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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순사건 70주년] “부당한 정권에 대한 저항… 여순사건 아닌 여순항쟁으로 불러야”

    [여순사건 70주년] “부당한 정권에 대한 저항… 여순사건 아닌 여순항쟁으로 불러야”

    14연대, 남로당 결정없이 우발적 봉기 수도점령 같은 목표 없어… ‘반란’ 아냐올해로 70주년을 맞은 ‘여순사건’은 관점에 따라 ‘반란’, ‘폭동’, 사건’, ‘봉기’, ‘항쟁’ 등으로 정의된다. 여순사건을 오래 연구해 온 주철희(53) 박사는 “여순항쟁으로 불러야 한다”고 밝혔다. 주 박사를 ‘여순항쟁 기록전’이 열리는 여수 노마드갤러리에서 지난 15일 만났다. →여순사건을 ‘반란’이나 ‘폭동’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 -군인이 출동 명령을 거부했다는 점 때문이다. 당시 이범석 국무총리는 “극좌와 극우가 공모해 정부를 전복시키려 한 반란”이라고 했다. 그런데 군인 반란에 대한 책임은 군 최고통수권자가 진다. 그래서 송욱 여수여중학교장을 내세워 “좌익분자인 민간인이 반란했고 일부 군인이 참여했다”고 수정했다. 이후 박정희 정권 때 광주 출신 하사관인 지창수가 등장하면서 남로당과 연관된다. →남로당의 지령을 받고 움직여서 ‘반란’인가. -박정희 정권은 ‘남로당 지령을 받은 반란’이라고 규정했고, 여순과 북한을 연결시켰다. 하지만 14연대의 봉기는 남로당의 결정 없이 부대 내 좌익 세력이 제주도 출동을 거부하면서 일어났다. 수도 점령과 같은 목표가 없었다. →무고한 민간인 피해가 있어 ‘사건’으로 규정하기도 하는데. -복합적이지 않은 역사는 없다. 프랑스대혁명은 삼부회의에서 루이 16세 처형까지 3년 넘게 걸렸고 동학농민운동도 2차 봉기까지 이어진다. 5·18 광주민주화운동도 계엄령 확대 조치, 전남대 발포, 학살 등으로 복합적으로 이어졌다. 이것을 모두 ‘사건’으로만 볼 수 있나. →‘항쟁’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상을 정지시키는 항쟁은 폭력을 수반한다. 동학농민들이 관아를 점령하고 아전과 포졸을 죽였다. 경찰이 죽은 것 때문에 ‘항쟁’으로 못 부른다면 동학, 프랑스혁명도 대학살이라고 봐야 한다. →당시 군인들의 행동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 -14연대 군인들은 ‘동족을 살해하라’는 부당한 명령을 거부했다. 이후 여수 지역 민중들이 인민위원회를 건설하는 등 이승만 정권에 대한 불만, 피폐한 사회, 경제적인 상황 등에 저항했다. 14연대만 봉기했다면 ‘14연대 항명’으로 끝났을 것이다. 여수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작전명 발키리’, 1944년 히틀러 암살 미수사건 소재로 한 영화

    ‘작전명 발키리’, 1944년 히틀러 암살 미수사건 소재로 한 영화

    ‘작전명 발키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낮 12시10분 EBS ‘일요시네마’에서는 영화 ‘작전명 발키리’가 방송됐다. ‘작전명 발키리’는 배우 톰 크루즈 주연,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작품으로 2009년 개봉했다. 이 영화는 1944년 실제로 벌어진 ‘검은 오케스트라’의 히틀러 암살 미수사건을 소재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북아프리카 튀니지의 독일 제10기갑사단 소속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은 히틀러의 약속과 달리 전쟁이 무분별한 파괴와 살육으로 점철되고, 유대인 대학살과 같은 비인도적인 나치의 범죄에 염증을 느낀다. 결국 슈타우펜베르크는 조국을 구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 자신이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하고 히틀러 제거를 결심하지만 갑작스러운 연합군 전투기의 공습에 오른쪽 손목과 왼손 약지와 새끼손가락을 잃고 왼쪽 눈도 실명한다. 본국에 실려 와서 치료를 받은 후 올브리히트 장군의 부름을 받은 슈타우펜베르크는 루트비히 베크를 중심으로 하는 반 히틀러 세력에 가담해서 히틀러를 암살하고 ‘발키리 작전’을 실행해서 정권을 장악한다는 계획을 세운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박미경의 사진 산문] 아름답게, 그러나 ‘발언’하는

    [박미경의 사진 산문] 아름답게, 그러나 ‘발언’하는

    아이는 해안가 바위에서 바다를 향해 몸을 던졌을 것이다. 수면과 공중의 한 지점에 몸이 멈춰 있다. 파란 반바지에 노란 샌들, 신나게 물놀이 중인 여름날의 아이다. 사진 프레임 밖에 있을 바위처럼 개구쟁이 친구들도 주변에 여럿 함께일지 모른다.아이의 옷 색깔만큼이나 분명한 시각적 정보에도 불구하고 직관은 다르게도 작동한다. 아이는 마치 허공으로부터 추락하는 듯 보인다. 수면 위에 그려진 동심원의 중앙이 아이의 몸을 빨아들이는 것도 같고, 표정을 알 수 없는 얼굴 역시 수상쩍다. 멀어지면서 점점 짙푸른 물색처럼 불안이 짙어진다. 이것은 진짜 즐겁게 물놀이 중인 아이의 사진일까? 사진의 배경은 일본의 섬 ‘오키나와’다. 누군가에게는 우리나라의 제주도와 같은 아름다운 관광섬이고, 누군가에게는 제주도처럼 전쟁과 학살의 상처를 깊이 지닌 섬이다. 이 사진은 사진가 한금선의 ‘백합이 피었다’ 전시작 중 하나다. 오키나와 해변에서 물놀이하는 아이들을 비롯해 길, 바다, 나무, 비행기가 긋고 지난 창공의 흰 빗금, 해안선을 따라 늘어선 미군기지의 장벽, 놀이기구, 백합꽃까지…. 사진가는 자신이 선 장소에서 맞바라 보이는 풍경과 대상을 찍었다. 그러나 그녀가 찍은 것은 오키나와의 현재가 아니라 과거의 시간이다. 이 공간을 찍으면서 저 너머의 시간을 찍는 일은 가능한가? 지금 여기의 공간에서 공간이 품고 있는 어느 기억을 사진으로 찍는 일.한금선이 2015년에 처음 그곳을 방문했을 때는 오키나와에 대해 잘 모르고 갔다 한다. 사진을 찍기 위한 목적으로 간 것도 아니다. 다만, 일본의 제주도라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관광지로 알려진 해변 곳곳에 미군기지들의 높은 장벽이 둘러쳐진 풍경을 보면서 “시각적으로 또 다른 세계 하나가 더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진가라면 누구나 반응할 수밖에 없는 시각적 코드였기에 절로 사진기가 들려졌다. 그러고는 보이는 풍경 이면이 궁금해졌다.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 다큐멘터리 사진가로서 한결같이 ‘발언이 필요한 곳’에서 사진 작업을 해 왔다. 결국 두 번, 세 번 이어진 방문을 통해 미군기지가 세워진 현재를 중심으로 오키나와 학살을 비롯한 참혹한 과거사로 들어갔다. 군사기지가 늘비한 풍경 안에 감춰진 전쟁과 학살의 상처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살아남은 오키나와 주민들의 증언을 통해 변방의 섬인 오키나와의 역사를, 가족이 가족을 죽여야 했던 대학살의 이야기를 들었다. 학살 터들을 다녔고, 생생하게 그려진 오키나와 학살도를 보았다. 지역 사진가들이 남겨 놓은 당시의 기록들을 보면서 사진이 들려주는 증언도 들었다. 온몸으로 들어서 온몸이 아팠다. 이후로 아름다운 관광섬으로서 눈앞에 펼쳐진 오키나와의 지금 풍경이 전혀 다른 느낌으로 굴절됐다.” 실제로는 바닷물 속에서 헤엄을 치며 노는 중인 아이를 프레임에 담아 셔터를 누른 것인데, 정서적으로는 그 바다로 사라졌을지 모를 누군가를 찍고 있었다. 그러자 눈앞에 펼쳐진 평이한 풍경들이 분절되거나 구부러지면서 그 풍경 안에 내재돼 있던 불안이 함께 찍혔다. 유난히 발달한 사진가 한금선의 통각이 풍경에 개입해 ‘한금선의 오키나와’인 ‘백합이 피었다’를 이룬 것이다. 빛과 색감, 구도 등 물리적으로 아름다우면서, 그러나 ‘발언’하는.
  • 이·팔 첫 평화협정 뒷얘기 국립극단 무대에 오른다

    이·팔 첫 평화협정 뒷얘기 국립극단 무대에 오른다

    지난해 토니상 작품상 등을 휩쓴 화제의 연극 ‘오슬로’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한국에서 초연된다.국립극단은 올해 하반기 해외 신작으로 ‘오슬로’를 선보인다고 2일 밝혔다. 이성열 예술감독이 취임 후 처음으로 직접 연출을 맡는다. ‘오슬로’는 1993년 9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정상이 최초로 체결한 평화협정의 숨겨진 뒷얘기를 다룬 한 편의 정치 스릴러다. 노르웨이 오슬로 외곽에서 진행된 사전협상의 이름을 딴 ‘오슬로 협정’은 이스라엘 이츠하크 라빈 총리가 암살당하면서 원점으로 돌아간다. 작품의 중심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 비밀협상의 다리를 놓는 노르웨이인 외교관 ‘모나 율’과 그의 남편 ‘티에유 로드-라이센’이 있다. 모나 율 역은 ‘어쩌면 해피앤딩’, ‘닥터 지바고’ 등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은 전미도가, 티에유 로드-라이센 역은 연극계 ‘블루칩 배우’로 꼽히는 손상규가 각각 맡아 열연한다. 여기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였던 아메드 쿠레이(김정호 역)와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전 총리(강진휘 역) 등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한 인물들로 무대를 꾸민다. 이 예술감독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과 평화로 가는 길이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그러던 중에 한반도의 상황도 적에서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고 이번 작품에 남북관계 이슈를 투영했음을 시사했다. ‘오슬로’를 쓴 극작가 JT 로저스는 1980년대 미·소 정보기관과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다룬 ‘피와 선물’, 르완다 대학살 문제를 다룬 ‘오버워밍’ 등 국제사회의 무거운 주제들을 다루며 주목받았다. ‘오슬로’는 현재 영화 ‘라라랜드’, ‘스파이 브릿지’ 등을 만든 제작진에 의해 영화화가 진행 중이다. 공연은 오는 12일부터 11월 4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이·팔 첫 평화협정 뒷얘기 국립극단 무대에 오른다

    이·팔 첫 평화협정 뒷얘기 국립극단 무대에 오른다

    지난해 토니상 작품상 등을 휩쓴 화제의 연극 ‘오슬로’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한국에서 초연된다. 국립극단은 올해 하반기 해외 신작으로 ‘오슬로’를 선보인다고 2일 밝혔다. 이성열 예술감독이 취임 후 처음으로 직접 연출을 맡는다. ‘오슬로’는 1993년 9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정상이 최초로 체결한 평화협정의 숨겨진 뒷얘기를 다룬 한 편의 정치 스릴러다. 노르웨이 오슬로 외곽에서 진행된 사전협상의 이름을 딴 ‘오슬로 협정’은 이스라엘 이츠하크 라빈 총리가 암살당하면서 원점으로 돌아간다. 작품의 중심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 비밀협상의 다리를 놓는 노르웨이인 외교관 ‘모나 율’과 그의 남편 ‘티에유 로드-라이센’이 있다. 모나 율 역은 ‘어쩌면 해피앤딩’, ‘닥터 지바고’ 등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은 전미도가, 티에유 로드-라이센 역은 연극계 ‘블루칩 배우’로 꼽히는 손상규가 각각 맡아 열연한다. 여기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였던 아메드 쿠레이(김정호 역)와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전 총리(강진휘 역) 등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한 인물들로 무대를 꾸민다. 이 예술감독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과 평화로 가는 길이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그러던 중에 한반도의 상황도 적에서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고 이번 작품에 남북관계 이슈를 투영했음을 시사했다. ‘오슬로’를 쓴 극작가 JT 로저스는 1980년대 미·소 정보기관과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다룬 ‘피와 선물’, 르완다 대학살 문제를 다룬 ‘오버워밍’ 등 국제사회의 무거운 주제들을 다루며 주목받았다. ‘오슬로’는 현재 영화 ‘라라랜드’, ‘스파이 브릿지’ 등을 만든 제작진에 의해 영화화가 진행 중이다. 공연은 오는 12일부터 11월 4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양진건의 유배의 뒤안길] 아이들을 위한 나라

    [양진건의 유배의 뒤안길] 아이들을 위한 나라

    폭염 속에서 어린이집 버스 안에 7시간 정도 갇혀 있던 4세 아이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뜨거운 증기로 쪄서 죽이는 것을 증살(蒸殺)이라 하는데 ‘광해군일기’에 따르면 강화도에 유배됐던 9살 영창대군이 그렇게 죽었다. 이런 야사에나 나옴직한 사건이 지금도, 그것도 거의 매년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다니 끔찍할 뿐이다. 그런가 하면 어린이집 교사가 생후 11개월 아이에게 이불을 뒤집어씌운 다음 온몸으로 짓눌러 질식사시킨 일도 발생했다. 낮잠 자지 않는 아이를 재우려고 그렇게 했다는데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 어른이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아이들마저 이렇게 ‘위험사회’에 완전히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돌이켜 보면 영문도 모른 채 죽어 간 아이들이 많았다. 제주도 북촌에는 ‘너분숭이’라고 밭일하던 주민들이 쉬던 넓은 돌밭이 있다. 이곳에는 현재 아기무덤 20여기가 있어 4·3 당시 참혹했던 대학살을 증언하고 있다. 북촌국민학교에 집결했던 주민들을 군인들이 끌고 나가 집단 총살을 했던 것인데 시체들이 마치 무를 뽑아 놓은 것 같이 널브러져 있었다고 했다. 제주 해안에서는 ‘애기산’이라 부르는 오래된 아기무덤들을 지금도 만날 수 있다. 아기는 관에 넣어 잘 매장하면 다른 자식들에게 안 좋다는 속설 때문에 묘도 조그맣고 무덤을 둘러싼 돌담도 엉성하다. 아기가 죽으면 나무에 묻는 인도네시아 부족이 있다. 이들은 바람이 나무에 묻힌 아기의 영혼을 멀리 날려 보내 준다고 믿는다고 한다. 제주 해안의 아기무덤은 혹시 바닷바람을 빌려 아기의 영혼을 멀리 날려 보내기 위함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어떤 일이 있어도 아이들을 안전하게 출산하고, 양육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정부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은 보조금 위주의 정책에 머물고 있다. 조속히 출산과 육아 관련 사회 인프라를 전면 개편함으로써 누구나 안전하게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도록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27개월 아이가 외할아버지 승용차에 4시간여 방치돼 있다가 숨진 채 발견된 사고도 불안전한 황혼 육아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건이다. 그럼에도 제주도에는 아름답고 특이한 출산 스토리들이 많다. 제주 유배인 김정(金淨)은 새 그림을 잘 그려 산초나무에 박새가 앉아 있는 ‘산초백두도’(山椒白頭圖)를 남겼다. 조선 후기 서화 수집가였던 김광국이 “오직 이 한 폭을 머뭇거리다가 큰 바다에서 얻어 보존하게 됐다”고 쓴 것으로 보아 이 그림은 김정이 제주에서 그린 것이 확실하다. 예로부터 한라산 산초나무는 열매가 잔뜩 열리는 데다 방을 들일 때 진흙에 이겨 벽에 바르면 그 향기와 온기가 보존되고 사악한 기운을 막아 줘 아이를 많이 낳게 해준다고 했고, 그런 방을 초방(椒房)이라 했다. 이런 방에서 아이를 갖는 부부들은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 또한 달밤에 제주도 삼양 해변의 운모 성분이 많은 검은 모래로 여자들이 찜질을 하면 출산력을 얻는다고도 했다. 이런 독특한 출산 스토리들과 함께 다른 지역에 비해 안전한 환경 덕분인지 현재 제주도는 놀랍게도 셋째 아이의 출산율이 전국 1위다. 참으로 소망스러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제주도에서 셋째 아이를 많이 낳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다양한 차원에서 제대로 알 수만 있다면 국가 재앙 수준인 저출산 문제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돈이 아니다. 안전한 행복이다. 출산과 육아는 특히 그렇다.
  • 톈안먼 사태 희생자 유족들 시진핑에 서한

    4일은 중국 톈안먼 사태 29주년이다. 중국 정부의 검열 때문에 ‘5월 35일’이라는 가상의 날로 불리는 현상이 방증하듯 공산당 지도부에게 텐안먼은 지우고 싶은 역사일 뿐이다. 공산당은 텐안먼 사태를 ‘반혁명적 반란’으로 규정하고 교과서뿐 아니라 책, 영화, 인터넷 등에서 언급하는 것조차 금지하고 있다. AFP통신은 3일 톈안먼 사태 희생자 유족들로 구성된 톈안먼 어머니회가 당국의 삼엄한 감시 속에서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지난달 31일 공개서한을 보냈다고 전했다. 유족 128명은 이 서한에서 “지난 29년간 당국의 누구도 안부를 묻거나 사과의 뜻을 전하지 않았다”며 “세상을 놀라게 한 대학살이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됐다”고 호소했다. 유족들은 이어 “톈안먼 유혈 진압 사태는 국가가 인민에게 저지른 범죄 행위로 반드시 재평가가 이뤄져 법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며 진상, 배상, 문책 등 3대 요구를 내놓았다. 중국 영토 중 홍콩에서만 유일하게 매년 6월 4일 빅토리아 공원에서 공개적으로 기념행사를 연다. 중국 내 반체제 인사들은 가택 연금, 발언 금지, 강제 여행 등 압박을 받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톈안먼 사태 당시 무력진압을 반대하다 실각한 자오쯔양(趙紫陽) 전 총서기의 정치비서인 바오퉁(鮑)이 가택 연금된 상태에서 발언조차 금지당했다고 전했다. 톈안먼 사태에 홍콩 대학생으로 참여했던 인권 변호사 케네스 램은 “29년 전 군인들이 발포를 시작하자 시위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홍콩인은 할 만큼 했으니 살아남아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려야 한다고 등을 떠밀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당시 맨몸의 중국인들을 깔아뭉갰던 탱크는 시속 60~70㎞로 느껴질 정도의 빠른 속도로 덮쳤다고 증언했다. 중국 관영언론은 톈안먼 사태 희생자가 1만명에 이른다는 영국 외교부의 기밀문서 내용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만명은 당시 베이징에 있던 모든 대학생을 합친 숫자로 유족 어머니들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사망자는 188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여기는 중국] 일본군 제복 입고 활보한 한 中 남성에 비난 쏟아져

    [여기는 중국] 일본군 제복 입고 활보한 한 中 남성에 비난 쏟아져

    중국의 한 남성이 제2차 세계대선 당시 일본군이 입었던 복장으로 결혼식 퍼레이드를 펼쳤다가 온 국민의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29일 보도에 따르면 최근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된 영상은 36세의 남성 리(李)씨가 일본군 복장을 한 채 총을 들고 톈진의 한 도로에서 결혼식 퍼레이드를 펼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영상 속 남성은 오토바이에 탄 채 격한 몸짓과 표정으로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일본에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일부 중국인 사이에서는 이 남성에 대한 격한 비난이 쏟아졌다. 이번 논란은 최근 중국 당국이 공산당의 역사에 대해 왜곡하는 행동을 할 경우 이를 법적으로 처벌하는 새로운 법안을 내놓은 지 한 달 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나온 것이라 더욱 사회적인 이슈가 됐다. 새로운 법이 발효되기도 전, 중국 현지에서는 이 남성의 행동이 당국의 지침과 법규에 위배된다고 비난했다. 비난이 불거지자 이 남성은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내 행동을 불편하게 느낀 사람들에게 사과한다. 당시 나는 결혼식 직전, 친구들과 온라인으로 공유할 항일 영화를 찍고 있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나는 10년 전 군인으로 일했으며 이번 사건은 완전한 오해다. 앞으로는 공공장소에서 이런 종류의 옷을 입는 것을 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 당국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애국주의와 배척되는 행동에 법적 제재를 가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난징대학살 기념관 인근에서 일본 제복을 입고 퍼포먼스를 벌이던 남성 2명이 15일간 구금됐다. 당시 경찰은 “구금된 이들은 국가 정서에 심각하게 불경스러운 사회적 영향을 초래했다”고 설명했으며, 왕이 중국 외교부장관 역시 이들을 두고 “중국 국민의 쓰레기”라고 격하게 비난했다. 한편 결혼식을 기념해 일본군 제복을 입고 퍼레이드를 펼친 남성에 대한 법적 조치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국가 없는 곳’ 파고든 나치즘

    ‘국가 없는 곳’ 파고든 나치즘

    블랙 어스/티머시 스나이더 지음/조행복 옮김/열린책들/616쪽/2만 8000원 히틀러의 매니저들/귀도 크노프 지음/신철식 옮김/울력/512쪽/2만 4000원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이 자행한 600만명의 유대인 대학살을 일컫는 ‘홀로코스트’. 우리는 이 유례없는 비극에 관해 미치광이 히틀러와 이를 추종한 부역자, 전체주의에 휘둘린 독일 국민, 그리고 ‘가스실’로 상징화한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떠올린다.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자. 군수 공장을 돌리기 위한 강제 노동 수용소는 독일 곳곳에 있었지만, 유대인들을 죽이려 만든 나치의 ‘절멸’ 수용소는 독일에 없었다. 이들 절멸 수용소가 독일과 소련의 중간지대에 있는 폴란드와 같은 동유럽 국가들에 자리한 점을 특히 주목하자. 유대인이 그토록 미워 모두 죽이려 했다면 굳이 이들을 기차에 태워 대륙을 가로질러 동유럽에 실어 나른 다음 죽일 필요가 있었을까.‘블랙 어스’의 저자 티머시 스나이더는 ‘이중 점령’과 ‘국가 없는 상태’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홀로코스트를 재해석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히틀러는 독일을 다시 풍요롭게 만드는 길을 생각했다. 유대인들을 추방하고 게르만족 대제국을 건설하겠다는 구상을 실현하는 방법은 다른 국가를 침략하고 땅을 뺏고 파괴하는 일이었다. 집권하자마자 독일 공산주의 세력에 대한 탄압을 시작한 히틀러는 불가침 동맹을 파기하고 1941년 소련을 침공한다. 전선은 바로 2년 전 소련에 점령당했던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에 그어졌다. 스탈린이 잔혹하게 파괴했던 이곳은 독일에 의해 재차 파괴된다. 이를 뜻하는 게 바로 ‘이중 점령’이다. 히틀러는 이 지역에 관해 “국가가 존재한 적이 없다”며 국가의 흔적을 없애기 시작했다. 여기에 히틀러의 유대인에 관한 혐오가 합쳐지며 독일의 특수임무단이 잔혹한 학살을 시작했다.스나이더는 누가 어디에서 죽었는지를 따졌다. 독일에 굴복했지만, 국가 제도가 남아 있던 북유럽의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나 프랑스 등에서 유대인은 함부로 체포되거나 살해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중 점령당한 ‘국가 없는 곳’들의 유대인은 야만인 취급을 받았다. 스나이더는 이런 점에서 “홀로코스트는 혐오 감정 하나만으로 유대인을 학살한 광란의 파티가 아니었다”면서 “국가가 부재한 상황에서 비국민으로 분류된 이들에 대한 체계적 학살”이라고 주장한다.이 과정에서 히틀러를 도왔던 이들도 눈여겨보자. 독일 저널리즘 학자이자 독일 공영방송 ZDF 현대사 편집국장을 지낸 귀도 크노프의 ‘히틀러의 매니저들’은 부역자 6명의 이야기를 다뤘다. 알베르트 슈페어, 베른헤어 폰 브라운, 알프레트 요들, 크룹 가의 구스타프 크룹(과 알프리트 크룹), 페르디난트 포르셰, 히얄마르 샤흐트다. 이들은 설계사, 엔지니어, 군인, 기업가, 은행가로서 빼어난 능력을 보였던 사람들이다. 크노프는 이들이 히틀러와 어떻게 연결돼 전쟁 범죄에 가담케 됐는지 설명한다. 특이한 점은 이들이 초반부터 히틀러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한 사람들은 아니었다는 것. 예컨대 독일의 국민차 폭스바겐을 개발한 페르디난트 포르셰는 자금난에 막혀 자동차 개발에 어려움을 겪자 히틀러에게 접근했다. 정치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이 기술자는 히틀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서 결국 군수 무기까지 만들었다. 크노프는 이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자 했던 점에 주목했다. 성공에 매몰되면서 자신들의 행위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곱씹을 수 없었다. 실제로 이들 대부분은 전쟁이 끝난 뒤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책은 그들의 삶을 좇으면서 어떻게 그들의 삶과 행위가 악의 형상으로 변모돼 가는지 보여 준다. 2차 세계대전에서 히틀러의 끔찍한 범죄가 벌어지게 된 이유를 살펴본 ‘블랙 어스’와 히틀러를 돕는 이들을 추적한 ‘히틀러의 매니저들’은 우리에게 인간성이란 어떤 것인지, 그리고 국가의 광기 앞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 묻는다. 스나이더는 “우리가 1930~1940년대 유럽인보다 윤리적으로 우월하다 자신할 수 있느냐”고, 크노프는 “범죄 국가에서 정의와 불의 사이에 쳐진 울타리가 허물어진다면 도덕적으로 판단할 수 있느냐”고 질문한다. 위기가 다가온다면 홀로코스트는 언제든 또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두 권의 책은 과거를 이야기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미래를 묻는 책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와 그 뒤 이어진 독재정권을 건너온 우리야말로 이 물음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트럼프 “예루살렘 美 대사관 개관식 참석할 수도”

    팔레스타인 분노 거세질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4일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 개관식에 참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공인 수도로서 예루살렘의 국제적 지위에 쐐기를 박고 다른 동맹국들의 대사관 이전을 유도하겠다는 발언이나 팔레스타인의 분노가 거세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식에 참석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마도 이번 달에 방문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미국이 앞서 이스라엘에 통보한 사절단 명단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은 없었고 장녀 이방카 보좌관과 유대인 출신 사위 재러드 쿠슈너 보좌관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앞서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사관 개관식에 참석하기를 원한다”고 밝힌 바 있어 이번 발언은 네타냐후 총리의 요청에 화답하는 모양새가 됐다.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 합의 폐기에 힘을 실어 주기 위해 지난달 30일 ‘이란은 거짓말했다’고 자료를 공개한 데 따른 보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미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할 것이라고 발표해 마찬가지로 예루살렘을 수도라고 주장하는 팔레스타인의 분노를 불렀다. 이스라엘 정부는 예루살렘 미국 대사관 개관식을 계기로 다른 나라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도 설득할 계획이다. 이미 과테말라가 미국을 따라 주이스라엘 대사관 이전 계획을 공표한 상태이며 온두라스, 토고, 파라과이,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또한 대사관 이전을 검토 중이다. 다만 중동 순방에 나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날 팔레스타인 라말라에서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회동한 뒤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침없는 행보는 최근 미국·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 간 형성되고 있는 연대감에서 비롯된 측면도 큰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아바스 수반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자치회의에서 “유대인은 수세기 동안 주기적으로 대학살을 겪었다”면서 “이 같은 유대인 대상 증오는 종교 정체성 때문이 아니라 고리대금업과 은행업 등 유대인의 사회적 기능 때문”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나치의 홀로코스트가 악덕 고리대금업자 같은 유대인들 때문에 초래됐다는 의미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팔레스타인 압바스 “홀로코스트 유대인 파렴치한 돈놀이 때문”

    팔레스타인 압바스 “홀로코스트 유대인 파렴치한 돈놀이 때문”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홀로코스트 대학살은 반유대주의 때문이 아니라 유럽 거주 유대인들의 금융 행위 때문이라고 지적해 이스라엘 정치인과 인권 운동가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압바스 수반은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의 라말라에서 드물게 열린 팔레스타인 국민의회(PNC) 회의 연설을 통해 이런 견해를 밝혔다. PNC는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의 입법기관 역할을 한다. 그는 팔레스티니안 TV를 통해 생중계된 90분의 아라비아어 연설을 통해 유럽 유대인 역사에 대한 팔레스타인 지도자의 견해를 소개하는 섹션을 통해 자신의 발언이 “유대 시온주의 저자 3명이 쓴 책에서 언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동유럽과 서유럽의 유대인들이 세기를 달리하며 학살의 희생양이 됐으며 그 결과 홀로코스트가 벌어졌다고 주장하면서 “그러나 왜 이런 일이 벌어졌겠느냐”고 묻고는 “그들은 ‘유대인이니까 그런 것‘이라고 말하지만 세 유대인 저자들은 세 권의 책을 통해 유대인에 대한 적개심은 종교적 정체성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기능 때문에 생겨났다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건 완전 다른 이슈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유럽 전체에 만연해 있는 이런 감정이 믿음 때문이 아니라 고리대금업(파렴치한 돈놀이)와 은행 등등과 연결되는 사회적 기능 때문에 벌어진다”고 덧붙였다. 압바스는 나아가 독일과 북동유럽의 유대인을 총칭하는 아슈케나지 유대인은 사실 셈족이 아니며 셈족과는 어떤 연관도 없다고 단언했다. 아슈케나지 유대인은 이스라엘 인구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여러 총리를 배출한 최대 커뮤니티다.그런데 그가 홀로코스트에 대한 견해를 밝혀 논란을 일으킨 것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1980년대 초반 학사학위 논문을 통해 2차 세계대전 전에 “나치즘과 시온주의 사이에 비밀스러운 관계”가 있었으며 홀로코스트 희생자 수가 600만명이란 것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2003년에는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철회했다. 그는 “홀로코스트는 유대 민족에 대한 끔찍하고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이며 인류에 의해 용납될 수 없는 범죄”라고 규정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대변인은 “반유대적이며 가련한” 발언이라고 밝혔다. 미카엘 오렌 이스라엘 외교부 차관은 트위터에 “마무드 압바스가 돈놀이나 하는 유대인들이 홀로코스트를 자초했다고 말한다. 이런 사람이 평화의 파트너란다”고 비꼬았다. 가장 최근에 열린 양측의 평화회담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중인 2014년에 열렸지만 결렬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취임한 뒤에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공언하는 등 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은 훨씬 더 옅어진 것으로 관측된다고 영국 BBC는 1일 전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송혜민의 피플스토리+] ‘난징대학살 생존자’는 이렇게 살아냈습니다

    [송혜민의 피플스토리+] ‘난징대학살 생존자’는 이렇게 살아냈습니다

    난징대학살, 이름만으로도 끔직한 이 사건은 1937년 중일전쟁 당시 중국의 난징을 점령한 일본군이 저지른 대규모 학살사건입니다. 정확한 피해자 숫자는 확인할 수 없지만, 약 6주간 20~30만 명에 달하는 난징인이 잔인하게 학살됐고, 강간 피해를 입은 여성의 수도 2~8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온 도시가 불타고, 찢기고, 피 흘리는 지옥과도 같았던 그때, 선교사 등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생존자들이 있습니다. 현재까지 중국 정부가 파악한, 처절했던 난징대학살을 기억하는 생존자는 100명도 채 되지 읺습니다. 이 생존자들, 무려 80여 년의 세월을 어떻게 보냈을까요. 그들의 역사를 조금이나마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중국 신화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지난 3일, 난징대학살 생존자 30명의 역사를 담은 사진을 한 자리에 모은 사진전 ‘난징대학살 생존자 가족 영상전’ 기념식이 열렸습니다. 이날 자리에는 끔찍했던 과거에서 한 걸음씩 벗어나 현재를 살아온 서른 명의 생존자와 그의 가족이 참석했습니다. 전시회에는 생존자의 간략한 신상정보와 난징대학살 당시의 모습, 그리고 현재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나란히 전시됐는데요. 이들의 사진 곁에는 생존자가 희망으로 일군 가족의 가족 단체 사진이 나란히 걸려 있습니다. 언뜻 보면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평범한 가족사진이지만, 생존자에게는 지옥 같았던 과거에서 벗어나 현재를 있게 한 이들을 한데 모은 가장 특별한 사진이겠죠. 이 사진들은 중국 관영 신화통신 소속 사진작가들이 지난해 촬영한 것입니다. 사진전 주최측은 “이 전시는 중국인이라면 난징대학살과 같은 역사를 결코 잊을 수 없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생존자들이 새로운 삶을 포용하기 위해 과거의 그늘에서 벗어나려 노력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어떤 종류의 역경이 있더라도 다시 태어나고 또 번영할 것”이라며 생존자와 그의 가족들이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단 한 번의 끔찍한 경험은 눈을 감는 그 날까지 쉽사리 지워지지 않습니다. 난징대학살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의 가족사진은 그래서 더욱 뜻 깊습니다.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니까요.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강간 이데올로기’에 맞서 싸워라

    ‘강간 이데올로기’에 맞서 싸워라

    용두사미로 끝날까봐 우려 크지만 성폭행 드러낸 건 여성 혁명 시발점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수전 브라운밀러 지음/박소영 옮김/오월의봄/696쪽/3만 4000원하나로 모인 여성들의 목소리가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고백을 계기로 법조계에서 터진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이 문단, 문화예술계로 옮겨붙는가 싶더니 종교계, 교육계, 의료계, 정치권 등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피해자들의 피해 사실만을 폭로하고 근본적인 변화 없이 용두사미로 끝나는 거 아니냐고 우려하지만 미투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여성 혁명의 시작임이 분명하다.미투는 미국의 사회운동가 타라나 버크가 2006년 성폭력 희생자들을 위한 비영리 기관을 만들면서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불길은 할리우드로 번져 지난해 10월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각종 성희롱과 성추행을 까발린 뒤 전 세계로 확산 중이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오래전에 미투 운동을 독려한 책이 있었다. 여성주의 활동가 수전 브라운밀러가 지은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다. 1975년 출간된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는 이번에 처음으로 완역돼 나왔다. 1990년대 이 책의 일부를 발췌해 번역한 책이 있었지만 절판됐다가 최근 미투 바람을 타고 제대로 모양을 갖춰 나왔다. 국내 출간이 늦었던 것은 70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에 문장이 번역하기 쉬운 편이 아닌 탓도 있었다. 일찍이 이 책의 가치를 높이 산 출판사 오월의봄은 번역과 편집에 각각 1년씩 공을 들인 뒤 세상에 책을 내놓았다. 43년 만에 국내에 소개됐지만 이 책에서 지적하는 남녀 간 불평등한 구조와 여기서 비롯되는 성폭력 문제가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1935년생인 저자는 미국 브루클린의 유대인 중하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2차 대전 당시의 유대인 대학살인 홀로코스트 역사를 배운 것이 후일 사회적 약자를 향한 집단적 폭력에 맞서는 운동가가 된 계기였다고 회고한 바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뉴스위크와 NBC 등에서 저널리스트와 저술가로 활동한 그녀는 1968년부터는 여성 단체 ‘뉴욕 급진 페미니스트’의 일원으로도 활약했다. 1971년 이 단체가 주최한 ‘강간 말하기 대회’와 ‘강간에 관한 주말 학술 대회’는 그녀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됐다. 여성들의 성폭력 증언을 접한 뒤 상상치 못한 남자들의 폭력성과 성폭력이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엄청난 충격에 휩싸인 것이다. 저자는 4년간 도서관에 파묻혀 강간에 대한 역사 기록을 섭렵해 여성의 관점에서 강간에 대한 정의를 새로 썼다. 저자는 “모든 남성이 모든 여성을 공포에 사로잡힌 상태에 묶어 두려고 의식적으로 협박하는 과정”을 강간이라고 일컫는다. 강간을 가능하게 한 근본적인 원인은 생물학적인 측면이 아니라 자신보다 신체적으로 약하고 자기방어 수단을 지니지 않은 여성들을 목표로 삼아 저지르는 권력 범죄라는 것. 강간 이데올로기를 공유하는 남성들의 강간 문화는 책과 영화, 노래, 언론 보도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끊임없이 재생산되며 지금까지도 사회의 전 영역에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서 성폭력 범죄를 완전히 근절하기까지 긴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인정한다. 문화 생산물에 속속 스며들어 있는 여성에 대한 성적 적대 행위와 만연한 폭력 미화, 법 집행자 대다수가 남성인 현실에서 여성의 현실을 반영한 법을 다시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1970년대 미국에서 일어난 급진 페미니즘 운동에 의미를 부여하며 여성 운동에서 미래를 찾는다. 강간을 수치스러워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드러내 놓고 말할 수 있는 범죄로 만든 것 자체를 이미 혁명의 시작으로 본다. 실제로 미국에서 1970년대 일어난 강간 반대 운동은 24시간 직통전화가 가능한 강간 위기대응 센터, 강간 범죄 법제화 연구 모임, 병원 응급실과 연계하는 강간 대응 프로젝트로 이어지는 성과를 거뒀다. 이에 싸울 줄 아는 여성이 되라고 촉구한다. “반격하라. 우리가 스스로의 힘으로 불균형을 바로잡고, 우리 자신과 남성들을 강간 이데올로기로부터 벗어나게 하고자 한다면, 우리 모두가 여러 층위에서 함께해야만 하는 일은 바로 맞서 싸우는 것이다.” 물론 저자는 완벽한 성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여성만큼이나 남성의 이해와 선한 의지도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그녀의 말대로 “강간의 미래를 단호히 부인할 차례”인 우리가 지금 읽어 봐야 할 책이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한 여성 이방인의 비극 뒤 日사회 어둠 있었다

    한 여성 이방인의 비극 뒤 日사회 어둠 있었다

    어둠을 먹는 사람들/리처드 로이드 패리 지음/김미정 옮김/알마/560쪽/1만 9800원지난 2000년 7월, 일본 도쿄에서 발생한 영국 여성 루시 블랙맨 실종 사건을 추적한 르포르타주다. 도쿄에서 호스티스로 일하던 루시 블랙맨은 실종 이듬해에 토막 난 시체로 발견됐다. 범인은 부동산업자인 48세 남성 오바라 조지. 김성종이란 한국 이름을 가진, 한국인 이민 2세대였다. 사건 자체야 단순했지만, 이면에 뭔가 거대한 배경이 웅크리고 있음을 직감한 저자는 무려 10년 동안이나 사건의 배경을 추적했다. 책은 피해자의 삶 등 여러 일을 들춰보고 있지만 우리에겐 아무래도 범인이 한국인 2세라는 것이 가장 관심이다. 오사카 최고의 갑부였던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은 오바라는 버블 경제의 호황 속에 엄청난 재력가로 성장했다. 동시에 그의 사생활도 비뚤어져 갔다. 그의 집에선 각기 다른 여성을 강간하는 장면이 담긴 150개의 비디오테이프와 노트 등이 발견됐다. 일본 언론에서는 1000개부터 4800개에 이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법정에는 40개가 제출됐다. 일본 법정에선 자백을 중시한다. 그러나 오바라는 자백을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경찰이 한 말이 걸작이다. “대부분의 범인들은 자백을 하는데…, 오바라 조지는 일본인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범인의 집까지 찾아갔으면서도 소득 없이 돌아선 무능함을 감추려다 보니 어이없이 인종적 편견까지 드러내고 만 셈이다. 저자는 일본 경찰이 오바라에게 피해를 당한 호스티스들의 고발에 진작 귀를 기울였더라면 루시 같은 피해자가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거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경찰은 그들이 외국인이거나 혹은 ‘불건전한’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는 이유로 관심을 갖지 않았고 결국 비극을 초래하고 말았다. 대법원까지 가는 치열한 법정 다툼 끝에 오바라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여러 건의 살해와 강간 혐의가 걸린 그의 판결에서 루시에 대한 살해 혐의만큼은 무죄였다. 그는 72세가 되는 2030년 이전에는 풀려나지 못하겠지만, 그 이후는 알 수 없다. 저자의 표현처럼 오바라 조지는 분명 사회의 음지에 돋아난 “뒤틀린 검은 나무”다. 하지만 저자는 그 이면에 간토대지진 직후의 조선인 대학살, 버블 경제와 함께 독버섯처럼 자라난 일본 풍속 산업의 기괴한 실태, 일본의 어두운 과거와 이방인들의 분열된 삶, 관료 조직의 무능과 안일함 등 거대하고 음습한 배경이 똬리를 틀고 있다고 본다. 저자는 이를 뭉뚱그려 이렇게 통박하고 있다. “오바라의 혈통이 무엇이건 간에 그는 일본에서 만들어졌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씨줄날줄] 동구타 학살극/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동구타 학살극/이순녀 논설위원

    2016년 8월, 온몸에 먼지와 피를 뒤집어쓴 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앰뷸런스 안에 홀로 앉아 있는 5살 소년의 모습이 전 세계를 충격과 분노에 떨게 했다. 시리아 내전 격전지인 알레포의 무너진 잔해 더미에서 막 구출된 아이의 텅 빈 눈빛은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참상이 얼마나 끔찍한지를 단번에 보여 줬다.반군에 장악된 북부 도시 알레포를 탈환하기 위해 시리아 정부군은 2012년부터 4년에 걸쳐 학살이나 다름없는 대대적인 공습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수천 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해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졌지만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시리아군은 러시아군의 지원을 등에 업고 무차별 폭격을 가한 끝에 2016년 12월 알레포에서 피로 물든 승전을 선포했다. ‘알레포 대학살’의 비극이 채 잊히기도 전에 시리아군이 또다시 무자비한 반군 박멸에 나서면서 제2의 알레포 사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반군 지역 동(東)구타가 타깃이다. 동구타는 2011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맞서 가장 먼저 반정부 시위를 벌인 곳이자 반군의 마지막 주요 거점 지역이다. 알카에다 계열인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샴 등이 장악하고 있다. 시리아 정부는 그동안 정권에 더 위협적인 홈스와 알레포 반군 격퇴에 집중하느라 동구타 지역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다 알레포 탈환으로 전황을 주도하게 되자 수도 가까이에 있는 동구타까지 완전히 진압하는 작전에 나선 것이다. 시리아군은 지난해 중반부터 동구타를 전면 봉쇄했다. 이에 따라 40만명에 이르는 주민들은 식량, 의료품 등 기본적인 생필품 확보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8일부터 전투기와 헬기, 박격포 등을 동원한 무차별 공습과 포격이 자행되고 있다. 벌써 사망자 400여명 등 민간인 사상자가 2500명을 넘어섰다. 국제사회는 한목소리로 시리아군의 비인도적 행태를 비난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상의 지옥”이라고 표현하며 전쟁 중단을 촉구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시리아 정권이 어린이들을 죽이고, 병원을 파괴하는 건 학살 행위”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2일 ‘30일 휴전’ 결의안 채택을 논의했으나 러시아의 반대로 표결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육군 헬기가 비무장 시민에게 사격까지 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진 우리로선 알레포에 이은 동구타의 비극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이순녀 논설위원 coral@seoul.co.kr
  • 빨갱이 가족 색출 이유… 좌도 우도 아닌 민간인… 300명 무차별 대학살

    빨갱이 가족 색출 이유… 좌도 우도 아닌 민간인… 300명 무차별 대학살

    1949년 1월 17일 제주 조천 북촌마을. 단독선거,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하며 1948년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봉기한 이후 무장대와 토벌대 간 무력 충돌이 한창이었다. 이날 아침 세화리에 주둔하던 2연대 3대대의 중대 일대 병력이 대대본부가 있는 함덕으로 가다가 북촌마을 너븐숭이에서 무장대 기습 공격으로 2명이 사망했다.●무장대ㆍ토벌대 간 무력 충돌이 낳은 참극 마을 보초를 서던 원로들은 군인 시신을 군부대로 운구해 가라는 명령을 받고 들것에 실어 함덕리 주둔 부대에 찾아갔다. 흥분한 군인들은 주민 9명 가운데 경찰 가족 한 명을 빼고 모두 사살했다. 오전 11시 전후 장교의 인솔 아래 2개 소대 병력이 북촌마을을 덮쳤다. 무장 군인들은 1000여명의 주민들을 모두 북촌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내몰았다. 마을에 불을 질러 400여채 가옥이 잿더미로 변했다. 주민들은 공포에 떨었다. ●제주 출신 현기영 ‘순이삼촌 ’서 진상 드러나 빨갱이 가족을 찾아내는 게 여의치 않자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수십명씩 끌고 나가 인근 당팟과 너븐숭이, 탯질 밭에서 300여명을 집단 학살했다. 오후 4시쯤 대대장은 남은 주민들에게 다음날 함덕으로 소개 명령을 내리고 학살을 중단했다. 주민 일부는 산으로 피신했고 함덕으로 간 사람 중 100여명이 추가로 희생됐다. ●작년 너븐숭이 등 유적 순례 4ㆍ3길 개통 북촌마을은 4·3 단일 사건으로 가장 많은 인명이 희생됐다. 서슬 퍼런 권력에 아무도 말 못 하는 시절 이 비극을 다룬 현기영의 소설 ‘순이삼촌’이 1978년 발표되면서 세상 밖으로 다시 떠올랐다. 제주도는 2007년 너븐숭이에 희생자 위령비와 기념관을 건립하고 ‘순이삼촌’ 문학기념비를 설치해 유적지로 조성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북촌마을 4·3길’이 개통됐다. 지난 7일 열린 위령제에서 이승찬 4·3희생자 북촌리 유족회장은 “4·3의 현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평가가 달리 되고, 일부 극우 세력은 부정적인 시각으로 4·3을 바라봐 유족들의 마음이 하루도 편한 날이 없다”며 “70주년을 계기로 화해와 상생이 충만한 평화가 정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폴란드 ‘나치 부역 부정법안’ 승인…이스라엘 “용납하지 않겠다” 반발

    폴란드 ‘나치 부역 부정법안’ 승인…이스라엘 “용납하지 않겠다” 반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와 폴란드의 연관성을 부정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두다 대통령은 폴란드가 ‘체계적으로’ 홀로코스트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논리를 폈지만, 이스라엘은 “홀로코스트 부정을 용납하지 않겠다”면서 강경 대응할 태세다.●두다 대통령 “홀로코스트와 무관” AP통신에 따르면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집권 ‘법과 정의’당이 입법한 이 법안은 나치가 폴란드를 점령한 뒤 설치한 강제 수용소 등을 부를 때 ‘폴란드의’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독일 제3제국에 의한 전쟁범죄 책임을 폴란드에 돌리는 것을 금지한다”고 명시해 이를 위반할 경우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최대 징역 3년에 처하도록 했다. 법안에 서명한 두다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폴란드인 개개인의 경우 협박에 못 이겨 가담한 경우는 있었다”면서도 “당시는 (나치 독일의 점령하에 있었기 때문에) 폴란드란 국가가 존재하지 않았다”면서 연관성에 선을 그었다. 이어 “헌법재판소에 의뢰해 이 법이 언론의 자유 등 기본권을 준수하는지를 검토하도록 하겠다”며 헌재에 책임을 떠넘겼다. ●틸러슨 美국무 부정적 의견 내 법안이 논의될 때부터 상황을 예의주시한 이스라엘 정부는 일부 폴란드인이 나치에 부역한 것은 사실인 만큼 이 법안이 역사 왜곡 또는 홀로코스트 전반에 대한 부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특히 이 법이 폴란드 국민을 상대로 유대인 학살의 공동책임을 묻는 경우에도 국적에 관계없이 처벌하는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에서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이 폴란드인의 전쟁범죄 연루와 관련한 사실 증언을 할 경우에도 기소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유대계 입김이 강한 미국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이 법안이 언론과 학문 연구의 자유에 역효과를 일으킬 것”이라면서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2차 대전 당시 독일은 폴란드에 설치한 아우슈비츠 등의 강제 수용소에서 유대인 300만명과 폴란드 국민 190만명을 집단 학살했다. 나치가 학살한 유대인은 유럽 전역에서 570만~600만명으로 추정된다. 바르샤바의 홀로코스트 폴란드 연구센터는 당시 유대인 18만~20만명이 폴란드인에 의해 살해되거나 폴란드인의 밀고로 숨졌다고 분석했다. ●폴란드 우파 “재산 보상 받으려 악용” 그러나 폴란드 우파 세력은 이스라엘과 미국 유대인들이 20세기 사회주의 체제 시절 압류된 유대인 재산에 대해 보상을 요구하려고 이 문제를 악용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이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은 폴란드인의 반유대 정서가 다른 유럽국가보다 강한 데도 기인한다. ‘반명예훼손연맹’(ADL)의 2014년 조사에 따르면 반유대 정서가 있다고 대답한 경우는 폴란드의 경우 45%로, 독일(27%)이나 프랑스(37%)보다 높다. 유럽외교관계위원회 폴란드 책임자인 피오트르 부라스는 “현재 폴란드 정부가 사법부를 장악한 상황에서 헌재는 독립적이지 않다”며 사실상 법안이 발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지재룡 주중北대사 두 달 만에 대외 활동

    지재룡 주중北대사 두 달 만에 대외 활동

    대외 공식활동을 자제하던 지재룡 중국 주재 북한대사가 30일 중국 외교부 신년회에 참석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주최로 이날 저녁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台)에서 열린 외교 사절 대상 신년회에 지 대사가 참석해 노영민 주중 한국대사와도 간단한 인사를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최근 북한에서 외교관들에게 자신감 있게 대외 활동을 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두 달여간 외부 활동을 안 하던 지 대사가 중국 외교부 행사에 나왔다는 것은 남북 관계뿐만 아니라 경색된 대중국 관계도 풀어 보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 대사는 지난해 11월 20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대북 특사였던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장이 평양을 방문했다가 귀국할 때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에서 마중한 이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13일 열린 난징대학살 80주년 추도식에도 각국 외교 사절이 대부분 참석했지만 지 대사는 불참해 중국의 대북 제재에 불만을 표시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중국은 북한의 지난해 9월 6차 핵실험과 같은 해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발사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화천자동차회사, 조선김평합영회사 등 북한 내 중국 기업 10여곳도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375호에 따라 이달 10일을 전후로 북한에서 철수했다. 북한은 경제 제재에 대해 핵·미사일 문제와 경제를 분리해 대응해 달라고 중국에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지재룡 주중 北대사 두달 만에 대외 활동

    지재룡 주중 北대사 두달 만에 대외 활동

    대외 공식활동을 자제하던 지재룡 중국 주재 북한대사가 30일 중국 외교부 신년회에 참석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주최로 이날 저녁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台)에서 열린 외교 사절 대상 신년회에 지 대사가 참석해 노영민 주중 한국대사와도 간단한 인사를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최근 북한에서 외교관들에게 자신감 있게 대외 활동을 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두 달여간 외부 활동을 안 하던 지 대사가 중국 외교부 행사에 나왔다는 것은 남북 관계뿐만 아니라 경색된 대중국 관계도 풀어 보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 대사는 지난해 11월 20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대북 특사였던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장이 평양을 방문했다가 귀국할 때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에서 마중한 이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13일 열린 난징대학살 80주년 추도식에도 각국 외교 사절이 대부분 참석했지만 지 대사는 불참해 중국의 대북 제재에 불만을 표시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중국은 북한의 지난해 9월 6차 핵실험과 같은 해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발사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화천자동차회사, 조선김평합영회사 등 북한 내 중국 기업 10여곳도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375호에 따라 이달 10일을 전후로 북한에서 철수했다. 북한은 경제 제재에 대해 핵·미사일 문제와 경제를 분리해 대응해 달라고 중국에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트럼프 독설은 줄여도… 美우선주의·한반도 비핵화 변함없다

    트럼프 독설은 줄여도… 美우선주의·한반도 비핵화 변함없다

    ‘러시아 스캔들’, ‘인종논란’, ‘무역전쟁’ 등 논란의 취임 1년을 보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에 워싱턴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오후 9시(한국시간 31일 오전 11시) 취임 후 첫 연두교서에서 한반도의 비핵화 원칙을 강조하고, 무역 불균형 해소 등 미국 우선주의와 초당파적 사회 통합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백악관 고위 관계자가 2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연두교서에서 북한 핵 문제를 언급하겠지만, 그동안 북한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게 해왔던 호전적 말투를 버리고, ‘힘을 통한 평화’라는 기본적인 원칙을 밝히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지난해 1월 대통령 취임 연설에서 ‘미국의 대학살’이란 용어를 써가며 열변을 토해냈던 것보다는 훨씬 차분한 톤이 될 것”이라면서 “분열보다는 화합과 통합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설 주제도 ‘안전하고 강하며, 자랑스러운 미국 건설’이다. 이민정책과 일자리·경제, 사회기반시설(인프라), 무역 불균형 해소, 안보 문제 등이 언급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연두교서에서 북한 문제를 원칙적인 수준에서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안보분야에서는 군의 재건과 ‘힘을 통한 평화’ 정책으로의 회귀, 우방과 적국에 대한 명료한 입장, 전 세계 테러집단을 상대로 한 척결 노력 등을 강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년간 미국 경제 회복을 이룩한 자신의 성과를 강조하면서 이민정책, 국경 장벽 건설, 대규모 인프라투자, 공정한 무역에 관한 정부의 정책, 그리고 더 큰 국방 예산에 대한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다보스포럼 폐막연설처럼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면서 ‘공정하고 상호 호혜적인’ 무역을 강하게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6일 다보스포럼 연설처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재앙’이라고 또다시 비판할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더불어 자신의 대선 공약인 도로·공항·교량 등 1조 달러(약 1063조원) 국내 인프라 투자를 알리고 경제적 성과를 홍보하는 자리로 삼을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85) 대법관은 이번 연두교서에 불참한다고 AP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올해로 25년째 재직하고 있는 긴즈버그 대법관은 현직 최고령 대법관으로, 지난해 2월 트럼프 대통령의 첫 국정연설인 상·하원 합동연설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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