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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계종 새달 10일 제34대 총무원장 선거… 초박빙 양자구도

    조계종 새달 10일 제34대 총무원장 선거… 초박빙 양자구도

    다음 달 10일 치러질 제34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가 예상대로 박빙의 양자 대결로 굳어졌다. 현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중앙종회 의장을 지낸 보선 스님 간 팽팽한 접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두 스님을 비롯해 내장사 백련선원장 대우 스님, 전 오어사 주지 장주 스님, 전 포교원장 혜총 스님 등 모두 5명의 후보가 등록한 가운데 벌써부터 자승, 보선 두 스님의 우열을 점치는 판세 읽기가 난무하고 있다. 지난 25일부터 오는 29일까지의 일정으로 교구별 총무원장 선거인단 선출 작업에 들어간 가운데 처음으로 확정된 직할교구 선거인단의 면모는 초박빙의 싸움이 될 것이란 예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직할교구는 사실상 이번 선거 결과의 바로미터라는 관측이 우세했었다. 이날 결정된 선거인단에는 공교롭게도 자승 스님과 보선 스님 측 지지 인사들이 5대5의 비율로 포진했다. 모두 13명이 출사표를 던진 선거인단 후보 중 자승 스님 지지 측이 4명, 보선 스님 지지 측이 5명으로 드러났지만 당연직 선거인단인 자승 스님을 포함하면 양측이 똑같이 절반씩을 확보한 셈이다. 29일까지 확정되는 교구별 선거인단의 면모를 모두 봐야겠지만 직할교구의 후보 지지 비율을 볼 때 양측의 파죽지세는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이른바 ‘백양사 도박 사태’ 이후 해산했다가 이번 선거를 계기로 이합집산한 종책모임(계파)의 구도도 선거 결과를 섣불리 예단할 수 없는 요인이다. 자승 스님은 조계종 최대 계파 화엄회를 중심으로 뭉친 불교광장의 추대를 받아 출마했고, 보선 스님은 자신이 속한 무차회를 비롯해 화엄회에 이어 가장 큰 계파인 무량회와 백상도량(옛 보림회)으로 이뤄진 3자 연대의 지지를 받고 있다. 각 계파의 구성 인원과 면모만 봐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선거인단 선출과 맞물려 양 후보 측도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한 상태다. 자승 스님은 기득권과 조직 기반을 바탕으로 지난 4년의 치적과 비전을 내세워 표 몰이에 나섰고 보선 스님은 청정 승가 구현과 도덕성 제고를 강조하며 대립하고 있다. 자승 스님이 총무원장 직선제와 교구 중심제를 핵심 공약으로 종단의 안정과 발전책을 제시했다면 보선 스님은 자승 스님의 도덕성 결여를 겨냥하면서 대안 격으로 종단 정화 방침을 강조하고 있는 느낌이다. 양측이 이처럼 밀고 당기는 공약을 앞세워 선거전을 펴고 있지만 각각 안고 있는 약점이 선거 막판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자승 스님은 지난해 ‘백양사 사태’ 이후 잇따라 불거진 일탈 의혹과 관련해 선거 불출마를 약속했지만 재임에 도전한 상태다. 자승 스님의 도덕성 결여를 들어 연임 포기를 요구한 선원수좌회가 조계사 앞마당에서 단식 천막농성을 벌인 것도 그 같은 이유에서다. 자승 스님의 도덕성 결여를 앞세운 보선 스님도 비슷한 처지에 대한 비난이 없지 않다. 보선 스님은 중앙종회의장 시절 계파 간 대립과 갈등을 완화시켰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지만 이번 선거를 계기로 종단 쇄신을 강력히 주장하면서도 기존 계파 세력들과 결탁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양측은 선거 전날인 다음 달 9일까지 선거전을 치열하게 이어 갈 태세다. 불교계 일각에선 선거 막판 양상이 혼탁해질 것이란 예상도 일고 있다. 불교계 각 단체가 연일 공정하고 청정한 선거를 요구하고 있지만 선거 공고 이후 이해관계를 따져 뭉치고 흩어지기를 거듭했던 계파 간 갈등과 알력을 들어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감리교 다시 혼돈 속으로

    감리교 다시 혼돈 속으로

    지난 7월 취임한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교) 전용재 감독회장이 2개월여 만에 감독회장직을 박탈당했다. 감리교 총회특별재판위(특별재판위)가 불법 선거를 이유로 전 감독회장의 당선 무효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5년 만에 감독회장을 어렵게 선출해 교단 정상화의 기대를 모았던 감리교가 또다시 혼돈으로 치닫고 있다. 특별재판위가 전 감독에 대한 당선 무효 판결을 내린 건 지난 24일이다. 전 감독 당선 직후 신기식 목사 등이 총회 선거관리위를 상대로 당선 무효 소송을 제기해 열린 이날 재판에서 재판위원 13명 중 9명이 전 감독회장의 당선 무효에 찬성했다. 특별재판위의 결정은 전 감독회장이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부탁하면서 현금을 건넸다는 관련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한 데 따른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 제시된 관련자 진술서에는 전 감독회장 등이 지난 6월 18일 충북 청주의 한 호텔에서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돼 있다. 이 판결의 당사자인 전 감독회장은 원고 측 진술서 내용을 부인한 채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 감독회장 측은 “6월 18일이 아닌 25일 청주 지역을 방문했고 식사를 제공하거나 여비를 준 사실도 없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전 감독회장은 특히 재판 당일에 제출된 증인 진술서를 증거로 채택하고 피고 측에 반증 기회조차 주지 않은 것은 재판부의 명백한 실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 감독회장은 선거법 위반 여부 판결 전 총회특별심사위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심을 청구할 태세다.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사회법에 총회재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리교 교리·장정은 총회재판에 대한 이의가 있을 경우 14일 이내에 재심을 신청하도록 명기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최고심인 총회특별재판은 단심제를 채택하고 있어 재심이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관측이 감리교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따라서 특별재판위가 재심 청구 수용 후 판결을 번복하거나 사회법에 따라 법원이 특별재판위 판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을 내리지 않는 한 감독회장 직무대행 선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여곡절 끝에 감독회장을 뽑아놓고 다시 지도부 공백 사태를 맞게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감리교의 한 목회자는 이와 관련해 “5년여 만의 감독회장 선출로 정상화의 가닥을 가까스로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혼란 속으로 빠져들어 안타깝다”며 “합리적인 수순을 밟아 감리교단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강화 전등사의 역사·문화적 전통 느껴보세요

    인천 강화 전등사는 ‘제13회 삼랑성 문화축제’를 다음 달 5∼13일 ‘천 년의 기다림, 새로운 시작 원(願)’이라는 주제로 개최한다. 삼랑성 문화축제는 삼랑성의 역사·문화적 중요성을 재조명하고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 해군이 약탈해 간 외규장각 도서 반환을 촉구하기 위해 2001년부터 시작된 문화 행사다. 전등사 주위의 삼랑성과 381년 고구려 소수림왕 때 아도화상이 창건한 전등사의 유서 깊은 역사·문화적 전통을 되살린다는 취지다. 전등사 주변의 삼랑성이라는 이름은 단군의 세 아들(삼랑)이 힘을 합쳐 쌓았다는 전설에서 비롯된 것이다. 몽골이 고려를 침략하자 고종이 궁궐을 짓고 원종이 부처의 가피로 재난을 물리치는 행사를 4개월간 펼친 곳으로 유명하며 정족산성이라 불리기도 한다. 올해 행사는 전국 미술 실기대회와 글쓰기, 전등사의 옛 스님들을 기리는 다례재, 각종 공연이 어우러지는 문화 한마당으로 진행된다. 피아니스트 이루마와 가수 웅산, 한영애, 안치환 등이 출연하는 가을음악회(5일)와 호국 영령을 위한 영산대재(7일), 강화 지역 예술 문화 단체들이 참가하는 지역 문화 한마당(12일), 극단 좋다의 마당극 ‘심청이 놀부를 만났을 때’(13일)를 비롯해 짚풀공예 체험, 특산물장터 등 다채로운 행사로 꾸며진다. 특히 구한말 육군대장 출신으로 전등사 전투에서 일본군을 물리치는 등 강화 곳곳에서 항일 무장투쟁을 벌였던 강화 출신 의병장 이능권의 위령대재가 눈에 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자승 스님, 조계종 총무원장 또 출마

    자승 스님, 조계종 총무원장 또 출마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종단 안팎의 반대를 무릅쓰고 다음 달 10일 차기 총무원장 선거에 출마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조계종 선거법에는 1차에 한해 중임할 수 있게 돼 있지만 1994년 조계종 종단 개혁 이후 지금까지 연임을 시도한 현직 총무원장은 없었다. 조계종 종책모임 ‘불교광장’은 16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임시총회를 열어 자승 스님을 제34대 총무원장 후보로 추대했다. 불교광장은 지난 7월 조계종 내 여러 계파가 종책 개발과 건전한 선거문화 조성을 기치로 출범했으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지금은 자승 스님 계열의 일부 계파(화엄·법화)만 남았다. 자승 스님은 후보 추대 직후 회의에 참석해 추대를 수락했다. 자승 스님이 종단 안팎의 반대 움직임과 비판에도 추대 형식을 빌려 출마를 강행함에 따라 향후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총무원장은 중앙종회 의원 81명(현재 1명 공석)과 24개 교구 본사 240명 등 321명의 선거인단이 선출한다. 자승 스님 말고 지금까지 명확하게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는 3명이다. 불교광장에서 탈퇴한 무량·무차·보림회로 구성된 이른바 ‘3자 연대’에서 추대한 보선 스님, 금오문도회가 추대한 전 조계종 포교원장 도영 스님, 내장사 백련선원장 대우 스님 등이다. 조계종은 18~20일 후보 등록을 받고 10월 10일 선거를 치른다. 총무원장의 임기는 4년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홍삼, 방사능 공포 물렀거라

    홍삼, 방사능 공포 물렀거라

    홍삼이 면역력을 강화해 방사능으로 손상된 세포의 재생을 돕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홍삼의 특정 성분이 면역력을 키운다는 연구는 있었지만 방사능으로 손상된 세포의 재생을 돕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주최로 최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국제 인삼학술세미나에서 김시관 건국대 의료생명대학 교수는 “김성호 전남대 교수팀이 홍삼을 일정 기간 투여한 쥐와 일반 쥐를 대상으로 방사선 노출 전후의 인지기능을 비교한 결과, 일반 쥐는 방사선 노출 뒤 기억력이 현저히 떨어진 반면 홍삼 쥐는 정상 쥐와 같은 기억력을 보였으며 일반 쥐에 비해 신경줄기세포 손상도 30% 이상 적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방사능에 노출되면 골수의 조혈기능이 파괴돼 면역력과 생식기능에 문제가 생기는데 홍삼의 특정 성분이 체내 림프구를 증식해 면역기능을 강화함으로써 세포 손상을 줄이고 재생을 촉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일본 오사카 방사능센터 요네자와 박사팀 연구에서도 인삼추출물이 방사선에 의한 출혈을 감소시킬 뿐 아니라 혈소판 생성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인도방사능·암연구센터와 일본 시가의대 공동연구에서도 인삼 추출물이 방사선으로 인한 손상을 치료하는 효과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인삼의 면역력 강화 기능이 체내 대식세포의 활성화와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탈리아 밀라노대 의대 스칼리온 교수의 연구 결과 인삼을 섭취하면 인플루엔자 백신의 효능이 증가했으며 인삼추출물과 항생제 치료를 병행한 그룹의 박테리아 감소와 회복속도도 빨랐다”면서 “일본에서 45∼90세 환자를 대상으로 평균 76개월 동안 매일 홍삼(3g)을 섭취하게 한 뒤 독감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역추적한 결과 감염 징후가 50∼60%나 낮았다”고 전했다. 미국 에모리대학 면역학과 강상무 교수팀도 홍삼의 바이러스 예방효과를 확인했다. 강 교수팀이 실험쥐를 신종플루 바이러스에 감염시켜 생존율을 비교한 결과 백신과 홍삼을 병행 투여한 쥐의 생존율은 100%였으나 백신만 접종한 쥐는 60%, 일반 쥐는 40%에 그쳤다. 이영주 세종대 생명공학부 교수는 “지금까지의 국내외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홍삼이 세포 내 신호전달 경로에 작용해 여성의 폐경기 증상을 완화하고 전립선 건강에도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세계화 급행열차 탄 한국경제 복지없는 종착역은 대공황이다

    조용한 대공황/시바야마 게이타 지음/전형배 옮김/동아시아/200쪽/1만 2000원 많은 이들이 글로벌 경제 위기의 심각성을 들춰 대안을 내지만 뾰족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해결책은 정말 없는 것일까. ‘조용한 대공황’은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세계화를 주목, 그 탈출구를 제시한 책이다. 흔히 세계화를 경제 위기의 탈출 방편으로 여기는 대세와는 큰 거리를 둔 채 사회경제학적 관점에서 위기를 진단해 눈길을 끈다. 일본 시가대 경제학부 교수인 저자는 지금 상황을 단순한 경기침체로 보지 않는다. 1920년대 대공황 규모의 위기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현 글로벌 경제 위기가 세계대전을 불렀던 20세기 초의 대공황과 같은 수준이라면 왜 사람들은 이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을까. 저자는 그 원인을 은폐와 축소에서 찾는다. 각국 정부가 대규모 재정지출을 통해 공황상황을 감추거나 최소화해 일반인들이 피부로 심각성을 느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책은 그 상황을 ‘조용한 대공황’이라 설명한다. 그러면 세계화와 지금 경제 위기의 연관성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저자의 설명은 의의로 간단하다.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클수록 세계 경제 위기의 충격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금의 세계화에 따른 위기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만큼 거대하다고 본다. 저자가 지적한 세계화의 부작용은 비단 경제 위기에 머물지 않는다. 세대 간, 산업 간, 도시·지방 간 대립격화로 인한 극단의 양극화가 큰 문제로 들춰진다. 격차가 확대될 경우 국가 체제를 위협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게 될 것이란 전망도 곁들여진다. 저자는 지금의 양극화가 1900년대 초엽의 세계화처럼 세계대전으로 귀결되진 않더라도 경제보호주의에 나선 국가 간 경제전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경고한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세계화를 서서히 멈추고 복지를 확충하면서 가족과 공동체를 재생시켜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한다. 주로 일본과 세계 경제상황을 연결해 다룬 책이지만 세계화에 박차를 가해 달려온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가 강렬하다. 실제로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한국이 일본보다 세계화의 정도가 더 많이 진행되어 있어 글로벌 경제 위기에 따른 악영향을 고스란히 뒤집어쓸 수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7대 종단 14일 서울 청계광장서 종교문화축제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가 주최하는 제17회 대한민국 종교문화축제가 14일 서울 청계광장 일대에서 ‘마음껏 사랑하라’라는 주제 아래 열린다. 축제는 낮 12시부터 오후 8시까지 불교, 개신교, 천주교, 유교, 원불교, 천도교, 민족종교 등 7대 종단이 모인 가운데 다양한 시민체험 프로그램과 축제공연, 희망음악회, 종교문화사진전, 나눔행사 등 다채로운 종교문화 행사로 진행된다. 종교문화축제는 1990년부터 종교 간 화합을 목적으로 매년 한 차례 종교문화 미술제와 음악제로 열려온 행사. 2000년 제10회 행사부터 두 행사를 통합해 ‘대한민국 종교문화축제’로 명칭을 바꿔 일반 시민들이 더 많이 참여하는 대중적인 문화축제로 자리 잡았다. 올해 축제의 특징은 종교가 공통으로 포함하는 가치인 ‘사랑’을 주제로 삼은 것. ‘마음껏 사랑하라’는 슬로건 아래 ‘내려놓기’, ‘어울림’, ‘바라는 마음’, ‘나누리’의 네 가지 테마를 통해 나와 이웃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화합·상생의 실천문화를 나누는 자리로 꾸민다. 이를 위해 각 종단은 다문화가정 어린이, 장애인, 소년소녀 가장 등 소외계층을 대거 초청해 축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종교의 사회봉사와 심리적 안식처로서의 기능을 실제 체험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것도 올해 행사에서 특히 도드라지는 부분이다. 당일 청계광장 곳곳에서 열리는 모든 프로그램은 시민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다. 특히 청계광장 중앙에 ‘나눔 기부함’을 설치해 축제에 참여한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기부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주최 측은 이날 모인 금액의 향후 기부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한다고 밝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행복·불행 어느 하나에 집착하는 건 어리석어”

    “행복·불행 어느 하나에 집착하는 건 어리석어”

    지난 1998년 정년을 5년 남겨 두고 교수직을 조기 사퇴한 원로 천문학자 이시우(76) 서울대 명예교수. 그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가리켜 ‘독학 인생’이라 부르길 주저하지 않는다. 검정고시로 서울대에 입학해 교재며 강사진이 별로 없던 천문학과에서 학업에 고군분투했던 일들, 그리고 호주 유학시절 역시 같은 이유로 ‘나 홀로’ 공부에 매달렸던 시절을 떠올리며 하는 말이다. 천문학자로서는 드물게 불교신자인 이 교수는 불교계를 놀라게 할 만한 불교 서적을 잇따라 세상에 내놓았지만 그 또한 모두 독학의 결실이다. 그런 그가 이번엔 ‘직지’를 향해 소신을 불태웠다. ‘직지, 길을 가리키다’(민족사 펴냄) 출간에 맞춰 만난 이 교수는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흔히 선종(禪宗)의 조사·선사들이 남긴 언어는 신비적 경향을 띠어 논리적 해석을 금기로 여기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어떤 것이든 신비화, 초월화한다는 건 비논리적인 것을 절대 권위로 치장하는 것일 뿐이지요.” 다양한 측면에서 선문답의 의미를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마따나 이번 책 ‘직지, 길을 가리키다’는 ‘직지심경’으로 널리 알려진 ‘백운화상초록 불조직지심체요절’을 일반인도 알기 쉽게 번역, 해석한 해설서이다. 부처님과 조사들이 마음의 본체를 바로 가리켜 보인 설법의 중요한 부분을 골라 기록한 책. 석가모니불 등 ‘일곱 부처(七佛)’로 시작해 달마(達磨) 대사 등 조사(祖師) 스님 28명, 중국 선사(禪師) 110명 등 145명의 핵심적인 가르침을 추려 설명했다. “교양과목인 ‘인간과 우주’를 가르치던 중 ‘금강경’을 읽고 불교에 심취하게 됐어요. 별들이 생성, 소멸하는 이치가 불교 연기법에 딱 들어맞더군요. 우주 법계를 다루는 천문학은 불법(佛法)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선불교는 마음의 종교도, 행복을 추구하는 종교도 아니라는 이 교수는 진정한 자유야말로 ‘연기적 구속’에서 찾을 수 있다고 일관되게 말한다. 우주 만유와 더불어 본연의 삶의 가치와 존재가치를 구현하는 게 선불교의 목적이 돼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면 이 교수가 그토록 강조하는 불교의 연기는 무엇일까. “연기는 간단히 말해 주고받음의 관계입니다. 가족 관계나 사회제도, 지구와 달, 태양계 모두가 서로 묶이고 얽혀 있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말해 ‘끈’으로 매인 구속 상태. 그래서 행복과 불행 역시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라고 한다. 행복이나 고통은 실체가 없기 때문에 그 집착 역시 부질없다는 설명이다. “행복 뒤에는 불행이 붙어 있듯이 고통 속에도 진리와 기쁨이 있어요. 어느 하나에 집착하는 건 어리석죠.” 그래서 이 교수는 많은 종교가 그렇듯이 행복만 추구하는 종교는 잘못된 생각을 심어주는 것뿐이고, 무엇보다 고통 속에도 진리가 숨어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한때 출가를 결심해 선방에도 들었지만 권위와 억압적인 분위기에 크게 실망해 두 달 만에 선방을 박차고 나와 불교경전 독학을 해 왔던 그다. 이른바 ‘학문 수행’에 매진해 그동안 일궈낸 결실이 바로 ‘천문학자와 붓다의 대화’, ‘천문학자, 우주에서 붓다를 찾다’, ‘천문학자가 풀어낸 금강경의 비밀’같은 책들이다. “오늘날 불교는 집착심을 심어줬어요. 특히 선승들의 독선이나 아집·무례는 불교를 잘못 이해한 탓이 큽니다. 세상 모든 것은 주고받는 연기적 관계로 얽혔는데 이를 오해해 자기중심적인 절대적 주체를 찾고 있을 따름이지요.” 기독교는 하느님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해 18세기에 천문대를 세웠는데 불교는 왜 아직도 옛날처럼 방편적인 얘기를 진리, 본체로 생각하고 있느냐고 묻는 이 교수. 그는 “연기법으로 표현되는 주고받음은 항시 안정적인 상태를 향해 진화하는 법인데 인간은 그렇지 않다”며 “이제 불교도 자연도태되지 않으려면 첨단 우주과학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신도 수 뚝뚝… 개신교계 긴장

    신도 수 뚝뚝… 개신교계 긴장

    국내 대부분의 개신교 교단에서 신도들이 급속히 줄고 있어 개신교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이달 교단 총회에 앞서 각 교단이 제출한 통계보고서를 통해 확인된 것으로 개신교가 본격적으로 위축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12일 개신교계에 따르면 총회에 앞서 각 교단이 낸 통계보고서에서 대부분 교인 수가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예장통합 총회 통계위원회 보고에 따르면 전체 교인 수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년 대비 4만 1596명 감소했다. 예장통합은 지난해 9월 총회에서 처음으로 교인 수 감소(전년도 대비 186명) 사실을 보고해 개신교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특정 교단이 신도 수 감소 통계를 발표한 첫 사례였다. 기성은 지난해 총회 때 신도 수가 1만여명 늘어났다고 보고한 것과는 달리 올해 총회를 앞두고는 지난해 57만여명에서 55만 442명으로 2만여명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장도 전체 교인 수를 전년보다 8201명 줄어든 29만 7752명으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교인 감소 사실은 국내 종교인구 감소 추세에도 개신교 인구는 오히려 소폭 증가했다고 발표한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의 분석 결과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한목협이 전국 성인 남녀 51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1월 신년기도회에서 밝힌 ‘2012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종교인구 비율은 55.1%로 2004년(57%)에 비해 1.9% 포인트 감소했지만 개신교 인구는 2004년 21.6%에서 지난해 22.5%로 0.9%포인트 늘었다. 개신교계는 이 같은 신도 수 감소의 원인으로 대부분 개신교 연합기관의 금권선거와 분열, 성장주의에 매몰된 대형교회와 목회자들의 잇단 일탈을 꼽고 있다. 실제로 한목협이 지난 5월 발표한 ‘한국기독교 분석 리포트’에서도 교회에 나가지 않는 기독교인의 불출석 이유로 ‘목회자들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19.6%), ‘교인들이 배타적이고 이기적이어서’(17.7%), ‘헌금을 강조해서’(17.6%) 등의 응답이 많았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부고] 조계종 원로회의 무진장 스님 입적

    [부고] 조계종 원로회의 무진장 스님 입적

    대한불교 조계종 원로회의 의원 무진장 스님이 9일 오전 4시 30분 동국대 일산병원에서 입적했다. 세수 82세, 법랍 58년. 무진장 스님은 1956년 범어사에서 동산 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1960년 동산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받았다.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초 태국에서 남방불교를 연구하고 일본에서 천태교학을 공부했다. 1971년부터는 조계사에 40여년간 머물면서 수행과 포교에 힘썼다. 제2대, 4대 조계종 포교원장을 맡았다. 서울 탑골공원에서 거지들에게 매일 법문을 펼친 일화가 유명하다. 그의 청빈한 삶은 불교계 안팎에서 많은 존경을 받았다. 사찰과 돈, 승용차 등 일곱 가지가 없다고 해서 ‘칠무 스님’이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2008년 대종사 법계를 받았다. 분향소는 서울 조계사와 부산 범어사에 마련됐다. 영결식은 오는 13일 오후 4시 범어사에서 열린다. (02)768-8563.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평신도들 한기총·한교연 재통합 압박 나섰다

    평신도들 한기총·한교연 재통합 압박 나섰다

    보수 개신교계가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과 한교연(한국교회연합) 등 두 연합 기관으로 쪼개진 지 1년 9개월. 금권선거 시비와 그 후유증으로 갈라선 한기총과 한교연은 결별 이후 따로 움직이면서 극심한 분열상을 보여 개신교계 안팎에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그런 가운데 평신도들이 한기총과 한교연의 재통합을 강력하게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서 주목된다. 한기총과한교연연합추진협의회(연추협)는 지난 4일 오후 서울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중강당에서 보수 교계 연합기관의 재통합을 위한 기도회를 열고 본격적인 연합운동에 돌입했다. 이들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한국 교회가 기도와 자숙의 냉각기를 거치면 개혁되고 정화될 줄 알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고착화돼 가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한기총과 한교연이 서로 이해하고 용납함으로써 하나 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새로 선출되는 대표회장이 양 기관 연합을 목표로 임기 내에 연합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할 것과 △각 교단이 9월 총회에서 내년 한기총과 한교연이 연합을 추진토록 결의하며 △속히 한국 교회의 위상이 회복되고 연합 사업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라는 3개항의 요구 사항을 양측에 전했다. 연추협은 한국장로회총연합회와 한국교회평신도단체협의회, 한국교회평신도지도자협회, 한국기독교평신도세계협의회 등 4개 평신도 연합 기관과 11개 주요 교단의 전현직 사무총장 및 총무 등이 참여해 지난달 19일 출범한 단체다. 평신도를 주축으로 주요 교단 사무총장·총무가 힘을 모아 어느 정도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지난달 20일에는 한국교회평신도지도자협의회(평지협)가 양 기관의 단일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26개 교단 평신도 대표들이 참여한 평지협은 성명에서 “9월 열리는 한국 교회 각 교단 총회는 한기총과 한교연 두 연합 기관이 하나 되기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기 바란다”며 하나의 연합 기관으로 정리될 때까지 각 교단이 이들 연합 기관에 참여를 보류하겠다는 단호한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앞서 한국기독교시민단체협의회(기시협)는 지난 5월 기자회견을 열어 양 기관의 단일화를 촉구한 뒤 서명운동 등 단일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기시협은 특히 “한국 교회 지도자들이 한기총 또는 한교연 어느 한쪽에 가입돼 있어 두 기구 통합 운동에 선뜻 나서기 어렵다”며 분열 전 한기총에 속했던 모든 교단이 3년 전 정관에 따라 다시 모여 총회를 개최하고 대표회장을 선출할 것을 제의했다. 최근의 이 같은 평신도 움직임은 교단의 활동과 목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입장에 선 신자들의 아래로부터의 개혁운동이다. 실추된 개신교 교단들의 위신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공감대에 따른 연대운동인 셈이다. 실제로 한기총·한교연 분열 이후 신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는 데다 내년 10월 전 세계 기독교 대표 2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세계복음연맹(WEA) 총회도 치를 수 없을 것이란 위기감이 확산되는 추세다. 따라서 9월 중에 있을 각 교단 총회에서 어떤 식으로든 재통합의 단초를 만들라는 압박과 주문의 연대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연대운동에 당사자인 한기총과 한교연은 뚜렷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해 한기총의 한 목회자는 “한기총과 한교연이 연합 기관 차원에서 선뜻 재통합에 합의하기는 사실상 힘들다”면서 “지도부에 대한 내부의 신뢰회복과 양측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단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먼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지방재정 보전 연간 최소 7조 늘려야”

    복지비 부담으로 이미 지방자치단체 재정이 열악해진 상태에서 정부의 취득세율 인하 결정으로 인해 정부가 보전해야 할 지방재정 규모가 약 7조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를 포함한 지자체 협의회 4곳과 한국지방세연구원 주최로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정책 토론회에서 발표자로 나선 하능식 연구위원은 “취득세율 인하로 약 2조 40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하고, 정부의 복지공약 실행에 따라 매년 4조 6000억원을 지자체가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7조원 정도를 보전해 주지 않으면 더 이상 지방재정 건전성을 유지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하 연구위원에 따르면 영유아보육료 지원 사업, 기초노령연금 등 국고보조사업에서 국고보조율은 2006년 70.1%에서 올해 60.0%로 낮아진 반면 지방비 부담은 같은 기간 29.9%에서 40.0%로 높아졌다. 게다가 지방세 수입의 약 30%를 차지하는 취득세가 줄어들어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는 더욱 열악해질 전망이다. 하 연구위원은 “지방소비세율을 현행 5%에서 11.4%까지 인상하고 국회에 계류 중인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무상보육사업 국고조보율을 현재보다 20% 포인트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발표가 끝나고 이어진 토론회에서 참석자 중 일부는 지방재정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발표에 앞서 지자체와 협의하지 않는 정부의 일방통행 행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성호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정책연구실장은 “지난해 9월 취득세 한시적 감면 정책을 발표할 때도 그렇고 그 전후로도 정부는 취득세 인하에 따른 지방세 감소분을 보전해 주겠다고 말만 할 뿐 실제로 보전해 준 일이 없다”면서 “정부가 추진을 시사한 지방소비세율 인상 방침도 믿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좀 더 장기적인 안목에서 당면 문제에 접근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손희준 청주대 행정학과 교수는 “취득세 인하 대응책으로 단순히 지방재정 손실 보전만을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근본적으로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세원 구조를 개편하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고우스님, 혜능대사의 ‘육조단경’ 강설집 출간

    고우스님, 혜능대사의 ‘육조단경’ 강설집 출간

    ‘중국 선불교의 완성자’로 통하는 혜능(慧能·638~713) 대사의 법문집 ‘육조단경’(六祖壇經)을 조계종 원로 의원 고우(왼쪽·76)스님이 풀어낸 책이 출간됐다. 혜능 대사 열반 1300주기 기일(7일)에 맞춰 나온 ‘고우 스님 강설 육조단경’(오른쪽·조계종출판사 펴냄)이 그것. 동아시아 선불교의 뿌리인 혜능 대사와 한국 불교의 대표적 선승의 만남으로 불교계에 화제가 되고 있다. 혜능 스님은 인도에서 건너간 달마(達磨) 스님으로부터 시작된 중국 선불교의 육조(六祖). 오조(五祖) 홍인(弘忍·601-675) 스님으로부터 법을 이어받아 설법한 내용을 정리한 게 ‘육조단경’이다. 이 ‘육조단경’은 선종의 종지(宗旨)와 정견을 강조하는 선 수행 지침서로, 부처님 제자 어록 중 유일하게 ‘경’(經)이란 명칭이 붙는다. 불교의 핵심을 쉬운 말로 정확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평생 혹독한 수행으로 일관한 성철 스님이 참선 수행자들에게 책을 보지 말라면서도 직접 번역한 책으로 유명하다. 이번 강설서는 고우 스님이 2004∼2005년 스님·재가자를 대상으로 했던 강의를 묶은 것. 고우 스님은 당시 성철 스님이 번역한 ‘돈황본 육조단경’을 33개의 장으로 구분해 강의했다. 강의 내용을 정리한 뒤 보완·수정하는 작업에만 꼬박 10년이 걸렸다고 한다. 고우 스님의 이 육조단경은 ‘육조단경’의 전체 내용을 ‘중도’(中道) 사상으로 풀이한 게 특징. 고우 스님이 ‘모든 불교 수행은 결국 중도를 이해하고 체험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수행의 요체이기도 하다. 스님의 지론 그대로 책은 ‘선의 바른 안목’과 ‘일상생활에서 행복찾기’를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내 본 모습은 없는데도 ‘나’라는 게 있는 것으로 착각해 살며, 그 때문에 고통받고, 대립·투쟁하게 된다고 설명하는 식이다. 부처님과 혜능 스님이 깨달은 중도 진리를 알면 진보·보수며 남북 관계 등 모든 대립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다고도 설명한다. 그 해설집을 놓고 고우 스님은 “어려운 논리 경전과 체질화된 생활의 중간쯤 되는 법문집”이라고 한다. 고우 스님은 조계종의 현대적 수행 풍토를 다졌다고 평가받는 한국의 대표적 선지식이다. 경북 김천 청암사 수도암으로 출가한 뒤 향곡, 성철, 서옹, 서암 선사에게 두루 참문하며 평생 참선의 길을 걸어왔다. 2007년 조계종 원로 의원에 추대됐고 지금은 봉화 문수산 금봉암에 주석하며 간화선의 생활화에 힘쓰고 있다. 2만 8000원.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천주교 교리·강론 자료 무료제공

    천주교 관련 디지털 자료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무료 콘텐츠 사이트인 ‘바오로딸 콘텐츠’(http://content s.pauline.or.kr)가 최근 개설됐다. 이 사이트는 바오로딸 출판사가 전례나 강론, 교리, 피정, 캠프, 모임에 필요한 이미지며 동영상, 사진, 강론 자료, 기도문 등을 공짜로 활용해 복음을 전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었다. 회원 가입과 로그인 절차 없이 누구든지 원하는 콘텐츠를 내려받을 수 있다. 창작물에 제작자를 표시하고 상업적으로 쓰지 않으면서 해당 콘텐츠를 마음대로 변경하지 않는 조건만 충족하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저작물을 보호하고 저작자 의도를 살려 투명한 방법으로 콘텐츠를 활용하도록 한 것이다. 댓글을 붙이려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이나 전자우편(이메일) 주소를 로그인해 남기면 된다. 무료 콘텐츠는 바오로딸에서 자체 제작한 것과 재능 기부를 통해 제공된 것이 20대80의 비율로 제공되고 있으며 5일 현재 2300여 개에 이르고 있다. 바오로딸 콘텐츠 사이트의 가장 큰 특징은 콘텐츠 나눔과 커뮤니케이션 공간을 겸한다는 것이다.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이 교류하며 영성생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꾸민 ‘스케치북’ 코너가 대표적인 예다. 기도 달력으로 기도를 청하고 기도로 응답하는 기도 댓글을 통해 신앙생활의 깊이를 더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눈에 띈다. 바오로딸 측은 “후원과 재능 기부를 통해 창작의 기쁨과 나눔, 공유를 실현하고 더 많은 분들과 소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달 중 사이트 개설을 기념해 퀴즈 이벤트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재밌는 역사/김성호 문화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재밌는 역사/김성호 문화부 선임기자

    얼마 전 고교 동창들과 한라산에 오를 때였다. 중턱에서 쉬던 중 한 친구가 불쑥 한라산 높이를 아느냐는 말을 꺼냈다. 6명 중 1명을 빼곤 모두 ‘1950m’를 외치면서 오답을 낸 친구에게 이렇게 면박을 주는 것이었다. ‘역사 시간에 졸았냐.’ ‘6·25전쟁 발발연도로 외우라고 했지.’ 한결같이 내뱉는 공유의 기억. 그러고 보니 가는 곳마다 고등학교 역사 시간에 ‘연상법’으로 외워놓은 수치며 사물들이 즐비하다. 수업 시간, 시험 때마다 줄창 외워댔던 암기의 역사공부가 톡톡히 효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머릿속에서 척척 튀어나오는 그 연상의 수치며 사물도 한 뭉텅이의 역사로 이어지지 않아 답답할 때가 많다. 며칠 전 국내 언론을 통해 소개된 일본 NHK 방송내용만 해도 그렇다. 일본어 문자의 하나인 ‘가타카나’가 신라에서 전래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히로시마대 고바야시 요시노리 명예교수의 연구 말이다. 740년쯤 통일신라에서 일본에 건너간 불경 대방광불화엄경에서 가타카나의 조성원리와 똑같은 축약표기인 각필(角筆)문자 360개가 확인됐다는데. 일본인 교수가 가타카나의 전래문물에 천착한 것도 특이하지만 가타카나와 신라기 불경을 연결지은 착안이 흥미롭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 한다. ‘한라산 높이=6·25전쟁’ 식의, 뚝뚝 잘리고 끊겨진 단순암기로 가타카나의 신라 불경 기원을 찾아낼 수 있을까. 따져 보면 그 단순반복학습이야말로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고리가 아닌 단절의 첩경이나 다름없다. 역사 공부가 ‘죽도록 좋아하는’ 과목이라면 지금처럼 고등학교 교실에서 기피하고 외면하는 대상이 됐을까. ‘외울 게 많고 복잡한 과목’이란 인식보다 배울수록 더 재미있고 빠져드는 과목이라면 벌써 수능시험 과목에 들었을 게 아닌가. 교육부의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에 포함된 한국사 필수 지정을 놓고 논란이 많다. 현재 중학교 3학년이 대학에 입학하는 2017년부터 한국사를 수능 사회탐구 영역에서 분리해 별도 영역시험으로 필수화한다는 안이 나오자마자 교실에서 신음소리가 터져나온다. 그 신음의 원인은 말할 것도 없이 ‘지금도 할 게 많은데 그 외울 것 많고 까다로운 과목을 더 해야 하나’라는 부담이다. 벌써부터 사교육 시장이 들썩이고 다른 사회 과목 교사들의 볼멘소리도 봇물을 이룬다. 역사를 중시한다는 정책의 방향이야 뭐 탓할 게 있을까만, 그래도 ‘역사 중시’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떻게 가르칠 것이냐이다. 어찌 보면 이번 개편안에 함께 든 수능 문·이과 융합에서 해답을 찾을 수도 있다. 한 분야와 영역에 갇힌 단절이 아닌, 서로 넘나드는 소통과 통섭의 원칙 말이다. 이것 역시 교육과정 운영의 어려움과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이제 무시할 수 없는 큰 물결을 이루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그 융합은 역사 교육에서 먼저 이뤄내야 한다. 그저 뚝뚝 끊어진 역사가 아니라 서로 연결되고 이어지는 진실의 흥미로운 교육 말이다. 하긴 지금 ‘좌편향이니 우편향이니’ 하는 역사 교과서 전쟁을 보자면 차라리 ‘한라산 높이=6·25전쟁’ 식의 암기가 나을 수도 있겠지만. kimus@seoul.co.kr
  • 불교, 다문화사회 역할 ‘낙제점’… 편견 심하고 지원에도 가장 인색

    국내 주요 종교 가운데 불교 신자들의 이주민에 대한 편견이 가장 높고 이주민 지원에서도 불교계가 가장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불교 신자인 이주민의 개종 사례가 크게 늘고 있어 다문화 수용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불교계에 일고 있다. 조계종 종책연구기관인 불교사회연구소(소장 법안 스님)가 최근 공개한 ‘다문화사회와 한국불교의 역할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불교의 다문화 정책은 이 연구소가 평가했듯이 ‘낙제점 수준’으로 보인다.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거리감을 묻는 질문에서 천주교 신자의 45.3%, 개신교 신자의 39.4%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응답한 반면, 불교 신자는 38%만 이같이 답해 이주민에 대한 인식이 가장 부정적이었다. ‘가까이하고 싶지 않다’에는 거꾸로 불교신자가 5.5%로 가장 많이 답해 천주교(1.2%)와 개신교(3.6%)를 크게 웃돌았다. 결혼이민자에 대한 사회적 거리감 조사에서도 천주교(0.6%), 개신교(2.2%)보다 훨씬 많은 4.2%의 불교 신자들이 ‘가까이하고 싶지 않다’고 대답해 눈길을 끈다. 이주민 지원시설 현황은 이런 인식의 차이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이주민 지원활동은 1990년대 초반 각 종교계가 비슷하게 시작했지만 현재 불교계가 가장 뒤처지고 있음을 보고서는 보여준다. 개별 교회들이 ‘선교’와 맞물려 지속적인 지원을 펼쳐온 개신교계는 전국에 600곳 이상의 이주민 지원시설을 운용하고 있다. 천주교 역시 노동상담, 가족 지원, 어린이집, 의료 등 각 분야에 걸쳐 이주민 관련 시설 146곳을 운용하고 있지만 불교계의 이주민 지원단체와 시설은 고작 29곳에 불과하다. 이같이 뒤처진 인식과 지원이 곧바로 결혼 이주민의 개종으로 이어진다는 게 이 연구소의 분석이다. 실제로 보고서에 따르면 결혼 전 종교가 불교였던 이주민은 24.4%였지만 결혼 후에는 14%로 하락했고, 10% 정도가 대부분 개신교와 천주교로 이동했다. 결혼이주민 가운데 동남아 불교국가 출신의 결혼이민자가 적지 않지만 이들을 위한 신행활동이나 친목모임이 불교계엔 거의 전무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보고서에 따르면 결혼 전 이주민의 종교가 개신교 5.8%, 천주교 19.8%였으나 결혼 후엔 두 종교가 각각 15.1%와 23.3%로 늘어났다. 불교사회연구소 측은 이와 관련해 “이주민 지원활동이 체계적이며 중앙종단의 목표의식이 명확한 개신교, 천주교와는 달리 불교계는 관심을 가진 몇몇 사찰과 스님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며 “종단 차원의 장기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서울신문STV ‘미스인터콘티넨털’ 정혜원씨 우승

    서울신문STV ‘미스인터콘티넨털’ 정혜원씨 우승

    29일 그랜드하얏트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3 미스인터콘티넨털 & 미스 투어리즘 퀸 인터내셔널’ 한국통합 선발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정혜원(왼쪽·동덕여대 방송연예학과)씨가 김성호 서울신문STV 대표에게서 상패와 꽃다발을 받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날 대회에는 서울, 부산 등 5개 지역 예선을 통과한 30명이 한국 대표 미인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쳤다. 세계 본선은 오는 11월 이집트에서 열릴 예정이다. 서울신문STV 제공
  • 말씀의 길 생명의 길 일치의 길

    말씀의 길 생명의 길 일치의 길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서울 시내 천주교 성지·성지기념성당 23곳과 인근 문화유산 지역을 함께 묶은 성지순례길 조성을 마무리하고 다음 달 2일부터 대대적인 순례운동에 나선다.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순례길을 개발, 선포하기는 교구 설정 이래 처음이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와 관련해 축복 메시지를 전해와 천주교계가 한껏 고무돼 있다. 서울대교구 성지순례길은 교구 역사와 사적·순교성지에 각별한 애정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염수정 대주교(서울대교구장)의 주도로 추진해온 사안. 지난 4월 최창화 몬시뇰(서울대교구 특수사목담당 교구장 대리)을 위원장으로 하는 순례길조성위원회를 발족해 조성작업을 벌여온 끝에 한국 순교자들의 신앙과 삶을 기리는 ‘순교자 성월(聖月)’을 맞아 선포하게 됐다. 순례길은 교회사적으로 중요하지만 역사 속에 묻혀 있던 장소를 대부분 포함하고 있는 게 특징. 세 구간으로 나누어진 코스에는 천주교 순교성지로 알려진 처형장을 비롯해 ▲옥터와 문초를 받던 장소 ▲초기 신앙공동체 터 ▲옛 신학교 성당 ▲초기 신앙공동체 터 ▲순교 성인 유해 가매장 장소가 들어 있다. 이 가운데 시내 중심가에서 천주교 흔적을 확인할 수 있는 1코스 ‘말씀의 길’(7.9㎞)은 혜화동 가톨릭대 성신교정을 출발해 종로성당과 좌포도청 터, 수표교 인근 이벽의 집 터를 거쳐 명례방과 명동대성당에 이른다. 순교 성인들의 신앙을 묵상하는 구간인 2코스 ‘생명의 길’(6㎞)은 가회동성당∼의금부 터∼우포도청 터∼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약현성당∼경기감영 터로 구성돼 있다. 한국 천주교의 과거와 현재를 함께 확인할 수 있는 3코스 ‘일치의 길’(33.5㎞)은 절두산 순교성지∼노고산 성지∼옛 용산신학교 성당∼당고개 순교성지∼새남터성지∼한국순교자 103위 시성(諡聖) 표석∼삼성산 성지 구간으로 짜여져 있다. 순례길 선포에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울대교구에 축복 메시지를 보내 온 것도 이례적인 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메시지를 통해 “서울대교구 성지순례길과 이 길을 순례하는 모든 이에게 주님의 평화와 기쁨의 서약으로서 사도적 축복을 내린다”고 밝혔다. 한편 다음 달 2일 오전 10시 명동대성당에서 있을 미사는 서울대교구 순례길을 교회 안팎에 공식적으로 선포하는 자리. 염수정 대주교와 서울대교구 내 성지담당 사제가 공동 집전하는 미사가 끝난 뒤 염 대주교를 비롯한 참석자들은 명동대성당에서 종로성당까지 걸으며 성지순례길 개통을 알리게 된다. 이를 시작으로 서울대교구는 9월 한 달간 교구 신자 대상의 순례운동과 맞물려 순교자 현양사업을 이어 나간다는 계획을 세웠으며, 9월 10일에는 천주교 주교회의와 공동으로 주교단 도보 성지 순례도 진행한다. 서울대교구는 천주교 신자가 아닌 일반인의 순례길 참여도 적극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웹과 페이스북을 통해 지속적으로 순례길을 알릴 계획이며 성지순례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도 제작한다. 교구 내 성지를 배경으로 인물 사진을 찍어 전자우편으로 응모하는 사진 콘테스트도 예정돼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산은 산 물은 물’ 성철 스님 30일부터 법어·사진 특별전

    평생 혹독한 수행으로 일관한 ‘가야산 호랑이’ 성철 스님(1912~1993)의 법어·서화와 열반 무렵 모습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백련불교문화재단(이사장 원택)이 30일부터 9월 15일까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여는 ‘성철 스님 열반 20주기 추모 특별 전시회’에는 성철 스님의 법어를 서화로 그린 김양동 계명대 석좌교수의 서화 작품 40여점과 성철 스님 열반 당시 각 언론사가 촬영·보도한 사진 32점이 들어 있다. 서화작품으로는 대중에게도 친숙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란 법어와 열반송, 열반 3주기 때 서정주 시인이 발표한 추모시 등이 눈에 띈다. 서화에 수록된 법어는 성철 스님 저서 ‘무엇이 너의 본래면목이냐’(本地風光), ‘옛 거울을 부수고 오너라’(禪門正路), ‘자기를 바로 봅시다’를 비롯해 불필 스님 회고록 ‘영원에서 영원으로’, 원택 스님의 ‘성철 스님이 들려준 이야기 1·2’와 ‘성철 스님 행장’ 등에서 가려 뽑은 것들이다. 특히 스님이 생전 즐겨 입었던 누더기 가사를 회화적으로 재현한 ‘지상의 옷 한 벌’은 소박하면서도 자신에게 가장 엄격했던 구도정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현대사회 문화의 현주소와 운명을 묻다

    문화의 영역에서도 소비자라는 말은 이제 낯설지 않다. 창작자와 구분지어 문화예술을 누리는 입장과 주권을 강조하는 개념으로도 통한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자면 문화예술의 소비자는 시장 논리에 들어 있다. 실제로 문화는 백화점에 진열된 온갖 상품과 마찬가지로 선택받기를 기다리는 유행과 소비의 한 부분임을 부인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유행의 시대’는 이른바 불확실성으로 표현되는 현대사회 속 문화의 운명을 짚어 낸 흥미로운 책이다. ‘멈출 수 없는 소비사회에서 잠재적 고객의 혼을 빼놓으려 수없이 경쟁하면서 고객의 선택을 기다리는 상품 보관소.’ 책에서 정의된 문화의 현주소는 이런 설명으로 이어진다. “소비시장은 우리를 문화의 요구에 복종하도록 길들이고, 우리는 소비시장에 의해 식민화되고 착취된다.” 문화는 원래 민중에게 최고의 사상과 창의력을 전해 주고 교육하는 변화의 동인이었음을 저자는 강조한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문화는 그런 사명의 역할 대신 유혹의 수단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현대인들은 그 문화가 만들어 낸 유행을 매일 소비하고 살아가고 있다. 온 인류가 공유하는 똑같은 문화는 초국적 자본이 최대한의 이윤을 얻기 위한 상품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백화점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곧 진열대에서 사라질 상품처럼 동시적인 소비와 유행이 일상화된 문화 역시 다양성이 바탕이다. 많은 현인들은 그래서 이제 시장으로 넘어간 문화의 역할을 놓고 이렇게 말한다. ‘그들’과 ‘우리’ 사이의 차이를 인정하는 다문화주의가 대안이라고. 하지만 저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은 다양성 존중보다는 문제의 원인을 이해한 사람들이 함께 행동하지 못하도록 막는 분열의 수단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결국 책 말미에서 저자는 대중과 예술이 계속 만남을 가져야 한다고 못 박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우리 시대의 예술은 만남 속에서 잉태되고 태어나고 실현된다. 그러한 만남을 위해서는 지역적인 풀뿌리 예술과 공연 계획을 장려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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