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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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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일제 이겨냈듯… 콩고 독재 극복할 것”

    “한국, 일제 이겨냈듯… 콩고 독재 극복할 것”

    “한국은 일본 강점기도 독재도 스스로 싸워 이겨냈기 때문에 배울 게 많다고 생각해요. 콩고 사람들도 여전히 독재와 싸우고 있지만, 한국 사람처럼 하나가 되면 이길 수 있다고 믿고 있어요. 저 역시 비슷한 역사를 가진 한국을 배우며 콩고의 미래를 그립니다.” 서울대 공대에서 석사 과정을 밟는 콩고 유학생은 15일 유창한 한국말로 입을 뗐다. 올해 서울대 글로벌 최우수 인재 장학생에 선발된 그는 서울대 재료공학부 대학원에 재학 중인 파투 바디방가(33). 2004년 “한국말이라곤 한자도 몰랐다”는 그는 한국과 콩고 사이에 다리를 놓아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고 했다. “처음엔 콩고 사람이 없는 곳에서 콩고를 알리고 싶다는 꿈을 꿨어요. 이번에 장학금을 받게 되면서는 ‘나도 열심히 노력하면 할 수 있구나’를 깨달았죠. 콩고도 한국처럼 열심히 배우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더 큰 꿈을 꾸게 됐어요.” 바디방가는 2008년 한국 내 다문화 공동체를 연구하는 ‘다문화 시민교육 연구소’를 만들기도 했다. 학업과 연구소 활동을 병행하고자 하루 3~4시간만 잘 때도 많았다. “아프리카 사람이라는 이유로 한국인 여자친구 부모님에게 폭행당한 친구가 있었어요. 충격적이었죠. 다문화 공동체에 속한 외국인들이 한국사회에 일체감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다혈질이지만 한번 친해지면 속정이 깊은 게 또 한국사람들이니까요.” 그는 석사 논문을 잘 마무리한 뒤 콩고에 돌아가 한국에서 보고 배운 것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최종 목표는 콩고의 자원을 한국의 기술력과 연결해 콩고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 “콩고는 우라늄 등 풍부한 천연자원이 많습니다. 많은 나라가 개입해 전쟁으로 고통받는 것도 이 때문이죠. 하지만 한국이 스스로 일어난 것처럼 콩고도 교육을 통해 스스로 일어날 겁니다. 우리에게 생선이 아니라 낚시할 수 있는 법, 교육의 기회를 좀 더 열어주세요.” 글 사진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도움 안 되는 대책뿐… 귀찮아요”

    “도움 안 되는 대책뿐… 귀찮아요”

    “1년 전에도 대책을 마련한다고 난리 쳤어요. 이번에도 난리 치겠죠. 그런다고 별로 바뀌는 것도 없어서 이젠 귀찮기만 해요.” 학교폭력에 시달려 온 경북 경산의 최모(15)군이 지난 11일 스스로 목숨을 끊자 학생들은 안타깝지만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일 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학교폭력을 없애겠다는 어른들의 호들갑도, 정부 대책도 ‘탁상공론’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대다수 학생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고 결과를 생활기록부에 쓰는 현행 제도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성남 A고등학교 전태준(18)군은 13일 “가해 학생들이 생활기록부의 점수 깎이는 거에 신경이나 쓸 것 같으냐”면서 “어차피 대학 갈 생각도 없는 데다 학교에서 유별나게 대처할수록 자기가 잘나간다고 생각하더라”고 말했다. 117전화나 상담 교사 등 신고 창구가 있지만 신고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했다. 서울 B중학교 최모(15)양은 “일진한테 괴롭힘을 당하던 친구가 신고센터에 전화했는데 그게 알려져서 결국 전학 갔다”면서 “전문가가 확실히 도와주지도 못하고 비밀보장도 안 돼 왕따당하는 걸 봐도 알릴 엄두가 안 나더라”고 고백했다. 부산 C고등학교 조모(17)군은 “괴롭히는 애들이 빤히 쳐다보고 있는데 상담실에 어떻게 들어가느냐”면서 “막상 선생님이나 어른들한테 말해도 도움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기적으로 하는 학교폭력 예방 강연도 지루하기만 하다. 서울 D고등학교 이하나(16)양은 “친구들끼리 사이 좋게 지내라는 얘기는 나도 할 수 있다”면서 “정작 공부 못하면 벌레 취급하면서 학기에 한두 번만 반짝 인성교육을 외치는 게 너무 우습다”고 냉소적으로 말했다. 분당 E고등학교 김희수(17)군은 “사후 처벌로는 학교폭력을 해결할 수 없고 인식이 바뀌는 게 중요하다”면서 “이번에 죽은 애는 폐쇄회로(CC) TV 얘기를 유서에 썼던데 가해 학생은 힘으로 우월감을 과시하려는 거라서 어차피 CCTV도 무서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어떻게 학교폭력을 없애느냐’보다 ‘왜 폭력이 일어나는지’를 알아 달라고 했다. 부산 F고등학교 김동규(17)군은 “집·학교·학원만 맴돌고, 모두 책만 보라고 강요한다”면서 “건전하게 스트레스를 풀 곳이 전혀 없고 놀이문화도 부족해 가끔 누군가를 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털어놨다. 이나영 이룸심리상담연구소장은 “입시 경쟁만 강요하는 분위기에서 건전한 방식으로 욕구 충족을 하지 못하는 학생이 학교폭력에 빠질 수 있다”면서 “성적지상주의·결과주의를 버리고 인성·성품 교육을 강화하지 않으면 아무리 그럴듯한 제도를 도입해도 근절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규장각 古文 25만점 전자문서화 착수

    서울대가 규장각에 보존된 방대한 자료들을 번역하고 전자문서화하는 등 ‘21세기 신(新)규장각 프로젝트’에 나선다. 규장각에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일성록(日省錄) 등 역사적 가치가 있는 고문과 지도 등 자료 25만여점이 보관돼 있다.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은 이달부터 소장 고문(古文) 가운데 훼손된 자료를 수리·복원하고 현대 한국어나 외국어로 번역해 전자문서화하는 등 한국학 연구의 핵심 기반 구축 작업에 착수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원은 자주 열람해 이미 훼손됐거나 훼손이 우려되는 고문을 복제하거나 모사(模寫)해 보존하고 여러 판본을 모아 정본화(定本化)하는 등 소장 자료를 전체적으로 손볼 계획이다. 김인걸 원장은 “예산 25억원을 확보한 상태로 이 프로젝트를 장기적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연구자들에게 한국학 연구의 핵심 기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기술경영 뛰어난 한국회사 꿈꾸며 한국말 배워”

    “기술경영 뛰어난 한국회사 꿈꾸며 한국말 배워”

    “아직도 많은 오스트리아 사람이 한국에 대해 잘 몰라요. 한국 관련 뉴스의 80%는 북한 얘기일 겁니다. 하지만 삼성 같은 강한 기업은 모두가 알고 있어요. 기술경영이 뛰어난 한국에서 공부할 기회를 갖게 돼 다행입니다.” 서울대 공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오스트리아 유학생이 최근 한국마케팅과학회로부터 최우수 논문상을 받아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기술경영경제정책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클라우스 마르홀트(30). 빈 대학에서 산업공학과 동아시아경제학, 한국학을 전공하고 2년 전 유학왔다. “연구실에 있는 한국인 친구한테 축하한다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받고 깜짝 놀랐어요. 우리 과정에는 외국인 학생이 거의 없는 데다 함께 공부하는 한국 학생들이 정말 열심이어서 이번에 거의 기대를 안 했거든요.” 수상논문의 제목은 ‘기업의 국제경험과 시장진입 모드 선택’으로 강진아 공대 교수와 함께 완성했다. 이번 심사에서 그의 논문은 요즘 주목받는 ‘통섭’(統攝)의 모범사례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경영학의 시각에서 기술경영과 국제경영을 융합해 기업의 국제교류 경험이 해외시장 진출에 미치는 영향을 다뤘다. “제가 산업공학과 경제학, 한국학을 두루 공부한 덕에 기술경영과 국제경영의 이론을 현실에 접목시킬 수 있었어요. 기업도 규모만 클 뿐 과거의 경험이 미래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측면에서 보면 개인의 경험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게 논문의 핵심입니다.” 그는 “기술 경쟁력이 뛰어난 한국은 엔지니어링과 국제경영을 접목해 연구하기에 가장 좋은 나라”라면서 “박사학위를 받고 나서도 한국에서 계속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5년 우연히 한국에 여행을 왔는데 한국이 너무 좋은 거예요. 그때부터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지요. 이제는 한국이 제2의 고향 같아요.” 글 사진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순간 욕정? 계획범죄로 치닫는 성폭행

    순간 욕정? 계획범죄로 치닫는 성폭행

    동물 마취제로 성폭행 신고를 막으려 한 20대 가구배달원, 수면제 칵테일로 의식을 잃게 하고 집단 성폭행한 30대 의사들, 회사 직원을 성폭행한 60대 헤어디자이너, 친딸을 성폭행한 50대 이혼남…. 자신의 지위나 전문지식 등을 이용한 계획적인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찰이 성범죄 척결에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강력한 처벌만큼이나 왜곡된 성의식을 바꾸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안미영)는 4일 여성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성폭행한 성형외과 의사 김모(35)씨를 특수 준강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군의관 임모(32)씨도 같은 혐의로 군 검찰에 구속됐다. 고교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클럽에서 만난 A(33)씨를 김씨 집에서 수면제를 섞은 칵테일을 먹인 뒤 번갈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와 알코올, 카페인을 함께 마실 경우 사리 판단이 흐려질 수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한 달 뒤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게 된 B(33)씨도 김씨 집으로 불러 와인에 수면제를 타서 먹이고 성폭행했다. 성폭행 직후 신고를 막기 위해 동물 마취제를 주사한 남자도 있었다. 정모(29)씨는 지난달 23일 오전 10시쯤 서울 광진구 화양동 A(24)씨의 원룸에 가스검침을 나왔다고 속이고 들어가 A씨를 성폭행했다. 광진경찰서는 이날 정씨를 성폭행 혐의로 구속했다. 정씨는 피해자가 신고를 하지 못하도록 신분증을 빼앗고 강간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은 것도 모자라 동물 마취제 ‘럼푼’까지 주사했다. 정씨는 “인터넷을 보고 럼푼을 알게 됐으며 지난해 10월 동물병원에서 직접 샀다. 사람에게도 (마취가) 통할 것이라고 생각해 A씨에게 투여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유명 헤어디자이너이자 미용실 가맹점 대표인 박준(62)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미용실 여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이날 구속영장이 신청돼 5일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여직원 A씨는 지난해부터 미용실에서 박씨로부터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며 지난 1월 고소장을 제출했고 다른 직원 3명도 박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15년 전 아내와 이혼한 최모(56)씨는 딸과 아들을 양육하다 아들이 가출하자, 친딸을 4년 가까이 성폭행해 이날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혐의로 구속됐다. 전문가들은 비뚤어진 성의식을 개선하는 게 필수라고 지적했다. 최영지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남성 중심 문화에서 성폭력을 대하기 때문에 ‘여성이 처신을 잘못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면서 “처벌을 강화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 공교육부터 성폭력이 중대한 범죄라는 사실을 명확히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선 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도 “경찰이나 보호관찰소 등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예방하기 어려운 만큼 지역사회·학교·군대 등 각 기관이 공조체계를 마련해 사전 예방교육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이수만 “성공적 삶은 자신이 좋아해서 선택한 일을 즐기는 것”

    이수만 “성공적 삶은 자신이 좋아해서 선택한 일을 즐기는 것”

    “얼마 전 소녀시대 티파니양이 수상 소감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찾을 수 있는 것은 행복한 일인데 행복한 일을 하면서 상을 받게 돼 더 행복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게 바로 정답 아닐까요?” 4일 오전 11시 서울 관악캠퍼스 체육관에서 열린 2013학년도 서울대 입학식에서 축사자로 나선 서울대 농대 71학번 이수만(61) SM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열정을 가진 사람에게 성공의 기회가 찾아오고 가장 성공적이고 가치 있는 삶은 자신이 좋아해서 선택한 일을 즐기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표는 “좋아서 시작했던 일도 힘든 순간이 다가오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이때 자기 책임 의식을 갖고 자신의 행위와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책임감 있게 어떤 일을 완수했을 때 얻은 성취감은 인간에게 부와 명예, 그 어떤 성공보다 중요한 가치가 될 것”이라고 말해 입학식에 참여한 6000여명의 학생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또 그는 “미국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무엇인가 할 때 훨씬 유리한 입장에 있었듯이 이제 한국이라는 이름이 강력한 백그라운드가 될 수 있다”면서 “지금부터 한국인으로서 한국을 대표하는 서울대 학생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어떻게 코리아 브랜드를 융성시킬지 답을 찾아봐 달라”고 주문했다. 케이팝 열풍의 기반을 개척해 간 주인공답게 자신의 경험과 실제 사례들을 언급하기도 했다. “저는 케이팝 문화를 통해 한국의 브랜드 가치 상승과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로 우리나라가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꿈을 꿔 왔습니다. 신입생 여러분도 더 큰 그림과 사회적 책임을 바탕으로 의미 있는 꿈에 도전하길 바랍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영훈국제중 ‘2000만원 뒷돈’ 편입 의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이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에 합격하면서 논란이 됐던 서울 강북구 송천동 영훈국제중학교가 결원 보충을 위한 편입생 모집 과정에서 뒷돈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KBS는 4일 영훈국제중학교에서 입학전형 탈락 대기자에게 뒷돈을 받고 편입을 허용하는 일이 관행화돼 있다고 보도했다. 뉴스 제보자는 “영훈중 입학전형에서 탈락해 대기자 명단에 있었는데 학교 측에서 입학시켜 줄 테니 2000만원을 내라는 연락이 왔다”면서 “재단 관계자가 윗분에게 전달하는 것이니 현금으로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KBS는 이어 “학생 두세 명에게 현금을 받았고 재단 고위 인사에 넘긴 적이 있다”는 학교 관계자의 진술을 전하기도 했다. 현재 학교 측은 해명을 거부하고 있다. 영훈국제중학교는 매년 등록 포기나 중도 전학 등으로 50여명의 결원이 생기면 편입학을 통해 이를 보충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김형태 서울시 교육의원이 공개한 감사 자료에 따르면 영훈국제중은 2009년과 2010년에도 자격이 없는 학생 4명을 합격시켰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에서 생긴 결원 3명을 일반 학생으로 충원하는 등 입학 규정을 위반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학교장과 교직원이 무더기로 경고처분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현직 감독이 직접 승부조작… 얼룩진 농구판

    프로 축구·야구·배구에 이어 프로농구가 승부 조작 의혹을 받고 있어 스포츠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이번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2011년 프로축구, 2012년 프로야구와 프로배구에 이어 4대 프로 스포츠가 모두 승부 조작이라는 어두운 그림자에 놓이게 된다. 경기 의정부지검 형사5부는 프로농구 승부 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C씨를 구속하고 현직 남자 프로농구 감독인 K씨를 조만간 소환할 방침이라고 4일 밝혔다. 프로농구 승부 조작은 2년 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해당 감독은 3000여만원을 받고 승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구속된 C씨는 승부 조작의 대가를 K 감독에게 전달하고 10% 정도를 받아 스포츠토토를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K 감독이 맡고 있는 팀의 선수들은 승부 조작 사실을 몰랐으며 감독은 선수 교체를 하는 등 주도적으로 경기의 흐름을 좌우한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C씨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K 감독을 소환하고 추가 관련자가 확인되는 대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K 감독의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면 4대 프로 스포츠에서 감독이 직접 승부 조작을 시도한 첫 사례가 된다. 2011년 10월 프로축구 상무 사령탑을 맡았던 이수철 전 감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나 고인의 혐의는 직접 승부 조작을 한 게 아니라 승부 조작에 가담한 선수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또 지난해 대구지방검찰청은 전·현직 프로배구 선수 16명과 브로커 5명을 승부 조작 혐의로 기소했다. 프로야구에서도 2012년 LG트윈스 투수 박현준과 김성현이 승부 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나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이들에게 영구 실격 처분을 내렸다. 그동안 프로농구에서는 시즌 막판 순위와 관계없는 경기에서 친분 있는 감독 간에 승부를 조절하는 것이 오히려 미덕처럼 여겨졌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번 시즌 프로농구에서는 ‘져주기 의혹’이 점차 꼬리를 물면서 코트 열기가 식어 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농구계 관계자는 “다른 스포츠계의 교훈을 무시해 프로농구계도 결국 승부 조작의 마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서 안타까워 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서울대 음대 한국형 ‘엘 시스테마’ 초·중·고 400곳 오케스트라 지도

    서울대 음대가 한국형 ‘엘 시스테마’를 꿈꾸며 초·중·고교 학생 오케스트라의 멘토로 나선다. 엘 시스테마는 소외 계층 청소년들을 세계적인 음악가로 길러내며 화제를 모은 베네수엘라의 음악 교육 프로그램이다. 서울대 음대는 3일 교육과학기술부의 학생 오케스트라 사업 전담 기관으로 선정돼 올해부터 2년간 전국 초·중·고교의 학생 오케스트라 400곳을 지도하게 된다고 밝혔다. 학교는 이번 달부터 지도 교재를 자체 개발하고 교수와 재학생으로 구성된 멘토단을 각 학교에 파견해 특강과 현장 컨설팅을 진행한다. 학생 오케스트라 지도 교사를 대상으로 지휘법 등을 가르치고 방학마다 워크숍을 열 예정이다. 국내 공연 위주였던 학생 오케스트라의 활동 폭을 넓혀 해외 공연을 추진하거나 해외 학생 오케스트라를 초청해 교류하는 등 학생 오케스트라의 국제화에도 힘쓸 계획이다. 김영률 음대 학장은 “문화예술 소외 지역이나 학교 폭력 발생 지역 등에 예술 교육 기회를 제공해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내려는 것이 목적”이라면서 “엘 시스테마처럼 우리가 지도할 학생 오케스트라에서도 훌륭한 인재가 나올 수 있을 걸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박희태 前 국회의장, 특별사면 한달새 석좌교수로 임용…김세균 前 서울대 교수, 희망버스 탔다고 명예교수에 탈락

    박희태 前 국회의장, 특별사면 한달새 석좌교수로 임용…김세균 前 서울대 교수, 희망버스 탔다고 명예교수에 탈락

    유죄 선고를 받고 특별사면된 전 국회의장이 석좌교수로 사실상 임명된 가운데 ‘희망버스’에 탔다는 이유로 선고유예 뒤 행정처분을 받은 교수는 명예교수 심사 대상에서 제외돼 논란이 일고 있다. 명예교수는 심각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일정 기간 재직한 퇴임 교수 대부분에게 주어지는 것이 관례다 건국대는 3일 ‘돈봉투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고 사면된 박희태(왼쪽) 전 국회의장을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임용하기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총장의 임명장 수여만 남은 상태지만 학내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크다. 항소심에서도 유죄 선고를 받은 박 전 의장을 로스쿨 교수로 임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노동자연대학생그룹 건국대모임의 학생들은 “부패했더라도 권력이 있으면 교수가 될 수 있는 사회라면 평범한 사람은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없을 것”이라면서 “임명 계획을 철회하라”는 성명을 냈다. 박 전 의장은 건국대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 다양한 의정 활동을 했다. 그러나 지난해 2008년 7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같은 당 소속 고승덕 의원실에 3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돌리라고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서울고법은 그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지난 1월 박 전 의장은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단행한 임기 말 특별사면을 받았다. 한편 ‘희망버스’에 참가했다가 교육과학기술부의 징계를 받았다는 이유로 김세균(오른쪽) 전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의 명예교수직 임명은 보류됐다. 김 전 교수에 대한 교과부 징계 자체가 부당하다는 비판이 있는 상태에서 서울대가 그를 명예교수 심사에서 제외한 것은 잘못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서울대는 ‘재직 기간 중 징계를 받은 사실이 있거나 사회적, 윤리적 물의를 일으켜 학교나 교수의 명예를 크게 손상시킨 사실이 있다고 인정된 때에는 명예교수 추대를 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규정’에 따라 심사 대상에서 김 전 교수를 배제했다고 최근 밝혔다. 김 전 교수는 지난해 2011년 6월 한진중공업 희망버스에 동승해 부산 영도조선소에 들어가 집회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교과부는 이를 이유로 지난 1월 김 전 교수에게 ‘견책’ 징계를 내렸으나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8월 김 전 교수에게 1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유예했다. 선고유예는 그 기간 동안 다른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경우 형의 선고를 면해 주는 제도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회원인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김 전 교수에 대한) 교과부의 견책 징계부터 부당한데 이를 이유로 명예교수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민교협 이름으로 서울대 본부에 제출했고, 재심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시속 160㎞ 도주, 경찰 치고 무법질주…미군, 서울도심서 난동

    시속 160㎞ 도주, 경찰 치고 무법질주…미군, 서울도심서 난동

    주말 밤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시민들을 향해 난동을 부린 주한미군과 경찰의 추격전 과정에서 총격이 벌어지는 등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일어났다. 3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11시 53분 서울 이태원동 해밀턴호텔 앞에서 ‘주한 미군이 공기총이나 새총을 쏘는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돼 이태원지구대 곽모 경장 등 경찰 2명이 출동했다. 경찰은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인근에 정차한 옵티마 승용차 안에서 주한 미군 R(23) 일병, C(26)하사 부부 등 3명을 발견하고 검문을 시도했으나 이들은 검문을 거부한 채 도망갔다. 도주 차량이 다른 차들과 부딪쳐 시민 몇 명이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 택시기사 최모(38)씨는 마침 인근에 출동해 있던 이태원지구대 임모(30) 순경을 바로 택시에 태우고 미군 차량을 추격했다. 이후 한밤 도심 추격전이 시작됐다. 최씨는 “시속 140㎞ 속도로 뒤쫓아가는데 미군들은 150~160㎞ 속도로 도주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10여분의 도심 추격전은 3일 0시 10분쯤 끝나는 듯했다. 미군 차량이 광진구 성수 사거리의 한 막다른 골목에 들어섰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임 순경이 택시에서 내려 미군을 검거하려 하자 미군 차량이 거칠게 후진을 시도했다. 다급해진 임 순경이 하늘을 향해 공포탄 한 발을 쏘자 미군들은 속도를 더 높여 임 순경을 향해 돌진했다. 임 순경이 가까스로 피했으나 미군들은 전·후진을 반복하며 네 차례에 걸쳐 임 순경을 향해 돌진했다. 결국 임 순경은 차바퀴 등에 실탄 3발을 발사했고, 미군들은 임 순경의 왼쪽 무릎과 발등을 들이받은 뒤 그대로 도주했다. 경찰은 차량 번호를 추적해 차량이 미군 소속임을 확인했고, 차량을 운전한 R 일병이 왼쪽 어깨에 유탄을 맞아 미군 내 121병원에 입원한 사실도 파악했다. C하사 부부는 이날 오전 9시쯤 서울 용산서에 임의동행 형식으로 나와 1시간 정도 당시 상황을 진술하고 돌아갔다. 용산서 관계자는 이와 관련, “4일 오전 재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죄와 도로교통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주한 미군 측은 사과의 뜻을 밝혔다. 크리스 젠트리 주한 미8군 부사령관은 이날 오후 용산서를 방문해 “이번 사건에 대해 사과하며 전적으로 수사에 협조하겠다”면서 “해당 미군이 사용한 총기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당 미군들이 4일 경찰 조사에 응할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5월 SOFA(주한미군주둔군지위협정) 형사재판권 운영 개선을 위한 합동위 합의사항에서 한국 경찰이 미군을 현행범으로 체포할 경우 미군에 신병을 넘기기에 앞서 1차 초동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현장에서 미군을 붙잡지 못하면 미군 측이 자진 출석해 주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한편 경찰은 최초 신고가 들어온 이태원 현장에서 장난감 총기에서 사용하는 BB 탄알이 발견됨에 따라 미군이 쏜 총이 BB 탄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인공지능 로봇 꿈이 키운 ‘휠체어 소년’

    인공지능 로봇 꿈이 키운 ‘휠체어 소년’

    지난해 12월 7일. 은준(왼쪽·18)이는 아무도 들어오지 말라며 방문을 꽁꽁 걸어 잠갔다. 휠체어를 잡은 손에서는 축축한 땀이 배어 나왔다. 초조한 마음으로 컴퓨터 화면에 다음 창이 뜨길 기다리는 찰나 은준이가 환호성을 질렀다. ‘연세대 컴퓨터 공학과 합격을 축하합니다.’ “합격자 발표가 떡 하고 떴는데 정말 아무 생각도 안 났어요.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만 몇 번을 말했는지 몰라요. 난생처음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됐는데 걱정도 되지만 무척 설레요. 20학점을 신청했는데 너무 빡빡하진 않겠죠?” 올해 연세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한 고은준군은 온몸의 근육이 퇴화돼 손가락만 겨우 움직일 수 있는 신경근육계 희귀질환자다. 심장 근육이 약해져 호흡이 힘들 때에는 호흡기를 쓰기도 한다. 그러나 발치에서 고군을 지키는 어머니 김주희(오른쪽·50)씨는 단 한 번도 아들이 하겠다는 걸 막아 본 적이 없다. “다섯 살 무렵 병원엘 데리고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무시무시한 소리를 하는 거예요. 열아홉 살까지밖에 못 살 테니 애가 하고 싶다는 거나 실컷 들어 주라고요. 우리 애는 그렇게 되지 않을 거라고 몇 번을 부정하고 또 부정했죠.” 매일 집과 병원을 오가는 일상이 시작됐지만 김씨는 희망이라는 단어를 놓지 않았다. 그의 믿음은 아들이 단단한 꿈을 키울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수능시험 때도 김씨는 여느 고3 수험생의 엄마처럼 옆 교실에 앉아 끝까지 아들을 응원했다. “몸이 휠체어에 고정돼 있어 엎드려 잘 수도 없어요. 그러니까 그저 수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거죠. 책을 한꺼번에 넘기는 것도 어려웠는데 엄마와 친구들이 많이 도와줬어요.” 고군은 먼저 대학에 입학한 척수성근위축증 환자 신형진(29·연세대 소프트웨어응용연구소 연구원)씨와 연락하며 많은 조언과 용기를 얻었다. 신씨 역시 생후 7개월부터 척추성근위축증을 앓아 휠체어에 누워서 생활했지만 학업의 끈을 놓지 않고 2002년 연세대 컴퓨터과학과에 합격, 입학 9년 만인 지난해 2월 졸업장을 받은 고군의 선배이자 든든한 멘토다. “형진이 형이 대학원에 진학한 걸 보고 많은 자극을 받았어요. 저도 형처럼 더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해서 제가 많은 사람들에게 받은 고마운 것들을 나눠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머니 김씨는 “다른 아이들처럼 자기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서 그런지 은준이가 요즘 자신감이 넘친다”면서 “‘희망’이라는 게 있어서 그런지 우리 아이가 더 건강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는 4일부터 본격적인 기숙사 생활을 시작하는 고군은 학교 측의 배려로 어머니와 함께 지낼 수 있게 됐다. 매일 물리치료와 호흡기 치료 등 타인의 손길이 필요한 고군을 위해 학교는 김씨에게 기숙사 방 하나를 제공했다. “제 꿈은 정보산업 관련 회사의 최고경영자가 되는 겁니다. 저처럼 몸이 불편한 친구들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고 싶어요. 이번에 컴퓨터공학과로 입학한 건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거예요. 제 꿈은 이제 겨우 시작인걸요.”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음악인생 2막… 학폭 치유할 음악 지도자 키울 것”

    “음악인생 2막… 학폭 치유할 음악 지도자 키울 것”

    “정년퇴임이 별건가요. 학교에서 정한 퇴임날이나 그 다음 날이나 크게 다르지 않아요. 음악가야 평생 음악가 아니겠어요.” 28일 정년퇴임을 한 김형배(66) 서울대 기악과 교수는 차분하고 담담하게 소회를 밝혔다. 미국 오하이오 데이턴대에서 8년, 서울대에서 27년 등 모두 35년을 교단에서 정통 클래식 음악을 가르쳐 온 그는 ‘음악가는 평생 음악가, 교육가는 평생 교육가’라는 신념대로 은퇴 후에도 계속 음악 교육에 힘쓸 계획이다. “배가 난파돼 무인도에 가면 의학을 한 사람은 의사 노릇을 하고 농사짓던 사람은 농사를 지을 텐데 평생 앉아서 베토벤 소나타만 치던 나는 사회에 무엇을 기여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더라고요. 음악 공부를 했다면 많은 사람에게 음악의 원리를 가르쳐 주고 하다 못해 풀피리라도 불 수 있게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민 끝에 김 교수는 퇴임 직전 음악교육 전문 지도자 과정을 서울대 평생교육원에 신설했다. 음악 전공자가 그렇게 많은데도 정작 비전공자에게 음악을 가르칠 좋은 선생이 적다는 이야기를 우연히 듣고 영감을 얻었다. 이제껏 전공자를 위한 지도자 과정은 많았지만, 일반인을 대상으로 생활 음악을 가르칠 전문가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은 해당 과정이 처음이다. “학교 폭력이 계속 이슈화되니까 재작년부터 인성 교육을 한다고 정부가 학교 오케스트라를 늘렸어요. 그런데 학교에선 좋은 선생님을 찾기가 어렵다고 하소연을 하더군요. 그때 생각했죠. ‘아, 지도자를 키워야겠다’라고요.” 김 교수는 동네 조기 축구팀처럼 일상 속 사람들 간의 유대감이 삶을 풍요롭고 즐겁게 만든다고 믿는다. 그 유대가 음악이라는 끈을 통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도 담겨 있다. 한편 이날 김 교수 외 고전문학연구의 권위자인 권두환(국어국문학과) 교수, 중요무형문화재 27호 승무 계승자로 유명한 이애주(체육교육과) 교수, 개교 이래 첫 여성부총장이었던 박명진(언론정보학과) 교수 등 44명이 정년 퇴임했다. 글 사진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위치추적기로 ‘불륜 뒷조사’한 심부름센터

    승용차 밑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하는 등 배우자의 불륜 현장을 포착해 이혼소송 자료를 불법 수집해 준 심부름센터 업주 등 70여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27일 심부름센터 업주 이모(51·여)씨와 이를 도운 남편 최모(56·법무소 사무장)씨를 위치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또 심부름센터 직원과 이들에게 뒷조사를 의뢰한 고객 등 72명도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이씨 등은 지난해 1~8월 경기 안산에 심부름센터를 차려 놓고 130여명의 고객으로부터 “배우자의 불륜 행적을 알아봐 달라”는 의뢰를 접수한 뒤 승용차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미행하는 등 불륜 현장을 촬영, 건당 하루 50만~100만원씩 모두 3억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불륜 현장을 잡으면 이혼 소송장을 내라고 협박한 뒤 소송 대리인으로 법무사인 남편 최씨를 소개했다. 최씨는 부인 이씨가 수집한 증거를 이용해 이혼소송까지 진행했다. 최씨는 법무소에 이혼 상담을 받으러 온 손님들에게 증거가 필요하다며 꾀어 이씨가 운영하는 심부름센터를 소개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심부름센터를 이용하는 의뢰자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면서 “불법 성행 중인 전국 1500여곳의 심부름센터를 상대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온달전’에 빠진 늦깎이 日 대학생, 韓 학사모 쓰다

    ‘온달전’에 빠진 늦깎이 日 대학생, 韓 학사모 쓰다

    “춘향전, 바보온달전이 모티프가 된 판타지 만화 ‘신(新)암행어사’를 보고 한국 고전에 푹 빠졌어요. 온달전을 좋아해서 열심히 리포트를 썼더니 교수님이 우수작으로 뽑아 학생들에게 돌려 읽히시더군요.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26일 서울대 졸업식에서 학사모를 쓴 일본인 오쓰카 사유리(37)는 들뜬 얼굴로 유창한 한국말을 쏟아냈다. 오쓰카는 국어국문학과 09학번. 유학생으로 동기들보다 14~15년 늦게 대학생활을 시작한 그는 “시원섭섭한데, 솔직히 말하면 공부하면서 힘든 점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시원한 마음이 좀 더 크다”고 말했다. “똑같은 걸 읽는 데 다른 친구들보다 서너 배는 시간이 더 걸렸어요. 한국어 공부는 좋지만 졸업을 하기 위해 필수로 들어야 하는 영어 수업도 고역이었죠. 그래도 졸업이라니 신기해요. 10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인걸요.” 서른살이 되던 해 멀쩡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한국 유학길에 오르게 된 데는 한 권의 만화책이 결정적이었다. 어느 날 남동생이 툭 하고 던져준 윤인환 작가의 만화 ‘신암행어사’였다. “바보온달의 이야기가 충격적이었어요. 지위 높은 공주가 바보 남편을 위해 헌신한다는 건 일본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거든요. 온달과 평강의 유대감에 감탄하면서 살아생전 이런 연애를 꼭 한번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1시간에 3000엔(약 3만 5000원)을 주고 한국어 과외를 받았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좀 더 생생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접하고 싶었던 그는 결국 2007년 2월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서강대 한국어교육원에서 시작한 한국어 공부는 서울대 입학으로 이어졌다. “서울대에 입학했을 때 정말 기뻤어요. 하지만 전혀 연고 없는 곳에서 시작한 대학 공부는 쉽지 않았어요. 수업에서나 대화할 때 느껴지는 뿌리 깊은 반일 감정 때문에 마음 아팠던 적도 많았지요.” 그는 앞으로 한국에 머물면서 문화교류를 통해 한·일 양국의 이해를 돕는 일을 할 계획이다. “물론 나이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서울대 졸업생이라는 걸 보고 반기다가도 제 나이를 말하면 금세 조용해지거든요. 하지만 포기는 없어요. 제가 꼭 하고 싶은 일이니까요.” 글 사진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서울대 “42만원 안내면 졸업 못해”… 졸업장 강매 논란

    서울대 한 대학원이 원우회비와 발전기금을 내지 않는 졸업생에겐 졸업장을 주지 않겠다고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학칙 등에 근거 규정조차 없는 비용이지만 사실상 강제 징수는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 사범대대학원 체육교육과는 26일 졸업생들에게 원우회비와 발전기금을 내지 않으면 졸업장을 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 석사 졸업은 원우회비 22만원과 발전기금 20만원을 합친 42만원을, 박사 졸업은 각각 30만원씩 60만원을 내라고 고지했다. 한 졸업생은 “졸업장을 받으려면 윈우회비와 발전기금을 내야 한다니 황당하다”면서 “무슨 권리로 남의 졸업장을 담보로 삼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졸업생은 “자발적인 기부면 몰라도 강제로 졸업장과 맞바꾸려 하는 건 정말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수십만원에 달하는 비용이 부담돼 아예 졸업장 받기를 포기하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이에 해당 학과는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체육교육학과 한 조교는 “원우회비는 재학 중 대학원 야외 세미나 행사진행을 위해 걷는 비용인데 오랫동안 안 낸 사람이 있어 졸업 전에 받으려고 했다”면서 “사정이 있어 못 내는 사람은 나중에 돈을 낼 때 졸업장을 찾아가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가중되자 사범대 행정실 교무 관계자는 “원우회비, 발전기금 등은 원하는 사람만 납부하게 돼 있어 강제 납부를 요구하는 행위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면서 “체육교육과 자체에서 원우회비 등 돈을 걷는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해당 과에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질병예방·건강증진 중심 의료체계 바꿔야”

    급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의료체계 구축 또한 새 정부의 과제다.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예방하는 일과 농어촌 등 취약지의 의료서비스 확충도 시급하다.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의 의료 패러다임은 질병예방과 건강증진 중심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정기택 경희대 의료경영학과 교수는 “조금 아파도 대형병원을 찾는 지금의 의료체계는 환자의 건강과 건보 재정 모두를 악화시킨다”면서 “동네 주치의가 국민 개개인의 건강지표를 관리할 수 있도록 1차 의료를 강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공공의료와 민간의료가 힘을 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는 의료서비스 체계를 수요자 관점에서 개편하기로 했다. 만성질환자에 대해 맞춤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병·의원과 보건소, 체육시설 등 지역사회의 공공과 민간자원이 협업해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농어촌 등 의료취약지에 필요한 의료자원을 공급하며, 의료수가와 가산체계를 개편해 필수의료분야에 효과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의료계 단체들 역시 정부의 이와 같은 방향성에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공공의료자원의 확충과 동시에 민간 의료계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지난 정부에서는 포괄수가제와 안전상비약 편의점 판매 등을 둘러싸고 정부와 보건의료계 간의 갈등이 심화됐다. 특히 포괄수가제 시행을 둘러싸고 의사단체는 집단 휴진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탈퇴라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의사, 약사, 한의사 등 직역단체들의 이기주의적인 행태도 근절돼야 하지만, 정부 역시 의료계의 참여를 이끌 수 있는 적절한 보상과 유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목소리다. 나춘균 대한병원협회 보험위원장은 “의료인력이 는다 해도 적절한 보상이 없다면 의료취약지에 적절한 인력 공급은 힘든 것이 사실”이라면서 “의료취약지에서 근무하는 것을 조건으로 의대생에게 장학금을 준다거나 하는 식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형곤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우리나라 의료의 95%는 민간 의료기관이 담당하고 있는 만큼 만성질환 관리체계에서도 국가가 아닌 민간 1차의료기관의 역할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항일민족지 대한매일신보 100여년 전 ‘역사적 원본’ 인터넷서 생생히 만난다

    항일민족지 대한매일신보 100여년 전 ‘역사적 원본’ 인터넷서 생생히 만난다

    서울신문의 모태로 100여년 전 최대의 항일 민족정론지였던 대한매일신보(등록문화재 제509호·1904년 7월 18일 창간) 원본이 디지털 공간에 옮겨졌다. 언제든 인터넷에 접속해 일제에 맞섰던 민족의 목소리와 정치·사회·문화 등 대한제국 시절 우리나라의 모습을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서울대는 그동안 소장해 온 대한매일신보의 디지털 작업을 완료했다고 24일 밝혔다. 서울대가 소장한 방대한 고(古)신문 원본 가운데 디지털 복원 작업이 이뤄진 것은 대한매일신보가 처음이다. 서울대 중앙도서관은 지난해 9월 한국언론진흥재단, 국립고궁박물관과 함께 고신문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을 위한 공동협력 협약을 체결하고 이번 작업을 추진해 왔다. 서울대가 원문을 제공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예산을 댔다. 이번에 복원된 대한매일신보는 1905년 8월 11일자부터 1910년 8월 28일자까지 1461일분(호외 4호, 부록 13호 포함)으로 총 5838면에 이른다. 통상 신문은 전체 크기에 비해 종이의 두께가 얇고 질이 낮아 다른 고문서에 비해 복원이 훨씬 까다롭다. 서울대가 소장하고 있던 대한매일신보 역시 바싹 마른 낙엽처럼 잘못 손댔다가는 그대로 바스러질 만큼 열화가 심각하게 진행된 상태였다. 모두 5개월 이상 걸린 이번 작업에서 서울대 전문복원팀은 6000장에 육박하는 원본을 상하지 않도록 한장 한장 떼어 분리하는 데만 여러 달을 보냈다. 이렇게 분리된 신문은 전문 복원 업체의 사진 촬영과 이미지 보정 작업을 거쳐 이미지로 가공됐다. 이미지 상태로 복원됐지만 문자인식 기술을 통해 인터넷에서 본문 자체에 대한 직접 검색이 가능하다. 홍순영 서울대도서관 학술연구지원팀장은 “대한매일신보는 100년이 넘는 자료라 종이의 질이나 잉크의 상태가 취약해 고도의 예민함이 요구됐다”면서 “마이크로필름에 신문을 담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자료 접근성이 떨어지고 검색도 쉽지 않아 자료가 더 취약해지기 전에 디지털화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디지털 복원과 별도로 상태가 극히 안 좋은 신문에 대해서는 물리적 수리를 거쳐 온·습도가 최적 상태로 유지되도록 오동나무 상자에 담아 고문헌 자료실에 영구 보관하기로 했다. 디지털 복원된 대한매일신보는 서울대도서관 홈페이지(library.snu.ac.kr), 한국언론진흥재단 홈페이지(www.kinds.or.kr) 등에서 원문 보기 및 기사 검색이 가능하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비로소 이념의 굴레 벗어나 재조명… 더 많은 관심을”

    “비로소 이념의 굴레 벗어나 재조명… 더 많은 관심을”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은 이제 고령이라 10년 후만 돼도 얼마나 남아 계실지 알 수 없습니다. 잊힌 역사로만 치부하지 말고 정부에서 좀 더 관심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에 특별 초청된 파독 광부와 간호사 대표가 한국을 찾았다. 1960~1970년대 당시 파견 광부 모임인 고창원(59) 재독 한인 글뤽아우프회 회장과 윤행자(70·여) 한독간호협회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올해는 광부 파독이 처음 시작된 지 꼭 50년 된 해이기도 하다. 이들은 “파독 광부, 간호사에 대한 고국의 관심과 인식이 최근 들어 많이 좋아진 것 같아 깜짝 놀랐다”면서 “오랫동안 갇혀 있던 박정희 프레임에서 마침내 해방된 기분”이라고 밝은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간 이념 논쟁 속에 산업화의 주역인 파독 광부, 간호사들의 성과가 가려지고 잊혀 왔지만 비로소 이념의 굴레를 벗고 조금씩 재조명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는 설명이다. 고 회장은 “과거에는 산업화 인사들을 조명하면 민주화 인사가 가려진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두 세력 모두 서로 성과를 인정해 가며 공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동생의 학비를 마련하는 등 가정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각각 1969년, 1977년 서독행 비행기에 오른 윤 회장과 고 회장은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서 고생 끝에 정착해 자녀도 훌륭히 키워 냈다. 윤 회장은 “지난 50년을 기념하는 것은 과거 역사를 더듬어 보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미래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면서 “유럽 이민 1세대로서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한국인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심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어려운 시절 애환을 같이 한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일종의 동료의식을 느낀다는 이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도 크다. 윤 회장은 “첫 여성 대통령이라 더욱 반갑다”면서 “섬세함과 어머니 같은 자상함으로 소신껏 국정을 이끌어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의 장점은 이어 가면서 동시에 단점을 고쳐 간다면 훌륭한 대통령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박근혜 대통령 오늘 취임-새정부에 바란다] “청년·노인 일자리 늘려 숨통 틔워 주고 국민과 소통해 주세요”

    [박근혜 대통령 오늘 취임-새정부에 바란다] “청년·노인 일자리 늘려 숨통 틔워 주고 국민과 소통해 주세요”

    ●김원근(80·기초생활보장 수급자) 6·25 전쟁 때 팔 하나를 못 쓰게 됐는데 나이도 들어 이젠 소변 주머니까지 차고 산다. 국가에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받지만 그 돈으로는 한 달 생활을 꾸려 나가기가 너무 힘들다. 매월 임대주택 월세에다 전기료·수도요금 내고 나면 병원비도 부족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서민들, 특히 어렵고 힘든 노인들을 잘 돌봐 줬으면 좋겠다. 노인 기초연금을 2배 올린다는 공약을 보고 반갑고 고마워 박 대통령에게 투표했다. 처음 했던 약속을 꼭 지켜 줬으면 한다. 우리야 이제 늙어서 일도 못 하지만 젊은 사람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게 일자리 정책도 많이 펼쳐 주기 바란다. 서민들이 숨통 좀 열고 살았으면 좋겠다. 국민을 속이지 않고 깨끗하게 나라를 잘 이끌어 달라. ●이아인(23·취업준비생) 지방에서도 얼마든지 열심히 공부하고 취직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일자리가 너무 수도권에만 몰려 있는 게 현실이다. 심지어 인턴 자리조차 그렇다. 인턴을 하려고 서울에 잠시 왔는데 부산으로 다시 돌아가면 취업 관련 정보나 기회에서 다시 뒤처지는 건 아닌지 걱정될 정도다. 일자리는 물론 취업 특강, 사교육 시장까지 죄다 서울에 몰려 있으니 비수도권 취업준비생은 취업도 하기 전에 서울로 가야 하는 걸 당연시 여기는 풍토다. 그렇다 보니 버는 돈은 없는데 쓰는 돈이 엄청나다. 박근혜 정부의 10대 핵심공약 중 4개가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로 수렴된다고 들었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말고 약속했던 것을 지켜 주기 바란다. ●신광영(59·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우리 사회는 여러 가지로 어렵고 복잡한 상황이다. 새 정부와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공약을 지켜 나가며 국민에게 높은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선거 투·개표 전에 국민을 상대로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던 대통령의 마음가짐이 집권 5년 내내 변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게만 한다면 대한민국에 긍정적인 변화가 올 것으로 본다. 전임 대통령의 사례를 보면 권력이 일상화되면서 오만해지고 국민과 소통하지 않게 되면서 국민과 멀어지는 일이 많았다. 임기 말쯤에는 아무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 대통령이 되는 게 보통이었다. 새 대통령은 5년 내내 소통하고 약속을 지키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참된 리더가 되길 바란다. ●안진걸(41·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 5년 전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 때에는 시민사회가 “제발 공약을 이행하지 말아 달라”고 사정했었다. 4대강 사업이나 부동산 규제 완화 등 공약을 실천하면 큰 재앙이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이에 반해 차기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는 우리 시민사회가 그런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 공약만 보면 야당과 크게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제발 공약을 잘 이행하는 대통령이 돼 줬으면 한다. 특히 경제 패러다임은 서민 중산층, 중소기업, 상공인, 노동자들에게 몫이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또 국민의 칭찬과 비판을 달게 받을 줄 아는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 불안한 남북 관계도 신뢰라는 큰 그림 속에서 평화와 화해의 선순환으로 전환할 밑그림을 마련해야 한다. ●여민희(39·재능교육 학습지교사 해고노동자) 선거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어머니의 마음’을 강조했다. 우리 아이들이 잘되고 가정이 잘되고 나아가 나라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다 잘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대통령이 말한 어머니의 마음이라면 당면한 노동 현안을 빨리 해결해야 한다. 재능교육뿐만 아니라 현대차, 쌍용차, 유성기업에서도 지금 농성이 진행 중이다. 재능교육 노동자들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혜화동 성당 옥상에 올라갔다. 박 대통령이 노동 문제를 내버려 둔다면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올 것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어머니는 가족을 외면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 5년이 우리 역사에서 가장 부끄럽지 않은 정치를 하는 기간이 되기를 바란다. ●이옥선(85·위안부 피해자) 여성 대통령 시대를 맞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최우선 해결 과제로 여겨 살펴주길 바란다. 일본군 위안부 만행은 분명한 전쟁범죄이고, 한·일 간의 역사적 문제를 넘어 전 세계 여성의 인권 문제이기도 하다. 지금도 나와 같은 고통을 겪은 할머니들은 꿈속에서 일본 군인을 만나 시달리는 악몽을 꾸고 있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일본 제국주의에 강제로 끌려가면서 모든 꿈을 저버릴 수밖에 없었던 못다 핀 꽃이었다. 우리 위안부 피해자들은 이제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 피해자들에겐 마지막 대통령이 될지도 모른다. 살아생전에 꼭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바란다. ●유지영(37·워킹맘·편집 디자이너) 아들이 19개월 된 일하는 엄마다. 내년쯤 아이를 국공립 어린이집에 입학시키려고 미리 신청했는데 대기 번호가 245번이다. 입학이 가능할지 잘 모르겠다. 엄마들끼리 어린이집 입학보다 대학 보내는 게 더 쉬울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대부분의 어린이집에서 추첨제를 통해 입학할 아이를 뽑는데 주변을 보면 애가 셋 정도 돼야 우선순위에 들어간다. 쌍둥이를 가진 내 친구도 대기 번호가 50번이다. 평균 경쟁률이 10대1이다. 영어 유치원 등을 보내면 되지만 비용이 170만~180만원 정도라 한 달 월급을 다 쏟아부어야 할 판이다. 박근혜 정부가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을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공간이나 자금 부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걱정된다. 지자체와 잘 협의해 모든 워킹맘들이 편하게 아이들을 맡길 수 있도록 공간이 늘었으면 좋겠다. ●오정환(48·신발 도매업자) 신발 도매업을 한 지 25년 됐다. 이명박 정부에서 중소 상인 살리기 정책이 너무 골목상권과 소매업에 집중됐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러다 보니 우리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영세 상인들은 상대적으로 차별받는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겉으로 많이 드러난 문제만 들여다볼 것이 아니라 다각도로 접근해 주면 좋겠다. 또 국민권익위원회가 2008년부터 자영업자 고충민원센터를 운영 중인데 민원을 해도 사실상 처리되는 것이 없다. 민원을 접수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고충처리를 위해 정부나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대출도 문제다. 서울시나 은행에서 5년 이상 된 개인사업자에게 대출을 많이 권하지만,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 사실상 받기가 어렵다. 자금 융통의 문턱을 낮춰 주기 바란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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