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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BA 이후의 英 현대미술 한눈에

    YBA 이후의 英 현대미술 한눈에

    ‘YBA’(Young British Artists)는 영국 현대미술의 상징이다. 1980년대 후반 데미언 허스트가 기획했던 ‘프리즈’(Freeze)전에 참여했던 일군의 영국 작가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들은 1999년 영국과 미국에서 열린 ‘센세이션’ 전시로, 전 세계 미술계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줬고, 이후 상업적인 성공도 이뤄냈다. YBA의 작가들은 원래 실험적인 작업을 주로 했으나 여러 상업 화랑과 컬렉터들에 의해 상업화가 이뤄진 것. ‘터너 프라이즈’와 같은 국제적인 미술상은 비상업적이고 실험적인 영국미술을 촉발시켰지만 결과적으로 영국 현대미술의 상업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최근 YBA 이후의 영국 현대미술을 한국에 소개하려는 전시가 기획됐다. 서울 서교동의 대안공간 루프가 4일부터 8월11일까지 여는 ‘노운 언노운’(Known Unknown)이나, 서울 평창동 토탈미술관에서 26일까지 열리는 ‘런던 콜링 London Calling: Who Gets to Run the World’ 전시는 영국에서 YBA의 출현의 의미와 이후를 진단하는 기획전시다. 우선 ‘노운 언노운’ 전. 전시제목처럼 인식되거나 인식되지 않는 것 사이의 간극을 다뤘다. 또한 세계 미술계에서 YBA의 그늘에 가려 ‘(유럽권에) 알려지거나 (아시아권에)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을 뜻하는 이중적인 의미다. 그레이엄 거신과 엘리자베스 메길, 루스 클락슨, 자크 님키, 소피아 헐튼 등 영국 작가 5명의 작품이 전시됐다. YBA와 동시대에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일상 속에서 당연한 현상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비디오작업과 회화작업들을 선보인다. 힐튼의 ‘친숙한(Familiar)’이라는 제목의 영상작업은 ‘친숙한’ 본인의 가족들을 등장시켜 ‘친숙한’ 상황을 연출하지만, 곧 ‘생소한(unfamiliar)’ 반전을 이어붙인다. 아일랜드 출신 작가인 메길은 언뜻 보면 평범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뭔가 기묘하고 기괴스럽기까지 한 느낌을 풍기는 풍경화들을 보여준다.(02)3141-1377. ‘런던 콜링 London Calling: Who Gets to Run the World’ 전시는 드로잉을 비롯한 설치, 조각, 비디오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들을 소개한다. 영국 현대미술이 어떻게 세계 미술계의 핵심적인 지위에 오르게 됐는지, 한국 관객은 영국 현대미술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참여작가는 필립 알렌, 피오나 배너, 데이비드 백첼러, 마틴 크리드, 드라이든 굿윈, 피터 맥도널드, 나타니엘 라코베, 개리 웹 등 8명이다. 정확하게 YBA 이후의 작가군이다. 일반적으로 영국 현대미술은 색과 모티브, 구조가 매우 풍부하고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시에 초대된 작품은 색과 모티브들을 단숨에 파악할 수 있도록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개념적인 편향성을 보이기도 한다. (02)379-7037.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작년 성인 10명중 3명 1년간 책 한권 안읽어

    1년 내내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는 성인이 10명 중 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해 성인들의 연평균 독서량은 12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3일 발표한 ‘2008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의 연간 독서량은 11.9권으로 전년보다 0.2권 줄었다. 성인의 연간 독서량은 1995년 9.6권에서 1996년 9.1권으로 감소한 뒤 1999년 9.3권으로 반등해 2007년 12.1권 등으로 꾸준히 늘었다가 이번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독서율은 성인 72.2%로 2007년 76.7%에 비해 1년만에 4.5%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성인 10명 중 3명이 1년에 책 1권도 읽지 않는다는 의미다. 독서율은 1996년 77.2%에서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해 2004년에 76.3%, 2007년에 76. 7%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대폭 떨어졌다. 독서시간은 성인이 평일 29분, 주말 30분으로 전년보다 각각 4분과 5분 줄었다. 성인들의 월 평균 일반 도서 구입비는 9600원으로 전년보다 2100원이 줄었다. 잡지 구입비는 1100원으로 600원 감소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초등학교 선생님의 교육일기

    ‘남의 일기를 보는 것은 문화인의 자세가 아닙니다.’라고 일기장을 검사하는 중에 이런 꼬릿말을 달아 놓는 학생을 만나면 교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왕따를 당하고 돌아온 아이가 있다면 학부모는 당장 학교에 달려 가야 할까. 공교육에서 선행학습을 도와 준다면 학생의 발전에 도움이 될까? .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초등학교 이은실 교사가 쓴 ‘봄빛 교육을 꿈꾼다’(세시 펴냄)에는 이런 고민들이 녹아 있다. 교사의 고민일 수도 있고, 학생, 학부모의 고민이기도 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학교와 교사가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개인적인 답과 문제 제기가 들어 있다. 저자는 또한 교사와 학생들은 과연 무엇으로 살고 있는가를 책 전반에서 보여 준다. 사랑과 관심. 글쓰기를 좋아하는 저자도 초등학교 4학년 때 ‘이 책을 외울 정도로 많이 읽어 보아라.’라는 글짓기 선생님의 관심이 원동력이 됐다. 그때 선생님에게 받은 책 한 권을 읽고 또 읽으면서 글 쓰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교사가 된 후 저자는 흘러 가는 시간을 잡아 두기 위해 20평의 교실에서 일어났던 학생들의 일을 글을 써서 남기기 시작했다. 글쓰기에 열정을 가진 저자의 활동은 학급 중심의 인터넷 커뮤니티 ‘위즈클래스’가 개설되자 전국 학급 홈페이지 경연대회에서 당선까지 따냈다. 또한 그가 한교닷컴에 올린 온라인 기사나 글은 전국의 초등학교 교사나 교육관계자들에게 힘을 주고, 정보를 교환하는 장이 됐다. 짧고 서투른 감사편지나 볼이 통통한 아이들의 사진에서 초등학교 교육 현장을 느낄 수 있다. 1만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돈에 예속되는 자유 그 안에서 병들어가는 현대인

    돈에 예속되는 자유 그 안에서 병들어가는 현대인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은 누구 편에서 읽느냐에 따라 이야기 서사구조가 완전히 달라진다. 이야기의 얼개는 착한 노총각 나무꾼이 어느날 사냥꾼에 쫓기던 사슴 한 마리를 구해주고, 그 대가로 예쁜 선녀가 목욕하고 있는 옥녀탕에 대한 따끈따끈한 정보를 받는다. 사슴은 그 중 한 선녀의 날개옷을 숨기면 선녀가 하늘로 올라갈 수 없으니 나무꾼과 결혼할 것이라고 말한다. 사슴은 또한 둘 사이에 아이가 셋이 될 때까지는 나무꾼이 파놓은 함정에 대해 고백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나무꾼은 아이 둘을 낳고 나자 마음이 풀어졌는지, 또는 양심의 가책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웠는지 과거를 고백한다. 다음날 아침 개운한 마음에 일어난 나무꾼은 날개옷을 입고 아이 둘을 데리고 하늘로 올라가는 아내를 발견하고 목을 놓아 운다. ●소비욕구=자기파멸적인 욕망의 충족 이 전래동화의 교훈으로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는다든지,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를 손꼽는다면 나무꾼의 입장에서 서사구조를 지켜본 것이다. 선녀 입장으로 돌아가면 그 결혼은 원천 무효다. 양쪽이 자유의지를 가진 대등한 관계에서 결정된 결혼이 아니라 선녀의 날개옷을 나무꾼이 불법점유하고, 거짓과 속임수로 완성된 결혼이기 때문이다. 특히 선녀의 날개옷은 평범한 의상이 아니다. 날개옷이 타인이 침해할 수 없고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는 선녀의 자유의지를 표상하는 것이라면, 자유를 되찾은 선녀는 나무꾼과 같이 살 이유가 없다. 나무꾼과 사슴의 관계도 되돌아봐야 한다. 나무꾼이 진정 착한 나무꾼이었다면, 착한 일을 한 뒤 사슴이 제공하는 은밀한 정보를 듣고, 불같이 화를 냈어야 한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한 착한 일에 대해 왜 너는 불법적인 일을 하라고 제안하느냐.”고 말이다. 사실 이같은 은밀한 거래는 뇌물과 같은 것이라, 슬쩍슬쩍 넘어가 이익을 취하다 보면 부패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선녀와 나무꾼’을 통해 ‘상처받지 않을 권리’(프로네시스 펴냄)의 저자 강신주씨는 ‘산업자본주의 사회를 사는 현대인이 처하고 있는 상황이 날개옷을 잃어버린 선녀와 비슷하지 않느냐.’라고 반문하고 있다. 저자는 현대인들이 날개옷(자유)를 잃어버리고, 자신이 자유를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세속적인 삶에 젖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저자는 자본주의 하에서 자유란 진정한 자유가 아니라고 말한다. 노동을 팔 수 있는 자유와 노동을 해서 번 돈으로 소비할 수 있는 자유, 소비로 탕진해 다시 노동을 팔아야 하는 자유로, 돈에 예속되고 복종하는 자유라는 것이다. 이는 자본주의 체제의 생존 비결로,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자신의 노동을 팔게 하기 위해 화려한 도시의 윈도와 불빛, 멋진 점원 등을 활용해 돈을 쓰도록 유혹하고 욕망하게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저자는 자본주의 안에서의 소비욕구는 자기파멸적인 욕망의 충족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암세포처럼 번식하는 욕망은 우리의 소비 욕망이 치열해질수록 자본의 힘을 강화시킬 것이고, 그 안에 사는 우리의 삶은 점차 병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물신주의에 푹 빠진 인류는 내세의 행복을 이야기하는 신(神)을 현세의 행복을 약속하는 돈으로 대체하고, 교회를 은행으로 바꾸고, 간절한 기도 대신 저축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자유를 꿈꾸면서 자본에 묶인 현대인들은, 또한 산업자본주의가 낳은 대도시에 살면서 다른 한편으로 지독한 고독과 권태를 경험한다. 인격과 인격을 교환하는 방식이 아니라, 돈과 물건을 교환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유란 비인격적·비개성적으로 존재한다. 따라서 어쩌다 들른 편의점의 늙수그레한 점원이 젊고 버릇없는 고객에게 단 한마디라도 조언이나 충고를 한다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다. 이는 독립성과 자율성을 가진 젊은 고객을 충고하는 점원을 피해 다른 가게로 옮겨가게 할 뿐이다. 이런 대도시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누리기 위해서 사람들은 상호무관심과 속내 감추기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조건이 우글거리는 군중 속에서 쓸쓸함과 권태를 느끼게 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현대인들이 가정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이유도 간명하다. 대도시의 익명성에 익숙한 개인들이 가정이라는 간섭과 충고가 가능한 세계로 진입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삶에 대한 철학적 분석·진단 선녀와 나무꾼과 같이 익숙한 동화를 통해 자유의 문제를 돌아보는 저자는 익숙한 것과의 결별, 거리두기를 통해 현대인들의 좌표를 확인해보고자 했다. 우리 내면을 탐색하고 성찰함으로써 현재 자본주의적인 삶에 대한 답을 찾아보려고 하는 것이다. 성찰의 방식은 19세기 프랑스 파리의 모던보이인 시인 보들레르, 20세기 경성의 모던보이인 소설가 이상의 감수성을 철학자 벤야민과 지멜을 통해 분석했다. 인간의 허영과 욕망을 노래한 시인 유하와 투르니에의 사유를 철학자 부르디외와 보들리야르를 통해 진단했다. 보들리야르의 “우리가 소비하는 것은 실제의 물건이 아니라 ‘기호소비’”라는 진단은 유효하다. 저자는 노동자가 소비자로 환치되는 사회가 아니라, 노동자가 자본가로도 환치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한다. LETS(Local Exchange Trading System:지역교환거래제도)의 도입 등을 짧게 다뤘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2009 ‘우수 저작 및 출판 지원 사업’ 교양부문 선정작이다. 1만 7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세련된 영어구사 위한 명문장·표현들

    ‘people who are physically challenged’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액면 그대로 번역하면 ‘신체적으로 도전받는 사람들’이 되겠다. 그러나 ‘신체적 결함을 극복하는 사람’ 또는 ‘신체적 결함에 맞서는 사람’이 제대로 된 번역이다. 이는 ‘영어에세이 상식사전’(이윤재·이종준 지음, 넥서스 펴냄)에 소개된 대목이다. 저자 이윤재씨는 한반도영어공학연구원 원장으로, 오랫동안 영어의 수사적 표현을 잘 갈무리했다가 책으로 펴냈다. 그는 말하는 법과, 영어를 동시에 배우는 법을 한 권의 책으로 모았다고 한다. 우리말도 그렇지만, 영어도 일상적인 대화를 유창하게 한다고 해서 ‘말을 잘한다.’고 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평소 감명받은 소설이나 철학책·명연설·신문기사 등을 잘 외워 두었다가 적절하게 인용하거나 암송하듯이, 영어로 말할 때도 그렇게 해야 한다. 영어는 그 표현이 사용된 문화·정치·사회적 배경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잘 이해하기 어렵고, 암기도 쉽지 않다. 이 책은 ‘영어의 바다’에 떠다니는 다양한 표현들을 모국어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아주 세련되게 요리해 놓았다. 이 책의 공동저자인 이종준씨는 이 원장의 아들로 서울대 외교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 부자가 공동작업한 책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1만 95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유인촌 문화 “4대강 홍보 대한늬우스 중단할 수도”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4대강 사업 홍보영상 ‘대한늬우스’를 중단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2일 밝혔다. 유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한 늬우스가 사회적으로 피해를 많이 주고 여러 사람들에게 정신적 영향을 많이 준다면 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유 장관은 “대한늬우스가 옛날의 대한뉴스가 아니라 이를 패러디한 개그다.”라고 설명한 뒤 “정부가 3000개 영화관에 ‘대한늬우스’를 강압적으로 걸라고 했으면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지금의 ‘대한늬우스’는 50개 극장의 100개 스크린에 광고비 2억원을 들여서 한달 동안 광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뉴스가 아니라 광고인데, 좀 더 가볍게 생각해 달라.”고 덧붙였다.한편 유 장관은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악의 평가를 받은 영화진흥위원회와 관련해 “강한섭 위원장의 사표를 오늘자로 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 장관은 “영진위의 비상임 위원 6명도 어제 함께 사표를 냈지만 처리할 업무도 있는 만큼 영화계와 의논해 보고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새초롬한 평양미인… 동글동글 진주기생

    새초롬한 평양미인… 동글동글 진주기생

    조선시대의 민화는 부귀영화, 장수, 아들 출산, 출세 등 현세적인 염원을 담고 있다. 형식에서는 선비의 수묵화(문인화)와 확실히 다르게 장식성이 강한 채색화이다. 조선 후기 평민계층의 무명 화가들은 문인화에서 표출할 수 없었던 인간의 행복의 의지를 자유로운 화법으로 구사했다. 서울 종로구 수송동 송암문화재단 전시관에서는 3~19일까지 조선시대 민화와 고서화를 볼 수 있는 ‘일상의 관조’전이 열린다. 사람들의 일상에 깊이 들어와 미감을 자극하고, 분주한 생활 속에서 여유를 찾을 수 있게 하는 조선의 민화를 재조명해 보자는 것이다. 전시의 백미는 석지 채용신의 8폭 미인도 병풍과 겸재 정선의 송지도(松芝圖)이다. 우선 채용신의 8도의 미인도를 보자. 얼굴이 모두 비슷비슷해 다들 예뻐보이는데, 유독 평양과 진주 기생의 얼굴이 다르다. 북방계 얼굴을 가진 평양미인은 새초롬하고 속을 태울 것만 같은데, 남방계 얼굴의 진주 기생은 동글동글한 볼이 마음 씀씀이가 넉넉할 것 같다. 송암문화재단이 인천에 지은 송암미술관과 소장 미술품을 2005년에 인천시에 기증했을 때, 채용신의 미인도가 누락돼 이번 전시에 나왔다. 당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이 작품을 빌려간 덕분에 기증목록에서 빠졌다. 즉 값진 고미술이란 것이다. 겸재 정선의 송지도는 인천시립송암미술관 소장품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빌려왔다. 이 작품은 고인이 된 이회림 OCI(동양제철화학) 회장이 2000년 서울옥션에서 10억원에 낙찰받은 것이다. 당시 국립중앙박물관은 유물 구입비가 적어 이 작품이 유찰되기만을 간절히 바랐으나,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단다. 고승을 그린 그림은 억불정책을 썼던 조선과 숭불정책을 표방했던 고려에서 얼마나 다르게 표현됐는 지를 비교할 수 있다. 조선후기 존자도들은 대체적으로 신선의 이미지이고, 고려시대는 참선하는 모습이다. 관람료 무료. (02)734-0440.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1950년대초 ‘박수근 작품’ 2점 공개

    1950년대초 ‘박수근 작품’ 2점 공개

    1950년대 박수근의 작품이라고 주장하는 그림 두 점이 한국전에 참전했던 미국인에 의해 30일 공개됐다. 1953년 한국전쟁이 끝난 뒤 미국으로 돌아갔다가 반세기가 넘어 방한한 토머스 존스(78·뉴욕 거주). 그는 이날 오후 서울 롯데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당시 구입할 때 그렇게 유명해질지 몰랐지만, 서울의 따뜻한 정감을 표현했다고 생각해 개인적으로 1952년에 박수근 화백의 작품 2점을 구입해 50년 동안 내 방에 걸어 두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한 잡지를 통해 박수근이 대단히 유명한 작가가 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했다. 법원이 박수근 ‘빨래터’의 위작여부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지 않은 상태에서 그의 소장 작품이 경매에 나온다면 또 다른 논란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글 사진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美서 한국 현대미술 특별전

    美서 한국 현대미술 특별전

    구정아, 김범, 김수자, 박이소, 서도호, 양혜규, 최정화 등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현대미술을 선도하는 작가 12명의 특별전시가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미술관(LACMA·라크마)에서 지난 28일 개막했다. ‘당신의 밝은 미래: 한국 현대미술 12인전’란 제목의 이번 전시회에는 1980년대 이후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는 한국작가 12명의 작품 34점이 선보인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은 “라크마와 휴스턴미술관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국제교류재단과 한진해운이 후원하는 행사로, 미국 주요 미술관에서 처음 시도되는 대규모 한국미술 특별전”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전시회는 LACMA 측이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일본 비디오 및 사진 전시회 등 올해와 내년에 예정됐던 3개 전시회를 취소한 가운데 대규모로 열려 주목 받고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선정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전시를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고는 작가들이 다루는 내용과 깊이를 정확하게 읽기 힘들지만, 다른 문화와의 충돌이나 ‘본다’라는 미술의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 서세옥의 아들인 서도호는 설치작업 ‘떨어진 별 1/5’로 전통한옥과 작가가 미국에 처음 거주했던 아파트를 재현해 두 문화 사이의 사회구조적 충돌을 표현했다. 임민욱의 비디오 설치작품인 ‘잘못된 질문’은 한국 민주주의 발전이 불러온 사회 상황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 택시기사의 자조 섞인 독백을 통해 양분된 한국사회와 통합 가능성에 대해 질문한다. 2009년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개인전 작가인 양혜규의 ‘창고작업’은 전시 후 팔리지 않고 되돌아온 작품들을 보관할 곳이 없는 작가들의 고민들을 보여 주는 작업이다. 역시 올해 베네치아비엔날레 본전시에 출품한 구정아의 ‘R’는 쉽게 간과하고 있는 사물과 상황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번 전시회는 오는 9월20일까지 LACMA에서 계속되며, 11월22일부터 내년 2월14일까지는 휴스턴미술관에서 다시 열린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靑少年 그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靑少年 그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청소년은 누구이고, 무엇으로 살고 있는가. 영어로 틴에이저(Teenagers) 또는 영 어덜트(Young Adult)라고 하는 청소년은 연령으로는 13~19살, 아직은 어른(Adult)이 아닌 사람이다. 어른들은 생각이 채 여물지 않았겠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사람이라고 정의할 것이다. 그러나 그 시절을 어떻게든 뚫고 나온 어른들이 청소년기의 자신으로 돌아가 보면, 자신이 미성숙하거나 무한한 가능성을 가졌다는 것에도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당시에 자신들은 충분히 성숙했다고 착각했을 터이고, 무한한 가능성은 오히려 무엇을 해야 할까에 대한 혼란을 가중시켰을 테니 말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각별하게 보내는 능력이 있었다. 국가가 어려운 시기에 사회의 변화를 이끌었다. 17세 유관순 열사는 천안에서 3·1만세운동을 조직했고, 1929년 11월 광주학생들은 국내뿐 아니라 중국의 학생 항일운동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3·15부정선거 규탄시위에 참여했다가 사망한 마산상고 김주열 학생은 4·19혁명의 도화선이었다. 지난해 정부를 위기로 몰아넣었던 촛불시위도 시작은 고등학생들이었다. ●젊은 사진작가 9명 8개월간 작업 서울 세종로 일민미술관에서 8월23일까지 ‘과연 청소년은 누구인가,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청·소·년’ 사진전을 연다. 미술관은 2006년 한국의 시각문화 사진전을 시작으로, 2007년 건축과 공간에 나타난 새마을운동, 2008년 산업현장을 돌아본 공장 등을 주제로 사진전시를 열었으며 청소년을 주제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학교에서 거리로 뛰쳐나와 촛불을 든 중·고등학생들은 한국의 문화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소재로 유의미했을 것이다. 지난해 10월부터 미술관과 9명의 젊은 사진작가가 만나 여러 차례의 회의를 거쳐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8개월간 작업했다. 여기에는 전업 사진작가도 있지만 학원 수학 강사, 대안학교 관계자, 교사 등 아마추어 작가들도 참여했다. 청소년을 자주 만나거나 그들의 문화에 최소한의 이해를 가진 사람들이다. 강재구, 고정남, 권우열, 박진영, 양재광, 오석근, 이지연, 최은식, 최종규 등이 그들이다. 29살에서 45살의 작가들은 청소년들의 문화, 생각, 생활, 주변환경까지 섬세한 눈으로 잡아냈다. 일민미술관의 양유진 큐레이터는 “작업 초기에는 작가들이 모두 문제의식을 가지고 접근한 청소년이기에 카메라 앵글에 잡히는 청소년의 모든 것은 대체적으로 우울하고 어두침침한 것”이었다며 “서너 차례의 회의를 통해 우울한 방향으로만 진행되지 않도록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노력했음에도 청소년 사진전은 다소 우울하다. 작가들이 자신들의 학창시절의 기억을 되살려 내고, 윤색하고, 그때의 기억에서 현재 무엇이 달라지고, 무엇이 개선됐는지를, 또는 세월과 무관하게 똑같은 것이 무엇인지를 잡아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사진전 속의 청소년들은 교실에서 여러 개의 의자를 붙여 놓고 대학 소재지가 표시된 전국지도 앞에서 단잠에 빠져 있는가 하면, 의자에 삐딱하게 앉아 MP3와 휴대전화를 손에 꼭 쥐고 게임을 하거나 문자를 보내고 있다(이지연 작). 롱다리, S라인이 확실하다는 교복의 소비자(강재구 작)이자, 소녀시대, 동방신기의 열렬한 팬이기도 하고, 코스튬 플레이로 만화 주인공을 흉내낸다(박진영 작). 학원 수학 강사인 작가는 청소년들이 낙오되는 현장을 지켜본다. 낮엔 학교에서, 야간엔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근로 청소년의 어려움도 묵묵히 바라본다(권우열 작). 스트레스를 날리기 위해 폭주족이 됐지만 뒤에 태울 여학생이 없어 강아지인형을 매달고 다니는 남학생의 모습은 정말 귀엽다(오석근 작). ●청소년 문화·생각·생활 섬세하게 렌즈에 담아 40대의 한 직장인은 최악의 악몽은 학력고사장에서 답안을 밀려 쓰는 꿈을 꿀 때라고 말했다. 벌써 20년도 넘은 과거의 일인데도 스트레스가 고조되면 반복적으로 그런 꿈을 꾼다고 했다. 정신적 상흔, 트라우마다. 그래서 깜깜한 밤하늘에 형광등이 환하게 빛나는 고3 교실의 야간자율학습 사진(최은식 작)을 지켜보는 마음은 처연해질 수밖에 없다. 사회가 학생들을 경쟁에 내몰고 있다고 불평하지만, 실제로 청소년들의 그 많은 학원순례를 끊어주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에서 이겨야 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자녀들을 타이르며, 20~30여년 전 고통을 세습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도 겪었던 일이니 너도 잘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당연시하는 것은 어른들이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 아닐까. 전시회를 돌아본 한 청소년은 오히려 “사진 속의 청소년은 우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악몽’에 시달린다면 빨리 깨어나야 하니 말이다. (02)2020-2055.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문신 미술관 세계적 건축가 론 아라드 설계

    경기 양주 장흥아트빌리지에 조각가 문신(1923~1995)의 이름을 딴 ‘문신아뜰리에 미술관’이 들어선다. 이 미술관은 이스라엘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 디자이너 론 아라드(58)가 설계를 맡는다. 론 아라드가 설계한 건축물이 아시아 지역에 세워지는 것은 처음이다. 가나아트센터와 양주시, 문신미술관은 ‘양주시립 문신아뜰리에 미술관’ 건립과 관련해 양해각서를 교환한 뒤, 오는 10월 공사를 시작해 내년 가을께 완공할 계획이라고 26일 밝혔다. 위치는 조각가를 위한 아뜰리에 바로 위쪽으로 약 1000㎡(300평)의 대지에 들어선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산 중턱의 지형적 특성을 감안, ‘벽 없는 조각공원’이라는 개념을 살려 지을 예정이다. 이호재 가나아트센터 회장은 “지난해 2월 론 아라드가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 자신의 건축디자인 전시회를 앞두고 내한했다. 그때 문신 선생의 조각 작품과 장흥의 미술관 부지를 보여 줬는데, 자신의 설계 컨셉트와 잘 맞는다며 디자인을 해 주겠다고 구두 약속을 했었다.”면서 “그 사이 지지부진했는데 이번에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7월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열리는 아라드의 개인전에서도 소개될 예정”이라며 “문신 선생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임충빈 양주시장도 “아트빌리지 특구인 장흥에 맞는 미술관이 조성하기 위해 론 아라드에게 디자인을 요청했다. 건축비 등은 10억원+α(알파)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론 아라드는 인도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하는 자하 하디드와 더불어 현재 세계 최고의 건축 디자이너란 평가를 받고 있는 작가. 하디드가 현재 서울 동대문운동장 부지에 지을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 파크’ 프로젝트(3000억원 규모)에 참여해 500억원 정도의 디자인료를 받는다는 것과 비교할 때 조촐한 공사비가 책정된 문신미술관의 디자인을 맡은 것은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문신 선생 생존 당시의 작업실을 재현할 미술관에는 고인의 부인인 최성숙 문신미술관장이 기증할 문신의 석고원형 작품 80여점과 드로잉 100점 등이 전시된다. 최 관장은 “올해 유품을 대부분 정리할 예정인데, 그러다 보면 기증할 목록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재 문신미술관은 문신 선생의 고향에 있는 마산시립문신미술관과 숙명여대 문신미술연구소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형태·색채 강조하다 보니 풍만한 그림 됐죠”

    “형태·색채 강조하다 보니 풍만한 그림 됐죠”

    ‘뚱뚱한 인물의 화가’로 잘 알려진 페르난도 보테로(77)에 대한 첫인상은 자못 실망스러웠다. 사람들의 인지가 상당히 제멋대로인 탓에 만나보지 못한 작가에 대해 상상할 때는 작품 속의 인물화와 어떤 연결을 짓고 연상하게 된다. 풍만한 몸집과 코믹한 제스처, 코믹한 얼굴 등이다. 그러나 29일 국내 전시개막에 맞춰 서울을 방문한 보테르는 잘생긴 남미의 노신사였다. 마재킷을 입은 그의 부인도 키가 크고 아주 날씬한 미인이었다. 보테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왜 풍만한 여인을 그리느냐, (그런 여인을)좋아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13세기 이탈리아 프레스코화를 감상하다가 양감(볼륨)에 대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면서 “내가 인상적으로 받아들인 감각을 관객에게 돌려주기 위해 풍만한 그림을 택한 것이지, 나 자신은 절대로 뚱뚱한 인물을 그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풍만한 인물을 소재삼아 그리는 화가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중세시대 종교화들이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형태나 색채를 무시했다면, 그는 반대로 형태와 색채를 강조하면서 의미나 자세 등은 상대적으로 등한시하는 것이다. 형태를 과장하고 부풀리다 보면 덩달아 전달되는 색깔의 양이 커져 더 강조되는 것이다. 유럽 미술관에서 그에게 자극을 줬던 작가들은 라파엘로, 마사초, 프란체스카, 앵그르 등으로 르네상스시대 그림과 신고전주의 등 아카데믹한 그림들이다. 콜롬비아 안데스 산맥 지역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그가 교회 등을 통해 접한 복제화와 완전 딴판인 그림을 만난 것이다. 추상화가 유행하던 시절에 그림을 시작했지만 벨라스케스나 앵그르 등 작가들의 진지함에 반해 구상화를 전통기법으로 그려냈다. 캔버스의 바탕을 검게 칠하고 그 위에 밝은 색깔의 유화물감을 올리는 식이다. 보테로는 “인상주의 이후부터 작가들이 바탕작업을 하지 않은 캔버스에 직접 그리고, 또는 1분도 안 걸리는 그림을 그리기도 하는데, 이런 경향 때문에 미술의 쇠퇴기를 초래하기도 한다.”면서 “나는 몇달이 걸려서 한 작품을 만들어 낸다.”고 말했다. 그림 그리는 것을 책 만드는 일에 비유하기도 했다. 글을 쓰고, 빼고, 더 집어넣고, 또 빼고 하는 작업을 거듭해서 좋은 책을 만들듯이 그리고 빼고, 지우고를 지속적으로 해서 좋은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한국 개인전이 회고전 형식인데, 1985년부터 1992년까지 소장하고 있던 유화를 중심으로 전시계획을 세웠다.”면서 “작품에 대해서는 별도의 설명이 필요없으니, 즐겁게 한국 관람객이 그림 속의 라틴아메리카의 모습을 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9월17일까지. 덕수궁미술관. 글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움직이는 산수화는 어떤 모습일까

    움직이는 산수화는 어떤 모습일까

    ‘휴우~휴우~’. 올빼미가 두 눈을 꿈쩍이며 고적하게 울고 있는 사이 가파른 지붕 위로 흰 눈이 소복하게 쌓인다. 바람에도 꿋꿋한 네 그루의 푸른 소나무도 하얀 눈꽃을 입고 있다. 둥근 창으로 촛불이 흔들거리고 글 읽는 선비는 밤이 새는 줄 모른다. 그렇게 책읽던 선비의 창 옆으로 추운 겨울이 가고, 꽃피는 봄이 오고, 바람 시원한 여름과 쓸쓸한 가을이 찾아온다. ●LED 디지털 영상으로 고전 재해석 추사 김정희(1786~1856)가 제주도 유배 시절, 자신을 위해 베이징에서 어렵게 구한 책들을 보내주던 제자이자 역관인 이상적의 절개를 기리며 그렸다는 세한도(歲寒圖)를 영상미디어 작가 이이남(41)이 새롭게 해석해낸 작품이다. 평면 TV모니터인 LED(발광다이오드)를 캔버스 삼아서 조선시대 산수화로 움직이는 영상작업을 해오던 그가 이번 작업에 4계절까지 포함하게 됐다. 더 이상 조선의 산수화는 곰팡이내 나는 과거의 잊혀진 그림이 아니라 최첨단의 기계를 통해 살아나게 된 것이다.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의 개인전이 서울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12층 신세계갤러리에서 7월21일까지 약 한달간 열린다. 서울 명동 근처에서 쇼핑을 한다면 쉬엄쉬엄 이 전시를 보러가라고 권하고 싶다. 일단 미술 상식이 없더라도 아주 재밌게 미술 교과서에 실린 익숙한 그림들을 감상할 수 있다. 그것도 움직이는 그림으로. 소치 허련의 산수화가 인상파 화가 모네의 ‘해돋이’와 만나 교류하는가 하면, 오스트리아 클림트의 그 유명한 ‘키스’가 4계절을 배경으로 환상적인 사랑을 고백한다. ●눈동자 굴리는 모나리자… 세태 풍자 강세황이 그린 ‘영통동구’. 오른쪽 하단에 마땅히 있어야 할 나귀 탄 선비와 딴청을 피우는 동자가 보이지 않아 의아한데, 이런! 오른쪽 하단부터 능청스럽게 산길을 올라오고 있다. 일본 수묵화 ‘자연’ 속의 해오라기가 계절을 따라 물고기와 벌래를 잡아먹기도 한다.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는 1만 2000봉마다 크레인과 송신탑이 가득하다. 지구의 환경파괴를 고발했다. 통상 A4용지만한 크기로 인쇄된 겸재의 ‘금강전도’를 보다가 50인치 크기로 커진 금강전도를 보면, 겸재의 그림솜씨를 절로 감탄하게 된다. 실제 크기보다 3배 정도 커진 모나리자는 전투기와 낙하산을 따라다니느라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린다. 전쟁비판이다. ●피카소·마네 등 서양명화도 함께 감상 ‘신갤러리’ 작품에는 고흐, 피카소, 레제, 샤갈, 마네, 벨라스케스 등 작가들 작품 30여점이 들어가 있고, ‘리히텐슈타인연구’에도 서양명화 30여점이 전개된다.(02)310-1921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아프리카 빈곤은 내부의 흡혈귀 탓”

    “아프리카 빈곤은 내부의 흡혈귀 탓”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했던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다이아몬드 광산의 지배를 둘러싼 시에라 리온의 내전을 다뤘다. 하늘이 내려준 축복이 아프리카에서는 어떻게 재앙으로 돌변하는지 절규하며 보여줬다. 영화 ‘호텔 르완다’는 같은 르완다 국민인 후투족이 그들의 이웃친구인 투치족을 대학살하는 르완다의 종족분쟁을 그렸다. 사실 이런 부족, 종족간의 갈등은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쉽게 발견되는 비극이다. 정치인들이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 지속하기 위해 다른 종족에 대한 공포심과 증오심을 증폭시키기 때문이다. 니콜 키드먼이 주연을 맡았던 영화 ‘인터프리터’는 서방의 제국주의에 맞서 부족의 독립을 위해 싸운 순결한 전사가 수십년 뒤에 부패한 독재자로 변질되는 아프리카의 암울하고 서글픈 현실을 똑똑히 보여줬다. 게릴라 군대의 사령관이었던 그는 국민들을 사병으로 간주하고, 그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도록 요구하며, 저항하면 제거해야 할 적으로 간주해 탄압했다. ●英 이코노미스트 기자의 아프리카 관찰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기자인 로버트 게스트가 쓴 ‘아프리카, 무지개와 뱀파이어의 땅’(김은수 옮김, 지식의 날개 펴냄)은 이미 영화로도 다뤄진 아프리카의 암울한 현실을 좀더 세부적으로 다뤘다. 아프리카에서 7년간 특파원으로 일했던 게스트는 대통령은 물론 반군, 기업가, 농민, 상인들을 만나 직접 취재하면서 “아프리카는 왜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하는 그의 의문을 풀기 위해 노력했다. 그의 눈에 아프리카는 서방 국가들이 유례없는 부를 쌓아가던 지난 30년간 유일하게 가난해진 대륙이다. 왜? 왜 그런가. ●잘못된 정치가 국민삶 피폐하게 만들어 일반적으로 아프리카의 가난을 식민의 역사, 열대기후, 전쟁, 에이즈와 같은 전염병, 황열병 등 풍토병, 문맹 등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그러나 게스트는 “무엇보다도 부패한 정치인, 무능한 정치인, 독재자들이 아프리카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식민지의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이나, 서방국가의 식민지가 될 위기를 19세기 국가개조를 통해 극복한 일본, 12개의 부족으로 구성된 국가지만 종족간 갈등을 부채질하지 않는 탄자니아, 새로운 기술혁신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마다가스카르와 스와질란드 등의 사례를 들면서 ‘제대로 된 정치 리더십’을 강조했다. 제목은 가나 학자 조이 아이테이가 ‘국민의 고혈을 착취하는 전형적인 탈식민지 시대의 아프리카 정부를 뱀파이어 나라’라고 비판한 것과 노벨평화상을 받은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무지개의 나라’라고 칭송한 것에서 땄다. 뱀파이어의 나라로 남을지, 무지개의 아름다운 나라가 될지는 아프리카 정치인들의 ‘좋은 정치’에 달렸다.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없으면 경제발전도 없다는 것을, 민주주의는 피를 마시며 발전하고, 그 피가 경제발전의 토대가 됐다는 간명한 진리가 책을 관통하고 있다. 1만 5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친밀함을 구매하는 사회

    친밀함을 구매하는 사회

    ‘갑돌이는 갑순이와 1980년 재혼했다. 재혼 3년 후부터 심장병을 지병으로 앓던 갑돌이는 1988년 심장발작으로 쓰러졌다. 담당의사는 요양시설에 입소할 것을 권고한다. 이때 갑돌이는 갑순이에게 자신을 집에서 돌봐 주면 자신이 죽고 난 뒤에 상당한 유산을 물려 주겠다고 말했다. 몇년 뒤 갑돌이가 사망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갑순이는 남편의 상당한 유산을 전 부인의 딸인 콩쥐가 물려받게 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갑순이는 법원에 남편 갑돌이가 한 약속을 강제 집행해 달라고 소송을 냈다.’ 요즘 노년의 재혼이 흔히 있는 상황에서 우리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일들이다. 원래 이 사례는 미국 법정에 올랐던 마이클 보렐리와 힐데가드 리 보렐리 부부, 전처의 딸 그레이스와 얽혀 있던 법정 소송이다. 사건개요를 명확하게 하려고 한국인 이름으로 바꾸었다. 이 사례를 읽는 사람에 따라 몇 가지 단상이 떠오를 것이다. 갑돌이는 ‘갑순이의 사랑을 돈으로 산 것이냐? ’ ‘갑돌이의 사후에 유산분배를 법원에 요청한 갑순이는 아무래도 너무한 것이 아니냐.’ 는 것들이 비교적 젊은 자녀세대 독자들의 생각일 터. ‘요양시설에 보낼 사람을 수년 간 헌신적으로 돌봤는데 고생한 부인 대신 딸이 거액의 유산을 받는 것은 부당하지 않느냐.’는 생각이 좀 나이 지극한 부모세대 독자들의 생각일 수 있겠다. 미국 법원은 이 소송을 기각해 버렸다. 사랑은 사랑으로 끝나야지 돈으로 계산된다는 것은 불경하다는 뜻이다. 이 사례는 비비아나 A. 젤라이저 프린스턴대 사회학 교수가 쓴 책 ‘친밀성의 거래’(숙명여대 아시아여성연구소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에 수록된 것이다. 젤라이저 교수는 가족이나 친구, 친척, 긴밀한 사업자들의 인간 관계에 개입하는 경제적 행위에 대해 보험회사와 미국사회, 미국 법원이 어떻게 평가하고 판단하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 주고 있다. 대체적으로 사회구성원들은 ‘가족끼리, 친구끼리 돈거래를 하면 안 된다.’는 말에서 나타나듯이 친밀한 관계에서의 경제적 행위는 불경한 것으로 평가한다. 그래서 엄마이자 아내인 ‘주부의 가사노동의 가치는 200만원’하는 식으로 분석한 여성학자들의 발언에 대해 사람들은 분노한다. 여성학자들이 신성한 가치를 돈으로 따지는 몰상식한 사람으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이런 분노 뒤로 친밀함과 경제적 거래는 늘 뒤섞여 있고, 미묘한 경계를 가지고 있다. 이를테면 ‘김중배의 다이아몬드가 그렇게 좋단 말이냐.’라는 대사가 나오는 신파극 ‘장한몽’의 한 장면처럼 이수일이 심순애를 얻기 위해 퍼붓는 선물공세는 사실 심순애의 친밀함(사랑)을 얻기 위한 것 아닌가. 미국 유명 연예인들이 약혼자에게 10캐럿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하고, TV쇼에 나와서 여배우들이 엄지손톱만한 다이아반지를 자랑하는 상황에서 과연 사랑이나 우정 같은 숭고한 가치는 돈으로 살 수 없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느냐 말이다. 미국에서 결혼·약혼용 귀금속 시장 규모가 연간 90억달러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랑은 돈(다이아몬드)으로 살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 않다면 파혼이 이뤄졌을 때 사랑의 증거로 준 다이아몬드 반지는 안 돌려 줘도 될까? 그렇지 않다. 법원은 돌려 주라는 판단을 더 자주한다. 물론 법원으로까지 가지 않을 경우 미국사회의 관행은 약혼반지(다이아몬드 반지)는 안 돌려 줘도 된다. 또한 사회가 고도화된 자본주의로 전환돼 대부분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게 된 상황에서 친밀함도 구입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앤절리나 졸리가 캄보디아 등에서 입양을 위해 달러를 지불하는 상황이나, 아이를 낳지 못하는 젊은 부부가 대리모에게 돈을 지불하고 아이를 얻는 것이나, 독신의 여인이 아이를 낳기 위해 정자은행을 이용하는 것 등등이다. 이것은 여전히 국제적·사회적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어린 자식을 양육하기 위해 부모의 힘을 빌리고 부모들에게 적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으면 비난할 것인가,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용인하고 넘어갈 것인가. 최소한 남을 고용하는 만큼의 비용을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 상식적이지만, 일반적인 가정에서는 형편에 따라 그 비용보다 더 주거나, 덜 주거나 한다. 속마음을 더 들여다 보면 돈에 쪼들리는 젊은 부부들은 부모의 친밀함을 무료로 사용하고 싶어한다. 저자 젤라이저 교수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친밀함을 구매할 수 있는 사회에서 애써 그 가능성을 부인하지 말라는 것이다. 특히 친밀함을 구매함으로써 인간들이 행복하고 관계들이 더 소중하게 발전할 수 있다면 왜 그 길을 거부하느냐는 것이다. 사랑·친밀함은 구매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을 고집하게 되면, 사랑과 애정을 팔아서 서비스하는 사람들의 임금은 낮아질 수밖에 없고 따라서 삶의 질도 낮아진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예를 들어 교사, 상담가, 건강관리조무사, 육아 노동자, 간병인 등등. 저자가 쓴 책에는 성(sex)을 판매하는 여인들도 노동자로서 평가하고자 하는 의도가 전반에 깔려 있다. 이 책의 원제목은 The Purchase of Intimacy. 출판사측은 사회경제학 서적이라고 하나 좀더 엄밀하게 여성학책이라고 볼 수 있겠다. 아쉬운 점은 원서 자체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영어 단어를 그저 한글로 옮겨 놓은 듯해서 읽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법원 사례들로 삼각관계들이 많은데 문맥과 안맞게 번역된 것도 눈에 적지 않게 띈다. 재판 때 바로잡길 희망한다. 2만 1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그래픽 이혜선기자 okong@seoul.co.kr
  • 백남준의 첫 독일개인전 재조명

    1963년 3월 독일 서부도시 부퍼탈의 파르나스 갤러리에서는 ‘음악의 전시-전자 텔레비전(EXPosition of music-ELectronic Parnass)’이라는 내용조차 알쏭달쏭한 전시가 열렸다. 전시의 테마는 ‘성인을 위한 유치원’, ‘선(禪)수행을 위한 도구들’, ‘30%로 만족하는 법’, ‘아이디어의 물신화’ 등 16개였다. 전시는 한눈에도 기이했는데 현관 입구를 거대한 풍선으로 막아 관객들은 거의 기어들어 와야 했고 전시장 입구에는 갓 도살한 소머리가 걸려 있어 흥건한 피냄새와 가축냄새가 뒤엉켜 있었다. 13대의 텔레비전을 전시장에 설치했고 4대의 피아노를 통해 음악과 소리를 공간화하고 시각화했다. 1956년부터 독일 유학 중이던 백남준의 첫 개인전으로 일부 전문가들로부터 ‘비디오 아트의 기원’으로 평가받는 전시다. 당시의 전시를 재창조해 경기도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신화의 전시-전자 테크놀로지’라는 전시가 10월4일까지 열린다. 백남준의 ‘TV를 위한 선(禪)’을 비롯해 ‘머리 잘린 부처’(1993년), ‘벽암록’(연대미상), 등의 작품이 전시되고 케빈 클라크(미국), 하비즈 텔레즈(베네수엘라), 페드로 디니즈 레이즈(포르투갈) 등 전 세계 작가들 20명이 참여했다. 전시를 기획하고 큐레이팅한 이영철 관장은 “‘비디오아트’의 탄생을 1965년 10월로 기억하고 있지만 사실은 이보다 2년 앞서 32살의 청년 백남준이 그것의 원천을 보여줬다.”면서 “백남준은 근대에서 현대로 탈출구를 개척한 진정한 선구자였다.”고 말했다. (031)201-8571.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내 몸에 흐르는 한국인의 피 실감”

    “내 몸에 흐르는 한국인의 피 실감”

    “43년 동안 쿠바인이란 정체성으로 살아왔는데 경복궁과 국립민속박물관을 3시간이 넘게 돌아다니면서 ‘내가 한국인이구나. 나에게 어머니의 한국 피가 흐르고 있구나.’하고 느꼈습니다. ” 쿠바 출신의 화가로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갤러리 반디에서 개인전을 여는 한인 3세 알리시아 데 라 캄파 팍(43). 그는 지난 19일 한국에 도착한 이후 문화적 충격으로 인한 ‘정신적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과 쿠바는 정식 수교가 안 된 탓에 그의 외할머니의 고향인 한국에 대한 정보는 빈약했다. 일제때 나라 잃은 설움을 뒤로하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사탕수수 농장(애니깽)에 노동을 팔기 위해 1919년 출국했고, 당시 한국은 아주 가난한 나라였다는 정도다. 그에게 한국에 대한 강한 인상은 흑백사진으로 남은 전통혼례 장면이다. 1921년 멕시코에서 쿠바로 이주한 뒤 태어난 어머니는 한글을 읽고 쓸 수 있었지만, 한국을 잘 알지는 못했다. 그러니 한국인 어머니와 스페인계 쿠바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알리시아는 더 말할 것이 없었다. 스페인어로 말하는 그녀는 그러나 이제 자신의 이름 맨 끝에 붙어 있던 어머니의 성씨 박(Pak)을 이해할 것만 같다. 그는 “이번 방문에서 받은 한국의 느낌을 기억해 한국을 테마로 한 작품을 하겠다.”고 말했다. 수도 아바나의 산 알레한드로 예술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수로 일하다가 전업작가로 돌아선 그녀의 이번 국내 개인전은 2004년 쿠바를 방문한 구자훈 LIG손해보험 회장의 약속이 실행된 것이다. 그녀의 그림은 날개달린 남녀, 물위에 떠 있는 두상 등 초현실주의적인 중남미 미술의 특징을 특유의 색감으로 표현하고 있다. 한국의 국기인 태극문양을 추상화해 표현한 작품도 전시한다.(02)734-2321.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주말 데이트] 토비아스 버거 백남준아트센터 학예실장

    [주말 데이트] 토비아스 버거 백남준아트센터 학예실장

    현대인을 노마드(nomad·유목민)라고 이름 붙인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백남준아트센터의 토비아스 버거(40) 학예실장이야말로 현대의 전형적인 노마드라 부를 수 있겠다. 독일에서 태어나 루르대학에서 경제학과 예술사를 복수전공한 버거 실장은 최근 10년간 네덜란드, 독일, 리투아니아, 뉴질랜드, 홍콩 등 5개 나라를 떠돌아다녔다. 고향 독일을 제외하고는 한 나라에 정착하는 데 필요한 기간이 평균 6개월에서 1년인 점을 감안한다면 진득하게 눌러앉을 법도 한데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에게 있어 세계를 떠돌게 하는 원동력은 예술, 미술이다. ●5개국 돌며 예술·미술 탐구 리투아니아에서는 발틱국제트리엔날레 예술감독을, 뉴질랜드에서는 오클랜드 아트스페이스 디렉터를 역임했다. 홍콩에서도 미술관 관련 업무를 했다. 2008년 10월부터 한국의 백남준아트센터 학예실장으로 일하고 있는 그에게 한국의 서울 한남동은 여섯번째 해외 거주지가 되겠다. 이외에도 그는 ‘미술’과 관련된 일에는 정신없이 뛰어들어 1999년 광주비엔날레, 2005년 광저우 트리엔날레, 2006년 부산 비엔날레 기획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일하면서 지난 6월7일 개막한 베니스비엔날레의 홍콩관 커미셔너로 지명돼 활동하기도 했다. 지난 18일 만난 버거 실장은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돌아온 직후의 시차 탓인지 평소와 달리 잘 웃지도 않고 사람 좋은 얼굴로 건네는 농담도 하지 않았다. 184㎝에 육중한 체격의 버거 실장은 올초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9월 세계금융위기로 은행 증권사 등에서 일하던 친구들(경제학 전공)이 줄줄이 실직하고 있다.”면서 “직업으로 경제 분야가 아닌 미술을 택한 것이 정말 잘한 일이고 행운이라고 느낀다.”는 등의 말로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그때 일을 이야기하자 “휴~”하며 식은땀을 닦아내는 시늉을 했다. 한국, 그것도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일하는 것이 버거 실장에게는 무척 즐거운 일이다. 그는 백남준과 각별한 인연이 있다. 그가 10대 후반이던 1980년대 초 독일 뒤셀도르프 미술아카데미 교수이던 백남준이 열렬한 미술애호가인 그의 아버지의 초대로 2~3주 동안 집에 머물다 갔다. 그의 기억에 백남준은 독일어와 영어, 일본어를 마구 섞어 썼으며 때론 재미있고 때론 부처 같기도 했다. 백남준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가지고 있는 그로서는 백남준을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현대미술사에 자리잡게 하는 일에 일조하는 것이 더없는 영광이기도 하다. 버거 실장은 “한 예술가가 제대로 평가되려면 약 10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백남준의 경우 작고한 직후부터 국제적으로 제대로 된 평가를 위해 전시와 세미나 등이 진행되고 있어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아시아의 현대미술에 대한 세계미술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면서 “일본 현대미술이 귀여운 이미지로, 중국은 사회주의적인 이미지가 겹쳐지기 때문에 한국이 갖는 위치는 앞으로 상당히 중요하고 그런 한국미술의 지위 상승이 백남준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요즘 그의 걱정은 백남준의 비디오아트가 대부분 브라운관TV를 통해 전개되는데 브라운관TV가 더 이상 생산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다. ●한국은 역동적인 나라 한국에서 버거 실장은 설치작가인 부인 유킹텐(중국계 뉴질랜드인)과 이제 2살 6개월된 아들, 오는 10월에 세상에 나올 둘째를 기대하며 살고 있다. 그는 한국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 예술적인 흥분, 현대미술을 열정적으로 소개하는 아트선재나 쌈지, 풀, 루프 등 좋은 전시공간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휴일이면 오전에는 어린 아들을 위해 서울 명동의 신세계 백화점 10층 무료 어린이놀이방을 찾아가고, 오후에는 이런 갤러리를 찾아가 전시를 구경한다. “10년간 한국을 들락거렸는데 한국은 정말 역동적이라는 느낌을 준다.”면서 “특히 한국에 거주하니까 39살에서 41살로 나이를 훌쩍 건너뛰게 돼 ‘중년의 위기’를 탈없이 넘긴 것도 드라마틱한 경험이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강남에서 용인 백남준아트센터까지 딱 25분 걸린다.”면서 “나는 2년 계약으로 머물고 있지만 서울 사는 분들은 자주 놀러와서 백남준의 예술세계에 흠뻑 빠졌다 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물론 그는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오래오래 일하고 싶어 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 20~30배 대박 “명품 5만권 찾아라” 59년간 700㎞밖에 못달린 자동차의 사연 ’20대 벤처사업가’ 사라졌다 사망한 김태호 미니홈피엔 ”구직않고 취업만 준비” 니트족 113만명 대통령에게 오줌갈긴 원숭이 9급공시 늦깎이들 선전
  • 국내 첫 호텔아트페어 하얏트서 개최

    국내 첫 호텔아트페어 하얏트서 개최

    아시아 미술 시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일본, 홍콩, 대만, 중국, 한국의 화랑들 60여곳이 모여 제2회 아시아 톱 갤러리 호텔아트페어를 개최한다. 일반적인 아트페어(미술시장)가 전시장을 빌려 급조된 흰 벽에 전시된다. 반면 호텔아트페어는 호텔 객실을 빌려 전시하게 된다. 침대와 콘솔, 책상, 소파 등이 놓여 있어 집과 유사한 공간을 연출하는 호텔 객실에서 전시는 평면회화, 조각, 설치 등 현대미술이 집안의 분위기나 가구와 어떻게 조응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일종의 시뮬레이션이라고나 할까. 작품보다 인테리어를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수집가라면 호텔아트페어가 훨씬 선택의 폭을 넓혀 줄 수도 있겠다. 제1회는 일본 도쿄 호텔 뉴 오타니에서 개최됐고, 올해 서울에서는 전망이 좋은 남산의 하얏트 호텔에서 8월21일부터 23일까지 열린다.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황달성 금산갤러리 대표는 “이미 미국 뉴욕이나 마이애미 , 독일 베를린 등에서 호텔 객실이 색다른 전시공간으로 활용돼 왔다.”면서 “아시아의 우수한 작가와 좋은 화랑들 간의 교류를 활성화해 미술계의 발전을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최근 원화가치가 크게 하락해 일본 컬렉터들이 선호하는 이우환, 구사마 등의 작품이 일시적·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나온다는 것도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02)741-6320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성씨 로마자표기 토론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와 국립국어원(원장 권재일)은 25일 국립민속박물관 강당에서 ‘성씨의 로마자 표기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다. 2000년 새 로마자표기법이 마련되어 도로 표지판 등 지명 표기는 표준화가 상당히 진행됐지만 성씨(姓氏)에 대한 표기는 따로 정하기(로마자표기법 제3장 제4항)로 한 뒤 예외 허용 범위와 관련한 논란으로 2002년 9월 논의가 중단됐다. 이런 이유로 여권·작품 번역시 영문 성명 표기를 개인마다 다르게 하고 있어 국제간 정보·지식 교류에 장애가 발생하고, 역사 인명 등의 표기에도 어려움이 있다. 이를테면 박지성의 박은 ‘PARK’, 박세리의 박은 ‘PAK’로 표기해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는 박창원 이화여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되며, 국립국어원 정희원 어문연구팀장이 ‘성씨 표기안 제정 추진 경과 및 표기 시안’을 주제로 발제할 예정이다. 토론에는 안선재(서강대 영문과), 양병선(전주대 영미언어문화), 엄익상(한양대 중어중문과), 이홍식(숙명여대 국문과), 정경일(건양대 문학영상학과)교수와 진현용(외교통상부 여권과)서기관 등이 참여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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