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외국인없는 관광특구
‘관광특구’에 외국인 관광객은 없고 내국인들만 넘치고있다.
지난 94년부터 외국인 관광객 유치 및 외화 획득을 위해지정·운영해오고 있는 서울 이태원,제주 등 전국 관광특구21곳 중 대부분이 외국인 관광객 유치기능을 상실한 채 과소비를 부추기는 ‘내국인 유흥특구’로 전락했다.볼거리,먹을거리,쇼핑,오락 등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부대시설을 갖추지 못한 탓이다.
감사원은 올 봄 관광특구에 대한 전면 감사를 실시,이같은문제점에 대해 개선을 요구했으나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다.
속리산 관광특구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18명,올6월까지 11명에 불과했다.수안보온천도 지난해 109명,올해40명이었으며 백암온천은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234명에 불과했다.정읍 내장산(1,582명),통영 미륵도(5,710명),구례(9,000명)도 1만명 이하였다.
전국 관광특구 21곳 중 이태원,남대문,부산,제주,경주 등5곳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간판만 관광특구일 뿐 사실상내국인 관광지가 됐다.특히 지리산온천지구와 화엄사로 나눠져 있는 구례특구의경우 전체 면적의 94%가 임야와 전답이다.대관령은 1지구(강릉)와 2지구(횡성)가 130km나 떨어져 있는 데도 1개 특구로 지정돼 외국인관광객은 물론 내국인관광객조차 접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관광연구원 김영준 책임연구원은 “94년 관광특구지정제도 도입 당시 유흥업소의 영업시간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특혜 때문에 서로 특구로 지정받으려고 달려든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99년 영업시간 제한제도가 폐지되면서특구의 존재가치도 사라져 버렸다”고 말했다.
정부의 빈약한 지원도 관광특구 부실화에 한몫했다.정부는올해 2,000억원 규모의 관광진흥개발기금 중 227억여원을관광특구에 지원했지만 호텔 신축,개보수 등에 편중돼 관광기념품 개발,음식점 등 특구내 영세사업에는 지원금이 돌아가지 않았다.
문화관광부 라종민 관광개발과장은 ““내년중 21개 특구전반에 대해 실사작업을 벌인 뒤 관광특구제도의 존속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노주석기자 joo@.
■관광특구 실태.
주말인 지난 24일 오전 인천광역시북성동 월미관광특구.
월미도에서 영종도를 오가는 유람선 코스모스호에는 내국인관광객 20여명만이 선실을 지키고 있었다.
월미관광특구는 전국 21개 관광특구중 가장 최근인 지난 6월 지정된 만큼 주민들의 기대가 높지만 외화를 벌어들일부대시설은 전무한 실정이다.이곳의 279개 업소 중 횟집과식당이 29곳으로 가장 많고 모텔도 17곳에 이르지만 토산품이나 기념품을 파는 곳은 전혀 없다.
국내 대표적인 미군기지 기반 관광위락단지인 경기도 평택시 송탄관광특구 신장쇼핑몰거리 한가운데는 미군 군수품운반용 철로가 가로지르고 있다.
이성추 송탄상공인회 회장은 “그동안 주민들을 중심으로철로 철거와 특구옆 탄약고터 반환운동을 펼쳐왔지만 지역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미군 앞에선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97년 관광특구로 지정된 서울 이태원의 사정도 별반 다를바 없다.
99년 3월 유흥업소 심야영업제한 철폐 이후 별다른 지원과규제완화가 이뤄지지 않아 외국인유치 관광지로서의 매력을잃고 있다. 유흥시설 7곳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일반음식점 허가를 받은 뒤 불법영업을 하고 있다.
이태원에서 옷가게를 하는 임윤빈씨(29)는 “외국인 손님들이 ‘주차공간도 없는 형편없는 곳’이라고 투덜대는 소리를 매일 듣는다”면서 “주차장,화장실과 같은 기반시설도 없어 욕을 먹는 이태원을 개선시킬 생각은 않고 남대문에 이어 동대문까지 관광특구로 지정할 예정이라는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고 혀를 찼다.
경북 울진군 백암온천관광특구는 97년 경북지역에서는 두번째로 관광특구로 지정됐다.그러나 이곳에서는 좀처럼 외국인 관광객을 만나지 못한다.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이곳을 찾은 외국인은 234명에 불과했다.
대전 유성관광특구도 외국인 관광객 유치라는 특구 지정취지와는 달리 서울 강남에 필적하는 ‘내국인 유흥특구’로 변질된 지역이다.최근 숙박업소 117곳 중 68곳이 온천수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보도돼 망신을 사기도 했다.
노주석기자.
■관광특구란.
관광특구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관광진흥법에의거,관광활동과 관련된 관계법령의 적용이 배제되거나 완화되는 지역을 가리킨다.
지정요건은 ▲최근 1년간 외국인 방문관광객이 10만명 이상인 지역 ▲접객,쇼핑,오락,숙박,관광안내시설이 유치된지역 ▲지정지역이 바다,산림,하천 또는 도로 등에 의해 구분된 곳 등이다.
관광특구로 지정되면 특구내 사업자에게는 관광진흥개발기금에서 융자도 해준다.
94년 8월 제주도,경주,부산 해운대,대전 유성,설악산 일대등 5곳이 처음 지정됐으며 97년과 2000년,2001년 등 4차례에 걸쳐 모두 21개 지역 2,758만8,824㎢가 관광특구로 지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