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군부 입김 세졌다/뺏겼던 군수사권 회수·평양출입도 통제
◎김정일 업고 사실상 통치의 축 부상 관측
『군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13일 이같은 냉소적 유행어가 최근 북한주민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고 전했다.
말하자면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는 북한의 오랜 주민선동용 구호가 최근 이렇게 변용되고 있다는 것이다.김일성 사후 북한군부의 입김이 강화됐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셈이다.
이처럼 김정일의 권력승계 공식화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요즈음 북한군부의 위상이 부쩍 높아지고 있는 징후가 속속 포착되고 있다.이를테면 북한 인민무력부가 그동안 정무원 사회안전부의 권한에 속했던 군수사권을 회수한 사실이 그것이다.
한 당국자는 13일 최근 방북자들의 말을 인용,『사회안전부가 그동안 가졌던 군에 대한 수사권 및 재판권이 최근 인민무력부로 인계됐다』고 귀띔했다.이에 따라 『군인은 현행범이라고 하더라도 체포 즉시 해당군 수사기관으로 이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인민군들의 강·절도등 범죄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범죄군인의 군수사기관 이첩과정이 복잡하고,실제 처벌되는 경우도 거의 없어 사회안전부가 범죄 군인들의 체포에 극히 소극적인 탓이다.
이와 함께 과거 사회안전부가 맡았던 평양 입출입 통제도 근래에 들어 인민무력부 산하 호위사령부가 전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또 제2경제(군수사업)부문은 군부가 완전한 독자노선을 걷는 바람에 당·정이 재정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는등 통제불능 상태라는 얘기도 들린다.
때문에 김일성 사후 권력과도기를 틈타 군부가 김정일을 등에 업고 사실상의 통치의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심지어 미 일리노이대학의 고병철 교수와 단국대 김학준 이사장등 일부 국내외 북한전문가들은 국가 최고의사를 결정하고 집행하는,북한헌법에도 없는 「임시위원회」의 존재 가능성도 제시하고 있다.
이 임시기구에서는 군부가 중심적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김일성 사후 최고인민회의나 당중앙위 전원회의 등이 전혀 열리지 않고 있음을 근거로 한 추론이다.〈구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