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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양진
    2025-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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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비 실패 땐 환불” 前지방국세청장의 ‘영업 비법’

    최근 고위직 세무 공무원 출신들의 비위 행위가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후배인 현직 공무원들에 대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민원인’의 ‘검은 청탁’을 받아 모종의 일을 처리해 주고 거액의 뒷돈을 받아 챙기는 사례들이다. 국세청 출신 고위직 전관들이 기업이나 로펌, 회계법인 등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개인 사무실을 차려 놓고 ‘해결사’를 자처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게 사법당국과 관련 업계의 전언이다. 지난 11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알선수재 혐의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심재철)가 구속영장을 청구한 박동열(62)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이 대표적이다. 검찰 등에 따르면 박 전 청장은 서울 강남권 일대에서 유흥업소 5~6곳을 운영하는 업주 박모(48·구속)씨로부터 1억원가량의 뒷돈을 받고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전 청장 외에도 전직 지방국세청장 출신인 제갈경배(55)씨가 민원 해결을 명목으로 1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아 지난달 검찰에 구속됐고 지난해에도 재건축 시행사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명목으로 돈을 받은 전직 세무 공무원 두 명이 적발됐다. 박 전 청장은 2010년 12월 34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친 뒤 이듬해 8월 서울 서초동에 세무법인을 차렸다. 제갈 전 청장도 지난해 퇴직 후 세무법인 대표로 취임했다. 이는 굉장한 파격이었다. 세무법인을 운영한다는 것은 평생 ‘갑’(甲) 생활을 해 온 그의 위치가 클라이언트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 ‘을’(乙)로 바뀐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박 전 청장도 다른 고위 세무 공무원들처럼 대기업 등으로부터 고액의 스카우트 제안을 많이 받았지만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후배들은 존경을 표했고 여론은 관심을 보냈다. 여기에는 물론 재취업 심사가 까다로워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파격 덕분에 박 전 청장의 세무법인도 유명해졌다. 불과 2년여 만에 서울, 대구, 경남 창원, 경북 포항으로 지사를 늘리며 전국 10위권 안에 드는 세무법인으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그는 이 정도 성과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업주 박씨로부터 세무조사 무마를 대가로 2012년 한 차례,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3000만~4000만원씩 모두 1억원을 받아 챙겼다. 그는 “정당한 자문료였다”고 발뺌한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청장은 자신의 세무법인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자문료를 받았고 그 금액도 통상적인 수준을 크게 웃돌았다”고 전했다. 박 전 청장을 통한 로비는 검찰 수사가 이뤄지기 전엔 성공적이었다. 세 번의 세무조사를 통해 국세청이 추징한 금액이 1억여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당시 실제 소득 탈루 규모가 195억여원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매우 경미한 금액만 부과받은 것이다. 소득세 최고세율(국세 38.0%, 지방세 3.8%)과 가산세(최고 40%) 등을 고려하면 100억원 정도 추징금이 부과될 수 있었다. 1억원의 뇌물로 100배 가까운 추징금을 막은 셈이다. 검찰 조사 결과 박 전 청장은 결과가 기대했던 것보다 나쁘면 받은 돈을 돌려주는 ‘대범함’을 보이기도 했다. 검찰은 “박 전 청장이 2011년 서울 명동 사채업자에게서 세무조사 무마 로비 대가로 2억원을 받았다가 돌려준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당시 세무조사는 사채업을 타깃으로 이뤄져 박 전 청장의 영향력이 먹히지 않았던 것이다. 검찰은 세무조사 당시 공무원들이 박 전 청장으로부터 뒷돈을 받았는지 등에 대해 수사를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과거 잇따랐던 전직 국세청장의 사법 처리 이후에도 세무 공무원들의 전관예우 조직문화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김유찬 홍익대 세무대학원 교수는 “퇴임한 전직 국세청 고위 관계자가 후배와의 인간관계를 갖고 찾아다니는 경우가 많다. 의뢰가 오면 담당 세무조사 직원에게 청탁을 넣어 줄여 주는 식”이라면서 “퇴직 공무원은 월급을 받거나 뒷돈을 챙길 수 있고 현직 후배들은 향응을 받으니 불만이 안 생기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서울 지역 검찰청의 한 검사는 “문제가 발견돼 세금 탈루가 무더기로 드러나더라도 세무조사를 열심히 했는데도 그 정도밖에 못 찾아냈다고 하면 현직 공무원을 처벌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靑문건 유출’ 조응천 2년·박관천 10년 구형

    검찰이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으로 올 초 기소된 조응천(53)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게 징역 2년을, 박관천(49) 경정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 최창영) 심리로 14일 열린 두 사람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대통령 기록물 반출로 국가적 혼란의 단초를 제공한 점을 좌시할 수 없다”며 이렇게 구형했다. 박 경정은 유흥주점 업주에게서 ‘업소 단속 경찰관을 좌천시켜 달라’는 청탁과 함께 현금과 금괴를 받은 혐의도 적용돼 징역형과 함께 추징금도 9340만원 구형됐다. 검찰은 “1억원이 넘는 뇌물을 받았음에도 범행을 부인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고 밝혔다. 조 전 비서관에 대해서도 “공직기강비서관 신분으로 대통령기록물 유출이라는 실정법 위반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에 박 경정의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박 경정이 출력한 문건은 업무 참고용으로 사본에 불과하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에 논리적 비약이 있다”고 밝혔다. 조 전 비서관의 변호인도 “조 전 비서관의 업무는 대통령 지시에 의한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조 전 비서관은 “열심히 일한 대가가 이런 것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박 경정과 조 전 비서관은 2013년 6월~지난해 1월 정윤회(60)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문서 등 청와대 내부 문건 17건을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57) EG 회장 측에 수시로 건넨 혐의 등으로 올 1월 기소됐다. 두 사람이 받는 혐의는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이다. 선고는 다음달 15일에 이뤄진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1억 수뢰’ 박동열 前대전국세청장 영장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심재철)는 유흥업소 업주로부터 억대 뒷돈을 받은 혐의로 박동열(62)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13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청장은 2011년 퇴임 이후 H세무법인을 운영하면서 유흥업소 업주 박모(48)씨에게서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1억원의 금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강남 일대에 유흥주점 여러 곳을 운영하면서 매출을 축소 신고하고, 세금 190억여원을 내지 않은 혐의로 지난 3일 구속됐다. 박 전 청장은 이른바 ‘청와대 십상시’와 ‘비선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의 유착설을 대통령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이었던 박관천(50·구속기소) 경정에게 제보했고, 지난해 말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국내시장 장악 ‘국제 카르텔’ 첫 기소

    우리나라 시장을 장악하면서 짬짜미를 한 일본 정밀기계업체가 한국 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외국업체끼리 외국에서 담합한 ‘국제카르텔’ 사건을 한국 검찰이 기소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한동훈 부장검사)는 국내 업체를 상대로 가격을 담합한 혐의(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로 일본의 베어링 제조업체 ‘미네베아’와 한국 판매법인 ‘한국엔엠비’를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고 13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미네베아는 2003년 6월부터 2011년 7월까지 동종업체 ‘일본정공’과 짜고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거래처에 납품하는 소형베어링 가격을 합의하면서 반독점 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일본정공은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도)로 형사처벌을 면했다. 이번 사건은 국제카르텔에 한국 독점규제법의 형사처벌 규정을 적용한 첫 사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02년 흑연전극봉 담합사건 등 한국시장 상대 외국업체들의 담합 행위를 조사한 적은 있지만 과징금·시정명령 처분에 그쳤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단독] [커버스토리] 올 국내 난민 신청자 2669명… 출입국장서 90명 신청

    우리나라는 유럽과 달리 대규모 난민이 몰려드는 일이 거의 없다. 3면이 바다라는 지리적 여건 때문이다. 2013년 7월부터 난민법(6조)을 만들어 공항이나 항만 등의 출입국장에서 긴급하게 발생하는 난민 신청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의 이용률은 매우 저조하다. 11일 법무부에 따르면 올 1~7월 출입국장에서 난민 신청을 한 이들은 90명으로 전체 난민 신청자(2669명)의 3.4%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일단 국내에 들어온 뒤 일반 출입국사무소에서 난민 신청을 한다. 법무부는 난민 신청자 대다수가 항공기를 이용해 입국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는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을 경유해서 온다. 우리나라 난민신청자의 특징은 ‘생계형’이 다수라는 점이다. 올해는 전체 신청자의 41.6%인 1111명이 불법체류 상태에서 난민 신청을 했다. 고용허가제로 국내에 들어왔다가 난민을 신청한 경우도 572명(27.4%)에 달한다. 이런 이유로 법무부는 난민 심사를 좀더 엄격하게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엔 이집트에서 한국 취업을 희망하는 12명을 모집해 1인당 5000~1만 달러를 챙긴 ‘난민 브로커’ 일당이 적발되기도 했다. 난민법은 난민 인정 사유를 국적·인종·종교·특정사회집단 구성원 신분·정치적 의견 등의 이유로 본국에서 박해를 받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1994년부터 올 7월 말까지 한국에 난민 신청을 한 시리아인은 760여명이다. 이 중 85%가 내전 이후 3년간 집중됐다. 이 가운데 3명만 난민으로 인정받았고 570여명은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아 국내에 거주하고 있다. 인도적 체류 허가는 강제 송환도 되지 않고 취업도 가능하지만 난민과 달리 기초생활·교육·직업훈련 등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 심사에 불복해 법원으로 가서 판단을 구하더라도 결정이 잘 바뀌지 않는다. 법원이 난민법상 ‘박해’를 ‘생명·신체 또는 자유에 대한 위협을 비롯하여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중대한 침해나 차별을 야기하는 행위’로 엄격히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허일병 사건’ 결국 미스터리로… 대법 “사인 불명”

    ‘허일병 사건’ 결국 미스터리로… 대법 “사인 불명”

    전체 길이가 99㎝인 M16 소총의 총구를 자기 몸 쪽에 놓고 양쪽 가슴에 각각 한 발, 머리에 한 발 등 모두 세 발을 쏴 자살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 의문을 둘러싸고 31년간 진실 규명 시도가 이어져 온 ‘허원근 일병 사망 사건’의 실체는 결국 영구 미제로 남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10일 허 일병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심과 같이 “수사기관의 부실한 사건 조사로 지난 31년간 고통받은 유족들에게 위자료 3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현재 남은 자료로는 허 일병의 사인이 자살인지 타살인지 알 수 없다”며 허 일병의 사망에 대한 배상 책임은 기각했다. 대법원은 “허 일병이 다른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 집행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지만 그가 자살했다고 단정해 타살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허 일병 사망 사건은 전두환 정권 시절 대표적인 군 의문사 사건으로 꼽힌다. 1984년 4월 2일 강원 화천군 육군 7사단에서 복무하던 허 일병(당시 22세)은 3발의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가슴과 머리에 3발을 쏴서 자살하기 어려운 점, 현장 사진에 피가 거의 없었던 점 등으로 미뤄 타살된 뒤 시신이 옮겨졌다는 의혹이 짙었지만 군은 자살로 결론 냈다. 이후 이 사건의 결론은 여러 차례 뒤집혔다.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허 일병이 타살됐고 군 간부들이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당시 중대원 전모씨가 “술에 취한 하사관이 ‘끓인 라면이 맛이 없다’는 이유로 내무반에서 허 일병을 쏴서 죽였다. 중대원들이 동원돼 시신을 옮기고 물청소로 핏자국을 지웠다”고 진술한 것이 근거였다. 하지만 의문사위 중간 수사 결과 발표 때부터 특별조사단을 꾸린 군은 재조사를 거쳐 의문사위 조사 결과가 날조됐다고 주장했다. 전씨를 제외한 다른 중대원 모두 허 일병이 자살했다고 진술한 것을 근거로 내밀었다. 그러나 2004년 2기 의문사위가 다시 타살이라는 결론을 내놓으면서 공방이 이어졌고 허 일병의 유족은 2007년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2010년 1심 재판부는 허 일병이 타살된 것으로 판단해 국가가 유족에게 9억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013년 8월 항소심 재판부는 자살이라고 결론을 뒤집었다. 항소심은 그간의 자살 사례 등으로 볼 때 허 일병과 신체 조건이 비슷한 사람이 M16 소총으로 가슴과 머리에 총상을 가하는 자세를 취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봤다. 이날 대법원의 판결로 허 일병의 죽음은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게 됐다. 허 일병의 부친은 “대법원이 잘못된 판결을 내렸다. 군이 확인 사살을 해 놓고 자살로 꾸며 냈다”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포스코 용역업체 ‘이앤씨’ 압수수색… 영남지역 현역의원 지원 정황 포착

    검찰의 포스코그룹 비리 의혹 수사가 착수 6개월 만에 전 정권 실세들과의 유착 정황을 속속 파헤치며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9일 포스코그룹의 청소용역업체 ‘이앤씨’를 압수수색했다. 포스코가 이 업체에 특혜성 물량을 몰아주고 이 업체 대표 한모씨와 유착된 것으로 의심되는 영남 지역의 현역 A의원을 지원한 정황을 포착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1일 압수수색을 받았던 이상득(80) 전 의원의 측근 박모(58)씨가 실소유한 티엠테크를 포스코그룹이 특혜 지원하는 형식과 같은 방법이었다. 한씨는 2007년 이 A의원과 MB연대에서 활동했고, 박씨는 이 전 의원의 포항사무소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검찰은 정치권 유착 정황이 있는 포스코그룹의 또 다른 협력업체 여러 곳을 추가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티엠테크 회계 담당자 조사 등을 통해 박씨가 이 회사를 운영하면서 2009년 이후 22억여원의 경제적 이득을 얻은 의혹도 포착했다. 또 이 수익의 일부가 이 전 의원의 지역구 관리 비용으로 쓰인 정황도 확인해 조만간 이 전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소환 조사할 방침이라고 이날 밝혔다. 박씨는 이 전 의원의 지역구 활동을 총괄하면서도 이 전 의원에게서 별도의 보수를 받지 않았다. 박씨가 티엠테크 특혜 수주로 누린 금전적 이익 중 일부가 이 전 의원의 정치 활동비로 공유됐다는 의미다. 검찰은 박씨가 챙긴 수익금의 용처를 추적하면서 이 전 의원과의 연관성을 추가로 캐고 있다. 검찰은 또 티엠테크가 포스코그룹의 발주를 따내는 과정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정준양(67) 전 포스코 회장을 지난 3일에 이어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2차 조사 결과를 분석해 3차 소환 필요성과 사전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거세지는 사시존치 요구] “법조계 주장만 난무…국민 의견 반영할 위원회부터 꾸려야”

    [거세지는 사시존치 요구] “법조계 주장만 난무…국민 의견 반영할 위원회부터 꾸려야”

    ‘사법시험 존치’ 여부를 놓고 다양한 주장과 논리가 분출하고 있지만 판사·검사·변호사 등 법조인과 교수·학자 등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의견 일치를 보는 부분이 있다. 현행 법조인 양성·선발제도는 어떤 형태로든 개선돼야 한다는 점이다. 한 중견 변호사는 “사법시험과 로스쿨에 대해 생각을 정반대로 하는 사람들도 2017년 사법시험 폐지 이후 법조인 양성의 단일 경로가 될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변호사시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2005년 대통령 자문기구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가 밝혔던 로스쿨 설치의 취지는 크게 네 가지였다. ▲특정 대학·전공에 쏠린 사법부 획일주의 탈피 ▲이른바 ‘고시낭인’ 양산에 따른 부작용 완화 ▲실무형 법조인 양성 ▲변호사 수 증가를 통한 법률서비스 비용 저감 등이다. 서울신문은 8일 현재의 법조인 양성 시스템이 로스쿨 도입 당시의 목표에 얼마나 근접해 있는지를 따져 보고 앞으로 보완하거나 고칠 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봤다. 그들이 제시하는 대안은 크게 네 가지 방향으로 요약됐다. 법조계에서는 사시 존폐를 둘러싸고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일부 단체들은 물리력 행사도 불사하고 있다. 그러나 사시를 부활하자는 측도, 현행법대로 사시를 없애고 로스쿨만 남기자는 측도 서로 대화는 하지 않는다. 법조계 내 공급자들의 주장만 난무하면서 정작 소비자인 국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틈이 없다. 다양한 논의를 모으고 이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논의 기구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법무부, 법원행정처, 변호사 업계는 물론 일반 국민까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합동위원회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법조인 양성 제도에 대한 정부 공식 입장은 “법조인 선발제도는 국민 의견이 모여야 하는 사안이고, 아직은 듣는 단계”라는 것이다. 하지만 내년이면 사시 1차 시험이 마지막으로 치러지고, 이듬해엔 2차 시험을 마지막으로 사시가 완전히 폐지된다. 논의 시기를 더 늦출 수 없다는 목소리가 법조계에서 나오는 까닭이다. 판사 출신인 신평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로스쿨에 대한 불만 여론이 이렇게 들끓고 있는데 정부는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면서 “사법체계에 대한 국민 신뢰를 좌우할 중대 문제인 만큼 지금이라도 정부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서완석 전국법과대학교수회 회장 역시 “논의를 위해 실제 정책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위원회 구성이 필요하다”면서 “위원회에서는 주장만 난무하는 법조계와 달리 다양한 절충안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학적성검사(LEET)와 변호사시험, 판검사 임용 과정에서 주관적인 선발 절차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도 개선 방안에서 빠지지 않는다. 투명하지 못한 선발 절차는 ‘고관대작’ 자제에게 유리하다는 ‘현대판 음서제’ 논란 등을 불식시킬 수 없다. 이는 로스쿨 출신 법조인, 나아가 국가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선 검찰청의 한 검사는 “공무원 시험을 1차 객관식, 2차 주관식, 3차 면접 등의 순서로 치르는 것은 누가 봐도 공정성을 인정할 수 있어 국민의 정서에 맞기 때문”이라면서 “면접 등 주관적으로 보일 수 있는 요소가 지나치게 많은 현행 법조인 선발 체계를 지금이라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판검사 임용 과정 역시 필기시험 없이 주로 면접으로 진행된다. 신 교수는 “부유층 자제들은 상대적으로 좋은 교육 환경에서 자라면서 통합적인 사고가 발달돼 구술 면접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이를 어떻게 보완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로스쿨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도 면접은 전체 평가의 20% 정도를 차지한다. 지난 3월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가 로스쿨 교원 9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복수응답)를 한 결과 로스쿨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중요한 고려 요소로 법학적성시험성적(74%)뿐 아니라 스펙이나 가정환경(20%), 면접장에서의 분위기(15%) 등도 상당 부분 개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험 결과와 석차도 사시와 마찬가지로 본인의 청구 여부와 상관없이 공개될 필요가 있다고 법조인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6월 헌법재판소가 변호사시험법 18조에서 변호사시험 성적을 공개하지 않도록 한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고 법무부가 법 개정을 했지만 여전히 개인이 청구했을 때만 소극적으로 점수가 공개된다. 반면 독일은 변호사시험 성적을 7등급(낙제·부족·다소미흡·만족·완전만족·양호·매우양호)으로 나눠 공개하고 있다. 특히 판검사 등 공직에 임용될 때는 ‘완전만족’ 이상 등급이 필요하다. 일본은 시험성적은 물론 석차까지도 공개한다. 조용호 헌재 재판관은 “법학전문대학원-변호사시험 체제는 변호사시험 성적이 공개되지 않아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구조’로 돼 가고 있는 점이 크게 우려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로스쿨 진영’이든 ‘사시 진영’이든 거의 모든 법조인이 동의하는 것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실무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당초 로스쿨 도입의 가장 큰 명분은 실무교육 강화였다. 하지만 로스쿨에는 실무 담당 교수보다는 학설 등 이론을 가르치는 교수들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로스쿨에서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실무 교수의 비율은 4분의1을 갓 넘는 28.4%(258명)에 그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방 로스쿨 교수는 “이론 교수들의 입김이 워낙 강해 로스쿨 안에서 실무 교수들의 입지가 좁다”면서 “이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실무교육을 대놓고 반대하는 교수들까지 있다”고 털어놨다. 변호사시험이 회를 거듭할수록 ‘재수생’이 늘면서 수업 자체가 시험을 대비한 ‘문제풀이’ 위주로 바뀌고 있다는 점도 실무교육 강화의 걸림돌이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고객과 의사 소통을 하거나 사건의 논점을 찾아내는 등 실무 능력을 키워야 하는 게 로스쿨의 역할”이라면서 “하지만 변호사시험이 기존 사시와 유사하게 어려워지는 데다 응시자는 증가하면서 시험을 코앞에 둔 학생들에게 실무교육을 강요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시 폐지로 대학을 나오지 못한 사람은 아예 법조인의 꿈을 접어야 하는 점은 ‘로스쿨-변호사시험’ 제도의 가장 큰 결점으로 지적된다. 로스쿨들은 학사 이상 학위를 가진 응시자들만 선발하기 때문이다. 판검사 등 공무원에 대해 석사(로스쿨) 학위 이상으로 응시 자격을 제한하면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학력이나 나이 등 응시 자격을 없애는 공무원시험의 추세와도 상반된다. 이 교수는 “누구나 공무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건 우리 헌법의 기본 정신”이라면서 “우리가 본뜬 미국 로스쿨 제도 역시 일부는 학부나 비인가 로스쿨을 통해서도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소수 정원을 대상으로 한 사시 존치나 로스쿨을 가지 않아도 변호사 시험을 볼 수 있는 ‘예비 변호사 시험’ 제도 등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법조인 확보라는 로스쿨의 본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점에서 직장인들도 로스쿨에 다닐 수 있는 ‘야간 로스쿨 제도’ 등도 보완책으로 거론된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검찰, 鄭·李 ‘포스코 커넥션’ 찾았나

    검찰, 鄭·李 ‘포스코 커넥션’ 찾았나

    포스코 비리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이르면 다음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80) 전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7일 알려졌다. 측근이 소유했던 포스코 하청업체 티엠테크를 통해 정치자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지난 4일 이 전 의원의 포항지역구 사무소장을 지낸 박모씨를 불러 그가 티엠테크 지분을 사들이는 과정, 포스코로부터 일감을 따낸 경위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2008년 말 설립된 티엠테크는 제철소 설비를 시공·정비하는 포스코의 협력사로, 박씨는 정준양(67) 전 포스코그룹 회장 취임 직후 이 회사 지분을 100% 매입해 실소유주가 됐다. 이후 다른 협력사로 가던 일감을 2009년부터 대거 수주했다. 포스코 수사가 본격화된 지난 6월쯤 지분을 매각한 것을 전해졌다. 검찰 조사에서 박씨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검찰은 이미 관련자 조사를 통해 이 전 의원과 박씨 및 정 전 회장의 커넥션을 입증할 진술 등 관련 증거를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9일 정 전 회장을 다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포스코비리 의혹 수사의 큰 흐름이 이 전 의원 쪽으로 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포스코 관련 ‘민원’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줬던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2009년 포스코의 신제강공장 건설에 대해 고도 제한을 이유로 군과 국방부가 반대하고 나섰던 일과 관련, 이 전 의원이 직접 양측의 협상을 중재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문제는 20011년 2월 국무총리실 행정협의조정위원회에서 “인근 활주로를 공장 반대편으로 연장하되 포스코도 공장 상단 부분을 1.9m 철거한다”는 조정안을 도출하면서 해결됐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조희연 ‘선거법 위반’ 대법서 유무죄 가린다

    조희연(59) 서울시교육감의 ‘선거법 위반’ 사건 유무죄가 대법원에서 가려지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7일 “조 교육감 사건의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조희연 항소심 선고의 문제점 참고자료’까지 내어 항소심 판결을 반박했다. 검찰은 이번 항소심 판결이 선거 혼탁을 방지하고 공정성을 확보하고자 정립된 ‘허위 사실 공표 판단 기준’을 무력화시켰다고 비판했다. 소문·의혹을 공표하면 사실 확인과 함께 믿을 만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인데 항소심 판결이 이에 배치된다는 것이다. 1·2차 공표 내용·방식이 같음에도 하나는 유죄, 다른 하나는 무죄로 판단해 선고유예한 것은 ‘기교적 판결’이라는 지적도 했다. 또 항소심 재판부가 당선무효형을 평결한 국민참여재판의 심리 과정과 결과를 외면해 결과적으로 국민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했다고도 비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포스코 수사 6개월 만에… ‘피의자’ 정준양 前회장 소환

    포스코 수사 6개월 만에… ‘피의자’ 정준양 前회장 소환

    포스코그룹 비리 수사의 정점에 있는 정준양(67) 전 포스코 회장이 3일 검찰에 소환됐다.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 신분이다. 지난 3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가 포스코건설을 압수수색하면서 수사가 본격화된 이후 6개월 만이다. 검찰은 정 전 회장 소환 직전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과 관련이 있는 포스코 협력사를 압수수색하면서 정 전 회장의 혐의점을 추가했다. 그간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 배성로(60) 전 동양종합건설 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이 연속으로 기각되면서 위축됐던 검찰 수사에 반전의 카드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이날 오전 9시 50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한 정 전 회장은 “포스코를 아껴 주시는 국민 여러분, 이해관계자 여러분, 가족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을 상대로 재임 기간 벌어진 포스코그룹의 각종 비리 의혹을 캐물었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할 내용이 많아 앞으로도 재소환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2010년 3월 포스코그룹이 플랜트업체 성진지오텍의 지분을 비정상적으로 인수하는 데 정 전 회장의 지시가 있었는지가 검찰의 우선 조사 대상이다. 당시 포스코는 성진지오텍 주식 440만주를 시세의 2배 가까운 돈을 주고 사들였다. 이로 인해 성진지오텍 최대 주주였던 전정도(56·구속 기소) 세화엠피 회장은 수백억원의 시세 차익을 남겼다. 포스코건설이 협력사인 동양종합건설에 사업상의 특혜를 주는 과정에 정 전 회장이 관여했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이미 검찰은 정 전 회장이 2010년 동양종합건설에 850억원 규모의 인도 생산 시설 조성 공사를 몰아주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을 포스코 임원으로부터 확보한 상태다. 포스코와 슬래브 등 철강 중간재를 거래하는 업체인 코스틸에 정 전 회장의 인척이 고문으로 재직하며 4억원대의 고문료를 챙겼다는 의혹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포스코의 제철소 설비를 시공, 정비하는 티엠테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지난 1일 실시해 수사 막바지에 승부수를 띄웠다. 이 업체의 실소유주로 추정되는 박모씨는 이 전 의원의 포항지역구 사무소장 출신이다. 검찰은 티엠테크가 2008년 12월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켐텍으로부터 일감을 집중 수주하기 위해 급조된 회사로 보고 있다. 연 170억~180억원가량인 티엠테크 매출은 모두 포스코켐텍으로부터 발생하고 있다. 수사팀은 티엠테크의 수익 일부가 비자금으로 쓰인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비자금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 간 단서를 잡을 경우 수사는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실소유주 박씨의 개인 횡령 사건으로 마무리될 경우 포스코 비리 수사는 추석 연휴 전에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필름 끊긴 피해자 준강간 처벌 어려워져

    지난해 2월 새벽 잠에서 깬 A(24·여)씨는 소스라치게 놀라 비명을 질렀다. 자신이 서울 강남의 한 호텔 침대에 누워 있음을 알게 된 것. 옆에서는 생전 처음 본 남자가 성관계를 시도하고 있었다. 서울 청담동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만취한 A씨를 호텔로 데려온 B(44)씨였다. 기억은 없지만 상황을 직감한 A씨는 서둘러 호텔을 빠져나와 112 신고를 했다. 검찰은 A씨가 B씨의 부축을 받아 호텔방으로 가는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증거로 B씨를 준강간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형법 299조는 A씨와 같은 항거불능(자신의 행위에 대해 정상 판단을 못 하는 것) 상태를 이용해 간음 또는 추행하는 것을 ‘준강간’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올 2월 서울중앙지법에 이어 6월 서울고법도 B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항거불능이 아닌 ‘블랙아웃’(Blackout) 상태였다는 변호인 측 논리를 받아들인 것이다. 블랙아웃은 일시적으로 기억상실에 빠지지만 의식적인 행위를 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흔히 과음 뒤 ‘필름이 끊기는 것’과 유사한 상태다. 재판부는 “A씨가 당시에는 성관계를 하려 했는데 나중에 이를 기억하지 못하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 7월 대법원에 상고했다. 준강간 사건에서 블랙아웃에 대한 해석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3~4년 전만 해도 준강간 사건은 피해자에게 유리하게 진행됐다. 설사 피해자가 기억이 없더라도 피의자가 준강간 상황으로 이끈 것은 명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변호인들이 블랙아웃이라는 개념을 집중적으로 들고 나오면서 상황은 변했다. 법원은 물론 검찰의 기소단계에서도 상당 부분 블랙아웃 개념이 받아들여지는 추세다. 논란이 되는 것은 블랙아웃에 대한 법원의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보통 준강간 사건에 대한 판결은 CCTV 영상에 나타나는 피해자의 걸음걸이가 기준이 된다. 올 1월 서울고법에서 무죄가 선고된 또 다른 준강간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스스로 모텔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잡혔다. 하지만 A씨 사건의 경우 블랙아웃의 범위를 넓혔다는 게 기존 판례와 다르다. 피해자 A씨가 B씨의 부축을 받았지만 자기 발로 걸었고, 성관계 저지 이후 8층 높이의 계단을 단 1분 만에 뛰어내려 온 점 등으로 볼 때 항거불능 상태로 보기엔 미심쩍다는 게 이유가 됐다. 법조계에서는 블랙아웃의 판단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지역의 한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는 “법원에서 의학계 등의 도움을 받아 블랙아웃을 판단하는 기준을 정한 뒤 선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학계에서도 블랙아웃에 대해 명쾌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분위기다. 남궁기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의학적으로는 블랙아웃과 항거불능의 차이를 구별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블랙아웃을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사법부의 판단이 자칫 피의자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필름 끊긴 피해자 준강간 처벌 어려워져

    지난해 2월 새벽 잠에서 깬 A(24·여)씨는 소스라치게 놀라 비명을 질렀다. 자신이 서울 강남의 한 호텔 침대에 누워 있음을 알게 된 것. 옆에서는 생전 처음 본 남자가 성관계를 시도하고 있었다. 서울 청담동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만취한 A씨를 호텔로 데려온 B(44)씨였다. 기억은 없지만 상황을 직감한 A씨는 서둘러 호텔을 빠져나와 112 신고를 했다. 검찰은 A씨가 B씨의 부축을 받아 호텔방으로 가는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증거로 B씨를 준강간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형법 299조는 A씨와 같은 항거불능(자신의 행위에 대해 정상 판단을 못 하는 것) 상태를 이용해 간음 또는 추행하는 것을 ‘준강간’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올 2월 서울중앙지법에 이어 6월 서울고법도 B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항거불능이 아닌 ‘블랙아웃’(Blackout) 상태였다는 변호인 측 논리를 받아들인 것이다. 블랙아웃은 일시적으로 기억상실에 빠지지만 의식적인 행위를 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흔히 과음 뒤 ‘필름이 끊기는 것’과 유사한 상태다. 재판부는 “A씨가 당시에는 성관계를 하려 했는데 나중에 이를 기억하지 못하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 7월 대법원에 상고했다. 준강간 사건에서 블랙아웃에 대한 해석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3~4년 전만 해도 준강간 사건은 피해자에게 유리하게 진행됐다. 설사 피해자가 기억이 없더라도 피의자가 준강간 상황으로 이끈 것은 명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변호인들이 블랙아웃이라는 개념을 집중적으로 들고 나오면서 상황은 변했다. 법원은 물론 검찰의 기소단계에서도 상당 부분 블랙아웃 개념이 받아들여지는 추세다. 논란이 되는 것은 블랙아웃에 대한 법원의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보통 준강간 사건에 대한 판결은 CCTV 영상에 나타나는 피해자의 걸음걸이가 기준이 된다. 올 1월 서울고법에서 무죄가 선고된 또 다른 준강간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스스로 모텔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잡혔다. 하지만 A씨 사건의 경우 블랙아웃의 범위를 넓혔다는 게 기존 판례와 다르다. 피해자 A씨가 B씨의 부축을 받았지만 자기 발로 걸었고, 성관계 저지 이후 8층 높이의 계단을 단 1분 만에 뛰어내려 온 점 등으로 볼 때 항거불능 상태로 보기엔 미심쩍다는 게 이유가 됐다. 법조계에서는 블랙아웃의 판단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지역의 한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는 “법원에서 의학계 등의 도움을 받아 블랙아웃을 판단하는 기준을 정한 뒤 선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학계에서도 블랙아웃에 대해 명쾌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분위기다. 남궁기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의학적으로는 블랙아웃과 항거불능의 차이를 구별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블랙아웃을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사법부의 판단이 의학적으로는 자칫 피의자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단독]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명품 칼잡이’ 총집결

    [단독]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명품 칼잡이’ 총집결

    “전국의 ‘칼잡이’(특수통 검사의 별칭) 다 모았네.” 다음달 1일자로 서울중앙지검 특수 1~4부에 발령난 검사들의 명단을 보고 서울 시내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이렇게 말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이후 전국 단위나 대규모 부정부패 사건 수사를 전담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검사가 7명 늘어나고 그 면면도 화려하기 때문이다. 각각의 특수부가 부장검사를 포함해 7명의 검사로 운영돼 온 점을 고려하면 이번 인사로 특수부 하나가 신설된 셈이다. 이번 인사 발령에는 부산·대구·광주·서울남부지검 등에서 활약하던 ‘특수통(通)’ 검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전국 지검의 우수 인력을 차출했던 대검 중수부의 부활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특히 이번 인사는 정기 인사도 아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이번 인사에 현장 검사의 최고참 격인 부부장급(사법연수원 30기)·수석급(31기) 검사가 5명이나 포함됐다는 점이다. 특수1부에 배치된 이주형(30기) 검사는 삼성 특검(2008년) 경력에 더해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 때는 우병우(19기·현 청와대 민정수석) 당시 대검 중수1과장을 도와 노무현 전 대통령 신문 검사로 참여했다. 같은 부에 배속된 고형곤(31기) 검사는 2006년 이후 서울중앙·창원·서울북부지검 등 특수부에서만 일해 왔다. 특수2부로 가는 김경수(30기) 검사는 올 초 성완종 리스트 의혹 특별수사팀에 파견됐다. 특수3부 박성훈(31기) 검사는 올해 광주지검 특수부에서 한국전력 전기공사 입찰 비리 사건을 맡았고, 특수4부 손우창(31기) 검사는 예금보험공사 금융부실책임조사본부 파견 2년 6개월 만에 검찰에 복귀한다. 이번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화력’ 보강에는 검찰 출신인 황교안 국무총리와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황 총리는 지난 6월 취임 이후 줄곧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해 왔다. 검찰 관계자는 “중앙지검에서 따로 특수부 인력 보강을 요청하진 않은 것으로 안다. 총리실의 작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검사들이 너무 서초동(대검, 서울중앙지검)에만 있으면 약해진다”며 취임 직후부터 지방검찰청의 역량 강화를 강조해 온 김진태 검찰총장의 ‘하방(下方)인사 원칙’과 반대되는 조치라는 점에서도 최소한 검찰의 자체 결정은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특수 수사의 역량이 과거보다 떨어졌다는 검찰의 자체 판단도 이번 인사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검찰총장이 수사를 직접 지휘했던 대검 중수부의 역할이 서울중앙지검으로 넘어가면서 각 검찰청 및 수사팀 사이의 ‘칸막이’가 생겼다는 지적도 나왔다. 5개월 넘게 진행됐지만 변죽만 울렸다는 비판을 받는 포스코그룹 비리 수사가 대표적이다. 이번 인력 보강으로 진행 중인 사건의 처리 속도가 빨리지고 후순위로 밀렸던 사건의 공개 수사 착수도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 차기 대선을 앞두고 검찰이 사정 정국을 조성하려는 차원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전방위 기획사정을 통해 여야를 압박해 국정 동력을 유지하고, 집권 후반기를 맞아 터져 나올 수 있는 측근 비리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 시내 지검의 한 검사는 “이 정도 규모의 인사는 단순히 올 하반기 수사만 고려한 것이 아니라 내년, 내후년까지 내다본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에선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중앙지검에 이전 대검 중수부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 같다. 앞으로 커다란 성과를 내라는 의미로 읽힌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특수4부가 생기고 검사 7명이 증원됐지만 아직 과거 대검 중수부 수준에는 못 미친다는 점에서 그때만큼의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명품 칼잡이’ 총집결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명품 칼잡이’ 총집결

    “전국의 ‘칼잡이’(특수통 검사의 별칭) 다 모았네.” 다음달 1일자로 서울중앙지검 특수 1~4부에 발령난 검사들의 명단을 보고 서울 시내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이렇게 말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이후 전국 단위나 대규모 부정부패 사건 수사를 전담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검사가 7명 늘어나고 그 면면도 화려하기 때문이다. 각각의 특수부가 부장검사를 포함해 7명의 검사로 운영돼 온 점을 고려하면 이번 인사로 특수부 하나가 신설된 셈이다. 이번 인사 발령에는 부산·대구·광주·서울남부지검 등에서 활약하던 ‘특수통(通)’ 검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전국 지검의 우수 인력을 차출했던 대검 중수부의 부활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특히 이번 인사는 정기 인사도 아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이번 인사에 현장 검사의 최고참 격인 부부장급(사법연수원 30기)·수석급(31기) 검사가 5명이나 포함됐다는 점이다. 특수1부에 배치된 이주형(30기) 검사는 삼성 특검(2008년) 경력에 더해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 때는 우병우(19기·현 청와대 민정수석) 당시 대검 중수1과장을 도와 노무현 전 대통령 신문 검사로 참여했다. 같은 부에 배속된 고형곤(31기) 검사는 2006년 이후 서울중앙·창원·서울북부지검 등 특수부에서만 일해 왔다. 특수2부로 가는 김경수(30기) 검사는 올 초 성완종 리스트 의혹 특별수사팀에 파견됐다. 특수3부 박성훈(31기) 검사는 올해 광주지검 특수부에서 한국전력 전기공사 입찰 비리 사건을 맡았고, 특수4부 손우창(31기) 검사는 예금보험공사 금융부실책임조사본부 파견 2년 6개월 만에 검찰에 복귀한다. 이번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화력’ 보강에는 검찰 출신인 황교안 국무총리와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황 총리는 지난 6월 취임 이후 줄곧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해 왔다. 검찰 관계자는 “중앙지검에서 따로 특수부 인력 보강을 요청하진 않은 것으로 안다. 총리실의 작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검사들이 너무 서초동(대검, 서울중앙지검)에만 있으면 약해진다”며 취임 직후부터 지방검찰청의 역량 강화를 강조해 온 김진태 검찰총장의 ‘하방(下方)인사 원칙’과 반대되는 조치라는 점에서도 최소한 검찰의 자체 결정은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특수 수사의 역량이 과거보다 떨어졌다는 검찰의 자체 판단도 이번 인사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검찰총장이 수사를 직접 지휘했던 대검 중수부의 역할이 서울중앙지검으로 넘어가면서 각 검찰청 및 수사팀 사이의 ‘칸막이’가 생겼다는 지적도 나왔다. 5개월 넘게 진행됐지만 변죽만 울렸다는 비판을 받는 포스코그룹 비리 수사가 대표적이다. 이번 인력 보강으로 진행 중인 사건의 처리 속도가 빨리지고 후순위로 밀렸던 사건의 공개 수사 착수도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 차기 대선을 앞두고 검찰이 사정 정국을 조성하려는 차원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전방위 기획사정을 통해 여야를 압박해 국정 동력을 유지하고, 집권 후반기를 맞아 터져 나올 수 있는 측근 비리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 시내 지검의 한 검사는 “이 정도 규모의 인사는 단순히 올 하반기 수사만 고려한 것이 아니라 내년, 내후년까지 내다본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에선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중앙지검에 이전 대검 중수부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 같다. 앞으로 커다란 성과를 내라는 의미로 읽힌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특수4부가 생기고 검사 7명이 증원됐지만 아직 과거 대검 중수부 수준에는 못 미친다는 점에서 그때만큼의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협력사 수억 뒷돈’ KT&G 前부사장 영장

    KT&G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김석우)는 협력업체로부터 수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배임수재)로 KT&G 전 부사장 이모(60)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2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담뱃갑 제조업체 S사를 납품업체로 지정하고 납품단가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해 주는 대가로 S사로부터 수억원의 뒷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이 기간 동안 제조본부장 등을 지냈고 2012년 부사장으로 승진한 뒤 이듬해 퇴임했다. 특히 이씨는 KT&G 임원으로 일하는 동안 S사에 원재료를 납품하는 B사를 설립, 자신이 실소유주로 있으면서 ‘바지사장’을 앉히는 행위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S사의 매출은 2008년 164억원에서 지난해 499억원으로 6년 사이에 3배 이상 급증했다. 이씨는 지난 13일 검찰이 민영진(57) 전 사장 등 KT&G 비리 의혹 수사에 착수한 이후 처음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인물이 됐다. 검찰은 협력업체들 가운데 팁페이퍼(필터와 담뱃잎을 결합하는 종이) 제조업체인 U사, J사도 압수수색해 KT&G 전·현직 임원들과 뒷거래를 했는지 수사하고 있다. 또 KT&G가 협력업체의 최소 이윤을 보장해 주는 대가로 퇴직 임원들을 해당 업체 고문으로 재취업하게 하는 등 사실상 인사권을 행사한 부분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한편 검찰은 이날 농협에서 특혜 대출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신상수(58) 리솜리조트그룹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밤늦게까지 조사했다. 신 회장은 농협에서 리조트 건설 및 운영 자금 명목으로 차입한 자금 또는 회사 돈 10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검찰은 농협중앙회 자회사인 농협물류가 한 중견 물류업체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과 관련해 관계자 계좌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력업체 선정 과정과 서울, 수도권 지역의 하나로마트 물류를 중개하는 평택 물류센터 관련 의혹이 제기됐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난민인 척 불법입국… ‘위장 난민’ 브로커 첫 적발

    난민인 척 불법입국… ‘위장 난민’ 브로커 첫 적발

    2013년 7월 아시아 최초로 난민과 난민 신청자의 처우 개선을 뼈대로 한 난민법이 시행됐다. 지난 2년 동안 난민 신청자는 법 시행 이전의 2~3배 수준으로 늘었지만 법을 악용한 난민 위장 브로커가 등장하는 등 부작용도 불거지고 있다. 일부 불법 세력 때문에 난민 심사과정이 더 엄격해져 애꿎은 사람들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 전성원)는 한국 취업을 원하는 이집트인들에게 허위 초청서류를 보내고 불법으로 입국시킨 혐의(출입국관리법 위반)로 이집트 국적 H(29)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국내에서 난민 브로커가 적발된 건 처음이다. 검찰에 따르면 H씨는 안모(구속기소)씨 등과 짜고 올 초 이집트 현지에서 한국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모집한 뒤 중소기업 대표 명의의 허위 초청서를 발송해 12명을 불법 입국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입국 알선 수수료 명목으로 1인당 5000∼1만 달러를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에 들어온 12명 중 9명은 본국의 박해를 피해 떠나온 것처럼 위장해 우리 정부에 난민 신청을 냈다. 나머지 3명은 입국과 동시에 종적을 감췄다. 서울출입국관리소 관계자는 “난민 신청만 해도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출국 조치하지 않는다는 난민법 규정을 악용한 사례”라고 말했다. 현행 난민법상 난민 자격은 국적이나 인종, 종교, 특정사회집단 구성원 신분, 정치적 의견 탓에 귀국하면 박해를 받을 수 있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부여된다. 해당 외국인이 신청하면 출입국관리소가 이를 심사한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1년 1011명, 2012년 1143명 수준이었던 난민 신청인은 난민법 시행 이후인 2013년 1573명, 지난해 2896명, 올해 1~7월 2669명 등으로 크게 늘었다. 법 시행 이후 난민 신청이 급증한 것은 과거에는 입국심사대를 통과해야 난민 신청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공항이나 항만에서 바로 난민 신청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난민심사 기간이 6개월을 넘기면 취업도 가능하다. 난민으로 인정되면 기초생활보장, 교육보장, 직업훈련, 주거·의료지원 등의 혜택을 받는다. 이 때문에 난민 신청인 중 ‘가짜’가 80%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출입국관리본부는 분석하고 있다. 불법 체류 중이거나 고용허가 기간 만료 뒤 체류 기간을 연장하는 등 원래 목적에 맞지 않는 신청인들이다. 난민 인정 심사도 한층 엄격해졌다. 2009년 20%를 웃돌던 난민 인정률은 최근 3년간 3~5% 수준에 그치고 있다. 올해 1~7월 난민 신청자 2669명 중 난민으로 인정된 외국인은 51명(1.9%)에 불과하다. 미국(33%, 2011년 기준), 캐나다(40%) 등과 비교할 때 턱없이 낮다. 다만 난민으로 인정되진 않지만 귀국 때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를 현저히 침해당할 수 있을 ‘합리적인 근거’가 있을 땐 인도적 체류자로 구분된다. 인도적 체류자는 2013년 6명에서 지난해 539명(올 7월까지 160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출입국관리소 관계자는 “최근 이집트인 난민 신청이 급증하고 있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취업이나 장기 체류를 위한 위장 신청자”라고 말했다. 김성인 난민인권센터 사무국장은 “난민의 절박한 상황을 이용해 돈을 가로채는 사람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면서도 “지금도 엄격한 이집트 등 비영어권 난민에 대한 심사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제각’·‘궁박’ 등 어려운 한자·일본식 표현 민법서 사라진다

    ‘제각’·‘궁박’ 등 어려운 한자·일본식 표현 민법서 사라진다

    ‘최고’(催告·촉구), ‘제각’(除却·제거) 등 어려운 한자어와 일본어 표현들이 민법 조항에서 싹 사라진다. 민법은 국민 일상생활에 적용되는 기본법인데도 용어들이 너무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법무부는 민법의 주요 용어 133개와 문장 64개를 순화하는 등 조문 1057곳을 정비한 민법 개정안을 26일 입법예고한다. 개정안은 ‘최고’ 등을 비롯해 ‘궁박’(窮迫·곤궁하고 절박한 사정), ‘요(要)하지 아니한다’(필요하지 않다), ‘비치(備置)하여야’(갖춰 두어야) 등 일본식 표현을 바로잡았다. 넓이 단위인 ‘정보’와 ‘평’도 제곱미터(㎡)로 통일했다. ‘몽리자’(蒙利者·이용자), ‘구거’(溝渠·도랑), ‘언’(堰·둑), ‘후폐(朽廢)한’(낡아서 쓸모없게 된)’,‘해태(懈怠)한’(게을리 한) ,‘인지’(隣地·이웃 토지)’ 등 일상에서 거의 쓰지 않는 한자어도 개선했다. ‘상당한’(적절한), ‘이의를 보류한 때에’(이의를 단 경우에는)처럼 뜻이 불분명하거나 ‘표의자’(의사표시자), ‘복임권’(복대리인 선임권)처럼 지나치게 축약된 용어도 쉽게 쓰기로 했다. 남성 중심적 표현인 ‘친생자’와 ‘양자’를 ‘친생자녀’와 ‘양자녀’로 바로잡고 ‘소송의 각하, 기각 또는 취하의 경우’는 ‘소가 취하, 각하되거나 청구가 기각된 경우’로 정확하게 바꿨다. 새 민법은 원칙적으로 조문 전체를 한글로 표기했지만 ‘추인’(追認), ‘소급’(遡及), ‘부종성’(不從性)처럼 한글만으로 이해하기 어렵거나 혼동될 우려가 있는 경우는 한자를 함께 적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檢 포스코 수사 5개월 만에 ‘빈손’ 마무리 수순

    5개월 넘게 이어진 검찰의 포스코 비리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배성로(60) 영남일보 회장,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 등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잇단 영장 기각으로 막다른 길을 만난 상황이다. 이번 수사의 ‘정점’인 정준양(67) 전 포스코 회장에 대한 직접조사 계획도 불투명해졌다. 검찰로서는 출구전략마저 여의치 않아 보인다. 올 3월 13일 포스코건설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수사는 크게 네 갈래로 진행돼 왔다. 수사의 발단이 된 ▲포스코건설의 하청업체와의 거래에서 비자금 조성 의혹 ▲코스틸과의 거래에서 비자금 조성 의혹 ▲성진지오텍 고가 특혜 인수 의혹 ▲동양종합건설 공사 발주 특혜 의혹 등이다. 동양종건의 대주주인 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로 정 전 회장에 대한 직접 조사를 위한 준비가 모두 끝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배 회장은 ‘TK(대구·경북 지역) 숨은 실세’로 불리며 이명박(MB) 정권의 실세들과 각별한 것으로 알려진 데다, MB시절 ‘비정상화된 포스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라고 검찰은 보고 있다. “그동안의 (공사) 수주는 포스코라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이뤄졌다. 내년이면 끝난다.”는 취지의 배 회장 발언(동양종건 내부 문건) 등이 검찰이 확보한 관련 정황증거 중 하나다. 배 회장에 대한 지난 22일 법원의 영장 기각이 정 전 부회장에 대한 두 차례 영장기각(5월 23일, 7월 27일) 이상으로 수사팀에 큰 충격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실제로 검찰은 배 회장의 사전구속영장에 모두 7가지 죄명의 범죄혐의를 적으면서 신병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검찰 관계자는 “정 전 부회장의 영장이 두 번 기각됐기 때문에 배 전 회장은 좀 더 신중하게 판단하고 발부 가능성도 고려해 결정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지금까지의 의혹수사를 정리하기 위해서라도 정 전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거래업체 코스틸이 지난 10년간의 가격조작으로 13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것이나 지난 2010년 포스코가 성진지오텍 지분을 2배 가까이 비싸게 사들인 일 역시 정 전 회장이 개입돼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포스코그룹 관계자가 단 한 명도 구속되지 않은 점으로 미뤄 검찰이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만으로 정 전 회장의 직접 연관성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성진지오텍 특혜 인수 의혹도 산업은행 전직 부행장은 지난달 17일 구속기소됐지만 포스코 쪽 관계자는 참고인 조사만 받았다. 이 때문에 동력을 회복할 획기적인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한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들을 정리하는 수준에서 수사를 마무리할 거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기업활동 방해라는 여론도 강해 다음달 초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도 검찰 내부에서 흘러나온다. 이 때문에 MB 측근인 정 전 회장을 보고 들어간 수사가 결국 빈손으로 끝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 전 회장을 딛고 정·관계로 이어지는 비자금 의혹의 핵심과제에 대한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포스코 특혜 의혹’ 배성로 영남일보 회장 소환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포스코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동양종합건설의 대주주 배성로(60) 영남일보 회장을 12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배 회장은 동양종건·운강건설·영남일보 등을 운영하며 수십억원의 회사 돈을 횡령하고 자산 정리 과정에서 동양종건 등에 부실 자산을 떠넘겨 손해를 끼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횡령·배임·사기 등 배 회장의 범죄 총액은 300억원 이상인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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