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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보들 ‘사생결단’

    후보들 ‘사생결단’

    사생결단의 대결이었다.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의 ‘슈퍼 4연전’(29일 광주·전남,30일 부산·경남)을 이틀 앞둔 27일. 정동영·손학규·이해찬 후보는 부산 합동연설회에서 사활을 걸고 맞붙었다. 후보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흘렀고, 내뱉는 말에는 날이 서 있었다.‘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먼저 연단에 오른 정동영 후보는 동원선거 논란에 대해 거침없이 반격했다.26일 당이 내린 ‘혐의 없음’ 결론으로 목소리에 자신감이 실렸다. 그는 “경선을 시작한 후 지난 2주간 인간적으로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당했다.”며 “정동영의 누명은 벗겨졌고 의혹은 증거 없음으로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의 진상 발표에도 불구하고 또 토를 다는 사람이 있지만 당원은 당의 명령에 따르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손학규·이해찬 두 후보를 동시에 겨냥한 발언이다. 정 후보는 동시에 1위를 달리는 후보로서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려고 애썼다. 그는 “손 후보와 이 후보가 초반경선 결과를 보고 많이 실망했을 것”이라며 위로한 뒤 “이해한다. 그러나 협력하자.12월에 승리하는 것만 생각하자.”고 두 후보에게 손을 내밀었다. 부산·경남지역에서 당내 친노 세력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의식한 듯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도 강조했다.“지금은 소원해졌지만 우리는 동지이자 경쟁자”라고 소개했다. 손학규 후보는 정-이 두 후보를 향해 전방위 공세를 펼쳤다.“열린우리당을 문 닫게 한 장본인,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의 주역으로는 중도세력의 표심을 가져올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사장 내는 ‘우와’하는 함성과 ‘취소하라.’는 야유가 뒤엉켰다. 한나라당 경력에 대해서도 다시 사과했다.“상처받고 섭섭했던 분들에게 반드시 그 빚을 갚겠다.”고도 했다.“한나라당 경력이 효자가 될 것”이라던 정면돌파 자세는 버린 듯했다. 친노세력의 근거지를 찾은 이해찬 후보는 자신 있는 표정으로 연단에 올랐다. 그는 “부산 경남에서 몰표를 주시면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고 호언했다. 그러면서 정·손 두 후보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공세를 펼쳤다. 이 후보는 “지금 정상회담 한다니까 모두 노무현, 노무현하는데 작년에는 노 대통령 인기 없다고 다 버렸던 사람들 아니냐.”며 “나는 여기 다른 두 후보가 모든 게 노무현 때문이라고 공격할 때 노무현을 지켰다.”고 꼬집었다. 특히 정 후보를 향해서는 “열린우리당이 어려울 때 당원을 버리고 탈당한 사람이 무슨 얼굴로 표를 달라고 하느냐.”고 일갈했다. 중반으로 가면서 응원 열기도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각 후보 지지자들은 막대풍선과 피켓으로 무장한 채 한치 양보 없는 응원전을 펼쳤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Local] 안동시, 우체국과 택배 계약

    경북 안동시와 안동우체국은 27일 시청에서 각종 지역 농산물의 원활한 택배 공급을 위해 ‘우체국 택배 배송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 체결로 친환경 농산물택배비 지원 사업을 비롯해 ▲경북 고향장터 ‘사이소’ 및 사이버 안동장터 입점 농가 ▲안동시 및 농협 등 생산자단체 공동브랜드 농산물의 택배 우송이 한결 원활하게 됐다. 또 택배비도 일반에 비해 최고 53% 할인돼 농가 등의 부담을 덜게 됐다. 한편 지난해 안동우체국을 통한 안동지역 농산물 택배 건수는 총 27만 7000건이었다. 품목별로는 안동사과가 15만건(54%)으로 가장 많았고 쌀 1만 7000건, 고추 1만건 등이었다.
  • 고흐 “2주일에 한번꼴 성매매”

    고흐 “2주일에 한번꼴 성매매”

    ‘지나친 성행위는 일에 대한 집중력을 떨어뜨려 능력을 고갈시키지. 그런데 나는 돈이 생기면 2주일에 한번 꼴로 성매매 업소를 찾는다네.’ 37세에 자살한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사진 왼쪽·1853∼1890)가 말년에 예술 동지이자 절친한 사이였던 15살 연하의 에밀 베르나르(오른쪽·1868∼1941)에게 보낸 미공개 편지들이 세계최고 미술가의 숨겨진 의식세계를 드러냈다. 26일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뉴욕의 모건 도서관·박물관은 25일 고흐가 사망하기 3년 전인 1887년부터 2년 동안 프랑스의 화가이자 시인인 베르나르에게 보낸 편지들이 28일부터 내년 1월6일까지 전시된다고 밝혔다. 모건 전시장의 제니퍼 톤코비치 회화담당 학예사는 “편지들을 통해 고흐가 성경에서 에밀 졸라의 책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서적을 탐독했다는 것이나 예술적인 재능을 당시에도 인정받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흐가 그림을 그리는 동안 눈이 침침해지는 현상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기도 했으며, 들판에 세워놓은 이젤이 자꾸 바람에 쓰러져서 짜증난다고 쓴 점으로 미뤄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었음을 자신이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도 엿보인다.”고 덧붙였다. 톤코비치 학예사는 베르나르가 고흐에게 보낸 답장이 발견되지 않은 것은 고흐가 정신과 치료를 받기 위해 자주 이주하는 통에 분실됐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Seoul In] 이슬람 전문가 이희수 교수 강연

    강남구(구청장 맹정주) 28일 강남구민회관에서 이슬람 전문가 한양대 이희수 교수를 강사로 초청해 교양 강좌를 연다. 탈레반 인질사태와 이슬람 문화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강좌는 무료다. 이 교수는 한국외국어대에서 터키어를 전공하고 중동지역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강남구 관계자는 “세계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총무과 2104-1213.
  • 이번엔 아마디네자드가 ‘反美총대’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올해 유엔 총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로 떠올랐다. 지난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악마’로 규정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이어 올해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반미 국가’들의 선봉에 서고 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연설을 통해 미국이 비밀감옥 설치와 적법 절차가 없는 재판 및 도청 등을 통해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아마디네자드는 미국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불행하게도 인권을 절대적으로 옹호하는 국가라고 자처하는 특정 강대국들에 의해 인권이 광범위하게 침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제적인 이슈가 된 자국의 핵 개발과 관련,“이란 핵 문제는 현재 종결됐다.”면서 “이 문제는 유엔 감시기구인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의해 다뤄져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란의 모든 핵 활동은 전적으로 평화적이고 투명하다.”면서 “서방국가들이 이란의 핵 에너지 이용 권리를 빼앗으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마디네자드의 연설이 끝난 뒤 차베스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베네수엘라 국민의 이름으로 미 제국에 맞서 싸운 데 축하를 보낸다.”고 말했다고 미 언론은 보도했다. 이날 유엔 총회에서는 아마디네자드와 함께 니카라과의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도 연설을 통해 미국을 ‘제국주의’라고 비난하며 북한과 이란의 핵 개발을 옹호했다. 아마디네자드는 전날에는 뉴욕의 컬럼비아대학이 주최한 포럼에서 연설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리 볼린저 컬럼비아대 총장과 가시 돋친 설전을 주고받았다. 포럼 주최자인 볼린저 총장은 아마디네자드를 소개하면서 ‘비열하고 잔인한 독재자’로 표현했다. 볼린저 총장은 특히 그가 홀로코스트를 부정한 것은 “뻔뻔스러운 도발자이거나 놀라울 정도로 무식한 사람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아마디네자드는 “홀로코스트가 없었다고 말하지 않았다.”면서 “홀로코스트가 중동지역에 미친 여파를 감안할 때 다른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나에 대한 부정적 반응은 미국의 이기심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미국은 9·11 테러의 근본원인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컬럼비아대 주변에는 경찰의 삼엄한 경비 속에 수백명의 시위대가 아마디네자드의 포럼 참석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였다. dawn@seoul.co.kr
  • 신씨 개인금고 2억은 무슨 돈?

    신정아씨 이름으로 개설된 청와대 인근 우리은행 효자동지점 개인 대여금고에 있는 2억원(미화 10만달러, 엔화 1000만엔)의 출처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이 돈이 신씨 본인의 금고이거나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차명 금고일 가능성에 대해 집중 수사했으나 관련이 적은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이 돈이 2004년부터 금고에 보관됐고 실제 주인은 박문순 성곡미술관장이며, 신씨의 횡령 시기는 2005년부터 올 7월까지로 신씨가 횡령한 돈과는 관련성이 적어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돈이 박 관장의 개인 비자금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쌍용양회공업 김석원 명예회장의 부인인 박 관장은 검찰 공적자금합동수사반이 쌍용그룹의 은화삼 골프장 매각과 관련한 수사를 할 당시인 2004년 신씨 명의로 개설된 대여금고에 이 돈을 예치했다. 은행 관계자는 “3년 전 돈을 보관한 뒤 사용 내역 없이 돈이 그대로 있었다.”고 밝혔다. 박 관장은 이날 검찰에 출두하면서 취재진이 2억원이 누구 돈이냐고 물었으나 입을 열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검찰은 신씨가 대기업들의 성곡미술관 후원금 횡령 혐의를 추궁당하자 수사에 혼선을 주고 빠져나갈 구멍을 찾기 위해 “후원금 가운데 사용하고 남은 돈을 모두 박 관장에게 줬다.”며 이 금고의 존재를 알린 것으로 보고 있다. 신씨가 박 관장에게 횡령 혐의를 떠넘길 계산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서울광장] 청와대의 생로병사/진경호 정치부 차장

    [서울광장] 청와대의 생로병사/진경호 정치부 차장

    회백색 담 탓일까. 출퇴근길 지나는 청와대는 늘 스산하다. 비라도 오면 내려앉을 듯 무겁고 적막하다.‘권부(權府)’임을 잊는다면, 서울 한복판 7만여평의 넓은 그 곳은 그저 도심 속 섬에 불과하다.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은 그제 일요일, 노무현 대통령이 그곳에서 예순한번째 생일을 맞았다. 진갑상에 미역국이 올랐는지는 모르지만 국무위원 등 부르려던 하객(賀客)은 모두 물렸다고 한다. 부인 권양숙 여사와 가까운 친지만이 그와 생일상을 마주했다. 그가 ‘본받을 공직자’라고 한 유능한 참모 변양균씨의 신정아 스캔들로 ‘할 말이 없게’된 지 일주일 뒤 일이다. 임기 마지막 해 대통령 부부만의 생일상은 처음이 아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도 퇴임을 한 달여 앞둔 2003년 1월 78회 생일을 부인과 둘이 보냈다. 작은 선물이라도 들고 왔어야 할 홍걸, 홍업 두 아들은 차가운 구치소에 갇혀 있었고, 다음 대통령이 드리운 권력 무상의 짙은 그늘에 노부부는 더 없는 한기(寒氣)를 느껴야 했다. 우울한 청와대는 낯설지 않다. 대통령이 있고부터 죽 있어 왔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까지 임기말 청와대는 우울하거나 불행했다. 한껏 어깨 펴고 들어섰다가도 모두 고개를 숙이고 나왔다. 임기말 증후군의 대표적 증세다. ‘거세된 대통령’(노 대통령의 표현이다)이 우울한 생일상을 받던 그제, 청와대 밖에서는 한때 그의 정치적 동지이자 자산이었던 옛 열린우리당 주역들이 ‘노무현 이후’를 놓고 또 한차례 일합을 겨뤘다.5년 전 종로 유세에서 노무현 후보가 “내 옆에 있다.”고 한 정동영은 ‘낫(not) 노’, 비노(非盧)를 외치며 선두를 달린다. 한나라당 이적생 손학규는 ‘노(no) 노’, 반노(反盧)로 살 길을 찾는다. 유일한 친노주자인 이해찬도 “대통령이 (특정후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거리를 둔다. 장외시장의 문국현은 아예 자신을 후보 단일화 무대에 올려 놓고는 노무현 정치와는 전혀 다른 프레임의 정치를 외친다. 노 대통령의 우군인 몇몇 인터넷 매체와 386세대들은 친노주자 대신 문국현 띄우기에 여념이 없다. 임기 마지막까지 할 일은 하고 가겠다는 노 대통령이다. 선거법이 대통령의 입을 틀어막는다며 헌법소원을 내고, 야당 대선후보를 거침없이 고소한 그가 이런 상황을 현실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아직 내 무대인데, 불러야 할 노래가 많은데 정작 관객들은 고개를 돌리고 다음 가수가 마이크를 넘겨 받으려 드는 이 당혹스러운 현실을 승복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그러나 유령선거인단을 동원한 ‘날림 경선’을 불사하며 노무현 이후를 향해 눈에 불은 켠 그들이다. 대통령이 자신도 모르게 선거인단에 포함된 것은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이 얼마나 날림이냐의 문제를 넘는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려는 야만적 무원칙과 빈곤한 정치신념, 누구든 가로막으면 부수고 가겠다는 전의가 담겨 있다. 그들에게 지지율 20%의 대통령은 더 이상 기댈 언덕이 아니다. 이명박이 끌어안지 못한 50%의 국민들 마음만 살 수 있다면 ‘노무현 밟고 가기’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권력의 생로병사다. 균형발전정책과 기자실 문에다 대못을 쾅쾅 박을지언정 ‘노무현 이후’에 대해서만은 한 발 물러서는 자세가 노 대통령에게 필요하다. 눈발 날리기 시작한 청와대의 겨울을 오롯이 관조했으면 싶다. 누구도 아닌 자신을 위해. 진경호 정치부 차장 jade@seoul.co.kr
  • “앞으로도 음악 실험 계속할 것”

    “앞으로도 음악 실험 계속할 것”

    ‘영화음악의 전설’로 불리는 이탈리아 음악가 엔니오 모리코네(79)가 10월 2,3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첫 내한 공연을 갖는다. ‘시네마 콘서트 인 서울’.‘시네마 천국’‘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미션’ 등 400여개의 영화에 인상적인 선율을 입혀온 그는 한국 팬들에게 특히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17일 이메일 인터뷰로 만난 모리코네는 “한국에 내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이 많다고 들어 이번 공연이 더욱 뜻깊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국에 처음 오는 만큼 한국 문화나 음식을 맘껏 즐겨보고 싶다는 모리코네. 그는 콘서트를 마치고 4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클래식과 재즈, 전자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영화의 서정을 더해온 그는 20세기가 낳은 영화음악의 거장.40여년간 변함없는 음악활동의 비결로 그는 “음악과 영화에 대한 열정”을 꼽았다. 음악의 영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그건 저도 미스터리입니다. 제 머리나 그동안 공부했던 이론에서 왔을 수도 있고, 때론 영화와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재료가 되기도 하죠.” 모리코네는 “상업적으론 덜 성공했지만 영화와 잘 어울렸던 음악들이 잘 팔리고 더 많이 알려진 작품들보다 마음에 더 와닿는다.”며 가장 애착이 가는 감독으로 1964년 ‘황야의 무법자’로 처음 영화작업을 함께한 이탈리아 영화감독 세르지오 레오네를 꼽았다. 자신과 명콤비를 이룬 레오네가 누구보다 자신의 음악을 잘 이해하고 존중해준 동지였다는 것. 모리코네는 지난 2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공로상을 받았다. 과거 다섯 번이나 아카데미 음악상 후보에 그쳤던 터라 이번 수상은 그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우리 나이로 이제 팔순. 스트레스를 줄이고 규칙적으로 생활해 건강을 유지한다는 그는 아직도 음악에 대한 정열의 끈을 놓지 않았다. “지난 50년간 수없이 다양한 작곡법을 시도해 왔지만 아직도 아방가르드나 실험적인 음악에 대한 믿음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음악의 꿈을 키워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죠.”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Metro&Local] 내년 경기북부 18개 초중고 개교

    경기도2교육청은 내년에 초등학교 3개, 중학교 8개, 고등학교 6개, 특수학교 1개 등 모두 18개 학교가 신설된다고 16일 밝혔다. 초등학교는 고양 모당초(일산2지구)·행국초(행신2지구), 남양주 가운초(가운지구) 등이다. 중학교는 의정부 장암중(장암동)·녹양중(녹양동)·솔뫼중(용현동), 동두천 송내중(송내동), 고양 안곡중(일산2지구)·풍산중(풍동지구), 남양주 광릉중(진접읍)·와부2중(와부읍) 등이다. 고등학교는 양주 삼숭고(삼숭동), 남양주 도농고(도농동)·와부고(와부읍), 고양 가좌고(가좌지구)·풍동고(풍동지구)·산들고(일산2지구)이며 특수학교는 남양주 경은학교다.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박찬구 기자의 정국 View] 변양균 쇼크와 대선 정국

    [박찬구 기자의 정국 View] 변양균 쇼크와 대선 정국

    “참담하다.” 믿었던 변양균 전 정책실장의 거짓말 이후 청와대 관계자가 전한 내부 분위기다. 비서동 내부에서 오가다 서로 마주쳐도 예전처럼 웃음을 나눌 수 없다고 한다. 연말 대선을 3개월 앞둔 청와대는 ‘변양균·정윤재’ 악재로 뒤숭숭하다. 이 관계자는 범여권 후보의 대선 캠프 참여 등을 이유로 청와대를 떠난 ‘동지’들의 빈자리가 더욱 커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빈자리를 채우는 새 직원들의 열정이나 충성심을 검증할 수 없는 데다, 경력관리 차원에서 임기말 청와대를 징검다리로 삼으려는 인사들도 있는 것 같아 영 개운찮다.”고 털어놨다. 이번주 검찰의 소환조사 등으로 변 전 실장을 둘러싼 의혹의 실마리가 얼마나 풀릴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변양균·정윤재’ 의혹은 사건의 실체와는 무관하게 이미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날씨 탓도 있겠지만 예상을 밑도는 경선 초반 투표율과 저조한 흥행, 여론의 냉기류 등이 이를 방증한다. 정치 컨설팅업체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선거인단 가운데 자발적 참여자나 당파성이 떨어지는 사람은 실제 투표에 아예 불참하는 사례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노(親盧) 후보 3인방의 단일화와 이로 인한 3자 구도 형성이 그나마 경선 분위기를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주말 4연전에 이어 이번 주에는 추석 연휴 직후 주요 승부처인 광주·전남과 부산·경남 투표를 겨냥한 여론몰이와 바닥표 다지기에 후보들이 전력을 기울일 것이다. 조직의 파괴력을 과시한 정동영 후보와 낮은 투표율이나 조직의 열세로 위기에 빠진 손학규 후보가 어떤 승부수로 대세를 노릴지 주목된다. 이해찬 후보로서는 당장 ‘변양균 딜레마’의 극복이 시급한 과제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이나 참여정부와 차별화를 꾀하는 것은 ‘참여정부의 승계’라는 본인의 정체성과 어울리지 않고,‘신정아 사건’ 연루설로 시달리는 상황에서 정면돌파를 시도하는 것도 여의치 않을 것이다. 친노 대표주자인 이 후보가 이례적으로 지난 12일 “대통령이 대선 후보를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언급한 것은 이같은 고민을 반영하고 있다. 정치 컨설팅업체 폴컴의 이경헌 이사는 “이 후보로서는 청와대와 대통령의 입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곤혹스런 처지가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결선투표에서 아슬하게 과반을 이룬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에게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대항마로서 입지를 제대로 구축해 나갈지가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다.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보다 한 달 먼저 본선 레이스에 뛰어든 것이 권 후보에게는 선전(善戰)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보 지지율이 당 지지율 5%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에서 무엇보다 새로운 비전과 정책, 혁신과 변화 등 권 후보 개인의 정치 역량이 주목받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번주 ‘이명박-박근혜’ 대립구도가 주요 고비를 맞는다. 오는 19일까지 진행되는 일부 시도당위원장 선거에서 서로 자파 인사를 내세우려는 지분다툼이 재연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위계질서’ 발언까지 부른 양쪽의 신경전이 일부 지역의 치열한 ‘이-박’ 대리전으로 비화할지, 이 후보가 막판 화합의 카드로 충돌 위기를 넘길지가 관건이다.ckpark@seoul.co.kr
  • [열린세상] 한국 수출의 새로운 돌파구 유럽/ 조환익 수출보험공사 사장

    [열린세상] 한국 수출의 새로운 돌파구 유럽/ 조환익 수출보험공사 사장

    ‘전 세계에서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는 어디일까.’ 이 같은 질문을 받으면 제대로 맞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거의 없을 것 같다. 대부분 미국, 중국, 일본 중에서 답을 찾으려고 애쓰겠지만, 정답은 독일이다. 독일이 꽤 앞서 있고 2위 미국과 3위 중국이 비슷하다. 그보다 조금 떨어진 4위는 일본이고,9위 캐나다를 제외하면,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 이탈리아, 벨기에 등 10위권 이내의 모든 국가가 유럽권이다. 한국은 11번째이다. 이는 수입의 순서에서도 비슷하다. 다만 수입에선 1,2위가 독일과 미국이 뒤바뀐다. 세계 20위까지의 교역국 중 유럽의 교역규모가 미국의 거의 3배, 중국과 비교할 때는 4배를 넘는다. 즉 세계 교역에서 유럽의 세력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정말 막강하다. 환율, 원자재 등도 늘 불안하고 반도체 등 주력 상품의 시장상황도 순조롭지 않은데, 아직까지는 수출은 신통하게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초의 전망대로라면 지금쯤은 이미 환율효과가 반영되어 수출이 힘을 잃고 있어야 맞다. 수출로 먹고 살 수밖에 없는 나라에서 우리 수출에는 항상 돌파구가 있었고 그 돌파구는 매직 역할을 해왔다. 월남 특수, 중동 특수, 중국시장 개방, 컬러 TV, 반도체, 자동차, 휴대전화 등 끊임없이 새로운 수출원이 나왔고 이를 잘 활용해 왔다. 요즈음 아시아와 중동지역에서의 개발붐이 세계 선박수요를 늘렸고 플랜트 수출에서 무서운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이 부분도 몇 년 후 중국 등 후발국이 따라잡고, 또 현재의 개도국 특수도 가라앉으면 그땐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걱정도 따른다. 특히 개도국들은 재정과 금융기반이 취약하다. 때문에 세계 한 곳에서, 예를 들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같은 악재가 발생하면 나비효과가 가장 강하게 작용하는 지역이다. 결국은 새로운 돌파구는 세계 최대의 시장인 유럽에서 찾아야 한다. 특히 이 지역의 강점인 부품, 소재에서 뚫어야 한다. ‘늙은 유럽’이 변하고 있다.‘실리주의 통상정책’과 ‘성장과 고용’ 중심의 경제 정책을 기반으로, 지난해에는 EU의 경제 성장률이 3%에 육박하였고, 높은 실업률과 재정적자도 크게 감소되고 있다. 현재의 경제 구조조정이 정점에 이르는 2010년 이후에는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대세다. 또한 소비와 투자를 뒷받침하는 금융구조가 고도로 안정적이다. 미국발, 중국발, 일본발 금융위기는 있었지만 유럽발 금융위기는 없었다. ‘유럽의 병자’로 불리던 독일과 북유럽 국가들이 ‘젊은 유럽’을 선도하고 있다. 강력한 구조조정과 국제 분업체제 완성을 통해서다. 반면, 동유럽 시장은 외국인 투자가 집중되고 있고, 세계의 생산기지로 변모하고 있다. 어느 나라에서 생산되는 전자 제품이나 자동차 등에 독일 등 유럽산 부품, 소재가 장착되지 않는 제품은 거의 없다. 가격도 고가이다. 이제 우리 수출의 새로운 활로는 유럽 시장에서 찾아야 한다. 기계류, 부품 소재로 한판 승부를 걸어야 한다. 그러면 고질적인 대일무역역조와 과도한 중국의존 현상도 개선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우리의 시장점유율은 2%대에 머무르고 있고 이나마 중국, 인도, 터키 등 후발 개도국에 잠식당하고 있다. 그 요란하던 한·미 FTA에 비해 미국보다 몇 배 더 큰 유럽시장과의 FTA는 어디에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조용하기만 하다. EU는 지적재산권, 환경규제 등 규제도 심하다.FTA를 통해 규제의 턱을 대폭 낮추고 아시아 다른 나라가 같은 조건으로 들어오기 전에 기계·부품 소재로 정면 승부하여 한국경제의 새로운 매직을 열어나가야 되겠다. 조환익 수출보험공사 사장
  • [Seoul In] ‘어르신 운동교실’ 회원모집

    서대문구(구청장 현동훈) 건강증진센터는 지역내 60세 이상 주민을 대상으로 ‘어르신 운동교실’ 회원을 모집한다. 당뇨·고혈압 등 만성질환의 예방과 완화에 좋은 짐볼, 세라밴드, 덤벨 등을 이용한 스트레칭과 근력운동을 가르쳐 준다.45명 선착순으로 모집하며,10∼12월 주 2회(화·목) 지도를 받는다. 건강증진센터 운동지도실 330-1739,8630.
  • 안동 “물의 도시 지켜보라”

    우리나라 유학의 성지인 경북 안동이 ‘물(水)의 도시’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10일 안동시 등에 따르면 임하·안동댐 등 풍부한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 관광 자원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시는 우선 내년까지 시가지 인근 낙동강변에 유람선이 다니는 수상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수상공원에는 태화동 어가골 앞에서 수상동까지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높이 2.5m, 길이 387m의 라바보를 설치해 유람선·모터 보트 등이 다니게 하고 수변환경을 조성한다. 또 수심이 얕은 낙동강 영가대교 위 하상에는 새로운 강수욕장을 만든다. 이에 앞서 안동시수상스키연합회(회장 송승길)는 지난 2일 임동면 중평리 임하호 아쿠아 수상레저에서 ‘제1회 연합회장배 친선수상스키대회’를 개최했다. 대회에는 전국 200여명의 남녀 수상스키 애호가들이 참가해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선보였다. 안동수상스키연합회는 매년 1회씩 이 대회를 개최, 수상 레저문화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지난 7월에는 안동시 상아동 암동댐 월령교 옆에 ‘안동 물문화관’이 문을 열었다. 물 문화관(2층) 1층에는 안동·임하댐의 건설 과정과 댐 주변 생태계 자료가 전시됐으며,2층에는 물과 관련한 안동지역의 역사 등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과 함께 3차원 입체 영상을 체험할 수 있는 영상실, 전망대가 마련돼 있다. 또 인근에는 전통 정자와 분수, 산책로 등으로 꾸며진 2만 6400㎡의 규모의 강변공원이 자리를 잡았다. 안동시 남후면 하야리 낙동강변에는 전국 유일의 ‘다기능 하천실험장’ 설치가 추진되고 있다. 총 140억원을 들여 하천(폭 10m, 길이 800m)과 연못, 강변식물 보존구역 및 생태공원 등을 설치할 이 사업은 하천 개발·관리와 하천생태환경 연구 등을 위해 활용될 계획이다.. 이밖에 안동호에서는 1995년부터 매년 낚시 애호가 등 2000여명이 참가하는 ‘전국 베스낚시대회’가 열리고 있다. 안동시 관계자는 “앞으로 인간과 물이 환경친화적으로 어울리는 물의 도시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안동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실기+체험 프로그램 폭발적 인기

    실기+체험 프로그램 폭발적 인기

    여름방학이 있는 7,8월은 연중 관람객이 가장 많이 모이는 미술관의 대목이자 큐레이터들이 진땀을 빼는 시기이기도 하다. 올 여름 서울시내 주요 공공미술관은 해외 명작을 내세운 소위 ‘블록버스터 전시’로 채워졌다. 지난 2일 끝난 서울 예술의전당 오르세전은 47만명이 다녀갔다. 오는 30일 끝나는 덕수궁 미술관의 비엔나미술사전은 현재까지 20만명이,26일 마감하는 서울시립미술관의 모네전은 34만명이 관람했다. 미술관이 손쉬운 대관 전시로 여름방학 기간을 채운다는 비난도 없지않다. 하지만 덕수궁미술관의 큐레이터 김인혜 씨는 “방학 기간에 굳이 해외에 가지 않더라도 미술사적으로 의미있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리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며 “다분히 한국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각 미술관의 큐레이터들은 올 방학기간에 예년보다 순수미술 전시가 줄고, 코엑스 등에서 해외 캐릭터로 어린이들을 겨냥한 전시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한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전시의 경우 작품 손상 문제나 관람 태도 때문에 큐레이터들의 힘이 배로 든다고 토로했다. ●여름방학 아동 눈높이 전시 인기 최근 막을 내린 사비나미술관의 ‘미술과 수학의 교감Ⅱ’전은 규모는 작았지만 8000여명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큐레이터들은 미술관이 휴관하는 월요일마다 작가들을 불러 아이들의 손장난에 훼손된 작품을 수선하느라 진땀을 흘려야만 했다. 덕수궁미술관의 경우 바로크 시대 진품을 전시하다 보니 작품 보존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다 작품에 손이라도 닿으면 기름기가 시간이 지나면서 그대로 드러난다. 때문에 미술관은 작품과 1m 이상 거리를 두고 막대를 설치해 혹시 있을지도 모를 어린이들의 손장난을 막기도 했다. 사비나미술관은 방학이 시작되기 전에 교사 초청 설명회를 가져 전시장 사진을 찍어오는 방학숙제를 내주지 말도록 신신당부했다.‘체험활동지’도 한 학생이 여러장씩 가져가는 것을 막기 위해 1000원에 판매했다. 그러나 교육 프로그램의 경우 신청자가 많아 마감됐음에도 불구하고, 내 아이만은 받아달라는 억지 요구사항이 많았다. 덕수궁미술관의 무료 교육 프로그램은 정원이 40명으로 인터넷으로만 신청받았는데, 겨우 2초 만에 마감될 정도로 학부모들의 폭발적 관심을 끌었다. 교육 프로그램은 실기와 연계된 것이 많아 대부분 앞치마 등을 준비해 오거나 미술관에서 나눠주기도 한다. 한 큐레이터는 앞치마를 준비해 오지 않은 학부모가 아이의 새 옷이 망가졌다며 세탁비를 요구하는 황당한 경우도 있었다고 들려줬다. ●”내 아이가 최고” 태도 문제 금호미술관에서 지난 9일까지 열린 ‘어린이감정디자인전’은 주말에는 하루 1000여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있는 체험전시장이었다. 큐레이터 김윤아 씨는 “혼자 큰 소리로 뛰거나 해서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는 아이들을 도슨트(전시 안내자)가 제지하면 부모들이 내 자식에게 뭐라고 하지 말라는 경우도 적지 않아 애를 먹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방학 전시는 해를 거듭하며 인기가 더하고 있다. 그러나 전시장에서 뛰어다니거나, 단체관람의 경우 30분 만에 훑어보고 가는 등 관람태도 면에 있어서는 아직 아쉬운 점이 많다는 것이 큐레이터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잠실리 지구

    잠실리 지구

    주택지는 평당 3만원선을 넘어 지난 해 영동지구 개발계획과 광주 대단지 개발계획 발표로 마치 부동산 투자 서부시대를 방불케했던「강남지구」의 근황은 의외로 한산한 편. 강남지구에 대해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은 광주대단지와의 50m 도로를 중심으로 한 남서울 개발. 특히 잠실지구는 남서울의 진입으로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지역. 서울시내와 가까운 위치에 있으면서도 한강이 가로막혀 있어서 지금까지는 천호동 방면을 통해서 돌아 다니든지 아니면 나룻배를 이용해야 했던 불편이 있었지만 계획대로 잠실대교가 완성되면 남서울의「다운타운」으로 등장할 판이다. 여름철이면 연례행사처럼 물난리를 겪어야 했던 잠실지구에는 종합 경기장이 들어선다. 너비 25m의 잠실대교가 곧 착공되리라는 소식이며 이 다리는 강건너의 화양동 신양동으로 연결돼서 석촌동으로 뚫리는 1,200여 m가 될 계획. 또한 광주 대단지와 서울사이를 잇는 간선도로가 된다. 이 부근인 석촌동과 가락동은 아직 과수원과 야산으로 개발을 기다리고 있는데 평당 3천원 선에서 7천원 까지 거래되고 있다. 송파동 지구는 앞으로 천호동 지구와 함께 남서울의 부도심지로 개발될 전망을 안고 평당 4~5천원선으로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어느 지역이든 거래가 활발하지는 못한 편이다. 잠실지구 개발은 71~72년에 끝낼 예정. 강을 건너기 전인 시내쪽 신양동 자양동 도로변이 2만 5천원~5만원까지 부르고 있으며 주택지가 3만원선을 넘고 있다. <英> [선데이서울 71년 1월24일호 제4권 3호 통권 제 120호]
  • “탈레반에 몸값지불 밝힐 수 없다”

    “탈레반에 몸값지불 밝힐 수 없다”

    “언론이 의혹을 증폭시킬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에 의혹 해소를 위해 의도적으로 (기자회견을) 했다.” “몸값 지불 논란은 탈레반과 약속한 것이 있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 외신을 인용해 의혹을 증폭시킨 언론에 국가관이 없다.”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은 6일 국회 정보위 비공개 전체회의에 참석, 이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서는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인질 석방 협상 과정에서 김 원장의 언론 노출과 국정원의 몸값 지불 여부에 대한 논쟁이 붙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김 원장의 답변에 대해 “경천동지할 말이다.”,“답변 태도를 보면 놀라서 까무러칠 정도다.”라고 성토했다. 반면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은 “김 원장의 활동은 정치공세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원장은 인질 사태 협상 과정에 대해 말을 아꼈다. 그는 “(협상 대가로) “돈을 줬는지 여부를 정보위원들이 물어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석방 직후인 만큼 당분간은 묻어뒀으면 좋겠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말하겠다.”고 설명했다.‘선글라스 맨’을 노출시킨 데 대해서는 “직원들의 사기를 고려했고,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탈레반과의 협상을 진행하고 기자회견까지 나온 점에 대해 ‘인정감’을 부여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한편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김 원장이 올 초부터 10차례나 부산 기장군 지역행사에 화환을 보냈고,13차례나 지역 주민들을 버스 등에 태워 국정원을 견학토록 했으며, 세 차례 지역을 방문해 식사 모임을 가진 게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통상적 안보 견학은 예전 국정원장이 했던 것의 100분의1도 안 되는 수준이고, 화환 역시 국정원장 취임 초기에 지역사회 주민들이 과시하느라 내 이름을 빌려 무단 사용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스포츠 라운지] 오사카세계육상 10종경기 가능성 확인 김건우

    [스포츠 라운지] 오사카세계육상 10종경기 가능성 확인 김건우

    큰 대회를 마치고 돌아온 지 사흘밖에 안 됐지만 그는 여전히 트랙 위에 있었다. 전국체전 10종경기에서 8연패를 일군 독보적 존재인 김건우(27·포항시청)가 세계대회 ‘첫 경험’의 아쉬움을 재빨리 접고 베이징올림픽을 향해 담금질을 시작했다. 오사카 세계선수권 21위로 가능성을 확인한 그를 6일 태릉선수촌에서 만났다. ●전담코치도 없이 21위 한국육상 희망일궈 인천공항에서 그 길로 선수촌에 들어왔다. 이틀 전 아버지 생일에도 전화로 축하인사를 대신했다. 무엇이 대회 뒤에 찾아올 해방감을 밀어내고 수용소 같은 선수촌으로 향하게 했을까. “오사카에서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느꼈습니다. 최고 선수들이 몸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경기 운영은 어떻게 하는지 유심히 지켜봤지요. 조금만 더 힘을 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워낙 컸기에 마음을 다잡을 겸 (선수촌에) 들어왔습니다.” 그는 베이징올림픽 때까지 훈련 스케줄과 중점 보완할 내용에 대한 구상을 귀국길에 이미 마쳤다. 아쉬운 점은 역시 전담코치의 부재.“외국선수들이 왜 코치가 없느냐고 물어왔을 때 ‘평소에도 여러 종목 코치들로부터 조언을 듣고 훈련해왔다.’라고 답하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군요.” 10종경기는 첫날 100m와 멀리뛰기, 포환던지기, 높이뛰기,400m를 소화한 뒤 다음날 110m허들, 원반던지기, 장대높이뛰기,1500m를 뛰는 육상의 ‘철인 종목’. 그는 훈련 스케줄과 대회 준비를 철저히 혼자 해냈다. 이번 대회 우승자인 로만 제블레(체코), 브라이언 클레이(미국) 등이 코치는 물론 마사지사, 트레이너 등과 함께 경기에 임한 것과 천양지차. 지난 1일엔 10종경기의 피날레 1500m에서 30여명 가운데 최고 기록으로 결승선을 밟았지만 그에 걸맞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진 못했다.“괜찮습니다. 그런 건 기대하지도 않아요. 제 목표를 열심히 좇을 따름입니다.” ●목표는 높게, 그러나 훈련은 밑바닥부터 스스로 꼽는 약점은 투척. 창던지기 기록은 제블레의 절반 수준이다. 해서 이번 겨울 근력 보강과 기술 보완에 몰두할 작정이다. 김건우는 “세계 톱10도 가능하다.”고 장담했다. “정상급 선수들은 포기할 종목은 빨리 접어 체력을 비축한 뒤 집중할 종목에 모든 것을 쏟아붓더군요.” 그래서 아예 이번 겨울엔 자비를 들여서라도 체코나 미국을 다녀올 생각이다. 김건우는 ‘특별히 잘하는 종목이 없어’ 고3 때까지 육상의 여러 종목을 전전하다 막다른 길목에서 10종경기를 택했다. 준비한 지 한 달도 안돼 가을철종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매력에 빠졌다. 하루 8시간씩 훈련도 견뎌내며 ‘연습벌레’란 별명까지 얻었다. 이런 그는 후배들에게 할 말이 많다. 선수들의 마음가짐부터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일부 선수는 체전에서 1∼3위 성적을 유지하는 데 급급하다. 그러고도 연봉 4000만∼5000만원 받는 직장을 어렵잖게 구할 수 있는 것도 이를 부추기는 것 같고요.” 꿈과 눈을 세계로 끌어올려야만 한국육상의 미래가 밝아온다는 뼈아픈 지적이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출생 1980년 2월29일 포항생 ●체격 185㎝,80㎏ ●학교 포항 남부초-동지중-경북체고-한국체대 ●가족 김대석(57·운수업)씨와 김금옥(51)씨의 2남2녀 중 셋 째. 남동생 김보근(22·한국체대)도 원반던지기 선수 ●경력 전국체전 8연패(1999∼2006), 마카오 동아시아대회 1위, 인천아시아선수권 2위(이상 2005), 도하아시안게임 3위 (2006), 오사카 세계육상선수권 21위(2007년)
  • [부고]

    ●백낙환(학교법인 인제학원 인제대·백병원 이사장)낙청(서울대 명예교수·시민방송 명예이사장)낙서(인제대 교수)순영(재미 의사)미혜 미영(단국대 교수)씨 모친상 박숙란 한지현(광운대 교수)김윤희(포천중문의대 〃)씨 시모상 이호영(재미 의사)정경일(아주대 교수·전 주말레이시아 대사)최용(서울의대 교수)씨 빙모상 6일 서울 백병원, 발인 8일 오전 7시30분 (02)2270-0501●임동권(전 서울시 부교육감)흥식(솔로몬출판사 부장)우식(보령시청)한식(라일건설 현장소장)씨 모친상 성낙용 김승철씨 빙모상 6일 강남성모병원, 발인 8일 오전 9시30분 (02)590-2697●박정근(MBC 영상미술국 부장)씨 부친상 6일 이대목동병원, 발인 8일 오전 9시 (02)2650-2753●고성실(새한검증 대표)성태(한국문화관광연구소 이사)씨 모친상 고성은(한신보일러 전무)씨 빙모상 6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8일 오전 7시30분 (02)3010-2232●유태석(창미포장기계 대표)씨 별세 용운(창미포장기계 실장)씨 부친상 이상현(사업)씨 빙부상 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8일 오전 6시 (02)3010-2291●문대영(사업)진영(전 MBC 해설위원)씨 부친상 5일 영동세브란스병원, 발인 7일 오전 8시 019-272-2416●박춘상(자영업)규상(시니어커뮤니케이션 이사)미숙(약사)은숙(〃)씨 부친상 박금천(구몬학습 지구장)이완정(시니어커뮤니케이션 대표)씨 시부상 이창순(창원대 교수)이창학(대한항공)씨 빙부상 5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7일 오전 8시 (02)3410-6915●이선주(SC제일은행 호평동지점장)씨 부친상 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7일 오전 8시 (02)3010-2293●이규찬(전 대우자동차 상무)묘찬(양영초등학교 교사)오찬(월드건설 상무)씨 부친상 이응혁(원명학교 교사)박균진(사업)김홍완(현대자동차 차장)씨 빙부상 6일 조치원장례식장, 발인 8일 오전 9시 (041)868-8699●김병규(소년한국일보 편집국장)병주(농업)병택(강원영동병무청 운영지원팀장)씨 부친상 6일 경북 군위군 삼성병원, 발인 8일 오전 10시 (054)383-5411●김규엽(마이크로소프트 과장)씨 부친상 김운기(강릉인문학교 교장)씨 형님상 6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8일 오전 9시 (02)3010-2263●문학동(전 충청북도 경찰청장)씨 별세 태영(외교통상부 대사)태원(수원대 교수)씨 부친상 강종봉(럭스성형외과 의사)씨 빙부상 6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0일 오전 7시 (02)3010-2631●이재윤(전 서울시 공무원)씨 별세 정근(삼성전기 과장)동근(건국대병원 원무팀 책임)미진(성북노인종합복지관 주간보호팀장)씨 부친상 조민수(사업)이용희(강남종합사회복지관 주임)씨 빙부상 최지희(바슈룸코리아 차장)씨 시부상 6일 건국대병원, 발인 8일 오전 7시 (02)2030-7901●이봉희(삼안건설 부사장)장희(좋은유전자 대표)성희(JP모건체이스은행 서울지점장)씨 부친상 6일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 8일 오전 7시 (02)392-0499
  •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34)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34)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추사 김정희(1786∼1856)의 대표작인 ‘세한도(歲寒圖)’를 두고, 옛 그림 연구에 업적을 남긴 동주 이용희는 “일견 퍽 싱거운 그림”이라고 했습니다. 소나무가 있고, 엉성하게 보이는 집이 한 채 있을 뿐 아마추어가 보면 왜 좋은 그림인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추사의 일생을 다룬 최초의 본격적인 비평서인 ‘완당평전’을 내놓은 유홍준도 “실경산수로 치자면 0점짜리”라고 거들었지요. 그럼에도 ‘세한도’를 추사 예술의 극치로 꼽는 것은 눈에 보이는 모습을 옮긴 것이 아니라 사의(寫意), 즉 뜻을 그렸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구도와 묘사력이 뛰어나 가치있는 것이 아니라 그림과 글씨, 글의 내용이 삼위일체를 이루어 좋다는 설명이지요. ‘세한도’는 추사가 제주도에 유배된 지 5년째를 맞은 1844년 제자인 우선 이상적(1804∼1865)에게 그려준 것입니다. 중인 출신 역관인 이상적은 추사가 낙마하여 절해고도에 위리안치된 상황에서도 의리를 저버리지 않아 스승을 감격케 했습니다. ‘세한도’를 보면, 그림과 발문(跋文)이 각각 담긴 두 장의 종이를 이어붙이고 경계 부분의 아래쪽에는 ‘阮堂(완당)’이라고 새겨진 도장을 찍었습니다. 두 장으로 되어 있지만 하나의 그림으로 보아달라는 뜻이겠지요. 실제로 세상의 시비에 여간해서는 흔들릴 것 같지 않은 엄정한 필치의 발문이 없다면 ‘세한도’는 다소 심심한 그림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길이 108.3㎝짜리 ‘세한도’를 제대로 전시하기 위해서는 10m가 훨씬 넘는 쇼케이스가 필요합니다.‘세한도’ 두루마리에는 이 그림을 감상한 인물 20명이 직접 쓴 감회가 줄줄이 붙어 있기 때문이지요. 지난해 추사 서거 150주년을 기념하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에서도 두루마리를 모두 펼쳐놓을 수 없었습니다. 이상적은 ‘세한도’를 전해받은 해 동지사 이정응을 수행하여 연경에 갔습니다. 그는 이듬해 정월 중국인 친구 오찬(吳贊)이 베푼 재회축하연에서 청나라 명사들에게 그림을 보여주고 16명으로부터 제문(題文)과 발문을 받았지요. 이상적은 장목(張穆)의 제문을 표지삼아 그림과 제발을 한 축의 두루마리로 표구한 뒤 가져왔고 다시 제주도로 보내 추사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이상적이 세상을 떠난 뒤 이 두루마리는 제자였던 매은 김병선에게 넘어갔고, 그의 아들 소매 김준학이 물려받아 끄트머리에 감상기를 적어 놓았습니다. 이후 ‘세한도’는 민영휘의 집안이 소유했다가 일본인 추사연구가 후지쓰카 지카시오(藤塚隣)에게 팔아넘겼지요. 이것을 서예가 소전 손재형이 1944년 거금을 싸들고 현해탄을 건너가 3개월 동안 아침저녁으로 병석에 누운 후지쓰카를 문안한 끝에 받아들고 돌아왔다는 얘기는 유명합니다. 손재형은 1949년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인 위창 오세창과 대한민국 초대부통령 이시영, 독립운동가이자 국학자인 위당 정인보에게 그림을 보여주고 글을 받아 두루마리에 이어붙였습니다. 그런데 훗날 국회의원에 출마한 손재형은 ‘세한도’를 저당잡히고 선거자금을 끌어다 썼지요. 하지만 낙선하여 빚을 갚을 수 없게 되자 그림은 미술품수집가 손세기에게 넘어갔고, 지금도 그의 집안에서 갖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세한도’는 1447년 그려진 안견의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에 이어 두번째 많은 제문과 발문이 붙은 조선시대 그림이 되었습니다.‘몽유도원도’에는 안평대군의 발문을 비롯하여 22명의 글 23편이 두루마리 두 축에 표구되어 있지요. 손재형은 오세창 등의 발문을 이어붙인 뒤에도 ‘세한도’ 두루마리에 90㎝ 정도의 공백을 남겼다고 합니다. 누군가 그림을 품평할 수 있을 만한 인물을 만나면 발문을 받겠다는 생각이었겠지요. 하지만 발문을 이어붙이는 전통은 끊어지고 지금까지도 당시의 상태로 보존되고 있습니다. 그림에 감상문을 붙여 후세에 물려주는 풍습은 서양의 캔버스 미술문화에서는 불가능한 두루마리 그림문화만의 특징입니다.‘세한도’처럼 그림 자체의 품격도 품격이지만 발문을 쓴 사람이 누구이고, 그 문장의 수준이 어떠한가에 따라 작품의 가치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은 우리 그림이 갖고 있는 묘미의 하나일 것입니다. dcsuh@seoul.co.kr
  • [김성호 전문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 (1) 천주교 前 안동교구장 두봉 주교

    [김성호 전문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 (1) 천주교 前 안동교구장 두봉 주교

    경북 의성군 봉양면 도원리 586-1 봉양마을 주민들에게 두봉(78·본명 렌 뒤퐁) 주교는 ‘웃기는 괴짜 할아버지’로 통한다. 언제나 넉넉한 웃음으로 누구에게나 문을 활짝 여는 맘씨 좋은 푸른 눈의 프랑스 선교사. 목사님이나 스님이나 거리낌없이 방 안에 들어가 허물없이 이야기를 꺼내도 껄껄 웃으며 들어주는 외국인.30여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이 문화마을에 두봉 주교는 없어서는 안 될, 그야말로 ‘분위기 메이커’인 것이다.2004년 11월 이 봉양마을에 왔으니 올해로 4년째. 한국인보다 더(?) 한국말을 잘하며 거침없이 ‘나는 한국사람’이라고 말하는 두봉 주교에게 한국은 ‘하느님이 명령한 선교 임지’에 앞서 어쩔 수 없는 ‘인연의 땅’이다.1954년 11월 한국 땅을 밟은 뒤 53년간 단 한번도 한국 땅을 떠나지 않은 채 서슴없이 ‘한국 땅에 묻히겠다.’는 두봉 주교. 그에게 과연 한국은 무엇일까. “하느님의 뜻대로 살다 보니 이곳까지 왔습니다.” 왜 이토록 한국을 고집하느냐는 물음에 ‘능력있을 때까지 그곳에서 최선을 다해 살라.’는 파리외방전교회의 지침을 따른 선교사일 뿐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어쩔 수 없는 선교사의 사명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는 원론적인 대답에 ‘한국은 나의 처음이자 끝’이라는 절절한 심중이 읽힘은 왜일까. 프랑스 오를레앙, 그러니까 잔 다르크의 전설로 유명한 그 고장에서도 한참 벗어난 궁벽한 농촌 마을의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난 두봉은 저 멀찍한 한반도의 부름에 이끌려 왔던 것으로 보인다. 다섯 형제, 아니 사촌형제 두 명까지 모두 7형제가 한 집에서 살며 어렵게 어린시절을 보냈던 두봉은 형제 중에 유일하게 ‘성소’의 뜻을 밝혀 신학자, 목회자의 길을 밟았다. 한국이라는 동양 끝 저쪽 나라의 이름조차도 알지 못한 채 신학교에서 신학수업을 쌓았던 그가 털어놓는 한국과의 인연은 거의 필연으로 다가온다. 오를레앙 신학교 2년을 마치고 군에 입대해 병영생활을 하던 말미에 한국전쟁이 터졌다.“당시 한국전쟁에 참전한 동료들이 거의 다 전사했다.”는 소식을 접하고도 “내가 한국에 가리라고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는 그였다. 당시만 해도 ‘위험지역에 선교사를 보내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에 “한국은 신학생인 나와는 상관없는 그저 먼 나라일 뿐”이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던 참에 6·25전쟁으로 성직자들이 거의 전멸하디시피 한 상황에서 한국 교회가 파리외방전교회에 지원을 요청해 5명의 신부가 배정됐던 것. 휴전 한 달 전인 1953년 6월 발령을 받아 교육을 받고 일본을 거쳐 인천 땅을 밟은 게 1954년 11월. 처음부터 “한국에 올 생각이 전혀 없었다.”던 그에게 “한국인으로 한국땅에 묻히겠다.”는 변함없는 소신을 준 것은 과연 믿음일까, 삶일까. 전쟁의 끝자락에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폐허만 눈에 띌 뿐” 어느 한 곳 번듯한 게 없었던 한국 땅. 용산 성심여자고등학교 터에 있던 파리외방전교회 거처에서 6개월을 보낸 뒤 대전교구 대흥동본당 보좌신부를 맡은 게 한국 사목의 시작이다. ‘두봉’(杜峰)이란 이름은 당시 대흥동 본당 주임이었던 오기선 신부가 지어준 이름. 두봉 주교의 프랑스 이름자에 맞춰 지었다고 하는데 두봉 주교는 “중국의 두보와 같은 성씨”라며 은근히 이름 자를 치켜세운다.“두견새가 큰 봉우리에서 우니 세상에 이름을 떨치지 않겠느냐.”며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중등학교 시절 ‘가톨릭노동청년회(JOC)’활동을 했던 때문일까,‘눈에 밟히는 가난한 이들’을 도저히 지나칠 수 없었다고 한다. 대전 선화동 다리 밑에 50명쯤 되는 어려운 집 아이들이 집을 나와 움집을 짓고 살았는데 대전 JOC 청년회원들이 1년 넘게 같이 어울리며 살아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낸 일은 지금도 감동으로 남아 있다. 당시 대전 MBC 라디오를 통해 진행한 ‘5분명상’ 프로그램은 대전 지역 가난한 이들의 마음의 안식처가 되기도 했다. 대구대교구에서 안동교구가 분리돼 초대 교구장을 맡을 무렵 “바늘방석에 앉는 것 같았다.”고 당시의 심정을 털어놓는다. 두달 뒤 주교서품을 받았는데 주교 서품 때 응당 정하는 문장(紋章)과 사목표어를 내세우지 않아 당시 화제가 되었다. 주교라면 12사도 후손의 반열에 오르는 천주교의 큰 명예인데 굳이 문장이며 사목표어를 마다한 까닭은 무엇일까.“문장은 귀족이나 갖는 것이지 서민인 내가 무슨 문장을 가져.” 한사코 문장이며 사목표어를 내세우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왔다. “외국인 사제는 한국인 뒷바라지만 하면 됐지 뭐 교구장 자리까지 차지하느냐.”며 안동교구장 자리를 고사했지만 교황청의 내리누름에 밀려 할 수 없이 눌러앉았다. 지난 1990년,22년 만에 안동교구장 자리를 내놓을 때까지 “한국인 사제를 교구장으로 임명하라.”며 네 차례에 걸쳐 로마 교황청에 탄원을 낸 인물이다. 전통 문화의 고집이 센 ‘유림의 땅’ 안동에서 22년간이나 큰 탈 없이 천주교 교구장을 지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안동지역 최초의 문화회관을 만든 것을 비롯, 함창에 상지 여중·고를 세운 일, 한국 최초의 전문대학인 가톨릭상지대학을 설립한 일…. “지금 생각해도 그 의롭고 큰 일”들이 어떻게 가능했을까.“유교와 불교의 전통이 강한 한국에서도 안동은 전통이 살아있는 유별난 지역이었지요. 그런데 유림들은 양심에 따라 인간관계를 아주 중시하는 성격을 지녔더군요. 천주교 교회가 추구하는 것이나 나의 가치관이 잘 맞았지요. 내가 부딪칠 이유가 하나도 없었어요.” 그럼에도 1979년 ‘안동농민회사태’, 이른바 ‘오원춘 사건’은 잊지 못할 큰 사건으로 가슴에 남아 있다. 영양군이 알선한 불량감자씨를 심은 농민들이 감자농사를 망쳐 피해보상을 받았는데 보상운동에 앞장선 오원춘이 정부기관에 납치되어 폭행당한 사실을 안동교구와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들고 일어서 전국에 폭로한 것. 서슬퍼런 군사정권이 교구장 두봉 주교의 출국명령을 내렸지만 로마 교황청이 나서 추방명령이 철회됐다. 두봉 주교에게 ‘한국 농민사목의 대부’라는 별명을 붙여준 역사적 사건이다. “이젠 한국인 사제가 교구장을 맡아야 한다.”는 탄원이 받아들여져 교구장에서 은퇴한 게 1990년. 정년을 15년 앞둔 채였다. 고양시 행주외동의 조립식 가건물인 행주공소에서 능곡성당 신부를 도와 성직자와 수도자 신도들의 피정 지도를 14년간 하다가 지난 2004년 안동교구의 주선으로 이곳 봉양마을로 이주해 살고 있다.“고향격인 안동 지역에서 살게 해달라는 주문이 받아들여져 이곳에서 살게 됐는데 너무 잘 살아서 미안하다.”고 말한다.“사는 집에 따라 마음가짐은 물론 삶을 대하는 자세마저 달라진다.”며 한사코 번듯한 집을 마다했던 그다. “한국 천주교 성인 반열에 오른 103위 중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선교사 10명은 나의 모범 선배”라는 두봉 주교. 그 10명은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라고 강조한다. 사목표어는 만들지 않았지만 마음속 표어는 있지 않으냐는 짓궂은 물음에 마지못해 떠듬떠듬 말한다.“기쁘고 고맙고 떳떳하게….” “기도 많이하고 남과 함께 살다가 주님의 뜻이 뚜렷해지면 주님 뜻대로 하겠다.” 신부로 15년, 주교로 21년 한국에서 40여년을 선교한 끝에 일선에선 물러났지만 지금도 한 달에 절반은 피정에, 강의에 아주 바쁘다. 인터뷰를 마친 뒤 고추며 가지며 텃밭에서 손수 키운 푸성귀들을 주섬주섬 챙긴 주교가 거실 벽에 걸린 문구를 가리킨다. 두봉 주교 은퇴 후에 안동교구 사제들이 뜻을 모아 만든 사목표어란다. ‘우리는 이 터에서 열린 마음으로 소박하게 살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서로 나누고 섬김으로써 기쁨이 넘치는 하느님 나라를 일군다.’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두봉 주교는 ▲1929년 프랑스 오를레앙 출생 ▲1949년 오를레앙 대신학교 철학과 졸업 ▲1951년 파리외방전교회 대신학교 신학과 졸업 ▲1954년 로마 그레고리안 대신학교 대학원 신학과 졸업 ▲1953년 사제 서품 ▲1954∼1955년 파리외방전교회 한국지부 ▲1955∼1965년 대전교구 대흥동 본당 보좌신부 ▲1967∼1969년 파리외방전교회 한국지부장 ▲1969년 초대 안동교구장 임명. 주 교 서품 ▲1982년 프랑스 나폴레옹훈장 ▲1990년 안동교구장 사임, 은퇴 ▲1991∼2003년 행주외동 행주공 소 피정 지도 ▲2004년∼ 봉양문화마을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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