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17전대 결산] 후진타오 직계 23명 중앙위 새로 진출
|베이징 이지운특파원|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손을 흔들며 기자접견장에 들어온다. 플래시가 터지고 500여명 국내외 보도진의 시선이 쏠린다.
이어 우방궈(吳邦國), 원자바오(溫家寶), 자칭린(賈慶林), 리창춘(李長春)…. 다음부터는 새로운 얼굴들이다.
시진핑(習近平), 리커창(李克强), 허궈창(賀國强), 저우융캉(周永康)까지. 앞으로 5년 중국을 주무를 최고 권력부 9명이다.
22일 인민대회당. 후 주석은 11시40분쯤 외신기자들에게 새 정치국 상무위원들을 소개하면서 3분류로 나눴다. 우선 “우방궈, 원자바오, 자칭린, 리창춘은 여러분에게 친숙하실 것입니다.”라고 입을 뗐다.“시진핑, 리커창은 비교적 나이가 어린 동지들입니다.54세,52세지요.” 핵심은 2번째, 후계자들인 셈이다. 이어 “16대 정치국원이었던 허궈창, 저우융캉은 모두들 잘 아시지요.”라고 소개했다.
●쩡칭훙, 퇴진 카드로 허궈창·저우융캉 챙겨
후 주석의 소개법은 세대 분류에 가까웠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시각은 달랐다. 우방궈, 자칭린, 리창춘에 시진핑, 허궈창, 저우융캉은 모두 광의의 ‘상하이방’으로 분류된다.6명이 ‘장쩌민과 쩡칭훙의 사람들’인 셈이다.
후 주석은 리커창 정도를 챙겼다. 중립지대에 있는 원자바오 총리를 포함하더라도 비(非) 상하이방은 3명뿐이다. 장쩌민의 압승이다. 이번에 무대 뒤로 ‘몸을 감춘’ 쩡칭훙의 성과도 눈부시다. 허궈창, 저우융캉은 그의 수족과도 같다. 시진핑은 쩡과 함께 태자당의 일원이다.
쩡칭훙은 이번 인사의 최대 변수로 작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쩡은 먼저 자신의 퇴진 카드를 던졌다.68세로 정년 시비를 염두에 둔 것이기도 했고, 워낙 비토 세력이 많아 표결 통과를 우려한 현실적인 이유도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그는 상무위원 자리 2개를 확보하려 했다.
후 주석은 쩡의 퇴진을 말린 것으로 전해진다. 쩡은 후진타오-상하이방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해왔다. 쩡은 2004년 9월 4중전회에서 후 주석과 손잡고 장쩌민을 중앙군사위 주석직에서 물러나도록 한 이후 후 주석의 권력 파트너로 변신했다는 평을 들었다. 후-쩡 체제의 변화는, 후 주석에게 상하이방과 직접 맞닥뜨려야 하는 부담을 지운다.
●시진핑 서열 앞서나 후계구도 여전히 안개속
그러나 이는 장쩌민과 협상의 결과다. 결국 쩡은 막판에 다시 장의 조력자로 되돌아와 자신의 몫을 챙기고 상하이방의 파이를 키웠다.
서열이 앞선 시진핑이 시작은 빨라 보일 수도 있지만, 후계 구도에 대한 속단은 이르다. 태자당 가운데서 가장 먼저 중앙위에 진입했던 시진핑은 17대를 계기로 태자당의 선두로 자리매김한 듯 보인다.
15대 때 태자당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심해 줄줄이 낙선할 때 중앙위 후보위원 선출자 가운데 꼴찌로 입성했다.16대 중앙위 정위원이 될 때도 득표 순위는 198명 중 185위였다.15대 때 낙선했던 보시라이(薄熙來)는 이번에 정치국원에 올랐다.
그러나 공청단의 힘이 세지는 추세가 리커창에게 적지 않은 힘이 될 수 있다. 리커창 스스로도 17전대 개막 직전까지 차세대 지도부의 대표주자로 꼽히다 막판에 시진핑에게 추월당했던 만큼, 역전과 반전이 거듭한 뒤에야 5년뒤 구도가 잡힐 전망이다.
일단 공청단은 상무위원을 뺀 신임 정치국원 8명 가운데 3자리를 차지했다. 우이(吳儀) 부총리 대신 여성 몫으로 배정된 류옌둥(劉延東·여)과 리위안차오(李源潮), 왕양(汪洋) 등은 모두 후 주석의 직계로 골수 공청단원이다.
새로 진입한 왕치산(王岐山)과 보시라이는 태자당으로 중립에 포함시킬 수 있다.
그러나 16기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정위원이 된 왕강(王剛)과 쉬차이호우(徐才厚), 장가오리(張高麗) 등은 상하이방이다. 기존 정치국원 가운데는 물론 범상하이방이 압도적으로 많다. 후 주석은 권력 내부의 기층에 뿌려진 공청단원 가운데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다.
새 중앙위원 204명 가운데 공청단 인맥은 38명으로, 약진이 두드러졌다. 태자당 19명, 상하이방 10명으로 홍콩 언론들은 분류했다.
이에 따르면새로 중앙위원회에 진입한 신진 인사 105명 가운데 후 주석 직계 인맥이 23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상하이방 인맥은 없었다. 비록 공청단 내부에는 중앙-지방 차이가 커서 모두 후의 직계로 보긴 어렵지만, 일단 우호적인 세력으로 간주할 수 있다.
●후의 희망, 공청단 출신 각계 약진
인민해방군을 대표하는 중앙위원 42명 가운데 25명이 젊고 전문적인 장교들로 교체됐다. 군에 관한 후 주석의 인사원칙이 적용된 셈이다.
총참모부와 총정치부, 총후근부, 총장비부 부장 등 옛 멤버들은 모두 중앙위원 자리에서 물러났다.
후 주석 계열인 량광례(梁光烈) 총참모장이 중앙위원으로 선출돼 내년 3월 국방부장 자리를 맡을 전망이다. 쉬치량(許其亮) 신임 공군사령관과 우성리(吳勝利) 해군사령관도 새로 중앙위원회에 진출했다.
이들은 중앙군사위원회 위원단에도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후 주석은 “기자 여러분들을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 그간 취재에 수고했다. 충심으로 감사한다.”는 위로의 말로 20분에 걸친 기자접견을 끝냈다. 전례가 드문 일이다.
jj@seoul.co.kr
●정치국 상무위원회 중국의 최고 권부. 중앙 정치국원 25명 가운데 9명으로 구성. 국가와 당에 관계되는 모든 정책을 최종 결정. 당·정·군의 고위 간부 인사권을 장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