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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을 흉물이었는데… 이젠 아이들 꿈 키워요”

    “마을 흉물이었는데… 이젠 아이들 꿈 키워요”

    폐교였던 금곡초등학교가 되살아났다. 1998년 문을 닫은 이래 12년간 창고로, 공장으로 쓰이던 ‘마을 흉물’에서 다시금 아이들이 소리 내 공부하고, 마음껏 뛰어노는 ‘배움터’로 변했다. 지난해 12월 이곳에 ‘금곡작은도서관’이 문을 열고 올 2월부터는 ‘공부방’이 생겼다. 현재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금곡리 학생’ 15명이 방과 후에 이 공부방을 이용하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4시, 경기 파주시 법원읍 금곡2리 샛골마을의 ‘금곡작은도서관’에서 장근창(46) 도서관 대표를 만났다. 장 대표는 금곡초등학교 23회 졸업생(1979년 졸업)이기도 하다. 이날 그는 시끄럽게 뛰노는 아이들을 야단치면서도 그런 모습이 싫지 않은 듯 연방 웃음을 머금었다. 그가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고향을 떠났다가 건강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온 것은 2008년. 철문은 굳게 닫혔고, 쓰레기만 수북하게 쌓인 모교를 보면서 지나칠 때마다 마음이 아파 교육청에 민원을 넣기 시작했다. 그의 뜻이 알려지자 주민들도 뜻을 모아 ‘모교 살리기 운동’에 동참했다. “어릴 때 친구들과 함께 꿈을 키우던 곳이 요란한 굉음이 진동하는 공장지대로 변해 있더라고요. 교문은 녹슨 자물쇠로 잠겨 있고, 쓰레기만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삭막하기도 하고…. 학교 앞을 지날 때마다 정말 서글펐어요.” 그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그뿐이 아니었어요. 밤에는 마을 아이들의 비행장소로 돌변하는 걸 보고 ‘이대로 둬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당시 장 대표와 주민들이 해당 지역 교육지원청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이 학교는 1998년부터 창고 용도로 대여된 상태였고, 임차인은 10년 가까이 이곳을 사무용품을 만드는 공장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교육청은 임대만 해줬을 뿐 그동안 전혀 관리를 하지 않아 말이 공장이지 폐허 같은 황무지였다. 주민들은 “10년 가까이 교육청에서 감독 한 번 하지 않고 방치했다.”고 말했다. 관리가 어려웠는지 교육청은 2008년 11월 이 폐교를 매각하려고까지 했었다. 결국 장 대표와 주민들이 교육청에 탄원서를 제출해 매각을 막을 수 있었다. 이후 장 대표와 주민들은 협의 끝에 문화체육관광부와 파주시청에 도서관·공부방으로 이용하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해 각각 50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금곡작은도서관·공부방’이 만들어지게 됐다. “이름은 ‘작은’ 도서관이지만 프로그램은 도시의 학원보다 낫다.”고 장 대표는 말했다. 지역에 거주하는 예술인 및 주변 군부대 장병·주민 12명이 공부방 교사로 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로 서양화가인 임명숙(63·여)씨가 도서관장 및 미술교육을 맡고 있으며, 서예가 황숙자(65·여)씨가 서예를, 부산 동아대 강사인 강인구(38)씨가 설치미술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또 1포병여단 소속으로 멘사 회원인 임찬(22) 상병 등이 수학을 맡고 있고,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호성중(22·뉴욕시립대) 병장 등이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임 상병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군생활의 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인생에서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결혼 이주여성도 강사진으로 활약하고 있다. 2003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주해영(33·한족)씨도 학생들에게 중국어 회화를 가르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도서관 개관이 주민 화합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장 대표는 “70년대 초까지만 해도 미군부대가 있어 마을이 번화해 전파사만 다섯 곳이나 됐고, 방앗간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미군이 철수하면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 마을이 비면서 사람들이 자신감을 많이 잃었다. 처음에 학교를 되찾자고 했을 때도 다들 ‘그런 일을 왜 해. 누가 우리 말을 들어준다고’라며 비관적이었다. 그때는 마을의 장래라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그랬던 마을이 바뀌었다. “지금은 어디에서 모이든지 마을 발전에 대해 의견도 내고, 적극적으로 얘기들을 한다. 많이 바뀌고 있다. 죽어 있던 동네가 이제야 움직인다.”며 웃었다. 금곡작은도서관은 앞으로 사회적 기업으로의 변화도 모색하고 있다. 장 대표는 “봉사·관광·학습, 이 세 가지를 체험할 수 있는 체험촌을 만들어 마을 주민들에게 좋은 일자리도 제공하려고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가족들이 텃밭을 가꾸는 들에서 농촌체험도 하고, 예술인들이 공방을 만들어 자기계발도 하며, 주변 장애인학교인 새얼학교에서 봉사도 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얻는 보람이 무엇인지 묻자 장 대표는 아이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이들이 정말 달라졌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니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교육시설 활용 8%뿐… ‘폐교 특별법’ 보완해야

    교육시설 활용 8%뿐… ‘폐교 특별법’ 보완해야

    전국에서 문을 닫은 학교는 3000곳이 넘지만, 금곡초교처럼 원래 목적을 살려 ‘아이들을 위한 교육시설’로 활용되는 경우는 드물다. 지난해 50개 학교가 문을 닫는 등 1982년 이후 전국 폐교 수는 올 3월 현재 3386개교, 건물면적이 174만여㎡, 대지는 1848만여㎡에 달한다. 장부상 금액으로도 무려 7211억여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교육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폐교는 276개교(8.2%)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아이들을 위한 교육시설은 거의 없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폐교지역이 대부분 두메산골 등 오지라서 도서관 등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시설로 활용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폐교 활용현황을 보면 매각이 완료된 곳은 1885개교(55.7%)이고, 소득 증대시설 170개교(5%), 문화시설 84개교(2.5%)등이다. 이들 폐교는 1999년 8월 제정된 ‘폐교재산의 활용 촉진을 위한 특별법’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하지만 ‘건전한 용도로 활용해야 한다.’는 애매한 문구만 있을 뿐 교육목적의 시설 활용을 우선해야 한다는 등의 규정이 따로 있는 건 아니어서 교육시설로 활용되는 사례가 매우 제한적인 것이 현실이다. 특히 2007년 특별법 일부개정을 통해 기존 용도인 ‘교육용시설’과 ‘사회복지시설’에 ‘소득증대시설’을 추가해 폐교 활용의 경제성을 높일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게 그나마 다행이다. 장근창 금곡작은도서관 대표는 “교육시설은 교육시설일 때 주민들에게 돌아오는 혜택이 가장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반 기업이나 개인에게 폐교를 활용하도록 하면 실제 지역주민에게 돌아오는 혜택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그러잖아도 부족한 교육시설을 잃게 돼 지역주민들의 교육복지 수준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면서 “교육프로그램과 연계한 사회적 기업 등을 만들면 지역의 경제적 자립도도 자연스레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한국전자금융·리딩투자증권도 해킹

    서울 마포경찰서는 현금인출기 운영업체인 한국전자금융(NICE)의 홈페이지가 해킹돼 입사 지원자 수천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신고를 접수해 수사 중이라고 18일 밝혔다. 경찰 등에 따르면 한국전자금융 홈페이지를 해킹한 용의자는 최근 ‘홈페이지에 접수된 입사지원 정보를 해킹했는데, 정보 유출 사실을 알리지 않을 테니 그 대가로 500만원을 달라.’는 협박성 이메일을 회사 측에 보냈다. 한국전자금융은 자체 조사를 통해 홈페이지에 접수된 입사지원자 8000여명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가 해킹된 정황을 발견하고 지난 6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해킹 용의자가 해킹프로그램을 이용해 정보를 빼낸 사실을 확인했으며, 협박 이메일이 발송된 인터넷 프로토콜(IP)과 서버 접속기록(로그기록) 등을 추적, 용의자가 태국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구체적인 경위를 캐고 있다. 경찰은 또 해킹 용의자가 비슷한 시기에 같은 수법으로 인터넷방송사와 채권추심업체 등 두 곳을 해킹한 뒤 동일한 내용의 협박 이메일을 보내 돈을 요구한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 중이다. 이에 대해 한국전자금융은 지난 17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회사 고객이 개인이 아니라 은행 등 법인이기 때문에 입사지원 정보 외에 다른 개인정보 유출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리딩투자증권 서버에도 해커가 침입해 고객정보 2만 6600여건이 유출된 사실이 확인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리딩투자증권의 고객정보 2만 6600여건이 유출됐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홍지민·이영준·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주가 폭락 노리고 사제폭탄 터뜨려”

    “주가 폭락 노리고 사제폭탄 터뜨려”

    최근 서울역과 고속버스터미널 물품보관함에서 발생한 사제폭탄 폭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은 선물투자 실패에 좌절한 한 투자자가 주가 폭락을 유발해 이득을 얻으려고 저지른 계획적 범죄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은 주범 김모(43)씨를 전날 붙잡아 조사한 결과, 김씨가 2010년 7월 출소 후 3억 300만원을 빌려 주식 선물거래에 투자했다가 실패해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1일 선배로부터 5000만원을 빌려 주가가 내려가면 큰 이득을 보는 ‘선물옵션 종목’에 투자한 뒤 “공공시설에서 폭발 사건이 일어나면 주가가 내려가 큰 이득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이를 고려해 범행일도 풋옵션 만기일인 12일로 잡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김씨는 지난달 인터넷에서 ‘사제폭발물 제조법’ 을 검색, 폭발물 제조법을 배운 뒤 지난해부터 알고 지낸 공범 이모(36)씨를 통해 폭죽 8통과 타이머·배터리 등 21만원어치를 구입했다. 이씨로부터 폭발물 재료와 장비 등을 건네받은 김씨는 지난 12일 오전 4시쯤 천호대교 밑 한강공원 주차장에 주차한 차량 안에서 폭발물 2개를 조립, 같은 날 오전 10시 50분과 11시 50분에 각각 폭발하도록 설정했다. 이어 김씨는 같은 날 오전 5시 30분쯤 교도소 복역 때 알게 된 박모(51)씨에게 폭발물이 담긴 가방 2개를 건네면서 “서울역과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물품보관함에 1개씩 넣어주면 3000만원을 주겠다.”고 제안, 박씨가 이를 보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평소 김씨가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것을 보고 부유층이라고 생각했으며, 자신에게 사업자금 1억원을 빌려주겠다고 해 재료를 구입해줬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은 반(反)사회적 이상성격자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거나 정치적 목적을 가진 테러가 아니라 개인의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도모한 범죄로 판단된다.”면서 “이들이 인명을 해치려 한 의도는 드러나지 않았고, 전문 지식이 없어 폭발물의 위력도 가늠하지 못했으며, 주가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사고 당일 코스피200지수는 전날 대비 2.19% 떨어지는 데 그쳤다. 경찰은 주범 김씨에 대해서는 폭발물 사용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공범 이씨와 박씨는 불구속 입건할 방침이며, 김씨의 채권관계나 증권계좌 손실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로 확인작업을 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오후 1시 50분쯤 서울경찰청에 도착한 김씨는 “죄송하다. 빚 독촉을 더는 버틸 수 없었다.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생각나눔 NEWS] 서해5도 독점 운송업체 “대북전단 선적 중단” 논란

    [생각나눔 NEWS] 서해5도 독점 운송업체 “대북전단 선적 중단” 논란

    지난 3월 말, 국제농업개발원 이병화 원장은 평소 친분이 있는 중국인 사업가 J씨로부터 대북 전단 한 장이 든 편지 한 통을 받았다. 북의 3대 세습을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이 대북 전단은 북한과 석탄무역을 하는 J씨가 3월 초 평양 바로 북쪽에 접해 있는 평안남도 평성시 평성역에서 주운 3장의 전단 가운데 하나로, 이 원장은 “(이 전단이) 탈북자단체인 기독북한인연합이 올 3월 7일 백령도에서 띄운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평성시는 백령도에서 200㎞ 정도 떨어진 곳이다. 이에 대해 김승배 기상청 대변인은 “3월부터 남서풍이 불기 시작하기 때문에, 풍선이 지상에서 1㎞ 정도만 뜨면 200㎞ 이상도 쉽게 날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 “北서 조준 사격할까 겁나” 하지만 대북 전단이 남서풍을 타고 평양으로 날아드는 일은 당분간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탈북단체·경찰 등에 따르면 백령도·연평도 등 서해 5도 화물을 독점 운송하는 해운업체인 ‘미래해운’이 지난 3월 26일부터 대북 풍선 관련 장비를 싣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했다. 미래해운 관계자는 “주민 대표들이 찾아와 (대북 풍선) 장비를 싣지 말라고 강하게 반대하는데 어떻게 실어 주겠느냐.”면서 “우리도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인데 주요 고객들이 이렇게 강하게 반대하는 일이라면 아무리 취지를 공감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백령도 주민인 손명서(52)씨도 “지난해 천안함·연평도 사건으로 조업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데다 관광객들까지 줄어 주민들이 민감한 상황이고, 또 북에서는 조준 사격까지 하겠다고 하는데 풍선 띄우는 걸 찬성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단체들 “대북전단, 北 위한 최소한의 인권운동” 이에 대해 이민복 대북풍선단장은 “우리가 대북 전단 풍선을 띄우는 것은 북한 사람들의 눈과 귀를 열어주는 최소한의 인권 운동이다. 북에서는 늘 거짓으로 조준 사격을 하겠다고 하지만 실제로 발생한 적이 없는데 이 때문에 진실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굶주리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내버려둘 수는 없는 노릇”이라면서 “정당한 이유 없이 우리 장비의 운송를 거부하는 것은 차별이다. 현재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운법 제31조에는 ‘비상업적인 이유로 하주를 부당하게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돼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대북 전단 풍선은 2005년 1회, 2006년 1회, 2007년 10여 회, 2008년 20여 회에서 2009년 100여 회로 늘어났고, 지난해 110여 회, 올 4월까지 30여 회가 북한으로 날려 보내졌다. 특히 지난해 단 한 해 동안 띄워진 대북 전단만 8000여만 장으로 이는 북한 전체 인구의 3배 이상이 되는 수다. 1년에 30회 이상 대북 풍선을 띄우는 탈북단체로는 기독북한인연합, 자유북한운동연합, 탈북인단체총연합, 북한민주화국제연합 등이 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제 버릇 개 못 준’ 위작의 달인

    ‘위작의 달인’ 홍씨 가족은 치밀했다. 서울 당산동 자신의 집으로 고객을 초대해 거실과 안방 벽에 전시해 둔 그림을 보여 주며 고(故) 박수근·이인성·나혜석 등 유명 화가의 작품인 양 소개했다. 홍씨는 “박수근 화백을 미8군 범죄수사대 몽타주 그리는 작업에 취직시켜 준 답례로 작품 수십여 점을 선물로 받았다.”며 의심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치밀한 거짓말에 고미술 수집가도 깜빡 속았다. 피해자는 결국 수억원에 그림을 사기로 계약했다. 그러나 모두 가짜 그림이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위조한 그림을 비싼 값에 판매하려 한 홍모(64)씨와 부인 유모(58)씨, 아들 홍모(33)씨를 사기 혐의로 붙잡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3일 밝혔다. 홍씨 가족은 고미술 수집가 한모(71)씨에게 유명 화가의 위작 3점을 2억원에 팔기로 하고 계약금 30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30여 년간 미술 감정 작업을 해 온 아버지 홍씨의 경험이 ‘위작 판매의 기술’이 됐다. 홍씨는 주한 미군 용산기지 안에 있는 미국의 한 대학 분교 동양학과 1학년을 다니다 그만둔 뒤 집에 작업장을 마련해 두고 미술 감정과 복원 작업을 해 왔다. 홍씨에게 계약금을 지불하고 그림을 넘겨받은 한씨는 작품 감정을 하던 과정에서 그림이 모두 위작인 것을 확인하고 구입 의사를 철회했다. 그러나 계약금은 돌려받지 못했다. 경찰이 홍씨 집에서 압수한 위작 2점을 ‘국제미술과학연구소’에 감정 의뢰한 결과 모두 위작으로 판명됐다. 경찰 관계자는 “홍씨의 집에서 위작 3점 중 한 점인 박수근 화백의 그림은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홍씨 일당이 사전에 빼돌린 것으로 보고 현재 그림의 위치를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홍씨는 2009년 8월에도 이중섭·나혜석 등 유명 화가의 그림을 본뜬 위작을 팔아 수천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일회성 예방교육 탈피… 성적 자기결정권 심어줘야”

    “일회성 예방교육 탈피… 성적 자기결정권 심어줘야”

    “일방적인 성교육이나 성지식 전달로 임신한 학생이 자기 고민을 털어놓을까요? 성폭력 가해학생이 자신의 무책임한 행동을 반성할까요? 긴 시간 소통하고, 일상적으로 고민을 들어주고, ‘이 선생님은 정말 믿을 만하다.’는 믿음이 생겨야 서서히 고민을 말하고, 그래야 성의식을 일깨울 수 있는 것이죠.” 올해로 16년째 일선 학교에서 보건 담당으로 근무 중인 최규영 서울과학고 교사는 10일 학교 성교육의 문제점을 이렇게 꼬집었다. 그는 “우리의 성교육은 청소년 성폭행 등 사회문제가 불거질 때만 1~2시간, 그것도 100~200명을 강당에 모아놓고 성폭력 예방교육을 하는 게 전부”라며 이렇게 지적했다. “성이라고 하면 성행동, 즉 섹스만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청소년들의 편협한 성의식을 들춘 그는 “성은 사회적인 관계일 수도 있고, 개인의 감정이거나 행동의 결과를 예측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제는 ‘성=섹스’라는 고답적인 의식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교육이었다. 최 교사는 “나의 성적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부모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이며, 행동에 책임을 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깨닫게 하려면 교사의 일방적인 지시와 주입에서 벗어나 그들과 함께 공감의 교육을 이뤄내야 한다.”면서 “하지만 대학입시에 밀려 성교육이 ‘면피용 교육’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 그 어느 교육보다도 성교육은 체계적이어야 하고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기존 의무 교육 시간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다 심한 경우 가정통신문을 보내는 것까지 교육으로 보고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최교사는 청소년들로 하여금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의식을 갖도록 하는 교육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자신의 성적 욕구와 권리도 중요하지만 더불어 타인의 성적 욕구와 권리를 이해하고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 학생들에게 ‘혼전순결’을 말하면 다들 웃는다.”면서 “굳이 ‘혼전·혼후를 왜 나눠야 하는가.’, ‘그러면 혼후에는 순결이 중요하지 않느냐.’고 따진다. 맞는 말이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차라리 남녀 간의 약속이 얼마나 중요한지, 자신의 행동 결과에 대해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지 고민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타인의 마음도 고려하는 것이 자기 성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임을 알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족의 역할도 가볍지 않다. 최교사는 “부모님들이 ‘내 아이는 다를 거야.’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아이들더러 공부만 하라고 닦달하다 보니 소통이 단절되는 것”이라면서 “아이들에게 ‘부모 등 가족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의지처이자 휴식처라는 생각을 심어주려면 날마다 짧게라도 아이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과 교사, 학교가 어우러져 유기적인 성교육을 이루기 위해서는 학부모에 대한 교육도 중요한데, 실제로는 입시설명회가 유일한 학부모 교육”이라고 꼬집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SOS 10대들의 性] (하) 전문가 좌담

    [SOS 10대들의 性] (하) 전문가 좌담

    요즘 청소년들의 성문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성행동 수위는 높아졌지만 성문화는 왜곡돼 있는데, 원인은 사회와 어른들에게 있다.”고 한결같이 지적했다. 지나친 경쟁과 입시 중심의 교육, 어른들의 성 상업화가 청소년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청소년들의 성문화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려면 더디지만, 학교와 가정, 사회가 달라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별개의 인간일 뿐 아니라 성적 욕구를 지닌 존재라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영등포동 아하!서울시립성문화센터(아하센터)에서 여섯 명의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청소년 성(性)문화’를 주제로 좌담을 가졌다. 모임에는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 이명화 아하센터장, 이윤상 한국성폭력상담소장, 정유성 서강대 학생처장(교육학 교수), 우옥영 보건교육포럼 대표, 이명선 인디여성연구소 소장이 참석했다. ●“청소년 성행동 수위 높아졌지만….” 김찬호(이하 김) 최근 10년, 한국 사회는 급격한 변화를 보이고 있지만 변화가 지체된 영역이 존재하며,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성(性) 영역이 아닐까 싶다. 이명화(이하 화) 과거에는 성이라는 주제가 감춰야 할 것이었지만 요즘은 중학교 2학년이 성관계를 할 정도로 성 행동 수위가 높아졌다. 우리나라 성교육이 그동안 성폭행 예방, 10대 임신문제 등 이슈 중심의 캠페인에다 순결교육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성적 의사결정능력을 키우는 쪽이어야 한다. 이윤상(이하 상) 지난 10년, 성을 둘러싼 변화 중 가장 큰 것이 법제화다. 성폭력, 성매매 등이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라는 공감대가 생겼고, 그 결과 성폭력특별법, 성매매특별법 등 많은 법과 정책이 마련됐다. 하지만 인식이 제도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헤픈 여자가 강간당한다.’는 인식 등의 이중적인 성적 잣대는 여전하다. 청소년 문제도 마찬가지다. 청소년은 보호의 대상이기도 하고, 성적 자율성과 주체성을 가진 주체이기도 하다. 이 지점에서 사회가 방향을 못 잡고 있다. 정유성(이하 정) 현재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받는 교육은 실제 아이들의 삶과 관련이 없다. 학교는 청소년들의 삶과 욕구를 인정하지 않는데, 성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렇지 않겠나. 화 청소년 성문화, 나아가 한국 성문화는 여전히 폭력적이고 상업적이다. 청소년들끼리 몸을 찍어서 휴대전화로 보내거나, 음란물을 모방하는 성폭력이 늘어나는 현상 등을 보면 과거와는 또 다른 폭력적이고 노골적인 면을 볼 수 있다. 우옥영(이하 우) 10년 전 당시 교과부에서 일선 학교에 성교육 지침을 내렸지만, 성교육 교과서도 제작되지 않은 데다 관련 교사 교육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그냥 각자 알아서 하고 결과를 보고하라고 했다. 그때보다야 낫지만 지금도 부족하긴 하다. 지난해 조사결과를 보면 중·고등학교에서 보건과목을 선택한 학교가 10%밖에 안 된다. 선택하지 않은 90% 학교에서 성교육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이명선(이하 선) 사회 전체적으로 섹슈얼리티는 개방됐지만 청소년들은 성적 욕망을 인정받지 못한다. 성적 욕망이 없는 존재, 혹은 있어도 통제 돼야 하는 존재로 파악되고 있다. 청소년이 성을 주장하거나 실천하면, 위기청소년으로 묶여버린다. 과거라면 이들이 성 행동을 하고, 결혼해 아이를 낳을 나이인데…. ●“부모·자녀 사이 성 인식 간극 줄여야 화 현장에서 보면, 학부모와 자녀들 사이의 성 인식에 대한 간극이 너무 크다. 외출한 부모들이 집에 갔더니 아이들이 성관계를 하고 있더라는 상담 사례가 없지 않다. 아이는 학교도 계속 잘 다니고, 이런 상황이 특별히 문제 될 게 없는데 부모한테는 이게 심각한 문제다. 그 간극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 우리 성교육은 청소년들에게 “너희들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진 주체야. 그러니까 너희는 ‘No.’ 할수 있어.”라고 가르친다. 그런데 정작 ‘Yes.’라고 할 수 있다고 가르치지는 못한다. 성행동을 두고 “책임질 수 있는 데까지”라고 유예를 시키지만, 그럼 책임은 언제부터 질 수 있나, 애매하다. 그래서 저는 딸에게 “법적으로 19세”라고 말해주고 만다. 정 많은 부모들이 자식들을 사유화한다. 자식을 독립된 주체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세상에 어떤 일이 벌어져도 내 새끼만 괜찮으면 좋다는 완강한 가족주의를 보인다. 부모만이 아니라 사회도 학교도 청소년들의 존재를 대상화하고 수단화하고 있다. 그러니 청소년들의 욕구, 특히 성적인 욕구는 당연히 무시된다. 우 또 다른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들의 경제활동이 제한돼 있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애들이 “나 성적으로 자유롭고 싶어.”라고 했을 때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경제적 토대가 없다. 타이완에서는 학생이 임신해도 학습권이 보장되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지원책이 없다. 김 아이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스스로 삶의 주인임을 깨닫도록 하는 것이 성교육의 기본 방향이 되어야 한다. ‘Yes’라고 말할 수 없는 건 어른들이 청소년기를 그렇게 보내지 못한 데 대한 질투가 아닐까(다같이 웃음). ●“청소년 성문화, 어른들이 먼저 변해야 선 성에도 남녀 청소년의 권력관계가 있다. 남학생들의 경우는 성경험을 해도 별 문제시하지 않는다. 그런데 많은 여학생들은 성관계에서 ‘No.’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을 겪는다. 왜냐하면 남자친구가 심리적으로 불편해 하고, 상처를 받을까 봐, 또 가출한 여학생은 의지할 곳이 없어질까 봐…. 정 남자 아이들도 몸이나 욕망, 관계에 대해서는 굉장히 무지하다. 매체에서 말하는 겉으로 드러나는 욕망이라던가 하는 것밖에 모른다. 걱정이다. 우 스웨덴은 청소년들이 실제 필요로 하는 부분을 지원해 주는 나라다. 청소년들이 언제든 성 상담은 물론 진료까지 무료로 할 수 있는 병원이 있다. 의료인, 보건교사, 상담사, 심리사 등이 팀을 이뤄 아이들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놀라웠다. 화 청소년의 성행동 수위는 높아지고, 우리 사회의 성폭력 등 성에 관한 문제는 심각하지만 지원 시스템은 부족하다. 아하센터와 같이 청소년성교육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는 곳은 전국 38곳, 서울 6곳에 불과하다.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 정부가 현장의 성교육 전문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정 앞으로는 새로운 성문화를 위한 물적 토대뿐 아니라 인간관계의 평등성이나 젠더 감수성까지 포함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여기에 어른들의 반성과 각성이 더해져야 한다. 상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이다. 하지만 성교육 의무화 등 여러 가지 얘기가 많이 나왔지만, 결국 공교육 현장은 진지하지 않았다. 매번 초등학생 성폭력사건이 일어나면 온 나라가 발칵 뒤집히고 서로를 탓하지만 10년, 20년 전에 정말 진지했다면 오늘의 모습은 확실히 달랐을 것이다. 김양진·김진아기자 ky0295@seoul.co.kr
  • 청소년 性상담 10년간 1.6배 늘어

    청소년 性상담 10년간 1.6배 늘어

    청소년들의 성에 대한 고민 표출이 지난 10년간 크게 늘었다. 특히 성폭행, 성매매, 근친상간 등 범죄와 연관된 상담이 성지식 등 일반 성상담에 견줘 더욱 가파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성상담 건수는 2001년 1214건, 2006년 1549건, 2010년 3203건으로 증가했다. 10년 사이 1.6배가 늘어난 것이다. 상담 유형별로는 ‘성심리 및 음란물’에 대한 상담이 가장 많았다. 지난해 기준 412건 19.4%에 달했다. 이어 ‘성폭력 피해 및 가해’ ‘성지식’ ‘자위’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성폭행 피해 및 가해 상담은 2001년 14건(1.9%)에서 지난해 313건(14.8%)으로 22배로 늘었다. 김미옥 아하센터 상담팀장은 “인터넷, 휴대전화 등을 통해 음란물이 유포돼 잘못된 성문화가 확산되면서 제대로 된 성교육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또래 성문화’가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퍼지다 보니 성폭력은 심각한 피해를 주는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가해학생들은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 팀장은 “특히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도촬 등이 성추행 등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성매매 피해 및 가해에 관련 상담 건수는 2001년 8명(1.1%)에서 2006년 9명(0.6%), 지난해 32건(1.5%)으로 늘었다. 또 성정체성에 대한 상담도 2001년 4건(0.5%), 2006년 30건(1.9%) 지난해 88명(4.2%)으로 크게 증가했다. 센터 측은 “언론 등을 통해 성적 정체성으로 고민하던 학생들이 성적 소수자에 대한 사회내의 변화된 시각 등이 확산되면서 ‘상담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담 방식별로 보면 인터넷 등을 통한 사이버상담은 2001년 417명(34.3%), 2005년 267명(16.4%), 지난해 416명(13%)로 줄었다. 반면 면접상담은 2001년 49건(4%), 2006년 177건(11.4%), 지난해 510건(23.1%)로 증가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독일 20년전 성교육 의무화… 콘돔 무료 제공

    독일 20년전 성교육 의무화… 콘돔 무료 제공

    유럽,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성교육에서 가장 큰 특징은 ‘열린 성교육’을 한다는 점이다. 청소년의 성적 욕구를 인정하면서도 임신과 출산 등 성관계에 따른 책임을 스스로 고민하도록 유도한다. 피임약과 콘돔을 무료로 제공할 만큼 정부·사회적 지원도 탄탄하다. 반면 우리나라의 청소년 성교육은 여전히 전근대적이고 형식적이다. 교육 내용이 기초적인 생물학적 지식 전달이나 모든 성행위를 선악으로 구분하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고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등에 따르면 미국은 공립학교에서 성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1980년대 초반부터 성교육에서 ‘혼전 순결’을 강조해 왔으나,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안전한 성생활과 피임, 출산’ 등의 실질적 프로그램이 보강됐다. 오바마 정부는 ‘10대 임신 예방 발의’를 통해 지난해부터 개인책임교육프로그램(PREP, Personal Responsibility Education Program)에 대해 연방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성적 관심을 자연스럽고 건강한 삶의 한 부분으로 보면서, ‘혼전 순결’보다는 ‘피임’을 강조한다. 네덜란드는 ‘긴 생애 사랑(Long Life Love) 프로그램’을 1980년대 후반 정부 보조로 개발했다. 10대들이 건강과 성관계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고 결정하도록 돕는 데 목표를 둔다. 거의 모든 중등 교육 과정에서 성교육이 이루어진다. 생물학적인 부분뿐 아니라 가치, 태도, 이성을 만날 때 대화의 기술 등도 포함된다. 그 결과 네덜란드는 세계에서 10대 임신율이 가장 낮은 나라로 꼽힌다. 독일은 1970년부터 성교육을 정규과정에 편입시켰다. 1992년부터 성교육을 의무교육으로 강화했다. 성관계 시 체위를 포함한 거의 모든 주제를 가르친다. 그러다 보니 정확한 피임법 교육도 가능하다. 프랑스는 1973년부터 성교육을 정규 교과과정에 편입, 8~9학년 학생들에게 연간 30~40시간을 할애해 교육한다. 콘돔도 학교에서 무료로 나눠 준다. 노르웨이·스웨덴 등 스칸디나비아반도 국가들에서는 학생들이 자연과학 시간을 통해 기초지식을 익히고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본격적인 성교육을 받는다. 반면 우리나라의 학교 성교육은 2008년부터 본격 시작됐다. 초등학교 5~6학년생의 경우 1년에 보건교육 17시간, 중·고생은 1년에 10시간의 성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방식은 달리할 수 있어 생물수업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2009년부터 고교 교육과정에 ‘보건’이라는 선택과목이 신설됐지만, 전국 5395개 중·고교 가운데 360개교만 선택해 채택률은 6.7%수준에 그친다. 그나마도 인문계열 고교는 보건과목 채택률이 5%에 불과하다. 전문 지식으로 성교육을 실시하는 보건교사 배치 현황도 60%로 부족한 편이다. 지역별 편차도 심하다. 서울·부산·인천·광주 등 대도시는 80~90%인 데 반해 제주·강원·충남·충북 등은 40~60% 수준이다. 김양진·김진아기자 ky0295@seoul.co.kr
  • 자취·하숙 대학생 모임 ‘민달팽이 유니온’ 출범

    “치솟는 하숙비·전셋값에 치여 대학생들의 주거권이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대학생들이 바꿔 나가야 합니다.” 자취나 하숙을 하는 대학생들이 뭉쳤다. 고가의 생활비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주거공간의 정보를 공유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9일 연세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20대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대학생들의 모임인 ‘민달팽이 유니온’이 지난 5일 정식 출범했다. 집이 없는 대학생들이 협동조합과 비슷한 성격의 모임을 만들었다는 의미로 ‘민달팽이 유니온’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지난달 말부터 엿새 동안 진행한 1차 모집에만 109명의 연대생이 가입했다. 연세대·이화여대·서강대 등 대학이 몰려 있는 신촌은 하숙비가 평균 50만원을 웃돈다. 원룸에서 자취하려면 전세 계약에 5000만~6000만원이 들어 자취생·하숙생들은 갈수록 생활비 마련하기가 버겁다. ‘민달팽이 유니온’을 기획한 장시원(22) 연세대 총학생회 사무국장은 “대학생들의 주거권은 교육과 직결되는 문제인데 아무도 신경을 안 쓰고 있다.”면서 “신촌에 있는 다른 대학들까지 차차 모임의 대상 범위를 늘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달팽이 유니온’ 홈페이지(www.snailunion.com)에 주거정보 리뷰 게시판을 만들어 학생들이 집값, 위치, 시설 등을 형식에 맞춰 평가해 자취·하숙 정보를 공유한다. 이사 도우미 프로그램으로 운영위원 20명이 일단 이사를 돕는 한편 회원들끼리 품앗이를 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물물교환, 공동구매도 한다. 요리법을 모르거나 음식재료 소량 구매에 비용이 많이 들어 고민하는 자취생에게는 대학 청소노동자 아주머니가 밑반찬 만드는 방법을 교육할 예정이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SOS 10대들의 性] 현실따로 교육따로

    [SOS 10대들의 性] 현실따로 교육따로

    10대들의 섹스·임신·자위·낙태…. 어른들에게는 피하고 싶은 이야기지만 청소년들에겐 현실이자 일상적 대화의 주제다. 한 고등학교 보건교사는 “5년 전부터 한 학기에 임신 테스트기를 5개씩 사서 교실에 비치했는데 남았던 적이 한번도 없다.”고 털어놨다. 청소년들의 성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성을 더 이상 가둬 두거나 짓눌러서는 안 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팬덤(연예인 열성팬) 활동가 방연지(19)양은 “서로 사랑하면 (성관계도) 할 수 있는데, 10대라는 이유만으로 막는 건 말이 안 돼요.”라고 담담하게 말했다.이처럼 성에 대해 개방적인 청소년들이었지만 성 지식은 부족했다. 여전히 이성교제를 숨기려고 하는가 하면 원치 않는 임신으로 괴로워하는 이들도 없지 않았다. ●“교실 비치 임신테스트기 남지 않아” 지난달 중2 여학생이 한 사이버 상담센터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고민글을 올렸다. “남자 친구하고 성관계를 했어요. 처음이라서 콘돔을 하자고 하면 ‘까진 애’처럼 보일까 봐…. 콘돔 없이 바깥에 사정했는데, 쿠퍼액(남성이 성적으로 흥분하면 분비되는 체액. 쿠퍼액으로 임신할 확률은 5~10%로 알려짐)으로도 임신이 될 수 있다고 하던데, 저 임신인 건가요?” ●“성지식 얻는 통로는 인터넷” 34.6% 학교가 이들의 궁금증과 고민을 수렴·해결하지 못하자 청소년들은 인터넷 등 부정확한 정보에 의존하고 있다. 2007년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가 서울시내 고교 2학년 학생 1052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성 지식을 얻는 통로’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34.6%인 364명이 ‘인터넷’이라고 답했다. 성교육이라고 응답한 학생은 308명(29.3%)이었다. 친구(205명, 19.5%) , TV(119명, 11.3%)라고 응답한 학생들도 상당수였다. 최진솔(17·고2)양은 “야동(음란영상물)만 본 남자애들은 성관계 시 삽입만 하면 여성이 오르가슴을 느끼는 줄 안다.”며 “그런 게 아니라고 알려주면 ‘너 어떻게 그런 걸 아느냐’며 이상한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최양은 “여자 청소년들의 성 문제는 친한 친구끼리도 잘 이야기하지 못해 오해가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 교육은 청소년들의 이런 성의식과 다른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청소년들은 지금도 ‘야한 생각이 날 땐 냉수 마찰이 최고’라고 가르친다고 증언했다. 현실과 학교 교육의 괴리로 청소년들의 성 관련 불만은 커져만 가고 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에서 활동하는 민다영(18)양은 “학생은 임신해도 아이를 낳을 수 없는 환경이므로 원치 않는 임신을 하지 않도록 피임교육을 강화하면 좋겠는데 그런 교육은 하지 않으면서 순결만 강조하고 있다.”며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고3 푸르른(18·가명)양도 “만날 정자·난자 이야기만 하지 말고 차라리 학교에 콘돔을 비치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의 성 고민을 수용하지 못하는 학교 교육에 대해 청소년들이 내놓은 솔직한 해결책이었다. 김양진·김진아기자 ky0295@seoul.co.kr
  • [10대들이 말하는 性 -청소년 성 좌담회] “청소년 성욕 억압만 하지말고 피임 등 다양한 성교육을”

    [10대들이 말하는 性 -청소년 성 좌담회] “청소년 성욕 억압만 하지말고 피임 등 다양한 성교육을”

    요즘의 10대들은 확실히 성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들처럼 성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세대는 일찍이 없었다. 가치 기준이 바로 서지 않은 성 지식은 폭력의 도구가 되기 쉬운 탓이다. 이런 10대의 성 문제를 흔히 ‘주머니를 비집고 나오는 송곳’에 비유한다. 사회적 억압에 일탈로 맞서려는 기형적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이런 문제를 짚기 위해 서울신문이 설립 10주년을 맞은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와 함께 ‘청소년 성(性)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 내내 10대 청소년들은 학교 성교육을 조롱하고, 기성세대의 성 의식을 질타했다. 좌담회는 지난 8일 오후 2시 서울 상수동에 있는 식당 ‘델마’에서 가졌다. 모임에는 ‘청소년 또래 지도자 동아리’의 최진솔(17)양, ‘여성가족부 청소년참여위원’인 김진수(18)군,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운동 활동가’인 매미울적에(가명·17)군,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에서 활동하는 민다영(18)양, ‘팬덤(팬문화) 활동가’인 방연지(19)양, ‘소녀들의 여성주의 연극모임 피쒸어터’에서 활동하는 푸르른(가명·18)양 등 6명의 10대들이 참석했다. ●“순결사탕을 아세요?” 민다영(이하 민) ‘순결사탕’을 아세요? (다들 모른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순결사탕을 먹으면 순결해야 한다는 건데, (일동 ‘어우.’) 그게 여자한테만 강요돼서 난리 난 적이 있었어요. 여성, 그것도 청소년에게만 강요하는 게 기분 나빴어요. 그래, 키스는 되고 섹스는 안 된다는 그런 기준이 불쾌하죠. 어른들 보기에 예뻐 보이는 연애만 강요하는 거죠. 청소년들도 성욕이 있는데 말이에요. 매미울적에(이하 매) 어른들도 청소년에게 왕성한 성욕이 있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건전한 방법으로 풀어야 한다고만 말하죠. 푸르른(이하 푸) (성욕쯤이야) 운동하면 풀린다고만 하고요. (일동 웃음) 방연지(이하 방) 10대나 20대나 다를 건 없잖아요. 사랑하면 (성관계를) 가질 수 있는데 10대라는 이유만으로 막는 건 말이 안 돼요. 해만 바뀌면 10대에서 바로 20대가 되는데, 그러면 다 된다는 건지…. 최진솔(이하 최) 저는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라 친구들이 자주 제게 묻곤 해요. 그럴 때마다 제가 ‘대놓고 물어보지 그랬어.’라고 하면 친구는 ‘좀(그러지 좀 마라.)….’이라며 쑥스러워하고 그래요. 푸 야동이라는 것도 제대로 된 성 지식을 갖고 보면 괜찮은데, 10대들이 이것만 보고 (성을) 배우는 게 문제죠. 김진수(이하 김) 야동이란 말 자체가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 것 같아요. 야한 게 나쁜 거라는…. 민 저는 멜로영화의 섹스신이 예뻐 보여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주위에서는 이상하다고들 해요. 여자가 성에 대해 이야기하면 이상하고, 남자가 그러면 영웅시하는 건 심각한 차별 의식 아닐까요. 푸 그렇잖아요? 여자가 섹스 많이 하면 ‘걸레’라고 하고, 남자가 많이 하면 ‘와.’ 하는 풍토 같은 거요. 최 자위도 그런 것 같아요. 여자가 자위를 하면 남자들은 ‘(여자가) 자위를 어떻게 해?’ 막 이러잖아요. 여자 자위에 대해 다들 좀 무지해요. 여자들끼리도 그런 말 하기를 꺼리기도 하고…. 민 10대들은 연애에 제약이 있고, 그 때문에 (성욕 문제를) 풀 수 없으니 아이돌에 빠지는 것 아닐까요. 방 그래서 팬픽(‘팬 픽션’의 줄임말. 연예인을 등장인물로 가공한 소설)이 등장한 거죠. 자기가 원하는 연애를 팬픽을 통해 구현하는 거지요. 최 저도 팬픽 몇 편 읽어 봤어요. 동방신기 팬픽이었는데 무조건 다 섹스로 직결되는 게 좀 그랬어요. 추천작을 보면 다 야한 얘기들뿐이고 해서 거부감이 들더군요. 민 팬픽을 보면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성에 대한 환상을 갖게 될 것도 같더군요. 방 주변에 ‘나도 팬픽의 주인공 같은 친구가 있었으면….’ 하고 말하는 애들도 없지 않아요. ●“짧은 옷이 성폭행 유발?” 방 ‘2004년 밀양 성폭행 사건’ 생각나요. 그때 가해 남학생들은 학교 졸업해서 잘 사는데 피해 여학생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며 전학도 안 되고 해서 대인기피증까지 생겼죠. 마을 사람들도 ‘남자애가 무슨 잘못이야? 여자애가 꼬셨겠지.’ 이러는데, 충격이었어요. 민 지하철 성폭력 예방법을 보면 치마를 입을 경우엔 가방으로 가리라고 해요. 왜 그 책임을 여자에게 떠넘기죠? 성욕을 풀 대상은 여자여야 한다고 말하는 성매매자들 얘기도 이해가 안 되고, 짧은 옷 입지 말라는 성폭력 문구도 그렇고…. 방 맞아요. 일상 속의 성희롱이 심각해요. 고등학교 때 친구가 계단 올라가는데 남자애들이 친구 다리를 보고 “마스터베이션 하고 싶다.” 이래서 여자애 완전 충격받은 적도 있어요. 민 예전에 학교 다닐 때 어떤 선생님이 “너네 공부 안 해도 돼. 다 내 첩 하면 되니까.” 이러는데, 농담이라도 할 소리가 아니지요. 일상적으로 그런 일들이 많아요. ●“어른들은 숨기는 게 너무 많아요.” 푸 학교에서는 교육이랍시고 맨날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이야기만 하고…. 차라리 콘돔 사용법을 가르치거나 학교에서 콘돔 나눠 주는 게 나을 거예요. (모두 웃음) 애들은 (성관계를) 하고 있는데…. 전 개인적으로 콘돔 가지고 다니는 애들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준비성 있잖아요. 민 학교 다니면서 임신을 하면, 아이 낳고 학교를 다닐 수 없는 환경이니까 원치 않는 임신을 하지 않도록 피임 교육을 강화하면 좋겠는데, 그런 실질적인 교육은 안 하면서 순결 교육만 하고…. 사실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방 가정에서부터 잘 가르쳐야 하는데 엄마 아빠는 부끄러워하잖아요. 우리 부모님은 잘 이야기해 주시는데 내가 친구들한테 부모님이 이런 얘기 했다고 하면 다들 놀라요. 이게 왜 놀랄 일인지…. 학교에서 안 가르쳐 주면 가정에서라도 가르쳐 줘야 하잖아요. 방 특히 실생활에 유용하고 활용 가능한 것을 많이 알려 줬으면 해요. (다들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림.) 푸 그런 점에서는 기성세대가 숨기는 게 많은 것 같아요. ●“상담센터 안 찾게 학교 성교육 강화” 민 저는 성 상담이 필요한 상황을 웃긴다고 생각했어요. 일상에서 풀 수 있어야 하고, 다니는 학교에서 당연히 이뤄져야 하는데 따로 상담센터를 찾아야 하는 게 웃기잖아요. 김 싸이클럽처럼 청소년들이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곳에 성 상담 클럽 같은 것이 있어서 전문가들이 성의 있는 상담을 해줬으면 해요. 푸 정말 우리가 평소에 다루지 못하는 주제를 수업시간에 배웠으면 해요. 다양한 주제, 꼭 필요한 내용을 가르쳐 주시기를 바라요. 매 어떤 약국에서는 청소년들에게 콘돔을 안 판대요. 그렇다면 콘돔을 학교에 비치해 놓으면 어떨까요. 김양진·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비위’ 환경부국장… 감싸는 감사관실

    환경부 국장급 공무원이 사적으로 호텔에 머문 뒤 호텔투숙비를 산하 공단에 대납시켰다는 투서 내용과 관련,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현 공직복무관리관실)이 환경부에 이를 통보했지만 환경부가 묵살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 공무원은 서울신문 취재가 시작된 이후 유관기관으로 발령 났다. 4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2일 공직윤리지원관실에 환경부 A(53) 국장의 비위가 담긴 투서가 접수됐다. ‘환경부 소속 A국장이 지난해 10월 제주도에서 열린 민관 합동 워크숍에 참석한 다음 제주도의 한 호텔에서 이틀을 더 묵었고, 호텔비용 40만원을 산하단체인 한국환경공단에 대납시켰다.’는 내용이었다. 투서를 접수한 공직윤리지원관실은 환경부 감사관실에 통보했지만, 환경부 감사관실은 7개월이 지나도록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A국장이 일부 사실을 시인하자, 감사관실은 A국장에게 “조용해질 때까지 환경부 밖으로 나가 있으라.”며 사건을 은폐하려 했던 한 것으로 전해졌다. A국장은 이에 따라 지난달 중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에 파견됐다. A국장은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A국장의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25일 환경부 감사관실 남봉현 감사관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A국장에 대한) 투서를 받은 사실도 없었고, 조사를 한 사실도 없다. 징계를 할 이유도 없다.”고 잘라 말했으며, 같은 날 공직복무관리관실 류충렬 국장도 “지난해 10~11월 사이 (A국장에 대한) 투서가 접수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 홍영표 의원실이 환경부 감사관실 관계자를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하면서 이들의 말이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관실 관계자는 “이런 투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한 뒤 “그렇지만 환경부 입찰에서 떨어진 업체가 투서한 사안이고 금액도 얼마 되지 않는데 (이 문제를)꼭 드러낼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술자리 벌칙으로 ‘집단 성폭행’

    술자리에서 게임을 하다 벌칙으로 옷을 벗게 하고 술을 먹인 뒤 여고생을 집단 성폭행한 대학생과 범행을 거든 또래 여학생들이 경찰에 구속됐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여고생 A양(15)을 성폭행한 모 대학생 김모(19)씨와 최모(19)씨를 특수강간 혐의로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또 A양의 친구 장모(15)양과 명모(15)양도 정범으로 보고 같은 혐의로 구속했다. 조사결과 김씨 등은 지난달 20일 오전 4시쯤 최씨의 서울 보광동 자취방에서 함께 술을 마시며 속칭 ‘눈치게임’을 하다 A양이 벌칙을 받아 옷을 벗고 술을 마시자 옆방으로 끌고 가 번갈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장양 등은 A양이 반항하지 못하게 하고 수차례 발로 찬 혐의를 받고 있다. A양과 여학생 2명은 같은 학교 친구들로 함께 가출 생활을 하다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 등으로 생활비를 마련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장양 등은 “A양도 우리에게 성관계를 하도록 강요한 적이 있다. 성관계를 부추긴 적은 없고, 성관계가 끝난 뒤에 A양을 때리기만 했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 역시 “A양과 성관계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술을 대신 마셔 줘서 좋아서 한 일”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양진·윤샘이나기자 ky0295@seoul.co.kr
  • 태광 이호진회장 보석청구 기각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부장 김종호)는 2일 14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돼 1심 정식 재판을 앞둔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의 보석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10년 이상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이고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어 보석을 허가하기 어렵다.”면서 “형사소송법에 따라 보석을 허가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달 5일 서울아산병원에서 간암 수술을 받고 병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 왔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기로에 선 노동운동] 惡戰春鬪(악전춘투)?

    [기로에 선 노동운동] 惡戰春鬪(악전춘투)?

    ‘4·27 재·보선’이 야당의 승리로 끝나고 지난달 29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야3당과 함께 ‘노조법 개정안’ 발의를 발표했을 때만해도 노동계의 기세는 대단했다. 1일 근로자의 날 행사에는 적어도 20만명의 근로자가 운집할 것이란 주장도 폈다. 하지만 근로자의 날 행사에 실제로 경찰 추산 6만명에도 못 미치는 근로자만이 참여했다. 지난달 29일 서울지하철노조가 민노총을 탈회하는 등 노동계를 둘러싼 상황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현장근로자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춘투(春鬪)가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1일 근로자의 날을 맞아 서울시내에서 한노총과 민노총은 최저임금 현실화와 노조법 전면 재개정을 주장하며 각각 집회를 열었다. 민노총은 ‘제 121주년 세계 노동절 기념대회’를 통해 노조법 전면재개정과 물가인상에 따른 서민대책을 촉구했다. 한국노총도 ‘5·1절 전국 노동자 대회’를 열고 “정부는 노조법 개악으로 타임오프제와 강제적 교섭창구 단일화 족쇄를 만들어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집회에는 황사 등 궂은 날씨까지 겹치면서 예상보다 저조한 인원이 참석했다. 한노총이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연 집회는 경찰추산 5만명이 참가했다. 민노총의 서울시청 광장 집회도 경찰추산 8000명(민노총 추산 1만명)이 모였다. 양대노총은 이번 재·보선에서 야당 승리 이유를 ‘노동계 투쟁의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복수노조를 포함한 노조법 재개정과 임금인상률 상향을 올해 대정부투쟁의 원동력으로 꼽는다. 반면 정부는 춘투가 예상보다 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선 양대노총이 이번 선거에 기여한 부분이 노조원 중 해당 지역의 투표권이 있는 이들의 명단을 넘겨주는 정도에 그쳤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장의 파업일수나 임금협약률도 지난해보다 안정적이다. 강성노조가 모여 있는 자동차 등의 산업이 호황인 점도 현장 근로자의 지지가 약화되는 원인으로 보고 있다. 또 서울지하철노조가 민노총에서 탈퇴하고 제3노총이 출범하는 것도 춘투에 악재라는 것이다. 향후 관건은 노동계의 반정투 투쟁이 이번 정부 집권기간 내내 장기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점. 복수노조의 교섭창구 단일화 방식을 노조 자율에 맡기자는 노동계의 요구는 복수노조제도가 시행되는 7월 1일까지 논란이 되겠지만 이후에는 특별한 의제가 없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경주·김양진기자 kdlrudwn@seoul.co.kr
  • 금호아시아나 관련 차명계좌 10여개 추적

    금호석유화학의 비자금 조성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차맹기)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계좌를 적발,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27일 “비자금 조성 의혹을 확인하고자 금호석화 본사와 계열사, 협력업체 등의 계좌를 조사하고 있다. 의심스러운 계좌를 들여다 보고 있고 차명계좌도 확인 중이다.”고 밝혔다. 검찰은 금호석화 수사과정에서 금호아시아나 자금 흐름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금호석화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2009년 박삼구, 박찬구 회장이 경영권 다툼을 벌이기 전 금호석화 협력업체가 개설한 차명계좌 10여개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측 자금이 오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상한’ 돈의 액수는 계좌당 5억~6억원씩 60억~10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누구 돈일 것이라고 예단하고 수사에 착수한 것이 아니다. 처음 그린 큰 그림에서 이제 절반 정도 수사가 진행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가 금호석화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또 지난 13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검찰의 압수수색과 관련해 “죄지은 사람은 따로 있을 것이다. 누구인지는 알아서 판단하라.”라며 비자금 조성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관련됐다고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금호석화 관계자도 “비자금 부분은 처음부터 자신 있었다. 검찰에서 조사받고 온 사람들 말을 들어봐도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금호석화를 뒤지다가 안 나오니까 수사 방향이 틀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금호석화와 같은 날 압수수색 받은 협력업체 G사 관계자도 “압수수색 이후 임직원들이 참고인 조사를 받았지만 나올 게 없으니 더 조사도 안 들어온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측은 “지금까지 검찰에서 조사받은 바가 없다. 처음 듣는 이야기다. 금호석화 쪽에서 그렇게 주장한 건지, 정말 검찰 조사에서 그런 내용이 나왔는지도 모르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금호그룹은 2009년 6월 박삼구·박찬구 회장의 형제 간 경영권 다툼으로 박삼구 회장의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그룹으로 쪼개졌다. 두 회장은 형제의 난 당시 동반퇴진했다. 이후 박찬구 회장은 지난해 3월 금호석화 대표이사로, 박삼구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으로 경영에 복귀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주 금호석화 지분 78.2%를 보유한 계열사 금호피앤비화학의 온용현 대표를 포함 협력업체 임직원을 소환, 거래 과정에서의 비용 부풀리기 의혹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양진·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아이와 사라지는 아내들...찾는 비용 2000만원

    아이와 사라지는 아내들...찾는 비용 2000만원

    “제 딸 좀 찾아주세요.” 경남에 사는 L모(35)씨가 울먹이며 하소연했다. 2008년에 결혼한 L씨의 안온한 꿈이 산산이 깨진 건 지난해 3월. 아내인 캄보디아인 C(24)씨가 아무 말도 없이 두살배기 딸을 데리고 캄보디아 친정으로 돌아가버렸다. 그로부터 1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말이 통하지 않는 장모랑 전화 한번 했을 뿐 딸의 옹알이 한번 듣지 못했다. 물론 정식 이혼절차도 밟지 않은 일방적인 결정이었다. L씨는 “큰 다툼도 없었다. (가출) 이유라도 알았으면 좋겠다.”면서 “중개업체가 무조건 결혼시키려고 ‘신랑이 다 해 줄 거고, 엄청 잘 산다’고 소개했는데 현실이 다르니까 실망했던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L씨를 답답하게 하는 건 법적으로 아이의 양육권조차 다툴 수 없다는 것이다. 아내가 국내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다시 돌아온다면 얼마든지 받아주겠다.”며 대책 없이 아내와 딸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책임한 중개업체들의 부풀려진 정보 때문에 빚어진 국제결혼의 피해자는 이주여성뿐만이 아니었다. 부산에 사는 강건웅(34)씨는 러시아인 아내 V(31)씨와 2004년 9월과 12월에 각각 러시아와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2007년에는 아들도 얻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아내가 친정에 잠시 다녀오겠다며 아들과 함께 간 뒤 소식이 끊겼다. 같은 해 10월 강씨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총영사관까지 찾아갔으나 자신이 ‘이혼당했다.’는 얘기만 전해 들었다. 강씨는 외교통상부 등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한국법으로는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 현재 강씨는 러시아 변호사를 고용, 양육권소송을 준비 중이다. 아이만은 찾아오겠다는 것이 이씨의 바람이다. 국내 결혼이민자가 20만명에 이르는 가운데 ‘무조건 결혼부터 시키고 보자.’는 식의 중개업자들의 비뚤어진 상혼이 이주여성은 물론 한국인 남편들에게도 큰 상처를 주고 있다. 남성들이 보는 대표적 피해는 외국인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말 없이 떠나버리는 경우. 남편은 아이를 되찾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 현행법상 친권자인 아내가 아이를 데려가는 것이 불법이 아닌 데다, 법적으로 양육권을 다투려고 해도 아내가 응하지 않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 민간상담소(외대연대)에 따르면 한국 남성이 ‘국제결혼 사기를 당했다.’며 상담을 의뢰한 사례가 크게 늘었다. 이 상담소의 박완석 소장은 “1년에 2~3건이던 상담건수가 지난해 12월부터 한달에 2~3건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여가부·외교부가 얽히고설킨 사안이라 주무부서가 없어 문제가 생기면 협조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아이를 찾아주는 ‘브로커’까지 등장했다. 1000만~2000만원에 현지에서 아이를 찾아주는 대행업이다. 중국과 베트남의 경우 공안을 통해 아이의 행방을 찾아 강제로 데려올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현지법에 의해 유괴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사회 곳곳에 드리운 국제결혼의 어두운 그림자다. 김양진·김진아기자 ky0295@seoul.co.kr
  • 경찰 “현대캐피탈 해킹, 대부업체 연루 수사”

    현대캐피탈 고객정보 해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대부업체와의 연관성을 수사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은 그동안 ‘대부업체 연루’와 관련된 서울신문 보도<4월 12일자 1, 8면>를 부인하다 14일 만에 이를 공식 인정했다. 경찰은 또 필리핀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해커 신모(37·미검)씨와 주범 정모(36·미검)씨에 대해 현지 경찰에 사법공조와 범죄인 인도를, 중국으로 출국한 국내 인출책 조모(47·미검)씨에 대해서는 인터폴에 공조수사를 요청하기로 했다. 서울청이 대부업체 수사에 나선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우선 정씨의 전과 기록 등에 나타난 범행 수법과 과거 전력 때문이다. 정씨는 전문 해커 신씨를 끌어들여 이번 사건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진 실질적인 주범이다. 조사결과 정씨는 현대캐피탈 사건처럼 과거에도 개인정보를 빼돌려 대부업체에 팔아넘긴 유사 전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2005년 미등록 대부업체를 운영하면서 인터넷 팝업창을 통해 고객정보 1만 3000여건을 입수, 이를 대부 중개업체에 팔아넘겨 6억원을 챙긴 전력이 있다. 경찰은 “정씨는 이 때문에 2006년 4월에 신용정보법 위반으로 처벌까지 받았다.”면서 “정씨와 신씨가 관련된 계좌의 입출금 내역을 확인하는 등 대부업체와의 연계 파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범의 진술도 이를 뒷받침한다. 검거된 국내 총책 허모(40)씨도 정씨와 대부업체가 연루됐을 개연성에 관해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 등이 대부업체의 의뢰를 받고 현대캐피탈을 해킹, 개인정보를 빼내 ‘협박용’과 ‘DB 장사용’으로 이용한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면서 “신씨나 정씨가 잡히면 구체적인 전모가 드러날 것으로 보고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정씨가 검거된 허씨를 필리핀 클라크 등지에서 만나 범행을 모의한 정황을 포착, 구체적인 경위를 캐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허씨와 조씨는 지난해 말부터 지난달까지 세 차례에 걸쳐 필리핀에서 정씨를 만나 역할을 분담하는 등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신씨가 현대캐피탈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고, 정씨는 신씨와 국내 인출책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았으며, 허씨는 국내 인출책으로 조씨 등 3명을 지휘했다.”면서 “이후 허씨는 해킹 발생 후 현대캐피탈이 범인 계좌로 입금한 1억원 가운데 3500여만원을 국내에서 인출, 이 가운데 1700만원을 정씨 여동생 계좌를 통해 필리핀에 있는 정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백민경·김양진기자 whit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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