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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못다 춘 승무… 천상에서 나빌레라

    못다 춘 승무… 천상에서 나빌레라

    “다시 태어나도 남자로 태어나 춤추는 인생을 살겠노라.” ‘하늘이 내린 춤꾼’ 우봉(宇峰) 이매방(李梅芳) 명인이 7일 소천(召天)했다. 88세. 제자들은 “지병도 없으셨고 오는 12월 공연도 준비하고 계셨는데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지셨다”며 “입원 하루 만에 돌아가셔서 저희들도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이 명인은 80년 전통춤 외길을 걸어온 한국무용계의 거목이다. 생존 예술가 중 유일하게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1987년)와 제97호 살풀이춤(1990년) 등 두 분야의 예능보유자였다. 호남춤을 통합해 무대양식화한 ‘호남춤의 명인’으로도 불린다. 1925년 3월 7일(호적상 1927년 5월 5일) 전남 목포에서 태어났다. 일곱 살 때 목포 권번(기생들의 조합)의 권번장 함국향씨 권유로 권번학교에 들어가 춤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대조·박영구·이창조 선생에게서 승무와 승무북, 검무 등 춤의 기본기를 익히고 5년간 중국에 머물며 전설적인 경극 배우 매란방(梅蘭芳)에게 칼춤과 등불춤을 배웠다. 그의 본명은 규태다. 매란방에게 춤을 배운 이후 그의 성인 ‘매’자와 이름 ‘방’자를 따서 지은 예명을 본명처럼 사용하다 1986년 개명했다. 열다섯 살 때 함국향씨 소개로 판소리 명창 임방울 공연에서 승무를 추면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의 승무는 전라도 지역을 중심으로 한 ‘호남형 승무’로 고고하고 단아한 정중동의 춤사위로 인간의 희열과 인욕(忍辱)의 세계를 그려 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옥관문화훈장, 프랑스 예술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생전 500여명의 제자를 길러 냈다. 백경우 서울이매방춤전수관 조교는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으셨고 무대의상이나 소품도 일일이 손수 만드셨다. 모든 면에서 늘 완벽을 추구하셨다”고 회상했다. 백현순 한국춤협회 이사장도 “손끝에서 발끝까지 춤추지 않으면 춤이 아니라고 하실 정도로 완벽한 춤을 구현하셨다”며 “선생님의 춤에는 한국인의 정신이 깃들어 있어 더 빛을 발했다”고 회고했다. 양종승 동국대 불교문화대학원 객원교수는 “한국무용계 지도자 70~80%가 선생님 제자다. 전통춤의 뿌리, 원형을 선생님께 배웠다. 제자들이 그 뿌리를 잘 되살려 이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명자 여사, 딸 이현주씨와 사위 이석열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10일 오전 7시 30분이다. 장지는 경기 광주시 오포읍 문형리 가족공원묘지.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한 장씩 넘길수록 한 뼘씩 자라난다

    한 장씩 넘길수록 한 뼘씩 자라난다

    독서를 통한 성장 에세이 두 편이 나란히 나왔다. 소설가 김형경의 ‘소중한 경험’(위·사람풍경)과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이자 일본 문학계의 거장 오에 겐자부로의 ‘읽는 인간’(아래·위즈덤하우스)이다. 전자는 독서를 통해 타인이 성숙해 가는 과정을, 후자는 독서를 통해 작가 자신의 인생을 만들고 새로운 길을 내며 살아온 발자취를 담았다. ‘소중한 경험’은 작가의 여섯 번째 심리 에세이다. 첫 심리 에세이 ‘사람 풍경’ 출간 이후 10년간 ‘독서모임’을 통해 독자들과 나눈 대화와 소통의 경험을 토대로 썼다. 작가는 독서모임에서 후배 여성들에게 자기 마음을 비춰 볼 수 있는 책을 소개해 주고, 시간을 내어 함께 이야기하고, 그들이 보지 못하는 마음을 읽어 주면서 통찰과 지혜를 주고받았다. 그 특별한 시간 속에서 후배 여성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전체 5장으로 구성됐다. 첫 장은 독서모임의 기본 성격, 책 읽고 대화하는 법 등 독서모임을 만들고자 하는 이들이 참고할 만한 내용을 다뤘다. 2~4장은 후배 여성들에게 받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수록했다. “생의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나요” “내면 아이는 몇 살인가요” 등 변화와 성장을 꾀할 때 품게 되는 질문들에 대한 탐구가 들어 있다. 마지막 장은 독서모임에서 읽은 도서 목록을 실었다. 작가는 “이 책은 독서 모임에서 구성원들과 나눈 이야기이며, 주고받은 질문과 답변이며, 그들로부터 촉발된 영감과 통찰 모음”이라고 소개했다. ‘읽는 인간’(위즈덤하우스)은 오에 겐자부로가 읽은 ‘내 인생의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고전부터 현대문학까지 그가 접한 수많은 책들을 보여 주면서 독서로 만들어 간 작가 인생 50년을 담담하게 펼쳐 보인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의 “그래 좋다, 나는 지옥으로 가겠다”는 한 구절을 삶의 지표로 삼았던 소년 시절 이야기, 엘리엇과 오든, 포의 시집을 읽으며 언어에 대한 감각을 훈련했던 기억, ‘신곡’과 ‘오디세이아’ 같은 고전과 수많은 문학작품을 읽으며 생의 고뇌를 승화시켰던 여정들이 담겨 있다. 작가는 자신의 감성과 생각을 만들어 준 책들이야말로 진정한 스승이라고 말한다. 출판사는 “작가가 읽은 책들이 그의 삶을 어떻게 결정지어 왔고 그의 소설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자세히 그려져 있으며 ‘인간은 왜 읽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도 담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왔구나, 별별 흥

    왔구나, 별별 흥

    여름밤 무더위를 날려줄 전통 연희의 향연이 펼쳐진다. 우면산의 청량한 산바람을 쐬며 즐기는 국립국악원의 특별 야외 공연 ‘별별연희’다. ‘별별연희’는 공연 형태로 접하기 어려운 전통 연희를 관객들에게 좀더 쉽고 재미있게 전하기 위해 2013년부터 시작된 공연이다. 해마다 전국 각지를 대표하는 수준 높은 연희 단체들이 참가해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였다. 지난해까지 누적 관객 2만 3000명을 넘어서며 국립국악원의 대표적인 여름 연희 축제로 자리잡았다. 올해는 7회 공연에 13개 단체가 출연한다. 매주 다른 내용의 1, 2부로 꾸며진다. 1부는 중요무형문화재를 중심으로 하는 전통 연희, 2부는 젊고 참신한 감각의 창작 연희가 무대에 오른다. 1부는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연희부 북청사자놀음 보존회의 ‘북청사자놀음’을 필두로 ‘동해안별신굿’, ‘고성오광대놀이’, ‘좌수영어방놀이’, ‘수영야류놀이’, ‘송파산대놀이’ 등 전통 예술적 가치가 높은 중요무형문화재 공연이 이어진다. 2부 창작 연희는 새롭고 신선한 무대로 꾸며진다. 여성으로만 구성된 국내 유일 여성연희단 ‘노리꽃’의 연희극 ‘전국 별별 자랑’을 비롯해 우리 장단을 재해석한 타악 퍼포먼스 단체 ‘유희’의 ‘신호유희’, 전통연희단 ‘난장&판’의 사물놀이, 연희집단 ‘THE광대’의 ‘도는 놈, 뛰는 놈, 나는 놈’, ‘놀이꾼들 도담도담’의 해설이 있는 연희 콘서트 등 신명나는 공연이 관객들을 찾아간다. 국립국악원은 “대한민국 대표 연희 단체들의 하이라이트만 모았다”며 “여름밤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색다르고 감각적인 축제형 공연”이라고 소개했다. 오는 8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8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우면산 자락에 있는 국립국악원 야외공연장 연희마당. 전석 5000원. (02)580-3300.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문장의 숲으로 발밤발밤 어느새 한글과 네롱내롱

    문장의 숲으로 발밤발밤 어느새 한글과 네롱내롱

    ‘어디선가 무덥고 게으른 매미 울음소리가 들렸다.’ ‘한여름 오후의 햇빛은 날이 잔뜩 서 있었다. 아스팔트조차 찐득찐득 녹아들고 있는 도심지로 나를 태운 버스가 거침없이 굴러들어 갔다.’ 소설의 힘은 문장에서 나온다. 밤잠을 설치게 하는 벅차오르는 감동도, 눈시울을 붉히게 하는 아픔도 문장에서 비롯된다.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소설 속 문장이 소설 밖으로 나왔다. 한 문장 한 문장 모여 숲을 이뤘다. ‘문장의 숲’은 우리글 고유의 맛과 향기로 가득하다. 소설 속 문장을 통해 우리글의 가치를 되새기는 국립한글박물관의 특별전 ‘쓰고, 고쳐 쓰고, 다시 쓰다-소설 속 한글’이다. ●집필과정의 고뇌와 영감 속 한글 가치 찾아 전시장은 소설가들이 글을 쓰고 고쳐 쓰고 다시 쓰는 과정에 따라 구성됐다. 소설가가 글을 쓰면서 고뇌하고 영감을 얻고 집필하는 공간, 어느 정도 완성된 소설을 고쳐 쓰는 교정 공간, 완성된 소설이지만 좀더 맛깔나는 우리글로 바꾸기 위해 다시 쓰는 공간 등이다. 집필 공간에선 소설가 김중혁·김애란이 한 문장을 완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수정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 준다. 교정 공간엔 소설 속 단어들을 낱말카드로 만들어 전시해 놨다. ‘앵하다’(기회를 놓치거나 손해를 봐서 분하고 아깝다, 염상섭 ‘전화’), ‘발밤발밤’(가는 곳을 정하지 않고 발길이 가는 대로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걷는 모양, 이기영 ‘쥐불’), ‘막덕’(마르크스주의나 그것을 믿는 자를 낮춰 부르는 말, 채만식 ‘치숙’), ‘우엉을 까다’(시치미를 떼고 모른 체하다, 이기영 ‘쥐불’) ‘네롱내롱하다’(서로 너나 하면서 터놓고 지내다, 채만식 ‘태평천하’)…. 카드마다 감칠맛 나는 우리말의 단어와 그 의미 및 출처, 예문을 적어 놨다. 전시장 벽면 곳곳이 소설 속 문장들로 빼곡하게 채워진 게 인상적이다. 근현대 소설들 속에서 우리글의 아름다움과 특성을 고스란히 보여 주는 문장들을 뽑았다. 사랑과 여름 등을 묘사한 문장, 소설의 첫 문장들, 원전 한 권을 두고 다양하게 번역된 문장 등 수많은 문장들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창작열 오롯이 담긴 원고·연필 선보여 작가들의 집필도구, 육필원고, 교정지, 소설을 쓰기 위해 참고하는 책 등 다양한 물품도 마련돼 있다. 김훈이 ‘칼의 노래’를 쓰기 위해 공부했던 자료들과 몽당연필, 최명희와 황순원의 만년필, 조정래가 ‘아리랑’을 쓰면서 사용했던 세라믹 펜과 펜 심 580여개 등 한 편의 소설을 쓰기까지 혼을 불사르는 작가들의 창작열을 느낄 수 있다. 한글의 특징과 의미를 주제로 소설가, 번역가, 교열가 등을 인터뷰한 내용도 볼 수 있도록 꾸몄다. 윤후명은 “지금은 이미지가 메시지를 선행하는 세상”이라며 “이야기가 중심이던 소설이 문장 중심의 소설로 바뀌면서 올바른 우리글 사용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김훈은 “한글은 우리의 피돌기와 같은 것”이라며 “한국인이 무엇에 관해 생각한다는 것은 머릿속에 한글이 돌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설책 500여권… 음악·영화 등 놀거리도 소설가들에게 감동을 준 500여권의 소설을 구비해 읽을 수 있도록 했다. 한글의 다양한 면모를 실험하는 ‘잠재문학실험실’의 소설 쓰기 체험, 소설 속 음악과 영화 등 다양한 즐길거리도 마련됐다. 문영호 한글박물관장은 “소설가들의 끊임없는 고뇌 속에서 탄생하는 문장들은 한글의 가치와 진면목을 보여 준다”며 “완벽한 문장을 만들어 내기 위한 소설가들의 노력을 이해하고 그들이 만들어 내고 지켜 낸 우리글의 가치를 이해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다음달 6일까지 열린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원시 자연 캄차카 반도에 찾아온 야생의 여름

    원시 자연 캄차카 반도에 찾아온 야생의 여름

    EBS 1TV ‘세계테마기행’이 사람들 발길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원시 자연의 땅 ‘캄차카반도’를 네 차례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캄차카반도는 러시아 극동에 있다. 주도(州都)는 페트로파블롭스크 캄차츠키이고, 면적은 37만㎢다. 험준한 산악 지형으로 이뤄진 반도는 활동 중인 화산들이 압도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아바친스키, 크라셰닌니코프, 크로노츠키, 우존을 비롯한 수많은 화산들이 대칭형의 봉우리를 자랑하며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다. 화산 지역에는 아직도 활동 중인 칼데라와 하천과 유황온천이 포진해 있다. 웅장한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박한 삶도 있다. 남쪽에 위치한 쿠릴 호수의 연어와 불곰의 생존 본능부터 순록 유목민의 삶을 통해 엿보는 생활의 지혜까지, 캄차카반도의 원시 자연의 모습을 속속들이 담았다. 3일 첫 전파를 타는 ‘원시 자연의 땅, 캄차카 반도-제1부 캄차카의 여름, 불곰의 연어 사냥’ 편에서는 캄차카반도에 찾아온 야생의 여름을 세세하게 짚는다. 캄차카반도의 여름은 신비롭다. 연어는 알에서 깨어나 바다로 갔다가 산란기가 되면 자신이 태어난 고향을 찾아 강을 거슬러 오른다. 캄차카반도의 쿠릴 호수는 홍연어 떼들로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태평양의 연어들이 산란을 위해 쿠릴 호수로 모이기 시작하고, 산란을 위해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를 잡아먹기 위해 불곰들도 쿠릴 호수로 모여든다. 캄차카반도의 활기찬 여름과 대자연의 신비, 그리고 홍연어 떼로 붉어진 쿠릴호수와 연어 사냥에 나선 불곰들까지 야생의 신비를 제대로 접할 수 있다. 3~6일 밤 8시 50분 방영.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을사늑약 치욕 넘어 새로운 미래를 향해

    을사늑약 치욕 넘어 새로운 미래를 향해

    덕수궁 중명전(重明殿)이 을사늑약이 체결된 치욕의 공간이 아니라 대한제국의 자주성을 지키고 근대국가로 도약하고자 했던 상징적인 공간으로 되살아난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문화재청과 광복70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8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중명전에서 공동 개최하는 특별전 ‘중명전, 고난을 넘어 미래로’를 통해서다. ●헤이그특사 파견 결정한 역사의 현장 중명전은 1897년 황실 도서관으로 건립됐다. 당시 명칭은 ‘수옥헌’(漱玉軒)이었다. 1901년 화재로 전소된 후 지금과 같은 2층 벽돌 건물로 재건됐다. 1904년 경운궁(현 덕수궁)에서 대화재가 발생해 고종이 이곳을 편전으로 사용하면서 중명전으로 불리게 됐다. 중명전은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된 비운의 장소이자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1907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의에 특사 파견을 결정했던 곳이기도 하다. ●대한제국 근대국가 도약 꿈꿨던 공간 이번 전시는 단순한 유물 진열 방식에서 벗어나 첨단 장비를 활용해 관람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 게 특징이다. 전시는 4개 부문으로 꾸며진다. ‘도입부’에선 일제 강압에 의한 을사늑약 체결 현장을 영상과 음성으로 연출해 보여준다. ‘고종황제의 고뇌, 그리고 헤이그’에선 일제 침탈에 맞서 자주 의지를 보여 주고자 했던 대한제국 선포 모습 등을 삽화와 그래픽으로 소개한다. 이어 ‘독립을 위한 우리 민족의 노력’에선 관객 움직임에 반응해 가상현실을 연출하는 ‘키네틱 영상 시스템’을 활용해 관람객이 3·1 만세 운동 현장에 함께 참여하는 듯한 장면을 선보이고 독립운동 관련 유물 등도 영상으로 소개한다. ‘종결부’에선 광복 이후 모습과 남북 분단의 시련 등을 ‘렌티큘러 기법’(화면을 보는 각도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이 보이게 하는 방법)으로 보여준다. ●첨단장비 활용 3·1운동 현장에 온 듯 문화재청은 “항일독립 운동과 관련된 등록문화재와 유품 등을 활용한 참여형·체험형 전시 프로그램을 통해 자주독립을 위한 선인들의 헌신과 노고를 되돌아보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펼쳐 나가기 위해 그 뜻과 정신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를 숙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스타뷰] 국악 대중화 이끄는 박애리, 아리랑에 빠졌다…판소리는 내 운명

    [스타뷰] 국악 대중화 이끄는 박애리, 아리랑에 빠졌다…판소리는 내 운명

    “아리랑을 들으면 ‘울컥’하지 않나요. 우리 조상이 물려준 핏속에 아리랑의 유전자가 들어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의 부모님, 그 부모님들의 부모님들은 힘들 때나 기쁠 때나 서러울 때나 아리랑을 흥얼거리셨고 그 흥얼거림이 대물림된 거죠.” 국악인 박애리(38)가 우리 민족의 노래 ‘아리랑’을 들고 관객들을 찾아온다. 오는 15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는 ‘아리랑 칸타빌레’ 공연에서다. ‘아리랑 칸타빌레’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아리랑을 주제로 국내 최고의 소리꾼들과 국립국악관현악단이 특별히 마련한 음악회다. 소리꾼 장사익과 이희문도 열창한다. 장사익은 ‘아리랑(그리운 강남)’ ‘봄날은 간다’ ‘찔레꽃’ 등을, 이희문은 ‘긴 아리랑, 구 아리랑’ ‘광대의 노래-창부’ ‘신고산타령-궁초댕기’ 등을 부른다. ●“전국 팔도 아리랑 찾아 떠나는 무대 만들어요” 박애리는 정선에서 진도까지 경기에서 밀양까지 팔도 아리랑을 찾아 떠나는 무대를 만든다. ‘날 좀 봐 달라’는 경쾌한 리듬의 밀양아리랑으로 시작해 신명 나는 진도아리랑으로 마무리한다. “아리랑은 오래전부터 각 지방에서 그 지역 특색에 맞게 자연스럽게 생겨났어요. 시집살이 설움, 가난의 설움, 온갖 설움을 노래로 풀고 위안을 얻었어요. 한의 정서를 흥으로 승화시킨 거죠. 서럽고 애끓는 심정을 애써 담담하게 표현한 정선아리랑, 누구나 엉덩이를 들썩이게 하는 밀양아리랑 등 팔도 아리랑의 특색을 제대로 살려 들려드리려고 해요. 고향이 전남 목포라 진도아리랑을 많이 듣고 자랐는데 제 마음을 울리는 아리랑은 경기 지방에서 불리는 본조아리랑이에요.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영화 ‘아리랑’에 나왔던 그 아리랑이에요. 본조아리랑을 듣고 있으면 꾸밈없는 소리가 자아내는 정서에 저도 모르게 울컥해요.” 박애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리랑의 새로운 버전 작업도 했다. 전통 아리랑에 랩도 넣고 대금이나 해금 등 국악기로 춤을 출 수 있도록 편곡도 했다. 스티비 원더의 ‘마스터 블래스터’(Master Blaster)를 모티브로 레게 아리랑도 만들었다.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즐겨 듣는 보편적인 음악에 우리의 전통을 가미해 보고 싶었는데 스티비 원더 노래에 아리랑이 기막히게 얹혀요.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접목한다면 우리 소리를 더욱 확장시켜 나갈 수 있을 거예요.” 그는 아홉 살 때 판소리를 처음 접했다. 어머니 손을 잡고 찾아간 목포시립국악원에서다. 선생님 앞에서 7명의 언니들이 판소리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선생님께서 왜 우는지 물으셨을 때 잘하고 싶은 마음이 속을 꽉 채워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했어요. 선생님께서 가르쳐 준 소절을 따라해 보라고 하셔서 했더니 ‘얘는 판소리를 해야 된다’고 하셨어요. 그 이후 지금까지 우리 소리를 하고 있어요. 국악원을 찾았을 땐 노래 부르는 건 좋아했지만 국악엔 별 관심이 없었어요. 그저 어머니가 학원에 보내주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따라갔는데 운명적인 만남이란 게 있는가 봐요.” 박애리는 KBS 2TV ‘불후의 명곡’에서 남편 팝핀현준과 함께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이며 ‘국악계 스타’로 떠올랐다. 박애리는 “후배들은 방송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제가 탄탄대로를 걸어왔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에게도 넘어야 할 큰 시련들이 있었다. 박애리는 어렸을 때부터 ‘타고났다’는 칭찬을 듣고 자랐다. 하지만 목소리는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법. 대학교 3학년 때 목이 잠겨 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 맑고 높은 소리가 특징이었는데 걸걸한 소리만 나왔다. 주변 사람들은 박애리가 다시는 판소리를 하지 못할 거라고 했다. 그는 “판소리를 너무나도 하고 싶었다”며 “맑고 높은 소리가 안 되면 구성진 소리로 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 더 노력했다”고 했다. 그 결과 1999년 꿈에 그리던 국립창극단 단원이 됐고, ‘배비장전’ ‘우루왕’ 등 여러 작품에서 주역을 맡았다. “소리가 안 나와 힘들어할 때 저를 대학 4년간 지켜보셨던 박송희 명창께서 목소리가 안 좋을 땐 쉬어도 된다고 하셨어요. 바보같이 쉬면 소리가 끊기는 줄 알고 무조건 연습만 했지 목이 아물 수 있는 시간을 갖지 않았어요. 어렸을 때부터 판소리를 잘하려면 그저 열심히 연습해야만 하는 줄 알았는데 힘든 시기에 잠시 멈춰서 돌아보니 제 몸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어린 시절 어머니가 ‘너는 몸이 악기’라고 했는데 그땐 그 뜻을 몰랐어요. 멈춰서 잠시 쉴 때 저를 아끼는 법을 배웠어요. 사람들이 요즘은 구성지고 어딘가 그늘이 있는 제 소리가 특별하다고 말씀하세요.” 또 한 번의 고비는 2003년 12월에 찾아왔다. 국악의 길로 이끈, 든든한 후원자였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운명이라고 믿었던 판소리마저 멀게 느껴졌다. ‘판소리를 잘해 누구한테 보여주지’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6개월간 의욕을 상실한 채 무기력하게 살았다. 주변에서 재기하라고 힘을 줬다. “바쁘게 지내라. 그렇지 않으면 어머니가 얼마나 걱정하시겠니. 어머니께서 생전 네가 무대에서 소리하는 걸 얼마나 좋아하셨는데…. 어머니가 마음 아파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신다”고 했다. 다시 일어섰다. 아픔을 잊기 위해 ‘일중독자’가 됐다. 그를 찾는 곳이면 어디든 갔다. “어머니는 선견지명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제가 판소리를 업으로 삼고 싶어 하는 걸 어떻게 아셨을까요. 판소리를 배우게 해주시고 밀어주셔서 어머니께 정말 감사해요.” ●결혼은 삶의 전환점…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엄마 되고 싶어요” 결혼은 삶의 전환점이 됐다. 선배들은 “너는 결혼하지 말고 무대에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만인의 연인으로 살아라. 남편 챙기랴 아이 챙기랴 시댁 챙기랴, 결혼과 일을 병행하는 건 쉽지 않다”고 겁을 줬다. 하지만 결혼은 오히려 더 큰 힘이 됐다.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주는 힘은 대단했다. “남편은 많은 깨우침을 줘요. 예술은 연습하고 또 연습해서 깊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살았어요. 남편은 ‘깊어지는 만큼 넓어져야 한다. 젊은 세대들이 좋아하는 트렌드를 모르는 상태에서 어떻게 젊은이들이 판소리를 좋아하게 할 수 있느냐. 확장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라. 판소리는 그거 하면 안 돼 하는 편견을 버려라’고 조언했어요. 남편은 고정관념을 과감히 부수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줘요. 시어머니는 가정을 돌보며 집이 주는 편안함을 느끼게 해 주시고, 아이는 제가 자랑스러운 엄마가 될 수 있도록 해 줘요.” 다섯 살 딸 ‘예술’이가 우리 소리의 길을 걷고자 한다면 자신의 어머니처럼 그도 딸의 든든한 후원자가 돼 주겠다고 했다. “요즘 쑥대머리, 강강술래 등을 가르쳐 주고 따라 해 보라고 하면 잘 따라 해요. 아이의 소리를 듣고 있으면 얘도 판소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국악인의 길이 편하진 않죠. 시시때때로 벽과 마주하게 되고 그 벽을 넘을 수 있을까 하는 암담함이 찾아오기도 해요. 아이가 힘들어할 땐 제가 걸어온 길이니까 힘이 돼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이주일의 어린이 책] 아이들 생일을 훔치는 괴물 ‘빅토르’

    [이주일의 어린이 책] 아이들 생일을 훔치는 괴물 ‘빅토르’

    생일 도둑/로랑 수이에·올리비에 수이에 지음/프레데릭 필로 그림/이성엽 옮김/지양어린이/32쪽/1만원 어둡고 커다란 동굴 속에 괴물 ‘빅토르’가 살고 있었다. 빅토르는 다른 괴물과 달랐다. 심술궂지도 않았고 밖에 나갈 땐 온몸에 향수를 뿌려 장미 냄새가 났다. 빅토르에겐 아이들 생일을 훔치는 별난 재주가 있었다. 왜 그런지 알 수 없지만 빅토르는 아이들 생일 훔치기를 좋아했다. 깊은 밤 아이가 잠든 방에 들어가 밀짚 대롱으로 생일을 쏙 빨아들였다. 그날 밤 이후 아이의 생일은 사라져 버렸다. 가족도, 친구도 심지어 아이 자신도 생일을 잊어 버렸다. 더 큰 일은 생일을 도둑맞은 아이들은 더이상 나이를 먹지 않았다. 비행기 조종사, 선생님, 의사, 소방관, 가수 등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꿈도 이룰 수 없었다. 아이들은 계속 학교만 다녀야 했다. 별이 총총 빛나던 어느 날 밤 빅토르는 여덟 살배기 꼬마의 방에 살며시 들어갔다. 꼬마 이름은 ‘바스티앙’이었다. 빅토르가 생일을 막 훔치려고 할 때 바스티앙이 잠에서 깨어났다. 바스티앙은 큰 소리로 물었다. “괴물아, 내 방에서 뭘 하고 있지?” 당황한 빅토르는 우물쭈물 말했다. “어… 그게… 네 생일을… 훔치러 왔다.” 바스티앙은 꾸짖듯 말했다. “그것은 나쁜 짓이야. 난 친구들과 생일 파티를 하고 싶어! 그런데 왜 내 생일을 훔치려고 하지?” 빅토르는 바스티앙의 침대에 걸터앉아 생각했지만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바스티앙이 빅토르에게 속삭였다. “너도 가족들과 생일 파티를 하잖아. 그런데 난 왜 안 돼?” 빅토르는 문득 생일 축하를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빅토르의 엄마, 아빠는 남을 괴롭히기만 하는 나쁜 괴물이었기 때문이다. 빅토르는 눈물을 펑펑 쏟기 시작했다. 괴물 빅토르와 꼬마 바스티앙의 우정을 감동적으로 그렸다. ‘아이들의 생일을 먹는 괴물’이라는 발상이 신선하고 그를 토대로 한 상상의 세계도 흥미롭다. 아무도 생일을 챙겨 주지 않아 외롭고 슬펐던 아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준다. 작가들은 쌍둥이 형제로 2005년부터 ‘요정 세상’ ‘용들의 세계’ 등 여러 그림책을 냈다. 4~7세.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스타뷰] 국악 대중화 이끄는 박애리

    [스타뷰] 국악 대중화 이끄는 박애리

    “아리랑을 들으면 ‘울컥’하지 않나요. 우리 조상이 물려준 핏속에 아리랑의 유전자가 들어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의 부모님, 그 부모님들의 부모님들은 힘들 때나 기쁠 때나 서러울 때나 아리랑을 흥얼거리셨고 그 흥얼거림이 대물림된 거죠.” 국악인 박애리(38)가 우리 민족의 노래 ‘아리랑’을 들고 관객들을 찾아온다. 오는 15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는 ‘아리랑 칸타빌레’ 공연에서다. ‘아리랑 칸타빌레’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아리랑을 주제로 국내 최고의 소리꾼들과 국립국악관현악단이 특별히 마련한 음악회다. 소리꾼 장사익과 이희문도 열창한다. 장사익은 ‘아리랑(그리운 강남)’ ‘봄날은 간다’ ‘찔레꽃’ 등을, 이희문은 ‘긴 아리랑, 구 아리랑’ ‘광대의 노래-창부’ ‘신고산타령-궁초댕기’ 등을 부른다. ●“전국 팔도 아리랑 찾아 떠나는 무대 만들어요” 박애리는 정선에서 진도까지 경기에서 밀양까지 팔도 아리랑을 찾아 떠나는 무대를 만든다. ‘날 좀 봐 달라’는 경쾌한 리듬의 밀양아리랑으로 시작해 신명 나는 진도아리랑으로 마무리한다. “아리랑은 오래전부터 각 지방에서 그 지역 특색에 맞게 자연스럽게 생겨났어요. 시집살이 설움, 가난의 설움, 온갖 설움을 노래로 풀고 위안을 얻었어요. 한의 정서를 흥으로 승화시킨 거죠. 서럽고 애끓는 심정을 애써 담담하게 표현한 정선아리랑, 누구나 엉덩이를 들썩이게 하는 밀양아리랑 등 팔도 아리랑의 특색을 제대로 살려 들려드리려고 해요. 고향이 전남 목포라 진도아리랑을 많이 듣고 자랐는데 제 마음을 울리는 아리랑은 경기 지방에서 불리는 본조아리랑이에요.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영화 ‘아리랑’에 나왔던 그 아리랑이에요. 본조아리랑을 듣고 있으면 꾸밈없는 소리가 자아내는 정서에 저도 모르게 울컥해요.” 박애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리랑의 새로운 버전 작업도 했다. 전통 아리랑에 랩도 넣고 대금이나 해금 등 국악기로 춤을 출 수 있도록 편곡도 했다. 스티비 원더의 ‘마스터 블래스터’(Master Blaster)를 모티브로 레게 아리랑도 만들었다.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즐겨 듣는 보편적인 음악에 우리의 전통을 가미해 보고 싶었는데 스티비 원더 노래에 아리랑이 기막히게 얹혀요.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접목한다면 우리 소리를 더욱 확장시켜 나갈 수 있을 거예요.” 그는 아홉 살 때 판소리를 처음 접했다. 어머니 손을 잡고 찾아간 목포시립국악원에서다. 선생님 앞에서 7명의 언니들이 판소리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선생님께서 왜 우는지 물으셨을 때 잘하고 싶은 마음이 속을 꽉 채워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했어요. 선생님께서 가르쳐 준 소절을 따라해 보라고 하셔서 했더니 ‘얘는 판소리를 해야 된다’고 하셨어요. 그 이후 지금까지 우리 소리를 하고 있어요. 국악원을 찾았을 땐 노래 부르는 건 좋아했지만 국악엔 별 관심이 없었어요. 그저 어머니가 학원에 보내주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따라갔는데 운명적인 만남이란 게 있는가 봐요.” 박애리는 KBS 2TV ‘불후의 명곡’에서 남편 팝핀현준과 함께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이며 ‘국악계 스타’로 떠올랐다. 박애리는 “후배들은 방송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제가 탄탄대로를 걸어왔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에게도 넘어야 할 큰 시련들이 있었다. 박애리는 어렸을 때부터 ‘타고났다’는 칭찬을 듣고 자랐다. 하지만 목소리는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법. 대학교 3학년 때 목이 잠겨 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 맑고 높은 소리가 특징이었는데 걸걸한 소리만 나왔다. 주변 사람들은 박애리가 다시는 판소리를 하지 못할 거라고 했다. 그는 “판소리를 너무나도 하고 싶었다”며 “맑고 높은 소리가 안 되면 구성진 소리로 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 더 노력했다”고 했다. 그 결과 1999년 꿈에 그리던 국립창극단 단원이 됐고, ‘배비장전’ ‘우루왕’ 등 여러 작품에서 주역을 맡았다. “소리가 안 나와 힘들어할 때 저를 대학 4년간 지켜보셨던 박송희 명창께서 목소리가 안 좋을 땐 쉬어도 된다고 하셨어요. 바보같이 쉬면 소리가 끊기는 줄 알고 무조건 연습만 했지 목이 아물 수 있는 시간을 갖지 않았어요. 어렸을 때부터 판소리를 잘하려면 그저 열심히 연습해야만 하는 줄 알았는데 힘든 시기에 잠시 멈춰서 돌아보니 제 몸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어린 시절 어머니가 ‘너는 몸이 악기’라고 했는데 그땐 그 뜻을 몰랐어요. 멈춰서 잠시 쉴 때 저를 아끼는 법을 배웠어요. 사람들이 요즘은 구성지고 어딘가 그늘이 있는 제 소리가 특별하다고 말씀하세요.” 또 한 번의 고비는 2003년 12월에 찾아왔다. 국악의 길로 이끈, 든든한 후원자였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운명이라고 믿었던 판소리마저 멀게 느껴졌다. ‘판소리를 잘해 누구한테 보여주지’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6개월간 의욕을 상실한 채 무기력하게 살았다. 주변에서 재기하라고 힘을 줬다. “바쁘게 지내라. 그렇지 않으면 어머니가 얼마나 걱정하시겠니. 어머니께서 생전 네가 무대에서 소리하는 걸 얼마나 좋아하셨는데…. 어머니가 마음 아파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신다”고 했다. 다시 일어섰다. 아픔을 잊기 위해 ‘일중독자’가 됐다. 그를 찾는 곳이면 어디든 갔다. “어머니는 선견지명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제가 판소리를 업으로 삼고 싶어 하는 걸 어떻게 아셨을까요. 판소리를 배우게 해주시고 밀어주셔서 어머니께 정말 감사해요.” ●결혼은 삶의 전환점…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엄마 되고 싶어요” 결혼은 삶의 전환점이 됐다. 선배들은 “너는 결혼하지 말고 무대에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만인의 연인으로 살아라. 남편 챙기랴 아이 챙기랴 시댁 챙기랴, 결혼과 일을 병행하는 건 쉽지 않다”고 겁을 줬다. 하지만 결혼은 오히려 더 큰 힘이 됐다.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주는 힘은 대단했다. “남편은 많은 깨우침을 줘요. 예술은 연습하고 또 연습해서 깊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살았어요. 남편은 ‘깊어지는 만큼 넓어져야 한다. 젊은 세대들이 좋아하는 트렌드를 모르는 상태에서 어떻게 젊은이들이 판소리를 좋아하게 할 수 있느냐. 확장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라. 판소리는 그거 하면 안 돼 하는 편견을 버려라’고 조언했어요. 남편은 고정관념을 과감히 부수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줘요. 시어머니는 가정을 돌보며 집이 주는 편안함을 느끼게 해 주시고, 아이는 제가 자랑스러운 엄마가 될 수 있도록 해 줘요.” 다섯 살 딸 ‘예술’이가 우리 소리의 길을 걷고자 한다면 자신의 어머니처럼 그도 딸의 든든한 후원자가 돼 주겠다고 했다. “요즘 쑥대머리, 강강술래 등을 가르쳐 주고 따라 해 보라고 하면 잘 따라 해요. 아이의 소리를 듣고 있으면 얘도 판소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국악인의 길이 편하진 않죠. 시시때때로 벽과 마주하게 되고 그 벽을 넘을 수 있을까 하는 암담함이 찾아오기도 해요. 아이가 힘들어할 땐 제가 걸어온 길이니까 힘이 돼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이사지왕도’ 명문 경주 금관총 또 발견

    ‘이사지왕도’ 명문 경주 금관총 또 발견

    경북 경주 금관총에서 출토된 칼집에서 ‘이사지왕도’(?斯智王刀)라는 명문이 또다시 발견됐다. 2013년에 이어 두 번째로, 금관총의 주인공과 이사지왕의 관계에 한층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경주박물관은 지난 2월부터 진행한 금관총 정식 발굴의 최종 단계(무덤 해체 조사 단계)에서 출토된 칼집 끝 장식에서 ‘이사지왕도’와 ‘십’(十)이라는 명문과 지금껏 발굴된 적 없는 새로운 형태의 금 귀걸이 2점 등을 발견했다고 30일 밝혔다. 명문은 칼집 끝 장식(금제) 양쪽 면에 각각 ‘?斯智王刀’와 ‘十’이 날카롭게 새겨져 있다. ‘이사지왕도’는 ‘이사지왕의 칼’을 뜻하고, ‘십’은 지금까지 주술적인 의미라는 견해가 많다. 박물관 측은 “‘이사지왕도’는 2013년 금관총에서 나온 큰 칼에서 ‘?斯智王’ 등의 명문이 발견된 이후 두 번째지만 정식 발굴 과정을 통해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설명했다. 앞서 나온 명문은 조선총독부 박물관의 미공개 자료 정리 작업의 일환으로 금관총에서 출토된 고리자루큰칼을 보존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박물관 측은 “2013년 명문과 비교했을 때 ‘도’(刀)자가 추가로 더 있는 점이 다르다”며 “이번 명문은 칼의 주인이 이사지왕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해 주는 자료”라고 덧붙였다. 이번 발굴에선 가는고리 금 귀걸이 2점(1쌍), 굵은고리 금 귀걸이 1점, 가는고리 금 귀걸이 1점, 유리구슬 수백여 점 등 많은 양의 부장품도 새롭게 나왔다. 이 중 가는고리 금 귀걸이 2점은 아직까지 신라 고분에선 발견된 적이 없는 특이한 형태를 띠고 있어 주목된다. 앞서 두 박물관은 지난달 23일 금관총이 거대 봉분의 지상식 돌무지 나무 덧널무덤(적석목곽묘)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는 1차 발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한·일 지식인 “아베 역사 왜곡 규탄” 공동성명

    오는 8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종전 70년 담화 발표를 앞두고 한·일 지식인들과 세계 유수의 석학들이 아베 정권의 역사 왜곡과 우경화를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2010년 한·일 지식인들이 한·일병합의 불법성을 인정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이후 5년 만이다. 이번엔 미국, 유럽 등 세계 석학들까지 동참했다. ‘한·일 지식인 공동성명 발기위원회’는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2015년 한·일 그리고 세계 지식인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는 고은 시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등 한·일 지식인과 놈 촘스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명예교수,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교수, 볼프강 자이테르트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교수 등 524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아베 총리는 8월 담화에서 식민지 지배를 반성하고 사죄의 뜻을 표명하는 등 고노·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확인하는 데서 출발해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장희 교수는 “서구 노예제도를 반인도적 범죄로 규정한 ‘더반선언’처럼 이번 성명은 아시아판 더반선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와다 교수는 “정치가들은 미래지향이라는 말을 입에 담지만 과거를 청산하고 과거로부터의 자유를 주장하는 우리의 성명이야말로 미래를 지향하는 진실한 성명”이라고 강조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백제의 몸짓에 하나 된 ‘한·일 무용’

    백제의 몸짓에 하나 된 ‘한·일 무용’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아 한국 전통무용의 거장 국수호(왼쪽)와 일본 중요무형문화재 노(能)의 보유자인 사쿠라마 우진(오른쪽)이 뭉쳤다. ‘한·일 춤 문화 1400년간의 인연’을 주제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춤의 진수를 보여준다. 두 거장은 한·일 춤 문화의 연결고리인 1400년 전 백제 무용가 ‘미마지’(味摩之)로 의기투합했다. 미마지는 일본 예술의 근본을 전한 인물로 평가되며 그의 업적은 일본 역사서 ‘일본서기’, ‘교훈초’에 기록돼 있다. 미마지는 612년 백제 무왕의 지시로 일본으로 춤과 기예를 전하러 가 쇼토쿠 태자를 만나 아스카 지역의 사쿠라이 언덕에 토무대(土舞臺)를 만들어 놓고 귀족 자제들에게 춤과 노래와 음악을 가르쳤다. 국수호는 프로토타입(시범공연 형식) ‘미마지의 무악’(舞樂)을, 사쿠라마 우진은 노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이즈츠’(井筒)를 무대에 올린다. 국수호의 ‘미마지의 무악’은 미마지가 일본에 전해준 기악(伎樂)을 모티브로 창작한 작품이다. 국수호는 지난 40년간 일본을 오가며 한·일 춤 문화 원형을 탐구해 왔다. 그는 “백제 멸망 후 사라진 한국 춤의 유산을 찾기 위해 그동안 미마지의 기록을 찾아 모았고 그가 생활했던 현장과 춤의 흔적을 찾아 일본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며 “미마지의 춤이 일본의 궁중무용 부가쿠(舞樂)로 발전했다는 것을 확신하고 처음으로 시도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인도에서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또 한국에서 일본으로 전해졌지만 한국에서만 사라진 ‘가루다’의 탈과 춤을 복원한 것이 이번 공연의 백미다. 사쿠라마 우진의 ‘이즈츠’는 시인이자 왕족인 아리와라노 나리히라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국수호는 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에 미마지로 특별 출연한다. 한국 공연은 새달 6일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3만~5만원. (02)2263-4680. 일본 공연은 11월 12일 도쿄 국립노극장.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판소리·인형극으로 만나는 친숙한 전래동화

    판소리·인형극으로 만나는 친숙한 전래동화

    친숙한 전래동화가 판소리와 탈춤, 전래동요, 인형극 등이 어우러진 소리극으로 재탄생했다. 여름방학을 맞아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국립국악원의 어린이 소리극 ‘깨비 깨비 또깨비’다. 2006년 초연 이후 9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무대에 오른다. ‘깨비 깨비 도깨비’는 전래동화 ‘혹부리 영감’과 ‘도깨비 이야기’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판소리 창법을 중심으로 전래동요에서부터 창작음악까지 어린이들이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도록 꾸몄다. 신명나는 연희와 꼭두각시놀음에 나오는 인형, 각종 탈들이 등장하는 춤까지 풍성한 볼거리가 극의 재미를 더한다. 내용은 전래동화의 주요 흐름을 그대로 따랐다. 혹부리 총각(영감)은 늙어서도 장가를 가지 못해 놀림을 받는다. 예쁜 각시를 만나 혼례를 올리지만 혹을 보고 놀란 각시는 바로 줄행랑을 친다. 혹부리 총각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다. 나무들이 말려 세상 등지는 것을 포기한 혹부리 총각은 열심히 일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며 착하게 살아간다. 어느 날 산에 올라 땔감나무를 하던 혹부리 총각은 우연히 도깨비 형제를 만나 혹도 떼고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도깨비 방망이도 얻게 된다. 도깨비 방망이로 많은 재물을 얻게 된 그는 점차 욕심 많은 사람으로 변해가다 결국 벌을 받게 된다. 송인현 극단 민들레 대표의 원작 대본을 토대로 지기학 국립민속국악원 예술감독이 각색·연출했다. 평생 어린이 연극에 매진해온 송 대표는 ‘연극계의 방정환’으로 불린다. 지 감독은 지난해 창작국악극대상에서 연출상을 받으며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작곡가 지원석이 음악 작곡을 맡았고, 창극을 통해 다져진 국립민속국악원 창극단 단원들이 참여해 공연의 완성도를 높였다. 지 감독은 “기존 흥미 위주의 자극적인 내용과 음악으로 구성된 어린이 공연에서 벗어나 친근한 전통 소재와 국악기로 연주하는 자연스러운 음악을 통해 어린이들의 감성과 창의력을 자극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달 8~16일, 국립국악원 예악당. 2만~3만원. (02)580-3300.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공연 바캉스

    공연 바캉스

    연극을 보며 웃고 클래식 선율에 젖어들다 보면, 또 박물관을 거닐며 옛 선조들의 정취를 느끼고 다양한 체험을 하다 보면 어느새 무더위는 저 멀리 달아난다. 올여름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과 전시가 풍성하다. 밤하늘 아래 선선한 바람과 함께하는 야외 공연, 저렴한 티켓 가격으로 다양한 공연을 볼 수 있는 축제,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오페라와 합창,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전시까지 가족 단위로 ‘공연·전시 바캉스’를 즐기기에 손색이 없다. 29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경남 밀양 일대에서는 제15회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가 열린다. ‘연극, 자연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슬로건을 건 올해 축제는 남천강이 내려다보이는 영남루에 특설무대가 마련된다. 이곳에서 개막 축하공연을 비롯해 재담극 ‘탈선 춘향전’, 손숙의 ‘어머니’, 창작뮤지컬 ‘궁리’, 강부자의 ‘오구’ 등 연희단거리패의 대표작들이 공연된다. ‘코마치후덴’(이윤택 연출), ‘왜 두 번 심청이는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오태석 연출) 등 거장들의 명작들을 비롯해 ‘만주전선’(박근형 연출) ‘정글북’(이대웅 연출) ‘갈매기’(김소희 연출) 등 연극계 화제작들, 가족극과 대학 극단의 작품들, 해외 초청공연까지 총 40편의 작품이 관객들을 만난다. 경남의 대표적인 피서지인 거창 수승대 계곡은 오는 9일까지 한바탕 연극으로 들썩인다. 제27회 거창국제연극제는 울창한 숲과 계곡의 물줄기 등 수려한 자연을 배경으로 세계 11개국 54개 극단의 연극을 선보인다. 극단 백수광부의 ‘까베세오’, 극단 청우의 ‘내 이름은 강’ 등 연극계 화제작과 일본,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체코, 스페인 등 해외의 초청공연, 댄스, 팝페라, 민요 등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마에스트로’의 지휘를 볼 수 있는 특별한 무대도 열린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다음달 1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멀티플라자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서울시향 강변음악회’를 개최한다.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지휘봉을 잡아 프로코피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모음곡’,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등 익숙한 클래식 명곡들을 들려준다. 총 1만석 규모의 객석이 전석 무료이며 관객들은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고 소풍을 온 듯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방학을 맞아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공연도 풍성하다. 세종문화회관의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음악회’(다음달 6~19일)는 오케스트라와 합창, 오페라, 국악 등 다양한 장르에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예술과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합창음악회 ‘신나는 콘서트’는 클래식과 민요뿐 아니라 뮤지컬, 재즈, 이탈리아 칸초네 등 다채로운 장르로 꾸며진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의 ‘썸머클래식’은 규모 있는 관현악곡을 재미있는 해설과 함께 즐길 수 있다. 모차르트의 코믹 오페라 ‘코지 판 투테’, 세종대왕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미스터리 국악극 ‘꿈꾸는 세종’ 등 알찬 프로그램이 가족단위 관객들을 기다린다. 박물관도 각양각색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은 역사에 대한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충족해줄 ‘선조들의 풍류 있는 여름나기’를 준비했다. 상반기 어린이박물관에서 이뤄진 교육들 중 가장 선호도가 높았던 프로그램들만 선별했다. ‘아름다운 빛깔, 고려청자’라는 교구를 활용하는 ‘신비한 고려청자의 세계’, 해시계 ‘앙부일구’를 통해 시간의 개념을 이해하는 ‘해 그림자 속 암호를 풀어라’, 고구려·백제·신라가 한강을 둘러싸고 벌인 영토전쟁에 대해 알아보는 ‘삼국이여, 한강을 사수하라’ 등 여섯 종류의 교육프로그램을 다음달 4일부터 14일까지 16회에 걸쳐 운영한다. 국립한글박물관은 한글을 주제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놀이를 통해 한글의 제자 원리를 익히고 한글에 대한 새로운 상상을 키울 수 있는 ‘한글아, 안녕?’, 오감 체험을 통해 부모와 자녀 간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한글 마음 여행’ 등을 진행한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여름방학 경주박물관 탐험대’를 31일부터 다음달 30일까지 매주 금·토·일 오후 2시부터 3시 30분까지 14회에 걸쳐 진행한다. ‘신라의 황금문화와 불교미술’ 특별전 내용을 토대로 ‘영원을 꿈꾸는 황금장신구’ ‘비단길에서 온 보물’ ‘또 하나의 부처님, 탑’ 등 세 가지 프로그램으로 꾸몄다. 신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는 강의를 비롯해 금제허리띠 꾸미기, 유리잔 꾸미기, 탑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국립극장 공연예술박물관에서는 6~9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공연 무대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전 과정을 체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오늘은 나의 무대2 : 보물상자 대탐험’ 전시가 내년 2월까지 열린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재일조선인 그들의 삶과 詩

    재일조선인 그들의 삶과 詩

    ‘세상이 넓다지만/나이 먹은 나에게는/발붙일 곳이 없네// 북으로 가면 <<귀포>>의 딱지/남으로 가면 <<똥포>>란 부름/이래서야 내 땅인들 정이 가겠나/차마 왜땅귀신은 될 수 없고//어디로 가야 하나//정말 몰랐네/고향을 등진 죄가/이렇게 무거울 줄은//삶의 어려움//이국의 달빛 아래/이 밤도 그림자 하나/유령같이/발붙일 곳을 찾아 얼른거린다’(정화흠의 ‘어디로 가야 하나’) ‘우리 세금으로 사는/아베 총리/당신은 총리가 되자 바람으로/한 짓이 도대체 무엇이요/우리 학교 탄압에 이골이 나/차별의 첫 시책부터 폈으니//(중략) 차라리/미납자혐의로 옥에 갇히어/내 바친 세금으로/먹고 잔다면 참으로 시원하겠다’(김정수의 ‘세금 4만 8천엔’) 오늘날 재일조선인의 삶과 의식을 보여주는 ‘2000년대 재일조선인 시선집’(경진출판)이 나왔다. 시집을 엮은 김형규 아주대 다산학부대학 특임교수는 “정치적 견해나 이념이 강하게 드러나는 시보다 재일조선인의 역사 감각과 그들이 겪는 일상적 경험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작품들을 선별했다”고 소개했다. 시선집에는 일본에서 활동 중인 시인 19명의 시가 수록됐다. 재일조선인은 대부분 일제 식민지라는 민족사의 상처 속에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인과 그 후손들이다. 1923년 관동대지진 때 6000여명이 무참히 학살되는 등 식민지 시기 내내 생존의 위협 속에서 지냈고, 해방 후에는 외국인으로서의 차별까지 덧쓴 채 굴욕과 억압의 삶을 살았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일본 국적이 없다는 이유로 외국인으로 취급당하며 여러 차별을 받고 있다. 의무 교육 혜택에서 제외되고 공무원이 될 수 없으며, 선거권을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 남북한과 일본의 정치적 대립 관계가 심할 때는 아직도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생명의 위협을 받기도 하고 모국에서는 언어나 문화 차이 때문에 반(半)일본인이라 불리며 이방인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재일조선인은 일본에서도 남북한에서도 환대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김 교수는 “기존 국내 자료집에는 해방 이후 작품들은 많이 수록돼 있지만 오늘날 재일조선인의 삶을 보여주는 시들은 드물다”며 “최근 시들을 보면 지금도 그들의 삶은 과거와 다르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물 위 학교에서 희망 무지개 띄우는 삐쁠라 아이들

    물 위 학교에서 희망 무지개 띄우는 삐쁠라 아이들

    삐쁠라는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220km 떨어진 오지마을이다. 마을에도 인근에도 학교가 없다. 배우고 싶어도 배울 곳이 없다. ‘보트 스쿨’은 섬에 고립된 가난한 아이들에게 유일한 희망이다. 책상도 의자도 없는 학교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아이들을 찾아간다. 28일 밤 10시 45분 방영되는 EBS1 다큐영화 ‘길 위의 인생-강물 위의 희망 학교’ 편에선 ‘보트 스쿨’에서 희망의 무지개를 쏘아 올리는 ‘삐쁠라’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올해도 어김없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삐쁠라는 우기 때면 논밭과 길이 모두 물에 잠긴다. 아이들은 매일 아침 비바람을 뚫고 물가로 간다. ‘보트 스쿨’에 오르기 위해서다. “좋은 의사가 돼 아빠와 가족들을 편하게 해주고 싶어요.” 의사를 꿈꾸는 열 살 소녀 이띠는 하루도 학교를 거르는 법이 없다. 발은 진흙투성이가 되고 거센 비바람에 우산이 뒤집혀도 학교 가는 길이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이띠 아빠는 자신이 배우지 못한 만큼 딸만은 공부를 꼭 시키고 싶다. 요즘 같은 우기엔 손님도 많지 않지만 아빠는 비를 맞으며 릭샤(인력거)를 끌고 집을 나선다. 1학년 아띠야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곧장 아빠가 있는 토란밭으로 향한다. 아띠야네는 작은 밭에서 토란을 키운다. 아띠야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일손을 도와야 한다. 자신의 키만 한 토란대를 옮기고 시장으로 가는 아빠의 뒤를 따른다.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폭우 속, 아띠야는 장사하는 아빠 곁을 조용한 눈빛으로 지킨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美 사진 작가, 아내의 고향 부산 곳곳 맛과 멋 재조명

    美 사진 작가, 아내의 고향 부산 곳곳 맛과 멋 재조명

    아리랑TV 다큐멘터리 ‘인 프레임’(In Frame)에서 국제 항구도시 부산을 집중 조명한다. ‘인 프레임’은 해외 유명 사진작가 10명의 시선으로 우리나라 관광 명소를 재조명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번 여행을 안내할 사진작가는 미국 시애틀에서 온 스튜어트 아이셋이다. 그는 여행지로 택한 부산은 그에게는 아주 특별한 도시다. 그의 아내가 태어난 곳이기 때문이다. 세월이 흐르며 영도대교를 비롯해 부산의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또 새롭게 재탄생됐다. 스튜어트의 시선은 이제는 도심에서 찾아보기 힘든 ‘인장 가게’로 향한다. 인장도 세월의 흐름 속에 그 가치만 남아 있을 뿐이다. 인장가게는 두 사람만 들어가도 꽉 찬다. 가게 주인은 이렇게 좁아야 집중이 더 잘된다고 한다. 그는 스튜어트에게 낙관 사용법을 상세히 알려 줬다. 스튜어트는 대형 야외극장으로 발길을 옮긴다. 부산은 매년 10월 전 세계 유명 영화인들이 모이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국제 영화제를 개최한다. 그래서일까. 나이가 많은 이들도 영화에 관심이 많다. 스튜어트가 사람들에게 시애틀에서 왔다고만 하면 대부분 “멕 라이언 나왔던 영화의 시애틀”이라고 답하곤 했다. 이어 스튜어트의 눈길은 광안대교에 머문다. 광안대교는 길이 7420m로,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현수교다. 소박한 부산의 맛과 멋을 느낄 수 있는 국제시장 상인들, 생동감 넘치는 자갈치시장 상인들, 사직구장에서 ‘부산갈매기’를 열창하는 열정적인 부산 사나이들, 중앙동에서 50년간 손도장을 파온 장인 등 다양한 부산 사람들의 모습도 카메라에 담았다. 27일 밤 9시 방영.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메르스·홍콩독감아 물럿거라…춤으로 벌이는 굿판 ‘처용무굿’

    메르스·홍콩독감아 물럿거라…춤으로 벌이는 굿판 ‘처용무굿’

    전 국민을 공포로 떨게 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종식을 고하고 홍콩독감 등 온갖 사악한 것을 물리치는 굿판이 벌어진다. 한국문화재재단의 특별기획 공연 ‘처용무굿’이다. 처용무는 용왕의 아들 처용이 역신(疫神)으로부터 아내(인간)를 구했다는 신라 헌강왕 때 설화에 바탕을 둔 것으로, 처용 가면을 쓰고 추는 춤을 말한다. 1971년 중요무형문화재 제39호로 지정됐고 2009년엔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에 등재됐다. 하지만 이런 위상과 달리 처용을 신으로 모시는 굿거리는 전혀 없다. 부적이나 지푸라기 인형 같은 단순한 액막이 풍습으로 존재할 뿐이다. ‘처용무굿’은 처용을 본래의 위상인 신으로 상정하고, 그의 위력인 춤으로 벌이는 굿판이다. 굿판인 만큼 실제 무당이 등장한다. 중요무형문화재 제82-라호 남해안 별신굿 인간문화재 정영만, 중요무형문화재 제90호 황해도평산소놀음굿 이수자인 이용녀다. 특히 이용녀는 ‘솟을굿’을 하면서 작두를 탄다. 시퍼런 작두에 올라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에 초등학생은 입장할 수 없다. 박영수 춤터 새마루 대표는 ‘처용 퇴송무’를 열연한다. 역신을 보내는 퇴송무는 봉산탈춤과 궁중무용 처용무를 엮어 박영수가 만든 춤이다. 여성농악단의 맥을 잇는 만능 광대들인 ‘연희단 팔산대’도 나선다. ‘판굿’ 중 동서남북 중앙을 돌면서 사악한 것을 몰아내는 주술성이 돋보이는 장면을 선보인다. 기획·연출을 맡은 진옥섭 한국문화의집 예술감독은 “구성의 치밀함에 얽매이지 않고 다짜고짜 맛있는 부분만을 골라 엮겠다”며 “당대 최고의 꾼들이 펼치는 춤의 굿이니 확실히 ‘굿 is Good’”이라고 말했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인 오는 29일, 다음달 26일, 9월 3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국문화의집(KOUS). 전석 5000원. (02)3011-1720.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이주일의 어린이 책] 바쁜 가족 바닷가로 순간 이동!

    [이주일의 어린이 책] 바쁜 가족 바닷가로 순간 이동!

    우리 가족 납치 사건/김고은 글·그림/책읽는곰/40쪽/1만 2000원 아침 7시 30분, 아빠 전일만씨는 일해역 3-1 승강장에서 전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겨우겨우 지하철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아빠는 사람들에게 떠밀려 벌러덩 나자빠지고 말았다. 지하철은 아빠만 남겨 두고 휭하니 가 버렸다. 8시 정각, 엄마 나성실씨는 늘 그랬듯 아이를 깨워 아침을 먹이고 학교에 보냈다. 그런 다음 재빨리 화장을 하고 설거지까지 말끔히 끝낸 뒤 집을 나섰다. 30분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그 많은 일을 해치우고 서둘러 출근길에 올랐다. 9시 30분, 딸 전진해는 칠판 앞에 서서 수학 문제를 풀고 있었다. 알쏭달쏭한 숫자랑 기호 때문에 머리는 금방이라도 터져 버릴 것 같았다. 오늘도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학원으로, 학원 수업이 끝나면 또 다른 학원으로 뺑뺑이를 돌아야 한다. 아빠 엄마는 일 때문에 저녁 늦게나 집에 돌아온다. 그런데 아빠가 사람들에게 떠밀려 지하철 승강장에 넘어진 순간, 엄마가 회사에 가려고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진해가 수학 문제를 풀며 끙끙거리는 순간, 이 가족에게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아빠는 들고 있는 가방에 담겨, 엄마는 입고 있는 치마에 싸여, 진해는 머릿속 숫자들이 바람 빠진 풍선처럼 빠져나가며 바닷가로 순간 이동을 하게 된 것이다. 바닷가에서 아빠 엄마는 회사도 집도, 진해는 학교도 학원도 다 잊고 신나게 놀았다. 그래도 별일 없었다. 일로 바쁜 아빠 엄마에게 자신과 아이를 돌아보는 여유를 갖게 하는 그림책이다. 아빠 엄마가 바쁘면 아이도 바쁠 수밖에 없다. 아이만 덩그러니 집에 홀로 남겨 두고 일하러 가는 부모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아빠 엄마가 쉬어야 아이도 쉴 수 있다. 실제 경기 부천의 한 초등학교 어린이는 ‘딱 하루만이라도 어른들을 놀 수 있는 나라로 보내자’는 시를 써서 어른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기도 했다. 작가는 “어른과 마찬가지로 아이들도 바쁜 아빠, 바쁜 엄마, 바쁜 나를 누군가 멀리멀리 데려가 마음껏 놀게 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것”이라며 “그 생각이 자라 그림책이 됐다”고 설명했다. 4~7세.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소쇄원·옻칠회화… 원로작가, 전통을 관통하다

    소쇄원·옻칠회화… 원로작가, 전통을 관통하다

    원로작가 문순태(74)와 유익서(70)가 오랜만에 신작 장편소설을 냈다. ‘소쇄원에서 꿈을 꾸다’(오래)와 ‘세 발 까마귀’(나무옆의자)다. 각각 전남 담양의 ‘소쇄원’과 ‘옻칠회화’라는 독특한 소재를 바탕으로 선비정신과 예술정신을 문학적으로 구현했다. 문순태의 ‘소쇄원에서 꿈을 꾸다’는 조광조의 제자였던 젊은 선비 양산보가 고향인 전남 담양군 남면 지곡리에 돌아와 은둔하면서 소쇄원을 조성한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양산보는 15세에 상경해 조광조 문하에 들어갔다. 글을 배운 건 불과 3년에 지나지 않지만 정치 체제를 바꾸려는 조광조의 개혁 사상에 완전히 매료됐다. 기묘사화(1519)로 스승이 유배를 가게 됐을 때 유배지까지 배종했고 적소인 화순 능주에서 수발을 들다 사약을 받고 절명하는 것을 지켜봤다. 장례를 치른 후 고향에 돌아와 연못을 파고 나무를 심고 정자를 지은 뒤 봉황을 기다리며 슬픔과 분노와 외로움을 삭였다. 작가는 “소쇄원은 조선시대 자연을 이용한 대표적인 민간정원이라는 보편적 상식을 초월한 공간”이라며 “이곳은 양산보가 꿈꾸었던 이상 세계”라고 설명했다. 유익서의 ‘세 발 까마귀’는 절망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한 남자의 치열한 예술혼을 그린 작품이다. 소설 속 주인공 강희는 터무니없는 모함으로 파렴치범으로 몰린다. 삶의 희망을 잃고 세상을 등지기 위해 무작정 집을 나선다. 작은 항구도시의 한 옻칠미술관에서 옻칠회화를 보고 큰 충격을 받는다. 평생 그림에 종사해 왔는데 자신도 모르는 다른 그림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강희는 옻칠회화의 마력에 빠져 자살 결행을 유보한다. 옻칠회화는 오랜 역사를 지닌 옻칠공예에서 독립한 지 20여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아름다움은 눈을 멀게 할 정도로 빼어나다. 작가는 순수 예술을 상징하는 옻칠회화를 통해 예술의 참의미를 진지하게 탐색했다. 문학평론가 장영우는 “‘세 발 까마귀’는 오랜만에 한국문학계에 등장한 본격 예술가 소설”이라며 “유익서는 옻칠회화로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강희를 통해 현대 예술이 나아갈 바를 진지하게 성찰하고 있다”고 평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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