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자장면 먹으러 갈까?
외식하면 떠오르는 ‘자장면’의 원조는 어디일까.지금까지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인천시 중구 북성동에 있는 차이나타운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인천역에서 차이나타운으로 올라가는 조그만 골목길 왼편에는 ‘공화춘’이라는 중국요릿집이 있었다.
1905년 세워져 우리나라 최초의 중국음식점인 이곳에서 당시 중국인 쿠리(하급 노동자)를 위한 간식용으로 만들어진 것이 자장면이라는 것이다.이 업소는 1981년 문을 닫아 지금은 빈 건물로 방치돼 있지만 이곳에서 기술을 익힌 화교 하모(50)씨가 지난 15일 100여m 떨어진 곳에 ‘공화춘’이라는 음식점을 열어 원조의 대를 이었다고 자부하고 있다.
●1905년 중국인 노동자 간식용?
그러나 인천차이나타운에 있는 음식점들은 모두 자장면에 관한 한 ‘원조급’임을 내세운다.종류도 삼선자장,유니자장,사천자장,옛날자장 등 백가쟁명식이다.‘자장면의 날’이 있을 정도로 이곳 화교들의 자장면에 대한 애정은 대단하다.
하지만 알고 보면 자장면은 ‘면피용’에 불과하다.이 거리에는 불도장,짜춘궐,해삼관자,위기삼정,수초면 등 다른 중국음식점에서는 듣도 못한 음식들이 즐비하다
술은 한술 더 뜬다.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고량주와 이과두주는 기본이고 수정방,주귀주,모태주,소흥주,공부가주,오량순 등 이름조차 야릇한 중국술들이 애주가들을 솔깃하게 한다.중국만두만 전문적으로 파는 만두집은 따로 있고 월병,오향 등 중국과자를 취급하는 점포도 있다.차(茶)를 파는 집에는 철관음,오룡차,감비차,용정차,국화차 등 중국 차들이 망라돼 있다.
이곳 음식점들은 건물 전체가 오리지널 중국풍이다.입구부터 중국인들이 ‘병적으로’ 좋아하는 빨간색 일색이고 내부에는 각종 중국 등(燈)과 복자(福字),재신(財神) 등으로 치장해 중국의 한가운데에 와 있는 느낌을 준다.
●중국의 한가운데 와 있는 느낌
거리 곳곳에는 중국 생활용품과 의상,문구류,잡화 등을 파는 점포들도 있다.‘양산박’이라는 다소 도전적인(?) 이름을 내건 점포는 골동품,고서화,공예품,희귀약재 등을 취급하고 ‘화국문화사’는 점잖은 명칭에 걸맞게 책과 사전류,문구용품 등을 팔고 있다..‘중화예원’은 중국식 의상과 액세서리 등을 파는 전문점이다.
차이나타운에서는 중국인 특유의 자존심을 반영하듯 호객을 하는 행위가 전혀 없다.‘오고 싶으면 오고,아니면 말고’라는 식이다.딱딱한 상술 같지만 거리를 다니기에 부담이 없어서 좋다.
주거리에서 인천역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오른쪽에 ‘중화무술관’이 보인다.
●팔괘장등 중화 무술관도
차이나타운에서 유일한 도장인 이곳에서는 팔괘장,소림권,홍가권,영춘권,팔극권 등 다소 생소한 무술을 가르친다.
팔괘장은 청나라 궁중무술이고,홍가권은 남쪽지방 소림권,영춘권은 여성 호신술,팔극권은 만주족의 부락무술이라는 이곳 사범의 설명인데 대체로 동작이 특이하다.문하생 50여명 가운데 서너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인이다.
차이나타운에는 중국식 한약방도 두곳이 있지만 우리나라 한의대에서 학위를 딴 전문의들이 개업했다고 한다.한약방만은 ‘한국식’인 셈이다.
무엇보다 차이나타운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것은 화교학교다.거리 중간 ‘중화당한의원’ 뒤편에 있는 화교학교에는 유치부 및 초·중·고 과정에 500여명의 화교 자녀들이 다니고 있다.
차이나타운에는 지난 70년대까지 3000여명에 달하는 화교가 있었지만 지금은 800여명에 불과하다.
거리에서 만난 화교 조원정(趙元貞·45·여)씨는 “이곳 화교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태어났다.”면서 “한국 사람들이 차이나타운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자주 찾아주어야 거리가 보다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