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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지 많은 나무가 열매도 많다’… 8남매 둔 30대 부부

    ‘가지 많은 나무가 열매도 많다’… 8남매 둔 30대 부부

    30대에 8남매의 부모가 된 사람이 있다. 결혼 10년차 부부 정기환(35)·최보경(36)씨다. KBS 1TV ‘인간극장’은 24일부터 8남매를 둔 기환씨 부부의 사연을 담은 ‘기환씨네 여덟 번의 기적’을 방영한다. 기환씨 부부는 첫 쌍둥이 딸 은설(10)·은결(10),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셋째 회현(8), 개구쟁이 넷째 회건(5)이와 다섯째 회준(4), 며칠 전 돌을 지난 작은 쌍둥이 딸 윤지(2)·윤아(2), 태어난 지 100일째 되는 막내 회윤이까지 딸 넷, 아들 넷을 키우고 있다. 기환씨는 다섯 살 때 어머니를, 중1 때 아버지를 여의었다. 해남 시골마을 허름한 집에서 소년 가장으로 여동생 둘을 키웠다. 생계 유지를 위해 일찍부터 자동차 정비 일에 뛰어들었다. 두 손은 늘 검은 기름때로 얼룩졌다. 기환씨는 부모 없이 자란 외로움을 결혼 후 다복한 가정으로 위로받고 싶었다. 보경씨는 그런 남편의 소망을 이뤄주고 싶어 하나둘 낳았는데 어느새 8남매가 됐다. 기환씨는 주·야간 밤낮없이 자동차 생산현장에서 근무하지만 집에선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려는 ‘열혈 아빠’다. 보경씨는 25살에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1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크게 부족함 없이 자란 보경씨는 아이들을 키우며 열악한 환경 속에 살아가는 자신이 싫어졌다. 그런데 남편은 ‘내 직장, 내 집, 내 자식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 같았다. 그런 남편을 보며 행복의 기준이 점차 달라졌다. 이제는 ‘가지 많은 나무가 열매도 많다’는 무한 긍정 속에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24~28일 오전 7시 50분 방영.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이주일의 어린이 책] 할아버지와 작은 섬에서 함께한 스티나의 여름날

    [이주일의 어린이 책] 할아버지와 작은 섬에서 함께한 스티나의 여름날

    스티나의 여름/레나 안데르손 글·그림/김동재 옮김/청어람아이/40쪽/1만 1000원 스티나는 해마다 작은 섬에 있는 할아버지 집에서 여름을 보냈다. 할아버지 집은 회색 나무로 지은 아늑한 오두막이다. 스티나는 바다에서 섬으로 떠내려오거나 땅 위에 놓인 무언가를 찾아 매일 부지런히 쏘다녔다. 새의 고운 깃털, 멋진 막대기, 햇살에 반짝이는 빈 유리병, 스티나에겐 모든 게 신기했다. 스티나와 할아버지는 매일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밤사이 그물에 어떤 물고기가 잡혔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물은 물고기로 가득 차 있을 때도 있고, 조그마한 피라미조차 눈에 띄지 않을 때도 있었다. 할아버지는 저녁이면 늘 라디오를 들었다. 특히 날씨 예보를 열심히 들었다. 할아버지가 말했다. “오늘 밤은 날씨가 좋지 않을 모양이구나. 폭풍이 오려나….” ‘우와! 폭풍이라니…. 진짜 폭풍을 구경할 수 있겠네!’ 스티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아이쿠, 왜 이렇게 피곤하지. 이제 그만 자러 갈게요.”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할아버지는 커피 잔을 비우며 신문을 읽었다. 그리고 잘 자라고 말해 주려고 스티나의 방문을 열었는데 텅 빈 침대가 눈에 들어왔다. 깜짝 놀란 할아버지는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하늘은 무섭고 거칠게 변해 있었고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스티나는 추위와 두려움에 떨면서 커다란 바위 뒤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폭풍을 직접 보고 싶어 밖으로 나왔는데 순식간에 사방이 어둡고 무시무시하게 변해 버렸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스티나는 흐느껴 울며 할아버지를 애타게 찾았다. 할아버지는 스티나의 간절한 외침을 들을 수 있을까. ‘모네의 정원에서’ ‘신기한 식물일기’ ‘미야는 텃밭이 좋아요’ 등 여러 그림책으로 널리 사랑받는 스웨덴 작가의 새로운 동화책이다. 때 묻지 않은 자연 속에 피어나는 할아버지와 어린 손녀의 가슴 뭉클한 가족애와 대자연으로부터 배우는 삶의 지혜를 담고 있다.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가족의 마음이 험난한 세상살이에서 얼마나 귀중한지를 일깨워 준다. 초등 저학년.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국가의 이익은 어떻게 개인을 공격했는가

    국가의 이익은 어떻게 개인을 공격했는가

    나는 고발한다-드레퓌스사건과 집단히스테리/니홀라스 할라스 지음/황의방 옮김/한길사/496쪽/1만 7000원 수년간 투쟁 끝에 소수의 양심세력이 승리한 ‘드레퓌스 사건’의 전말을 다뤘다. 저자는 드레퓌스 사건을 ‘근대국가 역사에서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장대한, 프랑스로 하여금 흥분과 두려움 속에서 민주주의 기반을 전면 재검토하도록 만든 엄청난 드라마’라고 규정했다. 평범한 군인이었던 유대인 알프레드 드레퓌스는 일순간에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간첩으로 전락했다. 1894년 12월 프랑스 군사법정은 드레퓌스에게 종신형을 선고하고 외딴섬에 유배했다. 적국 독일에 군사기밀을 빼돌렸다는 혐의였다. 뚜렷한 물증조차 없는데도 체포에서 유형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유대인에 대한 편견이 한 사람의 운명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유죄 판결 뒤 프랑스 사회는 대립했다. 불공정한 재판을 문제 삼으며 개인의 인권을 옹호한 재심 요구파와 국가 안보를 부르짖으며 드레퓌스에 대한 단죄를 주장한 재심 반대파의 충돌이었다. 저자는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소(小)를 위해 대(大)가 희생되어야만 할까? 단 한 사람을 위한 도덕적 옹호로 인해 프랑스 모든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아도 좋단 말인가? 이와 같은 문제를 놓고, 이성의 나라 프랑스는 제정신을 잃고 말았다.”(28쪽) 프랑스는 1870년 보불전쟁에서 패배하고 독일에 알자스-로렌 지방을 빼앗겼다. 위기의식에 사로잡힌 프랑스는 국가 안보가 모든 것에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에 경도됐다. 재심 반대파는 당시 사회 흐름을 타고 주류를 형성했다. 왕당파와 교회세력, 반유대주의에 젖은 대부분의 프랑스 국민을 포괄했다. 반면 재심 요구파는 공화주의자와 양심적인 법률가, 문인 등 소수였다. 다수와 다른 목소리를 내면 목숨까지 위협받을 정도로 프랑스 사회가 집단히스테리에 빠진 상황에서 에밀 졸라, 조르주 클레망소 같은 이들은 진실을 포기하지 않았다. “진실은 지하에 묻혀서도 자라난다. 무서운 폭발력을 축적한다. 이것이 폭발하는 날에는 세상 모든 허위를 휩쓸어버릴 것이다.”(에밀 졸라) “국가 이익이 오늘은 드레퓌스를 치고 있지만 내일은 다른 사람을 칠 것이다. 정권이 국가 이익을 내세우기 시작하면 끝이 없게 마련이다.”(조르주 클레망소) 1906년 7월 최고재판소는 드레퓌스에 대한 모든 유죄 판결이 오판이며 무효라고 판시했다. 드레퓌스가 기소된 지 12년 만에 진실을 추구한 양심세력이 승리했다. 드레퓌스 사건은 우리 시대 지식인에게 묻는다. 자신과 관련도 없는 사람, 그리고 진실을 옹호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국가와 맞설 수 있는가.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백제 왕은 뭘 먹고 살았을까

    백제 왕은 뭘 먹고 살았을까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 ‘익산 왕궁리 유적’(사적 제408호)에서 삼국시대 왕궁의 식생활 문화를 복원할 수 있는 부엌터가 발견됐다. 그동안 고구려시대 벽화고분 ‘안악3호분’에서 나온 부엌 그림은 있었지만 실제 유구(遺構)가 생활 용기와 함께 발견된 건 처음이다. 문화재청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소장 배병선)는 20일 전북 익산시 왕궁면 ‘왕궁리 유적’ 발굴 현장에서 제26차 발굴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익산 왕궁리 유적’은 백제 무왕(600~641년) 재위 시절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왕궁성(王宮城)으로, 부여문화재연구소는 1989년부터 매년 발굴조사를 해 오고 있다. 그동안 궁성과 궁장(宮墻·궁궐 담장), 정원, 공방터 등이 발견됐고 인장 기와와 연화문 수막새 등 유물 1만여점이 출토됐다. 올해는 지난 3월 24일부터 유적의 서남쪽 일대 8300㎡에 대한 발굴조사를 진행해 조선시대 왕궁의 수라간에 비유되는 백제 사비기 왕궁의 부엌터를 찾아냈다. 규모는 동서 6.8m, 남북 11.3m다. 배병선 소장은 “왕궁 내에서 취사도구와 흔적을 발견한 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역사책에도 부엌에 대한 언급이 없어 밥을 어떻게 지었는지, 식기는 어떤 걸 사용했는지 등 삼국시대 식생활에 대해 알 길이 없었다. 부엌이라는 말만 있지 부엌을 한자로 어떻게 쓰는지도 정확하게 모를 정도다. 이번에 확인된 부엌 건물지의 위치와 내부 구조, 시설을 통해 당시 왕궁의 생활상을 복원할 수 있게 됐다.” 부엌터 내 길이 1.64m, 너비 1.38m, 깊이 0.44m의 타원형 구덩이에선 철제솥 2점을 비롯해 어깨가 넓은 항아리 2점, 목이 짧고 아가리가 곧은 항아리 1점, 목이 짧은 병 2점 등 토기 5점과 숫돌 3점, 가랫날, 작은 도끼 등이 출토했다. 구덩이에서 2m 정도 떨어진 지점에선 또 다른 철제솥 1점이 나왔고 불탄 흙과 그을린 흔적이 남아 있는 벽체, 다량의 숯이 깔린 지점 2곳도 확인됐다. 그동안 발견된 건물지와 달리 건물지 안에서 물이 바깥으로 빠져나간 배수 흔적도 나왔다. 배 소장은 “철제솥은 원형 돌기 바닥에 어깨엔 넓은 턱이 있고 아가리는 안쪽으로 살짝 휘어져 있다. 이는 익산 미륵사지, 부여 부소산성, 광양 마로산성 등에서 출토된 통일신라 이후 철제솥과 유사하지만 조금 더 이른 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고대 백제계 철제솥의 변화 양상을 연구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조사에선 서쪽 궁장을 따라 길이 29.6m, 너비 4.5m인 남북으로 길쭉한 장랑형(長廊形) 건물지를 포함, 다양한 건물지도 발굴됐다. 장랑형 건물지는 부엌 건물지 앞쪽에서 나왔다. 일본에선 그런 길쭉한 건물지가 나온 게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처음 발견됐다. 일본 오사카 나니와노미야(難波宮·난파궁), 나라 아스카노미야(飛鳥宮·비조궁)와 비슷한 건물 배치여서 백제 궁성 축조 형식이 일본에 전파됐음을 밝힐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화장실로 보이는 기다란 석축시설과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된 기와 가마터, 서쪽 궁장을 향해 흐르도록 설계된 배수로 3개도 확인됐다. 배 소장은 “앞으로 10년은 더 발굴조사를 해야 한다”며 “유적 정비를 하면서 이번 발굴 성과를 어떤 형태로 시민들에게 보여 줄지를 고민해 보겠다”고 밝혔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15년간 버무린 우리네 성장담 무지 재밌겄주?

    15년간 버무린 우리네 성장담 무지 재밌겄주?

    “워칙히 이르케 재밌을 수가 있대유?” 소설가 김종광(44)이 충청도 사투리로 능청스럽게 익살을 떤 작품을 내놨다. 15년간 공들인 청소년 장편 ‘별의별 나를 키운 것들’(문학과지성사)이다. 작가는 “15년 전 초고를 썼다”며 “그동안 발표한 소설들 중 가장 오랫동안 고치고 다시 쓴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작가가 어린 시절을 보낸 1970~80년대 충남 보령군 청라면의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제목 그대로 마을에서 벌어지는 ‘별의별’ 사건과 인물들을 48편의 이야기에 담았다. 주인공 소년 ‘판돈’과 그의 친구, 가족, 마을 사람들에게 벌어지는 일들을 해학 넘치는 위트로 그려냈다. “나를 성장시킨 산천과 어른들과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다. 별의별 사람과 사건이 나를 키웠다. 성장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주위 어른들, 친구들 등 다양한 사람들을 비롯해 자연과 어울리며 더불어 한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48편의 에피소드를 씨줄과 날줄로 삼아 조금 산만할 수도 있다. 약간 산만한 이야기들을 결합시켜 주는 문장이 없을까 생각하다 ‘별의별’을 떠올렸다. ‘나를 키운 것들’은 초고를 썼을 때 생각했다.” 소설은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지역 주민들에겐 최고의 역사 영웅으로 존경받는 고려 말 충신 김성우 장군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때로는 어른보다 더 어른스럽고 때로는 순박하기 그지없는 소년 소녀들의 요절복통 성장담이 펼쳐진다. 마을 어른들의 무용담도 재미를 더한다. 취했을 때나 맨 정신일 때나 끝장 볼 때까지 떠들어대는 ‘고주망태 아저씨’, 44년 동안 쓴 일기 때문에 돌아가신 ‘범웅 할아버지’ 등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소설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어른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 이면엔 당시 정부 정책에 시달려야 했던 농민들의 애환과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불거진 웃지 못할 실화도 투영돼 있다. 출판사 측은 “점점 잊혀 가는 농촌 풍경과 동학농민운동, 일제강점기 등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적인 사건들을 해학과 풍자로 잘 버무려 냈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고향에서 자라면서 인상적으로 남아 있던 마을 사람들과 주위에서 들은 이야기를 합쳐서 썼다. 30%는 사실이고 70%는 허구다. 요즘 청소년들에겐 낯설고 불편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60~70년대 출생한 시골 출신 어버이 세대는 이렇게 자랐구나 하고 편한 마음으로 봐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연출가 4인이 뭉쳤다, 색다른 체호프를 위하여

    연출가 4인이 뭉쳤다, 색다른 체호프를 위하여

    이윤택, 김소희, 오세혁, 정성훈 등 연극계의 주목받는 연출가 4명이 러시아 문호 안톤 체호프의 작품으로 뭉쳤다. 체호프의 단편소설 7편을 각자의 장점을 살려 10~25분 길이의 단막극으로 만들어 릴레이로 공연하고 있다. 2015 게릴라극장 해외극페스티벌 ‘체홉단편선-체홉의 단편은 이렇게 각색된다’ 무대를 통해서다. 체호프는 희곡작가이기 이전에 단편소설 작가이자 의사였다. 희곡작가로서 체호프는 인간 심리에 메스를 들이대는 듯한 섬세함으로 심리적 사실주의의 상징이 됐다. 소설가 체호프는 사뭇 다른 면모를 보인다. 오헨리, 서머싯 몸과 함께 세계 3대 단편소설 작가로 꼽혔는데, 그의 단편소설들은 희극성과 아이러니로 가득하다. 연희단거리패의 꼭두쇠이자 체호프전을 기획한 연출가 이윤택은 ‘사람 데리고 장난치지 마세요’(원작 ‘우유부단’)와 ‘철없는 아내’를 통해 해학미의 진수를 보여 주고 있다. ‘사람 데리고 장난치지 마세요’는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부당한 상황을 견디며 살아온 한 ‘가정교사’와 그런 삶의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며 혹독한 교훈을 주겠다는 명분으로 그녀에게 말장난을 거는 ‘나’의 이야기다. 극단 걸판의 대표인 극작가 겸 연출가 오세혁은 특유의 재기발랄함으로 ‘재채기’(원작 ‘어느 관리의 죽음’)와 ‘드라마’를 통해 체호프의 희극성을 돋보이게 한다. ‘재채기’는 중하위급 관리 체르비야코프가 오페라를 관람하다 갑자기 터진 재채기로 상급 공무원 브리잘로프 장군의 대머리에 침을 튀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갈매기’로 체호프에 대한 신선한 해석을 보여 준 연희단거리패 대표 겸 배우 김소희는 ‘적’을, 공연제작센터의 젊은 연출가 정성훈은 ‘베로치카’와 ‘혀를 잘못 놀린 사나이’를 각각 연출했다. ‘적’은 절망에 빠진 두 사람이 서로의 불행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입장만 고수하다 돌이킬 수 없는 적이 되고 만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윤택은 “그동안 우리나라의 체호프극은 정적이고 우울해 다소 지겹다는 인식이 있었다”며 “이번 공연은 역동적이고 개성적인 단막극으로 꾸며졌다. 우스꽝스럽고 솔직한 체호프극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30일까지 서울 대학로 게릴라극장, 1만 5000~3만원. (02)763-1268.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축제,70년…쿰댄스컴퍼니, 무용·전시로 광복 재조명

    무용과 전시가 한데 어우러진 독특한 공연이 관객들을 찾아간다. 다음달 10~1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무대에 오르는 쿰댄스컴퍼니의 다큐댄스시리즈 ‘축제 70’이다. ‘축제70’은 광복 70년을 맞아 광복의 의미와 주체적인 민족성을 재조명하기 위해 기획됐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꿈꾼다’는 부제 아래 무용과 영상, 전시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융·복합 프로그램으로 꾸며진다. 시련을 딛고 맞이한 광복 그리고 광복 이후 70년의 역사를 사실적인 표현과 감각적인 움직임으로 풀어낸다. 예술총감독을 맡은 김운미 한양대 예술체육대학장은 “우리의 정체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올바른 역사 인식과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이번 공연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적인 연출과 융·복합적 영상 및 무대 활용을 통해 다양한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우리 문화의 신명과 미를 알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쿰댄스컴퍼니는 1993년 창단됐다.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함’, ‘1919’, ‘그 한여름’, ‘축제’ 등 우리 춤의 기본 춤사위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작품을 통해 과거의 꿈, 현재의 꿈, 미래의 꿈을 표현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둔전병제로 항일 무장투쟁 선도한 김규흥 장군

    둔전병제로 항일 무장투쟁 선도한 김규흥 장군

    항일 무장투쟁을 선도했던 범재 김규흥(왼쪽)의 활약상이 최초로 소개된다. 20일 밤 11시 40분 방영되는 KBS 1TV ‘발굴 추적! 항일무장투쟁의 선구자, 김규흥’에서다. 김규흥은 김복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일제 기밀문서에 숱하게 등장하지만 우리 역사책에선 찾아볼 수 없다. 그는 중국을 근대화로 이끌며 아시아 최초의 공화국 탄생을 알린 신해혁명에서 혁명군 수뇌부의 유일한 조선인 장군이었다. 김규흥은 조선 독립을 위해 중국 혁명 세력을 이용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동안 그의 이런 놀라운 행보를 입증할 만한 결정적 자료가 부족했다. 제작진은 중국 초대 총통이자 신해혁명을 일으킨 쑨원과 김규흥의 교류를 확실히 증명할 자료를 발굴해 처음으로 공개한다. 김규흥의 독립운동 노선은 무장투쟁과 둔전병제였다. 강력한 일본과 싸우기 위해서는 둔전병제를 통해 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실행하기 위한 장소로 내몽골 포두진을 택했다. 김규흥은 원하는 둔전병제를 완성하진 못했지만 후에 도산 안창호가 그의 뜻을 이어받아 내몽골 포두진에서 둔전병제를 실시해 많은 조선인이 농사를 지으며 독립운동을 했다. 프로그램은 김규흥이 그토록 독립을 꿈꾸며 시행하고자 했던 내몽골 포두진 둔전병제, 역사 뒤편으로 사라진 과거 독립운동가들의 처절했던 외로움과 고난의 현장을 직접 찾아 그들의 후손을 만나 1920년대 둔전병제는 어떻게 실행됐는지 밀착 취재했다. 김규흥이 조선 독립운동의 구심점이었던 중국 룽징(龍井)에서 펼친 활약상과 그가 박용만(오른쪽)과 파트너를 이뤄 베이징에서 진행한 무장투쟁의 발자취도 조명한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美선교사 ‘알렌 훈장’ 문화재 된다

    美선교사 ‘알렌 훈장’ 문화재 된다

    고종 황제가 1904년 미국인 의료선교사이자 외교관이던 알렌(1858~1932)에게 수여한 훈장이 문화재로 등록될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알렌 수증 훈공일등 태극대수장’을 문화재 등록 예고했다고 19일 밝혔다. 훈장이 문화재로 등록 예고된 건 처음이다. ‘알렌 훈장’은 정장(正章·약식이 아닌 정식으로 된 훈장 등을 통칭), 부장(副章·끈이 없는 메달로 정장과 함께 가슴에 다는 표지), 대수(大綬·정장을 달기 위해 어깨에서 허리에 걸쳐 드리우는 큰 띠)로 이뤄져 있다. 정장 위쪽은 대한제국 상징인 이화꽃 문양으로 표현돼 있으며, 꽃잎 뒷면엔 한자로 ‘훈공일등(勳功壹等)’이 새겨져 있다. 부장도 태극장 형태이며, 정장과 함께 대수 윗부분에 꽂을 수 있도록 제작됐다. 대한제국기 훈장 제도는 1900년 정치·외교적 공로를 인정하기 위해 도입돼 1910년까지 시행됐다. 알렌이 훈장을 받은 1904년까지 태극장을 수여받은 사람은 100여명이며, 정장·부장·대수가 모두 남아 있는 예는 드물다. 문화재청은 “알렌 훈장의 역사성과 희소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문화재 등록 예고했다”고 설명했다. 알렌은 1884년 의료선교사로 입국해 1885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의료기관인 제중원을 설립했다. 1905년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훈장을 가져갔다. 그의 사후 유가족이 지난 4월 연세대 의과대학에 기증했다. 현재 연세대 의과대학 동은의학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테러리스트·테러 만드는 건 우리와 연결된 사람·문제들”

    “테러리스트·테러 만드는 건 우리와 연결된 사람·문제들”

    권력관계에서의 폭력에 천착해 온 극작가 고연옥(44)이 현대사회의 가장 극단적 형태의 폭력인 테러를 들고 나왔다. 새달 4~2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 무대에 오르는 서울시극단의 연극 ‘나는 형제다’에서다. 고 작가는 테러는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테러는 우리 사회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다가 소외나 불평등 같은 사회적 조건들이 가중되면서 발생해요. 우리와 연결돼 있던 어떤 사람이 테러리스트가 되고 테러가 발생하는 거죠. 이번 작품에서 테러는 우리 안에 있던 문제들 속에서 빚어진 거라는 걸 얘기하고 싶었어요.” 작가는 그동안 폭력 문제를 심도 있게 다뤄 왔다. 2007년 한국계 학생 조승희의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을 모티브로 한 ‘주인이 오셨다’, 2009년 연쇄살인마 강호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지하생활자들’ 등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들을 권력관계 속에서 재조명했다. 고 작가는 “전작들에서 권력관계에서 항상 약자로 존재하다 강자가 될 수 있는 순간이 왔을 때 자기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며 악마로 돌변하는 인간형을 보여 줬다”면서 “총기 난사범도, 연쇄살인범도 살인을 저지르기 전까진 사회적으로 약자였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2013년 4월 미국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을 일으킨 러시아 체첸공화국 이민 가정 형제 이야기를 모티브로 현대사회 폭력의 본질을 파헤쳤다. 체첸 형제는 마라톤 대회 결승점에서 압력솥을 이용해 만든 폭탄 2개를 터뜨려 3명을 숨지게 하고 260명을 다치게 했다. “체첸 형제 사건은 우리나라 젊은이들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아요. 우리 젊은이들은 일찍 실패를 겪어요.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태생이 가난하거나 부모가 힘이 없으면 너무 이른 나이에 실패를 겪고 사회 잉여자로 살면서 마음속에 분노를 차곡차곡 쌓아 가요. 미래에 대한 희망보단 절망으로 하루하루 살다 보면 사회를 향해 복수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 마련이죠. 우리나라 젊은이들도 체첸 형제처럼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품 속 형제는 가난 속에서도 선(善)을 최고 덕목으로 믿고 착하게 살려고 노력했지만 너무 이른 시기에 인생의 쓴맛을 보며 서서히 테러리스트가 돼 간다. 형제는 마라톤 대회가 아닌 영화관을 범행 장소로 정한다. 액션영화 주인공이 복수를 시도하는 심정으로 영화관에 폭탄을 설치하고 지금껏 자신들이 테러리스트가 돼 가는 과정 전체를 지켜봤던 사람들을 향해 폭탄을 터트린다. “형은 사람들이 죽어 가는 걸 보면서 동생도 죽여요. 그러면서 자신을 이 세계의 심판자라고 규정해요. 그 외침이 강력하고 두렵고 악마적이라기보다는 연민을 느끼게 해요. 도대체 우리가 어떻게 한 인간을 저렇게 만들었을까 하는 서글픔을 줘요.” ‘형제라는 관계는 무엇일까’도 진지하게 탐구했다. “테러리스트들은 보통 다른 사람을 가리킬 때 형제라고 하는데, 형제는 자매와는 다른 것 같아요. 가족 관계 중에서도 밀접해요. 서로를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최악의 경우 한편이 되기도 해요.” 작가는 형제 얘기를 다루기 위해 성경의 ‘카인과 아벨’ 모티브를 빌려 왔다. 이번 작품은 고 작가와 스타 연출가인 김광보 서울시극단장이 2011년 ‘지하생활자들’ 이후 4년 만에 다시 손을 잡은 작품이다. 두 사람은 2001년 ‘인류 최초의 키스’로 처음 호흡을 맞춘 이후 17편의 작품을 함께했다. “김 단장님은 인기가 많아요. ‘김광보 작품’이라면 믿고 보는 관객이 굉장히 많죠. 이번 작품은 살인을 다뤄 좀 어두운 데다 관념적인 부분도 있어요. 김 단장님의 취임 이후 첫 작품인데 폐를 끼치지는 않을지 걱정되네요.”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일제의 민족문화 말살에 저항한 선조들의 교육 의지

    일제의 민족문화 말살에 저항한 선조들의 교육 의지

    17일 첫 전파를 탄 EBS 1TV 광복 70년 특별기획 ‘학교교육백년사’(3부작)가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기보다는 기록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재연 영상을 통해 당시의 학교생활과 시대상 등을 흥미롭게 보여 주기 때문이다. ‘학교교육백년사’는 최초의 관립 영어학교인 ‘동문학’과 근대식 공립교육기관인 ‘육영공원’, 외국인 선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 등 130년 동안의 우리 학교 역사와 발전 과정을 되돌아보고 미래 교육 비전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이다. 18일 방송되는 2부에선 일제강점기 학교 모습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1910년 일제의 치밀한 민족문화 말살 정책으로 위기에 처한 학교의 모습과 이에 저항하는 학생들의 독립운동, 국권 회복을 위해 힘썼던 선조들의 교육 의지를 담았다. 일제는 국권침탈에 이어 네 차례에 걸친 조선교육령으로 치밀한 차별정책을 펼쳤다. 학교에선 조선어가 사라지고 학생들은 신사참배와 기미가요를 강요당했다. 체력 양성을 가장한 군사훈련을 받으며 전쟁 도구로 양성되고 실업 위주 교육을 받으며 상급 학교 진학 기회를 박탈당했다. 이에 맞서 학생과 교육사상가들은 교육구국운동 등을 펼쳤다. 함흥영생여고보 여학생의 일기장에서 비롯된 조선어학회 사건과 광주학생독립운동, 부산 경남 지역 독립운동의 중심에 선 부산진 일신여학교(현 부산 동래여고) 학생들의 만세 시위운동 등 암울했던 당시 학교 현장을 생생하게 재연했다. 앞서 1부에선 개화기 학교를 다뤘고 3부에선 광복 이후 전쟁 속 천막학교와 군사정부 시절 통제된 학교, 학교의 미래 비전 등을 담는다. 18, 19일 밤 11시 35분 방영.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이주일의 어린이 책] 외로운 인형과 소녀 친구가 되고 싶어요

    [이주일의 어린이 책] 외로운 인형과 소녀 친구가 되고 싶어요

    마리의 인형/루이제 파쇼 지음/로저 뒤바젱 그림/우현옥 옮김/봄볕/32쪽/1만 3000원 파리 시내의 어느 골동품 가게 전시대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숨을 짓고 있는 인형이 있었다. 비록 빛은 바랬지만 아름다운 비단 드레스를 입고, 신발에 닿을 정도로 긴 레이스 속바지를 입고 있었다. 곱슬곱슬한 금발 머리에는 멋진 깃털 장식 모자도 썼다. 하지만 함께할 친구가 없었다. 너무나 오랫동안 페르시아 꽃병과 중국 찻주전자, 접시, 시계, 보석, 담뱃대 사이에 앉아 있어 몹시 외로웠다. 인형은 매일 창밖을 보며 생각했다. ‘아! 나랑 같이 놀아 주고, 함께 파티를 하고, 책을 읽어 줄 친구가 있었으면….’ 마을에는 인형을 정말 간절히 원하고 사랑하는 아이가 있었다. 우편배달부의 딸 마리였다. 마리는 학교에 갔다 올 때마다 골동품 가게 유리창에 코를 대고서는 인형을 뚫어지게 봤다.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더 자세히 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마리는 인형이랑 같이 놀고 싶었다. 하지만 마리네 집은 너무 가난해서 비싼 인형을 살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 부유한 노부인이 너무 예쁘다며 인형을 사서 붉은 박스에 넣어 집으로 데려갔다. 인형은 행복했다. 곧 도착할 집에 함께 놀 아이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그러나 집에 도착했을 때 인형은 큰 소리로 울 뻔했다. 골동품 가게와 똑같았기 때문이다. 금빛 의자와 오래된 꽃병, 시계와 액세서리로 가득한 테이블이 있었다. 더구나 집에는 아이가 한 명도 없었다. 노부인은 인형을 피아노 위에 있는 골동품 시계와 오래된 촛대 사이에 올려놨다. 앞으로 인형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마음을 함께 나눌 친구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따뜻한 이야기다. 부유하고 화려하진 않지만 자신을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해주는 친구를 만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부부의 합작품이다. 남편 로저 뒤바젱이 그림을 그렸고 아내 루이제 파쇼가 글을 썼다. 뒤바젱은 그림뿐 아니라 글도 탁월해 ‘피튜니아, 여행을 떠나다’ 등 여러 작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하얀 눈, 환한 눈’으로 ‘그림책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미국 칼데콧상을 받았다. 초등 저학년.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삶에 대한 치열한 고민 담았죠…난, 헝그리 정신 갖고 계속 도전”

    “삶에 대한 치열한 고민 담았죠…난, 헝그리 정신 갖고 계속 도전”

    소설가 장강명(40)이 미래가 결정돼 있거나 과거가 현재를 속박할 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탐구했다.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인 다섯 번째 장편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문학동네)에서다. 작가는 그간 발표한 작품들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심도 있게 파고들었다. 등단작 ‘표백’에선 과업이 없는 시대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열광금지, 에바로드’에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남들이 가치 없는 것이라고 말할 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등 삶의 방식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이번 작품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소설엔 한 명의 남자와 두 명의 여자가 등장한다.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얼떨결에 살인을 저지른 남자와 그 남자의 칼에 아들을 잃은 어머니, 그리고 어렸을 때 학대를 당한 기억 때문에 남성 혐오에 빠져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하는 출판사 편집담당 여자다. “사람은 모두 죽는다. 병으로든 사고로든 모든 인간의 끝은 죽음이다. 남자를 통해 내 미래가 이미 죽음으로 정해져 있고 그걸 아는 상태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해 봤다. 두 여자는 과거의 삶에 얽매여 있다. 과거에서 헤어 나오지를 못한다. 이들을 통해 과거가 내 삶에 영향을 미칠 때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생각해 봤다.” 글을 풀어 나가는 형식은 과거, 현재, 미래가 섞여 있다. 사건이 일어난 순서대로 정렬돼 있지 않고 인물들 각각의 에피소드별로 배열돼 있다. 페이지가 적혀 있지 않으면 결코 순서를 맞출 수 없다. “작품 속 세 사람 중 한 명은 미래가 결정돼 있어서, 두 사람은 과거 때문에 현재를 제대로 살지 못한다. 시간 순서보단 현재를 흐릿하게 처리해야 그런 상황을 잘 드러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소설을 쓸 때마다 매번 도전을 한다. “‘한국이 싫어서’는 ‘표백’을 썼을 때 ‘이 작가는 여성 캐릭터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비판이 있어 여성 화자를 내세워 썼고, 이번 작품은 시사성 있는 소재로 사회 비판적인 글은 잘 쓰는 것 같은데 서정적인 면이 약하다는 지적이 있어 사회성이나 시사성을 접고 서정성을 강화했다.” 작가는 요즘 200자 원고지 분량으로 1900매가 넘는 장편소설에 도전하고 있다. “지금껏 쓴 장편들은 1900매를 넘는 게 없다. 남북 관계를 주제로 사람들도 많이 나오고 사건도 복잡하게 얽힌, 스케일이 큰 소설을 쓰고 있다.” ‘작가의 말’이 다른 소설가들과 다르다. 추모공원과 여자교도소 묘사는 KBS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3일’의 ‘대화-추모공원 72시간’ 편과 ‘죄와 벌-청주여자교도서 72시간’ 편을 참고했다고 밝히는 등 글을 쓰며 참고하거나 인용한 것들을 모두 나열했다. “작가 지망생들이 소설 소재는 어디서 얻는지 묻곤 한다. 그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출처를 다 밝혔다. 앞으로도 이렇게 쓰려 한다.” 2011년 장편 ‘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그는 2013년 9월 11년간의 일간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선 이후 ‘열광금지, 에바로드’ ‘호모도미난스’ ‘한국이 싫어서’ 등의 장편을 쏟아냈다. “전업 작가의 길을 걷겠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모두 말렸다. 먹고살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인세로 먹고사는 작가가 몇 안 된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인세 수입이 극히 적다. 헝그리 정신을 갖고 계속 도전하고 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류성룡의 삶·정신 오롯이… ‘징비록’을 만나다

    류성룡의 삶·정신 오롯이… ‘징비록’을 만나다

    서애 류성룡(1542~1607)의 삶과 정신이 TV 드라마에 이어 전시에서도 되살아났다. 국립민속박물관과 한국국학진흥원이 광복 70주년을 맞아 다음달 30일까지 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하는 ‘징비록’(懲毖錄) 특별전을 통해서다. 류성룡은 1592년 발발한 임진왜란 때 영의정과 도체찰사(군 사령관) 등을 역임하며 조정의 중추 역할을 했다. 전후 어린 시절을 보낸 안동 하회마을로 돌아가 더이상 벼슬길에 나가지 않고 옥연정사에서 집필에 주력했다. 징비록도 이때 완성됐다. 징비록은 ‘지난 일을 경계하여 후환을 삼가다’라는 의미로, 임진왜란의 원인 및 전황 등을 기록한 책이다. 특별전에선 국보 제132호 ‘징비록’ 초본, ‘난후잡록’(보물 제160호), 투구와 갑옷(보물 제460호), 한글본 ‘징비록’(경기도 유형문화재 제345호) 등 30여점을 만나 볼 수 있다. 전시는 2부로 이뤄져 있다. 1부 ‘영의정으로서 임진왜란을 극복하다’에서는 류성룡이 국난 극복에 들인 노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류성룡은 임진왜란 피란 중 영의정과 도체찰사가 돼 7년여 동안 선조를 보좌하면서 민심을 수습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활약했다. 개성 피란 도중 영의정으로 임명된 교지, 도체찰사로서 사용했던 투구와 갑옷, 전쟁 중 문서를 넣어 휴대했던 유서통(諭書筒),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류성룡에게 시를 써서 준 부채 등이 전란 당시의 상황을 엿볼 수 있게 한다. 2부 ‘뒷날의 경계를 위해 징비록을 쓰다’에서는 ‘징비록’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모았다. 임진왜란 당시 류성룡은 그가 작성한 문서 등을 모두 이면지를 활용해 필사해 두거나 명나라 책력인 대통력에 그때그때의 감회 등을 적었다. 전후 류성룡은 옥연정사에서 이들 기록을 참조해 저술했다. 처음에는 책 제목을 ‘난후잡록’(後雜錄)이라 했다가 ‘시경’ 소비편의 ‘나는 지난 일을 경계하여 후환을 삼가다’라는 내용을 참조해 ‘징비록’으로 바꿨다. ‘징비록’ 초본과 류성룡이 ‘징비록’ 초본을 쓸 때 사용했던 대나무 경상(經床), 류성룡과 각별하게 지냈던 오리 이원익(1547~1634) 종가 소장의 한글본 ‘징비록’, 2종의 목판본 ‘징비록’ 등을 접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민속박물관 상설3전시관의 전시 ‘풍산 류씨 집안의 가족 이야기-충효 이외 힘쓸 일은 없다’와 연계해 진행되고 있다.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은 “‘효경’의 ‘효자 집안에서 충신이 난다’는 말처럼 안으로는 효를 바탕으로 집안을 다스리고 밖으로는 진정한 충을 실천했던 류성룡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과 사회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 봤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어떤 공주의 잠을 깨우실래요

    어떤 공주의 잠을 깨우실래요

    상큼발랄한 이미지, 예쁜 몸매, 주위를 압도하는 에너지. 충무로에 저마다의 매력을 지닌 ‘미녀 삼총사’가 뜬다. 영화가 아니라 발레의 아름다움으로 한여름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 줄 발레계의 샛별들이다. 바로 유니버설발레단(UBC)의 발레리나 김채리(25)·홍향기(26)·심현희(23)다. 이들은 오는 14~16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발레 ‘잠자는 숲 속의 미녀’에서 주역인 ‘오로라 공주’를 맡았다. 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한창인 이들을 지난 5일 광진구 UBC에서 만났다. 김채리·홍향기·심현희는 발레계의 떠오르는 미녀 스타들이다. 20대 초·중반의 나이에 대형 공연의 주역을 맡아 호평을 얻고 있다. 그만큼 실력이 입증됐다는 의미다. 김채리는 유연한 라인과 어떤 역할이든 자기만의 색깔로 표현할 줄 아는 ‘팔색조 발레리나’의 대명사로 불린다. “채리는 발레리나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예쁜 라인을 갖고 있어요. 어떤 작품이든 작품 속 인물의 화신이 돼 연기해요. 오로라 공주를 채리만큼 예쁘게 표현할 발레리나도 없을 거예요.”(홍향기) 홍향기는 ‘아우라의 발레리나’로 통한다. 내면의 에너지가 만드는 아우라가 관객들의 시선을 모두 흡수해서다.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는 정확한 ‘턴’으로도 유명하다. “언니는 무대에서 언니만 보이도록 하는, 뭐라고 콕 찍어 설명할 수 없는 에너지가 있어요. 그 에너지가 손끝에서부터 발끝까지 공연 내내 넘쳐요.”(김채리) 심현희는 ‘발레 요정’으로 일컬어진다. 순수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순수함 이면에 파워풀한 에너지도 갖고 있어요. 발레리나는 아무리 힘들어도 무대에서 힘든 걸 얼굴에 나타내면 안 돼요. 현희는 아무리 힘든 공연일지라도 힘들어 보이지 않게 연기해요. 같은 발레리나들도 감탄할 정도예요.”(김채리·홍향기)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백조의 호수’, ‘호두까지 인형’과 함께 작곡가 차이콥스키와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바의 3대 발레 명작 중 하나다. 고전발레의 모든 동작과 기술이 등장해 ‘19세기 고전발레의 교과서’로 불린다. 고난이도의 표현력과 기술을 요구해 무용수들에게 많은 부담을 줘 전막 발레로는 자주 공연되지 않는다. 김채리·홍향기·심현희도 “‘발레의 기본’으로 일컬어지는 작품이다. 팔 움직임이나 턴 등 발레 동작의 표본을 보여 줘야 한다. 직사각형 안에 몸을 가둬 두고 그 상태에서 균형을 잡는다는 느낌으로 춤을 춰야 해 다른 발레보다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동양에서는 UBC가 1994년 창단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최초로 무대에 올렸다. UBC는 1994년 한국 초연 이후 1996년, 2002년, 2006년 재공연했다.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3막 발레다. 1막은 오로라 공주의 16번째 생일 파티 장면, 2막은 오로라 공주가 꿈속에서 100년의 세월을 보낸 뒤 데지레 왕자와 만나는 장면, 3막은 오로라 공주와 데지레 왕자의 결혼식 장면으로 꾸며진다. 막마다 감정이나 표정을 달리 표현해야 한다. “1막은 어리고 순수한 모습을 보여 줘야 해 3막 중 가장 발랄하게 춤을 추려 해요. 오로라 공주의 생기발랄함을 10대의 풋풋한 느낌으로 보여 줄 거예요. 2막은 현실이 아니라 꿈속이어서 ‘솜사탕’ 같은 느낌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3막은 결혼식 장면인 만큼 우아하고 화려하게 춤을 추려 해요.”(김채리) “저는 활달하고 ‘쿨’한데 오로라 공주는 얌전하고 조심성이 많아요. 제 성격과 상반되죠. 오로라 공주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동작의 절제에 가장 신경 쓰고 있어요.”(홍향기) “막내라 선배들보다 긴장도 훨씬 많이 되고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많아요. 섬세하고 정교한 동작들을 하면서 마음이 흐트러지면 균형 잡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도 필요해요. 1막은 순수한 마음으로 생기발랄한 모습을 보여 주고, 2막은 왕자에게 잠에서 깨워 달라는 애처로움을, 3막은 화려하고 웅장한 결혼식에 맞게 동작도 최대한 아름답게 표현하려 해요.(심현희) 김채리는 2012년 UBC 입단 이후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백조의 호수’ ‘호두까지 인형’ ‘지젤’ 등에서, 홍향기는 2011년 입단 이후 ‘호두까지 인형’ ‘돈키호테’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등에서 주역을 맡았다. 심현희는 지난해 입단했다. 정식 입단 전에 매년 크리스마스를 즈음해 선보이는 ‘호두까기 인형’의 주인공 클라라 역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구병모 ‘오늘의 작가상’

    구병모 ‘오늘의 작가상’

    제정 38년 만에 선정 방식을 개편한 민음사 주최 ‘오늘의 작가상’ 제39회 수상작으로 소설가 구병모의 소설집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문학과지성사)이 선정됐다. 한국문학의 폐쇄성과 독자와의 괴리감을 타개하기 위한 개편 취지에 맞게 독자들의 호응을 얻을지 주목된다. 민음사는 10일 “심사위원들이 미덕과 개성이 탁월한 장강명 장편 ‘한국이 싫어서’와 구병모 소설집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을 두고 오랜 시간 격론을 벌인 끝에 구 작가의 작품을 최종적으로 뽑았다”고 밝혔다. 강유정 심사위원(문학평론가)은 “현실의 두꺼운 벽을 관통하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부단한 창작으로 깊은 열정을 태우는 야심가의 면모를 보였다”고 평했다. ‘오늘의 작가상’은 올해부터 공모제를 폐지, 심사위원 문호를 개방하고 심사 대상 장르도 확대했다. 문학평론가, 소설가, 서점 관계자, 언론인, 편집자, 독자 등 50명의 추천 위원들은 지난해 6월 1일부터 지난 5월 31일까지 출간된 순수문학뿐 아니라 추리, SF 등 모든 소설 가운데 22편을 추천했다. 1차 추천작 22편을 두고 지난 6월 23일부터 지난달 12일까지 20일간 인터넷서점 알라딘에서 독자 투표가 진행됐다. 독자 투표 1만 5903표와 앞선 추천 위원의 선정 결과를 합산해 10편의 작품을 2차 추천작으로 뽑았고 심사위원 5명은 지난 5일 최종 수상작을 선정했다. 수상자에게는 창작지원금 2000만원이 지급되며 시상식은 오는 12월 열린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대장경 8만1352판

    국보 제32호인 경남 합천 해인사 대장경판의 경판 수가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많은 8만 1352판으로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지난 10여년간 ‘팔만대장경 디지털화’ 사업을 진행하며 경판 수를 조사한 결과 일제강점기인 1915년 집계한 8만 1258장보다 94장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10일 밝혔다. 문화재청은 “대장경판은 워낙 많고 경판이 한두 점씩 발견되기도 해 숫자가 틀리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다”며 “경판을 하나씩 빼서 촬영하고 상태를 점검하면서 수량 조사를 끝냈다”고 설명했다. 해인사 대장경판은 고려시대 불교 경전을 찍기 위해 글자를 새긴 목판으로 판 수가 8만여개에 달해 ‘팔만대장경’으로 불린다. 1962년 국보로 지정됐고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이번 조사에선 경판 36장이 일제강점기에 제작됐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1915년, 1937년 18장씩이 만들어졌다. 문화재청은 “일제강점기 새겨진 경판은 등록문화재로 따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불교계는 전체를 국보로 지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오는 10월 학술대회와 공청회를 열어 일제강점기 제작된 경판의 국보 지정 여부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파독 간호사에서 마을 유명 인사 된 ‘경상도 아지매’

    파독 간호사에서 마을 유명 인사 된 ‘경상도 아지매’

    독일 북동부에 위치한 아름다운 휴양 도시 위커뮌데. 이 작은 마을에 ‘걸어 다니는 한국’이라 불리는 사람이 있다. 바로 정명렬(67)씨다. 10~14일 오전 7시 50분 방영되는 KBS 1TV ‘인간극장’에선 가난한 나라에서 온 ‘파독 간호사’에서 독일 시골 마을의 유명 인사가 된 ‘경상도 아지매’ 명렬씨의 뜨거운 삶을 담았다. 6·25 전쟁 뒤 극심한 실업난과 외화 부족에 시달리던 한국은 나라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독일로 광부, 간호사를 파견했다. 경남 진해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나 간호사로 일하고 있던 22살의 명렬씨도 독일행 비행기에 올랐다. 가난한 집의 막내딸이었던 명렬씨는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지구 반대편 나라로 가는 것을 기꺼이 선택했다. 그로부터 45년이 흐른 지금 그녀는 독일을 사로잡은 풍차호텔 경영인이자 민간 외교관이 됐다. 명렬씨는 1997년부터 18년째 위커뮌데에서 풍차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 호텔 문을 열었을 때 사람들은 동양에서 온 여자가 있다는 소문에 명렬씨를 보러 호텔을 찾았다. 하지만 항상 일본, 중국, 베트남에 대해서만 물었고 한국이라는 나라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명렬씨는 한국을 알려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녀는 호텔을 찾는 사람들에게 한국에 대해 설명했고 한반도 통일을 위한 모금 활동도 시작했다. 1년에 한 번 ‘한국인의 밤’이라는 큰 행사도 열어 자신이 직접 만든 한국 음식을 대접하고 전통 음악과 무용도 선보였다. 이 행사는 이제 너무도 유명해져 행사 일정이 잡히면 수개월 전에 예약이 꽉 찰 정도라고 한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한여름밤 경복궁·덕수궁에 흐르는 우리 소리

    한여름밤 경복궁·덕수궁에 흐르는 우리 소리

    한여름 밤 고궁에 청아한 우리 소리의 선율이 흐르고 아름다운 우리 춤사위가 펼쳐진다. 고궁 벽면은 오색영롱한 빛으로 물든다.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 광복70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오는 13~30일 ‘위대한 문화유산, 미래를 열다’를 주제로 경복궁과 덕수궁에서 개최하는 ‘광복 70년 기념 문화유산 활용 축제’에서다. 경복궁 경회루에선 경복궁 야간 특별관람과 연계해 13~15일 ‘경회루, 성하(盛夏)에 물들어’가 진행된다. 누각, 연못, 만세산(섬) 등 경회루 건축물과 경관을 무대 배경으로 신라 뱃놀이에 기원한 조선시대 궁중 무용 ‘선유락’(船遊), ‘오고무’(五鼓舞), ‘부채춤’, 안숙선 명창의 선상공연 ‘뱃노래’, 이생강 명인의 ‘대금독주’, 첼리스트 김해은의 ‘첼로연주’ 등 다채로운 공연이 이어진다.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을 지낸 한국무용가 국수호가 연출을 맡았다. 덕수궁 석조전에선 석조전 외벽을 스크린으로 활용한 ‘미디어 파사드’가 13~16일 선보인다. ‘미디어 파사드’는 미디어(media)와 건물 외벽을 뜻하는 파사드(facade)의 합성어로, 건물 외벽에 다양한 콘텐츠 영상을 투사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 ‘미디어 파사드’는 연세대 김형수 교수가 예술감독을 맡아 석조전의 역사적 장소성과 건축적 특성을 반영한 영상으로 연출한다. 입체 음향과 함께 석조전에 광복 70년의 역사를 담은 ‘빛의 옷’을 입힌다. 덕수궁 함녕전에선 20일 ‘덕수궁 풍류’ 100회 기념 특집 공연이 열린다. ‘덕수궁 풍류’는 중요무형문화재 가(歌)·무(舞)·악(樂) 분야 예인들이 출연하는 야간 전통공연으로, 2010년 시작됐다. 이번 특집 공연에는 구음 정영만(중요무형문화재 제82-4호 남해안별신굿), 대금독주 이생강(중요무형문화재 제45호 대금산조 보유자), 판소리 안숙선(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보유자), 사물놀이 이광수 명인이 출연해 창작국악그룹 ‘바라지’, ‘숨’ 등 신진 국악인과 함께 과거를 회상하고 새로운 도약을 기원하는 무대를 만든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이주일의 어린이 책] 세상에 멋진 날을 선사하고 싶은 ‘화요일’

    [이주일의 어린이 책] 세상에 멋진 날을 선사하고 싶은 ‘화요일’

    멋진 화요일/데이지 므라즈코바 글·그림/김경옥 옮김/노란상상/48쪽/1만 2000원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체코 어린이 책 작가의 작품이다. 1977년 출간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체코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작가는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일주일의 주인공들이 자신의 날이 되면 하늘을 날아다니며 그날의 세상이 잘 돌아가는지를 살핀다는 독특한 발상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책의 화자는 화요일이다. 화요일은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이며 아침을 열었다. 하늘에는 솜사탕 같은 작고 예쁜 흰 구름이 둥실둥실 떠다녔다. 잠에서 깬 사람들이 창문을 열며 말했다. “와, 멋진 날이다.” 화요일은 기분이 좋았다. 더 멋진 날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날들처럼 화요일도 세상이 잘 돌아가는지 매의 눈으로 끊임없이 살펴보면서 날아다녔다. 그러다 공원 벤치에 슬픈 표정으로 앉아 있는 할머니를 발견하고 할머니 옆으로 날아가 앉았다. 머리가 하얀 할머니는 다리 위에 가지런히 손을 모으고 있었다. 할머니는 나이가 많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지만 어렸을 때 일만은 생생하게 기억했다. 화요일은 할머니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물었다. 할머니는 말했다. “내 생일날 엄마가 예쁜 인형을 만들어 준 적이 있어. 나는 날씨나 기분에 따라서 파란 천사, 길쭉이, 사랑이라고 불렀단다. 인형을 오래 갖고 있지는 못했어. 심부름을 갔다가 잃어버렸거든…. 장바구니에 빵을 두 개 넣고 그 위에 인형을 놓았는데 오다 보니 없지 뭐야.” 화요일은 “말하면 안 되는데 알려 드리겠다. 혼자만 알고 계셔야 한다”며 사라진 인형에 얽힌 이야기를 할머니에게 들려줬다. 인형은 동네 장난꾸러기 소년이 장바구니에서 몰래 빼갔다. 소년은 금세 후회하고 인형을 돌려주려고 소녀(어린 시절 할머니)를 뒤따라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다른 집 담 너머로 인형을 던지고 말았다. 소년이 다른 집에 던져 넣은 인형은 기적을 낳는데….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하나로 이어져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새로운 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묵직한 감동이 밀려온다. 초등 저학년.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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