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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승훈
    2025-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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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 前행정관 출석 안해… 연락두절”

    청와대 김모(43) 전 행정관의 ‘향응접대·성매매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이 됐지만 김 전 행정관의 성매매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참고인 조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데다 로비의혹을 밝히는 데도 ‘수사범위 밖’이라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수사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마포경찰서는 31일 “김 전 행정관이 이날 출석하기로 했는데 또다시 연락이 안 된다. 지금으로선 김 전 행정관의 출석이 가장 중요하다.”면서도 “(나오지 않더라도) 강제구인은 어렵다.”고 밝혔다. 경찰은 룸살롱에서 지불된 비용에 2차(성관계) 비용도 포함됐을 것으로 보고 이날 오후 7시쯤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카드 단말기 1대와 신용카드 전표 등을 압수해 분석했다. 경찰은 “현재 동영상과 사진, 콘돔 등 성매매를 입증할 증거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의 한 관계자는 “성매매 입증을 위해 단속 때는 반드시 디지털카메라를 가져가 현장을 찍는 게 기본”이라면서 “현장 사진은 물론 성매매를 입증할 압수물이 있지만 다들 쉬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경찰 수뇌부가 통상 성매매는 관계자들의 진술만으로는 혐의 입증이 어렵다는 점을 노리고 사건을 조작하려 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한편 경찰은 “(술자리에 동석한 장모 전 행정관과 방송통신위원회 신모 과장도) 모텔에 갔을 수도 있지만 증거가 없어 혐의 입증이 어렵다.”며 이들에 대한 수사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김승훈 오달란기자 hunnam@seoul.co.kr
  • 31일 진단평가… 교육계 일촉즉발

    31일로 예정된 전국 초·중학교 대상 진단평가 시행을 앞두고 교육당국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간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전교조와 일부 학부모단체는 일제히 ‘일제고사 불복종’을 선언, 체험학습을 강행하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교육당국은 “평가를 방해하면 엄정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 또다시 논란이 예상된다.전교조 서울지부는 30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일제고사 형태로는 올바른 진단평가가 이뤄질 수 없고 무한경쟁과 서열화 등 부작용만 부각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험을 보지 않고 체험학습을 떠나기로 한 교사들 가운데 공개에 동의한 이들의 명단과 소속 학교를 발표했다. 전교조 관계자는 “대규모 징계사태가 오더라도 일제고사를 좀 더 빨리 끝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참교육학부모회 등 학부모단체도 일제고사 거부 움직임에 동참했다. 이들은 이날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부모 1만명 서명이 담긴 ‘학부모선언´을 발표했다.이에 대해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은 “학년초 학력을 진단하는 건 수준별 학습 지도를 위한 것”이라며 “평가를 방해할 경우 엄중 대처하겠다.”고 거듭 경고했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와 같은 원칙에 따라 관련자를 파면·해임 등 중징계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선례가 있으니 교원으로서의 명령불복종으로 간주해 징계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10월 학업성취도 평가 대신 체험학습을 허락한 교사 7명을 파면·해임했었다.김승훈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정부 부처 ‘블로그 기자단’ 실속없다

    정부 부처가 앞다퉈 진행 중인 ‘블로그 기자단’이 당초 추진목표와 달리 ‘겉모양내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25일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블로그 기자단은 해당 부처의 정책을 효과적으로 알리고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으며, 정부 39개 부처 중 블로그가 개설된 곳은 32곳이다. 이들 중 기자단을 운영하는 곳은 법무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가족부 등 10곳이다. 정부는 최근 기자단 대상을 대학생과 초중·고·생, 30~50대 중장년층 등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하고 있다. 한 부처 관계자는 “온라인상에서 조회 수(일 평균 방문객 500명 이상)가 높은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들이 주력 영입대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홈페이지에 게재해도 될 정책 보도자료를 게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러다 보니 네티즌들의 댓글도 많지 않다. 그럼에도 정부가 기자단을 사실상 무급으로 운영하면서 인력 확대에만 급급해 ‘사이버 관변단체’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각 부처 관계자들은 “정규직 인력을 고용하면 비용이 많이 든다.”면서 “정부 부처에서 일한다는 것 자체가 큰 매력으로 작용해 무급이지만 지원자가 쇄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다수가 월 10만원도 채 안 되는 취재비만 받을 뿐이다. 이마저도 원고가 채택됐을 경우에 한해서다. 특히 페이지뷰, 댓글 반응 등을 중심으로 평가한 뒤 장관상 등을 수여하기 때문에 조회 수를 인위적으로 부풀리는 예도 적지않다. 한 정부 부처에서 기자단으로 활동하는 대학생 이모씨는 “다들 지인에게 댓글을 부탁하는 방식으로 조회 수를 높인다.”고 전했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모닝 브리핑] 운전면허 기능·도로주행 시험 통합·간소화

    경찰청은 23일 경찰·민간 합동으로 구성된 ‘운전면허 제도개선 심의위원회’에서 운전면허 시험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개선안을 심의해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개선안에 따르면 기능시험과 도로주행 시험은 통합됐다. 도로주행 교육 시간은 15시간에서 10시간으로, 도로주행 시험 항목도 104개에서 90개로 줄었다. 또 학과시험 합격 뒤 연습면허를 발급하고, 교통안전교육(3시간)을 학과시험 전 시청각 교육(30분)으로 전환했다. 경찰청은 이같은 개선안을 도로교통법에 반영해 개정안을 만들고 다음달 중 경찰위원회를 거쳐 도로교통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경찰폭행 철대위원장 영장

    서울 혜화경찰서는 23일 불법 시위를 벌이며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등)로 경기 남양주시 G철거대책위원장 박모(48)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박씨는 지난 7일 오후 9시22분쯤 서울 종로6가 인근 도로를 점거한 채 ‘용산참사’ 추모 시위를 벌이다 경찰관을 발로 폭행한 데 이어 1시간여 뒤에는 영등포구 당산동 집회 현장으로 옮겨가 주변에 대기하던 경찰관에게 벽돌을 던진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지난 7일 용산참사 추모집회에서 경찰관을 폭행했거나 그동안 상습적으로 불법 가두시위를 벌여온 94명을 특정해 지금까지 3명을 구속하고 11명을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신원이 확인된 63명에게는 출석요구를 했다고 이날 밝혔다. 하지만 시위에 자주 참여하고 시위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상습 시위꾼으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과잉·표적수사라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은 “채증사진 등을 통해 상습시위꾼으로 여겨지는 200여명 중 혐의 입증이 가능한 100여명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YTN 노조위원장 등 4명 체포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사장 출근을 저지하고 사장실을 점거한 YTN 노동조합 노종면 위원장 등 집행부 4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22일 긴급 체포했다.이들은 지난해 7월 구본홍 사장이 선임되자 “낙하산 사장을 용인할 수 없다.”며 출근을 저지하고 사장실을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YTN 사측은 그동안 노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집행부를 5차례 고소했고, 경찰은 이들이 소환에 불응한다는 이유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날 오전 각각 자택에서 검거했다. 이날 체포된 노조 집행부는 노 위원장과 현덕수 전 노조위원장, 조승호 기자, 임장혁 ‘돌발영상’ 팀장 등 모두 4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 범죄여부 등을 조사하려는데 소환에 제때 응하지 않은 데다 범죄의 중요성도 커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면서 “지속적이고 계획적인 업무방해 혐의가 드러나면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YTN 노조는 이날 남대문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 위원장 등은 오는 26일 경찰에 출두해 조사받기로 하는 등 그동안 모든 소환에 제때 응했다.”면서 “23일부터 시작되는 합법적인 총파업을 무력화하려는 표적 수사”라고 반발했다.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우리나라를 실패의 요람으로”

    “우리나라를 실패의 요람으로”

    “우리나라를 실패의 요람으로 만들어라. 그래야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나라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기업가 정신’이 구현될 수 있다.” 벤처 신화 1세대인 안철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좌교수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내놓은 해법이다. 희망제작소가 창립 3주년을 맞아 20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희망제작소 강당에서 개최한 ‘빌 게이츠도 성공하기 어려운 한국, 그럼에도 기업가 정신이 해답이다.’이라는 주제로 열린 특강에서다. 안 교수는 “현재의 경제 위기는 기업인들이 한번 실패하면 재기를 하지 못하는 시스템 때문에 초래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미국 실리콘밸리는 흔히 말하듯 성공의 요람이 아니라 실패의 요람이다. 실패를 용인하고 다시 기회를 주는 게 실리콘밸리의 핵심”이라면서 “우리도 이를 본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업가 정신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사회의 어두운 면을 고쳐 나가야 한다.”며 개선 방향을 조목조목 짚었다. 우선 회사가 망했을 때 대표이사가 모든 책임을 지는 ‘대표이사 연대보증제’를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제도 때문에 기업이 망하면 모든 빚을 경영자가 떠안게 된다.”면서 “망하면 평생 갚지 못할 빚만 남기 때문에 아무도 재기를 못한다.”고 말했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화약고 여행’ 제재 시급

    중동지역의 한국인 여행객들에게 테러 비상이 걸렸다. 지난 16일 발생한 예멘 폭탄테러 사건이 한국인을 겨냥한 무차별 테러라는 일부 정황이 드러나면서 이 지역이 위험사각지대로 재인식되고 있다. 2003년 11월 오무전기 직원들이 이라크에서 피격된 이후 중동지역 무장단체의 한국인 납치 및 피격 사건은 예멘 폭탄 테러 사건까지 포함하면 무려 9건에 이른다. 2007년에는 분당 샘물교회 소속 교인 20여명이 무장세력에 납치돼 7명이 살해당하는 참사가 있었다. 따라서 이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중동지역의 위험성을 사전에 경고하고 예방책을 마련하는 등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7일 한국일반여행업협회에 등록된 여행사 667곳 중 상위 100곳의 중동지역 항공권 판매집계에 따르면 2003년 이후 중동지역을 찾는 여행객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는 모두 8만 2981명이 중동을 다녀온 것으로 파악됐다. 2003년 1만 8284명, 2004년 1만 9316명에 비하면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여행사 관계자들은 “위험하다고 해도 갈 사람은 다 간다.”면서 “단체이탈 및 야간 개인행동 금지, 현지인과의 대화 자제 등 주의사항을 설명하지만 현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털어놓았다. 중동여행이 이처럼 위험에 놓여 있었는데도 그동안 정부의 대책 마련은 적극적이지 못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일이 터져야 수습에 나서는 사후약방문식의 대책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건국대 최창모 히브리중동학과 교수는 “정부는 매번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뒷북 정책만 발표하고 있다.”면서 “기업, NGO 등 여러 단체들과 연계해 어린이공부방 설치 등 중동 지역 현실에 맞는 장기적인 사업을 추진해 한국 이미지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외대 장병옥 중동연구소장은 “여행사들이 상품을 판매할 때 중동 지역의 위험성을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면서 “이들을 형사 처벌하거나 과태료를 물리는 등 처벌을 강화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탈레반의 납치 때도 그런 지적이 있었지만 평상시에 중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족장, 학자 등과 교류를 잘해 두고 이슬람인들을 대상으로 한 관광프로그램과 강연회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 지역의 사회지도층 인사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이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외통부 관계자는 “대국민 홍보를 꾸준히 하고 있지만 여행사 등에 대해 법적 구속력이 없어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을 뿐”이라면서 “여행사들이 중동 지역 관련 위험성을 고지하지 않을 경우 영업정지, 영업취소 등 행정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그럴리가… 아닐거야” 부정하다 끝내 실신

    “뭐…뭐라고요? 죽…죽었다고요? 누가 말입니까.” “도저히 믿을 수가 없습니다. 당장이라도 환하게 웃으며 나타날 것만 같은데….” 16일 새벽 예멘에서 날아든 비보에 한국인 사망자 유가족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충격에 휩싸인 채 오열했다. 통곡과 ‘아닐거야.’라며 부정을 거듭하다 끝내 실신하기도 했다. 아내 김인혜(64·서울 양천구 목동)씨의 사망 소식을 접한 남편 윤구(64·문화일보 전 논설주간)씨는 이날 “인천공항에서 ‘잘 다녀오라.’고 전송한 게 마지막이었다.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밤새 잠 한숨 못 잤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생전에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는 김씨집 거실에는 김씨가 직접 그린 추상화가 2점 걸려 있었다. 그는 평소 문화유적에도 관심이 많았다. 이집트, 이라크, 요르단 등 중동의 여러 지역을 두루 다녔다. 예멘은 친구들의 권유로 함께 가게 됐다. 윤씨는 “예순이 넘으면 평상심을 지녀 감정 기복이 없다는데, 아내의 죽음 앞에 한없이 무너질 뿐이다. 충격이 가시질 않아 아직 형님 등 다른 가족이나 친지들에게 연락조차 못했다.”면서 목 놓아 울었다. 언론 보도를 접하고 달려온 김씨의 여동생도 “너무 많이 놀라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서 눈물만 훔쳤다. 주용철(59·서울 강동구 암사동)·신혜윤(55)씨 부부 사망소식은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주씨의 동생 용수(56·인천 부평구)씨는 “지금이라도 당장 ‘용수야.’하고 친근하게 부르며 나타나실 것 같은데, 어떻게 형님의 죽음을 믿을 수 있겠느냐.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서 굵은 눈물 방울을 떨어뜨렸다. 주씨 부부는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1978년 6월 백년가약을 맺었다. 자녀가 없어 부부간 의지하는 게 더 컸고, 애정도 각별했다. 여유가 있던 부부는 평소에도 둘만의 여행을 자주 다녔다. 20년 넘게 주씨 부부를 알고 지낸 유미선씨는 “두 분은 금슬도 좋을뿐더러 어려운 이들을 위해 봉사활동도 열심이었는데, 이렇게 좋으신 분들이 가시다니….”라며 애석해했다. 잠결에 남편 박봉간(70·서울 강남구 삼성동)씨의 사망 소식을 접한 아내 이선자씨는 “그럴 리가 없어. 그럴 리가….”라며 연방 허공으로 손을 휘저으며 남편의 죽음을 부인하다 그대로 실신하기도 했다. 숨진 박씨는 광주서중·광주일고·전남대 상대를 졸업하고 광주 MBC 상무이사와 방송영상진흥원장을 역임했다. 독실한 천주교인이다. 은퇴 후 부인과 함께 성지 순례를 자주 다녔는데, 이번에는 혼자 갔다. 박씨의 동창인 정구선씨는 “부부의 사랑이 정말 돈독했는데 혼자만 떠난 여행에서 친구가 죽었으니, 그 아내의 심정이야 오죽하겠느냐.”면서 안타까워했다. 김승훈 이재연 오달란기자 hunnam@seoul.co.kr
  • [나눔 바이러스 2009] 무의탁 노인·소년가장에 생활비

    “죽은 아들을 통해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서모(39)씨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죽은 아들이 생각나서다. 서씨의 아들은 지난해 12월13일 전격성 급성간염으로 응급실에 실려갔다. 입원한 지 5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당시 나이 여덟 살이었다. 서씨는 아들 장례가 끝난 뒤 삶을 깊이 반성했다. 살면서 어떤 잘못을 저질렀기에 아들이 죽는 벌을 받게 된 건지 곰곰이 생각했다. 서씨는 가족에게만 애정을 쏟으면서 살아온 ‘이기적인 삶’이 문제였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는 곧장 한 복지재단에 죽은 아들 이름으로 50만원을 기부했다. 서씨는 “아들이 저세상에서 세상을 더 넓게 보고 남을 위해 살아달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아들을 잃은 슬픔은 형언할 길이 없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을 위한 삶을 깨닫게 된 것은 큰 소득”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대형마트에서 일하고 있는 서씨는 매월 수입 중 일부를 복지기관 등에 기부하고 있다. 나중에 돈을 모아 아들 이름으로 장학재단을 설립하는 게 꿈이다. 중소기업 사장인 황모(48)씨는 17년째 남몰래 가난한 이웃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전하고 있다. 황씨는 여러 복지기관에 매달 일정금액을 후원하고 있다. 의류, 상품권, 쌀 등 필요한 물품들도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예전에는 복지관 한 곳당 매달 20만~30만원 정도 전달했는데 요즘은 경기가 좋지 않아 10만원으로 줄었다. 황씨는 “나를 위해서 쓰는 것을 아껴 나보다 형편이 어려운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후원을 시작했다.”면서 “최근 경기 악화로 액수가 줄어들어 마음이 아프다. 후원금이 줄면 혜택받는 이들도 줄어들 것 아니냐.”며 애석해했다. 황씨는 집안형편이 어려워 배움을 중도에 포기하거나 수학여행을 가지 못하는 초·중·고생들도 수소문해 온정을 전하고 있다. 현재 20명의 학생에게 1인당 5만원씩 후원하고 있다. 주민센터나 복지관을 통해 알게 된 무의탁 노인과 소년소녀가장에게도 월 10만~20만원씩 전해주고 있다. 노인정에는 틈나는 대로 들러 쌀이나 고기 등 먹을거리를 사다 준다. 황씨는 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추천서는 구체적으로… PR는 적극적으로

    “학생회장으로서 각 학교 간부들이 모이는 행사에 빠지지 않고 다니면서 정보를 얻었다. 정치대학 전통이 오래된 학교라는 점을 감안해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는 꿈을 적극적으로 밝혔다.”(건국대 정치학부 1학년 안혜인)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기록이 될 만한 것은 보관해뒀다 동영상을 마련해 서류에 첨부한 것도 큰 도움이 된 것 같다.”(숙명여대 인문학부 1학년 이서경) 지난해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입학한 대학 새내기들은 16일 “꿈을 분명히 하고 현안에 대해 자기 소신을 뚜렷하게 밝히는 게 합격의 비결”이라고 입을 모았다. 각종 봉사활동에 대한 근거를 분명히 남겨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도 했다. 이화여대 보건관리학과에 입학한 김지민씨는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꿈이라고 쓴 뒤 보건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료를 준비해 지난해 9월 초에 제출했다.”면서 “초등학교 시절 일기장에 적은 장래희망부터, 직접 만든 봉사동아리 운영보고서 등 일관된 생활상을 집중적으로 서술했다.”고 귀띔했다. 지원하려는 학교를 연구해 자신이 얼마나 관계있는지 연결하는 것도 필수다. 경희대 정보디스플레이학과 백구열씨는 “경희대가 처음으로 디스플레이 관련학과를 세우고, 연구시설 등도 잘 갖추고 있어 진학하고 싶다는 점을 밝혔다.”고 전했다. 특수 재능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특수재능란에 ‘기획력 보유’를 적은 이화여대 사회과학부 이주영씨는 “대학에 갈 생각이 없어 수능도 안 보려 했지만 목표인 NGO 활동을 하려면 대학공부가 도움이 될 것 같아 마음을 고쳐 먹었다.”면서 “면접을 맡은 사정관들이 ‘내신성적은 전혀 보지 않겠다.’고 해서 기획력에 대한 의견을 마음껏 털어놓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대학들은 교사나 학교장 추천서의 경우 ‘학생에 대한 구체적인 관찰 평가’를 중시하는 만큼 세심한 학생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희대 임진택 입학사정관은 “‘학생이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고 활동을 했다.’거나 ‘학생이 수업시간에 이런 방식의 질문을 많이 했다.’는 식의 구체적인 서술이 있으면 아무래도 눈길이 더 갈 수밖에 없다.”면서 “학생이 자랑을 늘어놓고 교사가 도장만 찍는 방식의 추천서가 의외로 많은데 이렇게 하면 높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김승훈 이재연 오달란기자 hunnam@seoul.co.kr
  • [오늘의 눈] 걱정되는 ‘시위대 경찰폭행’ 수사/김승훈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걱정되는 ‘시위대 경찰폭행’ 수사/김승훈 사회부 기자

    용산참사 시위대의 경찰 집단폭행에 대한 경찰수사가 예사롭지 않다. 어떤 명분으로든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 하지만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현재의 강공 일변도 수사는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집단폭행을 당했다는 경찰은 시위 참가자 4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이중 한 명에 대해 ‘소명부족’을 이유로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 지적장애인(3급)도 끼여 있다. 지능지수(IQ)가 70~50밖에 안 된다. 이 사람이 과연 똑부러지게 사리분별을 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이런 사람이 경찰에서 진술할 때는 장애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경찰은 조사과정이 어떠했는지 자문해 보길 바란다. 경찰은 경찰관 16명이 집단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이 중에는 코뼈가 부러진 경찰관도 있다. 부인할 수 없는 폭행의 증거다. 이렇듯 ‘맞았다는 경찰’은 폭행당했다는 진술을 뒷받침할 수 있는 물증을 제시해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집단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혜화경찰서 정보과장의 예를 보자. 경찰이 증거로 제시한 수십 장의 사진과 동영상에는 최 과장이 맞는 장면이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다. 경찰은 “본인이 맞았다고 진술했다.”고만 강조할 게 아니라 인신을 구속할 요량이라면 이에 합당한 근거를 대야 한다. 그래야 경찰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강희락 경찰청장과 주상용 서울청장은 “무관용 원칙 아래 엄단” “전문 시위꾼 발본색원”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의 한 경찰은 “신임청장에게 잘 보이려고 간부들이 특별수사본부를 만드는 등 알아서 기고 있다.”고 꼬집기도 한다. 이런 때일수록 경찰 수뇌부의 발언은 신중해야 한다. 경찰조직의 생리상 하급자는 상급자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일선 경찰서장의 입에서 시위 참가자들을 “폭도” “전쟁 상황이라면 마음껏 진압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경찰이 ‘국민의 경찰’이라면 시위대 또한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김승훈 사회부 기자 hunnam@seoul.co.kr
  • 홍대 미대 실기고사 단계 폐지

    홍대 미대 실기고사 단계 폐지

    입학사정관제 전형이 대학가로 확산되고 있다. 일부 대학의 미대는 실기시험을 폐지하는 등 입학전형에 일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활용하는 대학에 최고 30억원까지 지원하겠다며 ‘당근’을 제시하고 있는 데다 카이스트(KAIST)에서 일반고생 150명을 입학사정관들의 심층면접으로 선발하겠다며 정부의 ‘공교육 살리기’에 구체적으로 화답한 이후 생긴 일련의 현상들이다. 홍익대학교는 11일 2010학년도 미대 입시 자율전공 전형(100명 선발)에서 실기고사를 완전 폐지하고 2013학년도에는 미대 입시 모든 전형에서 실기고사를 완전 폐지한다고 밝혔다. 그림을 잘 그리는 학생보다는 창의적 사고를 하는 학생들을 뽑기 위해서다. 그동안 미대입시에서 실기고사를 둘러싼 폐해가 많았던 터여서 다른 예체능대학들의 동참 여부가 주목된다. 홍대는 2009학년도 미술대학 자율전공 입시에서는 총점의 10%를 차지하는 면접전형에서 실기 평가를 시행했으나 2010학년도부터는 이를 미술전문 입학사정관이 참여하는 다면심층평가로 대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점차 실기평가를 활용하는 모집인원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올해 중3이 치르는 2013학년도 미대 입시에서는 신입생 860명 전원을 실기고사 없이 선발하겠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이날 2010학년도 입시에서 총정원 3772명의 23.5%에 해당하는 886명을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2009학년도에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선발된 180명의 5배에 가까운 숫자다. 886명은 ‘학생부 우수자 전형’(450명), ‘과학영재 전형’(110명), ‘세계선도 전형’(200명), ‘월드KU 전형’(50명), ‘사회공헌자 전형’(30명), ‘체육특기자 전형’(46명) 등으로 나뉜다. 한국외국어대도 2010학년도 입학전형에서 총 678명을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한다. 수시 2학기 모집에서 5개 특별전형의 모집인원 425명 전원, 정시전형의 정원외 특별전형인 농어촌학생특별전형(135명), 전문계고교졸업자특별전형(51명), 기회균등선발전형(67명) 등 253명이다. 이는 전년도 76명보다 약 9배 늘어난 인원이다. 한양대는 2010학년도 입시에서 입학정원 5201명의 19.8%인 1031명을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뽑는다. 수시 모집인원 1564명 중 606명, 정시 모집인원 3637명 중 425명으로 나뉜다. 한양대는 이와 함께 학생부 성적만으로 선발하는 학업우수자 전형 대상을 지난해보다 54%가량 많은 190명으로 늘리고, 공학인재 전형을 통해서도 67% 많은 80명을 뽑기로 했다. 건국대는 오는 2011학년도 입시에서 정원 3350명의 30%에 해당하는 1005명을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건대는 2009학년도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로 신입생 100여명을 뽑은 데 이어 올해 입시(2010학년도)에서는 350명을 선발한다. 김승훈 김민희 유대근기자 hunnam@seoul.co.kr
  • 경찰지갑 탈취 용의자 검거 주력

    용산참사 시위대의 경찰관 집단폭행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혜화경찰서는 9일 시위 현장에 있던 이 경찰서 정보과 박모(36) 경사를 마구 때린 뒤 지갑을 빼앗아 신용카드를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모(53)씨를 검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박씨는 지난 1월4일 영등포경찰서 앞에서 시위를 벌이다 연행되는 등 6차례 형사 입건된 적이 있다. 앞서 경찰은 불법 시위 참가자 8명 가운데 홍모(43)씨 등 4명에 대해 경찰관 폭행과 불법시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홍씨 등은 지난 7일 서울 종로와 영등포 일대 도로를 점거하고, 경찰관을 폭행하거나 무전기를 빼앗아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한편 일선 경찰서장이 ‘전쟁상황’까지 들먹이며 시위진압과 관련한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이철성 영등포경찰서장은 이날 오전 시위대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해 영등포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경비계 소속 김모(27) 순경을 위로 방문해 “1980년대엔 솔직히 백골단 등이 투입돼 심하게 시민을 진압하고, 폭력적인 방법도 동원하고 그랬지만 요즘은 누가 그러느냐.”고 말했다.이어 “차라리 전쟁 상황이라면 마음껏 진압했을 텐데 그럴 수 없으니 우리로서도 답답하다.”고 말했다.이 서장은 논란이 일자 “(주말 시위는) 폭도 수준이었다. 군사작전이라면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경찰작전이라는 것이 국민을 상대로 하는 것이라 제한적이지 않느냐는 어려움을 토로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김승훈 유대근기자 hunnam@seoul.co.kr
  • 이중탱크 만들어 유사석유 팔았다

    이중탱크 만들어 유사석유 팔았다

    환율 폭등으로 석유값이 다시 치솟는 가운데 주유소 지하탱크에 이중으로 석유 탱크를 설치해 놓고 가짜 석유를 판매해 온 업체가 처음으로 적발돼 경찰이 본격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유사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적발된 업체는 유사 석유가 담긴 큰 석유 탱크 안에 정품 석유가 담긴 작은 탱크를 추가로 설치한 뒤 큰 탱크 안에 든 유사석유는 지하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된 주유기를 통해 판매해 왔다. 큰 탱크 내의 작은 탱크는 정품 석유로, 단속 때 시료로 채취하기 위해 만들어 둔 것이다. 8일 한국석유품질관리원과 포천시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경기 포천시 신북면 C주유소는 단속반이 유사석유 판매를 조사하는 과정에 ‘이중탱크’를 설치한 사실이 적발됐다. 포천시청 관계자는 “지금껏 지하에 기름 탱크 두 개(정품 탱크, 유사석유 탱크)를 따로 묻어 리모컨으로 조작하거나 탱크 하나에 경유와 등유를 섞어 파는 행태는 비일비재했지만 이런 식으로 이중 탱크를 설치한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한국석유품질관리원 검사팀 관계자도 “탱크 안에 또 탱크를 넣은 것은 전대미문의 일”이라면서 “보통 큰 탱크(2만~5만ℓ)에는 유사석유를 넣고, 작은 탱크(500ℓ 정도)에는 정품을 넣었다가 단속이 나오면 작은 탱크 안에 있는 정품만 보여주기 때문에 절대 적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근처 주유소 관계자들은 “탱크 속에 탱크를 넣으려면 주유소를 지을 때 설치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일반적으로 가짜 석유는 경유보다 값이 싼 등유 10% 정도를 혼합하거나 휘발유에 톨루엔, 솔벤트 등 석유화학제품을 섞은 제품을 말한다. C주유소 측의 큰 탱크에 주유기를 연결해 뽑은 석유를 분석한 결과 등유 5%가 섞여 나왔다. 또 다른 주유소 관계자는 “경유에 등유 10%를 섞으면 보통 ℓ당 200원 정도의 차익이 발생한다. 승용차 한 대에 50ℓ를 넣을 경우 1만원 정도 이익이 남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C주유소 관계자는 “이중 탱크는 저장용 탱크일 뿐이며, 주유기는 연결돼 있지 않다.”면서 “경유에 등유가 섞여 나온 건 단속반원들이 시료를 채취해 검사하면서 경유와 등유를 섞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포천시청은 C주유소에 대해 위험물안전관리법 위반(신고하지 않은 탱크 설치)과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29조(유사석유 취급) 위반으로 2개월 영업정지(또는 벌금 4000만원) 처분을 내렸고, 이중탱크 설치에 대해서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김승훈 박성국기자 hunnam@seoul.co.kr
  • [대한민국 극&극] 예산 이씨 종가 150년 전통 간장 - 4개월 숙성 공장 간장

    [대한민국 극&극] 예산 이씨 종가 150년 전통 간장 - 4개월 숙성 공장 간장

    한국인과 간장은 2000년된 친구다. 두산 백과사전은 “대두류가 2000년 전에 한국에 전래됐다는 기록으로 보아 그 무렵부터 장을 담그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써놓았다. ‘삼국사기’에는 683년 왕비를 맞을 때 예물 품목에 간장과 된장이 들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간장은 한식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요소다. 간장이라고 해서 다 같지는 않다. 같은 간장이라도 언제 만들었는지, 누가 만들었는지에 따라 맛과 색이 천차만별이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간장의 극과 극을 찾아봤다. 조선 시대 종갓집에서 150년 동안 전해내려온 간장과,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조선간장을 비교해 봤다. 양쪽은 각각 ‘전통’과 ‘과학’이라는 각자의 비기(祕技)를 내세웠다. ■ 예산 이씨 종가 150년 전통 간장 “150년 전 간장이 지금껏 전해진 것은 조상을 기리고 섬기는 마음 때문입니다.” 충남 아산 외암마을의 예안 이씨 종가 이득선(67)씨는 5대째 전통 간장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예안 이씨 종가의 간장은 5대조 이원집 공에서부터 시작돼 이상달(4대조), 이정열(3대조), 이용승(2대조)에 이어 지금의 이씨에게 전수됐다. 예안 이씨가 외암마을에 뿌리를 내린 것은 조선 명종 때다. 50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초가와 돌담, 정원 등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현재 70여가구가 생활하고 있다. 각 집들은 옛 관직명이나 출신 지명을 따 참판댁, 감찰댁, 참봉댁, 송화댁 등으로 불린다. 이씨 집은 ‘참판댁’으로 불린다. 조부 이정열 공이 조선 고종 때 이조참판을 역임해서다. ●200일 지극정성으로 빚어지는 간장 “간장은 정성입니다. 오랜 공을 들인 뒤에 나오는 간장이라야 제 맛을 내고, 100년의 세월이 지나도 그 빛과 향기가 온전합니다.” 이씨의 ‘간장론’이다. 실제 예안 이씨 종가의 간장은 200여일의 지극정성으로 만들어진다. 간장 제조는 9월부터 시작된다. 우선 직접 재배한 콩으로 메주를 쑨 뒤 가을볕에 50~60일 말린다. 메주가 갈라질 때쯤 뜨거운 방으로 옮겨 줄줄이 널어놓는다. 이 과정을 거치면 해로운 균은 죽고, 이로운 균만 살아남는다. 보통 20일 정도 소요되고, 고약한 냄새가 난다. 이후 1주일가량 햇볕에 말린다. 방 안의 열기로 물러진 메주가 딱딱하게 굳어지면 솔(칫솔 등)에 물을 묻혀 깨끗이 닦고 2~3일 햇볕에 말린 뒤 서늘한 곳에 보관한다. 장을 담그기 전에 또 한 번 메주를 물로 골고루 닦은 뒤 햇볕에 2~3일 말린다. 바짝 마르면 장독의 소금물에 넣는다. 50일 정도 지나면 독 안의 메주가 갈라지고, 소금물이 2cm 정도 준다. 이때 소금물을 가마솥에 붓고 40분~1시간 정도 끓이면 비로소 간장이 된다. 이씨는 “소금은 최소 3년 이상 묵혀둔 것을 사용해야 하고, 소금과 물의 비율은 계란을 띄웠을 때 3분의1 정도 위로 솟아오르게 맞춰야 일품 간장이 된다.”고 귀띔했다. 소금물에는 메주 외에도 다양한 것들이 첨가된다. 간장 색을 진하고 윤기 나게 하고, 균을 없애는 옻나무·숯, 머리를 맑게 하는 호두, 간장을 부드럽게 하고 고소한 향기가 나도록 하는 깨, 독 안에서 열기를 뿜어내 메주가 잘 우러나도록 하는 고추 등 여러 가지 첨가물이 들어간다. 간장은 담그는 시기에 따라 보통 정월장, 2월장, 3월장으로 나뉜다. 이씨는 “올핸 정월에 장을 담갔다. 3월말이나 4월초쯤 간장을 만든다. 매년 이렇게 만들어진 간장 중 1되씩 5대조부터 내려온 간장독에 부어 150년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간장 숙성, 돌의 두께와 일조량 좌우 간장을 숙성시키는 데에도 독특한 비법이 있다. 바로 받침돌의 두께와 일조량이 그것이다. 장독은 동쪽에 30cm 이상 두께의 자연산 돌 위에 올려놓는다. 오전에 해가 뜬 뒤 오후 2시까지 장독은 햇볕에 데워진다. 동시에 받침돌도 볕을 받으면서 서서히 달궈진다. 해가 서쪽으로 넘어간 2시 이후에는 오전 동안 데워진 받침돌 열기가 이튿날 아침까지 지속되며 독을 따뜻하게 데운다. 이씨는 “겨울철에도 상온(가열 또는 냉각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기온, 보통 15도)을 유지하고, 온도 변화가 거의 없어 장이 잘 익고 맛이 좋다.”고 전했다. 예안 이씨 종가의 간장은 향후 이씨의 장남 준종(42)씨에게, 그 이후에는 준종씨의 첫째아들에게 전수된다. 이씨는 “간장은 종손을 통해 이어져 내려왔다.”면서 젊은 날 일찍 작고한 형을 애달파했다. “전 종손이 아닙니다. 형님께서 아들 없이 딸만 놓고 일찍 돌아가셔서 제가 대신 맥을 잇고 있습니다. 형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제 첫째아들이 형님의 양자로 입적한 만큼 제 사후에는 종손을 통해 대를 이어갈 겁니다.” 김승훈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4개월 숙성 공장 간장 겉으로는 여느 공장과 다를 바 없다. 굴뚝에선 허연 연기가 피어오르고, 불쑥 솟아오른 철제 탱크는 끝간 데를 모르고 줄지어 서있다. 간장공장은 냄새로 그 정체를 드러낸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들큼하니 콩 찌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간장이 익어가는 철제 탱크에선 짭쪼름하고 구수한 향취가 맴돈다. 경기도 이천에 있는 ㈜샘표식품 간장공장은 국내 최대 규모로 연간 7만㎘의 간장을 만들어낸다. 집에서 해먹는다 해서 ‘집간장’이라고도 불리는 조선간장은 전체 생산량의 1%를 차지한다. ●과학적 장 담금으로 승부 공장장인 오경환 상무는 “간장은 과학”이라고 단언한다.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간장은 집에서 만드는 간장과 달리 잡균을 제거하고 발효에 꼭 필요한 균만 넣는다. 그래야 맛도 선명하고 발효도 빨리 된다. 아스퍼질루스 오리제(Aspergillus oryzae)균, 일명 ‘황국균’을 배양하는 기술이 간장의 핵심이다. 황국균은 종균관리 연구소에서 1주일간 배양한 뒤 메주에 넣는다. 전체 메주 함량의 0.3%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좋은 메주를 좌우하는 필수 요소다. 또 공장 간장의 맛이 들쭉날쭉하지 않고 균일하게 날 수 있는 것은 간장의 맛을 결정하는 단백질 함유량(T.N.)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탓이다. 콩에 든 단백질은 가수분해돼 간장 속에서 아미노산으로 바뀌는데, 이 아미노산이 간장 고유의 맛을 내는 역할을 한다. 한국산업규격(KS)에 따르면 간장 안에 단백질이 1% 들어있으면 표준, 1.3%는 고급, 1.5%는 특급이다. 0.8% 이하면 판매가 불가능하다. 대개 집에서 만드는 간장은 0.5% 정도다. 이 공장에서는 원액의 양을 조절해 생산되는 모든 간장을 1.5%가량으로 맞춘다. “메주 외에 아무 것도 첨가하지 않는 조선간장의 맛은 특히 이 단백질 함유량에서 승부가 난다.”고 오 상무는 설명했다. 공장에서 만드는 간장이라도 집에서 만드는 방법과 크게 차이나진 않는다. 이 공장에서는 양조간장·진간장·유기농간장·조선간장을 만드는데 소맥을 넣는지, 당분을 첨가하는지 아주 작은 차이만 있을 뿐 메주를 쒀 간장을 만드는 과정은 동일하다. 간장 만드는 과정은 이렇다. 먼저 잘 씻은 콩을 물에 담가 불린 후 고온·고압 조건에서 찌는 ‘침지/증자’ 과정으로 시작한다. 여기에 황국균을 띄워 메주를 쑤는 ‘제국’ 과정이 뒤따른다. 메주는 42시간 띄운다. 2박3일 걸린다고 해서 공장에서는 ‘3일 메주’라고 부른다. 완성된 메주는 소금물에 담겨 발효 탱크에서 숙성 과정을 거친다. 조선간장은 숙성에 4개월 정도 걸린다. 일정하게 온도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데, 1년 내내 28~30℃를 유지해야 한다. 탱크 안에서 소금물과 함께 숙성된 메주는 ‘제미’라고 부르는데, 이것을 짜서 간장을 만들어내는 공정을 ‘압착’이라고 한다. 여기서 간장과 메주 찌꺼기가 만들어지는데 찌꺼기는 동물 사료 등으로 이용된다. 다 만들어진 간장은 천연 방부제 역할을 하는 알코올(1.5% 첨가)을 넣고 살균 과정을 거쳐 완제품으로 포장된다. ●“종갓집 간장은 이미지에 불과” 한때 진간장 같은 산분해간장에서 유해물질인 클로로프로판디올(MCPD)이 검출되고, 또 맛을 위해 화학첨가물인 글루타민산나트륨(MSG)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나는 등 간장이 유해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오 상무는 “식품에는 기준치가 있다. 그런 것들이 얼마나 들어있느냐를 따지는 게 아니라 들어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면 난감하다.”면서 “일상적인 간장 섭취량으로는 인체에 무해한 정도다.”고 했다. 오 상무는 100년 묵은 종갓집 간장이 대량생산된 간장보다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집에서 만든 간장은 아무리 오래됐어도 영양학적인 의미는 없습니다. 그저 이미지에 불과하죠. 다만 오래 보존됐다는 가치가 있고, 색깔은 좀 진하겠죠. 그래도 우리 간장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팔릴 수는 없으니 우열을 가릴 수 있겠습니까.”라며 오 상무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공장 간장의 장점은 일정 수준의 간장을 많은 사람들에게 공급하는 ‘대중성’에 있는 셈이다. 간장 공장 사람들은 동맥경화 억제, 당뇨병 개선 등 많은 장점을 가진 간장이 사람들에게 널리 사랑받을 수 있도록 힘을 쏟고 있었다. “4개월 숙성된 간장이라고 얕보지 마십시오. 과학으로 빚어낸 우리 고유의 맛이 이 안에 담겨 있습니다.” 김승훈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용산 시위대’ 경찰 11명 집단폭행

    ‘용산 시위대’ 경찰 11명 집단폭행

    지난 주말 서울 도심에서 열린 용산참사 추모집회 참가자들이 경찰 10여명을 집단폭행해 경찰이 수사전담반을 꾸리는 등 진상조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한 경관이 지갑을 빼앗겼고, 지갑 안의 신용카드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돼 시위대의 연루 가능성에 대한 수사도 병행하고 있다. 8일 서울 혜화경찰서에 따르면 7일 오후 9시20분쯤 서울역 광장에서 추모집회를 마치고 이동하던 시위대 200여명이 동대문역 일대에서 정보과 최모(52) 과장과 박모(36) 경사 등 경찰 및 의경 11명을 집단폭행했다. 시위대는 전날 오후 9시10분쯤 1호선 동대문역 6번 출구 부근에서 사복 차림으로 정보 수집을 하던 박 경사를 에워싼 채 집단 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50대 초반의 한 남성이 박 경사의 호주머니에서 떨어진 지갑을 주워, 오후 9시21~23분쯤 인근 의류매장과 마트에 들러 점퍼와 담배 한 보루 등 모두 17만 9000원어치의 물품을 구입한 뒤 지갑 속에 든 박 경사의 신용카드로 결제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마트와 지하철역 등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이 남성이 시위대와 함께 동대문역 개찰구를 빠져나온 점 등에 비춰 시위대 중 한 명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시위대가 방범 순찰대 1개 중대 70여명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의경 8명과 교통과 이모(30) 순경을 구타하고, 상황을 지켜보던 최 과장도 집단폭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경찰이 최 과장이 집단폭행 당했다고 증거로 제시한 사진에는 시위대 1~2명이 경찰 5~6명과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이 담겨 있다. 또 박 경사에 대한 폭행여부를 알 수 있는 채증 자료가 없다. 의경 등이 부상을 입었다며 경찰이 제시한 동영상에는 시위대와 경찰이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사진을 보면 최 과장을 둘러 싸고 우리 직원들이 많은데 그 직원들이 최 과장이 집단 폭행당하는 것을 직접 봤다고 말했고, 박 경사가 맞은 곳은 CCTV 등이 설치돼 있지 않아 자료가 없다.”고 해명했다. 시위대는 영등포 당산동 부근에서 시가행진을 막는 경찰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서울청 기동대 강모 경사 등 2명을, 서울역에서 사복을 입고 역 진입을 막는 서울청 기동대 황모 경사 등 3명도 폭행했다. 혜화경찰서는 허영범 서장을 팀장으로 하는 30명 규모의 특별수사전담팀을 편성해 진상 조사에 들어갔다. 용산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측은 경찰측의 주장에 대해 “사건의 전말을 왜곡하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동전 11만개 태극기 벽화 ‘기네스 기록’

    동전 11만개 태극기 벽화 ‘기네스 기록’

    10원짜리 동전 11만개로 만든 초대형 태극기 동전벽화가 기네스 세계 기록으로 공식 인증됐다. 한국기록원은 지난해 4월 한국 기록으로 인증받은 가로 6m, 세로 4m 크기에 넓이 24㎡의 태극기 동전벽화가 기네스 세계 기록으로 최근 등록됐다고 6일 밝혔다. 종전 기록은 2006년 미국에서 제작된 19.5m² 크기의 미국 성조기 동전벽화였다. 대형 동전벽화를 만든 진정군(68)씨는 1995년부터 은행을 돌아다니며 동전을 모았다. 2007년 10월쯤 자신이 운영하는 상가의 여유 공간을 활용해 벽화 만들기에 착수했다. 가로 1m, 세로 50cm의 패널에 동전을 하나씩 붙이는 작업을 4개월 정도 한 뒤 그 패널을 이어 붙여 동전벽화를 완성했다. 태극기의 네 괘(건·곤·감·리)와 빨간색 태극 문양은 붉은빛을 띠는 신형 동전을, 파란색 태극 문양은 발행 연도가 오래돼 검은빛이 나는 동전을 썼다. 진씨는 세계기록으로 인정받은 작품을 뜻 깊은 곳에 사용하기 위해 최근 벽화 속 동전 110만원을 어린이재단에 기부했다. 한국기록원 관계자는 “동전으로 만들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태극 문양은 물론 네 괘가 정교했다.”고 평했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방통대 신·편입생 명사 다수

    평생교육기관인 방송통신대의 올 1학기 신·편입생 5500명 중에는 명사들이 적지 않다. 6일 방송통신대에 따르면 통계청장과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를 지낸 오종남 서울대 초빙 교수가 일본학과 3학년에, 철도공사 사장을 지낸 이철 전 국회의원이 경제학과 3학년에 편입학했다. 김용태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김종술 전남대 명예교수도 각각 경제학과와 중문학과 3학년에 편입학했다. 법학과에 진학하는 채병국(15)군은 올 최연소 신입생으로 기록됐으며, 1930년생인 전기영(79)옹은 최고령 신입생의 영예를 안았다. 또 영화배우 심은하·지상욱 부부가 문화교양학과와 법학과에 나란히 입학하고 정재철(50), 이덕만(67)씨는 방통대에서 11번째 학사학위에 도전한다.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인권위 축소 논란 확산 유엔인권委에 문제 제기

    정부의 국가인권위원회 축소 방침을 둘러싼 논란이 국제적인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국내 시민사회단체들이 오는 17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 인권이사회에 인권위 축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로 해 결과가 주목된다.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참여연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등 국내 시민사회단체들은 “인권위 축소 문제를 포함한 국내 인권 실태를 유엔인권이사회에서 공식 거론하기 위해 7일 스위스 제네바로 떠날 예정”이라고 5일 밝혔다.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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