림 장터로 발전했다. 올해 아트페어에는 지난해와 같은 수준인 70개 화랑이 참여해 권옥연, 김창열, 이강소, 전광영, 전뢰진 등 작가 1200여명의 회화·조각 등 5500여점을 전시· 판매한다. 작품가격을 크게 낮춘 특별전 ‘200만원 특가전’도 관심행사다. 입장료 7000원. (02)545-3314.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대가의 달항아리에 바치는 오마주

    대가의 달항아리에 바치는 오마주

    ‘도자기는 다 그렇지, 뭐.’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1970년대 중반 이화여대 교수직을 버리고 고향인 대전으로 내려간 뒤 30년 넘게 자신만의 창조적인 도자의 세계를 구축하고자 애쓰다 떠나간 이종수(1935~2008)의 도자기는 구태의연한 표현이지만, 필설로 형용하기 어렵다. 서울 송현동 이화익 갤러리에서 8~28일 열리는 ‘이종수·임동식 2인전’은 이 범상치 않는 그릇들을 맛볼 수 있는 기회다. 서양화가 임동식은 고인이 된 이종수에 대한 오마주로 2인전에 참가했다. 예술로서의 도자기를 평생 구워온 이종수의 달항아리 표면은 잘디잔 흰꽃들이 겹겹히 들어찬 듯한 모습이다. 둥근 보름달과 상통한다는 달항아리 자체의 순결한 아름다움에, 표면의 내밀한 아름다움이 더해져 지루한 줄 모르고 오랫동안 들여다볼 수 있다. 작가도 그 아름다움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듯, 작품의 제목을 ‘잔설(殘雪)의 여운(餘韻)’이라고 지었다. 가뭄에 쩍쩍 갈라진 논바닥이나 메주의 질감을 향토적으로 표현한 ‘마음의 향(鄕)’ 등 도자기 21점이 전시됐다. 어떻게 이런 효과를 얻어낼 수 있는지 부인과 도예가인 둘째아들에게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이런 것이었다. “생각한 효과가 나올 수 있도록 장치를 해놓고 나머지는 소나무 장작 불길과 바람, 그날의 기온 등 바람에 맡겼다.” 고인은 둘째아들에게도 유약처리의 비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 아들이 자신과 닮은 작가가 아니라, 창조적인 예술가의 길을 가길 바랐던 것이 아닐까 싶다. 서양화가 임동식(63)은 독일 유학 뒤 자연과 함께 하는 야외 설치미술 운동인 ‘야투(野投)’의 일원으로, 고향인 충남 공주에서 작업활동을 한다. 대학시절부터 우상이었던 이종수와는 낙향한 예술가로서 정신적인 교감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출품작은 공주 원골마을에서 작업하던 1998년 전통적인 농경 사회의 모습을 화폭에 살려서 혼자 보고 즐기겠다고 그렸다는 ‘4남3녀’, ‘보름달 밤’, ‘엿장수’ 등의 유화들이다. (02)730-7817.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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