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사후의 북한 해외동포학자 국제학술회의 주제발표 요지
◎북 개방과정의 사상관리 최대난제/세습과정 김정일 능동적 노력 무시못해/수령제 지속… 정·경안정후 대남 화해 모색/북송자차별 극심… 인권개선에 국제압력 절실
북한의 김정일은 자신의 능동적인 활동의 결과로 후계자의 위치를 획득했으며 김정일정권은 그 형성과정과 핵문제협상의 성과등 현재의 북한 정치·경제적 상황으로 볼 때 전도가 매우 밝다는 분석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그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가 「김일성사후의 북한」이라는 주제로 4일과 5일 이틀간의 일정으로 서울 장충동 타워호텔에서 개최하는 「해외 동포학자 초청 국제학술회의」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이정식 미 펜실베니아대 교수는 『김정일은 60년대 후반과 70년대 초반에 맹렬한 이론적·실천적 활약을 전개함으로써 능력을 인정받았고 차세대라는 장점도 갖고 있어 부자상속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후계자로 선정됐다』며 이같이 주장했다.이교수는 이날 「김정일정권의 출범」이란 제목의 주제발표를 통해 『그동안 북한의 후계체제 공고화를 위한 노력을 살펴보고 현재 북한의 국제적인 상황을 볼 때 김정일에 대한 저항세력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하고 『김정일체제에서도 수령중심의 유일체제와 대내외 경제정책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6가지 주제별 토론이 차례로 마련된 이번 학술회의에는 국외에서는 이정식 펜실베니아대교수와 심성영중국 북경대교수 등 12명이,국내에서는 김학준 단국대이사장과 전인영 서울대교수 등 13명이 주제발표자 또는 토론자로 참가했다.다음은 이번 학술회의 주요 주제발표문의 요약이다.
◇김정일정권의 출범=북한의 공산주의체제는 일반론적 사회주의 이론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특이한 성격을 가진 체제이다.김정일정권은 김일성이 이룩해 놓은 기반을 계승한 정권이다.그러나 김정일은 피동적으로 후계자가 된 것이 아니다.김정일의 활약은 실천적·이론적 측면에서 능동적이고 창의성이 풍부한 것이었으므로 설사 김영주가 후계자후보로 등장했다고 해도 김정일에게 도태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김영주는 김일성과 같은 세대임에 반해 김정일은 다음 세대라는 장점이 있다.노동당6차대회(80년)는 김정일을 공식으로 김일성의 후계자로 지명했고 90년 5월 군사위원회 부위원장,91년 12월에는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92년 4월에는 인민군 원수로 임명했는데 혁명과업의 계속적 필요성과 혈통적 승계의 필요성을 중요시하던 김일성에게는 너무나 흡족한 일이었을 것이다.다른 후계자를 선택했을 경우 지도층 내부의 투쟁이 일어날 수 있었을 것이었으나 이른바 유일체제를 공고화하고 주체사상을 창의적으로 발전해 온 김정일을 선택할 경우 혁명과업의 계속이 보장되고 체제의 안정이 기약될 수 있었던 것이다.이와함께 대내적인 도전과 대외적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령을 중심으로 하는 유일지도체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김정일에 대한 조직적인 저항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지난 20여년간 북한 전역에서 행해져 온 후계자 이미지 형성과정의 노력과 앞으로 있을 김정일을 위한 노력의 효과는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으며 93년부터 계속된 「핵카드」효과는 김정일수령론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핵문제를 둘러싼 미국과의 교섭과정과 그협상성과는 북한주민들에게 김정일의 공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정통성 고양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또 김일성정권 말기의 심각한 경제난은 너무나 암담했기 때문에 지금의 극히 적은 성과라 할지라도 새 정권의 공적으로 인정될 것으로 보여 이 역시 유리한 환경으로 작용할 것이다.김정일체제에서도 수령중심 유일체제는 앞으로 상당기간 변화없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자유무역구역제도 그리고 합영제도들을 공표한 바 있고 이들이 성과를 이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앞으로도 이러한 제한된 개방방식에 상당기간 주력할 것으로 관망된다.김정일은 「신경제구조」 즉,계획경제의 테두리 밖에서의 대외무역과 수출을 위한 공장시설의 발전등을 포함한 이중경제체제를 주관해 왔다고 알려졌는데 이러한 방식을 통해 대외무역을 더욱 활발히 개척해 나갈 것이다.대외무역의 활성화와 빈번해 질 외국인들과의 접촉은 필연적으로 북한의 정치사상체제에 영향을 미쳐 사상오염의 관리가 앞으로 북한체제가 당면할 중대과제중의 하나이다.
◇북한핵 개발의 정치적 측면(길영환 미 아이오와주립대 교수)=북한 핵개발의 정치적 측면을 분석하는데 있어 명심해야 할 부분은 북한의 핵 개발이 북한의 정치체제가 추구하는 「자체이익」이라는 지상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이나 방법이 될 수 있는 것이지 그것이 마치 목적 자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북한이 핵무기개발을 기도하게 된 동기는 첫째 미국의 핵위협에 대한 반응책 강구,둘째로는 70년대 후반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남북한간의 국력격차로 인한 열등감의 극복 등 2가지로 볼 수 있다.그러나 북한의 핵무기 보유동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했다.처음에는 순수한 방어라는 단순차원에서 시작했으나 다음에는 핵모호성을 이용하면서 대외관계와 미국과의 협상을 추진하며 또 이를 통해 보다 정치적이고 전술적인 효과를 겨냥한 핵카드로 이용하겠다는 고차원적 전술로 변천했다.이번에 성립된 북미회담 합의문에 따라서 김정일체제는 앞으로 5년 내지 10년간의 핵무기 잠재국 또는 보유국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이것은 경수로 1기가 완공되기까지는 최소한 5년이 걸리고 경수로가 완전가동되기까지는 최대한 10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며 그 기간중에는 북한 핵투명성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도출되는 결론이다.북한의 핵개발은 김정일체제의 존속과 정치적 성패와도 직결되는 새시대의 상징적인 산물로서 앞으로 계속 남북관계에 있어서 논의대상으로 등장하고 한반도의 난제로서 존속할 것이다.
◇북한의 새 지도자들과 통일정책(서대숙 미 하와이대 한국학연구소장)=김정일도 김일성처럼 독재를 하겠지만 북한의 지도층에는 당분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북한의 정권교체가 혁명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고 부자간의 질서정연한 권력승계에 의해 이뤄졌기 때문이다.김정일은 아버지가 키워온 인물들을 기용해서 북한의 정치적 안정을 도모할 것이다.김정일은 부친의 업적을 이어서 신진 지도자들과 새로운 기운으로 힘차게 일하고자 할 것으로 보인다.주목해야 할 신진지도자로는 최태복 홍석형 김복신 박남기 최복연 이석 정하철 심기룡 박승일 김학봉 등이고 군인으로는 김정각 김명국 주상성 백창식 강동윤 한인술 김하규 남상락 현철해 등이 있다.
현재 김정일에게 자신의 정권을 확립하는 것을 제외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본주의 국가들과 정상적인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그들의 자본과 기술도입으로 북한의 경제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김정일은 금세기말까지 앞으로 5,6년동안 당면사업을 달성하려고 부지런히 움직일 것이고 이 때문에 한국에 대해 테러를 가하거나 불성실한 남북대화는 삼가할 것으로 보인다.북한의 정치체제가 안정되고 서방 선진산업국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경제도 발전하면 김정일은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고 남북화합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통일정책을 수립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에서의 인권탄압과 귀국자문제(이영화 일 간사이대 교수)=북한은 70년대 이후 「밀고」「비밀경찰」「강제수용소」등의 방법으로 인권억압을 강화해왔는데 국제인권기관은 특히 귀국자(북송자)문제가 북한내의 광범한 인권침해를 파악할 수 있는 유력한 지표로 보고 있으며 이는 일본과는 「국제문제」로까지 비화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다.재일조선인의 북한 「귀국사업(북송사업)」은 조·일 양국 적십자사에 의해 59년부터 시작돼 이후 84년까지 약 10만명의 재일교포 및 일본인 배우자들이 민족 차별에 의한 생활난·애국심·당시 뿌리깊은 사회논의에 대한 동경심등의 이유와 한국·일본·북한 삼국의 정치적 의도에 의해 북송됐다.그러나 귀국사업이 북한 정부의 귀국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자유왕래의 금지에 따른 「이산화 가족」뿐 아니라 정치적 체포·감금·처형 및 상당수의 정치적 행불자를 양산하는 등 부정적 결과를 초래했다.북한의 인권침해 상황을 개선키 위해서는 유엔에 의한 인권 감시활동의 강화,규약인권위원회나 국제사법재판소에 의한 인권조약 이행조치의 실시,비정부조직이나 언론기관에 의한 인권침해행위 비판이 절실하다.북한의 인권상황은 향후 북의 정치적,경제적 부흥이나 남북 통일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 명백하므로 재일교포는 물론 한국의 정부나 비정부기관은 현단계에서 일본인 북송자 문제를 포함한 북한의 인권문제에 강력히 대처,북한의 민주화를 앞당기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