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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대표작가는 소설가 공지영

    한국대표작가는 소설가 공지영

    인터넷서점 예스24가 ‘제6회 네티즌 추천 한국의 대표작가’ 온라인 투표를 실시한 결과 공지영이 1만 3172표(17.8%)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고 4일 밝혔다. 지난 7월10일부터 31일까지 4만 5984명의 네티즌이 참여한 온라인 투표는 ‘1인 3번 투표’ 형식으로 진행됐다. 2위는 김훈(1만 162표, 13.7%), 3위는 이문열(9545표,12.9%)이었다. 이와 함께 ‘한국의 젊은 작가’ 부문에서는 영화로 상영되어 화제가 되었던 ‘아내가 결혼했다’의 박현욱이 1만 2329표(18%)로 1위, ‘미실’의 김별아가 7344표(10.7%)로 2위, 김영하가 5780표(8.4%)로 3위를 차지했다. ‘2009 한국인 필독서’ 시 부문에서는 신경림의 ‘낙타’가 1만 1350표(15.9%)로 1위에 뽑혔고, 고은의 ‘허공’(6105표, 8.6%)이 2위, 김지하의 ‘못난 시들’(5978표, 8.4%) 이 3위에 선정됐다. 소설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황석영의 ‘개밥바라기별’, 공지영의 ‘도가니’, 구병모의 ‘위저드 베이커리’ 순이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한여름 달구는 이색 미술 전시·아트페어

    한여름 달구는 이색 미술 전시·아트페어

    미술이 만나는 세상, 또는 미술이 만들어 나가는 세상은 어떠한가. 미술이 가구와, 미술이 패션과, 미술이 종교와 만나 이색적인 시간과 공간을 창출하고 있다. 그 공간과 시간은 완벽하거나 현실적이지 않더라도 꿈과 이상으로 가득 차 보는 사람들을 흥분시키기 마련이다. 기대하지 않았던 새로운 세상을 꿈꿀 수 있기도 하다. ●8월의 크리스마스전 ‘8월의 크리스마스’라면 심은하가 주연한 동명의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약간 쓸쓸하기도 하고 슬펐던 그 영화와는 달리 가나아트센터가 6일부터 30일까지 전시하는 ‘8월의 크리스마스전’은 무더위를 확 날릴 만큼 즐겁고 신나는 작품들을 모아 놓았다. 가나아트센터 측은 “기업들은 연말만 되면 크리스마트 트리 제작에 대한 스트레스로 시달린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의 고민을 덜어 줄 수 있는 방법들을 작가들과 모색하고, 계절에 앞서 관성적인 트리가 아닌 작품을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LED패널을 수직으로 쌓아 트리를 만든 전가영, 하이네켄 글라스 1000개를 쌓은 최수환, 도색한 배관 파이프로 트리를 만든 이장섭, 컬렉션한 인형과 장난감들을 아크릴 나무에 일일이 꿰맨 윤정원, 영화 전단지로 루돌프와 산타를 만든 유영운 작가 등 참여 작가들의 개성이 살아 있는 작품들이다. (02)720-1020 ●경기도 2곳서 ‘패션+미술’ 기획전 경기도의 주목받는 미술관 두 곳에서는 미술과 패션이 만나는 기획전을 마련했다. 우선, 경기도 미술관은 ‘패션의 윤리학 - 착하게 입자’전을 연다. 환경파괴와 과소비를 피하는 패션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 전시에는 이탈리아 사진작가 바네사 비크로프트, 영국의 개리 하비, 홍콩의 모바나 첸 등 5개국의 미술작가, 사진가, 디자이너, 건축가들로 이뤄진 6개국 19개팀의 작품 90여점이 전시된다. 전시작은 옥수수 쐐기풀 등 대안섬유 소재의 드레스(이경재), 헌 옷으로 만든 의상(윤진선- 홍선영- 채수경), 파쇄된 종이와 자투리천을 이용한 의상(오르솔 라 드 캐스트로 - 필리포 리치) 등이다. 10월4일까지. 입장료 무료. (031)481-7000. 경기도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의 ‘패션과 미술의 이유 있는 수다’에서는 미술작가와 패션디자이너의 교감에 주목했다. 전시에서 영국의 현대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 ‘스핀’이 그려진 리바이스 청바지를 만날 수 있다. 전시는 장르는 달라도 미술품과 의상을 통해 비슷한 이미지를 추구해온 작가를 한 팀으로 묶어, 상대의 작업이 반영된 신작을 같은 공간에서 보여 준다. 숯과 나일론 실을 이용해 회화 같은 조각을 만드는 박선기씨의 작품 속에는 디자이너 정구호씨의 옷들이 설치작품처럼 전시되고, 한복디자이너 이영희씨의 한복 옆에는 한복을 입은 여인의 뒷모습을 세밀하게 그린 정명조씨의 작품이 함께 놓였다. 9월27일까지. 관람료 3000원. (031)960-0180. ●현대미술가들의 가구전 ‘매드 포 퍼니쳐’ 현대미술 작가들이 만든 예술가구들을 소개하는 ‘매드 포 퍼니처’(Mad for Furniture)전은 서울 삼성동에 새로 문을 연 넵스페이스에서 22일까지 연장돼 열리고 있다. 스푼 모양의 의자(채은미), 못으로 만든 탁자(이재효), 고무로 만든 가구, 조명이 된 의자 등등. 가구디자이너가 아닌 미술작가들이 실용성보다는 실험성에 비중을 두고 만든 가구들이다. 따라서 내구성보다는 얼마나 기존 인식을 뒤집었느냐를 평가해야 한다. 넵스페이스는 주방가구기업 넵스가 만든 복합문화공간으로 지하 1층과 지상 1층은 갤러리, 지상 2~3층은 넵스의 주방가구 전시공간이다. (02)445-0853. ●전시 비수기 8월의 아트페어 전시 비수기인 8월에 그림을 사고 파는 아트페어가 진행된다. 우선 신세계백화점에서 운영하는 신세계갤러리는 16일까지 서울 본점과 부산의 센텀시티점, 광주점에서 중진작가와 신진작가들이 고루 참여하는 ‘2009 그린 케이크-제4회 신세계 아트페어’를 연다. 이우환, 이대원, 김종학, 김창열, 강익중씨 같은 유명작가부터 신진작가까지 170여 작가의 작품 800여점이 전시, 판매된다. 일부 작품은 매월 작품 가격의 3~5%를 임대료로 받는 조건으로 임대하기도 한다. 관람료 무료. (02)310-1924. 서울 대치동 학여울역에 있는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는 5~9일까지 ㈜경향전람이 주관하는 ‘2008 코리아 아트서머페스티벌’(KASF)이 열린다. 작가들이 직접 작품을 설명하고 판매한다. 작가 300여명의 작품 3000여점이 전시, 판매된다. (02)796-0567.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미술시장 ‘썰렁’

    주식시장이 활활 타오르는 등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 하지만, 미술계는 여전히 냉골이다. 3일 서진수 미술시장연구소 소장이 내놓은 ‘2009 상반기 미술시장 결산’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의 낙찰총액은 359억 4309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65억 1585만원보다 46% 감소했다. 서울옥션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353억 9860만원이던 낙찰총액이 올해 상반기에는 208억 5195만원으로 41% 감소했으며, K옥션의 낙찰총액도 217억 8520만원에서 93억 1536만원으로 57% 줄어들었다. 경매를 실시한 회사 수도 지난해 상반기에는 9개 회사였지만 올해는 6개로 줄어들었다. 상반기에 열린 아트페어들의 판매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감소했다. 화랑미술제와 서울오픈아트페어(SOAF), 블루닷아시아, 아트대구 등 4개 아트페어를 중심으로 2년간 판매액을 비교한 결과 올해가 136억원으로 2008년 188억원에 비해 28% 감소했다. 다만 관람객 수는 2008년 7만 6000명에서 올해는 9만 5500여명으로 27%가량 증가했다. 서진수 소장은 “미술시장이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며 “그러나 2·4분기 들어 세계경제 회복과 국내 대기업들의 실적 호조로 미술시장도 완만하게 회복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그림보는 안목 높여 보세요”

    “그림보는 안목 높여 보세요”

    그림 감상 및 소장이 점차 대중화되면서 미술 관련 서적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매주 신간으로 최소 2~3권의 미술서적들이 출간되고 있으며, 7월 말에는 무더기로 7권이나 나오기도 했다. 그림에 대한 안목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는 첫눈에 느낌이 편안한 그림만을 좋아할 것이 아니라, 불편한 마음을 일으키더라도 그 작품 안에 들어 있는 작가의 생각이 무엇인지 ‘코드’를 읽어 내는 것이다. 최상의 방법은 작가들과 직접 만나 대화를 하거나, 평론가의 안내·설명을 받거나 하는 것인데, 이것이 어려울 때는 관련 책을 읽고 미술의 흐름을 점검해 보는 것이 좋다. 동서를 막론하고 현 시점에서 현대인들이 가장 사랑한다는 인상주의 그림도 18~19세기에는 불쾌감을 주는 색깔의 유희에 불과했다. 그러나 신고전주의, 아카데미즘의 끝자락에서 태동할 수밖에 없었던 인상주의를 이해한다면, 그 뒤에 나타난 큐비즘이나 표현추상주의 등도 어렵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난해하기 짝이 없다는 요즘의 미술작품도 넉넉히 즐길 수 있다. 우선 ‘무의식의 마음을 그린 서양미술’(이가서 펴냄). 저자 박정욱씨는 작가이자 미술 저널리스트로 신화와 역사가 가득한 서양미술을 ‘읽을’ 수 있도록 가이드하고 있다. 그는 종교적인 소재를 그린 카라바조의 ‘마테오를 부르심’,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암굴의 성모’,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 등을 통해 서양의 그림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 읽는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표범의 몸을 한 여인을 그린 페르낭 크노프의 ‘예술’, 쪼르르 우유 따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얀 페르메이르의 ‘우유 따르는 여인’, 일본 우타가와 히로시게의 목판화를 모방한 고흐의 ‘비 내리는 다리 풍경’ 등이 도판과 함께 소개된다. 런던을 방문하는 세계의 여행자들은 테이트모던 미술관을 방문하고, 도발적이기까지 한 영국의 현대미술을 감상한다. 영국 출신의 ‘미술계 악동’ 데미안 허스트는 한번의 경매로 2000억원어치의 작품을 팔아 치우며 단숨에 피카소를 넘어서 버렸다. 데미안 허스트와 함께 ‘yBa’(Young British Artists)로 불리는 영국 현대미술의 과거와 오늘을 소개하는 책은 ‘창조의 제국’(지안 펴냄)이다. 저자 임근혜씨는 yBa의 산실이었던 영국 골드스미스 칼리지에서 공부하고 현재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2000년 개관 이후 대번에 관광 명소로 떠오른 테이트모던 미술관과 1998년 다 죽어가던 영국 북동부의 탄광촌 게이츠헤드를 국제적 문화관광도시로 변신시켰던 ‘북방의 천사’ 조각상 등을 통해 영국 현대미술을 보여 주며, 문화가 국력인 시대에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방향을 제시한다. ‘우연한 걸작’(세미콜론 펴냄)은 뉴욕타임스 수석 미술 비평가 마이클 키멜만이 쓴 책이다. 중독에 가까운 열정과 헌신 속에서 나온 우연한(?) 걸작들을 작가들의 보잘 것 없는 삶과 대비시켜 써내려 갔다. 한 여자에게 중독돼 불행해 보이는 관계 속에서 아름다운 걸작을 그려낸 피에르 보나르, 10년 이상 작품에 매달려 1t이 넘는 작품을 탄생시킨 제드 드페오, 1972년 이래 네바다 사막에서 작품을 만들고 있는 마이클 하이저 등 치열하고 극단적인 예술가의 삶을 보여 준다. 한국의 현대미술가들 11명을 소개한 ‘향’(시공아트 펴냄)도 출간됐다. ‘책 속의 미술관 시리즈’ 1권으로 김범 정서영 남화연 박기원 문경원 송상희 정수진 유현미 박화영 김혜련 최정화씨 등의 작품을 책 속에서 전시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작가에 대한 소개 글은 프로필만 책 마지막에 수록돼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블로그 ‘레스카페’를 운영하는 블로거 선동기씨가 쓴 ‘처음 만나는 그림’(아트북스 펴냄)은 파란 체크무늬 원피스를 입고 긴 머리를 양갈래로 땋아 내린 소박한 소녀를 책표지로 내세운 느낌 그대로가 책 안에 담겨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의 편안하고 소박한 그림들과 그 그림에 대한 짧은 해설을 곁들였다. 작가별로 5점씩 소개했다. 이탈리아에서 미술사를 공부한 고종희씨는 ‘이탈리아 오래된 도시로 미술여행을 떠나다’(한길사 펴냄)를 통해 이탈리아 각 도시의 미술작품과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준다. 로마ㆍ밀라노ㆍ피렌체ㆍ베네치아는 물론 만토바나 우르비노·라벤나·베로나·파도바·시에나·아시시 등의 중요 건축물과 미술관, 미술관의 소장 작품들을 소개했다. ‘돈을 사랑한 예술가들’(열대림 펴냄)은 땀과 조각칼로 벌어 들인 돈을 무능한 가족에게 모두 뜯겨야 했던 미켈란젤로, 치밀한 홍보와 마케팅 전략으로 살아 생전 최고의 부와 명예를 누린 루벤스, 방을 데울 숯을 사기 위해 구차하게 돈을 빌려야 했던 모네 등 대가들의 살림살이를 보여 준다. 저자 오브리 메넨은 미술저널리스트로 세계적으로 미술품 경매가 활발한 현대에 예술을 경제와 연결해서 살펴볼 안목을 제공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서양 문화·역사 읽다보면 교양이 저절로

    교양이란 무엇인가. 계몽주의자 빌헬름 폰 훔볼트는 ‘인간의 교양’에서 ‘별다른 의도없이 인간 스스로 존재적 가치를 고양시키고 지속시키기 위해 내면을 개선하고 고귀하게 가다듬는데 필요한 외적 활동’이라고 밝혔다. 조너선 바이런은 이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교양 내비게이터’(배진아 옮김, 추수밭 펴냄)를 썼다고 한다. 세계사 시간에 지루해 하며 뒷등으로 흘려 듣거나, 시험을 위해 달달 외운 서양의 문화사가 아니다. 저자는 일반적으로 보통 사람들은 1/8쪽짜리의 어설픈 교양을 갖게 되는데 이보다는 깊이, 더 많이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지식의 그물을 만들었다. 서로 연결돼 있는 정보를 다양한 삽화와 함께 체계적으로 소개하면서 지적인 모험이 가능하게 했다. 이를테면 5장 도심에서는 기독교의 교회와 15세기 무자비한 종교개혁과 극단적인 신교도인 칼뱅주의자들이 세운 제네바,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와 성경인쇄, 신· 구파의 종교적 대립으로 벌어진 17세기 독일의 30년 전쟁, 빛의 화가 렘브란트가 그려낸 17세기의 도시 모습, 18세기 괴테의 ‘베르테르 효과’ 등등이 한데 엮여 있다. 저자는 이 책이 ‘교양의 경전’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유희하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교양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을 수 있다고 했다. 맨 앞장에서 맨 뒷장까지 꼼꼼히 읽지 않고, 듬성듬성 관심있는 분야부터 읽어 나가는 것이 좋다. 1만 85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핍박과 순응… 화폭 속 이주 한인들의 삶

    핍박과 순응… 화폭 속 이주 한인들의 삶

    ‘코리안 디아스포라(Korean Diaspora· 한인 이주)’. 한민족은 19세기 중엽부터 20세기 초까지 일본으로, 만주로, 연해주로 떠나갔다. 1945년 8월15일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광복을 맞이하자 그들은 앞다투어 귀국했다. 그러나 일부는 그 땅에 남아서 삶을 이어나갔다. 그곳에서 그들은 행복했을까? 고향을 어떻게 그리워했을까? 그들의 2~3세대들은 한국을 조국으로 받아들일까. 국립현대미술관에서 9월27일까지 전시하는 ‘아리랑 꽃씨: 아시아 이주작가전’은 1948년 정부 수립 이전까지 일본과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현재의 독립국가연합(CIS) 등으로 이주했던 1세대와 후손들의 작품을 통해 이같은 질문에 답을 주고 있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방한한 재일교포 2세 노흥석 작가는 “일본과 카자흐스탄, 연해주에서 사는 동포들의 작품을 전시하게 돼 감개무량하다.”면서 “다른 지역, 다른 국가에 살아도 우리는 모두 한 뿌리다.”라고 강조했다. 카자흐스탄 카스티브주립미술관의 엘리자베타 김 큐레이터도 “3년 전에 기획한 전시가 이번에 열매를 맺게 됐다.”며 기뻐했다. 전시는 일본, 중국, CIS 등의 국가별로 나누고 있다. 우선 일본정부의 재일 교포 1세대에 대한 차별 문제로 고통받았던 작가들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보여준다. 재일교포 3세 작가 김영숙(35)의 작품 ‘쌀(rice)’은 차별과 차이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작품으로 95%의 일본쌀에 나머지 5%는 아시아 각국의 쌀을 섞어서 쌀 무더기를 만들어 내놓았다. 각국의 쌀 품종은 분리돼 있을 때는 서로 구별이 가능하지만, 섞어 놓으면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전시를 위해 방한한 김 작가는 “일본사회에서 차별이 사라진 것 같지만, 차별을 주제로 만든 작품들을 미국에서 전시했을 때 ‘그게 어때서’라는 반응이 나와서 당황했다.”면서 “사실 차이와 차별이라는 것도 민족과 인종이 완전히 섞여 있는 사회에서는 별일이 아닐 수도 있기에 새로운 방향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루마리 휴지에 북한과 남한의 여권 표지를 번갈아가며 스탬프로 찍은 재일교포 3세 작가 김애순(33)의 작품 역시 조국을 선택하라고 강요하는 교포사회의 분열이나 압력이 사실은 종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일본에서 계급의식을 담아 리얼리즘 작업을 했던 조양규(1928~?) 같은 작가도 이번에 한국에 소개됐다. 남한의 단독정부 수립을 비판해 일본으로 밀항한 지식인 조씨는 그러나 일본사회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1960년 결국 북송선을 탔다. 추측하건대 북한에서도 그는 적응하지 못했을 것 같다. 21세기 현대미술이라고 해도 조금도 손색이 없는 그의 ‘창고’ 시리즈는 자본이 축적되는 창고 앞에서 빈 손인 노동자의 모습을 담아 인간소외를 웅변한다. 재중교포 작가들의 작품은 소수민족으로서 중국에 동화된 조선민족의 특성을 보인다. 개혁·개방 이후 땅과 소(牛)를 나눠준 것에 기뻐하는 농민의 모습을 담아 1984년 전국미술전람회 우수상을 받은 임천(1936~2008)의 ‘소방울’ 같은 그림은 이른바 사회주의식 리얼리즘이다. 개혁·개방으로 혼란한 중국인들의 정체성도 박광섭(39)의 작품에서 나타난다. 분홍색 물방울 속에 갇힌 채 물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질식할 것 같은 그들의 모습은 사회주의식 자본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중국사회에서 옳고 그름을 파악할 수 없는,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운 상황을 보여준다. CIS 국가의 작가들은 1세대를 제외하고 더 이상 한민족적인 정체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자신의 할아버지와 어머니를 그린 세르게이 박(1922~2000)의 작품은 유채지만 물감의 번짐들이 마치 수묵화 같은 느낌이 살아 있다. 노동하는 즐거움을 보여주는 김현룡(1908~1993)의 작품 ‘들에서의 콘서트’, ‘일과 후’에서는 소련의 사회주의 이념을 보여준다. 2세대인 세르게이 김(57)의 작품 ‘선조’ ‘짓눌린’ 등에서는 상당한 미학적 성취를 만나볼 수 있다. 관람료 3000원. (02)2188-6000.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박물관ㆍ미술관으로 ‘문화 피서’ 떠나요

    박물관ㆍ미술관으로 ‘문화 피서’ 떠나요

    요즘 해외여행을 가면 배낭을 멘 채로 파리 루브르 박물관이나 오르세 미술관 등에서 그림을 구경하는 관광객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빡빡한 여행 일정에도 불구하고 명화의 감동을 직접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국내 여행지에서도 현지 박물관과 미술관을 찾아보면 어떨까. 물놀이를 하고 관광지도 돌아본 후 잠깐 시간을 내서 그 지역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돌아보는 것이다. 여름방학 맞이 기획전들이 열리고 있기 때문에 좋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어차피 전시회를 관람하기 위해 집을 떠나기는 쉽지 않지만, 멀리 떠난 여행길에서 조금만 시간을 내면 눈요기를 충분히 할 만한 전시들이 도처에 널려 있으니 말이다. 이달 제주시 연동에 문을 연 제주도립미술관이 개관기념전을 9월30일까지 한다. 서울에서도 보기 쉽지 않은 빌 비올라, 제임스 터렐, 테오 얀센 등 세계적 작가들을 포함한 11개국 36명의 회화, 사진, 설치, 미디어 작품을 전시 중이다. 건물도 감상거리다. 한라산을 배경으로 노출 콘크리트와 작은 구멍이 뚫린 제주의 현무암으로 지었다. 무료. (064)710-4300. 제주 한경면에 위치한 제주현대미술관에서는 호랑이나 부엉이 등을 의인화해서 그림을 그리는 안윤모 작가의 ‘책과 노닐다’ 전이 열리고 있다. 집 형상의 책과 텐트 모양의 책 등이 아이들에게 책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근처에 제주분재예술원, 협재해수욕장 등이 있다. 8월12일까지. (064)710-7801~4. 삼국시대 역사교육의 장소인 경주에서 불국사와 석굴암, 천마총을 다 돌고나서 오션월드와 아쿠아월드에서 물놀이만으로 시간을 보내지 말자. 국립경주박물관에서 기획특별전 ‘사천왕사’전을 연다. 경주 인근에서 발견된 사천왕들을 한데 모았다. 짐승무늬 얼굴기와, 수막새 등에 새겨진 전통문양도 구경할 수 있다. 8월23일까지. 054-740-7505. 경성대 미술관에서는 8월30일까지 오감을 자극하는 놀이체험전 ‘상상놀이터’를 연다. 서울 동숭동 대학로에서 공연된 어린이체험연극 ‘마술연필’을 전시로 업그레이드했으며, 2007년부터 수원·안산·안양·인천·고양 등을 이미 순회했다. 색깔 찰흙으로 연필을 만들고, 새로운 색과 소리를 경험할 수 있다. 계란판, 스티로폼, 한지 등을 활용해 재미난 작품을 만들고 뛰어놀면서 스트레스도 해소할 수 있다. 24개월 이상 어린이면 참여 가능하고 90분 정도 소요된다. 관람료 1만 2000원. 문의 1688-3657.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센텀시티에서 ‘2009 Green Cake-제4회 신세계 아트페어’가 30일부터 8월16일까지 개최된다. 유망 신진작가를 중심으로 인기작가들과 새로운 작업으로 전시돼 미술시장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무료. (051)745-1503~5. 휴가경비가 부족할 때는 경기도 일원으로 놀러가는 것도 좋겠다. 조각공원이 있는 장흥아트파크 근처에는 장흥파라다이스 야외수영장이 있다. 성인 1만원, 소인 8000원을 내면 입장이 가능하다. 취사가 가능해서 수영객들은 고기도 구워 먹는다. 오전에 조각공원과 문화체험공간을 둘러본 뒤 오후부터 물놀이를 해도 좋지 않을까. 아트파크 내 레드스페이스에서 ‘가구로서의 그림전’, 어린이체험관에서 ‘디자이너와 함께 하는 미술관 속 동화여행’이 9월27일까지 열린다. 여름방학을 맞아 어린이 도예아카데미가 유료(10만원)로 8월21일까지 열린다. 방학 동안 서울 구파발 지하철역 4번 출구에서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031)877-0500.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 갈 곳 잃은 노 前대통령 추모 표지석 은행 연차쓰면 보너스 휴가 이현세 “생애 첫 온라인 만화 연재” 英 동성애 군인이 표지모델로 인터넷 시세 300만원짜리 팔러가니… 올여름 한옥마을서 “1박2일”
  • 3040 조각가 3인의 참신한 실험

    3040 조각가 3인의 참신한 실험

    서울 평창동에 있는 김종영미술관이 참신한 조각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2009창작지원작가전’을 오는 8월13일까지 개최한다. 올해 첫회인 이 전시는 일반공모로 모두 130여명의 작가가 지원했고, 이중 천영미, 나점수, 김지현 등 3명의 작가가 선정돼 전시실별로 각각 개인전을 열게 됐다. 미술관의 김정락 학예실장은 “중견 작가 못지않은 역량을 가지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이름이 덜 알려진 30~40대 작가를 발굴했다.”면서 “이들이 실험적인 조형으로 한국조각을 발전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선 3명의 조각가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김지현(41) 작가. 그는 22개의 자세를 지닌 작은 인간모형(피규어) 22개를 색색으로 만들고 이들을 붙여서 멋진 2m 높이의 대형 원피스(‘Beautiful One-piece’)를 만들었다. 또한 그 22개의 피규어를 활용해 실물 크기의 인체 석고모형을 만들어 이들을 던지고 굴려서 팔·다리·몸통 등을 손상시킨 후 흰색 비닐테이프로 감아 ‘치유불가한’ 시리즈를 선보이기도 한다. 김 작가는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상처받는 약한 존재들에게 위로와 치유를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집트의 신상처럼 보이는 4m 크기의 대형 ‘총알맨(Bullet Man)’은 멋진 몸, 부, 명예 등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구체적 이미지로 표현했다고 한다. 이 인체들의 모델을 김 작가가 20대의 자신의 몸이라고 주장하지만 믿기는 쉽지 않다. 나점수(39) 작가는 수직의 이미지에 집착하며 식물 형태의 조각들을 만들어냈다. 연약해 보이는 이파리, 선인장 등이지만, 이들은 강철이고 스테인리스 스틸이다. 나 작가는 “수년 전 파미르 고원과 사막을 여행하면서 느낀 정서를 표현하고 있다.”면서 “식물의 수직적 구조는 정신의 고요함(寂)과 맑음(明)과 연결돼 있는 종교적 이미지”라고 말했다. 천영미(31) 작가는 영상, 설치 작업에 가깝다. 여성 작가로 쇠똥(불싯·bullshit)을 패러디해 자신의 ‘응가’를 말려서 공처럼 꽁꽁 싸맨 ‘볼싯(Ballshit)’을 전시했다. 어린왕자를 연상시키는 ‘유성(Shooting star)’이 왕창 깨진 채 전시된다. 어느 쪽 방향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별이 되기도 하고 별이 아니기도 한 ‘비밀의 별(Secret Star)’을 관람객이 꼭 발견하길 작가는 바라고 있다.(02)3217-6484.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진시황 이래 中 황실 성생활 보고서

    진시황 이래 中 황실 성생활 보고서

    중국은 하(夏)왕조가 세워진 이래 1911년 동안 군주제도를 택해 왔고, 진(秦)나라부터 황제제도가 시작됐다. 이런 전제군주 시대를 관통한 통치이념은 유가사상. 유가는 충효를 연구하는 학문이고, 특히 효의 핵심은 대를 잇는 것이기 때문에 자식을 낳지 못하는 것을 가장 큰 불효로 여겼다. 효는 대대로 같은 성을 가진 자들이 나라를 통치해야 하는 황제 가문에서는 더욱 절실하고 중요했다. 중국의 역대 제왕들이 10대 중반부터 성적 쾌락과 여색에 빠져 산 것은 이같은 이념 아래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황궁의 성’(시앙쓰 지음, 허동현 감수, 강성애 옮김, 미다스북스 펴냄)은 중국 진시황 이래 중국 역대 왕조와 그 왕조를 구성해온 걸출한 황제들의 성생활과 애정행각에 관련된 보고서다. 1962년생인 저자 시앙쓰는 중국 고궁박물관 연구원 및 도서관 부관장으로, 고서에서 황제와 황후의 성생활과 관련된 부분을 모조리 찾아내 책으로 펴냈다. 원래 제목이 ‘후궁의 금지옥엽’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 책의 주인공들은 황제라기보다도 이른바 당나라 현종의 양귀비, 한나라 성제의 조비연, 당나라 고종의 측천무후, 한나라 유방의 부인 여치, 청나라 자희태후 등이다. 후궁이란 황후와 비빈들이 거처하던 곳이니 말이다. 하지만 후궁은 부제로 달린 ‘치정과 암투가 빚어낸 밤의 중국사’처럼 한숨과 질투, 배신, 치정, 음모, 살인 등이 난무하는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였다. 이를테면 진나라 혜제의 가남풍 황후는 불임이었는데, 임신한 궁녀를 보면 날카로운 창으로 사정없이 찔러 죽였다. 측천무후는 자신이 여제가 되기 전 왕 황후를 모함하기 위해 자신이 낳은 딸을 죽여 버리기도 했다. 한나라 혜제는 자신의 조카(장 황후)와 결혼을 했는데, 원래부터 귀여워하던 조카와 잠자리를 끝내 피해, 장 황후는 마흔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처녀였다. 한나라 헌제의 생모 왕씨는 헌제를 낳은 뒤 독살됐다. 선비족들이 세운 북위는 태자를 옹립하기 전에 반드시 생모를 죽여야 한다는 규정도 있었다. 외척의 발호를 막기 위해서였다. 명나라에서는 영종 이전의 비빈들은 왕이 죽으면 순장됐다. 순장되는 날은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했다고 한다. 선종 주첨기는 재위 10년째 되던 해 시녀 곽애를 빈으로 봉했다. 그러나 입궁한 지 20일이 지났을 때 선종이 붕어했다. 부귀영화를 누리지도 못한 채 순장돼야 했던 곽애는 ‘절명사’란 애절한 시를 남겼다. 순장하기 전 비빈들은 진수성찬이 차려진 연회에서 배불리 먹은 뒤 연회가 끝나면 어두운 불빛이 비치는 대전 앞 대들보 밑으로 가 머리를 풀고 목을 매 자살했다. 중국의 어린 황제와 태자는 사춘기에 접어들기 전에 춘궁도(春宮圖)로 불리는 춘화나 환희불(歡喜佛)이라 불리는 조각상 등을 통해 성교육을 받았다는 대목도 재밌다. 때로 태자들은 직접 시녀들과 실습도 했다고 한다. 또한 황궁에서는 강아지와 고양이를 기르면서 동물들의 본능적인 모습을 보여 줬다고 한다. 궁사(宮詞)에 ‘계집종은 매일매일 군왕을 섬긴다.’는 구절이 있는데, 여기서 계집종은 암고양이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이 책의 미덕은 아주 강한 디테일에 있다. 우리가 거의 모르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진시황의 출생 비밀이나, 당현종과 양귀비의 숨겨진 사랑 이야기들이 불쑥불쑥 나타난다. 현종은 뚱뚱한 양귀비가 술 취한 모습을 가장 좋아했다. 또 현종은 이지적이고 숙녀였던 매비를 사랑하면서도 양귀비를 안록산의 난이 날 때까지 끊지 못했다. 책 구석구석에서 유교를 통치이념으로 받아들인 조선왕조 500년과 비슷한 대목들이 나타난다. 3만 2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佛 고티에 등 48개국 유명 디자이너 온다

    올해로 3회를 맞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9월18일부터 11월 4일까지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등지에 48개국 519명의 디자이너가 참여한 가운데 열린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광주비엔날레가 열리지 않는 해에 열리는 행사로 2005년 시작됐다. 특히 이번 비엔날레에는 프랑스의 패션디자이너 장폴 고티에, 일본 패션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 독일출신으로 폴크스바겐· 아우디 등의 자동차를 디자인했던 피터 슈라이어 기아차 디자인총괄 부사장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대거 참여해 국제적 행사의 면모를 더했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참여작가와 참여작품을 발표했다. 더 클루(The Clue)-더할 나위 없는’을 주제로 열린다. 현대차와 SK텔레콤, 노키아, 파나소닉 등 국내외 376개 기업도 참가해 모두 1951개 디자인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는 의(衣)·식(食)·주(住)·학(學)·악(·소리)을 소주제로 내세운 5개 주제전과 ‘살림(Design to Save)’과 ‘살핌(Design to Care)’, ‘어울림(Design to Share)’을 주제로 한 3개 프로젝트전, 관람객 참여 프로그램인 ‘반짝반짝 빛나는 노래방’ 등 2개 특별프로젝트로 구성된다. 의식주와 음악 등에서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세계화하는 쪽에 포커스를 맞췄다.주제전에서 피터 슈라이어 기아차 디자인총괄 부사장이 담양의 소쇄원을 모티브로 삼은 휴식공간인 ‘집’을 보여줄 예정이다. 이세이 미야케는 일본적 감성과 디테일이 살아있는 아방가르드한 작품을, 장폴 고티에는 영국의 펑크룩에 프랑스의 고상함이라는 이질적 요소를 결합한 의상을 내보인다. 또한 영국의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와 하버드대 건축대학장인 모이센 모스타파비, 이집트 출신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 일본 디자이너 사토시 나카가와 등도 프로젝트전에 참가한다. 국내에서는 영화감독 김기덕과 소설가 이외수, 시인 황지우 등이 참가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문화 소통하는 인터넷 공간 마련”

    “문화 소통하는 인터넷 공간 마련”

    “지난해 소설 ‘개밥바라기별’을 인터넷에 연재하는 기간에 실시간으로 네티즌과 소통·접촉하면서 ‘네티즌들이 문화적 소통을 하는 인터넷 공간이 중요한데 우리가 방치하고 외면하고 있었구나.’라는 것을 느꼈고, 이것이 인터넷잡지 ‘나비’ 출범의 계기가 됐습니다.” 소설가 황석영(66)씨는 21일 서울 프라자호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웹진 ‘나비’의 공동편집인으로 참여하는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 뒤, “책으로 내는 잡지형태가 인터넷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생각들은 산발적으로 몇년 전부터 해오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씨는 “웹진의 주인공들이 독자들인 만큼 그들의 참여가 많아지고 나아가 ‘젊은’ 문화역량을 가진 사람들이 이 공간을 통해 많이 배출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공동 편집인으로 위촉된 도정일(68) 문학평론가도 이날 “문화에 대한 수요와 욕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우리 사회가 이를 충족시킬 만한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해 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는 책을 읽고 문학을 즐기는 문학수요자들도 생산자 대열에 끼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됐다.”고 선언했다. 웹진 ‘나비’는 인터넷서점 ‘예스24’와 창비, 문학동네, 한겨레출판, 위즈덤하우스 등 7개 출판사가 공동으로 창간한 온라인 상의 문화잡지로 이날부터 서비스를 제공했다. ‘나비’는 크게 기성작가의 문학공간인 ‘문학온라인’과 네티즌 참여공간 ‘나는 나비 2.0’으로 구성된다. ‘문학온라인’에서는 시인 김선우씨의 ‘캔들 플라워’, 김도언씨의 ‘꺼져라, 비둘기’, 정수현씨의 ‘셀러브리티’ 등 세 편의 장편소설이 연재된다. 기획물로 서양화가 황주리씨의 미술소설 ‘네버랜드 다이어리’와 가수 김완의 ‘환상스토리’ 등이 연재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개인블로그에 음악 게재 못한다

    앞으로 귀여운 딸이 재롱을 떨며 부른 노래를 자랑하기 위해 개인 블로그에 동영상(UCC)을 올리는 일은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됐다. 만약 개인 블로그에 ‘딸의 재롱잔치’를 올리려면 한국음악저작권협회를 통해 이것은 음원의 불법 사용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받아야 한다. 그러지 않고 이를 무시해 동영상으로 올렸다가 3회 이상 경고를 받는다면 최악의 경우 6개월간 개인 블로그를 운영할 수 없게 된다.문화체육관광부는 20일 상습적으로 불법 파일을 퍼올리는 업로더에 대해 해당 불법 유통채널인 개인간 파일공유서비스(P2P)나 웹하드의 계정을 최장 6개월간 정지시키는 개정 저작권법을 23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저작권위원회로부터 3번이상 경고를 받고도 다시 불법 파일을 퍼뜨리는 업로더의 P2P나 웹하드의 계정에 대해서는 정부가 해당 온라인서비스 제공업자(OSP)에게 계정 정지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된다. OSP가 명령을 받고도 이행하지 않으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또 정부가 OSP에 대해 불법 복제물의 삭제를 명령하거나 불법 복제물의 유통 창구로 기능하는 웹하드의 게시판(스토리지 서비스), 포털의 일부 카페 등 서비스도 최장 6개월까지 중단을 명령할 수 있게 된다.이에 대해 인터넷 업계에서는 “해외에서는 비영리 목적으로 이용되는 음원이나 영상물 등 저작물에 대해서는 사용을 허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이번 개정안은 너무 엄격하게 저작권법을 적용하고 있다.”면서 “화보나 영상물(UCC)은 제공되지 않고 텍스트만 제공하는 PC통신 시대로 회귀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5세 소녀가 가수 손담비의 ‘미쳤어’ 노래를 육성으로 따라 부른 UCC 동영상이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게시 중단 요청으로 사라진 일을 예로 들었다.문화체육관광부 김진곤 저작권정책과장은 “해당 중단 요청은 음악저작권협회가 상시적인 모니터링의 일환으로 취하는 것”이라며 “개정 저작권법과는 관련이 없이 현행 법 테두리 내에서 판단이 이뤄진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법 개정에 따라 저작권보호위원회와 컴퓨터프로그램보호위원회는 한국저작권위원회(위원장 이보경)로 합쳐져 23일 새롭게 출범한다.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고전 산수화의 재해석

    고전 산수화의 재해석

    추계예술대 석철주(59· 동양화) 교수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16살 때다. 서울 인왕산 밑자락에 살았는데, 아버지가 목수일을 봐주던 집들 중에 청전(靑田) 이상범(1889~1972)의 집도 있었다. 야구선수로 막 이름을 날리던 아들이 부상으로 체육인의 길을 중도에 포기하고 낙심하고 있는 것을 보다 못한 아버지가 청전에게 아들을 부탁했다. 청천은 석 교수집으로 넘어와 아무 말도 없이 난 한그루를 쳐서 넘겨 줬다. 이른바 채본 하나를 받아든 것이다. 똑같은 그림을 그리고 또 그리기를 한달, 연습한 화선지를 모아 청전에게 가지고 갔다. 청전은 화선지를 넘겨 보면서 어디가 잘못됐다는 이야기도 없이 “아, 이건 아주 잘 됐다.”고만 했다. 그런 식으로 청전이 몰(歿)했던 1972년 봄까지 6년 간 도제식으로 동양화 공부를 했다. 그의 나이 22살이었다. 대학진학을 생각했고 실행했던 시기는 그의 나이 27살 때. 추계대학 동양화과 같은 학번 동기 여학생들은 그를 ‘아저씨’라고 불렀다. 그렇게 오랫동안 동양화에, 먹물에 푹 담그고 있었기에 그의 그림은 아크릴 물감을 사용했어도 동양화의 향기가 물씬하다. 서울 소격동 학구재에서 오는 8월20일까지 구관, 신관 1· 2· 3층 전관에서 열리는 석철주 개인전은 서양 안료로 그려낸 동양화다. 특히 구관에 걸린 그림의 소재는 겸재 정선(1676~1759)의 ‘박연폭포’, 조희룡(1789~1866)의 ‘매화서옥도’, 전기(1825~1854)의 ‘매화초옥도’, 강희언(1710~1784)의 ‘인왕산도’, 안견(?~?)의 ‘몽유도원도’ 등 한국화의 고전들이다. 이들 고전의 원작은 작품의 크기가 대체적으로 반절로 접은 신문지만한데, 석 교수는 이것을 10배에서 20배씩 키웠다. 그랬더니 박연폭포의 줄기는 더욱 장중해지고, 매화 한 줄기를 서안 위에 올려 놓고 들여다 보는 선비의 품성은 더욱 고매해 보인다. 고전을 재해석해 아크릴화로 그려낸 석 교수는 잊혀져 가는 한국 고전 산수화의 아름다움을 전면에 내세우고, 새로운 눈으로 들여다 볼 것을 제안하고 있다. 1980년대 ‘탈춤’ 연작을 시작으로 1990년대에는 항아리를 소재로 한 ‘생활일기-옹기’ 연작, 2000년대 ‘생활일기-식물이미지’ 연작에 이어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발견해 내고, 사람들과 공유하길 기대하는 것이다. 한국화는 먹물이나 석채, 종이 등 전통적인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는 편견에서도 그는 자유롭다. 아크릴 물감을 사용한 것도 1990년 개인전부터였다. 당시 옹기에 있는 무늬를 그려야 했는데 실감나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캔버스에 아크릴로 독을 그린 후, 독쟁이들이 손가락으로 유약을 훑어내 그림(지두화)을 그리는 것처럼, 손가락으로 안료를 훑어 내며 그린 것이 계기였다. 학고재 본관 뒤편의 신관에서는 도자기와 화분 등의 ‘자연의 기억’ 연작을 긁어 내기 기법을 이용해 그렸다. 캔버스 위에 바탕 작업을 대여섯 차례 한 뒤, 전체 물감을 다시 올려 대나무나 혁필, 판화 제작 도구인 스퀴즈(고무) 등으로 긁어 내는 것이다. 마치 어릴 적 미술 시간에 여러가지 색깔을 칠한 뒤 검은 색으로 도화지 전체를 입혀 동전 등으로 긁어 냈던 기법을 연상하면 되겠다. 바탕 작업을 몇차례 했느냐에 따라서 작품의 깊이가 달라지는데 흐릿한 화분과 꽃, 풀들의 모습이 꿈 속처럼 아련한 것이 인상적이다. 8월1~10일에는 휴관. (02)720-1524.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원색으로 담아낸 ‘비극의 한국사’ 그리고 신화

    원색으로 담아낸 ‘비극의 한국사’ 그리고 신화

    “한달 전인가요, 사육신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박팽년의 후손이 방계 족보에 잘못 올라간 자신들의 족보를 변경해 달라고 소송해 승소했어요. 사육신들의 단종복위 사건이 1456년에 일어났으니 이미 550여년 지난 일이죠. 이번 소송의 결과는 왕위를 둘러싸고 삼촌이 조카를 죽인 세조와 단종의 비극은 21세기 지금도 진행 중인 일이라고 봐야겠지요.”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한 ‘2009년 올해의 작가’로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서용선(58) 작가는 ‘왜 단종과 사육신의 비극을 그리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역사는 단절된 과거가 아니라 기억을 통해서, 또는 구체적인 오늘날의 현상을 통해 연장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당시 박팽년의 아내는 세조에게 출산을 허락해 달라고 간청한다. 세조는 딸을 낳을 경우에만 살려 주겠다고 약속했고, 박의 아내는 아들을 낳자 종의 자식과 바꿔치기를 해 그 아들을 살렸다. 이름을 숨기고 살던 박팽년의 자손은 조선 숙종 때 단종이 복권되자 함께 복권되면서 박씨 족보에도 이름을 올리는데, 급하게 처리하다 보니, 뿌리를 잘못 찾아 갔던 것이다. 일본인들이 열광하고 있다는 오태석의 연극 ‘태(胎)’는 이런 역사의 비극을 그렸다. ●단종과 사육신 연작, 6·25연작 등 그려 서 작가는 국내 서양화단에서는 드물게 ‘역사화’에 관심을 가지고 1986년부터 단종과 사육신 연작을 그리고 있다. 6· 25전쟁과 관련한 연작이나, 단군보다 더 거슬러 올라간 한국인의 조상에 대해 그린 신화 시리즈 ‘마고성 사람들’ 그림 등도 역사화의 한 연장으로 볼 수도 있겠다. 서 작가는 “서양 명화라는 것이 수천년 동안 사회와 인간 사이의 갈등과 투쟁, 역사· 신화· 문학 속 인간들에 대한 끈끈한 관심 등을 시각화했는데, 우리를 포함해 동양은 수천년 동안 관념 속의 맑고 아름다운 풍경만을 그렸다.”면서 “이런 자각이 역사화나 신화를 그리도록 했고, 특히 신화의 경우는 황당하고 비현실적인 이야기지만, 사람의 마음을 흥분시키고 정신을 고양시키기에 자꾸 그리게 된다.”고 말했다. 역사화나 신화를 그리는 배경으로 그는 뒤늦은 자아의식의 발견을 든다. 그는 가세가 기울자 방황하며 수 차례의 대입에 실패해 군대를 다녀온 후 남들보다 5년 정도 늦은 1975년에 서울대 미대 서양화과에 입학을 했다. 서 작가는 “내 나이 25~26살 때인데, 창조적 상상력 하나 없이 그 얼굴이 어떤 역사와 배경이 있는지도 모른 석고 데생으로 입시를 치른 것을 생각하면 창피하다. 어떻게 작가가 됐는지 모를 정도다.”고 이야기한다. 반백이 된 지금이야 슬그머니 웃음을 머금고 과거를 토로하지만, 30~40대에는 치열하게 고뇌했을 것만 같다. 서 작가는 색채 사용도 그 나이 또래의 서양화가들과 다르다. ‘한국의 마티스’란 별명을 얻은 박생광 작가의 영향을 받았다는 평가도 있지만, 그는 “원색에 대한 본능을 의식적으로 꺼내기 위해서 노력한다. ”고 말한다. 탱화나 불화를 화려한 색채로 표현해 냈던 고려시대와 달리 조선시대 미술과 문화는 색채를 억제하는 것이었고, 그 결과 먹의 농담을 활용한 수묵화가 크게 발달했다는 것. 그는 500년 이상 억제된 색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잠재의식 속에서 색채감각을 꺼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빨강, 파랑, 노랑, 초록 등 원색을 사용한다. 때론 그림에서 색들이 조화롭지 않고 부자연스럽지만, 그 촌스러움을 즐긴단다. 그림의 크기도 개인들이 소장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크다. 그 이유는 이렇다. 그는 ‘도시인’ 연작 시리즈를 위해 서울이나 베이징을 왔다갔다 한다. 그는 베이징에서 20대 중반의 젊은 작가들이 실평수 100평(330㎡)에서 반바지 차림으로 작업하는 걸 보고, 의식적으로 크게 그려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들을 보면서 서 작가는 어린 시절 월탄 박종화의 역사소설을 읽으며, 잃어 버린 영토에 대해 분함을 느꼈을 때와 비슷한 감상에 빠지게 된다고 했다. 자꾸만 축소지향적이지 말아야 한다고 자신에게 말한다는 것이다. ●9월20일까지 전시… 작품의 크기·색채 등 끊임없는 도전 주제의식, 색채와 크기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과 정신 등이 그가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이유로 보인다. 작품 감상의 포인트겠다. 지난해 서울대 미대 교수를 그만두고 전업작가로 있는 그는 틈이 나면 강원도 영월을 방문한다. 단종릉인 장릉, 유배됐던 청령포, 나중에 시신이 버려졌던 서강 등을 돌아본다. 또 투기된 단종의 시신을 차가운 물속에서 수습한 영월호장 엄흥도를 생각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직후 1986년 서강에서 단종의 이야기와 강물 흘러가는 소리를 들으며 편안함을 느꼈다는 그는, 파란 강물에서 권력을 향해 질주하는 인간의 비극과 인생의 비애를 함께 보았으리라. 그가 청년의 심정으로 느낀 감정들이 2009년 초대형 회화 50여점과 조각 10여점, 드로잉 120여점으로 시각화됐다. 전시는 9월2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이 1995년부터 선정· 전시하는 ‘올해의 작가’는 한국현대미술의 흐름에서 크게 기여했거나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 주는 작가들로, 전수천(1995), 김호석(1999), 노상균· 이영배(2000), 전광영· 권옥연(2001), 이종구· 서세옥(2005), 정현(2006), 정연두(2007)씨 등이 선정됐다. 관람료 3000원. (02)2188-6000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하루하루 힘겨운 노동에도 펴질줄 모르는 인생…서글픈 밥줄

    하루하루 힘겨운 노동에도 펴질줄 모르는 인생…서글픈 밥줄

    소설가 황순원은 그의 장편소설 ‘일월’에서 봉건시대였던 조선시대의 천민계층인 백정들이 일제시대 전후로 벌였던 ‘형평운동’ 등 신분해방운동 문제를 다뤘다. 훌륭한 집안이었으나 주인공이 백정출신이라는 것이 알려지자 쌓아올렸던 부와 명성, 평판은 삽시간에 무너져 내렸다. 소설가 홍명희는 백정 ‘임꺽정’을 풍운아로 그렸지만 실제 백정은 조선시대에 온갖 천대와 멸시의 대상으로, 짐승 이하의 취급을 받았다. 해방으로 모든 사람들이 평등한 민주주의 국가가 됐다지만, 도축업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에 대한 기피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왜 그렇게 됐을까. 역사학자 이영화가 쓴 ‘조선시대 조선사람들’(1998년, 가람기획 펴냄)에 따르면 조선초 백정은 원래 양인신분으로, 자영농민을 일컬었다. 이들은 고려시대 양수척이나 화척이라 불렸는데, 근본은 혼란기 한반도에 유입된 말갈인·거란인 등 북방 유목민족들이었다. 한반도에 살면서도 유목민족의 습속을 버리지 못한 이들은 수렵과 목축에 종사하고 유랑생활을 했다. 그러다 조선 세종때 세수확대의 일환으로 양인 확대정책을 진행했는데, 이들 양수척과 화척들에게 농사짓는 법을 가르쳐 이들을 백정이라 칭했다. 그 결과 백정들은 농경에는 적응하지 못했지만, 최소한 일정 지역에 정착해 특수분야에 종사하는 직업인이 됐다. 그러던 것이 조선중기 이후 백정에 대한 차별정책들이 펼쳐지면서 백정=도축자=최하위층 천민으로 전락하게 됐다고 한다. 조선 초기 도축업자는 거골장이었다. 따라서 조선시대 백정의 계층추락은 그 시대 백정 자체의 문제였다기보다는 국가 정책의 변화가 한 계층을 편견과 외면의 대상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우리가 꺼려하거나 외면하는 직업군들이 있다. 과거 백정으로 부르던 도축업자뿐 아니라 때밀이, 누드모델, 바텐더, 밴드마스터, 무당, 로프공(고층빌딩 외관청소부), 모텔 종사자, 캐디 등등. ‘밥줄 이야기’(이동권 지음, 알다 펴냄)는 우리 사회에 낮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삶을 담았다. 저자는 대학에서 미술과 북한학을 전공한 뒤 상업미술시장과 대기업을 거치고, 시사월간 잡지에서 기자로도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3년 동안 알음알음, 또는 소개로, 또는 완전 생판 처음 보는 사람들을 취재했다. 그 결과 편견에 가득찬 특정 직종의 특징과 애환, 시대적인 질곡 등에 접근했다. 이 책에 나오는 직종은 모두 26개. 어느 직종도 딱히 자녀들에게 권해주고 싶지는 않다. 우리 사회가 부여한 편견의 무게는 그만큼 깊고 단단하다. 이 책에서 인터뷰를 한 사람들은 모두 부지런히 자신의 몸을 놀려 먹고 살아간다. ‘부지런하게 일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1960~70년대식 사회인식에 따르면 이들 모두는 벌써 부자가 되고도 남았어야 한다. 그러나 하루하루의 힘겨운 노동에도 구겨진 종이 같은 그들의 인생은 펴질 줄 모른다. 이들의 탄식 소리를 들어보자. 맛있는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밥상에 올려주기 위해 궂은 일을 하는 숙련된 도부의 평균월급은 180만원이다. 이들의 평균연령은 지출이 가장 많을 시기인 50대라는 점, 2009년 도시가구의 평균임금이 320만원(세전)인 점을 감안하면 그들의 생활이 어떨지 짐작이 간다. 귤 바나나를 싣고 트럭 노점을 시작한 지 6년이 된 이승복씨. “처음 트럭 노점을 시작했을 땐 하루에 바나나 25상자를, 3년전에는 귤 20~30상자를 팔았는데, 요즘은 3일에 10상자를 판다.”고 말한다. 외줄에 매달려 하루 종일 대형빌딩의 외관을 세척하는 로프공들의 초봉은 일당 5만~7만원, 기술자가 되면 13만~15만원을 받는다. 장마철과 한겨울에는 일이 없기 때문에 연간 3000만원의 수입을 만들려면 주말에도 쉬지 않고 한달 27일을 일해야 한다. 변두리 남탕 때밀이의 월 수입은 150만~250만원. 목욕탕에 보증금으로 1억~2억원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그다지 많은 돈이 아니다. 때밀이 경력 20년의 김현승씨는 자신의 수입만으로는 아들 대학 등록금을 대기도 힘들어 아내를 돈벌이에 내보내기도 했다.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하얗게 밤을 새우며 남대문 시장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아주머니는 손님들을 대형 마트와 백화점에 빼앗긴 재래시장과 운명을 같이하며 한산한 시장에 하염없는 걱정을 쏟아내고 있다. 누드모델이나 모텔 종업원, 바텐더, 성인주점의 밴드마스터들은 성적으로 만만하거나 문란하다는 편견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그들도 정직하고 성실하게 땀흘리며 돈을 벌고 있다. 일부 모텔이나 술집에서 문란한 행위를 하는 사람들에게 직업상 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닌가. 밥줄이야기는 서글프고, 속상하다. 세상살이 어느 구석에 만만한 것이 있겠는가. 하루 세끼 음식을 당사자는 물론 가족의 목구멍으로 넘기게 하려면 뼈와 살을 훑어내리는 노동이 필요하지 않은가. 책의 내용은 읽는 사람에 따라서 감성적으로 또는 감상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사회가 원활하게 돌아가려면 기피하는 일을 해내야 하는 노동자가 필요하다. 꼭대기 없는 바닥은 있을 수 있어도, 바닥 없는 꼭대기는 존재할 수 없지 않겠는가. 내가 아니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낮은 곳에서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잠시나마 감사한 생각이 든다. 1만 3000원. 나라는 부자지만 그 나라에 소속된 국민들은 가난해지는 일본의 이야기를 다룬 ‘르포, 절망의 일본열도’(가마타 사토니 지음, 김승일 옮김, 산지니 펴냄)는 아주 똑같은 소재는 아니지만 ‘밥줄이야기’의 일본판 버전으로 읽힌다. 분석적으로 기업프렌들리 정책, 민영화의 폐해, 파견직이나 비정규직의 문제 등에 일본 사회의 하위층에 대해 접근하고 있다. 1만 4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아름다운 영월서 예술사진 즐기세요”

    “아름다운 영월서 예술사진 즐기세요”

    거주인구가 4만명이 겨우 넘는 첩첩산중 작은 군단위에서 관람객 4만명 이상을 기대하는 국제사진전이 개최된다. 강원도 영월군에서 오는 24일~8월23일 열리는 제 1회 동강국제사진전이다. ‘사진, 사람을 읽다’는 포괄적인 전시제목으로 국제사진전인 ‘마스크(MASKS)-가면을 쓴 사람들’을 비롯해 9개의 다양한 사진전시가 펼쳐진다. 국제사진전에는 만 레이, 신디 셔먼, 앤디 워홀 등 세계적인 사진작가들의 작품 100점이 전시된다. 국내 사진작가로는 육영심, 구본창, 오형근 등이 참가한다. 이들 작품의 70% 가까이는 프랑스 퐁피두센터가 소장하고 있는 사진들이다. 김영수 동강사진마을운영위원회 위원장은 “시골에서 왜 국제적인 사진전을 여는가 하고 의아해할 수도 있겠지만, 이탈리아 볼로냐 같은 작은 시골마을에서 매년 국제적인 도서전이 열리고, 홋카이도 히가시와라는 작은 마을에서도 국제사진전이 열린다.”면서 “특성있는 지역 축제들이 활성화되고 살아나야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지역축제의 경우 관람객이 먹고 자고 소비하는 모든 것들이 대부분 해당지역의 수익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최근 전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착한 여행’을 실천하는 작은 방안이 될 수도 있겠다. 김 위원장은 “강원도에 여러 국제행사들이 있지만, 국제사진전을 대관령국제음악제, 춘천국제마임전, 강릉단오제와 함께 강원도 4대 명품축제로 키우고 있다.”면서 “서울에서 영월까지 고속화도로가 뚫려서 과거와 달리 2시간이면 차멀미 없이 도착할 수 있는 만큼 수도권 시민들도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이번 국제 사진전의 장점 중 하나는, 일반적인 국제사진전 등의 관람료가 5000원에서 1만원을 상회하지만 단돈 1000원에 관람객을 받는다는 점. 전시작품의 수준과 나머지 8개 기획전시의 내용을 볼 때 엄청나게 ‘착한 가격’이다. 따라서 국내 최대 사진상인 ‘2009년 동강사진상’을 수상한 이상일씨의 수상기념전, 강원다큐멘터리 사진사업 특별전, 젊은작가들의 연출사진을 볼 수 있는 사진전 ‘마술피리’, ‘같은 하늘 낯선 풍경’ 등 기획전시는 무료다. 전시는 영월읍 내 동강사진박물관과 학생체육관, 문화예술회관 등에서 열린다. (02)3673-1006, (033)370-2227.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카악~ 괴물이다… 야만성·무질서·무지 속 내면의 야수 환상 속 이미지·쾌락을 불러내는 존재

    카악~ 괴물이다… 야만성·무질서·무지 속 내면의 야수 환상 속 이미지·쾌락을 불러내는 존재

    괴물이 각광받는 시대다. 어린이가 공룡을 좋아하는 것처럼 말이다. 현대인들은 괴물을 쿨(cool)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우주에서 방사선에 노출돼 DNA가 변형된 사람들을 그린 영화 ‘판타스틱 4’나 슈퍼맨의 어린시절을 그린 TV미니시리즈 ‘스몰빌’, 늑대인간과 뱀파이어가 활약하는 영화 ‘반헬싱’과 그 연작 시리즈들이 꾸준히 인기를 모으는 것을 보면 그렇다. 괴물은 비록 외모가 괴기스럽고 혐오스럽지만 자신의 뜻하는 대로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어서, 직장 스트레스와 억압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은 끊임없이 금기의 세상을 상상하고 꿈꾸는지도 모르겠다. ●새달 30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괴물시대’ 서울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이 8월30일까지 ‘괴물시대’라는 제목의 전시를 연다. 괴물(monster)의 서양적 어원을 찾아가면, 라틴어로 ‘가리키다(monstrare)’와 ‘경고하다(monere)’라고 한다. 19세기까지 괴물은 광기, 악덕, 비이성, 위반 등 정신적이고 도덕적인 일탈을 공중 앞에 드러내 경고로 삼아야 하는 사람들을 의미했다고 한다. 이번 서울시립미술관의 괴물시대 전시기획은 공포스러운 그림과 추한 그림, 조각, 사진 등을 통해 시대와 불화할 수밖에 없는 작가들의 예민한 정신세계와 인류와 불화하는 현대사회의 불협화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현대인들이 괴기스러운 것을 발견하면 ‘괴물이다.’라고 손가락질하지만, 그 손가락질이 사실은 자신들을 향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폭력성과 야만성, 무질서, 무지 속에서 내면의 야수, 괴물을 찾아볼 수 있다. 이를테면 전시장 입구에 위치한 1980년대 민주화 운동과 군부독재의 실상을 그려낸 안창홍의 불사조, 신학철의 ‘한국근대사’ 시리즈, 박불똥의 ‘사령관 각하의 부스럼’ 등은 낯익으면서도 낯선 그림이다. 2009년을 사는 사람들 중에는 1970~80년대 처절한 민주화 운동을 이미 잊은 채 민주화된 세상을 누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불사조 한 마리가 화살에 맞아 죽어가면서 수백만마리의 불사조를 탄생시키는 안창홍의 1985년작 불사조를 보면, 민주화의 새벽은 1960~70년대의 산업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찾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새삼 자각하게 된다. 군부독재 사회에서 부의 축적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보여주는 신학철의 작품도 오랜만에 본다. 가나아트의 이호재 회장이 2002년에 80년대 민중미술 컬렉션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했는데, 그 안에 있던 작품들이다. 당시 기증작품 중에 오치균의 ‘인체’도 들어 있었다. 오 작가가 80년대 말 미국 유학시절에 그린 작품으로, 미국인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고통과 재정적인 궁핍으로 절규하던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 오 작가는 현재 한국현대미술에서 가장 잘나가는 작가 중 하나이고, 당시 민중미술계열도 아니었는데, 어떻게 기증 작품 목록에 끼어들어갔는지 모르겠다. 이 전시의 세 번째 섹션인 ‘내 안의 괴물’에서 볼 수 있다. 폐타이어로 대형 조각품을 만든 지용호의 ‘재규어5’는 쓰레기를 지속적으로 양산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고통을 공허한 재규어의 눈빛으로 보여준다. 스테인리스로 만든 칼과 나이프도 먹어치우는 탐욕스러운 검은 악어와 아름다운 꽃처럼 보이는 소가죽의 악취를 통해 현대사회를 비판하는 김혜숙의 작업도 인상적이다. 아름다운 크리스털 원형 볼에 오줌을 담아 놓은 장지아의 설치작업 ‘P-tree’는 사회의 금기를 거부하며 새로운 생명을 키우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한다. 불결하거나 더러운 것은 오줌이 아니라, 그것을 그렇게 인식하는 인간의 차별화된 마음이 아닐는지. ‘착하고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굉장한 힘을 가진’ 괴물을 그려온 이승애의 아름다운 괴물 벽화와 곤충표본 상자에 모아 놓은 ‘미이라’ 연작도 볼 만하다. 연필만으로 그려 놀라운 표현력을 보여준다. 타투 작가로 잘 알려진 김준의 초기 작품 ‘지옥도’, 한꺼풀만 안으로 들어가면 붉은 살덩이뿐인 인간의 실체와 허위의식에 접근하고자 한 한효석의 ‘감추어져 있어야만 했는데 드러나고만 어떤 것들에 대하여 10’ 등은 충격적일 수 있다. 이 밖에 임영선, 류승환, 이한수, 김남표, 심승욱, 송명진, 호야, 전민수, 이완, 이재현 등 21명의 작가가 전시에 참여했다. 관람료 700원. (02)2124-8941. ●새달 22일까지 사비나미술관 ‘더블 액트’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의 ‘더블액트(Double Act)’ 전시에도 괴물은 존재한다. 눈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은 1층에 전시된 서정국과 김미인의 ‘신종생물’ 시리즈다. 공룡이 빨간 날개를 달고 있는가 하면, 공룡의 얼굴은 사라지고 노란 꽃이 활짝 피어 있다. 황제펭귄에게는 진짜 날개가 달려 있기도 하다. 괴물은 2층에도 있다. 이 괴물은 ‘바나나맛 우유’ 시리즈란 이름을 가지고 있다. 중고등학교 책상 위에 작은 트랜스포머들이 있는데, 로봇들과 전투기들이다. 수류탄 형상을 한 바나나맛 우유로 만든 작품들로, 강압적으로 우유를 마시게 했던 초등학교 시절과 몸에 그 우유를 소화할 수 있는 효소가 없어 배앓이를 했던 시절을 회상하며 김과현(김원화+ 현창민)이 공동작업한 것이다. 작가 박진아와 이재현이 작업한 ‘도킹’과 ‘남자와 소년’ 등의 작업은 구상작품일 때와 경계선만 남겨 놓고 구체성을 없애버린 작품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모호할 때 관객이 느끼게 될 공포는 상상 이상이다. 지하 1층에 전시된 작가 최현주와 이종호의 작업 ‘감각과 지각’에는 인간의 환상 속에 숨어 있는 이미지와 쾌락을 불러내는 괴물이 도사리고 있다. 다름아닌 ‘소파’다. 이 괴물은 유쾌하고 거부할 수 없을 만큼 유혹적이다. 앉고 싶은 욕망에 휩싸이더라도 그러면 안 된다. 작품이기 때문이다. 해외 이주민 노동자들에 대해 고민할 수 있도록 하는 그룹 ‘믹스라이스’ 작업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제 순혈주의의 허위의식을 깰 때가 됐다. 8월22일까지. 관람료:1000원. (02)736-4371.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찬송가 표지 글씨체의 주인공 서예가 김기승 탄생 100주년

    찬송가 표지 글씨체의 주인공 서예가 김기승 탄생 100주년

    디자이너나 예술가들을 생각보다 알아주지 않는 사회다. 익숙하고 흔한 글씨와 그림인데도 누구의 작품인지 모르고 지나치는 수가 허다하다. 원곡(原谷) 김기승(金基昇·1909~2000년)은 서예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일반인들은 잘 모른다. 그러나 ‘찬송가’ 표지 글씨를 쓴 사람이라고 한다면, ‘아!’하고 감탄사를 던지며 “나도 그 글씨를 안다.”고 할지 모르겠다. 교회를 나가지 않더라도 한번쯤은 봤음직한 글씨이기 때문이다. ‘원곡체’라고 불리는 그 서체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김기승 선생의 종교생활이 반영되듯 ‘성경전서’ 등 성경 표지뿐 아니라 ‘새문안교회’ ‘충현교회’ ‘수표교교회’ 등 교회 간판에 많이 사용됐다. ‘국어대사전’의 표지서체는 물론, 체인음식점 간판인 ‘서울삼겹살’ 등 간판용으로도 두루 활용되고 있다. 이는 서예체로서는 드물게 ‘일중체(궁체폰트)’의 김충현 선생과 함께 출판디자인용 한글 서예체(산돌체 폰트)로 수용된 덕분이다.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17일부터 8월16일까지 김기승 탄생 100주년을 맞아 ‘말씀대로’ 전시를 연다. 이번 전시에는 한글, 국한혼용을 비롯한 전서, 예서, 행서, 해서 등 한자 각체와 묵영(墨映·먹의 농담을 활용한 그림) 등 김기승의 글씨 150점과 김돈회, 김구, 오세창, 김기창, 이응로, 손재형 등 교우관계에 있었던 이들의 작품 30점, 원곡상 수상작 30점 등이 전시된다. ‘원곡체’에 대해 서예박물관의 이동국 서예팀장은 “대담하면서도 끊어질 듯 획을 활용한 대담낙필(大膽筆)로서, 소전 손재형을 사사한 흔적이 지속되다가 62세되던 1971년부터 원곡체를 완성해 이후 30여년 간 유지해 왔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일각에서 ‘평생 똑같은 글씨만 써왔다.’는 비판이 있지만, 대중성과 예술성을 이미 획득한 후에 다시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예술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승은 서예와 관련해 ‘글씨는 손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뇌로 쓰는 것이다.’라고 하거나, 또는 ‘붓끝에 써지는 글씨가 붉은 꽃송이로 내 혈관에서 나오는 혈서인 양 착각을 느낄 때 (십자가에 못박혀 피를 흘리는) 예수님을 상기한다.’고 말했다. 서예가 기예로 취급되는 요즘에 다시 돌아볼 만한 생각이다. 관람료 5000원. (02)580-1660.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한국화 거장 박생광·천경자를 만나다

    한국화 거장 박생광·천경자를 만나다

    생존작가로 한국화의 독보적인 존재인 천경자(85)가 숙환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소문들이 들리면서 천 작가의 작품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서울 인사동 갤러리 이즈에서 21일까지 열리는 ‘공존-박생광·천경자, 미래와 만나다’ 전시가 반가운 이유다. 오방색을 분방하게 사용하며 마치 조선후기의 민화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는 ‘한국의 마티스’ 박생광(1904~85), 그리고 이국적인 풍경과 여인을 화려한 채색으로 그려낸 천경자의 작품을 볼 수 있는 드문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 전시는 옛 학고재 화랑 건물을 인수해 지난해 문을 연 갤러리 이즈가 개관 1주년을 맞아 마련한 첫 번째 기획전이다. 전시는 1층에 ‘박생광-천경자’ 2인전이, 2층과 3층에 고찬규, 곽수연, 권인경, 이길우, 임서령, 임종두, 홍지연 등 젊은 한국화가들의 그룹 기획전이 동시에 진행된다. 20세기 중엽까지 채색화는 문인화(수묵화)가 대세를 이루던 한국화단에서 ‘왜색(倭色)풍’이라고 해서 무시되거나 거부됐다. 박생광은 현재 ‘한국 전통 색채의 마술사’ 혹은 ‘민족 혼의 화가’로 평가받지만, 일본에서 유학하고 광복 후 귀국해 채색화를 그리는 그를 한국화단은 반기지 않았다. 그의 나이 79세 되던 1982년 인도 성지순례와 파리여행을 마친 뒤 그는 민속신앙의 무당굿을 비롯해 탈춤놀이, 불교적 장식미, 불상, 십장생 등을 오방색으로 채색하면서 민족화가풍의 그림을 완성했다고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은 분석했다. 이번에 전시되는 ‘모란과 나비’, ‘불상’, ‘민속도’, ‘나녀4’ 등은 1982년 이후의 작업들이다. 천경자의 작업들은 늘 그렇듯이 미인도처럼 여인의 상반신이 화면 전체를 차지하고 있다. 해외 여행길에서 만난 여인들로 ‘마그라의 무희’, ‘무명배우 신디’, ‘나바호족의 여인’, ‘자바의 여인’ 등이다. 천경자가 그린 여인들은 자신의 외로움은 물론 자신의 희망과 꿈까지도 아로새겨 놓았다고 하니, 꼼꼼히 볼 일이다. 한수정 갤러리 이즈 대표는 “갤러리 이즈는 대구 달성의 남평 문씨의 문중문고인 ‘인수문고’에서 이니셜을 따 지은 이름으로, 이번 박생광· 천경자 전시 작품도 문중에서 컬렉션한 작품들”이라며 “대관 전시에 치중해 왔지만, 이번 전시를 기점으로 앞으로는 기획전시 비중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02)736-6669.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조선 서화에서 민속용품까지 ‘한자리’

    조선 서화에서 민속용품까지 ‘한자리’

    조선시대 이후 100년이 겨우 넘어섰는데도 까마득하고 멀게만 느껴진다. 현대인의 생활공간이 아파트로 바뀌고 생활양식도 좌식에서 입식으로 바뀌면서 침대나 소파, 식탁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또 세월이 묻어 있는 물건들을 구닥다리로 여겨 소중하게 보관하지 않은 탓이다. 조선후기와 구한말의 생활용품이나 민화 등을 전시하는 공간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서울 경운동 다보성미술전시관에서는 ‘생활 속 고미술전’을 28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에는 도자기, 서화, 목기, 민속용품 등 300여점이 나왔다. 전시장은 1층과 2층으로 나뉘어져 1층에는 도자기 서화가, 2층에는 목가구와 민속용품·민화 등이 전시됐다. ●겸재 정선·오원 장승업 그림 전시 우선 1층에는 겸재 정선(1676~1759)이 금강산 팔경(八景)과 소상팔경(瀟湘八景)을 그리고, 당대 최고의 명필로 꼽히는 원교 이광사(1705~1777)가 화제(畵題)를 쓴 2권짜리 16폭 화첩이 일반에 공개됐다. 겸재 화폭은 도암(陶巖) 신학권(1785~1866)이 소장했던 것이다. 이 밖에 백제시대 금동칠층탑(높이 25.8cm), 조선시대 화각십장생문함과 계룡산 가마터 생산품으로 추정되는 조선전기 때의 분청철화초화문병, 뇌문과 연주문을 배치한 고려시대 청동범종, 삼국시대 금동탄생불상, 고려시대 분청철화모란당초문매병과 청자상감화문화병이 전시됐다. 오원 장승업의 노안도, 이응로의 묵죽도 등도 소개됐다. 탄허스님의 묵서는 호방한 기운이 넘친다. ●전통혼례 사용됐던 꽃가마·활옷 눈길 2층에는 민속용품이 넘쳐난다. 여름방학을 맞아 어린이 교육용으로 마련했다고 한다. 전통혼례에 사용됐던 활옷과 꽃가마가 눈길을 끈다. 조선시대 굴레와 칠보댕기, 비녀상자, 남바위, 실패, 자수바늘집, 수저집, 열쇠패, 광다회, 바늘꽂이, 모시색보자기, 자수보자기 등은 화려한 색깔과 자수의 섬세함을 선보인다. 옷고름에 매다는 노리개는 물론, 여름에 사용하는 합죽선에 장식물로 매달았던 선추들도 멋을 자랑하고 있다. 북한에서 들여왔다는 베개를 쌓아놓았는데, 옆면의 화려한 자수가 인상적이다. 민화로는 용왕도, 송학도, 까치호랑이 등이 조선만의 독특한 회화양식을 뽐내고 있다. 사방탁자, 오동이층농 등 100여년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목가구도 꼼꼼히 구경할 만하다. 지방마다 특색있는 반닫이를 비교해봐도 재미있겠다. (02)730-7566.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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