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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천 소방당국 녹취록서 빠진 ‘골든타임 18분’

    제천 소방당국 녹취록서 빠진 ‘골든타임 18분’

    처음에는 없다더니 뒤늦게 제공” 소방당국 “잡음 많아 청취 어려워 녹취록서 일부러 뺀 것 아니다” 29명의 희생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와 관련해 공개된 화재 당일 충북소방종합상황실과 재천 화재현장 대원들 간의 무선녹취록에 18분간의 교신내용이 빠져 논란이 일고 있다.4일 유족들에 의해 공개된 소방당국 무선녹취록을 살펴보면 지난달 21일 오후 4시 2분부터 4시 20분까지 18분간의 교신내용이 빠졌다. 첫 번째 화재 신고 접수 시간이 오후 3시 53분인 점을 고려하면 이때는 생존자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에 해당된다. 유족대책위 관계자는 “제천소방서장이 처음에는 무선녹취록이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가 소방당국이 뒤늦게 녹취록을 제공했고, 공교롭게도 가장 중요한 시간대 녹취록이 빠졌다”며 “소방당국이 자신들의 부실한 초기대응이 외부로 공개되는 것이 두려워 의도적으로 녹취록을 빠트린것 같다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오후 4시 20분 이후의 무선녹취록을 봐도 2층 여성 사우나에 사람이 많다는 내용이 현장 대원들에게 전달된 게 없다”며 “화재 신고자들을 통해 상황실이 입수한 정보가 현장 대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운 것 같다고 생각하는 유족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충북도 소방본부는 전파간섭이나 노이즈가 심해 청취가 어려운 무선녹음은 녹취록 작성에서 제외했다며 의도적으로 빠트린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한 휴대전화를 통해 오후 4시 4분과 6분 등 2차례에 걸쳐 현장지휘팀에 2층에 사람이 많다는 내용을 전달했다며 중요한 정보가 전달이 안 됐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도 소방본부 관계자는 “현장대원들이 건물에 매달려 구조를 요청하는 시민을 먼저 구하고 최성기에 달한 1층 주차장 불을 진압하느라 2층에 바로 진입하지 못한 것”이라며 “몰라서 2층 진입이 늦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시 소방대원들의 2층 진입시간은 오후 4시 40분쯤이다. 유족들은 청취가 어려워 18분간의 무선녹음이 녹취록에서 빠졌다는 소방당국의 주장을 맏을수 없다며 무선녹취록 보전신청을 소방합동조사단에 요구했다. 제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집을 허물 수는 없고…소화기가 1차 소방관”

    “집을 허물 수는 없고…소화기가 1차 소방관”

    잇단 화재 참사에도 불구하고 대도시를 포함한 대부분의 행정 당국이 적극적인 개선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시골의 작은 기초지방자치단체가 나름대로 머리를 짜내 화재 예방에 나서 주목된다.충북 증평군은 3일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주택가 골목 4곳에 소화기함 8개를 설치하고 주민들에게 사용법을 교육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당시 소방차 진입이 늦어져 피해가 커진 데서 얻은 교훈을 실천하는 셈이다. 이번에 공용소화기가 설치된 곳은 증평읍 초중리, 증평리, 증천리, 대동리 등으로 예산은 250만원이 들었다. 증평군 관계자는 “시골동네는 좁은 골목길 때문에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한 곳이 많다”며 “집을 허물 수도 없어 고민 끝에 골목길에 공용소화기함을 설치했다”고 밝혔다.증평리 443과 증천리 416 일대는 좁은 골목길 때문에 폭이 2.3m인 소형 펌프차조차 진입이 불가능하다. 초중리 356 일대는 구불구불한 골목길과 낮은 주택 처마 때문에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며 아슬아슬하게 소방차가 진입해야 한다. 대동리는 불법주차가 극심해 차량들을 견인해야 소방차가 진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들 지역에 불이 나면 소방차를 마을 입구에 세워 놓은 뒤 소방관이 수관을 연결해 화재 현장까지 뛰어야 한다. 지금까지 이들 마을에 소화기가 있는 곳은 경로당 정도였다. 정영길(63) 초중2리 이장은 “소방차는 마을 진입이 어렵고, 마을에 소화기는 경로당과 주민쉼터밖에 없어 불이 날까 봐 늘 걱정이었다”며 “이번에 공용소화기가 설치돼 조금은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증평군은 앞서 지난해 7월 증평읍 율리에도 소화기함 5개를 설치했다. 율리는 산비탈 지역이라 눈이 오면 소방차 진입이 힘들다. 증평소방서는 요즘 율리 마을 곳곳을 영상촬영하고 가구당 주민숫자까지 파악하고 있다. 빠른 접근로를 찾고 구조활동 시 도움을 받기 위해서다. 하지만 아직 소방 사각지대는 많다. 증평소방서에 따르면 소방차 통행이 어려운 주택가 골목이 관내에 10여곳에 달하지만 예산부족으로 이번에 4곳만 설치되는 데 그쳤다. 증평소방서 오동계 소방교는 “관련 법률에 따라 집집마다 소화기 1대를 비치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는 가정은 드물다”며 “지자체들이 공용소화기함 설치 예산을 적극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화기 설치에 그치지 말고 사용법과 훈련을 병행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증평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주 3가지 혐의 적용 검찰 송치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주 3가지 혐의 적용 검찰 송치

    29명이 숨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를 수사 중인 충북경찰청 수사본부가 구속된 건물주 이모(53)씨를 2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업무상과실치사상, 소방법 위반, 건축법 위반 등 모두 3가지다. 경찰은 이씨가 스프링클러 등 건물내 소방안전시설 관리를 소홀히 해 인명피해를 키웠고, 2층 여자사우나 비상구를 철제선반으로 가로막는 등 소방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9층 위 옥탑 기계실을 직원 숙소로 용도 변경하는 등 건축법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구속영장이 기각된 건물 관리인 김모(51)씨에 대해서는 보강수사를 진행해 구속영장 재신청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화인을 밝혀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 결과는 빠르면 오는 7일쯤 나올 예정이다. 경찰은 김씨가 불이 나기 1시간 전쯤 1층 천장에서 진행한 열선 얼음제거 작업 등과 이번 화재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씨가 작업한 위치와 발화지점은 일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이 작업과 관련해 경찰에서 “지시한 적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들은 여전히 소방당국의 부실한 초기대응이 참사를 초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방당국이 2층 사우나 통유리를 깨고 일찍 건물 내부로 진입했다면 사망자를 줄일수 있었다는 게 유족들의 주장이다. 희생자 29명 가운데 20명이 2층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번 화재는 지난달 21일 오후 3시 53분쯤 발생했다. 1층 천장에서 시작된 불이 외벽과 화물 승강기 등을 통해 빠르게 건물 전체로 확산된데다, 스프링클러와 배연창 등 소방안전시설이 작동되지 않아 29명이 숨지고 39명이 다치는 참사로 이어졌다. 불법주정차로 소방차의 현장진입이 늦어졌고, 제천소방서의 열악한 장비와 인원도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적됐다. 경찰은 이 건물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지방의원 A씨 대한 조사도 검토중이다, A씨가 실소유주로 확인되면 사법처리가 가능하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구속된 이씨는 A씨의 처남이다. 제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충주 노부부 피살사건 용의자 아들 영장 신청

    지난달 27일 충북 충주에서 발생한 노부부 피살 사건의 용의자인 막내아들 김모(46)씨에 대해 경찰이 1일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현재 김씨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지난달 27일 오후 5시 45분쯤 충주에 위치한 아버지(80)의 집에서 아버지와 어머니(71)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뒤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제보를 받고 충주 시내에서 김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김씨가 부모와 토지 처분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는 주변인들의 진술을 토대로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 수사를 벌여왔다. 경찰은 김씨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주변인들의 진술과 김씨의 차량이 사건 발생 직전 아버지 집 부근을 오가는 장면이 찍힌 CCTV 등을 근거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충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내정자 사임, 충북소통특보 신설 없던일 되나

    내정자 사임, 충북소통특보 신설 없던일 되나

    자유한국당 등 보수진영의 사퇴압박을 받아온 송재봉(48) 충북도 도민소통특보 내정자가 1일 사임했다. 송 내정자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다양한 도민들의 생각이 도정에 반영되는 협치실현의 가교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를 갖고 소통업무를 하고자 했지만 선거용 코드인사 논란으로 비화돼 소통특보가 도정운영에 부담을 주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공적 영역에서 도민참여 확대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접고, 충북을 위한 다양한 역할을 민간영역에서 찾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논란이 다양한 거버넌스 실험의 통로가 막히는 것으로 귀결되지 않고, 민관협치의 적합한 모델을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소통특보의 역할을 기대했던 분들께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송 내정자는 서울신문 기자에게 “당분간 휴식을 취한 뒤 시민단체 쪽에서 활동 할 계획”이라며 “지방선거 출마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본인이 생각했던 것보다 반대여론이 커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며 “특히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며 권력층을 비판해오던 송 내정자가 자신이 비판을 받게되자 심리적 압박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 내정자의 사임으로 소통특보 신설은 없던 일이 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선거를 5개월여 앞둔 민감한 시점에서 이시종 지사가 누구를 선택해도 ‘선거용 인사’라는 비판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도는 소통특보(2급상당)를 신설한 뒤 지난달 8일 송재봉 충북NGO 센터장을 내정자로 발표했다. 도의 발표가 있자 공무원의 기득권을 깨는 ‘파격 인사’라는 긍정적 평가와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코드인사’라는 비판이 엇갈렸다. 자유한국당은 성명을 통해 “이 지사가 한쪽 쏠림의 편향적 불통의 길을 걸어온 송 센터장을 소통특보에 내정한 것은 상식을 뛰어넘는 오만이자 코미디”라며 “6개월 남은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후안무치의 좌편향단체 줄대기 인사”라고 비난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측은 “시민단체들의 좋은 평가를 받는 송 내정자가 소통특보로 결격 사유가 없는데 한국당이 색깔론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인사권은 단체장의 고유 권한으로 존중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도는 반대여론을 의식한 듯 한달 가까이 송 내정자의 임명을 미뤄왔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충주경찰서 노부모 살해 혐의 아들 검거

    충북 충주경찰서는 자신의 부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있는 김모(46)씨를 붙잡아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경찰은 김씨가 지난 27일 오전 충주의 한 마을 주택에서 아버지(80)와 어머니(71)를 둔기로 때려 살해한 뒤 도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노부모와 토지 처분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는 진술을 확보, 수사를 벌여왔다. 김씨가 평소 차량을 이용하지 않는 데다, 범행 뒤 휴대전화를 꺼놓고 잠적해 검거에 어려움을 겪어오던 경찰은 제보를 받고 충주 도심에서 김씨를 검거했다. 김씨는 일정한 직업없이 생활해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충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 [인사]

    ■서울신문 ◇승진 <국장급>△편집국 국제부 선임기자 김규환△사진부 선임기자 이종원△독자서비스국 부국장 겸 공보전략1부장 임종원<부국장급>△논설위원실 논설위원 황수정△편집국 편집2부 선임기자 박주목 김중열△정치부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박홍환△사회2부 이명선△체육부장 송한수△독자서비스국 공보전략2부장 윤재수△사업국 사업지원팀장 이경옥△온라인뉴스국 온라인뉴스부장 이기철△제작국 편집제작부장(통합뉴스룸추진단 위원 겸임) 정영애△시설안전관리국 임대관리부장 정성주<부장급>△편집국 편집2부 차장 강동삼△어문팀장 이경우△정책뉴스부 박승기△사업국 전략사업부 이동규△제작국 윤전부 조경서<차장급>△경영기획실 IT개발부 김준수△편집국 어문팀 오명숙△사회부 홍희경△사회2부 남인우△독자서비스국 발송부 신명식△광고국 영업지원팀 이혜경 탁선미△광고국 영업1부 양진호△온라인뉴스국 온라인마케팅부 정영진△웹제작부 박민선△제작국 제작지원팀 구성숙△편집제작부 정보경△시설안전관리국 시설관리부 설비팀 노현철◇승진 및 전보 <부장급>△광고국 광고기획팀장 황경문◇겸임△통합뉴스룸추진단 위원 박찬구 이경숙 김진성 구본양 임천택 이두걸 이태성 박혜영◇전보△광고국 영업1부장 이철행△온라인뉴스국 웹제작부 차장 권성안
  • 제천 참사 유가족 “화재 발생 1시간 넘어 희생자 생존”

    제천 참사 유가족 “화재 발생 1시간 넘어 희생자 생존”

    소방당국 부실한 초동조치에 문제 제기지난 21일 오후 3시 53분쯤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 희생자인 김모(18)양이 화재 발생 후 1시간 10여분이 지날 때까지 살아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9일 유족대책위원회가 유족들의 기억을 토대로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3시 59분 김양이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화재사실을 알렸다, 이어 오후 4시 2분과 4시 5분에 이뤄진 통화에서 아버지는 “빨리 피신하라”고 재촉했고, 김양은 “6층인데 앞이 안 보이고 문도 안 열려”라며 계속 도움을 청했다. 이어 오후 4시10분부터 다시 두 사람의 통화가 시작됐다. 아버지는 “조금만 참아 소방관 왔으니까. 힘드니까 말하지 말고. 아빠 말 믿고 조금만 참아”라며 공포에 떠는 딸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1시간 넘게 이어진 통화는 김양의 신음소리를 끝으로 오후 5시 12분 끊어졌다. 이후 아버지가 전화를 걸었지만 김양은 받지 않았다. 이때 소방대원들은 한창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소방대원들이 2층 유리창을 깨고 건물 내부로 진입한 것은 화재발생 40여분이 지난 오후 4시 40분쯤이다. 김양은 8층 현관 앞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양의 아버지는 “소방당국이 건물 내부로 좀더 일찍 진입했으면 딸을 살릴 수 있었다”며 초기대응이 부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화재 발생 4시간이 지나서까지 통화가 이뤄졌다는 유족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충북경찰청 수사본부는 희생자 안모(58)씨와 화재 당일 오후 8시 1분부터 20초간 통화했다는 유족 주장을 조사한 결과 안씨가 전화를 받지 않아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가면서 발신자 유족 휴대전화에 기록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숨진 김모(80)씨가 당일 오후 5시 18분쯤 경기 용인에 있는 딸 집으로 전화를 걸어 외손녀와 통화를 했다는 또 다른 유족의 주장은 발신자가 다른 사람으로 조사됐다. 화재 신고 접수 28분 전 불이 시작됐다는 유족들의 주장도 경찰조사를 통해 사실과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화재로 29명이 숨지고 39명이 다쳤다. 제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제천 화재 유일하게 작동된 비상벨마저 늦게 울렸다

    “옥상으로 피하던 중 소리 들어” 건물주는 불리한 진술 회피 중 “은폐 말라” 유족, 법적 대응 나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의 소방안전시설 가운데 유일하게 작동된 것으로 알려진 비상벨마저 생존자들의 증언을 통해 뒤늦게 울린 것으로 전해졌다.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난 21일 화재 참사 당시 사실상 정상 작동한 건물 내 소방안전시설은 없었던 셈이다. 28일 생존자들에 따르면 대부분의 생존자가 탈출할 때까지 비상벨을 듣지 못했거나 “불이 났다”는 소리를 듣고 대피하던 도중에 들었다. 연기나 열을 통해 비상상황을 감지한 뒤 울리는 비상벨이 제 역할을 못했다는 얘기다. 화재 당일 오후 3시 53분쯤 4층 사우나에 있다가 탈출한 한모(61)씨는 서울신문 기자에게 “불이 났다는 소리를 듣고 탈의실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니 검은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며 “벗고 있던 옷을 다시 입은 뒤 주 계단을 통해 옥상 쪽으로 올라가다 보니 그제야 비상벨 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화재 당일 손자와 함께 1, 2층 계단에서 여성 15명의 탈출을 도운 이모(69)씨는 “건물을 빠져나올 때까지 비상벨은 울리지 않았다”며 “당시는 1층에서 시작된 불이 주 출입구 쪽을 통해 2층을 위협하던 때”라고 했다. 이씨와 함께 있던 손자의 진술도 일치한다. 경찰의 화재 사건 수사는 난항을 겪고 있다. 구속된 건물주 이모(53)씨가 묵비권을 행사하는 데다 발화 지점에서 작업해 화재 원인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건물 관리인 김모(51)씨의 구속 영장이 기각됐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구속된 이후 이씨가 입을 열기는 했지만,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은 회피하고 있다”며 “추가로 다른 증거들을 확보해 화재 원인을 규명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수사를 보완해 김씨의 영장을 다시 신청할 방침이다. 또한 화재 현장에서 탈출한 2층 여탕 카운터 직원과 여탕 세신사에 대한 조사 여부도 검토 중이다. 또한 최초 신고 시간보다 이르게는 50분 전부터 1층 천장 내부에서 불이 나기 시작해 연소하고 있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최초 신고보다 28분 전에 1층 천장에 난 불을 끄려고 했던 사람을 봤다는 목격자도 나왔다. 이번 사건 유족들은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상임위원 출신이 포함된 대한변호사협회 생명존중재난안전특별위원회에 법률 자문을 맡기기로 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섰다. 유족대책본부는 “소방관들이 비상구에 진입하지 못한 이유 등이 명확치 않아 답답한데, 경찰은 화인을 밝히는 데만 주력하고 있다”며 “이번 화재를 개인적 사건으로 몰고 가선 안 된다. 사전 인허가 문제부터 다뤄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유족들에게는 사회재난 구호금과 주민 성금, 보험금 등이 지원된다. 사망자의 경우 가구주는 1000만원, 가구원은 500만원을 지원받는다. 제천 이천열·남인우 기자 sky@seoul.co.kr
  • 제천 스포츠화재 수사 난항 속 유족들 참사 규명 돌입

    제천 스포츠화재 수사 난항 속 유족들 참사 규명 돌입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건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28일 경찰에 따르면 발화 지점에서 작업을 해 화재 원인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건물 관리인 김모(51)씨의 구속영장이 하루전날 “김씨의 주의의무가 있는지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기각된데다, 구속된 이모(53)씨가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어서다. 경찰 관계자는 “구속된 이후 이씨가 입을 열기는 했지만,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은 적극 회피하고 있다”며 “추가로 다른 증거들을 확보해 화재 원인을 규명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수사를 보완해 김씨의 영장을 다시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또한 화재현장에서 탈출한 2층 여탕 카운터 직원과 여탕 세신사에 대한 조사여부도 검토중이다. 유족들은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상임위원 출신이 포함된 대한변호사협회 생명존중재난안전특별위원회에 법률 자문을 맡기기로 하는 등 본격적인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법무·조사·정보·총무·언론 등 분과로 짜인 유족대책본부를 구성해 참사 책임 규명 활동에 돌입했다. 유족대책본부는 이날 “처벌보다 재발 방지를 위해 정확한 원인 규명을 요구하는 입장이었지만 명확한 ‘인재(人災)’임이 드러나고 있는데도 소방당국 등이 소극적 대처와 은폐를 일삼아 강경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며 “오는 30일부터 특위 변호사를 선임해 공식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변협 생명존중특위는 4.16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출범한 국가재난사고 대응 전문 위원회다. 윤창희(54) 유족대표는 “출동 당시의 소방 무전 교신 내용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으나 소방 당국은 ‘무전 교신 내용은 녹음이 안된다’는 말만 한다”며 “교신 내용은 자동 녹음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충북도는 유족들에게는 사회재난 구호금과 주민 성금, 보험금 등이 지원된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지난 9월 제정된 ‘사회재난 구호 및 복구지원 조례’에 따른 것이다. 도는 행정안전부의 ‘사회재난 구호 및 복구비용 부담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적용해 사망자의 경우 세대주는 1000만원, 세대원은 5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41만8000원(1인 가구 기준)∼158만5000원(6인 가구 기준)의 생계비도 전달한다. 부상자에게는 입원비 등을 지급 보증한다. 만일 건물주나 보험회사가 입원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도의 예산으로 우선 낸 뒤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장례비 역시 입원비와 비슷한 형식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적십자사도 기부금품 모집에 관한 법률에 따라 다음 달말까지 제천 화재 피해 돕기 모금을 통해 피해자를 지원한다. 이날 현재까지 모금액은 6100여만원이다. 도 관계자는 “조사과정을 거쳐 지원까지는 한달 이상의 시간이 에상된다”며 “희생자들의 합동위령제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이 난 스포츠센터는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화재배상책임보험에 가입돼 있다. 보상 한도는 사망 최고 1억원, 부상 최고 2000만원, 대물 피해 5억원이다. 제천 이천열·남인우 기자 sky@seoul.cokr
  • 제천시 전문 인력 36명 투입…심리지원·정신건강 진료 실시

    제천 지역에서 29명이 숨지고 39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하자 충북 제천시가 재난 심리지원에 나서고 있다. 27일 시에 따르면 지난 22일 재난심리지원 전담팀이 구성돼 유가족과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심리지원 및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대면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전담팀은 국립정신건강센터, 충청권 정신질환 전담병원인 국립공주병원, 충북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제천시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4개 기관 전문가로 구성됐다. 시는 심층면담 및 사후관리를 위해 지역의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 전문인력 36명도 투입했다. 또한 타 지역 거주자 심리지원을 위해 해당 거주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해 심리지원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방침이다. 이번 사고로 심리적 불안을 느끼는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심리상담서비스도 진행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교통사고나 대형 화재, 자연재해 등 일상적 한계를 벗어난 상황을 경험한 사람들은 트라우마 치유를 위한 심리치료가 꼭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또한 트라우마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일반적인 현상이라는 점을 알고 걱정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과거 스트레스의 경험이나 괴로운 기억이 반복되면서 호흡곤란, 불안, 초조, 불면, 반복된 악몽, 자주 놀람, 불면 등이 동반되면 트라우마로 보면 된다. 이재정(45) 국립공주병원 정신과 전문의는 “트라우마는 아주 정상적인 반응이고, 90% 이상 좋아지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의사와 상담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스스로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가벼운 운동이나 활동에 참여하도록 노력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위 사람들은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이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정서적으로 지원해 주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제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빨간색만 보면 불길이 나한테 오는 것 같아”

    죽음의 문턱에서 기적적으로 살아온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생존자들이 트라우마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뻘건 불길이 집어삼킨 건물 안에서 이웃들의 시신이 나오는 참혹한 장면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상가 주민들과 가족을 잃은 유족들 역시 그날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1일 오후 3시 53분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에서 손자 이재혁(15·중3)군과 함께 여성 15명의 탈출을 돕다 척추에 금이 가고 목 뒷부분에 화상을 입어 제천서울병원에 입원 중인 이상화(69)씨는 27일 병원으로 찾아간 기자에게 “몸에 난 상처는 시간이 가면 자연스레 치료되지만 마음에 난 상처는 평생 간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화재 당시 4층 헬스클럽에 있던 이씨는 불이 났다는 직원 소리에 손자와 함께 계단으로 대피하다 1, 2층 사이 계단에서 머리를 낮춘 채 겁에 질린 여성들과 마주쳤다. 잘 열리지 않는 작은 유리창을 덩치가 큰 재혁군이 가까스로 연 뒤 이씨와 손자는 여성들을 하나씩 들어 탈출시켰다. 이씨는 “1971년 전방부대 소대장 시절 북한군과 교전한 경험도 있지만 이런 아비규환을 경험한 것은 처음”이라며 “빨간색만 보면 뜨거운 불길이 나한테 오는 것 같아 무섭다”고 했다. 이어 “TV 뉴스를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그때 악몽이 떠올라 나를 괴롭힌다”며 “불안하고 초조해서 밤마다 수면제와 안정제를 먹고 자는데도 2시간마다 깬다”고 말했다. 사람들을 구출하다 발목을 다친 재혁군은 화재 현장에서 맡았던 타는 냄새와 싸우고 있다. 재혁군은 “남들은 아무 냄새도 안 난다는데 저는 계속 냄새가 나는 것 같다”며 “발바닥까지 때수건으로 밀며 하루에도 10번 이상 샤워하지만 냄새가 내 몸에서 떠나지 않아 미치겠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밤이 돼 입원실 불을 끄면 고립된 것 같고, 공포감이 밀려와 잠을 잘 수가 없다”며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낮에서야 약을 먹고 겨우 잔다”고 했다. 이번 화재로 딸을 잃은 김 모(42) 씨는 “아직도 딸이 살아 돌아올 것 같다”고 울먹였다. 그는 ‘스포츠센터 안에 딸이 있다’는 연락을 받고 달려와 화재 진압 현장을 목격했다. 김씨는 “‘소방관들이 2층 유리창을 깼으면 사람들을 구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과 아버지로서 딸을 지켜 주지 못한 죄책감에 술을 마시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화재 현장 근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스포츠센터 바로 옆 안경점에서 일하는 손현오(31)씨는 “이번에 돌아가신 분 가운데 4명이 단골손님이었다”며 “출근하다가 시커멓게 그을린 스포츠센터 건물을 보면 그분들 얼굴이 떠올라 너무 힘들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손씨는 이어 “화재에 대한 공포감이 생겨 자꾸 전열기구 등을 쳐다 보게 된다”며 “‘내가 그런 상황이었으면 어떻게 했을까’ 등 그동안 하지 않았던 생각들로 머리가 가득하다”고 말했다. 인근 현대아파트 2단지에 사는 최미선(32)씨는 “스포츠센터 쪽을 아예 안 보려고 노력한다”며 “남편이 출근하고 아기와 둘이 있으면 불이 날 것 같아 불안해 집안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화재 현장에 투입됐던 소방관들 역시 트라우마를 겪지만 밖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한 소방관은 “29명을 구하지 못한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무슨 말을 하겠냐”며 “모두가 죄책감과 초기 대응 잘못을 탓하는 여론 때문에 무척 힘들어하고 있다”고 고개를 떨궜다. 제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현장 옆 불법주차 ‘빽빽’…여전히 소방차 공간 없다

    현장 옆 불법주차 ‘빽빽’…여전히 소방차 공간 없다

    소화전 4개도 다 차량으로 막혀소방차 전용구역도 버젓이 주차 주변 건물 비상구도 물건 꽉 차 “이웃들 참사 보고도 안전 망각”26일 낮 12시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화재사고 현장. 외벽 전체가 시커멓게 그을리고 폭격을 맞은 듯 통유리가 부서진 흉측한 건물 모습은 지난 21일 29명의 목숨을 앗아 간 참혹한 당시 상황을 실감하게 한다. 인근 몇몇 가게들은 희생자를 추모하는 현수막을 걸고 조용히 영업을 이어 갔고, 일부 노래방과 호프집 등은 슬픔을 함께하기 위해 참사 이후 5일째 문을 닫고 있었다. 하지만 참사 현장 주변의 안전의식은 아직도 부족해 보였다. 스포츠센터 동쪽 이면도로를 가 보니 양쪽으로 불법 주차한 차량 탓에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화재가 나서 소방차가 출동한다면 작은 펌프차가 겨우 지나갈 공간밖에 없었다. 인명 피해가 크게 난 원인의 하나가 불법 주차 차량이었다. 소방 당국은 견인차까지 불러 불법 주차 차량을 치우다 ‘골든타임’을 놓쳤다. ‘교훈’을 벌써 망각한 것 같다. 불법 주차 차량은 화재 발생 시 소방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설치한 소화전까지 가로막았다. 화재 현장 근처의 롯데마트 주위를 살펴보니 빨간색 소화전 4개가 모두 차량에 막혀 접근이 쉽지 않아 보였다, ‘소화전 등 소화용수 시설 주변 5m 이내에 불법 주정차할 경우 2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규정을 모르는 걸까. 소화전이 장식품처럼 보였다. 인근에 사는 주민 손모(42)씨는 “이웃들이 대형 화재로 목숨을 잃었는데도 아직도 ‘설마’ 하는 그릇된 인식이 팽배한 것 같다”며 “하소동 중심 상권인 이 일대에 주차할 곳이 없다지만 아무 일 없는 듯 불법 주차하는 것을 보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안전 불감증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스포츠센터 길 건너편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가자 주차장이 텅 비었는데도 노란색으로 그린 소방차 전용구역(가로 5m, 세로 12m)을 물고 세운 차량들이 보였다. 주민들이 귀가하는 밤이 되면 소방차 전용구역은 무용지물이 될 게 뻔해 보였다. 하지만 도로가 아니라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다. 이를 보완하려고 지난해 11월 소방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1년 넘게 계류 중이다. 비상구를 찾지 못해 스포츠센터 사망자가 많았는데도 주변 상가 건물들의 계단과 비상구는 아직도 엉망이었다. 노래방, 커피숍, 당구장 등 10여개 점포가 입주한 한 4층짜리 상가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3, 4층 사이 계단에 벽이 설치돼 더 올라가지 못했다. 불이 나 대피했다면 꼼짝없이 갇혔을 것이다. 제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단 1명이라도 비상구 알았더라면…

    단 1명이라도 비상구 알았더라면…

    초기 자체진화 실패로 신고 늦어잘못된 정보로 지하 수색하기도“손님 중에 단 1명이라도 2층 비상구 위치만 알았더라면 인명피해를 크게 줄일 수도 있었는데 너무 안타깝습니다.” 지난 21일 29명의 목숨을 앗아 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의 가장 큰 원인은 건물 소방안전관리 부실과 불법 주차 등 안전 불감증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순간이 있었다고 소방당국은 회상한다. 이번 참사에서 가장 많은 20명의 희생자가 2층 여성사우나에서 발견됐다. 그 이유가 주 출입구인 슬라이딩 도어 미작동과 비상구 폐쇄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당시 손님 중에 2층 비상구를 아는 사람이 없었던 게 더 큰 이유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2층 비상구 앞이 목욕용품 등이 진열된 철제 선반 등으로 가로막혀 있었지만 사람 한 명은 충분히 빠져나올 수 있는 공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20명이 침착하게 나온다면 짧은 시간에 모두 탈출할 수 있었다는 게 소방당국의 분석이다. 이들은 구조를 몰랐던 탓에 비상구 쪽 접근은 시도도 못 해 보고 결국 슬라이딩 도어 앞에서 11명, 휴게실과 탈의실에서 9명 등 총 20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들 대부분이 옷을 입은 상태로 발견돼 비상구 위치만 알았다면 탈출할 시간적 여유는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2층 내부는 주 출입구 쪽만 불에 탔을 뿐 비교적 깨끗해 안타까움이 컸다. 이에 반해 완전 전소에 가까운 3층 남자 사우나에서는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다. 손님들과 함께 안에 있던 이발사가 비상구 위치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상구 위치에 대한 단순 정보가 운명을 가른 셈이다. 주민들의 잘못된 정보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화재 당일 출동명령을 받고 오후 4시 9분쯤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원 4명은 먼저 매트리스를 깔고 건물 외벽에 매달려 있던 시민을 구했다. 이어 구조대원들은 지하골프연습장으로 진입했다. 어디선가 “지하에 사람이 있다”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하에 들어가 보니 사람은 없었다. 도 소방본부 관계자는 “지하 수색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화재현장에서는 1분 1초가 중요하다”며 아쉬워했다. 건물 관계자들의 초기 대응도 아쉽다. 소방청에 따르면 참사 당일 1층 천장에 불이 시작된 것을 목격한 건물주와 관리직원들은 소화기 3개와 건물 자체 소화전으로 진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실패하자 그제야 화재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 화재 목격과 동시에 신고한 뒤 자체 진화에 나섰더라면 소방대원 현장 도착시간을 앞당길 수 있었던 것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대부분 사람들이 자체 진화를 시도한 뒤 안 되면 뒤늦게 신고한다”며 “이는 화재를 키울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제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주먹구구 소방안전… ‘셀프 점검’이 제천 참사 키웠다

    주먹구구 소방안전… ‘셀프 점검’이 제천 참사 키웠다

    현 건물주는 외부업체에 의뢰 “행인”이라던 첫 신고자는 직원, 카운터서 신고 뒤 건물 빠져나가 경찰, 건물주 등 구속영장 신청29명의 희생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의 소방안전관리를 화재 발생 4개월 전까지 당시 건물주의 아들이 맡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상식적으로 건물주 가족의 소방안전점검은 외부 전문 업체보다 느슨할 가능성이 커 이 건물의 소방안전관리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행법상으론 건물주 본인이나 가족이 일정한 자격만 갖추면 소방안전점검을 해도 문제가 없다. 즉, 본인이 본인을 감사하는 시스템이어서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충북도 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화재가 난 스포츠센터는 경매를 통해 지난 8월 현재 주인인 이모(53)씨로 소유자가 바뀌었는데, 그 이전까지는 당시 주인이었던 박모(58)씨의 아들이 소방안전관리자로 지정돼 건물을 관리했다. 박씨는 지난해 8월 아들 명의의 안전점검보고서를 소방서에 제출했다. 당시 보고서에는 소화기 충압 필요, 비상조명등 교체 등 비교적 경미한 지적 사항만 있다. 필수 피난시설인 간이 완강기와 경보설비, 스프링클러 등 소방설비 대부분은 ‘이상 없음’으로 기록됐다. 제천소방서는 지적사항에 대해서만 보완 조치가 이뤄진 것을 확인했다. 류광희 도 소방본부 대응과장은 “지적 사항만 확인하는 게 원칙”이라며 “건물주가 소방안전관리 자격증을 따 직접 관리자로 등록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현 소유자 이씨는 외부 전문업체에 소방안전점검을 의뢰했다. 지난달 말 점검 결과 스프링클러 배관 누수, 소화기 불량, 화재 감지기 작동 불량, 피난 유도등 불량 등 소방안전불량 ‘종합선물세트’라는 진단을 내놔 대조를 이룬다. 다만 이번 화재는 이 보고서가 소방서에 제출되기 전에 발생했다. 따라서 만약 이전부터 소방안전점검을 외부업체가 했었다면 이번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경찰은 건물주 이씨와 건물관리인 김모(50)씨에 대해 보완 조사를 거친 뒤 26일 오전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현재 이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업무상과실치사상과 소방시설법 위반 등 2가지다. 스포츠센터 9층 불법 증축과 관련해서는 전·현 건물주가 모두 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번 화재 사고의 첫 신고자가 이 건물 1층 사우나 카운터에서 근무하던 여성 직원 A씨인 것도 확인했다. A씨는 화재 발생 당일 오후 3시 53분쯤 “건물 1층 주차장 차량에 불이 났다”고 119에 신고했다. A씨는 카운터 전화로 신고한 뒤 건물 밖으로 빠져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 당시 A씨는 119에 자신을 행인이라고 밝혔었다. A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2층 사우나에도 불이 난 사실을 알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밖에 화재 현장에서 수거된 희생자들의 휴대전화 12개를 조사해 화재 발생 과정 등을 확인할 정보가 담겨 있는지도 알아볼 계획이다. 제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미로구조·불법주차… 다른 목욕탕들도 판박이

    탈출구 유리창 손 안 닿는 벽 위쪽깰 수 있는 도구·화재 안내문 없어 “모든 목욕탕이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현장처럼 내부 구조는 화재 시 탈출하기 어렵게 복잡하고 소방 시설은 취약합니다.” 지난 21일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에서 2층 여자 목욕탕이 가장 많은 희생자를 냈다. 사망자 29명 가운데 20명이 사망했다. 소방당국은 목욕탕 내부 구조를 참사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본다. 내부가 미로처럼 복잡한 구조여서 탈출구를 찾기 어려운 데다 목욕탕 특성상 안과 밖이 차단돼 화재 인지가 늦었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오후 7시 충북 청주의 한 대중사우나. 사우나가 입주한 건물 주변 도로는 불법 주차 차량들로 가득했다. 인근에 불법 주차 차량들이 많아 소방차가 발빠르게 진입하지 못했던 제천 화재 참사 현장과 닮은꼴이었다. 사우나 안으로 들어가자 탈의실 공간이 나왔다. 탈의실은 벽쪽 3개 면이 나무로 만든 옷장들로 채워져 있었다. 탈의실 가운데에도 수십개 옷장이 3줄로 배치돼 있다. 화재로 정전되거나 내부가 검은 연기로 가득 차면 빠져나가기 쉽지 않은 구조다. 옷장이 방화 재질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옷장 자체가 화마를 키우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탈의실에 유리창은 있었지만 화재 시 도움이 될 리 없는 구조다. 사람들의 손이 닿지 않는 벽 위쪽에 있고, 바싹 마른 사람이나 간신히 탈출할 수 있을 정도로 작기 때문이다. 욕탕으로 들어가자 대형 유리창이 눈이 들어왔지만 선팅 처리가 돼 밖이 보이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봤지만 유리창을 깰 수 있는 망치 등 도구는 보이지 않았다. ‘화재 시 대피방법 등을 알리는 안내문 정도는 있겠지’ 하며 곳곳을 둘러보았지만 ‘입욕 시 주의 사항’ 등을 적어놓은 안내문이 전부였다. 다행히 스프링클러와 소화기는 눈에 들어왔다. 이날 사우나를 찾은 A(46)씨는 “습관이 돼 목욕탕에 다니는데 주위사람들 가운데 안전 문제 때문에 목욕탕 가는 게 두렵다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화재에 취약한 목욕탕의 구조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현장에서 휴대전화 7대와 가방 등 유류품 20여점을 회수했다고 24일 밝혔다. 휴대전화 가운데 사망자 것은 3개로 확인됐다. 경찰은 사망자 휴대전화에 화재 발생 과정을 규명하거나 사망자들이 생존해 있던 시간을 확인할 정보가 담겼을 것으로 보고있다. 제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13만명 제천에 사다리차 단 1대… 소방서 없는 지자체도 32곳

    13만명 제천에 사다리차 단 1대… 소방서 없는 지자체도 32곳

    11층 건물 20동 있어야 1대 배치 있어도 고장 잦아 진화 작업 차질 인구 3만 단양군, 물탱크차 1대뿐 “장비보단 경로당 짓는 게 선거 유리”단체장들 안전 예산 확보 소극적 ‘인구 13만 6000여명 도시에 고가사다리차는 고작 1대뿐, 이마저 고장이 잦았다.’지난 21일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를 계기로 또다시 자치단체가 보유한 소방 장비의 열악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24일 충북도 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제천소방서가 보유한 고가사다리차와 굴절차는 각각 1대뿐이다. 고가사다리차는 40m, 굴절차는 25m까지 올라갈 수 있다. 고층건물 화재 진압의 핵심 장비들이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인구가 제천의 두배에 가깝고 고층아파트도 더 많은 충주소방서 역시 고가사다리차는 1대, 굴절차는 2대만 있다. 청주시는 인구가 85만명에 이르지만 고가사다리차와 굴절차가 각각 2대뿐이다. 제천소방서 관계자는 “이런 장비가 더 있었어도 이렇게까지 참사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는 지자체들이 소방 장비를 사는 데 느슨한 기준에 맞춰 생색만 내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11층 이상 아파트가 20동 이상 있거나 11층 이상 건물이 20개 넘게 있는 경우에 고가사다리차를 1대 이상 배치할 수 있도록 했다. 인력 부족도 심각하다. 제천소방서는 화재 진압요원 30명이 3교대로 근무한다. 대형화재 발생 시 쉬는 직원까지 불러 출동해야 해 초동 대처가 늦어지는 일이 적잖다. 구조요원도 12명밖에 안 돼 4명씩 3교대 한다. 이번 화재 때도 근무 구조요원 4명이 고드름 제거 작업을 하러 갔다가 연락을 받고 현장으로 달려왔지만 최초 신고 20분이 지나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군 지역 사정은 더 열악하다. 인구가 3만여명인 단양소방서는 화재진압차 8대, 물탱크차 1대만 운용한다. 인력도 부족해 4명이 타는 펌프차에 2명만 올라 출동하기 일쑤고 소방차를 다 못 끌고 가 마당에 방치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소방서가 아예 없는 곳도 있다. 자치단체 226곳 가운데 32곳이다. 전남 8, 강원 2, 전북 5, 경북 6곳 등 농어촌이 많지만 대도시도 서울 1, 부산 5, 대구 1, 인천 2, 대전 1, 울산 1곳에 이른다. 인원이 열악하다 보니 관리 부실로 작동 불량일 때도 잦다. 이번 화재 때 고가사다리차 밸브에서 물이 새 진화작업에 차질을 빚었다. 이런 현상은 단체장의 의지만 있어도 해결할 수 있다.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단체장 입장에서는 소방장비 구입보다 경로당 하나 더 짓는 게 선거에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며 “이 때문에 단체장들이 지방비로 소방예산을 확보하는 것에 소극적이다”라고 말했다. 김충식 소방청 대변인은 “단체장이 밀어붙이면 얼마든지 장비 확충과 인력 충원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만성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장비가 있어도 낡은 게 많다”며 “인력 충원과 장비 현대화를 위한 예산 확보를 더 미루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제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제천 화재 참사 유족대표 “소방당국 초기대응 잘못 인정하라”

    제천 화재 참사 유족대표 “소방당국 초기대응 잘못 인정하라”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의 유족들이 초기대응 잘못을 인정하라고 소방당국에 촉구하고 나섰다.유족 30명으로 구성된 대책위원회는 23일 제천체육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 앞에서 제천소방서 관계자를 만나 “소방당국의 초기 대응이 화를 키웠다”며 이같이 밝혔다. 유족들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는 것은 소방관들이 현장에 도착한 직후 2층 유리창을 깨지 않은 것이다. 여성 사우나가 있는 2층은 이번에 가장 많은 20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곳이다. 유족들은 서둘러 2층 유리창을 깼으면 희생자를 크게 줄였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 대표를 맡고 있는 류건덕씨는 서울신문 기자에게 “소방당국이 출동해 한팀은 물을 뿌리고 다른 한팀은 소방차를 들이대서 바로 유리창을 깼어야 한다”며 “그랬다면 2층에 있던 사람들은 다 살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층에서 발견된 희생자들이 모두 옷을 입은 상태였다”며 “불이 나고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 죽었다는 얘기인데, 바로 유리창을 깼으면 이들이 뛰어내려 전부 구조됐을 것”이라고 했다.이와 관련, 이일 충북도 소방본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건물 인근에 대형 LPG통이 있고 주차장에 15대의 차가 불타고 있었다”며 “접근이 어려워 2층 유리창을 깰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유족들은 소방대원들이 건물 뒤편 비상구로 진입하지 않은 것도 이해할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비상구는 큰 불길이 치솟은 건물 반대편에서 있기 때문이다. 류씨는 “아쉬운게 너무 많지만 그래도 소방대원들이 고생했다”며 “처벌보다는 매뉴얼을 잘 만들어 앞으로는 이런일이 없도록 해달라는 게 유족들의 뜻”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국과수는 이번 화재 원인과 관련, “1층 천장에서 발화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 주안점은 1층 천장에서 시작된 불이 시설 설비 자체의 문제인지, 작업자와 연관돼 있는지를 밝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제천 화재 참사 희생자 오열 속 첫 발인, 합동분향소 설치

    제천 화재 참사 희생자 오열 속 첫 발인, 합동분향소 설치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발생 3일째인 23일 제천체육관에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이날 이시종 충북지사와 이근규 제천시장, 김양희 충북도의회 의장 등이 합동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화를 조내 슬픔을 함께 했다. 스포츠센터 건물주 이모씨도 고인들의 명복을 빌겠다며 합동분향소를 찾았으나 유족들의 반대로 조문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제천시는 일반 시민들도 희생자들의 넋을 기릴 수 있도록 화재 현장과 시청 로비, 시민회관 광장 등 세 곳에 분향소를 따로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시는 유족들과 협의해 분향소 운영기간을 결정하기로 했다. 이날 희생자 가운데 처음으로 장모(64)씨의 발인이 엄수됐다. 제천 제일장례식장에서 거행된 영결식에서 고인의 남편 김모(64)씨는 관을 붙들고 눈물을 흘렸다. 김씨는 제천시 백운면 집에서 노제를 지낸 뒤 아내를 납골당에 안치하고 마지막 작별을 했다. 김씨는 지난 21일 오후 3시53분쯤 동갑내기 아내와 스포츠센터 헬스장에서 운동하던 중 건물에 불이 난 사실을 알고 뛰쳐나갔다. 그는 앞서 나간 아내가 탈출했을 것으로 생각해 2층 여자목욕탕에서 서둘러 나오는 사람들의 대피를 돕다가 건물을 빠져나왔다. 그러나 대피한 줄 알았던 아내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장씨를 시작으로 24일 전모(48)씨 등 20명, 25일 최모(46)씨 등 4명, 26일 정모(56)씨 등 4명의 발인이 예정돼있다. 제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여자사우나 외벽 절반 이상 타고 통유리 군데군데 깨져

    1층 주차장 차량 15대 뼈대만 남아 화재 당시 여자사우나에 관리자 없어 건물주인은 민간 사다리차 타고 탈출 충북 제천 하소동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이튿날인 22일 새카맣게 그을린 채 앙상한 뼈대를 드러낸 건물은 전날 사고의 참상을 고스란히 보여 줬다. 발화점으로 추정되는 지상 1층 주차장에는 전소된 차량 15대가 흉물스럽게 덩그러니 놓여 있고, 사망자 20명이 나온 2층은 창이 깨지고 외벽 절반 이상이 타 있어 한눈에도 피해가 가장 컸음을 알 수 있었다. 인근 주민들은 전날의 악몽을 떨치지 못한 채 화재 현장 근처에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위로했다. 연면적 3813.59㎡의 9층 복합건물이지만 1층으로 내려오는 출입구는 단 하나뿐이었다. 사우나 내부 쪽의 통유리는 고열에도 그대로 남아 탈출과 구조작업 모두 쉽지 않았을 것임을 짐작하게 했다. 이 스포츠센터 회원인 40대 여성 A씨는 “매일 사우나를 이용하는데 리모델링 후 통유리 선팅이 짙어져 밖에 비나 눈이 오는지 알 수 없었다”며 “불이나 연기가 나는지 알아채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로처럼 복잡한 사우나 내부와 작동이 잘 안 되는 출입문도 탈출을 어렵게 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20년 넘게 하소동에 살았다는 50대 여성은 “평소 자동문 버튼이 잘 작동하지 않았다. 버튼 옆에 ‘위쪽 동그라미를 꾹 눌러야만 열린다’는 안내문구가 붙어 있곤 했다”고 전했다. 특히 여자 사우나에는 화재 당시 관리자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사우나 내 매점이 지난 1일부터 사라졌고 세신 아주머니도 마침 자리를 비웠다. 남자 사우나에서처럼 불이 났다고 알려줄 사람도 없었다”고 떠올렸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건물 한편의 화물용 승강기 통로는 1층에서 발생하기 시작한 유독가스를 건물 꼭대기까지 퍼뜨린 주범이 됐다. 특히 2·4·5층은 다른 층과 달리 승강기 통로와 건물 내부가 화장실을 사이에 두고 분리돼 있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 날이 밝자 피해 상황을 살피려는 인근 주민들이 하나둘씩 화재 현장 근처로 모였다. 먼저 와 있던 사람들은 이제 막 도착한 지인을 얼싸안으며 “무사해서 고맙다”고 말하다가도 사망자 명단에 나온 주변 사람들을 하나둘 입에 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충북 전역은 충격에 빠져 이날 예정된 평창동계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는 물론 상당수 행사가 중단됐다. 한편 경찰은 건물주인 이모(54)씨를 상대로 이번 화재에 대한 과실 여부를 따지기 위해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지난 8월 경매를 통해 이 건물 전체를 인수한 이씨는 두 달 동안 리모델링을 거쳐 사우나와 헬스장 운영을 재개했다. 충북 제천경찰서는 23일 병원에 입원해 있는 이씨를 상대로 건물의 불법 용도 변경 여부, 스프링클러 작동 관련 등 과실이 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건물에 있던 이씨는 7층 발코니로 대피했다가 구조 지원에 나선 민간 사다리차를 통해 밖으로 빠져나왔다. 명목상 이 건물 소방안전관리인인 이씨는 법률에 따라 화재 발생 시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제천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제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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