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원방명록에 “문화유산 전하자”/김달현부총리 서울오던 날
◎“길은 다닐수록 넓어진다고 했죠”/최부총리/“최부총리 답방땐 더 가까워질것”/김부총리/판문점에 북기자 한명도 안보여 눈길/일행태운 승용차도 모두 최고급국산… 자동차 3사 치열한 홍보전
▷판문점도착◁
○…김달현부총리 일행 10명은 이날 우리측이 제공한 3대의 승용차와 1대의 미니버스편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상오10시5분쯤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 앞에 도착.
○현→현으로 정정
김부총리와 정운업 삼천리총회사총사장,리성대 북경주재 무역참사 등 장·차관급 3명은 영접나온 한갑수기획원차관과 『안녕하십니까』라고 반갑게 서로 인사를 교환.
이어 김부총리 등은 통일원 남북대화사무국 여직원 3명으로부터 차례로 화환을 건네받고 내외취재진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포즈를 취한 뒤 「평화의 집」 1층에 마련된 환담장으로 직행.
이날 「평화의 집」 주변에는 AP,로이터,타스,산케이(산경) 등 외신기자 10여명이 치열한 취재경쟁을 벌였으나 오히려 북측기자들은 수행취재원 외에는 한명도 눈에 띄지 않아 눈길.
이에 대해 관계자들은 『북한이 김부총리의 서울방문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으려 하는것이 아니겠느냐』고 진단하기도.
김부총리는 10시30분 판문점을 출발하기에 앞서 정확한 한자이름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 이름 마지막자는 「솥귀 현」이 아니라 「검을 현」다』이라고 한자표기를 수정해주기도.
○…김달현부총리는 19일 상오 판문점을 통과한뒤 「평화의 집」에서 한갑수경제기획원차관과 가진 첫 면담에서 이번 방문이 경제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통일로 이어지리라는 희망을 표시.
김부총리는 이날 상오 10시5분쯤 안내를 받으며 「평화의 집」접견실에 들어와 한차관과 나란히 앉아 약 15분간 면담.
그는 남측지역 「평화의 집」과 북측지역 「통일각」의 이름을 확인한 뒤 『둘다 이름을 잘 지었다』면서 『우리가 경제협력을 잘해서 통일을 앞당기자』고 말했는데 이에 한차관이 『통일의 비료가 되려고 오신것 아니냐』고 하자 『통일의 비료를 뿌리고 수확도 하고…』라고 화답하며 웃음.
○통일이 궁극 목표
○…환담을 마친 김부총리는 림태덕대외경제협력추진위 서기장과 함께 「평화의 집」1층 기자실에서 5분여동안 기자회 견문을 발표하고 내외신 기자들과 일문일답.
그는 또 『이번에 우리가 한번 오고 최각규부총리가(북에)한번 오시면 더욱 거리가 가까워질 것』이라고 말해 이미 최부총리의 초청이 사실상 확정돼있음을 시사.
김부총리는 경제관료답게 면담도중 통계와 숫자에 대한 관념이 몸에 뱄음을 드러냈는데 날씨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통계적으로 보면 비가 많이오면 농사가 잘된다』고 하는가 하면 「평화의 집」건축연도,판문점에서 서울까지의 거리,경제기획원의 직원수,기획원차관 수 등등을 질문.
○…기자회견을 마친 김부총리는 「평화의 집」계단앞에서 한갑수기획원차관 등과 함께 기념촬영.
이날 판문점에서 숙소인 서울 힐튼호텔까지 북측일행들을 태우기 위해 준비한 승용차는 모두 3천㏄급 이상 국내자동차 3사의 최고급차종인 기아의 포텐샤,현대의 그랜저,대우의 브로엄 등으로 산업시찰이라는 명목에 걸맞게 우리기업들의 대북진출을 위한 경쟁적 양상을 반영하기도.
▷서울도착◁
○…9일 상오 11시 49분 숙소인 서울 힐튼호텔 정문에 도착한 김달현부총리 일행은 로비에서 마중나온 최각규부총리의 영접을 받고 사진기자들을 위해 잠시 포즈를 취한뒤 21층 숙소로 직행.
최부총리는 한갑수기획원차관의 안내를 받으며 로비로 들어선 김달현부총리에게 먼저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했고 이에 김부총리는 『안녕하십니까』라고 화답.
이어 김부총리는 『초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이렇게 마중까지 나와주시니 더욱 감사합니다』라며 최부총리와 악수.
○…김달현부총리 일행은 이날 숙소인 힐튼호텔에 도착,우리측 초청자인 최각규부총리의 영접을 받고 최부총리와 함께 21층 객실로 올라가 20여분간 환담.
○“피곤하니 일정취소”
▷비원·롯데월드관광◁
○…김달현부총리 일행은 이날 하오 2시 50분께 우리측이 준비한 고급승용차에 나눠타고 경찰오토바이 10여대의 호위를 받으며 힐튼호텔을 출발,비원을 둘러본뒤 잠실 롯데월드를 관람.
김부총리일행은 이날 당초 관람키로 했던 남대문시장과 롯데백화점 일정을 미루고 출발시간도 예정보다 50분이나 늦게 힐튼호텔을 출발.
이에대해 경제기획원관계자는 『김부총리가 피곤하니 일정을 일부 취소해달라』고 요구해왔기 때문이라고 전언.
○…하오 3시쯤 비원에 도착한 김부총리일행은 안내원 백소영씨(24·여)의 설명을 들으며 40여분간 인정전과 대조전,부용지등을 관람.
김부총리는 다소 무더운 날씨 때문인지 웃옷을 벗어든채 손수건으로 연신 이마의 땀을 닦으면서도 백양의 설명을 경청.
이들은 이어 정문으로 돌아와 방명록에 「귀중한 민족문화 유산을 자손만대에길이 전하자.1992년7월19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정무원 부총리 김달현」이라고 자필서명.
○…김부총리일행은 비원방문을 마친 뒤 하오 4시5분쯤 잠실 롯데월드에 도착,롯데월드 3층 민속관에 들러 선사시대부터 일제시대까지의 유적유물모형을 30여분간 관람.
이들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3층 민속관으로 올라갔는데 이때 쇼핑나온 시민들이 김부총리일행을 알아보고 박수로 반갑게 맞이하자 손을 흔들어 답례.
일행은 하오 4시35분쯤 민속관을 나와 바로앞에 있는 북한상품특별판매점에 들어가 북한산 백로술과 개성인삼술의 값을 묻는등 북한상품에 큰 관심을 표명.
○“이해 넓히는 전기”
▷만찬◁
○…최각규부총리는 이날 하오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만찬에서 만찬사를 통해 『남과 북은 오랫동안 서로 다른 경제의 길을 걸어왔지만 김달현부총리의 이번 방문이 남북경제당국자간에 이해의 폭을 넓히고 나아가 남과 북이 경제분야에서 상호협력하여 발전해나갈 수 있는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
김달현부총리는 『북남사이의 경제협력과 교류의 길을 열어가는데 예상치 않은 우여곡절이 있을수 있다』며 『그렇지만 초행길을 개척해나가는 마음으로,새벽이슬을 남먼저 헤쳐나가는 심정으로 이미 내디딘 발걸음을 주춤거리지 않고 힘차게 내달린다면 반드시 훌륭한 결실을 가져올 것』이라고 답사.
○…서울 하얏트호텔에서의 만찬은 하오7시부터 2층 아이리스룸에서의 양측 대표 6명씩 참석한 고위급회담에 이어 로터스룸에서 자리를 옮겨 약 10여분간 환담한뒤 아이리스룸에서 양측 관계자 모두 참석한 만찬의 순으로 진행.
만찬에 앞서 열린 고위급회담에서는 북측에서 김달현부총리,정운업 삼천리총회사총사장,리성대 중국주재무역참사,김동국 정무원책임지도원,림태덕 대외경제협력추진위서기장,황보혁 무역부부국장등 6명이,그리고 우리측에서는 최각규부총리를 비롯,김종휘외교안보수석,임동원통일원차관,김태연기획원대외경제조정실장,강희복기획원제1협력관등 6명이 각각 참석.
한편 이날 만찬에는 우리측에서 17명,북한측에서 10명등 모두 27명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북한측에서 고명철 조선중앙통신사기자와 리영림 평양전신전화국 책임기사 등 2명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
○…김부총리는 일본보다는 유럽이나 중동지역으로 해외출장을 자주 나가고 있으며 최근에는 영국과 합작사업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
이날 저녁 하얏트 호텔 아이리스룸에서 공식만찬에 앞서 칵테일파티가 진행되는 동안 북측대표단의 황보혁 무역부 부국장은 『해외합작사업이 잘돼가느냐』고 우리측 관계자가 묻자 『프랑스,영국 등과 합작을 추진해 진행중』이라고 답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