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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주석
    2025-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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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신 정동길/노주석 논설위원

    요즘 정동길을 걸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덕수궁 돌담길로 불리는 고즈넉한 길을 생각하시면 오산입니다. 첨단과 현대예술이 흐르거든요. 구한말 이래 최대의 변화의 물결이 이곳에 밀어닥친 것 같아요.520년 묵은 회화나무 앞에는 최신식 캐나다대사관 건물이 들어섰고 을사늑약이 체결됐던 비운의 중명전이나 아관파천의 러시아공사관, 서울시청 서소문 별관 등 여기저기서 이런저런 공사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예원학교 담벼락에 설치된 LED패널에서는 정동길의 역사가 영어로 흐릅니다. 대한문 초입부터 시립미술관 가는 길에는 세상에서 제일 고급스러운 천만상상의 벤치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화여고 시멘트벽엔 화사한 담꽃이 채색돼 있더군요. 세상에 변하는 곳이 어디 정동길뿐이겠습니까. 또 변하지 않는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끊임없이 뜯고 고치는 게 사실 좀 마뜩찮군요. 마음 푹 놓고 19세기를 느낄 수 있는 장소가 한 곳쯤 온전히 남아있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제 욕심이 좀 과했나요.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씨줄날줄] 경청/노주석 논설위원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셋째아들 이건희 전 회장을 후계자로 점찍은 뒤 ‘경청’(傾聽)이라는 휘호를 건넸다. 이 전 회장은 부친이 쓴 이 휘호를 바라보면서 늘 스스로에게 잘 듣고 있는지를 자문하곤 했다고 한다. 이 전 회장은 아들 이재용 전무에게 이 휘호를 물려주었다. 대한민국 최고 기업 삼성 오너십의 요체는 경청이었다. 경청의 풀이가 재미있다. 특히 청(聽)자는 ‘귀 耳’와 ‘임금 王’‘열 十’‘눈 目’‘한 一’‘마음 心’ 등 여섯 자의 한자로 만들어졌다.‘왕의 귀’에 ‘열 개의 눈’ 그리고 ‘하나의 마음’으로 집중해서 들으라는 뜻이란다. 말을 배우는 데 2년이 걸리지만 침묵을 배우는 데는 60년이 걸린다. 마음의 눈으로 상대와 하나가 되는 것이 경청의 핵심인 것 같다. 3000만부가 팔린 ‘카네기 인간관계론’의 저자 데일 카네기에 의하면 가장 뛰어난 경청자 중 한 명은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였다. 그를 만난 사람은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도저히 잊을 수가 없다. 마치 영혼을 파고드는 응시 같은 것이었다. 그의 눈은 온화하고 다정했으며 목소리는 낮고 친절했고 제스처는 거의 없었다. 어떤 사람이 당신의 말을 그렇게 들어줄 때의 기분은 아마 상상도 못할 것”이라고 극찬했다. 남북전쟁 와중에서 궁지에 몰린 링컨 대통령은 상의할 것이 있다면서 일리노이에 사는 옛 친구에게 워싱턴까지 와 줄 것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다. 백악관을 방문한 친구를 상대로 몇시간 동안 쉬지 않고 떠들어댄 다음 한마디의 의견도 물어보지 않고 작별을 고했다. 링컨은 조언을 듣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우호적인 경청자를 원했던 것이다. 링컨은 훌륭한 경청자를 친구로 둔 덕분에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카네기는 말했다.“경청하라. 자신에 대해 말하도록 다른 사람들을 고무시켜라.”라고. 요즘 거듭된 실정(失政)으로 특유의 불도저 리더십에 흠집이 난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의 소리를 듣겠다.”면서 종교지도자를 비롯, 각계 원로를 두루 만나고 있다. 부디 ‘왕의 귀’와 ‘열개의 눈’을 이용해 ‘국민과 한마음’이 되기를 기대한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길섶에서] 토렴/노주석 논설위원

    친구의 단골 순댓국집에서 ‘토렴’을 한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분명히 들어본 말 같은데 가물가물했다. 사전을 찾아보니 ‘밥이나 국수에 뜨거운 국물을 부었다 따랐다 하여 덥게 함’이란 뜻이다. 그랬다. 어릴 적 장터나 잔치집 풍경이 떠올랐다. 단어는 몰랐지만 으레 하던 방식이었다. 토렴을 하면 밥이나 국수에 국물이 배면서 시간이 지나도 국물의 양이 줄지 않는다. 무엇보다 그릇에 국물을 바로 부었을 때처럼 뜨겁지 않아 입천장을 데지 않는다. 요즘은 공기밥을 따로 내놓다보니 식당에서 토렴하는 걸 통 보지 못했다. 친구를 재촉해 서울 청계천 대림상가변 후미진 골목의 순댓국집을 찾았다. 좌판에 순대가 쫙 깔렸고 국솥은 불 위에서 끓고 있었다. 주방 아줌마가 사기 그릇에다 밥을 듬뿍 푸고 그 위에 찰진 순대와 두툼한 고기를 잔뜩 얹었다. 그릇을 받아든 주인 할머니는 국물을 부었다가 따르는 과정을 정성스럽게 예닐곱 번 반복했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 잊었던 옛맛이 바로 되살아났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길섶에서] 목욕탕 단상/노주석 논설위원

    몇 년 전 목욕탕에서의 일이다.50줄에 접어든 어느 경제 관료가 “나이가 들면 제일 먼저 살이 빠지는 부위가 어딘지 알아?”라고 뜬금없는 소리를 했다. 무슨 실없는 소린가 했다. 관료 왈 ‘엉덩이’라면서 항상 그 부위를 유심히 살피라고 했다. 팽팽한 그의 엉덩이 아래 한 줄기 주름이 확연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잊고 지냈다. 그러다 얼마전 TV에서 대중 목욕탕에 몸짱 보디마스크를 쓰고 나타나 주위 남자들을 기죽이는 한 휴대전화 광고를 봤다. 몇 년 전 기억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정말인지 궁금했다. 다음날 목욕탕에서 몸매 좋은 한 50대의 나무랄 데 없는 앞 모습을 바라보다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그 부위에 눈길이 끌렸다. 주름이 있었다. 나이가 들면 생기는 훈장이려니 했다. 내것도 확인하고 싶어 고개를 최대한 꺾어 거울에 비춰보았다. 잘 보이지 않았다. 불현듯 깨달았다. 앞만 바라보지 말고 가끔 뒤를 돌아보라는 뜻이었다. 자기 주름은 자기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씨줄날줄] 촛불의 미학/노주석 논설위원

    “심지에 불을 붙이면/그때부터 종말을 향해/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그 연약한 저항/누구의 정신을 배운/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이미 마련되어 있는/시간의 국한을/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불태워 가도/슬퍼하지 않고/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황금찬 시인의 ‘촛불’이다.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촛불은 자신의 몸을 불살라 순간을 비춘다는 점에서 희생을, 바람이 불면 출렁일 만큼 연약하지만 쉽게 꺼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저항을, 여럿이 모여 어둠을 밝힌다는 점에서 결집을 각각 의미한다. 촛불문화제로 시작됐던 서울의 촛불집회가 길거리 시위로 번진 지 오늘로 9일째를 맞았다. 부산·광주 등 지방에도 요원의 불길이다. 프랑스의 사상가이자 시인인 가스통 바슐라르는 ‘촛불의 미학’에서 불꽃이 우리에게 상상을 강요한다고 했다. 불꽃의 몽상가가 불꽃을 향해 말한다면 그는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이고, 그는 시인이라고 했다. 그렇다. 촛불은 불꽃의 찬란함과 빛의 아름다움을 남기며 꿈꾸다가 서서히 꺼져 가는 존재이다. 요즘 밤거리에서 외치는 젊은이들의 손에 들려 있는 촛불은 70,80년대 독재자와 싸우던 젊은이들의 손에 들린 화염병이나 돌과 다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 무효를 외치는 젊은이들의 손에 들린 촛불은 시위문화의 성숙함을 나타낸다. 또 저항의 상대방이 우리 사회 내부에 있지 않고 외부에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 “저 재를 넘어가는 저녁 해의 엷은 광선들이 섭섭합니다/어머니 아직 촛불을 켜지 말으셔요/…이윽고 하늘이 능금처럼 붉어질 때/그 새 새끼들은 어둠과 함께 돌아온다고 합니다….”라고 신석정 시인은 속삭였다. 비록 시인의 소박하고 순수한 삶에 대한 한 조각의 비늘일 뿐이지만 촛불이 미치지 못하는 ‘어둠의 저 편´에 대한 두려움을 담고 있다. 촛불집회를 주최하는 측에서는 미국 부시 대통령이 방한하는 7월까지 촛불시위를 이어 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공자는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고 했다. 소멸함으로써 빛나는 촛불의 순수함을 부디 잊지 말았으면 한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서울광장] 지하철 2호선 방배역에서/노주석 논설위원

    [서울광장] 지하철 2호선 방배역에서/노주석 논설위원

    지하철2호선 방배역에 서서 몇 차례 숨을 들이쉬고 내쉬어 본다. 여느 지하철역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퀴퀴함 그대로다. 하지만 역 천장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고 머리 위로 전깃줄이 얽혀 지나간다. 출입금지 팻말과 위험표시줄이 있는 역사 곳곳엔 커버가 씌워진 각종 기계와 장비들이 수북하게 쌓여있다. 어수선한 분위기지만 어묵·김밥·떡볶이, 과자를 파는 분식점과 과자가게는 성업중이다. 오가는 승객들의 표정도 무덤덤하다. 입구 계단, 매표소, 승강장 여기저기엔 공사를 알리는 현수막이 어지럽게 걸려 있다. 한결같이 ‘냉방설비를 신설하고 기타 노후시설을 개보수한다’는 내용들이다. 서초방면 승강장엔 가설 칸막이가 설치됐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에 ‘관계자외 출입금지’‘석면 취급 해체중’이라고 적혀 있다. 이곳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렇다. 석면(石綿)이었다. 몸속에 한번 들어가면 폐에 박혀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머물면서 조직과 염색체를 손상시켜 폐질환을 유발한다는 ‘죽음의 솜’ 바로 그것이다. 석면 연구의 권위자인 서울대 보건대학원 백남원 명예교수에게 물어보니 “석면제품을 만지거나 쓰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석면 먼지를 마시게 되면 일단 암에 걸릴 가능성을 안게 된다.”는 무시무시한 대답이 돌아왔다. 심지어 의학계에선 석면을 인류가 만든 제품 중 담배 다음으로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꼽는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을 기억할 것이다. 그때 너나없이 초가지붕을 내리고 석면이 20%나 함유된 슬레이트 지붕을 올렸다. 학교와 공공건물, 아파트의 천장과 바닥에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석면질환의 잠복기가 15∼40년이니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은 연 300명에 불과한 피해자가 2010년 이후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웃 일본은 2040년까지 10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루 3만 4000명의 승객이 이용하는 방배역에는 승강장 천장 등 모두 44곳에 석면이 뿜칠형태로 들어있다. 석면 함유량은 최고 15%정도이다. 방배역이 끝이 아니다. 매일 평균 400만명이 이용하는 서울지하철 1∼4호선 117개 모든 역에서 석면이 사용됐다. 그 중 뿜칠을 한 상왕십리·낙성대 등 17개역이 특별관리 대상이다. 지하철은 가히 석면먼지를 싣고 달리는 ‘시한폭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배역에선 이달 초부터 석 달 일정으로 석면제거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역사내 석면농도를 모니터링해 매일 게시한다는 서울시 발표와 달리 필자가 찾은 지난 23일 측정기나 분석게시물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서울시와 서울메트로는 ‘선 역 폐쇄, 후 석면 제거’를 요구하는 시민·환경단체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시민불편 최소화를 내세우며 ‘선 가설칸막이 설치, 후 제거’의 현 작업방식을 선택했다. 구기영 한국석면환경협회 이사장은 “국내에는 석면을 안전하게 제거하기 위한 인력과 장비를 구비한 업체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두 기관 모두 이 말에 수긍하고 있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공사를 강행하는지 알 도리가 없다.‘석면의 진실’을 시민들에게 떳떳하게 알리지 않고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 마치 석면가루가 폐부를 스멀스멀 파고드는 느낌에 숨을 쉴 수가 없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길섶에서] 배호가요제/노주석 논설위원

    ‘안개 낀 장충단공원, 누구를 찾아왔나’. 요절가수 배호(본명 배신웅·1942∼1971년)를 기리는 ‘배호가요제’가 어제 서울 장충단 공원에서 열렸다는 사실을 동네 골목에 붙은 홍보 포스터를 보고 알았다. 올해로 벌써 열두번째란다. 팬클럽인 배호사랑회가 주최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불멸의 히트송 ‘안개 낀 장충단공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이 뽑은 한국인의 열창 성인가요 20위에 올랐다. 배호는 37년전 세상을 떠났지만 팬들은 그를 보내지 않는 것이다. 가수의 이름을 붙인 가요제가 명멸하고 있지만 배호가요제가 롱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990년대 노래방이 등장해 노래문화를 송두리째 바꿔놓기 전에는 숟가락을 마이크 삼거나 젓가락 장단으로 노래를 불렀다. 참 많이도 불렀다. 오죽하면 ‘노래를 못하면 장가(시집)를 못간다. 엽전 열닷냥∼’하는 노래 촉구송도 있었을까. 우리나라는 노래방이 가장 많은 나라이고 심지어 노래는 한국인의 힘이라는 분석도 있다. 팬들이 꾸려가는 배호가요제는 노래를 향한 한국인의 목마름인 것 같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길섶에서] 바퀴가 구르는 동안/노주석 논설위원

    지난 주말 근교로 운동을 갔다가 고속도로를 타기 직전 휴대전화가 울렸다. 습관적으로 전화를 받았고 통화를 하면서 톨게이트에 들어섰다. 그 순간 손짓하는 교통경찰이 시야에 들어왔다.“아뿔싸” 했지만 이미 늦었다. 휴대전화를 귀에 댄 채 경관이 지정하는 곳에 차를 댔다. 전화를 끊자 경관이 ‘운전중 휴대전화 사용금지 위반’이라며 면허증 제시를 요구했다. 짜증이 났다. 속도를 늦춘 톨게이트 앞에서 단속하는 것은 함정 단속이 아니냐며 따졌다. 입씨름 끝에 스티커를 끊었다.‘협상’의 기회마저 놓쳤다. 웃는 얼굴로 잘못을 시인하고 ‘안전벨트 미착용’ 정도의 관용을 부탁했어야 했는데…. 벌금 6만원에 벌점 15점의 대가를 치렀다. 억울해서 규정을 찾아봤다. 휴대전화 사용금지 위반에 해당하는 ‘운전중’의 단속범위는 ‘자동차 바퀴가 구르고 있을 때’라고 명기돼 있었다. 마음을 추슬렀다. 바퀴가 구르고 있을 때는 두손으로 운전대를 부여잡고 한눈을 팔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정답이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씨줄날줄] 동명(洞名)의 부침/노주석 논설위원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가회동에서 살다가 대통령에 당선돼 청와대에 입성하기 전까지 당선자 신분으론 삼청동에 옮겨 살았다. 서울시 동(洞) 통·폐합으로 삼청동과 가회동 중 한 곳의 동명(洞名)만 살아 남는다고 한다. 이 대통령에게 선택권을 준다면 어느 동 이름 앞에 동그라미를 칠까. 엄혹하던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던 ‘동교동’은 단순한 지명을 넘어 민주화의 성지로 통했다. 그런 동교동도 조만간 사라진다. 얼마 전 마포구의회가 동교동과 서교동 2개 동을 서교동으로 합치는 조례를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전두환·노태우 두 전임 대통령의 사저인 연희동과 김영삼 전 대통령이 사는 상도동은 살아 남았다. 성북구에서 번화한 동네인 동소문동도 성북동과 삼선동, 돈암동으로 각각 흡수돼 동 간판을 내린다. 삼청동과 가회동처럼 지명의 유래가 뿌리 깊고 토박이가 많은 종로구와 중구 곳곳에서 ‘동 이름 쟁탈전’이 치열하다. 효자동 VS 청운동, 필동 VS 장충동, 명륜3가동 VS 혜화동의 경쟁이 대표적이다. 신(神)이 나서도 한 쪽 손을 들어 주기 어려울 정도라는 우스갯말이 떠돈다. 물론 통·폐합된다고 해서 이름이 완전히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살아 남는 동은 행정동(行政洞)으로 자치센터를 설치·운영하게 된다. 설령 지더라도 주소나 등기부등본, 토지대장에는 예전의 이름이 남아 있다. 종로구 재동·팔판동·누상동·내자동이나 중구 약수동·청구동은 행정동의 자리를 내놓고 다른 동으로 흡수된 법정동(法定洞)이다. 이에 반해 구로구 가리봉동, 강남구 포이동, 관악구 봉천동·신림동 등은 이 참에 달갑지 않은 동명 개칭을 추진하고 있다. 봉천2동과 5동은 성현동, 봉천4동과 봉천8동은 청릉동, 신림3동과 신림13동은 금란동이라는 새로운 동 이름을 각각 내세우고 있다. 서울시와 25개 자치구는 다음달까지 518개에 이르는 행정동 가운데 100개를 줄이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불필요한 동사무소를 폐지해 얻는 행정효율과 인력감축 효과도 좋지만 유서깊은 동네 이름이 사라진다니 왠지 서글프다. 편의와 능률의 이름아래 사라지는 게 어디 이뿐이랴.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씨줄날줄] 자연장/노주석 논설위원

    총 2000만개, 국토의 1%, 매년 서울 여의도 크기…. 우리나라의 ‘분묘(墳墓)’관련 수치이다.26일부터 자연장(自然葬)이 허용된다 해서 찾아본 통계다. 화장한 분골을 나무나 잔디 아래 뿌리거나 묻는 생소한 장묘문화가 이 땅에 첫 걸음을 하는 것이다. 나무 아래에 묻으면 수목장이고, 잔디 아래면 잔디장, 화단처럼 만들면 화단장이요 텃밭으로 가꾸면 텃밭장이다. 이름 붙이기 나름이다. 평소 좋아했던 나무, 꽃이 망자의 상징이 된다. 혐오시설의 대명사격이던 화장장과 분묘가 생활속으로 성큼 다가온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됐다. 최초로 수목장을 시작한 스위스에서는 숲속 나무 아래 분골함 없이 묻는다. 추모목의 위치를 나타내는 직경 5㎝의 하얀색 동그라미 표시가 전부다. 독일에서는 추모목을 구입해 묻고 사망일이 적힌 알루미늄 표지를 붙인다. 영국에서는 장미 아래에 분골을 묻고 작은 동판을 꽂는 정원 방식을 선호한다. 일본은 수목장 구역을 허가제로 운영하고 있다. 방식은 다르지만 친환경적이라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개정된 장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화장한 분골은 수목이나 화초, 잔디 등의 지면으로부터 30㎝이상 깊이에 묻어야 한다. 용기에 담아 묻거나 흙과 섞어서 묻는 것도 가능하다. 분골함은 자연 분해되는 소재로 가로세로 30㎝미만이어야 한다. 봉분을 쌓거나 비석을 세울 욕심은 품지 말아야 한다. 개인 땅일 경우 관할 자치단체장에게 신고하는 것으로 절차는 끝난다. 문중이나 종교단체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 파주 용미리, 수원 연화장, 용인 시립장례문화센터, 인천 가족공원, 제주 어승생공원묘지, 춘천 군자공설묘지, 남해 추모누리 등에서 자연장지조성 작업이 진행중이다. 산림청소유 양평 국유림 등에도 대규모 수목장지가 조성되고 있다. 우리 국민의 60%가 매장보다 화장을 선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연장은 산골(散骨)이 갖는 2%의 허무와 부족함을 메워줄 대안이다. 동·식물이 죽어 거름이 되듯, 인간의 육신도 흙으로 돌아간다. 자연회귀이다. 이제 생각을 정리하자. 공동묘지에 묻힐 것인가. 아니면 햇볕 따사한 동산에 서 있는 굽은 소나무 아래를 택할 것인가.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길섶에서] 한강 나들목/노주석 논설위원

    최근 필자 동네와 한강을 연결하는 ‘금호 나들목’이 생겼다. 아내와 함께 떠나는 주말 산책의 재미가 더 쏠쏠해졌다. 일전에 강북에서 강남방향으로 한남대교와 성수대교를 건너본 경험이 있다. 차량이 씽씽 지나다니는 길을 겨우 지나 한강 다리위에서 바라본 서울 풍광은 한마디로 장관이었다. 하지만 다리에 접근하는 과정은 마치 ‘로드킬(road-kill)’을 모면해 ‘에코브릿지(eco-bridge)’를 통과하는 듯한 곡예였다. 이후 한강다리 건너기는 우리 부부의 회피 코스 목록에 올랐다. 본디 나들목은 ‘나간다’와 ‘들어간다’라는 뜻을 지닌 어간 ‘나들’과, 사람이나 짐승이 잘 지나다니는 길을 가리키는 단어인 ‘목’이 합쳐진 말이다. 주로 도로와 도로를 연결하는 시설물을 이른다. 한강과 한강 이웃 지역을 잇는 ‘새로운 길’이 생긴 셈이다. 서울은 한강이라는 천혜의 보물을 품고 있지만 보행성이나 접근성은 아직 멀었다. 시민들에게 로드킬을 감수하라고 할 순 없지 않은가. 안전하고, 자유롭게 한강변을 거닐고 싶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씨줄날줄] 소나무 거리/노주석 논설위원

    소나무는 한자로 송(松)자를 쓰는데, 나무(木)와 공(公)이 합쳐졌다고 한다. 어느날 길을 가던 중국의 진나라 시황제가 비를 피하게 해준 늙은 소나무에게 보답의 뜻으로 목공(木公)이라고 칭하였는데 이 두 글자가 합쳐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중국 명대의 박물학자 이시진(李時珍)은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 “소나무는 모든 나무의 어른(長)”이라고 갈파했다. 소나무의 종류는 전세계에 100종이 넘으며 그동안 발굴된 신석기나 청동기 유물을 통해 한반도에는 6000년 전부터 자라기 시작해 3000년 전쯤 무성해졌음을 알 수 있다. 적송, 금강송, 반송, 백송, 해송 등이 귀에 익숙한 이름이다. 우리나라 사람의 조형의식 속에는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가 제주에 귀양가서 그린 세한도(歲寒圖)에 나오는 네 그루의 소나무 중 껍질이 거북이 등처럼 갈라지고 구부정한 노송을 일품으로 친다. 흔히 미인송이라고 일컬는 금강송처럼 곧게 뻗은 강송보다 줄기와 가지가 구불구불하게 굽은 소나무를 정겹게 여겼다. 여기서 생명의 성장감을 느꼈고 굽이치며 성장하는 소나무의 곡선미를 ‘용트림한다.”고 표현했다. 요즘 전국 각지에서 소나무 거리가 앞다퉈 조성되고 있다. 강릉시 관문동, 홍성인터체인지 진출입로, 남양주시 금곡동사거리, 밀양시 삼문동에 이어 최근 서울 중구 을지로일대에도 ‘속초소나무거리’라는 이색 거리가 꾸며졌다. 도심 큰 건물 앞에 조성된 소나무숲이 서울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듯하다. 다만 소나무에이즈(재선충)의 위협이 걱정이다. 애국가에 나오는 ‘남산위의 저 소나무’가 위험하다고 하여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것이 불과 얼마전 아닌가. 도시의 품격도 좋지만 병충해 예방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소나무의 품격은 나이가 들면 비로소 보인다고 했다. 한결같이 위로 쭉쭉 뻗은 ‘키 큰 소나무’가 오늘도 신설 공원, 도로변에 자리를 잡고 있다. 고맙지만, 아쉽다. 시골 어디서나, 아무렇게나 서 있던 ‘굽은 소나무’가 새삼 그립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인사]

    서울신문 (멀티미디어총괄본부) △부본부장 겸 신매체 추진팀장 박해옥(논설위원실)△수석논설위원 박재범△논설위원 임태순 김인철 오승호 노주석(편집국)△대기자 조명환△수석부국장 이용원△부국장 황성기(투자개발실)△투자기획부장 이창석△신재생에너지사업부장 백필현(경영전략실)△HR운영부장 김철홍△윤리경영팀장 양승현(독자서비스국)△부국장 양상현(사업국)△부국장 허남주(시설관리국)△환경개선팀장 이태용 지식경제부 △무역정책관 鄭載勳△대변인 姜南薰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정책과장 김재중△시장분석〃 곽세붕△규제개혁법무담당관 김성삼△경쟁제한규제개혁작업단 부단장 홍용수 국립중앙과학관 △전시기획운영팀장 박경수△정보화사업〃 홍영표 평화운동연합 △총재 장순희△이사장 장성호
  • [데스크시각] 대학총장님한테 진료받기/노주석 지방자치부 부장급

    [데스크시각] 대학총장님한테 진료받기/노주석 지방자치부 부장급

    #Ⅰ 필자가 진료를 받는 대학병원의 담당의사가 지난 연말 해외유학을 떠나는 바람에 주치의가 바뀌었다. 얼떨결에 생긴 일이라 다소 떨떠름한 마음으로 병원을 드나들었다. 새 담당의사는 후덕한 인상에 친절하고 세심했다. 무엇보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하던 진료시간이 길어졌다. 식습관이나 가족력, 복용하는 약에 대해 찬찬히 얘기해 주기 때문에 내 몸 상태에 대해 스스로 설명하는 시간도 길어졌다. 일방통행식 진료가 쌍방향화하는 느낌이었다. 좁은 진료실 안에 환자 여러 명이 들어가서 대기하는 바람에 얇은 커튼 안쪽에서 나누는 내밀한 이야기가 낱낱이 공개되는 프라이버시 침해도 사라졌다. 기다리는 시간이 좀 길어졌지만 진료예약 시간이 대체로 잘 지켜져 불만이 없었다. 나뿐 아니라 진료실 밖 환자들에게서도 그런 느낌이 읽혀졌다. ‘환자대우’가 나아진 것이 정부정책 때문인지, 병원의 관리 때문인지, 담당의사의 배려 때문인지 솔직히 이유는 몰랐다. #Ⅱ 한번은 진료날짜를 연기해야 할 사정이 생겼다. 병원에 전화를 했다. 담당 의사가 누구냐는 질문에 이름을 댔다. 그런데 담당자로부터 그런 이름의 선생님이 없다는 황당한 대답이 돌아왔다. 혹시 이름을 잘못 알고 있었나 싶어서 예약표에 적힌 이름을 확인했지만 틀림없었다. 실랑이 끝에 직원이 리스트에서 이름을 찾아 해결했다. 내심 “예약담당자가 이름도 잘 모르다니, 갓 전입온 신참 의사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Ⅲ 얼마전 ‘직업적으로’ 신문에 난 동정란을 눈여겨 보던 중 담당의사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내가 다니는 대학병원 명칭이 나온 뒤 괄호안에 ‘총장 ○○○’이라고 적혀 있었다. 동명이인이 워낙 많은 세상이라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 시간이 좀 흘렀다. 그 대학병원이 속해 있는 대학재단이 건학 30주년을 맞았다는 기사가 이달 초 여러 신문에 실렸다. 이사장 겸 총장의 인터뷰도 실렸다. 낯익은 얼굴을 유심히 살펴본 순간 사진과 이름이 내가 아는 사람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그 대학병원은 한남동에 있는 순천향대학병원이고, 나의 담당의사이자 순천향대학교의 총장인 그분의 이름은 서교일(50) 교수이다. #Ⅳ 호들갑인지 모르지만 학생과 교직원이 1만 6000명에 이르는 종합대학교와 4개 부속병원을 관리하는 재단 이사장, 그것도 대학 창립자의 외아들인 ‘오너 총장’에게서 치료를 받아온 기분은 좀 묘했다. 진료나 강의를 계속하는 총장님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우리의 현실 아닌가. 그래서 그분의 주변에 대해 알아보았다. 신문기자의 직업적 취재욕구는 자제했다. 자칫 그분의 소신이나 인생관을 거스를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설립자인 부친의 뒤를 이어 ‘의사의 길’을 택한 그분은 명망있는 내분비내과 전문의였다.1993년 순천향의대 교수로 부임한 이후 일주일에 이틀씩 진료를 해왔다. 부총장과 의료원장을 거쳐 2001년 총장취임 이후에도 변함이 없었다. 같은 병원에서 25년간 근무한 뒤 최근 개업한 동료 의사는 “총장도 의사이고 의사가 환자를 보는 것은 당연하다. 이상하게 보는 것이 비정상”이라면서 생뚱맞다는 표정을 지었다. 며칠전 시침을 뚝 떼고 ‘서 교수´로부터 진료를 받았다. 여전히 부드럽고 꼼꼼했다. 초심(初心)을 잃지 않고 진료하는 ‘총장님’의 모습이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노주석 지방자치부 부장급 joo@seoul.co.kr
  • “기업 성장 열쇠는 창의적 인재 양성”

    “현대 우량기업의 성과를 창조하는 열쇠는 직원들의 자질입니다. 고객 감동 실현, 시장 점유율 확대, 기업가치 창조는 다름 아닌 직원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탄탄한 교육벤처기업 중 하나로 자리잡은 ㈜에디코 김영철(49) 대표의 ‘인재경영론’은 유별나다. 그런 ‘유별남’이 그를 지난 연말 한국언론인연합회가 선정한 ‘자랑스러운 한국인 대상’의 인재육성부문 수상자로 뽑히게 했다. 김 대표는 21일 “저도 깜작 놀랐습니다. 제가 한승수(당시 유엔기후변화특사) 국무총리,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 가수 겸 작곡가 박진영씨 등 쟁쟁한 분들과 나란히 시상대에 오를 것이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죠.”라며 시상대 위의 흥분이 아직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매출액 300억원대의 ‘작지만 강한’ 교육서비스기업 에디코 김 대표의 어떤 점이 인재육성부문의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뽑히게 했을까. 김 대표는 “직원의 잠재력 발휘가 기업을 성장하게 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얻어지지 않으며 지속적인 교육과 아낌없는 투자를 통해 창의적인 인재를 기를 때만이 가능합니다.”고 역설한다. 실제 에디코의 1200여명의 임직원은 일주일에 1∼2회씩 의무적으로 각종 사내외 교육에 참석한다. 또 매년 직원의 10%는 일주일 일정으로 해외연수를 떠난다. 회사는 직원 한 사람당 연평균 400만원 정도의 교육비를 아낌없이 투자한다. 강원 양구 태생으로 전국 대회에서 은메달을 딴 촉망받던 유도선수이던 김 대표는 연골부상으로 올림픽 금메달의 꿈이 좌절되자 1980년 단돈 7000원을 들고 서울로 와 15년 동안의 출판회사 영업사원을 거쳐 1995년 에디코를 설립했다.노주석기자 joo@seoul.co.kr
  • “간호교육 경쟁력 높이는데 온힘”

    “간호교육 경쟁력 높이는데 온힘”

    “미국 간호교육인정평가위원회(NLNAC)와의 공동 연구와 미국 간호대학 평가위원회(CCNE) 초청 세미나를 통해 정보 교환에 합의하는 등 한국간호교육의 국제인정평가를 도입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간호교육의 국제화를 위한 초석이 될 것입니다.” 한국간호평가원 원장 취임 2주년을 앞 둔 신경림(54·이화여대 건강과학대 학장) 원장은 30일 한국간호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나름대로의 역할을 한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간호(학)과의 경우 인정평가에 있어 전문성과 공정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저는 교육평가 포럼을 개최해 교수·임상 실무자로 구성된 153명의 인정평가 전문인력을 양성해 전문성을 높였습니다. 무엇보다 임상 실무전문가 2명과 교수 3명으로 구성해 공정성을 기했습니다.” 신 원장의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말까지 3회 이상 졸업생을 배출한 4년제 간호학과 49개교 중 34개교가,3년제의 경우는 21개교가 평가를 각각 받았다. 모든 간호교육기관이 참여하지 않은 안타까움이 있지만 시행 첫 해라는 것과 자율적 참여라는 점이 위안이다. 그는 “교육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간호(학)과를 임상실습기관에 대한 규정 없이도 설립할 수 있게 한 현재의 대학설립 운영규정을 빠른 시일 내에 보완하는 등 설립 기준을 강화하는 일이 아직 남았다.”면서 대학설립운영규정 보완을 향후추진 과제로 꼽았다. 이화여대 간호학과를 나와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성인간호학 석·박사학위를 딴 그는 이대 대외협력처장과 세계여성건강연맹 회장을 지낸 일 욕심 많은 개혁성향의 국제통이다.2006년 이대 간호과학대학장으로 임명되면서 이 대학 구조개혁의 핵심이던 건강과학대 출범의 산파역을 해내 학장으로 발탁됐다. 건강과학대는 기존의 간호과학대학에 체대 체육학과와 생활환경대 식품영양학과, 사범대 보건교육과를 합친 매머드급 건강관련 전문가 육성기관. 스스로를 ‘수지침전도사’로 자처할 만큼 전통의학의 현대의학 접목에 관심이 많은 신 원장은 최근 간호협회 제32대 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노주석기자 joo@seoul.co.kr
  • “구속 남발 사법시스템 손봐주세요”

    “구속 남발 사법시스템 손봐주세요”

    “고소인의 일방적인 주장만 믿고 피고소인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 관계 확인에 소홀한 채 구속을 남발하는 현재의 형사사법 시스템은 곧 출범할 이명박정부에서 반드시 시정돼야 할 개혁 대상입니다.” 이른바 ‘총풍 사건’의 3인방 중 한 명인 한성기(49·전 한국전력 검침본부 부본부장)씨는 11일 터무니없는 혐의를 뒤집어 씌워 자신을 고소하고 위증해 10개월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시킨 전 한전 검침본부장 윤기영(73)씨 등 5명을 무고죄 및 모해 위증죄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하면서 검찰의 잘못된 인신구속 시스템은 반드시 손봐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한씨는 아파트 건설용 땅을 수의계약으로 매입토록 해주겠다며 7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3년을 선고받았지만 최근 서울남부지법 항소2부(재판장 김동하 부장판사)에 의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한씨는 구속기소돼 10개월 동안 영등포구치소에 수감된 뒤 보석으로 풀려나오자마자 국선 변호인을 선임, 치열한 법정투쟁 끝에 이례적인 무죄판결을 이끌어냈다.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법진실을 입증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문을 뗀 한씨는 “변호사 비용을 마련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지만 인신 구속을 남발하는 잘못된 시스템의 벽을 깨는 데 한번 도전해 보자는 오기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증거를 찾고 대응 논리를 개발하는 등 몸을 던지는 노력을 해준 국선변호인 이정석(법무법인 영진) 변호사에게 공을 돌렸다. 지난 1997년 대선 직전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측이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북한에 무력 시위를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총풍사건의 주역으로 세상에 알려진 한씨는 10년 동안 부산의 한 여자상업고교에서 상업 과목을 가르친 교사 출신. 그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첫번째 저술인 ‘신화는 없다’(김영사 간) 출판기획에 깊숙이 관여했고 ‘힐러리와 라이스의 성공리더쉽’(김영사) 등 베스트 셀러를 썼다. 최근 경원대에서 ‘환경 관련 부담금의 개편에 따른 환경세 전환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 논문이 통과된 예비 경영학 박사이기도 하다. 노주석기자 joo@seoul.co.kr
  • “컴퓨터 게임 몰두할 때 뇌파는 치매노인과 비슷”

    “컴퓨터 게임 몰두할 때 뇌파는 치매노인과 비슷”

    “컴퓨터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청소년의 뇌파 상태는 치매노인의 그것과 거의 유사할 정도로 심각합니다.” 영상을 통해 심신을 치료하는 ‘멀티미디어 세라피’ 영역을 독보적으로 개척한 영상예술가 노헌준(44·남서울대 멀티미디어학과) 교수는 26일 무분별한 컴퓨터 게임이 성장기 청소년들의 두뇌에 미치는 폐해를 경고했다. 이미 음악, 색, 향기 등을 통한 대체의학적 치료는 보편화됐지만 노 교수가 개발, 특허를 받은 ‘두뇌 스트레칭 훈련시스템’은 사용자의 생체신호정보가 실시간 컴퓨터와 통신해 심신의 안정을 꾀하는 획기적인 프로그램이다. “두뇌 스트레칭 훈련시스템이란 BT(Bio-Technology)와 IT(Information-Technology), 그리고 영상예술 등 3개를 융합한 기술로 마우스 패드를 통해 체크된 자신의 스트레스 지수를 확인할 수 있는 두뇌 안정 프로그램입니다. 손가락 끝의 말초신경으로부터 전해지는 생체 신호인 피부 저항을 측정·분석해 스트레스를 측정, 해소할 수 있다는 거죠.” 이 같은 원리를 원용한 마우스 패드와 프로그램이 내재된 훈련시스템(제품명 P.D.PAD)을 개발, 지난 3월 국내 특허를 획득한데 이어 미국·중국에도 특허를 출원 중이다. 생체 신호에 따라 동영상과 음향 등이 상호작용해 심신의 안정을 꾀한다는 바이오피드백(biofeedback)원리를 응용한 독창적인 기술로 이미 여러 대학과 병원 등에서 임상적으로 검증됐다. 컴퓨터 게임으로 멍들고 있는 청소년의 두뇌는 물론 컴퓨터를 오랜 시간 사용하는 직장인들의 스트레스를 오감(五感) 자극을 통해 풀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MC스퀘어란 제품이 소리를 통해 뇌파를 자극한다면 ‘P.D.PAD’는 영상과 음향으로 긴장을 이완시키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뇌운동을 활성화하는 진일보한 리듬호흡명상의 일종이라고 보면 됩니다.” 앞으로 이 기법을 정신치료 등에 도입할 경우 치매, 자폐증, 고소공포증 같은 불치의 심인성 장애를 치료하는 대체의학으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 과학수사 기법으로 널리 쓰이는 거짓말탐지기도 기초적인 뇌파분석이다. 미국 오리건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에서 영상예술 석사(MFA) 학위를 받은 노 교수는 지난 2001년 국내 최초의 최첨단 멀티미디어 퓨전 퍼포먼스 ‘흑방’,‘시간여행’ 등을 연출하는 등 40차례의 멀티미디어 퓨전공연을 연출한 영상예술가이다. 노주석기자 joo@seoul.co.kr
  • [사고] 서울신문 대선 특별취재단 가동

    서울신문은 제17대 대통령선거 D-30일을 맞아 특별취재단을 구성,19일부터 투표일인 12월19일까지 한 달간 본격 운영합니다. 본사와 전국의 지방취재진 61명으로 구성된 특별취재단은 각 후보와 정당의 선거운동 및 투·개표 결과 등을 입체적으로 취재, 신속·정확하고 공정하게 보도할 계획입니다. 특히 서울신문은 올 대선을 정책선거의 원년으로 만들기 위해 각종 선거유세 현장 및 TV 합동토론회 등에서 발표되는 후보들의 정책공약을 면밀하고 심도있게 평가·분석해 독자들에게 전달할 것입니다. 후보들의 자질도 균형감 있게 분석해 유권자들이 바른 판단으로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아울러 깨끗하고 돈 안 드는 새로운 정치문화의 착근에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애정을 부탁드립니다. ■ 취재단 명단 ●단장 황진선 수석부국장 ●부단장 박대출(정치부장)박정현(사회부장)정기홍(지방자치부장)박현갑(기획탐사부장)이종원(사진부장) ●본부 진경호(반장) 이종락 박찬구 최광숙 김상연 조현석 구혜영 박지연 정은주 나길회 홍희경 강국진 이재훈 김지훈 한상우 박창규 김민희 ●서울 노주석(반장) 김성곤 김경운 이동구 이창구 최여경 유영규 김경두 홍성규 임일영 류지영 서재희 이경주 이경원 ●경기·인천 한만교(반장) 윤상돈 김병철 김학준 ●강원·충청 조한종(반장) 이천열 ●광주·전남·북 임송학(반장) 최치봉 남기창 ●대구·경북 한찬규(반장) 김상화 ●부산·울산·경남 이정규(반장) 김정한 강원식 ●제주 황경근 ●사진취재반 최해국(반장) 김명국 이언탁 이호정 안주영 도준석 정연호 손형준 왕상관 ●부정선거 고발창구 서울 중구 태평로1가 25번지 서울신문사 편집국 ●전화 (02)2000-9152(정치부) 9172(사회부) 9184(지방자치부) ●팩스 (02)2000-9159,9179,9189 ●e메일 jade@seoul.co.kr
  • [데스크시각] 지자체 의정비 현실화와 전제조건/ 노주석 지방자치부 부장급

    얼마전 살고 있는 동네의 의정비 심의위원에 위촉됐다. 구(區) 의원들이 내년도에 받을 보수를 이달말까지 결정하는 임무이다. 지역발전을 위해 작지만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선뜻 응했다. 하지만 회의가 거듭될수록 섣불리 결정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른 위원들도 비슷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눈치였다. 이미 몇몇 자치단체가 의정비를 최고 두 배까지 현실화하기로 결정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뒤끝이어서 몸조심을 하는 분위기도 역력했다. 의정비 심의위원들이 ‘대략난감’한 처지에 놓인 것이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유급제가 첫 시행된 지난해 너무 낮게 ‘급조’된 의정비를 적정수준으로 현실화해줄 것을 요구하는 지방의원들의 높은 기대치에 비추어 지역사회는 이를 수용할 자세가 되어 있지 않은 때문이다. 합리적인 의정비를 정하기 위한 적절한 산정기준이 없다는 점과 지방의회와 지방의원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부족 및 ‘비호감’에서 기인하는 요인도 있는 듯하다. 산정기준의 부재는 해답이 없는 수학문제를 풀라는 격이다. 그나마 있는 몇가지 기준도 모호하고 주관적인 근거들뿐이다. 의정비중 문제가 되는 부분은 월정수당이다. 월정수당은 지역주민의 소득수준, 지방공무원의 보수인상률과 물가상승률, 의회의 활동실적과 자치단체의 재정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정토록 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3804만원을 받은 서울 서대문구 의원들에 반해 충북 증평군 의원들은 절반수준인 1920만원을 받았다. 또 지난해 서울시 25개 자치구 의원의 월 평균 수령액은 276만원으로 계약직 환경미화원의 최고액 405만원에 한참 못 미쳤다. 오죽했으면 전국시군구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가 차라리 정부가 나서서 광역, 기초의원별로 월정수당의 가이드라인을 정해달라고 했을까. 지방자치법과 지방공무원법이 서로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바람에 원칙에도 없는 보수(報酬)가 결정된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보수산정 때 공휴일을 공제하지 않는 공무원과 달리 의정비를 회의출석의 대가인 것처럼 잘못 계산하는 등 의정비 결정이 보수결정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에 대해 의회에 거의 상근하다시피 하는데 회의일수 80일을 근거로 보수를 결정하는 것이 웬말이냐고 의원들은 항변한다. 지방의원은 선거에 의해 뽑힌 정무직공무원이기 때문에 공무원에 준한 보수체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지방자치 전문가도 있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지 16년이 지났지만 지방의회와 지방의원에 대한 여전한 이해부족과 비호감은 의정비 현실화를 저항에 부딪히게 하는 요인이다. 서로를 ‘의원님’이라고 시도 때도 없이 호칭하는 데서 엿볼 수 있듯이 일부 의원들의 ‘방각하식’ 권위주의와 비전문성이 낳은 자업자득의 산물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유능한 지역인재의 수혈이나 주민자치 시스템의 업그레이드를 바라는 주민들이 정작 필요한 ‘총탄’지원에는 인색한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는 배경에는 지방자치의 어두운 ‘과거’에 대한 불신이 도사리고 있다. 불신을 극복하기 위한 자체 정화와 자기엄격성이 절실한 대목이다. 무엇보다 지역사회와 주민들은 유급제가 시행된 이후 지방의회와 지방의원의 질적인 변화를 별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설령 의정비 현실화에 동의하더라도 윤리조례 제정과 외부인사가 포함된 윤리위원회 운영, 보다 엄격한 겸직금지제도의 도입, 상근 의무화, 의원 개개인의 의정활동평가제도 도입 등을 전제조건으로 내놓는 까닭이다. 노주석 지방자치부 부장급 j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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