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선부론 지고 균부론 뜨나
│베이징 박홍환특파원│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가 분배정책의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인민일보가 중국 공산당의 정리된 노선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선전매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금융위기 이후 성장과 분배를 둘러싼 최고 지도부 내의 갈등이 정리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인민일보는 19일 ‘우리의 돈주머니를 내보여 평가받자’라는 제목의 한 면짜리 기사를 통해 “현재 상당수 국민들의 소득수준으로는 내수확대에 한계가 있다.”면서 소득분배 정책의 개선을 촉구했다. 안후이(安徽)성 화이베이(淮北)의 농민공, 헤이룽장(黑龍江)성 푸진(富錦)의 농민, 충칭(重慶)시 외곽도시의 세일즈맨, 랴오닝(遼寧)성 선양(沈陽)의 교사,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의 중소기업인 등을 직접 인터뷰한 결과다.
인터넷 포털 신랑왕(新浪網) 등 다른 매체들은 “당보가 분배정책의 개선을 촉구했다.”며 인민일보 기사를 대부분 인용보도했다.
중국 지도부 내에서 성장과 분배를 둘러싼 논쟁은 역사가 깊다. 개혁·개방 이후 상하이방인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시절까지는 덩샤오핑(鄧小平)의 이른바 선부론(先富論·능력이 되는 사람부터 부자가 되라)이 대세였다.
하지만 4세대 지도자인 후진타오(胡錦濤) 현 주석은 이른바 ‘조화사회’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올려놓았다. 선부론의 폐해인 빈부격차 해소를 주창하고 나선 것. 3농(농민, 농촌, 농업) 중시 정책과 서부대개발 등을 통해 동부연안과 서부내륙, 도시와 농촌의 소득격차를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경제가 잘 굴러가는 동안에는 후 주석의 ‘균부론’에 문제가 없어 보였다. 연안은 여전히 돈이 넘쳐났고, 그 돈은 서부와 농촌으로 보내졌다.
갈등은 금융위기 이후 다시 불거졌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지난 10월5일자에서 금융위기 이후 조화사회를 강조하는 후 주석의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파 및 원자바오 총리 연합세력과 성장을 중시하는 상하이방과 태자당 연합세력이 주요 경제정책에서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후 주석 계열은 일반인들의 구매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전히 서부대개발 등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반면, 성장론자들은 창장(長江)과 주장(珠江)삼각주 등 전통적 수출기지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는 것.
이 같은 관측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확인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발표한 4조위안 경기부양 자금의 구체적 투입 명목이 지난 3월에야 정해지는 등 정책결정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은 사실 등에서 갈등의 일단이 엿보였다.
이번 인민일보의 분배정책 개선 촉구와 관련,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경제회복이 본격화되면서 지도부 내에서 분배론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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