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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골 아내 포근씨, 시인 남편 위한 ‘잡초 요리’

    산골 아내 포근씨, 시인 남편 위한 ‘잡초 요리’

    1일 첫 전파를 타는 KBS 1TV 인간극장 ‘흔하고 귀하게, 잡초처럼’(5부작)에서는 원주시 흥업면의 한적한 시골마을에 사는 시인이자 목사인 고진하(63)씨와 그의 아내 권포근(55)씨의 삶을 담았다. 둘은 34년 전 제주의 한 교회에서 만나 120통이 넘는 연애편지를 주고받으며 2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했다. 당초 포근씨 부모님은 결혼을 반대했다. 예술인의 아내, 목회자의 사모로 살게 될 딸의 고생길이 훤히 보였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시로는 밥벌이가 안 됐다. 게다가 남편은 글 쓰는 시간엔 늘 혼자 있고 싶어 했다. 목사여서 주말에도 오붓하게 함께 지내지 못했다. 포근씨는 외롭고 힘들 수밖에 없었지만 그 모든 걸 감내했다. 돈 한 푼 없을 때도 남편 자존심을 긁는 말은 하지 않았고, 남과 비교하지도 않았다. 두 해 전 초여름, 농작물이 타들어갈 정도로 가뭄이 극심했다. 채소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포근씨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그래, 까짓것 산과 들에 지천으로 널린 잡초나 뜯어 먹지 뭐.” 식물도감을 펼쳐들고 집 앞에 지천으로 널린 풀들을 유심히 살피고 공부했다. 개망초, 민들레, 토끼풀, 쇠비름, 질경이, 민들레…. 마당에서 흔하게 봐왔던 잡초들이 모두 먹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포근씨는 가족들에게 잡초요리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잡초를 무쳐 밥 위에 올린 향긋한 잡초 비빔밥, 잡초 주먹밥, 토끼풀 튀김…. 포근씨의 특별한 밥상은 무궁무진했다. 부부는 이 밥상을 통해 ‘흔한 것이 귀하다’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1~5일 오전 7시 50분 방영.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속시원한 무대… 발레가 강해졌다”

    “속시원한 무대… 발레가 강해졌다”

    더 강해졌다. 체력의 한계까지 극복했다. 역동적인 힘과 섬세한 감정이 완벽히 조화됐다. 오는 5~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다시 오르는 서울발레시어터(SBT)의 창작 발레 ‘레이지’(RAGE)다. SBT 상임안무가 제임스 전이 지난해 12월 창단 20주년을 기념해 초연한 작품으로, 현대 사회에 대한 분노와 살아남기 위해 질주할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잘 표현해 호평받았다. 확 달라진 작품을 이끄는 주역 무용수 정운식(48)과 장지현(31)을 만났다. 이들은 “레이지는 특별한 작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금까진 외형적인 데 집중해 하루하루 달려가기 바빴는데 내면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이 작품을 통해 제 자신을 처음으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됐습니다. 춤도 제 자신도 다 내려놓고 스스로를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정운식) “초연 때 엄청난 체력 소모 탓에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았지만 공연 뒤 무대에서 느꼈던 쾌감은 그 어떤 무대와도 비교할 수 없었어요. 시원하게 비워지는 쾌감이 그동안 제 안에 갇혀 있던 열정을 모두 끄집어내게 했습니다.”(장지현) 재공연에선 ‘배신’, ‘희망’을 주제로 하는 두 개의 장면이 추가돼 전체 12개 장면으로 구성됐다. 장면과 장면이 연결되는 부분의 춤들을 수정해 전체적인 통일성도 보완했다. 무엇보다 체력이 더욱 강화됐다. 75분간의 공연 내내 파워풀한 동작이 이어지기 때문에 체력이 곧 작품의 완성도를 의미한다. 장지현은 “체력이 뒷받침돼야 공연을 끝까지 소화할 수 있고 동작 하나하나에 감정을 담아낼 수 있다”며 “무용수가 체력이 부족하면 공연 때 힘들어하는 게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돼 관객들도 힘들어진다”고 했다. 정운식은 “체력적인 한계에 이르렀을 때 속에서 쏟아져 나올 것만 같은 메슥거리는 느낌을 참아야 하는 게 곤욕”이라며 “이걸 이겨내고 관객들에게 수준 높은 공연을 보여줄 수 있는 길은 강도 높은 단련으로 체력을 키우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정운식은 매일 아침 줄넘기와 수영 등을 하고 장지현은 근력운동에 매진한다. 두 사람은 “최대한 감정을 끌어올려 우리 사회의 모든 분노를 발산할 것”이라고 했다. “비참함, 고난, 분노 같은 건 익숙한 감정입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없는 것을 만들며 지금의 자리까지 왔거든요. 몸에 배어 있는 감정이기에 제 자신에게 집중하면 그 폭발력은 상당합니다.”(정운식) “한 곳을 주시하면서 과거 분노했던 경험을 떠올려요. 그 상황에 몰두하면서 모든 감정을 눈으로 모아요. 과격하고 힘찬 동작으로도 표현할 수 있지만 눈빛에 담아 강렬하게 전달하려고 해요.”(장지현) 정운식은 1995년 서울발레시어터 창단 멤버로 현재 수석 무용수를 맡고 있다. ‘비잉’(BEING) ‘볼레로’ ‘도시의 불빛’ 등 여러 작품에서 주역으로 열연했다. 장지현은 2009년 입단했다. ‘호두까기인형’ ‘사계’ 등의 작품에 출연했고 이번 공연에서 처음으로 주역을 맡았다. “레이지는 트릭, 편법이 아니라 진솔함과 절실함이 통하는 세상을 지향합니다. 저희들도 거짓이 아니라 땀으로 일궈낸 작품을 선보일 겁니다. 진솔함과 절실함이 통한다면 관객들도 시원하게 비워지는 쾌감을 느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이주일의 어린이 책] 행복했던 추억 간직한다면 죽음도 끝이 아니야

    [이주일의 어린이 책] 행복했던 추억 간직한다면 죽음도 끝이 아니야

    이제 집으로 가자/강진주 글·그림/노란상상/48쪽/1만 2000원 마법사 로코와 강아지 보보는 오래전 사람들에게 잊혀진 깊고 깊은 마법의 숲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로코와 보보는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이자 가족이었다. 세상사가 그렇듯 둘 다 나이가 들었고 보보가 먼저 세상을 떠났다. 홀로 남은 로코는 너무나도 슬펐다. 슬픔이 너무 커 마법의 힘마저 잃고 말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로코는 잃어버린 마법의 힘을 되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남쪽의 ‘요정의 숲’에 닿았다. 가장 상냥한 꽃의 요정을 찾아가 물었다. “나는 왜 마법을 쓸 수 없게 된 걸까?” 요정은 답했다. “깊은 슬픔에 갇혀 있기 때문이야. 스스로 그 슬픔에서 깨어나야 해. 그러면 마법의 힘도 돌아올 거야.” 로코는 여전히 슬플 뿐 답을 찾지 못했다. 서쪽의 ‘장난감 마을’을 찾아가 지혜로운 곰 인형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슬픔에서 깨어날 수 있을까?” 곰 인형은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려 보라고 했다. 로코는 아무리 애써 봐도 행복했던 순간이 떠오르지 않았다. 보보한테 잘못한 일만 자꾸 떠올랐다. 북쪽의 ‘눈의 숲’에 사는 나이 많은 용을 찾아가 물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한 순간을 떠올릴 수 있나요?” 용은 동쪽에 있는 ‘빛의 숲’으로 가면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알려줬다. 로코는 빛의 숲으로 향했다. 과연 상실의 아픔을 딛고 마법의 힘을 되찾을 수 있을까. 죽음으로 인한 이별을 다룬 그림책이다. 죽음은 슬프지만 그 슬픔의 과정을 통과하면서 마음의 성장을 얻게 되기에 아이들에게 이별의 슬픔을 잘 마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누군가와의 행복했던 순간을 기억한다면 죽음은 끝이 아니라 삶과 하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작가는 “사랑하는 사람이나 동물과의 이별 때문에 찾아오는 슬픔을 아이들의 눈으로 풀어보고자 했다”며 “죽음이라는 엄청난 슬픔에 잠겨 있는 이들에게 잘 사랑하고 제대로 슬퍼하면 영원히 기억하는 법도 가능하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4~7세.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경복궁 내 최초 전기 발전소 터 확인

    경복궁 내 최초 전기 발전소 터 확인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경복궁 흥복전(興福殿) 권역 내 영훈당(永薰堂) 터 일대를 지난해부터 발굴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최초의 전기 발전소이자 전기 발상지인 ‘전기등소’(電氣燈所) 터를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영훈당은 고종 연간에 경복궁 흥복전과 향원지 사이에 건립돼 내각 회의와 경연, 외국 공사 접견 등 왕의 편전으로 사용되다 1917년 화재로 소실된 창덕궁 중건을 위해 경복궁 내 여러 전각을 헐어낼 때 함께 철거됐다. 이번 조사를 통해 그동안 향원지 북쪽과 건청궁 남쪽 사이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전기등소의 위치가 향원지 남쪽과 영훈당 북쪽 사이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곳에서는 석탄 원료를 보관한 탄고(炭庫)와 발전소 터 등 1887년 우리나라 최초로 세워졌던 전기등소 흔적들이 나왔다. 아크등에 사용한 탄소봉, 연대(1870년)가 새겨진 유리 절연체 등 전기 관련 유물도 출토됐다. 연구소는 “백열 전구가 아닌 아크등이 사용된 흔적이 확인됨에 따라 우리나라 전기 발전사 연구에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선 왕실은 미국의 신문물을 시찰하고 온 보빙사(報聘使) 건의에 따라 1884년 에디슨 전기회사와 전등설비 계약을 맺고 1886년 11월 미국인 전등기사 매케이를 초빙해 1887년 1월 우리나라 최초의 전기등소를 완공했다. 발전 규모는 16촉광(1촉광은 양초 1개의 밝기)의 백열등 750개를 점등할 수 있는 설비로 알려져 있다. 최초 점등일은 1887년 1~3월쯤으로 추정되며, 건청궁 내 장안당과 곤녕합의 대청과 앞뜰, 향원정 주변의 등을 밝혔다. 영훈당 터에서는 영훈당 본채와 함께 부속 행각지 등 건물 터 6개 동이 확인됐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한·중·일 ‘피아노 트리오’ 납시오

    한·중·일 ‘피아노 트리오’ 납시오

    한·중·일 3국의 대표 음악가들로 구성된 피아노 트리오가 새달 관객들을 찾아간다. ‘젊은 거장’으로 불리는 한국의 피아니스트 김선욱(27)과 아시아를 대표하는 중국 최고의 첼리스트 지안 왕(47), 2007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인 일본의 바이올리니스트 가미오 마유코(29)다. 피아노 트리오는 2012년 12월 지안 왕이 김선욱과 가미오 마유코에게 개별적으로 ‘한·중·일 트리오 공연’을 제안하면서 결성됐다. 김선욱은 지안 왕을 2010년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 처음 만났다. 지안 왕은 당시 김선욱의 라흐마니노프 첼로 소나타 연주를 본 뒤 그를 직접 찾아가 연주가 좋았다고 칭찬했다. 이후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트리오 결성의 토대를 다졌다. 지안 왕은 두 사람에게 보내는 이메일에서 ‘피아노와 바이올린 연주자들 가운데 가장 총애하는 연주라’라며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연주 곡목도 2013년 4월 일찌감치 정했다. 베토벤 피아노 트리오 5번 ‘유령’과 7번 ‘대공’, 브람스 피아노 3중주 1번, 차이콥스키 피아노 트리오 ‘어느 위대한 예술가의 추억’ 등 4곡이다. 한국 공연에선 다음달 5일 ‘유령’과 ‘어느 위대한 예술가의 추억’을, 6일 ‘대공’과 ‘브람스 1번’을 들려준다. 김선욱은 “트리오 형식에서 가장 중요하고 유명한 곡들로, 특히 ‘유령’은 베토벤의 창작 열정이 가장 왕성했던 중기의 대표곡이고 차이콥스키 트리오는 연주 시간이 50분에 이르는 규모가 크고 화려한 작품이다. 악기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기교와 패턴, 소리와 형식이 집약돼 있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지난 16일 중국 베이징 국가대극원의 첫 무대를 시작으로 한·중·일 3국 투어 공연에 들어갔다.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는 교토 아오야마 뮤직 메모리얼, 시마네 플로버홀, 사세보 아르카스, 도쿄 기오이홀 등 일본에서 투어 공연을 한다. 6월 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3만~10만원. 6일 경기 용인 포은아트홀 3만~7만원. (02)599-5743.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남북이 한 무대 서야 비로소 완성”

    “남북이 한 무대 서야 비로소 완성”

    “광복 70주년을 맞아 당초 취지를 살려 남북한 성악가들이 함께 무대에 오를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네요. 북한의 바리톤, 테너 등이 남한에 와서 한 무대에서 공연을 한다면 참으로 아름다울 겁니다.” 13년 만의 재공연을 앞둔 창작 오페라 ‘주몽’의 대본작가 김용범(61)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의 소회다. 김 교수는 리브레토(오페라 대본·운문희곡)의 권위자다. 지난 20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클럽에서 그를 만났다. 오페라 ‘주몽’은 2002년 초연된 ‘고구려의 불꽃-동명성왕’을 새롭게 각색했다. 고구려 건국신화를 토대로 주몽 일대기를 그린 작품으로, 다음달 6~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김 교수를 비롯해 2002년 공연 작업을 함께했던 작곡가 박영근, 연출가 김홍승 등이 다시 뭉쳤다. 이들은 당시 남북한이 함께 노래할 수 있는 오페라를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북한이 고구려 중심 역사관을 갖고 있는 것을 감안해 주몽 일대기를 작품화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김 교수는 “요즘 남북 분위기가 얼어붙어 있어 남북 공동공연 말조차 끄집어내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고 한숨지었다. 김 교수는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 실린 한문서사시 ‘동명왕 편’을 토대로 1998년 대본 작업에 들어갔다. 주몽이 북방의 강대한 나라를 성립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 창작했다. 2002년 공연 이후 큰 변화가 생겼다. 2006년 드라마 ‘주몽’이 인기를 끌면서 주몽이 대중들에게 익숙해진 것. “2002년 그때만 해도 동명성왕은 사람들에게 생뚱맞았습니다. 드라마가 대박을 치면서 사람들이 주몽, 소서노 등 인물들에 친숙해졌죠. 제목도 오페라 주몽으로 바꾸고 내용도 다시 다듬었습니다.” 김 교수는 소서노와 유리왕 캐릭터를 강화했다. 소서노는 고구려·백제를 세운 역할에 비해 2002년엔 캐릭터가 미약했는데 이번엔 주몽과 대등하게 대본을 다시 썼다. 초연 땐 없었던 소서노의 아리아도 새로 넣었다. 유리왕도 새로운 기능과 역할을 부여했다. 김 교수는 “소서노와 유리왕 강화는 ‘오페라 유리’ 탄생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그너의 4부작 ‘니벨룽겐의 반지’와 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우리도 세계에 자랑할 만한 장엄한 신화를 갖고 있습니다. 주몽, 유리왕, 광개토대왕으로 이어지는 커다란 물줄기를 3부작 오페라에 담고 싶습니다. 유리왕, 광개토대왕을 무대에 올릴 즈음엔 남북한 성악가들이 한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지 않을까요. 제 바람입니다.” 고구려 3부작 오페라 대본 작업을 위한 기초 작업은 충분히 했다. 1992년 한·중수교 전부터 중국의 고구려 역사 현장을 답사했고, 2012년 옌볜대학 교환교수로 갔을 때에도 6개월간 고구려 현장을 돌며 재조사했다. 현지 조사를 토대로 1990년대 초반엔 ‘신 새벽’ ‘고구려의 불꽃’ ‘황조가’ 등 서사 무용 3부작을 창작했고, 시집 ‘고구려 시편’ 등도 냈다. 오페라 대본은 노래로 불러야 하는 시다. 대화가 기본인 연극 대본과 다르다. 시와 희곡을 다 쓸 수 있어야 오페라 대본을 소화할 수 있다. 오페라 대본 작가가 드문 이유다. 김 교수는 박목월 시인의 제자로, 1974년 ‘심상’ 신인상을 받으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희곡은 유민영 단국대 석좌교수에게 배웠다. 그는 “등단 이후 활자에서 벗어나 사람들 귀에 들려주는 시를 쓰고 싶었다”며 오페라 대본을 쓰게 된 동기를 들려줬다. “시가 활자 안에 갇혀 있는 게 답답했어요. 작곡가가 작곡하지 않았다면, 성악가가 불러주지 않았다면, 제 시는 활자 속에 계속 갇혀 있었을 겁니다.” 김 교수는 앞으로 페르시아 대서사시 ‘쿠시나베’와 김만중의 ‘구운몽’ 등 세계화할 수 있는 작품의 오페라 대본을 쓰려 한다. 쿠시나베는 페르시아 왕자가 나라가 망한 뒤 중국을 거쳐 신라로 와서 신라공주와 결혼, 신라에서 힘을 키워 페르시아로 돌아가 복수하는 내용이다. 구운몽은 새문안교회 게일 목사가 영역해 영국 런던에서 발간, 전 세계에 소개된 작품이다. “일흔 살 전에 두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싶어요. 창작 오페라 한 편을 무대에 올리는 데 보통 4년이 걸립니다. 작품을 구상하고 쓰는 데 1년, 작곡하는 데 1년 반에서 2년, 연습하는 데 1년 걸리죠. 잘 익은 김치처럼 숙성된 작품을 써서 국내외에 내놓고 싶습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마종기 시인 “아버지 마해송 전집 완간… 임종 못 지킨 죄책감 덜어”

    마종기 시인 “아버지 마해송 전집 완간… 임종 못 지킨 죄책감 덜어”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지 올해로 만 50년이 됩니다. 장례식에도 참석을 못하고….” 아버지를 떠올린 마종기(76) 시인은 가슴이 먹먹해 말을 잇지 못했다. 임종도 지켜보지 못한 죄송함 때문이다. 그의 아버지는 국내 창작 아동문학의 선구자인 마해송(1905~1966) 선생이다. 마 시인은 26일 서울 종로구 한 중식당에서 열린 ‘마해송 전집’(10권) 완간 및 자신의 열한 번째 시집 ‘마흔두 개의 초록’(문학과지성사)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가슴속에 묻어둔 아버지에 대한 회한을 털어놨다. 그는 1965년 한·일 정상회담 반대 서명이 문제가 돼 투옥됐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풀려난 뒤 이듬해 도미했다. 미국 오하이오로 건너간 지 4개월 만에 부친이 돌아가셨다. “의대(연세대) 졸업 뒤 미국 측의 지원을 받아 미국 의대에 인턴 생활을 하러 갔습니다. 아버지가 저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돌아가셨다는 얘길 듣고도 귀국하질 못했습니다. 미국에서 보내온 편도 항공권으로 미국에 가 귀국할 돈도 없었고, 귀국은 곧 수련의를 그만둔다는 뜻이었기 때문입니다.” 마해송 전집은 동화 7권과 수필 3권으로 구성됐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장편동화를 비롯해 미발간 수필 53편 등 마해송 문학 작품이 모두 망라돼 있다. “제 시집 출간보다 아버지 전집 완간이 더 기쁘고 행복합니다. 아버지께서 수필을 많이 쓰셨는데 동화와 수필을 모두 아우르는 전집을 내는 게 소원이었습니다. 전집 완간으로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을 많이 덜게 됐습니다.” 시인은 전집 출간을 계기로 부친의 저작권과 인세를 모두 출판사로 넘겼다. 그는 “한국말도 모르고 할아버지도 모르는 제 아이가 인세를 받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서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늘의 맨살’ 이후 5년 만에 낸 이번 시집에선 어머니와 지인을 떠나보낸 상실의 아픔을 다뤘다. 지난해 한국 시인들의 도움으로 국적 회복을 하게 된 감격과 기쁨도 솔직하게 담았다. 시인은 의대 본과 3학년이던 1959년 박두진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농부로 변신한 개그맨 대은씨의 귀농생활

    농부로 변신한 개그맨 대은씨의 귀농생활

    ‘국민 개그맨’을 꿈꿨던 유대은(31)씨는 어렸을 때부터의 꿈인 개그맨을 접고 농부의 삶을 택했다. 25일 첫 전파를 타는 KBS 1TV 인간극장 ‘난 그대의 연예인’에서는 대은씨의 귀농 과정과 사랑, 농부로서의 삶을 조명한다. 봄을 맞아 분주해진 전북 정읍의 한 농촌 마을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 가족이 있다. 대은씨네 가족이다. 대은씨는 고향으로 내려와 농사를 시작한 지 이제 갓 1년 된 초보 농부다. 그는 초등학생 때부터 개그맨 외에는 다른 꿈을 꿔 본 적이 없다. 서울 대학로의 개그 소극장에서 활동한 지 1년 만에 방송사 공채 개그맨 시험에 합격했다. 남들보다 빠르게 이룬 성공이었다. 하지만 연예계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돈벌이가 안 돼 공채 동기 집에 얹혀 사는 등 무명 생활을 6년이나 버텨야 했다. 계속되는 좌절에 심신이 지쳐 휴식을 위해 고향을 찾았을 때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졌고 급기야 혈액암 판정까지 받았다. 어머니 홀로 농사일을 하기엔 벅찼다. 대은씨는 고민 끝에 서울에서의 개그맨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와 부모님을 돕기로 했다. 이제는 30마리 소도 키우고 블랙베리 농사도 하는 등 어엿한 농사꾼이 돼 가고 있다. 대은씨에겐 서울에서 만난 여자 친구 김효담(27)씨가 있다. 대은씨가 갑자기 귀향하면서 둘은 서울과 정읍을 번갈아 오가며 원거리 연애를 했다. 지금은 양가 부모님 허락하에 효담씨가 서울과 정읍을 며칠씩 오가며 지내고 있고, 내년 결혼을 앞두고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 농사라고는 한 번도 지어 본 적 없는 효담씨. 정읍으로 오면서 지금은 대은씨보다 더 꼼꼼하게 농사일을 해 낸다. 25~29일 오전 7시 50분 방영.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멋스런 가락 타고 다시 피어난 춘향의 사랑꽃

    멋스런 가락 타고 다시 피어난 춘향의 사랑꽃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지.’(춘향가 중 사랑가 일부) 지난 22일 오후 화려한 불꽃과 함께 ‘제85회 춘향제’가 막을 올렸다. 전북 남원을 찾은 내·외국인들은 지역 특색을 살린 한국 전통 축제의 장이었다는 평을 쏟아냈다. 춘향제가 열린 광한루원과 요천 일대는 지역민과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승월교에서 승사교까지 요천 주변에는 지역 먹거리·특산품을 판매하는 풍물장터와 옻칠·한지·규방·전통주 등 전통문화 체험 공간이 조성됐다. 안숙선 춘향제전위원장은 이날 광한루원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춘향제의 핵심 단어는 춘향·사랑·전통”이라며 “남원만의 정체성과 자연과 어우러지는 소리를 통해 이 세 가지를 구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막식에선 소리와 춤을 토대로 우리 고유의 전통미를 드러낸 공연들이 장관을 이뤘다. 형형색색의 한복을 입은 여자무용수들의 군무가 아름다움을 더했다. 객석 곳곳에 자리를 잡은 외국인들은 ‘원더풀’이라며 탄성을 절렀다. 연인, 자녀 동반 가족, 중국·일본·미국 등지에서 온 외국인까지 남녀노소 모두가 춘향을 중심으로 한데 어우러졌다. 23일에도 오전부터 요천 일대에서 태평소, 피리 등 우리 악기 소리와 판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랑을 위한 길놀이 춤경연 ‘이판 사판 춤판’에서는 춘향가 중 사랑가를 토대로 만든 ‘남원춤’이 첫선을 보였다. 남원 중·고교생 1000여명이 ‘이판 사판 춤판’이 새겨진 검은색·흰색 티셔츠를 입고 군무를 연출했다. 수천명의 관람객들도 함께 춤판을 벌였다. 광한루원 수중무대에서 개최된 창극 ‘열녀 춘향’은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며 춘향의 발원지가 남원임을 되새겨줬다. 서울에서 온 박인애(61·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씨는 “지역민들이 한데 어우러진 축제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며 “춘향제가 오래도록 이어져 내려올 수 있었던 건 남원 시민들과 함께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가족과 함께 관광차 온 스티븐(51)은 “한국에 와서 전통축제를 본 것은 처음인데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있어 여러 사람이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이 멋졌다”고 말했다. 춘향제는 관람료·쓰레기·바가지가 없는 ‘3무(無) 축제’로도 관람객들의 호평을 얻었다. 이번 춘향제는 ‘춘향! 사랑을 그리다’란 주제로 전통문화공연, 공연예술행사, 놀이·체험행사, 부대행사 등 4개 분야에 23개의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25일 폐막한다. 남원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국악과 현대음악이 어우러진 무대

    국악과 현대음악이 어우러진 무대

    4명의 작곡가와 6인의 연주자로 구성된 ‘CMB(Contemporary Music Band)567’이 국악과 현대음악이 조화된 아름다운 무대를 선보인다. ‘CMB567’은 1950~70년대에 출생한 김기영·박영란·이정면·황호준 등 작곡가 4명과 김희숙(플루트)·김준희(해금)·양영호(일렉베이스)·서수복(타악)·김욱(클라리넷)·박성신(가야금) 등 연주자 6명이 2006년 결성했다. 학연, 지연 등 인위적인 관계를 벗어나 오직 음악만을 매개로 뭉쳤다. 장르와 나이를 뛰어넘는 멤버 구성이 특징이다. 이들은 국악과 현대음악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실험적 작업을 해오고 있다. 2009년 창단 연주회 이후 ‘질주와 침묵-잃어버린 영혼을 찾아서’, ‘새로운 아시아의 영혼을 찾아서’ 등을 통해 동서양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했다. 이번에는 ‘21세기 풍류를 찾아서’라는 주제 아래 원초적이고 본질적인 우리 소리의 다원화를 추구한다. 김기영 작곡의 ‘질주와 명상’ ‘바위의 삶, 돌 위에 음악’, 황호준 작곡의 ‘그리움의 기원’ ‘종생기(終生記)’, 박영란 작곡의 ‘히트 웨이브’(Heat Wave) ‘브레이크 더 월’(Break The Wall), 이정면 작곡의 ‘5월의 어느 밤’ 등을 연주한다. ‘질주와 명상’에서는 문현(소리), ‘Heat Wave’와 ‘Break The Wall’에서는 안상훈(타악), 박명훈(춤), 한류리(춤)가 가세해 곡의 생동감을 더한다. 팀 리더인 김기영은 “연주와 노래, 춤 등 서로 다른 장르가 어우러진 이번 공연을 통해 우리 시대의 풍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오는 29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 전석 2만원. (02)580-3300.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이주일의 어린이 책] 자유로운 숲 속에서 나만의 행복 찾은 아이

    [이주일의 어린이 책] 자유로운 숲 속에서 나만의 행복 찾은 아이

    숲에서 온 아이/에밀리 휴즈 글·그림 지음/유소영 옮김/담푸스/40쪽/1만 800원 ‘자유롭고 행복하게 사는 아이는 절대로 길들일 수 없다.’ 저 멀리 숲 속에 사는 아이는 행복했다. 아이가 어떻게 숲 속에 살게 됐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숲에 사는 동물들이 아이를 보살폈다. 새는 아이에게 말하는 법을 가르쳐 줬다. 곰은 먹는 법을, 여우는 노는 법을 가르쳐 줬다. 모두 신나는 일이었고 아이는 아주 행복했다. 어느 날 숲에서 놀던 아이는 새로운 동물과 마주쳤다. 바로 사람들이었다. 사람들 눈에는 아이가 기괴하고 이상하게 보였고, 아이도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아이를 도시의 집으로 데려왔다. 숲 속에서와 모든 게 달랐다. 말하는 법도 틀렸다. 먹는 법도, 노는 법도 틀렸다. 사람들이 하는 건 모두 엉터리만 같았다. 재미없는 일투성이고, 아이는 행복하지 않았다. ‘더이상은 못 참아!’ 아이는 갑갑한 도시의 집을 벗어나 다시 숲으로 돌아갔다. 저 멀리 숲 속에서 다시 아이는 살게 됐다. 이제는 아이가 어떻게 숲으로 돌아갔는지 모두가 알게 됐다. 숲이 아이의 집이라는 것도 모두 알게 됐다. 문명의 삶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이는 정글북의 ‘모글리’를 연상케 한다. 숲 속의 아이는 사람들과 함께 살 때보다 숲에서 살 때 더 행복해한다. 아이를 비정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남들처럼 사는 것과 남들과 다르게 사는 것은 무엇일까. 아이들은 저마다 원하는 게 다르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도 있고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도 있다. 어른들은 흔히 어른들의 삶에 아이들을 그림처럼 끼워 넣고 싶어 한다. 과연 아이들은 행복할까. 이 책은 아이가 자연에서 도시로, 그리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통해 행복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한다. 개성 강한 그림이 돋보인다. 야생의 느낌을 살린 구불구불한 선, 자연을 담은 색감, 원화의 느낌을 살린 질감 등 그림만 봐도 숲에서 자란 아이의 생명 에너지가 느껴진다. 작가는 영국의 맥밀런상 그림책 부문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4~7세.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스타뷰] 명창 안숙선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

    [스타뷰] 명창 안숙선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

    “영상, 기구 등 화려한 볼거리가 판을 치고 판소리가 중심이 되는 공연이 없으면 우리의 소리가 사라져요. 수십년 걸려도 완성되지 않는, 죽을 때까지 해도 완성을 볼까 말까 하는 판소리를 누가 하려 하겠습니까. 멋있게 보이고 화려한 조명을 받는 공연을 하려 하지. 나이가 들면서 걱정이 돼 어떨 때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납니다.” 안숙선(66) 명창은 열변을 토했다.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그는 대형화·서구화만 추구하는 최근 공연 풍토에 대해 작심하고 할 말을 했다. 작은 체구에서, 온화한 미소 속에서 격정적인 울림이 퍼져 나왔다. 22일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판소리가 명맥을 유지하는 건 예술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빈부귀천 가리지 않고 남녀노소 누구나 다 들을 수 있는 판소리가 없어진다는 건 우리나라 정신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명창 타이틀 부담감 커… 하루도 빠짐없이 연습 또 연습” 안 명창은 1986년 남원 춘향제의 전국명창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뒤 ‘명창’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명창으로 일컬어지면서 소리를 하는 게 더 어려워졌다. 부담감과 책임감 때문이다. “명창으로 불리기 전엔 자유자재로, 내 마음대로 소리를 했어요. 명창을 꿈꿨지만 막상 명창이 되고 나니 어디서 소리를 하려고 하면 ‘명창이 저 정도밖에 안 돼’ 하는 말을 들을까 봐 상당히 신경 쓰였습니다. 명창에 걸맞은 소리 판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더더욱 소리에 매진할 수밖에 없었죠. 늘 무거운 등짐 하나를 짊어지고 다니는 듯합니다. 한편으론 소리를 좇으며 반복적으로 소리를 하다 보니까 소리 속에 숨겨져 있는 비의를 깨닫게 되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요즘도 하루 한 시간 이상 연습한다. 제자를 가르칠 땐 더 많은 시간을 소리에 들인다. 지속적으로 소리를 하지 않으면 필름 끊어지듯 소리가 끊어지고 만다. “기계가 녹이 스는 것처럼 하루라도 소리를 하지 않으면 제대로 소리가 나오지를 않아요. 소리를 넓혀 주고 조여 주고 해야 하는데 제가 원하는 대로 소리가 안 나와요. 쉬지 않고 연습해야 관객들이 행복해하고 눈을 떼지 못하는 소리를 할 수 있습니다.” 판소리는 안 명창의 운명이었다. 그는 국악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외삼촌은 동편제 판소리 인간문화재 강도근이고, 이모는 가야금 명인인 강순영이다. 대금산조 인간문화재 강백천은 어머니의 사촌이다. 태어나고 자란 전북 남원은 국악의 성지다. 판소리 다섯 바탕 중 춘향가와 흥부가의 배경지이고 동편제 판소리를 확립한 가왕(歌王) 송흥록이 태어나 활동한 곳이다. 집안 배경이든 지역 전통이든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국악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 아홉 살 때 주광덕 명창의 문하로 들어가 소리 기초를 배웠다. 열아홉 살 때 상경해 김소희, 박봉술, 정광수, 성우향 등 여러 명창들에게 판소리 다섯 바탕을 배웠다. “국악인 집안에서 태어난 것도, 소리를 택해 지금의 자리까지 온 것도, 인생 끝까지 더 연구하고 가야 하는 것도 모두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운명이 아니고서는 이런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안 명창은 창극의 본모습을 늘 고민하고 되살리려 한다. 열한 살 때 창극을 처음 접했다. 동네 마당에 포장을 쳐놓고 하는 남녀 혼성단체 공연이었다. 당대 명창들이 판소리를 중심으로 사도세자 같은 역사극과 춘향전, 심청전 등을 열연했다. “창극은 판소리가 중심이 되는 음악극입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전 음악극이죠. 어렸을 때 봤던 게 창극의 원 모습이 아닌가 싶어요.” 안 명창은 창극의 역사는 짧지 않다며 1902년 서양식 국립극장인 협률사(원각사 전신)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창극이 비롯됐다는 통설을 반박했다. “혼자 노래를 하다가 여러 사람과 어울리는 극으로 발전했다고 생각해요. 오래전부터 음악극의 명맥이 이어졌다고 봐요. 남사당도 있고, 탈춤도 음악극이지 않습니까. 조금씩이라도 남아서 전해졌기 때문에 옛사람들이 계속 이어온 거죠. 원각사에서 중국의 경극이나 일본 가부키 영향을 받아서 시작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1997~2000년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을 할 때도 어린 시절 봤던 창극의 원형을 복원하고 유지하는 데 힘을 쏟았다. 해외 어디를 내놔도, 누가 보더라도 ‘저 공연은 한국적인 음악극이다’ 하고 말할 수 있는 공연을 만들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을 하는 현재도 마찬가지다. “우리 것의 원형을 보전하면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기본으로 삼고 있어요. 요란스러운 조명을 쓰지 않고 우리의 소리, 우리의 몸짓으로 우리의 색깔을 보여 주는 공연을 무대에 많이 올리려 합니다.” ●판소리 세계화 고무적… “외국인들의 심금 울려” 판소리 대중화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안 명창은 “옛날 어른들은 판소리가 사라지지 않고 전수되는 데만 매진했다”며 “이제는 훼손되지 않고 보존돼 온 판소리를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춘향가는 한 바탕을 하는 데 아무리 짧게 잡아도 6시간 30분에서 7시간 걸린다. 박동진 명창은 9~10시간도 걸렸다. 흥부가, 수궁가 등도 보통 3~4시간 걸린다. 일반인들이 다 듣기에는 힘들다. 판소리의 가장 감동적인 대목을 ‘눈대목’이라고 부른다. 눈대목을 중심으로 한 공연을 활성화하는 게 관건이다. 아이들을 위한 창작 판소리 제작도 시급하다. 판소리에는 한자 표현이 많아 아이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춘향의 의복을 원전대로 녹의홍상으로 표현하면 아이들은 알아듣지 못합니다. 붉은 치마에 연두색 저고리로 풀어야 합니다. 판소리 다섯 바탕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풀어서 어릴 때부터 우리 장단과 박자에 익숙하게 해야 합니다.” 안 명창은 남원 비전마을을 시작으로 산간벽지 아이들에게 국악을 가르치는 일도 하고 있다. 그는 “우리 음악에는 아이들이 훌륭한 사람으로 커나가게 하는 자양분이 모두 들어 있다”며 “우리 음악에 담겨 있는 그런 가치관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안 명창은 앞으로 ‘퓨전’ 공연도 하려 한다. 대금, 바이올린 등 동서양 악기에 맞춰 판소리를 하고 무용도 곁들이려 한다. “대중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가려 한다는 미명 아래 퓨전 공연을 한다고 하는데 그래도 우리의 정체성이 없어서는 안 돼요. 우리 음악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다른 것과 어울리는 작업을 해보려 합니다.” 판소리 세계화의 가능성을 본 것은 고무적이다. “외국인들은 판소리의 엄청난 변화에 감탄합니다. 쪼였다 터뜨렸다 하는 걸 한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느냐며 놀랍니다. 문화가 좀 다를 뿐이지 판소리에 들어 있는 희로애락은 외국인의 심금도 울립니다.” 후배들 중에는 판소리 소질을 타고난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런 후배들이 다른 곳에 힘쓰지 않고 소리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안 명창의 남은 과제다. “제 선생님들이 마음속에 감춰뒀던 것까지 모두 끄집어내 제게 가르쳐줬듯 저도 후배들에게 저의 모든 걸 다 내주고 싶어요.”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군화에 짓밟힌 사랑 시대의 폭력 들추다

    군화에 짓밟힌 사랑 시대의 폭력 들추다

    권력과 폭력 안에서의 인간의 선택과 존엄 문제를 천착해 온 소설가 정찬(62)이 군사독재시절 정치 폭력으로 자행된 성폭력의 참상을 집중 조명했다. 여덟 번째 장편소설 ‘길, 저쪽’(창비)에서다. 이번 작품은 1970~80년대 유신체제와 군사독재시대를 배경으로 정치 폭력에 유린당한 이들의 선택과 희생, 슬픔과 애잔한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인혁당·동아일보 광고탄압 사건을 중심으로 한 유신정권의 부조리, 광주항쟁·민주화운동 등으로 수많은 학생들이 희생된 군사독재시대의 폭력을 예리하게 파헤치는 동시에 그 상처 속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사랑을 통해 개인과 우리 사회의 치유 가능성을 모색했다. 소설은 윤성민이 첫사랑 강희우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희우는 성민이 민주화운동을 하다 투옥됐던 1986년 10월, 편지 한 장만 달랑 남기고 홀연히 프랑스로 떠났다. 그랬던 희우에게서 27년 만에 두 사람의 추억이 서린 ‘정릉 옛집’으로 초대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은 것. 성민은 정릉 옛집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희우가 남긴 편지를 통해 그녀가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끔찍한 이유를 알게 된다. 희우는 성민이 도피생활을 할 때 사복형사들에 의해 경찰서로 강제 연행됐다. 형사들은 지하 조사실에서 성민의 거처를 알아내기 위해 그녀에게 온갖 고문을 자행했다. 심지어 그녀는 누군가에게 성폭행을 당해 임신까지 하게 됐다. 그 일로 딸을 낳았고 과거의 자신을 버리기 위해 프랑스로 떠났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성민은 큰 충격과 번민에 휩싸인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의 삶이 산산이 부서지고 있는데, 어떻게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를 수 있었을까.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보지 않았다고 해서, 듣지 않았다고 해서 모른다면 그것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141쪽) 김병익 문학평론가는 “유신 이후 작가가 살아오면서 아프게 괴로워해야 했던 수배당한 시대 속에서 ‘사랑이란 무엇인가’가 아니라 ‘사랑이란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라는 주제를 탐색한다”며 “이 작업을 통해 당대 사회적 억압과 인간 근원의 영원함이 서로 얽혀 재현되면서 작가의 비관적 전망과 그럼에도 지워지지 않는 희망의 아우라를 비춘다”고 평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첫 시집만 남긴채 ‘종소리 저편’으로

    첫 시집만 남긴채 ‘종소리 저편’으로

    “마지막 시집이 될 확률이 높지만 꼭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완치는 되지 않더라도 현 상태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두 번째, 세 번째 시집도 내고 싶습니다.” 시한부 판정을 받고 생애 첫 시집을 냈던 윤석훈(55) 시인<서울신문 5월 12일자 21면>이 지난 17일 오전(현지시간) 별세했다. 시집을 더 내고 싶다는 바람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시인은 1997년 2월 도미했다. USC 치과대학 졸업 뒤 LA 실버 레이크에 정착, 치과 클리닉을 운영했다. 2008년 4월 폐선암 3기 진단을 받고 7년간 투병생활을 해왔다. 지난해 말 위험한 고비를 가까스로 넘겼다. 시인은 생전 기자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제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안정기에 접어들었지만 산소통에 의지해 살고 있다”며 “산소통과 함께해야 해 불편한 점은 많지만 일상을 사는 데는 크게 어려움이 없으니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시인은 마지막 힘을 모아 50여년의 삶을 정리한 시집 ‘종소리 저편’(서정시학)을 지난달 20일 출간했다. 시인은 ‘생명보험’에서 노래했듯 ‘새벽마다 꼿꼿이 앉아 생각의 조각에 시 한 편씩 꿰어보는 모습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2003년 현대시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유족으로는 아내와 아들이 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365일 오페라를 만나세요

    365일 오페라를 만나세요

    오페라 상설 공연을 지향하는 ‘오페라비바’(OPERA VIVA·살아 있는 오페라를 뜻하는 이탈리아어)가 지난 2월 출범 이후 두 작품을 들고 나왔다. 오페라 연중 공연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으로 오페라 대중화에 기여할지 관심이 쏠린다. 오페라비바는 지난 1일부터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CTS아트홀에서 베르디의 ‘리골레토’(왼쪽)와 모차르트의 ‘코지 판 투테’(오른쪽)를 번갈아 공연하고 있다. 매주 월~토요일 오전 11시부터 90분간 공연한다. 월·수·금요일은 리골레토를, 화·목·토요일은 코지 판 투테를 무대에 올린다. 7월 31일까지 공연된다. 8월 1일부터는 2차 프로그램으로 ‘카르멘’과 ‘라보엠’이 관객들을 찾아간다. 리골레토는 세계 3대 오페라 작곡가 베르디의 3막 오페라로,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의 희곡 ‘환락의 왕’을 토대로 한 작품이다. 법 위에 군림하는 군주와 귀족들의 행태를 꼬집으며 신분 사회에 대한 비판 의식을 담은 걸작이다. 코지 판 투테는 모차르트가 극작가 로렌초 다 폰테의 대본을 바탕으로 1790년 발표한 오페라 부파(희극적 내용의 가극)다. 모차르트 생존 당시 빈에서 실제 일어났던 일을 오페라로 만든 것으로 당시 빈 부르크 극장에서 초연됐다. 코지 판 투테는 이탈리아어로 ‘여자란 모두 똑같이 행동한다’는 의미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배비장의 숨겨진 욕망 애랑의 치명적인 매력 역동적 몸짓에 담았죠”

    “배비장의 숨겨진 욕망 애랑의 치명적인 매력 역동적 몸짓에 담았죠”

    ●정동극장 무용수 발탁 4년 만에 ‘배비장전’ 안무가로 변신 정동극장 기획공연 ‘배비장전’이 확 달라졌다. 더 역동적이고 더 빨라졌다. 전통창작무용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이규운(37) 정동극장 안무감독의 힘이다. 이 감독은 공공예술단체 최초로 30대에 안무를 총괄하는 사령탑을 맡았다. 19일 서울 중구 정동 정동극장에서 이 감독을 만났다. 그는 “이른 나이에 감독 기회가 찾아온 데다 제 이름을 걸고 하는 공연이기 때문에 어깨도 무겁고 책임감도 막중하다”면서도 인터뷰 내내 당당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달 3일 막을 올린 뒤 연말까지 640회 공연이 계획됐다. ‘배비장전’은 조선시대 풍자문학의 대표작이다. 양반들의 위선을 조소하는 해학이 돋보인다. 정동극장의 두 번째 기획공연으로 지난해 첫선을 보였다. 원전을 굿거리·자진모리·휘모리장단 등 우리의 전통 장단과 음악, 몸짓으로 새롭게 창작했다. 내용이야 익히 알려졌다. 배 비장은 신임 사또와 함께 제주에 도착한다. 신임 사또 환영식에서 다른 사람들과 달리 홀로 깨끗한 척하며 기생들과 어울리지 않는다. 사또는 배 비장을 유혹하는 사람에게 큰 상을 내리겠다고 제안한다. 제주 기생 ‘애랑’이 나서서 배 비장의 위선을 벗겨낸다. “지난해보다 볼거리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움직임도 전체적으로 더 다이내믹하게 하고 해학적으로 꾸몄고요. 지난해 아쉬웠던 부분을 대폭 보완하고 제 색깔이 드러나도록 했습니다.” ●‘말춤’·‘물허벅춤’ 등 제주 정취 춤으로 구현… ‘러브신’ 새로 추가 주 배경인 제주의 특색을 제대로 구현했다. 물동이 소품을 이용한 여자무용수들의 물허벅춤 등 제주의 독특한 정취를 풀어냈다. 여자무용수들이 치마를 이용해 파도를 연출하는 군무, 신임 사또와 배 비장이 제주로 부임해 가는 뱃길 장면에서 배꾼들이 펼치는 역동적인 동작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올해 새롭게 선보인 ‘말춤 장면’은 백미다. 말을 형상화한 특수 의상을 입고 휘모리장단에 맞춰 남성무용수들이 추는 군무다. 돌하르방도 살아 움직이게 하고 동물들도 절로 춤추게 하는 제주 최고의 기생 애랑의 매력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 감독은 이 장면을 위해 제주 조랑말의 특징을 주도면밀하게 연구했다. 큰 움직임에서부터 꼬리털을 흔드는 등 세세한 동작까지 관찰했다. 지난해엔 없었던 배 비장과 애랑의 ‘러브신’도 추가했다. 위선을 떨던 배 비장이 상사병에 걸려 잠이 든 뒤 꾸는 꿈에서 애랑을 안는 장면을 둘의 2인무로 표현했다. ●예술성·재미 등 두루 갖춰… “대사 최소화하고 움직임으로 메시지 전달” 이 감독은 한국무용을 늦게 시작했다. 고3 때 무용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자존심이 세 남들에게 지는 게 싫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1996년 충남대 무용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4년 내내 연습실에서 살았다. “국제통화기금 사태 때 아버지 사업이 힘들어져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어요. 살 집이 없어 연습실에 딸린 탈의실에서 지냈어요. 잠이 안 올 때면 밤새 연습하곤 했습니다. 힘들었지만 그 시절이 지금의 제가 있도록 한 최고의 시절이었습니다.” 졸업 후 국립무용단에 입단했다. 학자의 길을 걷고 싶어 무용단 생활을 중도에 접었다. 후진 양성의 꿈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으면서 국제바뇰레콩쿠르, 부산 젊은춤안무가전, 부산국제무용제 등 여러 무대에 직접 안무한 작품들을 올렸다. APEC 정상회담에서 축하공연도 했다. 안무가로서의 자질을 발휘하는 나날이 이어질수록 2%가 아쉬웠다. 무용수로서의 경험 부족이 마음에 걸렸다. 2010년 오디션을 거쳐 정동극장 무용수로 발탁된 뒤 4년여 만에 다시 안무가의 자리로 돌아왔다. 이미 노련한 안무가이기에 처음 내놓은 작품이건만 자부심이 뚝뚝 묻어난다. “배비장전은 그동안 판소리, 뮤지컬, 창극 등 여러 형태로 공연됐습니다. 정동극장 배비장전은 대사를 최소화하고 무용수들의 움직임으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배비장전 가운데 미학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코리안심포니에 뜬 클래식 샛별

    코리안심포니에 뜬 클래식 샛별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기획시리즈 ‘라이징스타 시즌Ⅳ’가 관객들을 찾아간다. 라이징스타는 2012년 시즌Ⅰ을 시작으로 해마나 실력파 연주자들을 발굴해 코리안심포니와 협연 기회를 주고 음악가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1차 DVD·CD 심사, 2차 실기전형을 통해 2명을 뽑던 기존 방식을 깨고 3명을 선발했다. 트롬보니스트 설용빈, 트럼피터 최민, 바이올리니스트 박규민으로 그동안 협연 무대에서 쉽게 접하지 못했던 트롬본, 트럼펫과 현악기 가운데 가장 다양한 협연 곡목을 갖고 있는 바이올린 연주자를 엄선했다. 이들은 금관악기의 진수를 보여 줄 ‘그랜달 트롬본 협주곡’, ‘아르투니안 트럼펫 협주곡’,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각각 연주한다. 설용빈은 서울대 관악콩쿠르·동아음악콩쿠르, 최민은 오사카 국제음악콩쿠르·서울대 관악콩쿠르, 박규민은 쿠퍼 국제콩쿠르·부산음악콩쿠르 등을 석권했다. 오는 23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전석 1만원. (02)523-6258.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죽도 지킴이’ 유곤씨의 알콩달콩 늦깎이 신혼일기

    ‘죽도 지킴이’ 유곤씨의 알콩달콩 늦깎이 신혼일기

    “죽도 노총각, 장가갑니다.” 2004년 8월 KBS 1TV 인간극장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죽도 총각’ 김유곤(47)씨가 드디어 가정을 꾸렸다. 아버지마저 돌아가시고 섬에서 홀로 지내던 유곤씨가 방송 이후 11년 만에 반려자를 만난 것. 인간극장은 5부작 ‘죽도 총각, 장가가다’를 통해 ‘부자의 섬’에서 ‘부부의 섬’으로 거듭난 죽도에서의 유곤씨 신혼생활을 조명했다. 포항에서 울릉도까지 배로 3시간 반, 울릉도에서 다시 배로 20분 거리에 대나무가 많아 ‘대섬’이라고도 불리는 작은 섬 죽도가 있다. 머나먼 이 섬에 새로 정착한 신부는 도예가 이윤정(41)씨다. 유곤씨는 지난 2월 친구의 처제를 소개받아 만난 지 41일 만에 결혼했다. 외롭던 죽도 총각에게 인생의 봄날이 찾아온 것이다. 울릉도 면적의 350분의1 크기의 죽도. 수직 기암절벽 위에는 잘 정돈된 더덕 밭이 펼쳐져 있고 궁전 같은 집은 후박나무로 둘러싸여 있다. 황금 유채가 흐드러진 들판은 부부의 정원이고, 죽도 바다는 그들만의 수영장이다. 이만한 낙원도 없다. 하지만 도시 여자 윤정씨에게 섬 생활이 쉽지만은 않다. 더덕 농장을 함께 가꾸는 할아버지와 유곤씨의 삼시세끼, 그리고 새참까지 하루 다섯 번 밥을 차리려니 정신이 없다. 죽도 생활 한 달 만에 미역·두릅·명이나물까지 죽도에서 나는 모든 재료들로 밑반찬도 만들었다. 일하다 아름다운 해무를 아내에게 보여 주기 위해 달려가는 남편, 밤이면 흙에서 일하느라 갈라진 남편 발을 마사지해 주는 아내. 그렇게 서로만 바라보고 맞춰 가며 두 사람은 진짜 부부가 돼 가고 있다. 18~22일 오전 7시 50분 방영.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내 글 쓰러 왔수다, 문 좀 열어주시라요

    내 글 쓰러 왔수다, 문 좀 열어주시라요

    올 3월 기준 남한 내 탈북자 수는 2만 7810명이다. 3만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1995년 북한의 대기근을 전후해 대량 탈북이 시작된 지 20년 만이다. 탈북자들이 늘면서 북한 실상을 구체적으로 다룬 책들도 쏟아져 나왔다. 국내 문단은 그동안 탈북자들의 작품을 문학으로 보기 어렵다며 도외시해 왔다. 최근 들어 문단, 학계 안팎에서 이런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북한에서 문인으로 활동하던 작가들의 작품이 발표되면서다. 한국 문학사 내에 ‘탈북문학’이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할지 주목된다. ●작가 탈북 늘어… 작품에 개성 담기 시작 탈북자들의 초기 글들은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고발 수기’가 주를 이뤘다. 강철환의 ‘수용소의 노래’ ‘아! 요덕’, 주성하의 ‘서울에서 쓰는 평양 이야기’ 등 여러 탈북자들이 저마다의 경험을 토대로 북한 실상을 폭로했다. 이후 체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 형식의 글이 조금씩 나왔지만 대부분 정치소설이었다. 최근 이런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도명학, 김유경, 장진성, 백이무 등 북한에서 작가로 활동한 탈북 문인들이 문학적 깊이가 있는 작품들을 내놓고 있다. 체험을 토대로 하면서도 작가의 개성이 부각되거나 사회적 담론을 이끌어내는 작품들이다. 북한 주민들의 실상을 생생히 전한 장진성의 ‘내 딸을 백원에 팝니다’는 영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북한엔 조선작가동맹 맹원과 후보맹원이 있다. 맹원은 전업 작가이고 후보맹원은 부업을 하면서 글을 쓰는 작가다. 작가들은 1~4급의 등급으로 나뉘어 있다. 탈북 문인들은 “북한 작가들은 꼭두각시일 뿐”이라며 “당의 사상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인 뒤 당을 더 잘 받드는 내용으로 창작하는 게 핵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연줄 없는 설움… 파고들 틈이 없다 표현의 자유를 찾아 남한에 왔지만 한국에서 문인으로 뿌리내리기는 쉽지 않다. 한국 문단의 높은 벽과 냉대에 부딪혀야 한다. 출신 대학, 지도받은 교수, 어느 작가의 제자 등으로 형성된 ‘문벌’을 파고들 틈이 없다. 한 문인은 “언어, 문화, 정서 차이는 학습을 통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며 “한국 문인들이 인식을 바꿔 탈북 문인들을 손잡아 주고 이끌어 주지 않으면 작가로 활동하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생계 문제도 걸림돌이다. 탈북 작가들 가운데 전업 작가는 단 한 명도 없다. 강연이나 원고 기고 등으로 월 100만원 정도의 수입이 보장되는 작가들만이 근근이 창작 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탈북 문인 소외 현상, 詩 분야는 더 심각 소설가보다 시인이 더 힘들다. 북한 소설은 리얼리즘이 주류다. 체제 찬양, 우상화에 치우치는 결함은 있지만 글을 풀어 나가는 방식에선 큰 차이가 없다. 반면 시는 북한과 차이가 크다. 한 시인은 “한국에서 문학상을 받은 시들을 보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들뿐”이라며 “암호문 같거나 난해한 시에 상을 주며 그들만의 벽을 만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탈북 작가들의 작품을 연구해 온 박덕규 단국대 문예창작과 교수는 “국내 문단에서 탈북 문인들의 작품을 소외시켜 온 측면이 있다”며 “이제는 탈북 작가들의 작품을 한국 문학사적 시각에서 접근해 제대로 분류해서 봐야 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탈북 작품, 北 주민 생각 읽을 수 있는 창구” 탈북 작가들의 작품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자신들이 직접 겪은 경험을 토대로 글을 쓰기 때문이다. 장마당으로 대변되는 자본주의 유입에 따른 생활상 변화, 인권 상황 등은 사실성 측면에서 남한 작가들보다 뛰어날 수밖에 없다. 탈북 문인 도명학은 “북한의 현실은 탈북자들의 회상록이나 증언, 전문가들의 연구 자료 등을 통해 알 수 있지만 북한 사람들의 정서나 심리는 알 수 없다”며 “문학을 통해서만 북한 사람들의 생각과 심리, 무엇을 좋아하고 미워하는지 등을 제대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명 국제펜망명북한작가센터 부회장은 “탈북 작가들은 통일문학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남북 동질성 회복에 기여하고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문화 통일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北에서 작가란 김일성 일가의 나팔수…쓸 내용 딱 정해져 있죠”

    “北에서 작가란 김일성 일가의 나팔수…쓸 내용 딱 정해져 있죠”

    “북한에선 자기가 원하는 글을 쓰지 못해요. 당에서 정해 주는 글만 쓸 수 있고, 그것도 당 정책이나 김일성 일가 우상화로 종결돼야만 해요. 제 글을 쓰고 싶었어요.” 탈북 작가 김정애(47)씨의 바람이었다. 한국에 온 이후 꿈을 현실화했다. 북한 실상을 다루는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한국 문학지를 통해 정식으로 등단한 ‘탈북 작가 1호’가 됐다. 2003년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중국으로 탈북해 2년 뒤 한국에 왔다. 북한에선 ‘작가동맹소조’에서 5년간 글쓰기 교육을 받았다. 작가동맹소조는 김일성 일가 우상화에 동원될 작가를 양성하는 곳이다. 김씨는 “남북 문학의 가장 큰 차이는 표현의 자유”라고 했다. “작가동맹소조에선 김일성 일가의 나팔수 노릇을 했습니다. 주민들은 굶어 죽는데도 ‘붉은 기를 끝까지 지켜야 한다’ ‘장군님 따라서 승리할 때까지 고난의 행군을 해야 한다’는 식의 글을 썼습니다. 쓸 게 딱 정해져 있는 거죠.” 작가동맹소조에서 활동하던 어느 날, 딸이 쌀밥을 한번만이라도 배불리 먹고 싶다고 했다. 돌이켜 보니 16년간 딸을 키우면서 단 한 번도 쌀밥을 배불리 먹인 적이 없었다. 당의 정치적 도구로 전락할 게 아니라 엄마 역할을 먼저 해야겠다는 자각이 들었다. 아이를 살려야겠다는 일념으로 탈북했다. 그 경험을 토대로 쓴 게 단편소설 ‘밥’이다. 이 작품으로 지난해 11월 한국소설가협회의 제41회 한국소설 신인상을 받으며 탈북 작가 가운데 최초로 한국 문단에 발을 들여놨다. 그는 “탈북하면서 북한 실상을 다루는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밥을 넘어서는 정치적 이념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한국에 온 뒤 자유북한방송국에서 기자로 일하며 틈틈이 책을 읽고 습작했다.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북한의 사회주의와 인권 실상을 다룬 소설을 여러 편 썼다. 요즘은 북한 여성들의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 “남한에 와 보니 남북 여성이 처한 현실이 극과 극이었어요. 북한 여성들은 사회나 가정에서 일은 일대로 하면서도 그 위치가 없어요. 반면 남한 여성들은 사회적으로도 가정적으로도 그 위치를 인정받고 정계에도 진출하고 있더군요. 여성 인권이 잘 보장돼 있습니다.” 내년에 단편소설 10편을 묶어 첫 소설집을 내려 한다. “탈북자들이 한국에서 작가로 활동하는 건 무척 어렵습니다. 생계 문제 등 현실적인 장벽이 많아요.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탈북 작가들이 나올 수 있도록 문학적 소양을 쌓을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됐으면 합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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