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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출 여학생 48% 성폭력 피해…쉼터 제공 등 적극적 보호 필요

    # 지난 3월 중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안 돼 가출한 A(13)양. 오갈 데 없이 거리를 헤매다 한 가스판매소에서 배달원으로 근무하던 김모(38)씨를 만났다. 김씨는 A양에게 며칠간 여관 등에서 잠자리를 해결해 줬고 밥도 사줬다. A양은 점점 김씨에 대한 경계심을 풀었다. A양은 지난 6월 5일 김씨로부터 “숨어서 담배 피우기 좋은 장소가 있다.”는 말을 듣고 김씨와 함께 울산 남구 여천천 다리밑으로 갔다. 좋은 아저씨인 줄 알았던 김씨는 순간 돌변했다. A양은 김씨로부터 무참히 성폭행을 당했다. 김씨는 지난달 27일 울산남부경찰서에 가출 여중·고생 5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 지난 4월 중순 경기 고양에서 또래 친구를 집단폭행하고 밤에 암매장까지 한 K(17)군 등 피의자 9명 가운데 6명은 대부분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거나 가출한 10대 청소년들이었다. 가출한 뒤, 모텔 등지를 떠돌다 돈이 떨어지자 동급생들에게 성매매를 시킨 무서운 10대들도 있었다. 한 친구는 이들의 감시 아래 3개월 동안 성매매를 해야 했다. 각종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된 가출 청소년들을 보호할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가출 청소년들은 흡연, 음주, 성폭행, 절도 등 각종 비행과 범죄에 빠져들기 십상이다. 가출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는 결손가정에 대한 사회복지 확충 등 사회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9일 경찰청에 따르면 2006년 9389명이었던 가출 청소년은 2007년 1만 2237명, 2008년 1만 5336명, 2009년 1만 5114명, 2010년 1만 9440명, 2011년에는 2만 434명에 달했다. 5년새 가출 청소년 비율이 117% 늘어난 것이다. 13∼18세 일반청소년과 가출 청소년 4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여성청소년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피해실태와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가출 또는 학업을 중단한 여성 위기 청소년의 47.7%가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남성 위기 청소년(24.1%)과 학교생활을 하는 여성 청소년(22.5%)들에 비해 2배 정도 높은 비율이다. 가출 청소년들이 모여 지내며 숙식을 해결하는 ‘가출팸’(가출 패밀리의 줄임말)은 성범죄의 온상이기도 하다. 시민단체인 세계빈곤퇴치회가 지난 5월부터 두 달 동안 서울·인천·대전 일대에서 가출 청소년 423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한 뒤, 만든 보고서에 따르면 가출팸을 구성한 뒤 이성을 성폭행하거나 폭력을 행사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18.6%였다. 성매매나 원조교제를 강요당하거나,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다른 ‘팸’들이 보내주지 않는다고 말한 응답자도 전체의 13.8%나 됐다. 가출 청소년들이 성범죄의 표적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가출 청소년 가운데 성폭행을 당하게 되면 자신이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부모와 학교로부터 가출에 대한 징계를 두려워해 경찰에 신고도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 광주 서부 경찰서에 가출 청소년 성폭행 혐의로 검거된 이모(43)씨의 경우, 피해 학생이 2년 만에 성폭행 사실을 경찰에 알리게 되면서 붙잡혔다. B양은 2년 만에 성폭행 사실을 알린 이유에 대해 “당시 가출과 성폭행 사실 등이 가족이나 다른 지인들에게 알려질 것이 두려워 함께 가출했던 친구에게 이를 털어놨을 뿐 경찰에 신고하지는 못했다.”고 고백했다. 전문가들은 가정과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통한 예방이 해법이라고 말한다. 송원영 건양대학교 심리상담치료학과 교수는 “10년 전부터 해체 가정이라든지 조손 가족에서 부모의 학대, 무관심 등으로 집 밖을 택하는 탈출형 가출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이들이 왜 가출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들여다보면 결국 결손가족 등에 대한 사회 복지를 확충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은영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회장은 “정부 지원이 열악해 모든 가출 청소년을 쉼터가 다 받아 줄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찾아와 도움과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쉼터 인력을 늘리고 질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해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명희진기자 kimje@seoul.co.kr
  • “장애인은 보통 사람들이 사는 이곳에 들어오면 안돼” 아파트 공고문 논란

    “장애인은 보통 사람들이 사는 이곳에 들어오면 안돼” 아파트 공고문 논란

     “보통사람이 사는 이곳에 장애인이 들어오면 안된다.”  서울 도봉구 한 아파트 주민회가 장애인복지관 설립을 반대하며 붙인 게시물이 인터넷 안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 A아파트 입주자 대표회는 지난 4일 단지 내 아파트 엘리베이터 게시판에 장애복지관 건립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붙였다.  게시물에는 ▲아파트 집값 하락이 대두할 수 있음 ▲주변 차량통행이 복잡해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 ▲장애인 출입이 과다해 사고의 위험이 현저하게 있음 ▲구청앞에서 집회 시위하는 장애인들 단체들을 보면서 절대로 그런 시설이 보통사람들이 사는 이곳에 들어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이 실렸다.  입주자 대표회는 “장애인 시설이 들어선다면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주민들의 반대 서명을 받는 것”이라며 “반대 서명에 동참해 달라.”고 덧붙였다.  게시판 글이 인터넷에서는 퍼지면서 비난이 폭주하고 있다. 트위터 상에는 “장애인들을 마치 보통 사람과는 다른 공간에 격리돼 생활해야 할 존재로 여기는 게시글은 인격모독이다.”, “장애는 해당 아파트에 사는 주민이나 가족에게도 언제든 생길 수 있는 문제인데 저런 내용을 단지 안에 당당하게 붙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한심스럽다.” 등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도봉구는 서울시내 25개 구에서 유일하게 장애인 복지관이 없다. 따라서 도봉구에 사는 장애인이 복지관을 이용하려면 인근 다른 구 복지관을 이용하거나 이사를 가야 하는 실정이다. 도봉구청은 “논의 끝에 아파트 옆이 장애인 복지관 부지로 선정됐다.”면서 “현재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 성폭력 당한 사람 피해자냐 생존자냐

    “성폭력 생존자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성폭력을 당한 사람 중에 안 죽고 살아 있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라고만 생각했어요. 죽고 싶다는 게 성폭행을 당했을 때의 심리이기도 하니까….” 성폭력 피해자 A(20)씨는 ‘성폭력 생존자’라는 표현에 담긴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의미를 한참 뒤에야 알았다고 한다. 성폭력을 당한 사람은 피해자일까, 생존자일까. 성폭력 피해자를 법의 보호를 받는 수동적 대상이 아닌 권리를 가진 능동적 주체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여성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언론 등에서는 일반적으로 ‘성폭력 피해자’라는 용어를 쓰고 있지만 성폭력 상담소나 여성단체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성폭력 생존자’, ‘성폭력 경험자’ 등 다른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피해자라는 용어가 지닌 수동적이고 나약한 이미지 때문이다. 백미순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성폭력 피해자라고 하면 보통 깊은 상처로 인해 우울하고 대인관계가 어려울 뿐 아니라 일상생활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그 감정들을 마주하고 스스로 극복해 나갈 수 있는 힘과 용기, 지혜를 가지고 있다.”며 “피해자라는 용어는 이러한 생존자들의 힘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폭행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것’이라며 성폭력 피해자의 능동성만을 강조하는 게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뜻에서 피해자나 생존자라는 표현 대신 ‘성폭력 경험자’라는 가치중립적 용어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의견도 있다. 백 소장은 이와 관련, “성폭력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법절차를 보면, 범죄로부터 국민인 자신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책임이 있는 국가가 해당 사건을 판단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과정에서 정작 당사자인 자신은 소외되는 측면이 강하다.”며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 아동음란물 제공 PC방 업주 입건

    서울 관악경찰서는 성인 PC방 업주 이모(43)씨 등 2명을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고 5일 밝혔다. 이씨 등은 관악구 신림동의 한 성인 PC방에 컴퓨터와 간이침대를 둔 14개 방을 설치해 손님들이 아동 음란물 등을 볼 수 있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500여개의 음란물을 중앙 컴퓨터에만 보관해 단속이 있을 경우 중앙 컴퓨터를 꺼 방에서는 음란물을 볼 수 없도록 하는 등 단속에 치밀하게 대비했다.”고 말했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 “불심검문 원칙적 반대 제한적 시행을”

    “불심검문 원칙적 반대 제한적 시행을”

    2년 전 사실상 폐기된 불심검문의 부활을 놓고 찬반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김형성 경찰청 인권위원장은 “불심검문은 원칙적으로 안 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불심검문이 경찰관직무집행법에 규정된 경찰의 통상 업무인 것은 맞다.”면서도 “불심검문이 전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등 인권침해적인 요소가 없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원칙적으로 (불심검문을) 안 하는 게 좋지만 부득이하다면 제한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강력범죄 예방을 위해 경찰이 불심검문 카드를 꺼내든 것에 대해서는 “최근 국민들의 치안에 대한 시각이 과거 ‘경찰이 왜 못 잡느냐’에서 ‘왜 사전에 예방하지 못하느냐’로 확대됐다.”며 “(불심검문의 사실상 부활은) 경찰이 국민들의 기본권이 일부 축소되더라도 이를 양해해 줘야 현재 국민들이 요구하는 치안 수준을 만족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그는 “인권침해 여부를 떠나 어떤 기준으로 대상을 선택해 불심검문을 할 것인지도 애매하다.”며 “과거 경찰이 겪은 여러 실무 사례를 세분화·유형화해 잘 검토해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불심검문에 경찰 인력을 배치할 경우 치안 공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경찰 인력은 변화가 없는데 새로운 수요가 생기면 고육지책 식으로 돌려막기를 해 왔던 것은 큰 문제”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경찰 인력을 확보하는 데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 “나라 도움 받으려면 거짓 바보짓이라도 해야지…”

    “나라 도움 받으려면 거짓 바보짓이라도 해야지…”

    “내가 치매에 걸린 척해야 나라에서 지원금이 나오잖아. 행여라도 멀쩡하게 보이면 안 돼. 살려면 바보짓이라도 해야지….” 2일 오후 경기도의 한 쪽방촌. 10평 남짓한 작은 집에서 장애인 아들과 단 둘이 사는 김점순(가명) 할머니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방문조사단이 집을 찾을 때마다 치매환자인 척 행동한다. 공단 직원에게 전혀 엉뚱한 대답을 하거나 딴청을 피우기도 하고 그걸로 안 되겠다 싶으면 일부러 이상한 행동을 골라 한다. 할머니는 자식이 4명 더 있다. 하지만 모두 저 살기에 바빠 명절 때도 왕래가 없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환갑이 넘은 반신불수 아들을 돌보는 일이 구순(九旬)을 넘긴 엄마의 몫이 되고 말았다. “공단 사람들 오면 내가 일부러 팔도 못 쓰는 척해. 친절하고 좋은 사람들인데 미안하긴 하지. 그래도 어떡하겠어. 솔직히 말했다가는 우리 늙은 애기랑 같이 굶어 죽는 수밖에 없는데….” 할머니는 두 팔을 들어 보이며 헛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치매노인 연기’를 하는 것은 노인 장기요양서비스를 싼값에 받기 위해서다. 요양보호사가 1주일에 5일을 집으로 찾아와 하루 4시간씩 음식, 세탁, 청소, 가벼운 진료 등을 해 주는데 다달이 87만 8900원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치매환자로 인정받으면 노인 장기요양보험 3등급 수혜자 자격을 얻어 15%인 13만 1835원만 내면 된다. 할머니는 매월 약 75만원쯤 되는 국가보조금을 타내기 위해 스스로 치매노인을 자처하는 것이다. 김 할머니처럼 노인요양보험 등급을 받기 위해 치매 등 노인성 질환자 연기를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방문 조사단이 숫자나 나이, 날짜를 물으면 일부러 횡설수설하거나 몸이 불편한 것처럼 속인다. 경기도의 한 노인데이케어센터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 A(27)씨는 “노인 중에 일부는 요양보험이 끊기면 자식 얼굴 보기 민망하다고 일부러 연기를 하는 분들이 계신다.”고 말했다. 부인이 요양보험 수혜등급인 3등급으로 재가요양서비스를 이용하는 팔순의 김모 할아버지는 “나라에서 지원을 안 해주면 그 돈을 다 내고 (요양보호사) 못 부른다.”면서 “자식들한테 아쉬운 소리 하기도 싫고….”라고 말끝을 흐렸다. 딱한 사정에 주변인들도 공모자가 되곤 한다. 김 할머니 집에서 요양보호사 일을 하는 B(45)씨는 “김 할머니 집에 처음 왔을 때를 잊을 수 없다. 설거지 그릇이 가득 쌓여 있는데 그릇을 들추자마자 구더기가 나왔다.”면서 “구십 넘은 노인이 집안일을 꾸려 나갈 상황이 못 된다는 것도, 그렇다고 매달 70만원 이상을 낼 수 없는 처지가 아니라는 것도 뻔히 아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침묵하고 열심히 집안 일을 도와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 서울대 ‘수상한 수시모집’… 고교등급제 적용?

    서울대가 2013학년도 수시 지원자들의 출신 학교에 대해 지나치게 세부적인 정보를 요구해 내부적으로 고교등급제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출신학교가 일반고인지 특목고인지는 물론 어떤 방법으로 학생을 선발했는지까지 필수기재 항목으로 정해 놨다. 수시모집 공통 양식인 ‘학교소개서’는 자기소개서, 추천서 등과 함께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서류다. 31일 서울대와 일선 고등학교 등에 따르면 서울대의 2013학년도 학교소개서 양식에는 지난해에 없었던 ▲추첨 ▲배정 ▲내신 ▲선발고사 등 ‘입학전형’ 항목이 새로 생겼다. 뿐만 아니라 일반고의 경우 평준화·비평준화 여부도 밝히도록 했다. 2011학년 양식에는 고교유형과 선발방식, 입학전형, 모집단위 등 ‘고등학교 유형’을 기록하는 항목이 아예 없었다. 이전에는 자율적으로 기재하도록 한 지원자들의 학교 정보를 2012학년도부터 매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소개서를 제출해야 하는 지원자 범위도 크게 확대됐다. 지난 2년간 특기자·지역균형선발전형과 기회균형선발·북한이탈주민특별전형에 한해 적용했던 것을 2013년에는 일반전형으로까지 확대됐다. 일반전형의 경우 올해 수시모집 인원 중 가장 많은 1744명을 모집한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삼불정책’(고교등급제·본고사·기여입학제)에 따라 고교등급제 적용이 금지돼 있는데 서울대 수시원서를 보면 공공연히 고교등급제를 시행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고교등급제가 아니라면 출신 학교 정보가 학생 선발에 어떻게 쓰이는지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 및 수도권 주요대학 중 서울대처럼 출신고교 항목을 세분화해 정보 기재를 요구하는 곳은 없다. 연세대는 지원자의 출신 학교명과 소재지 외에 따로 학교 정보를 수집하지 않는다. 고려대는 학교장추천 등의 전형에서 학교 및 지역환경 특성을 1500자로 기재하도록 할 뿐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소속 학교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보조 자료일 뿐”이라며 “일선 고등학교에서 구체적인 형식을 요구해 양식을 변경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명희진·김정은기자 mhj46@seoul.co.kr
  • ‘왕따’과거 넘어… ‘왜토리야’ 앱 개발한 이보림씨 “따돌림 상담받을 용기 주고파”

    ‘왕따’과거 넘어… ‘왜토리야’ 앱 개발한 이보림씨 “따돌림 상담받을 용기 주고파”

    “야, 왕따. 너 쉬는 시간에 밖으로 좀 나와.” 중학생 소녀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죽고 싶었다. 쉬는 시간이면 반 친구들로부터 손바닥이 날아왔다. 이름도 없었다. 그저 ‘왕따’였다. 극심한 따돌림에 시달렸던 여대생이 초중고 시절 아픈 경험을 딛고 ‘왕따’ 방지 캠페인 애플리케이션 ‘왜토리야’를 동료들과 함께 개발했다. 숙명여대 시각영상디자인학과 4학년 이보림(24)씨. 이씨는 “어린 시절 가장 힘들었던 건 누구한테도 내 고민을 털어놓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면서 “왜토리야 앱에 마련된 도움 요청 기능을 활용해 따돌림당하는 친구들이 학교 폭력 상담기관 등에 문의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날아오는 주먹을 막아내는 왜토리야 게임을 시연하며 “이 게임은 사용자가 절대 이길 수 없게 프로그래밍돼 있다. 폭력은 그 누구도 이겨낼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 범죄 늘어도 치안인력 줄이는 경찰

    최근 잇따라 강력 범죄가 발생하면서 경찰이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민생치안의 최일선에 있는 지구대와 파출소 등의 인력증원은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말로는 범죄 예방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현장 공백을 키워 온 셈이다. 28일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허경미 교수의 2001~2010년 경찰청 통계분석에 따르면 경찰공무원 인력은 2002년 9만 1592명에서 2009년 9만 9594명으로 8.7% 증가했으나 지구대와 파출소의 인력은 4만 2057명에서 4만 2582명으로 1.2% 증가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집회·시위 등에 투입되는 경비 인력은 50.5%(6737명→1만 139명)나 늘어났다. 부문별 비중도 경비 인력은 2002년 전체 경찰의 7.4%에서 2009년 10.2%로 증가한 반면 지구대·파출소 인력은 45.6%에서 42.8%로 감소했다. 허 교수는 “범죄 예방과 범죄자 검거와 같은 민생치안보다는 경비, 정보 등 비(非)범죄 대응을 경찰이 더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통계”라고 지적했다. 그는 “강력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경찰은 인력탓을 하지만 언제까지 경찰 인력을 늘려줄 수는 없다.”며 “기존에 있는 인력과 예산을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쓰느냐를 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안전 취약지대에 좀 더 많은 인력을 배치하는 등 탄력적으로 조직 운용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안전이 취약한 곳일수록 일선 경찰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외부인에 대한 감시와 추적이 상대적으로 쉽고, 민간 경비용역도 발달해 있는 부촌과 달리 경제 사정이 나쁜 다가구주택 밀집 지역이나 원룸촌 등이 성범죄 등 강력 범죄의 표적이 되기가 쉽기 때문이다. 최근 주부 성폭행 미수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역도 다가구주택이 많은 곳이었다. 2010년 여중생을 성폭행한 뒤 살해한 ‘김길태 사건’이나 2009년 여덟 살 난 여아를 성폭행한 ‘조두순 사건’도 낡은 주택이 밀집되고 주변에 공장지대가 있던 곳에서 일어났었다. 경찰은 이런 강력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안전 취약지대의 경찰력을 늘리겠다고 약속하곤 했다. 하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2009년 경기도 일대 부녀자 7명을 납치, 살해한 ‘강호순 사건’이 터진 것을 계기로 경기경찰청 관내에는 경찰서가 3곳 신설됐다. 그러나 신규증원이 아니라 다른 지방경찰청의 형사, 수사, 지구대 등 방범부서 인력 384명을 차출해 경기도에 배치했다. 전체 치안 인력의 수는 늘어나지 않은 채 경기도로 재배치하는 조치만 이루어진 셈이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전의경들의 빈 자리에 경찰관들이 투입되면서 경비인력 숫자가 늘어나 보이는 것”이라며 “경찰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파출소 등의 인력을 다른 곳에 매우는 등 돌려막기를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라고 해명했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 서울·경기 최고 200㎜ 폭우 ‘초비상’

    서울·경기 최고 200㎜ 폭우 ‘초비상’

    매미와 루사를 능가하는 초특급 태풍 볼라벤이 서해안을 따라 북상해 28일 오후 2~3시쯤 수도권에 근접할 것으로 보여 큰 피해가 우려된다. 볼라벤은 우리나라를 지나는 동안 중심기압 최대 950~960헥토파스칼(h㎩), 초속 40m의 위력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강풍 반경도 400㎞를 넘어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전국이 볼라벤의 위력에 빠져들게 됐다. 특히 서·남해안에는 초속 50m 안팎의 강풍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만조가 겹쳐 해일 가능성도 높다. 기상청은 28일 오전 7~8시 전남 완도에 최대 114.6㎝, 진도에 79.8㎝ 높이의 해일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태풍이 지나간 뒤에도 내륙 쪽으로 서풍이 불면서 인천에 80.5㎝ 높이의 해일이 발생할 것으로 보여 침수 피해가 우려된다. 서울·경기·남부·중부 지역에도 50~200㎜의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서해안 일대의 일부 고속도로도 통제될 전망이다. 한국도로공사는 상황에 따라 28일 서해안 고속도로의 서해대교 운행이 통제될 수 있다고 밝혔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서해대교 운행이 통제되면 목포 방향 서평택나들목, 서울 방향으로는 송악나들목 지점이 통제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인천교통공사도 28일 출퇴근 시간대 시민 이동 편의를 위해 지하철 집중 배차 시간을 연장하고 열차 운행 횟수를 늘리기로 했다. 출근 시간대를 기존 오전 7~9시에서 오전 7~10시로, 퇴근 시간대는 오후 5~8시에서 오후 5~9시로 각각 1시간씩 연장한다. 서해안 연안 바닷길은 27일부터 배편이 끊겼고 항공편 결항도 속출했다. 각 가정에서는 태풍에 대비해야 한다. 창문은 빈틈없이 닫아야 하며 유리창에 엑스(X)자 형태로 청테이프를 붙이거나 젖은 신문지를 전면에 부착하면 강풍에 의한 파손을 막을 수 있다. 대피할 때는 수도와 가스밸브를 잠그고 전기차단기를 반드시 내려야 하며 전신주나 가로등, 신호등과는 멀리 떨어지는 것이 좋다. 또 농촌에서는 시설 피해가 없도록 조치하고 선박은 단단히 결박해 파도에 밀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태풍 볼라벤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27일 오후 1시부터 2시까지 1시간 동안 11만 4058명이 기상청 홈페이지에 접속해 사상 최고 접속 기록을 갈아치웠다. 기상청은 사재기를 부추기는 등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통한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김동현·신진호·명희진기자 sayho@seoul.co.kr
  • 국민 우롱하는 ‘성범죄 대책’

    지난 7월 경남 통영 여자 초등학생 살해 사건과 제주 올레길 40대 여성 관광객 살해 사건이 잇따라 터지자 경찰은 “성폭력 우범자 2만여명을 특별점검해 아동, 여성을 상대로 한 성폭력, 살인 사건을 근절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로부터 1개월 만인 27일 정부는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성폭력 등 사회 안전 저해 범죄 관련 관계장관 회의’라는 거창한 이름의 회의를 열었다. 서울 중곡동 30대 주부 살해, 여의도 ‘묻지 마’ 흉기 난동 등 충격적인 사건이 잇따르자 다시 대책을 논의하지 않을 수 없게 된 탓이다. 한달 전의 ‘성폭력 우범자 2만여명 특별점검’은 이날도 어김없이 메뉴로 등장했다. 여기에 우범자 소재 확인, 전자발찌 착용자에 대한 면담 강화 정도가 대책으로 추가됐다. 끔찍한 범죄가 일어나 세상을 떠들썩하게 할 때마다 경찰 등 치안 당국은 부리나케 대책을 내놓는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는 게 없고 매번 비슷한 이유로 강력범죄가 되풀이된다. 그동안 나온 치안 강화 대책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끔찍한 사건이 많았던 탓이기도 하지만 당국이 매번 기존 내용을 짜깁기해 대책의 가짓수를 늘려 왔기 때문이다. 특히 ‘과학수사 역량 강화’ ‘취약 시간 검문 강화’ ‘전과자 관찰 강화’와 같이 두루뭉술하고 구체적이지 못한 내용이 많은 것도 나중에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한 이유로 꼽힌다. 2004년 7월 20명을 연쇄 살인한 ‘유영철 사건’이 일어나자 경찰은 각 지방경찰청에 과학수사지원센터를 설치하겠다고 했으나 8년이 지난 현재 담당 인력 몇 명으로 구성된 팀 단위의 조직만이 겨우 구축돼 있을 뿐이다. 경찰 관계자는 “예산 확보가 안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2010년 6월 8세 아동을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 사건’이 터졌을 때 경찰은 ‘아동 성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지방경찰청 산하에 아동, 여성 대상 성폭력 특별수사대를 만들었지만 7개월 만에 흐지부지됐다. 지난 4월 수원에서 20대 여성을 납치 살해한 ‘오원춘 사건’이 일어났을 때 경찰은 112 신고 대응체계 전면 개편, 경찰 현장 인력 보강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2개월 만에 같은 경찰서 관할 지역에서 폭력 피해 여성의 112 요청이 무시되는 일이 벌어졌다. 책임 소재 규명이 미약한 점도 사정이 나아지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오원춘 사건의 책임을 지고 조현오 당시 경찰청장이 물러나긴 했지만 어디에 허점이 있고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 등은 면밀하게 분석되지 않았다. 이날 총리 주재 회의에서도 반성과 책임 소재 부분은 소홀히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강력범죄가 터질 때마다 정부가 임기응변식 대응과 대안을 내놓는 일이 많은데 이렇게 즉흥적인 대안은 계속 실천하기도, 효과를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명희진·이범수기자 jun88@seoul.co.kr
  • 서울대 취업률로 본 취업 사회학

    서울대 취업률로 본 취업 사회학

    서울대생의 졸업 후 취업 판도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이전에는 국가고시나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는 경향이 뚜렷했지만 최근에는 일반 취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양상이다. 이력서 쓰기와 면접 대비 강좌를 마련하는 등 서울대도 이런 추세에 발맞춰 ‘취업률’ 높이기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2012년 서울대 졸업생의 순수 취업률은 61.0%. 5년 전에 비해 15.9% 포인트나 높아졌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연구와 학문을 중시해 온 서울대에서도 학생들의 ‘취업’이 최우선 과제가 됐음을 보여주는 근거”라고 설명했다. 26일 서울대경력개발센터와 교육과학기술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과 올 2월에 졸업한 서울대 학부 졸업생 3466명 중 진학자와 군입대자, 외국인 유학생 등을 제외한 2382명 가운데 취업자는 1453명으로 전년보다 1.2% 포인트가 높아진 61.0%를 기록했다. 5년 전 45.1%였던 취업률에 비하면 크게 상승했다. 특히 인문대는 57.9%의 취업률을 보여 5년 전 24%에 불과하던 것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이 같은 변화는 그만큼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학생들이 많아졌음을 뜻한다. 서울대의 변화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예년에 비해 경쟁이 치열해지는 등 국가고시에 합격하기가 한층 까다로워진 데다 대학원에 진학해도 졸업 후 교수나 연구원 자리가 보장되지 않는 것이 이런 변화를 이끈 주요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박건정 서울대 경력개발센터 연구원은 “예전에는 고시 준비를 하거나 진학을 준비하는 주변 친구들의 영향도 있었고 본인의 의지보다는 가족의 권유로 고시나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이 많았다.”면서 “하지만 요즘은 고시를 준비하더라도 일정한 기간을 정해놓고 하다가 안 되면 취업 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학생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김태완 서울대경력개발센터 소장은 “과거에는 서울대 하면 고시나 교수로 직결되는 공식이 있을 정도로 ‘무엇’이 되느냐가 중요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사회 변화에 맞춰 서울대생도 발전 가능성이 큰 중소기업에 지원해 능력을 살리는 등 일반 취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추이를 설명했다. 계속되는 고용 한파 때문에 서울대 출신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도 서울대생이 마주한 새로운 현실이다. 실제 ‘서울대 출신 모셔 가기’ 열풍은 사그라진 지 오래다. 한 기업 인사담당자는 “서울대 졸업자들에게 취업 과정에서 가산점을 주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어느 대학 출신이냐보다 됨됨이나 역량과 재능, 직장에서 잘 융합할 수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고 전했다. 출신 대학보다는 다양한 경험과 능력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점차 자리를 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서울대생들 사이에서도 취업하기가 어렵다는 하소연이 터져나오고 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이어진(26)씨는 “서울대라 취업하기 쉽겠다는 말을 듣지만 취업 준비생의 압박은 서울대나 다른 대학이나 똑같다.”면서 “학내외에서 취업 스터디를 2개나 하고 있고 토익 점수를 높이기 위해 올해만 다섯번 시험을 봤다.”고 말했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 경쟁사회 낙오자, 분노·좌절 ‘절망 살인’으로 표출

    여의도 칼부림 사건을 비롯해 최근 연달아 일어난 ‘묻지 마 범죄’에 대해 한국에도 ‘절망 살인’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 사이에 불안과 좌절, 상실감은 병리현상이 된 지 오래다. 경쟁사회에서 낙오된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는 사회체계가 근본 해법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범죄심리학자들은 묻지 마 범죄 사건의 피의자들은 극도의 소외·박탈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이를 갑작스럽게 표출하면서 범죄를 저지른다고 말한다. 박지선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24일 “여의도 칼부림 피의자 김모(30)씨처럼 분노의 대상이 나를 괴롭히는 타인, 나아가 사회 전체로 향해 있는 상태에서 곪아 터진 것이 문제”라며 “이들은 자신을 무시하는 발언이나 자존심을 건드리면 쉽게 분노한다.”고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묻지 마식 범죄 피의자들은 경제적으로 소외된 데다 직장, 가족 구성원들과도 관계가 단절돼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경제적 소외뿐 아니라 사회적 소외까지 겪는 ‘외톨이’일수록 분노를 해소하지 못한다. 여의도 칼부림 사건의 피의자 김씨는 회사에서는 실적 부진으로 밀려났으며, 이후 직장에서도 일이 풀리지 않아 생활고에 시달렸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공격성을 완충시켜줄 수 있는 게 관계와 소통인데 외톨이형의 경우 이런 완충작용을 해주는 관계가 없어 문제”라고 진단했다. 일반인들은 직장 동료와 상사 욕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거나, 정치문제나 연예인 이야기를 나누며 불만과 분노를 해소하는데 묻지 마 범죄 피의자들은 이러한 인간관계에서 고립되어 있다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좌절과 박탈을 경험한다. 어렵게 취업을 하면 직장 안에서 경쟁해야 하고, 직장을 잃으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현대인의 불안은 심리의 문제를 넘어 병리현상으로 퍼져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취업, 경제상황, 학업 등에 대한 과도한 걱정이 심화돼 나타나는 불안장애다. 보건당국의 각종 통계에 따르면 불안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최근 몇 년 새 눈에 띄게 늘었다. 보건복지부의 2011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평생 동안 한 번 이상 불안장애를 앓은 적이 있는 사람의 비율을 나타낸 불안장애 평생유병률이 8.7%로 2006년의 6.9%에 비해 증가했다. 국민 100명 중 8~9명은 적어도 한 번 이상 불안장애를 앓고 있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불안장애로 병원 진료를 받은 사람은 2007년 37만 8674명에서 지난해 47만 5912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때문에 경쟁사회 속에서 소외와 좌절을 느끼는 개인을 사회가 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장석헌 한국범죄심리학회 회장은 “한국 사회가 양극화 현상과 경쟁적 사회 분위기로 인해 낙오자들의 상실감과 분노가 극에 달했다.”며 “결국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복지 수준을 높이고, 재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사회 안전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명희진·김소라기자 mhj46@seoul.co.kr
  • [인터넷 실명제 위헌 파장] “늦었지만 당연한 결정” “비정상적 소통 우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 온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23일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전원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리자 시민단체와 누리꾼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당연한 결정”이라는 환영 분위기가 대부분인 가운데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번 헌재 소송 과정을 진두지휘해 온 진보네트워크센터 장여경 정책국장은 “이미 개인정보가 유출된 후여서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헌재에서 표현의 자유를 인정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장 국장은 “이미 유엔이 한국 정부에 2008년 주민번호 민간 수집을 금지하라고 권고했는데 여전히 통신사, 신용정보회사는 관련 정보를 받고 있다.”면서 “위헌결정이 난 만큼 게임실명제 등 다른 유형의 실명제에 대해서도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연대 이원재 사무처장도 “헌재가 당연한 결정을 내렸다. 이번 헌재 결정이 인터넷 실명제에 그칠 것이 아니라 주민번호 본인 확인제 등에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인도 술렁였다. 교사 최민희(28·여)씨는 “민주국가에서 자유로운 비판이 제한당했던 게 코미디다. 당연한 권리지만 늦게나마 이번 헌재 판결로 보장받을 수 있게 돼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트위터 이용자 ‘khpar***’는 “너무 늦었지만 그래도 환영”이라고 했고 ‘insomnia****’는 “헌재가 간만에 상식적인 판결을 했다.”는 글을 올렸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회사원 박동민(35)씨는 “사이버 세상에서 건전한 의견교환보다는 무책임한 행위가 많이 나올까봐 솔직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다음 아이디 ‘bluera**’도 “실명제는 필요하다. 몇몇이 여론을 호도하고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등 이미 정상적인 소통공간이 아니다.”라고 반대 의견을 냈다. 후폭풍이 예상되는 통신사와 게임업체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KT 측은 “아직 공식 입장은 정해진 게 없다.”고 답변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도 “글을 쓸 때 필요한 인증 절차 정도만 바꾸면 된다.”고 말했다. 조은지·명희진기자 zone4@seoul.co.kr
  • [짓밟히는 알바생 인권] ③ 알바생들의 하소연

    [짓밟히는 알바생 인권] ③ 알바생들의 하소연

    “나 노예 몇 등급?” 젊은 층이 자주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의 아르바이트 게시판에 접속하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글 제목이다. 인권 사각지대에 방치된 아르바이트 청춘들이 스스로를 노예에 비유하는 자조 섞인 하소연이다. 서울신문이 지난 22, 23일자에 내보낸 ‘짓밟히는 알바생 인권’ 기획기사에 전국의 아르바이트생들이 보여준 호응과 반향은 폭발적이었다. 기자들의 이메일 수신함에는 “비참하고 억울한 심정이 이해가 간다.”, “성희롱당했는데 어디에 신고해야 하느냐.” 등의 성난 외침이 속속 전달됐다. 디시인사이드에서는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에게 특별한 호칭을 붙인다. 맥도날드에서 일하면 ‘맥노예’, 롯데리아에서 일하면 ‘롯노예’로 부르는 식이다. “알바생이 부족하면 휴일이든 뭐든 가리지 않고 불러내 일을 시킨다. 단돈 1만원이라도 더 벌기 위해 시키는 대로 했더니 점장과 매니저까지 ‘이달의 노예로 선정하고 싶다’고 한다. 한 달에 200시간 넘게 일한 적도 있다.”(한 ‘맥노예’ 네티즌) ‘앗백 노예’(패밀리레스토랑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라는 네티즌은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날이나 주말에는 쉬고 싶은 것도 사실인데 무조건 일할 수밖에 없다.”면서 “아르바이트 면접 때는 자율적으로 근무 형태를 정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하더니 자율은 개코나….”라고 성토했다. 오프라인에서도 아르바이트생들의 하소연은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부산의 유명 제과 프랜차이즈에서 일하게 된 김모(23·여)씨는 채용된 지 하루 만에 잘렸다고 했다. 거창하게 계약서까지 썼는데도 업주는 “원래 있던 아르바이트생이 계속 일하기로 했으니 나오지 말라.”며 해고했다. 김씨는 “황당하고 억울해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려는 생각도 했지만 절차도 복잡하고 피해가 큰 것도 아니라서 속으로만 울분을 삭였다.”고 했다. 사소한 듯하지만 부당한 대우도 많다. 장모(25·여)씨는 지난해 서울의 유명 피자 프랜차이즈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명찰을 달지 않았다는 이유로 1시간 시급이 깎였다. 장씨는 “잠깐 깜빡했을 뿐인데 본사 직원이 감독 나와 지적하자 매니저가 시급을 제했다.”면서 “계약서나 복무규칙에 명시된 것도 아닌데 근로기준법 위반 아니냐.”고 말했다. 장씨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할 때는 ‘꺾기’를 당하기도 했다.”면서 “고객이 한산한 시간에는 인건비를 줄이려고 아르바이트생들을 강제로 쉬게 하고 고객이 몰리는 시간에는 다시 일을 시켰다.”고 했다. 지난해 커피빈에서 일했던 이모(27)씨도 “출근하는데 전화가 와 오늘은 비가 와서 손님이 없으니 나오지 말라고 통보하고 전화를 뚝 끊었다.”고 비슷한 사례를 전했다. 임금 문제도 고질적이다. 2010년 서울의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일했던 최모(24·여)씨는 수습 기간이 지난 뒤에도 당시 시간당 최저임금 4110원에 못 미치는 시급 4000원을 받았다. 최씨가 따졌지만 업주는 “일도 별로 힘들지 않고 매장도 작지 않으냐.”며 오히려 최씨를 나무랐다. 지난 6월 대형 여론조사 기관에서 이틀간 단기 아르바이트를 한 곽모(24)씨도 임금 때문에 속앓이를 했다. 곽씨는 “급하게 돈이 필요해서 일을 했는데 전산 오류 때문에 월급을 줄 수 없다는 황당한 답변을 반복하고 있다.”면서 “아르바이트생은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아르바이트생들은 자신들을 그저 부려 먹는 사람이 아닌 어엿한 근로자로 대우할 것을 요구한다. 서울의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대학생 차모(20·여)씨는 “매니저가 ‘야, 네가 손님이면 이 따위로 자른 브로콜리를 먹겠냐. 계속 이런 식으로 하면 월급 깐다’는 식으로 폭언을 퍼붓는다.”고 했다. 치킨집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유모(21)씨도 “사장이 빨리 배달을 하지 않는다고 욕을 할 때가 많은데 아르바이트생도 하나의 인격체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경헌·이범수·명희진기자 baenim@seoul.co.kr
  • [짓밟히는 알바생 인권] (2)열악한 저임금 노동 실태

    [짓밟히는 알바생 인권] (2)열악한 저임금 노동 실태

    #1 광주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정모(18)양은 시간당 최저임금 4580원에 못 미치는 시급 3200원을 받고 일하다 최근 업주로부터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받았다. 업주는 “수습 기간에는 원래 임금이 적은 것”이라며 한 달 동안 일을 시키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그만둘 것을 종용했다. 정양은 하루 8시간씩 한 달을 일했지만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업주는 “다음 달 월급일에 주겠다.”며 차일피일 미루다 몇 달이 지나도 주지 않았다. 정양이 조금만 계산을 틀리게 하면 욕설을 퍼붓던 ‘계산 정확한’ 사장이었다. #2 이모(24)씨는 등록금 마련을 위해 말 그대로 ‘조폭’ 사장 밑에서 일하다 낭패를 봤다. 인천에서 대학을 다니는 이씨는 “다른 곳보다 임금이 많다.”는 말에 솔깃해 조직폭력배들이 운영하는 대부업체 사무실에서 청소와 세차를 했다. 궂은일을 도맡으며 석 달간 일했지만 사장은 마지막 달 월급 100만원은 주지 않았다. 이씨는 고용노동부를 통해 구제를 받고 싶었지만 절차가 까다로운 데다 조폭 사장의 보복이 두려워 엄두를 내지 못했다. 아르바이트생들의 대다수가 저임금 등 부당한 근로 조건에서 노동을 착취당하고 있다. 고용부는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아르바이트 대학생 54만명의 평균 월급은 89만원이다. 올 1~3월 정규직 근로자들의 평균 월급 245만여원의 36% 선에 불과하다. 대학생 아르바이트생들의 주당 평균 근무 시간은 33.2시간이지만 생활비와 등록금 마련을 위해 휴학하고 전업 아르바이트에 뛰어든 대학생들의 경우, 42.9시간에 이른다. 정규직 근로자의 주당 평균 근무 시간 47.4시간과 별 차이가 없으나 전업 아르바이트생이라 해도 손에 쥐는 돈은 월평균 107만원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54만명의 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 중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학생이 17만명(31.9%)이나 된다는 점이다.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인 박준성 성신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여러 가지 관리 감독을 구상하고 있지만 사업장이 워낙 많아 근로감독 기능에 한계가 있다.”고 시인한다. 고용부는 최저임금 준수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 2일부터 임금 체불사업주의 명단을 공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개정 근로기준법을 시행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임금을 착취하는 악덕 고용주 실태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지 않는 업체 현황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고용부가 지난해 점검한 만 18세 이하의 근로자를 뜻하는 연소근로자 고용사업장 2711개 가운데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업체는 전체의 88%인 2384개 업체나 된다. 최저임금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경우가 1605건으로 가장 많고, 연소자 증명서를 비치하지 않은 경우가 847건으로 뒤를 잇는다. 전문가들은 고용부의 관리 감독 강화를 가장 중요한 해결책으로 꼽는다. 윤진호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학생 아르바이트생에게는 최저임금을 주지 않고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게 당연시됐지만 아르바이트생도 한 명의 노동자”라면서 “인력 부족으로 관리 감독이 어렵다면 규모가 큰 프랜차이즈 업체부터 규제를 강화하고, 아르바이트생들에게도 근로기준법에 대한 안내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최대술 고용부 근로개선정책과 사무관도 “악의적인 업주들에 대해서는 형사 처벌 등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을 올려 아르바이트생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실장은 “현행 최저임금 4580원은 전체 평균임금의 32% 수준인데 OECD의 권고대로 50% 선으로 끌어올리는 게 필요하다.”면서 “재계의 사정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면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이범수·명희진·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짓밟히는 알바생 인권] ① 자살까지… 성폭력에 울고 있다

    [짓밟히는 알바생 인권] ① 자살까지… 성폭력에 울고 있다

    지난 20일 충남 서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여대생 이모(23)씨가 고용주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성희롱이나 성추행 등을 당하고도 고용 불안에 속앓이를 하는 비정규직 여성이 부지기수다. 정부 관리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짓밟힌 인권 실태와 대책을 세 차례에 걸쳐 짚어 본다. “등록금 때문에 하소연도 못 해요.”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 강남의 한 유명 빵집에서 일하던 대학생 윤모(23·여)씨는 제빵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제빵사는 윤씨와 둘만 있을 때를 노려 윤씨에게 신체를 밀착한 뒤 “뽀뽀는 해 봤느냐. 안 해 봤으면 나랑 한번 해 보자.”며 노골적으로 성추행했다. 생활비와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수 없었던 윤씨는 제빵사를 마주치면 무시하는 것 이상의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 그러자 제빵사는 적반하장으로 “윤씨가 일을 게을리하니 내보내자.”며 윤씨를 모함했고 사장도 이를 받아들여 윤씨를 해고했다. 하지만 1년 뒤 제빵사는 결국 다른 아르바이트생을 성추행하다 적발돼 해고됐다. 아르바이트생의 인권이 벼랑 끝까지 몰렸다. 특히 여성은 성폭력과 성추행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손님부터 고용주까지 지위를 이용해 아르바이트생에게 근무 시간 외 만남을 요구하거나 근무 중 성희롱과 성폭력을 일삼는 경우가 셀 수 없이 많다. 한국여성노동자회에 따르면 2011년 한 해 성희롱 상담 264건 가운데 아르바이트직(시간제·계약직)의 상담 건수는 175건(66.3%)으로 전체 상담 건수의 절반이 넘었다. 이 가운데 사장 및 상사에 의한 성희롱 비율이 87.8%로 가장 높았다. 김민호 충남 비정규직 지원센터 상임대표는 “업주의 성희롱 발언과 신체 접촉에 대한 괴로움을 호소하는 아르바이트생의 상담 신청도 한달에 한건 정도씩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상담 사례도 피해자가 고교생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올봄 서울의 한 유학업체에서 청소와 사무보조 아르바이트를 했던 고등학교 3학년 김모(18)양은 당시 기억을 떠올리면 치가 떨린다고 했다. 김양의 고용주였던 사장이 상습적으로 김양을 성추행한 것이다. 김양은 “지시를 내릴 때마다 가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허벅지를 만졌다. 또 ‘너 아직도 남자 경험이 없어?’, ‘애인 해주면 시급을 두배로 올려 줄게’ 등의 말을 서슴없이 꺼내 정신적으로 힘들었다.”면서 “돈 받기 전이라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지방에서 서울의 4년제 대학으로 진학한 손모(21·여)씨는 지난해 용돈을 마련하려고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매니저 김모(28)씨에게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 김씨는 “일 끝나고 술이나 한잔하러 가자.”며 강요해 손씨를 데리고 나간 뒤 억지로 성관계를 가지려다 손씨의 격렬한 저항으로 실패했다. 손씨는 다음 날 사장에게 항의했지만 김씨는 “사귀는 사이에서 벌어진 일인데 괜히 억지를 부리고 있다.”며 오히려 손씨의 잘못으로 몰아갔다. 김씨를 경찰에 고발하려던 손씨는 이후 김씨가 잘못을 인정하자 고발은 하지 않았지만 트라우마가 생겨 더 이상 아르바이트를 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성폭력 가해자가 아르바이트생의 평균 연령이 정규직에 비해 낮다는 점, 언제든지 대체 인력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하기 때문이다. 마땅히 신고할 곳이 없다는 점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김형근 청년유니온 사무국장은 “고용주가 강자이기 때문에 일을 그만두기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 아르바이트생에게 횡포를 부리기 쉽다.”면서 “부당한 처우가 있어도 저항하거나 공론화시키기 어려운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성폭력 피해자인데도 상대적으로 약자인 아르바이트생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이로사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간사는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들의 적발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 성폭력 관련 법을 엄격히 적용해 아르바이트생들이 고용주의 부당한 요구를 당당히 거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산 이천열기자, 서울 명희진·배경헌·이범수기자 mhj46@seoul.co.kr
  • 법의학자들이 본 ‘장준하 의문사’ 규명하려면

    고 장준하 선생의 유골 검시가 37년 만에 이뤄지면서 사망 원인에 대한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법의학자는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기려면 단지 유골 검시 외에 다각적이고 종합적인 조사가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앞서 지난 1일 유족의 의뢰로 장 선생의 유골을 육안으로 검시한 이윤성 서울대 법의학연구소 교수는 “사망 원인으로 보이는 두개골 함몰 골절이 가격에 의한 것인지 또는 넘어지거나 추락하면서 부딪혀 생긴 것인지는 판단할 수 없다.”며 사실상 타살여부 판단을 유보했다. 이에 대해 다수의 법의학자는 “37년이 지나고 나서 이뤄진 유골 검시만으로는 의문을 풀기 힘들다.”라며 한계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단 선생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풀려면 다각적인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김윤신 조선대 법의학 교수는 “최근 진행한 유골 검시만으로 타살인지 아닌지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면서 “(장 선생) 유골에 생긴 상처를 타살의 증거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추락에 의한 손상으로 보기에도 부자연스러운 것 역시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두개골과 엉덩뼈 골절이 모두 오른쪽인 점은 추락의 근거가 될 수도 있지만 왜 오른쪽 어깨에는 아무런 손상이 생기지 않았는지 고민할 필요도 있다.”면서 “이 같은 사실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곽정식 경북대 법의학 교수는 “현장에 그런 상처를 낼 만한 돌이나 물체가 있는지, 주변 지형이 어떠했는지 등 고려할 요소가 굉장히 많다.”고 설명했다. 법의학자들은 이 같은 신중론이 선생의 타살 의혹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의 진실에 더욱 확실하고 가깝게 다가가기 위한 올바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김윤신 교수는 “신중하고 치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단 치밀한 조사가 이뤄졌다면 단호한 결론이 내려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장준하기념사업회와 장 선생 유족은 20일 청와대에 의문사 사건 재조사를 공식 요구했다. 신진호·명희진·배경헌기자 sayho@seoul.co.kr
  • 죽음 부른 ‘채팅폭력’ 왕따보다 더 심각

    한 여고생이 스마트폰 메신저인 카카오톡에서 친구들로부터 욕설 세례를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룹 채팅이 새로운 언어폭력과 왕따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4월 30일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의 한 공원에서 일어난 대학생 살인사건 역시 같은 메신저의 그룹채팅에서 빚어진 갈등이 원인이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14일 오후 송파구 신천동의 한 아파트 11층에서 스스로 뛰어내려 숨진 강모(16)양이 스마트폰 메신저에서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다 사망한 것으로 보고 가해 학생 등을 불러 조사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사건 초기 경찰은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로 판단했으나, 강양 친구들의 폭언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 내용이 자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수사할 방침이다. 강양의 아버지는 이날 “딸이 고교에 진학하면서 헤어진 남자친구의 친구 16명으로부터 지난 5월 중순부터 폭언과 욕설을 듣다 결국 자살을 선택하게 됐다.”고 주장하며 메신저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강양의 지인인 김모(23·여)씨는 “카톡방이 열리고 한 명이 ‘공격’이라고 말하면 그때부터 이 남학생들이 강양에게 수도 없이 욕설을 퍼부었다.”면서 “그러다 남학생들은 ‘야 근데 우리 지금 뭐하고 있지?’, ‘몰라몰라’, ‘야 다시 리셋리셋’, ‘또다시 공격’이라며 욕설을 이어 갔다.”고 말했다. 강양을 포함한 이들은 모두 중학교 동창으로, 현재 인근 5개 고교로 뿔뿔이 흩어진 상태다. 강양이 이런 욕설을 듣고도 그룹채팅방을 퇴장하지 않은 이유는 집단 폭언 등의 증거를 남기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딸의 상황을 알게 된 강양의 부모는 가해 학생들이 다니는 고교 5곳을 찾아다니며 학생부장 등 교사에게 심각성을 알렸다. 가해 학생들은 처음에 “그런 적 없다.”고 잡아뗐지만, 강양의 아버지가 메신저 대화 내용을 보여 주자 “그런 사실이 있었다.”고 마지못해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그룹채팅 등 또래 사이에 벌어지는 사이버상의 왕따가 현실 속 왕따보다 더욱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채팅 속 왕따는 실시간 대화의 성격으로 글이 눈에 직접 보이기 때문에 당하는 측에서 느끼는 고립감과 소외감은 귀로 듣는 것보다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김재휘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스마트폰 그룹채팅은 대화에 참여를 원치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 불러 공격할 수 있는, 왕따 등 집단 공격 현상이 두드러지기 쉬운 형태”라면서 “누구나 볼 수 있는 댓글이 아닌 닫힌 공간에서 대화로 이뤄지기 때문에 심리적 상처는 더 증폭된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언어폭력에 대해 피해자가 어떻게 느꼈느냐가 중요한데 이미 사망하고 난 뒤고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난 일이다 보니 가해자를 특정해 혐의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면서도 “명예훼손, 모욕 혐의 등으로 기소의견은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카카오톡 관계자는 “특정인을 대화상대에서 차단해 놓으면 그룹채팅방에 강제로 초대할 수 없다.”면서 “채팅 왕따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반드시 대화 상대를 차단할 것”을 권고했다. 이영준·명희진기자 apple@seoul.co.kr
  • 이정희 前대표 ‘기소의견’ 檢 송치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 4·11 총선 당시 관악을 야권 단일화 경선에서 여론조사 조작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정희 통합진보당 전 공동대표를 기소의견으로 16일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이 전 대표를 포함, 여론조사 조작 혐의로 이미 구속된 조모 보좌관 등 관계자 3명과 이에 가담한 혐의로 입건된 김모(35)씨 등 모두 45명의 조사기록 등도 함께 서울 중앙지검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전 대표가 경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했지만 수사 결과 여론조작을 몰랐을 리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관계자 및 증거조사를 충분히 했고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기소 송치 이유를 밝혔다. 이 전 대표 등은 투표자 수가 연령별 인구 비례에 따라 할당된다는 점을 노려 실시간으로 여론조사 투표상황을 유출해 투표를 권고하는 문자를 보내는 등 여론조사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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