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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포개항가도 조성…부산 동구 역사문화자원 재발견

    부산포개항가도 조성…부산 동구 역사문화자원 재발견

    한·일 관계사 유적이 오롯이 남아 있는 부산 동구 좌천동지역에 부산포개항가도가 조성됐다. 부산 동구는 10일 안용복 기념 부산포개항문화관에서 부산포개항가도 열림행사를 연다고 9일 밝혔다. 부산포개항가도 조성 사업은 동구 좌천동 정공단에서 증산공원 일원에 역사문화거리를 조성하고 경사형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예산은 총 37억이 들어가며 기간은 2014년 시작해 지난달 준공했다. 부산포개항가도는 지하철 좌천역 3번 출구에서 시작해 부산포개항가도 진입 골목(벽화) ~정공단·일신기독병원~부산진교회~부산진 일신여학교~안용복장군 기념 부산포개항문화관~제일아파트 앞 경사형 엘리베이터E(1구간)~문화아파트 앞 경사형 엘리베이트(2구간)~증산공원으로 이어진다. 부산진 일대는 부산포왜관이 자리한 이후 부산진성, 부산진지성, 정공단 등의 국방시설과 증산왜성, 자성대외성, 통신사의 출발지였던 영가대 등 한·일 관계사 유적이 있다. 또 1876년 개항 이후 들어선 일신여학교, 부산진교회, 일신기독병원 등 근·현대자원이 풍부한 지역이다. 부산포개항가도 조성사업으로 이 지역의 다양한 역사문화자원이 재발견되고 지역의 정체성을 찾아 새로운 문화관광자원으로 재탄생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좌천동 제일아파트와 문화아파트 옆 급경사 계단도로에 설치한 경사형 엘리베이터는 고지대 계단을 이용하는 지역 어르신 등 교통 약자들에게 이동 편의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관광자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박삼석 동구청장은 “부산포개항가도와 경사형 엘리베이터가 새로운 관광 콘테츠로 자리잡아 지역주민에게 역사문화자원에 대한 자부심과 편의성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빨간 넥타이 매고 서로 치켜세운 김무성·최경환

    빨간 넥타이 매고 서로 치켜세운 김무성·최경환

    김 “이성헌 동지 위해 처음 왔다” 최 “선진화법 없애야 미래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최경환 의원이 8일 4·13총선 후보 지원을 위해 처음으로 동반 출격했다. 김 대표와 최 의원은 이날 서울 신촌 케이터틀 컨벤션홀에서 서대문갑 이성헌 후보 주최로 열린 당원교육 및 전진대회에 나란히 참석했다. 김 대표가 당내 후보에 대한 현장 지원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이었던 이 후보는 김 대표와는 같은 상도동계로 김영삼 전 대통령 아래에서 오랜 인연을 맺어 왔다. 총선 공천을 둘러싸고 계파 갈등이 노골화된 상황인 만큼 비박(비박근혜)계 김 대표와 친박계 최 의원에게 시선이 집중됐다. 똑같이 빨간 넥타이를 맨 두 사람은 이 후보를 가운데 두고 나란히 앉았다. 축사에선 서로를 치켜세우면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차지한 서대문갑 탈환에 초점을 맞췄다. 연세대 81학번 동기인 이 후보와 우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다섯 번째 대결을 벌이게 된다. 지금까지 전적은 2대2로 동률이다. 김 대표는 “전국 수많은 사람들이 와달라고 해도 일절 안 갔는데 오늘 처음 왔다”면서 “서대문은 서울 한복판이면서도 낙후됐다. 지난해 이 동지가 ‘형님, 초등학교 화장실 반이 재래식이라 애들이 변을 못 본다’고 해서 제가 미동초등학교 화장실에 가서 앉아 본 사진이 신문에 났다. 누리과정 예산 때문에 발목 잡혀 있었는데 최 부총리가 바로 해 가지고 2300억원 예산이 확보됐다”고 했다. 최 의원도 “김 대표 말씀대로 이 전 의원 같은 사람 없더라”며 맞장구를 쳤다. 또 “국회선진화법은 대한민국 망국법이고 괴물법이다. 이것 없애지 않고선 대한민국 미래가 없다”며 김 대표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요즘 당이 좀 시끄럽지만, 김 대표나 최 의원이나 모두 예전부터 함께하던 동지들”이라며 “계파 구분 없이 서대문갑의 총선 압승을 위해 흔쾌히 참석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난민 대규모 송환? EU-터키 정상회의 합의

     유럽연합(EU)의 난민 수용 능력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난민 정책도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EU 소식통들은 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터키 정상회담에서 터키로부터 그리스로 유입된 난민을 대규모로 송환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현지 언론에 밝혔다.  이를 방증하듯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난민 유입 루트인 오스트리아와 발칸 국가들을 돌면서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투스크 의장은 지난 3일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모든 경제적 이주민은 유럽으로 들어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터키 총리와 만난 이후에는 “너무 많은 난민이 유럽으로 몰려 들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EU-터키 정상회의 초청 서한에서 “이번 정상회의의 성공 여부는 터키가 대규모의 난민 송환에 동의하는 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터키에는 현재 200만명 넘는 난민이 들어와 있으며 대부분 유럽행을 원하고 있다.  경제적 이유로 고국을 등진 이주민들을 가려내 송환한다는 방침이지만 안팎으로 적잖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난민 본국 송환이 체계적이고 대규모로 이뤄지면서 단속을 피하려는 난민들의 희생이 크게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다. 앞서 지난 2일 그리스에 도착한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 출신 난민 308명은 처음으로 본국으로 송환됐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도 난민 송환에 협력할 방침이다. 현재 나토 해군 함정들은 동지중해에서 난민 밀입국 조직을 단속하고 해상 난민을 구조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새해 들어서도 난민 유입 사태가 지속되면서 난민의 유럽 유입 통로인 그리스의 난민 수용 능력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아울러 난민의 서유럽행 경로인 ‘발칸 루트’가 막히면서 난민 사태가 폭발 직전의 위기에 직면했다는 경고가 이어졌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오바마 가방’ 투미, 샘소나이트에 팔렸다

    ‘오바마 가방’ 투미, 샘소나이트에 팔렸다

    세계 최대 여행가방 업체 샘소나이트 인터내셔널이 미국 고급 가방업체 투미를 인수했다. 투미의 서류가방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즐겨 들고 다녀 ‘오바마 가방’으로 널리 알려진 브랜드다. 샘소나이트는 투미와 지난 2일(현지시간) 종가에 33%의 프리미엄을 붙인 주당 26.75달러, 총인수금액 18억 2000만 달러(약 2조 1958억원)를 현금으로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3일 보도했다. 샘소나이트는 이전부터 투미에 눈독을 들였다. 라메시 타인왈라 샘소나이트 최고경영자(CEO)는 아시아·태평양 및 중동지역 총괄사장을 맡고 있던 2012년 샘소나이트의 인수 계획에 투미가 딱 들어맞는다고 말한 바 있다. 팀 파커 당시 샘소나이트 CEO는 인수가가 너무 비싸다고 배제했지만 2014년 CEO직을 승계한 타인왈라는 2년 만에 투미의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다. 1975년에 설립된 투미는 최고 1300달러에 이르는 고가 가방을 판매하는 업체다. 세계적으로 177곳의 직영매장을 운영 중이며 올해도 15~20곳의 매장을 추가로 개장할 방침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3.9% 증가한 5억 4770만 달러, 순이익은 6300만 달러이다. 미 샘소나이트는 2020년까지 매출액을 지금의 2배 수준인 47억 달러로 끌어올린다는 계획 아래 공격적인 M&A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유명 여행가방 브랜드 하이시에라의 자산 매입과 하트만 인수, 이탈리아 소매업체 칙 악센트와 스마트 기기업체 스펙프로덕츠 인수 등 2012년 이후 8건의 M&A를 성사시키며 몸집을 불려 왔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스페인 의회서 정치인 깜짝 입맞춤, 왜?

    스페인 의회서 정치인 깜짝 입맞춤, 왜?

    스페인 의회에서 의원 두 명이 입을 맞추는 퍼포먼스로 눈길을 끌었다. 2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의회에서는 페드로 산체스 사회당(PSOEC) 대표의 총리 신임 1차 투표가 치러졌다. 이날 신임 투표 전 스페인 진보 정당인 포데모스 대표 파블로 이글레시아스(Pablo Iglesias)는 또 다른 진보 정당 엠 코푸 포뎀 소속 의원 사비어 도메네크(Xavier Domenech)가 연설을 마치고 연단에서 내려오자 그에게 다가갔다. 두 사람은 서로를 와락 껴안고는 입을 맞췄고, 이 모습은 TV 카메라에 잡혔다. 두 사람의 이 같은 행동은 동성 결혼을 반대하는 보수 정당 의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벌어졌다. 물론 두 사람은 동성애자는 아니었다. 이 둘의 입맞춤은 이념적 동지라는 정치적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한편 페드로 산체스 사회당 대표는 이날 의회에서 열린 총리 후보 1차 신임 투표에서 전체 의석(350석)의 과반인 176표에 못 미치는 130표를 받는 데 그쳐 신임 투표를 통과하지 못했다. 사진·영상=eldiarioes/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중국은 코털 기르기가 유행? 알고 보니…☞ 독일 자선단체 응급처치 캠페인 선정성 논란
  • [1월 한국경제 우울한 지표] 산업생산 다시 마이너스… 소비절벽 현실화

    [1월 한국경제 우울한 지표] 산업생산 다시 마이너스… 소비절벽 현실화

    지난 1월 전체 산업생산이 한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어지는 수출 부진 속에 소매판매도 마이너스로 돌아서 ‘소비절벽’이 현실이 됐다. 투자마저 줄어 이른바 ‘트리플 부진’으로 경기 침체가 깊어지는 모양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1월의 전체 산업생산은 지난해 12월보다 1.2% 감소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연속 감소했던 전체 산업생산이 12월 1.3% 반등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감소세로 바뀐 것이다. 특히 광공업 생산 감소폭이 컸다. 기타운송장비(11.1%)와 통신·방송장비(12.7%) 등이 증가했지만, 주력 품목인 반도체(-10.1%)와 자동차(-3.6%) 등이 감소하면서 전월보다 1.8% 줄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2.6%로 한 달 전보다 1.1% 하락했다. 월 기준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4월(72.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제조업 재고는 2.2% 늘었다. 재고율은 128.4%로 지난달보다 7.8% 포인트 상승했다. 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는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5.7%)와 의복 등 준내구재(0.7%)가 늘었지만 승용차 등 내구재(-13.9%) 판매가 크게 줄면서 전월보다 1.4% 감소했다. 승용차에 대한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부의 내수 진작책이 지난해 말 종료되면서 우려했던 ‘소비절벽’이 현실이 된 셈이다. 설비투자도 기계류(-2.5%)와 운송장비(-11.0%)에서 모두 줄어 전월 대비 6.0% 감소했다.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 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2포인트 하락한 100.5, 앞으로의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102.0으로 0.2포인트 떨어졌다. 윤인대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개소세 인하 중단 등 일시적 요인으로 1월 산업활동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1월 산업활동 동향에서 개소세 인하 중단의 영향을 받은 자동차를 빼면 소매판매가 2% 이상 증가했고, 설비투자도 자동차를 제외하면 감소 폭이 -1.2%로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윤 과장은 “2월에는 수출부진 완화, 개소세 인하 연장 등 정책 효과로 광공업 생산, 투자, 소매판매 등 주요 지표가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정호승 시인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정호승 시인

    “시인은 평생을 바쳐야 시 한 편이 살아남는다. 시는 당대의 고통을 반영할 뿐 아니라 초월성을 지니지 못한다면 시로서의 생명은 짧을 수밖에 없다. 초월성은 서정을 통해 나타난다. 1970~80년대라는 겨울을 지나면서도 서정이라는 함박눈조차 내리지 않는다면 얼마나 참혹할까 싶었다.” 겨울의 스산함은 사라졌지만, 새봄의 훈풍은 아직 깃들지 않은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앞. 정호승(66) 시인이 성당 앞 계단을 부지런히 내려왔다. 환갑보다는 고희에 더 가까운 나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맑은 얼굴을 하고서였다. 신자들에게 강연을 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요즘 ‘주’(시)와 ‘객’(강연)이 바뀐 것 같아 강연을 자제하려고 하는데 워낙 와달라는 요청이 많아 생각처럼 줄지는 않는군요.” 이날도 평생 그의 시를 관통해온 ‘사랑’에 대해 강연을 했다는 그는 성당 앞 카페에서 3시간 동안 시와 인생, 세월과 나눈 사랑 얘기를 들려주었다. -1963년의 어느 봄날. 까까머리 중2 교실에 짝짝짝 박수소리가 울려 퍼졌다. 앞에 서 있던 나는 다소 상기된 얼굴로 친구들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호승이는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시인이 될 수 있을 거야.” 시(詩)라는 걸 난생처음 써봤던 그때, 국어 선생님은 내가 지은 시 ‘자갈밭에서’를 반에서 가장 잘된 작품으로 골라 낭독을 시키셨다. 그게 내가 시와 맺은 인연의 출발점이었다. -내가 다닌 대구 계성중학교는 박목월, 김동리 등 문단의 거목들을 많이 배출한 영남 지역 최초의 중등교육기관이었다. 당시 교사들 중에도 현역 문인들이 꽤 있었는데 국어를 가르쳤던 김진태 선생님도 등단한 수필가셨다. 시 낭송이 있고 얼마 후 담임 선생님이 조회시간에 “교내 백일장에 누가 나가면 좋겠느냐”고 물으셨다. 국어 수업의 기억이 또렷한 반 아이들은 누가 누구랄 것도 없이 나를 지목했다. 솔직히 난 그때 백일장의 뜻도 몰랐다. ‘백일 동안 어딜 좀 다녀오는 건가?’ -학교 운동장 너머 솔숲에서 백일장이 열렸다. ‘불’을 주제로 시나 산문을 쓰라고 했다. 나는 ‘등불’이란 제목으로 시를 썼다. ‘스스로 발광체인 나’로 시작했는데, 발광체는 바로 며칠 전 물상 수업에서 배웠던 단어였다. 덜컥 장원이 됐다. 상으로 학교 매점에서 쓸 수 있는 1000원짜리 종이표를 주었다. 그 맛있던 30원짜리 삼립 단팥빵을 30개나 사고도 돈이 남았다. 친구들에게 크게 한턱을 내고 나니 어깨가 으쓱거려졌다. ‘이런 식으로 하면 공짜 빵을 계속 먹을 수가 있겠구나’ 매월 교내 문예원고 모집 때마다 시를 써 보냈고, 그때마다 상을 받았다. 상금으로 공책도 사고 체육복도 사면서 든 생각. “이걸 평생의 일로 삼을 수도 있겠구나.” -당시 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학원’이라는 잡지가 있었다. 백일장 장원의 여세를 몰아 ‘석의 심정’이라는 제목의 산문을 보냈더니 우수작으로 뽑혔다. 이후 고교 시절까지 계속 글을 보냈고, 그때마다 우수작으로 선정됐다. 박남수, 박목월, 박두진 등 쟁쟁한 시인들이 직접 나의 시에 대해 평을 해 주셨다. 그분들의 평을 보니 가슴이 뛰었다. 그런 식으로 시를 스스로 공부했다. -우리 집안의 뿌리는 대구다. 아버지는 대구농림전문학교를 나와 은행원이 되셨는데, 이 지방 저 지방 전근이 잦으셨다. 내가 6·25 전쟁이 터지기 몇 달 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난 것도 아버지께서 상업은행 하동지점에 근무하셨기 때문이다. 경기 평택 등지에서 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대구에 완전히 정착을 했다. 그때 명동 상업은행 본점에서 일할 기회가 있었지만, 아버지는 서울이 싫다며 고향으로 오셨다. 한참 후에 집안이 쫄딱 망해서 어쩔 수 없이 서울로 오게 됐는데, 만약에 그때 일찌감치 서울에 정착했더라면, 그래서 내가 계성중학교에 들어가지 못했다면, 그리고 내 인생의 고비 고비마다 결정적인 동기를 제공해준 ‘가난’이 없었더라면 나는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생각해 본다. -아버지는 내가 중3 때 사업을 하겠다며 은행을 나오셨다. 하지만 마음만 앞섰지, 경영에 대한 감이나 수완은 없으셨다. 이를테면 당신이 운전도 못하면서 주변 사람 말을 듣고 택시회사를 차린다든지 하는 식이었다. 1년 만에 퇴직금을 전부 날리고 커다란 빚을 졌다. 난생처음 가난을 맛봤다. 부지런한 어머니 덕에 밥을 굶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분기마다 학비를 내는 게 벅찰 정도였다. -1967년 고3이 됐다. 대학엔 가고 싶은데, 앞이 안 보였다. 공부라도 잘해야 빚을 내서 대학 등록금 마련할 생각도 해볼 텐데, 내 성적은 딱 반에서 중간 정도였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게 경희대 문예장학생 제도였다. 경희대가 주최하는 백일장이나 전국고교생문예현상모집에 장원으로 당선되면 장학금을 받고 입학을 할 수 있었다. 그해 9월 경희대 백일장에 나갔다. 하지만 나는 장원은커녕, 차상도 차하도 아닌 참방(參榜)에 머물고 말았다. 장려상쯤 되는 건데 그걸로는 문예장학생이 될 수 없었다. 당시 심사위원으로, 후일에 내 스승이 되신 조병화 선생은 “상위권에 올리자니 문제가 있고, 떨어뜨리자니 아깝다”고 평하셨다. 대구로 내려오는데 기차 안에서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아직 고교생문예현상모집이 남아 있었다. 시 부문을 포기하고 평론 부문으로 종목을 바꿨다. 원고지를 100장 이상을 써야 하는데 시간이 빠듯했다. 결국 어머니는 아들의 부탁을 받고 팔자에 없는 거짓말을 담임 선생님에게 해야 했다. “우리 호승이가 몸이 너무 아파서 1주일간 학교를 쉬어야겠네요.”(나중에 꾀병임을 알게 된 선생님에게 출석부로 머리를 맞아야 했지만…) 집안에 틀어박혀 나의 첫 평론 ‘고교 문예의 성찰: 고교시를 중심으로’를 완성했다. 그게 최우수작이 됐고, 1968년 3월 나는 당당히 경희대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입학 장학금의 유효기간은 단 1년이었다. 장학금 규정상 2학년 이후에도 계속 받으려면 신춘문예 등을 통해 등단을 해야만 했다. 친구들이 신나게 놀 때 나는 학업을 유지하기 위해 자취방에서 도서관에서 시를 썼다. 그러나 당선의 문턱에서 계속 미끄러졌다. 한 해 휴학까지 했는데도 등단이 안 됐다. 친구들보다 군 입대를 일찍 했던 것도 등록금이란 화살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군에서도 신춘문예에 계속 투고를 했다. 제대하기 직전인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첨성대’로 당선이 됐다. “이제는 학비 걱정 없이 학교에 다닐 수 있겠구나.” -사람들에겐 막연한 선입견 같은 게 있다. ‘시인은 가난과 가깝고, 일상을 방기하곤 한다’는 인식이다. 난 그게 싫었다. “시인이라도 열심히 일하면 가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다짐하고 다짐했다. 40대 초반까지 잡지사 기자 생활을 열심히 했다. 물질적인 여유가 있어야 시 창작을 위한 시간도 더 내고 공부도 더 많이 하면서 결과적으로 더 좋은 시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시인’은 생계 수단으로서의 직업이 안 된다. 아주 잘 팔리는 시집을 1년에 한 권씩 내더라도 생활이 안 된다. 나만 해도 시집 판매량에서 열 손가락 안에는 들 텐데도, 그것만으로는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질 수 있는 수준까지 벌지 못했다. 그래서 잡지사 생활 때 열심히 저축을 했고 그걸 위해 많은 걸 포기했다. 술도 자제했고, 밥은 회사 식당에서 먹었다. 운전도 못하고, 골프는 채도 한번 잡아본 적이 없다. 그렇게 해서 아내와 두 아들을 굶기지는 않았다. 다행스러운 일이고, 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1976년 대학을 졸업하고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그해 서울에서 50명을 뽑는데 8등을 했다. 뒤늦게나마 내가 공부에 잠재력이 없진 않았구나 생각해본 순간이었다. 하지만, 교사는 내 적성이 아니었다. 3년 정도 가르치다 잡지사 기자로 전환했다. ‘주부생활’, ‘샘터’, ‘여성동아’, ‘월간조선’ 등에서 일했다. 직장 생활에 치여 1987년까지 시를 단 한 편도 쓰지 못했다. 두 번째 시집 ‘서울의 예수’가 1982년에 나오긴 했지만 이전에 써 놨던 작품들을 책으로 엮어내기만 한 것이었다. -1991년 월간조선에 사표를 냈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였다. 기자로서 다양한 분야에 대해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소설가에 대한 욕망이 한층 커져 갔다. 이미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위령제’라는 단편소설로 당선된 적도 있었다. 시인으로 등단한 상태여서 우리 아들 이름으로 냈지만. 그때 가진 생각이 “10년 뒤에 직장을 그만두고 소설에 전념하자”는 것이었다. -서울대 근처의 오피스텔에 틀어박혀 소설을 썼다. 그런데, 생각처럼 잘되지 않았다. 스스로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문장에 물기가 없었다. 변변한 수입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니 생계도 어려워졌다. ‘내 문학적 기질은 소설이 아닌 시’라는 걸 깨닫기까지 꼬박 5년이 걸렸다. “잘못하면 시도 못 쓰겠다” 싶은 두려움에 1996년 나는 소설을 떠나보냈다. 소설에 파묻힌 5년 동안 틈틈이 적어놨던 메모를 바탕으로 5개월 동안 시를 썼다. 그렇게 해서 나온 시집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는 6개월 만에 10만부 이상이 팔렸다. 마음에 편해졌고 경제적으로도 안정을 찾았다. -나는 스스로 미당 서정주 선생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미당을 통해 한국 시의 전통적인 문학성과 가락성 등을 배웠다. 군 복무 시절 친구로부터 서정주 시선을 빌렸다. 춘천 시내에 가서 좋은 노트를 산 뒤 시집의 맨 앞표지부터 맨 뒤 판권 기록까지 그대로 베꼈다. 그리고 필사본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그 필사본은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시인은 평생을 바쳐야 시 한 편이 살아남는다. 시는 당대의 고통을 반영할 뿐 아니라 초월성을 지니지 못한다면 시로서의 생명은 짧을 수밖에 없다. 초월성은 서정(抒情)을 통해 나타난다. 1970~80년대라는 겨울을 지나면서도 서정이라는 함박눈조차 내리지 않는다면 얼마나 참혹할까 싶었다. 시대상황의 반영과 서정성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지닌 시를 쓰겠다고 마음먹고 내놓은 작품들이 ‘슬픔이 기쁨에게’, ‘맹인부부가수’, ‘서울의 예수’, ‘새벽편지’ 등이다. 이 시들은 지금도 대중 속에서 살아있다. 20대에 목표로 삼았던 미당과 김수영의 결합이 어느 정도 성공하지 않았나 싶어 다행이라 여긴다. -내 시는 노래 가사로도 많이 쓰였다. 대중가요와 가곡 등 합쳐 60여곡 정도가 노래로 만들어졌다. 가수 안치환씨와는 몇 해 전부터 ‘안치환, 정호승을 노래하다’라는 콘서트를 한 달에 한 번꼴로 열고 있다. 가장 처음 노래로 나온 건 이동원씨가 부른 ‘이별노래’다. 음악에 문외한이지만 그 곡에 가장 애착이 간다. 안치환씨가 불렀던 ‘풍경 달다’, ‘우리가 어느 별에서’도 좋아한다. 김광석씨가 불렀던 ‘부치지 않은 편지’, ‘수선화에게’ 등도 기억에 남는다. -‘시는 노력이 아닌 선천적인 감각의 산물’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나에게 시는 철저히 노력의 산물이다. 내가 시를 쓰면서 100번이고 200번이고 마음에 들 때까지 고치는 건 그래서다. 어떤 사물이나 현상, 인간의 삶 등을 접하고 그 이면을 보려면 자신만의 노력이 필요하다. 시라는 산은 나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내가 다가가야 한다. 내가 시라는 산을 찾아야 산에 있는 나무를 껴안을 수 있고, 산길도 걸을 수 있다. 칠레의 유명한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시가 나에게 찾아왔다”고 말했지만 난 단 한번도 그런 경험이 없다. -신의 도움이 있다면 10년 뒤에도 열심히 시를 쓰고 싶다. 지금 가슴 속에 시상(詩想)이 많다. 생의 마지막에 ‘이걸 다 쓰지 못하고 죽어서 아쉽다’는 생각은 안 하고 싶다. ‘전(前) 시장’이나 ‘전 국회의원’은 있어도 ‘전 시인’은 없다. 시인은 언제나 현직이다. 항상 시를 써야 시인이다. 김태균 사회부장 windsea@seoul.co.kr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정호승 시인은 김소월, 서정주 등을 잇는 한국 문단의 대표적인 서정시인이다. 초·중·고 교과서에 그의 시가 20여편 실려 있고,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글판에도 지금까지 세 편의 시가 걸렸다. 그러면서도 그는 “시대와 현실의 목마른 척박함에 발을 대고 서 있지만 위로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김승희 서강대 교수·문학평론가)자세를 꿋꿋이 유지하면서 김수영의 참여 정신을 서정의 틀로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별들은 따뜻하다’ 등의 따뜻한 시로 힘든 사람들에게 위안과 희망의 손길을 건넸다. 대표 시선(詩選)으로는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등이 있다. ▲대구 계성중·대륜고 ▲경희대 국문학 학사·석사 ▲대한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1973년) ▲소월시 문학상(1989년) ▲정지용 문학상(2000년) ▲한국가톨릭문학상(2001) ▲상화시인상(2006) ▲공초문학상(2008년)
  • 퇴계 가문 재사 보수에 세금 투입 ‘특혜’ 논란

    퇴계 가문 재사 보수에 세금 투입 ‘특혜’ 논란

    경북도와 안동시가 예산 수억원을 들여 특정 문중의 재사(齋舍) 보수에 나서 혈세 낭비에 특혜 시비가 일고 있다. 재사는 묘소를 관리하고 묘제를 올리기 위해 지은 문중 건축물이다. 3일 도와 시에 따르면 올해 안동시 도산면 온혜리의 수곡재사를 보수하기로 했다. 시는 지난해 말 도비 및 시비 등 4000만원을 들여 설계작업을 마쳤다. 이 재사는 퇴계 이황(1501∼1570) 선생이 50세 되던 해 집안 묘소를 관리하기 위해 인근 용수사 설희 스님에게 부탁해 지었다고 전해지며, 현재 노송정 종손이 관리하고 있다. 그 러나 지은 지 오래된 데다 관리마저 부실해 현재 대부분 기둥과 기와가 부식 또는 훼손됐으며 누수로 붕괴 조짐마저 있다. 재사는 정면 5칸, 측면 6칸의 ‘口’자 형태(연면적 100여㎡)다. 재사는 퇴계 선생이 태어난 곳인 온혜리 노송정(경북도 민속문화재 제60-2호 ) 종택과 불과 200여m 떨어져 있지만, 문화재로 지정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도와 시가 문화재도 아닌 이 재사 보수에 총 5억원(도·시비 각 2억 5000만원)을 투입하기로 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송정 종손 측은 재사를 노송정 종택과 가까운 곳으로 이전, 건립해 줄 것을 강력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사가 외진 곳에 있어 관리가 힘들고 도난 사고마저 잇따르기 때문이란 것. 도와 시는 이전 문제도 협의하고 있다. 이 같은 종손 측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추가 예산 투입이 불가피한데다 시가 계획 중인 재사의 문화재 지정 추진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안동지역 주민들은 “특정 문중에 대한 특혜이자 혈세 낭비다”며 “재검토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안동시 관계자는 “문화재 주변지역 정비사업의 하나로, 특혜성 사업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편 경북도와 안동시는 수백억원대 예산으로 안동지역에 ‘서애(류성룡)·학봉(김성일) 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하다가 시민단체 등의 반발에 부딪혀 사업을 재검토하는 등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아랍 S다이어리] 사우디에는 ‘백만장자 거지’가 있다?

    [아랍 S다이어리] 사우디에는 ‘백만장자 거지’가 있다?

    “사우디에는 거지가 없나요?”일명 검은 황금을 가진 부자나라다 보니 사우디아라비아에 구걸하는 사람이 있는 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우디에 거지가 있냐고 물어본다면 ‘그렇다’고 답할 수도, ‘아니다’라고 답할 수도 있겠다. 무슨 말이냐 하면 사우디에서도 물론 돈을 구걸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이 구걸해서 버는 돈이 적지 않은 금액이다 보니 거지라고 불러야 할 지 모호하다. 한 마디로 ‘돈 많은 거지’들인 셈이다. 우리나라 전철에서 구걸하는 장님을 보고, 집으로 돌아갈 땐 고급승용차를 끌고 간다더라 하는 우스갯말이 사우디에서는 농담이 아니다. 2년 전 이맘때 사우디의 한 백만장자가 자신의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었는데 화제가 됐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서가 아니라 이 백만장자가 거지였기 때문에 주목을 받았다. 반 백 년 동안 구걸을 하며 모은 재산 중엔 건물까지 있었다. 이 정도면 구걸은 노동이고 거지는 직업이다. 이 거지 아닌 거지는 어떻게 이렇게 큰 재산을 축적할 수 있었을까? 무슬림인 투르키(30)는 “무슬림은 거지들에게 돈이나 음식을 주는데 특히 라마단(이슬람교에서 해가 뜨고 질 때까지 금식하는 기간) 동안에 음식의 1/3을 거지들에게 줘야 한다고 배운다”고 말했다. 무슬림은 자카(Zakat〮자선)를 삶의 행동지침으로 삼고 있다. 과부나 고아 같은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을 의무적으로 여긴다 손을 벌리는 사람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분위기이다 보니 길바닥에서 하루 500리얄(약 15만 원)도 벌 수 있을 정도로 수입이 짭짤하다. 이렇듯 쉽게 돈을 모을 수 있으니 거지들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 사우디 사회부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거지들의 수가 늘어나 2015년 그 수가 2만1000명에 달했다. 거지들의 존재는 이제 당장 빼버려야 할 ‘앓는 이’가 됐다. 정치분석가 주하이르 알-하르시 박사는 사우디 정부가 국민들의 수준 있는 삶을 위해 수십억을 쓰고 있음에도 문제가 계속되는 것은 정부와 기관들의 정책 실패를 드러낸 것이라고 꼬집으며 상아탑에서 내려와 구걸과 가난과 관련된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고 일갈했다. 지난해 킹 사우드 대학의 사회과학교수가 자국내 ‘구걸하는 현상’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거지들이 가장 많은 도시는 제다였으며 메카, 리야드, 매디나 순이었다. 거지들의 나이는 16~25세가 가장 많이 차지했고, 26~45세가 뒤를 이었다. 노동이 가능한 젊은 나이에 직업이 아닌 구걸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 교수는 구걸을 하며 법을 위반하는 자들은 처벌받아야 하나 이들이 취직할 기회가 마련돼야 하며, 또한 구걸하는 행위로 인한 사회의 부정적인 효과에 대해 대중에게 알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왕실자문위원회(Shoura Council)는 일부 거지들이 자선을 베푸는 사람들을 속이는 것은 물론이고 범죄 조직을 구성하거나 인간 밀매 등 다른 범죄와 연관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특히 거지들 중에 외국인들이 많은데 국경을 몰래 넘어왔거나 성지순례를 수행하기 위해 입국했다가 불법으로 체류하면서 구걸로 연명을 하는 것이다. 올 초 왕실자문위원회에 속한 가족, 사회 그리고 청소년을 위한 위원회에 의해 ‘구걸금지법(anti-begging law)’이 입안됐다. 어린이나 장애인을 구걸하는 일에 이용하는 사람은 누구나 징역 2년에 최대 3만 리얄(약 1000만원)의 벌금을 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위원회는 사우디인들의 동정심을 이용해 구걸하여 돈을 버는 불법체류자들의 수가 늘어났는데 거지들을 통제하는 범죄 조직이 생겨나고 있다는 차원에서 이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수도 리야드에 지난달 13일 구걸금지법을 집행하는 기관이 생겼다. 이 기관은 3개월 동안 어린이 92명을 포함 373명의 거지들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어쩐지 요새 마트 앞이나 도로에서 차가 신호에 걸렸을 때 자주 볼 수 있던 거지들이 눈에 잘 안 띈다 했다. 어떻게 보면 매정하게 느껴지는 구걸금지법은 단순히 거지들을 잡아 넣기 위함은 아니다. 붙잡힌 이들 중 24명은 자선기구에 보내졌고, 71명은 인적자원개발기금으로부터 직업기술을 배울 수 있는 후원을 받게 됐다. 기관장인 오마르 이드는 “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지금까지 50여 명이 구걸을 관두고 일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분명 잘 된 일인 것 같긴 하나 ‘돈 많은 거지’에서 ‘돈 없는 노동자’가 되었다고나 할까. 글·사진 윤나래 중동통신원 ekfzhawoddl@gmail.com
  • 오바마, 새 대법관에 ‘공화당 인사’ 검토

    오바마, 새 대법관에 ‘공화당 인사’ 검토

    공화당 “대법관 인준 보류” 재차 강조 민주당 당적을 가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사망한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의 후임으로 공화당 소속 주지사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브라이언 샌도벌(52) 네바다 주지사를 대법관 후보로 지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인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전국주지사협회 참석차 워싱턴DC에 온 샌도벌과 30분간 회담을 가졌다. 네바다주 상원의원으로 샌도벌과 가까운 리드는 이 자리에서 샌도벌에게 대법관직에 관심이 있는지를 타진했고, 샌도벌은 수락 결정은 유보했으나 자신의 신원조회에는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계인 샌도벌은 오하이오주립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네바다주 검찰총장, 연방지법 판사를 거쳐 2010년 네바다의 첫 라틴계 주지사로 선출됐다. 그는 전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주지사 가운데 한 명으로 꼽혔다. 샌도벌의 풍부한 법조계 경력과 높은 지명도, 그리고 무엇보다 공화당 소속이라는 점 때문에 공화당 지도부가 그의 지명을 쉽게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WP는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공화당 의원은 WP에 “샌도벌 지명은 공화당을 혼란스럽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샌도벌은 당적을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성향을 보였다. 공화당 소속이지만 낙태, 건강보험, 동성결혼 등의 일부 이슈에 대해서는 절충적인 입장을 취했고, 소속 당의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공립학교 지원을 위한 세금 인상 예산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반면 총기 판매자의 배경조사 의무화에 반대하는 등 보수 성향을 보여 왔다.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인 미국을 위한 민주주의의 찰스 챔벌린 사무국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가뜩이나 친기업적인 대법원에 반노동 성향의 공화당원을 대법관으로 앉힌다면 자신의 업적을 갉아먹는 일이 될 것”이라며 반발했고,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대법관 인준을 보류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한편 스캘리아 대법관이 지난 13일 숨지기 직전 1695년 오스트리아에서 처음 창설된 사냥클럽 ‘인터내셔널 오더 오브 세인트 후베르투스’(사냥꾼 수호 성인) 회원과 함께 있었다고 WP가 보도했다. 스캘리아 대법관이 321년 역사의 이 사냥클럽 회원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한 지점 세 자매’ 보험설계사 인생 2막

    ‘한 지점 세 자매’ 보험설계사 인생 2막

    “인생 60부터 아니겠어요? 셋이서 여든 될 때까지 20년은 더 일할 거예요.” 25일 KB손해보험 부천지역단 상동지점에서 보험설계사로 근무하는 김명옥(65), 현숙(61), 명희(60)씨가 나란히 입을 모아 말했다. 이들은 한 지점에서 일하며 ‘인생 2막’에 도전하는 60대의 세 자매다. 입사순으로는 둘째 현숙씨가 선배다. 팀장을 맡고 있는 현숙씨는 2003년 갑작스레 뇌출혈 수술을 받게 되면서 보험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2009년 보험영업에 뛰어든 그는 “늦은 감이 있었지만 보험 공부를 하고 사람을 만나면서 생활의 활력도 되찾았다”고 말했다. 2011년 명희씨에 이어 2014년 첫째 명옥씨도 같은 지점에 합류하면서 세 자매는 힘을 합치기 시작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In&Out] 지자체에서 줄줄 새는 장애인 지원 예산/홍원식 통합사회복지법연구원장

    [In&Out] 지자체에서 줄줄 새는 장애인 지원 예산/홍원식 통합사회복지법연구원장

    황교안 국무총리는 지난달 12일 부패방지 4대 백신 프로젝트 중 하나로 국고보조금 수급 차단을 꼽았다. 국정 수뇌부의 반부패 의지에 따라 검찰총장이 출범시킨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주목해야 할 신종 범죄 중 하나가 장애인활동지원예산 관련 범죄이다. 새로운 사회복지법인 장애인활동지원법과 관련해 구조적인 불법 행위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보건복지부가 손을 놓고 있어 복지예산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 장애 극복을 위해 활동보조인 지원을 신청한 국민은 5만 9979명이고, 이 법에 따라 장애인활동보조인으로 근로를 제공하고자 복지부에 등록한 활동보조인은 6만 1019명(2015년 11월 말)이다. 이 법을 집행하기 위해 기초자치단체들을 통해 지정한 장애인활동지원기관(이하 ‘지원기관’)은 858곳이다. 대략 12만명의 국민이 연관된 장애인활동지원예산은 2016년 현재 총 5009억원으로, 복지부 전체 장애인지원예산(1조 9090억원)의 25%에 달한다. 이 좋은 제도가 안타깝게도 입법상의 한계와 법 해석의 잘못으로 인해 법치주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첫째,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은 국가사무로 관계 법령에 규정돼 있음에도 국가기관들마저 개인사업자 업무로 오해하는 중대한 과오를 범하고 있다. 장애인활동지원법 제38조는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 법에 따른 권한을 시장·군수·구청장 등에게 위임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 외에 제6조, 제20조, 제22조, 제24조 등에서 이 사업이 국가 사무임을 명백히 하고 있다. 감독관청은 물론 수사기관들마저 장애인활동지원 업무가 국가 사무라는 인식이 없다 보니, 지원기관 대표들의 불법 행위를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 둘째, 제38조는 복지부 장관이 장애인활동지원과 관련한 업무 ‘전반’을 시·군·구청장에게 위임할 수 있게 하고 있으나, 위임을 받은 지자체장들이 관계법령상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을 경우, 광역 지자체장 또는 복지부 장관이 필요한 행정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 조항이 없다. 이러한 법적 허점을 아는 일부 지자체장이 수백명의 회원을 가진 지원기관 대표들을 ‘표’로 인식하고 불법 행위자들을 봐주거나, 심지어 이들과 결탁해서 횡령한 돈을 나눠 가진다 해도 복지부 장관은 직접 시정 조치를 내릴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법적 약점을 악용하는 사례로 장애인인 ‘지원기관’ 임원들이 허위로 활동보조인을 등록시킨 뒤, 급여로 지급되는 국민 혈세를 착복하는 경우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불법 행위로 ‘지원기관’이 지정 취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임금 지급 등 적법한 청산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불법 행위 당사자들이 잔여 공금을 불법적으로 처분, 착복하는 사례가 없지 않다. 지난해 서울 K구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 관계자들이 사법 처리를 받았다. 진정으로 지원이 필요한 장애인들에게 돌아가야 할 국민 혈세가 불법 행위자들의 축재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장애인활동지원법 등에 대한 법률적 미비점을 철저히 검토해 개정해야 한다. 이러한 불법 행위에 대한 신속한 수사와 재판도 필수적이다. 끝으로 불법 행위 적발을 위한 자구책이 제보에 있는 만큼, 제보자에 대한 ‘보복성 무고’를 엄벌하는 등의 보호 대책도 필요하다. 또한 국민의 혈세가 불법의 블랙홀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중첩적인 제도를 도입하는 법적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 장애인활동지원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부패 척결 의지에 따라 ‘부패범죄특별수사단’ 차원의 엄중한 수사가 절실하다.
  • ‘폐차 위장’ 127억어치 불법차량 밀수출

    압류차와 대포차, 도난차 등 불법차량을 매입해 외국으로 수출한 일당이 관세청과 경찰의 공조 수사로 적발됐다. 이 같은 방식으로 밀수출한 차량이 455대, 127억원어치에 달했다. 관세청과 경찰청은 지난해 9월부터 차량 밀수출에 대한 특별기획단속을 벌여 3개 조직, 10명을 적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들은 외국인 명의의 유령회사를 설립하고 모집·통관 등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모집책이 생활정보지와 현수막, 인터넷 광고를 통해 불법차량을 시세의 40∼50%로 매입하면 통관책이 수출서류를 변조해 수출하는 방식으로 세관의 수출 절차나 검사 방식을 피해 갔다. 이들은 매입 차량 대부분이 도난·압류·근저당설정·체납 등으로 말소등록이 안 돼 정상 수출이 불가능하자 폐차 직전 말소등록된 차량을 수출하는 것처럼 신고한 뒤 실제 수출 때 바꿔치기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차량운반 전용선박 대신 차대번호 확인이 어려운 컨테이너를 이용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중고차 수출이 연간 10만∼20만대에 달해 컨테이너에 실리면 세관이 전량 개장 검사를 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했다. 밀수출 차량은 압류차가 168대로 가장 많았고 대포차(53대), 리스차(45대), 도난차(42대), 저당권 설정차(36대) 등의 순이었다. 밀수출 국가는 리비아(38%)와 요르단(33%) 등 중동지역이 76%를 차지했고 필리핀과 러시아 등에도 팔려 나갔다. 관세청은 수출 대기 중인 람보르기니와 아우디 등 외제차와 우루과이로 밀수출된 3대를 환수해 압수했다. 경찰 조사에서는 자기 차량을 밀수출업자에게 판매한 후 도난당한 것처럼 허위 신고해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부당 수령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관세청은 새로운 중고차 밀수출 범죄 유형을 관련단체에 통보하는 한편 수출검사를 강화키로 했다. 김윤식 조사총괄과장은 “2012년 대규모 단속을 계기로 전용선박을 이용한 밀수출을 근절한 것처럼, 경찰청과 공조해 중고차 밀수출을 지속적으로 단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일반고 직업교육 2년으로 확대 필요”

    “일반고 직업교육 2년으로 확대 필요”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송재형 의원(강동2)은 일반고 재학생의 맞춤형 직업교육을 위한 의원 입법활동지원 연구용역을 진행하여 최종보고서를 내놓았다. 서울에서 중학교를 졸업하는 학생의 71.5%가 일반고로 진학하는 상황임에도 대학진학에 초점을 둔 진로교육으로 인해 직업교육이 소홀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현재는 직업교육을 원하는 일반고 학생의 경우 2학년까지 인문교육을 받다가 3학년에 가서야 1년간 직업교육이 병행되는 2+1 구조이다. 이번 연구 용역 결과, 첫째, 직업교육의 구조는 2+1에서 1+2 구조로 전환되어야 하며, 3학기는 원하는 직업에 대한 이론교육과 1학기의 현장실습교육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둘째, 일반고 재학생의 직업교육에 적합가능한 직업으로 반려동물관리사, 스포츠시설코치, 여행플래너 등 15개 직업의 교육과정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연구용역결과는 2016년도 서울시교육청의 일반고 직업교육편성에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에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는 일반고 학생들이 직업교육을 선택하는 주요한 이유가 ‘학교 졸업 이후의 진로탐색’(47.7%)이라고 답했으며, 직업교육의 시기는 1학년이 응답자의 55.7%, 2학년이 38.0% 응답율을 보여 직업교육과정의 개설시기가 빠를수록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용역보고서는 학생직업교육의 환경적 한계에 대해서도 지적하였다. 먼저 적정한 교육과 교육 후의 취업 및 경력에 따른 보수가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하나, 학력이 해당 직업에 진입하지 못하게 하는 장벽으로 작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학력과 경력을 병행 산정하는 등가성의 원칙이 적용되는 사회분위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끝으로 일관성 없는 자격증 제도의 혼란상이 지적되었다. 민간자격증의 난립으로 인해 학생들로 하여금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나 지자체가 자격제도에 대한 좀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용역은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연구팀(김젤나 교수, 최윤진 교수, 최영창 교수, 최재문 교수, 박연성 교수)에서 맡아 서울시의회 입법담당관실과 서울시교육청 진로직업교육과의 협조 하에 6개월간 진행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손성진 칼럼] 애증의 중국 사용법

    [손성진 칼럼] 애증의 중국 사용법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한·중 관계가 순식간에 파괴될 수 있다”는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은 분노 이상의 감정이 솟구치게 한다. G2를 넘어 세계 최강국이 될 것이라는 자신감에서 나온 오만방자함이랄까. 중국의 이런 무례한 언사는 물론 처음도 아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대만 총통 취임식에 참여하려던 우리 국회의원들에게 가지 말라는 압력을 넣기도 했다. 현 정부 들어서도 사례가 있다. 2013년 중국 정부가 우리에게 ‘필리핀에 전투기를 수출하지 말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베니그노 아키노 3세 필리핀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이었다. 필리핀은 중국과 영토 분쟁을 치르고 있는 나라다. 중국은 왜 일개 외교관의 내정간섭성 발언을 우리에게 멋대로 하고 있는 것일까. 시간이 흐르면 적이 동지가 되고 동지가 적이 되는 게 외교의 생리라지만 속국 취급했거나 적대적 관계였던 역사, 과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네티즌들은 ‘삼전도 굴욕’을 거론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추 대사의 발언이 보도된 24일은 바로 그 일이 있었던 날이다. 379년 전인 1637년이다. 조선의 인조는 청군 앞에서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 즉 세 번 무릎을 꿇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렸다. 중국의 애초 요구는 죽은 사람처럼 두 손을 묶고 입으로는 구슬을 물고서 항복하라는 것이었다니 보통 굴욕이 아니었다. 청의 전횡은 구한말에 극에 이르렀다. 26세에 ‘감국’(監國)이란 칭호를 달고 조선에 온 위안스카이의 횡포를 본 윤치호는 “(청에 비하면) 일본의 지배는 견딜 만하다”고 했을 정도였다. 사대주의에 빠져 있었던 조선과 21세기 한국의 대중 관계는 같을 수는 없지만 최근 동향을 보면 국민들이 흥분할 만하다. 중국 공산당의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중국은 한반도에 전쟁이 전개되는 것을 반대하지만 만약 발생하면 상대하는 것이 두렵지 않다”고 썼다. 마치 6·25와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북한 편에서 한국을 공격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런 환구시보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스스로 ‘애독자’라며 힘을 실어 주었다. 청대처럼 중국은 한국을 속국(屬國), 번국(藩國)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일까. 그럼에도 중국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미래에도 함께 가야 하는 중요한 동반자임을 부인할 수 없다. 지난해 수출액 5270억 달러 가운데 4분의1인 1370억 달러는 중국에 수출한 금액이다. 자동차, 반도체, 화장품 등 주요 품목의 생산과 판매에서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나라다. 2018년이면 중국 관광객 1000만명이 한국을 찾아 돈을 뿌릴 것이다. 안보와 경제 사이에서 한국의 외교는 갈피를 잡기 어려워졌다. 그러나 중국의 ‘중화주의 코스프레’에 콤플렉스를 느낄 필요도 없고 말려들 이유도 없다. 눈치 보지 말고 당당하게 하고 싶은 말은 해야 한다. 경제적 의존도를 의식해서인지 중국의 결례 행위를 못 본 척하며 넘겨 버린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비슷한 국력의 일본에는 할 말은 하면서도 유독 중국에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건 ‘신사대주의’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중공군’이 아니었으면 한반도는 분단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65년 전의 상황은 이미 역사가 됐다. 그러나 변한 듯하면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국가 관계다. 적이 동지가 됐지만 언제 또 적이 될지도 모르는 게 엄준한 현실이다. 이럴 때일수록 철저히 실리외교를 펴야 한다. 전쟁도 치르는 국제사회에서 우리만 신의와 도덕을 따지고 체면을 차릴 필요가 없다. 한쪽으론 꾸짖고 대들면서도 다른 쪽으로는 어르고 달래고, 챙길 것은 챙기는 ‘이중 플레이’를 서슴없이 보여 줘야 한다. 경제적 협력과 외교적 대립이 양립할 수 없다고도 할 수 없다. 중국이 영토와 인구, 국내총생산(GDP)에서 비교할 수 없는 대국임은 분명하지만 대국을 능가하는 소국은 얼마든지 있다. 중국과의 전쟁에서 당당히 겨뤘던 베트남, 아랍제국에 홀로 맞서는 이스라엘이 그렇다. 중국에게 한국은 건드리면 골치 아픈 존재가 돼야 한다. sonsj@seoul.co.kr
  • 서경대-이스라엘 알쿠드즈 대학 MOU

    서경대-이스라엘 알쿠드즈 대학 MOU

    서경대(총장 최영철)는 23일 이스라엘 예루살렘 알쿠드즈 대학과 미용예술학 교류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알쿠드즈 대학은 예루살렘 내 유일한 팔레스타인계 대학이다. 국내 대학이 중동지역 대학과 미용 관련 협력 관계를 맺은 것은 처음이다.
  • ‘필리버스터’ 막전막후…도대체 무슨 말을 ‘뭘 가지고’ 그렇게 오래 했나

    ‘필리버스터’ 막전막후…도대체 무슨 말을 ‘뭘 가지고’ 그렇게 오래 했나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테러방지법)’ 제정안을 막기 위해 야당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 돌입해 이틀째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무제한 토론은 지난 2012년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된 뒤 처음 시행되는 것인 데다 ‘필리버스터’에 관한 기록은 주로 1960년대에 머물러 있었다. 그만큼 최근 헌정사에선 유례가 없던 장시간의 필리버스터 행사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23일 정의화 국회의장이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하면서 야당이 무제한 토론을 벌이기로 급히 결정된 데 비해 의원들이 최장시간의 기록을 거듭 깨면서 발언을 이어가고 있어 이들에게 더욱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도대체 5시간, 10시간 동안 한 자리에 서서 어떻게 발언을 이어갈 수 있는 걸까.   무제한 토론의 ‘첫 타자’로 나선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대로 된 준비 시간을 갖지 못하고 단상에 올랐다. 23일 더민주가 정 의장에게 필리버스터 요구를 제출한 것이 오후 3시 45분쯤이고 김 의원이 발언을 시작한 것은 오후 7시 6분이다.  더민주 의원총회에서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에 맞서 무제한 토론에 돌입하기로 결정됐는데, 김 의원은 이 때 “내가 먼저 해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소속 의원으로, 테러방지법을 심의해왔기 때문이다. 가장 젊은 의원인 점도 어느 정도 염두했던 것으로 보인다. ●첫 타자 김광진 의원, 지역구 있던 보좌진이 ‘카톡’으로…  김 의원이 첫 번째 필리버스터 주자로 결정되자 의원실은 분주해졌다. 의원실에는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비서관 1명만 자리를 지킨 상태였고 나머지 보좌진들은 20대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전남 순천·곡성 지역에 있었다. 급히 자료가 필요하다는 김 의원의 연락에 보좌관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그동안 가지고 있던 파일을 전부 의원실에 있는 비서관에게 보냈다. 그럼 비서관이 그 파일을 열어 인쇄를 한 뒤 김 의원에게 전달했다. 그동안 상임위나 대정부질문을 위해 모아두었던 자료가 총동원됐고, 국회도서관에서 빌린 책도 모두 모았다. 그러나 김 의원은 발언 내내 A4 용지로 된 자료만 넘겼다.  단상에 가지고 간 자료의 목록을 달라고 하자 김 의원의 보좌관은 “너무 많아서 정리가 아예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무제한 토론을 통해 테러방지법이 제정되지 않아도 현행 제도에도 대(對) 테러활동지침이 마련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발언을 이어갔다. 바로 대통령훈령 제47조인 ‘국가 대테러활동 지침’을 근거로 들면서다. 이 훈령은 1970년대 만들어진 것으로 대통령 산하에 테러대책기구를 두게 돼 있다. 김 의원은 테러방지법에서는 국무총리가 의장을 맡는 테러대책기구를 두게 한다는 점을 꼬집었고, “아마 (대테러활동 지침의 내용을) 대통령도 몰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토론 초반에 이 대테러활동 지침의 모든 조항을 낱낱이 또박또박 읽어 내려갔다. 그러면서 테러가 발생할 경우 각 부처·기관별로 어떻게 기능을 하게 되어있는지를 일일이 설명했다.   이후에 참고한 자료들은 김 의원이 평소에 상임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축적한 것들이라고 한다. 김 의원은 국방위원회에서 줄곧 활동했고 정보위 법안심사소위원으로 테러방지법을 직접 다뤘다. 발언이 마무리 될수록 테러방지법 제정안의 각 조항을 조목조목 따지며 수정·보안되어야 할 내용을 설명하기도 했다.   오후 7시 6분부터 24일 오전 12시 39분까지 김 의원은 총 5시간 33분 동안 발언했다. 이는 1964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김준연 의원의 구속 동의안을 막기 위해 5시간 19분 동안 필리버스터를 진행한 기록을 깬 것이다. 김 의원은 “기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그 긴 시간동안 반대토론을 하게 됐는지 그 이유를 같이 고민해 달라”고 호소했다.   발언을 마치고 나온 김 의원은 바나나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본회의장 앞에서 일부 기자들과 만나 발언에 나섰던 소회를 밝힌 뒤 다시 본회의장으로 들어와 더민주 두 번째 주자인 은수미 의원에게 준비사항을 일렀다. 24일 김 의원은 출마예정지인 전남 순천 지역으로 이동해 출근길 인사를 마쳤고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예비후보로서의 선거운동을 곧바로 이어갔다.  ●10시간 발언 은수미 의원 SNS에 SOS… “긴급 부탁”  본회의 ‘최장 발언’이라는 기록을 단 번에 깬 김 의원 다음으로 나선다면 더욱 부담이 컸을 듯 하다. 전체 야당 의원 가운데 세 번째, 더민주에선 두 번째 주자로 무제한 토론에 나선 은수미 의원은 무려 10시간 18분 동안 밤샘 토론을 했다. 24일 오전 2시 30분부터 오후 12시 48분까지다. 이는 ‘상임위 최장 발언’ 기록으로 남아있던 지난 1969년 박한상 신민당 의원이 3선 개헌 국민투표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10시간 15분 동안 반대토론을 한 것을 깬 기록이다.   은 의원이 들고 올라간 자료는 주로 시민단체들의 테러방지법에 대한 의견서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은 의원은 자료를 읽는 모습 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더 주력했다. 발언 초반부터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설명하면서 그 과정에서 국정원(과거 안전기획부)가 어떻게 권한을 남용했는지 역설했다. 은 의원은 서울대 사회학과 재학 시절 노동운동을 시작해 1992년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으로 검거돼 6년간 복역했다. 당시 국가안전기획부 분실에서 고문당했고, 고문후유증으로 폐렴과 폐결핵, 종양 등 여러 질환을 앓았고 큰 수술도 두 차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 의원은 또 10시간여 동안 발언을 한 뒤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연설을 인용하며 “나서야 하기 때문에 나섭니다. 그게 참된 용기입니다”라고 말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은 의원 측 관계자는 “앞서 김 의원이 테러방지법의 문제점을 잘 이야기하셨기 때문에 은 의원은 국정위의 인권 유린 및 침해 우려를 중심으로 하자는 콘셉트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은 의원은 특히 일찌감치 SNS에 힘을 보태줄 것을 당부했다. 전날 오후 7시 4분 페이스북을 통해 “긴급 부탁. 자료를 올려 주십시오. 준비할 시간 없이 필리버스터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면서 “여기에 올라온 내용을 받아 국민의 의견으로 발표하겠습니다. 같이 밤을 샌다 생각해 주셔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후 은 의원은 이와 관련, 토론을 마친 뒤 “댓글이 도움이 도움이 됐다”면서 “헌법 조문과 비교해서 테러방지법이 헌법이나 인권과 무관한 조치라는 이야기를 꼭 해달라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래서 헌법 이야기도 하고 정치가 얼마나 올바라야 하는지, 테러방지법이 왜 문제인지 등을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은 의원은 ‘10시간여 발언’에 대해 “힘들었다.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온 몸이 아팠다”면서 “(제가) 그렇게 건강한 사람이 아니라 버틸 수 있을까 고민도 했었는데 버티게 되더라 다행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시간 연설을 위해 전날 저녁부터 금식을 했다고 밝혔다. “아무 것도 안 마시고 수분을 뺀 상태”라고 덧붙였다. 결국 은 의원은 10시간 18분의 발언을 마무리하며 눈물을 쏟았다. ●박원석 의원 “10시간 동안 꼼짝 못 해” 본회의장에서 ‘공부’   최장 기록이 모두 경신된 뒤 나선 주자는 박원석 정의당 의원이었다. 세 명의 의원이 17시간 동안 토론을 펼치는 것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준비를 했을까.  다른 의원들의 지쳐가는 모습을 보며 쪽잠을 자거나 끼니를 채우고 싶지는 않았을까. 그러나 박 의원은 10시간 동안 본회의장에서 “꼼짝도 못했다”. 은 의원이 무제한 토론에 들어간 뒤 30분쯤 뒤부터 자리를 지켰다. 이유는 “언제 끝날지 몰라서”였다는 게 보좌진의 설명이다. “앞 순서 의원이 발언을 모두 마친 뒤 박 의원을 찾았는데 만약에 자리에 없으면 바로 다음 의원으로 순서가 넘어간다”면서 “언제 부를지 모르니 본회의장에서 자리를 지켜야 했다”는 것이다. 앞서 의원들의 토론을 지켜보며 미리 준비한 것은 ‘운동화’ 뿐이었다. 은 의원도 이날 운동화를 신었다.   박 의원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테러방지법을 직접 심의할 일은 없었다. 때문에 의원실에서도 테러방지법에 대한 ‘전문가’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박 의원이 몸 담고 있던 참여연대에서 지난 2001년부터 테러방지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 온 만큼 박 의원 역시 문제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보좌관은 “우리가 직접 작성해 드린 자료는 없다”면서 각종 자료를 들고 박 의원이 본회의장에 들어간 뒤 한참 뒤에 “마킹(표시)할 것 좀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자료는 주로 민변, 대한변협 및 법학 관련 교수 등 전문가 그룹에서 작성한 의견서 등의 자료를 추천 받았고, 국정원 및 정보기관의 문제점을 다룬 책 5권을 가지고 들어갔다. 또 최근 미국 대선의 쟁점으로까지 부상한 ‘애플’사의 ‘아이폰 잠금해제 불가 방침’과 관련된 자료들도 포함됐다. 박 의원은 토론에 들어가기 전 “한 두시간 만에 끝내면 안 되지 않겠느냐”면서 “하는 데까지 해보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그는 현재 세 시간 이상 토론을 벌이고 있다.   한편, 전날 밤 트위터 등을 중심으로 한 때 “박원석 의원이 무제한 토론을 대비해 ‘요실금 팬티’를 준비했다”는 메시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그러나 박 의원 측 보좌관은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오히려 진작 그런 게 있는 걸 알았다면 미리 준비했을 텐데 안타깝다”며 웃어 보였다.   다음은 야당 의원들의 주요 자료 목록.   ●김광진 의원  -대통령훈령 제47조 (국가 대테러활동 지침) -테러방지법 제정안 전문 -테러방지법 관련 상임위 및 대정부질문 자료 (너무 방대해서 열거 불가능)  -관련 서적   ●은수미 의원  -‘북한의 대남테러 준비’ 국정원 보고 미덥지 않은 4가지 이유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테러방지법 관련 법률 의견서  -‘진보넷 정보운동’ 테러방지법·사이버테러방지법 의견서  -테러방지법·사이버테러방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각계 전문가들의 칼럼  -2014년 테러방지법 토론회 자료집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자료  -국정원의 잘못된 과거사 관련 자료들   ●박원석 의원  -헌법 전문  -박정희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언에 대한 특별담화문 -민변, 대한변호사협회를 비롯한 전문가 모임과 시민사회단체의 테러방지법 문제점에 대한 토론회 발제문  -국가정보원발전위원회 보고서  -정의당 국가정보원법 전면개정안 -애플 ‘아이폰’의 잠금해제 논란을 통해 본 정보기관의 수사편의성과 시민의 자유에 대한 전문가 의견서 -애플 팀 쿡 CEO가 고객들에게 주는 편지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논문 ‘박근혜 정권의 국정원 정치’  -국정원 진실위 보고서 -단행본 ‘조작된 공포 :세계 정보기관의 진실’ (전세계 정보기관의 부적절 행위를 다룬 해외번역서)  -단행본 ‘미국을 발칵 뒤집은 판결 31’ -단행본 ‘간첩의 탄생’ (유우성 간첩 조작사건 관련 참고 서적)  -단행본 ‘No Place to hide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 (미국의 ‘스노든 사건’을 취재한 전직 가디언 기자가 쓴 책)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신공항·외국인 투자… 제주 땅값 19.35% 치솟아

    신공항·외국인 투자… 제주 땅값 19.35% 치솟아

    세종·울산도 두 자릿수 상승률… 경기·인천 수도권 평균보다 낮아 서울 명동 ‘네이처’ 13년째 1위… 삼성동 옛 한전부지 12% 뛰어 올해 1월 1일 기준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가 4.47% 올랐다. 국토교통부는 전국 50만 필지 표준지 공시지가를 23일 공시한다고 22일 밝혔다. 상승폭은 지난해(4.14%)보다 다소 커진 것으로 2009년 하락세를 나타낸 이후 7년 연속 상승했다. 혁신도시 등 정부·공공기관의 지방이전, 지역 개발사업 진행, 공시가격 현실화 등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제주도로 19.35%나 상승했다. 외국인 투자증가 및 혁신도시 개발, 신공항 입지 발표 등이 지가 상승을 이끌었다. 중앙행정기관 이전에 따른 기반시설 확충 등으로 도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세종시도 12.90% 상승했다. 우정혁신도시 개발 영향을 받은 울산도 10.74% 올라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4.09%), 경기(3.39%), 인천(3.34%) 등 수도권은 평균보다 상승률이 낮았다. 서울은 이태원,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 등 주요 상권 활성화 지역, 삼성동 한전부지 개발 주변, 롯데월드타워 및 관광특구 지정 등에 따라 고용 인구가 증가한 잠실지역 등이 눈에 띄게 올랐다. 지방의 땅값도 많이 뛰었다. 인천을 뺀 광역시는 7.39%,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시·군은 5.84% 상승했다. 평균 상승률 이상 오른 시·군·구는 102곳으로 제주 서귀포시(19.63%), 제주시(19.15%), 부산 해운대(16.71%), 울산 동구(16.11%), 울산 북구(14.51%) 등이 많이 올랐다. 독도는 17.95%,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전부지는 12% 올랐다. 가장 비싼 땅은 서울 중구 명동8길(충무로 1가) 네이처리퍼블릭(화장품 판매점) 땅으로 ㎡당 8310만원으로 결정돼 2004년 이후 13년 연속 전국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3.3㎡면 2억 7423만원으로 집 한 채와 맞먹는다. 다음으로 비싼 땅은 명동길 우리은행 명동지점터로 ㎡당 7850만원으로 조사됐다. 가장 싼 표준지는 경북 김천시 대항면 대성리 임야로 ㎡당 160원으로 공시됐다. 표준지 공시지가는 3198만 필지의 개별공시지가 산정 기초자료로 쓰인다. 개별공시지가는 5월 1일자로 공시된다. 표준지 공시지가는 개별공시지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토지 보유 세금도 4~5% 정도 오를 예정이다. 권대철 토지정책관은 “실거래가 반영률은 67% 정도이며, 상승률 중 2.4% 포인트는 실제 땅값이 올랐기 때문이고 나머지는 실거래가 반영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北, 리명수 총참모장 임명 공식 확인… 처형된 리영길 후임

    北, 리명수 총참모장 임명 공식 확인… 처형된 리영길 후임

    국방부 보고서 “北 군수뇌부 생존 위해 눈치보기 속 지위 유지, 김정은에 맹종” 리명수 전 인민보안부장이 처형된 리영길의 후임으로 우리의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총참모장에 임명된 사실이 21일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쌍방기동훈련 참관 소식을 전하면서 리명수를 ‘조선 인민군 총참모장인 육군 대장 리명수 동지’라고 호칭했다. 통신은 김 제1위원장의 비행훈련 참관 소식을 전하는 별도의 기사에서도 “총참모장인 육군 대장 리명수 동지가 (김 제1위원장과) 동행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9일 총참모장의 교체 가능성이 제기된 이후 북한 매체가 리명수가 총참모장에 임명됐음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8일 평양에서 열린 미사일 발사 경축행사의 주석단에 자리한 인사를 소개하면서 리영길을 빼고 그 자리에 리명수를 넣어 총참모장이 교체됐음을 시사했다. 이튿날에는 복수의 대북 소식통도 리영길이 지난 2~3일 김 제1위원장이 주관한 노동당 중앙위원회·군당(軍黨)위원회 연합회의 전후 ‘종파분자 및 세도·비리’ 혐의로 처형됐다고 전했다. 리명수는 총참모부 제1부총참모장 겸 작전국장, 우리의 경찰청장에 해당하는 인민보안부장 등을 지냈다. 그는 김정일 체제가 출범한 1996년부터 김정일의 각급 군부대 방문을 비롯한 공개활동을 수행하며 박재경, 현철해 등과 함께 군부 내 김정일 측근 3인방으로 불렸다. 한편 북한군 수뇌부가 철저한 눈치 보기와 맹종으로 김 위원장을 대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통일부 의뢰로 국방부 국방정보본부 관계자가 작성한 ‘북한 김정은 정권의 군부 통제 연구’ 보고서는 “북한 군부 인사들은 김정은이 업무 방향을 지시해 주기만을 기다리는 집단”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김정일 시대부터 고위층을 형성한 총정치국장, 총참모장, 인민무력부장, 정찰총국장 그룹은 철저한 눈치 보기 속에서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내면의 충성심과 별개의 외적 복종심을 표출해 생존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북한 김정은 존경해서 아니라 살기 위해 충성”…대체 어떤 분위기길래?

    “북한 김정은 존경해서 아니라 살기 위해 충성”…대체 어떤 분위기길래?

    “북한 김정은 존경해서 아니라 살기 위해 충성”…대체 어떤 분위기길래? 북한 김정은 북한이 ‘김정은 체제’로 들어서면서 공포정치가 심해진 가운데 북한군 수뇌부가 철저한 ‘눈치 보기’와 맹종으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대하고 있다는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통일부 의뢰로 국방부 국방정보본부 관계자가 작성한 ‘북한 김정은 정권의 군부 통제 연구’ 보고서는 21일 “북한 군부 인사들은 김정은이 지시해주고 업무 방향을 지시해주기만을 기다리는 집단”이라고 밝혔다. 당 우위의 통치체계 확립을 위해 군부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리영호와 장성택 같은 최고위급 간부는 물론 중간 간부들까지 대대적으로 숙청한 결과 상하 의사소통 체계가 마비됐다는 것이다.보고서는 “김정일 시대부터 고위층을 형성한 총정치국장, 총참모장, 인민무력부장, 정찰총국장 그룹은 철저한 눈치 보기 속에서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내면의 충성심과 별개의 외적 복종심을 표출해 생존을 유지하는 인사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또 “김정은 체제 이후 등장한 야전 전투 전문가와 핵·미사일 테크노크라트를 비롯한 신진 군부 인사 역시 전문성을 무기로 적극적으로 지시사항을 추진하는 자부심을 보이면서도 철저히 앞서 나아가지 않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보고서는 특히 “군부가 지도에 순응한다는 점에서 군부 장악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지만, 이는 의사소통과 신뢰의 부재 문제로 귀결된다”고 지적했다.실제 군인과 당·정 간부, 무역관계자, 주민 출신의 북한이탈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에서는 북한군 간부층의 내부 의사소통이 막히고 건전한 비판이 가능해졌다는 진술이 다수 나왔다고 보고서는 전했다.보고서는 “현재의 북한 군부는 상하간에 신뢰가 형성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고위 군 간부들이 최고사령관을 동지적 존경으로 받들기보다 철저한 눈치보기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맹종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군 상층부 장악 여부와 별개로 중간계급과 말단 병사에 대한 식량 등 군수지원이 여전히 열악해 군 기강 확립, 훈련 강화 등 지시가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장기적으로 볼 때 (김 제1위원장의) 군부통제 성공 여부는 경제에 달려 있다”면서 “대북 심리전 소재는 남한 발전상 등도 주요 수단이 될 수 있으나 북한군이 허기와 물자부족에 시달리는 만큼 가장 원초적인 1차적 욕구를 자극하는 내용 위주로 발굴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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