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중국산 수입 농수산물 검역 ‘구멍’
*실태·문제점.
중국이 어느새 우리의 먹거리 농장이 돼버렸다.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우리의 농수산물 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하고 있다.하지만 중국산 먹거리는 수입되기까지 유통기간이 길다보니 안전성 문제가 끊임없이제기돼 왔다.중량을 늘리기 위해 꽃게에 납을 주입한 사건은 중국산식품에 상상 이상의 비상식이 진행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수입 중국 농수산물의 안전성을 집중 점검해본다. 지난 13일 서울의 한 수산물 수입업체는 5,390달러를 들여 중국에서 냉동복어 780㎏을 수입했으나 전량 폐기처분되고 말았다.검역 과정에서 선도가 문제됐기 때문이다.또 한 업체는 지난달 냉동꽃게 31t을수입했으나 색깔 및 외관불량으로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올들어 지난 7월 말까지 국립수산물검사소 인천지소에 의해 불합격처분된 중국산 수산물은 모두 45건에 217t.불합격 사유는 선도불량(14건) 폐사(5건) 수입금지 품목(3건) 등 대개 눈으로 확인이 가능한것들이다.
꽃게 납 주입이 문제가 되기 전부터 중국의 어민 또는 수집상들이무게를 늘리기위해 어류 뱃속에 쇠·돌덩이·개흙 등을 넣고 있다는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러나 검역 과정에서 적발된 적은 거의 없다.반입 수산물 가운데 29%에 대해서만 정밀검사와 표본검사가 이뤄질뿐 나머지는 서류검사또는 육안검사로 대체하고 있다.정밀검사는 최초로 수입한 경우에 한해 실시하고 그뒤는 2개월마다 한번씩 한다.표본검사도 샘플 추출이100∼150박스당 1개 박스꼴이어서 정확성을 기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같은 규정만 제대로 지켰어도 납 꽃게는 검역 과정에서 적발됐을 것이라는 지적이다.인천지검에 검거된 중국 현지 수집상 양원세(梁元世)씨는 모든 꽃게 박스에 1∼2마리꼴로 납꽃게를 담았다.따라서 표본검사만 제대로 했어도 납꽃게 파동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뒤늦게 금속탐지기를 도입해 모든 수산물에 대해 중금속 함유 여부를 검사하겠다는 것은 안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전형적인 ‘사후약방문’이라는 비난은 피하기 어렵다.
농산물에 대한 검역 실태는 이보다 더하다.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이 올들어 인천항을 통해 수입된중국산 농산물을 검사한 결과 부적합 판정이 내려진 것은 잔류농약 허용기준을 위반한 1건(10t)뿐이다.농산물의 장기보존을 위해 중국 현지에서 약품처리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현실에 비해서는 미미한 실적이다.이같은 현상은 농산물 검사 또한 85%가 서류검사라는 데에서 비롯된다.잔류농약외에도 곰팡이균이 생성하는 독소인 아프라톡신 검사가 있지만 전국적으로 적발 사례가 없고,이산화항 검사도 검사가 실시된 이래 10여건 정도만적발됐을 뿐이다.
이같은 검사 부실은 중국산 식품 안전성에 대한 무감각이 주원인이지만 검사기관의 인원과 장비 부족,수입절차의 간소화 추세 등도 한몫을 하고 있다.국립수산물검사소 인천지소 관계자는 “정밀검사를할 수 있는 직원은 3명에 불과한데도 하루 검역 물량은 30여건에 달하고 있어 내실을 기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인천 김학준기자 hjkim@.
*수산물 무방비상태.
중국산 수입 냉동꽃게에 담겨 시중에 유통된 납(Pb)은 인체에 치명적인 중금속이다.납은 일단 몸에 흡수되면 빠져나가지 않은채 콩팥등 장기 속에 축적돼 서서히 신경계통을 마비시키고 성장을 저해하며 뇌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인체유해 성분으로 분류된다.특히 임산부가 납 성분을 흡수할 경우 쉽게 발견되지도 않을 뿐더러 그대로 태아에게 전해져 기형출산이나 선천성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고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납 중독증을 ‘발견하기 어려운 질병’이라는 의미의 스텔스병(stealth disease)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맹독성 납을 채워넣은 냉동꽃게가 시중에 버젓이 유통될 수있었던 것은 사람의 생명을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돈을 버는데만 혈안이 된 빗나간 상혼 때문이다.그러나 악덕 수입업자들을 탓하기에앞서 허술하기 짝이 없는 현행 검역체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수입 수산물 검역을 총괄하는 국립수산물검사소는 그동안 금속탐지기 하나없이 육안 샘플검사로만 일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문제가 된 꽃게의 경우도 적합성 검사를 하면서 외관의 손상이나 변형 유무,신선도 등 외형에 대한 형식적인 관찰만 하고 신고필증을내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 때문에 올들어 인천항을 통해 수입된 중국산 꽃게 964t 가운데 32t만이 신선도가 떨어지거나 표피색이 불량하다는 이유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을 뿐 유해성분 함유량이 높아 불합격된 사례는 단 1건도없었다.한마디로 겉만 멀쩡하면 독약을 넣어도 무사통과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결국 허술한 검역체계가 수입업자의 부도덕한 행위를 불렀고,이로인해 애꿎은 국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김재순기자 fidelis@.
*반입 실태.
인천항을 통한 중국산 수산물 수입은 98년 4,090만7,000달러어치에서 지난해 8,121만9,000달러어치로 98% 급증했다.올들어서도 급증 추세가 계속돼 지난 7월까지 7,780만1,000달러어치가 수입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7% 늘어났다.
품목도 다양해져 꽃게·소라·조개류가 주종을 이루던 것이 장어·민어·복어·잉어·아귀 등 수십종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들어 꽃게·장어 등의 국내 어획량이 급격히 줄어든데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수산물 가격차가 커 수익성이 보장되기때문이다.
세관측은 국내 어업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산 수산물에 대해 고율의관세를 부과하고 있다.이에 따라 농어는 평균 관세율 8%에 비해 8배가 넘는 70%,미꾸라지 60%,민어 80%,꽁치 50%의 높은 관세율을 매기고 있지만 수산물 수입 증가세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중국산은 칭따오·위하이·단둥·다롄항 등을 통해 인천·부산·목포항 등으로들어오고 있다.
이에 비해 중국산 농산물 수입은 지난해부터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98년 19억9,468만달러어치였던 것이 지난해 14억720만달러어치로 29% 줄어들었으며 올들어서도 지난 7월까지 6억5,295만달러어치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감소됐다.
이는 한동안 쏟아져 들어오던 참깨·고추·콩류의 수입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대신 최근에는 양파·마늘·배추 등의 수입이 늘고있다.인천세관 관계자는 “중국산 수입 품목과 반입량은 국내 작황과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수시로 변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인천 김학준기자.
*유통과정.
중국산 농수산물은 ‘송화주’로 불리는 현지 수집상들에 의해 수집,선적돼 국내 수입업자에게 보내진다.송화주는 상당한 자금력 및 현지민들과의 유대를 갖고 있는 한국인이나 조선족인 경우가 많다.그러나 이번에 꽃게에 납을 넣은 것으로 밝혀진 양원세(梁元世)씨처럼 갑자기 수집업에 뛰어든,브로커성 경향이 강한 수집상들도 중국 단둥을중심으로 다수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 검찰의 분석이다.
수산물은 포구 등지에서 수집해 비교적 기일이 많이 걸리지 않지만농산물은 먼 지역까지 가서 수집을 해야 하기 때문에 10일 이상씩 걸리기도 한다.물건을 선적하는 과정에서 1∼2일이 걸리고 인천항까지운송에는 3일 정도가 소요된다.통관 절차가 전에 비해 많이 간소화되었지만 입항을 위해 대기하고 검역하는데 시간이 상당이 걸려 인천항에서도 1∼2일이 소요된다.
검역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은 검역이 세밀하게 진행되어서가 아니라 대부분 검역소 직원을 기다리는 시간이다.검역소측은 사람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여러 건이 접수되어야만 현장에 나타나기 때문에 반나절 이상 기다리게 하기 일쑤다.
그러나 일단통관이 된 이후는 신선도를 생명으로 하는 농수산물은급속도로 전국으로 퍼져 나간다.유통과정도 농수산물시장과 중간상,도·소매상이 혼합된 형태여서 일정한 패턴이 없다.검찰이 꽃게 납주입 사건 이후 긴급히 해당 수입업체가 유통시킨 물품 수거에 나섰지만 30t 가운데 200㎏밖에 거둬들이지 못한 것은 이같은 사정 때문이다.
인천 김학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