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표류’ 국제종합전시장 立地 이달말 확정
아시아 최대 규모의 수도권 국제종합전시장 유치를 위한 경기도와 인천시의 막바지 경쟁이 치열하다.현재 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와 인천시 송도신도시 등 2곳의 후보지를 대상으로 대한국토도시학회에서 입지 선정을 위한 평가작업을 하고 있다.이달 말 산업자원부의 입지선정위원회에서 부지를 최종확정할 예정이다.
추진경위 정부는 1,919억원을 들여 수도권지역에 2002년 상반기까지 전시장을 건립,월드컵대회 때 활용한다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3만평 부지에 연건평 2만6,500평이며 전시실 면적만 1만7,000평에 달한다.
정부는 지난 89년 일산신도시 조성 당시 일산신도시를 국제교류 및 통일의전초기지로 개발한다는 계획 아래 이곳에 전시장을 건설하기로 했었다.고양시는 90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요청에 따라 전시시설 용지로 10만평을 확보했다.
그러나 김영삼(金泳三)정권 초기인 93년 9월 정치적 이유로 돌연 당초 후보지에 없던 부산지역이 국제종합전시장 후보지로 급부상하는 소동을 치렀다.
정권교체 이후 다시 수도권내 국제전시장건립 필요성을 느끼던 기획예산위원회는 지난해 6월 수도권 국제종합전시장 건립을 민자유치 대상사업으로 선정,고시했다.
약 1조원의 부대효과가 예상되는 수도권 국제종합전시장 건립이 지자체간의 유치경쟁과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휘말려 소모전으로 치달으며 10년 가까이표류하는 바람에 막대한 예산과 행정력 낭비를 자초한 셈이다.
경기도 입장 93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국제종합전시장 건립 타당성조사’를 한 결과 일산신도시가 98.6점을 얻어 85.2점에 그친 송도신도시보다 적지로 꼽혔다.김대중(金大中) 대통령도 일산 전시장 건립 계획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웠고 지난해 경기도 방문 때도 지원을 약속했다.
전시장 실수요자인 전국 사업체의 47.3%,수출액의 30.3%,외국인 투자액의 48.1%가 경기도와 서울에 집중돼 있다.
일산신도시는 서울과 거리가 17㎞밖에 안돼 관람객들이 접근하기 편하다.국제회의 및 전시회의 76%가 일산신도시에서 가까운 서울에서 열려 외국인들이 쉽게 찾을 수 있다.
신도시로 개발돼 상·하수도와 전력 등 도시기반시설을 완비했기 때문에 2002년 월드컵대회 개최전 전시장 완공 및 활용이 가능하다.월드컵 주경기장인 서울 상암경기장과 인접해 있다.사회간접자본 건설비용도 절감된다.
각종 도로 및 교량의 확충·정비로 물류수송 여건이 좋아졌고 김포공항·인천국제공항은 물론 서울과 연계된 도로망이 잘 발달돼 있다.앞으로 건설될경인운하가 일산과 연결돼 무거운 화물의 수송도 가능하다.
고양시는 세계꽃박람회 개최 등으로 국제적 지명도가 높고 북으로 가는 관문에 위치해 남북교류 거점으로서의 상징성도 지니고 있다.동양 최대 규모의 인공호수(30만평)가 전시장 건설부지와 인접해 있고 서울에 있는 각종 위락·숙박시설도 이용할 수 있다.
인천시 입장 수도권 국제종합전시장 예정지인 송도신도시는 물류 접근성이나 파급효과 등 입지조건이 좋다.
2001년 개통되는 인천국제공항과는 10분 이내,인천항과는 직접 연결되며 오는 10월 개통되는 인천지하철 1호선,서울외곽순환도로,제1·2경인고속도로,서해안고속도로 등과도 각각 연결돼 입체적으로 교통이 편리하다.송도신도시내에 세계무역센터 건립이 추진되고 있어 국제무역과 연계된 제반업무를 한자리에서 볼수 있으며 국제적 지명도도 높다.
물류 접근성 때문에 외국 대부분의 전시장이 항만을 끼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천은 항만은 물론 공항·고속도로 등과도 직접 연결돼 국내외적으로물류 접근성이 용이하다.
특히 전시장 주변에 인천지역 8,000여개 제조업체를 비롯해 시흥 안산 수원 평택 아산 등 서해안권의 2만여개 업체가 밀집돼 전시장 수요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송도신도시에는 컨벤션센터 등 국제 비즈니스 전문타운과 테크노파크와 미디어 밸리 등 첨단산업단지 등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전시장이 유치되면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전망이다.
또 송도신도시는 지반안정성이 뛰어나다.
‘수도권종합전시장 인천유치위원회’는 지난달 17일 ‘종합전시장 인천유치를 위한 결의문’을 채택한데 이어 100만 인천시민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타당성 조사서 최적지 이미 검증”…이래서 일산 “국제종합전시장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주요 정책사업입니다.이미 객관적인 타당성 조사 등을 통해 확연히 적지임이 입증된 후보지에 대해 뒤늦게 지역주의나 앞세워 발목을 붙잡는 행위는 행정력 낭비요,국가경쟁력을 도외시한 소모적 정쟁에 불과합니다” 조한유(趙漢裕·50) 고양시 국제종합전시장 유치건립 기획단장은 “일산 국제전시장 건립은 이미 지난 89년부터 정밀조사 등을 통해 정책결정이 이뤄진 만큼 이제는 2002년 월드컵 행사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국민총화를 모아 건립에 총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와 여건이 비슷한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에는 이미 국제수준의전시장이 3곳이나 건립돼 있다”면서 “서울무역전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달해 전시행사를 신청하고도 6개월∼1년 가까이 기다려야 할 형편이고 당장2002년 월드컵 행사에 따른 전시장 확보도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후보지 결정문제와 관련,조단장은 “그동안 정치적인 이해관계로 일산 후보지가 돌연 부산으로 뒤바뀌었다가 이번에는 인천시가 가세해 또다시 불필요한 소모전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국제전시장은 단순히 주민들의 바람이나 정치적인 지역논리가 아닌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신중히결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기준에서 볼 때 “일산은 서울과의 접근성이나 물류수단,교통,도시기반시설 등 어떤 측면에서도 준비된 곳이나 다름없으며 객관적인 검증도 끝나 있는 상태”라고 단언했다.전시장이 2002년에 완공되더라도 신도시1단계 조성이 2005년에야 완료돼 허허벌판에 전시장만 덩그렇게 들어서는 상황이 연출될 송도신도시와는 다르다는 얘기다.
그는 인천시가 내세우는 항만조건에 대해 “서울이 항만이 없는 내륙이라해서 국제전시장 운영에 차질이 많으냐”고 반문하고 “오히려 이미 설치된대륙철도 이용이 가능하고 경인운하가 건설되면 해상운송 여건도 갖추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 안목서 투자적지 결정을”…이래서 송도 “국제종합전시장 입지는 국가 전체의 이익을 감안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유발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지역으로 선정돼야 합니다” 이병록(李炳祿·42) 인천시 투자진흥관은 “국제전시장의 주된 수요자는 해외기업체와 외국바이어들”이라며 “따라서 전시장 문제는 인천과 일산의 경쟁이 아니라 추후 외국도시와의 경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느 도시가 홍콩 싱가포르 요코하마 등 국제전시장이 있는 도시와대등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자명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국장은 “일산은 남북교류의 축이지 국제교류의 축이 될수 없다”면서 ”육·해·공 입체적인 교통망을 갖춘 인천만이 세계적인 도시와 경쟁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국제전시장에 전시되는 외국의 자본재는 중량과부피가 커 육로수송에는 한계가 있고 인천은 배로 들어온 제품을 신도시 접안시설과 레일을 통해 바로 전시장으로 수송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송도신도시에는 인천세계무역센터 미디어밸리 테크노파크 등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종합전시장이 이들과 연계돼 제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는 점을 그는 강조했다.종합적인 지원기능이 갖춰져야 비로소 국제전시장으로서 완벽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국장은 고양시측이 즉시 착공이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우는 데 대해 “입지 선정이 되더라도 설계 등의 절차가 끝나는 연말쯤에나 착공이 가능하다”면서 “송도도 그때 가면 기반시설 조성이 끝나기 때문에 착공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송도가 매립지여서 지반이 약하다는 지적에 대해 “지질조사 결과 송도신도시 지하가 내륙보다 안전한 암반층으로 돼 있음이 입증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종합전시장 입지가 정치적인 논리에 좌우돼서는 안되며 최소한 10년 이후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이국장은 다시 한번 힘주어 말했다.인천 김학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