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유언 남겼을까” 궁금증 증폭
◎「사망직전 상황」으로 추정한 「가능성」/왕성한 활동하다 급성 심근경색 돌발/의식 있었어도 「단순 부탁」에 그쳤을듯
김일성은 죽기 전에 유언이나 유서를 남겼을까.남겼다면 어떤 내용이었을까.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한다.
지난 8일 새벽 김일성이 사망한 뒤 북한에서 흘러나오는 정보와 방송,신문,외국 언론인,여행자등 어느 누구로부터도 그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고 통일원은 밝히고 있다.
북한의 중앙방송은 김일성의 유언이나 유서 대신 생전에 남긴 가르침인 「유훈」을 방송하고 있다.『김정일을 중심으로 단결하고 그의 영도를 충성으로 받들어 나가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김일성이 사망하기 직전까지의 행적과 상황을 더듬어 보면 유언을 남겼는지 그 가능성을 추정해볼 수 있다.김일성이 사망하기 전 마지막으로 공식석상에 나타난 것은 지난 6일.그는 광업관련 행사에 참가,「패기와 정열에 넘쳐」 경제발전 방향등에 대해 교시를 내렸다고 내외통신은 보도했다.따라서 이때에는 유언을 준비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그리고 바로 다음날인 7일 김일성은 갑자기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주석궁 내실로 옮겨졌다.이때 김일성의 상태는 매우 악화돼 회복불능이라는 판단을 김정일등 지도부는 내린다.조총련에 김주석에게 변고가 있을 가능성을 전달한 것등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그렇다면 이때 김일성의 주위에는 그의 임종을 지켜볼만한 인물들이 모여들었을 것이다.아들이며 후계자인 김정일,오랜 동지인 인민무력부장 오진우,부인 김성애,딸 김경희등이 가능성이 있는 인물이다.만일 이 때 김일성이 조금이라도 의식이 있었다면 대부분 가족이면서 북한의 통치자들이기도 한 그들에게 유언을 남겼을 가능성이 많다.물론 의식이 없었다면 유언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통일원 관계자들은 김일성이 입을 열었다 하더라도 『정일이를 잘 돌봐줘라』하는 정도였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김일성주석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사회주의 국가의 지도자들은 한번 집권하면 죽을 때까지 권력을 지켰다.이 가운데 유서를 남긴 것으로 기록된 대표적인 인물은 소련의 레닌과 중국의 모택동이다.그러나 이들이 남겼다는 유서는 발표된 뒤 안팎으로부터 끊임없이 조작의혹을 받아왔다.
레닌이 사망한뒤 스탈린은 『레닌이 「스탈린을 후계자로 지명한다」는 편지형식의 유서를 당 중앙위원들에게 남겼다』고 밝혔다.스탈린은 권력의 승계과정에서 일부에게는 그 편지를 보여준 것으로도 전해지고 있다.그러나 사가들은 이 편지가 레닌을 외부로부터 완전히 차단한 스탈린에 의해 조작됐을 것으로 단정하고 있다.레닌은 죽기 2년전부터 『스탈린은 성질이 난폭해 권력을 잡으면 안된다』는 말을 되풀이 해온 사실이 밝혀진 때문이다.
지난 76년에 사망한 모택동도 임종을 지킨 장모여인에게 여섯글자의 시 형식을 빌려 「당신이 있어 나는 든든하다」는 글귀를 적어줬다.모가 죽자 장여인은 이 글을 화국봉에게 건네줬다.화는 모가 자신을 후계자로 지명한 유서라고 내세워 집권했다.
김정일이 어떤 형식이든 김일성으로부터 유서를 받았다면 권력기반을 다지는데 순조롭지 못한 상황이 올 때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그 유서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