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내 적대성 상존 입증/3년만의 북한군 침투
◎군강경파 입김 추정… 평화노력에 찬물/대통령 외유중 아군경계능력 시험한듯
17일 새벽 북한군 1명이 휴전선을 넘어 침투하려다 사살된 사건은 대립 차원을 넘어 적대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물론 이에 대한 대부분의 책임은 북한쪽에 있다.우리의 평화 노력에는 아랑곳 없이 북한은 무력에 의한 대남적화 목표를 견지하고 있다는 것이 이번 사건에 대한 군당국의 평가다.
북한군의 침투는 지난 92년 5월22일 중서부전선인 철원지역에서 북한군 3명이 아군과 총격전 끝에 전원사살된 이래 3년만이다.새정부 출범 직후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로 긴장국면이 조성되기도 했지만 북한은 얼마전까지 적어도 겉으로는 한반도 평화무드 조성을 위해 나름대로 애를 쓰는 듯한 제스처를 보여 왔다.최근 우성호문제 등으로 다시 꼬이긴 했지만 남북관계는 중·장기적 시각에서 그런대로 무난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이번 북한의 무장군인 침투는 「예상밖의 사건」으로도 받아들여 진다.
국방부고위당국자는 사살된 북한군이 잠수복에 검은색 오리발을 착용한 것으로 미뤄 특수전부대 소속 병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현장에서는 오리발 1쌍과 총번이 없는 M16 소총 2정및 수류탄 1발이 비닐봉지에 싸인채로 발견됐다.따라서 사살된 병사 말고 도주한 북한군이 적어도 1명 이상은 될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현장에서 발견된 오리발에는 「ROCKET」라는 표시가 돼 있고 「MADE IN JAPAN」이라고 새겨져 있었다.이는 지난 92년 사살된 북한군이 착용한 오리발과 똑같은 것이다.
그러나 이들 북한군은 과거 남한 깊숙히 침투했던 공비와는 임무 성격이 다른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우리측의 판단이다.전방의 아군 병력및 무기체계 비치현황을 탐지하고 유시시 침투로 확보를 위한 정찰조로 보인다고 국방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특히 김영삼 대통령의 캐나다및 유엔 순방으로 우리군에 특별경계 강화 지시가 내려져 있는데다 한미간 연례 군사훈련인 「독수리 연습」이 진행되고 있는 시기라는 점에서 우리군의 비상시 경계능력을 시험해 보려는 의도도 엿보인다는 지적이다.어찌보면 통상훈련의 성격도 짙다는 것이다.북한의 특수전 부대는 대략 10만명 가량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최근 북한 김정일이 군 수뇌부에 대한 인사에서 보수·강경파를 전면에 내세운 뒤에 나온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북한의 대남정책의 방향을 감지케 해주고 있다.군총참모장에 기용된 김영춘(73·차수)과 인민무력부 총정치국장에 임명된 조명록(71·차수)등이 대표적인 보수·강경파로 꼽히고 있다.
□무장공비 침투 주요일지
▲58년2월16일=부산발 서울행 KNA기 및 탑승자 34명 간첩에 의해 납북.
▲68년1월21일=124군부대 무장공비 31명 청와대기습위해 서울침투,29명 사살·1명 생포·1명 자폭.
▲70년4월4일=격열비열도 간첩선 침투,사살 17명.
▲75년9월11일=전북 고창 2명 침투,사살 1명.
▲76년6월19일=중동부전선 3명 침투,전원 사살.
▲79년10월11일=동부전선 비무장지대 3명 침투,1명 사살.
▲80년3월23일=한강하구에 3인조 수중침투,전원 사살.
▲80년11월3일=전남 횡간도에서 무장간첩 3명사살.
▲81년6월21일=충남 서산서 무장간첩선 격침,사살 9명·생포 1명.
▲81년7월4일=임진강 상류 1명침투,사살.
▲82년5월15일=동해안 2인조 출몰,사살 1명.
▲83년6월19일=임진강에 3인조 무장공비침투,전원사살.
▲84년9월24일=무장간첩 1명 대구에 출현,시민3명 살상후 음독자살.
▲85년10월19일=부산 청사포 간첩선 침투,격침.
▲86년8월5일=중부 비무장지대안 선제사격,쌍방 8백여발 총격전.
▲87년11월21일=중부비무장지대에서 총격도발,아군 1명 부상.
▲89년10월14일=북한 경비정 1척 연평도 서남방 해역 침투후 도주.
▲90년6월7일=북한군 3명 대성동지역 군사분계선 80m월경.
▲92년5월22일=중서부전선 3명 침투,전원사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