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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워라밸 정치인 라이언/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워라밸 정치인 라이언/최광숙 논설위원

    한광옥 전 의원은 2010년 부인이 암 투병을 하게 되자 만사를 제치고 병간호를 했다. 그해 7·28 은평을 재보선 국회의원 선거 출마도 포기했다. 10월 민주당 대표 경선을 앞둔 당권 주자들의 도와 달라는 요청에도 “내 짝도 못 챙기면서 무슨 동지와 국민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며 거절했다. 당연한 것 같지만 집권 여당 대표,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권력의 심장부에서 활동하던 정치인으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일 수 있다.내가 누리던 권력이 사라질까 봐 전전긍긍하는 것도 모자라 아들에게 지역구를 물려주고, 아들이 여의치 않으면 며느리를 대신 정치에 뛰어들게 하는 게 우리 현실이다. 심지어 감옥에 간 자신을 대신해 부인을 출마시켜 당선시키기도 한다. 가족의 후광을 입었다 해도 그들은 당당히 유권자의 선택을 받았기에 비난만 할 수 없다. 하지만 권력을 계속 움켜쥐고자 하는 정치인의 속성은 부정할 수 없다. 미국에서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캐런 휴스 백악관 고문이 2002년 7월 “아들을 돌보겠다”며 고향 텍사스로 돌아가 화제가 됐다. 그는 부시의 당선 1등 공신인 칼 로브와 함께 부시 정권의 최대 실세였기에 더욱 그랬다. 부시는 2000년 대선 직전 “당신이 함께 일하지 않으면 대통령 출마를 포기하겠다”고 할 정도로 그를 신뢰했다. 휴스는 부시 행정부 2기에 국무부 공보차관으로 다시 기용됐다. 미국 공화당의 의회 1인자인 폴 라이언(48세) 하원의장이 11일(현지시간) 전격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은퇴 이유로 “우리 아이 세 명이 10대다. 내가 다시 출마해 연임하게 되면 아이들은 나를 ‘주말 아빠’로만 기억할 것이다”라며 ‘가족’을 꼽았다. 주중에는 워싱턴에서 있다가 주말에야 위스콘신주 제인즈빌의 자택으로 돌아가서 가족과 함께 지내는 ‘기러기 가족’을 청산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2012년 대선 공화당 대통령 후보 때도 일요일은 가족과 함께 지내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정치인이었다. 16세에 아버지를 여의고 어렵게 자란 ‘흙수저’였기에 가족애가 누구보다 깊다고 한다. 하지만 40대 기수론을 이끌던 공화당의 유망주인 그의 정계 은퇴를 같은 당 소속인 트럼프 대통령과 연관지어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자유무역 신봉자이자 이민정책에 찬성하는 그의 소신과 트럼프의 노선이 갈등을 일으키면서 예측 불가의 트럼프에게 좌절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공화당 간판 스타의 퇴진으로 당장 공화당의 정치자금 모금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치르는 트럼프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특파원 생생 리포트] 2020 도쿄올림픽 특명 “신용카드 이용 늘려라”

    [특파원 생생 리포트] 2020 도쿄올림픽 특명 “신용카드 이용 늘려라”

    일본은 찾는 외국인들이 의외라고 여기는 것 중 하나가 신용카드를 쓸 수 없는 상점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특히 신용카드나 모바일 결제의 비중이 거의 90%에 이르는 한국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놀라움에 까깝다.일본 정부가 신용카드와 모바일 결제 등 전자화폐 확산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카드 문화에 익숙한 해외 관광객과 외국인 근로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대한 적응이 시급해졌다는 것 등이 주된 이유다. 현금 중심의 시스템을 지탱하기 위해 들어가는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점도 감안됐다. 2년 앞으로 다가온 도쿄올림픽에 쏟아져 들어올 외국인들의 결제 수요에 대비해야 한다는 당장의 이유도 있다. 국가 간 비교가 가능한 2015년 통계를 보면 비(非)현금성 결제의 비중이 한국 89%, 중국 60%, 영국 55%인 데 비해 일본은 18%에 불과하다. 리서치회사 크로스마케팅이 지난해 말 각국 성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쇼핑 결제 수단으로 일본인은 현금 비중이 63.0%로 가장 높고 신용카드 25.0%, 스마트폰 1.5%, 직불카드 0.6%의 순이었다. 반면 중국인은 스마트폰이 44.1%로 가장 높고 신용카드 12.9%, 직불카드 1.0%, 현금 26.0%로 조사됐다. 일본에서 신용카드 등 전자화폐의 확산이 더딘 것은 기본적으로 개인들에게 현금이 주는 안정감이 워낙 뿌리 깊은 데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촘촘하고 편리하게 현금자동지급기(ATM)망이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국인들도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비자카드의 조사에 따르면 소매점 등에서 현금밖에 못 쓰는 데 불만을 갖고 있는 외국인 방문객의 비율은 40%에 이른다. 일본 정부의 2020년 외국인 방문객 목표치인 4000만명을 달성한다고 가정할 때 현금 중심 결제 문화로 인해 쇼핑을 포기하는 데서 나타날 예상 손실이 1조 2000억엔(약 12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연구도 있다. 신용카드 업계는 이용 확산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일본 신용카드 업계는 민박 투숙을 하려는 관광객이나 젊은이들이 많지만 카드 결제가 안 돼 이용하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해 별도의 지원을 법으로 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균형 발전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산업성은 지난해 12월 신용카드나 전자화폐 등을 이용하는 이른바 ‘캐시리스 결제’의 비율을 2027년까지 현재보다 2배 이상 높은 4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소매점이 카드사에 내는 수수료의 일부를 예산에서 보조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경제산업성이 관광지의 소매점 등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42%가 수수료 부담이 문제라고 답한 바 있다. 한국의 사례도 벤치마킹하기로 했다. 한국은 1999년 연간 카드 이용액의 20%를 공제하는 제도를 도입한 뒤 3년간 이용 금액이 7배로 늘었기 때문이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그 책속 이미지] 1975년…돌아오지 않은 사람들

    [그 책속 이미지] 1975년…돌아오지 않은 사람들

    그해 봄/박건웅 지음/보리/388쪽/2만 2000원벚꽃 가득 핀 담벼락에 아내 강순희씨가 앉아 있다. 저 멀리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남편 우홍선씨다. “여보!” 벌떡 일어난 강씨가 눈물을 훔치며 우씨에게 뛰어간다. 뒤이어 아들, 딸도 아빠를 보고 반갑게 달려간다. “많이 보고 싶었어요.” 서로 부둥켜안은 가족의 머리 위로 하얀 꽃잎이 하늘하늘 쏟아진다. 그러나 바로 이어지는 다음 장면에 우씨의 모습은 없다. 행복한 상상은 처참한 현실로 바뀐다. 허깨비를 껴안은 듯, 우씨 없이 부둥켜안은 가족의 모습이 애잔하다. ‘그해 봄’은 서슬 퍼런 군사독재 시절, 간첩으로 몰려 1975년 4월 9일 선고 18시간 만에 ‘사법살인’ 당한 인혁당 사형수 8명의 이야기를 그렸다. 유가족과 선후배, 동지들의 생생한 증언으로 인혁당 사건을 재구성했다. 만화가 박건웅의 투박한 그림체가 절절한 사연을 잘 살려냈다. 누군가의 아버지, 남편, 아들이었던 이들의 어이없는 죽음에 화가 치밀고 유가족의 아픔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32년 만인 2007년 사법부는 인혁당 사건으로 사형당한 8명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죽은 이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민주당 충남지사 확정 양승조 “당당히 승리하겠다”

    민주당 충남지사 확정 양승조 “당당히 승리하겠다”

    더불어민주당 충남지사 후보로 확정된 양승조 의원은 13일 “이제부터 ‘원(ONE)팀’으로 본선에 임하자”고 다짐했다.양 의원은 이날 경선 결과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자랑스러운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것은 전적으로 도민 여러분과 당원 동지의 성원 덕분”이라며 “마지막까지 선의의 경쟁을 해준 복기왕 전 아산시장과 박수현 동지에게도 감사와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선거는 저 혼자만의 선거가 아닌 충남 15개 시장·군수와 213명의 충남도의원·시군의원이 함께하는 선거”라며 “오로지 도민만 보고 앞장서 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양 의원은 “이제 우리는 한팀으로 열정을 가라앉히고 본선에 임해야 한다”며 “충남의 성공이 곧 문재인 정부의 성공이라는 자세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당히 승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민주당 충남지사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결과 양승조 의원이 53.24%의 득표율로 복기왕 전 충남 아산시장(46.76%)을 6.48% 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완판’ 슈퍼주니어, 홈쇼핑서 마스크팩 9억원 어치 판매...‘홈쇼핑이 체질’

    ‘완판’ 슈퍼주니어, 홈쇼핑서 마스크팩 9억원 어치 판매...‘홈쇼핑이 체질’

    그룹 슈퍼주니어가 홈쇼핑 ‘완판’ 역사를 다시 썼다.12일 그룹 슈퍼주니어가 이날 오후 10시 45분 방송된 CJ오쇼핑 ‘슈퍼마켓’ 시즌2 특집에서 마스크팩 9억 원 어치를 팔았다. 이날 방송은 슈퍼주니어 리패키지 앨범 발매를 맞아 기획된 것으로, 슈퍼주니어는 이날 이민웅, 동지현 쇼호스트와 함께 홈케어전문 브랜드의 마스크팩을 판매했다. 약 65분 동안 진행된 이날 방송에서 슈퍼주니어는 준비된 7000여 세트를 모두 판매, 9억 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상품이 매진되면 신곡 ‘로시엔토’ 무대를 최초로 공개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던 슈퍼주니어는 홈쇼핑 방송 도중 신곡 무대를 선보였다. CJ 오쇼핑 측에 따르면 이날 방송은 평소보다 시청률이 6배 높았으며, 전체 구매고객 중 20∼30대 비중도 평일 같은 시간대 화장품 방송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한편 슈퍼주니어는 지난해 11월 CJ 오쇼핑에 출연해 ‘블랙수트’ 패딩을 판매, 4300콜을 달성하며 ‘매진’을 기록했다. 사진=CJ 오쇼핑 연예팀 seoulen@seoul.co.kr
  • “9명후보중 6명이나 1차 컷오프 통과” 민주당 부천시장 후보 경선 “파장”

    “9명후보중 6명이나 1차 컷오프 통과” 민주당 부천시장 후보 경선 “파장”

    더불어민주당 경기 부천시장 예비후보 1차컷오프 경선 결과를 놓고 부천지역이 술렁이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는 수원·부천 등 10개 시·군에 대한 기초단체장 후보자 공천 결과를 공고했다. 민주당 경기도당 선거관리위원회는 부천시장에 조용익 예비후보를 포함한 6인의 1차 경선 통과자를 발표했다. 조용익·김종석·장덕천·강동구·나득수·류재구 후보 등 6명이다. 반면 가장 일잘한다는 서진웅·한선재 예비후보 등 3명만이 탈락했다. 1차 컷오프에서 탈락한 서진웅 예비후보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이 부천시장 경선 후보자를 발표했다. 저로서는 도저히 수용하기가 힘들어 중앙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 재심위원회에 이의·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2004년 입당한 후 오로지 민주당의 철학과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해 사력을 다해 왔다. 지난 8년간 경기도의원으로 시민들의 선택을 받아 사명을 다해 누구보다 성실하게 최선을 다했고 부끄러움 한 점 없이 떳떳하게 살아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 예비후보는 “저를 지지하고 응원하시는 당원과 시민들께 염려를 끼쳐 송구하며, 끝까지 저 서진웅과 함께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리겠다”며 “서진웅은 앞으로도 우리 민주당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 민주당의 파란심장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서진웅 후보 페이스북에는 수십개의 댓글이 올라왔다. 한 시민은 “부천시를 위해 예산을 1위로 확보해온 후보를 떨어뜨린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말이 안된다”고 분노했다. 다른 시민은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부천시 발전을 위해 이번 경선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고 구태정치는 없어져야 한다”고 올렸다. 또다른 시민은 “누군가의 농간에 아쉽게도 어처구니 없이 당하고 말았다. 3개 지역구의 강력한 후보들만 모조리 탈락시켰다”고 씁쓸해했다. 1차 컷오프를 통과한 김종석 예비후보는 페이스북에서 “당에 10년 넘게 헌신해 온 3인의 당원 동지를 이렇게 대하는 것은 당원에게 지켜야 할 예의가 아니며, 오래된 동지에 대한 사실상 인격 살해이고 너무 마음이 아프고 참담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현직 기초단체장 중 수원·의정부·양주시장이 단수 공천됐다. 부천은 전국적으로도 가장 신청자가 많았다. 특히 후보가 모두 9명인데 1차로 3명만 탈락시킨 것을 놓고 ‘상대적 박탈감’만 키웠다는 지적이다. 또 당초 계획대로 3배수로 결정했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 서 예비후보는 전국 최초 부천 송내역환승센터와 찜통·냉골교실 문제 등 부천의 굵직한 현안사업을 위해 도비를 가장 많이 확보한 일등도의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 시장이나 공직자들로부터 현장간담회를 가장 많이 갖는 바지런한 의원으로 불려 왔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공간 통한 치유… 치매노인들 밝아졌다”

    “공간 통한 치유… 치매노인들 밝아졌다”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치매전문데이케어센터. 웃음치료강사 이정빈씨가 구성지게 ‘밀양아리랑’을 부르자 60~90대 치매노인 20여명이 어깨를 들썩였다. 노래가 끝나자 이씨는 “오늘이 며칠이죠. 10일이니까 박수 열 번 같이 쳐 볼까요”라며 치매노인들의 참여를 지속적으로 이끌어 냈다. 한 시간 동안 웃음치료강사와 함께 지낸 치매노인들의 표정은 어느 순간 밝아져 있었다.경칠리(53) 치매전문데이케어센터장은 “치매노인들은 글씨를 쓰거나 퍼즐 맞추는 건 안 한다. 공부한다는 느낌을 받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면서 “지역 내 돌봄 시설이 있으니까 치매노인 보호자들도 걱정을 내려놓고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어 센터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밝혔다. 전국 최초 치매 환자 전용 돌봄시설인 영등포치매전문데이케어센터가 다음달 3주년을 맞는다. 2015년 5월 서울시가 ‘서울형 치매 전용 데이케어센터’ 시범사업을 시작하면서 서울의 첫 치매 전용 주·야간 보호시설이 됐다.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등 직원 12명이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토요일 오전 9시~오후 5시)까지 치매노인을 돌본다. 센터에 등록한 28명 모두가 치매 환자다.센터는 치매 환자에게 특화된 프로그램으로 하루를 채운다. 각종 도구를 이용해 만들기나 그리기, 간단한 규칙이 있는 게임 등을 하며 인지기능을 회복시키는 작업치료, 옥상 텃밭 가꾸기를 통해 정서적·사회적으로 일상생활에서 쓰던 능력을 유지시키는 원예치료 등이 있다. 센터 바로 아래층에 치매 예방 시설인 치매지원센터가 있어 한 건물에서 예방과 돌봄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다. 건강관리와 의료지원은 지역 내 병원인 성애병원이 맡았다. 센터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아키테라피’(공간을 통한 치유) 건축설계를 적용했다는 점이다. 이날 직접 센터를 둘러보니 생활실, 프로그램실 등 치매노인들의 생활공간이 특별한 장애물 없이 하나로 이어져 있었다. 눈의 피로감을 낮추는 연둣빛 의자도 곳곳에 놓아 치매노인들이 이동하다 언제든 쉴 수 있게 했다. 경 센터장은 “치매노인들은 장애물이 있으면 당황하기 때문에 항상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자연스레 지역 내 많은 치매노인 보호자들이 센터를 찾고 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노인성질환(뇌졸중, 치매)을 앓는 노인들이 모두 다니는 일반데이케어센터와 비교해 치매를 앓는 노인들끼리 모여 있고, 시설 부분에서도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경 센터장은 “현재 치매노인 28명이 센터를 다니는데 대기하는 인원은 29명이나 된다. 예전에는 40명까지 기다릴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앞으로 구는 2020년까지 일반데이케어센터를 2곳 더 늘릴 예정이다. 현재는 치매전문데이케어센터를 포함해 총 8곳이다. 구 관계자는 “일반데이케어센터에도 경증 치매노인 분들이 계신다. 집과의 거리상 일반센터를 더 선호하는 분들도 있다”면서 “18개 동에 센터 하나씩을 만드는 게 구의 최종적인 목표라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조길형 영등포구청장은 “노인들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고 이들을 돌볼 수 있는 장소도 확대해야 한다”면서 “보호자들은 근심을 덜고 치매노인들은 치매의 악화를 늦출 수 있는 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샤오미 AI 스피커 “동성애자는 변태” 답변 논란

    애플 시리와 답변 달라 의혹 여전 중국 샤오미의 인공지능 스피커가 동성애자에 대한 폄하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공익단체 ‘동지의소리’(同志之聲)가 올린 영상에 따르면 샤오미의 인공지능 스피커는 ‘동성애자가 변태인가’라는 물음에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한다. 같은 질문을 다시 하면 “심리적으로 너무 뒤틀린 것 같다”고 확인해 준다. 동지의소리 측은 “샤오미의 인공지능 스피커가 어떤 이유로 사용자에게 차별적인 발언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동성애는 1990년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심리적이거나 신체적인 질병이 아니라고 인정받았다”며 “중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샤오미가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오류를 양산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주장했다. 샤오미 관계자는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10일 “인공지능 스피커의 대답은 빅데이터에 기반한 것으로 결코 회사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중국의 네티즌들은 애플의 아이폰에 탑재된 ‘시리’와 같은 다른 인공지능에도 동성애에 대한 같은 질문을 던졌지만 “성에 상관하지 않는 사랑”이란 설명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7억 5000만명에 이르는 인터넷 사용자가 빅데이터를 양산하고 개인정보를 얻는 데 별다른 제약이 없는 특수성에 기반해 인공지능 강국 대열에 합류했다. 게다가 2015년 중국 정부는 15년 안에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선진국이 되겠다는 ‘중국제조 2030’ 계획을 발표하며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김영남·최룡해 등 당·정·군 실세들 총집결… “전략 국가로 지위 올려”… 핵 보유 우회 과시

    김영남·최룡해 등 당·정·군 실세들 총집결… “전략 국가로 지위 올려”… 핵 보유 우회 과시

    비핵화·정상회담 언급 없고 ‘핵무력’도 직접적 거론 안 해 최고인민회의 정책 방향 등 처리 북한이 11일 최고인민회의 제13기 6차 회의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노동당 제1비서 추대 6주년 경축 중앙보고대회를 개최했다. 북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국제적 지위와 영향력을 비상히 강화했다’며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간접적으로 언급했다.북 노동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김 위원장은) 엄혹한 시련 속에서 그토록 짧은 기간에 당과 국가의 면모를 일신시키고 국제적 지위와 영향력을 비상히 강화했다”고 밝혔다. 또 “자체의 기술역량과 경제적 잠재력을 총동원하여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수행의 세 번째 해인 올해에 경제전선전반에서 활성화의 돌파구를 열어 제끼며 사회주의문화의 전면적인 개화발전으로 문명강국건설을 적극 다그쳐 나가야 한다”고 했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 상황과 경제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TV가 이날 녹화해 방송한 중앙보고대회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박봉주 내각 총리, 최룡해·박광호·리수용 당 부위원장, 김정각 군 총정치국장 등 당·정·군 실세들이 총집결했다. 하지만 비핵화 의지나 정상회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최 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조국을 그 누구도 감히 넘볼 수 없는 세계적인 군사대국으로 빛내어 주시고 전략국가의 지위에 당당히 올려세우신 것은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 동지(김정은)께서 국력 강화의 길에 쌓으신 영구 불멸의 업적”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전략국가’는 미국을 상대할 핵 능력을 보유했음을 나타내는 우회적 표현으로, ‘핵 무력’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최근 북측이 핵 무력을 언급하는 경우는 드물다. 또 이날 열린 최고인민회의는 흔히 한국 국회와 비교된다. 지난해도 전년도 예산 결산, 당해 연도 예산 보고 및 승인, 내각의 사업 평가와 정책 방향 제시, 인사·조직 문제 등이 처리됐다. 하지만 북한 헌법상 규정된 이런 광범위한 권한과 달리 그간 최고인민회의는 당의 결정을 추인하는 형식적 거수기에 불과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정상국가화’를 표방하고 있다. 대외관계 정책 방향을 다룰 정도로 무게가 실린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은 그간 총 8회의 최고인민회의 중에서 지난해를 포함해 6번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당 중앙위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고 남북 관계의 발전 방향과 북·미 대화의 전망을 분석, 평가하고 이후의 국제관계 방침과 대응방향을 제시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보도했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봄바람 부는 북·중… 中대외연락부장, 예술단 이끌고 방북

    봄바람 부는 북·중… 中대외연락부장, 예술단 이끌고 방북

    예술단 규모·공연 내용 안 밝혀 양국 정상회담 이후 첫 문화교류 중국 예술단이 오는 15일 북한 김일성 주석 생일을 맞아 열리는 ‘제31차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에 참가하기 위해 방북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중국 정부 차원의 예술단이 규모 있게 방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1일 쑹타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대외연락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중국 예술단이 13일 방북한다고 전했다. 중국 예술단의 방북은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국제부의 초청에 의한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중국 당국은 예술단 규모와 구체적인 공연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도 중국 예술단의 방북 소식을 전하면서 “김정은 동지의 역사적인 첫 중국 방문 시 조(북)·중 두 당, 두 나라 최고 영도자들께서 문화교류를 강화해 나갈 데 대하여 합의한 이후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중국의 관록 있는 큰 규모의 예술단은 조·중 문화교류의 초석을 더욱 굳게 다지고 전통적인 조·중 친선관계를 새로운 높은 단계에서 강화 발전시켜 나가는 데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 중앙위는 친선적인 인방(이웃나라)의 예술 사절들을 열렬히 환영하며 최고의 성심을 안고 특례적으로 맞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982년부터 시작된 북한의 친선예술축전은 세계 각국 예술인을 초청해 음악·무용 공연 등을 갖는 행사다. 올해 행사는 11일부터 17일까지 열린다. 특히 쑹 부장이 이번 방북에서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핵 문제 등과 관련한 북·중 간 협의를 가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중 정상회담 이후 북·중 간 친선·문화교류 강화 차원으로 보인다”며 “2015년 12월에 무산됐던 북한 예술단 방중 공연이 다시 추진될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북중 밀착 가속... 중국 예술단 방북 공연

    북중 밀착 가속... 중국 예술단 방북 공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전격적인 중국 방문으로 이뤄진 북중 정상회담 이후 북·중 관계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관계 회복을 의미하는 중국 예술단의 방북 공연은 과거로 부터 지속된 혈맹을 강조하는 또 다른 상징이다.11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쑹타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인솔하는 중국예술단이 방북해 ‘제31차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에 참가한다고 보도했다. 중앙통신은 이날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대외연락부장 송도(쑹타오) 동지가 인솔하는 중국예술단이 조선(북한)을 방문하여 제31차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에 참가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어 “김정은 동지의 역사적인 첫 중국 방문 시 조중(북중) 두 당,두 나라 최고 영도자들께서 문화교류를 강화해 나갈 데 대하여 합의한 이후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중국의 관록 있는 큰 규모의 예술단은 조중 문화교류의 초석을 더욱 굳게 다지고 전통적인 조중 친선관계를 새로운 높은 단계에서 강화 발전시켜 나가는 데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는 친선적인 인방(이웃나라)의 예술 사절들을 열렬히 환영하며 최고의 성심을 안고 특례적으로 맞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2년마다 한 번씩 김일성 생일을 맞아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을 개최해 왔다. 북한이 세계 각국 예술인을 초청해 음악·무용 공연 등을 펼치는 행사로, 올해 행사는 11일부터 17일까지 열린다. 앞서 쑹타오 부장은 지난해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했지만,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그를 만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달 25∼28일 북중정상회담을 위한 김 위원장의 방중 당시 쑹 부장이 그를 반갑게 영접하는 모습 등이 포착된 바 있다. 쑹 부장의 이번 방북은 김 위원장의 방중 이후 약 2주일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특히 이번 쑹 부장의 방북을 통해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핵 문제 등과 관련된 북중 간의 협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어 보여 주목된다. 또 북중관계가 지난달 김 위원장의 방중 이후 급속히 복원되고 있는 상황에서 쑹 부장은 방북 기간 김 위원장과 만날 가능성도 큰 것으로 관측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정은, 남북회담 날짜·장소도 첫 언급

    김정은, 남북회담 날짜·장소도 첫 언급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를 열어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대화 전망에 대해 공개 언급했다.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김정은 동지의 지도 밑에 4월 9일 당 중앙위 정치국 회의가 진행됐다”며 “최근 조선반도(한반도) 정세 발전에 대한 최고영도자(김정은) 동지의 보고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최고영도자 동지는 보고에서 이달 27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집에서 개최되는 북남수뇌상봉과 회담에 대하여 언급하면서 당면한 북남 관계 발전방향과 조·미(북·미)대화 전망을 심도 있게 분석 평가하고 금후 국제관계 방침과 대응 방향을 비롯한 당이 견지해 나갈 전략전술적 문제들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신문은 김 위원장이 언급한 대응 방향과 전략전술적 문제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회의에선 최고인민회의에 제출할 지난해 국가예산집행 현황 등이 토의됐고 정치국은 내년 국가예산 편성을 검토·비준하고 이를 최고인민회의에 제출하는 결정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고 신문이 전했다.정기 국회와 유사한 성격을 갖는 최고인민회의에서 최근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대응방향 등이 언급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통일부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 날짜 및 장소를 최초로 공개했고 북·미 대화에 대해서도 언급한 점이 특이하다”면서 “최고인민회의에서 주요 정책 방향에 대해서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11일) 상황을 지켜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함께 배워요” 장애 위험 영유아 지원책

    서울 은평구육아종합지원센터는 12일 은평구 연신교회에서 ‘장애(위험) 영유아 순회지원 사업보고회’를 개최한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사업보고회는 발달지연, 장애 위험성이 높은 영유아를 지원하는 관련 기관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장애 영유아 또는 장애 경계선에 있는 위험 영유아의 조기 선별법, 어린이집 순회치료지원, 가족지원, 긍정적 행동지원에 대한 내용으로 진행된다. 영유아의 장애 조기 발견과 치료 등을 위해 진행한 순회지원 사업에 대한 결과를 보고하고 관련 전문가,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한국특수교육학회에서는 장애 위험 영유아를 특수교육대상의 경계선상에 있는 유아로 전체적인 발달 영역(언어, 인지, 사회성, 정서, 신체) 또는 특정한 영역에서 평균적인 발달 수준에 이르지 못한 영유아로 정의하고 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강풍특보 서울 및 전국 해안가 발효…11일은 황사 공습

    강풍특보 서울 및 전국 해안가 발효…11일은 황사 공습

    10일 서울을 포함한 일부 내륙과 해안을 중심으로 강풍특보가 발효됐다.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현재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강원·충청·전라·제주 등 해안지역에는 강풍주의보가 발효 중이다. 강풍주의보는 육상에서 풍속 초속 14m 이상 또는 순간 풍속 20m 이상이 예상될 때 발표된다. 산지에서는 풍속 초속 17m 이상 또는 순간 풍속 25m 이상이 발표 기준이다. 이 시각 현재 주요 지점의 최대 순간 풍속은 안도(태안) 24.0m, 설악산 22.1m, 김포공항 21.7m, 무안 21.4m, 변산 20.3m, 구로 20.0m, 인천 19.7m 등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우리나라 북쪽에 있는 저기압과 남쪽의 이동성 고기압 사이에 기압 밀도가 높아지면서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11일 오전까지 해안을 중심으로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겠고, 내륙에서도 강풍이 불 수 있어 시설물 관리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11일 오전 강풍이 점차 물러가면서 황사가 불어닥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미세먼지 농도는 전국에서 ‘나쁨’ 수준을 보이겠다. 기상청과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황사는 9일 고비사막과 내몽골 부근에서 발원한 데 이어 이날 중국 북동지방에서 추가 발원했다. 황사는 기압골 후면을 따라 남동진해 11일 우리나라 상공을 지나면서 이 가운데 일부가 지면으로 낙하해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국립환경과학원은 황사에 국외 미세먼지까지 겹치면서 수도권·강원 영서·충청권·전북은 ‘매우 나쁨’, 그 밖의 권역은 ‘나쁨’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정은 정상회담 언급 첫 보도…본격 여론전

    김정은 정상회담 언급 첫 보도…본격 여론전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최근 당 정치국회의를 열고 남북·북미 회담에 대해 언급했다는 북한 매체 보도가 나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0일 “최고영도자(김정은) 동지는 보고에서 이달 27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집에서 개최되는 북남수뇌상봉과 회담에 대하여 언급하면서 당면한 북남관계 발전 방향과 북미대화 전망을 심도 있게 분석 평가하고 우리 당이 견지해나갈 전략전술적 문제들을 제시하시었다”고 밝혔다. 북한 매체가 공식적으로 김 위원장의 남북·북미 정상회담 언급을 보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신은 지난달 30일 ‘북남수뇌상봉을 위한 고위급회담 진행’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민족의 화해와 단합의 열기가 날로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북남수뇌 상봉을 위한 고위급회담이 29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진행되었다”며 남북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보도한 바 있지만 당시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를 밝히진 않았다. 북미 정상회담의 경우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다.북한이 정상회담을 표현할 때 쓰는 ‘수뇌상봉’이라는 표현 대신 ‘북미대화’라는 말을 쓰긴 했지만 사실상 북미 정상회담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통일부 당국자도 북미 정상회담의 경우 날짜와 장소가 최종 확정이 되지 않아 ‘북미 대화’라고 표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다. 이날 회의는 북한이 오는 11일 우리의 정기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6차 회의를 앞두고 사전 의제를 점검하기 위한 차원에서 열린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김 위원장의 북한 내부 행사 참석(남북 교류 분야 제외)이 매체를 통해 알려진 것은 2월16일 ‘광명성절(김정일 생일)’ 당시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이후 처음인데 이에 비춰볼 때 이번 보도는 김 위원장이 국제 외교 무대에 데뷔할 준비를 마쳤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관측이다. 북한은 회담에서 주요 의제가 될 비핵화에 대한 입장을 상당 부분 정리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보도에서 그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없었지만 일괄타결이냐 단계적접근이냐를 두고 내부 회의를 거쳐 집단 결정을 내렸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정치국 합의에 의해 남북·북미 회담의 의제 설정과 비핵화에 대한 입장, 북미 회담의 장소 등에 관한 집단적 결정이 있었을 것”이라며 “북한의 준비 상황에 볼 때 회담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깎아내리고 고발하고… 민주당 서울·경기 경선 네거티브전

    박영선 “박원순 대세론 무너져” 우상호 “朴·安, 차기 대선 활용” 전해철 ‘이재명 부인 트위터’고발 추미애 “도 넘는 비방전 자제를” 더불어민주당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경기지사 경선(4월 18~20일)이 2주도 채 남지 않으면서 경선 후보 간 네거티브전도 거세지고 있다. 2~3위 후보로서는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선두 주자를 따라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박영선 의원은 연이틀 박원순 시장 비판에 나섰다. 박 의원은 9일 지하철 역사의 공기 질 문제에 대한 개선 대책을 발표한 뒤 ‘박원순 대세론’이 무너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 시장이 토론회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며 “최근 미세먼지 문제나 쓰레기 대란, 청년임대주택, 부동산 정책 등에서 실책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토론회에서 지적이나 비판이 나올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박 시장 측은 “토론 참여를 마다한 사실이 없다”며 “현직 시장이라 선거법 제약 등 검토 사항이 많은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우상호 의원은 박 시장과 바른미래당의 서울시장 선거 경쟁자인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을 겨냥해 “서울시장이라는 자리를 차기 대선을 위한 교두보, 디딤돌로 활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공격했다. 민주당 경기지사 경선은 더욱 혼탁하다. 전해철 의원은 전날 자신과 문재인 대통령 등을 비방한 트위터가 이재명 전 성남시장 부인의 계정이라는 의혹을 밝혀 달라며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했다. 이어 이날 “이 전 시장은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2월 25일 페이스북에 TV 토론을 통한 후보 검증의 당위성을 강조했다”며 토론에 응하지 않는 이 전 시장을 비판했다. 반면 이 전 시장 측은 “경선에 나선 우리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경쟁하되 협력하는 ‘원팀’”이라며 “경쟁하는 동지를 해치거나 원팀을 방해하는 네거티브를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경선 분위기가 과열되면서 선거 홍보에 문재인 대통령을 과도하게 이용하는 일이 많아지자 추미애 대표가 직접 나서 경고했다. 추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서로 정책과 비전을 갖고 적극적으로 경쟁하되 도가 넘는 비방전은 상호 자제하라”며 “어깨띠나 요란한 현수막으로 문 대통령에게 누가 되는 일은 집권당 품격을 떨어뜨리니 자제해 줄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박승원 민주당 광명시장 예비후보 “아군끼리 악의적인 음해 가짜뉴스·흑색선전 즉각 중단하라”

    박승원 민주당 광명시장 예비후보 “아군끼리 악의적인 음해 가짜뉴스·흑색선전 즉각 중단하라”

    박승원 더불어민주당 경기 광명시장 예비후보는 최근 당내 경선이 임박해 오자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와 흑색선전, 가짜뉴스가 도를 넘어 심각한 명예훼손을 하고 있다며 이를 즉각 중단하라고 9일 촉구했다. 박 예비후보는 지난 7일 오후 공천심사 대기 중 상대후보 여성 선거사무원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모 언론사 기사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에 맞서 박 예비후보는 “앞으로 허위사실 유포나 흑색선전, 가짜뉴스 배포 행위에 대해 단호히 법적 조치를 취하고 엄중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 예비후보는 “모 언론사 기사내용 그대로 얘기하면 비좁은 로비에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 있는 상황에서, 그것도 당락을 좌지우지할 만한 후보자 면접을 목전에 앞둔 시기였다. 그런데 ‘공식적으로 일면식도 없는 관계’인 ‘상대 후보측 보좌관’에게 ‘그자리에 있던 다른 보좌관들이 모두 목격하고 들었을 정도로 노골적인 희롱성 발언을 수차례나 했다는 주장과 기사가 과연 앞뒤가 맞는 얘기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그는 “당락 이전에 도의회 원내대표를 지낸 사람으로서 선의의 경쟁자이자 같은 당의 동지들에게 장시간 면접에 대기하는 것이 안쓰러워 면접 후 모두 다 함께 저녁을 먹자고 제안한 것을 왜곡하고 유력 후보를 공격하는 재료로 삼는 현실에 참담함을 금치 못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면접 당일 오후는 비바람이 몰아치고 매우 추운 날씨여서 건강 해치지 않도록 옷을 따뜻하게 챙기시라고 말한 것“이라며 ”상대 후보 보좌관이 불쾌감을 느꼈다는 말을 듣고 전화를 걸어 이미 유감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6월 지방선거는 아군끼리의 싸움이 아닌 광명시 발전을 가로막아온 적폐와의 싸움인데 악의적으로 사실을 과장하고 왜곡해 허위사실을 만들어 내고 조직적으로 유포하는 작금의 현실을 개탄하고 규탄한다”고 덧붙였다. 당일 현장에 있었던 박승원 후보 측 관계자는 “악의적인 왜곡 보도를 한 모 언론사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당내 경선과정에서 허위사실이나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퍼뜨리는 것에 철저한 확인과 검증을 거쳐 민주당 경기도당 가짜뉴스신고센터에 신고하는 등 단호히 법적 조치를 취하고, 엄중히 대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이재명, 전해철 ‘혜경궁 김씨’고발 후 내놓은 반응

    이재명, 전해철 ‘혜경궁 김씨’고발 후 내놓은 반응

    이재명 전 성남시장이 9일 “작은 차이와 갈등을 넘어 잠시 경쟁하는 동지들의 손을 굳게 잡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자리를 놓고 다투는 전해철 의원이 전날 이 전 시장 부인의 계정이라는 의혹을 받는 트위터를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한 이후 나온 첫 반응이다.전 의원은 네티즌들이 ‘혜경궁김씨’라고 부르는 트위터 계정 ‘@08_hkkim’에 대해 “저에 대한 허위와 악의적 비방이 있었는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훨씬 더 패륜적인 내용이 담긴 트위터”라면서 고발 조치한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일한 필승카드 이재명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정권 성공의 견인차가 되겠다”면서 “우리는 경쟁하지만 원팀이다. 내가 아니라 우리가 승리하는 것이 먼저”라고 밝혔다.이 전 시장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방해하는 것이나, 실패를 방임하는 것은 자기 발등찍기에 다름 아니다”라면서 “작은 차이와 갈등을 넘어 잠시 경쟁하는 동지들의 손을 굳게 잡고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길에 함께 가자”고 적었다. 트위터 고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바란다는 면에서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전 의원과 이견이 없음을 강조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시장은 게시물과 함께 문 대통령이 이 전 시장의 어깨를 안아주고 함께 활짝 웃는 장면이 담긴 50초 분량의 동영상을 올렸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김응교 교수 작가의 탄생] 숨막히는 현실, 오지 않는 희망… 그래도 나아가라는 거장

    [김응교 교수 작가의 탄생] 숨막히는 현실, 오지 않는 희망… 그래도 나아가라는 거장

    “자, 이제 가자.” “안 돼.” “왜?” “고도를 기다려야지.” “아, 그렇군.” 바짝 마른 나무 한 그루만 서 있는 빈 무대에 허름한 점퍼를 입은 두 사람이 앉아 구두를 벗으려 애쓴다. 에스트라공(고고)과 블라디미르(디디)는 고도가 올지 안 올지를 두고 대화한다. 도대체 고도는 누구인지, 왜 고도를 기다리는지는 설명하지 않고 싱거운 대화만 몇 번이고 반복한다. 주인과 노예가 잠시 등장하고, 소년이 등장하여 고도가 그날은 오지 않고 내일도 오지 않을 거라고 알린다. 고고와 디디는 왠지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린다. 두 사람은 무의미한 대화로 시간을 때운다. 1막에서는 고고가 가자고 하고, 2막에서는 디디가 가자고 한다. 쓸데없는 장난과 엉뚱한 대화를 듣는 관객이 왜 내가 여기 앉아 있어야 하나 고민할 때 막은 내린다.●파리로 온 작가·화가·철학자 1906년 4월 13일 아일랜드 더블린 근교에서 태어난 사뮈엘 베케트(1906~1989)는 부유한 개신교 집안에서 자랐다. 대학에서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를 전공하고, 졸업 후 파리 에콜 노르말 쉬페리외르에서 2년간 영어를 가르쳤다. 1937년 파리 몽파르나스 언덕에 정착한 베케트는 이듬해 장편소설 ‘머피’를 발표했다. 1938년 1월 6일, 친구들과 영화를 보고 나오던 베케트는 소위 ‘묻지마 폭력’을 당한다. 모르는 청년이 느닷없이 그에게 칼을 휘둘렀던 것이다. 법정에서 범인이 “왜 그랬는지 나도 모르겠다”고 하자 충격을 받은 베케트는 이해할 수 없는 부조리한 인생을 숙고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1941년 파리에서 그는 조국도 아닌 프랑스 레지스탕스 친구들을 돕는다. 더블린의 명문대학을 졸업한 부잣집 아들이 어떻게 이런 위험을 결심했는지 모르지만, 1942년 동지들이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베케트는 시골 농장으로 피신하여 ‘와트’라는 소설을 썼다. 전쟁의 비극 속에서 그는 집중해서 작품을 썼다. 우주의 인연이란 기이한 바, 베케트가 태어나기 5년 전 한 인물이 옆 나라에서 태어났다. 1901년 10월 10일 스위스에서 탄생한 알베르토 자코메티(1901~1966). 스위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후기 인상파 화가였던 아버지 덕에 자코메티는 거대한 서가에서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자코메티는 10세 때부터 소묘와 그림을 그렸으며, 14세 때 동생 디에고를 모델로 처음 흉상을 만들었다. 18세 때 자코메티는 제네바 미술 공예학교에 들어갔다. 자코메티는 눈앞에서 몇 번의 죽음을 목격했다. 아이를 위해 제왕절개를 거부했던 여동생의 죽음을 보았다. 어제까지 함께 베네치아 여행을 즐겼던 병든 할아버지 이야기도 황당하다. 아침에 깬 자코메티는 죽어 있는 할아버지를 발견했다. 그때 자코메티는 깨닫는다. 죽음이란 늘 곁에 있다. 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폭격으로 잘린 팔 등 그는 죽음을 목격하고 강제로 성찰해야 했다. 그의 예술은 죽음이라는 한계에서 탄생했다. 2차 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베케트처럼 자코메티도 파리에 있었다. 그 무렵에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도 파리에 있었다. 세 사람은 양차 대전을 모두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쟁의 비극으로 아수라장이었던 파리라는 공간을 작가 베케트, 화가 자코메티, 철학자 사르트르는 같은 시기에 체험했다. 세 거장은 죽음의 심연을 극복하는 실존주의 문학(베케트)-미술(자코메티)-철학(사르트르)의 연대를 보여줬다. 이후 1953년 1월 파리 몽파르나스 바빌론 소극장에서 초연한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대성공을 거두었다.●기다리는 사람과 걸어가는 사람의 만남 나무 한 그루만 서 있는 텅 빈 무대에서 ‘고도’를 기다리는 고고와 디디가 있다. 처음 이 연극을 보았을 때 홀쭉이와 빵빵이 같은 개그맨이 나와서 만담하는 줄 알았다. 노숙자 복장을 한 괴이쩍은 두 사람은 고도를 기다린다. 고도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고도가 온다는 확신도 없이, 두 사람은 그저 기다리지만 고도는 나타나지 않는다. 기다림 자체가 희망이다. 반세기를 기다렸건만, 고도는 오지 않고 다만 심부름꾼을 보낸다. 디디는 고도의 심부름꾼에게 “나를 만났다고 말해”라고 부탁한다. 두 사람은 견딜 수 없는 시간을 버티기 위해 구두끈을 풀었다 다시 감기를 반복한다. 두 인물이 대체 몇 번이나 구두끈을 풀고 다시 묶는지 세어보다가 포기할 정도다. 어찌보면 이 한심한 방법이 아우슈비츠의 죽음 앞에서도 희망을 꿈꾸었던 생명들이 견뎌내는 방식이었을 것이다. 아니 전쟁이 아니더라도 삶 자체가 얼마나 무의미한지. 베케트는 고도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영어 ‘신’(God)이 무의식에 있어서 절대자를 생각하고 썼을 수도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고 한다. 희망이란, 숨은 신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이 연극이 세계에 널리 알려진 배경에는 자코메티가 있다. 1961년 파리 오데옹 극장에서 ‘고도를 기다리며’를 공연하려 할 때 베케트는 자코메티에게 무대 디자인을 맡겼다. 두 거장은 밤새도록 나무 하나를 구부려도 보고, 꺾어도 보고, 부수고, 다시 세웠다. 목매달아 죽고 싶어도 매달리면 부러질 것 같은 연약한 나무를 구상했다. 나뭇잎이 한두 개 달린 앙상한 나무를 석고로 만들어 마치 뼈다귀 같은 느낌을 줬다. 자코메티와 베케트는 바로 이 지점에서 만났다. 석고로 만든 이 나무 하나로 자코메티는 열매 맺을 수 없는 죽은 나무의 비극을 미니멀리즘 무대 양식으로 표현했다.베케트가 무대 디자인을 자코메티에게 부탁한 까닭은 자코메티가 1년 전인 1960년에 발표한 ‘걸어가는 사람’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작품은 사진으로, 모작으로 하도 많이 봐 와서 별 감동이 없었다. 과연 저 삐쩍 마른 철사 같은 존재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었다. 파리 퐁피두센터 5층에서 저 삐쩍 마른 이상한 작품이 몇 점 있어 한참을 봤지만, 부끄럽게도 모자란 서생은 철사인간의 깊이를 공감할 수 없었다. 뭔 뜻인지 몰랐다. 이번에 예술의 전당 전시회에서 이 작품 하나만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든 묵상하는 방에서 나는 사십여분을 응시했다. 가까이에서 보니 운명을 쏘아보는 듯 눈알이 크고 둥글었다. 원효의 눈부처를 보듯, 저 둥근 눈에 내 눈을 겹쳐 놓으니 가슴이 떨렸다. 대지를 버티는 두툼한 발, 해골 같은 머리를 촬영하면서 저 철사 같은 인간을 내 삶에 전이시켜 보았다. 183㎝ 키의 철사인간을 자코메티는 비정상적으로 늘어뜨리고 불필요한 것은 다 덜어냈다. ‘덜어냈다’는 표현이 대단히 중요하다. 죽음을 곁에 둔 인간이 덕지덕지 무엇을 품고 걸을 필요는 없었다. 자코메티 이전의 화가들은 ‘본 것’을 만들려 했지만, 자코메티는 ‘생각’을 작품으로 표현하려 했다. 동양철학에 깊이 영향을 받은 자코메티는 쓸데없는 것을 다 덜어낸 인간의 모습을 만들었다. 그는 선배 화가 피카소를 향해 엄청난 말도 했다. “난 피카소가 예술가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냥 천재더라.” 자코메티의 말은 무서운 자세를 보여준다. 예술은 명성이나 기술이 아니라, 깊이 있는 사상에서 탄생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피카소는 기술로만 그리는 천재(기술자)일 뿐, 사상을 가진 예술가는 아니라는 비판이다. 나는 피카소와 차원이 다르다는 뜻이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지만, 나는 걷는다. 그렇다. 나는 걸어야만 한다”라는 자코메티의 생각은 사뮈엘 베케트의 정신과 만난다. “우리는 왜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는 걸까요?” “그건 말이야, 인간이 더이상 갈 곳이 없기 때문이지.”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기다리는 인간을 만든 베케트처럼, 자코메티는 걸어가는 인간을 말했다. “모든 것을 잃었을 때, 그 모든 걸 포기하는 대신에 계속 걸어 나아가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좀더 멀리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의 순간을 경험한다. 비록 이것이 하나의 환상 같은 감정일지라도 무언가 새로운 것이 또다시 시작될 것이다.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계속해서 걸어나가야 한다.”●걸어가는 고도가 만든 실존주의 철학 희망이 없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죽음이 앞에 있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기다리는 주인공은 베케트 자신이었다. 동지들이 죽어가는 전쟁 속에서 레지스탕스로 숨어 지내면서 그는 끊임없이 글을 썼다. 고독을 벗하며 쓰고 또 쓰면서 사망 전까지 그는 매년 작품을 발표했다. 자코메티, 베케트, 사르트르는 인간의 비극적인 죽음에서 절망하지 않고, 걷는 인간, 기다리는 인간, 실존주의 철학을 만들어냈다. 그들에게 파리는 창조의 공간인 동시에 죽음을 체험하게 한 공간이었다. ‘고도를 기다리며’에 나오는 두 등장인물의 모습은 요즘도 파리에 많은 집시, 난민, 노숙자의 모습이다. 젊은 시절 나치를 피해 도망쳐야 했던 베케트와 자코메티가 한때 저런 처지가 아니었을까. 꼭 전쟁이 아니더라도, 인간의 삶 자체는 무의미요, 전쟁의 아수라와 유사하지 않은가. 세 사람은 뜬구름 잡는 희망을 말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자살을 유도하는 염세주의를 자극하지도 않았다. 숨막히는 현실에서 오지 않는 희망을 기다리는 세 거장의 자세는 운명을 견디는 잔혹한 낙관주의라 할 수 있겠다. 이 땅에서는 식민지의 어둠 앞에서 쫄지 말고 “눈 감고 가라”고 했던 시인 윤동주, 독재 시대에 아마득한 혁명을 꿈꾸었던 시인 김수영, 제주도에서는 4·3의 비극에 숨죽이며 지금까지 많은 눈물을 삼켰던 이들의 태도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저 철사인간이 바로 내 모습,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여 눈시울이 뜨끈해진다. 무의미한 세계에서 베케트는 금욕적인 수도승처럼 살았다. 사람을 만나지 않고 글쓰기와 연출에만 전념했던 그는 1969년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때도 시상식에 가지 않았다. 자코메티와 함께 잔혹한 낙관주의를 가르쳐 준 베케트는 1989년 12월 22일에 조용히 고도가 있는 곳을 찾아 까마득한 여행을 떠났다. 시인·숙명여대 교수
  • 모란봉악단 대신 삼지연악단을 남에 보낸 김정은의 속내

    모란봉악단 대신 삼지연악단을 남에 보낸 김정은의 속내

    삼지연은 평창올림픽 직전 창설한 악단김정은이 일일이 단원 뽑고 곡목도 정해직접 조직한 모란봉악단은 ‘선군정치’에 어울려남북한 평화무드 어울리는 새 악단 구성한 듯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평창동계올림픽 직전 삼지연관현악단을 창설하고, 단원을 하나하나 직접 뽑고 곡목을 선정하는 등 특별한 관심을 쏟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위원장이 대남관계 개선의 지렛대로 삼은 남북한 예술단 교류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7일 노동신문과 평양방송은 김 위원장이 평창올림픽 기간 서울과 강릉에서 성황리에 공연을 마친 삼지연관현악단에 악기를 선물했다고 보도했다. 두 매체는 “최고영도자 동지께서는 삼지연관현악단의 창설자·총지휘자가 되시어 우리식의 새로운 관현악단을 몸소 무어(어루만져 다스려)주시고 갓 태어난 악단의 공연준비사업을 걸음걸음 손잡아 이끌어주시었다”고 전했다. 매체는 또 “삼지연관현악단의 창작가 예술인들은 높은 예술적 기량과 성실한 연주자세로 제23차 (평창)겨울철올림픽경기대회 축하공연을 짧은 기간에 훌륭히 준비하여 성과적으로 진행함으로써 주체예술의 자랑찬 발전 면모를 뚜렷이 과시했다”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이 삼지연악단을 만들었고 직접 총지휘자를 맡아 직속 관리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또 삼지연관현악단은 2009년 1월 창단된 만수대 예술단 소속의 ‘삼지연악단’과도 별도 조직으로 파악된다.6일 열린 선물 전달식에서는 박광호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참석해 ‘전달사’를 했으며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현송월, 악장 최성일, 연주가 조은주가 ‘결의토론’을 했다. 박 부위원장은 전달사에서 “창작가 연주가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친히 선발해주시고 깊은 밤 이른 새벽에도 현지에 나오시어 곡목 선정과 형상에 시원(시작 부분)에 이르기까지 공연준비 전 과정을 세심하게 지도해주신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동지의 정력적인 영도가 있었기에 삼지연관현악단은 온 남녘땅을 들었다 놓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삼지연관현악단은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방남해 강릉과 서울에서 총 두 차례 공연했고, 지난 3일에는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우리 예술단과 합동공연을 펼친 바 있다.예술, 체육 등 문화분야에 관심이 많은 김 위원장은 권력 승계 초기인 2012년 여성으로만 구성된 전자악단 ‘모란봉악단’을 창설했다. 모란봉악단의 단장이었던 현송월은 2014년 노동신문에 악단 이름을 김 위원장이 직접 지었다고 소개했다. 박춘남 북한 문화상은 모란봉악단에 대해 “음악 정치의 전위대로서 노동당의 선군정치를 뒷받침해 주체혁명의 새 시대를 선도해나가는 사상 전선의 기수”라고 평가한 바 있다. 실제 모란봉악단은 북한이 군사력을 과시할 때 선전도구로 사용됐다. 북한이 2016년 2월 장거리미사일 ‘광명성4호’를 쏜 다음 경축 연회를 열었을 때 모란봉악단은 축하 공연을 펼쳤다. 또 지난해 7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4형’의 2차 시험발사 이후에도 이를 축하하는 무대를 선보인 바 있다.김 위원장은 ‘선군정치’ 이미지에 어울리는 모란봉악단을 방남공연에 보내는 것은 걸맞지 않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대외적으로 ‘정상국가’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김 위원장의 구상을 미뤄봤을 때 모란봉악단을 비롯한 기존 예술단보다는 새로운 형태의 악단을 창설해 남북 화해무드를 조성하고자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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