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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성주의 등 보편·일반성을 강요하는 사회 유쾌한 뒤집기

    남성주의 등 보편·일반성을 강요하는 사회 유쾌한 뒤집기

    친구를 사귈 때 효과적인 방법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와 나의 공통점을 빨리 찾아내 대화로 연결해 나가는 것이다. 좋아하는 색깔이나 주로 사용하는 옷과 시계 등 브랜드, 즐겨 보는 TV드라마나 영화 장르, 작가, 여행지 등등 첫 만남에서 그같은 공통점을 찾기 어려우면 그와 나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이 흐를 뿐이다. 이런 보편성과 일반성 등에 대해 질문, 반발, 거부, 끝내 전복하는 내용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영어 접두사 ‘트랜스(trans)’는 초월하거나 꿰뚫거나, 넘어서는 등을 뜻하는데, 이같은 내용을 주제로 현대작가 오인환이 7월19일까지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2, 3층에서 전시회를 연다. 작품은 영상, 설치, 사진 등 세 가지로 나뉘고, 작품 제목은 ‘우정의 물건’, ‘태극기 그리고 나’, ‘진짜 사나이’, ‘이름 프로젝트:이반파티’, ‘이름 프로젝트-당신을 찾습니다’, ‘Body-words Between Men’ ‘유실물 보관소’ 등이다. ●7월 19일까지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서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서, 오 작가는 보편성과 소통이란 주제를 관통하는 사진작품 ‘우정의 물건’을 세 점 전시한다. 미국 유학시절인 2000년부터 시작한 작품으로 오 작가는 절친한 친구의 동의를 받아 친구의 집을 방문하고 집안에 있는 모든 물건을 뒤져서 작가와 친구가 공통으로 소유한 물건을 찾아내 다소곳하게 쌓아 놓고 각각의 집에서 사진을 찍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한 쌍의 사진은 그와 친구 간 소통의 고리이기도 하고, 소통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적으면 적은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말이다. 우정이라는 차원에서 보편성·일반성은 소통의 개념이 된다. 이런 아름다운 개념이, 그러나 ‘다수의 방식’을 보편성·일반성이라고 지칭하는 순간 사회적 폭력으로 변질될 수 있다. 영상작업인 ‘진짜 사나이(Real Man)’는 한국 사회의 보편적 개념인 남성주의를 코믹하게 비판하고 있다. 무엇이 진짜 사나이인가. 노래는 군 입대를 하고, 나라 지키며, 전투와 전투 속에 맺어진 전우들의 우정을 찬양한다. 군대 안 가고, 쇼핑과 쇼핑 속에서 맺어지는 남자들의 우정은 웃길까? 아무튼 4분의4박자의 이 행진곡을 오 작가는 완전히 변형시켰다. 3절이나 되는 가사도 해체해 가나다 순으로 배열해 버렸다. 곡은 처음에는 아주 느리고 소프트하게 전자 피아노로 연주하다가 나중에는 클럽 음악, 테크노 음악으로 바꿔 놓는다. 진짜 사나이를 비웃는 것이다. ‘태극기 그리고 나’에서는 보편성에 대한 전복의 수준을 더 높였다. 나라를 위해서는 목숨을 버리는 것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꼭 한번 시도해 봐도 좋겠다. 오 작가는 서울 여의도에서 가장 높은 게양대를 가진 태극기를 찾아냈다. 그리고 태극기 부분과 깃대를 2등분하는 등 3등분해서 그와 그의 친구들이 찍었다. 영상은 3부분으로 찍은 것을 다시 하나로 연결한다. 받침대 없이 두 손을 번쩍 들어서 만세 자세로 찍도록 했다. 1㎏ 남짓 하는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 건강한 남자들도 10여분 버틸까 말까 한다. 1분, 3분, 5분, 시간이 흐르면서 촬영자는 육체적 고통을 이기지 못한다. 카메라가 흔들리고, 끙끙 앓듯이 커다란 신음소리를 낸다. 결국에 팔을 내리고 도로를 찍으면 영상은 암전에 들어간다. 국가 혹은 군대와 같은 집단은 이미지를 극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과장하고 사적인 것들을 배제하지만 오 작가는 그 안에 개인적인 흔적을 집어넣어서 보편성·일반성의 의미를 대해 반문하게 한다. ●“여성적 시각·동성애적 문화도 인정되길” 그는 보편성 일반성이 다수의 폭력으로 작동하거나 또는 남성성에 기초한 문화를 제외하고 나머지를 비주류 문화로 몰아붙이는 상황을 거부하는 것이다. 다수결의 원칙은 사회를 운영하는 한 방식일 수 있지만, 그것이 극도로 지배적이거나 권력화할 경우 개인, 다양성 등과 공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평소 일반적·상식적이라는 이름으로 남을 억압한 적은 없는지 고민해볼 대목이다. 작가는 여성적 시각과 여성적 문화, 더 나아가 이반(異般)이라고 부르는 동성애적인 문화의 존재도 인정하길 바란다. 그는 작가 노트에서 “우리나라는 현대성에 대한 논의가 민주화나 시장경제 정착 등 정치·경제 영역에서만 이뤄지고 있지만, 문화적 영역에서의 현대성도 이제는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쯤에서 밝히자면 그는 오래전에 게이로 커밍아웃했다. 작품 ‘이름프로젝트-이반 파티’ 시리즈는 그의 정체성을 보여 준다. 2006년부터 게이 친구들과 연말파티를 하며 참석자들의 서명을 중첩해 써서 익명성을 보장해 주는 방식으로 제작한 포스터다. 사인 밑의 참석자 명단이 모두 지워져 있고, 그의 이름만 나와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2002년 대안공간인 사루비아다방 전시 이후 7년 만의 개인전이다. 오랜만의 개인전인 만큼 관객은 나름대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입장료 성인 3000원. (02)739-7067.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고종·백범의 묵향이 한눈에

    고종·백범의 묵향이 한눈에

    경기가 불황에 빠지면 고서화가 뜬다고 한다. 연초 갤러리 학고재가 기획한 ‘한국 근대서화의 재발견’은 만원사례였다. 몇년 전부터 남몰래 조선시대 고서화 기획전을 준비했던 우림화랑 임명석 대표는 살짝 김이 샜다. 그래서 임 대표가 두 손을 놓고 있다는 소문이 들렸는데, 느닷없이 대규모 서화전을 연다고 연락해 왔다. 서울 관훈동 우림화랑은 19일부터 6월3일까지 ‘묵향천고(墨香千古)-신록의 향연’전을 연다. 1층부터 4층까지 전관에 전시한다. 이번 전시에는 고종황제와 명성황후, 추사 김정희, 백범 김구의 서예작품 55점, 오원 장승업의 ‘화조도’, 소치 허련의 ‘산수도’, 단원 김홍도의 ‘강상한취도 등 75점이 전시된다. 모두 130여점에 이르는 물량이다. 이중 겸재 정선과 현재 심사정 등 일부 작품은 개인 소장자에게 빌린 것으로 판매하지 않고, 도록에도 올리지 않았다. 전시 작품 중 40% 정도가 개인소장품으로 오랜만에 외출한 것들이다. 임 대표는 “조선 말기인 1902년 이전 출생자들을 중심으로 작품을 선정했다.”면서 “KBS ‘진품명품’의 감정위원으로도 활약하는 문우서림의 김영복씨가 작품을 선정하고, 김규선 선문대 교수가 한글 해설을 붙였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도 많다.”면서 “현대미술의 뿌리가 고서화에 있다는 것을 재삼 확인하고, 5~6월에 수천년간 유지되는 묵향을 여유작작하게 즐기고자 한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2층 전시실 정면에 고종의 ‘청학정’ 편액과 명성황후가 조카의 결혼을 축하하면서 써보낸 ‘오언축시’, 대원군과 의친왕 강의 글씨 등 왕가의 글씨를 한 데 모아놓기도 했다. 추사의 글씨는 6족자나 나와 있다. 행서체로 써내려간 ‘오직 도서(圖書)와 고기(古器)를 사랑하고 보리(菩提)에 들게 할 뿐이다.’ 내용의 족자는 유난히 힘이 넘쳐 보인다. 출품작 중 그림으로는 임자년(1560)과 계축년(1561년)생인 10개 문중의 선비 11명이 1610년 계모임을 연 기념으로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린 ‘임계계회도(壬癸契會圖)’, 표암 강세황의 산수도도 4작품이나 나왔다. 오른쪽 어깨 관통상의 후유증으로 일견 어눌해 보이기까지 한 백범 김구의 글씨 ‘서산대사시’도 좋은 구경거리다. 지하 1층에는 청전 이상범의 안개낀 듯한 풍경 ‘강촌어주도’, 소정 변관식 ‘무창춘색도’ 등 수묵화가 각각 여러 폭 걸려 있다. (02)733-3788.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장애인 이해하려면 직접 만나보세요”

    “장애인을 이해하는 데는 책을 읽는 것보다 직접 만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서울국제도서전 참석차 한국을 찾은 일본의 대표적인 아동문학가 오카 슈조(丘修三·67)는 17일 인터뷰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없애는 데는 ‘지식’이 아닌 ‘경험’이 필요함을 이야기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도 37쇄를 넘긴 동화집 ‘우리 누나’와 ‘나는 입으로 걷는다’ 등으로 국내에 고정 독자를 가진 작가다. ‘우리 누나’에선 다운증후군 장애인인 히로의 동생이, ‘나는 입으로 걷는다’에서는 뼈가 약해 스무 살이 넘도록 침대에 누워서 지내는 다치바나가 주인공으로 각각 나온다. 그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없애려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이 어울려서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애아들이 일반 학교에 다니면 자라면서도 일반인 친구가 많아 살아가기가 편해진다는 것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겸재 서거 250주년… 다시 그를 만난다

    겸재 서거 250주년… 다시 그를 만난다

    간송미술관의 전시는 늘 관심거리다. 1년에 봄, 가을로 두 차례의 기획전에만 문을 열어 놓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해 가을에는 신윤복의 ‘미인도’가 전시됐는데, 마침 TV드라마 ‘바람의 화원’이 방송되고 영화 ‘미인도’가 개봉되는 등 시류를 타고 역대 최대인 20만명이 관람했다. 간송미술관이 올봄 전시로 ‘겸재 서거 250주년 기념 겸재화파’전을 준비해 놓고, 17일 문을 연다. 이달 31일까지이다. 전시 제목처럼 올해는 겸재(謙齋) 정선(1676~1759)이 타계한 지 250주년이 되는 해다. 알다시피 겸재는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의 대가다. 요즘 회화들이 구상에서 추상으로, 미디어아트로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진경산수화가 뭐 그리 대수냐.’고 물어볼 법도 하지만, 그가 진경산수화를 그려낸 18세기 초반은 대단한 일이었다. 비유하자면 현대 서양회화의 흐름을 완전히 뒤바꿔 놓은 피카소와 같은 격이다. ●“21세기 새 산수화 기반 마련하자는 것” 최완수(67) 간송미술관 한국민족연구소 연구실장은 “겸재 이전에는 산수화를 그릴 때 중국의 산을 그리고, 소를 그리면 황소 대신 물소를 그리고, 의복조차도 한복이 아닌 중국옷을 그렸고, 우리는 등짐을 지는데 그림에서는 밀대에 짐을 매다는 모습을 그려냈다.”면서 “겸재의 진경산수화는 더 이상 중국 것을 따르지 않고 우리 주변의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려는 의식이 표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최 실장은 겸재가 진경산수화를 그리게 된 것은 겸재 자체의 천재성에 플러스 알파가 있다고 봤다. 최 실장은 “겸재 화풍이 나타난 것은 퇴계 이황(1501~1570)과 이이(1536~1584)를 거친 주자학이 독자적인 조선성리학으로 탈바꿈해 고유한 철학이 형성되고, 그 철학을 바탕으로 송강 정철(1536~1593)의 관동별곡과 같은 문학작품이 나타난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최 실장은 왜 지금 시점에서 ‘겸재’를 들고 나온 것일까. “한국의 모든 것이 현재 미국화(化)하는 상황에서 ‘문예부흥’이 필요하다.”면서 “우리 산수화의 전통은 2000여년이 넘었지만, 우리 그림이라고 할 만한 산수화의 기점은 겸재의 진경산수화부터다.”라고 했다. 아울러 “21세기 새 산수화의 기반을 마련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은 겸재가 64세 때인 1739년에 서울 종로구 청운동 일대 골짜기를 그린 ‘청풍계(淸風溪)’다. 여기에 63세에 그린 ‘관동명승첩(關東名勝帖)’ 중 ‘해산정’, ‘시중대’, 양천현령으로 재임하면서 친구와 시와 그림을 바꿔보자며 약속한 뒤 1740~1741년 한강의 명승지를 그린 ‘경교명승첩(京郊名勝帖)’의 ‘독백탄’, ‘목멱조돈’ 등도 전시된다. 72세 때 금강산에 다시 가 그린 해악전신첩(海嶽傳神帖) 중 ‘총석정’, ‘사인암’, 추상화적인 경향의 그림을 선보이기 시작한 75~76세 때의 ‘만폭동’, ‘총석정’ 등도 걸린다. ●신윤복·김홍도 그림 포함 110여 점 전시 특히 80세에 그린 ‘사문탈사(寺門脫蓑)’ 등은 사망하기 직전까지, 겸재의 그림이 나이가 들면서 더욱 단순화, 추상화적인 경향으로 흘렀음을 보여준다. 닭과 고양이 등을 그린 ‘추일한묘(秋日閑猫)’, ‘계관만추(鷄冠晩秋)’ 등은 세밀화에도 능했던 겸재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겸재의 작품 70~80점과 함께 겸재의 화풍을 계승한 신윤복, 김득신, 김홍도, 강희안, 심사정 등 조선시대 후배 화가까지 총 110점 안팎의 그림도 전시된다. 최 실장은 이번 기회에 겸재에 관한 연구 30년을 총정리하는 원고지 3500여장 분량의 저술 작업을 책으로 펴낼 예정이다. 겸재의 첫 벼슬에 대해 “41살 때 종6품으로 특채돼 관상감(觀象監)의 천문학 겸교수를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소개했다. 관람료 무료.(02)762-0442. 글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니체·푸코 골치 아픈 철학 쉽게 풀어썼네~

    니체·푸코 골치 아픈 철학 쉽게 풀어썼네~

    소설책을 읽으면 재밌다. 철학서를 읽으면서 재미를 느끼기는 쉽지 않다. 특히 난해하기 짝이 없는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나, 프랑스 철학자 푸코(1926~1984)의 저서는 더 그렇다. 소설이 보기 좋고 맛좋은 과일이라면, 철학은 냄새도 역겹고 입에 쓰지만 보약과 같다. 누군가가 친절하게 길안내의 이해를 도와준다면 보약을 꿀꺽꿀꺽 마실 수 있을 법도 하다. 니체의 대표적인 철학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푸코의 ‘감시와 처벌’, ‘광기의 역사’, ‘성의 역사’와 같은 책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청소년 철학서적들이 나왔다. 니체의 책은 이수영씨가 ‘미래를 창조하는 나-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니체 원작, 아이세움 펴냄)로 재구성했고, 푸코의 저서들은 조상식씨가 소설 형식으로 ‘푸코 감옥에 가다’(푸른디딤돌 펴냄)로 재창조했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에서 ‘나, 너희들에게 초인을 가르치노라.’고 일갈한다. 초인이란 슈퍼맨처럼 빨간 팬티를 입고 우주에서부터 초능력을 가지고 나타난 사람이 아니다. 허무주의나 내세의 구원에 기대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고양시키고,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 스스로 내부에 가지고 있는 존재를 말한다. 고문헌학자에서 철학자로 돌아선 니체는 그 스스로 쇼펜하우어에서 바그너로 관심사를 옮겨가면서 겪은 생각의 변화를 차라투스트라에 반영했다. 한 가지 척도와 진리만이 지배하는 세상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기 위해서는 ‘모든 가치의 전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거머리를 연구하는 학자가 있다고 하자. 그 학자는 거머리 전체를 연구하는데 힘이 들어, 거머리 뇌만 연구한다. 거머리 학자는 작은 부분의 진리를 위해 나머지 삶 모두를 내버린다. 얼마나 한심한가라고 니체는 말한다. ‘미래를 창조하는 나’에서는 먼저 원문이 나오고, 이에 대한 설명이 부록처럼 매번 따라 붙는다. 1만 2000원. 이성을 앞세운 근대 권력의 폭력성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한 푸코의 철학을 소설로 풀어낸 것은 경이롭다. 푸코 역시 서양 철학의 본류인 이성과 계몽의 의미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이 소설은 억압의 상징인 ‘언더그라운드’와 원형감옥인 ‘파놉티콘’ 독방을 무대로 한다. 자율학습시간에 교과서에 남자가 옷을 벗는 낙서를 하던 광식은 동성애자로 낙인 찍혀 정상인으로 훈련받기 위해 학교를 옮긴다. 광식이 옮겨간 곳은 언더그라운드. 그곳에서 지명수배자 ‘푸코’의 이야기를 듣는다. 광식은 ‘푸코’가 미친 사람들을 연구하던 천재였던 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형은 시공간 이동을 통해 15세기, 고전주의 시대 등으로 돌아다니며 참지식인 ‘에피스테메(episteme)’를 경험한다. 광식은 ‘푸코’와 함께 언더그라운드를 탈출해 진정한 자유를 찾으려고 한다. 자유를 찾을 수 있을까? 1만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미국 현대 미술계 비하인드 스토리

    미국 현대 미술계 비하인드 스토리

    1900년대 중반 미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는 현대미술 컬렉션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1935년 시카고에 최초의 모던아트 갤러리를 열었던 캐서린 쿠(1904~1994)가 1943년 큐레이터로 영입돼 현대회화와 조각품을 담당하게 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아 몸통 전체에 석고 깁스를 하고 수십년을 살았던 쿠는 현대미술에 대해 좋은 선구안을 가진 사려 깊은 큐레이터로 신체적인 열세를 인내하고 극복할 만큼 놀라운 열정을 가진 여자였다. ‘예술가를 말하다’(캐서린 쿠 지음, 에이비스 버먼 편집·완성, 김영준 옮김, 아트북스 펴냄)는 20세기 중반 미국 현대 미술의 태동기에 활동한 전설적인 큐레이터의 전기이면서도 그 시대의 예술가들과의 만남, 컬렉터들의 작품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 큐레이터와 이사진의 갈등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는 미술 전문서적이다. 쿠는 시카고미술관을 20세기 중반의 흐름에 발맞춰 나가게 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시카고의 보수적인 성향이 반영된 미술관 이사진은 이런 노력을 방해했다. 미술관 이사진은 윌렘 데 쿠닝의 초기 걸작 ‘발굴’이 선물로 들어오자 ‘10년 동안 전시를 하지 않겠다.’는 계약조건을 달으라는 터무니없는 요구를 해 작품을 놓치기도 했다. 1955년에 쿠가 잭슨 폴락의 대작 ‘회색빛 무지개’를 사들이자 ‘시카고 트리뷴’에서는 ‘쿠쿠(쿠를 빗대)는 떠나야 한다’는 헤드라인 아래 작품 매입이 시카고를 덮친 재앙이라고 대서특필하기도 했다. 마크 토비의 1953년 작 ‘8월의 가장자리’는 이사진이 작품구입을 미적거리는 통에 결국 뉴욕 현대미술관에 팔려가기도 했다. 쿠는 미술기사로 정부와 갈등을 빚기도 한다. 1972년 보스턴 미술관의 중국미술 컬렉션 재설치 기념전시를 ‘새터데이 리뷰’에 실었다. 그 전시에는 닉슨 대통령 부부가 중국을 방문해 구입한 중국 물병 2점이 나왔다. 문제는 이 물병이 관광상품이었다는 것이다. 쿠는 지체없이 “대통령을 수행했던 그 많은 사람들 중 예술에 대한 지식이 있는 측근이 없었던 것이냐. 정치적 위상이 높은 소유자가 내놓았다고 명망 있는 미술관마저 그렇게 평범한 물건들을 두고 비굴한 태도를 취해야 하느냐?”고 일갈했다. 그 기사는 통신사를 통해 전국으로 퍼졌고, 쿠는 그 뒤로 수년 동안 알 카포네의 회계장부 압수수색 수준의 혹독한 회계감사를 받아야 했다. 러시아 작가인 칸딘스키의 작품을 몰라본 경매사의 무지로 거저 줍다시피 한 적도 있다. 1937년 1월 소리 소문 없이 열린 경매는 선구적인 아트 컬렉터 제롬 에디의 컬렉션. 경매사는 ‘틴판스키 작품’ 경매의 시작을 알렸다. 독일 무르나우에 있는 교회를 담은 1909년 표현주의 작품을 쿠는 각각 20달러와 5달러에 살 수 있었다. 미술관 큐레이터로서 좋은 컬렉터의 작품을 기증받기 위한 노력은 처절했다. 가장 뼈아픈 경험은 아렌스버그의 컬렉션. 아렌스버그는 현대미술가인 마르셀 뒤샹의 조언을 받아 엄청난 현대회화, 조각 컬렉션을 가졌다. 여러 경쟁자를 제치고 쿠는 아렌스버그로부터 시카고 미술관에서의 전시회 허락을 받았다. 쿠는 기증이 눈앞에 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렌스버그가 전시에 동의한 것은 단 한 푼의 비용도 부담하지 않은 채 전문적으로 펴낸 도록을 손에 넣기 위해서였다. 도록이 기증의 교섭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도록이 손에 떨어지자 아렌스버그는 더이상 쿠를 만나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워싱턴 DC의 내셔널갤러리에 작품을 기증한 체스터 데일의 경우는 시카고 미술관에 10년간 컬렉션을 무상 임대해 줬다. 컬렉션의 가치는 높아졌다. 내셔널갤러리가 생존 작가의 작품은 전시할 수 없다는 규정을 바꾸자 데일은 시카고 미술관에서 작품을 회수했다. 쿠는 또 헛물을 켠 셈이다. 쿠는 전 세계 순회전시와 같은 블록버스터급 해외전시도 대단히 싫어했다. 작품에 씻을 수 없는 훼손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북회귀선’의 작가 헨리 밀러가 화랑에서 그에게 돈을 빌려 달라고 했던 일화, 토마스 만이 현대미술을 보고 이해할 수 없다며 혀를 끌끌 차던 일화 등도 생생하고 재밌다. 시카고미술관이 소장한 최고의 걸작, 신인상파 화가인 조르주 쇠라의 ‘그랑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의 표면을 세척한 뒤 오른쪽 위 구석에서 쇠라와 그의 정부로 추정되는 여인의 모습을 발견한 것은 당시 큐레이터였던 쿠로서는 평생 못 잊을 감동과 경이로움이었다고 술회한다. 이 과정에서 쿠는 쇠라가 형식주의적 화가가 아닌 피 끓는 젊은 사내임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캐서린 쿠가 사망한 지 10년이 더 지난 2006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됐다. 쿠가 원고를 4분의3 정도 썼을 무렵 사망했기 때문에 쿠가 생전에 뒷일을 부탁한 미술사학자 에이비스 버먼이 쿠의 초고를 바탕으로 사망하기 전인 1982년의 인터뷰와 그녀가 남긴 편지, 메모와 기록들을 뒤져가며 나머지를 채웠다. 1만 5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위작 논란 박수근 ‘빨래터’ 제3의 작품 전시

    위작 논란 박수근 ‘빨래터’ 제3의 작품 전시

    2007년 위작논란이 제기된 박수근의 ‘빨래터’(2007년 5월 서울옥션 경매)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4호 크기의 제3의 ‘빨래터’가 전시된다. 서울 관훈동 가람화랑은 18~30일 열리는 ‘한국근대미술명품전Ⅱ’에 박수근의 ‘빨래터’를 전시한다고 13일 밝혔다. 송향선 가람화랑 대표는 이날 “근대 미술사에서 큰 족적을 남긴 박수근을 비롯해 도상봉, 오지호, 장욱진, 박고석, 정규, 최재덕, 황염수 등 작고 화가 8명의 작품 30여점을 전시한다.”면서 “특히 지난 30여년간 공개된 적이 없는 15.8×33.4㎝ 크기 박수근의 ‘빨래터’를 전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 대표는 “이번 전시되는 빨래터는 위작 논란을 겪고 있는 서울옥션 경매 작품이 아니라 1975년 문헌화랑의 ‘박수근 10주기 기념전’에 걸렸던 그림”이라고 출처를 밝힌 뒤 “당시 박수근의 부인인 김복순 여사의 지인이 부인을 찾아와 이 그림을 팔겠다고 했으나 출품이 늦어져 당시 도록에는 실리지 못했고, 1985년 출판된 열화당의 ‘박수근’ 참고 도판에 소재 불명으로 명시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당시 호당 20만원으로 계산해 80만원으로 제시됐지만 75만원에 팔렸고, 그때 이후로 소장가가 한 번도 전시에 내보낸 적이 없다고 한다. 송 대표는 이어 “이번 전시되는 박수근 전시작 중 ‘절구질하는 여인’은 팔지만, 빨래터는 개인 소장품으로 전시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반 고흐도 해바라기를 5점이나 그린 것처럼 화가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소재를 반복적으로 그리는 경향이 있다.”면서 “빨래터의 경우도 존 에릭스 릭스가 소장했던 빨래터(서울 옥션 경매품)와 화가 유강렬이 소장했던 빨래터, 시공사 도록에 소개됐고 1995년 갤러리 현대의 ‘박수근 30주기 기념전’에 처음으로 공개됐던 빨래터, 1996년 9월 크리스티 경매에 출품됐던 빨래터, 유족들의 사진첩에 들어 있는 미발표작 등 모두 6점이 확인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박수근이 빨래터를 즐겨 그린 이유로는 아내 김복순과 처음 만난 장소가 빨래터였던 것. 가람화랑이 공개한 박수근이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는 ‘…일전에 당신이 우리 어머니와 빨래를 하러 같이 가셨을 때 어머니 점심을 가져간다는 핑계로 빨래터에서 당신을 자세히 보고 아내로 맞아들이려고 마음을 결정했습니다. -1939년 가을’이라고 쓰여 있다. 반도화랑 시절부터 박수근 작가와 인연을 맺어왔던 갤러리 현대 박명자 회장은 “이중섭이나 박수근 선생 등은 동일한 소재와 제목의 작품을 3·4호부터 40호까지 다양하게 그렸다.”면서 “자신의 부인을 그린 ‘절구질하는 여인’, 큰딸을 그린 ‘애기 업은 소녀’, ‘나무와 두 여인’도 다양한 크기로 각각 10여 점이 있다.”고 말했다. (02)732-6170.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동화책도 ‘영어 열풍’

    동화책도 ‘영어 열풍’

    최근 어린이 동화책 출판업계에 영어 동화책을 잇따라 발간하는 ‘영어 광풍’이 일고 있다. 조선시대에 태어난 어린이들은 5살이면 서당에 다니면서 한자로 된 천자문, 동문선습, 명심보감을 읽고 썼듯이, 앞으로 한국의 어린이들은 한글을 떼기도 전에 영어를 배우게 될 참이다. 영어에 모국어의 자리를 내주게 생겼다는 우려도 있다. ●유아 영어 그림책 출판 앞다퉈  아동출판 전문회사인 웅진주니어는 유아 그림책인 ‘괜찮아’를 ‘It’s Okay!’라는 제목의 영어책으로 번역,출판했다고 12일 밝혔다. 이화정 웅진주니어 대표는 “어린이들에게 이미 익숙한 동화책을 영어 그림책으로 다시 보고 싶다는 부모님들의 요청들이 있어 영어 번역판을 내게 됐다.”는 설명이다. 웅진주니어는 2005년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 행사의 일환으로 동화 ‘나쁜 어린이표’(황선미 지음)의 영문판인 ‘The bad kid stickers’도 출간했다.  출판사 디자인음에서는 5월 초 한국 맥쿼리 그룹 회장인 존 워커가 그림 동화책 ‘아기 반달곰 우라의 모험(Ura’s World)’을 영어판 한국어판으로 동시 출간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김영사에서 만화가 이원복의 ‘먼나라 이웃나라 미국편 1·2권’(아동용)을 영어번역판으로 출간했다. 장선영 김영사 편집팀장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익숙하고 재미있게 읽은 만화책을 통해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특별하게 광고하지 않지만 매월 100여권씩 꾸준히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솔수북의 베스트셀러 그림책 ‘구름빵’도 영문판이 나와 있다. 이같은 경향에 대해 출판업계에서는 “영어책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어 시장의 가능성을 타진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인터넷 서점인 ‘예스24’가 외국어 서적 판매량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들어서 유아·초등학생을 위한 영어책이 전년동기 대비 2년 연속 약 10% 포인트씩 신장하고 있다. 올 1분기 외국도서 중 유아 어린이 판매비율은 44.7%로 전년 1분기의 34.8%에 비해 약 10%포인트가 상승했다. 2007년 1분기 어린이 영어책 판매 비중은 26.7%였다. 영화 ‘마틸다’ ‘찰리와 초콜릿 팩토리’의 원작자인 로널드 달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늘고 있다고 교보측은 밝혔다. ●“영어에 모국어 내줄라” 걱정도 이와 관련, 비판도 적지 않다. 동화작가 채인선씨는 “뉴질랜드에서 살면서 영어로 동화를 써보았더니, 한글로 쓸 때와 결론이 달랐다.”면서 “국민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것이 언어인데 모국어를 배우기 전부터 영어에 노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 “朴,PK에 깜짝놀랄 액수 뿌렸다” “있는 사람들이 더한 경우” 盧 수십만달러 “추가 수수” “원래 포함된 것” ‘트와일라잇’ 속편 대본 쓰레기통에 ‘터미네이터 4편’ 청출어람 고대 총장 “건설대학 세웠으면” 박지성 “리버풀의 추격 즐기고 있다”
  • ‘200만원의 행복’

    전시회에서 그림을 더 재밌고 진지하게 볼 수 있는 방법은 ‘만약 내가 그림을 산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라는 가정을 해놓고 보는 것이다. 한 번씩 대충 보고 돌아설 전시회도 이런 가정 아래서는 두 번, 세 번씩 되돌아 보고, 나의 취향 외에 그림의 작품성을 고민하게 된다. 더불어 작가의 약력도 살펴 보고, 또한 내가 ‘찍은 작품’이 도록에 실린 작품인가도 보게 된다. 서울 인사동 노화랑의 ‘작은 그림 큰 마음’ 전시는 유명화가들의 컬렉터가 될 기회를 제공하는 전시로, 올해로 여섯번째다. 가격은 200만원으로 일정한 만큼, 일단 구입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그림을 꼼꼼히 보면서 안목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겠다. 참여작가는 이왈종, 황주리, 전광영,이두식, 이수동, 김태호, 박훈성, 이석주, 장이규, 한만영씨 등 10명의 작가로, 작가당 15점을 출품해 150점이 전시됐다. 20일까지. (02)732-3558.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제주의 바람에 취해 살다 간…김영갑 사진작가 미공개 유작전

    제주의 바람에 취해 살다 간…김영갑 사진작가 미공개 유작전

    끼니를 거르더라도 마지막 남은 동전을 긁어 모아 필름과 인화지는 사둬야 마음이 편했다. 베트남 전에 참전했던 형이 사다준 카메라가 그의 운명을 바꿨다. 한양공고를 졸업한 뒤 사진에 매달렸다. 남편의 모진 매질를 견디며 여자로서의 자잘한 행복을 포기한 어머니를 보고 자란 탓에 결혼도 하지 않았다. 밥벌이가 안되는 사진에 영혼을 건 남자가 여자에게 행복한 삶을 보장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때론 어지러운 마음을 그는 뒤늦게 배운 바느질로 다스리기도 했다. 끼니와 필름값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형편이 됐을 때 그는 카메라 셔터를 누를 수가 없었다. 근육이 마비되는 루게릭 병이 온 탓이었다. 이어도와 제주도에 미쳐 1985년부터 제주도로 옮겨 살며 제주도의 풍광을 찍어온 ‘바람의 사진가’로 알려진 사진작가 김영갑(1957~2005)씨의 삶이다. 2001년 발병해 5년여의 투병 끝에 2005년 사망했다. 서울 충무아트홀내 충무갤러리에서 김영갑 작가가 생전에 미공개한 유작전이 14일부터 7월19일까지 열린다. 이번 유작전은 오름 등 제주의 해발 200~500m 중산간 지역의 아름다움을 찍은 파노라마 사진 40여 점이 전시된다. 사망하기 직전까지 수없이 많은 사진을 찍었다. 1985년 이래로 사망하기 직전까지 17차례의 개인전을 열었지만, 그의 사진은 90%가량 필름으로 남아 있다. 전시작품의 에디션(인화한 작품 수)은 10개 이내다. 김영갑씨의 작품이지만, 17번의 개인전과 달리 김영갑씨가 직접 고르고 결정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고 감상하는 것이 좋겠다. 김영갑 사진의 특징인 바람을 담은 풍경은 많이 보이지 않는다. 입장료는 성인 2000원. (02)2230-6678.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봄날은 간다 르누아르의 여인들이 온다

    봄날은 간다 르누아르의 여인들이 온다

    “아름답게 그려야 한다.” 오귀스트 르누아르(1841~1919)는 말년에 후배인 피에르 보나르(1867~1947)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스승 글레르가 낙천적인 그림만 그린다고 비판하자 “그림 그리는 것이 즐겁지 않으면 그릴 이유가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서울시립미술관서 유화 등 118점 전시 그는 자신의 예술철학에 맞춰 그림의 주제와 소재에서도 철저하게 예쁘고 즐거운 것만을 골라 담았다. 예쁘고, 즐겁게, 환하게 웃고 있는 20대의 풋풋한 젊음과 아름다움, 30대 여성의 풍만한 나체들. 찬란한 금발과 핑크빛 두 볼이 더욱 빛나는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여성들은 1850년대 파리에서 살아가는 즐거움을 발산하고 있다. 대표작인 책읽는 여인을 비롯해 피아노 치는 소녀들, 머리 빗는 여인, 바느질 하는 여인, 춤추는 여인 등등. 귀족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시민의 시대가 시작되던 당시 파리에서는 무도회, 음악회, 축제, 야외 소풍, 경마, 수영들로 나날이 즐거웠을 것 같다. “나는 여성을 좋아하지.”라는 그의 발언을 덧붙이지 않아도 그림만 보면 그가 여성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같은 인상파 작가로 동시대를 살았던 작가 마네가 ‘풀밭 위의 점심’와 ‘올랭피아’ 등으로 역사화나 신화를 그리는 그런 유의 전통적인 아카데믹 회화에 반기를 들고, 적극적인 여성상을 제시해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것과 르누아르의 길은 달랐다. 르누아르는 그림은 벽을 장식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그러기에 그림은 예쁘고 아름다운 것이어야 하며, 사람들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의 국내 첫 회고전이 28일부터 9월13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행복을 그린 화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전시다. 파리 오르세 미술관과 오랑주리 미술관을 중심으로 전 세계 40여 공공미술관과 개인소장 작품 118점을 모은 블록버스터급 전시다. 118점 중 유화가 71점. 이 전시를 기획한 서순주 커미셔너는 “보험가액만 1조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회의 하이라이트는 포스터로 제작된 1883년작 ‘시골무도회’다. ‘도시무도회’와 한 쌍으로 제작돼 오르세 미술관에 전시될 때도 쌍으로 전시된 대작으로, 꽃무늬 흰색 드레스를 입은 풍만한 시골풍의 젊은 여성이 구렛나루를 기른 남성과 아주 즐겁게 춤추고 있다. 그녀가 오른손에 들고 있는 그림부채는 당시 일본풍의 유행을 보여 준다. 인상파 화가로 자리를 잡게 한 나뭇가지를 뚫고 들어오는 햇빛을 그린 1876년작 ‘그네’도 전시된다. 또한 ‘햇살 속의 누드’로 불리는 ‘습작, 토르소, 빛의 효과’는 르누아르가 제2회 인상파전에 출품했던 그림이다. 반신 누드로 햇빛을 받고 있는 풍만한 여인으로 오르세 미술관 소장품이다. 프랑스 정부가 매입해 그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된 ‘피아노 치는 소녀들’(1892년)도 전시되는데, 오랑주리 미술관의 미완성작품으로 이번에 전시된다. 이 작품은 원래 프랑스 정부의 의뢰로 4점이 제작됐다. 주변 인물을 그린 작품들도 전시된다. 1909년작 ‘광대복장을 한 코코’는 르누아르가 자신의 막내 아들에게 광대 복장을 입혀 그린 그림이다. 후에 영화감독이 된 둘째아들의 어린 시절 모습인 ‘장 르누아르의 초상’, 배우 출신 며느리를 그린 ‘꽃 장식 모자를 쓴 데데’, 자신을 포함해 인상파 화가의 작품을 주로 다룬 화상 폴 뒤랑-뤼엘의 딸을 담은 ‘바느질하는 마리-테레즈 뒤랑-뤼엘’ 등등도 볼 만하다. ●세계 40여 미술관 등서 모아 전시작 중 1892년작 ‘바위에 앉아 있는 욕녀’를 비롯해 6점은 개인 소장품으로 일반에 거의 전시되지 않았던 그림들. 서순주 커미셔너는 “이번 르누아르전은 120여 점을 한자리에 모았던 1985년 파리 그랑팔레의 회고전 이후 질과 양적인 면에서 최대 규모”라며 “전시작 중 12점은 9월20일 개막하는 파리 그랑팔레의 또 다른 르누아르전에서도 전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 커미셔너는 “경제위기 속에서 즐거움을 주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관람료는 어린이 8000원, 청소년 1만원, 성인 1만 2000원. (02)2124-8935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책값 부담스럽다면 파주 북 아웃렛 어떠세요?

    책값 부담스럽다면 파주 북 아웃렛 어떠세요?

    아동도서 출판사인 비룡소가 지난 1일 파주출판단지에 어린이 상설 도서 할인 매장인 ‘까멜레옹’을 오픈했다. 이로써 파주 출판단지내 북아웃렛(상설할인매장)이나 할인 책방이 10여개로 늘났다. 경제 위기설이 팽배해 지갑을 열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판매되는 서적들은 서점에서 반품이 들어온 책들로, 베스트셀러도 적지 않다. 물론 새 책을 만질 때의 촉감이나 시각적 즐거움은 살짝 떨어질 수 있다. 표면에 작은 흠집이 있거나 본면의 종이가 조금 바랬거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에 책을 구입해 읽고 즐기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특히 간혹 절판됐거나 품절됐던 도서도 구입할 수 있어 큰 장점. 각 출판사의 북 아웃렛들은 초판 발행일을 기준으로 1년6개월이 지난 책들을 최고 80%, 평균적으로 30~50% 할인한다. 신간의 경우는 정가에서 10% 할인한다. 일부 구간(舊刊)의 경우 할인가가 적용되지 않지만, 옛날 가격으로 판매된다. ●비룡소 아웃렛 ‘까멜레옹’ 비룡소가 발행한 어린이책 중에서 출간된 지 1년6개월 이상 된 책들은 기본적으로 50% 할인해 판매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으로 ‘수학귀신’, ‘모모’, ‘지각대장 존’, ‘고릴라’, ‘줄무늬가 생겼어요’, ‘아씨방 일곱동무’, ‘까마귀 소년’, ‘오른발 왼발’ 등을 반값에 살 수 있다. 비룡소 사옥 2층. (031)955-4318~9. ●김영사 아웃렛 ‘행복한 마음’ 출판단지 김영사 건물에 북아웃렛을 2006년 5월에 열었다. 복합 문화공간을 지향해 세미나실, 강당, 어린이 놀이공간, 카페까지 마련했다. 어린이책부터 성인책까지 모두 출판하고 있는 김영사는 최저 30%에서 최고 80%까지 책값을 할인한다. ‘먼나라 이웃나라’, ‘식객’, ‘앗’ 시리즈 등도 구입이 가능하다. 매월 둘째, 넷째 토요일에는 강연회도 연다. (031)955-3155. ●열화당의 ‘향기있는 책방’ 열화당 건물에 있고, 2004년에 문을 열었다. 신간은 10% 할인하고, 구간의 경우는 옛날 정가로 판다. 할인은 없지만 구간 중에는 1500원짜리도 있어 저렴하다. (031)955-7000. ●아침독서운동본부의 ‘비밀의 책방’ 아침독서운동, 학급문고 보내기 등의 활동을 하는 한상수씨가 만든 어린이책 전문 아웃렛. 어린이출판사들로부터 반품 받은 책들을 기증 받아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다. 출판사 서해문집 건물 지하 1층. 같은 층에 어린이 도서관도 있다. (031)955-7656. 이외에 동화출판사의 킨더랜드(031-955-4961), 아름다운 가게가 운영하는 헌책방 보물섬(031-955-0077), 혜원북숍(031-955-7451), 보림책방(031-955-3456), 성지문화사(031-955-7477), 문공사북카페(031-955-4123), 다락원북카페(031-955-7272) 등에서도 30~50% 할인된 가격에 책을 공급하고 있다고 출판도시문화재단은 밝혔다. 대중교통 외에 서울 지하철 합정역 2번 출구에서 출판단지로 들어가는 셔틀버스가 운영되고 있다. (031)955-0030.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300년전엔 서양이 동양을 흠모했었다

    300년전엔 서양이 동양을 흠모했었다

    정복한 땅의 크기를 볼 때 세계사적으로 최고의 정복왕은 누구일까. 헬레니즘 문화를 꽃피운 고대 그리스의 알렉산더 대왕일까, 서양 문화의 원형이 된 로마제국의 카이사르일까, 동유럽인 헝가리에까지 침략의 손을 뻗친 몽골제국의 칭기즈칸일까. 답은 물론 12~13세기 유럽을 경악시킨 칭기즈칸이다. 이런 질문을 던지는 까닭은 동양이 현재 시점에서 겪고 있는 서양에 대한 콤플렉스가 세계사를 거꾸로 1000년만 돌리면 우월감으로 변화되고, 최소한 300년만 돌려도 그 콤플렉스는 찾아보기 힘든 여러 정황이 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동양과 서양의 위대한 만남(1500~1800)’(데이비드 문젤로 지음, 김성규 옮김, 휴머니스트 펴냄)은 16세기에서 19세기 초까지 동양과 서양 간의 문화교류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미국 베일러대 교수로 19세기 말 어떤 힘에 의한 일방적인 소통의 시대로 나가기 전의 모습을 보여 준다. 부제인 ‘대항해 시대, 중국과 유럽은 어떻게 소통했을까’가 제시하듯 16세기 동양(정확하게는 중국)의 철학과 예술은 유럽의 종교와 과학과 만나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이 시대에는 일방적인 쏠림현상이 없다. 오히려 중국의 차와 실크, 도자기가 유럽으로 밀려들어간다. 도자기의 경우 17세기가 돼서야 유럽은 중국이 유럽에 수출한 수준의 도자기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된다. 그 사이에 유럽의 귀족과 왕들은 중국 도자기 방을 만들고, 도자기 수집에 열을 올렸다. ●16세기 유럽의 왕·귀족 中도자기 수집 열광 고리타분해 보이는 유학과 공자가 서양에 소개되면서 서양 철학사와 사상사에 일대 반향이 일어난다. 볼테르를 위시한 프랑스의 계몽주의자들은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중국 사회와 유럽의 부패한 가톨릭 사회를 대조했다. 볼테르는 중국의 종교는 미신이나 터무니없는 전설이 거의 없다고 호평한 반면, 기독교에는 미신 등이 가득하다고 비난했다. 영국의 철학자 마르크스, 벤저민 프랭클린과 토머스 제퍼슨 같은 미국 정치인들도 중국의 법률 체계와 귀족 정치를 흠모했다. 독일의 고트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1646~1716)와 같은 저명한 지식인은 스스로 발견해낸 우주의 진리가 유가 철학에 있음을 확인하기도 했다. 17세기 중국의 역사는 유럽의 정체성에 지적인 도전도 이뤄낸다. 유럽에서 학문의 여왕은 신학이었지만, 중국에선 역사였다. 세계에서 가장 길게 이어지는 문명을 가진 중국은 전문 학문으로서 역사학이 있었다. 역사학을 만난 17세기의 유럽은 성경에 정확한 연대기를 만들려는 열정을 갖게 됐다. 결국 영국 성공회의 대주교인 제임스 어셔는 라틴어로 된 ‘신구약 편년사’를 출판해 아담 창조의 시기를 기원전 4004년, 노아의 홍수를 기원전 2349년 등으로 정하기도 했다. 그럼 동양의 서양에 대한 씻을 수 없는 콤플렉스(일부 동양인들은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는 언제 시작됐나. 19세기 말 중국 필리핀 마닐라 등이 서양의 식민지로 전락한 뒤 200년간 쌓여온 감정이다. 원래 중국은 자신들 세계의 밖을 ‘오랑캐’에 불과하다고 했지 않았나. 동양에 대해 서양인들이 우월한 의식을 갖게 된 것도 산업혁명과 과학의 발전, 15세기 말~16세기 ‘대항해의 시대’를 통해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아시아 등을 식민지로 성공적으로 개척한 불과 200년 안팎에 형성된 감정일 뿐이다.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동양에 대한 우월의식 사실 바스코다 가마(1497)나 콜럼버스(1492) 등을 유럽의 ‘대항해 시대’ 또는 ‘지리상 발견의 시대’의 원조라고 주장하는 것도 서양의 시각에서 그럴 뿐이다. 이보다 70년 전 명나라 영락제 때 환관 정화는 함대를 이끌고 1405~1433년까지 7차례나 ‘서양원정’을 떠났다. 그때 인도는 물론 아프리카까지 도달했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것이다. 더 나아가 영국 해군 제독 출신인 개빈 멘지스는 ‘1421년 가설’을 통해 정화가 호주와 아메리카 발견까지 해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물론 이 주장은 현재 가설로 존재하고, 이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중국 측에서 배를 띄우는 등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 시기에 동서양 문화의 가교는 예수회 신부들이었다. 문젤로 교수는 초기 예수회 신부들이 영아 살해, 아동 인신매매, 매춘 등이 자행되는 중국 사회를 거침없이 비판하기도 했다. 1740년대 중국을 방문한 영국의 해군지휘관 조지 앤슨도 중국을 비열한 관리들이 백성을 착취하는 나라라고 맹비난했다. 번역자인 김성규 전북대 역사학과 교수는 전화통화에서 “지금까지 중국 한국 일본 등 동양을 규정해온 것들은 모두 서양 중심주의적인 것으로, 19세기 후반 이후 서양이 동양을 압도했기 때문”이라면서 “그러나 그 이전의 시기를 돌아보면 동양의 우월성이 도드라지는 만큼 중국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시점에서 동양의 여러 문제를 새롭게 점검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1만 4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두 번 실수는 없다” 틀린 문제 정복 노하우

    사람이 실수를 할 수는 있지만, 똑같은 실수를 두 번 하면 바보라고 했다. 그러나 시험에 임하게 되는 학생들은 늘 틀리는 문제를 또 틀리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경향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라고 피해갈 수 없다. 이번에 출간된 ‘엑쏘(XO) 영어 독해편과 문법편’(신문섭 외 5명 지음, 북드림 펴냄)은 부제인 ‘오답노트’가 암시하듯 틀릴 수 있는 문제를 또 틀리지 않도록 ‘오답 검열 장치’를 갖춘 학습서다. 수능시험을 이미 치러본 선배들은 수능시험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학습방법이 오답노트를 작성하는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오답노트는 학교시험이나 모의고사, 각종 문제집을 푼 뒤 틀린 문제를 정리해놓은 노트를 말한다. 문제는 오답노트의 중요성을 알고 오답노트까지 만들어놓고 활용을 못하는 일도 적지 않다는 것. 엑쏘는 ‘오답체크’ 코너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틀린 문제가 생기면 스크랩해서 비닐 앨범 안에 담으면 된다. 어떤 시험에서 내가 선택한 답은 몇 번인데, 틀린 이유는 이러저러하다고 써넣을 수 있다. 틀린 문제를 충분히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3회까지 마련해 놓았다. 특히 영어 독해와 문법 학습서라는 특성에 따라 몰랐던 어휘나 어려운 구문을 적어놓는 빈칸도 마련돼 있다. 수능시험을 앞두고 시간에 쪼들린다면 오답노트만 읽어보면 되는 셈이다. 특히 이 책의 저자들인 신문섭, 황우연, 신정호, 이지민 등은 서울대 출신의 교사로 EBS에 출강하고 있다. 서울대 재학생으로 서울대 경제학부의 노성현씨도 합류해 만든 책이다. 이 한 권이 교과서에 참고서, 시험문제지, 오답노트까지 4가지의 역할을 한다. 각권 1만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일본 인기 작가들이 몰려온다

    일본 인기 작가들이 몰려온다

    ‘일류’(日流)가 몰려온다. 오는 13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2009년 서울세계국제도서전’에 일본이 주빈국으로 선정돼 일본 작가들이 대거 방한, 출판기념회와 사인회, 대담 등을 통해 국내 독자들과 만나게 된다. 이번에 참석하는 230여개의 일본출판사는 주빈국으로 선정됨에 따라 일본 소설뿐만 아니라 아동문학, 만화, 실용서적, 학술서적 등을 대대적으로 소개하고, 일본 서예가 기노시타 마리코의 서예시연, 기모노 전시, 일본 전통무용, 일본 전통악기인 샤미센 연주 등 일본문화 체험전도 함께 진행한다. 방한하는 일본 작가로 우선 ‘냉정과 열정 사이’로 국내에 고정팬을 확보하고 있는 에쿠니 가오리가 사인회를 연다. 에쿠니는 이 소설을 공동 집필한 쓰지 히토나리와 10년 만에 또 다른 공동 소설 ‘좌안·우안’의 출판기념 사인회를 12~14일에 갖는다. 두 작가는 13일 저녁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사인회를 한 뒤, 14일 저녁에는 현대백화점 코엑스점에서 책 출간 기념 문학콘서트를 연다. 14일 행사장인 코엑스의 북 러버스 코너1에서 소설가 정이현과 여성의 일과 사랑, 작품세계에 대한 대담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쓰지 히토나리는 또 13일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함께 쓴 공지영씨와 대담을 갖는다. 지난 3월에도 한 차례 방한한 적이 있는 ‘악인’의 작가 요시다 슈이치가 이번 도서전에 맞춰 다시 내한, 백영옥 작가와의 대담(15일), 강연회(16일) 등을 통해 국내 독자들에게 인사한다. ‘삼월은 붉은 구렁을’ 등의 추리 소설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가진 온다 리쿠도 16일 도서전 행사장에서 1시간 동안 사인회를 연다. 방한에 맞춰 장편 미스터리 ‘어제의 세계’도 출간한다. 구준표 신드롬’을 만들어낸 ‘꽃보다 남자’의 원작자이자 만화가인 가미오 요코의 방한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가미오는 지난해 12월31일 KBS 드라마 ‘꽃남’의 촬영장에 비공식 방문해 제작진을 격려하기도 했지만, 국내 팬과 만나기 위해 공식적으로 방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순정만화 ‘꽃보다 남자’는 현재까지 17개국에서 출간됐으며, 일본에서 6000만부, 국내에서 150만부 이상 판매됐다. 원작의 인기를 바탕으로 타이완, 일본, 한국에서 연이어 드라마로도 제작돼 인기를 모았다. 가미오의 사인회는 16일 오후 1시30분 코엑스 주빈국관에서 진행된다. ‘오늘은 맑음’ ‘So Bad’ ‘동경소년소녀’ 등을 그린 만화가 아이하라 미키의 사인회는 17일 오후 3시부터다. 그림책 작가로 볼로냐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4차례나 선정됐고 국내에도 고정팬을 가지고 있는 미우라 다로가 방한한다. 미우라는 14일 낮 12시부터 북스타트 세미나에 참석한다. 올해로 15회를 맞은 서울국제도서전에 한승원, 김연수, 김중혁(이상 15일), 은희경, 최영미, 조경란, 김애란(16일), 이지민, 한창훈, 한강,김인숙(17일) 등 한국 인기 작가들과의 만남이 코엑스에서 이뤄진다. 소설가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등의 낭독회는 15일 오후 2시부터 진행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다문화사회의 다양성 더 반영을/남인용 부경대 신문방송학 교수

    [옴부즈맨 칼럼] 다문화사회의 다양성 더 반영을/남인용 부경대 신문방송학 교수

    오늘은 어린이 날이다. 새로운 생명을 길러내는 가정·사회·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저출산 경향으로 출산율 증대를 위한 노력이 기울여지고 있다. 자살과 교통사고는 생존율을 높이는 일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저출산 사회에 새로운 희망으로 등장한 외국인 식구들은 다문화사회를 지향한다. 서울신문은 출산율과 관련해 인구감소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해 왔다. ‘2018년 인구감소… 노인빈곤 대책 세워야’(1월21일), 대가족 제도를 통한 해결을 제안한 ‘보육문제 이렇게 해결을’(3월14일), 주명룡 한국은퇴자협회장의 칼럼 ‘저출산 고령화, 정부 대책을 찾습니다’(3월13일), 저출산의 주원인이 출산 기피를 강요하는 기업·사회·국가라고 지적한 문소영 차장의 칼럼 ‘누가 저출산 국가를 만드나?’(3월21일) 등이 주목할 만했다. 그동안 저출산 문제 진단과 함께 해결책이 다수 제안되었지만, 불임으로 인한 출산의 어려움, 미혼모 등의 문제로 인한 낙태, 취학 이후 가중되는 교육 부담에서 오는 출산 기피에 대한 분석이 미흡했다. 임신하려는 부부를 돕는 정책, 낳기만 하면 국가가 길러주는 정책, 교육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는 정책 등 장기적인 제도의 마련이 필요하다. 요즘 ‘자녀를 잘 키우기 위한 5가지 조건’으로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이해심, 할아버지의 재력, 옌볜 아주머니의 보살핌, 둘째의 희생’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자녀 양육에 있어서 어지간한 뒷받침으로는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말이다. 첫째의 성공을 위해 항상 양보해야 할 둘째를 출산할 용기는 쉽게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생존율 또한 출산율만큼 중요하다. 특히 최근에는 청소년·여성·실직 남성·노인 등 사회적 약자의 자살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3월 자살 이상급증, 10·20대가 위험하다’(3월10일)가 이를 다룬 대표적 기사이다. 생존율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인으로 교통사고, 특히 어린이 교통사고가 있다. ‘어린이 대공원에 교통안전체험관 개관’(3월25일)에서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을 다뤘다. 자살과 교통사고가 생존율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기에 자살과 교통사고의 예방 대책에 대한 관심이 더욱 요구된다. 서울신문은 저출산에 대한 대안으로 다문화사회를 제시하면서 집중 조명했다. 단일민족 국가에 근거한 현행 헌법의 개헌을 주장한 ‘개헌 다시 보자, 글로벌시대 포용할 따뜻한 헌법 필요’(1월1일), 다문화사회는 또 다른 품격 있는 문화의 창조라는 방은령 교수의 칼럼 ‘다문화사회와 한국인’(1월31일), 사설 ‘출산율 1.19, 이민수용 고민할 때 됐다’(2월27일), 박현정 이사의 칼럼 ‘다문화 소양을 말한다’(3월2일), 권선필 교수의 칼럼 ‘농촌의 세계화 이젠 도시가 배워야’(3월31일), 각 부처의 공동 대응을 촉구한 김도희 교수의 칼럼 ‘다문화가정의 안정과 통합을 위하여’(4월14일) 등이 돋보였다. 현재 우리 언론의 국제 면은 대체로 1개 면으로 발행되고 있다. 국제 면에서 다루는 기사는 주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강대국 중심이며 그 외의 나라는 드문 편이다. 뉴스의 시각 또한 서구 또는 강대국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다문화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만큼 국내 정치 면을 줄여서라도 국제 면의 양을 늘리고 우리 구성원의 다양성을 지면에 반영했으면 한다. 특히, 우리나라에 유입인구가 늘고 있는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국가에 대한 뉴스를 늘리고 그들의 입장에서 뉴스를 생산하기를 기대한다. 우리도 외국 언론이 자기 마음대로 우리나라를 바라보면 서운해하지 않는가? 남인용 부경대 신문방송학 교수
  • 등굣길 함께하며 방황 아들 타일러

    등굣길 함께하며 방황 아들 타일러

    “돌아보니 그때 어머니가 털어주신 이슬로 큰 강 하나가 이뤄져 있습니다.” 소설가 이순원(51)씨는 4일 ‘2009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상’을 수상한 어머니 김남숙(80)씨를 축하하며 방황하던 청소년기를 잘 이끌어준 어머니에 대한 감사의 말을 이렇게 전했다. 이날 낮 서울 국립중앙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어머니 김씨는 자녀(이순원)를 훌륭한 예술가로 키운 공로를 인정받아 장한 어머니상을 받으며 “좋게 봐줘서 고맙다.”며 겸손하게 수상 소감을 말했다. 문단의 중진으로 자리잡은 이씨는 중학생 시절 집(현재 강릉 톨게이트 부근)에서 강릉 시내의 학교까지 15리(6㎞)를 걸어서 등하교를 해야 하자, 학교수업을 빼먹고 남의 산소에서 소일하거나 대관령 산등성이에 올라가 놀았다. 어머니는 그 사실을 알게 되자 아들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서 20분 거리의 신작로까지 데려다 주었다. 어머니는 아들의 바짓가랑이에 차가운 이슬이 젖을 것을 걱정해 막대기를 손에 들고 풀에 맺힌 이슬을 털어내는 고생도 아끼지 않았다. 이씨는 “어떤 날에는 어머니가 새벽에 먼저 나서서 이슬을 털어내기도 했는데, 어머니는 ‘어미의 정성을 생각해서 딴 길로 새지 말라.’고 무언으로 이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날 시상식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편지를 낭송해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어머니는 또 고교생 때에도 학업을 중단하고 방황하는 아들을 타일러 학교를 졸업시키기도 했다. 어머니 김씨는 “남들은 돈이 많아 유학도 보내주는데….”라며 “어차피 배워야 하니까 타이른 것”이라고 겸손해했다. 이씨는 “당시 어머니의 그런 정성이 없었으면 어떻게 소설가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싶다.”면서 “돌아보면 청소년기의 방황과 고통이 밑거름이 돼 정신적인 성장도 하고, 소설가로도 자리를 잡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의 13세부터의 이런 방황을 담은 청소년 소설 ‘19세’는 중학교 2학년 1학기 국어교과서에 실려 있다. 이씨는 1988년에 문단 데뷔를 한 뒤 제27회 동인문학상과 제1회 효석문학상을 수상했으며 근작 ‘유리의 노래’ ‘램프 속의 여자’ 등을 펴내면서 여전히 왕성한 작가활동을 하고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단청기법 그림으로 만나는 박경리 삶과 문학

    단청기법 그림으로 만나는 박경리 삶과 문학

    ‘그러나 내 삶이/ 내 탓만은 아닌 것을 나는 안다/ 어쩌다가 글쓰는 세계로 들어가게 되었고/ 고도와도 같고 암실과도 같은 공간/ 그곳이 길이 되어 주었고/ 스승이 되어 주었고/ 친구가 되어 나를 지켜주었다 ’ 박경리 선생의 시 ‘천성’ 중에서. 동양화가 김덕용(48), 그는 최근 펴낸 소설가 박경리의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에 삽입된 그림 작업을 맡았다. 출판사에서 우리 것을 좋아하던 박경리 선생의 고졸한 안목에 맞는 작가를 찾다가 고가구나 고목재를 재활용해 단청 기법으로 그림을 그리는 그를 찾아냈다. 나무에 그리다 보니 단청기법으로 그려도 그림은 지난 세월을 반추하듯 아스라하고 가물가물하다. 또렷하지 않은 그림은 추억처럼 따뜻하고 애틋한 마음을 일으킨다. 이런 인연으로 김 화백은 ‘박경리 선생 추모 1주년’을 맞아 24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점에서 ‘박경리 1주기 특별전-박경리와 화가 김덕용’ 전시회를 갖는다. 박경리 선생의 유품들도 시집에 실린 김 화백의 작품, 신작과 함께 전시된다. 1층에는 고인이 평소 사용했던 재봉틀, 호미, 안경, 몽블랑 만년필, 토지 육필 원고, 사전 등 유품이 연보식으로 배열된 사진과 함께 전시된다. 담배 쌈지로 쓴 지갑 안에는 도라지 담배 1개비가 남아 있는데, 박경리 선생이 금세라도 한 대 달라고 해 피울 것만 같은 느낌이다.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고인은 경남 통영에서 1926년 태어났고, 진주여고를 졸업한 뒤 교사로 잠깐 일하다가 1955년 김동리의 추천으로 문단에 ‘계산’으로 데뷔한 뒤 지난해 돌아갈 때까지 53년간 작가로 활동했다. 작가로 활동한 53년은 남편을 잃고, 외동딸을 키우며 살아온 시간이기도 하다. ‘내 삶이 온전치 못했기 때문에 글을 쓰게 됐다.’던 작가의 말이 떠오른다. 이 전시 공간은 홍익대 안상수 디자인학과 교수가 맡아 연출했다. 2층에는 김덕용의 삽화그림 10여점과 신작 20여점이 전시된다. 전시작은 모두 나무판에 전통 물감을 사용해 단청기법으로 그렸거나 자개를 박았다. “유고시집 그림들은 작업을 맡은 뒤 다시 한 번 더 박 선생님의 작품을 읽으면서 형상화한 것들이에요. 회화적으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사람 만나기를 꺼리는 것은 저랑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또 작가로서 자신의 원초적인 것을 찾으려고 노력하셨다는 생각을 갖게 됐지요.” 얌전히 개켜진 색동 이불, 시골 어느 초등학교 졸업 기념사진, 부끄러운 듯 반쯤은 문 뒤에 몸을 감추고 내다보는 소녀 등 이미지 자체도 향수를 자극한다. 박경리 선생을 모델로 그린 삽화를 제외하고 그의 그림 속 인물들은 그를 닮았다. 무덤덤하고 무표정해 보이지만 순진하고 순순한 이미지들이다. 김 화백은 “작가들의 작품활동은 자신을 찾고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02)519-0800.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소나무 스치는 바람 그 속에 빠져든다

    소나무 스치는 바람 그 속에 빠져든다

    한국화가 문봉선(48) 홍익대교수의 수묵화에서는 바람이 흐른다. 폭풍우를 동반해 소용돌이치는가 하면 잦아드는 흐느낌도 있다. 버드나무 이파리 하나만 살짝 떨구는, 그러면서 부는 듯 마는 듯한다. 특히 그의 ‘소나무’에는 언제나 모질게도 불어대는 바람을 온몸으로 지탱해내는 불굴의 의지가 담겨있다. 바람 덕분에 그의 수묵화는 한여름 무더위의 지루함도 한방에 날려버릴 기세다. 종잡을 수도 없고 다 좇을 수도 없는 바람의 유혹에 넋을 잃는 재미가 매력이다. 바람 많은 제주도 출신이어서 그럴까. 바람은 그의 그림의 바탕이자 근본이다. ●16일까지 인사동 선화랑에서 전시 문 교수가 6~16일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동정지간(動靜之間)-비어 있는 풍경 또는 차 있는 풍경’이라는 이름으로 전시한다. 한국화 또는 동양화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이 엷어지고 있고, 그나마 대학을 졸업한 전공자들도 서양화로 돌아서는 상황에서 꾸준히 작업을 멈추지 않는 문 교수나 그의 전시를 여는 화랑이나 다소 용기가 필요할 수도 있겠다. 현대미술로의 쏠림현상이 심화된 데다 화랑측에서 봤을 때 그의 그림값이 제자리(?) 걸음이기 때문이다. 잦은 야외 스케치 탓인지 눈빛이 부리부리하고 얼굴이 갈색으로 그을린 문 교수는 기자 간담회에서 “지금까지 수묵화에 천착해 왔기에 그만둘 수가 없다.”고 한국화를 끼고 사는 이유를 간단히 설명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소암(素菴) 현중화(玄中和·1907~1997) 선생에게 서예를 오랫동안 배웠으며 전각(관상용 도장)은 김양동 선생에게 15년 동안 익혔다. 그가 대학에서 동양화 전공을 한 것은 당연한 귀착일 것이다. 최근에는 현대미술의 조류를 이해하기 위해 서양화도 2년여 공부했다. 수묵화는 100호 안팎의 넓은 한지에 그리고, 전각은 엄지 손톱만 한 돌에 새겨야 하는 것이니 서로 판이하게 다른 듯하면서도 닮았다. 기운생동(氣韻生動)의 교집합이다. 그는 “손톱만 한 돌을 새기다 보면 100호 크기의 그림을 그리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자신감은 나이 40에 중국에서 초서를 익힌 후에 나타난 현상이다. 서예가들 사이에서 초서는 글씨가 아니라 서양의 추상화처럼 예술가적인 기질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영역으로 인식된다. 문 교수는 “초서를 배운 뒤에야 글씨나 그림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예술가로서의 자신의 기량을 속필로 써내려가야 하는 초서가 완성되자 그의 수묵화는 ‘단칼에 베듯이’ 망설임 없이 그려나갈 수 있게 된 것으로 이해된다. 그림을 그리는 데는 약 10시간이 걸린다. 목욕재계하고 붓들을 잘 빨아서 가지런히 늘어놓고, 텅빈 화선지 앞에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먹을 갈면서 화면을 구상한다. 이렇게 9시간의 준비가 끝나면 1시간 만에 진경을 바탕으로 한 심상의 그림을 일필휘지로 그려낸다. 그가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그림을 시작하는 첫 호흡이 끊기지 않은 상태에서 완성해내는 것. 붓 끝을 일단 떼어낸 자리에는 객칠이나 다른 수정을 꺼려한다. ●‘실경추상’ 수묵화 매력 물씬 이번 전시회에서 보여주는 ‘실경추상’ 수묵화는 이런 맛이 물씬 풍긴다. 그는 왜 추상화냐는 질문에 “풍경을 쥐어 짰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물과 닮도록 충실히 그려내는 것보다, 약간 덜 그리면서 여백을 남기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추상화에 가까운 현대 수묵화는 임진강에서 스케치를 하고 그 풍경에 심상을 담아서 ‘덜’ 그려내려고 노력했다. 운무가 끼기 좋은 비오는 날 스케치를 나가면, 자연은 어디를 덜 그려야 하는 지를 스스로 보여준다. 그래서일까. 그의 수묵화에는 흐느끼는 듯한 바람과 유려한 강물이 흐른다. 농담의 조절만으로 갈대숲이 보였다 사라졌다 한다. 환영처럼 말이다. 그 강렬함은 관람객 스스로 각자의 안목으로 그림 앞에서 느낄 수밖에 없겠다. (02)734-0458.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바이올린 케이스+불상…예술이 되다

    바이올린 케이스+불상…예술이 되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재미 작가 변종곤(61)은 특이한 사생활의 소유자다. 그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만든 리본 달린 구두만 고집하는가 하면, 여자들에게 “나랑 사랑하면 세계 여행을 갈 수 있다.”는 발언으로 구애를 한다. 그는 예술가의 기호식품인 술과 담배는 입에 대지도 않으며, 월세를 못낼망정 헬스클럽 회비는 한번도 빼먹은 적이 없다. 그는 미확인비행물체(UFO) 추종자로 뉴멕시코에서 한 달 동안 외계인과의 교신을 원하며 돌아다니기도 했다. ●UFO 추종하는 문명비판가 미국행의 계기도 아이러니다. 반미 구호가 나돌기도 전인 1978년 주한 미군 비행장을 비판하는 그림을 그려 제1회 동아미술제 대상을 받았지만, 그 덕분에 요주의 인물로 지목돼 군사정권이 들어서자 1981년에 미국으로 도피했다. 그렇게 가난한 화가가 뉴욕에 숨어든 곳은 위험하다고 소문난 할렘이었다. 영국 군복과 베레모를 착용하고 아침마다 산책을 다니는 동양의 화가는 그러나 그곳 주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더불어 가난한 화가는 그림을 그릴 물감과 캔버스가 없어 벼룩시장을 뒤져 찾아낸 물건들로 해체하고 결합하는 오브제 작업에 들어갔다. 28년째다. 그는 이 작업들을 ‘아상블라주(조화)’라고 부르고, 그를 두고 미국 뉴욕타임스의 미술평론가들은 ‘문명비판가’라고 부른다. 인디언이나 제3세계 이방인을 억압하고 배제해 나가는 미국의 정책을 비판하는 ‘몽골리안 시리즈’도 비슷한 맥락이다. ●30일까지 청담동 더컬럼스 갤러리서 전시 서울 강남구 청담동 더컬럼스 갤러리에서 오는 30일까지 ‘예술 속의 대가들’이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그의 개인전은 이같은 독특한 생활과 이력을 감안해서 들여다봐야 잘 이해할 수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백남준, 마르셀 뒤샹, 앤디 워홀, 조지프 보이스 등등 거장의 이름을 단 작품 16점이 출품됐다. 고장난 첼로나 바이올린 등 현악기와 케이스에 섬세한 그림을 그리거나 부처님 조각품, 십자가 등을 오브제를 붙여 만들었다. ‘작가 주변의 가족들은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는 변 작가는 현재 30대 초반의 같은 작가와 살고 있다. “여행은 나에 대한 투자이고, 좋은 아내도 좋은 투자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02)3442-6301.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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