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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 인사이드] 한국 사회 음식문화로 자리매김… ‘치맥’의 모든 것

    [주말 인사이드] 한국 사회 음식문화로 자리매김… ‘치맥’의 모든 것

    대한민국이 바야흐로 ‘치맥’(치킨과 맥주) 전성시대다. 소주에 삼겹살, 막걸리에 파전, 탁주에 홍어 등 바늘 가는 데 실 가듯 궁합 맞는 술과 안주는 많지만 치맥처럼 남녀노소 모두 즐기며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은 조합은 드물다. 젊은 대학생이나 직장인들이 금요일 밤 치킨가게나 강변 등 야외에 삼삼오오 모여 한 손에는 치킨, 다른 손에는 맥주를 들고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즐기는 풍경은 낯설지 않다. 외국인들도 우리 치맥에 엄지손가락을 든다.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 출신으로 현재 하우스 맥주 집을 운영 중인 영국인 다니엘 튜더는 15일 “한국식 치킨과 맥주의 조합은 세계에 한국 음식과 문화를 알리는 데 아주 좋은 상품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인은 왜 치맥에 열광하는 것일까. 치맥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은 바탕에는 맛 궁합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흐름, 수요·공급의 조화 등이 깔려 있다. 한국 사회를 사로잡은 치맥의 모든 것을 들여다봤다. 치맥의 한 축인 치킨이 국내에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1960~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산업화가 움트면서 농촌을 떠난 젊은 인구가 도시로 밀려올 때다.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 속에서 공장과 사무실 등으로 배달시켜 먹는 간식 문화가 발달했고 통닭도 이 무렵에 주목받았다. 특히 야식으로 치킨을 주문할 때 맥주를 가볍게 곁들이기 시작했다. 대구 치맥 페스티벌을 기획한 윤병대 한국식품발전협회 사무처장은 “프라이드치킨은 탕과 찌개 등 먹기가 번거로운 술안주와 달리 간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어 젊은 층이 야유회와 체육대회 등에서 곧잘 즐겼다”고 회상했다. 국내 치킨의 ‘본산’ 격인 대구에도 이 무렵 치킨 문화가 싹텄다. 6·25전쟁 종전 이후 대구에 자리 잡은 미군 부대(캠프 워커, 캠프 헨리) 내에서 팔던 프라이드치킨이 군무원 등을 통해 대구 시내로 흘러들었다. 전통적인 닭백숙이나 기름을 쫙 뺀 전기구이 통닭을 팔던 닭집 주인들은 치킨을 보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기름에 튀겨 맛이 고소한 데다 튀김옷을 입힌 덕에 살코기만 팔 때보다 양이 훨씬 많아 보였기 때문이다. 대구는 특히 닭 공급이 수월한 지리적 이점도 있었다. 경북권역의 영천과 의성, 청도 등에는 1970년대까지 국내 양계장의 80% 이상이 몰려 있었는데 이곳에서 길러진 닭이 지역 내 소비 기반인 대구의 치킨집에 공급됐다.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62~1966년)으로 국내 닭고기 생산량이 13배 정도 늘어난 직후였다. 내륙 도시인 까닭에 해산물 등의 신선한 식자재 공급이 어려웠던 터라 닭이 ‘효자 식품’이었던 셈이다. 전국 치킨 브랜드 업체 320여곳 중 절반 정도가 대구, 경북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멕시칸, 멕시카나, 처갓집 양념통닭 등 ‘1세대 치킨 체인점’은 물론 교촌치킨, 호식이 두마리 치킨 등이 대표적이다. 대표 간식으로 입지를 넓혀 가던 치킨이 맥주와 본격적으로 만난 것은 1980~1990년대였다. 이전까지 고급 술로 생각됐던 맥주의 가격이 1980년대 업체들의 대중화 전략으로 싸졌고 치킨과 함께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술로 자리매김했다. 또 1990년대 이후 프로야구 등 스포츠의 호황도 치맥 주가를 올렸다. 윤 사무처장은 “프로스포츠가 인기를 끌자 맥주와 치킨이 야구장 등으로 많이 들어갔고 이 과정에서 치킨업체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고 진단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은 치맥 시장 활황의 기폭제가 됐다. 치킨업계 관계자는 “2002년 업계에서 맥주 안주로 치킨의 입지를 굳히려 만든 것이 ‘치맥’이라는 용어였다”고 전했다. 주말 밤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TV로 보며 치맥을 즐기는 신형근(32)씨는 “수저나 젓가락을 이용해 먹어야 하는 다른 안주와 달리 치킨은 손에 들고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매력이 있어 맥주 안주로 안성맞춤”이라고 설명했다. 2000년대 이후 젊은 층은 인터넷에서 축약형 신조어인 ‘치맥’이라는 표현을 쓰며 큰 관심을 보였다. ‘만취할 수 없다면 술이 아니다’라던 주당들은 ‘맥주는 음료수 아니냐’고 비아냥댔지만 술 한잔 손에 쥔 채 몇 시간이고 대화하는 것을 즐기는 젊은이들에게 치맥은 딱 맞았다. 김소혜 음식문화 평론가는 “치맥을 즐기는 사람들은 건강이나 음식 궁합이 아니라 치맥을 먹을 때의 분위기 등을 즐기는 것”이라면서 “대중적인 음식에 ‘신 날 때 먹는 것’ ‘응원할 때 먹는 음식’ ‘사람들과 함께 먹는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씌워지면서 하나의 문화가 됐다”고 분석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를 겪으면서 거리로 내몰린 퇴직자들이 치킨집 창업에 대규모로 나선 것도 1990~2000년대 치맥 열풍의 한 배경이 됐다. 국내 치킨집은 지난 10년간 10배 늘어 현재 전국적으로 3만 6000개나 된다. 치맥을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는 건 무엇보다 맛이 있기 때문이다. 맥주 전문가들은 차가운 맥주가 기름진 치킨의 단점을 보완해 주는 까닭에 사람들이 치맥 조합을 자주 찾는다고 말한다. ‘브루마스터’(맥주 양조 전문가)인 정영식 오비맥주 이사는 “맥주의 산성도는 pH4 정도로 높아 기름기 많은 치킨과 함께 먹기에 안성맞춤”이라고 했다. 치킨이나 소시지 등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은 뒤 맥주를 마시면 입이 깔끔하게 씻기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양한 맥주 종류 가운데 치킨과 궁합이 유독 잘 맞는 것이 있을까. 정 이사는 “맛 궁합상 맥주 종류인 라거와 에일 모두 치킨과 어울린다”고 평가했다. 다만 치킨집의 술자리 분위기에 따라 맥주 종류를 달리할 필요는 있다. 라거는 맛이 시원하고 깔끔하지만 탄산이 적어 금세 밍밍해지는 만큼 짧은 시간 치킨에 맥주를 즐길 때 어울리는 반면, 알코올 도수가 높은 에일은 맛이 거칠고 진해 오래도록 김이 빠지지 않는 만큼 긴 술자리에 어울린다는 것이다. 치킨과 맥주가 서로 부족한 영양 균형을 보충해 주는 까닭에 두 음식을 함께 찾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 이사는 “맥주는 열량이 높고 영양 성분이 부족하다. 탄수화물이 주성분인 라면이나 밥, 국수 등과 함께 먹으면 쉽게 살만 찐다”면서 “치킨도 열량이 높기는 하지만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 성분이 가득하기 때문에 맥주 안주로 좋은 것”이라고 밝혔다. 치킨 외에 대표적 맥주 안주인 소시지, 마른 멸치, 계란 등도 고단백 음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독일인들이 맥주 안주로 즐기는 ‘아이스바인’(돼지 정강이 부위를 삶아 요리하는 독일 전통 음식)도 고단백 음식이며 과거 호프집에서 안주로 유행했던 족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영양학자들은 “사실 영양 궁합으로는 치킨과 맥주가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치킨은 지방이 많고 맥주는 소화기관과 온도 차이가 커 두 음식 모두 소화가 잘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치킨과 맥주에는 통풍의 원인이 되는 ‘퓨린’ 성분이 많아 함께 먹으면 통풍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국내 성공을 발판 삼아 국제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식 치킨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튜더는 “외국에는 프라이드치킨 정도만 있는데 양념치킨이나 마늘치킨 등은 흔한 맛이 아니어서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소혜 평론가는 “다양한 요리법의 치킨들은 처음 먹어 본 사람도 맛있다고 느낄 정도였기 때문에 대중화될 수 있었다”면서 “현지화에 더 신경 쓴다면 수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800억 스마트폰 밀수조직 221명 검거

    훔친 스마트폰 800억원어치를 중국 등에 내다 판 스마트폰 밀수 조직이 붙잡혔다. 검거 인원만 200여명으로 지금까지 국내에서 붙잡힌 장물 조직 가운데 최대 규모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14일 훔친 스마트폰을 중국과 홍콩 등 해외로 밀반출한 유통사범 68명을 장물 취득 혐의로 검거하고 이 가운데 총책 김모(40)씨 등 18명을 구속했다. 또 스마트폰을 훔치거나 주워 이들에게 판 송모(16)군 등 3명을 절도 혐의로 구속하고 150명을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김씨 등은 지난해 4월부터 1년 동안 절도범들로부터 8만여대의 스마트폰을 매입해 이를 해외로 넘겨 80억원 상당의 이득을 얻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사들인 스마트폰의 상당수는 항공물류회사 사장 이모(49·여)씨에게 위탁됐다. 이씨는 운송비 100여만원을 받고 반출이 금지된 스마트폰을 중국 등으로 넘겼다. 해외 운반책에는 한족 유학생이나 ‘따이공’으로 불리는 소규모 중국 보따리상 등도 가담했다. 이들의 범죄는 치밀했다. 김씨는 ‘잡히면 다른 조직원에 대해서는 밝히지 말 것’ 등의 행동 강령을 만들어 점조직 형태로 전국적인 조직망을 꾸렸다. 수사 조직의 눈을 피하기 위해 대포폰, 대포통장 등을 이용했으며 외국 국적자의 명의를 사용하기도 했다. 붙잡힌 절도범 153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81명(52.9%)이 10대 청소년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으로 장물업자들과 쉽게 연락이 닿고 금이나 보석보다 쉽게 현금을 받고 처분할 수 있어 용돈이 필요한 청소년들이 스마트폰 절도 유혹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검찰, 전공노 이어 전교조도 대선개입 의혹 수사

    검찰이 18대 대선 개입 의혹이 제기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 이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대선 때 전교조가 인터넷에서 특정 대선 후보에게 불리할 수 있는 글을 올렸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에 들어갔다고 13일 밝혔다.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자유청년연합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공식 트위터에 당시 박근혜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글 5건을 발견했다”면서 “이 밖에 페이스북 등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특정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글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 관계자는 “앞서 대선 개입 의혹으로 고발된 전공노를 상대로 제기된 혐의와 내용이 비슷하다”면서 “자세한 수사 진행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은 “서울행정법원에서 법외노조 통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자 검찰이 내놓은 물타기 수사에 불과하다”면서 “전교조가 지난해 12월 대선과 관련해 한 일은 후보들에게 교육 정책에 대해 공약 질의를 한 것뿐”이라고 반발했다. 한편 전공노는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최경환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의원 3명과 자유청년연합 등 보수단체 2곳을 상대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전공노 측은 “개방 공간인 온라인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전공노와 무관하게 올라온 글에 대해 보수단체들이 불순하게 비판했고, 이에 새누리당 의원들이 비난에 가세해 전공노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김주하 부부 ‘맞폭행 진실’ 법정서 가린다

    김주하(40) MBC 앵커와 남편 강모(43)씨의 상해·폭행 맞고소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서울 용산경찰서가 13일 남편 강씨의 상해·폭행 혐의에 대해 모두 기소 의견으로 검찰 송치를 결정했다. 김씨의 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일부만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다. 남편과 이혼 소송 중인 김씨는 지난 9월 23일 ‘남편이 귀를 때려 전치 4주 등의 피해를 입었다’며 두 차례에 걸쳐 상해·폭행 혐의로 강씨를 고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두 건 모두 남편 강씨가 혐의 일부를 시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강씨가 “부인이 손톱으로 손등을 할퀴었다”며 맞고소한 사건에 대해서는 피해 경위가 부정확해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를 결정했고, “말다툼 중 부인으로부터 뺨을 맞았다”며 2차 맞고소한 사건에 대해서는 김씨가 혐의를 일부 시인함에 따라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시어머니 A씨가 “(며느리인 김씨가) 나를 협박했다”고 112에 신고한 사건과 관련해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송치하기로 했다. 지난 10월 7일 A씨는 “김씨와 말다툼을 하던 도중 (김씨가) 커터칼을 들이밀며 ‘죽어 볼래’라고 협박했다”며 김씨를 112에 신고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목격자인 이삿짐센터 직원이 상반된 진술을 하는 데다 김씨가 제출한 녹취록에 따르면 사건 당시 A씨가 목격자를 그냥 돌려보냈다”면서 “정황상 김씨가 A씨를 협박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경찰, 김주하 앵커·남편 모두 기소의견 송치

    경찰, 김주하 앵커·남편 모두 기소의견 송치

    김주하(40) MBC 앵커와 남편 강모(43)씨의 상해·폭행 맞고소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서울 용산경찰서가 13일 남편 강씨의 상해·폭행 혐의에 대해 모두 기소 의견으로 검찰 송치를 결정했다. 김씨의 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일부만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다.  남편과 이혼 소송 중인 김씨는 지난 9월 23일 ‘남편이 귀를 때려 전치 4주 등의 피해를 입었다’며 두 차례에 걸쳐 상해·폭행 혐의로 강씨를 고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두 건 모두 남편 강씨가 혐의 일부를 시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강씨가 “부인이 손톱으로 손등을 할퀴었다”며 맞고소한 사건에 대해서는 피해 경위가 부정확해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를 결정했고, “말다툼 중 부인으로부터 뺨을 맞았다”며 2차 맞고소한 사건에 대해서는 김씨가 혐의를 일부 시인함에 따라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시어머니 A씨가 “(며느리인 김씨가) 나를 협박했다”고 112에 신고한 사건과 관련해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송치하기로 했다. 지난 10월 7일 A씨는 “김씨와 말다툼을 하던 도중 (김씨가) 커터칼을 들이밀며 ‘죽어 볼래’라고 협박했다”며 김씨를 112에 신고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목격자인 이삿짐센터 직원이 상반된 진술을 하는 데다 김씨가 제출한 녹취록에 따르면 사건 당시 A씨가 목격자를 그냥 돌려보냈다”면서 “정황상 김씨가 A씨를 협박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2014 수능] 국어B형 독서원리 묻는 유형 ‘생소’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영역별로 까다로운 문제들이 출제돼 최상위권을 비롯한 많은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 1교시 국어영역에서는 B형 17~18번 문제가 어려웠을 것으로 일선 교사들은 꼽았다. 조선 정조 시대 규장각에서 검서관으로 활약한 이덕무의 ‘사소절’(士小節)을 본문으로 제시하고 여기에서 강조하는 독서방법이 무엇인지 등을 물었다. 김용진 동대부고 교사는 7일 “독서의 원리를 묻는 유형이 지난해까지만 해도 없었다”면서 “올해 두 번의 모의고사 가운데 6월 시험 국어 B형에만 나온 적이 있어 낯설게 느낀 수험생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진자의 진동시험을 통한 지구 전향력 확인법 지문에 붙은 27번이 어려웠던 것으로 평가됐다. B형은 주로 인문계 학생이 보기 때문에 과학 제시문을 풀기 쉽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2교시 수학영역에서는 B형 21번과 30번이 까다로운 문제로 지적됐다. 연속함수와 관련된 21번 문항은 최상위권이 아니면 풀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창현 수원동우여고 교사는 “‘원점에 대하여 대칭인 함수의 성질’, ‘정적분과 미분의 관계’, ‘부분적분법’ 등 세 가지 개념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풀 수 있는 문제”라면서 “개념 하나만 몰라도 풀리지 않는 문제”라고 말했다. 30번 문항도 기존에 풀던 방식에서 역으로 접근해야 풀리는 문제라 많은 학생들이 문제를 푸는 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교사들은 전했다. 수학 A형은 함수의 연속성을 묻는 28번과 지수함수 그래프를 이용해 격자점을 찾는 30번이 푸는 데 시간을 요하는 고난도 문항으로 분석됐다. 3교시 영어영역에서는 학생들이 까다로워하는 빈칸 추론 문제 중 EBS와 연계되지 않은 문항에서 변별력이 있었다. A형 26번, 34번과 B형의 33∼36번이 대표적이다. 윤장환 세화여고 교사는 “A형 26번 문항은 제목 추론 유형으로 쉬운 유형이지만 EBS와 연계되지 않았고 선택지도 영문으로 주어져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B형에서는 진화심리학 지문인 34번, 이과적 개념을 담은 35번이 기초 학술용어를 모르면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고 개념이 생소해 가장 까다로웠던 문제로 분석됐다. 수험생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평소 1~2등급을 받는다는 중앙고 3학년 권형안(17)군은 “국어영역(A형) 빼고는 전반적으로 어려웠다”면서 “수학(B형)도 쉽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 양천구 진명여고에서 시험을 치른 임모(18)양은 “국어(A형)는 모의평가보다 쉽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어렵지도 않았다”면서 “예상하던 수준이어서 오히려 시간이 3~4분 남았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수능 영역별 고난도 문제 섞여…체감 난이도 높았다

    수능 영역별 고난도 문제 섞여…체감 난이도 높았다

    7일 치러진 2014학년도 대입 수학능력시험에서는 영역별로 까다로운 문제들이 등장해 최상위권을 비롯한 많은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  1교시 국어영역에서는 B형 17~18번 문제가 어려웠다고 일선 교사들은 지적했다. 정조 시대 규장각에서 검서관으로 활약한 이덕무의 ‘사소절’(士小節)을 본문으로 제시하고 여기에서 강조하는 독서방법이 무엇인지 등을 물었다. 김용진 동대부고 교사는 “독서의 원리를 묻는 유형이 지난해까지만 해도 없었다”면서 “올해 두 번의 모의고사 가운데 6월 시험 국어 B형에만 나온 적이 있어 낯설게 느낀 수험생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2교시 수학영역에서는 B형 21번과 30번이 까다로운 문제로 꼽혔다. 연속함수와 관련된 21번 문항은 최상위권이 아니면 풀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창현 수원동우여고 교사는 “‘원점에 대하여 대칭인 함수의 성질’, ‘정적분과 미분의 관계’, ‘부분적분법’ 등 세 가지 개념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풀 수 있는 문제”라면서 “개념 하나만 몰라도 풀리지 않는 문제”라고 말했다. 30번 문항 역시 기존에 풀던 방식에서 역으로 접근해야 풀리는 문제라 많은 학생들이 문제 푸는 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교사들은 전했다.  수험생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평소 1~2등급을 받는다는 중앙고 3학년 권형안(17)군은 “국어영역(B형) 빼고는 전반적으로 어려웠다”면서 “수학(B형)도 쉽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경복고에서 시험을 본 최광호(18)군은 “평소 영어영역 1~2등급을 받는데 9월 모의평가보다 문제가 까다로웠다”면서 “듣기는 쉬웠지만 다른 문제들은 빠듯하게 풀었다”고 밝혔다.  반면 서울 양천구 진명여고에서 시험을 치른 임모(18)양은 “국어(A형)는 모의평가보다 쉽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어렵지도 않았다”면서 “예상하던 수준이어서 오히려 시간이 3~4분 남았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수능 안 보지만, 우린 꿈을 봅니다”

    “수능 안 보지만, 우린 꿈을 봅니다”

    “남들과 똑같은 길을 가고 있지 않지만 그렇다고 제 인생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불안할 때도 있지만 어쨌든 이건 제 인생이니까요.” 매년 11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를 때면 학교와 거리는 수험생을 응원하는 구호로 넘쳐나고, 언론에서는 막바지 시험 전략에 대해 조언하는 기사들을 쏟아낸다. 그러나 수능시험을 보는 대신 아르바이트 현장과 체육관에서 묵묵히 자신의 꿈을 그리는 열여덟 청춘들이 있다. 수능시험을 하루 앞둔 6일 경기 안양시의 한 카페에서 만난 평촌고등학교 3학년 최다은(왼쪽·18)양도 그중 한 명이다. 최양은 7일 시험장 대신 안양시의 한 패스트푸드 매장에 출근한다. 지난해 9월부터 최양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이곳에서 꿈을 찾았다. 최양은 “올 초 고3이 되면서 친구들은 모두 수능 공부를 하는데 혼자 아르바이트를 하려니 외로움을 느꼈다”면서 “거의 왕따처럼 지내다가 아르바이트 매장에서 정직원에 도전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눈이 번쩍 뜨였다”고 말했다. 최양은 최근 수능 공부에 매진하는 친구들 못지않게 정직원 시험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는 “수능도 한번 경험해 보라는 조언을 많이 들었지만 그 시간에 나름대로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수험표만 받아 놨다”면서 “내 자리에서 열심히 내 할 일을 하다 보면 정직원의 꿈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활짝 웃었다. 경기 성남시 성남서고등학교에 다니는 전태준(오른쪽·18)군은 수능 당일 동네 체육관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릴 예정이다. 태권도 관장이 되는 것이 꿈인 전군은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학교 대표 선수로 활동했다. 친선 경기 도중 발목이 부러지면서 선수의 꿈은 접어야 했지만 틈틈이 재활을 통해 운동의 꿈을 키워 왔다. 전군은 “수험표가 없어 수험생 할인 혜택을 못 받는 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수능을 안 보는 데 대한 후회는 없다”면서 “내년 4월쯤 사범 진급 심사를 잘 치르고 관장시험 자격이 생기는 26세까지 열심히 운동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전군은 친구들이 수능 공부를 하는 동안 하루 4시간 정도 재활 운동과 태권도를 병행했다. 작은 도장을 차려 ‘태권도 전도사’가 되고 싶다는 그는 “음악과 미술, 운동 능력을 재능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공부도 여러 재능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열심히 할 테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에이즈 환자 요양사업 위탁병원, 환자 인권 유린 논란

    에이즈 환자 요양사업 위탁병원, 환자 인권 유린 논란

    “이 병원은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떠오르게 합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인권과는 거리가 멀죠. 의사와 간호사들은 에이즈 환자를 제대로 돌보지 않습니다. 기저귀를 갈고 나면 냄새가 난다고 병실을 외면합니다. 의사들은 환자와 눈도 마주치지 않습니다. 그저 허공에 대고 인사할 뿐이죠.” 에이즈 감염 간병인이었던 A씨의 목소리에는 울먹임과 탄식이 섞여 있었다. 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에이즈환자 장기 요양사업에 대한 증언 기자회견’에 참석한 A씨는 “지난 8월 큰 병원으로 옮기지 않아 사망했다는 에이즈 환자 B(35)씨의 얘기를 들었을 때도 이러한 현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 놀라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제의 병원은 국가로부터 에이즈환자 장기 요양사업을 위탁 수행하는 수도권의 S요양병원. 김종훈 전 국가에이즈관리사업 모니터단 활동가에 따르면 지난 8월 해당 병원에 입원한 B씨는 건강 상태에 이상을 느끼고 큰 병원으로 보내 달라고 병원 측에 요청했지만 묵살당했다. 결국 B씨는 이 병원에 입원한 지 2주 만에 사망했고 김 활동가는 지난 10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이 사건을 진정했다. 김 활동가는 “B씨가 입원 기간 동안 수액 관리 등 적절한 의료 조치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김 활동가는 “환자 B씨가 큰 병원으로 옮기고 싶다고 요구했지만 환자 이송에 수십만원이 드는데 보호자가 경제적으로 협조하지 않아 어려웠다고 병원 관계자가 설명했다”고 전했다. 김 활동가는 “국가예산으로 수행하는 에이즈 환자 장기 요양사업 도중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이 사안을 심각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면서 “에이즈 환자의 인권을 제대로 보장하기 위해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에이즈 환자 장기요양 사업도 재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증언자로 참석한 이훈제 인하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3년 전 이 병원의 간병인으로부터 동료 간병인(남·HIV 감염자)이 병실에서 환자와 성관계를 하는 것을 수차례 목격했다는 충격적인 제보도 받았다”면서 “환자는 60대 남성으로 거의 실명 상태에 의사소통도 자유롭지 않아 성폭행일 것이라는 취지였다”고 소개했다. 이어 “당시 질병관리본부 측은 S요양병원의 자체 조사 결과만을 청취했다”고 지적했다.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플러스’와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 주최로 열린 이번 증언 대회에는 해당 병원에서 일했던 감염자 간병인을 포함해 11명이 참석했다. 이날 대회는 S요양병원 원장과 관계자, 주최측 간의 마찰로 30분 정도 지연됐다. S요양병원 관계자는 “B씨는 질병이 깊어 사망이 예견된 분이었으며 (증언자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강아지 주사 싸게 놔드려요” 동물약국이 불법진료

    “강아지 주사 싸게 놔드려요” 동물약국이 불법진료

    “손님이 직접 백신 주사를 어떻게 놓는지를 보여달라고 해서 처음으로 동물에 주사를 놓아봤네요. 다행히 7주된 강아지가 순해 예쁘게 잘 맞고 돌아갔답니다.”(약사 커뮤니티) ‘동물약품 수의사 처방제’ 시행이 4개월째로 접어든 가운데 일부 동물약국 약사들이 복약 지도를 넘어 진단과 처방, 심지어 직접 주사를 놓는 진료 행위를 하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동물이라도 약사법상 이 같은 약사의 진단과 처방, 진료 행위는 불법이다. 수의사들은 동물 비전문가인 약사들이 동물 약품을 다루는 것에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으며, 약사들은 약사의 전문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의사와 약사가 밥그릇 싸움을 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동물약국 2000여곳이 운영되고 있다. 4개월 전만 해도 동물약국들은 주로 양돈과 양계 등 ‘산업 가축’을 대상으로 처방전 없이 항생제를 팔아왔지만 수의사 처방제가 도입되고 애완동물 시장이 커지면서 일반약국에서도 동물용 의약품 취급을 확대하는 추세다. 현행법상 신고 절차만 거치면 일반약국에서도 동물용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다. 다만 처방제 지정 동물약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의사 진료 이후 조제를 받도록 했다. 문제는 비전문가인 약사들이 종종 ‘질병 진단 행위’와 ‘자가 진료 조장 행위’를 하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행위가 일종의 ‘동물 학대’라고 지적한다. 동물 지식이 부족한 약사들이 단순히 세미나와 동영상 강의를 듣고 동물에 대한 전문성을 논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 수의사법 제10조(무면허 진료행위의 금지)에는 ‘수의사가 아니면 동물을 진료할 수 없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동물병원보다 저렴한 가격에 의약품을 구할 수 있는 데다 급한 마음에 약사에게 진단이나 치료를 요구하는 고객도 적지 않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회사원 김모(29)씨는 “강아지 2마리와 고양이 2마리를 기르고 있는데 백신 주사 등을 놓으려면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면서 “약사가 저렴한 가격에 주사도 놔줄 수 있다는 말에 (동물약국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약사회 관계자는 “처방전 없이 판매할 수 있는 약을 요구하면 약사가 증상 등을 물어볼 수밖에 없지 않느냐”면서 “어디까지를 복약 지도로 볼지, 진단으로 볼지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 방역총괄과 관계자는 “약사가 수의사 처방제 지정 의약품을 처방전 없이 팔거나 투약하는 것은 불법”이라면서도 “복약지도 논란은 시행 초기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수능 최고령 응시생 “죽으려 마포대교 가던 발길, 대학으로”

    수능 최고령 응시생 “죽으려 마포대교 가던 발길, 대학으로”

    “하루는 TV를 보는데 머리가 희끗한 할머니가 아침부터 지하철을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더라고요. 리포터가 ‘할머니, 며느리네 가세요?’라고 물으니 ‘학교에 공부하러 가’ 하더라고요. 바로 114에 전화해 노인들 공부하는 학교가 어디냐고 수소문했지요.”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도전하는 서울 일성여고 3학년 박춘자(68)씨는 감기라도 걸리면 응급실로 달려가야 하는 패혈증 환자다. 학교 계단을 오를 때마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산소마스크가 필요할 정도지만 박씨는 “어려서 못 배운 게 한이었다”면서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다. 초등학교 졸업장도 없었던 박씨의 꿈에 불을 댕긴 건 3년 전 우연히 TV에서 본 한 만학도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친척집에 얹혀살면서도 평생 교복 입기를 소망했다는 박씨는 그날로 서울 마포구에 있는 만학도 전문 교육 기관인 일성여중에 입학 원서를 냈다. 공부 욕심에 집도 학교 근처로 옮겼다. 수능을 엿새 앞둔 1일 막바지 영어 단어 점검이 한창이던 박씨는 “아이들 보기가 부끄러워 베란다에 중등 검정고시 책을 숨겨놓고 공부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수능을 보게 된다니 떨린다”면서 “손주에게 당당한 할머니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일성여고 최고령 수능 응시생인 이선례(77)씨는 이날 호서대 평생교육원 사회복지학과에 수시 합격했다. 이씨도 초등학교 졸업 후 가세가 급격히 기울어 중학교 공부를 이어 가지 못했다고 했다. 성악가의 꿈도 자연스럽게 접었다. 결혼을 한 뒤에도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일찍 남편을 잃고 1남 3녀를 홀로 키워야 했던 그는 수년간 우울증과 실어증에 시달렸다. 이씨는 매일 마포대교에 올라 자살 기도를 했던 때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울고 있는 아픈 아들을 보며 번뜩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택시 운전으로 생업을 이어 갈 때도 공부에 대한 꿈을 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합격증을 손에 꼭 쥔 채 기쁜 마음을 숨기지 않았던 이씨는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필기를 잘해 뒀던 게 나의 공부 비법이었던 것 같다”면서 “여대생이 된다는 게 실감 나지 않는다”며 뿌듯해했다. 이어 “수시에 합격했지만 수능은 꼭 볼 생각”이라면서 “자서전을 쓰겠다는 내 꿈을 향해 앞으로도 계속 전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 사진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패혈증에 숨이 턱까지… 공부하니 행복” “죽으려 마포대교 가던 발길, 대학으로”

    “패혈증에 숨이 턱까지… 공부하니 행복” “죽으려 마포대교 가던 발길, 대학으로”

    “하루는 TV를 보는데 머리가 희끗한 할머니가 아침부터 지하철을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더라고요. 리포터가 ‘할머니, 며느리네 가세요?’라고 물으니 ‘학교에 공부하러 가’ 하더라고요. 바로 114에 전화해 노인들 공부하는 학교가 어디냐고 수소문했지요.”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도전하는 서울 일성여고 3학년 박춘자(68)씨는 감기라도 걸리면 응급실로 달려가야 하는 패혈증 환자다. 학교 계단을 오를 때마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산소마스크가 필요할 정도지만 박씨는 “어려서 못 배운 게 한이었다”면서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다. 초등학교 졸업장도 없었던 박씨의 꿈에 불을 댕긴 건 3년 전 우연히 TV에서 본 한 만학도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친척집에 얹혀살면서도 평생 교복 입기를 소망했다는 박씨는 그날로 서울 마포구에 있는 만학도 전문 교육 기관인 일성여중에 입학 원서를 냈다. 공부 욕심에 집도 학교 근처로 옮겼다. 수능을 엿새 앞둔 1일 막바지 영어 단어 점검이 한창이던 박씨는 “아이들 보기가 부끄러워 베란다에 중등 검정고시 책을 숨겨놓고 공부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수능을 보게 된다니 떨린다”면서 “손주에게 당당한 할머니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일성여고 최고령 수능 응시생인 이선례(77)씨는 이날 호서대 평생교육원 사회복지학과에 수시 합격했다. 이씨도 초등학교 졸업 후 가세가 급격히 기울어 중학교 공부를 이어 가지 못했다고 했다. 성악가의 꿈도 자연스럽게 접었다. 결혼을 한 뒤에도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일찍 남편을 잃고 1남 3녀를 홀로 키워야 했던 그는 수년간 우울증과 실어증에 시달렸다. 이씨는 매일 마포대교에 올라 자살 기도를 했던 때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울고 있는 아픈 아들을 보며 번뜩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택시 운전으로 생업을 이어 갈 때도 공부에 대한 꿈을 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합격증을 손에 꼭 쥔 채 기쁜 마음을 숨기지 않았던 이씨는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필기를 잘해 뒀던 게 나의 공부 비법이었던 것 같다”면서 “여대생이 된다는 게 실감 나지 않는다”며 뿌듯해했다. 이어 “수시에 합격했지만 수능은 꼭 볼 생각”이라면서 “자서전을 쓰겠다는 내 꿈을 향해 앞으로도 계속 전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 사진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조 단계별 파업 예고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경고 파업을 시작으로 단계별 파업을 예고했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이는 개항 이래 첫 파업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부는 3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년간 계속된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인천공사가 직접 대화의 장에 나서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공사 측에 ▲고용 안정 보장 ▲임금 인상과 착취 구조 개선 ▲교대제 개편과 인력 충원 ▲노조 활동 보장 ▲정규직화를 위한 대화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해당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1일 오후 1시부터 3시간 동안 경고 파업을 벌이고 오는 5일부터는 파업 사업장을 확대할 방침이다. 경고 파업에는 여객터미널 등의 환경 미화를 담당하는 환경지회와 시설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설비지회 등의 500여명이 참여한다. 현재 노조원은 모두 1900명으로 인천공항 비정규직 6000여명 가운데 31%에 해당한다. 인천공항 사상 첫 파업이지만 당장 여객이나 화물 운송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공사 측은 “노조의 파업에 대비한 대체 인력 시스템을 이미 구축해 놨다”면서 “고객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남의 졸업장으로 회사 생활 들통날까 노심초사 25년 부끄럽던 가면, 이제 벗습니다

    남의 졸업장으로 회사 생활 들통날까 노심초사 25년 부끄럽던 가면, 이제 벗습니다

    “아이 러브 유 싸이, 웨어 아 유 고잉 나우?”(l love you Psy, Where are you going now?) 25일 오후 2시 ‘영어 말하기 대회’가 열린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 대공연장. 눈가에 주름이 파인 여중생이 무대에 올라 익살스러운 연기를 펼치자 객석 곳곳에서 웃음보가 터졌다. 자신있는 몸짓과 목소리로 월드스타 ‘싸이’의 열혈 팬을 연기한 그는 만학도 교육전문기관인 서울 일성여자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박분예(62)씨다. 중학교 졸업장을 받는 것이 평생 소원이었다는 박씨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중학교 진학은 꿈도 꾸지 못했다. 딸만 다섯인 딸부잣집 맏이로 태어나 집안일을 도와야 했다는 박씨는 “딸들이 무슨 공부냐”는 아버지의 타박이 아직도 가슴에 응어리로 남아 있다고 씁쓸해했다. 박씨는 “남의 고교 졸업장을 빌려 직장을 다니면서 항상 학력이나 실력이 들통나는 건 아닌가 노심초사했다”면서 “뒤늦게 학교를 다니면서 부끄러웠던 가면을 벗었다”고 털어놨다. 25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한때 우울증도 겪었다는 박씨는 딸의 권유로 지난해 중학교에 입학해 공부에 푹 빠졌다. 수학과 영어가 가장 재미있다는 박씨는 “중학교 졸업 이후 계속 공부를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이 장애가 있는데, 사회복지과에 진학해 장애 단체와 다문화 가정을 돕고 싶다”면서 “몇 번이고 생을 포기하고 싶었던 마음을 바꿔 멋지게 살고 싶다는 소망을 이번 영어 말하기에 모두 실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무대에 오른 여고생 김순순(61)씨도 영어 실력을 맘껏 뽐냈다. 현재 일성여고 1학년에 다니는 김씨는 “한 달 넘게 매일 영어 대사를 연습했다”면서 “개에 물리는 거지 역할을 소화해 내기 위해 영어뿐 아니라 연기에도 각별히 신경을 많이 썼다”고 활짝 웃었다. 이날 김씨는 같은 반 학생들과 영어 창작극 ‘허준’을 선보였다. 뒤늦게 시작한 공부로 인해 매일매일이 기쁘고 행복하다는 김씨는 경기 안산시에서 왕복 4시간에 걸쳐 등하교를 하는 열혈 학생이다. 3년여 전 일성여중에 입학한 이후 한 번도 결석을 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가족의 전폭적인 지지와 사랑으로 공부를 해 나가고 있다는 그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영어 자원봉사를 하는 게 꿈”이라면서 “열심히 하면 가능할 것 같다.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글 사진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외국인 범죄 만명 늘어도 전담 경찰은 제자리걸음

    외국인 범죄 만명 늘어도 전담 경찰은 제자리걸음

    지난 1월 중국인 최모(28)씨는 서울 영등포구의 한 노래방에서 같은 국적인 최모(24)씨의 복부를 흉기로 찔러 살인 미수 혐의로 붙잡혔다. 피의자 최씨는 중학교 후배인 최씨가 자신의 편을 들지 않아 홧김에 흉기를 휘둘렀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인 N(41)은 지난 2월 이름과 나이를 속인 채 금천구 일대에서 사업가 행세를 하다 검거됐다. 그는 14년 전 한국에서 성폭행 혐의로 실형을 살다가 강제 출국된 전과자였다. 외국인 범죄가 날로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다루는 경찰 외사계 인력은 4년째 제자리걸음이어서 전문 수사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7년에는 외국인 범죄 사범이 3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25일 이준형 부산지방경찰청 외사과장과 김상호 대구대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2013년 한국치안행정논집에 발표한 ‘외국인 범죄의 실태 분석과 미래 예측’에 따르면 외국인 범죄 사범은 2013년 2만 8477명, 2015년 2만 9616명, 2017년 3만 446명으로 예측됐다. 이 예측값은 과거치를 투입해 시간의 경과에 따라 변동하는 변수들을 분석해 추정한 것이다. 논문은 입국 간소화와 노동 인력 부족에 따른 외국인 노동자의 대거 유입, 결혼 이민자의 입국 등으로 국내 체류 외국인이 늘면서 외국인 범죄가 급증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2007년 106만명이었던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12년 141만명으로 33.0%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외국인 범죄자는 1만 4524명에서 2만 4373명으로 67.8% 급증했다. 하지만 외국인 범죄를 책임지는 외사경찰 인력은 되레 정체 또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외사 경찰 수는 2008년과 같은 1102명에 불과했다. 또 ‘국제범죄 수사대’가 설치되지 않은 지방경찰청은 6곳이었고 ‘산업기술 유출 수사대’를 설치하지 않은 지방경찰청도 8곳으로 조사됐다. 또 전국 경찰서(250개)의 66.0%인 165개 경찰서에는 외사계가 아예 없었고 외사경찰이 1명도 없는 경찰서도 66곳(26.4%)이나 됐다. 외사계 관계자는 “단기 체류(3개월 미만) 외국인은 지문 날인을 하지 않기 때문에 피의자를 잡아도 신원 확인이 불가능할 때가 많다”면서 “특히 인력도 부족하고 외국어로 조사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김 교수는 “지방경찰청에 국제범죄 수사대와 산업기술 유출 수사대를 확대 설치하고 외사계 인력을 충원하는 등 경찰 조직을 재정비해야 한다”면서 “법무부와 경찰청, 외교부 등 관계 부처가 외국인 신원 정보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0.1% 아이돌’ 되려면 수천만원 빚·술자리는 참아야 하나요

    ‘0.1% 아이돌’ 되려면 수천만원 빚·술자리는 참아야 하나요

    #사례1 연예인 지망생이었던 A(22)씨는 2년 전 “6개월 안에 데뷔시켜 주겠다”는 말에 깜박 속아 3600만원을 날렸다. 소속사는 A씨에게 ‘디폴트 계약’(연습생의 소속사 이탈 방지를 위해 보증금을 받은 뒤 6개월이 지나거나 그 안에 데뷔하면 돌려주는 계약 방식)을 요구했다. 당장 돈이 없던 A씨에게 회사는 연이율 44%에 육박하는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의 대출 상품을 권했다. 그러나 데뷔는 쉽지 않았다. 데뷔 날짜는 계속 미뤄졌고 기획사에 전달하기 위해 빌린 돈에는 이자만 쌓여갔다. A씨는 1년째 연습생 생활을 하다가 연예인의 꿈을 포기했다. #사례2 아이돌 가수가 꿈이었던 B(20·여)씨는 성형 수술을 강권하는 기획사에 질려 연습생 생활을 포기했다. 한 달마다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체중 검사도 스트레스였다. 기획사 관계자들은 B씨에게 “너는 성형을 안 하면 데뷔를 하지 못한다”, “살을 빼라”라는 소리를 밥 먹듯이 했다고 한다. B씨는 “자기 관리가 필요한 직업이지만 양악 수술 등 위험한 수술을 아무렇지 않게 강요해 힘들었다”면서 “외모와 관련한 폭언도 적지 않게 들었다”고 토로했다. 평범한 대학생으로 돌아온 B씨는 “당시 미성년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데뷔하려면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술자리에 나오라는 제의를 여러 번 받았다”고 털어놨다. 100만명에 육박하는 연예인 지망생의 인권 문제를 비롯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명암을 짚는 ‘연예인 지망생 인권 실태와 보호 방안’ 세미나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렸다. 국회 입법조사처와 국회 인권포럼이 연 이번 세미나에는 엔터테인먼트 전문가인 이덕민 변호사가 대표 발제자로 참석했다. 토론회에서는 홍종구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부회장과 김정숙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성폭력방지본부장 등이 패널로 나섰다. 이들은 성폭행 등 연예인 지망생의 인권 유린 원인을 ‘연예산업 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라고 진단했다. 이 변호사는 발제문에서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연예기획사 355곳을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수 연습생이 데뷔하기까지 평균 1년 3개월 정도가 걸린다”면서 “하지만 이 가운데 절반 이상(53.1%)은 도중에 탈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2012년 데뷔한 아이돌 그룹은 50여팀으로 한 팀당 평균 5명이 멤버라고 해도 전체 데뷔한 인원 수는 250명에 불과하다”면서 “연예인이 되려는 아이들은 많고, 데뷔할 수 있는 인원은 한정된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불합리한 구조가 인권 피해 사례를 낳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본부장도 “절반이 미등록인 1000여개의 연예기획사 난립이 연예인지망생의 인권을 유린하는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면서 “관련법 제정을 통해 연예기획 사업자의 자격을 규정하고, 대중문화 제작업과 기획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연예기획사 등록제’, ‘매니저 등록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사모님 허위 진단서’ 주치의 첫 공판서 청탁 혐의 등 부인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의 주범 윤길자(68·여)씨의 형 집행 정지를 도운 주치의 신촌세브란스병원 박모(54) 교수와 윤씨 남편 류모(66) 영남제분 회장의 첫 공판이 18일 열렸다. 박 교수와 류 회장 측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부장 김하늘)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허위 진단서 작성과 청탁에 대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류 회장 측 변호인은 “(이번 사건을 겪은) 보통 남편이라면 부인을 미워했을 것이다. 그러나 류 회장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서 “무기징역으로 희망은 없지만 부인이 최고의 의료진에게 치료를 받도록 한 것은 남편으로서의 의리와 사랑”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변호인은 영남제분 자금을 빼돌린 사실에 대해선 일부 인정하고 변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2시간가량 진행된 공판은 모두 진술만으로 끝났다. 다음 공판은 25일 오후 2시 30분에 열린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박근혜 SNS 선거운동’ 서강바른포럼 임원들 집유

    서울남부지법 제11형사부(부장 김기영)는 17일 지난해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옹호하는 불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선거 운동을 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서강대 동문모임 ‘서강바른포럼’의 상임고문 성모(61)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서강바른포럼 운영위원장 임모(48)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공동회장 김모(61)씨와 사무국장 신모(46·여)씨에게 각각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수개월간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건물에 모여 조직적으로 트위터와 포털사이트 등에 박 후보를 지지하는 글이나 상대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글 등을 올렸다. 또 회원들에게 박근혜 경선 자금 모금을 홍보하게 하고, 선거 유세 참여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내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서강바른포럼이라는 단체를 공직선거법상의 선거사무소 또는 선거연락소처럼 이용한 범죄사실은 헌법적 가치를 훼손한 것에 해당한다”면서 “다만 피고인들의 행위가 대선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지 않고 개인이 인터넷상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반대하는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서강바른포럼은 2010년 7월 창립한 서강대 동문모임으로, 60학번 졸업생부터 회원으로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강대 70학번인 박 대통령은 2010년 12월 서강바른포럼 송년회에 직접 참석해 축사를 하기도 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새벽에 옆문으로 들어가… 김석기 기습취임식

    새벽에 옆문으로 들어가… 김석기 기습취임식

    ‘용산 참사’ 유가족과 공항공사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으로 정식 취임식을 갖지 못했던 김석기(59) 한국공항공사 신임 사장이 16일 기습 취임식을 강행했다. 이날 취임식은 김 사장이 노조를 설득하면서 극적으로 이뤄졌다. 노조는 그동안 김 사장을 박근혜 정부가 내려보낸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며 반발했지만 15일 밤 12시쯤 전격적으로 김 사장의 출근 저지 투쟁을 중단하고 해산했다. ‘용산 참사’ 유가족 등은 김 사장의 취임을 막겠다며 이날 오전 6시부터 서울 강서구 과해동 공항공사 청사 정문에서 직원들과 대치하며 농성을 벌였다. 이 같은 사태를 예견한 김 사장은 이른 새벽에 청사 옆문을 통해 건물 내부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기습 취임’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어제 오후 늦게 (취임식 개최 사실을) 알았다”면서 “극적으로 진행이 되다 보니 출입 기자단에게도 어제 밤 11시쯤 문자로 통보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김 사장은 취임식에서 “어려운 여건에서도 임직원들이 그동안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면서 “사명감을 갖고 공항공사가 한 단계 더 발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용산참사’와 관련한 도덕성 논란에 대해 “법집행을 하면서 벌어진 불가피한 일이었고, 가슴 아프게 생각하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전날 국정감사에서 내놓은 답변을 되풀이했다. 비전문성 논란에 대해서는 “경찰에 재직하는 동안 외사 분야에서 오래 근무한 경험이 있다”면서 “안전과 관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공항 경영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공항공사 노조 관계자는 출근 저지 중단과 관련해 “용산 참사 유가족에게 무릎을 꿇고 눈물로 양해를 구했다”면서 “모두를 위해 내린 결정이니 오해하지 말아 달라”고 해명했다. 용산 참사 유가족 측은 “김 사장의 도둑 취임식을 인정할 수 없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용산참사 범국민 대책위원회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3개월 후로 다가온 ‘용산 참사’ 5주기 이전에 김 사장이 스스로 퇴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가족들은 17일 한국공항공사 국정감사장을 방문해 김 사장의 취임 강행을 항의하기로 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가족 수입 묻는 지원서… 구직자는 화난다

    가족 수입 묻는 지원서… 구직자는 화난다

    “취업과 가족의 월수입 총액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올 하반기 레미콘과 골재 사업이 주력인 삼표그룹에 지원한 취업 준비생 A(24·여)씨는 입사지원서를 쓰다가 기분이 씁쓸했다. 입사지원서에 부모의 출신 학교뿐 아니라 전월세 혹은 주택 소유 여부, 차량 유무를 입력해야 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가족의 월수입 총액을 적는 칸도 있었다. A씨는 “부모 출신 대학만 해도 그런가 했는데 가족의 총수입을 왜 적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면서 “결국 지원을 하긴 했지만 기업이 지나치게 사적인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 것 같아 기분이 찜찜하다”고 토로했다. 입사지원서 내 차별 항목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일부 기업들은 여전히 관련 내용을 기재하도록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자의 역량과 크게 관계없는 키, 몸무게는 물론 가족 구성원의 출신 대학, 직업, 직위, 총수입 등을 수집하는 것은 지원자에 대한 잠재적 차별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14일 채용이 진행 중인 NS홈쇼핑은 마케팅과 방송 편성, 품질 관리, 법무팀 인턴사원을 모집하면서 입사지원서에 키와 체중, 혈액형, 가족의 최종 학력을 필수 항목으로 적게 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지점 영업과 본사 영업, 리서치, 정보기술(IT) 등 5급 입사지원서에 신장과 체중, 연고지, 사내외 지인을 기입하게 했다. 부모 근무처와 직위는 필수 사항은 아니지만 기입란이 존재한다. 올 하반기에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한 동부그룹과 LG하우시스 등은 모든 직군에 공통적으로 가족 구성원의 직장명과 직위를 쓰게 했다. 삼양그룹은 가족 구성원의 직장명을 기입하게 했지만 직위 항목은 없다. 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이보림(25·여)씨는 “능력 있는 인재를 채용한다면서 개인의 능력이 아닌 외적인 것들을 요구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대놓고 차별을 하겠다는 의미로 느껴진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취업시장이 좋지 않은 만큼 이런 기업에도 어쩔 수 없이 원서를 넣고 있다”면서 “취업난이 현실로 다가와 답답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기업들은 특별히 심사에 활용하기 위해 이 같은 항목을 유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삼표그룹 인사팀 관계자는 “충분히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입사지원서 항목을 개정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면서 “(입사 지원서를) 만든 지 오래돼 업데이트를 하지 못해 그런 거지 특별한 사유가 있어 고수하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도 “사내외 지인과 부모의 직업은 인사 채용 과정에서 고려하는 대상이 전혀 아니다”라면서 “도전정신이 있는 지원자를 뽑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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