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김승훈
    2025-08-29
    검색기록 지우기
  • TV
    2025-08-29
    검색기록 지우기
  • 홍희경
    2025-08-29
    검색기록 지우기
  • 김상연
    2025-08-2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137
  • 이사회 하루 전 사임한 박현정 “마녀사냥식 여론몰이 억울해”

    이사회 하루 전 사임한 박현정 “마녀사냥식 여론몰이 억울해”

    직원 성희롱, 폭언 등으로 사퇴 압박을 받아 오던 박현정(52)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가 29일 결국 사임했다. 지난 2일 서울시향 사무국 직원 17명이 박 대표의 성희롱, 성추행, 폭언, 인사 전횡 등을 문제 삼으며 사퇴를 촉구한 지 27일 만이다. 박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개인의 명예회복도 중요하지만 그 때문에 세금으로 운영되는 서울시향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게 견디기 어려웠다”며 “제가 잘못한 부분도 많았던 만큼 이 부분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 가지 왜곡과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로 많이 다쳤고 공정하지 못한 일방적 조사로 많이 힘들었다”며 “억울한 부분도 많지만 힘든 마음은 일단 접고 떠난다.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가 발생한 후 서울시향 대표직을 계속해 온 이유는 결코 자리에 미련이 있어서는 아니었다”며 “내용이나 형식, 절차상 문제가 있던 부분을 해명하고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자 함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달 초 서울시향 직원들의 진정으로 박 대표의 성희롱, 폭언 등 인권침해 여부를 조사해 온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은 지난 23일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서울시장에게 박 대표를 징계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향 이사회는 30일 박 대표의 해임안을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국가 권력에 무너진 가족의 눈물

    국가 권력에 무너진 가족의 눈물

    현실의 고통을 정면으로 직시해 온 작가 권여선(49)이 1970년대 대표적인 사법 살인인 ‘인혁당 사건’을 작품화했다. 사건 자체를 집중 부각하기보다는 국가나 사회 폭력이 개인과 가정에 미치는 고통에 초점을 맞췄다. 세 번째 장편소설 ‘토우(土偶)의 집’(자음과 모음)에서다. “예전 인혁당 사건에 대해 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모양이 갖춰지지 않았었다. 어떤 식으로 접근해서 어떻게 쓸지를 계속 고민했다. 지식인이나 신념이 있는 인물이 아니라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평범한 여성이나 아이들에게 닥친 불가해한 고통에 집중했다.” 소설은 삼악산 남쪽을 복개해 만든 가상의 동네 ‘삼벌레고개’ 사람들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 마을 곳곳의 비밀을 밝혀 나가는 일곱 살 동갑내기 ‘원’과 ‘은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험담은 소설 후반의 비극을 극대화한다. 제목 ‘토우의 집’은 작품 내용을 상징적으로 대변한다. 토우는 흙으로 빚은 인형을 말한다. “사람은 몸에 피와 온기가 흐른다. 공포 앞에서 몸과 마음이 ‘흙인형’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리는 시절, 서로 보듬으며 사람답게 살지 못하는 상황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올봄부터 가을까지 계간 ‘자음과모음’에 연재됐다. 글을 쓰는 도중에 ‘세월호 참사’ 사건이 일어났다. “이야기 틀이 바뀌진 않았지만 수정할 때 ‘세월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세월호 전에도 세상에 만연한 고통을 느껴 보고자 했는데 세월호 사건으로 누가 당했어도 아팠을 고통의 세세한 결까지 구체적으로 느끼며 작품 속 인물들의 아픔을 형상화했다.” 작가는 이번 작품을 쓰면서 사람들이 겪는 고통에 아파하면서도 동시에 희열도 느꼈다. “고통스러운 장면이나 고통받는 인물에 대해 쓸 때면 똑같이 고통을 느낀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그 사람의 고통에 가깝게 표현됐을 땐 역설적으로 기쁨을 느낀다. 고통 속에서도 무언가 이뤄지고 언어화돼 갈 때 느끼는 희열 때문에 계속 글을 쓰는 것 같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천천히, 깊이, 함께… 읽기 노하우와 기쁨 나누는 시간

    천천히, 깊이, 함께… 읽기 노하우와 기쁨 나누는 시간

    천천히 깊게 읽고 여러 사람과 같은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오늘날 읽기의 세계적인 트렌드다. KBS 1TV 기획특집 ‘독(讀)해야 산다’에서는 이러한 읽기의 트렌드를 통해 책과 신문을 읽는 다양한 방법과 기술을 알려준다. 개그맨 남희석, ‘TV 책을 보다’의 아나운서 김솔희, 문학평론가 허희, 개그맨 고명환,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윤대현, 배우 안미나, 읽기로 교육하는 경희여중 국어 교사 강용철 등 ‘독’하기로 유명한 이들이 모여 자신만의 읽기 노하우와 읽기의 즐거움을 들려준다. 고명환은 생사의 고비를 겪은 뒤 시간을 지배하는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해 책 읽기를 생활화하기 시작했다. 그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토론하며 함께 읽기를 실천하고 있는 학습 공동체 ‘숭례문 학당’의 사례를 모은 책 ‘이젠, 함께 읽기다’를 소개한다. 안미나는 책 읽기는 연기자가 캐릭터에 몰입하고 표현해 나가는 과정과 흡사하다고 말한다. 그녀가 소개하는 ‘단단한 독서’는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독서법의 고전으로 꼽힌다. 저자 에밀 파게가 책을 읽을 때 첫 번째로 꼽는 기술은 ‘느리게 읽기’다. 문학적 정취에 빠지게 하는 인왕산 자락의 고즈넉한 한옥도서관, 삼청공원 산길 끝에서 만나는 숲속도서관 등 문화의 중심으로 거듭나고 있는 도서관도 소개한다. 독서를 새로운 기업 문화로 이끄는 사람들과 과학, 수학, 지리, 문학 등 주요 과목 수업에서 신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충남 예산의 삽교고등학교 아이들 등 ‘독’하게 사는 사람들도 나온다. 29일 밤 11시 55분 방영된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이주일의 어린이 책] 마음 따뜻한 돌사자는 더이상 외롭지 않아

    [이주일의 어린이 책] 마음 따뜻한 돌사자는 더이상 외롭지 않아

    위대한 돌사자, 도서관을 지키다/마거릿 와일드 지음/리트바 부틸라 그림/김서정 옮김/36쪽/1만원 ‘돌사자’는 도서관 앞에 웅크리고 있었다. 차갑고 무서워 보여 아이들은 돌사자 앞을 후다닥 뛰어 지나가곤 했다. 돌사자는 간절한 소원이 하나 있었다. 잠시라도 살아서 움직이는 것이다. 도서관 현관 위에 앉아 있는 ‘돌괴물’은 돌사자에게 “정말 착한 마음으로 간절하게 빌면 돌로 만든 동물도 아주 잠깐 동안이지만 살아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돌사자는 매일 길 건너편 공원의 무성한 초록나무들 사이에서 뛰어노는 걸 상상하지만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눈이 펑펑 쏟아지는 어느 날 밤, ‘사라’가 돌사자 발 앞에 바구니를 내려놓고 쓰러졌다. 너무 춥고 배고프다고 작게 읊조린 뒤 스르르 눈을 감았다. 바구니엔 낡은 빨간색 담요에 싸인 아기가 있었다. 사라는 집이 없어 남동생과 단 둘이 길에서 살고 있었다. ‘여기 있으면 사라랑 아기가 금세 딱딱하게 얼어버릴 거야. 내가 움직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돌사자가 뭔가를 그토록 간절히 빌어 보기는 처음이었다. 그 순간 돌사자의 심장이 쿵쾅 뛰기 시작했다. 갈기도 발도 움직였다. 돌사자는 눈앞에 보이는 드넓은 공원을 뛰어다니고 싶은 걸 꾹 참고 바구니를 도서관 안으로 옮겼다. 몸이 점점 굳어왔지만 마지막 힘을 다해 사라를 도서관 안으로 옮긴 뒤 간신히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는 움직이지 않았다. 다음날부터 아이들이 돌사자 곁에 모여들었다. 돌사자가 더이상 차갑지 않다는 걸 알아서다. ‘호주 올해의 그림책 상’ 수상 작가의 신작이다. 작가는 그간 ‘할머니가 남긴 선물’, ‘아버지의 보물 상자’ 등 묵직한 주제들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풀어낸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이번에도 변화하는 돌사자의 모습을 통해 다른 사람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위대한 힘을 지니며 궁극적으론 자기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는 걸 깨닫게 해준다. 부드럽고 무게감 있는 그림도 훈훈한 감동을 전하는 데 한몫한다. 차갑고 스산하면서도 따뜻하고 포근한 겨울의 양면적인 풍경을 잘 담아냈다. 초등 저학년.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박경리의 통속소설… 1960년 대구일보 연재 ‘은하’ 묶어내

    박경리의 통속소설… 1960년 대구일보 연재 ‘은하’ 묶어내

    ‘토지’의 작가 박경리(1926~2008)의 ‘은하’(마로니에북스)가 출간됐다. 작가가 작심하고 쓴 통속소설이다. 1960년 4~8월 대구일보에 연재된 것으로, 단행본으로 묶인 건 처음이다. 작품은 시대적 관습에 얽매여 주체적 삶을 포기했던 여대생 ‘은희’가 자신의 감정을 은폐하던 위선을 벗어던지고 주체적 삶을 살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1960년대 작품인데도 오늘의 대중소설을 읽는 듯하다. 삼각관계, 우연한 사건 전개 등 대중소설의 진부한 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있어서다. 조윤아 가톨릭대 교수는 “박경리 작품에서 은하보다 더 구체적으로 성적인 묘사를 한 작품을 찾아보기는 힘들 것”이라며 “다소 선정적인 데다 낭만적인 해피엔딩까지 보태진 걸 보면 문단과 평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작가가 마음먹고 의도적으로 쓴 통속적인 소설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시인 김명원이 묻고 시인 40명이 답하다… 시인에게 시란 무엇인가?

    시인 김명원이 묻고 시인 40명이 답하다… 시인에게 시란 무엇인가?

    “시나 작품 세계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지만 시인들의 숨은 뒷얘기나 삶의 역정은 쉽게 찾아낼 수 없습니다. 시를 연구할 후학들에게 사료로 남기고 싶습니다.” 김명원(55) 시인이 국내 시인들의 삶을 집대성하는 작업을 5년째 묵묵히 해 오고 있다. 2009년 2월 나희덕 시인을 시작으로 대장정에 돌입한 이후 지금껏 40여명의 시인을 직접 만나 그들의 알려지지 않은 삶과 작품 세계를 촘촘하게 그려 내고 있다. 그 첫 성과물로 대담집 ‘시인을 훔치다’(지혜)를 펴냈다. 김 시인은 이화여대 약학과를 졸업한 뒤 한미약품에서 근무했다. 1995년 대장암 3기 판정을 받았다. 5년간 혹독한 항암치료를 받으며 기적적으로 생을 되찾았다. 암 투병 중이던 1996년 ‘시문학’으로 늦깎이 등단했다. 지금은 대학교수가 돼 후진을 양성하고 있다. “제2의 인생을 살게 되면서 주위 시선에 의한 삶이 아니라 정말 하고 싶은 걸 하며 살고 싶었다. 늘 갈망해 왔던 문학을 하고 싶었고 시인이 되고 싶었다.” 김 시인은 새 인생을 시작했을 때 시적 영감을 주고 시에 대한 열망을 불어넣었던 시인들을 우선적으로 인터뷰했다. 이번 대담집엔 고은 유안진 오세영 이가림 나태주 윤상운 김백겸 정희성 이은봉 도종환 장석주 양애경 공광규 나희덕 송재학 이성렬 신현림 김요일 김경주 박진성 손미 등 21명의 시인이 수록돼 있다. “시란 무엇인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과 닿아 있는 분들을 먼저 인터뷰하다 보니 초반에는 원로·중진 시인들에 치우칠 수밖에 없었다. 최근 들어 2000년대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는 신진 시인들도 만나며 균형을 갖췄다.” 김 시인은 송재학 시인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고 회고했다. “송 시인은 시를 지망하는 문학도로서 문학적인 삶을 어떻게 견지해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 준다. 시 정신이 확고하다. 정말 치열하게 시를 쓴다. 문장 하나하나를 끝까지 붙들고 자신의 사유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길어 올려 질문에 충실하게 답변하던 모습도 감동적이었다.” 그의 눈에 비친 시인들의 삶은 어떨까. “정말 행복해했고 정말 고통스러워했다. 가난하지만 시를 쓰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숙명적인 아픔들이 있었다. 시는 자본주의 속성과는 거리가 멀다. 시를 쓴다고 재산이 불어나는 것도 아니고 권력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비자본적인 시에 매달리면서 굉장히 고통스러워했다. 하지만 그 고통을 관통한 이후 느껴지는 최후의 행복도 갖고 있었다.” 그는 대담 끝머리에 시란 무엇인가를 꼭 물었다. 시인들마다 다른 답변을 내놨다. 그에게 시란 무엇일까. “절대로 무게를 줄일 수 없고 짊어지지 않을 수도 없는 십자가인 것 같다. 끝끝내 짊어지고 가게 되면 삶의 극지에 이르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십자가인 듯하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일본 같은 조선 아닌 류큐의 흔적

    일본 같은 조선 아닌 류큐의 흔적

    19세기 일본에 강제 병합된 ‘류큐(琉球) 왕국’이 국내에서 되살아났다. 국립고궁박물관이 마련한 ‘류큐 왕국의 보물’ 특별전에서다. 류큐 왕국은 조선 왕실과 교류하면서 많은 영향을 주고받았던 동아시아의 대표적인 국가 중 하나다. 19세기까지 지금의 일본 오키나와현에 존재했던 독립 왕국이다. 15세기 성립됐으며 해상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동남아시아와 동북아시아를 잇는 중계무역으로 번성했다. 1879년 일본 메이지 정부에 의해 강제 병합돼 현재의 오키나와현으로 편입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류큐 왕실의 상징인 왕관과 왕실 복식, 왕실 의례용 기물 등 류큐 왕국의 통치자 쇼(尙)씨 왕가의 유물, 왕실에서 사용된 정교한 류큐 칠기, 조선의 영향을 받아 발달한 도자기, 류큐 왕국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서적과 회화류, 전통 악기 등 유물 200여점이 공개됐다. 오키나와현에 있는 나하시역사박물관과 오키나와현립박물관·미술관, 우라소에시미술관, 슈리성관리센터, 우라소에시교육위원회 등 5개 기관과 도쿄국립박물관, 규슈국립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류큐 왕국 관련 유물들이 대거 출품됐다. 일본 국보 33점을 비롯해 중요문화재 6점을 포함한 대다수의 유물이 국외로 반출돼 전시되기는 처음이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조선 시대 지식인들의 류큐 왕국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지도와 서적 등 국내의 중요 기록물들도 함께 전시돼 두 국가 사이의 교류와 역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시는 국립고궁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내년 2월 8일까지 이어진다. 내년 1월 22일엔 류큐 왕국의 역사와 문화, 조선과의 교류에 관한 특별강연회도 열린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혹부리영감은 日서 유입된 설화 아니다”

    “혹부리영감은 日서 유입된 설화 아니다”

    방정환 연구자이자 동화 작가인 장정희(46) 박사가 ‘혹부리 영감은 일본에서 유입된 설화’라는 기존 설을 뒤집는 연구물을 내놨다. ‘한국 근대아동문학의 형상’(청동거울)이다. 1923년 잡지 ‘어린이’ 창간호에 실린 우리나라 최초의 동화극인 방정환의 ‘노래 주머니’는 혹부리 영감 설화를 각색해서 쓴 것이다. 방정환은 발표 당시 “조선 동화극”이라고 이름 붙였다. 저자의 의문은 여기서 비롯됐다. 혹부리 영감 설화가 지금까지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유입된 설화라는 인식이 팽배한데, 그렇다면 우리나라 최초의 동화극이 일본 설화극이라는 말일까. 저자는 일본 교과서에 실렸던 삽화가 우리나라 조선어 교과서인 ‘조선어독본’에 유입된 배경과 텍스트 비교, 혹부리 영감 설화가 수록된 교과서 및 아동문학 도서의 추적 분석, 한국과 일본의 혹부리 영감 설화의 원형적 차이 비교 등 3편의 논문을 통해 기존 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일본의 혹부리 영감 설화는 ‘담보’ 개념과 일본의 합리적 근대적 사고에 의해 정착된 이야기 유형이지만 한국의 혹부리 영감은 원형성을 간직한 도깨비 설화라고 주장했다. 기존 논의에서는 노래(한국)와 춤(일본)이라는 노인의 행동에 초점을 맞춰 두 나라 설화의 차이에 주목한 반면 저자는 혹 팔기(한국)와 술 잔치(일본)에 착안해 인간과 도깨비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차이에 주안점을 뒀다. 또 두 나라의 혹부리 영감 설화가 같은 것으로 인식되는 것은 ‘혹 떼기와 혹 붙이기’라는 이원적 대립 구도에 있기 때문이며 이 같은 구도는 세계 각국에 유포된 모든 설화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에 지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한국은 한국 고유의 독자적 화소로 혹부리 영감 얘기를 발전시킨 것이며, 일본 이야기 유형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차이를 지닌 이야기라는 게 결론이다. 저자는 “두 나라의 민족성이 다른데도 두 나라의 문화적 차이와 텍스트의 비교 분석 없이 혹부리 영감 설화를 일본에서 유입된 것이라고 배척하는 인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서에는 근대 아동문학가인 방정환·윤동주·백석·강승한에 대한 연구 논문도 수록돼 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티격태격 열혈신부와 읍장의 바싸 마을 행복 지키기

    티격태격 열혈신부와 읍장의 바싸 마을 행복 지키기

    22일 밤 11시 40분에 방영되는 KBS 1TV 시사·교양 프로그램 ‘TV 책을 보다’에서는 조반니노 과레스키의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을 집중 탐구한다. 1948년 초판 출간 후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이탈리아 출판 사상 가장 재미있는 책’으로 등극했다. 30개국 이상에서 번역 출간돼 전 세계적으로 7000만부 넘게 팔렸다. 현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롯해 수많은 교황들도 이 책을 읽고 파안대소하며 애독자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품 배경은 전후 이탈리아 중북부의 시골 마을 ‘바싸’다. 이곳에 앙숙인 신부 ‘돈 까밀로’와 읍장 ‘뻬뽀네’가 산다. 돈 까밀로는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기 위해 직접 몸으로 뛰고 때로는 주먹질도 마다하지 않는 열혈 신부다. 뻬뽀네는 맞춤법조차 모를 정도로 무식하지만 우직하고 정직하며 노동자 해방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공산주의자다. 둘은 하루가 멀다 하고 티격태격 싸우지만 마을 주민들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서로 양보하고 화해한다. 신문기자와 잡지 편집장을 지낸 저자는 당시 사회문제들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풍자하면서도 특유의 웃음과 감동을 놓치지 않았다. 강연은 문화, 음악, 역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칼럼니스트 원종우가 맡았다. 그는 ‘죽기 전에 놓치지 말아야 할 서른 가지’ 중 하나로 이 작품을 꼽았다. 저자가 창조해 낸 작은 세상 속에서 늘 티격태격 싸우면서도 결코 미워하지는 않고 더불어 살아가는 인물들에게서 유머와 따뜻함, 인간미를 느끼는 것이 이 책을 읽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소개한다. 홍창진 광명성당 주임신부, 윤대현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패널로 참여한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이주일의 어린이 책] 채소 할아버지의 전쟁 상처는 아물 수 있을까

    [이주일의 어린이 책] 채소 할아버지의 전쟁 상처는 아물 수 있을까

    채소 할아버지의 끝나지 않은 전쟁/함영연 지음/양후형 그림/청개구리/109쪽/9000원 ‘세인’은 번화가에서 변두리의 작은 집으로 이사했다. 아빠의 실직에 이어 빚보증까지 겹쳐 살던 집을 팔아야 했다. 엄마가 소음을 못 견디는 점도 조용한 변두리를 찾게 했다. 그런데 이사하는 날, 한 할아버지가 집 앞에서 채소를 팔고 있었다. “오이요, 상추요!” 목소리도 우렁찼다. 엄마는 시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다며 할아버지에게 당장 치워 달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장사를 했다. 세인은 동생 ‘현수’를 돌봐야 했다. 수업이 끝나면 유치원에서 현수를 데려와야 했다. 아빠는 새로 얻은 직장에서 지방으로 발령이 났고 엄마도 일을 했기 때문이다. 세인은 한날 같은 반 친구의 생일잔치에 갔다 현수를 데리러 가는 걸 깜빡했다. 혼자 집에 왔다 열쇠가 없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던 현수를 ‘채소 할아버지’가 돌봤다. 귀가한 엄마는 할아버지 품에 안겨 잠든 현수를 건네받았다. 하루는 현수가 유치원에서 일찍 집에 왔다. 집 앞에서 배를 부여잡고 데굴데굴 굴렀다. 채소 할아버지가 현수를 업고 병원에 데려갔다. 현수는 장염으로 입원해야 했다. 엄마는 현수 일로 신세를 지자 할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할아버지가 채소를 팔러 나오지 않는 날이면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세인과 엄마는 할아버지의 아픔을 알게 된다. 6·25전쟁 때 수많은 적군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아직도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과 간질을 앓는 손녀를 홀로 돌보고 있다는 사실을. 엄마는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연다. ‘가자, 고구려로!’, ‘돌아온 독도대왕’ 등 우리 역사를 동화로 생생하게 구현해 온 작가가 이번엔 우리 민족의 가장 큰 비극인 6·25전쟁을 다뤘다. 전쟁의 피해자인 채소 할아버지가 평생 괴로움 속에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전쟁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얼마나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작가는 “아이들이 전쟁의 비극을 알고 지구상의 어느 나라에서라도 전쟁을 일으키려 할 때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초등 고학년.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지금&여기] 유림이여, 깨어나라/김승훈 문화부 기자

    [지금&여기] 유림이여, 깨어나라/김승훈 문화부 기자

    7대 종단 유교 법인인 성균관 재단의 부패가 심각한 수준이다. 공금 유용, 공사 사기, 문서 위조…. 비리 폭로가 줄줄이 쏟아지고 있다. 조선을 떠받친 유림(儒林)의 지도부가 이 정도로 썩을 수 있는 것인지 놀랍고 안타깝다. 성균관 재단의 유림회관 상가 세입자들 임대보증금 유용과 국가 예산 허위 신청·유용 제보를 처음 접했을 땐 ‘설마’ 했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대쪽 같은 ‘선비 정신’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어서였다. 제보 내용의 사실 여부를 하나하나 확인해 나갈 때마다 실망감이 깊어졌다. 유림 수뇌부의 온갖 추악한 민낯과 직면해야 했기 때문이다. 성균관 재단은 2007년 3선 국회의원인 조홍규(71) 전 이사장 때부터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야금야금 빼먹기 시작했다. 이완희·이순영·최근덕 이사장까지 4대째 내려오면서 보증금 16억 9580만원은 모두 사라졌다. 2010년 최근덕 성균관장이 재단 이사장까지 겸하게 되면서 비리는 더욱 심해졌다. 한 관계자는 “성균관장이 재단 이사장을 겸임하면서 도둑질을 더 편하게 했다”고 전했다. 재단은 보증금 탕진을 감추고 유림회관 관리 위탁을 연장하기 위해 매년 회계를 조작했다. 없는 보증금을 있는 것처럼 꾸민 결산서를 관리감독 기관인 문화재청에 제출했다. 문화재청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 ‘허위 보고서’라는 것을 알면서도 매번 관리 위탁을 연장해 줬다. 국가기관까지 전면에 나서 비리를 비호하고 서민의 고혈을 빼먹는 데 동조했다는 데 큰 충격을 받았다. 세입자들은 재단의 전횡을 알지만 선뜻 나설 수 없다. 재단의 심기를 거슬렸다 나가라고 하면 당장 갈 데가 없기 때문이다. 무허가 판잣집들이 즐비했던 50년 전부터 자리 잡아 온 삶의 터전을 등지는 건 더더욱 쉽지 않다.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재단에서 여러 명목으로 돈을 내라고 하면 낼 수밖에 없는 처지다. 현 조인선 이사장은 더 이상 빼먹을 보증금이 없자 지난해 예식장의 임대보증금을 2억원 올리기도 했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재단은 유림회관 관리 위탁을 성균관 관련 단체가 아닌 다른 곳에 맡길 수 없을 것이라고 믿기에 비리를 밥 먹듯 저지르고 있다”고 토로했다. 묻고 싶다. 유림은 진정 죽었는가. 유림 지도부가 부패에 부패를 거듭해도 왜 말이 없는가. 유림회관 벽면에는 ‘성균관 재건, 유림 명예 회복’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올곧은 유림이 개혁의 깃발을 들지 않고서는 공허한 울림일 뿐이다. 유림이여, 깨어나라. hunnam@seoul.co.kr
  • 문학동네 겨울호도 초판 매진 진기록

    문학동네 겨울호도 초판 매진 진기록

    계간 ‘2014 문학동네’가 가을호에 이어 겨울호도 초판이 매진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불황의 늪에 빠진 출판계에서 계간지가 연속으로 매진되는 기록은 처음이다. 18일 출판사 문학동네에 따르면 창간 20주년 기념호 ‘문학동네 겨울호’의 초판 5000부가 지난 17일 모두 팔려 1000부 추가 제작에 들어갔다. 지난달 26일 서점에 출고된 지 3주 만이다. 계간 문학동네 초판 매진은 1994년 창간호, 2001년 가을호, 2006년 겨울호, 2013년 봄호, 2014년 가을호 등 다섯 번뿐, 문학동네 20년사에서도 손가락에 꼽힐 정도다. 세월호 특집을 다룬 2014 가을호는 계간지 중에는 최초로 3쇄까지 들어가 모두 5500부가 제작됐다. 잡지의 인기에 힘입어 가을호에 실린 글들은 단행본(‘눈먼 자들의 국가’)으로도 만들어졌다. 문학동네는 스타 작가들이 포진한 겨울호의 판매가 상당할 것으로 보고 가을호 초판보다 1000부를 더 찍었지만 가을호보다 열흘 정도 앞서 초판이 매진됐다. 염현숙 문학동네 편집국장은 “주목받는 신예부터 중견작가까지, 한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작가들의 작품이 고르게 포진한 ‘소설 특집’이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며 “단행본 한 권 분량의 단편소설 11편이 잡지에 수록된 점도 인기를 끈 한 요인인 듯하다”고 말했다. 겨울호에는 김훈·김연수·은희경·성석제·김영하·박현욱·김언수·천명관·박민규·김유진·손보미의 최신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문학동네는 겨울호에 실린 단편소설들을 모아 추후 소설집으로 발간할 계획이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돈키호테’ 번역 위해 돈키호테의 길을 가다

    ‘돈키호테’ 번역 위해 돈키호테의 길을 가다

    “풍경이 인간의 영혼을 지배한다. 풍경을 보지 않고 인물이나 사건, 분위기를 완벽하게 이해하긴 어렵다. 번역은 언어만 안다고 되는 게 아니다. 시대적·문화적 배경지식과 현장을 확실하게 알아야 한다.” 안영옥(56) 고려대 서어서문학과 교수의 ‘번역론’이다. 그 정수를 보여 주는 작품이 나왔다. 국내 최초로 완역된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열린책들)다. 분량만 200자 원고지 6700여장에 달한다. 1605년 출간된 전편 ‘기발한 이달고 돈키호테 데 라만차’, 1615년 출간된 후편 ‘기발한 기사 돈키호테 데 라만차’를 각각 1·2권으로 번역했다. 안 교수는 30년 넘게 스페인 문학에 전념했다. 그간 수많은 돈키호테 번역본이 나왔지만 생략되거나 오·의역이 많았다. 안타까웠다. 독자들이 제대로 돈키호테를 읽어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돈키호테가 되지 않으면 돈키호테를 오롯이 번역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2010년 1월 번역 작업에 착수한 이후 2010년, 2012년, 올해 스페인을 세 번 찾아 돈키호테의 모든 여정을 추적했다. 2010년엔 전편의 무대인 ‘라만차’ 전역을 답사했다. 돈키호테가 처음으로 모험을 떠나기 위해 길을 나선 ‘몬티엘 들판’, 기사 서품식을 받은 ‘푸에르토 라피세의 객줏집’, 풍차 마을 ‘크립타나’, 둘시네아 공주의 마을 ‘엘 토보소’ 등지다. 2012년엔 속편에 등장하는 ‘페드롤라’(공작부부의 부에나비아 궁전이 있는 곳), ‘바라타리아 섬’(산초가 통치했던 섬), ‘바르셀로나’(마지막 격투가 벌어진 해변 지역)를 탐사했다. 올해는 세르반테스가 세금 징수원이자 징발관으로 돌아다녔던 ‘안달루시아’를 시작으로 작품 속 다른 인물들이 살거나 살았던 장소들을 찾았다. ‘포로 이야기’에서 포로가 처음 발을 디딘 ‘벨레스 말라가’, 돈키호테에게 기사 서품식을 해 준 객줏집 주인이 젊은 시절을 보낸 ‘세비야와 산루카르’ 등지다. 안달루시아 지역을 답사하다 과로로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 “작품 속 ‘몬테시노스 동굴’은 환상 속 동굴이라 여겼는데 실재한다는 데 놀랐다. 책에 동굴 입구가 덤불로 막혀 있다고 적혀 있어 의아했는데 땅 밑에 있는 동굴이라는 걸 직접 보니 이해가 됐다. 책을 읽고 개념적으로 이해했을 때보다 현장을 확인하니까 번역할 때 사실성이나 생생한 감흥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었다.” 돈키호테는 성서 다음으로 다양한 언어로 번역된 고전이다. 안 교수는 돈키호테가 또 하나의 바이블이 된 데 대해 “존재하지 않는 이상의 나라가 아니라 있을 수 있는 ‘유토피아’를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돈키호테는 인간이 어떻게 해야 가장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고 사회, 정치 등 인간을 둘러싼 환경은 어떠해야 바람직한지를 얘기하고 있다. 배려, 절제, 자족, 공유의 삶, 인류애, 믿음, 소망, 사랑, 정의 등이 바탕에 깔려 있다.” 안 교수는 내년 10월 돈키호테 해설서도 낼 예정이다. “세르반테스가 살았을 당시는 종교재판소의 검열이 심할 때였다. 세르반테스는 검열을 피하고 해학처럼 웃으면서 읽을 수 있게 중세 기사 소설의 패러디 형식을 빌려 글을 썼다. 작가는 말하지 않았지만 독자가 읽어 내야 할 숨겨진 내용이 많다. 굉장히 혁명적인 내용도 있다. 번역서의 한계가 있어 해설서를 내기로 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삶의 사이, 그 골목에 선 시인

    삶의 사이, 그 골목에 선 시인

    ‘사람들 사이에/사이가 있었다 그/사이에 있고 싶었다//양편에서 돌이 날아왔다//나는 쌱 피했다/뒤축을 자갈밭에 묻고//시궁창에 코를 처박고.’(사이·2) 박덕규(56) 시인이 30년 만에 ‘사이’ 후속편을 냈다. 두 번째 시집 ‘골목을 나는 나비’(서정시학)에 수록돼 있다. 그는 1984년 첫 시집 ‘아름다운 사냥’에서 정현종 시인의 ‘섬’을 패러디한 시 ‘사이’로 문단 안팎의 큰 관심을 모았다. 시인은 새 시집에서 ‘사이’ 속으로 더 깊숙이 파고들어 갔다. 사이 속에 있는 ‘골목’에 천착했다. 그는 “사이가 인생이라면 골목은 삶의 실질적인 공간이자 축소판”이라며 “골목 안에서 크고 작은 모든 일이 다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길을 비켜 달리는 자전거 소리/채소 팔러 온 리어카/몰려다니는 동네 아이들/시장 갔다 오는 아낙네’(골목을 나는 나비)도 있고 ‘거기서 사람이 나오고’(골목·1) ‘떨어져 있지만 멀어질 수 없는 사이’(골목·2)가 형성되기도 한다. 시인은 지금도 골목에 머물러 있다. ‘나도 나비를 따라 대문 밖으로 나간다./긴 골목길을 따라가고 있다.//모퉁이를 돌아도 골목길이다.//(중략) 모퉁이를 돌아/나비가 날고/골목이 날고/나도 난다.//큰길은 안 보이고/골목길이다.’(골목을 나는 나비) “어릴 때 긴 골목의 맨 안쪽 집에 살아 세상 구경을 하려면 골목길을 빠져나와야 했다. 인생살이가 아직 큰 세상은 만나지 못한 채 어릴 적 그 골목에 계속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아직도 뭔가를 추구하지만 그 무언가를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는 듯하다.” 시인은 1980년 ‘시운동’ 창간호에 시를 발표하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1982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평론이 당선되면서 평론가로도 활동했다. 첫 시집 발표 이후 소설에 대한 열망이 커 그간 썼던 시를 버리고 소설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전체 5부로 구성된 이번 시집에서 4부에 수록된 11편만이 소설로 전향하기 전에 썼던 시들 가운데 남은 작품들이다. “첫 시집 이후 한 권 분량의 시를 썼지만 소설로 장르를 바꾸면서 모두 버렸다. 소설에 매진하기 위해서였다. 나이가 드니 이제는 시니 소설이니 가릴 이유가 없어졌다. 시간이 되고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내 몸에서 나오는 대로 내가 쓸 수 있는 모든 걸 쓰려 한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생의 흔적 좇는 모디아노의 자전적 작품 세계

    생의 흔적 좇는 모디아노의 자전적 작품 세계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파트리크 모디아노(69)의 소설 세 권이 문학동네에서 잇따라 번역, 출간됐다. ‘잃어버린 젊음의 카페에서’(2007년)와 ‘지평’(2010년), ‘청춘 시절’(1981)이다. ‘잃어버린 젊음의 카페에서’는 1960년대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진정한 삶을 찾아 나선 여인 ‘루키’의 흩어진 생의 흔적을 좇는 내용이다. 소설은 여러 시선을 통해 루키를 추적한다. 루키의 신비로운 매력에 이끌린 한 고등학생의 시선, 말없이 집을 나간 아내를 찾아 달라는 남편의 의뢰로 그녀를 찾아 나선 사설탐정의 시선,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루키 자신의 시선, 그리고 루키의 마지막 애인이었던 ‘롤랑’의 시선…. 프랑스 주간지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는 “이 책은 작가의 분할된 자서전이다. 각각의 인물들 속에 영원한 학생, 집요한 탐정, 고독한 이들의 연인이자 꿈결 같은 파리를 배회하는 작가 자신이 담겨 있다”고 평했다. ‘지평’은 40년 전 자신의 곁을 떠났던 마르가레트를 그리워하는 주인공 보스망스가 화자다. 노년의 소설가 보스망스는 지난 40년간 ‘왜’라는 물음표를 품고 살았다. 완벽한 한 쌍이라 여겼고, 마르가레트가 그의 여자가 되리라 확신했는데 결정적인 순간 종적을 감춰 버려서다. ‘지평’은 모디아노 소설들의 특성을 두루 갖추고 있으면서도 차별성을 띤다. 기억을 따라가는 여정의 끝에 미래로 향하는 출구가 열리기 때문이다. ‘청춘 시절’은 제대군인 ‘루이’와 가수의 꿈을 꾸는 ‘오딜’의 아름답고 덧없던 청춘 시절 얘기를 다루고 있다. 1인칭 서술이 대부분인 그의 작품들에서 보기 드문 3인칭 소설이다. 1983년 영화화되기도 했다. 문학동네는 모디아노의 다른 소설 ‘추억을 완성하기 위하여’(1977), ‘팔월의 일요일’(1986)도 조만간 낼 예정이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부고] 대한제국 고종황제 손자 이갑씨

    [부고] 대한제국 고종황제 손자 이갑씨

    대한제국 고종 황제 손자인 이갑(초명 이충길)씨가 13일 오전 9시(현지시간)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우리황실사랑회가 16일 밝혔다. 77세. 고인은 고종의 다섯째 아들인 의친왕 이강(1877~1955)의 아홉째 아들로 193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함씨. 한국외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앨범회사 전무로 일하다 미국으로 건너간 뒤 뉴욕주에 정착해 무역업에 종사했다. 생존한 의친왕계 후손 중 장남 격이자 전주이씨대동종약원 이원(李源) 총재의 생부다. 2005년엔 종묘제례에 참석하고,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조례 제정에 항의하기도 했다. 고종의 고명딸이자 고인의 고모인 덕혜옹주(1912~1989)의 제향이 끊기자 매년 4월 추모제향을 지내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이원 총재 외에 차자 이정, 딸 은영씨가 있다. 장례 일정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덕종의 恨, 위로 되려나

    덕종의 恨, 위로 되려나

    미국 시애틀미술관이 소장한 조선 덕종어보(德宗御寶)가 돌아온다. 문화재청은 “시애틀미술관과 내년 3월에 돌려받기로 합의했다”고 16일 밝혔다. 덕종어보는 문화재 애호가였던 미국인(토머스 D 스팀슨)이 1962년 뉴욕에서 구매해 이듬해 2월 1일 시애틀미술관에 기증했다. 덕종어보는 성종이 재위 2년(1471)에 아버지인 덕종(德宗, 1438~1457)을 온문의경왕(溫文懿敬王)으로 추존하면서 제작한 것으로,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종묘 영녕전 책보록’에 따르면 적어도 1924년까지는 종묘에 보관돼 있었던 사실이 확인된다. 문화재청은 “덕종어보가 언제, 어떤 경위로 해외로 반출됐는지는 규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덕종은 세조의 장남으로 1455년 세자로 책봉되면서 의경 세자로 불렸으나 병약해 20세로 요절한 탓에 왕위에 오르지는 못했다. 문화재청은 지난 7월부터 시애틀미술관과 덕종어보 반환 문제를 협의했다. 시애틀미술관은 기증자 유족의 동의와 미술관 이사회 승인을 거쳐 덕종어보뿐 아니라 ‘인수’(印綬, 어보에 달린 끈으로 2008년 서울시 매듭장 김은영씨가 제작)까지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알려왔다고 문화재청은 전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지난해 7~11월 실태조사를 통해 덕종어보가 진품임을 확인했다. 문화재청은 “위엄 있고 단정한 거북뉴(紐, 거북 형상을 새긴 도장의 손잡이)가 도장을 찍는 면인 인판 위에 안정감 있게 자리 잡고 있고 거북의 눈과 코, 입 등은 사실적으로 표현돼 있다”고 평했다. 반환된 덕종어보는 내년 상반기 중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앞서 대한제국 국새 등 인장 9과(顆, 인장을 세는 단위)는 지난 4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방한 때 반환됐다. 국새는 국권의 상징으로 국가적 문서에 사용되던 인장(印章)이고 어보는 왕실의 혼례나 책봉 등 궁중의식에서 시호·존호·휘호를 올릴 때 제작돼 보관하던 의례용 도장이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도서정가제로 ‘시끌’… 세월호 슬픔에 ‘숙연’

    도서정가제로 ‘시끌’… 세월호 슬픔에 ‘숙연’

    갈수록 책을 읽지 않는 세상이다. 시, 소설은 말할 것도 없고 자기계발서조차 보지 않는다. 지하철 안에서 몸 웅크린 채 코 박고 있는 이들이 책을 들고 있을 확률은 수학기호 리미트를 씌우면 ‘0’에 수렴된다. 그럼에도 작가는 글을 쓰고 출판사는 책을 펴내고 서점은 책을 판다. 말과 글이 절멸되지 않는 한 희망을 품고, 희망을 꿈꾸는 것은 책의 변함없는 사명이기 때문이다. ●여전한 한숨… 반쪽짜리 도서정가제 올 한 해 출판계에서 가장 뜨거웠던 이슈는 ‘도서정가제 개정’이었다. 지난 11월 21일 개정 도서정가제가 전면 시행돼 신간 구간 가릴 것 없이 총할인율이 정가의 15%로 제한됐다. 출판생태계의 건강성을 복원한다는 취지였고, 책 선택의 가치가 가격으로 비교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 경쟁력의 가치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이 투영된 결과다. 더욱 구체적으로는 고사 상태에 빠진 동네 서점을 살려야 한다는 현실적 목표 속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등 대형 인터넷서점 중심으로 짜여진 출판유통질서가 재편될 것이라는 바람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당초 서점계의 바람과 달리 인터넷서점의 무료배송, 제휴카드 청구할인 등이 그대로 허용됐고 18개월이 지난 구간 도서의 경우 가격을 다시 책정할 수 있도록 했다. 편법 할인의 가능성을 그대로 열어 놓은 셈이다. 동네 서점의 푸념이 여전한 이유다. ●강의실 떠나 일상으로 들어온 자본 이와 함께 2014년 출판계에서는 약속이나 한 듯 칼 마르크스의 ‘자본’과 관련된 책들이 쏟아졌다. 지난 9월 출간된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정점을 찍은 책이다. 전후해서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자본론 이펙트’, ‘Why? 마르크스 자본론’, ‘자본의 17가지 모순’ 등 정통 마르크스 연구서에서 ‘자본’의 대중인문교양서에 이르기까지 수십 종이었다. 전 지구적 자본주의가 단순한 이념과 학문의 영역이 아니라 일상의 삶 속으로 들어왔음을 절감한 출판계와 독자들의 생각이 맞아떨어져서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된다. ●“잊지 않겠습니다” 4·16 세월호 참사 문학계에서는 4·16 세월호 참사 등과 맞물린 작가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었다. 세월호 특집을 다룬 계간지 ‘문학동네’ 가을호는 문예계간지로서는 이례적으로 초판이 매진되는 일이 벌어졌다. 754명의 시인, 소설가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해 세월호와 관련된 정부의 무책임함을 비판했다. 시인들은 추모시집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를 냈고 소설가들은 추모문집 ‘눈먼 자들의 국가’를 펴냈다. 창립 40주년을 맞은 한국작가회의는 ‘젊은 문학 선언’을 발표해 “지금-여기서 우리가, 역사가 어떻게 실패하는지 우리는 보고 또 볼 것이다. (…)더 치열하게 더 불가능하게 질문하고 질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분한 눈으로 그린 현대인의 자화상 소설은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등 가까운 현대사를 다룬 작품이 많았다. 성석제의 ‘투명인간’, 이혜경 ‘저녁이 깊다’는 50대 작가들이 자신들이 살아온 시대를 형상화했다. 1980년대를 소재로 다룬 작품이 유독 많았다. 한강 ‘소년이 온다’, 이기호 ‘차남들의 세계사’, 최영미 ‘청동정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경재 숭실대 국문과 교수는 “문맹인 택시기사, 어린 소년 등 예전엔 조명받지 못했던 이들을 통해 1980년대의 폭압적인 상황을 차분한 시각으로 조명하는 작품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베스트셀러 등용문’ 자리 굳힌 미디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미디어 셀러’의 강세가 이어졌다. 드라마, 영화 원작이나 TV 프로그램에 소개된 작품이 큰 인기를 끌었다. 영화화가 알려지면서 판매량이 급증한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나 ‘미 비포 유’, TV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소개된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tvN 드라마 ‘미생’의 원작 웹툰 ‘미생’ 등이 대표작이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호두까기인형 어디까지 봤니

    호두까기인형 어디까지 봤니

    매년 연말이면 세계 각국의 공연계를 뜨겁게 달구는 발레가 있다. 120년 넘게 한결같이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호두까기 인형’이다.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 등 국내 대표 발레단들도 올해에도 어김없이 다양한 버전의 ‘호두까기 인형’을 들고 나왔다. 국립발레단은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버전의 ‘호두까기 인형’을 선보인다. 2000년 초연 이후 14년간 전일 전석 매진 기록을 세웠다. 볼쇼이발레단을 33년간 이끈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안무작이다. 자칫 유치하게 흘러갈 수 있는 어린이 대상의 원작을 스토리의 완성도를 높이고 고난도 발레도 가미해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주인공 ‘마리’와 관객들을 크리스마스 나라로 이끄는 ‘드로셀마이어’ 역할을 강화한 게 특징이다. 군무의 균형과 대비의 아름다움도 백미다. 20~28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5000~9만원. (02)587-6181 유니버설발레단은 바실리 바이노넨과 레브 이바노프 버전으로 1986년 초연 후 28년째 연속 매진 기록을 세우고 있다. 클라라가 꿈속에서 숙녀로 변신해 왕자와 함께 환상의 나라로 여행을 떠나 사탕 요정이 된다는 설정이 독특하다. 호두까기 인형을 두고 벌이는 클라라와 프리츠의 쟁탈전,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왕의 실감 나는 전투 장면도 인기다. 국내 최대 티켓 예매 사이트인 인터파크에서 매년 말 선정하는 골든티켓 어워즈 무용 부문에서 지난해까지 4년 연속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19~31일 서울 광진구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 1만~20만원. (070)7124-1798 서울발레시어터는 안무가 제임스 전이 재해석한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고전작품에 충실하되 지루할 수 있는 부분을 빠른 템포로 변형해 경쾌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한국적 요소를 가미해 기존 작품과의 차별화도 시도했다. 2막의 각 나라 민속무용 장면에서 상모돌리기와 장구춤 등 한국적 요소를 더했다. 커다란 드레스가 인상적인 ‘마더 진저’는 조선시대 왕비 차림으로 등장한다. 27~28일 수원 정자동 SK아트리움, 2만~3만원. (02)3442-2637 ‘호두까기 인형’은 독일 작가 호프만의 동화원작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왕’을 토대로 한 작품이다. 서막과 에필로그가 있는 2막으로 구성돼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 받은 소녀 클라라가 꿈속에서 왕자로 변한 호두까기 인형과 함께 과자의 나라를 여행하는 얘기다. 차이콥스키가 곡을 쓰고, 마리우스 프티파와 레프 이바노프가 안무해 1892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극장에서 초연됐다.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 속의 미녀’와 함께 차이콥스키의 3대 발레곡으로 꼽힌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2015 서울신문 신춘문예’ 응모작 4371편 살펴보니…시국·미래의 고민보다 ‘일상의 그늘’ 다뤄

    ‘2015 서울신문 신춘문예’ 응모작 4371편 살펴보니…시국·미래의 고민보다 ‘일상의 그늘’ 다뤄

    ‘2015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실력파 신인들의 작품이 대거 몰렸다. 국내외에서 문학에 대한 열망을 품은 문청(文靑)들이 등단의 문을 두드렸다. 심사위원들은 “예전에 비해 미숙한 작품이 줄어든 반면 완성도가 눈에 띄게 높아져 심사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평했다. 지난 8일 마감된 2015년 신춘문예 응모작은 모두 4371편. 분야별로는 시 2905편, 소설 445편, 시조 547편, 동화 257편, 희곡 206편, 평론 11편이다. 지난해보다 시(3357편), 소설(487편)은 소폭 줄었지만 시조(446편), 동화(157), 희곡(160) 등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창 심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심사위원들은 “올해 세월호 참사, 노인 요양원 화재, 환풍구 추락사고 등 굵직한 사건·사고들이 많았음에도, 예상 밖으로 이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 거의 없었다”고 평가했다. 세월호 참사 같은 대형 사건은 충격은 컸지만 정작 사회적 합의점을 찾지 못해 문학작품의 소재로 다루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시 부문에서는 소외된 이웃들을 따뜻하게 보듬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예심에 참여한 김경주 시인은 “사회 주변부의 사람들, 낮은 곳에 머무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얘기가 많았다. 여러 나라 사람들이 국내에 이주해 사는 현실을 반영하듯 다문화가정이나 외국인 노동자들의 고달픈 삶을 어루만지는 작품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시의 내용은 예년에 비해 어두워진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강동호 평론가는 “예전엔 시를 통해 위안을 주고받는 등 긍정적인 성찰을 하는 게 많았는데, 이번엔 시의 주제나 소재도 어두워졌고 시의 화자도 어두워진 작품들이 늘었다”고 짚었다. “시에 대한 생각들이 보수화되고 있다. 시는 이래야 된다는 틀에 갇혀 익숙한 형식이나 주제, 소재가 반복되는 측면이 있다”는 따끔한 지적도 나왔다. 소설은 암, 요양원, 재산 문제 등 노인 문제를 다룬 작품이 유난히 많았다. 대리모, 탈북자를 소재로 한 작품도 있었다. 예심을 맡은 전성태 작가는 “몇 년 전에는 판타지, 재난이나 가상현실을 다룬 소설이 많았는데 올해는 현저하게 줄었다”며 “반면 일상에 대한 상상력을 발휘한 소설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경재 평론가는 “예전 같았으면 세월호 같은 대형사건을 작품소재로 적극 활용했을 법한데 그런 경향이 사라졌다. 현실을 소박하게 자기 식대로 풀어나간 작품이 많았다”고 말했다. 조연정 평론가도 “국경을 넘거나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작품이 없었다”며 “일상만 다루다 보니 가족, 직장, 구직 등으로 소재와 배경이 축소된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심사위원들은 “일상이 문학으로 들어와 특별해진 맛이 있어야 하는데, 일상 그대로 밋밋하게 소설로 끌어들인 접근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동화 부문에서는 판타지가 크게 줄어든 것도 특징이다. 정리해고로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투쟁 일선에 서거나 가사에 전념하는 아버지 등 이 시대 아버지상을 소재로 내세운 작품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개, 고양이 등을 가족의 일원으로 이해한 작품도 많아졌다. 심사위원인 고정욱 작가는 “동화라고 해서 작품 속 갈등이 가벼운 게 아니다”며 “갈등이 치유되는 과정이 구체적으로 다뤄져야 하는데, 너무 쉽게 갈등을 해결해버리는 안이한 접근방식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채인선 작가는 “공상과학(SF)도 판타지도 아닌 경계가 모호한 미래소설이 많았다. 삶이 각박하고 힘들어서인지 현실도피적 내용의 작품들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