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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하나 목사 ‘명성교회 세습’ 모호한 화법

    김하나 목사 ‘명성교회 세습’ 모호한 화법

    교회 세습 의혹을 받아온 명성교회 담임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가 공식적으로 ‘명성교회에 세습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동안 세습 문제를 놓고 물의와 갈등을 빚어온 명성교회가 담임목사 세습 문제를 일단락지은 것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하나 목사는 현재 명성교회 행정처장 겸 부목사로 ‘명성교회를 물려받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온 장본인. 특히 지난 2일 명성교회에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총회 ‘한국 문화의 밤’ 행사 때 김삼환 목사의 통역을 맡아 눈길을 끌었었다. 김하나 목사의 발언이 나온 건 지난 12일 장로회신학대(장신대) 소양관에서 청어람아카데미와 장신대 원우회 공동주최로 열린 강좌에서다. 패널로 참가한 김 목사는 강좌가 끝난 뒤 양희송 청어람아카데미 대표와 ‘기독교 생태계, 가능한 이상인가’를 주제로 토론하던 중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총회에서 세습을 금지하기로 한 결의를 아버지와 함께 따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개신교계에 따르면 김 목사는 “예장통합 총회에서 이루어진 세습 금지를 하나님이 주신 시대의 요구로 생각한다”며 “총회가 끝나고 아버지인 김삼환 목사와 대화를 했으며 많은 사람이 걱정하는 것과 다르게 변칙과 술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명성교회가 소속된 예장통합은 예장합동·감리교와 함께 국내 개신교 3대 교단 중 하나. 감리교단에 이어 교단 차원에선 두 번째로 지난 9월 12일 정기총회에서 ‘교회세습’을 금지하는 교회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예장통합 총회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김 목사의 발언은 따라서 향후 적지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개신교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김 목사가 이날 토론에서 남긴 발언을 놓고 명성교회 안팎에선 관측이 엇갈린다. 김 목사는 “명성교회 담임목사는 큰 희생의 자리인데,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면서도 “개신교회 상황에 따라 세습이 불가피한 경우는 존중해야 한다”는 말을 붙인 것이다. 예장통합 총회는 지난 9월 교회세습을 금지하는 교회법을 통과시키면서 당장 세습방지법을 시행키로 했지만 시행령 마련 등 실제 시행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헌법위원회를 통해 구체적인 법 조문을 만들어 내년 총회에 보고하기로 한 만큼 1년간 유예기간을 둔 셈이다. 따라서 김 목사의 이날 발언은 내년 총회를 전후로 그 진의가 판명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교회개혁실천연대 등 9개 기독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는 지난 7월 처음으로 세습 완료 교회와 세습 의혹이 있는 교회의 실명을 공개하면서 명성교회를 세습 의혹 교회로 지목해 논란이 일어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한국천주교 새 추기경 탄생할까

    한국천주교 새 추기경 탄생할까

    ‘이번엔 새 한국 추기경이 탄생할까.’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새 추기경 서임을 위한 추기경회의를 내년 2월 22일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에 맞춰 소집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한국 천주교계가 새 추기경 탄생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제3세계 출신 교황의 즉위 후 첫 추기경 서임식인 만큼 촉각을 곤두세우는 눈치다. 한국천주교는 1969년 김수환 추기경에 이어 2006년 정진석 추기경이 탄생해 복수 추기경 시대를 열었지만 지난 2009년 김 추기경 선종으로 현재 정 추기경이 유일하다. 정 추기경은 그나마 80세를 넘겨 교황 선출권이 없으며 프란치스코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김 추기경도 2005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선종했을 당시 고령(83)인 탓에 콘클라베에 참여할 수 없었던 만큼 한국 천주교는 교황 선출에선 줄곧 소외당한 셈이다. 한국천주교계가 이번 추기경 임명에 기대를 거는 건 아무래도 1282년 만의 비유럽권 출신 교황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취임 후 신선한 행보 때문이다. 청빈한 사목을 으뜸으로 세운 프란치스코 교황은 유럽과 로마 교황청에 집중된 권한과 역할을 각지로 분산시키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발표, 추진 중이다. 그런 흐름에서 신자 수 530만명을 웃도는 교세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현실에 불만이 적지않은 한국 천주교가 교황의 행보에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신자 수만 보더라도 한국은 아시아에서 필리핀(7700만), 인도(1900만), 인도네시아(740만), 베트남(640만)에 이어 다섯 번째다. 교황청에 보내는 재정 분담금은 한국교회가 최고임을 한국천주교계는 공공연하게 자랑한다. 프란치스코 교황 취임 무렵부터 한국천주교는 알게 모르게 교황의 한국 방문과 새 추기경 임명을 로마 교황청에 꾸준히 요청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염수정 서울대교구장만 해도 새 교황 선출 직후 축하미사에서 “새 교황이 한국 천주교에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내고 한반도 전체의 평화와 아시아 복음화에도 많은 도움을 주길 기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천주교는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 천주교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담긴 메시지를 잇달아 전하고 있는 데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로마 교황청에서 교황을 알현한 충북 음성 꽃동네 설립자 오웅진 신부는 “교황이 한국은 사제 없이 평신도들이 열정을 갖고 교회를 이룬 나라이기 때문에 특별히 사랑한다”고 강조한 발언을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8월 서울대교구가 조성한 성지순례길과 관련해서도 축복 서한을 보내왔다. 교황이 서신을 통해 특정 교구가 조성한 성지순례길을 직접 축복, 격려한 일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달 수원교구 설정 50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방한한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페르난도 필로니 추기경은 절두산성지를 방문해 집전한 미사에서 “교황께서 한국 사람들을 사랑하며 한국을 위한 열정이 있음을 전해달라고 하셨다”며 한국국민에 보내는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관례를 따르자면 새로 서임되는 추기경 명단은 추기경회의 한 달 전인 내년 1월 22일쯤 발표될 예정. 교회 전통상 교황 선거권을 지닌 80세 미만 추기경 정원이 120명인 만큼 적어도 14명 정도가 새로 임명될 것으로 한국천주교계는 보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를 ‘야전병원’으로 부른다고 한다. 따라서 교회를 이끌어 가는데 제대로 보좌할 수 있는 추기경 임명에도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어찌 보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목 통치 스타일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로 여겨지는 새 추기경의 명단 중 한국 목회자의 포함 여부에 따라 한국 천주교도 적지않은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조용기 목사 일가, 교회돈 수천억 횡령”

    여의도순복음교회 ‘교회바로세우기장로기도모임’은 14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용기 원로목사와 그 일가가 교회 돈 수천억원을 횡령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모임은 “교회는 조 목사의 은퇴 후 사역을 위해 2008년 570억원을 출연해 ‘사랑과행복나눔재단’을 설립했지만 조 목사와 그 일가가 사유화했으며, 조 목사가 이사장인 순복음선교회가 교회로부터 1634억원을 빌려 지은 여의도 CCMM 빌딩 건축비도 지금까지 643억원만 갚고 나머지는 돌려주지 않고 있다”며 “조용기 원로목사 일가의 교회 돈 횡령 등이 당회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2004∼2008년 연간 120억원씩 지급받은 600억원의 특별선교비 사용처, 경기도 파주에 차명으로 소유한 1만 1646평의 농지 형성 과정 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조 목사가 퇴직하면서 200억원을 퇴직금으로 받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모임은 또 “정모 여인이 조 목사의 내연녀였다가 배신당했다는 내용을 담은 책 ‘빠리의 나비 부인’을 2003년 펴내자 장로들을 시켜 교회 돈으로 추정되는 15억원을 주고 이를 무마했다”고 주장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수능스트레스 가족·친구와 절에서 싹~

    2013년 대입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을 위한 템플스테이가 다양하게 열린다. 각 사찰들이 앞다투어 마련한 이른바 ‘수능 스테이’는 수험생뿐 아니라 가족·친구들이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 이 가운데 산청 대원사와 동해 삼화사, 용인 법륜사의 템플스테이는 가장 대표적인 행사로 꼽힌다. 산청 대원사가 16, 17일 이틀간 진행하는 ‘수비학습(數飛學習), 새로운 출발을 위한 날갯짓’은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떨치고 새 생활을 준비하는 템플스테이. 명상·상담을 통해 마음속 상처를 치유하는 프로그램으로 둘레길 걷기와 영화감상, 스님과의 차담 등 휴식을 겸한다. 동해 삼화사가 15일 마련하는 ‘새내기 파이팅’도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놀이 위주의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은 절정에 이른 애기단풍과 두타산의 가을을 만끽할 수 있으며, 무릉계곡 명상과 포행, 발우공양에도 참여할 수 있다. 용인 법륜사의 ‘2013 수험생 템플스테이’는 수험생과 가족이 함께 치유할 수 있는 대표적인 행사. 스님과의 대화를 통한 진로 상담과 소리향 명상, 희망화분 선물하기 등이 주요 프로그램이다. 가족이 서로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시간도 마련한다. 이 밖에 전국 사찰들이 마련하는 ‘수능 스테이’의 일정과 자세한 내용은 템플스테이 홈페이지(www.templestay.com)에서 참조할 수 있다. 서울지역 거주자는 종로구 견지동에 위치한 템플스테이 통합정보센터 홍보관 방문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한편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수험생을 위한 ‘숨고르기’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15일까지 템플스테이 페이스북과 미투데이에 친구를 맺은 후, 수험표 인증 사진과 템플스테이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남기면 35명을 선정해 선물을 증정한다. 선물은 템플스테이 체험권, 꽃살무늬 명함집, 모시테이블 매트, 염주형 USB 등 다양하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커버스토리] 생태체험 정상급 ‘서비스도 ‘7성급’

    [커버스토리] 생태체험 정상급 ‘서비스도 ‘7성급’

    ‘TV도 없고, 바비큐도 안 되고, 최대 두 달 동안 머물 수도 있고’ 자연휴양림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리조트, 콘도 등 현대적인 레저시설과 편의성을 놓고 경쟁하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야성(野性)을 회복하고 있다. 휴양림이 가진 최대 장점으로 ‘자연과의 조화’를 부각시키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연간 휴양림 이용객은 지난 2011년 처음 1000만명을 돌파한 뒤 지난해에는 1200만명에 달했다. 국민 4명 중 1명꼴로 1년에 한번은 휴양림을 찾은 셈이다.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휴양림의 변화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됐다. 11월 현재 자연휴양림은 국가(산림청)가 운영하는 국유휴양림 39곳과 지방자치단체가 관장하는 공유휴양림 96곳, 개인이 운영하는 사유휴양림 17곳 등 모두 152곳에 달한다. 저마다 도태되지 않기 위해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다. 변화는 국유휴양림이 선도하고 있다. 지난 1989년 7월 경기도 가평의 유명산휴양림이 첫 개장한 후 국유휴양림은 20년 만에 39곳(2곳은 제주도 위탁 운영)으로 늘었다. 지난해 이용객은 300만명으로, 2005년 100만명을 돌파한 지 7년 만에 3배로 늘었다. 37개 휴양림의 객실가동률은 70%에 달한다. 휴양림 이용객이 크게 늘면서 ‘특화’(特化) 바람도 거세다. TV가 사라지고, 바비큐가 금지되는 휴양림이 생겨났다. 황토집을 조성하고, 캠핑 붐을 타고 캠프장이 들어서더니 삼봉·청태산휴양림 등에는 최대 8주까지 머물 수 있는 객실이 만들어지는 등 변화의 물결이 거세다. 내년에는 변산에 갯벌과 수영장 등을 갖춘 국내 첫 해양생태휴양림이 문을 연다. 진도와 도심 근교인 부산 기장에 휴양림을 조성하는 계획도 마련됐다. 차를 두고 숲 속으로 들어가는, ‘의도된 불편함’이 가미된 캠핑장도 조만간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경북 봉화의 청옥산은 국내 첫 오토캠핑 전문 휴양림이다. 휴양림의 수려한 환경을 유지한 채 캠프장을 설치했다. 화장실과 샤워장, 개수시설 등을 갖춰 캠핑족 사이에서는 ‘7성급’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전기 사용이 가능한 7성급 캠프장의 1박 요금은 불과 1만 1000원이다. 강원도 태백에서 가족들과 오토캠핑을 온 김성호(42·회사원)씨는 “아이들이 좋아해 캠핑을 자주 하는 편인데 청옥산은 가격이나 시설이 전국에서 최고”라면서 “전국에 국·공유 캠프장이 더 많이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경덕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장은 “휴양림별 특화를 통해 산림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국민의 생명줄 조이는 국가의 돈줄 죄기

    국민의 생명줄 조이는 국가의 돈줄 죄기

    긴축은 죽음의 처방전인가/데이비드 스터클러·산제이 바수 지음/안세민 옮김/까치/314쪽/2만원 불황기엔 자살과 마약·알코올 중독, 질병 발생이 늘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각종 통계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오히려 불황기에 반대의 현상이 도드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지금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는 경기 침체만 하더라도 후유증의 정도와 양상은 천차만별이다. 그 모순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긴축은 죽음의 처방전인가’는 바로 그 간극의 원인과 대안을 긴축정책과 공중보건의 관계에서 짚어 낸 책이다. 공중보건 전문가인 두 저자가 10여년간 철저한 자료 조사와 비교를 통해 훑어낸 통계와 사례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충격적으로 고발해 흥미롭다. 저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문제점은 정책, 특히 긴축정책이 바로 공중보건을 해치는 주범이라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글로벌 경제 침체 이후 주로 정치 이데올로기나 이해관계에 집중된 해법 찾기는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도드라진다. 비록 의문형의 제목을 달았지만 책은 명쾌하게 긴축은 죽음의 처방전이라고 단언한다. ‘국민들의 건강을 위태롭게 한다면 성장률를 높여봐야 아무런 소용없다.’ 로버트 케네디가 1968년 대통령 선거 출마연설에서 남긴 이 말은 두 저자가 일관되게 천착하는 핵심이다. 실제로 그 명언은 부인할 수 없는 사례 비교를 통해 역력하게 입증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80년 전 이른바 대공황기에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이 제안한 뉴딜정책을 추진한 주와 그렇지 않은 주들 간의 큰 차이다. 일자리 창출과 사회안전망 강화에 초점을 맞춘 뉴딜 프로그램을 지지한 주에서는 공중보건이 크게 개선됐지만 반대했던 주에서는 정반대의 결과를 맞았다. 그런 차이는 미국의 주택시장 거품이 붕괴되며 세계경제를 강타한 최근의 상황에서 아이슬란드와 그리스가 선택한 정책 결과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긴축정책을 편 그리스는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IV) 감염자가 52% 증가하고 자살률이 두 배로 늘어나는가 하면 말라리아가 다시 창궐했다. 공중보건 예산이 감축됐기 때문이다. 반면 최악의 은행위기를 겪고도 경기 부양을 위한 자금을 조성해 공중보건과 사회안전망 확충에 나섰던 아이슬란드는 국민 보건지표가 향상됐다. 결국 두 저자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재앙은 은행에 구제금융을 지급하거나 사회 안전망을 제거하기로 했던 정치적 선택이 빚어낸 결과이다.” 불황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지만 긴축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다는 경고. 그리고 그에 대한 명쾌한 대안은 경제적 효율성보다는 공동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의 결집인 것으로 제시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WCC 32년 만에 공식 ‘선교선언’ 발표

    부산에서 지난달 30일 개막한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가 8일 폐막한다. ‘정의 평화 생명’이라는 주제 아래 열흘간 진행된 이번 총회는 한국 기독교계의 지형을 크게 바꿔놓을 전망이다. 아시아에선 두 번째로 개최된 이번 총회는 세계 110개국, 349개 교파와 교단, 5억 6000만명의 회원을 대표하는 기독교 지도자 8500명이 모여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WCC 총회 본부와 한국준비위원회가 조정해 정한 예배와 토론 중심의 행사가 비교적 순조롭게 정리됐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특히 한국교회 고유의 특성인 새벽기도, 통성기도, 한국 전통가옥의 형식을 살린 선교사역과 소통의 장인 ‘마당’은 총회 내내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은 요소로 꼽힌다. 이번 총회의 가장 큰 성과는 WCC의 선교 방향성을 제시하는 공식 선교선언 발표와 교회의 일치에 관한 성명서 채택으로 꼽힌다. WCC가 선교선언을 발표하기는 1982년 이후 32년 만의 일이다. ‘함께 생명을 향하여’라는 이름의 선교선언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성령 안에서 선교·해방·공동체·오순절 등 4가지의 선교를 강조하고 있다. 선교선언과 맞물려 채택된 교회 일치에 관한 성명서도 참가자들의 큰 반응을 얻은 것으로 관측된다. 성명서의 골자는 ‘서로 다른 전통을 가진 그리스도인들이 정의와 평화를 위해 봉사하며 연대함은 하나님의 은총이며 교회들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에서 예언자적 소명을 다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한편 한국 교회들은 한결같이 이번 총회에서 얻은 게 많다는 반응을 내고 있다. 가장 큰 소득은 한국교회 총회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계기로 집약된다. 실제로 총회 기간 동안 한국 교계 지도자들은 선거와 회무처리에 집중하는 한국교회 총회와는 판이한 양상의 총회에 큰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관측된다. 여성과 청년이 대거 참여한 총회의 다양성이 한국교회 풍토에선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장점으로 꼽혔다. 장상 전 이화여대 총장과 배현주 부산장신대 교수가 각각 아시아 대표 공동회장과 중앙위원으로 선출된 것도 한국교회의 위상을 확인한 사안. 한국 교회들은 당초 두 명의 한국인이 중앙위원에 뽑힐 것으로 기대한 것으로 알려진다. WCC 대표 공동회장은 대륙별로 1명씩 배정되며 총 8명으로 구성된다. 장상 공동회장은 한국 최초의 여성 회장이자 두 번째 한국인 지역 대표공동회장으로 기록된다. 성공적인 총회라는 평가의 한편에서 종교 다원주의 등의 신학적 이유를 들어 총회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던 것은 한국교회의 큰 과제로 남게 됐다. 한국 교회들이 총회 이후 어떻게 반대 목소리와 연합운동을 정리해갈지 주목된다. 한편 총회 참가자들은 8일 오전 기도회·성경공부와 평화회의를 연 뒤 오후 2시 15분 폐회예배를 끝으로 총회를 마무리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만족 모른 채 가지려 들면 우주로도 부족”

    “만족 모른 채 가지려 들면 우주로도 부족”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서 달라이 라마를 스승으로 모셔 26년간 수행과 봉사의 삶을 살고 있는 청전(60) 스님이 3년여 만에 한국을 찾았다. 신간 ‘당신을 만난 건 축복입니다’(도서출판 휴)를 들고서다. 청전 스님의 신간 ‘당신을’은 다람살라 삶의 풍경과 사람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낸 산문집이다. 7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 음식점에서 책을 들고 기자와 만난 청전 스님은 소문대로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간혹 육두문자까지 섞어가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히말라야에 살면서 만난 이름 없는 사람들의 착한 삶과 맑은 영혼을 담았습니다. 욕망 속으로 질주하느라 가까이 있는 보석을 놓치고 사는 사람들이 참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해 봤으면….” ‘이름 없는 사람들의 착한 삶과 맑은 영혼’ 첫 대면에 스님은 그 불편한 오지 다람살라에 사는 이유를 그렇게 밝혔다. “지금 여기서 이웃을 위해 착하게 사는 것이 행복”이라는 청전 스님. 그의 수행과 행복론은 이렇게 이어졌다. “생명이 다할 때까지 남을 위하고 사람을 받들어 모시는 것입니다.” 숱한 만행으로 남지심 소설 ‘우담바라’의 실제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청전 스님. ‘달라이 라마의 한국인 제자’, ‘히말라야의 한국인 성자’ 등 흔히 법명 앞에 이런 수식어가 따라붙는 스님은 독특한 이력으로 유명하다. 1972년 유신이 선포되자 교육대학을 자퇴하고 가톨릭신학대에 편입해 성직자의 길에 들어섰다가 1977년 당시 송광사 방장 구산 스님을 만나 불교에 귀의했다. 10여년의 참선수행에서 얻은 의문점을 풀기 위해 1987년 떠난 동남아 불교 순례에서 달라이 라마를 만난 뒤 곧바로 한국생활을 정리했다고 한다. 달라이 라마의 어떤 점이 인생 행로를 바꿔놓았냐고 묻자 주저없이 진실됨과 인간적인 매력이라는 답을 돌려준다. “처음 만난 자리에 깔끔히 차려입고 갔는데 맨발에 슬리퍼를 끌고 나오시더군요. 성적인 갈등을 느낄 때가 있느냐고 여쭙자 ‘물론 있다’면서 그럴 땐 더욱 간절한 기도로 극복한다고 답할 정도로 솔직하고 인간적인 사람이지요.” 달라이 라마를 소개하는 말미에 한국 종교를 입에 올렸다. “성직자가 되면 신분상승을 한 것 같은 착각을 하는 것 같아요. 사실은 포장지만 바꿨을 뿐 똑같은데…. 특히 스님을 비롯해 성직자들이 신도들에게 반말하는 건 정말 못 참겠어요.” 인터넷을 통해 한국 소식을 자주 접한다는 스님은 최근 불거진 조계종 도박·폭력 사태를 놓고도 말을 돌리지 않았다. “쓰레기는 재활용되지만 인간 쓰레기는 재활용할 수 없기에 없애버려야 합니다.” 청전 스님은 현재 다람살라 도서관 부근 민박집에 머물면서 명상과 독서·봉사로 살아가고 있다. 달라이 라마의 법회 때마다 빠짐없이 참석해 한국인을 위한 통역을 도맡고 있다. 해마다 여름에만 길이 열리는 히말라야의 오지 라다크 지역을 한 달씩 순례하면서 한국에서 공수해간 의약품과 생활용품을 전달해 현지인들로부터 ‘히말라야의 산타’로 불린다. 이번 방한에도 라다크로 가져갈 시계며 생활용품들을 모으고 있다고 한다. “자기가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아는 것이 행복의 첫 걸음입니다. 넘치면 타락하는 법이지요. 다 가지려 들면 우주로도 모자랄 것입니다.” 이름 없는 많은 민중들이 달라이 라마 못지않게 자신의 수행과 행복을 이끌어주었다는 스님. “인도에서의 내 삶이 행복한 건 불편함 속에서도 남을 배려하고 봉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그 스님은 연말쯤 자신을 기다리는 라다크 사람들에게 ‘산타 스님’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삼국유사 품은 인각사의 속살

    삼국유사 품은 인각사의 속살

    일연 스님이 ‘삼국유사’를 집필한 곳으로 알려진 군위 인각사를 삼국유사와 연계해 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불교중앙박물관이 13일부터 내년 1월 12일까지 여는 ‘인각사와 삼국유사’ 특별전이 그것으로 불교문화재 77건 195점(보물 5건 7점, 시도유형 3건 3점 포함)을 보여준다. 통일신라기에 창건된 인각사는 고려시대까지 번성을 누렸던 것으로 전해지며, 특히 이곳에 주석한 일연이 국사(國師)에 책봉된 뒤 위세를 떨쳤다고 한다. 1597년 정유재란 때 소실된 뒤 소속이 변경되면서 여러 차례 중수됐지만 1992년 이후 5차례의 발굴 조사와 복원을 통해 본 모습을 되찾고 있다. 불교중앙박물관은 2008년 제5차 발굴에서 수습돼 우리나라 최초의 일괄 출토품으로 인정받은 청동병향로, 청동향합, 청동정병 등 10여점을 보존처리해 최초 공개한다. 일연 스님이 입적한 후 왕명에 의해 세워진 ‘인각사 보각국존 정조탑비’(普覺國尊靜照塔碑)도 눈길을 끄는 유물. 일연의 생애를 기록한 이 비에는 일연이 인각사에 주석하면서 2회에 걸쳐 구산문도회(九山門都會)를 개최한 대목이 들어 있다. 불교중앙박물관은 전시를 위해 전국의 탁본첩을 모아 이 탑비의 원형을 그려볼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전시에서는 고려말 혹은 조선 초기에 찍어낸 판본인 삼국유사 권4-5(보물 419-3호)를 비롯해 개인이 소장한 보각국사비첩, 일연의 국사 임명 사실을 기록한 대목이 들어간 고려사 권29도 볼 수 있다. 이 밖에 ‘삼국유사’속 단군을 제석천으로 숭상한 이야기며 역신을 물리친 처용, 아이의 눈을 뜨게 한 천수천안관음보살, 선덕여왕과 모란꽃에 관한 이야기 등과 관련된 유물 전시도 관심을 모으는 부분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파르페와 진상들/김성호 문화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파르페와 진상들/김성호 문화부 선임기자

    요즘 문화체육관광부의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최근 잇따라 불거진 악재 탓이다. 복원된 숭례문의 단청이 무더기로 탈색되고 벗겨지는 참사에 이어 문체부 간부가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대표에게 ‘직원을 찍어서 자르겠다’고 협박해 사퇴하게 만드는 사건이 불거졌다. 그런가 하면 문화재청 직원이 잠수사와 짜고 고려청자 매병(梅甁)을 도굴해 숨긴 희대의 도둑질이 발각됐다. ‘문화융성’과 ‘문화대통령’을 표방한 대통령의 유럽 순방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터진 부끄러운 일들. ‘왜 하필 지금이냐’며 한숨짓는 문화부 직원들의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문화행정의 주무부서인 문체부에 몰아 터진 악재들이 그저 대통령 순방에 겹친 ‘재수 없는 오비이락’의 일일까. 먼저 불타 무너졌던 대한민국 국보1호 숭례문의 복원 결과를 보자. 도심 한복판에 민족의 얼과 자긍심을 보란 듯이 다시 세우겠다며 전 국민의 관심과 성원 속에 복원한 숭례문이다. 철저한 고증을 통해 전통기법과 자재를 살렸다는 숭례문의 단청이 복원 5개월 만에 너덜너덜하게 벗겨진 게 우연일까. 단청기법의 맥이 끊겨 수입 안료를 쓴 게 큰 탓이라면서도 복원을 서두른 조급증에 무게를 싣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허탈해진다. 문체부 예술정책과장과 산하기관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대표 간에 있었던 사단은 또 어떤가. 자료를 요청하면서 ‘직원 몇 명을 직접 자르겠다’는 문체부 예술정책과장의 협박 끝에 결국 물러난 재단 대표. 대외비 자료 요구가 정보기관의 요청이었다는 두 사람의 대화 녹취 파일 대로라면 전형적인 ‘갑을’관계의 고질이 화근이다. 예술인복지재단이라면 예술인 권리를 보호하고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출범한 단체가 아닌가. 문화예술의 자율 보장과 창작 지원이 허울뿐인가 싶다. 전남 진도군 오류리 수중문화재 발굴현장에서 잠수사와 공모해 고려청자 매병을 빼돌린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직원 2명의 도둑질은 혀를 차게 한다. 공무원이 개입된 도굴사건은 1999년 문화재청 출범 이후 처음이라 한다. 문체부 산하기관에 속한 말단 선박직 공무원의 일탈쯤으로 치부할 사안일까. 문화재의 가치를 제대로 보고 살리자는 사회 일반의 목소리와 몸짓들이 안쓰러울 뿐이다. 연일 이어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서유럽 순방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파리에서 열린 한·불 경제인 간담회에서 20분간 불어로 한 연설은 기분 좋은 출발로 여겨진다. 연설 끝에 프랑스 경제인들이 ‘파르페’(Parfait·완벽하다)를 외치며 3분여간 기립박수를 쳤단다. 흠잡을 데 없는 박 대통령의 불어 구사에 대한 감탄이라지만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키워드로 강조한 협력과 발전의 당부에 대한 찬사라면 더 좋을 성싶다. 그런데 외국에서 대통령이 풀어 가고 있는 문화융성의 화두를 국내 실정에 얹어 보자니 씁쓸해진다. ‘제2의 숭례문 참사’며 공무원의 문화재 도둑질, 문화행정 주무부서의 반문화적인 ‘갑’의 군림 같은 것들 말이다. 창조경제와 그에 연결된 정책 과제인 문화융성을 이루기 위해 우리 문화계의 ‘진상’들부터 솎아내야 한다. 우리 사회엔 몰상식한 ‘진상’들이 너무 많다. kimus@seoul.co.kr
  • 불교계 최대 치욕 ‘10·27 법난’ 명예회복·피해보상 요구 잰걸음

    불교계 최대 치욕 ‘10·27 법난’ 명예회복·피해보상 요구 잰걸음

    ‘10·27법난 피해보상 이번엔 제대로 될까.’ 불교계가 10·27법난과 관련한 독립부서를 신설하는 등 피해보상에 초점을 맞춘 총력을 쏟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대학생과 청년 불자들을 대상으로 순례법회를 이어갈 태세여서 주목된다. 10·27법난은 1980년 신군부가 불교계 정화를 명목으로 전국 사찰·암자를 수색해 2000여명에 달하는 스님들을 연행, 고문한 사건. 불교계는 10·27법난을 ‘불교계 최대의 치욕’으로 여겨 진상규명을 통한 명예회복과 피해보상을 끊임없이 요구해 왔다. 지난 4월 국회 국방위가 ‘10·27법난 피해자의 명예회복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수정 의결해 법난 특별법과 법난명예회복심의위원회(법난위원회)의 활동기한이 지난 6월 30일에서 2016년 6월 30일로 3년 연장되고 주무부서가 국방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로 변경됐지만 불교계는 정작 피해 보상에선 미흡하다고 여겨왔다. 불교계가 범종단적인 대응에 나선 것은 이 같은 피해 보상 측면에 바짝 다가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종전 국무총리실 산하 법난위의 심위위원장을 조계종 총무부장이 당연직으로 맡던 것을 별도의 주요 인사를 임명토록 했다. 전 기획실장 정만 스님이 새 심의위원장이다. 정만 스님은 11월 중 사무처를 신설해 인력을 대폭 보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의 강경한 대응 선회는 지난 25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10·27법난 33주년 기념법회 때 자승 총무원장이 천명한 기념사에서 그대로 읽힌다. 자승 스님은 “2007년 국무총리가 10·27법난을 국가권력 남용으로 규정하고도 아직 그 진상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고 명예회복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조계종은 지난 2011년 법난이 발생한 1980년 12월 31일 이전 조계종 소속 스님 9796명에 대해 일괄적으로 피해자 신고 및 명예회복 신청을 한 바 있다. 소관부처가 문화부로 변경된 이후에도 피해자 범위 확대에 대한 진전이 없어 불교계의 불만이 쌓여왔다. 최근 조계종의 이 같은 움직임은 10·27법난 역사기념관 건립과도 무관치 않다는 게 불교계 안팎의 관측이다. 조계종은 지난달 22일 ‘견지동 역사문화관광자원 조성사업’을 위한 실무 TFT를 구성해 성역화 불사를 서울시와 논의해갈 예정으로 10·27법난위원회 실무진이 이 TFT에 참여하게 된다. 한편 조계종은 10·27법난 명예회복과 피해보상을 위해 제주와 광주·공주·강원 지역을 돌며 젊은 층을 대상으로 10·27법난의 배경과 진상을 알리는 전국 순례법회를 이달 중순부터 이어갈 예정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천주교 ‘자살방지 전국 네트워크’ 구축 돌입

    한국 천주교계가 자살예방과 관련한 전국 규모의 네트워크 구축에 돌입했다. 천주교는 최근 가톨릭대 성의교정 의생명산업연구원 대강당에서 한국가톨릭자살예방협회(회장 박요환 신부) 발족식을 갖고 생명존중 문화 확산과 자살예방을 위한 본격적인 운동에 돌입했다. 협회는 이와 관련해 정성환 신부(천주교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총무), 청주교구 이준연 신부(가정사목국장 새생명지원센터장), 최정묵 신부(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장) 등을 대표로 하는 업무 협약서를 체결했다. 한국천주교는 이날 체결된 협약서를 바탕으로 ▲생명존중 문화 확산을 위한 생명네트워크 구축 ▲시민인식 개선 캠페인 등의 공동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다. 현재 협회에는 전국 16개 천주교 교구 가운데 5개 교구, 7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자살예방센터(서울대교구), 달서구 정신건강증진센터(대구대교구), 인천 생명사랑운동본부(인천교구), 일산종합사회복지관(의정부교구), 청주교구 새생명지원센터, 청주시 노인종합복지관(청주교구), 한국가톨릭상담심리학회가 들어 있다. 이들 단체는 발족식에 앞서 지난 9월 준비모임을 갖고 박요환 신부(인천교구 생명사랑운동본부장)를 초대 회장으로 선출한 바 있다. 한국가톨릭자살예방협회 측은 “천주교계와 일반인들의 생명존중 문화를 더욱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주교회의 생명위원회 산하 전국 가톨릭생명네트워크를 활용해 자살 예방 그물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신학 토론 ‘후끈’… 안방 잔치서 겉도는 한국교회

    신학 토론 ‘후끈’… 안방 잔치서 겉도는 한국교회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 개막 이틀째인 31일 오전 8시 30분 부산 벡스코 전시장 1홀. 예배실로 마련된 4000석 규모의 공간에 다양한 복식과 피부색의 총회 참가자들이 가득 찼다. 언어와 교회는 달라도 예배와 기도의 마음가짐과 몸짓들은 하나. 이른 아침에도 불구하고 예배실을 가득 메운 얼굴들은 ‘기도하는 총회가 될 것’이라는 총회 한국준비위원회의 선언이 무색하지 않음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한국어와 영어 독일어, 불어, 스페인어 등 5개 국어로 30분간 진행된 기도회가 끝난 뒤 조금씩 무리를 지어 뿔뿔이 흩어지는 예배객들. 무심코 한 무리를 따라 작은 방에 들어가니 성경공부의 열기가 뜨겁다. ‘다름 속의 하나’를 지향하는 WCC 회원 교회들이 소그룹별 신학적 토론을 벌이는 곳. 방마다 이어지는 토론의 열띤 목소리들에 WCC 총회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는 우리 교회의 갈라진 자화상이 부끄럽게 포개진다.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 세상의 정의와 평화를 위해 ‘따로 또 같이’를 외치며 전 세계에서 모여든 교회 대표 2700명과 참관객 4000명이 이날 하루 모이고 흩어지기를 거듭한 행사만도 두 차례의 기도회와 주제회의, 전체회의, 에큐메니칼(일치)대화, 지역별 모임 등 모두 8개. ‘기독교계의 유엔’ 행사를 이틀 치른 WCC총회 한국준비위 측은 일단 대회의 ‘성공 개최’를 조심스럽게 예단한다. 각국에서 몰려든 400명의 내외신 취재진들이 행사 진행을 놓고 간간이 볼멘소리를 쏟아내지만 정작 총회 참가자들은 개의치 않는 눈치. 쉴 틈 없이 이어지는 회의와 기도회 일정을 좇는 눈길과 발걸음이 그저 분주할 뿐이다. ‘성공 개최’를 입에 올리는 총회 한국준비위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은 상황. 오는 8일까지 이어질 총회의 주제, 내용에 개최국 한국 교회의 상황과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흘러나오고 있는 탓이다. 대회 진행을 둘러싼 총회 본부와 한국준비위 간 틈새도 바로 그런 측면에서 간간이 불거지는 불협화음으로 여겨진다. 새벽기도며 통성기도, 수요예배, 마당행사 등 한국 특유의 행사들을 진행하고 있지만 큰 틀에서의 한국 참여는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목소리가 적지않다. ‘잔치판만 마련해 놓고 변죽만 도는 한국교회’가 될 것이라는 지적들이다. 결국 남은 기간 동안 어떻게 한국교회와 한국의 얼굴을 보여주고 인정받을 수 있을지가 총회 개최 후의 한국교회 운명을 크게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회는 총회 기간 중 선출될 WCC 의장단과 중앙위 의장에 한국 목회자가 발탁될 것을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개최국의 이점을 염두에 둔 기대로 보인다. 다행히 총회 참가자들은 앞으로 이어질 한국 교회 순례와 문화 행사에 관심이 많은 듯하다. 총회 참가자들은 2일과 3일 주말을 이용해 이틀간 서울을 비롯한 부산과 경남, 광주, 제주 등 전국으로 나뉘어 한국을 돌아보게 된다. 총회 사상 처음 마련된 에큐메니칼 순례행사. 참가자들이 일정표를 들여다보며 가장 많이 챙기는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프로그램이 끝난 뒤 세계 교회 지도자들이 각 지역교회로 흩어져 한국교회 신도들과 함께 참여할 주일예배도 한국 교회와 총회 참가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행사다. “부산총회는 한국교회 역사 가운데 큰 족적을 남길 것입니다. 한국교회는 이를 계기로 명실공히 세계교회와 연결되고 세계교회는 한국교회와 이어지는 하나님의 큰 선물을 받게 될 것입니다.” 지난달 30일 총회 개막에 즈음해 한 개신교 목사가 던진 축언. 그 축언의 현실화 여부는 그리 오래지 않아 판가름날 전망이다. 글 사진 부산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2013 공직열전] 문화체육관광부 (중) 국장급 간부들

    [2013 공직열전] 문화체육관광부 (중) 국장급 간부들

    ‘오래 살아남는 자가 강자’라고 했던가. 새 정부 들어 문화체육관광부 간부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런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참여정부의 옛 문화관광부에선 서너 명의 간부들이 단박에 옷을 벗어야 할 처지에 놓여 있었다. 당시 유진룡 차관과 조현재 체육국장이 손에 꼽힌다. 유 전 차관은 청와대의 산하단체 인사청탁을 번번이 거절해 이래저래 미운털이 박혔다. 조 전 국장은 국민생활체육회장 선거를 앞두고 여야 국회의원의 출마를 막으려 동분서주하다 불필요한 오해를 사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새 정부 들어 문체부 장관과 제1차관으로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모철민 차관과 신용언 관광산업국장은 꼿꼿한 성격 탓에 표적이 됐다. “일은 잘하지만 기분 나쁠 만큼 의견을 굽히지 않는다”는 평판이 돌았다. 새 정부 들어 모 전 차관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으로, 신 전 국장은 관광분야의 전문가로 꿋꿋하게 공직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문체부 중고참 국장의 주축은 행시 27~32회다. 기수로만 보면 최근 체육국장에서 경질된 노태강 국립중앙박물관 교육문화교류단장이 최고참이다. 주변에선 “안타깝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일을 바르게 하고 원칙을 준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정부 때 실장급인 국립중앙도서관장에 내정됐으나, 본인이 고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기수는 신용언 관광국장이다. 유 장관의 고교(서울고), 대학(서울대) 후배로, 참여정부 때는 정동채 전 장관의 총애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주변에선 “자신을 알아주는 장관을 만나면 펄펄 난다”는 소리가 나온다. ‘얼리 어댑터’로도 유명해 MP3, 스마트폰, 오디오 등을 잘 다룬다. 유동훈 대변인은 입지전적 인물로 통한다. 온순한 양 같은 외모를 지녔지만 “배포가 두둑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합리적이며 판단이 빠르다는 평가다. 영화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그를 모델로 등장인물을 설정했을 만큼 어린 시절 부산에선 이름(?)깨나 날린 것으로 전해진다. 공보 전문가이자 외유내강의 행정가로 안팎에서 인정받고 있다. 김기홍 저작권정책관은 ‘양수겸장’의 멋쟁이로 불린다. 머리도 좋고 추진력까지 겸비했다는 평가다. 해병대 출신의 마당발로 대통령비서실, 미디어정책국장, 체육국장 등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방송계에 유난히 인맥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송수근 콘텐츠정책관은 다재다능한 예술가형 관료로 꼽힌다. 영어로 강연할 만큼 외국어에 능통하고, 누구나 따라 배우기 쉬운 피아노 교본과 축구 교재를 직접 저술할 만큼 음악과 체육에 조예가 깊다. 부인이 부장판사로 법조계에도 인맥이 두텁다. 박영국 미디어정책국장은 법학도 출신으로 미국 변호사 자격증까지 갖춘 미디어법 전문가다.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 등을 거칠 만큼 능력을 인정받았다. 유·김·송·박 국장은 모두 국정홍보처(공보처) 출신이다. 문체부에서는 공보라인이 출세한다는 공식이 통할 정도다. 관광 전문가인 나종민 문화정책국장은 박근혜 정부의 문화융성 정책을 책임지고 있다. 온화한 성격과 딱 부러지는 일처리로 유명하다. 역시 관광통인 김태훈 예술국장의 별명은 ‘차세대 전투기’다. 업무파악과 대인관계에 능통해 기획통으로 불린다. 해사(35기) 출신의 김성호 도서관박물관 정책기획단장은 호인이란 소리를 듣는다. 책임감이 강하고 치밀한 일처리가 강점이다. 체육국장과 종무관 등을 지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기독교계의 올림픽’ WCC 총회 부산서 개막

    ‘기독교계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가 30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했다. 1948년 창립된 WCC는 세계 교회의 일치와 공동선교를 추구하는 에큐메니컬 운동의 대표 기구로, 7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총회에서는 개신교의 시대적 과제와 신학적 방향을 설정한다. 부산 총회는 역대 최대 규모인 8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를 주제로 11월 8일까지 열린다. 개막 선언에서 월터 알트만 WCC 중앙위원회 의장은 “한국 국민들은 분단 조국에서 지속적이고 정의로운 평화 없이 60년간 정전 상태로 살아왔다. 남북한 사람들과 함께 분단의 고통을 나누며 통일을 갈망한다”고 밝혔다. 부산 총회는 21세기 세계선교 신(新)선언, 한반도와 중동 평화, 환경 등에 관한 내용이 담긴 선언서를 채택할 전망이다. 행사에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레이마 보위 아프리카 평화재단 대표를 비롯해 조셉 마르 시리아 정교회 총대주교, 로마가톨릭 쿠르트 코흐 추기경, 프랑스 테제공동체 대표 알로이스 로제 신부, 영국성공회 저스틴 웰비 대주교 등이 참석한다. 부산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부고] 원불교 태타원 송순봉 종사

    [부고] 원불교 태타원 송순봉 종사

    원불교 2대 정산 종법사의 차녀인 태타원 송순봉 종사가 지난 27일 열반했다. 세수 81세, 법랍 60년 7개월. 태타원 종사는 원불교 발원지인 전남 영광 영산성지에서 최고지도자인 종법사의 딸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원불교 창시자인 소태산 대종사를 가까이서 보고 자랐다. 고인은 경남여중과 경남여고를 졸업한 뒤 원광대 원불교 학과에 들어갔다. 출가 직후부터 건강이 좋지 않았지만 투병 기간을 공부에 몰입하는 기회로 삼아 후배와 선배들로부터 두루 신임을 얻었다. 용맹정진을 통해 이미 젊은 시절에 생사를 해탈한 도인으로도 평가받았다. 이후 교화, 행정, 교육 등 원불교 교당과 기관의 주요 직책을 두루 맡았다. 빈소는 전북 익산시 원불교중앙총부 향적당, 발인은 29일 오전 11시. (063)850-3365.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이성의 아버지 데카르트의 유골을 찾아라

    이성의 아버지 데카르트의 유골을 찾아라

    [데카르트의 사라진 유골] 러셀 쇼토 지음/강경이 옮김/옥당/392쪽/2만 2000원 ‘코기토’(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그 유명한 명제를 남긴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1596~1650). ‘유럽 철학이 플라톤에 대한 각주라면, 근대 유럽 철학은 데카르트에 대한 각주’라는 말 그대로 데카르트는 흔히 ‘근대 철학의 아버지’로 간주한다. 당대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였고 17세기 근대과학의 등장이며 18세기 계몽주의, 19세기 산업혁명, 20세기 컴퓨터와 21세기 뇌과학에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연결된다는 그는 사후 관 뚜껑이 세 번이나 열리고 유골이 곳곳에 흩어지는 수난을 당했다. 왜 그런 고초를 겪어야 했을까. ‘데카르트의 사라진 유골’은 데카르트의 유골이 도난당하고 여러 차례 옮겨지는 과정을 추적한 탐정소설 분위기의 책이다. 저자는 ‘뉴욕타임스 매거진’ 칼럼니스트이자 암스테르담의 존 애덤스 연구원장. 탐정이 사건 현장을 조사하고 분석해 문제를 풀어내듯 1인칭 화법으로 사후 데카르트의 수난을 파헤쳐 그의 삶과 사상을 재구성해 내는 과정 자체가 흥미진진하다. 데카르트에 관해 가장 긍정적인 평가는 ‘개인의 이성을 깨우고 학문의 진리를 이성으로 탐구하기 위해 애썼던 위대한 철학자’이다. 미신과 신이 지배하던 세상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인류로의 첫발을 내디딘 선각자였다고 할까. 인간의 합리적인 이성의 힘을 주창하고 세웠던 만큼 왕과 교회의 절대적 힘에 편승한 당대 많은 세력들로부터 공격을 받거나 옹호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함께 받았을 것이다. 책의 큰 흐름은 역시 데카르트의 사후 수난의 재구성이다. 이국 땅 스웨덴에서 숨을 거둔 지 16년 후 스웨덴 주재 프랑스 대사가 유골을 몰래 파내 프랑스로 옮겼고 유골이 안치된 파리 생트 주네비에브 성당이 혁명정부에 몰수될 위기에 처하면서 프랑스유물박물관으로 옮겨진 것으로 보인다. 그 뒤 프랑스 혁명에 공헌한 위인들을 팡테옹(국립묘지)에 모셔야 한다는 논리에 따라 생제르맹 데 프레성당으로 다시 옮겨지기에 이른다. 책의 특장은 단지 데카르트 유골의 수난 과정 찾기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데카르트의 유골을 추적하는 저자를 따라가다 보면 서양 근대사를 장식한 굵직굵직한 명장면과 인물들을 자연스레 만나게 된다. 계몽주의자들의 비밀모임이며 프랑스혁명 절정기의 파리, 프랑스 아카데미데시앙스의 학회실, 초창기 인류학회의 현장들이 실감 나게 소개된다. 결국 사후 데카르트의 수난사는 유골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지성의 각축전이자 근대 철학·과학의 발전사였음을 보여주는 저자는 책에 이렇게 적고 있다. “데카르트의 철학은 공기처럼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남북경색에 종교계 속병

    남북경색에 종교계 속병

    남북관계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종교계의 속병이 심해지고 있다. 남북 종교계가 공동으로 개최하거나 북한 측 참여가 예정됐던 대규모 연합·국제행사가 줄줄이 취소된 데 따른 후유증이다. 이에 따라 개별 교단에서 추진하거나 예정된 사업이며 행사들에 대한 종교계의 우려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오리무중의 남북관계 속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눈치만 보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남한 단독 개최로 결정 난 아시아종교인평화회의(ACRP) 내년 총회는 대표적인 불발 행사. ACRP는 지난 1976년 아시아종교지도자들이 창립한 종교 간 국제협력기구로 5년마다 회원국에서 돌아가며 총회를 열고 있다. 특히 1986년 서울에서 개최된 ACRP 3차총회를 계기로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가 창립돼 현재 불교, 개신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 천주교, 한국민족종교협의회 등 7대종단이 가입한 채 한국 종교계의 화합과 평화에 앞장서고 있음은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 23일 서울 중구 한 음식점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내년 총회를 8월 25∼29일 인천 송도에서 남한만의 단독행사로 열겠다“고 공식 발표한 ACRP 회장단과 KCRP 관계자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행사 일정을 밝혔다. 남북한 종교인 대표들이 지난 6월 차기 총회 준비를 위해 개최된 인도네시아 말랑 집행위원회 회의에서 남북공동개최 추진을 합의한 터여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에서 ACRP 총회가 열리기는 27년 만의 일이다. ACRP와 KCRP 관계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시아의 일치와 조화’라는 내년 총회의 주제가 무색해졌다”며 북측 종교계와 접촉해 회원 자격으로 총회에 참여토록 유도할 계획을 얹었지만 지금 남북관계를 볼 때 그마저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이다. 오는 30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하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의 핵심 이벤트로 관심을 모았던 ‘평화열차’의 북한 통과도 종교계 안팎의 실망을 불렀던 행사. 당초 북한 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 측은 부산 총회에 참가해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남북 관계의 경색으로 불참 입장을 WCC 한국준비위 측에 공식 통보했다. 이에 따라 각국 총회 참석자 130여명을 태우고 베를린을 출발한 ‘평화열차’의 북한 통과가 무산됐다. (사)조국평화통일협의회와 북측 조그련이 내년 부활절 주간인 4월 24∼26일 평양 봉수교회에서 공동 주관키로 한 ‘남북공동조국평화통일기원기도회’도 개신교계의 기대와 우려가 함께 쏠리는 사안. 양측은 지난 16일 중국 신양에서 공동 기도회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성사 여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다. 불교와 원불교, 천도교 등 민족종교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신뢰 프로세스’라는 대북 기본방침에 기대, 추진해 왔던 대북 사업과 행사도 답보상태에 빠졌다. 불교계는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으로 중단된 내금강 불교유적 공동조사 재개와 북한 불교문화재 공동 전수조사, 남북 사찰 간 결연을 통한 교류를 중점 추진 사업으로 정해 놓고 있다. 원불교도 10년 전 평양에 빵 공장을 설립해 5년 전 국수공장으로 전환했으나 가동 중단된 공장을 연말쯤 재운영할 것을 북측 관계자들과 협의했다. 그러나 최근 상황 변화를 맞아 당황해 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이와 관련해 KCRP 변진흥 사무총장은 “남북 종교의 교류는 정치적 상황에 상관없이 민관교류 차원에서 지속돼야 할 사안임에 틀림없다”며 “종교계의 행사들이 중단없이 이어질 수 있도록 남북 관계자들이 노력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개신교 숙원 ‘기독교문화관’ 건립 답보

    개신교 숙원 ‘기독교문화관’ 건립 답보

    개신교계의 숙원사업인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문화관) 건립이 답보상태에 빠졌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측이 문화관 건립지로 예정됐던 서울 서대문의 기장 선교교육원 부지 임대를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문화관 건립계획이 원점부터 차질을 빚게 됐다. 문화관은 한국기독교 관련자료를 수집·보존하고 개신교계 다양한 교단들이 에큐메니칼(일치)을 도모하는 만남의 장소로 활용하기 위해 건립이 추진돼 온 사안. 총사업비 366억원을 들여 부지 3736㎡(약 1130평), 지상 5층, 지하 5층 규모의 건물에 전시실·작업실·열람실 등을 갖춰 2017년 완공할 예정이었다. 기장이 무상으로 서대문 부지를 임대하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건축비를 모금, 완공 후에는 양측이 건물 지분을 1대1로 나눈다는 내용의 기초협약서까지 작성해 놓은 상태다. NCCK는 지난 2월 건립계획을 야심차게 공표한 뒤 문화관 건립에 별 무리가 없을 것으로 여겨 왔다. 지난 8월 이 문화관에 담을 내용 선정에 활용할 목적으로 130년의 한국교회사를 대표하는 100개 장면을 담은 책 ‘기독교, 한국에 살다’를 펴냈고 NCCK 김영주 총무는 최근 실행위에서도 “문화관 건립은 역사를 보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미래의 나아갈 방향을 설정할 중요한 과업이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의욕과 기대에 기장 측이 찬물을 끼얹고 나선 것이다. 당초 NCCK의 문화관 건립 제의를 받아들였던 기장은 문화관 건립과 관련한 ‘33인 특별위원회’를 구성, 두 차례의 공청회를 연 끝에 지난 23일 총회 실행위에서 서대문 부지 임대를 최종 거부했다. 교단 화합과 일치를 위해 문화관 건립을 추진하지 않기로 한 ‘33인 특별위’의 결정을 수용한 것이다. 공청회 결과 부지 임대에 대한 반대 입장이 다수 확인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기장 총회가 부지 임대거부 최종 결정을 내리자 NCCK는 당혹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다른 교단과 협의해 부지 재선정에 나설 계획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이 기증 의사를 밝힌 태릉 부지를 우선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NCCK 관계자는 “10여년 전 교단 부지 매각과 관련해 내홍을 겪었던 기장이 불가피하게 내부 여론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문화관 건립은 개신교계의 오랜 숙원인 만큼 이른 시일 내에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미래세대 잃어버린 꿈·희망 치유 모색

    미래세대 잃어버린 꿈·희망 치유 모색

    연극 무대와 토론을 결합한 톡특한 형식의 법회로 관심을 끌고 있는 조계종 ‘야단법석 시즌3’의 세 번째 마당이 열린다.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본부장 도법 스님)가 오는 29일 오후 7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 2층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지금 여기 희망이 되자, 미래세대’라는 주제로 마련하는 상황토론극. 고민을 터놓고 이야기할 곳 없는 미래세대를 연극무대에 올려 열린 공간에서 드러내놓고 토론하며 치유의 방법을 모색해보는 자리이다. 상황극의 전체 연출은 극단 나마스떼 시어터 컴퍼니(구 양지 시어터컴퍼니)·양지창작문화연구원 남우성 대표가 맡았고, 손경원·김상일·고기혁·김성미·최영환·황세원·김윤우 등의 배우가 출연한다. ‘야단법석 시즌3’의 연출가 남우성씨는 “잃어버린 청춘들의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고자 한다”며 “청년들이 처한 사회적 환경과 종단적 환경, 사회와 종단에 대한 바람과 더불어 미래세대에 어떻게 희망의 문을 열어 줄지 고민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종 ‘야단법석 시즌3’는 일종의 열린 광장으로 기획된 행사. ‘사부대중과 미래세대’라는 5개의 테마별 ‘붓다로 사는 길’을 조명하고 모색해 보자는 뜻을 담고 있다. 지난 7월 1회차 ‘진정한 연민의 바다, 우바이’가 열린 데 이어 8월 2회차 ‘세상과 불교를 잇는 디딤돌, 우바새’가 공연된 바 있다. 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는 우바이, 우바새에 이어 비구니, 비구 등 한국불교를 이끌어가는 각 주체들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차례로 열린 광장으로 끌어내 대안을 찾아갈 예정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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