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혜영 “쓸어담기식 포괄조사 불필요하다”
열린우리당 과거사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은 원혜영 의원은 24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친북·용공세력’도 조사 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주장한 것과 관련,“원론적으로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을 수 있다.”고 원칙적인 수용 의사를 밝혔다.
원 의원은 2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협상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마냥 배타적으로 할 수는 없지만,박정희 전 대통령도 남로당 핵심 당원이었는데,조사 대상이 돼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원 의원은 과거사 문제를 다뤄나갈 ‘로드맵’에 대해 묻자 “모법으로 ‘과거사 정리를 위한 포괄 기본법’(가칭)을 만들어 조사의 원칙 등을 정리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이미 활동이 완료됐거나,상당히 독자적으로 진척된 조직의 활동을 중단시키고,포괄해서 과거사특위로 모두 쓸어담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원 의원의 구상은 노무현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포괄적이고,체계적인 과거사 진상규명을 국회에 요청한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원 의원은 이와 관련해 “노 대통령은 과거사 정리가 통합적이고 전면적이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했는데,현실적으로 그렇게 할 필요도 없다.”고 소신을 피력했다.그는 “이미 많은 문제가 해결됐다.”고 전제하면서 “친일문제는 친일진상규명법을 개정함으로써 사실상 광복 이전은 다 끝났고,현대사의 각종 의문사 및 인권침해는 1·2기 의문사진상조사위를 통해 대부분 밝혀져 과거사특위가 할 일이 그리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원 의원은 또 “친일문제는 9월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을 통해 독자적으로 진행하고,3기 의문사진상 위원회 발족은 과거사특위 발족과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9월22일 친일진상규명법의 발효를 앞두고 개정안을 제출하는 시기가 과거사특위 발족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으로는 민생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여당이 50∼60년 전의 ‘과거사’에 집중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태도냐는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느껴졌다.그는 그러나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친일을 포함해 유신독재 시절까지 과거사 정리가 필요하냐는 질문에 약 60%가 필요성을 느낀다고 답했다.”면서 “이같은 국민적 정서 때문에 한나라당도 열린우리당의 제안을 무시하고 가기는 어려운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과거사 시대구분에 대해선 “광복 이전 일본 제국주의 강점시대,6·25 한국전쟁을 포함한 광복 이후,5·16군사쿠데타 이후 등 3단계로 나눌 것”이라고 구상을 밝혔다.조사 대상에 대해서는 개개의 사건을 거론하지 않고 “집단적이고,명백히 증거가 있으며 고문 등으로 목숨을 잃었던 사건들이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빨갱이 사건’이라면 여순반란·인혁당·조봉암 암살 사건 등이 떠오르는데,여순반란 사건을 제외하면 문제가 안 되겠느냐.”고 덧붙였다.
가족들이 탄원해 올 경우 ‘김형욱 실종사건’이나,열린우리당 일각에서 주장하는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등도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원 의원은 “과거사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피해자가 속출할 수도 있다.”면서 신기남 전 의장의 낙마를 그 사례로 꼽았다.
그는 “신 전 의장 선친의 친일행적이 사적인 영역에 남아 있다가,신 전 의장도 모르는 사실들이 느닷없이 밝혀져 낙마한 것 아니냐.그런 점에서 신 의장도 피해자다.”고 주장했다.그는 “사석에서 신 의장은 아버지가 공비 토벌대장이었다고 해서 으레 일제쪽 경력이 있겠거니 짐작했는데,정작 본인은 몰랐던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원 의원은 “과거사 진상규명은 미래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면서 “한·중·일 협력이 중요한 시대지만,일본은 신사참배하고,중국은 고구려사를 왜곡하니까 국민 감정이 악화돼 협력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한나라당 박 대표에 대해선 “유신 때 퍼스트레이디를 대행하면서 직·간접적으로 정치행위에 관련된 부분은 자기 반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사진 오정식기자 oosing@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