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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소영
    2025-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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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벨상 100주년기념展’ 홍보 린드퀴비스트 박물관장

    “이번 전시를 통해 과학 또는 문학에 관심있는 중고등학생과 젊은이들이 더 많은 꿈과 희망을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23일부터 서울 태평로 로댕갤러리에서 열리는 ‘노벨상 100주년 기념 전시’ 순회전 홍보차 내한한 스반테 린드퀴비스트(사진·52) 스웨덴 노벨박물관 관장은 21일 기자회견에서 전시 기획 의도를 이렇게 밝혔다. “전시에서 ‘창조성의 문화:개인과 환경’이라는 부제가 말하듯 노벨상 수상자 개인의 영광이 아니라,주변 환경이 어떻게 수상자들을 자극해 창조적인 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는가에 더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그의 말대로 전시는 노벨상 수상자 734명 중에서 ‘창조’와 관련된 수상자들의 유품과 업적에 치중하고 있다. 소립자 이론 연구로 중간자의 존재를 확인한 유카와 히데키의 서예도구와 서예작품,좌뇌·우뇌의 차이를 발견한 로저 스페리의 원숭이 뇌연구 상자,비가 내리는 원리를 연구하기 위해 인공안개를 만들었던 C.T.R 윌슨의 ‘안개상자’,국제지뢰금지운동 회원 툰 차나레스의 의족과 휠체어 등이 그 예다. 아시아 지역에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역대 수상자 8명을 소개한 ‘평화관’에는 한국 최초의 수상자인 김대중(2000년 평화상) 대통령이 받은 노벨평화상 메달과 상장,수의(囚衣),안경,성경,옥중 서신 등이 전시된다. 이번 ‘노벨상 100주년 기념 전시’는 지난해 스톡홀름과 오슬로에서 동시에 시작한 두 개의 전시중 오슬로 것과 똑같은 형태로 구성됐다. 11월3일까지 서울 전시를 마친 뒤 내년 봄과 가을에 각각 미국 텍사스 휴스턴과 시카고에서,2004년에는 독일에서 전시할 예정이다. 문소영기자 symun@
  • 한국 추상미술의 ‘기원’ 찾기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적 개척자인 유영국(86) 화백의 회고전이 30일부터 10월 6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다.‘유영국,한국 추상미술의 기원과 정점’이라는 제목으로 마련된 전시에는 유씨가 제작한 추상작품 60여점이 소개될 예정이어서 유 화백의 초기 조형관은 물론 한국추상미술의 시원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한국 추상화의 기원을 밝힌다는 의미에서 유씨의 초기 작품에 초점을 맞췄다. 전시작품 가운데 1938년 발표된 ‘습작’ 등 릴리프(부조) 복원작품 3점이눈길을 끈다.광복 이전(1930∼40년대)의 작품으로 소실됐던 17점도 사진 등을 통해 공개하며 미공개작 ‘새’(1958년작)도 출품될 예정이다. 일본 도쿄문화학원에서 유화를 공부한 유 화백은 1937년 일본추상미술운동단체인 독립미술가협회 전시에 첫 작품을 낸 이후 마지막 작품을 내놓은 2000년까지 60여년간 오로지 추상화에만 천착해왔다.“술을 마신 뒤나 밤에는절대 그림을 안 그린다.”는 말처럼 자신에 늘 엄격했다.전시는 유씨의 작품세계를 시기별로크게 세 파트로 나눴다.제1전시장은 1930∼50년대까지의 절대추상 작품으로 구성됐다.제2전시장에는 두꺼운 마티에르와 화려한 색채를사용한 1950∼60년대의 표현주의적 추상작품이 전시되며 제3전시장은 면으로 구성된 기하추상 작품 위주의 후기작업을 보여준다.9월14일 오후 2시에는‘유영국,한국 추상미술 해석의 쟁점’을 주제로 세미나도 열릴 예정이다.(02)720-1020. 문소영기자 symun@
  • 미디어영상,사이버공간,달의 만남 디지털도시 낭만 복원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시립미술관이 주관하는 제2회 서울 국제 미디어아트 비엔날레가 9월26일부터 11월24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전관과 덕수궁 돌담길,서울시청앞 광장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로 두번째를 맞는 이 전시는 뉴미디어와 아트가 만난 세계 최초·최대규모의 축제.세계적인 뉴미디어 박람회는 적지 않지만 순수예술과 결합한 전시회는 서울 비엔날레가 처음이다. 반도체·단말기·인터넷 보급 등 IT(정보통신)산업에서 선두를 달리는 한국의 입지를 예술적으로 승화해 홍보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이번 주제는 디지털화한 도시를 교교하게 흐르는 ‘달빛 흐름(Luna's Flow)’.미디어를 달에 비유한 것이다.전시총감독 이원일씨는 “미디어가 쏘아올린 영상을 통해 환상을 꿈꾸는 사이버공간의 현대와,태양빛의 반사체인 달을 통해 끊임없이 신화와 전설을 생산해온 과거를 연결해 낭만을 복원하려는시도”라고 설명한다.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는 모두 130여명.해외 42명과 국내 35명,웹작가 50여명이다. 본 전시는 미술관 자체를 하나의 유기적 생명체로설정하고,전시공간을 눈·피부·두뇌·심장·골격 등의 개념으로 생명성을 강조한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건물 창문에 설치할 ‘루나의 눈’은 그리스 신화에서 수많은 눈을 가진 ‘아르고스’나 ‘메두사’를 상징해 강렬한 느낌을 던져준다.야외 전시로 1960년대 ‘낙선작가 전시회’가 열린 덕수궁 돌담길의 역사성을 되살리는 ‘덕수궁 돌담 프로젝트’도 서울시민의 향수를 자극할 것이다. 대회 기간중 프랑스 석학 장 보드리야르가 심포지엄에 참석하는 것도 관심사. 그는 광고·영화·TV 등 미디어에 의해 지배되는 현대사회를 이성적으로 돌아볼 것을 촉구하는 등 90년대 포스트모더니즘 논의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문소영기자
  •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 ‘순환의 바람으로부터‘

    제21회 대한민국미술대전(1부 비구상)에서 황제성(45·경기도 평택시 비전2동)씨의 서양화‘순환의 바람으로부터…’가 대상을 차지했다. 우수상은 이진원(34·경기도 고양시 일산구)씨의 한국화‘화지몽(花之夢)’과 현종광(31·경기도 부천시 오정구)씨의 서양화‘Make up-Fish’,김수현(28·인천광역시 남구)씨의 판화‘마이 룸’,문병식(38ㆍ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씨의 조각‘자연의 공사’에 돌아갔다.한국미술협회는 1054점이 응모한 이번 미술대전에서 수상작은 대상 1점과 우수상 4점,특선 44점,입선 202점 등251점이라고 밝혔다.한국화·판화·조각은 24일부터 29일까지,서양화와 나머지 조각 작품은 30일부터 9월 4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된다.시상식은 24일 오전 11시 현대미술관에서 있다. 문소영기자 ■대상받은 황제성씨 “신인작가로 돌아가 다시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제21회 대한민국미술대전 비구상 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서양화가 황제성(사진)씨의 수상 소감은 씩씩하다. 지난해 구상 부문에서 특선을 수상한 황씨는 중견작가들이모여있는 ‘마니프 초대작가’로 활동하는 등 나름대로 이름이 알려져 있는 작가. 그러나 그는 “객관적으로 작품성을 인정을 받을 계기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85년 청주사범대학 미술교육과를 졸업한 그는 생계를 위해 지방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하느라 10여년 동안 창작 활동을 접었다.4년전 다시 전업작가로 나섰지만 작가로서 자신감을 되찾기 위해 신인작가들의 등용문인 공모전을 두드렸다는 설명이다.그는 대상작 ‘순환의 바람으로부터…’에 대해서는 “순환하는 자연의 생명력을 생성-성장-소멸이란 상징성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문소영기자 symun@
  • 그룹새벽 ‘남북의 길 국도1호선’

    '8.15민족통일대회'의 막이 오른 지난 14일 서울 인사동 공평아트센터에서는 통일을 기원하는 미술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그룹 새벽'의 '남북의 길-국도 1호선 전'이 그것. 국도 1호선은 한반도의 남서단인 목포에서 북서쪽 끝 신의주를 연결하는 '남북의 대동맥'. 국도 2호선이 목포와 부산을 잇는 '남남의 대동맥'인 점을 떠올리면, 국도 1호가 갖는 상징성에는 제법 마음이 찡해진다. 그룹 새벽의 황순칠 회장은 “판문점에서 막혀버린 국도 1호선은 분단의 아픔을 직접적이고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표상”이라며 “예술인도 ‘6·15 남북공동선언’이후 세계 정세 변화에 주목하고,민족적 과제인 남북의 평화적 통일을 설치·회화·조각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새벽은 1991년 광주·전남에서 활동하는 작가가 주축이 돼 창립한 미술단체로 개인전은 순수미술을 지향하지만,단체전은 사회성과 대중성을 강조해 왔다. 회원들은 지난해 8월부터 올 2월까지 목포에서 판문점까지 3차례나 답사했다.일제 수탈의 현장인 목포 ‘동양척식회사’터에서 출발,북상하면서 광주금남로,정읍 동학혁명지,천안 독립기념관,오산 미군부대,임진각 자유의 다리,문산 통일전망대에서 공동작업도 했다. 때문에 이번 전시회의 대표작은 고근호 김기범 김성식 김숙빈 박광구 이기원 전범수씨가 공동작업하고,자유의 다리를 찾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참여한 임진각 설치작품이다.목포의 ‘국도 1호선’도로 원표와,자유의 다리 표석·상판·교각에서 떠낸 석고를 먹물빛 30m 길이의 한지에 흩뿌려 놓았다. 한지는 지난 겨울 자유의 다리에 깔아놓고 국내외 관광객이 밟고 지나가도록 한 자취다.분단을 상징하는 철조망에는 민족의 소망이 적힌 오방색 깃발이 빽빽이 꽂혀 있다.“막힌 길은 열려야 한다.”는 외침이다. 작업 현장을 비디오에 생생히 담아 현장사진들과 함께 전시실에서 내내 영상으로 상영한다. 마음 속에 오랫동안 떨림을 유발하는 작품으로는 한희원씨의 ‘아버지의 길’연작을 손꼽을 수 있다.그 가운데 작가가 아버지 영정을 들고 있는 작품.“선친이 평양 출생으로 평양 숭실대 영문과를 졸업했다.”는 작가의 설명을 들으면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는다. 낡은 앨범에서 얼음 덮인 압록강 사진을 꺼내 꿈꾸는 눈으로 바라보던,돌아가신 아버지를 추억하는 일이 그에겐 곧바로 작품이 됐다. 정용규씨의 ‘길’은 한국의 근·현대사 속 인물을 한폭에 담았다.최병구씨의 ‘꿈-희망’은 지도를 잘게 분할,이리저리 재구성해 남과 북의 분단을 지정학적으로 점검했다. 황순칠씨의 ‘혼불’은 흰색으로 그린 동양척식회사 위로 민족의 붉은 심장같은 획을 쭉 내리그어 민족의 분노를 시원하게 표출했다.서울 전시는 20일까지(02)733-5912,광주 전시는 9월29일부터 10월3일까지 남도예술회관(062)227-1136. 문소영기자 symun@
  • 사진전 ‘다시 길위에서’

    ‘길’은 때론 인생에 비유되곤 한다.오솔길처럼 산속에 사람 혼자 걷기도어려울 만큼 좁고 구불거렸는지 아니면 울퉁불퉁한 농로였는지,8차선으로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였는지.또는 쌩쌩 잘 달리다가 ‘도로없음’표지판 앞에서 좌절해 되돌아와야 했던 길이었는지….순탄하고 평온하게 달리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바람에서 비켜선 ‘길’. 27일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 룩스에서 열리는 사진전 ‘다시,길 위에서’는 ‘개같은 내 인생’에 대한 메타포다.사진작가 김영길씨는 “IMF가 우리인생을 어떻게 바꿨고 앞으로 펼쳐질 인생은 어떨지를 생각해 보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다.중견 사진작가 김남수 김영길 김준영 유현민 이주형 정세영 최강일 허정호 홍일씨가 참여했다. 좁은 전시공간에 맞춰,사진은 작게는 1호(엽서 1장 크기)에서 최대 10호를 넘지 않는다.얼핏 보면 사진이 아니라 회화같다.인화지와 프린팅 기법 때문에 생긴 착각이다.사진을 인화지가 아닌 판화용지나 색을 입힌 전통 한지 위에 컴퓨터로 출력하는 C-프린트를 했다.평범한 인화지에흑백사진(젤라틴 실버 프린트)을 뽑았더라도 사진 위에 색을 덧칠해 낡고 오래된 느낌을 강조한다.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의 잔상을 수채화 용지에 겹쳐 출력한 사진은 수묵화같기도 하다. 작품당 40만원 정도를 받는 작가들이지만 대중화를 위해 이번 전시에서는 가격을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소장자 요구에 따라 사진 크기를 조절할 수도있다.(02)720-8488. 문소영기자
  • 8.15 민족통일대회/ 최성룡 北미술가동맹 부위원장

    “작가들이 자신의 특성을 살린 개성있는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동맹에서 창작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8·15민족통일대회 북측 대표로 서울에 온 최성룡(사진·60·인민예술가) 조선미술가동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북한의 화가들도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고정된 틀을 벗고 개성을 살린 작품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사회주의 리얼리즘이란 사회 현실을 인민의 미적 감각에 맞춰 극사실적으로 표현하는 양식을 말한다. 쉐라톤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6·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민족공동 통일미술전시회’에 그가 출품한 조선화 ‘첫눈’에서도 변화된 분위기가 감지된다.흰 눈이 소복이 쌓인 나뭇가지 위로 통통하게 살이 오른 참새들이 두세마리씩 어울려 추위를 녹이는 모습은 서정적이고 전통적인 수묵화를 보는 듯했다.몇몇 유화작품도 강력한 붓터치가 느껴지고,실경 풍경화에서는 의도적인 생략도 나타나고 있다. 최 부위원장은 전시회에 출품한 화가로 서울 방문이 허락된 인민예술가급 화가.북측에서는 인민예술가들의 작품과,국보급 작품 20여점을 포함한 107점을 출품했지만 작가들의 방한은 다음 기회로 미뤘다. 최 부위원장은 “이번 대회가 북한의 다양한 예술형태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조선화 유화 출판화 공예 보석화 금리화 수예화 등 모든 종류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월북작가인 김용준의 조선화 ‘춤’이 너무 큰 탓에 비행기로 가져오지 못해 아쉽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림에 대한 호칭이 매우 낯설어 되물었더니 조선화는 한국화를 말하고 출판화는 판화,보석화는 돌가루에서 색을 낸 석채(石彩)화,금리화는 금가루로 그린 그림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전시작품 107점의 주제는 5가지.조선통일,명승지 절경,민속,국보급 작품,도자기 등이다. “북한 사람이라고 감정이 없겠습니까.비극적인 사건도 있고 부모가 돌아가시면 슬픔을 표현하죠.개인적인 갈등이나 고통,고뇌를 표현할 수 없거나,표현해서는 안된다는 기준은 절대 없습니다.” 그는 함께 전시하고 있는 남측 화가 곽석손 강요배 박승규 등 작가의 작품들이 “모두 개성이 강하고 표현양식이 다양해훌륭하게 느껴졌고 작품에 반했다.”며 수줍게 말했다. 이번 전시는 북한에서 공인한 최고의 작품들이 전시됐지만 보안관계로 일반인들은 거의 관람할 수 없었다.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은 이번 전시작품의 일부를 다시 전시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최 부위원장도 “남측에서 작품을 떨구고 가달라고 하는데,그렇게 해보려고 한다.”며 대회 후 재전시의 가능성을 비쳤다. 문소영기자 symun@
  • 책/ 슬픈 나막신 “전쟁이 싫어요 가난도 싫어요”

    2차 대전이 한창인 일본 도쿄 근처 작은 마을 혼마치.남몰래 독립운동하는 큰 형과 징병 당한 작은 형을 둔 준이.동생 스즈코를 고아원에 남겨둔 채 부자집 수양딸로 와 있는 하나코.먹을 것이 없어 자주 기절하는 에이코.엄마한테 매일 두들겨 맞으면서도 고철을 주워 번 돈 5전을 갖다주는 분이 등이 살고 있다.‘슬픈 나막신’(권정생 지음)의 슬픈 주인공들이다.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슬픔을 하나씩 안고 사는 어린이들은 어른들이 벌인 무자비한 전쟁을 견디며 폐허가 된 동네를 지킨다. 저자 특유의 서정적 슬픔이 짙게 배어 있는 장편동화로,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인 속에서 힘겹게 산 저자의 경험이 녹아 있다.동화 ‘강아지똥’‘몽실 언니’등에서 보여준 생명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전편에 그득하다.어린이라도 읽고나면 반전(反戰)의식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오고 어른들은 눈물이 그렁그렁해질 만하다. 국어학자인 이오덕씨가 “권정생은 피를 찍어서 글을 쓴다.”라고 한 말이 결코 헛된 게 아니다.7000원. 문소영기자
  • 동화책 펴낸 이순원등 소설가 5인 “아이들에 하고싶었던 얘기 가득”

    이순원 구효서 이승우 오수연 고은주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명한 소설가들이 한꺼번에 동화책을 펴냈다. 작가들은 부모의 입장에서 “”평소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작품으로 꾸민 것””이라고 말한다. 책들을 출판한 명예의 전당은 ‘동화가 아니라 어린이 소설’이라고 말한다.기존의 창작동화가 어린이의 상상력을 따라가지 못하고 어설프거나 흥미 위주의 황당한 이야기에 머무는 반면,이 책들은 저자의 삶의 경험이 녹아 있고,현실에서도 얼마든지 접할 수 있는 소재로 이야기를 꾸몄기 때문이다.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하는 전통소설의 한계도 넘어섰다. 더불어 최근 어린이 독자와 부모들이 외국 작품을 선호하는 상황을 타개하자는 뜻도 들어 있다.명예의 전당은 “문학성도 갖췄고 삽화 역시 화가와 만화가가 직접 그리도록 해 품격을 높이려고 노력했다.”고 말한다.화가 이영철 박영숙 남유소 박진모와 만화가 오세호가 참여했다. 이순원의 ‘뽕뽕다리’는 지은이가 고향으로 내려가 한 소년을 만나면서 시작된다.그 소년은 어린 시절의 자신이다.그는 소년과 대화를 나누며,책보자기가 없어 태극기로 책을 싼 은숙이,고무신을 뽕뽕다리에 빠뜨려 울던 용철이 등 추억을 떠올리고,그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자신에게 자양분이 됐음을 깨닫고 돌아온다. 구효서의 ‘부항소녀’는 ‘병은 몸이 아니라 마음에서부터 생겨나는 것’이라는 교훈을 준다.은지는 장난삼아 부항을 뜨기 시작했는데,어느 날부터는 백혈병을 낫게 하는 기적을 일으켜 점차 유명해진다.그러나 환자가 믿음이 사라지면 은지의 부황 솜씨로도 병은 치료되지 않는다.성공의 반대말은 실패가 아니라 절망이고,절망의 반대말은 믿음이라는 작가의 철학이 쉽게 전달된다. ‘아빠는 내 친구’는 이승우가 아들 한서를 생각하면서 쓴 동화.주인공의 가장 친한 친구는 아빠.그런데 최근엔 학원에 가야 하고,친구도 더 많이 생겨 ‘놀아달라’는 아빠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이제 주인공은 ‘아빠는내 친구’가 아니라 ‘내가 아빠의 친구’라고 깜찍하게 주장한다. ‘선물’은 오수연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이혼을 소재로 했다.여섯살짜리 진이는 부모 사이가 좋지 않아 시골 할머니에게 맡겨진 외로운 아이.진이는 ‘왜 부모와 떨어져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하면서 어른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려고 한다.이 동화를 통해 어른들이 진이의 마음도 헤아려 보았으면 좋겠다.이혼과 자녀 양육 문제를 함께 생각케 한다. ‘너는 열두 살’은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넘어가는 여자아이를 위한 성장소설.소설가 고은주가 다정한 언니처럼,여자로서의 성징이 나타나는 12살 여자 어린이들에게 “여자가 되는 것은 자랑스럽고 기쁜 거야.”라고 속삭여준다.각권 7500원. 문소영기자 symun@
  • 장편소설 ‘괴물’ 작가 이외수/ “빌어먹을 리얼리티 제겐 환상이 현실이죠”

    “고정독자 30만∼40만명이라는 건 군대식으로 말하면 30만 대군을 이끄는 별 4개짜리 대장이고,종교적으로는 교주죠.” 최근 장편소설 ‘괴물 1·2’를 펴낸 작가 이외수(58)는 ‘신도’급 독자 덕분에 초판 10만부,재판 4만부를 일주일만에 찍어냈다고 의기양양이다.‘황금비늘’이후 5년만에 낸 이번 책에서 그는 ‘대박’을 기대한다. 그에게 악수를 청하며 평생에 서너번 씻었다는 얼굴과 손,머리카락을 뜯어봤는데 흰색 옷을 입은 모습이 말끔하고 청량해 보여 한동안 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인사를 나눴다. ‘괴물’의 주된 줄기는 억울하게 죽은 전생을 기억해 낸 전진출의 이야기다.그는 인터넷으로 ‘살인 바이러스’가 염사된 스팸메일을 네크로필리아(시체·살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보내 살인을 충동질,현세에서 복수극을 벌인다. 그러나 이 소설을 읽는 진짜 묘미는 줄기 주변의 ‘잔가지 인생’들이다.황진이가 환생했다는 천재적인 기생 윤나연,시대와 타협하지 않는 서정시인 한기서,복숭아 나무와 대화하는 초개선생,전통무예를 익힌 소년송을태,브레이크댄스의 달인으로 중국집 배달원들의 신화가 된 박경태,러브호텔 카운터를 보는 여류화가 강은채,그녀를 사랑하는 범죄심리학자 이필우 등이다.‘주인공을 누구로 삼는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입체소설’이기 때문에 생기는 재미라는 것이 그의 해석이다. 소설은 뒤틀린 인간의 욕망과 사기,강간,음란물 제작,살인 등 있을 법한 모든 범죄를 취급해 지극히 현실적인 토대에 뿌리박고 있다.그런데 책을 덮고나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고,눈에 보이는 세상이 현실인지 아닌지 헷갈리게 된다. “빌어먹을 ‘리얼리티’는 그만 좀 강조하라고 해요.리얼리티 하려면 옆집 아저씨 열심히 사는 모습 보고 감동 받으면 되지.난 소설의 본래 기능이 리얼리티가 아니라,현실에서 체험할 수 없는 세상을 경험케 하고 감동을 주는 거라고 봅니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는 환상일지 모르지만,나에게는 환상이 현실이다.난 그 세계와 조우했으니까”라고 덧붙인다. 그는 육안(肉眼)뇌안(腦眼)과 같은 육체적인 눈이 아니라 심안(心眼)영안(靈眼)과같은 정신적인 눈으로 세상을 돌아 봐야 제대로 된 세상을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그의 기발하고 독특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대목 한가지. “애국가 1절에 등장하는 군인의 관등성명을 대보세요.”“이름은 이보우,계급은 하사예요.(하나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문소영기자 symun@
  • ‘20세기 세계의 포스터 100년’展, 23일~ 새달 16일 세종문화회관

    포스터는 동시대의 키워드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회적 예술품으로 통한다.그래서 포스터는 대중을 선동하고,꿈과 희망을 심어주는가 하면 유행을 선도한다.흔히 기업 이미지를 홍보하며,사회와의 대화도 시도한다. 지난 20세기를 포스터로 보여주는 ‘20세기 세계의 포스터 100년’전이 23일부터 9월1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신관에서 열린다.‘예술과 사회의 대화들’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번 전시에는 세계 각국의 포스터 120여점이 소개된다. 전시작품은 일본의 ㈜다케오가 소장하고 있는 3200여점 가운데 엄선한 것들로 순수미술과 응용미술의 관계를 잘 보여준다.전시는 ▲호소▲유행▲상업▲기업▲흥미▲이벤트▲예술과 디자인 등 7개 주제로 나뉜다.베르너 예커의 ‘만 레이전’ 포스터는 긴 머리를 늘어뜨린채 두 눈을 감고 누워있는 여성을 통해 신비스런 꿈과 기대를 암시한다.벨라루시의 블라디미르 체슬러와 세르게이 볼리첸코의 ‘마약소멸-금단의 과실’은 충격적이다.삭발한 뒷머리를삼각형으로 파낸 형태가 수박이 익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도려낸부분과 닮았다.이밖에 1908년에 제작된 오스트리아 황제 축하행사 포스터와 1913년에만들어진 코닥의 광고 포스터,1959년에 선보인 스위스 철도 홍보 포스터 등도 눈에 띈다.(02)399-1772∼6. 문소영기자 symun@
  • 미술계엔 아직도 ‘월드컵 열기’, 회화·사진전등 개최 잇따라

    2002 한·일 월드컵 광풍이 잠잠해진 지 한달을 넘겼지만 미술계에서는 ‘월드컵 후폭풍’이 여전히 거세다. 전시 전용공간인 쌈지스페이스는 20일까지 ‘현장 2002:로컬컵(LOCALCUP)’전시를 연다.일민미술관은 18일까지 ‘오! 필승 코리아-2002 감동의 순간’을,조선일보 미술관은 새달 월드컵 관련 사진전을 개최한다. 각 전시회가 월드컵을 소재로 다룬 점에서 닮았지만,투영된 의식은 사뭇 다르다.‘로컬컵’이 한반도를 열광시킨 ‘국가주의’‘태극기’‘붉은악마’등의 문화코드를 뒤집어 본다면 일민과 조선일보 미술관의 사진전은 영광의 순간을 재현하는 쪽에 무게 중심을 두었다. 월드컵을 풍자한 로컬컵에는 박불똥 조습 이중재 등 작가 14명이 참여했다.비디오 회화 사진 등을 전시한다.주제가 무거운 데 반해 표현하는 양식은 자유롭고 다양하다. 참여작가 중 가장 나이어린 조습(27·95학번)은 걸개그림 ‘한열이를 살려내라’를 패러디한 사진 ‘습이를 살려내라’를 내놓았다. 직접 모델이 된 작가는 ‘Be The Reds’를 입고 1987년 6월과 2002년 6월의 한국 현실을 비교한다. 김태헌의 ‘화난중일기’는 축구를 좋아하는 한 남자의 그림일기.왕관을 쓴 ‘블랙 무대뽀’가 붉은악마로 변한 모습은 일상을 포기한 채 열광하는 소시민들의 모습과 닮았다.이중재는 좀더 직접적으로 ‘축구는 축구일 뿐,오버하지 말자.’고 주장한다.월드컵 영상이 흐르는 가운데 격렬한 섹스 장면을 교차시키는 비디오 영상은 3S(스포츠·섹스·스크린을 말하며 우민화 정책을 상징함)가 불변임을 강조한다. 박불똥은 바람개비와 축구선수를 합성한 ‘돈개비춤’으로 스포츠 마케팅에 따라 움직이는 자본의 논리를 형상화했다.이 작가의 ‘반공천사’는 반쪽난 공으로 ‘반공(反共)’을 떠올리게 하는 언어적 비틀림이 돋보인다. 일민미술관의 ‘오!필승코리아’전은 월드컵대회 때 찍은 사진으로 꾸미는 다큐멘터리 전시.광화문 네거리를 한국의 힘이 모아진 상징적 공간으로 설정하고 당시의 흥분과 열기가 담긴 사진들을 내놓았다.전시회장에는 붉은 옷을 입은 안내자가 분위기를 띄운다.유동인구가 많은 덕인지 전시회는비교적 호황이고,이 때문에 전시회 일정을 늘릴 예정이다.붉은악마들의 응원전과 선수 사진 96종을 엽서 크기로 만들어 한 장에 100원,한 세트에 7500원에 판다.쌈지스페이스(02-3142-1693)일민미술관(02-2020-2062). 문소영기자 symun@
  • 민중미술 외면하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이 소장한 1980년대 민중미술 350여점이 미술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350여점은,가나아트센터 이호재 사장이 지난해 3월 서울시에 기증한 작품 200여점과,비슷한 시기에 민중미술 작가들이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하거나 기증과 다름없이 싼 가격에 넘긴 작품 150여 점을 말한다.요절한 민중 판화가 오윤과 화가 홍성담 강요배 박불똥 김원숙의 작품 들이 포함돼 있다. ‘사건’이 발생한 까닭은 서울시가 가나아트센터로부터 기증받은 작품들을 중심으로 민중미술 상설전을 열기로 한 약속을 1년여가 지나도록 지키지 않았기 때문.서울시는 “반정부적인 내용의 작품들을 공공 문화공간에 상설 전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기다리다 지친 가나아트센터는 지난 6월 ‘시집간 딸’이 수모를 당하고 있다고 판단해 서울시에 “기증품을 돌려달라.”고 구두로 요구했다. 또 지난 8일에는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이 성명을 내 “서울시는 지난해 가나아트센터가 기증한 200여 점의 민중미술 작품이 상설 전시될 수 있도록 하라.”고 공개적으로 촉구하기도 했다. 최열 가나아트센터 기획실장은 “기증 당시에 약속한 대로 ‘가나아트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상설전을 열지 않는다면,서울시가 약속을 파기한 것으로 이해하고 기증 자체를 철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나아트센터 이호재 사장이 서울시에 작품을 기증한 것은 서울시립미술관측이 민중미술 컬렉션 중 몇점을 구입하겠다고 제의했기 때문.제안을 받자이 사장은 멕시코시립미술관을 떠올렸다고 한다.20세기 초 멕시코 미술계는조국이 스페인의 식민통치 300년에서 벗어나 독립하게 되자,이를 기념하는 민중미술 작품을 양산했다.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디에고 리베라 등이 대표적인 작가다. 멕시코시립미술관은 당시 리베라 등 민중미술가가 그린 벽화와 그림 등을 본격적으로 수집·전시한 덕에 전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이 사장은 80년대 민중미술의 상설전시관으로서 서울시립미술관이 한몫을 하리라고 기대했다고 한다. 당시 이 사장의 기증 소식이 나돌자 ‘가나아트 컬렉션’에서 빠진 일부 민중미술가들은‘80년대 민주화운동 및 사회상을 담은 컬렉션에 내가 빠질 수 없다.’면서 서울시립미술관에 작품을 앞다투어 기증해 서울시립미술관은 사실상 80년대 민중미술품의 최대 소장자로 떠올랐다. 민예총에서는 “민중미술이 반정부적이라서 전시를 못하겠다는 서울시의 생각은 예술에 대한 무지와 관료주의 때문”이라고 비판했다.미술계 인사들도“서울시가 또 다른 기증자의 작품은 그의 이름을 붙여 상설전을 열면서도 민중미술에 대해서는 명백히 차별대우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문소영기자 symun@
  • 책/ 어른도 흠뻑 빠져들 판타지 동화

    ‘해리 포터’시리즈가 던져준 판타지의 세계가 ‘대런 섄’‘레드월’‘눈동자의 집’ 등의 시리즈로 이어지고 있다.모두 어린이책으로 분류되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환상의 세계는,해리 포터와 마찬가지로 어른들을 만족시킬 만하다.다룬 소재는 각기 다르지만 구성이 탄탄하고,저자의 이야기꾼다운 입심으로 긴장감을 고조시켜 순식간에 마지막 장까지를 넘기게 한다.때론 공포로 가슴을 졸이고,때론 주인공의 불행에 손끝이 떨린다.또 의인화한 동물들의 재잘거림이 경쾌하고 즐겁다. 저자 스스로 주인공으로 나오는 뱀파이어 소설 ‘대런 섄’(대런 섄 지음,문학수첩 리틀북스 펴냄)은 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도 격찬한 책.할리우드의 워너브러더스사가 책이 나오기도 전에 판권을 사들여 화제가 됐다.여섯살 때부터 침실 벽에 커다란 드라큘라 포스터를 붙여놓고 뱀파이어에 홀딱 빠져 지냈다는 저자는 “내가 11∼12세라고 가정하고,어떤 책을 읽고 싶은지 고민하면서 책을 썼다.”고 말한다. 주인공 대런 섄은 친구가 많은 평범한 소년.우연히 괴물 서커스를 본 날부터 기구한 운명이 시작된다.뱀파이어의 독거미를 훔쳐온 섄은 독거미에 물려죽어가는 친구 스티브를 살리려고 할 수 없이 뱀파이어가 된다.뱀파이어가 되고 싶어한 그 친구는 오히려 섄을 질투해 뱀파이어 사냥꾼이 되겠다고 맹세하는데…. 반은 인간,반은 뱀파이어가 된 섄의 고통이 잘 묘사됐다.이야기 전개가 빨라 읽는 맛이 있다.괴이한 등장 인물도 특징.허물을 벗는 스테이크 보이,인육을 뜯어먹는 울맨,코끼리나 탱크도 먹어치우는 라무스 투벨스 등 등장인물들이 의외로 생생하다.국내에는 3권까지 나왔는데 작가는 이미 20권까지 집필을 끝냈다.일본에서 150만부가 팔렸다.각권 7500원. ‘레드월’(브라이언 자크 지음,문학수첩 리틀북스 펴냄)은 미국서적상협회(ABA)가 뽑은 해리 포터풍 판타지 소설.세계 3대 판타지에 들지 못한다지만 20여개국에서 번역될 만큼 인기있는 작품.원래 맹인 어린이를 위해 쓴 단행본용이었지만,출간 후 독자들의 열광에 힘입어 시리즈로 바뀌었다.‘모스플라워’‘마티메오’‘살라만다스트론’‘전사 마틴’등등으로 현재까지 14권이 나와 있다.국내에는 상하권만 출간된 상태. 세상을 본적 없는 어린이들이 상상력만으로 책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정확히 묘사한 점이 특징이다.전설적인 검(劍)과 수도원 레드월을 둘러싼 선과 악의 한판 승부가 펼쳐지는데,주인공은 모두 동물이다.들쥐 시궁쥐 오소리 산토끼 여우 살모사 등 다양한 동물은 사람의 습관과 의식을 닮아 있지만,절대 동물적인 본능도 잃지 않는다.꼼꼼한 묘사로 문학적 향기를 느낄 수 있다.각권 7500원. 부모를 잃는 비참함,낯선 사람에 대한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판타지로서 ‘눈동자의 집’(레모니 스니켓 지음,문학동네 어린이 펴냄)은 압도적이다.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괴짜 작가가 쓴 ‘위험한 대결’ 시리즈의 첫권.1999년이래 모두 8권이 출간됐는데 이 가운데 6권은 뉴욕타임스 어린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작가는,해피엔드를 꿈꾸는 독자는 절대 보지 말라고 간곡히 당부한다.6500원. 이밖에 10대용 판타지물로 존 사울이 지어 미국과 캐나다에서 베스트셀러가된 ‘악령의 서곡’(현대문학센타 펴냄) ‘춤추는 악령’(경성라인)과 로빈쿡의 ‘납치’(열림원),R L 스타인이 쓴 ‘나이트메어 룸’(시공주니어) 등이 추천할 만하다. 문소영기자 symun@
  • 책/ 키친 컨피덴셜 “월요일은 해산물요리 피하라”

    프로 요리사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뭘까.요리실력? 아니다.품성이다.요리는 가르치면 되지만 품성을 가르치지는 못한다.지각하거나 결근하지 않는 성실성과 다른 사람과 더불어 일할 수 있는 능력이 곧 품성이다. 이것이 ‘주방 속 비밀’로 번역될 만한 책 ‘키친 컨피덴셜’(앤서니 보뎅지음,김경숙 옮김,문예당 펴냄)에서 주장하는 바다.그렇다면 프랑스계 미국인인 지은이는 품성 좋은 요리사였을까.48세의 저자는 미국의 유명한 요리전문학교인 CIA를 졸업했고 번화가 식당에서 20년 넘게 주방장을 했으므로 그럴 것으로 예상할 수 있겠다.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그는 엉터리 요리사에 말썽꾸러기였다.명예보다 돈을 좇는 용병으로,고객에게 훌륭한 식당뿐 아니라 나쁜 식당도 돌아다녔다.그때 겪은 풍부한 경험이 토대가 돼 ‘식당가 뒷이야기’를 쓸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은 요리사가 되는 것이 꿈인 젊은이,식당을 직접 하겠다는 바람으로 마음을 설레는 예비 퇴직자,맛있는 음식을 값싸게 먹고 싶다는 소비자 등 모두에게 유익하다.남성 호르몬이 넘쳐흐르는 도발적이고 불손한 말투로,뉴욕 식당가의 비밀을 거침없이 쏟아낸다.‘음식은 섹스다’‘음식은 고통이다’등 각 단락의 제목마저 자극적이다.저자의 요리 인생은 어린 시절프랑스 여행길에 먹어본 생굴에서 시작됐다.그때 요리에 대해 환상을 품는다.대학을 중퇴한 뒤 마약에 찌들어 빈둥거리던 그는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한해변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로 접시닦기를 시작한다.18세 때다.그 곳에서 그는 요리로 세상을 통제하는 ‘독재자 주방장’을 만난다.요리사의 길에 접어든 직접적 계기다. 요리사 세계는 ‘잘못된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이 흥미를 갖는 비주류파’사회였다.우아한 음악이 흐르고 맛깔스런 음식이 나오는 우아한 식당 뒷편에서는 마약에 취하고 과음을 하는 요리사들이 한치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 분업 요리과정을 진행한다.차마 옮길 수 없는 음담패설이 가득하고,건조 식품저장고에서는 성행위가 다반사로 일어난다.그는 이런 사실을 스스럼없이 폭로하면서도 우려한다.성실하게 자신의 길을 밟아온 ‘별 세개짜리’최고급레스토랑의 요리사들이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다만 자신의 폭로로 독자들이 좋은 요리와 나쁜 요리를 식별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는 미식가라면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좌석이 꽉차는 분주한 식당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생선요리 등 해물요리는 화요일에서 목요일 저녁까지만 주문하는 것이 가장 좋다.신선도를 잃지 않기 때문이다.퓨전 식당의 ‘스시 할인’요리나,이름난 식당에서라도 월요일 ‘해산물 특선요리’는 결단코 먹어선 안된다. 스시 할인이란 ‘오래된’스시의 위장된 표현일 뿐이다.월요일 해산물은,비록 악취가 나진 않지만 길게는 나흘 넘게 부패가 진행된 생선·조개·새우일 가능성이 높다.관리가 까다로운 홍합요리도 믿을만한 식당에서가 아니라면 피하는 것이 좋다. 생선에 치는 ‘네덜란드 소스’는 대체적으로 세균덩어리다.웰던(바짝 구운)스테이크는 왜 피하는 것이 좋을까.질긴 우둔살 끄트머리는 냉장고에서 여러날 굴러다니다 고기 맛을 모르는 고객이 먹을 가능성이 높다.새우튀김은 안먹는 것이 낫다.왜? 이 책에서시시콜콜 들춰낸 식당 운영의 메카니즘을 이해하면 답이 바로 나온다.1만 1000원 문소영기자 symun@
  • 책/ 공룡 트리케라톱스와 하늘의 적/공룡, 그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어린이들은 공룡에게 왜 열광하는 것일까.트리케라톱스 티라노사우루스 스테고사우루스 다스플레토사우루스 같은,발음이 어려운 공룡 이름을 척척 외우는 것도 신통하다.추정하건대 매우 크고 힘센 공룡에 대한 동경이 어린이를 상상의 세계로 이끌어주기 때문이 아닐까. ‘꼬마 공룡 리틀 혼의 신나는 모험’이란 부제가 붙은 ‘공룡 트리케라톱스와 하늘의 적’(구로카와 미쓰히로 글·그림)은 공룡이 주인공인 그림 동화책이다. 리틀 혼은 온순한 초식동물인 트리케라톱스.7000만년 전 아메리카 대륙 바닷가에 살고 있다.가족과 함께 나들이 나온 리틀 혼은 익룡인 프테라노돈의서식서를 발견하는데 때마침 알 도둑인 오비랍토르가 프테라노돈의 알을 훔쳐 달아난다. 하지만 익룡은 리틀 혼을 도둑으로 오해해 떼지어 리틀 혼의 가족을 공격한다.리틀 혼은 익룡의 알을 도둑에게서 구해내 누명을 벗는다는 줄거리. 지은이는 오사카 시립 미술연구소에서 그림을 공부하며 고생물 연구에도 몰두해 ‘공룡의 대륙’‘공룡의 계곡’ 등을 펴냈다.유아 및 초등학생용.부록에 백악기의 익룡·어룡 등을 자세히 소개했다.진선출판사.8000원. 문소영기자
  • 온·오프라인서점 ‘발행일’ 논란

    ‘도서정가제’를 둘러싼 온라인서점과 오프라인서점의 갈등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자칫하면 업계의 ‘밥그릇’싸움에 소비자는 책값의 덤터기만 쓰는 등 ‘새우등’이 터지게 생겼다. 논란의 대상은 ‘발행일은 과연 초판일인가,인쇄일인가.’이다.지난달 30일 국회를 통과한 ‘출판 및 인쇄진흥법안’제22조는 ‘발행일로부터 1년 이내의 간행물은 정가의 10% 이내에서 할인 판매한다’로 규정해 여러가지 해석의 여지를 남겨놓았다.초판일이란 처음으로 책을 인쇄한 날을 말하고,인쇄일이란 초판 뒤로 2쇄·3쇄 등을 계속 찍어내는 새 날짜를 말한다.온라인서점들은 ‘발행일’을 ‘초판일’로,오프라인서점들은 ‘인쇄일’로 정해야 한다고 각각 주장한다. 최근 헌법소원을 제기하려고 했던 인터넷 서점들은 이 법안에 명백히 소비자와 기업의 권리를 위협하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주장한다.다만 ‘피해를 당한 소비자가 직접 제출하거나,피해를 입은 기업이 그 사례를 입증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때문에 우물쭈물하고 있다.시행령이 발효되지 않는 상태에서 피해 수준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터넷서점 알라딘의 마케팅팀장 주환수씨는 “발행일을 인쇄일로 삼는다면 유통되는 책의 90%가 ‘신간’으로 분류돼 소비자들은 10%의 책값밖에 할인받지 못한다.”며 “이것은 대형 서점의 이익을 옹호하고 소비자를 외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북스포유의 오완용 사장도 “온라인서점전체 판매중 ‘해리 포터’와 같은 스테디셀러가 약 30%를 차지한다.발행일을 ‘인쇄일’로 확정하면 소비자의 할인폭은 현행 20∼30%에서 10%대로 줄어드는 것이다.”라며 소비자 피해를 강조한다. 온라인서점들은 최근 김성재 신임 문화부 장관이 출판계 인사와의 만남에서 인터넷서점을 완전히 배제한 것도 불만이다.출판계의 ‘의붓자식’취급에는 익숙하지만,다른 때도 아니고 ‘도서정가제’를 두고 첨예하게 갈등하는 판에 문화부가 이해 관계자의 한쪽을 무시한 것은 불공정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이종은 사무국장은 “중소서점을 살리고 출판문화를 한단계 끌어올리려는 개정법안의 취지를 적극 살리려면 ‘발행일’은 당연히 ‘인쇄일’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그렇게 하면 출판계의 자정운동으로 책값이 10∼20% 인하될 것이라고 말한다. 참여연대 김기식 사무처장은 “업계 주장과 달리 책값 거품은 빠지지 않은채 발행일이 ‘인쇄일’로 확정된다면 소비자 피해가 분명해진다.”면서 “다른 소비자단체들과 함께 헌법소원 등의 법적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소영기자
  • 집채만한 그림속 얼굴, 화가 강형구씨 자화상전

    때때로 그림에서 크기가 중요한 이유는,큰 규모가 주는 충격과 감동이 남다르기 때문일 것이다.30호(신문 크기)와 150호(30평 아파트 벽면 하나 크기)의 차이는,이를테면 영화를 비디오로 보느냐 영화관에서 보느냐의 차이가 될것 같다. ‘얼굴의 작가’ 강형구씨는 오는 14∼20일 세종문화회관 전관에서 자화상개인전을 연다. 자화상의 가장 작은 크기가 120호이고 가장 큰 것이 1000호인 만큼,관객이커다란 얼굴 그림을 보고 받을 충격이 궁금해진다.‘극사실주의’또는 ‘포토 리얼리즘’ 형식에 충실한 그림들은 머리카락 한올,땀구멍,눈가에 맺힌눈물,늘어진 주름까지도 생생하다. 서양화가 강씨는 주로 사람의 얼굴을 소재로 그림을 그린다.지난해에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등 특정인의 얼굴을 그려 전시회를 가졌다. 강씨가 얼굴에 집착하는 이유는 “사람의 얼굴이 인간의 일상을 포함해 지나간 세월과 사회성,역사성,다양한 감정 등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란다.그는 특정 인물의 얼굴을 통해서 사회성과 역사성을,자신의 얼굴을 비롯해 보통 사람들의 얼굴을 통해서 세월의 흐름과 희로애락을 섬세하게 드러내고있다. 이번 자화상들에선 40대의 강씨가 20대 청년부터 80대 노인까지 다양하게 표현됐다.일부는 상상력이 발휘됐고,어떤 자화상은 하루에 20장 이상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한 모사에 가깝기도 하다. 문소영기자 symun@
  • 농사꾼 판화가 이철수씨/ “삶에 지친 사람에게 위로 줄 수 있어 행복”

    “제 그림은 40대 후반인 남자가 시골에서 작은 살림살이를 꾸려가는 평범한 이야기예요.누구나 그릴 수 있는 그림으로,화가라고 자처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판화가 이철수(48)씨는 널빤지에 조각도를 부지런히 놀리면서 분명한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요즘 바깥 출입을 하면 흰 적삼 속으로 땀이 주르륵 흐르고 ‘부쩍 힘이 들어’ 농사일을 잠깐 뒤로 미뤄 놓았단다.서울에서 충북 제천의 박달재로 옮겨온 1986년부터 그는 부인과 함께 2000여평 규모의 농사를 짓고 있다.검붉게 그을린 얼굴이며 단단해 보이는 팔뚝에서 16년 농사꾼다운 흙내음이 풍겨오는 듯하다. 최근 그는 90년 펴낸 판화집 ‘새도 무게가 있습니다’(문학동네)의 개정판을 찍어냈다.이미 나온 판화집 대여섯권을 대부분 절판시킨 터라 이번에 개정판을 낸 것은 예외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그 탓에 그는 여기저기서 번거로운 연락을 받고 있다.그가 ‘묵은 그림책’의 개정판을 낸 것은 “판화가 크게 변하고 나서 낸 첫번째 책이라 각별했기 때문”이고,출판사는 20∼30대가 꾸준히 찾는 책을 이문상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을 화가나 농부보다는 이야기꾼으로,“세상에 할 말이 있어서 조금씩 세상에 말을 건네는 사람”으로 봐주길 바란다.80년대 청년기에는 목청을 한껏 높인 민중미술가였고,90년대 장년기에는 선(禪)화가가 됐다.남들은 90년대 이후 그가 민중미술에서 멀어졌다고 수근거렸으나,그는 정면을 응시하며 “크게 멀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이야기하는 방식을 바꾼 것뿐이라는 것. 목청껏 소리치는 방식은 단순하고 감정적인 반발이었고,악을 쓸수록 정직하다는 기분은 사라졌다.고민 끝에 불교의 선으로 돌아선 뒤로 삶의 섬세한 갈피를 들춰보며 거짓과 허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세상을 바꾸자고 소리치면서,미움으로 세상을 지켜보고,폭력과 억압을 내면화하지 않았나 반성했습니다.”라고 말하는 그는 개별적으로 각성하지 않으면서,구조적 변화만 강조할 때 마음은 황폐해진다는 생각을 했다.그래서 ‘세상을 바꾸자.’에서 ‘나를 바꿔보면 어떻겠습니까.’로 전환한 것이다.당시의 깨달음은이랬다.‘시절이 사람을 강파르게 하고,그 마음의 칼로 서로를 베어버립니다.…마음밭(心田)이라고 했습니다.들여다보면 자갈 소리가 들립니다.내버려둔 자리가 역력합니다.’ 이제 그는 “옛날엔 ‘없는’ 사람만 불쌍했다면 지금은 ‘있는’ 사람도 불쌍하고,억압당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억압하는 사람도 안 됐다.”는 더 넓은 마음을 갖게 됐다.‘소외된다.’는 현상은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에게도 해당되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이편도 저편도 아닌 거냐고? 당연히 억압당하는 사람들 편에 서는 것 아니냐고 그는 되묻는다.다소 씁쓰레한 표정으로 덧붙인다.“그러나 자기가 선량하다고 믿던 사람들도,기회가 있으면 도둑질하고 억압할 마음이 그 안에 숨어 있지 않으냐.” 살아가는 일이나 싸움으로 지친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주는 것이 그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다.“시시한 잡풀도 뽑지 않으면 꽤 의젓한 모습으로 자라서 뜻밖에 아름답고 잘생긴 꽃을 보여주기도 합니다.뜻밖이라는 것도 사람의 편협한 말입니다.”그의 생각이다. 좀 더 욕심내면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자기성찰을 통해 소외를 극복했으면 싶다는 것.온전히 자기성찰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내 이웃과 우리 사회의 건강을 외면할 수 없다고 믿는다.‘나’의 정신적 건강은 남과 분리되는 것이 아니므로. 그는 판화,그것도 목판화만 20여년째 고집하고 있다.판화는 200∼300장씩 복제해 많은 사람과 그림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미술시장이 왜곡된 지금은 판화의 됨됨이가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상업화한 시장은 판화마저도 비싼 가격에 유통되길 바란다.그래서 그는 판매를 목적으로하는 상업화랑에서 전시회를 여는 것이 마땅찮다.시민사회단체의 기금모금이 아니면 전시회는 열지 않겠다는 잠정적인 결론도 내놓았다. “제 판화가 찍힌 1만 2000원짜리 달력을 사서 집에 걸어두는 사람이 제일 좋습니다.늘 벽에 붙여두었다가 한달에 한번이라도 제가 건네는 말에 공명해 삶을 풍요롭게 한다면, 그것처럼 좋은 것이 어딨겠습니까.” 문소영기자 symun@ ■인터넷 개인화랑‘목판닷컴’ 목판닷컴(www.mokpan.com)은 전시회가 싫다는 판화가 이철수씨가 팬들을 위해 차려놓은 인터넷 개인화랑이자,‘이철수의 집’이다.석달 전에 입주했다. 이 화랑에서는 그가 그동안 그린 그림을 주제별로 가려뽑아 상설전을 가진다.주인장의 바람은 그저 ‘가끔씩 머리 식히고 가십시오.’다.요즘은 여름을 소재로 한 판화 10점이 관객을 기다린다.한여름 매미소리,다듬이 소리,빙수 등 시원한 소재들이다. 또다른 ‘전시장’인 출판물에 실린 최신 작품들도 소개한다.그는 벌써 오래 전에 복제해서 여럿이 나눌 수 있는 판화의 기능이 출판물로 이전됐다고 본다.그래서 월간지 ‘좋은생각’ 등 몇 가지 간행물에 매달 그림 한 장씩을 발표한다.그의 판화 50×60㎝ 1장이 6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출판물은 1만원 안팎이니 값싸게 즐거움을 주는 판화의 미덕이 가장 잘 살아 있다고 생각한다.그가 원하는 식으로 판화는 대중 속으로 파고드는 것이다. 판화는 언제 제작할까.밑그림은 주로 겨울철 농한기 혼자있을 때 한꺼번에 수십장씩 그린다.그의 작업실 한 쪽에는 2000년,2001년등에 그린 때지난 밑그림들이 1000장은 족히 될 만큼 쌓여 있다.판화가 될 때를 놓친 밑그림들은 그대로 쌓였다가 휴지로 버리게 된다. 밑그림을 목판에 뒤집어 붙이고 조각도로 새기는 작업은 주로 여름에,사람들이 찾아와 한담을 나눌 때 한다.지인들 중에는 일부러 찾아왔는데 홀대한다고 서운한 마음을 품고 되돌아가기도 한다며,미안한 듯 슬그머니 웃는다.그래도 의미있는 전시회에는 꼭 참여한다.지난달 23∼29일 문예진흥원에서 열린 친일인명사전 편찬을 위한 기금모금전은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판화를 왜 안 파느냐.”는 원성이 높아 얼마 전부터는 판화장터도 만들어 놓았다.그러나 판화를 즐기는 데 꼭 사야 맛이냐는 그의 말을 곱씹어 보는 게 어떨까. 문소영기자
  • 도올의 ‘달라이 라마 이야기’

    도올 김용옥씨(전 고려대 교수)가 최근 ‘달라이 라마와 도올의 만남’을 출간하고,같은 내용으로 대중강연을 갖는다.KBS ‘도올의 논어 이야기’강좌를 중단한 뒤 일절 공식적인 자리에 나타나지 않던 도올의 공식적인 ‘외출’인 셈이다.강연은 오는 10일 오후2시30분 동국대 본관 중강당에서 ‘불교의 본래 모습-달라이 라마를 만난 후’라는 제목으로 열린다.그 강연 내용은 이번에 출간된 ‘달라이 라마와 도울의 만남 1∼3’(통나무 펴냄,각권 1만6000원)에 담겨 있다. 도올은 지난 연말 인도를 방문해 이틀간 달라이 라마와 대화한 것을 계기로‘역사적 붓다(Historical Buddha)’의 본래 모습을 찾기 시작했다.기독교에서‘역사적 예수’에 관한 논쟁은 있어 왔지만,불교에서 역사적 붓다는 주요쟁점이 아니었다.도올은 일본 학자들이 1930년 70권 전집으로 발간한 ‘팔리어삼장’을 기초로 초기불교에 접근했다. 도올은 이번 강연과 출판이 “우리사회가 세계 일류국가로 도약하는 길목에서 어떤 새로운 도덕성을 획득하는 계기로 활용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김성호 문소영기자 sy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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