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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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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대女, 숫자 못 외운다고 하더니 결국…

    20대女, 숫자 못 외운다고 하더니 결국…

    김모(23·여)씨는 스스로 숫자 건망증이 있다고 생각하고 숫자 암기와 관련된 것들은 스마트폰 등 디지털기기에 의존해 왔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본인의 휴대전화 번호 말고는 숫자 암기가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김씨는 “4~5년 전부터 휴대전화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으면 식은땀이 흐르고 불안해진다”면서 “휴대전화가 꺼지면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멍해질 때가 많다”고 말했다. 김씨는 “얼마 전에는 자취집 도어록 카드를 잃어버렸는데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아 찜질방을 찾은 적도 있다”고 했다. 이모(32·여)씨의 증상도 처음엔 김씨와 비슷했다. 숫자 암기가 잘 안될 때가 많았고 종종 지인들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계속 중요한 업무에서 실수가 이어지자 강한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2년 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는 건망증이 점점 심해지더니 때로는 누군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느낌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이씨는 결국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24일 부산 강서구 신호대교 위에서 자살을 시도했다. 경찰 도움으로 병원을 찾은 이씨는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스마트폰 등 디지털기기가 필수품을 넘어 현대인의 생활 전반을 지배하면서 ‘디지털 치매 증후군’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디지털 치매 증후군은 무의식적으로 디지털기기에 의존한 나머지 기억력과 계산 능력이 저하되고 각종 건망증 증세를 보이는 상태를 뜻하는 신조어다. 뇌 질환이라기보다 정보 과다로 인해 뇌가 주변 정보를 밀어내는 현상이지만 이씨처럼 극단적인 상태로 치닫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치매 증후군은 인지 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당장 일상 생활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는 건 아니지만 뇌의 특정 부분의 발달과 기능에 부조화를 일으킬 수 있다”면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주요 동인이 되면 디지털기기가 없을 때 자력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홍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치매예방센터 교수는 28일 “치매 직전 단계인 경도 인지장애 환자 8명 가운데 1명이 1년 내에 치매로 악화된다”면서 “지금 당장 치매라고 할 수는 없어도 (디지털기기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습관을 개선하지 않으면 치매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인 김기웅 국립중앙치매센터장은 “디지털 치매 증후군을 일반 치매 범주로 분류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디지털 치매 증후군은 디지털 기기에 대한 과도한 의존, 중독으로 인해 또 다른 정서장애 문제를 동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스스로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뇌를 자주 활용하는 습관을 들이고 동시에 일부 기능을 뺀 디지털기기를 선택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 교수는 “디지털기기의 사용 시간을 잘 통제해야 뇌가 불균형적으로 발달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면서 “각종 편리한 디지털기기에 의존하기보다 의식적으로 적절한 두뇌 활동과 신체활동을 병행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13년전 커피숍 물컵에 ‘쪽지문’ 공소시효 2년 남은 살인범 덜미

    13년간 미제로 남았던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커피숍 여주인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공소시효 만료 2년을 남겨두고 당시 물컵에 남긴 ‘쪽 지문’ 때문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27일 자신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커피숍 여주인을 살해한 고모(40)씨를 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고씨는 2000년 10월 29일 오후 3시쯤 대림동의 한 커피숍에서 주인 손모(당시 55세)씨의 목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씨는 차를 주문하지 않고 계속 물을 가져다 달라고 했다가 손씨로부터 “재수없다”는 말을 듣자 홧김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당시 고씨는 강도상해, 특수절도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살다가 광복절을 맞아 가석방으로 출소한 상태였다. 당시 경찰은 범행 현장에 남아 있던 물컵에서 용의자의 지문을 발견했으나 극히 일부인 데다 지문선이 뚜렷하지 않아 수사를 진전시키지 못했다. 미제로 끝날 것 같던 사건의 진상은 지문인식시스템의 감정·판독 기술이 발달하면서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 1월 당시 채취한 지문에 대해 정밀 재감정을 벌인 결과 고씨의 지문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고씨는 범행을 전면 부인하다 당시의 구체적인 행적, 범행 현장에서 지문이 검출된 경위 등을 집중 추궁하자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고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후 피해자가 자꾸 꿈에 나와 불면증에 시달렸다”면서 “다 자백하고 나니 마음이 편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는 2006년 다른 사건의 강도살인미수 혐의로 검거돼 경북 포항에서 7년째 복역 중이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성폭행 낙태’ 합법이라지만…

    ‘성폭행 낙태’ 합법이라지만…

    “성폭행으로 임신한 김모(당시 15세)양은 2010년 출산 후 아이를 입양 보내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어요. 김양은 검사에게 인공유산(낙태) 지휘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고, 김양의 부모는 검사의 인공유산 지휘 거부로 출산까지 하게 됐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진행했지만 기각 판정을 받았습니다.”(모 지역 원스톱지원센터 직원) 김양처럼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 피해 여성들에게 낙태는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다. 하지만 당시 김양을 지켜본 한 원스톱지원센터 직원은 26일 “형법상 성폭행에 대한 고소가 반드시 진행돼야만 지원받을 수 있고, 사후 법정 진술이나 피고소에 대한 부담 때문에 의사들도 시술을 꺼리는 경우가 많아 김양처럼 적절한 시술 시기를 놓치고 비극에 이르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지역별로 설치된 원스톱지원센터는 성·가정·학교 폭력 피해자들에게 의료, 수사, 상담, 법률 문제를 총체적으로 지원하는 곳이다. 현행 모자보건법(제14조)은 강간 또는 준강간으로 인한 임신의 경우 24주 이내 인공임신중절, 즉 낙태를 허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낙태 시술을 받기 위해 원치 않는 형사 고소를 해야 하거나 상담을 강요당하는가 하면, 번번이 병원에서 시술을 거부당하는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미성년자는 보호자(부모)의 동의 요건에 대해 부담을 느껴 수술 시기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미흡한 제도와 절차 탓에 피해 여성들은 성폭행과 별개로 또 다른 2차 피해에 직면하는 셈이다. “제 스스로 배 속의 아이를 꺼내고 싶었고,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그(성폭행을 당했던) 기억이 떠올라 숨을 쉴 수가 없다”는 양모(22)씨는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을 판단하는 데 한 달이 걸렸다. 성폭행 가해자를 특정하지 못해서다. 9주째에 낙태 상담을 했지만 결국 13주째 때 시술을 받았다. 의사와 간호사의 무관심으로 상처도 많이 받았다. 시술을 받기 위해 대기했던 양씨는 “성폭력 상담소에서 오신 분은 접수대로 오세요”라는 간호사의 외침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의사는 양씨의 얘기를 듣더니 “한 번만으로 그렇게 쉽게 임신이 되나”라고 되물었고, 양씨는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의사가) 나를 의심하는 것 같았다”고 가슴을 쳤다. 의사들도 고민이 많다. 한 의사는 “성폭행 피해자에 대한 상담이나 낙태 시술 이후 태아 처리, 기록 보관과 관련해 부담이 크다”면서 “의사도 인간이기 때문에 시술 후 불쾌감이나 ‘트라우마’를 갖는다”고 말했다. 여성아동폭력피해 중앙지원단이 전국 성폭력상담소를 포함한 보호시설과 상담센터 240곳을 대상으로 피해 현황 및 낙태 요청 현황을 집계한 결과, 피해 여성의 낙태 시술 지원 건수는 2009년 61건, 2010년 166건, 2011년 143건, 2012년 6월 현재 90건이었다. 까다로운 절차와 시술 거부로 불법 낙태를 선택하거나, 아이를 출산한 경우 아예 보호센터나 상담센터를 찾지 않은 사례까지 고려하면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 피해 여성은 훨씬 많을 것으로 여성단체들은 추정하고 있다. 김정숙 중앙지원단 단장은 “현행법은 가해자를 특정하고 유죄 판결이 날 때까지 피해 여성이 방치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성폭행을 인정할 만한 정황을 발견하면 바로 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법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학폭에 엄마도 피멍 “옥상 올라가 극단적 생각도”

    학폭에 엄마도 피멍 “옥상 올라가 극단적 생각도”

    “죽어서라도 이 억울함을 풀 수 있을까요. 우리 아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왜 빨리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지금도 제 자신이 원망스럽습니다.” 2011년 지방의 유명한 공립 기숙사 고등학교에 아들을 입학시킨 A(45·여)씨는 입학 후 석달이 지나서야 아이가 학교폭력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알았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동성 간의 성추행은 물론 입에 담기 힘든 ‘갈X’라는 폭언에 아이는 반항조차 못했다. A씨는 학교의 책임 있는 처벌과 가해 학생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학교는 이를 쉬쉬했다. 참다 못한 A씨가 경찰에 가해 학생을 신고하고 교육청 학교폭력담당센터를 찾아가자 그때서야 학교는 부랴부랴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열고 가해·피해 학생의 학급을 분리했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듯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도 A씨는 홀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남들은 다 끝난 일이라며 A씨를 다독인다. 고3 수험생이 된 아들도 조금씩 학교에 적응하고 있다. 하지만 A씨는 “지금도 우리 아이와 가해 학생이 같은 학교에 다닌다는 사실만 생각하면 가슴이 턱 막힌다”면서 “학교가 가해 학생을 전학시키도록 3년째 법정 공방을 이어 가고 있다”고 했다. 학교폭력에 멍든 엄마들이 방치되고 있다. 특히 피해 학생의 엄마는 자신이 아이를 잘 양육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왜 하필 우리 아이냐는 원망, 가해 학생에 대한 억하심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시간이 흘러도 피해의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속마음을 털어놓거나 보듬어 줄 기관이 마땅히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박수빈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3일 “아이를 하나만 낳아 키우는 경우가 많다 보니 유착 관계가 강하게 형성돼 있어 (엄마들이) 더 예민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죄책감과 분노가 커져 우울감에 빠지거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학교나 가해 학생의 부모에게 책임을 묻는 데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 학교폭력상담센터의 장학사는 “아이는 상처가 커도 의외로 잘 극복해 나가는 반면 부모의 상처는 적절한 조치가 없다 보니 더 오래간다”고 지적했다. B(39·여)씨는 딸이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되면서 최근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딸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였다. 말수가 급격히 줄어들더니 목과 손등, 팔 등에 멍과 상처를 입고 돌아왔다. B씨는 가해 학생이 누구냐고 채근했지만 딸은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학교 측에 조사를 요구했지만 피해 학생이 말을 하지 않으면 누군가를 특정해 처벌하기 어렵다는 답만 들었다. 결국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는 상황이 됐다. 최근 몇번이나 옥상 난간을 붙잡고 아래를 내려다보던 B씨는 남편의 권유로 최근 자살예방센터를 찾았다. 전문가들은 분노와 죄책감이 자연스러운 감정이며 아이와 함께 엄마들도 조기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주변에서 지지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박 교수는 “피해 학생의 엄마는 자신의 감정 상태에 대해 치료를 받거나 상담받는 일을 사치라고 생각한다”면서 “1차적으로 엄마에게 잘못이 없다는 것을 주변에서 인지시켜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정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은 “피해자 엄마들은 속마음을 털어놓을 곳이 없다”면서 “집단 상담 등을 통해 마음을 터놓을 수 있게 하고 공감과 지지를 보내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학폭에 엄마도 피멍 “옥상 올라 극단적 생각도”

    학폭에 엄마도 피멍 “옥상 올라 극단적 생각도”

    “죽어서라도 이 억울함을 풀 수 있을까요. 우리 아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왜 빨리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지금도 제 자신이 원망스럽습니다.” 2011년 지방의 유명한 공립 기숙사 고등학교에 아들을 입학시킨 A(45·여)씨는 입학 후 석달이 지나서야 아이가 학교폭력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알았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동성 간의 성추행은 물론 입에 담기 힘든 ‘갈X’라는 폭언에 아이는 반항조차 못했다. A씨는 학교의 책임 있는 처벌과 가해 학생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학교는 이를 쉬쉬했다. 참다 못한 A씨가 경찰에 가해 학생을 신고하고 교육청 학교폭력담당센터를 찾아가자 그때서야 학교는 부랴부랴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열고 가해·피해 학생의 학급을 분리했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듯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도 A씨는 홀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남들은 다 끝난 일이라며 A씨를 다독인다. 고3 수험생이 된 아들도 조금씩 학교에 적응하고 있다. 하지만 A씨는 “지금도 우리 아이와 가해 학생이 같은 학교에 다닌다는 사실만 생각하면 가슴이 턱 막힌다”면서 “학교가 가해 학생을 전학시키도록 3년째 법정 공방을 이어 가고 있다”고 했다. 학교폭력에 멍든 엄마들이 방치되고 있다. 특히 피해 학생의 엄마는 자신이 아이를 잘 양육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왜 하필 우리 아이냐는 원망, 가해 학생에 대한 억한 심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시간이 흘러도 피해의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속마음을 털어놓거나 보듬어 줄 기관이 마땅히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박수빈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3일 “아이를 하나만 낳아 키우는 경우가 많다 보니 유착 관계가 강하게 형성돼 있어 (엄마들이) 더 예민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죄책감과 분노가 커져 우울감에 빠지거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학교나 가해 학생의 부모에게 책임을 묻는 데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 학교폭력상담센터의 장학사는 “아이는 상처가 커도 의외로 잘 극복해 나가는 반면 부모의 상처는 적절한 조치가 없다 보니 더 오래간다”고 지적했다. B(39·여)씨는 딸이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되면서 최근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딸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였다. 말수가 급격히 줄어들더니 목과 손등, 팔 등에 멍과 상처를 입고 돌아왔다. B씨는 가해 학생이 누구냐고 채근했지만 딸은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학교 측에 조사를 요구했지만 피해 학생이 말을 하지 않으면 누군가를 특정해 처벌하기 어렵다는 답만 들었다. 결국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는 상황이 됐다. 몇번이나 옥상 난간을 붙잡고 아래를 내려다보던 B씨는 남편의 권유로 최근 자살예방센터를 찾았다. 전문가들은 분노와 죄책감이 자연스러운 감정이며 아이와 함께 엄마들도 조기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주변에서 지지해주는 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박 교수는 “피해 학생의 엄마는 자신의 감정 상태에 대해 치료를 받거나 상담받는 일을 사치라고 생각한다”면서 “1차적으로 엄마에게 잘못이 없다는 것을 주변에서 인지시켜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정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은 “피해자 엄마들은 속마음을 털어놓을 곳이 없다”면서 “집단 상담 등을 통해 마음을 터놓을 수 있게 하고 공감과 지지를 보내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분당의 지독한 ‘님비’ 갈 곳 없는 보호관찰소

    분당의 지독한 ‘님비’ 갈 곳 없는 보호관찰소

    ‘우리 지역에 혐오 시설을 두면 안 된다’는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 현상 탓에 경기 성남보호관찰소가 올해도 이웃 주민들의 반발로 13년째 ‘홈리스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국의 보호관찰소 가운데 성남시만 유독 주민들의 반대로 청사 건립이 무산되고 있다. 보호관찰소는 법원에서 보호 관찰, 사회 봉사 처분을 받은 범죄 전과자를 관리하는 법무부 소속 기관이지만 주민 대부분은 범죄자를 수용하는 기관으로 착각하거나 범죄자들이 드나드는 혐오 시설로 인식하고 있다. 지난 18일 성남시 중원구 성남시청 옆 공공 공지에 보호관찰소 이전이 추진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중원·분당구민들이 발칵 뒤집어졌다. 주민들은 아파트단지 곳곳에서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는가 하면 인터넷 국가신문고에 단체 민원을 넣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보호관찰소) 예정지 50m 거리 안에 초등학교와 유치원들이 있다”면서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근처에 범죄자들이 드나드는 보호관찰소가 건립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탑동에 살고 있는 주부 이모(42)씨는 21일 “학교시설보호지구에 보호관찰소가 들어올 수 없는데도 강제 이행금을 부과받고 이전 추진을 강행한다고 들었다”고 반발했다. 또 다른 주민은 “행정구역은 중원구, 생활권은 분당인 점을 이용해 분당구민들의 의견을 무력화하려는 수작”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이전 예정지의 주소지는 중원구지만 길 하나를 두고 야탑동이 위치해 사실상 분당구민들의 생활권에 속한다. 날 선 주민들의 반발에 법무부는 이번에도 사업이 무산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박종국 법무부 범죄예방기획과 사무관은 “보호관찰소는 범죄 예방을 위한 주민 보호시설임에도 주민들이 이를 마치 범죄 집단, 범죄자 수용 시설로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면서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민 설득은 쉽지 않아 보인다. 법무부는 수년 전 청사용 건물 매입비로 65억원을 마련했지만 주민 반대로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2009년에는 분당구 구미동 미금역 근처에 청사 건립을 추진했으나 인근 주민들의 반발로 포기했고 2010년에는 야탑동 고용노동부 성남지청 땅에 세우려다 주민 반대로 무산됐다. 오는 9월 세 번째 전세 계약이 끝나지만 이전 추진이 무산되면 마땅한 대안이 없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남덕우 기념사업’ 추진

    서강대는 지난 18일 별세한 ‘서강학파의 대부’ 남덕우 전 국무총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남덕우 기념사업회(가칭)’를 만든다고 20일 밝혔다. 기념사업회는 남 전 총리의 업적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책자로 발간하고, 고인의 유지를 이어 한국경제의 성장 경험과 발전 모델을 이론화하고 세계화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기념사업회 회장은 고인의 제자이자 서강학파 3세대로 불리는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이 맡는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폭력 피해학생 북소린 달라… 감정 풀 기회 줘야”

    “폭력 피해학생 북소린 달라… 감정 풀 기회 줘야”

    “요즘 아이들은 뛰고 땀 흘리면서 스트레스를 풀 기회가 너무 없어요. 학교 폭력이 불거지는 것도 이런 배경이라고 봅니다. 악기를 치고 두드리면서 스트레스를 조절하면 폭력의 상처와 앙금도 금세 치유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학교폭력에 연루된 학생들을 국악으로 보듬고 치유하는 교사가 있어 화제다. 서울 금천구 국립전통예술고에서 전통 타악기인 소고를 가르치는 교사 박부현(27)씨가 주인공. 박 교사는 지난달 13일부터 금천구 일대의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 13명을 위한 ‘힐링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박 교사는 “폭력을 당한 아이들의 북소리는 달라요. 상처와 분노, 무관심 등의 감정이 그대로 느껴지죠. 악기를 통해 나쁜 감정을 해소할 수 있게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타악이 나쁜 에너지를 해소시켜 주는 희망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라고 설명했다. 박씨가 재능 기부에 나서게 된 배경에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악기를 배우던 친구의 영향이 컸다.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반 친구들 사이에서 매를 맞던 친구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전형적인 학교폭력이었다. 그는 “애들이 레슬링을 하자면서 일방적으로 친구를 때리고 얼굴에 분필로 낙서까지 하더라고요. 충격적이었죠. 서로 더욱 악기에 매진하자고 했죠. 사물놀이는 몸집이 아주 작았던 우리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힘이었거든요”라며 당시를 돌아봤다. 결국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친구는 악기로 자신감을 얻고 학교 폭력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후 박씨와 친구는 대통령상,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는 등 각종 대회를 휩쓸며 예고와 중앙대 국악대에 나란히 입학했다. 그는 “2008년 군 복무 중에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면서 사물놀이를 접어야 하는 위기를 겪었고 그때 많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받고 큰 힘을 얻었다”면서 “경험이 적어 방황하고 실수할 수밖에 없는 학생들에게 작지만 보탬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평생 안고 갈 빨갱이 딱지 39년 만에 떼어버려 홀가분”

    “평생 안고 갈 빨갱이 딱지 39년 만에 떼어버려 홀가분”

    “친척들마저도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느냐고 하더라고요. 당시 제일 무서웠던 게 빨갱이 딱지인데…. 평생 안고 갈 줄 알았던 상처를 털어버리니 홀가분합니다.” 16일 39년 만에 대통령 긴급조치 1호 위반 혐의를 벗은 임상우(60) 서강대 사학과 교수를 만났다.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으로 투옥됐던 스물한 살 청년은 눈가에 주름이 깊게 팬 노인이 됐다. 민청학련 사건은 1974년 4월 불온세력의 조종을 받아 반국가단체를 조직하고 국가를 전복하려 했다는 혐의로 180여명이 구속기소된 공안사건이다. 당시 서강대 학생이던 임 교수는 유신헌법과 대통령 긴급조치 철폐를 주장하는 시위를 주도했다는 혐의로 영장도 없이 체포돼 비상보통군법회의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평생 빨갱이란 딱지를 안고 살던 그는 수십 년이 지나서야 서울고법에 재심 청구를 했고 지난 13일 재판부는 임 교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당시 함께 투옥됐던 대학 동기 4명도 이번 판결로 혐의를 벗었다. “국가나 일부 세력의 초헌법적인 위법행위를 국민이 막아야 한다는 걸 국가가 재확인한 것에 이번 판결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가혹행위에 따른 진술은 증거능력이 없다’는 점을 다시 인정한 부분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재판부는 “당시 재판부가 근거로 삼은 긴급조치 1호는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무효이며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도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수사과정에서 경찰과 중앙정보부 소속 수사관의 가혹행위도 인정했다. “육체적인 고문 이상으로 힘들었던 건 정신적인 고문이었어요. 공산주의자부터 시작해 북한의 하수인이라며 압박해 올 때의 그 악몽 같은 시간은 지금도 잊히지가 않습니다.” 임 교수는 1975년 민청학련 사건 구속수감자 1호로 형 도중 사면됐다. 그는 사면 당일 ‘국민투표율이 높다고 해서 국민이 유신헌법을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발언해 재수감 명령을 받기도 했다. 그는 이제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지난 3월 21일 위헌으로 결정 난 긴급조치 2호의 위법성을 기록해 후대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긴급조치 2호는 ‘유신 반대에 대한 처벌은 군사법정에서 결정한다’, ‘군사법정인 비상보통군법회의는 중앙정보국(현 국가정보원)의 지휘를 받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법부를 중앙정보국 감독에 둔다는 건 재판부가 행정부의 통제를 받는다는 얘깁니다. 단순히 독재라는 말로는 모자랄 정도로 초법적인 행태죠. 자세히 기록해 후대에 알려야 한다고 봅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대기업 인사팀, 취업강의서 막말

    한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가 여대 취업 강의에서 학생들의 외모를 평가하고 특정 학교를 비하하는 발언을 해 빈축을 사고 있다. 학생들은 “취업의 칼자루를 쥔 갑(甲)의 발언이라고 해도 정도가 지나친 것 아니냐”며 반발했다. 지난 10일 숙명여대 ‘성공취업실전’ 강사로 초청된 애경(AK)홀딩스 인사팀 A차장은 수업 시간 중 특정 학생을 가리키며 “과거에 예쁜 학생을 지도한 적이 있었는데 당신보다 예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대생은 피해 의식이 심하다”면서 “여대생들이 사회생활을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남자들이 자기를 좋아하는 줄 알고 착각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강사는 개인적인 편견을 인사에 반영하곤 한다는 발언도 이어 갔다. 그는 “카메라를 좋아해 중고거래를 몇 번 했는데 외대 근처 대학생들에게 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면서 “서류 볼 때 그 학교에 불이익을 준다. 입사하면 ‘그 학교 나왔으니 너흰 사기꾼’이라고 괴롭힌다”고 말했다. 그는 수업 마지막에는 “수업 태도가 안 좋으면 회사에 가서 숙대생들은 절대 뽑지 말자고 하겠다. 다른 회사 인사팀 모임에서도 말하면 안 듣겠냐”고 밝혔다. 수업에 참가한 한 학생은 “강사가 말한 대로 우리가 ‘피해 의식 심한 여대 출신’이라 예민하게 생각하는 건지 황당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강생은 “정식으로 항의하고 싶었지만 혹시 해당 회사에 지원할 친구들이 취업하는 데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돼 문제 제기는 못 했다”고 밝혔다. 강의 후 학생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학교 측은 13일 AK홀딩스에 해당 내용을 통보하고 다음 학기에는 다른 인사담당자를 섭외하기로 했다. 애경 측은 “담당 상관이 직접 학교를 찾아 사과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칭찬받은 손찌검’

    프로 농구선수가 놀이터에서 담배를 피우던 중고생들을 훈계하다 경찰에 입건돼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A양 등 여중생 2명을 때린 혐의(폭행)로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 소속 농구선수 이현호(33)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이씨는 12일 오후 8시쯤 양천구의 한 놀이터에서 담배를 피우던 A양 등 중·고등학생 5명을 훈계하다 이들의 머리를 손으로 한 차례씩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A양 일행은 경찰에 직접 신고했고 이씨가 때리면서 폭언을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애들을 나무라던 중 애들이 욕을 하면서 반항해 화가 나 때렸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A양 등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의 부모는 오히려 “요즘 어느 어른이 아이들의 엇나간 행동을 훈계하느냐”면서 이씨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복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이씨는 2003년 서울 삼성에서 데뷔한 뒤 안양 KT&G(현 인삼공사)를 거쳐 인천 전자랜드에서 4시즌째 뛴 포워드다. 데뷔 시즌에 신인상을 받았고 지난해 한국농구연맹(KBL) 올스타전 선수로 선발됐다 이씨의 입건 소식이 전해지자 SNS에는 이씨를 옹호하는 누리꾼들의 글이 쇄도했다. 트위터 아이디 erik***는 “용기 내 말한 이현호 선수, 당신이 멋집니다”라고 적었고 아이디 kimy*****는 “요즘 같은 시대에 이현호 선수에게 오히려 상을 줘야 한다”며 이씨를 응원했다. 반면 아이디 supe**** 등 일부 네티즌은 “아무리 그래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반론을 펴기도 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학폭에 도움 vs 공포감 조성… ‘학교 안 경찰’ 동상이몽

    학폭에 도움 vs 공포감 조성… ‘학교 안 경찰’ 동상이몽

    # 지난 3월 김모(15)양은 용기를 내 수화기를 들었다. 학교폭력전담관(SPO)이 알려준 117 번호였다. 김양은 학기 초 우연히 마주친 김모(16)군에게 돈을 빼앗겼고 틈만 나면 김군 패거리에게 불려 나갔다. 김군과 7명의 중학생들은 김양의 머리를 때리고 돈을 뜯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말하면 죽이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홀로 고민하던 김양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으면 곧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김양의 신고에 SPO 경찰관이 달려왔다. 김군 등 8명은 공동폭행 혐의로 서울 성동경찰서에 줄줄이 입건됐다. 피해자는 김양뿐만이 아니었다. 김군 패거리는 이 일대를 돌아다니며 여중생들을 상습적으로 괴롭힌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피해 학생들은 상담을 받고 있다. 2011년 12월. 대구에서 한 중학생이 학교 폭력에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온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이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대대적인 학교 폭력 근절 캠페인에 나섰다. 2010년 발표했던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5개년 계획을 강화하는 한편 2012년 더욱 엄정한 대책들을 포함한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 등을 추가로 발표했다. 경찰도 가세했다. 학교에 전담 경찰관을 두는 등 경찰이 본격적으로 학교 현장에 뛰어든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지난 2월 20일에는 서울지방경찰청이 서울교육청과 함께 경찰의 상담기능을 강화한 열린경찰상담실도 열었다. 이후 학교 현장은 어떻게 변했을까. 현장의 목소리는 학교, 교사, 경찰, 학부모, 학생 각각의 입장에 따라 달랐다. 무관심한 이들부터 경찰의 적극적인 학교 폭력 근절 의지를 높게 평가하는 이들, 오히려 공포감이 조성돼 학교 폭력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4월 22일 강남구 역삼·대치동의 학원가를 배회하면서 또래 학생들에게 현금과 스마트폰 등을 빼앗고 편의점에서 담배·음료수를 훔친 이른바 ‘역삼패밀리’를 붙잡았다. 공포의 대상이었던 역삼패밀리가 검거된 데는 각 학교에 설치한 열린경찰 상담실 내 SPO의 공이 컸다. 그러나 언론 보도가 쏟아져 나오자 학교 분위기는 오히려 싸늘해졌다. 검거 소식에 학부모들이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 학업 분위기가 저해되고 공포분위기가 조성됐다는 게 학부모들의 주장이었다. 해당 학교의 한 학부모는 “부담스럽다. 우리 아이는 학교 폭력 등과 전혀 관계가 없고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인데 언론에 이 사건이 너무 오르내리고 하다 보니 학업 분위기 등이 안 좋아진 것 같다”면서 “학교 차원에서 경찰과 협의해 조용히 가해·피해자뿐만 아니라 학생들 모두에게 좋은 방향으로 처리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맡았던 이정기 수서경찰서 청소년 계장은 “학교 및 학부모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SPO 정착에 도움이 된다”면서 “과도한 언론 보도로 (학교 및 학부모들과의) 관계 회복이 필요한 상태”라고 했다. 또 “언론은 학교 폭력 문제를 자극적으로 보도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학교 측도 고민이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장은 “교사들은 가해 학생이든 피해 학생이든 우리가 품어야 한다”면서 “미국의 경우 담임제가 없으니 안전이나 문단속, 학교 안에서 있는 폭력을 책임질 경찰이 있어야 하지만 우리는 담임교사가 있는 만큼 경찰을 늘리기보다 교사들 잡무를 줄여 아이들을 돌보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고교 교사도 ”아이들이 (경찰에) 거부감이 있다. 아무리 그래도 경찰보다는 학교선생님이 더 가깝지 않겠느냐”면서 “사소한 일로도 경찰관에 가는 것을 학생과 학부모 모두 부담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반면 학교폭력전담 경찰을 반가워하는 교사들도 있다. 윤동원 서울 강동중 교장은 “학교전담경찰관제도가 도입되면서 학교폭력 예방과 학생지도에 큰 힘이 되고 있다”면서 “평소 폭력적인 학생들도 경찰관이 상주하면서 심리적인 억제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학교전담관을 어떻게 생각할까. 학생들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에서 전국 16개 시·도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2학년 55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 전담 경찰이 학교폭력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학생은 30.3%로 전문 상담교사가 학교폭력 예방에 도움이 된다(28.4%), 폐쇄회로(CC)TV가 도움이 된다(23.2%)는 반응보다 높았다. 지난해 이화여대 학교폭력예방연구소 연구소가 1169명의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학교폭력 전담 경찰의 도움 정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가 12.7%, ‘도움이 되지 않았다’가 9.3%로 나타났다. ‘보통이다’가 47.7%, ‘도움이 되었다’는 18.2%, ‘매우 도움이 되었다’는 12.1%로 조사됐다. 117 학교폭력 근절 지원센터 신고 건수가 급증한 것도 경찰의 학교 상주 효과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1~4월 1273건이던 신고 건수가 올해 같은 기간에는 4배가 넘는 5278건이 접수됐다. 숨은 학교 폭력이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현장 반응이 엇갈리다 보니 현장에 투입되는 경찰들의 고민은 그칠 날이 없다. 지난 10일 영등포경찰서에서 열린 SPO 간담회에서는 ‘학생을 직접 만나고 상담하면서 보람을 느낀다’는 의견에서부터 ‘SPO 전문성 교육이 필요하다’, ‘SPO 상담실이 필요하다’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비협조적인 학교 관계자들의 태도가 고민이라는 경찰들도 있었다. 현재 수서서 관할 학교의 열린경찰상담실처럼 SPO를 위한 별도의 상담실을 마련한 학교는 서울시 717개 중·고교 중 70개에 불과하다. 학교 측이 학내 경찰이 상주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해서다. 관악의 한 SPO 경찰은 “학교에 늘 나가 있으니까 확실히 학교 폭력을 예방하는 데 SPO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학교 측에서도 예방 차원에서는 더 있어 주길 원하는데 실제 학교 폭력 사건이 일어나면 소극적으로 변하더라”고 아쉬워했다. 윤후의 서울청 생활질서과장은 “학교 측이 부담스러워하니까 SPO가 정착이 잘 안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대 학교폭력예방연구소장인 한유경 교육학과 교수는 “경찰과 정부의 학교폭력 정책이 잘됐냐 못 됐느냐를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면서 “예방차원에서 또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찰의 학교폭력 정책을)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한 교수는 이어 “강남 지역은 기본적으로 학교폭력을 은폐하려는 성향이 강하다”면서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각각 다른 접근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지역 조직폭력배와 학생들이 연결되지 않도록 하는 일 등 학교 차원의 관리 범위를 넘어선 일이 경찰이 관여할 일”이라고 말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피해자 “尹, 술자리 후 숙소로 불러… 방에 올라가니 속옷 차림”

    피해자 “尹, 술자리 후 숙소로 불러… 방에 올라가니 속옷 차림”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은 피해자와 용의자 모두 공개적으로 사건의 전말을 밝히지 않고 있는 데다 미국 경찰도 “수사중”이라는 이유로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현 시점에서 정확한 전말을 파악하긴 힘들다. 현재로서는 워싱턴 경찰국과 청와대 등 관계자들의 전언을 통해 개략적인 사건 정황을 짐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 대변인은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만찬이 끝난 7일 저녁(현지시간) 박근혜 대통령의 숙소인 블레어 하우스(영빈관) 근처 W호텔 바에서 자신을 수행하던 주미 한국대사관 소속 여성 인턴 A씨와 술을 마셨다. A씨는 “윤 대변인과 단둘이 마셨으며 바에서 1차적으로 윤 대변인이 엉덩이를 움켜쥐는 등 몸을 더듬었다”고 주장했다고 한 소식통이 전했다. 반면 윤 대변인은 귀국 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단둘이 마신 게 아니라 운전기사까지 3명이 함께 마셨다”면서 “A씨는 맞은 편에 앉았기 때문에 성추행은 말이 안 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윤 대변인은 자신의 숙소인 F호텔 방으로 자리를 옮겨 A씨에게 전화로 서류를 가져오라고 했고 A씨가 호텔 방에 오지 않자 다시 전화를 걸어 욕설을 했다. 마지 못해 A씨가 방으로 올라갔을 때 윤 대변인은 속옷 차림으로 있었고 놀란 A씨는 방을 뛰쳐나와 경찰에 신고했다고 피해 여성은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윤 대변인은 A씨가 자신의 짐을 가져가기 위해 왔는데 그때 마침 샤워를 하고 나와 속옷 차림이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기를 수행하는 A씨가 수시로 자료를 갖고 올 수 있도록 방 열쇠를 미리 줬다는 것이다. A씨는 윤 대변인의 이 같은 ‘성추행’이 오후 9시 30분부터 오후 10시 사이에 이뤄졌다고 했고, 이를 다음 날 0시 30분에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의 범죄사건 신고서에는 신고시간이 ‘오전’이나 ‘오후’라는 표기 없이 ‘12시 30분’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는 정황상 오전 12시 30분, 즉 0시 30분일 가능성이 높다. 윤 대변인이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탄 시간이 8일 오후 1시 35분이기 때문이다. 호텔에서 공항까지 40분 이상 걸리는 데다 국제선 항공편의 경우 공항에 적어도 1시간 전에는 도착해야 하는 점 등을 감안한 추론이다. 미국 경찰은 신고 직후 출동한다는 점에서 8일 새벽 윤 대변인을 찾아갔을 가능성이 높지만 윤 대변인이 이날 오후 면도기와 옷가지 등 대부분의 짐을 호텔 방에 놓고 서둘러 비행기를 탄 점에 비춰 보면 경찰이 이날 아침에 들이닥쳤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일각에서는 체포하러 온 경찰에게 윤 대변인이 외교사절 비자를 내보이자 경찰이 호텔에 머물러 있으라고 통보한 뒤 한국 대사관에 신변 확보 동의를 구하는 사이 몰래 택시를 잡아타고 공항으로 향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목격자들은 윤 대변인이 적어도 8일 오전 박 대통령 수행 경제인 조찬에는 참석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따라서 공항행은 그 이후로 보인다. 윤 대변인은 공항에서 개인 신용카드로 420만원짜리 서울행 대한항공 KE094편 비즈니스석 항공권을 구입했다. 출국 과정에서 제지를 받지 않았다. 신고만 접수된 상태에서 피해자 직접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출국금지 조치 등은 취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윤 대변인의 입국은 떠날 때와 달리 초라했다. 비행기 안에서는 한마디 말도 없이 잠만 잔 것으로 알려졌다. 옆자리도 비어 있어 별다른 눈길을 받지 않았다. 항공사 관계자는 “승무원들과 한마디 대화도 없이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표정으로 잠만 잤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에 도착해서는 일반 승객과 함께 입국 심사를 받았다. 윤 대변인을 목격한 인천공항 상주 직원은 “대통령 전용 특별기에 타고 있어야 할 사람이 조그만 손가방 하나만 들고 입국심사대에 서 있어서 깜짝 놀랐다”면서 “별도의 의전도 받지 않고 일반승객과 나란히 줄을 서서 입국심사를 받는 모습이 너무 초라해 보였다”고 말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성폭행 혐의 박시후 불기소… 고소녀 訴 취소

    성폭행 혐의 박시후 불기소… 고소녀 訴 취소

    배우 박시후(36·본명 박평호)씨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던 A(22)씨가 검찰 수사 중 돌연 고소를 취소했다. 고소 없이는 수사를 진행할 수 없는 친고죄의 특성상 이번 사건의 진실 규명은 어렵게 됐다. 서울서부지검은 10일 박씨와 박씨의 후배 연예인 김모(24)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윤웅걸 서부지검 차장검사는 “A씨의 변호인이 9일 박씨와 김씨에 대한 고소를 취소했다”면서 “준강간이나 강제추행은 친고죄로, 고소 취소장이 접수된 만큼 공소권이 없다”고 불기소 처분 이유를 밝혔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병신 소리 들으며 영업… 밀어내기 못 버텨”

    “병신 소리 들어가면서 영업을 해 왔습니다.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립니다.” 9일 서울 중구 남양유업 본사 앞. 오후 2시쯤 남양유업 영업사원의 욕설 파문에 대한 대리점주들의 입장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피해 당사자인 김모(53)씨가 모자를 깊게 눌러쓴 채 마이크를 잡았다. 얼굴은 선글라스로 가렸다. 김씨는 “대리점 일을 하다 공황장애에 걸렸다는 걸 알았고 다른 대리점주들도 나처럼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녹취록 공개를 결심했다”면서 “이번 일로 제도가 개선돼 대리점주들이 공정한 룰 속에서 생업에 종사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2000년 남양유업 치즈대리점을 시작한 김씨는 본사의 물량 떠넘기기로 매달 100만원씩 적자를 내다 2년 전 사업을 접었다고 했다. 김씨는 “그날(2010년 6월 30일 녹취일) 이후 하루하루가 너무 괴로웠다”면서 “제도 개선이 되고 사과를 받는다고 해도 남양유업 대리점 일만큼은 다시 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남양유업 측이 이날 대국민 사과를 한 것에 대해서도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불공정 사실을 은폐·조작하는 데 선수들”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또 “사과를 하려 했다면 지금까지 피해 본 대리점주들에게 먼저 와서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자신을 비롯한 대리점주들이 녹취록을 짜깁기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녹음 내용처럼 영업사원이 폭언을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면서 “녹취록이 일부 편집되긴 했지만 서로 숨소리 내며 침묵한 대목을 잘랐을 뿐이며 우연히 녹음 버튼이 눌러졌는데 욕이 담긴 녹취록은 더 있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전산 조작 밀어내기’ 확인땐 홍원식 회장도 수사 선상

    남양유업의 대리점 횡포·상납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2일 본사 등의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회계·전산 자료 분석을 바탕으로 조만간 회사 임직원 소환에 나서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전직 대리점주들이 다음 주 중 지점 3∼4곳을 추가 고소하기로 하면서 불공정 행위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될 전망이다. 추이에 따라서는 홍원식 회장 등 경영진에 대한 조사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중앙지검 형사 6부(부장 곽규택)는 남양유업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회계 자료, 전산 자료 등의 분석을 통해 남양유업 비리를 입증할 물증을 확보한 뒤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하기로 했다. 검찰 핵심 관계자는 8일 “전산 시스템 조작, 밀어내기 강요, 리베이트 요구 등 남양유업과 관련해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 낱낱이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남양유업 측이 대리점 업주들의 주문 물량을 멋대로 부풀려 기재했는지를 파헤치고 있다. 검찰은 남양유업의 대리점 발주 시스템 등 전산 자료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대리점 업주들은 “6박스를 발주하면 전산 시스템을 거친 뒤 최종 발주량이 9박스로 늘어나는 등 이른바 ‘밀어내기’를 위한 시스템 조작이 횡행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횡포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사전자기록변작죄에 해당, 최고 징역 5년 또는 1000만원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검찰은 남양유업이 밀어내기 물량을 반품하지 못하도록 업주들에게 마이너스 통장과 연계된 자동이체계좌(CMS)에 가입하게 하거나 사측이 통보한 신용카드를 만들게 해 물품 대금을 강제로 청구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명절 떡값이나 대리점 개설 명목으로 10만~500만원의 리베이트를 착복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리베이트를 제공하지 않을 때 대리점 계약 해지를 빌미로 협박한 의혹과 관련해 당시 상황과 발언 수준 등을 토대로 공갈 혐의가 적용되는지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남양유업의 증거인멸 여부도 살펴보고 있다. 남양유업은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지난달 19일 서울 청계천 근처 본사에서 경기 고양의 원당물류센터로 내부 보고 문건 등 관련 자료를 대량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같은 첩보를 입수, 지난 2일 원당물류센터도 전격 압수수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대리점 업주에게 폭언을 해 논란을 빚은 남양유업 전 영업사원 이모(35)씨는 지난 7일 “욕설을 한 부분이 악의적으로 편집됐다. 녹음 파일 유포자를 잡아 달라”며 서울경찰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경찰은 이씨의 거주지가 있는 서부서로 사건을 이첩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8일 어버이날 2제] 조금은 나아진 ‘母의 나라’

    어머니가 가장 살기 좋은 환경을 갖춘 나라는 핀란드, 가장 열악한 곳은 콩고민주공화국으로 평가됐다. 한국은 전 세계 176개국 가운데 31위에 올랐다. 국제아동권리기관인 세이브더칠드런이 7일 발표한 어머니가 살기 좋은 나라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폴란드(28위), 룩셈부르크(29위), 미국(30위)에 이어 일본과 함께 31위를 차지했다.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는 “여성에 대한 교육과 영양 상태 등이 신생아 사망과 연결되기 때문에 2000년부터 매년 어머니가 살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보고서를 발간해 왔다”면서 “한국은 중상위권으로 비교적 높은 순위에 속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4800명 가운데 1명이 임신이나 출산 중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1위인 핀란드는 임산부 1만 2200명 중에 1명, 꼴찌인 콩고민주공화국은 30명 가운데 1명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의 ‘기대 정규교육 기간’은 한국이 핀란드의 16.9년보다 0.3년 높은 17.2년으로 오히려 높았다. 기대 정규교육 기간은 한 아이가 해당 국가에서 태어났을 때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교육 기간을 말한다.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5.7%로 핀란드의 16.9%보다 낮았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눈부신 대학생활, 자유롭고 행복하길… 엄마 아빠가”

    “눈부신 대학생활, 자유롭고 행복하길… 엄마 아빠가”

    지난달 말 서한얼(20)씨는 손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 한 통을 받았다. 난생 처음 부모님에게서 받은 편지였다. 올해 서강대 철학과에 입학해 고향 대전을 떠나 홀로 자취생활을 시작한 그에게 그 편지는 감동 그 자체였다. “당장 손에 잡히는 게 없고 확실한 게 없을 때가 가장 불안하고 두렵다는 걸 성장통을 겪은 한얼이가 가장 잘 알거야. 보석 같은 네 대학생활을 자유롭게 즐기렴. 행복하길 기도한다.” 서씨는 “방황했던 시간들을 부모님이 이해해 주신 것 같아 기쁘고 울컥했다”면서 “학교 동아리방에 책과 편지를 두고 시간이 날 때마다 펼쳐본다”고 했다. 올해 4회째를 맞은 서강대의 재학생, 부모 간 소통 프로젝트가 화제다. 유기풍 총장은 올해 입학한 신입생 학부모들에게 빈 편지지 한장을 보냈다. ‘모모’, ‘천국의 열쇠’ 등 부담없는 책들로 채운 추천 도서 목록도 동봉했다. 유 총장은 편지에서 “학교가 부모님과 자녀 사이를 잇는 사랑의 징검다리가 되고자 한다”면서 “성인이 되는 자녀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을 편지에 담고 읽을 책도 추천해 달라”고 적었다. 여기에 학부모 900여명이 참여했다. 학부모들은 평소 자녀에게 하지 못했던 얘기를 손글씨로 적어보냈다. 학교는 부모가 추천한 책을 구매해 편지와 함께 학생들에게 전달했다. 책을 사는 데 1000만원 정도가 들었다. 지체장애를 가진 아들에게 처음으로 편지를 썼다는 학부모는 “갑작스러운 병으로 초등학교 5학년 이후 학교를 제대로 다녀본 적이 없는 아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뿐이었다”면서 “편지에 ‘누구보다 너를 지지한다’고 썼다”고 했다. 자연과학부 박준형(19)군의 어머니 홍상옥(49)씨는 “편지를 쓰면서 아들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된 것 같다”면서 “자기 선택을 지지해 달라는 아들을 생각하면서 새삼 행복을 느꼈다”고 전했다. 김용해 교목처장은 “20년 가까이 자녀를 키워 오면서도 막상 부모와 편지를 주고받을 기회는 많지 않다”면서 “학생들이 편지와 추천 도서를 부모에게 전달하는 프로젝트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남편이 죽자, 시아버지가 매일 밤 찾아왔다

    남편이 죽자, 시아버지가 매일 밤 찾아왔다

    # 2007년 스무 살이 되던 해 그녀는 베트남 시골 마을 고향을 떠나 한국에 왔다. 나이는 까마득하게 많고 말도 전혀 안 통하는 낯선 남자와의 결혼. 그게 찢어지는 가난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곳은 결코 그녀에게 포근한 보금자리가 되지 못했다. 정신질환을 앓는 남편은 허구한 날 폭력을 휘둘렀다. 그녀의 유일한 위안은 베트남어로 대화가 가능한 인터넷 메신저 ‘깻방’이었다. 이곳에는 한국에 시집 온 베트남 여성들의 눈물이 가득했다. 채팅을 하다가 숙식과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사람을 만났다. 베트남 유학생인 그는 “힘들면 집에서 나오라”고 했다. 2009년 그녀는 집을 나왔다. 그렇게 해서 간 곳이 휴대전화 제조 공장. 시급 4500원에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고달픈 노동이 이어졌다. 그래도 행복했다. 베트남의 엄마 아빠에게 돈을 부치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남편과 이혼소송을 벌여 한국 영주권까지 얻었다. 이제 그녀는 자유다. # 그녀(29)는 9년 전 필리핀을 떠나 전남 지역으로 시집왔다. 신혼은 짧았다. 마늘 농사를 짓던 남편은 알코올 중독자에 자주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아이가 생겼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남편은 결혼 8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팔자려니 했다. 유복자이긴 했지만 아이도 낳았고 서서히 한국 생활에도 적응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악몽은 시아버지가 그녀의 방을 찾으면서 시작됐다. 매일 밤 시아버지는 며느리의 방을 찾아 문을 잠갔다.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구박하기 시작했고 그녀는 매일 밤마다 공포에 질려야 했다. 시아버지의 기행이 1주일 이상 이어지자 결국 그녀는 아기를 업고 몰래 짐을 쌌다. 결혼 1년 8개월 만이었다. 장을 보러 간다고 둘러댄 후 택시를 불렀다. 아이를 쉼터 어린이집에 맡기고 공장에 다녔다. 새벽 6시 30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15시간을 일했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 그녀는 지금 손발에 마비 증세가 와 고생하고 있다. 집세를 내고 나면 네 살배기 아이와 입에 풀칠하기도 버겁다. 고향을 떠날 때 그렸던 그녀의 한국 생활은 대체 어디로 갔을까. 결혼 이주 여성의 가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취업을 목적으로 결혼한 뒤 일자리를 찾아 사라지는 경우도 있지만, 언어·문화·경제적인 문제로 시댁과 갈등을 겪거나 남편의 폭력과 폭언을 피해 가출하는 여성도 적지 않다. “(남편과) 보통 10~20년씩 나이 차이가 나다 보니 여성들이 도망갈까봐 집 밖에 못 나가게 하고 가두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결혼 이주 여성 A(26)씨는 “결혼 이주 여성이 한국에 오는 이유 중 하나가 고국의 형편이 어려운 가족을 돕기 위해서인데 자꾸 집 안에 가두려고만 하니 목적 실현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많은 결혼 이주 여성이 이 문제로 갈등을 겪는다”고 했다. 이어 “일부에서는 돈 받고 팔려 왔으니 고분고분 살아야 한다는 식으로 결혼 이주 여성을 깔보는 심리도 있어 정 붙이기가 더욱 어렵다”고 했다. 실제 다양한 이유로 한 해 3000명 이상의 결혼 이주 여성들은 가출을 택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08년 3777명, 2009년 3617명, 2010년 3613명, 2011년 3551명, 2012년 3731명이 한국 가정으로부터 도망쳤다. 올해에도 이미 3월 말까지 805명이 집을 나갔다. 다문화가정의 경우 가출 신고를 꺼린다는 특성을 고려하면 그 수는 더 커진다. 지난 5년간 성사된 국제결혼이 한 해 통상 2만 5000건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매년 15% 정도가 가출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는 셈이다. 26만여 가구에 달하는 다문화가정 중 이혼 또는 별거 중인 가구도 4.5%에 달한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선택한 가출이지만 집 밖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가출한 결혼 이주 여성을 돌보는 쉼터 등에 입소하는 경우는 행운에 가깝다. 대부분 여권을 두고 몸만 도망쳐 빠져나오거나 남편이나 시부모가 여권을 관리하는 경우가 많아 당장 체류 자체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을 맞는다. 체류 연장을 하지 못해 불법체류자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한 쉼터 관계자는 “가출한 결혼 이주 여성들이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는 쉼터 측에서 신원 보증을 한다 해도 체류연장 기간이 3개월에 불과하다”면서 “더 큰 문제는 전국 18개 국비 지원 쉼터(각각 12~23명 정원으로 총 225명) 수용률도 정원을 초과한 상태라 폭력과 학대를 피해 집을 나왔다가도 귀가 조치되는 경우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수용 인원 자체가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물리적·언어적 폭력을 얼마나 심하게 당했느냐, 피해가 얼마나 크냐와 상관없이 빈자리가 있는지 없는지가 주요 입소 기준이 된다. 머물 수 있는 기간도 길어야 2년으로 한정돼 있다. 2년 후에는 독립을 해야 하지만 결혼 이주 여성들에겐 막막하기만 하다. 생활비는 많이 들지만 그들이 잡을 수 있는 일자리는 뻔하기 때문이다. 한국어가 안 되기 때문에 박봉의 공원이나 청소 도우미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 서울은 그나마 조건이 좋아 2차 쉼터에서 자립을 위한 기술을 배운다. 그러나 여건이 갖춰지지 못한 곳에선 일정 기간 후 머물 곳조차 없는 신세가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모텔 청소 도우미인 ‘조바’(도우미)로 숨어드는 사람들이 많다. 젊은 여성들의 경우 공단에 숨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나이가 있는 한국계 중국인의 경우 여관이나 모텔에서 청소 도우미를 자처하며 숙식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한 모텔 관계자는 “신분이 드러날 일이 없어 많은 결혼 이주 여성들이 조바를 자처한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인터넷 메신저 등을 통해 가출 정보를 얻거나 가출 후 도와줄 남성을 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13년 전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 황재석(44·무역업)씨는 “혈기 왕성한 남성들은 성욕을 충족시킬 수 있고, 여성은 생활비를 아껴 번 돈을 최대한 많이 베트남 가족에게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출 후 동거와 같은 또 다른 계약이 성립된다”면서 “주위를 보면 가출해서 혼자 사는 경우는 거의 없고 유학 등을 온 자국민들과 함께 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일부 결혼 이주 여성을 도와주려는 남성들은 가출 후 이혼 소송에서 승소하면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노려 이혼을 부추기는 경우도 있다. 가출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이는 악순환을 낳기도 한다. 좋지 못한 사례가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결혼 이주 여성과 결혼하는 남편과 가족들은 여성의 바깥 생활에 대한 불안과 통제에 대한 집착이 심해진다. 여성의 사회생활을 통제하면서 갈등이 계속되는 식이다. 김해성 지구촌사랑나눔 이사장은 “자신을 희생하며 건전하게 사는 결혼 이주 여성들이 대부분인데도 일부 사례 때문에 ‘결혼 이주 여성들은 다 도망간다더라’ 식의 선입견이 확산돼 있다”면서 “실제 남성 쪽에 신체적·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게 문제 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했다. 김현미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이 여성들을 결혼 이주자로 불러들였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완성하지 못한 가출 여성들에 대한 편견이 많고 쉽게 낙인을 찍는다”면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도 건강한 가족의 유지에만 초점을 맞춰 운영되기 때문에 심각한 부부 갈등이나 폭력을 겪고 있는 가정 등 좀 더 개입이 필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김학의 목소리 ‘동영상’과 95% 일치

    건설업자 윤모(52)씨의 고위층 성 접대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성 접대 동영상 속 남자 목소리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목소리와 95% 일치한다는 결과를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건설업자 윤씨에 대한 조사 등 보강 수사를 거쳐 출국금지 상태인 김 전 차관을 조사하기로 했다. 3일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와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주 경찰이 확보한 2분 분량의 동영상과 2003년 촬영된 김 전 차관의 인터뷰 영상에 대한 성문(목소리 지문) 분석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에 의뢰했다. 연구소가 밝힌 오차범위는 ±3%로 성문 분석상 95%의 일치도는 동일 인물일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 속한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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